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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희 이혼클리닉] 도박에 빠진 남편 폭행 일삼는데…

    다섯살배기 딸을 둔 34세 된 직장 여성입니다.3년 전부터 도박에 빠진 남편은 직장에서도 해고되고,가끔씩 집에 들어와 돈을 요구합니다.폭행도 서슴지 않습니다.도박으로 전세금도 날리고 월세 집에 살고 있는데,딸이 아빠가 무서워 자폐증에 걸렸답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허미숙 허미숙씨,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는 어림잡아 20만∼100만명 정도의 병적인 성인 도박꾼이 있다고 합니다.도박은 당사자는 물론 가정마저 파멸시키는 무서운 병이지요.강원도 정선에 있는 카지노 근처엔 전당포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도박으로 재산을 날린 사람들이 노숙자가 돼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답니다. 불과 몇달 전 정말 끔찍한 사건이 있었지요.3500만원을 경마와 도박으로 날린 한 가장이 어린 두 자녀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한강에 내던진 그 끔찍한 장면을 TV화면을 통해 보면서 온 국민이 경악을 했었지요.도박은 천륜·인륜도 끊어버리는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할 수 있게도 하나 봅니다.옛날에 도박꾼 아들을 둔 아버지가 노름빚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자 다시는 아들이 도박을 할 수 없도록 두 손을 잘랐더니 발로 하더라는 말도 있고,도박꾼이 도박할 돈이 없자 아내를 걸고 도박했다는 믿지 못할 말도 있습니다.세상에서 도박같이 무서운 병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미숙씨,당장 시급한 일은 딸의 ‘자폐증’을 치료하는 일입니다.폭력을 휘두르는 아빠가 무섭고 두려워서 공포 속에 자신을 가둬 버린 가엾은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사력을 다 하십시오.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선 남편과 격리시키고,생활 환경도 바꿔 줘야 합니다. 자폐증은 완벽한 치료법이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어 참 안타까운데,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며 잘 짜여진 조기 치료 프로그램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것이 제일 좋은 치료법이라고 합니다. 남편 때문에 겪는 고통에다 딸 아이 문제까지 겹쳐 삶이 미숙씨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아 가슴 아픕니다.하지만 사람들은 시련을 통해 더 많은 인생을 배우고,먼 훗날 역경을 이겨낸 자신이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직장까지 나와 돈 달라 행패 부리는 남편을 절대 용납하지 마십시오.당신은 지금 불행과 맞서 싸울 용기가 필요합니다.강인한 용기만이 미숙씨를 불행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 역경을 극복하지 못한다면,죄 없이 태어난 어린 딸의 장래는 물론 자신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으니 적극적인 삶을 개척해 나가십시오.잘못된 길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계속 그 길을 간다면 벼랑에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마음도,가는 길도,손을 맞잡을 수도 없는 사람,희망이 없는 사람….그 사람이 미숙씨 남편입니다.자신조차 잃어버린 남편은 자식도 아내도 마음에 없습니다. 제가 아는 사업가 한 분은 사업이 부도 위기에 몰리거나 견디기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종합병원 중환자실과 벽제화장터를 찾아간다고 합니다.그 곳에 가면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 나오고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요.얼마 전 매스컴에서 자폐아를 둔 어머니가 ‘절망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낸 후 “그때는 사는 게 절벽을 타는 일 같았다.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기니 좋은 날도 오네요.”라고 말하더군요. 당신도 지금은 힘들겠지만 절벽을 타고 오르는 심정으로 ‘용기라는 밧줄’을 꼭 움켜잡고 앞만 바라보며 나아가십시오.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볼 여유도,필요도,가치도 없습니다. 세상에는 미숙씨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수천의 생명들이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살고 싶다.”는 단 하나의 간절한 염원으로 울부짖고 있습니다. 미숙씨,남편이 도박을 도저히 끊을 수 없겠다고 판단되면 헤어지세요.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딸의 손을 꼭 잡고,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십시오.길은,길을 찾는 사람 눈에만 보인다고 합니다.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은 분명 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지하30m “SOS” 1주일 농수관로 빠진 20대 영하의 혹한속 극적 구조

    지하 30m 농수관로 바닥에 추락한 20대가 영하의 혹한속에 1주일을 버티다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건설공사장 노무자 김모(22)씨는 지난 8일 일감이 없자 고물이라도 주우러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위전리 야산의 지름 80㎝의 공사중인 강철 농수관로에 들어갔다.농수관로의 완만한 경사를 따라 25m쯤 진행한 김씨는 경사가 55도로 갑자기 커지는 지점에서 30m를 추락,농수관로 바닥의 칠흑같은 어둠속에 갇혔다. 몸을 간신히 돌릴 만한 공간에서 영하 10℃를 밑도는 추위와 싸운 김씨는 급경사 관로를 기어오르다 떨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포기하고 농수로 바닥 얼음조각을 씹어 먹으면서 버텼다. 물에 젖은 발이 동상으로 부풀어 올라 운동화 밑창이 터졌지만 의식의 끈은 놓지 않았다.김씨는 일주일 후인 지난 15일 오후 1시 고철을 주우러 부근에 왔던 고물상 김모(48)씨가 “살려 주세요.”라는 외침을 듣고 119에 연락,구조대원들이 던져준 로프를 잡고 올라왔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인 김씨는 발에만 동상을 입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김씨를 구조한 파주소방서 119구조대 양영안 구조반장은 “김씨의 초인적 인내심과 생존의지가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파주 한만교기자˝
  • [조정래의 세상보기] 김성호·박찬호 두 젊은 영혼에게

    당신은 뜻밖에 패배를 했습니다.그런데도 당신은 그렇게 담담하고 의연할 수 있었습니다.그건 신선하고 신선하고 또 신선한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것은 이형기 시인의 ‘낙화’ 첫 연입니다.김성호 의원과 박찬호 선수 두분,당신들이 최근에 보여준 모습을 바라보며 이 시가 새롭게 가슴을 울립니다.당신들이 겨울 대나무처럼 시퍼렇게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것입니다. 김성호 의원,당신이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에서 패배를 아무런 사족 붙이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문득 놀랐습니다.텔레비전 화면에 클로즈업된 당신의 얼굴은 아무런 꾸밈도 당황함도 없이 편안하고 담담했습니다.사진기의 정직하고 냉정한 투시력은 인간의 위장된 감정까지도 여지없이 담아내는데 말입니다. “비록 후보가 되지는 않았지만 열린우리당이 선도하는 정치개혁에 기여한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당신의 말을 들으며 ‘나는 저럴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그런데,다음날 신문에 난 당신의 인터뷰를 보고 더욱 놀랐습니다. “예,제가 선출될 줄 알았지요.” 그래서 국민경선에 나섰던 것인데 당신은 뜻밖에 패배를 했습니다.그런데도 당신은 그렇게 담담하고 의연할 수 있었습니다.그건 신선하고 신선하고 또 신선한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우리의 정치판에서 그런 ‘신사적’인 모습은 실로 처음 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우리는 지난 수십년에 걸쳐서 외국 정치인들이 패배에 승복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그 흔쾌한 모습을 우리한테서도 볼 수 있기를 얼마나 고대해 왔습니까.더구나 당신의 모습이 한층 돋보이는 것은 시민단체들에 의해 낙선·낙천자들 명단이 발표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낙선·낙천의 대상이 된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변명해대고 불만을 터뜨리고 욕을 하기 바쁘지 당신처럼 겸허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김성호 의원,당신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젊은 당신은 이 땅의 모든 정치인들의 참다운 스승입니다.당신의 인생은 찬란한 승리의 빛에 감싸여 있습니다.어디서나 꿋꿋하시기를. 박찬호 선수,당신의 요즈음의 심경을 헤아려보며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언젠가 제가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린 말이 있습니다.앞으로 얼마나 잘할 거라는 장담의 약속은 못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약속은 하겠다고.결국 끈질긴 놈이 살아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의 홈페이지에 남겼다는 글의 이 부분에 당신의 외로운 모습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습니다.요즘 당신이 겪고 있는 외로움은 작년 귀국 때 겪은 외로움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릅니다.성적이 부진해서 돌아온 당신에게 조국의 매스컴들은 너무나 싸늘했습니다.당신이 승승장구할 때엔 박이 터지도록 앞을 다투던 매스컴들은 간곳이 없었습니다.그 약삭빠른 표변에 당신이 상처라도 크게 입었으면 어쩌나 하고 마음이 쓰였습니다.당신은 야구에서는 우뚝한 큰 선수이지만 각박한 인생사를 소화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입니다.내가 늘 걱정하는 내 아들보다 한 살이 어리니까요. 당신을 뚜렷이 기억하는 것은 인간적 차별까지 뚫고 세계적 선수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노동자들에 힘입어 부자가 된 기업인들도 그 이윤의 사회 환원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거부하는 세상에서 당신은 오로지 당신 혼자의 몸을 학대하듯 단련시켜가며 어렵게 번 돈을 귀국할 때마다 내놓고는 했습니다.그 아름다운 실천은 성자를 능가하는 모습입니다. 재기를 다짐하는 당신의 굳은 의지가 다시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합니다.그러나 당신은 지금 세월이 지배하는 체력의 한계 앞에 직면해 있음도 잊지 말기 바랍니다.세월의 잔혹한 힘을 이겨낼 인간은 아무도 없습니다.그 힘에 순종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또 하나의 아름다움입니다.그리고,새로운 삶의 길은 얼마든지 또 있습니다.당신은 최선을 다한 승자이며,우리의 자랑스러운 모범입니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 한국계 첫 美하원의원 지낸 김창준씨

    재미 한국인의 ‘성공 신화’ 김창준(65)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을 만났다.‘증인도 알맹이도 없는 청문회,국익을 팔아 표를 사려는 의원들의 행태에 국민들의 지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의 살 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나.’해서였다.지난해 하반기부터 고려대의 동북아경제경영연구소 연구교수로,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있는 김씨.지난 1999년 결혼한 부인 안진영(45)씨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한국 정치에 대해 해줄 말도 많고,하고도 싶지만,총선을 두 달 앞두고 좌충우돌하는 저 사람들(국회의원들)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을 겁니다.” ●한국 정치가 사는 길은 먼저 지난 12일 끝난 국회의 ‘대통령 친인척 비리 및 대선자금’청문회 얘기부터 시작했다.청문회가 열리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큰 발전이지만,내용은 “아직 멀었다.”고 했다. “증인이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또 국회의원이 증인의 말을 가로채고,공무원을 데려다 죄인 다루듯 신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은 모두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란 게 김씨의 말이다. 그는 ‘한국 정치가 사는 법’을 제시했다.먼저 국회의원을 8년 이상 할 수 없도록 하는 임기제한제.김씨가 활동한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법이다.“8년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정치권 언저리에서 평생을 뱅뱅 도는 인사들은 사라질 겁니다.기업들도 수억원씩 퍼주지 않을 것이고,초선과 다선 사이의 파워 차이도 없이 동등하게 일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국회의원은 ‘먹고 사는’ 직업이 돼선 안 되며,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지역민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잠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을 5년,8년 임기로 제한해 놓고 자기네들은 왜 마냥 하도록 해놓았느냐고 국민들이 물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로 그가 제시한 안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선출하는 것.우리 사회처럼 서로가 나눠져 대립각을 세우는 사회에선 국정을 함께 책임지고 공동 운영해야 서로가 발목잡는 일이 없다는 논리다.미국 대통령·부통령이 한묶음으로 나오는 러닝메이트와는 다르다. 그는 최근 검찰의 정치권 수사와 관련,“제3자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 번은 거쳐야 할 일을 검찰이 잘 하고 있다.”면서 “미국 검찰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침묵하는 다수는 외면하는가”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국민이지만,침묵하는 찬성자도 국민입니다.” 최근 국회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세 차례 무산시킨 것과 관련,“말도 하기 싫을 정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의 78.8%를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의 국회가 몇몇 의원들의 결사적 저지에 휘둘려,나머지 침묵하는 다수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해도 되느냐고 했다. 서청원 의원의 석방요구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잘했다 못했다 판단을 떠나서 국민들이 어떻게 보느냐를 염두에 둔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농민이나 일부 시민단체의 시위 행태,또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는 평화적일 때만 기능한다는 것이다.시위가 아니라 ‘폭동’이라는 게 김씨 의견이다. “민주주의에서 집회의 자유와 국민들이 안락한 삶을 추구할 권리는 항상 마찰되지만,한국에선 시위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김씨는 미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시에서 시장을 지냈다.평화적이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깨진 시위의 자유는 보장해줄 의무가 정부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평화적 시위라고 다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거리 행진 등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돈을 내야 합니다.이마저도 공청회를 통해 시민생활에 심각한 침해가 없을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폭력시위를 하고,정부가 이를 정책에 바로 수용하는 고리가 계속될수록 시위는 점점 더 과격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발전 위해 도울일 찾겠다” 정계 일각에선 그가 한국 정치에 입문할 것이란 소문도 간간이 나온다. “그럴 생각 없습니다.” 단호한 어조로 부인했다.“미국에서 43년을 살았습니다.오래될수록 조국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는 게 대부분 재미동포들의 심정일 겁니다.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한국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조언자의 역할만 하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통’이라고 하지만 자신만큼 미국 정치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그는 지난 1961년 도미해 시의원과 시장,연방하원의원을 지냈다. 한국의 반미 기류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민주주의는 1인1표지만,국제사회는 1국가 1표가 아닙니다.힘이 없는 나라 100개국이 한 나라를 못당하는 냉혹한 곳입니다.한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들어갈 때까진 한국은 강대국과 동맹을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그러면 어느 나라와 해야겠습니까.” 그는 최근 젊은이들의 주장이 한국의 외교가 미국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이 싫다는 애국적 차원이지 정말 반미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착하고 정직하고 낙천적인 아내” 1999년 말 하원의원 4선 도전 실패를 끝으로 정계를 은퇴한 그는 현재 서울 안암동 개운사 뒤 고려대 외국인교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미국에서 홍보회사를 운영하는 부인 안씨는 사업차 미국과 한국을 오가고 있다. “생명의 은인입니다.불법선거 자금 스캔들에 휘말려,인생을 포기할 상황에서 따뜻한 손을 내민 아내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우리 대학생들을 워싱턴 소재 미 관공서와 기업 인턴으로 연결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중인 안씨는 가수 조용필씨의 처제.지난해 심장병으로 사망한 안진현씨의 동생이다.자매의 얼굴,표정이 너무나 닮았다.“미국에 머물 땐 1주일에 두번 언니 산소에 갑니다.서로 의지를 많이 했는데,아직까지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형부는 인도네시아에 가 있어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처럼 돼 있는 한국인 출신 최초의 미 하원의원 김창준씨는 “착하고 정직하고 낙천적인 아내와 조용하게 후학을 양성하는 일로,조국에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조정래의 세상보기] 김성호·박찬호 두 젊은 영혼에게

    당신은 뜻밖에 패배를 했습니다.그런데도 당신은 그렇게 담담하고 의연할 수 있었습니다.그건 신선하고 신선하고 또 신선한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것은 이형기 시인의 ‘낙화’ 첫 연입니다.김성호 의원과 박찬호 선수 두분,당신들이 최근에 보여준 모습을 바라보며 이 시가 새롭게 가슴을 울립니다.당신들이 겨울 대나무처럼 시퍼렇게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것입니다. 김성호 의원,당신이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에서 패배를 아무런 사족 붙이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문득 놀랐습니다.텔레비전 화면에 클로즈업된 당신의 얼굴은 아무런 꾸밈도 당황함도 없이 편안하고 담담했습니다.사진기의 정직하고 냉정한 투시력은 인간의 위장된 감정까지도 여지없이 담아내는데 말입니다. “비록 후보가 되지는 않았지만 열린우리당이 선도하는 정치개혁에 기여한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당신의 말을 들으며 ‘나는 저럴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그런데,다음날 신문에 난 당신의 인터뷰를 보고 더욱 놀랐습니다. “예,제가 선출될 줄 알았지요.” 그래서 국민경선에 나섰던 것인데 당신은 뜻밖에 패배를 했습니다.그런데도 당신은 그렇게 담담하고 의연할 수 있었습니다.그건 신선하고 신선하고 또 신선한 충격이고 감동이었습니다.우리의 정치판에서 그런 ‘신사적’인 모습은 실로 처음 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우리는 지난 수십년에 걸쳐서 외국 정치인들이 패배에 승복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그 흔쾌한 모습을 우리한테서도 볼 수 있기를 얼마나 고대해 왔습니까.더구나 당신의 모습이 한층 돋보이는 것은 시민단체들에 의해 낙선·낙천자들 명단이 발표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낙선·낙천의 대상이 된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변명해대고 불만을 터뜨리고 욕을 하기 바쁘지 당신처럼 겸허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김성호 의원,당신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젊은 당신은 이 땅의 모든 정치인들의 참다운 스승입니다.당신의 인생은 찬란한 승리의 빛에 감싸여 있습니다.어디서나 꿋꿋하시기를. 박찬호 선수,당신의 요즈음의 심경을 헤아려보며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언젠가 제가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린 말이 있습니다.앞으로 얼마나 잘할 거라는 장담의 약속은 못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약속은 하겠다고.결국 끈질긴 놈이 살아남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의 홈페이지에 남겼다는 글의 이 부분에 당신의 외로운 모습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습니다.요즘 당신이 겪고 있는 외로움은 작년 귀국 때 겪은 외로움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릅니다.성적이 부진해서 돌아온 당신에게 조국의 매스컴들은 너무나 싸늘했습니다.당신이 승승장구할 때엔 박이 터지도록 앞을 다투던 매스컴들은 간곳이 없었습니다.그 약삭빠른 표변에 당신이 상처라도 크게 입었으면 어쩌나 하고 마음이 쓰였습니다.당신은 야구에서는 우뚝한 큰 선수이지만 각박한 인생사를 소화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입니다.내가 늘 걱정하는 내 아들보다 한 살이 어리니까요. 당신을 뚜렷이 기억하는 것은 인간적 차별까지 뚫고 세계적 선수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노동자들에 힘입어 부자가 된 기업인들도 그 이윤의 사회 환원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거부하는 세상에서 당신은 오로지 당신 혼자의 몸을 학대하듯 단련시켜가며 어렵게 번 돈을 귀국할 때마다 내놓고는 했습니다.그 아름다운 실천은 성자를 능가하는 모습입니다. 재기를 다짐하는 당신의 굳은 의지가 다시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합니다.그러나 당신은 지금 세월이 지배하는 체력의 한계 앞에 직면해 있음도 잊지 말기 바랍니다.세월의 잔혹한 힘을 이겨낼 인간은 아무도 없습니다.그 힘에 순종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또 하나의 아름다움입니다.그리고,새로운 삶의 길은 얼마든지 또 있습니다.당신은 최선을 다한 승자이며,우리의 자랑스러운 모범입니다. 작가·동국대 석좌교수
  • 남극 탐험의 꿈/장순근 지음

    지난해 12월 젊은 지구과학자 전재규 대원의 목숨을 앗아간 남극 세종기지 조난사고는 우리 극지 연구의 현주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남극에 세종기지가 세워진 지 올해로 16년.하지만 남극 현장의 연구 여건은 초라하기만 하다.세종기지 대원들이 극지 연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쇄빙선 하나 없이 고무보트로 거친 남빙양을 항해해야 했던 사실이나 낡은 무전설비들 앞에서 동료들의 생사를 몰라 안타까워했던 모습은 우리의 열악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20년간 남극 지킨 저자의 생생한 체험 `남극 탐험의 꿈’(장순근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은 정부 차원에서 ‘극지 연구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고 이공계 위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특히 관심을 끌 만한 책이다.저자(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는 지난 20여년간 남극 탐험의 최전선을 지켜온 극지 연구의 개척자.남극 탐험의 역사와 자연환경,세종기지에 얽힌 이야기 등을 300여장의 현장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책은 먼저 남극의 역사·지리적 배경부터 살핀다.한국의 세종기지가 들어선 킹조지 섬은 남극의 관문인 사우스셰틀랜드 군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사우스셰틀랜드 군도는 1819년 영국 탐험가 윌리엄 스미스 선장이 최초로 발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그러나 저자는 ‘서인도 기술’ 등의 문헌을 토대로 1599년 네덜란드 출신 도선사 디륵 게리츠가 처음 발견한 것으로 추정한다.스미스가 발견한 것은 사우스셰틀랜드 군도가 아니라 그 남쪽에 있는 리빙스턴 섬이라는 것이다.책은 해표와 펭귄 고기를 먹고 연명하며 전설적인 생존신화를 남긴 섀클턴 탐험대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한다. ●`바다의 3대 악당’ 해적·노예선·물개잡이 사우스셰틀랜드 군도는 남극에선 문명세계에 가장 가깝고 얼음의 장애가 적은 편이라 발견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가장 먼저 군도를 찾은 사람들은 물개잡이들.19세기 남극의 물개는 남획돼 거의 멸종지경에 이르렀다.해적과 노예선 선원,물개잡이는 ‘바다의 3대 악당’이라 불렸을 정도다. 현재 남극 대륙에는 한국을 비롯한 18개국이 42개의 상주 기지를 짓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한국은 지난 86년 남극조약에 가입하고 2년 뒤 세종기지를 세워 남극연구 대열에 합류했다.세종기지가 있는 사우스셰틀랜드 군도의 킹조지 섬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900㎞쯤 떨어져 있다.남극 중에선 그나마 북쪽에 있어 얼음에 덮이지 않은 대지가 있고 연평균 기온도 그리 낮지 않지만 겨울엔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또 초속 30m가 넘는 남극의 폭풍 블리자드가 어김없이 몰아친다. ●`탁, 탁’ 노래하는 남극의 얼음 세종기지는 남극의 대기,지질,해양,생물 같은 자연환경에 대한 연구와 남극의 환경변화가 문명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 주된 임무다.지구상의 대륙 가운데 가장 늦게 발견된 남극은 여전히 미지의 땅이다.1360만㎢의 남극 대륙은 평균 두께가 2000m가 넘는 얼음으로 덮여 있다.남극의 얼음은 동글동글한 공기방울이 들어 있어 아주 아름답게 보인다.그 얼음을 물에 넣으면 ‘탁,탁’하는 공기 방울 터지는 소리가 난다.저자는 그것을 ‘얼음의 노래’라고 부른다.일본에서는 특유의 상혼을 발휘,남극의 얼음조각을 넣은 위스키를 비싼 값에 팔기도 한다. 얼음은 귀중한 연구 재료다.공기 방울 속에 지구의 역사가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남극의 얼음은 물이 얼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눈이 쌓여 생긴 것이다.얼음 속 공기 방울은 눈 결정 사이에 있던 공기로,눈이 쌓일 때의 공기 성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그 공기 성분을 분석하면 당시의 기후와 지형을 알 수 있다. ●눈 속서 자라는 신기한 이끼 `눈조류’ 남극에는 어떤 생명들이 살고 있을까.남극의 혹한 속에서도 꽃이 피고 새가 운다.눈 속에선 눈조류라는 신기한 이끼가 자란다.거대한 코를 가진 코끼리 해표는 기이한 소리를 내고 남빙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범고래는 곧추 서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남극이 펭귄의 무대인 것은 물론.저자는 날다 지치면 바다 위에 떠서 쉰다는 국제 보호조 신천옹도 가끔 킹조지 섬 부근에 나타난다고 전한다.책은 이밖에 남극 기지 사람들이 함께하는 남극 올림픽 이야기,영국·칠레·아르헨티나 등이 남극에서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유럽에선 가장 고상한 취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는 극지 봉투수집 이야기 등도 들려준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이럴수가…'위안부 누드’ 파문

    탤런트 이승연이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찍은 누드사진과 동영상을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유료 서비스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13일 이승연과 공동제작사인 (주)로토토,(주)네띠앙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사진서비스 인터넷동영상 제공금지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황금주(76) 할머니 등 신청인들은 “일본군 ‘위안부’를 테마로 누드를 제작한 것은 이씨의 벗은 몸을 통해 정신대 피해자들의 벗겨진 몸을 연상하게 하려는 반인륜적 동기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은 당시 기억 때문에 성적 묘사가 담긴 TV 장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할 만큼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협 “제작사 항의방문할 것” 이들은 “누드집 테마를 ‘종군 위안부’로 잡은 것은 사회에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면서 “일본군 위안부를 만나지 않았고 어떠한 활동에도 동참하지 않은 피신청인들이 위안부 문제가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대협 관계자는 “이들은 우리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과 만나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제 와서 만날 이유가 없다.”면서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하고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철회함으로써 최소한의 명예라도 지키라.”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이런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음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 정기시위 이후 제작사를 항의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네티즌의 항의는 더욱 격렬하다.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종군 위안부 누드 반대 카페’(www.cafe.daum.net/antilee)는 방문자가 폭주하여 접속이 불가능할 정도였고,이승연의 온라인 카페도 “정신대 할머니를 두번 죽이지 말라.”는 등 항의성 글로 뒤덮였다. ●네티즌, 네띠앙 집단탈퇴 운동 네띠앙엔터테인먼트의 관계사인 포털사이트 네띠앙(www.netian.com)에 대한 집단탈퇴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네띠앙 게시판에는 “더럽게라도 돈을 벌겠다는 데 내가 일익을 담당할 수는 없다.”는 등 분노한 네티즌이 탈퇴의사를 밝히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승연 누드 영상물을 모바일로 서비스하기로 했던 이동통신 회사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이동통신용 솔루션 공급업체로 이번 누드집 기획에 참여한 시스윌은 지난 12일 “누드 영상을 3월부터 이동통신 3사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네띠앙엔터테인먼트측은 ‘이승연 영상 프로젝트’는 누드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승연 출연 TV프로 방송도 불투명 한편 이승연측은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이승연의 매니저는 “이승연은 어제 (12일) 기자회견 이후 피곤하여 전화기도 꺼놓고 집에서 쉬고 있다.”면서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것은 너무했다는 지적도 있지만,아픔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고,다만 추모하는 마음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승연이 최근 녹화를 끝낸 KBS2 TV ‘일요일은 101%’의 ‘꿈의 피라미드’ 코너의 방송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꿈의 피라미드’ 제작진은 당초 15일 이 프로그램을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파문이 확산됨에 따라 방영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표기자 tomcat@˝
  • [문화마당] 모성의 언덕/백지연 문학평론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는 현대인이 갈구하는 모성애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로봇소년이 등장한다.자기만의 어머니를 갖고 싶었던 로봇소년은 어머니를 되찾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떠난다.스필버그는 결말 부분에서 원작소설과 스탠리 큐브릭의 원안에 등장하는 냉혹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없애고 모성애의 환상을 살려낸다. 현대인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모성애에 대한 극단적 팬터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어머니의 눈물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영화가 빤하게 호소하는 모성애의 허구성을 알면서도 나는 가끔씩 지고지순한 모성애를 믿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한다. 요즘처럼 일과 육아의 병립이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는 와중에는 모성애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인가를 실감한다.모성신화의 부당함을 강변했던 나는 막상 아이를 낳은 후 나의 어머니에게 그 모성신화의 유효성을 강조하며 배짱을 부리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보살피는 입장에서는 모성애의 허구성을 외치면서도 나를 도와줄 어머니에게는 모성애의 절대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이런 지독한 이기주의도 없다. 어머니란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아마 평생 동안 그 질문에는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단지 분명한 것은 이 사회구조 안에서 현명한 모성을 실현하기에는 육아의 제도적 장벽이 너무도 드높다는 것이다. 나 자신부터도 육아정책의 부실함과 개인이 지닌 오랜 가부장제의 습관이 무섭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여자 화장실에 베이비시트가 없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느꼈으며,으리으리한 종합병원 건물의 수유실이 두 사람 앉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공간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기도 했다. 체험해 보아야만,그리고 보살피는 당사자가 되어야만 그 힘겨움의 강도를 알 수 있는 육아의 시스템 앞에서 단순히 모성적 감동만을 거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육아는 한 개인의 불굴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철저히 사회적인 제도이다. 동병상련을 느끼기 위해 틈틈이 들여다 보는 인터넷 육아게시판에는 아이를 어디에 맡기고 출근해야 하느냐는 눈물어린 물음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아이를 맡길 부모님이나 친지가 없고 경제적으로 개인 탁아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직장 어머니들의 고민은 더욱 가슴 저민다. 여기서 여성의 자아실현이라는 근사한 가치는 정말 허울좋은 명분일 뿐이다.육아비용을 충분히 감당하면서도 자기만족을 주는 근사한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아이를 한 명 더 낳았을 때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국가적 보조비용으로 이 복잡한 상황이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홍승우의 ‘유토피아’라는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결혼 후 아이를 가지면 남편과 아내에게 모두 5∼6년간 출산 휴가가 주어지고 그 기간동안 생활비가 지급되는 나라,육아휴가 후에는 아무런 장애 없이 복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는 은하철도 999를 타고 찾아가야 할 꿈의 행성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다리기까지 결국 내가 기대고 있는 것이 가족의 울타리이며 그 중에서도 그토록 허구적이라고 비판하던 모성의 언덕이라는 것이 괴롭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 올 봄 유행예감

    핑크,그린,옐로….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지만 거리의 쇼윈도는 무지개빛 봄 옷으로 갈아입었다.‘로맨틱’을 주제어로 한 패션 트렌드가 번지면서 화사하면서 사랑스러운 핑크 계열의 색상이 유독 강세다.‘메트로섹슈얼’붐에 따라 여성의 색상으로만 느껴지는 핑크가 남성 패션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올 봄 패션 특징 중의 하나.하성동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 매니저는 “지난해 가을·겨울시즌부터 해외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캔디 컬러’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특히 여성적인 색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핑크가 남성 패션에도 접목돼 더욱 화사한 패션을 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봄이 오는 거리 백화점·로드숍 등은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빠르게 봄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춥지 않은 날씨가 계속된 탓이다.거리의 패션피플들의 옷도 겉옷은 두껍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밝고 경쾌한 색상으로,봄 기운이 흐른다. 수입 브랜드들은 이보다 더욱 빠르게 봄·여름 신상품을 내놓았고,시즌을 겨냥한 ‘ready to wear(기성복)’ 패션쇼를 진행했다.전체적인 테마는 빨갛고 노랗고 파란,밝은 색상의 ‘캔디 컬러’.이 가운데 ‘핑크’ 계열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지난해부터 밝은 색상을 선보이기 시작한 버버리는 더욱 화사하고 달콤해졌다.베이지색 바탕과 체크 패턴으로 대표되던 버버리 아이콘을 연한 핑크톤으로 변화시킨 ‘캔디 컬렉션’을 내놓았다. 한국에서 막강한 인기를 끌고 있는 거친 질감의 트위드 소재 재킷은 파스텔톤 핑크로 더욱 사랑스러워졌고,마틴 싯봉은 트로피컬 핑크의 의상으로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남성도 밝고 따뜻하게 남성복도 여성복과 마찬가지로 밝고 따뜻한 느낌의 색상으로 편안함을 살리고 있다.특히 잘 쓰지 않던 핑크 컬러를 접목해 더욱 화사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제이폴락 김난이 디자인실장은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컬러로 마력을 가진 핑크가 올해는 남성패션 속으로 들어갔다.”며 “섹시한 느낌은 빨간색보다 한 톤 낮지만 관능적인 매력으로 남성의 ‘메트로섹슈얼’을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정장은 감청색과 회색을 기본 색상으로 사용하고,핑크 오렌지 등의 악센트 색상을 사용한 스트라이프(줄무늬)로 부드러운 느낌을 살린다. 남성 셔츠에는 다양한 크기의 꽃무늬가 내려앉아 성 영역의 자유로움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핑크를 주류로,그린 옐로 등을 첨가해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주고 있다. 로가디스 이은미 디자인실장은 “날씬한 3버튼 정장에 하얀색이나 연한 누드핑크 셔츠를 받쳐 입고,핑크 계열의 타이로 코디하면 산뜻한 봄 분위기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소품에도 핑크 바람 손끝,발끝도 경쾌해졌다. 샤넬,구찌,크리스챤 디올 등의 봄 컬렉션에서 핑크빛 세상을 연출하고 있다.오랜 이미지 리뉴얼 작업을 마무리한 펜디는 커다란 자사 로고를 박은 분홍빛 가죽 ‘셰도백’으로 여심을 유혹한다. 루이비통은 강렬한 쇼킹핑크의 핸드백과 구두를 선보였고,발렌티노는 베이지색 가죽과 핑크빛 패브릭(천 소재)을 믹스매치한 호보백을 내놓았다.시계 브랜드 지오 모나코는 누드 핑크,테크노 마린은 빈티지 핑크,포체는 파스텔 핑크의 가죽 시계줄로 손목을 즐겁게 한다. 최여경기자 kid@˝
  • 오총장의 냉수마찰 건강론-겨울에도 감기 모르고 살아

    오영석 총장이 즐기는 냉수마찰법의 핵심은 찬 물.군 시절에는 혹한에서도 철모에 물을 퍼 냉수마찰을 즐겼다.물이 미지근해 성에 차지 않으면 얼음을 띄워 사용하기도 했다.방법도 어렵지 않다.옷을 모두 벗고 삼베 수건에 물을 적셔 전신을 가볍게 문지른다.먼저 오른쪽 다리를 골고루 3회 문지른다.왼쪽 다리와 둔부도 같은 방법으로 빠짐없이 문지른다.이어 오른팔,왼팔을 거쳐 등은 길게 말아쥔 수건을 뒤로 엇비켜 쥐고 비벼주면 된다.마지막으로 배를 문지르면 냉수마찰이 끝난다.소요되는 시간은 20분 정도. “냉수마찰을 하면 겨울에도 전신에 따뜻한 열기가 돌면서 김이 솟는데,이게 몸에 익으면 피부가 매끈하게 탄력을 갖고 체질이 강해져,허약한 저도 여지껏 감기를 모르고 살아요.그런 다음에 요가체조와 명상,기도를 마치면 마음에 잡스러운 게 남아있지를 않아요.난 여기에서 마음의 평정과 어려움을 이기는 힘을 얻습니다.” 대학 시절 눈덮인 산을 오르다 넘어지면서 다친 허리는 요가체조로 이겨냈다.그가 즐기는 체조 가운데 허리를 유연하게 하고 등뼈를 풀어주는 동작 한가지를 배우자.마루에 하늘을 보고 ‘큰 대(大)자’로 누운 다음 오른 다리를 직각이 되게 들어 곧게 편 뒤 발끝이 반대편 마루에 닿도록 젖힌다.이때 얼굴은 다리와 반대편으로 젖힌다.이어 왼 다리를 들어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한쪽을 10회씩 하는데,‘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척추의 경직이 풀리면서 등뼈마디가 시원하게 바로잡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예전,스위스 유학때는 혈압이 올라 고생했으나 체조와 조깅으로 지금은 혈압 걱정을 잊고 산다.지금도 체조와 냉수마찰을 하지 못한 날은 저녁시간의 조깅으로 몸을 푼다.천천히 30분 가량 뛰는 것이 그의 조깅법.그는 “누구든 운동을 해야 할 이유는 있다.”며 “꾸준한 운동,생선과 야채 위주의 소식,그리고 술과 담배를 멀리 하는 것이 내가 가진 건강법의 전부”라고 소개했다. 심재억기자˝
  • [나의 건강보감]한신대학교 오영석 총장

    갓 고등학교 1학년인 그가 고 함석헌 선생에게 물었다.“건강한 기독교인으로 살고 싶지만 몸이 너무 약해 걱정입니다.최근에는 신경쇠약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좋은 방도를 일러 주십시오.” 함 선생은 왜소한 체격에 눈만 말똥거리는 이 소년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나는 어려서부터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냉수마찰을 해오고 있다.냉수마찰을 마친 뒤 명상과 기도를 하면 몸과 마음을 두루 건강하게 지킬 수 있지.너도 냉수마찰을 해보는게 어떠냐?”이렇게 해서 냉수마찰은 평생 그와 함께 한 건강법이 됐다. ●함석헌 선생이 일러주신 필생의 건강법 이 소년이 바로 지금의 오영석(62) 한신대 총장이다.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시절,그는 어머니가 ‘사람 노릇을 할까?’ 걱정할 정도로 약골이었다.홍역을 심하게 앓아 여섯살 때까지는 ‘죽을 수도,살 수도 있는’ 그런 목숨이었다.시들시들 자란 소년은 독실한 기독교도였던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나 왜소한 몸에,피부 곳곳이 들뜨는가 하면 신경쇠약으로 인한 두통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이 무렵,그는 자신의 종교생활을 이끈 이준묵 목사와 친교하며 해마다 해남을 찾던 함석헌 선생을 만나 필생의 건강법을 얻었으니,큰 스승의 ‘은총’이랄밖에. “그 때부터 새벽4시면 일어나 냉수마찰을 했지요.대야에 길어 담은 맑은 샘물을 삼베에 적셔 전신을 문지르는 거지요.무작정 문질러서는 안됩니다.먼저 발가벗은 뒤에 다리-팔-등을 순서대로 문지른 뒤 배는 맨 나중에 합니다.뱃속에는 오장육부가 들어있어 갑자기 찬 물이 닿으면 안좋거든.”그가 함 선생에게서 이 건강법을 배운 게 59년이니 벌써 햇수로 44년째다.냉수마찰에 대한 믿음은 그 후의 행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유학시절은 물론 감옥에 갇히거나 ‘똥 눌 시간도 없다.’는 신병 훈련소에서도 냉수마찰만은 빠뜨리지 않았다. ●감옥에서도 군대에서도 냉수마찰 계속 “65년 시국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좀 했는데,그 당시 감옥이라는 곳이 물도 없지,세면시간이라야 고작 5분이거든.그래도 타고난 허약체질이라 이걸 안하면 금방 감기가 오는데 도리없지.세면시간에 발가벗고 냉수마찰을 했어요.나중에는 간수들도 냉수마찰 하는 걸 양해해 줘 내놓고 했어요.논산훈련소에서도 훈련병이 감히 냉수마찰 엄두라도 내겠어요.난 했지.남들 세수할 동안에 벼락처럼 해치우곤 했는데,그걸 해야만 살아있다는 걸 느끼거든요.나중엔 내무반장이 이해해 주더라고요.” 그 후,대구 영천 부관학교를 거쳐 20사단에서 복무할 때는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도 철모에 얼음물을 떠놓고 냉수마찰을 했다.“아침 6시 기상인데,난 5시에 일어나 냉수마찰을 했지.철모에 떠놓은 물이 돌아서면 얼어붙어.그래도 냉수마찰과 명상,기도를 하고 나면 새로 의욕이 솟고 세상이 달라보였어요.그래도 그렇지.아,신참 일등병이 그 짓 하고 있으니 금방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한번은 주번사령이 그걸 보고 “뭐 하느냐.”고 물어요.그래 설명을 했더니 “나는 자신 없지만,건강에 좋다니 계속 하라.”고 해 군생활 내내 그걸 할 수 있었어요.” ●68년에 요가 바탕 `그만의 체조´ 만들어 냉수마찰과 함께 그가 ‘내 것’으로 창안한 체조도 오랜 ‘운동지기’다.“68년 무렵,이준묵 목사님에게서 요가를 배웠어요.그후 대학때 등산하다 허리를 다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지.요가 동작을 기본으로 해 내게 맞도록 창안한 건데,모두 15가지 동작입니다.지난 76년부터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유학한 6년 동안 나를 지켜준 것이 바로 냉수마찰과 요가체좁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냉수마찰과 요가체조에 이어 명상과 기도를 한 뒤 밖으로 나가 과천의 관악산 산자락을 40분 가량 오르는 것으로 운동을 마무리한다.지금도 그런 운동으로 총장이 짊어져야 하는 일상적 스트레스를 감당해 낸다.중학교때부터 익힌 아령이며 평행봉으로 지금도 짬짬이 몸을 푸는가 하면 대학 다닐 때는 학교 배구선수로 뛸 만큼 여러 운동을 두루 섭렵했다.지금 그가 누리는 건강은 ‘절박한 필요가 낳은 몰두’의 결과다.이처럼 ‘건강한 삶’에 평생을 투자한 덕분에 또래 가운데 가장 허약한 그가 지금은 가장 튼실한 사람이 됐다.이런 그가 일군 건강의 비결은 ‘꾸준함’.“운동,꾸준해야 됩니다.지금도 하루 운동을 못하면 중압감이 느껴지고,사흘을 못하면 몸에 이상이 옵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 저절로 건강” 사실,그가 처음 선택한 대학은 의대였다.의대에서 인술을 펴는 의사를 꿈꾸던 그에게 “좋은 의사가 되려면 신학공부를 하라.”는 선배의 조언이 힘이 돼 한신대에 입학하면서 목회자의 삶을 시작했다.“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없지는 않으나,사람의 영혼을 치료하는 목회자의 길도 뜻깊고 소중하다.”는 그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건강법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이다.“간단하게 말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우주의 질서에 인체의 생체리듬을 맞추는 방법입니다.인간이 영장이지만 우주의 일부에 불과합니다.더 겸손하게 살 필요가 있는 존재이지요.그러기 위해 사람들이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고,특히 청소년들은 위대한 삶을 살았던 선인들을 정신적 지향으로 삼아 더 치열하게 살기를 권합니다.그들이 모두 정치가,의사, 법률가만 되려 한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살벌하고 삭막하겠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기도를 소개했다.“항상 노력하고 탐구하지만 아직도 저는 까마득히 부족합니다.부족한 제가 더 자랄 수 있도록,그래서 이 막막한 세상에 등불 하나 밝힐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주소서.”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강성남기자 snk@˝
  • [7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사회를 말한다(오후 8시) 과거의 가출 청소년과는 전혀 다른 ‘거리의 아이들’.이들은 폐가를 떠돌며 1평도 안 되는 방에 남녀가 섞여 함께 산다.먹고살기 위해 매춘,범죄도 서슴지 않고 있다.거리 아이들의 참혹한 실태와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법적·제도적 장치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황금의 시간(오후 10시) ‘대한민국평균가’는 네덜란드에서 조기 경제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우리나라와 네덜란드 가정을 통해 비교해본다.‘대박퀴즈’는 소자본 창업으로 성공한 주부들을 만나 경영마인드와 노하우를 배운다.도레미와 함께 전국의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시장에 가면’은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간다. ●!느낌표(오후 9시45분) ‘운동이 운명을 바꾼다’에서는 대한체육회 이연택 회장이 출연해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와 아테네 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선수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가수 은지원이 출연,‘줄넘기 운동 함께 합시다’를 통해 중학교 체육교사인 줄넘기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줄넘기 동작들을 배운다. ●발리에서 생긴 일(오후 9시45분) 인욱은 착잡한 심정으로 영주를 방에 데려다 주고 나온다.재민은 호텔방까지 따라 온 수정의 옷을 벗기려 들고,영주 대신이라는 말에 수정은 옷을 입고 나온다.밖으로 나온 수정은 인욱과 마주치지만 서로 외면한다.집으로 돌아온 수정은 기척이 없는 옆 방의 인욱을 기다린다. ●황제의 딸Ⅲ(오후 9시25분) 이강은 의식을 회복하고 모사를 알아본다.모사를 통해 미얀마까지 오게 된 자초지종을 듣게 된 이강은 자신 때문에 속상해하는 자미를 걱정한다.맹백은 모사와 혼인할 것을 강요하고 이강은 이를 거절한다.화가 난 맹백은 두 달 기한을 주고 그래도 혼인하지 않는다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한다. ●희망충전 경제를 굴려라(오후 6시30분) 분당 야탑고등학교의 희망목표는 일일 근로를 하는 아버지의 월급으로 다리가 아픈 어머니와 세 자녀가 함께 생활하는 친구를 돕는것.넉넉지 않은 집안 살림 때문에 가슴에 상처를 안고 지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친구에게 정성을 선물하고 싶다는 학생들과 함께 한다. ●인사이드 월드(오후 1시20분) 케냐의 리프트 계곡은 세계적인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그러나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굶주리게 된 유목민족에 의해 야생동물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계곡의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복원시키려는 정부와 지역주민들의 노력들을 살펴본다. ˝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⑪ 함양군수 김종직을 아십니까?(중)

    함양군 휴천면 엄천마을 가는 길 볕바른 쪽 논에는 입춘을 며칠 앞둔 청보리들이 푸른 돛을 올리고 지리산에서 불어내리는 눈바람 속으로 신춘의 항해에 나서고 있다. 엊그제 내린 눈은 엄천강 주변 첩첩 산봉들과 논밭,겨우내 따지 않고 버려둔 감홍시가 얼어붙은 채 매달려 있는 감나무 가지에도 묻어있다.엄천강으로 이어지는 작은 봇도랑 살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엔 얼핏 봄 빛깔이 느껴진다. 나그네의 발걸음은 엄천마을 앞 길가에 서있는 자연석으로 된 비석 앞에 멈춰섰다.‘점필재 김종직선생 관영차밭 조성터’라고 적힌 비석이다.뱀사골 쪽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길로 달리는 차들의 굉음이 비문을 읽어내리는 나그네의 귓전을 사정없이 때리고 지나간다. ●생산되지도 않는 차를 나라에 바치라니… 저렇게 달리는 차안에 타고 있는 누군가는 지리산 어느 깊고 고요한 자락에 들어 앉은 찻집에 가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셨거나 마시게 될는지 모른다.그러면서도 엄천마을 앞 길가에 세워진 이 비석의 존재는 전혀 관심 밖일지도 모른다.야속하다. 비석 뒷면의 시를 읽다말고 마을 옆 양지쪽 언덕을 바라본다.차나무들이 무릎 높이로 자라 눈바람을 맞으며 더욱 푸르다.시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영험한 차를 올려 우리 임금 오래오래 사시도록 하고 싶은데 신라 때 심었다는 종자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하겠네 이제야 두류산 아래서 차나무를 구하게 되었으니 우리 백성 조금은 편케 되어 기쁘구나. 대숲 밖의 황폐한 밭 몇 이랑을 개간했으니 새 부리 같은 보랏빛 찻잎 언제쯤 볼만해질까 백성들의 마음 속 걱정을 덜어주려는 것일 뿐 무이차처럼 명차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네.” 이 시를 짓게 된 동기를 김종직은 ‘점필재집’제 10권에다 다음과 같이 적었다. “차(茶)를 조정에 올려야 하는데 우리 군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해마다 백성들에게 차를 공물(貢物)로 바치라 한다.백성들은 전라도에 가서 차를 사와서 공물로 바치는데,쌀 한 말을 가져가면 차 한 홉을 살 수 있다.내가 이 군에 부임한 초기에 그 폐단을 알았다.그리하여 차 공물을 백성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군의 돈으로 차를 사서 공물로 바쳤다. 일찍이 삼국사기를 보다가 신라 때 당나라에서 차나무 종자를 구해다 지리산에 심으라고 한 기록을 본 적이 있다. 우리 군이 지리산 아래 있으니 어찌 신라시대에 심은 차나무 종자가 남아 있지 않겠는가? 노인들을 만날 때마다 차나무에 대해서 물어보곤 하였다.그러다가 엄천사 북쪽 대밭에서 몇 그루를 찾아냈다. 나는 매우 기뻐서 그곳에 차밭을 만들도록 했다.그곳 주위는 모두 백성들의 땅이라서 군에서 다른 곳의 토지로 대신 보상해주고 모두 사들였다. 몇 년이 지나자 차나무가 제법 번성하여 차밭 안에 골고루 번졌다. 앞으로 4∼5년만 기다리면 조정에 올릴 정도의 수량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이 일로 시 두 편을 지었다.” 앞의 시가 바로 그 두 편의 시다.얼핏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의 글이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이 글 속에는 조선시대 전기의 조세제도인 공물의 폐단이 산골 농민들에게까지 미쳤고,지나치게 무거운 세금에 짓눌린 농민들은 나라와 제도를 원망하다가 마침내는 집을 버리고 도망길에 올라 참담한 유랑민으로 살아야 했던 시대의 불행한 민중사가 피눈물로 어른거림을 보게된다.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해 오기 전부터 함양 농민들에게는 여러 가지 세금 외에 차를 공물로 바쳐야 하는 특별한 의무가 지어져 있었던 것이다.실제로 차밭이 있어서 차를 생산하는 곳이 아닌데도 그런 부담을 지게한 것은 단지 함양이 지리산 아래에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농민들은 해마다 차를 마련하기 위해 전라도까지 가야했고,완제품 차 한 홉을 구입하려면 쌀 한 말이 필요했다.한 홉은 약 180g 정도다.오늘날 처럼 쌀이 흔하지 않은 시대에 자기 땅도 없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완제품 차를 한 되나 그 이상씩 부담시켰다는 것은 가혹한 정책이었다.한 두 번에 그치는 것도 아니어서 평생토록 차 공물 부담을 져야 하는 농민들로서는 원망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김종직 이전의 모든 군수들은 이같은 폐단을 외면했던 것 같다.김종직은 부임 초기에 이 폐단을 알고 바로 잡으려 해봤지만 국가의 공물제도를 없애거나 고치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고심하던 끝에 군청의 공금을 이용하여 차를 대신 사서 공물로 바치기로 하는데,김종직 이전 군수들은 왜 그러지 못했을까? ●엄천사 북쪽 대밭에서 차나무 발견 군수로 재임하는 동안 보다 많은 부정부패를 일삼아 한몫 챙기려는 욕심 때문이었다.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는 커녕 농민들로부터 온갖 명분으로 재물을 착취할 생각을 하는 군수들이 더 많았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김종직은 계속해서 공금으로 차 공물을 대납할 수는 없으므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웠다.가장 확실한 방법은 차밭을 만들어서 차를 만들어 바치는 것인데,그러자면 먼저 차 종자를 확보해야 하고,차나무를 심을 땅이 있어야 했다. 차 종자를 구하기 위해 함양 곳곳을 다니면서 노인들에게 묻고 있는 김종직의 모습은 지방의 외진 산중 군수가 아니라 중생의 고뇌를 풀어주기 위해 길거리에서 법문하는 성자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랜 탐문 끝에 차나무를 발견해 내고 기뻐하는 모습도 그렇다.엄천사 북쪽 대숲 속에서 차나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언젠가 그 지역에서도 차나무를 키웠음을 뜻한다.어느 때 차나무를 모조리 없애버려야 할 사정이 생겨서 차나무가 일제히 제거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이같은 짐작을 뒷받침 해주는 증거로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려있는 고려의 해동공자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의 시를 들 수 있겠다. “…옛일 생각하니 서러운 눈물이 나는구나. 운봉의 그 훌륭한 맛과 향기는 남쪽에서 마시던 그 맛 완연하구나. 그로하여 화계에서 찻잎 따던 일을 말하게 되는구나. 관청에서 어린 것,노인 가리지 않고 마구 불러내어 험준한 산비탈 다니며 간신히 찻잎 따 모아 머나 먼 서울까지 등짐으로 져 날랐네. 이는 백성의 애끓는 고혈이나니 수많은 이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졌나니 …… 일천가지 허물어서 한 모금 차 마련하나니 이 이치 알고보면 참으로 어이 없구나 그대 다른 날 간원(諫院)에 들어가거든 내 시의 은밀한 뜻 부디 기억해주시게나. 산과 들의 차나무 불살라버려서 차 세금을 금지한다면 남녘 백성 편히 쉼에 이로부터 시작되지 않겠는가.” ●세금에 짓눌린 농민들 집 버리고 유랑생활 이처럼 지리산 동남쪽 기슭에 사는 농민들은 고려 때부터 차 공물의 폐단으로 시달리며 살았음이 증명되었다.그러다보니 고려말 혼란기와 조선초의 어수선하던 시기에 이 지방 농민들은 차나무를 베어버리거나 불을 지르기도 하여 수 백년 동안 끈질기게 있어 온 폐단을 근원적으로 없애버리려는 행동을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유서 깊은 사찰 부근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차나무가 모두 없어져버린 것이다.농민들의 이같은 저항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조선 조정에서는 고려가 하던대로 지리산 동남쪽 농민들에게 다시 차 공물을 부과했다.조선시대부터는 중국에 바치는 조공(朝貢) 품목에까지 차(茶)가 포함되면서부터 농민들이 겪는 고통은 더욱 가혹해졌다.그때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했던 것이다.
  • [강삼재 ‘安風’ 폭로]安風 항소심공판 스케치

    “국민과 역사만 바라보며 진실을 고백합니다.” 강삼재 의원은 6일 ‘폭탄선언’을 준비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법원을 찾았다.법정에 들어서자마자 강 의원은 수모를 당했다.방청석에 앉아 있던 40대 여성이 느닷없이 뛰쳐나와 ‘철새 같은 놈’이라며 뺨을 때렸다.이 여성은 강 의원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사람으로 최근 강 의원 행보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YS의 측근으로 같은 죄로 기소된 강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서로 냉담하게 맞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강 의원이 940억원을 YS에게서 받은 돈이라고 진술했지만 왼쪽에 앉은 김 전 차장은 “계좌추적 결과 다 나온 돈을 두고 강 의원 변호인들이 대선잔금이면 벌을 받지 않을 것 같으니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조로 말했다.김 전 차장은 자신은 벌을 받더라도 YS는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다음은 강 의원 진술 요지. 1심에서 진실을 고백하지 않은 것은 내가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계좌추적 등을 통해 무죄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해 9월24일 1심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5선 의원으로서 마산 지역구민에게 면목이 없었고 국민에게도 낯을 들 수가 없었다.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은퇴까지 한 것은 재판 결과에 승복할 수 없지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원이라는 프리미엄없이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3년간 1심 공판 29차례, 2심 공판 5차례를 받으며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극단적 표현 같지만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나 안상영 부산시장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정치적 도의나 인간적 신의를 지킨다는 것이 국민과 역사 앞에 엄청난 배신이라 괴로웠다. 피할 수 있다면 오늘 이런 순간을 정말 피하고 싶었다.정말 많은 날을 잠못 이루며 고민했다.그리고 결심했다. 단지 나 홀로 무죄를 받을 목적으로 오늘 진실을 밝힌 것이 아니다.국민들이 정치권에 보내는 냉혹한 시선을 감내하며 다신 이런 불행한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정은주기자 ejung@˝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⑪ 함양군수 김종직을 아십니까?(중)

    함양군 휴천면 엄천마을 가는 길 볕바른 쪽 논에는 입춘을 며칠 앞둔 청보리들이 푸른 돛을 올리고 지리산에서 불어내리는 눈바람 속으로 신춘의 항해에 나서고 있다. 엊그제 내린 눈은 엄천강 주변 첩첩 산봉들과 논밭,겨우내 따지 않고 버려둔 감홍시가 얼어붙은 채 매달려 있는 감나무 가지에도 묻어있다.엄천강으로 이어지는 작은 봇도랑 살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엔 얼핏 봄 빛깔이 느껴진다. 나그네의 발걸음은 엄천마을 앞 길가에 서있는 자연석으로 된 비석 앞에 멈춰섰다.‘점필재 김종직선생 관영차밭 조성터’라고 적힌 비석이다.뱀사골 쪽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길로 달리는 차들의 굉음이 비문을 읽어내리는 나그네의 귓전을 사정없이 때리고 지나간다. ●생산되지도 않는 차를 나라에 바치라니… 저렇게 달리는 차안에 타고 있는 누군가는 지리산 어느 깊고 고요한 자락에 들어 앉은 찻집에 가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셨거나 마시게 될는지 모른다.그러면서도 엄천마을 앞 길가에 세워진 이 비석의 존재는 전혀 관심 밖일지도 모른다.야속하다. 비석 뒷면의 시를 읽다말고 마을 옆 양지쪽 언덕을 바라본다.차나무들이 무릎 높이로 자라 눈바람을 맞으며 더욱 푸르다.시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영험한 차를 올려 우리 임금 오래오래 사시도록 하고 싶은데 신라 때 심었다는 종자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하겠네 이제야 두류산 아래서 차나무를 구하게 되었으니 우리 백성 조금은 편케 되어 기쁘구나. 대숲 밖의 황폐한 밭 몇 이랑을 개간했으니 새 부리 같은 보랏빛 찻잎 언제쯤 볼만해질까 백성들의 마음 속 걱정을 덜어주려는 것일 뿐 무이차처럼 명차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네.” 이 시를 짓게 된 동기를 김종직은 ‘점필재집’제 10권에다 다음과 같이 적었다. “차(茶)를 조정에 올려야 하는데 우리 군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해마다 백성들에게 차를 공물(貢物)로 바치라 한다.백성들은 전라도에 가서 차를 사와서 공물로 바치는데,쌀 한 말을 가져가면 차 한 홉을 살 수 있다.내가 이 군에 부임한 초기에 그 폐단을 알았다.그리하여 차 공물을 백성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군의 돈으로 차를 사서 공물로 바쳤다. 일찍이 삼국사기를 보다가 신라 때 당나라에서 차나무 종자를 구해다 지리산에 심으라고 한 기록을 본 적이 있다. 우리 군이 지리산 아래 있으니 어찌 신라시대에 심은 차나무 종자가 남아 있지 않겠는가? 노인들을 만날 때마다 차나무에 대해서 물어보곤 하였다.그러다가 엄천사 북쪽 대밭에서 몇 그루를 찾아냈다. 나는 매우 기뻐서 그곳에 차밭을 만들도록 했다.그곳 주위는 모두 백성들의 땅이라서 군에서 다른 곳의 토지로 대신 보상해주고 모두 사들였다. 몇 년이 지나자 차나무가 제법 번성하여 차밭 안에 골고루 번졌다. 앞으로 4∼5년만 기다리면 조정에 올릴 정도의 수량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이 일로 시 두 편을 지었다.” 앞의 시가 바로 그 두 편의 시다.얼핏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의 글이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이 글 속에는 조선시대 전기의 조세제도인 공물의 폐단이 산골 농민들에게까지 미쳤고,지나치게 무거운 세금에 짓눌린 농민들은 나라와 제도를 원망하다가 마침내는 집을 버리고 도망길에 올라 참담한 유랑민으로 살아야 했던 시대의 불행한 민중사가 피눈물로 어른거림을 보게된다.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해 오기 전부터 함양 농민들에게는 여러 가지 세금 외에 차를 공물로 바쳐야 하는 특별한 의무가 지어져 있었던 것이다.실제로 차밭이 있어서 차를 생산하는 곳이 아닌데도 그런 부담을 지게한 것은 단지 함양이 지리산 아래에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농민들은 해마다 차를 마련하기 위해 전라도까지 가야했고,완제품 차 한 홉을 구입하려면 쌀 한 말이 필요했다.한 홉은 약 180g 정도다.오늘날 처럼 쌀이 흔하지 않은 시대에 자기 땅도 없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완제품 차를 한 되나 그 이상씩 부담시켰다는 것은 가혹한 정책이었다.한 두 번에 그치는 것도 아니어서 평생토록 차 공물 부담을 져야 하는 농민들로서는 원망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김종직 이전의 모든 군수들은 이같은 폐단을 외면했던 것 같다.김종직은 부임 초기에 이 폐단을 알고 바로 잡으려 해봤지만 국가의 공물제도를 없애거나 고치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고심하던 끝에 군청의 공금을 이용하여 차를 대신 사서 공물로 바치기로 하는데,김종직 이전 군수들은 왜 그러지 못했을까? ●엄천사 북쪽 대밭에서 차나무 발견 군수로 재임하는 동안 보다 많은 부정부패를 일삼아 한몫 챙기려는 욕심 때문이었다.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는 커녕 농민들로부터 온갖 명분으로 재물을 착취할 생각을 하는 군수들이 더 많았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김종직은 계속해서 공금으로 차 공물을 대납할 수는 없으므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웠다.가장 확실한 방법은 차밭을 만들어서 차를 만들어 바치는 것인데,그러자면 먼저 차 종자를 확보해야 하고,차나무를 심을 땅이 있어야 했다. 차 종자를 구하기 위해 함양 곳곳을 다니면서 노인들에게 묻고 있는 김종직의 모습은 지방의 외진 산중 군수가 아니라 중생의 고뇌를 풀어주기 위해 길거리에서 법문하는 성자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랜 탐문 끝에 차나무를 발견해 내고 기뻐하는 모습도 그렇다.엄천사 북쪽 대숲 속에서 차나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언젠가 그 지역에서도 차나무를 키웠음을 뜻한다.어느 때 차나무를 모조리 없애버려야 할 사정이 생겨서 차나무가 일제히 제거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이같은 짐작을 뒷받침 해주는 증거로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려있는 고려의 해동공자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의 시를 들 수 있겠다. “…옛일 생각하니 서러운 눈물이 나는구나. 운봉의 그 훌륭한 맛과 향기는 남쪽에서 마시던 그 맛 완연하구나. 그로하여 화계에서 찻잎 따던 일을 말하게 되는구나. 관청에서 어린 것,노인 가리지 않고 마구 불러내어 험준한 산비탈 다니며 간신히 찻잎 따 모아 머나 먼 서울까지 등짐으로 져 날랐네. 이는 백성의 애끓는 고혈이나니 수많은 이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졌나니 …… 일천가지 허물어서 한 모금 차 마련하나니 이 이치 알고보면 참으로 어이 없구나 그대 다른 날 간원(諫院)에 들어가거든 내 시의 은밀한 뜻 부디 기억해주시게나. 산과 들의 차나무 불살라버려서 차 세금을 금지한다면 남녘 백성 편히 쉼에 이로부터 시작되지 않겠는가.” ●세금에 짓눌린 농민들 집 버리고 유랑생활 이처럼 지리산 동남쪽 기슭에 사는 농민들은 고려 때부터 차 공물의 폐단으로 시달리며 살았음이 증명되었다.그러다보니 고려말 혼란기와 조선초의 어수선하던 시기에 이 지방 농민들은 차나무를 베어버리거나 불을 지르기도 하여 수 백년 동안 끈질기게 있어 온 폐단을 근원적으로 없애버리려는 행동을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유서 깊은 사찰 부근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차나무가 모두 없어져버린 것이다.농민들의 이같은 저항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조선 조정에서는 고려가 하던대로 지리산 동남쪽 농민들에게 다시 차 공물을 부과했다.조선시대부터는 중국에 바치는 조공(朝貢) 품목에까지 차(茶)가 포함되면서부터 농민들이 겪는 고통은 더욱 가혹해졌다.그때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했던 것이다.˝
  • [책꽂이]

    ●신화가 된 이름 비틀스(한경식 지음,더불어책 펴냄) “우리는 예수보다 더 유명하다.”라는 존 레넌의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비틀스.비틀스는 비틀스 자신들보다도 비틀스 전문가들이 더 잘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틀스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이 책은 국내 비틀마니아가 쓴 최초의 본격 비틀스 전기다.비틀스가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60년대 특히 1964년 미국 땅에 첫 발을 내디디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직전까지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뤘다.1만 2800원. ●아름다운 변신! J의 뷰티스쿨(이자경 지음,김영사 펴냄) 만화로 배우는 여성의 자기연출법.화장을 처음 시작하는 소녀에서 커리어 우먼까지 미용에 관한 맞춤정보를 제공한다.저자는 세계 최고의 헤어 사관학교로 불리는 영국 런던의 비달 사순 헤어스쿨 등에서 공부한 토털 코디네이션 전문가.9900원. ●학교공부 바로 하기(조창섭 등 지음,황금가지 펴냄) 영어지문은 문장 하나하나를 해부하듯 해석해선 안되며,물 흐르듯 순서대로 읽어가며 직독직해해야 한다.국어능력을 키우기 위한 최선의 길동무는 사전이다.현직교사와 사범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새로운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원칙이 담긴 공부법을 들려준다.공교육의 붕괴로 학생들의 학력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1만 2000원. ●크리스토퍼 리브의 새로운 삶(크리스토퍼 리브 지음,안의정 옮김,인북스 펴냄) 70년대 인기영화 ‘슈퍼맨’시리즈의 주인공인 크리스토퍼 리브는 95년 낙마사고로 전신마비가 됐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휠체어에 탄 채 영화 ‘황혼 속에서’를 감독하고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활기찬 삶으로 희망의 사표가 되고 있다.98년 ‘절망을 이겨낸 슈퍼맨의 고백(Still Me)’에 이어 두번째로 펴낸 자전 에세이.8500원. ●타인의 고통(수전 손택 지음,이재원 옮김,이후 펴냄) 대량 복제된 이미지들이 어떻게 인간의 감수성을 파괴하는가를 밝혔다.저자는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미국의 작가이자 예술평론가.손택은 잔혹한 이미지들의 범람이 곧 타인의 고통에 대한 경각심과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이미지 과잉 사회는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하룻밤의 진부한 유흥거리로 만들어 버릴 위험이 크며,사람들은 잔혹한 장면에 무뎌지고 그것을 단순히 ‘스펙터클’한 상품으로 소비해 버린다는 것이다.1만 5000원. ●20세기 중국 회화의 거장 푸바오스(천촨시 엮음,안영길 옮김,시공사 펴냄) 창작과 이론 분야 모두에서 중국 근현대 화단을 이끈 푸바오스(傳抱石)의 삶을 조명.강서성 남창시에서 가난한 우산 수리공의 아들로 태어난 푸바오스는 중국 고유의 회화 전통과 일본 유학에서 얻은 새로운 경향을 결합해 독특한 풍격을 창조했다.그는 또한 산수화를 학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 사조화(師造化,대자연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에 관해 논한 ‘산수화의 사생에 관하여’등 묵직한 논문을 남겼다.1만 5000원.˝
  • '태극기 휘날리며’ 원빈

    ‘꽃미남’ 원빈(27)이 어둠 속에서 혼자 흐느꼈다. 지난 3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제작 쇼박스·강제규필름)의 시사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내 멀티상영관 메가박스.원빈은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영화 속 가슴 아린 장면에서도 그저 눈물만 글썽였던 그가 정작 영화 밖에서 연신 흘린 눈물의 의미는 뭘까? “지난해 2월부터 겨울에서 겨울로 이어진 10개월의 촬영기간은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였습니다.촬영 당시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 장면들을 이렇게 직접 보니 감정을 건드렸나 봅니다.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썼는데도 장면마다 너무 고생한 기억이 되살아나 저도 모르게…” 제작비 170억원(순제작비 147억)을 들인 한국 영화사상 최대의 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제작 강제규필름)에서 주인공 진석역을 맡은 원빈이 털어 놓은 소감엔 ‘빛과 그늘’이 함께 어린다.그 속엔 ‘태극기…’의 실루엣이 그대로 담겨 있다. 주된 화제는 단연 ‘고생담’.포탄이 쏟아지는 전장(戰場)에서 흙을 뒤집어 쓴 영화 속 그의 얼굴에는 촬영 당시의 고충이 생생하게 묻어난다.“영화는 한국전쟁을 내면에서 다룬 감동의 대하 서사시다.누가 총을 먼저 쏘았냐식의 이데올로기로서 바라보는게 아니라 진태(장동건)와 진석 형제를 클로즈업 한 뒤 전쟁의 와중에서 희생당한 인간의 모습과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한국 전쟁 영화사를 새로 쓰는 심정으로 연출에 임한 강제규 감독의 의욕은 경남 합천과 대관령 등 18개 지방의 올 로케이션을 강행했다.혹한과 전쟁신의 굉음이 내내 따라 다녔을 것이다.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등 촬영 현장 자체가 전쟁터라는 느낌이었습니다.”라는 원빈은 가장 잊지못할 고생담을 묻자 마지막 전투장면을 꼽았다. “숱한 장면에 고생한 기억이 묻혀있지만 가장 힘든 때는 인민군이 된 형 진태와 만나는 하이라이트 장면이었습니다.비록 영화 속에서는 5분밖에 되지 않지만 한달을 찍었는데 무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태극기…’는 그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여 빛이 커보인다.그 동안 그의 이미지는 여림·부드러움이었다.드라마 ‘가을 동화’의 재벌 2세,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 막내 등의 역할을 소화하면서 ‘꽃미남’ ‘미소년’ 등으로 불려왔다.이 왕자같은 미모(?)에 힘입어 그는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특히 일본에는 팬클럽이 만들어져 촬영현장이나 부산에서 개막된 ‘체험!태극기 휘날리며展’에도 극성팬들이 날아올 정도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전쟁영화라는 새 여정에 나섰다.“전쟁영화를 꼭 찍고 싶었다.”는 그에게 ‘태극기…’는 개인적 소원을 풀게 해준 작품이자 연기자로서의 도약을 시험하는 무대다. 당연히 그는 ‘태극기…’를 통해 꽃미남보다는 ‘배우’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이전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고 진짜 배우로서 한층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그의 바람은 꿈만이 아닐 성 싶다.영화의 전반부에서는 예의 그 여린 이미지를 보여주다가 형 진태와의 갈등이 거듭되면서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이미지 변신에 반쯤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태극기…’에서 그가 보여준 가능성은 앞으로 여린 이미지의 ‘꽃미남’이라는 껍질을 벗고 ‘배우’로 훨훨 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음을 예감케 한다. 글 이종수기자 vielee@˝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父傳女傳 코폴라 '가문의 영광´

    “부친의 업적을 능가할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지(誌)가 극찬을 하고 있듯이 2004년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여성 영화인이 소피아 코폴라이다. 그녀는 바로 ‘대부’ ‘도청’ ‘지옥의 묵시록’으로 20세기 최고 감독으로 칭송 받고 있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이다.‘대부’의 라스트에서 펼쳐지는 아기 세례식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기가 바로 생후 1년된 소피아다. 소피아는 ‘대부 2’에서는 뉴욕항에 입항하는 증기선에 탑승한 어린 승객으로,‘대부 3’에서는 위노나 라이더를 탈락시키고 메리 콜레오네역에 캐스팅되는 등 부친의 절대적인 후광으로 영화계와 인연을 지속해 나간다.이런 편애에 대해 일부 영화인들은 “부친의 과욕으로 연기력이 부족한 소피아가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연기력을 의심 받던 소피아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 워스:에피소드 1’(1999)에서 아미달라 공주(나탈리 포트만)의 모친 사체 왕비역을 맡아 개성 연기자로 어느 정도의 점수를 얻게 된다. 틈틈이 시나리오 습작을 하던 소피아는 2003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연출,시나리오,제작 등 1인 3역을 맡아 만만치 않은 재능꾼임을 드러낸다.이 영화는 위스키 선전 차 일본을 방문한 미국 중견 배우와 CF 감독인 남편을 따라 일본을 방문한 갓 결혼한 20대 여인이 나누는 짧은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이 영화로 소피아는 1월26일 진행된 6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코미디 부문 작품상,남우상(빌 머레이),각본상(소피아) 등 주요 3개 부문상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어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피터 잭슨 감독과 함께 가장 많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된다.골든 글로브가 전통적으로 2월에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영화제로 인정 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분위기로는 부친의 대를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이나 감독상을 따낼 확률이 가장 높은 영화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영화는 나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훌륭한 매체”라고 수상 소감을 밝힌 그녀는 “오늘의 영광은 아버지 코폴라에게 있다.”고 덧붙여 뛰어난 부녀 감독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코폴라 가문 외에 부녀 감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들이 또 있다.`트윈 픽스’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독특한 작품을 발표해 컬트 감독으로 인정 받고 있는 데이비드 린치의 딸 제니퍼 체임버 린치다.1993년 ‘남자가 사랑할 때’를 통해 부친 못지않은 엽기적 기질을 과시했다.린치 모녀는 그러나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코폴라 부녀를 따라 오지 못하고 있다. 한편 국내 영화계에서도 ‘실미도’에서 냉혹한 조중사역의 허준호를 비롯해 최민수,김희라 등이 연기자 2세 시대를 개척해 가고 있는 대표적 배우들.이처럼 영화인 2세들은 오늘도 시네마 천국의 다양성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사설] 아동학대 대처가 이리 허술해서야

    계모가 콘크리트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의 폭행을 해 여덟살 난 여자 어린이가 죽고 여섯살 난 남자어린이가 중태에 빠진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이 사건은 이 땅의 아동학대 실상이 얼마나 참혹한 지경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반해 사회의 대처방식은 얼마나 허술한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2년 반 동안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6000여건에 이르고 사망한 어린이만도 13명이나 될 정도로 아동학대는 심각하다.그러나 이에 대한 사전·사후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남매의 경우만 해도 사회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죽음에 이르는 참사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계모는 지난해 5월 말에도 두 아이를 때려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입건됐으나 한 달간 아이들과 격리된 채 청소년 클리닉 8차례만 받고 풀려나 다시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계모의 교정 상황을 조금만 더 면밀히 평가해 자녀와 재결합시켰어도,재결합 후 당국과 주변 사람들이 몇 차례만이라도 사후 확인을 했어도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당국은 아동학대 대책 강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교사나 의료인,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처벌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신고의무자의 범위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특히 아동학대 사범은 부모가 85%에 이르고 있는 만큼 법원도 아이들을 무조건 부모에게 되돌려 줄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친권 제한,공공후견인제 도입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때라고 본다.˝
  • “민간자격증 허위광고 조심 하세요”

    노인복지사,심리상담사,산후관리사,자동차중개사…. 이들 자격증들은 국가공인을 받은 자격증인 것처럼 포장돼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이나 명퇴자들을 유혹한다.’유망자격증’ ‘취업보장’ 등의 문구로 수험생들을 현혹하면서 비싼 값의 교재구입만 부추겨 수험생들을 울리고 있다. ●교재 구입비만 40만~60만원 4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지난 한해 동안 신고된 민간자격증 관련 피해사례는 3850건으로 집계됐다.지난 2002년 3493건에서 10% 정도 증가한 것이다.소보원 관계자는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민간자격증 교재 판매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신고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는 10∼20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피해 사례들은 민간자격증이 국가의 공인을 받은 것으로 잘못 알고 교재를 구입한 것이다.20대의 오모(여·서울 동작구)씨는 지난해 7월 의약정보관리사 자격증을 광고하는 e메일을 보고 교재와 강의CD를 55만원에 구입했다가 피해를 봤다.오씨는 “약속한 강의CD가 배달되지 않은 것은 물론 광고가 과장됐다는 것을 알고 환불을 요구했으나 업체측은 이후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모(41·인천시)씨도 공인자격증으로 잘못 알고 자동차관리사 교재를 48만원에 구입했다가 피해를 입은 케이스.이씨는 “자동차관리사가 민간자격일 뿐 더러 영업을 위해서는 다른 자격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황당했다.”고 털어놨다. ●“민간자격증 광고에 속지마세요” 수험생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보건복지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노인복지사 광고 주의보를 홈페이지에 실었다.안내문은 “노인복지사 자격증이 국가자격도 공인자격도 아닌 신설된 민간자격증에 불과하다.”면서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자격증 교재 통신판매업체는 버젓이 광고를 계속하고 있다.이들 업체는 지난 달부터 중앙일간지에 노인복지사 자격증이 신설됐다는 광고를 내면서 ‘노동부에서 분류한 21세기 복지분야 유망직종’,‘취업난과 관계없이 취직보장’이라는 등의 과장광고로 수험생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자격증 관련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데 노인복지사 자격증이 도움이 되겠느냐.”는 등의 상담도 잇따른다.복지부에도 “업체에서는 노인복지사 자격증이 곧 공인된다는데 사실이냐.”는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체 측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광고가 직접적으로 공인자격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공인자격으로 인식하게끔 교묘하게 포장해 제재를 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민간자격증 관리 허술 민간자격 관련 업체의 허위과장 광고가 계속되는 이유는 민간자격증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이다.지난 1997년 제정된 자격기본법에 따라 민간자격증은 법인,단체,개인 등 누구나 신설해 운영할 수 있다.해당부처가 지도관리해야 하지만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민간자격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교육부는 자격기본법을 개정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교육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관련업체가 민간자격증을 광고할 때 ‘민간자격증’임을 명시하고 관리주체를 분명히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다.허위광고를 할 경우 벌금 또는 징역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러나 “민간자격의 자율화는 의상,이·미용 등의 전문분야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추진됐다.”면서 “무형문화재,명장처럼 일종의 민간자격으로서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많아 자격증 자율화는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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