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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 이야기] 매화차

    남도에 매화가 한창이라는 소식이 봄바람을 타고 와 코끝을 유혹한다.꽃차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매화차에 대해서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그만큼 매화차는 향이 풍부하고 깊다. 매화차는 향도 좋지만 마시면 무엇보다 머리가 맑아진다.선비들이 매화차를 즐겨마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또 피부를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 주며 기미·주근깨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이밖에도 매화차는 해독,해열,이뇨 작용을 한다. 청매화,홍매화 모두 차로 마실 수 있지만 청매화의 향기 더 그윽하고 깊다.꽃을 따서 그대로 찻잔에 띄우거나 증기에 살짝 찐 다음 마시면 된다.90℃ 이상의 뜨거운 물에 우려내야 한다. 나길회기자 ■ 도움말 신성숙 차가람 대표˝
  • [무슨 영화 볼까]

    송환 장르/예매율 다큐멘터리 / 1.0%(12세) 감독/배우는 김동원/조창손·김선명·김영식 어떤 줄거리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과 애환을 일지처럼 보여주는 다큐드라마. 이래서 좋아 휴먼드라마보다 사실적인 감동,깊은 여운.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눈이 따끔거릴 정도로 울었습니다.” 아홉살 인생 감독/배우는 드라마 / 1.1%(전체) 장르/예매율 윤인호/김석·이세영·정선경 어떤 줄거리 아홉살짜리 아이들의 우정,사랑,꿈,고민 등을 엮은 성장드라마. 이래서 좋아 어른배우 ‘찜쪄 먹을’ 아역배우들의 감동연기. 이래서 별로 어른 세계를 모방한 듯한 대사,설정들. 홈피 반응은 “보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맹부삼천지교 감독/배우는 코미디 / 2.1%(15세) 장르/예매율 김지영/조재현·손창민·소이현 어떤 줄거리 아들을 일류대로 보내려는 무지렁이 아버지의 맹목적 부성애. 이래서 좋아 조재현의 좌충우돌 연기에 웃다가 울다가. 이래서 별로 토사물 등 코미디 단골소재 이젠 지겨워…. 홈피 반응은 “학벌위주의 사회는 없어져야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감독/배우는 전쟁액션 / 4. 4%(15세) 장르/예매율 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 6·25전쟁을 배경으로 ‘전우’가 돼버린 형제. 이래서 좋아 ‘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 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쟁영화” 저지걸 장르/예매율 로맨틱드라마 / 4.5%(15세) 감독/배우는 케빈 스미스/벤 애플렉·리브 타일러·라 카스트로 어떤 줄거리 출세지향주의 가장,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다. 이래서 좋아 벤 애플렉의 모성애 자극하는 홀아비 연기. 이래서 별로 예상가능한 로맨스,빤한 해피엔딩. 홈피 반응은 “…” 바람의 전설 장르/예매율 드라마 / 11.2%(15세) 감독/배우는 박정우/이정재·박솔미·김수로 어떤 줄거리 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 이래서 좋아 온갖 종류의 사교춤들이 선보이는 ‘댄스의 성찬’. 이래서 별로 ‘제비’와 ‘춤꾼’의 차이,끝까지 헷갈리네. 홈피 반응은 “행복하고 가슴이 묵직해지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장르/예매율 종교드라마 / 60.7%(15세) 감독/배우는 멜 깁슨/제임스 카비젤·모니카 벨루치·클로디아 게리니 어떤 줄거리 나사렛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묘사한 드라마. 이래서 좋아 성경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내러티브. 이래서 별로 눈을 질끈 감고 싶을 만큼 참혹한 장면들. 홈피 반응은 “나를 열렬한 신자로 만들어준 고마운 영화” 어린 신부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 / 13.1%(12세) 감독/배우는 김호준/김래원·문근영 어떤 줄거리 여고 1년생과 바람둥이 대학생의 신혼일기. 이래서 좋아 참신한 설정,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운 문근영. 이래서 별로 그들은 왜 무조건 시키는 대로 결혼했을까. 홈피 반응은 “순정만화 같은 재미,아쉬운 마무리”˝
  • [책꽂이]

    ●젊은 대지를 위하여(현기영 지음,화남 펴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으로 재직 중인 작가의 에세이집.80년대부터 자신의 소시민성과 맞서 고민한 의식의 흐름을 38편의 글에 담았다.뜨겁던 시대정신을 돌아보고 오늘의 지혜를 얻자고 역설한다.9000원. ●1920년대 초기 시의 이념과 미학(조영복 지음,소명출판 펴냄) ‘창조’‘폐허’‘백조’등 동인지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단순히 서구 문예사조의 모방이 아니라 초기 아나키즘의 영향 아래 혁명적 이념과 근대 문예의 미학적 이념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설명한다.1만 7000원. ●프로페셔널(이원호 지음,은행나무 펴냄) 스포츠서울에 연재된 소설.조직세계에 몸담았다가 죽은 형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파헤치는 특전사 중사의 이야기.인간들의 권력·야망욕과 암흑가의 냉혹한 생존 경쟁 등을 그린다.모두 3권,각권 8500원. ●사이키 멘탈(홍재규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베스트셀러 ‘야인’의 작가가 낸 장편. 한 여학생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모티프로 다양한 인간이 물고 물리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었다. 모두 3권,각권 8500원. ●체호프와 그의 시대(A P 추다코프 지음,강명수 옮김,소명출판 펴냄) 체호프의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예술세계를 본격 분석한 연구서.푸슈킨,톨스토이·고골·투르게네프 등 ‘러시아 황금기 문학’이라 불리는 19세기 작가들과의 비교를 통해 체호프 문학의 독창성을 드러낸다.2만원. ●궁지(위스망스 지음,손경애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 세기말의 우울함을 탁월하게 그린 프랑스 소설가의 중단편집.부르주아 계급의 추악함과 탐욕을 드러낸 표제작과 자전적 소설 ‘등짐’ 등에서 당대의 시대 정신을 민감하게 포착한다.6000원. ●왕이 되고 싶은 사나이(루디야드 키플링 지음,김정우 옮김,함께읽는책 펴냄) ‘정글북’을 지은 작가의 작품으로 국내 첫 번역1800년대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에서 왕이 되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두 떠돌이 젊은이의 삶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냉소적으로 형상화.7500원.˝
  • [서울광장] 누가 쿠데타를 꿈꾸는가/강석진 논설위원

    난장(亂場)은 난장이다.불법정치자금 수사로 뜨거워지던 정치적 공방이 탄핵을 전후해 열전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쿠데타 발언까지 나왔다. 시간이 흘렀으니 기억을 되짚어 보자.이화여대 김용서 교수는 지난달 30일 한국해양전략연구원이 주최한 강연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성립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은 군부 쿠데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폭탄 발언’을 투척했다.김 교수의 발언은 실언이 아닌 것 같다.강연문을 보면 현실 진단,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약점과 강점의 분석,‘작전 계획’의 수립 등 체계적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설득하려는 시도가 역연하게 읽힌다. 많은 논자들은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말한다.정색하고 비판할 가치조차 없다고 무시하는 사이 사태는 문어 광주리 넘듯 슬슬 넘어가고 있다. 쿠데타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누가 꿈꾸는가. 쿠데타 등 정변에 대한 정치학계의 연구는 결정론과 선택론으로 나뉜다.우리나라에서도 주요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던 관료적 권위주의체제 이론 등이 결정론적이다.산업화 과정에서 외환고갈,분배갈등으로 정치·경제 위기가 초래되면,지속적인 산업화(산업화의 심화)를 위해 재계와 군부가 결탁해 권위주의체제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선택론은 여건이 비슷하다고 꼭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쿠데타 행위자들의 선택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쿠데타 세력이 ‘국가 안보’,‘경제 발전’등의 명분을 내세우지만,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쿠데타 주역들이 거사전 제거 위기에 몰린 사실이라고 밝힌 실증적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논자에 따라서는 두 번,세 번,심지어 네 번까지 꼽는 이들도 있다.5·16,12·12 사태는 꼭 들어가는데 거사전 박정희·전두환 장군이 모두 옷을 벗거나 좌천될 위기에 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선택론이 발발 원인 설명에 꽤 도움이 되는 셈이다. 경제가 악화되면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이 도지곤 한다.하지만 쿠데타가 결정적으로 일어났든 선택적으로 일어났든,사회적 손실과 후유증은 깊고 길게 남는다.차별은 학살을 낳는다는 말을 상기시켜 주는 24년전의 학살극도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쿠데타를 입에 올리지 못했다.김 교수의 발언이 느닷없고 섬뜩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김 교수의 쿠데타 발언 바로 다음날,그러니까 3월31일은 40년전인 1964년 브라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던 날이다.21년간 브라질을 통치한 군정은 세계 최대 규모의 외채,잔혹한 인권 유린,극심한 빈부 격차를 남긴 채 사라졌다.아르헨티나,칠레 등도 쿠데타 후유증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정보화와 국제화가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군부가 등장한다고 경제가 갑자기 발전할 가능성도 없다. 우리 사회는 쿠데타를 필요로 하는가.대답은 ‘절대로 아니다.’이다.보수 세력 쪽에서는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탄핵반대 세력도 법을 무시하고,헌법 절차나 법 집행을 다중의 위력으로 저지하지 않느냐고.그러나 경직화된 힘의 사용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시대의 흐름이 마뜩치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야지,군부를 유혹해서는 안 된다.아무 소용없이 그들 자신과 나라,국민 모두를 도탄에 빠트릴 뿐이다.보수 세력은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쿠데타 발언을 먼저 비판해야 한다.쿠데타 선동은 길거리 시위보다 훨씬 더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파괴하는,부질없는 불장난일 뿐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영화 뺨치는 CF

    광고가 영화의 한 장면을 빌려쓰고 영화속 커플이 광고에도 그대로 등장하는 등 광고와 영화의 만남이 줄을 잇는 가운데 광고제작도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태극기 휘날리며’ 등 블록버스터 한국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맛’을 만족시키려면 어지간한 세트로는 어림도 없다. 대우자판 건설부문의 ‘이안’아파트 최신 광고에 등장하는 울창한 숲은 경기도 파주의 영화촬영 스튜디오인 ‘아트서비스’에서 탄생했다. 모델 김희선보다 10배는 커 보이는 높이 6m가 넘는 거목들을 제작하는데만 1억원이 넘게 들었다.시냇물을 끌어오고 인공연못에 수십마리의 물고기를 풀어놓느라 세트 제작에만 보름 이상 걸렸고 제작비도 2억원이나 투입됐다. 숲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냇물은 초대형 양수기에서 뽑아올린 물을 100m짜리 호스를 통해 공급했다.멀리 보이는 나무들은 제작이 아닌 15m의 스크린을 통해 구현됐다. 인공숲에 걸맞은 세트를 찾기 위해 제작진은 국내의 모든 CF 세트장을 찾아 헤맸지만 적당한 크기를 찾지 못해 영화촬영장으로 장소를 변경했다.아트서비스는 농구경기장만한 초대형 세트였지만 난방이 고장나 얇은 원피스만 입은 김희선이 2월의 혹한에 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광고대행사인 코래드 관계자는 “아파트 내부에 숲을 옮겨놓다 보니 엄청난 제작비가 들었지만 ‘이안(아파트 안)’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사실감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호주 아발론 공항에서 촬영된 한국타이어 광고 세트도 영화 못지않은 규모로 준비됐다.보안에 부쳐진 세트 제작비는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 제작 기술팀이 가로 54m,높이 18m 크기의 ‘하프파이프’를 2주에 걸쳐 만들었다.이 정도 크기의 하프파이프를 소화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부득이 공항에 설치했다.세계스케이트보드연맹이 이 세트장에서 실제 대회를 열어 보고 싶어할 정도로 초대형 하프파이프는 눈길을 끌었다. 촬영도 영화 못지않게 어려웠다.광고속에서는 모델이 두 팔을 펴고 여유를 즐기고 있지만 3000㏄짜리 컨버터블을 18m 높이까지 몰고 올라간 주인공은 차 안에서 최대한 몸을 구부린 스턴트맨이었다.그는 영화 촬영 도중 한쪽 다리를 잃고도 여전히 ‘이 바닥’을 떠나지 않는 진정한 프로. 세트 못지않게 특수효과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침팬지와 곰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카프리 광고의 힘은 컴퓨터그래픽과 특수분장에서 나왔다. ‘마카레나’ 춤을 신나게 추는 침팬지는 동물 모델을 전문적으로 촬영해 보관해 놓은 자료화면을 사서 침팬지의 동작을 연결시키고 그래픽을 사용해 춤추는 모습으로 바꿔놓았다.‘개다리’ 춤을 추는 회색곰은 곰의 탈(Mock up·사람이 안에 들어가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든 모형)을 쓴 사람이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은 “광고 화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데다 광고주들도 제대로 된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제작비를 아끼지 않기 때문에 ‘영화 못지않은 광고’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송환 장르/예매율 다큐멘터리 / 0.8%(12세) 감독/배우는 김동원/조창손·김선명·김영식 어떤 줄거리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과 애환을 일지처럼 보여주는 다큐드라마. 이래서 좋아 휴먼드라마보다 사실적인 감동,깊은 여운.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 ●폴리와 함께 장르/예매율 로맨틱 코미디 / 1.3%(15세) 감독/배우는 존 햄버그/벤 스틸러·제니퍼 애니스톤 어떤 줄거리 성격이 완전 딴판인 남녀의 엎치락뒤치락 사랑이야기. 이래서 좋아 드라마의 결점을 덮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이래서 별로 진부한 웃음코드,빤히 읽히는 내용전개. 홈피 반응은 “…” ●아홉살 인생 장르/예매율 드라마 / 1.6%(전체) 감독/배우는 윤인호/김석·이세영·정선경 어떤 줄거리 아홉살짜리 아이들의 우정,사랑,꿈,고민 등을 엮은 성장드라마. 이래서 좋아 어른배우 ‘찜쪄 먹을’ 아역배우들의 감동연기. 이래서 별로 어른 세계를 모방한 듯한 대사,설정들. 홈피 반응은 “보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맹부삼천지교 장르/예매율 코미디 / 2.2%(15세) 감독/배우는 김지영/조재현·손창민·소이현 어떤 줄거리 아들을 일류대로 보내려는 무지렁이 아버지의 맹목적 부성애. 이래서 좋아 조재현의 좌충우돌 연기에 웃다가 울다가. 이래서 별로 토사물 등 코미디 단골소재 이젠 지겨워…. 홈피 반응은 “학벌위주의 사회는 없어져야 한다!” ●마지막 늑대 장르/예매율 코믹액션 / 3.0%(15세) 감독/배우는 구자홍/양동근·황정민 어떤 줄거리 놀고 싶은 형사와 일하고 싶은 순경의 동상이몽 해프닝. 이래서 좋아 강원도 산골이 배경인 ‘무공해 자연주의’ 액션. 이래서 별로 질릴 것 같은 양동근의 어눌한 말투와 표정연기. 홈피 반응은 “스웨덴 영화 ‘캅스’랑 너무 비슷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장르/예매율 전쟁액션 / 3.3%(15세) 감독/배우는 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 6·25전쟁을 배경으로 ‘전우’가 돼버린 형제. 이래서 좋아 ‘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 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쟁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장르/예매율 종교드라마 / 68.7%(15세) 감독/배우는 멜 깁슨/제임스 카비젤·모니카 벨루치·클로디아 게리니 어떤 줄거리 나사렛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묘사한 드라마. 이래서 좋아 성경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내러티브. 이래서 별로 눈을 질끈 감고 싶을 만큼 참혹한 장면들. 홈피 반응은 “…” ● 어린 신부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 / 18.1%(12세) 감독/배우는 김호준/김래원·문근영 어떤 줄거리 여고 1년생과 바람둥이 대학생의 신혼일기. 이래서 좋아 참신한 설정,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운 문근영. 이래서 별로 그들은 왜 무조건 시키는 대로 결혼했을까. 홈피 반응은 “순정만화 같은 재미,아쉬운 마무리”˝
  • [씨줄날줄] 불패신화/오풍연 논설위원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아테나(Athena)는 백전불패의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다.어깨 부근에는 항상 올빼미를 데리고 다녔다.처녀 아테나는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수호신이기도 했다.철옹성을 구축했던 것이다.이 때문에 여러 도시의 수호신으로 숭배를 받았다. 영화 동방불패의 원전은 중국 무협지 대가 김용(金庸)의 ‘소오강호’.야망과 성취욕이 강해 간계를 써서 교주를 죽이고 스스로 그 자리에 오른다.소설이 탄생시킨 캐릭터로 패배를 모른다.홍콩 배우 임청하는 불꽃같은 중성연기를 펼쳐 일약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우리는 불패신화라는 말을 자주 듣고 쓴다.특히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좌우명으로 삼기도 한다.전쟁과 운동 경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한 나폴레옹의 명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기록은 깨지기 마련이고,신화는 막을 내린다.도저히 넘볼 수 없는 기록들도 하나하나 경신된다.100년 역사의 미국 프로야구에는 각종 진기록들이 많다.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안타(1941년),헹크 아론의 715 홈런,피트로즈의 4256 안타,베리본즈의 73호 홈런(2001년) 등….다만 투수 사이 영의 512승은 당분간 깨기 어려울 듯하다. 남자 배구에서 ‘77연승’을 달리던 삼성화재가 그제 무너졌다.현대캐피탈에 일격을 당한 것이다.3대2로 승리를 거두는 순간 현대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고,삼성 선수들은 망연자실해 했다.삼성의 연승기록은 1177일만에 중단됐다.삼성에는 신진식 김세진이라는 국내 최고의 스타가 있다.무적함대를 이끌던 그들도 패배 앞에서는 고개를 떨구었다. 불패신화가 깨졌는 데도 코트 밖에서는 아름다운 우정이 피어났다.삼성 신치용 감독과 현대 김호철 감독은 40년 지기.‘냉혹한 승부사’인 신 감독은 “언젠가 질 줄 알았다.김호철 감독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패장의 감정을 추슬렀다.올 시즌 9번째 대결에서 승리를 맛본 김 감독은 “미안하면서도 기쁘다.”고 감격해 했다.앞으로도 두 감독이 멋진 승부를 펼치면서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6)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6)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上)

    문익점(文益漸,1329-1398).‘원나라에서 목화 종자를 들여와 헐벗고 살던 겨레붙이들에게 옷을 입도록 한 것은 농사를 시작하여 굶주리지 않게 한 후직(后稷)의 잊을 수 없는 은혜와 같다’는 시로 문익점을 찬양한 사람은 남명 조식 선생이다. 문익점은 우리 겨레가 무명옷을 입는 문화를 열고,명주와 모시,삼베옷 밖에 없었던 옛사람들에게 비로소 나라가 무엇이며,학자나 배우는 자는 뭘 하는 사람들이며,가진 이와 지도자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없는 말로 깨닫게 해준 스승이다. ●모진추위에 얼어죽은 사람들이 곳곳에 해마다 가을 추수 무렵이면 이듬해 초봄까지 약 여섯 달 동안은 쌀쌀하고 추운 날이 많다.전체 인구의 8할이 넘는 서민들에게 겨울철은 징역살이보다 무서운 지독한 고통의 날들이었다.추위를 막아줄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명주베가 있기는 했으나 그 양이 지극히 적은데다 왕실이나 귀족,일정 품계 이상의 직위를 가진자들만 입을 수 있도록 법이 정해져 있어서 서민들은 함부로 명주옷을 입기 어려웠다. 삼베옷과 모시옷은 더위를 막아주는 옷이어서 아무리 여러 겹을 껴입어도 한겨울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그래서 겨울철이면 서민들이 사는 마을에는 나다니는 사람이 드물었고,모진 추위가 엄습하고 나면 곳곳에서 얼어죽는 사람들이 뒹굴었다.지옥의 날들이었다.어느 왕도 이 불우한 서민들의 얼어죽는 삶을 구원하지 못했고,어떤 부자,어떤 높은 벼슬아치나 학자도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얼어죽는 서민들의 참상을 바라볼 뿐이었다.기껏해야 시 구절 몇 자 써서 남겼을 뿐이다.이토록 참혹한 서민들의 얼어 죽는 역사 천여 년 뒤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명베 옷을 입고 세상과 이웃을 더욱 사랑하며 살도록 해준,또 한 번의 천년 역사를 연 것이 문익점이다. 이 땅의 지도자라는 이들이 한결같이 제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역사와 민중에게 저지른 과오를 참회하기는 커녕 회피와 궤변으로 더욱 더 자리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가는 요즘,문익점은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자 그리운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문익점이 목화 재배 처음 성공해 그리하여 오늘은 문익점이 태어나 살았고,그의 은공을 기리는 도천서원(道川書院),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목화를 시험 재배했던 시배지(始培地)가 있는 경남 산청으로 길을 떠난다. “오늘날은 심심하여 베틀 연장이나 챙겨볼까 베틀다리 사형제는 동서남북 갈라서고 앉을깨는 돋움 놓아 그 위에 앉은 이는 모두 각시 상경하고 말코라고 생긴 것은 구렁이 죽은 넋일는지 뚤뚤 감고 나자빠졌네. 부티 허리 두른 양은 비오고 갤 날 허리 안개 두르듯 자질개 물 준 양은 세우 살살 뿌린듯네 다문다문 주는 최활 북두칠성 주는듯네. 배부른 기러기 알을 안고 옥양강을 드나들고 바디집 깡깡 치는 소리 옥양이라 깨치듯네. 잉앗대는 삼형제요 눌깃대는 독자로다 삼발 났다 저 비경이 삼천군사 거느리고 커다란 대한 길에 하늘하늘 잘도 간다. 용두머리 우는 소리 홀로 가는 외기러기 벗 부르는 소린듯네 쿵절쿵 도투마리 정절쿵 일어남서 배이볕에 듯는 양은 구사월 세단풍 나뭇잎 들는듯네 절로 굽는 저 철귀신 사시춘풍 사시절에 큰애기 발꿈치만 물고 돈다.” 경상도 산청지방에 전해지는,문학적 구성이 매우 뛰어난 베틀노래다.베틀 각 부분 명칭과 기능이 적절한 비유를 통해 잘 드러나 있고,베 짜는 여인과 베틀이 한 몸이 되어 서민들 한의 정서를 절묘한 은유로 노래하고 있다.무명베 올이 곱고 가늘수록 베짜는 어머니의 마음은 지상의 모순된 제도와 속박을 훨훨 벗어나 천상계의 아름다움을 숨쉬며 날아오른다.베틀 위에서 올올이 짜진 무명베는 천상을 향한 꿈이 소리 없이 날개를 저어 무지개를 불러와 색깔이 되고,해와 달,별과 바람과 구름을 데려와 무늬를 새기고 질감을 녹여 넣은 것이다. 무명베는 곧 어머니께서 꾸는 꿈의 몸인 것이다.어머니로 하여금 이같은 베틀노래를 부르면서 설움과 고난도 잊은 채 베를 짜서 부모님과 식구들 옷을 지어 입히고,자식들 혼수도 장만하고,살림 밑천도 마련하는 베틀의 역사를 존재하게 한 것이 문익점 선생이었다. ●서장관으로 뽑혀 원나라 방문 선생이 목화가 재배되고 있던 원나라를 여행하게 된 것은 1363년이었다.1360년에 과거에 합격하여 세 해 뒤엔 사간원좌정언(司諫院左正言)이 되었는데,이 해에 서장관(書狀官)으로 뽑혀 원나라에 가게 되었다.원나라 방문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은 기록관이다.선생은 윗전인 정사(正使),부사(副使)를 수행하는 지위였다. 선생 일행이 원나라 연경(燕京)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그 일의 핵심에는 고려의 왕족이자 충선왕의 셋째 아들로 알려진 덕흥군(德興君)과 원나라 황제인 순제(順帝)의 황후가 된 고려 출신 기황후(寄皇后),고려를 배반하고 원나라로 망명한 최유(崔濡) 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매우 복잡하고 저속한 반역행위의 원인은 덕흥군을 이용하려는 고려 출신 여인이자 변신의 천재였던 기황후에게 있었다.덕흥군은 그를 낳아준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인데,다만 충선왕이 내친 어느 궁녀가 원나라 사람에게 출가하여 낳았다는 설이 있지만 그가 과연 충선왕의 아들인지도 확실치 않다.불우한 몸으로 일찍이 고려에서 승려가 되었으며 1351년 공민왕이 즉위하자 원나라로 도망갔다.공민왕은 그간의 원나라 노예국으로 지내온 고려의 정치적 위상을 고쳐잡기 위하여 1356년 반원개혁(反元改革)을 단행했다. 이 개혁정책은 그때 원나라 순제의 총애를 받으면서 놀랍게도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기황후의 친정 오라버니이자 고려의 원나라의 속국으로 만들어 가려는 기철(寄轍) 일파를 숙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철 일파가 공민왕에 의하여 죽게 되자 기철의 누이 기황후는 공민왕을 원망하면서 보복할 것을 음모했다.이 음모를 도운 자가 원나라로 망명해 있던 최유였다.최유는 고려 공민왕이 불경스럽게도 군사를 일으켜 원나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음모를 꾸며서 기황후로 하여금 순제에게 일러바치도록 했다. 기황후와 최유는 미리 공민왕을 제거하기 위한 책략까지 준비한 뒤였다.덕흥군이 비록 충선왕의 아들임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려 왕족 출신임은 분명하므로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삼고 원나라 군사를 이용하여 고려를 정벌하자는 것이었다. 뜻대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기황후는 고려를 보다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고,최유 또한 고려를 손 안에 틀어 쥐고 권력을 맘대로 휘두를 수 있을 터였다. ●기황후 계략에 빠져 유배당해 기황후의 교태에 푹 빠져 살던 순제는 기황후의 말대로 믿었다.즉시 덕흥군을 고려의 왕으로 옹립하여 공민왕을 축출하라는 뜻을 내렸다. 일이 그 지경으로 되어 있을 때 선생 일행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던 것이다.선생 일행의 인사를 받은 순제는 기황후의 권유대로 선생 일행에게 벼슬을 내리면서 덕흥군을 새로운 왕으로 모실 것을 명령했다. 선생에게는 외부시랑(外部侍郞)이란 높은 벼슬을 내리면서 덕흥군의 신하가 되어 충성하라는 것이었다.선생은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했다.자신은 고려의 신하이지 원나라의 신하가 아니며 고려 공민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덕흥군을 새로운 고려의 왕으로 옹립하는 데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선생의 충절이 순제의 눈에는 죄가 되는 장면이다.결국 순제는 괘씸죄를 적용하여 선생을 연경에서 남쪽으로 만리나 떨어진 운남성 교주국으로 유배시켜버렸다.지금의 베트남 국경 부근으로 유배를 당한 선생의 심정은 몹시 착잡했다.죽게될지,살아서 고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6)그리운 사람 그리운 이름,문익점(上)

    문익점(文益漸,1329-1398).‘원나라에서 목화 종자를 들여와 헐벗고 살던 겨레붙이들에게 옷을 입도록 한 것은 농사를 시작하여 굶주리지 않게 한 후직(后稷)의 잊을 수 없는 은혜와 같다’는 시로 문익점을 찬양한 사람은 남명 조식 선생이다. 문익점은 우리 겨레가 무명옷을 입는 문화를 열고,명주와 모시,삼베옷 밖에 없었던 옛사람들에게 비로소 나라가 무엇이며,학자나 배우는 자는 뭘 하는 사람들이며,가진 이와 지도자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없는 말로 깨닫게 해준 스승이다. ●모진추위에 얼어죽은 사람들이 곳곳에 해마다 가을 추수 무렵이면 이듬해 초봄까지 약 여섯 달 동안은 쌀쌀하고 추운 날이 많다.전체 인구의 8할이 넘는 서민들에게 겨울철은 징역살이보다 무서운 지독한 고통의 날들이었다.추위를 막아줄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명주베가 있기는 했으나 그 양이 지극히 적은데다 왕실이나 귀족,일정 품계 이상의 직위를 가진자들만 입을 수 있도록 법이 정해져 있어서 서민들은 함부로 명주옷을 입기 어려웠다. 삼베옷과 모시옷은 더위를 막아주는 옷이어서 아무리 여러 겹을 껴입어도 한겨울 추위를 막아주지는 못한다.그래서 겨울철이면 서민들이 사는 마을에는 나다니는 사람이 드물었고,모진 추위가 엄습하고 나면 곳곳에서 얼어죽는 사람들이 뒹굴었다.지옥의 날들이었다.어느 왕도 이 불우한 서민들의 얼어죽는 삶을 구원하지 못했고,어떤 부자,어떤 높은 벼슬아치나 학자도 도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얼어죽는 서민들의 참상을 바라볼 뿐이었다.기껏해야 시 구절 몇 자 써서 남겼을 뿐이다.이토록 참혹한 서민들의 얼어 죽는 역사 천여 년 뒤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명베 옷을 입고 세상과 이웃을 더욱 사랑하며 살도록 해준,또 한 번의 천년 역사를 연 것이 문익점이다. 이 땅의 지도자라는 이들이 한결같이 제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역사와 민중에게 저지른 과오를 참회하기는 커녕 회피와 궤변으로 더욱 더 자리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가는 요즘,문익점은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자 그리운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문익점이 목화 재배 처음 성공해 그리하여 오늘은 문익점이 태어나 살았고,그의 은공을 기리는 도천서원(道川書院),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목화를 시험 재배했던 시배지(始培地)가 있는 경남 산청으로 길을 떠난다. “오늘날은 심심하여 베틀 연장이나 챙겨볼까 베틀다리 사형제는 동서남북 갈라서고 앉을깨는 돋움 놓아 그 위에 앉은 이는 모두 각시 상경하고 말코라고 생긴 것은 구렁이 죽은 넋일는지 뚤뚤 감고 나자빠졌네. 부티 허리 두른 양은 비오고 갤 날 허리 안개 두르듯 자질개 물 준 양은 세우 살살 뿌린듯네 다문다문 주는 최활 북두칠성 주는듯네. 배부른 기러기 알을 안고 옥양강을 드나들고 바디집 깡깡 치는 소리 옥양이라 깨치듯네. 잉앗대는 삼형제요 눌깃대는 독자로다 삼발 났다 저 비경이 삼천군사 거느리고 커다란 대한 길에 하늘하늘 잘도 간다. 용두머리 우는 소리 홀로 가는 외기러기 벗 부르는 소린듯네 쿵절쿵 도투마리 정절쿵 일어남서 배이볕에 듯는 양은 구사월 세단풍 나뭇잎 들는듯네 절로 굽는 저 철귀신 사시춘풍 사시절에 큰애기 발꿈치만 물고 돈다.” 경상도 산청지방에 전해지는,문학적 구성이 매우 뛰어난 베틀노래다.베틀 각 부분 명칭과 기능이 적절한 비유를 통해 잘 드러나 있고,베 짜는 여인과 베틀이 한 몸이 되어 서민들 한의 정서를 절묘한 은유로 노래하고 있다.무명베 올이 곱고 가늘수록 베짜는 어머니의 마음은 지상의 모순된 제도와 속박을 훨훨 벗어나 천상계의 아름다움을 숨쉬며 날아오른다.베틀 위에서 올올이 짜진 무명베는 천상을 향한 꿈이 소리 없이 날개를 저어 무지개를 불러와 색깔이 되고,해와 달,별과 바람과 구름을 데려와 무늬를 새기고 질감을 녹여 넣은 것이다. 무명베는 곧 어머니께서 꾸는 꿈의 몸인 것이다.어머니로 하여금 이같은 베틀노래를 부르면서 설움과 고난도 잊은 채 베를 짜서 부모님과 식구들 옷을 지어 입히고,자식들 혼수도 장만하고,살림 밑천도 마련하는 베틀의 역사를 존재하게 한 것이 문익점 선생이었다. ●서장관으로 뽑혀 원나라 방문 선생이 목화가 재배되고 있던 원나라를 여행하게 된 것은 1363년이었다.1360년에 과거에 합격하여 세 해 뒤엔 사간원좌정언(司諫院左正言)이 되었는데,이 해에 서장관(書狀官)으로 뽑혀 원나라에 가게 되었다.원나라 방문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은 기록관이다.선생은 윗전인 정사(正使),부사(副使)를 수행하는 지위였다. 선생 일행이 원나라 연경(燕京)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그 일의 핵심에는 고려의 왕족이자 충선왕의 셋째 아들로 알려진 덕흥군(德興君)과 원나라 황제인 순제(順帝)의 황후가 된 고려 출신 기황후(寄皇后),고려를 배반하고 원나라로 망명한 최유(崔濡) 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매우 복잡하고 저속한 반역행위의 원인은 덕흥군을 이용하려는 고려 출신 여인이자 변신의 천재였던 기황후에게 있었다.덕흥군은 그를 낳아준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인물인데,다만 충선왕이 내친 어느 궁녀가 원나라 사람에게 출가하여 낳았다는 설이 있지만 그가 과연 충선왕의 아들인지도 확실치 않다.불우한 몸으로 일찍이 고려에서 승려가 되었으며 1351년 공민왕이 즉위하자 원나라로 도망갔다.공민왕은 그간의 원나라 노예국으로 지내온 고려의 정치적 위상을 고쳐잡기 위하여 1356년 반원개혁(反元改革)을 단행했다. 이 개혁정책은 그때 원나라 순제의 총애를 받으면서 놀랍게도 황후의 자리에까지 오른 기황후의 친정 오라버니이자 고려의 원나라의 속국으로 만들어 가려는 기철(寄轍) 일파를 숙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철 일파가 공민왕에 의하여 죽게 되자 기철의 누이 기황후는 공민왕을 원망하면서 보복할 것을 음모했다.이 음모를 도운 자가 원나라로 망명해 있던 최유였다.최유는 고려 공민왕이 불경스럽게도 군사를 일으켜 원나라를 침공하려 한다는 음모를 꾸며서 기황후로 하여금 순제에게 일러바치도록 했다. 기황후와 최유는 미리 공민왕을 제거하기 위한 책략까지 준비한 뒤였다.덕흥군이 비록 충선왕의 아들임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려 왕족 출신임은 분명하므로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삼고 원나라 군사를 이용하여 고려를 정벌하자는 것이었다. 뜻대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기황후는 고려를 보다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고,최유 또한 고려를 손 안에 틀어 쥐고 권력을 맘대로 휘두를 수 있을 터였다. ●기황후 계략에 빠져 유배당해 기황후의 교태에 푹 빠져 살던 순제는 기황후의 말대로 믿었다.즉시 덕흥군을 고려의 왕으로 옹립하여 공민왕을 축출하라는 뜻을 내렸다. 일이 그 지경으로 되어 있을 때 선생 일행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던 것이다.선생 일행의 인사를 받은 순제는 기황후의 권유대로 선생 일행에게 벼슬을 내리면서 덕흥군을 새로운 왕으로 모실 것을 명령했다. 선생에게는 외부시랑(外部侍郞)이란 높은 벼슬을 내리면서 덕흥군의 신하가 되어 충성하라는 것이었다.선생은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했다.자신은 고려의 신하이지 원나라의 신하가 아니며 고려 공민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덕흥군을 새로운 고려의 왕으로 옹립하는 데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선생의 충절이 순제의 눈에는 죄가 되는 장면이다.결국 순제는 괘씸죄를 적용하여 선생을 연경에서 남쪽으로 만리나 떨어진 운남성 교주국으로 유배시켜버렸다.지금의 베트남 국경 부근으로 유배를 당한 선생의 심정은 몹시 착잡했다.죽게될지,살아서 고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 “천국 가고싶어 자폭테러 결심” 팔 ‘폭탄소년’ 충격 진술

    “엄마 생각이 났어요.엄마는 화나면 몸이 아픈데….지금 몹시 화났을 거예요.”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의 암살 직후인 지난 24일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 남부의 이스라엘군 초소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려다 검문에 붙잡힌 16세 팔레스타인 소년 후삼 압도.폭탄띠를 두르고 길 한가운데 겁먹은 눈으로 서 있던 압도의 모습은 TV를 통해 전세계로 방영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특히 10대나 여성이 자폭테러를 감행한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이의 증언은 드물어 관심이 집중됐다. 왜소한 체격 때문에 체포 당시 10세 정도로 알려졌던 압도는 ‘죽으러 가면서 무슨 생각이 났느냐.’는 이스라엘 병사의 질문에 “엄마”라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소년이 이스라엘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천국에 가고 싶어서 자폭 테러를 결심했다.”고 말했으며 길을 떠나기 전날인 “23일 밤 친구들이 폭탄을 설치해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압도는 24일 아침 어머니 타만(50)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단정하게 이발을 한 뒤 “엄마가 원하는 일은 뭐든지 할 거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폭탄을 두르고 검문소로 걸어갈 땐 죽으면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는 코란을 떠올리니까 두려움이 사라졌다가 군인들 제지를 받고난 뒤 마음이 바뀌었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압도의 얘기는 10대들마저 죽음으로 내모는 테러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압도의 아버지 무하마드는 “어린아이를 자살공격에 나서도록 한 사람들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며 “압도를 유혹한 성인인 자신들이 스스로 자살공격에 나서야 한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의 온건파 지식인들도 비폭력 저항을 호소하고 나섰다.자폭 테러를 순교(殉敎)로 일컫는 팔레스타인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에선 이스라엘 군과 언론 보도가 지나치게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와 예디오트 아하로놋은 각각 “(자폭 테러를 하면) 천국에 가서 72명의 처녀들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학교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해줘 자살을 결심했다.”고 보도했다.키가 작아 “못생긴 난쟁이”라고 놀림을 받았다는 진술도 자폭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로 소개됐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 인터넷판은 25일 몇주 전 압도처럼 나블루스 출신 한 소년이 자폭테러를 시도하려다 붙잡혔을 때도 같은 식으로 보도됐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이를 부인했다며 왜곡 가능성을 제기했다.압도가 붙잡히기 2시간 전부터 TV카메라와 취재진이 초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점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황장석기자 surono@˝
  • 소설가 서영은이 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Christ·새달 2일 개봉)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지난달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에도 유대인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예수에 대한 잔혹한 고문 장면 등으로 거센 논쟁을 낳았다.독실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소설가 서영은씨가 영화를 본 뒤 글을 보내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어둠이 가장 깊은 때 열리는 것은 상징적이다.지상은 단순히 밤이어서 어두운 것이 아니다.사탄이 그분에게 두려움을 부추겨 불순종을 획책함을 암시한다.예수는 하나님이 시키신 일-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라 하신 일을 해야 할 때가 왔음에,심히 두려워하는 자기와 싸우며 기도한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내게서 옮겨주소서.” 예수는 정말 사탄의 시험에 무릎 꿇려는 것일까.홀로 사악한 어둠에 맞서 기도하는 그 몸에서 피땀이 흘러내린다.“하지만 제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드디어 예수가 사탄의 시험을 이기고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며 “준비됐나이다.”했을 때,인류에겐 구원의 문이 열린다. 지금까지 기독교인들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진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신성(神聖-말씀)의 관점에서만 이해해왔다.하지만 그 고난은 말씀이 아닌,육신의 고난이 아니었던가.이 지점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각본을 쓰고 감독한 멜 깁슨의 메시지가 집중된다.영화는 누가복음(22∼24장)에 기록된 사실을 충실히 재현하는데,특히 예수가 심히 매질 당하여 자신이 못박힐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에 이르기까지,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수난의 길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매질로 살점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예수의 육신,무자비하게 채찍을 휘두르는 군졸들의 야만스러운 얼굴,대제사장 가야바의 선동에 흥분한 군중,그 군중이 던지는 돌덩이,예수를 비웃고 조롱하는 금장지팡이와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제사장과 서기관들의 모습이 스크린 전체를 가득 메운다.잔혹한 고문 장면 등은 슬로 동작으로 처리한다. 감독의 메시지를 읽어보자.먼저 총독관저의 뒤뜰.혼절할 만큼 매질을 당한 예수를 병사들이 끌고 나간 뒤 피가 흥건히 고인 바닥에는 예수의 몸이 만든 핏자국이 피륙처럼 펼쳐진다.빌라도의 아내가 가져다준 깨끗한 세마포로,슬피 울고 있던 성모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는 그 핏자국을 닦는다.그저 말없이 경건한 제의를 치르는 듯한 장면은 그 피가 죄없는 예수가 인간의 죄를 피로 산 증거임을 보여준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 가롯 유다가 자살하는 현장에도 감독의 의도는 오롯이 묻어난다.죄책감에 파먹히어 정신분열에 이른 그의 곁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짐승의 시체가 있다.예수가 피값을 내고 그 죄를 사지 아니한 인간의 말로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구더기의 밥일 뿐이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탈진한 예수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짊어지게 된 구레네 사람 시몬의 등장도 의미가 깊다.그는 이리떼처럼 흥분해 날뛰는 구경꾼들을 둘러보며 소리친다.“명심하시오.내겐 죄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시몬은 예수와 함께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힘겹게 골고다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깨닫게 된다.“죄 없다.”한 자신의 죄가 주홍빛처럼 붉어 할 말이 없다는 것을.핍박하는 자의 자리에서 핍박당하는 자리로 옮긴 그가 경악하며 바라본 것은,수난의 길 양쪽에 늘어서 날뛰며 소리치는 인간군상의 포악함과 어리석음이었을 것이다.이 영화는 태초 이래로 하나님을 알지 못한 모든 인간이,예수가 본을 보인 십자가의 길을 따르지 않으면 아비규환에 머물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그것이 영화 속의 예수가 인간의 구원을 위해 몸으로 치러내는 혹독한 고통과 하나로 포개어진 멜 깁슨 자신의 소명이다.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반(反)유대주의와 잔혹한 고문 묘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이는 영화의 의미를 축소한 게 아닐까.단순히 유대인을 비판하기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예수를 부정하는 속성을 은유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나을 성싶다.또 ‘잔혹한 고문’ 장면도 즉자적인 해석으로 보인다.지금까지 신성시하느라 말씀으로만 담고 베일로 가렸던 부분에 ‘상상의 리얼리티’를 부여함으로써 예수가 걸었던 고난의 길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탈진한 예수는 채찍을 맞을 때마다 땅바닥에 엎어지고 쓰러진다.느린 동작으로 스크린을 가득 메운 피투성이 몸은 ‘살아 있는 십자가’다.땅에 누운 그 십자가는 서로 증오하고 모함하고 비난하는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용서의 다리’다.예수가 피로 젖은 자신의 몸으로 인간의 틈새를 이을 때마다,그 자리엔 뉘우침·부끄러움이 싹트고 깨달음이 자란다.때문에 예수의 수난은 고통으로 시작되어 평화와 사랑으로 열매맺는다. 마침내 골고다 언덕.커다란 못으로 십자가에 고정시킨 예수의 몸이 수직으로 세워진다.운명의 시간이 가까워진다.무지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택하신 자 그리스도여든 네 자신을 구원하라.”며 예수를 조롱하고 비방한다.하지만 예수는 운명하기 직전까지도 자기를 핍박한 자들을 위해 기도한다.“아버지여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자기의 하는 짓을 알지 못함이니다.” 이 기도는,고통받은 그의 몸이 수직으로 세워져 하나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 것처럼 부활한 그분이 지금도 성령으로 우리의 죄를 하나님께 중보(仲保)하고 있음을 뜻한다.그리고 그것은 현재형으로 살아 있다.˝
  • [남규철의 DVD 폐인]‘한니발’ 식인장면 볼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DVD타이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일까?아마 심의 도중 특정 장면이 삭제 또는 암전처리되거나 심지어 이 장면 때문에 심의불가로 출시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일 듯.특히 과도한 폭력·잔인한 영상,누드나 음모 노출 등 장면이 온전히 심의를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러나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DVD를 구입하는 이들에겐 ‘원본 훼손’은 참기 어려운 일인지라 마니아들은 외국에서 출시된 ‘무삭제판’을 구해 보기도 한다.그러나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DVD 심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몇 년 동안 심의가 반려된 작품들이 무사히 통과하여 무삭제판으로 출시가 가능하게 된 것.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멋진 작품이 무삭제로 출시된다는 것은 어쨌든 즐거운 소식이다. 다음 타이틀들은 오랫동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출시되지 않았던 작품들 가운데 눈여겨 볼 만한 것들.과도한 고어(gore) 신이나 누드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였다고 하는데….한번 직접 심의해 보시기를. ●한니발 무려 2년간 심의가 나지 않아 출시되지 않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스릴러.잘 알려진 걸작 ‘양들의 침묵’의 속편으로,전작이 개봉된 지 정확히 10년만에 상영되어 흥행면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그러나 ‘너무나 완벽했던’ 전작에 가려 아쉬움도 많았는데 국내 개봉 때에는 주인공의 식인장면을 검게 칠해버려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바로 이 식인장면 때문에 심의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가 최근 무삭제로 심의를 통과하여 햇볕을 보았다.1.85:1의 아나몰픽 와이드화면은 부드러우면서도 안정된 영상을 보여주며,돌비 디지털 5.1채널로 된 오디오트랙 역시 풍부한 서라운드와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다만 부가영상에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무척 아쉽다. 무삭제장면은 잔혹한 영상이어서 비위가 약하신 분이나 가족들이 함께 보기엔 적절하지 않을 듯. ●스위밍 풀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인 프랑수아 오종의 2000년 작품.여인의 성적 환상과 현실이라는 소재를 미스터리 분위기로 그렸다.영화 성격상 전신누드나 음모 노출 등의 장면이 들어 있다.그 덕(?)에 오랫동안 심의가 반려됐으나 최근 무삭제로 출시됐다.아름답고 화사한 프랑스의 풍광을 잘 드러내는 깨끗한 영상과 부드럽고 무난한 사운드가 눈길.문제의 노출장면을 보고 “겨우 이 정도에…”라고 놀랄 분들도 있을 듯. 이밖에 ‘삭제장면’의 대명사인 ‘원초적 본능’도 6번의 심의 끝에 출시됐고,잔인한 폭력장면이 포함된 팀 버튼의 ‘슬리핑 할로우’도 무삭제로 나와있다.‘과도한 폭력’으로 극장에서 12초간을 삭제해야 했던 타란티노감독의 ‘킬 빌 vol.1’ 역시 삭제된 장면이 심의를 무사통과함에 따라 4월에 무삭제 DVD판이 출시될 예정이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꽃단장 테마공원 가볼까

    이제 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가슴을 펴고 깊게 숨을 한번 쉬어보자.어디선가 실려오는 꽃향기를 느낄 수 있다.서울 근교에 있는 식물원과 놀이동산에서도 ‘꽃잔치’가 벌어졌다.우리도 꽃구경을 나서보자. ●과천 서울랜드 지금 ‘튤립 앤드 매직데이’이벤트가 한창이다.튤립은 화려하고 아름다워 봄을 대표하는 꽃 중 하나이다.겨우내 온실에서 정성껏 키워낸 봄의 대명사 ‘튤립’을 선두로 팬지ㆍ데이지ㆍ알리섬 등 다양한 봄꽃과 함께하는 축제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하이라이트는 유럽풍의 건축물로 조성된 세계의 광장의 ‘튤립거리’.500m의 거리를 형형색색의 튤립 100만여 송이와 수십만 송이의 다양한 봄꽃들이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꽃놀이의 ‘백미’는 야간개장.수백개의 조명과 아름다운 봄꽃들이 연인들을 유혹한다.또한 ‘매직 슈퍼 레이저쇼 CHANGE’는 레이저 쇼,불꽃놀이와 함께 마술ㆍ스턴트ㆍ무용 등이 어우러진 레이저 뮤지컬쇼를 펼친다.야간개장은 4월부터 주말저녁에 한다. 또한 삼천리 대극장에서는 러시아 국립 볼쇼이 서커스단이 뛰어난 개인기를 가진 5마리의 곰으로 아슬아슬한 아크로배틱 쇼를 공연하며 ‘매지컬 퍼레이드’는 10여대의 특수 퍼레이드 카와 100여명의 공연단,마술사 등이 연출하는 대규모 퍼레이드를 선보인다.(www.seoulland.co.kr).(02)504-0011 ●이천 한택식물원 식물원에 들어서자 노랗게 핀 산수유가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옆에는 할미꽃이 자주색 꽃잎을 드러내고 웃고있는 듯하다.잘 정리된 화단 곳곳에 복수초,백서향,히어리,처녀치마,얼레지 등 20여종의 이름 모를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다. 한택식물원은 용인시와 안성시 경계에 솟은 비봉산 자락 서쪽에 위치하며 양지와 음지,계곡 등이 고루 갖춰져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30만평 규모의 땅에 자생식물,희귀·멸종위기식물,외래식물 등 6000여종이 자라고 있는 국내 최대의 식물원이다.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지도를 보아야만 20여 개에 달하는 화단을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다.곳곳에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연생태 식물원’은 1000여종의 자생식물이 각각의 생태 환경에 맞게 심어져 있고 ‘아이리스원’은 자생 붓꽃과 꽃창포 등이 자라고 있으며,자생 원추리 등 120여 품종의 꽃들을 볼 수 있는 ‘원추리원’ 등 20개의 화단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거나 봉오리를 드러내고 있다. 봄을 맞아 ‘Harmony of Spring’축제가 시작했다.단순한 관람보다는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참여프로그램을 준비했다.4월부터 주말에는 종자 및 화분식물을 이용한 ‘자생식물 키우기’를 한다.행사참가들에게 자신이 씨앗을 심은 화분을 준다.(www.hantaek.com),(031)333-3558. ●용인 에버랜드 튤립과 유럽 축제문화를 접목시킨 축제인 ‘튤립축제 유로카니발’이 진행중이다.올해 선보이는 튤립은 모두 140여종,100만여 송이로 6000평의 ‘포시즌스 가든’을 가득 메우고 있다. 또한 야간에도 튤립을 볼 수 있도록 할로겐 조명 400여 개를 설치했고 관람객의 동선에 맞추어 튤립박스 1200개로 꽃길을 만들어 봄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유로카니발의 메인 행사는 튤립 정원 바로 옆 4000여평의 15세기 중세 유럽의 광장에 만들어진 원형 무대에서 한다.카니발의 왕과 왕비를 뽑는다는 가상 상황을 주제로 관람객의 직접 참여와 서커스,댄스와 가면극 등을 혼합한 마당극형태의 공연을 한다. 특히 탄력있는 캔버스 천 위에서 퉁퉁 튀어 오르며 묘기를 펼치는 ‘트렘폴린’이 압권이다.이동식으로 제작된 사각형의 스프링 매트 위에서 7명의 연기자가 공중에서 교차하고 서로 손을 마주 잡는 등의 묘기를 보인다.또한 시소를 이용해 11명의 연기자들이 ‘인간탑’을 쌓는 멋진 곡예도 맛볼 수 있다.(www.everland.com),(031)310-5000. ●잠실 롯데월드 ‘스프링 페스티벌’이 관람객들을 봄의 세계로 안내한다.실내공원이라 대형 꽃밭을 만들 수 없어 봄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벤트를 한다.꽃의 요정들이 사람들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플라워 페스타 퍼레이드’가 흥미롭다.이 퍼레이드는 꽃과 나비,벌 등으로 분장한 공연단이 시간대별로 즉석 퍼포먼스를 펼쳐 마치 동화 속의 나라로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지름 1m의 대형 꽃잎과 줄기를 드리운 3m 높이의 꺽다리꽃,롤러 브레이드를 타고 달리는 나비캐릭터,노랑과 검정의 꿀벌 캐릭터 등이 등장한다.스프링 콘서트도 다양하다.플라워밴드,스프링밴드,남성 5인조 요정연주단들이 곳곳에서 미니콘서트를 연다.(www.lotteworld.com),(02)411-2000. ●이천 백사 산수유축제 ‘산수유축제’하면 모두 남도지방을 떠올리는데 경기도 이천 백사골에도 축제가 있다. 산수유 8000여주가 꽃을 활짝 피워 노란 봄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또한 대부분 100년 이상된 나무로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축제는 26일부터 사흘 간 열린다.이벤트로 마임미술,전통놀이 등도 즐길 수 있다.(www.2104sansooyou.com),(031)633-0100. 이밖에도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도 들러 볼 만하다.아직은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지만 새순이 돋고 꽃봉오리가 맺혀있어 봄기운을 느끼기에 그만이다.(www.morningcalm.co.kr),(031)584-6702. 한준규기자 hihi@˝
  • “얼짱·몸짱시대 지갑 열어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LG경제연구원은 24일 ‘마케팅 신조어로 풀어보는 신소비 코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대인의 소비를 대변하는 5가지 흐름을 소개하고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중년의 삶을 가꾸고 싶다(머추리얼리즘·Maturialism)=영화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와 뮤지컬 ‘맘마미아’의 흥행을 40,50대 중년 관객이 주도하는 등 중년층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가꾸기 위한 상품을 찾고 있다.광고비 예산의 95%가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있는데서 벗어나 중년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 개발·광고·판촉으로 중년층을 적극적 소비자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허점을 노려 실속챙기기(체리 피커·Cherry Picker)=똑똑해진 소비자들이 기업의 서비스 체계,유통구조 등의 허점을 찾아내 실속만 챙기는 현상.집들이를 앞둔 신혼부부가 고가의 가구를 구입했다가 집들이가 끝나면 ‘흠을 잡아’ 반품하는 경우다. ▲나만을 위한 명품(매스클루시비티·Massclusivity)=푸마는 최근 BMW의 고가 스포츠카인 ‘미니 쿠퍼’ 운전자를 대상으로 100만원대 운전전용 운동화를 맞춤 생산했다.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최상위 고객 5명을 대상으로 패션쇼를 열었다.명품업체가 VIP개념을 넘어 ‘VVIP’ 개념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원히 소녀이고 싶다(걸리시·Girlish)=성년이 된 뒤에도 10대 소녀처럼 어려보이고 싶은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30대 여성들이 보비인형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디지털 기기도 핑크·오렌지 등 화려한 컬러와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여심을 유혹한다. ▲화장하는 남자들(메트로섹슈얼·Metrosexual)=패션,미용,인테리어,요리 등 여성적 라이프 스타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남자도 화장할 수 있다는 응답이 40%가 넘는다.얼짱,몸짱 등 ‘몸의 전성시대’가 남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삶과 경영 이야기 ②] LG화재 ‘8년연속 보험왕’ 조주환 씨

    조주환씨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LG화재의 ‘골드마스터’(보험판매왕)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지난해 소득이 5억 7000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못잖다. 공식직함은 LG화재 김포사업소 산하 하나로대리점㈜ 대표.직원 4명을 두고 있는 독립 보험대리점의 사장이다.지난해 자동차보험,화재보험 등 6000여건의 계약을 성사시켰고,이를 통해 44억원의 매출을 회사에 안겨줬다.현재 월 평균 450여건의 자동차보험을 계약한다.건당 보험료를 40만원으로 치면 자동차보험에서만 월 2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주 활동무대인 김포시의 경우,전체 등록차량 4만여대 중 10%인 4000여대가 조 대표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든 차들이다.전 김포시장이 “김포에서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다.2002년 1월 ‘386의료건강보험’ 판촉캠페인 때 다리 골절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전화로만 10여일간 64건을 판매,1위를 차지한 것은 두고두고 얘기된다.직접 발로 뛰며 유치한 2위의 실적은 25건이었다.일선에서 물러나면 강원도에 민박집을 지어 자신의 고객을 위한 휴양시설을 운영하는 게 꿈이다. 조주환씨는 지난해까지 8년 연속 LG화재의 ‘골드마스터’(보험판매왕)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지난해 소득이 5억 7000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못잖다. 공식직함은 LG화재 김포사업소 산하 하나로대리점㈜ 대표.직원 4명을 두고 있는 독립 보험대리점의 사장이다.지난해 자동차보험,화재보험 등 6000여건의 계약을 성사시켰고,이를 통해 44억원의 매출을 회사에 안겨줬다.현재 월 평균 450여건의 자동차보험을 계약한다.건당 보험료를 40만원으로 치면 자동차보험에서만 월 2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주 활동무대인 김포시의 경우,전체 등록차량 4만여대 중 10%인 4000여대가 조 대표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든 차들이다.전 김포시장이 “김포에서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다.2002년 1월 ‘386의료건강보험’ 판촉캠페인 때 다리 골절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전화로만 10여일간 64건을 판매,1위를 차지한 것은 두고두고 얘기된다.직접 발로 뛰며 유치한 2위의 실적은 25건이었다.일선에서 물러나면 강원도에 민박집을 지어 자신의 고객을 위한 휴양시설을 운영하는 게 꿈이다. ‘8년 보험왕’ 조주환(趙周煥·46)씨와 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계약자,거래처 등 갖은 약속이 첩첩으로 쌓여 있었다.서울신문 경제부와의 워크숍은 그래서 지난 22일 저녁 늦게야 가능했다.중간중간 휴대전화 벨이 연신 울어댔다.그는 지금 자기 모습에 대해 “불현듯 놀랄 때가 있다.”고 했다.하지만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주위 사람들을 하나씩 둘씩 원군(援軍)으로 만들어 촘촘한 ‘인간 그물’을 엮어낸 그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학교 친구들 중에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몸집이 크든지,공부라도 잘하든지,가정이라도 변변하든지,성격이라도 활달하든지….어느 것 하나에도 자신이 없었다.열등감과 콤플렉스 덩어리였다.학창시절(김포 양곡중-양곡종고)의 몇몇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 수치스러워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쭉정이 취급을 받았지만,세살 위인 형은 정반대였다.수완이 좋았던 형은 일찌감치 기아자동차에 영업사원으로 입사,많게는 한달에 50대 이상 차를 팔았다.한때 전국 차 세일즈맨 ‘톱5’에 들기도 했다. ●학창시절 체격작아 열등감에 시달려 -우리 형제의 영업감각은 선천적으로는 어머니로부터,후천적으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일찍부터 보따리 행상을 했던 어머니는 타고난 장사꾼이었고,완고한 아버지는 동물적인 영업감각을 익힐 수 있게 해줬다.혼나지 않고,잔소리 안 듣고,맛있는 것을 많이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어릴 적 최대 고민이었다. -군대를 마친 뒤 1984년(27세)부터 고향에서 젖소(비육우) 사육을 시작했다.하지만 첫해 소 농사는 완전한 실패였다.송아지를 마리당 105만원에 4마리를 사서 키웠는데 15개월 뒤 팔 때에는 성우(成牛) 한마리 값이 80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그때 소 농사를 접은 사람이 많았다.그러나 나는 거꾸로 8마리를 샀다.송아지 값이 17만원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비싸게 사서 비싸게 팔지 말고,싸게 사서 싸게 팔자.”는 생각이었다.성공이었다.이듬해에는 송아지를 16마리 살 수 있었고,그 다음해에는 32마리를 들였다.이런 식으로 80마리까지 늘었다.괜찮을 때에는 소 한마리에 60만원 정도 마진이 남았다.80마리로 치면 5000만원에 육박하는 고소득이었다. ●소농사 실패후 형님권유로 보험 시작 -그러나 90년대 들면서 우루과이라운드(UR)의 위기감이 고조됐다.참기 힘든 불안감이 밀려왔다.술독에 빠져 살았다.그러던 92년 어느날 형이 대뜸 “나는 시베리아에서도 냉장고를 팔 수 있지만 너는 숫기도 없고 몸도 약해 도대체 뭘 하겠느냐.”고 윽박지르며 “농사를 접고 보험장사를 해보라.”고 했다.당시 형은 자동차 세일즈를 하면서 LG화재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형은 “내 고객들을 LG화재 자동차보험에 연결시켜 주고 있는데,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느니 차라리 네가 LG화재에 들어가 내 손님을 받아가라.”고 했다. -그래도 싫었다.내 성격에 보험영업이라니….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고 새 인생이 시작됐다.하지만 “우리 형님이 보험 들어주신다고 해서 왔습니다.”라며 찾아가는 로봇 같은 심부름꾼이었다.큰맘 먹고 내 고객을 개척한다며 밖에 나갔다가도 남의 집 문고리에 손도 못 대보고 돌아오기 일쑤였다.그렇게 10개월이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93년 나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든 친구가 사람을 치어 그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부랴부랴 경찰서로 달려갔는데 겁에 질려 있던 친구가 너무나 고마워 눈물을 흘렸다.나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형 심부름만 했지 아무런 책임감 없이 일해온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하는 고민이 들었다.나만의 영역을 개척해야 했다. -나를 도와줄 원군을 찾는 일이 급했다.신차 세일즈맨,중고차 매매인,119 응급구조대,병원,자동차 정비업체,견인차 기사,경찰관,LG화재 보상직원 등 나에게 도움 줄 사람과 조직을 기초부터 공략해 갔다.우선 응급구조대와 생활을 같이하기 시작했다.밥 먹을 때나 술 먹을 때나 나는 항상 그들과 함께 있었다.사고발생 무전이 들어오면 동시에 출동했다.내 고객이 아니어도 LG화재 고객이면 다 보살폈다.서서히 ‘조주환’ 이름 석자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94년에 김포시내에서 5중 충돌이 일어났다.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현장에 달려갔다.세 명이 숨진 참혹한 사고였다.나는 5대의 차량번호를 다 조회해 어느 보험사 소속인지 확인했다.2대가 LG화재였고,그 중 하나는 내 고객이었다.우리 회사 가입차량 2대는 내가 책임졌고,나머지 3대는 경찰에 보험사를 알려줬다.사고처리에 고심하던 경찰관은 “알려줘서 고맙다.”며 해당 보험사에 연락을 했다.경찰관들 사이에 내 이름이 퍼졌다. -95년에는 나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든 인천의 목재회사 사장이 강원도 철원지역 국도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얼굴에 유리파편이 박힌 중상이었다.오후 2시쯤 현장으로 출발했지만 여름 휴가철이라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어 있었다.한밤중에 환자를 인천의 종합병원으로 후송했다.철원의 담당 경찰관은 “김포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올 생각을 했느냐.”고 했다.경찰이 그 정도였으니 사장의 감동은 말할 것도 없었다.먼동이 트는 것을 보며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날아갈 듯 했다.예상대로였다.그 회사 직원의 대부분이 내 고객이 됐고 그 회사의 거래처들까지 나에게 연락을 해 왔다.고객만족이 나의 성공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했다. -김포에서 인지도가 높아지자 견인차 기사들이 사고차량의 보험사가 LG화재이면 다짜고짜 운전자에게 “조주환 사장 고객이냐.”고 묻기 시작했다.가끔 고객들의 이런 전화가 온다.“어떻게 사고가 나자마자 견인차를 보내셨습니까.” 내 대답은 간단하다.“하하하,제가 귀신 아닙니까.” 영업하면서 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다. -기존 고객의 성취감을 높이면 무한한 고객을 소개받을 수 있다.아무 기반도 없는 데를 힘들여 개척할 필요가 없다.나는 핵심고객을 150여명 선별해 이들을 집중 공략한다.이들에게는 한마디로 ‘오버’를 한다.보험 관련서류를 직접 떼어주고,경조사는 친척보다 먼저 달려간다.바쁠 때에는 공장에 가서 일도 해주고,가을철엔 볏가마도 날라준다.이삿짐도 운반해 준다.심지어 돈도 꿔주었다. ●고객에 치밀하고 완벽한 보상서비스 -내 고객들은 사고가 났을 때 견인차 운임을 안 낸다.통상 기본주행만 보험사에서 내 주고 나머지는 개인이 부담하지만 내 고객들은 전국 어디에서 사고가 나도 공짜다.정비공장에서 낸다.부산에서 김포까지 견인비용이 30만원 정도니까 상당한 액수다.“정비공장이 이문을 얼마나 많이 남기는지 내가 다 아니까 견인료는 당신들이 부담해라.대신에 사고차량은 이쪽으로 최대한 몰아주겠다.”고 거래 정비소들을 설득한 결과다.바가지 요금도 있을 수 없다. -나는 지방에서 사고가 나도 반드시 집 근처에서 수리를 받게 한다.정비업소들에 미안한 얘기지만 다른지역 사람들이 와서 차를 맡기면 절대로 좋게 수리해 주지 않는다.중고·불량 부속을 쓰기 일쑤고 바가지 요금을 청구하기도 한다.특히 피서철 휴양지 근처 정비소들은 차를 쌓아놓고 수리한다.수리가 제대로 되기 힘든 이유다.당장이야 현지에서 정비를 맡기는 게 편하지만 차를 생각하나 비용을 생각하나 차는 반드시 집 근처에서 고쳐야 한다. -보험영업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나를 찾아온다.솔직하게 내 노하우를 다 말해준다.그러면 보통 “언젠가는 제가 사장님을 능가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대개 중도에서 탈락한다.노하우를 행동으로 옮기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하지 않은 날이 없다.밤 12시 전에 퇴근한 적도 없다.너무 늦게 끝나면 차 안에서 잤다.토·일요일은 물론이고 어린이날도 내게는 없었다.솔직히 가정은 돌보지 못했다.부인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요즘 인터넷보험 등 값싼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내 고객들은 별로 움직이지 않는다.사고가 났을 때,내 고객의 상대방이 인터넷보험 가입자이면 모든 채널을 동원해 더욱 열과 성을 다한다.‘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이 내 고객이나 상대방에게 들도록 하기 위해서다.간혹 그 상대방이 보험만기가 끝난 뒤 나에게 연락하기도 한다.그때의 기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객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존재다. 정리 김태균기자 windsea@˝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4)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上)

    류계춘(柳繼春,1830∼1862).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이자 혁명가(革命歌) 노랫말을 순 한글로 짓고 곡을 붙여 널리 퍼뜨렸으며,농사꾼이 사는 동네라면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사금파리 뾰족뾰족 박힌 골목길을 내달으면서 불렀고,그보다 조금 더 큰 조무래기들은 마을 타작마당이나 마을 앞 빈 논바닥에서 뛰놀며 이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희미한 등잔불이 가물거리는 사랑방에서 새끼줄을 꼬는 머슴들이나,긴긴 겨울밤 무명실 잣는 물레질로 길쌈하는 아낙들도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래를 부를수록 마음 속에 시퍼렇게 응어리진 일들이 새삼스레 아파오기도 하고,끝 소절에 잔뜩 힘을 넣어 큰소리로 부르면 그 혹독하고 두려운 것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도 같았다. 한번 입에 올린 뒤엔 좀체로 떠나지 않는 이 노래를 두고 사람들은 이상한 노래라거나 귀신이 든 노래라고도 했다.이 노래를 만든 류계춘은 요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수백만장의 음반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일약 인기 작곡가에다 돈방석에 올라 앉는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1862년 민란주도 ‘참수형’ … 족보에서도 삭제돼 한국 농민의 역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아보라 한다면 나는 단연코 그의 이름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또한 한국 농민사에서 가장 슬픈 이름을 물어도 그를 불러 보인다.그는 경상도 진주사람이었다.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晋州) 망건(網巾)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揮項巾) 도래 줌치 장두(狀頭) 칼 머구밭에 덕서리 칠팔 월에 무서리 동지 섣달 대서리.”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 또는 ‘언가(諺歌)’라고 부르는 이 노래를 류계춘이 지었다고 단정지은 것은 그가 계획하고 주도한,1862년 ‘진주농민항쟁(일명 임술 진주민란)’에 관한 당시 조선 정부 수사 기록을 통해서였다. 이 노래의 특징은 노랫말이 지닌 고도의 은유와 상징에 있다.이 노랫말 속에는 진주농민항쟁의 원인과 역사가 밀도 높게 응축되어 있다. 빼어난 노랫말 속에는 풍부한 시적 감성과 치열한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는데,이 노래의 두 박자 리듬에서 우러나는 근원적인 힘과 조화를 이루면서 역동적인 행진곡으로서의 맛까지 곁들이고 있다. 지난 5일 경칩날 류계춘 선생의 묘소가 있는 경남 진주시 수곡면 원당리를 찾아 갔다.선생의 증손자인 류일렬(柳一烈)씨가 동행해주었다. 마을 노인들에게 선생의 묘소를 묻자 대뜸 “아,그 풋심 떼던 묏등”이라고 대답한다.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 사람들은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풋심’이라는 병을 앓곤 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높은 열이 나는 특징을 지닌 병으로서 3일열 또는 4일열 등으로 구분하는데, 심하면 빈혈이 생기고 황달을 일으키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학질(말라리아)이라고 부르는 이 질병을 농촌 사람들은 흔히 풋심이라 했다. 뚜렷한 처방약이 없어서 한 번 걸리면 한달 이상은 예사로 고생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사흘이나 나흘 간격으로 재발하기 때문에 몇 차례 재발한 고열로 고생한 사람들은 귀신이 든 것이라고 여기면서 푸닥거리를 하는 등 안타까운 시달림을 겪었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섬뜩한 처방전이 흘러나왔다.어떤 잘못으로 인하여 형장에서 참수된 자의 무덤을 찾아내어 마지막 치유 방법을 시도해보라는 것이었다.즉, 풋심을 앓는 환자가 캄캄한 한밤중을 이용하여 참수된 자가 묻혀 있는 무덤으로 가는 것이다.이때 등불을 켜서는 안된다. 무덤의 왼쪽이나 오른쪽 어떤 쪽이든 한쪽에 가서 시체가 누워 있는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세 번 구르는 것이다. 그때 환자는 ‘내 풋심 떼어가거라!’를 세 번 외치면서 거꾸로 구른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는데,아무리 무서워도 뒤돌아보면 안된다.만약 뒤를 돌아보면 떨어졌던 풋심이 되붙어서 다시는 안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과연 효험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으스스한 그 처방전이 이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렇듯 류계춘 선생의 삶은 그의 주검이 매장된 묘소와 함께 이 지역 농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매우 독특한 정서로 자리잡고 있었다. 선생은 진주농민들을 선동하여 민란을 주도한 책임으로 다른 아홉명의 동지들과 함께 참수형에 처해졌다. ●80년대 ‘진주농민항쟁’ 으로 정정… 명예회복 선생의 증손자 류일렬씨는 진주 변두리에서 작은 꽃집을 경영하며 산다고 했다.일렬씨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던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의 집안 사람들은 반역자의 후손으로 찍혀서 세상 한가운데 드러난채 살 수 없었다고 한다.그래도 일렬씨 아버지는 류계춘 선생의 뜨겁고 적극적이었던 삶을 죄인으로 몰아붙인 조선후기 양반들의 태도가 더 나빴다는 신념을 꺾지 않았었다. 열린 세상이 오면 류계춘의 삶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그 희망이 실현되는 날을 기다리면서 자식들에게 비겁한 삶을 살지 않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진주민란이라는 말이 진주농민항쟁으로 바뀌게 되는 날이 왔다. 민란을 주도한 반역자 류계춘을 농민항쟁을 이끈 농민혁명가로 고쳐 부르자는 민주화의 추세로 마침내 문화류씨(文化柳氏) 좌상공파(左相公派)의 족보에 류계춘 선생의 이름이 오르면서 업적을 기리는 기록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다. 류일렬씨는 증조부 산소를 참배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무덤 앞에 섰다.그의 표정이 흔들렸다.그 흔한 비석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초라한 무덤을 누가 저 격렬했던 진주농민항쟁을 이끈 농민혁명가의 무덤으로 보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작은 돌 하나도 깎아 세우지 못할 만큼 일렬씨 집안이 어려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비석을 만들어 세우자는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그때마다 일렬씨 아버지의 태도는 강직했다.그 따위 돌 하나 깎아 세워달라고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아니셨다는 것이었다. 조선왕조의 잔혹한 농민 탄압,가련한 농민의 살점과 피를 짓밟고 올라서서 누린 양반관료들의 교만과 위선으로 꽉찬 모순을 온몸으로 질타하면서 농민도 인간임을 절규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선생이 과연 후손들에게 뭘 바라시겠느냐고 되물었다.빛나는 비석에다 화려한 문장으로 죽은 시대의 허위의식을 장황하게 늘어놓고,단청 입힌 사당이며 으리으리한 기념관을 세워 살아남은 자들의 비겁과 죄악을 은폐시키려 하기보다는,역사 앞에서 한점 부끄럼 없는 당당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고 싶어하지 않겠느냐고 했단다.일렬씨는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옳다고 믿고 있었다. ●흔한 비석 하나 없는 쓸쓸한 혁명가의 무덤 그날 류계춘 선생 묘소 앞에서 그가 잠시 괴로운 표정을 지은 것은 묘소 가까이까지 밀고 들어오는 가진자들의 별장이 언젠가는 선생의 무덤을 딛고 올라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뒤에.일렬씨는 이 시대 농촌,농업,농민의 삶이 시장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밀린 채 무시되어 짓밟히는 것과 류계춘 선생 동지들의 농민항쟁 정신이 왜곡,무시되는 점이 닮아보인다며 한숨지었다. 류계춘 선생과 혁명동지들을 진주형장에서 참수하여 그 목을 진주 남강 건너는 나루터와 장터에 높이 매달아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에 반역하면 누구든 저렇게 되고만다는 것을 보여준 그 국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가였던가? 그리고 지금 이 시대 농민과 농업의 위기,농촌문화의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진주농민항쟁같은 역사의 몸부림이 필요한 것일까?˝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4)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4)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上)

    류계춘(柳繼春,1830∼1862).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이자 혁명가(革命歌) 노랫말을 순 한글로 짓고 곡을 붙여 널리 퍼뜨렸으며,농사꾼이 사는 동네라면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사금파리 뾰족뾰족 박힌 골목길을 내달으면서 불렀고,그보다 조금 더 큰 조무래기들은 마을 타작마당이나 마을 앞 빈 논바닥에서 뛰놀며 이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희미한 등잔불이 가물거리는 사랑방에서 새끼줄을 꼬는 머슴들이나,긴긴 겨울밤 무명실 잣는 물레질로 길쌈하는 아낙들도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래를 부를수록 마음 속에 시퍼렇게 응어리진 일들이 새삼스레 아파오기도 하고,끝 소절에 잔뜩 힘을 넣어 큰소리로 부르면 그 혹독하고 두려운 것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도 같았다. 한번 입에 올린 뒤엔 좀체로 떠나지 않는 이 노래를 두고 사람들은 이상한 노래라거나 귀신이 든 노래라고도 했다.이 노래를 만든 류계춘은 요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수백만장의 음반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일약 인기 작곡가에다 돈방석에 올라 앉는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1862년 민란주도 ‘참수형’ … 족보에서도 삭제돼 한국 농민의 역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아보라 한다면 나는 단연코 그의 이름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또한 한국 농민사에서 가장 슬픈 이름을 물어도 그를 불러 보인다.그는 경상도 진주사람이었다.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晋州) 망건(網巾)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揮項巾) 도래 줌치 장두(狀頭) 칼 머구밭에 덕서리 칠팔 월에 무서리 동지 섣달 대서리.”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 또는 ‘언가(諺歌)’라고 부르는 이 노래를 류계춘이 지었다고 단정지은 것은 그가 계획하고 주도한,1862년 ‘진주농민항쟁(일명 임술 진주민란)’에 관한 당시 조선 정부 수사 기록을 통해서였다. 이 노래의 특징은 노랫말이 지닌 고도의 은유와 상징에 있다.이 노랫말 속에는 진주농민항쟁의 원인과 역사가 밀도 높게 응축되어 있다. 빼어난 노랫말 속에는 풍부한 시적 감성과 치열한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는데,이 노래의 두 박자 리듬에서 우러나는 근원적인 힘과 조화를 이루면서 역동적인 행진곡으로서의 맛까지 곁들이고 있다. 지난 5일 경칩날 류계춘 선생의 묘소가 있는 경남 진주시 수곡면 원당리를 찾아 갔다.선생의 증손자인 류일렬(柳一烈)씨가 동행해주었다. 마을 노인들에게 선생의 묘소를 묻자 대뜸 “아,그 풋심 떼던 묏등”이라고 대답한다.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 사람들은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풋심’이라는 병을 앓곤 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높은 열이 나는 특징을 지닌 병으로서 3일열 또는 4일열 등으로 구분하는데, 심하면 빈혈이 생기고 황달을 일으키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학질(말라리아)이라고 부르는 이 질병을 농촌 사람들은 흔히 풋심이라 했다. 뚜렷한 처방약이 없어서 한 번 걸리면 한달 이상은 예사로 고생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사흘이나 나흘 간격으로 재발하기 때문에 몇 차례 재발한 고열로 고생한 사람들은 귀신이 든 것이라고 여기면서 푸닥거리를 하는 등 안타까운 시달림을 겪었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섬뜩한 처방전이 흘러나왔다.어떤 잘못으로 인하여 형장에서 참수된 자의 무덤을 찾아내어 마지막 치유 방법을 시도해보라는 것이었다.즉, 풋심을 앓는 환자가 캄캄한 한밤중을 이용하여 참수된 자가 묻혀 있는 무덤으로 가는 것이다.이때 등불을 켜서는 안된다. 무덤의 왼쪽이나 오른쪽 어떤 쪽이든 한쪽에 가서 시체가 누워 있는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세 번 구르는 것이다. 그때 환자는 ‘내 풋심 떼어가거라!’를 세 번 외치면서 거꾸로 구른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는데,아무리 무서워도 뒤돌아보면 안된다.만약 뒤를 돌아보면 떨어졌던 풋심이 되붙어서 다시는 안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과연 효험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으스스한 그 처방전이 이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렇듯 류계춘 선생의 삶은 그의 주검이 매장된 묘소와 함께 이 지역 농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매우 독특한 정서로 자리잡고 있었다. 선생은 진주농민들을 선동하여 민란을 주도한 책임으로 다른 아홉명의 동지들과 함께 참수형에 처해졌다. ●80년대 ‘진주농민항쟁’ 으로 정정… 명예회복 선생의 증손자 류일렬씨는 진주 변두리에서 작은 꽃집을 경영하며 산다고 했다.일렬씨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던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의 집안 사람들은 반역자의 후손으로 찍혀서 세상 한가운데 드러난채 살 수 없었다고 한다.그래도 일렬씨 아버지는 류계춘 선생의 뜨겁고 적극적이었던 삶을 죄인으로 몰아붙인 조선후기 양반들의 태도가 더 나빴다는 신념을 꺾지 않았었다. 열린 세상이 오면 류계춘의 삶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그 희망이 실현되는 날을 기다리면서 자식들에게 비겁한 삶을 살지 않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진주민란이라는 말이 진주농민항쟁으로 바뀌게 되는 날이 왔다. 민란을 주도한 반역자 류계춘을 농민항쟁을 이끈 농민혁명가로 고쳐 부르자는 민주화의 추세로 마침내 문화류씨(文化柳氏) 좌상공파(左相公派)의 족보에 류계춘 선생의 이름이 오르면서 업적을 기리는 기록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다. 류일렬씨는 증조부 산소를 참배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무덤 앞에 섰다.그의 표정이 흔들렸다.그 흔한 비석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초라한 무덤을 누가 저 격렬했던 진주농민항쟁을 이끈 농민혁명가의 무덤으로 보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작은 돌 하나도 깎아 세우지 못할 만큼 일렬씨 집안이 어려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비석을 만들어 세우자는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그때마다 일렬씨 아버지의 태도는 강직했다.그 따위 돌 하나 깎아 세워달라고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아니셨다는 것이었다. 조선왕조의 잔혹한 농민 탄압,가련한 농민의 살점과 피를 짓밟고 올라서서 누린 양반관료들의 교만과 위선으로 꽉찬 모순을 온몸으로 질타하면서 농민도 인간임을 절규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선생이 과연 후손들에게 뭘 바라시겠느냐고 되물었다.빛나는 비석에다 화려한 문장으로 죽은 시대의 허위의식을 장황하게 늘어놓고,단청 입힌 사당이며 으리으리한 기념관을 세워 살아남은 자들의 비겁과 죄악을 은폐시키려 하기보다는,역사 앞에서 한점 부끄럼 없는 당당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고 싶어하지 않겠느냐고 했단다.일렬씨는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옳다고 믿고 있었다. ●흔한 비석 하나 없는 쓸쓸한 혁명가의 무덤 그날 류계춘 선생 묘소 앞에서 그가 잠시 괴로운 표정을 지은 것은 묘소 가까이까지 밀고 들어오는 가진자들의 별장이 언젠가는 선생의 무덤을 딛고 올라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뒤에.일렬씨는 이 시대 농촌,농업,농민의 삶이 시장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밀린 채 무시되어 짓밟히는 것과 류계춘 선생 동지들의 농민항쟁 정신이 왜곡,무시되는 점이 닮아보인다며 한숨지었다. 류계춘 선생과 혁명동지들을 진주형장에서 참수하여 그 목을 진주 남강 건너는 나루터와 장터에 높이 매달아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에 반역하면 누구든 저렇게 되고만다는 것을 보여준 그 국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가였던가? 그리고 지금 이 시대 농민과 농업의 위기,농촌문화의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진주농민항쟁같은 역사의 몸부림이 필요한 것일까?
  • [토요일 아침에] 老보살 울린 서러운 봄날/여연스님·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남도의 끝에서 봄꽃들이 너무도 통절하고 극적으로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다.마치 열병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몸부림을 치며 바람 실은 봄 햇살을 만나면 그냥 여기저기에서 툭툭 숨가쁘게 터져나오고 있다. 내 안에 살아 있는 수만 가지의 생명들이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충만감을 맛본다.한편에서 깨어나고 또 한편에선 허공을 타고 적멸로 되돌아가는 저 아름다운 ‘반역’은 너무도 깨끗하고 명징하다.마치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아침을 거부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이처럼 탄생이란 위기와 소멸의 또 다른 이름이다. 봄은 왔건만 세상은 아수라장이다.한땀 한땀 국민의 손에 뽑힌 대통령이 그 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략적으로 탄핵당했기 때문이다.가끔씩 전라도 절에 오는 창원의 노보살에게 전화가 왔다.“씨님,도대체 이럴 수 있능교.아무리 임금이 잘못했다케도 이런 빕은 없능교.글 잘쓰는 우리 씨님이 한말씀하시소.” 평소 엄격한 노보살의 숨소리가 전화너머로 거칠게 들려왔다.아직도 정치는 우리의 현실 삶을 규정하고 있음이 새삼 떠올랐다.누가 저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순박한 노보살의 가슴을 울리는가.그 놀라고 서러운 가슴은 또 누가 위로해줄 것인가.갑자기 암담한 생각이 치솟아 올랐다. 우리는 아직도 80,90년대의 엄혹한 시대현실을 한발짝도 비켜가지 못한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눈물’이 솟구치는 날들이다.광화문에서 부산 서면에서 제주도에서 일렁이는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보며 새삼 그리움의 물이 가슴에 고인다.관행과 관습의 껍질을 벗고 상실의 시간을 채우려는 역사의 노력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었던 것들은 종종 우리를 배반한다.그런 일들이 상식과 이성을 초월해 너무도 비일비재하다.우리가 믿었던 진실과 승리 그리고 그 아름다운 이성들이 단지 54분만에 짓밟힌 것이다.그들이 우리를 배반한 것은 아마도 너무도 많이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그들에게 세월의 힘 속에 남긴 그리움이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모자람이 적은 삶을 살아본 적도 없고 소중한 그리움도 그들의 가슴에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에선 인생을 네주기로 나누어 산다.젊은 날 학생기엔 주경야독으로 배우고 익히며,철이든 가주기엔 결혼을 해 식솔들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자식이 성년이 되면 임주기로 모든 것을 물려준 뒤 숲에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살고,죽음이 가까우면 유행기로 성지순례를 다니다가 홀로 쓰러져 죽는 것이다.우리의 역사도 마찬가지다.우리의 역사는 지금 성년이 됐다. 모든 것을 물려준 뒤 숲에 들어가 자연과 벗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완강한 강화유리 같은 소통불가의 현실을 우리 시대 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들새 산새들이 분주한 날갯짓을 하는 신새벽 중생들의 삶속으로 들어와 그들의 절망과 희망을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절망어린 마음을 가슴에 담고 그 절망의 정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아야 한다.팔만대장경에 이르길 “달은 사람의 본성이다.”라고 했다.충만된 달처럼 우리의 영혼은 충분히 차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우리 시대 지도자들은 자신만을 위한 깊고 깊은 골방에서 나와 봄꽃이 지천으로 핀 우리들 영혼의 안뜰로 걸어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여연스님·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할리우드는 매춘부를 좋아해

    지난 1일 시상식을 가진 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의 영예는 ‘몬스터’에서 애처로운 매춘부 역할을 한 샤를리즈 테론이 차지했다.매춘부는 역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심심찮게 여우 주연상을 안겨준 캐릭터였다. 그렇다면 왜 영화계는 ‘거리의 여인’에게 유독 관심을 보내고 있을까. 타임지의 저명 영화 칼럼니스트 리처드 콜리스는 해석했다.“인생 막장을 살고 있는 그녀들의 삶은 관객들에게 동정 어린 눈물샘을 자극시켜 최루성 드라마의 묘미를 만끽시켜 주고 동시에 남성들이 행한 은밀하고 추악한 행태에 대해 영화속에서나마 속죄하고 싶은 욕구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매춘부역으로 아카데미 수상의 첫 테이프를 끊은 주인공은 60년대 은막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13세 때 성적 폭행을 당한 글로리아.생계를 위해 콜걸로 나선다. 그러다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는 변호사 웨스턴(로렌스 하비)과 만나 생에서 처음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기쁨을 느낀다.그러나 그것도 잠시.어느 날부터 냉담해진 웨스턴의 태도를 보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자동차에 몸을 던진다.이같은 내용의 ‘버터플라이 8’은 테일러에게 1961년 여우상을 안겨 준다. 비록 수상의 영예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줄리아 로버츠를 1991년 아카데미 여우상 후보로 등극시켜 준 작품이 ‘귀여운 여인’.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기업 인수 합병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냉혹한 사업가 에드워드(리처드 기어).그는 환락의 도시 LA에서 우연히 만난 창녀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에게 1주일 동안 사업 동반 파트너로 계약한다.하지만 만날수록 비비안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물적인 풍요를 적극 활용해 그녀를 기품있고 세련된 여성으로 환골탈태시켜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 버린다.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아 남녀 모든 관객들의 절찬을 받았다. 스웨덴 출신 그레타 가르보를 1938년 여우상 후보로 진입 시켜준 작품이 ‘춘희’.농부의 딸로 태어난 마가리타는 후견인의 꼬임에 빠져 화류계에 진출했다가 아만드(로버트 테일러)를 만나 뜨겁게 사랑하게 되지만 불치병에 걸려 그만 목숨을 잃게 된다. 남아공 출신의 샤를리즈 테론을 할리우드 톱 스타 반열에 올려준 ‘몬스터’는 플로리다 고속도로 주변에서 매춘에 나섰던 에이린이 결국 사형수로 전락한 비극적 사연을 담은 실화극. 평상시와 같이 20달러를 벌기 위해 한 남자의 차에 동승해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간다.그곳에서 변태적인 남자 손님에게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자 살아 남기 위해 차안에 있던 권총을 이용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이후 그동안 누적됐던 남자에 대한 분노감이 폭발,성적 유혹에 걸려든 남자를 차례로 살해한다.이렇게 해서 희생된 이가 모두 7명.에이린은 결국 2002년 9월 처형된다. 교수대로 향하는 그녀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생계를 위해 남성에게 값싼 웃음과 몸을 팔았던 중년 여인 에이린.처형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고개를 돌린다.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은 바로 객석의 남성이라고 질타하는 것처럼.˝
  • ‘배틀로얄Ⅱ’ 어떤 영화

    잔혹한 장면들에 눈을 질끈질끈 감으면서 봤던 1편에 비하면 ‘배틀로얄 2-레퀴엠’(새달 2일 개봉)은 시각적으로는 상당히 순화된 느낌이다.낫이나 칼로 학생들이 서로를 무차별 찍어내리던 전작의 극악한 폭력이 눈에 띄게 누그러진 점이 큰 특징.덕분에 국내 관람등급도 무난히 ‘15세 이상’을 받아냈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이 무대.학생들의 교내 폭력이 극심해지자 어른들은 일명 ‘BR’(Battle Royal)라 불리는 교육개혁법을 제정했다.중학교 3학년 한 학급을 뽑아 무인도에 가둬 놓고 실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게 해서 최후의 생존자만이 섬을 빠져나오게 한 끔찍한 법이다. 2편은 전편에서 살아남은 나나하라 슈야(후지와라 타쓰야)가 BR법에 반대하는 테러리스트 조직을 결성해 세계도시들을 파괴하자,어른들이 또다시 중3 한 학급을 선발해 서로 살인게임을 벌이게 한다는 줄거리다. 학생들이 서로를 죽여야 한다는 끔찍한 설정 때문에 1편은 상영 당시 일본내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었다. 1편이 건조한 시선으로 극도의 잔인한 폭력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2편에는 감정적인 메시지가 많이 녹아들었다.폭력 자체의 강렬함보다는 소규모 전투장면들을 끊임없이 풀어놓는 것으로 감독은 화면의 긴박감을 살리려 했다.그러나 그런 의도는 이미 온갖 종류의 액션영화를 다 본 관객들에게는 특별히 새롭거나 긴장할 요소는 못될 것 같다.승자와 패자를 선과 악의 이분법에 맞춰 무 자르듯 갈라놓는 시각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황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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