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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사회적 책임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CEO칼럼] 사회적 책임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최근 국보1호 숭례문이 화재로 인해 소실된 큰 사건이 발생했다. 한순간에 우리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문화 유산이 화마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관문으로서 위용을 자랑했던 숭례문은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이 어려 있는 6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고귀한 문화 유산이다. 소실된 숭례문을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숭례문에 담겨 있는 ‘역사적 의미’는 어떠한 노력으로도 재건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의 부재와 무관심이 빚어낸 참혹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특정인의 잘못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과거 문화재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방재의 날’을 지정하여 관계 당국과 시민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화재에 대비해 매년 소방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문화재 주변에 방재 장비를 설치하여 화재를 사전에 진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책임 의식이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일조를 한 것이다. 이는 모두가 사회적 책임을 공감하고 실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의식의 자각은 사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시민(Co rporate Citizenship)이라는 말처럼 사회구성원의 일부로 경제 주체로서의 활동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실천을 통해 발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은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획득한 신뢰를 바탕으로 책임의식을 더욱 공고히 하여 사회적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이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는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아름다운 기업’ 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기업 자체에 존재감을 부여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우리 회사는 새로운 CI(기업 이미지) 선포식에서 사회적 책임과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될 것을 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1사1촌 운동과 자연 보호, 친환경 제품 생산 등의 친환경 활동, 소외계층 지원 등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들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기업은 일차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제는 거기에 덧붙여 지역사회 공헌과 사회적 책임을 통해 건전한 사회 발전을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단지 윤리적인 부분으로 제한했지만 이제는 기업이 사회의 발전, 더 나아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주체로서 인식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책임의 주체는 누군가가 아닌 바로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깊게 느끼게 됐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가 말한 바와 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은 이제 단순히 ‘하면 좋은 일’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보여주는 쇼’가 아닌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는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 [강유정의 영화 in] ‘잠수종과 나비’

    [강유정의 영화 in] ‘잠수종과 나비’

    화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두꺼운 막을 거둬 내듯 시야가 밝아지면 두서없는 시각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시계, 천장, 링거액, 햇빛. 당혹스럽다. 그리고 어지럽다. 목소리가 틈입한다. 목소리는 이 순간의 당혹감을 호소한다. 도와달라고 외치지만 가위 눌리듯 관객의 고막을 때릴 뿐 스크린 속 그들은 전혀 듣지 못한다. 목소리는 바로 ‘몸’ 속에 갇혀 버린 한 남자의 절규, 두꺼운 막은 결국 목소리를 내는 주인의 눈꺼풀로 규명된다. 사태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한 쪽 눈꺼풀 말고는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단 하나도 없다. 그 남자의 영혼은 영영 육체에 감금되고 말았다. 이제 그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눈꺼풀을 움직이는 것이다.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잠수종과 나비’(Diving Bell and Butterfly)는 실화를 소재로 삼고 있다. 잘나가는 패션잡지 에디터였던 보비는 갑작스럽게 온몸이 마비되는 상황에 빠진다. 이유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결과는 두렵고 끔찍하다. 하루를 일분처럼 바쁘게 살아가던 그의 일상에 여백의 시간들이 들어찬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자에게 시간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다. 하루하루, 일분 일초를 견뎌야만 하는 그, 이제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고 만다. 결론부터 말해 보자면,‘잠수종과 나비’는 관객의 눈물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두 가지에 압축되어 있다. 하나는 눈꺼풀 하나로 의사소통을 해 책을 완성한다는 ‘세상에 이런 일이´의 감동 스토리이고 다른 하나는 책이 제본되어 출시되기 직전에 필자가 사망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사고로 인해 전신이 마비되었다는 사실은 비극적이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가 이 인생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줄리앙 슈나벨 감독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을 유머러스하면서 로맨틱하게 다룬다. 보비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애인과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는 눈꺼풀 하나 움직이면서 간호사의 미모에 대해 평가하고 성욕의 곤란함을 고백한다. 보비의 이러한 행동들은 일상적 소소함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인지 깨닫게 해준다. 마티유 아맬릭의 연기는 이 낙천적 비관론의 훌륭한 알리바이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 그로테스크한 눈꺼풀의 신호로 의사표현을 하는 그는 ‘오아시스’에서 문소리가 보여주었던 것 이상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족, 애인 사이에서 환상으로 처리한 보비의 욕망 역시 볼 만하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참혹한 사태를 대하는 목소리의 유연함이다. 그 유머는 격한 과장보다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결국 내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바닷가에 아이들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나간 남자의 독백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잠수종과 나비’는 쉼표 없이 살았던 인생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마침표에 대한 훌륭한 묘사들로 가득하다. 인생의 일회성과 죽음의 필연성. 때론 사고로 인해 인생이 소중해지기도 한다.
  • “람보4 보지마”…미얀마서 뜨거운 논란

    “람보4 보지마”…미얀마서 뜨거운 논란

    지난달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람보4:라스트 블러드’(이하 람보4)가 미얀마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 통신사 AFP와 일본 지지통신은 “미얀마 군당국이 DVD판매업자들에게 람보4 판매를 금지, 시민들이 구입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군당국이 DVD 판매 금지조치를 내린 것은 람보4의 줄거리가 민감한 내용을 담고있기 때문. 영화에서 주인공 존 람보는 참혹한 내전과 무자비한 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얀마를 배경으로 정국을 장악한 미얀마군에 대항한다. 이같은 영화내용이 지난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지난해 9월 발생한 미얀마 사태를 떠올려 군당국은 람보4 DVD판매를 금지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당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람보4가 해적판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며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해적판 DVD 판매업자는 “람보4 해적판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7년의 징역형을 받게된다.”며 “하루에 최소 20명의 손님들이 해적판을 사러온다.”고 밝혔다. 또 “람보4가 어떤 장르의 영화인지도 모르면서도 손님들이 찾는 바람에 몰래 공급하려는 판매업자들도 있다.”며 “판매업자 사이에서도 람보4 해적판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30살의 한 직장인은 “많은 사람들이 람보4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정작 어디에서도 살 수가 없다.”며 “판매자가 한국·중국·일본의 외설물이라면 가능하지만 람보4 해적판만큼은 안 판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람보를 봤다는 45살의 한 민주화운동가는 “영화 내용이 좋아서 가족들과 함께 봤다.”며 “친구들에게도 빌려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미얀마에서는 가장 인기가 있는 DVD물로는 한국 드라마 시리즈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꼽히고 있다. 사진=joblo.com(람보4 포스터)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시아 현대미술 ‘젊은미래’를 본다

    아시아 현대미술 ‘젊은미래’를 본다

    블루닷(Blue dot). 미술전시장에서 구매예약된 작품에 붙여지는 동그란 청색 스티커를 일컫는 말이다. 주목받는 작품에 블루닷이 먼저 붙여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도유망한 작가들이 총결집한다. 새달 5일부터 10일까지 ‘짧지만 굵게’ 열릴 전시의 제목은 ‘블루닷 아시아 2008’. 미술관 전시의 형식을 빌렸으되 내용을 살펴보면 아트페어에 가깝다. 이대형 전시총감독은 “작품성과 상품성을 겸비한 새로운 개념의 아트페어”라고 전시 성격을 규정하고 “미술품 컬렉션은 트렌드보다 3∼5년 이후의 작품에 주목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귀띔했다. 신진 작가군의 참신한 작품들과 중견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별해 소개하는 것이 전시의 취지이다. 전시에는 아시아 작가 57명의 작품 300여점이 나온다. 아시아권에서도 한국·중국·일본·타이완의 젊은 작가들을 주목했다. 배준성 김준 한기창 김남표 이우림 박명래 박은영 등이 국내 참여 작가들. 국제무대를 뛰기 시작했거나 국내 미술시장이 눈여겨보고 있는 이들이다. 누드사진 위의 비닐그림으로 유명한 배준성은 신작 5점을 내놓고, 설치·미디어 작업을 하다 3년간의 작업 과정을 거쳐 회화작가로 돌아선 박정혁은 선언적 신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사기로 안료를 짜내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는 윤종석, 몽환적 풍경·인물화를 그리는 이우림도 신작을 내놓는다. 퍼포먼스를 통한 사진작업으로 해외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창신과 잔혹한 동화 이미지로 알려진 짱펑 등의 중국작가를 비롯해 우따건 첸 징 야오, 리우밍, 바이앤, 아야코 구리하라 등 도약을 노리는 타이완, 일본 신진작가들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다. 미래가치가 높은 작품을 선점하는 안목을 빌릴 수 있는 자리가 될 만하다. 예컨대 타이완 작가 8명은 이 무대를 통해 한국에 첫 소개된다. 우따건, 첸 징 야오, 구오 이 첸 등이 그들이다. 전시는 5가지 주제로 나뉘어 일목요연하게 진행된다. 몸을 다각도로 재해석한 ‘매드 피규레이션(Mad Figuration)’,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초현실적 공간을 연출하는 ‘판트아시아(FantASIA)’, 아시아의 풍광과 아이콘을 현대적 색채로 표현한 ‘컬러 오브 아시아(Color of Asia)’ 등으로 나뉜다. 주류 미술시장에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신진작가들의 데뷔무대 ‘오투 존(O2 zone)’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전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작가들로도 범위가 확장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전세계 유망작가 작품을 선보이는 ‘블루닷 월드’란 제목으로 열린다.“‘블루닷 아시아’와 ‘블루닷 월드’를 해마다 번갈아 여는 아트페어로 운영할 것”이라고 주최측은 밝혔다.(02)747-7277.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어톤먼트’ 리뷰

    아이는 순수할까. 아니 순수한 것은 곧 선한 것일까. 사람은 착하게 태어나 악을 배우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처럼 타고난 악을 세련화하고 억압하며 ‘인간’이 되는 것일까. 속죄를 뜻하는 영화 ‘어톤먼트’(Atonement·21일 개봉)는 과연 아이의 영혼이란 순수한 것인가 라는 오래된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제목처럼 영화는 어린 시절 저질렀던 실수를 속죄하고자 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여자는 말한다. 어린 시절의 ‘무지’가 씻을 수 없는 죄가 되어 평생을 짓눌렀노라고 말이다. 열한 살의 소녀 브라이오니는 지금 한창 최초의 희곡을 써냈다. 희곡을 쓰는 소녀는 이야기를 꾸며 내는 재주를 타고 났다. 그런 소녀 앞에 자신이 알고 있는 원리로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진다. 자신의 언니와 저택 가정부의 아들 로비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소녀는 로비가 변태 성욕자가 틀림없다고 소문을 내고, 경찰에게 거짓 정보를 증언한다. 흥미로운 것은 로비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빛이 실은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소녀는 로비를 좋아하고 그에게서 최초의 남성을 느낀다. 자신이 물에 빠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고는 당돌하게도 물에 빠져 그를 시험한다.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는 소녀를 보며 로비는 화를 낸다. 로비가 화를 내며 돌아서자, 소녀는 그 순간 로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거뒀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실상, 소녀의 잔망스러운 행위는 그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욕망에 가깝다. 자신에게 화를 냈던 로비가 언니와 얽혀 있는 것을 본 순간, 소녀는 그를 변태 성욕자로 몰아간다. 어른이 된 소녀는 친구에게 말한다.11살 때 난 그 장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말과 허구를 잘 지어내는 이야기꾼 소녀는 그 장면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았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소설가가 된 그녀가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이 시절을 다루는 순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야기의 마지막 그러니까 소설의 마지막이자 영화의 마지막 부분, 할머니가 된 브라이오니는 말한다.“나는 소설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그들에게서 속죄받고 구원받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써넣었다. 하지만, 실상 이 모든 것들 역시 나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로비는 전쟁 중에 패혈증으로 사망했고 언니 역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죽었다.” 결국 브라이오니는 누구로부터도 속죄받지 못한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조차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다.‘어톤먼트’는 관객의 가슴에 무거운 추를 달아 놓은 듯한 통증을 전해준다. 아마 마음이 있다면 거기쯤 있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가슴 속 어느 한 부분을 둔중하게 누른다. 삶은 몇몇 우연한 장면들에 의해 다른 미래로 이어진다. 장래가 촉망되던 두 연인은 소녀의 당돌한 거짓말 때문에 참혹한 결말을 맞게 된다. 한 번 쯤, 우연한 선택에 의해 인생의 유턴 지점을 놓쳐본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아한 비관론, 때론 비극이야말로 삶의 비밀이기도 하다.
  • 눈에 띄는 종교서적 2종 출간

    다양한 종교가 갈등 없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은 흔히 ‘종교천국’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각각 뚜렷한 색채를 지닌 종교들 사이에 갈등 요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종교 사회’ 한국 속 종교 공생의 방향을 짚은 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개신교 교회는 급격히 쇠퇴할 것’이란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출간돼 개신교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땅에서 만나는 이웃 종교들 감리교 소속 이종찬 목사가 각 종교의 실체 분석을 통해 평화 공존 법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우선 천주교와 개신교의 상황 비교가 눈에 띈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통해 교회의 일치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천주교에서 평신도의 자리를 강조하고 일깨우려는 시도는 의미있는 변화 모색이라며 후한 점수를 준다. 반면 성직자는 물론 평신도들까지도 신학·교리적으로 경직화의 길을 걷고 있는 개신교는 ‘현대판 골품제’ 방식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불교와 유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먼저 불교의 가르침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삼라만상의 본질적 의미를 일깨우는 출구라고 설명한다. 특히 ‘자본주의 발전을 막는다.’는 서구적 시각의 유교비판을 향해선 “유교문화권 국가들의 괄목할 경제성장은 이들 나라의 문화 양식이 근대화나 경제개발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정면 반박한다. 이 목사는 “오늘날의 공동체는 더 이상 각각의 전통에 갇혀 있지 않고 고등종교의 본래 가치는 상호 존중과 더불어 누리는 삶 속에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종교에 대한 다원주의적 이해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레볼루션 교회 혁명’ 미국 기독교인들의 교회 의존도가 급속하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통해 한국 개신교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보고서 성격의 책. 미국 기독교계 마케팅 연구기관 ‘바나 리서치 그룹’의 조지 바나 회장이 저자이다. 핵심은 신앙생활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역할은 현저히 줄어들고 오히려 교회 밖 신앙공동체나 미디어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점. 무엇보다 신앙 경험과 표현의 주요 수단 측면에서 지역교회의 역할 감소가 두드러진다. 지난 2000년엔 지역교회의 역할이 70%를 차지했지만 2025년쯤엔 30∼50%대로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다. 이에 비해 일반 신앙공동체의 역할은 5%에서 30∼35%나 늘어나고, 미디어·예술·문화의 역할도 20%에서 30∼35%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조지 바나 회장은 바나 리서치 그룹 조사결과를 인용,“교회에 다니는 7700만 미국 성인 중 주일 예배에서 하나님과 교제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이나 되며,10명 중 1명 미만이 최소한 10%의 소득을 교회나 다른 비영리 기관에 기부한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지역교회가 기독교인들의 영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개신교계가 무시할 수 없는 냉혹한 경고일 수 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Sorry 애버리진”

    “Sorry 애버리진”

    호주 연방정부가 13일 원주민(애버리진) 탄압에 대해 1세기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지난해 태즈메이니아가 주정부 차원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사과와 보상을 약속한 것에 대해 연방정부가 화답한 것이다. 원주민들과 인권단체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부끄러운 과거사에 대한 정부의 반성이다. 차별정책이 시행된 지 100년이 지난 뒤 정부가 마침내 사과함으로써 원주민과 백인 사이의 화해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이날 캔버라에 있는 의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BBC,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러드 총리는 지난해 11월24일 치러진 연방총선에서 존 하워드의 5연속 집권을 저지하며 12년 만에 정권교체를 일궈낸 후 원주민에 대한 사과를 약속했었다. 러드는 “우리는 동료 원주민에게 깊은 슬픔, 고통, 손실을 안긴 역대 정부의 법률, 정책들에 대해 사과한다.”며 “과거 잘못을 바로잡아 새로운 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도둑맞은 세대’에게 사과했다. 이들은 호주에 인종차별국이란 오명을 안긴 대표적인 차별정책인 ‘동화정책’의 최대 피해자들이다. 이 정책은 지난 1900년부터 1970년까지 시행됐다. 핏덩이를 포함한 원주민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교회나 고아원 등 강제 수용시설에서 기르며 영어를 가르치고 동화가 됐다고 믿으면 시민권을 주는 정책이었다. 최대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원주민 아이들이 희생양이 됐다. 원주민 인권지도자인 톰 칼마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호주의 정치 지도자들이 원주민과의 관계설정 원칙으로 존엄, 희망, 상호존중을 골랐다.”고 평했다. 호주 원주민 담당장관 대변인 제니 매클린은 “원주민과 일반 호주인 사이의 뿌리깊은 불평등을 씻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주민들은 무력을 앞세운 백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등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100만명을 웃돌던 원주민은 백인들의 차별정책으로 한때 10만명까지 줄었다가 지금은 조금 늘어 46만명선. 하지만 아직도 호주 전체 인구 2100만명의 2%에 불과하다. 원주민들은 지금도 차별정책의 후유증에 허덕이고 있다. 대물린 가난으로 원주민 실업률은 하늘을 치솟고 평균수명은 일반 호주인보다 17년이나 짧고 류머티즘 발병률도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美해병, 日여중생 성폭행 파문 확산

    |도쿄 박홍기특파원|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12일 각료회의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다. 용서될 일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확실히 대응해 나가길 바란다.”며 내각에 지시했다.지난 10일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미군 해병대원의 일본 중학교 3학년 여학생(14)에 대한 성폭행 사건를 두고 밝힌 강경 입장이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들끓는 여론에 감안한 조치이다. 사건은 지난 10일 밤 오키나와에서 미 해병대 캠프 코트니 소속의 부사관 타이론 해드넷(38)에 의해 발생했다. 해드넷은 오키나와시 번화가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오던 중 3학년 여학생 3명에게 말을 건넨 뒤 한 명을 “집까지 태워 주겠다.”며 오토바이에 태워 자신의 집 근처까지 가 추행했다.이어 학생이 울자 자신의 집에 있던 차에 태워 부근 공원으로 데려간 뒤 차 안에서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검찰에 넘겨졌다. 해드넷은 그러나 경찰조사에서 “키스는 시도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의 추이에 따라 미군 재편의 하나로 추진 중인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비롯, 미·일 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잖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이날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수사를 실시, 법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며 미국 측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가미가와 요코 소자녀화담당상은 “매우 참혹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측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일본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일본측에 전했다. 오키나와시 주민들은 이날 오후 “지난 95년 미군의 여중생 폭행사건을 떠올리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미 해병대 캠프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졌다. 주일 미군의 75%가 밀집돼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1995년 미 해병대원 3명이 여중생 한 명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발생, 일본이 발칵 뒤집히자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한 적이 있다.hkpark@seoul.co.kr
  • 물집 터져도 걷는다…나는 해병이다

    물집 터져도 걷는다…나는 해병이다

    입춘(立春)에도 아침 바람은 차다. 강원도 산골짜기에는 해가 늦게 올라온다. 영하 8도. 안개와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귀와 턱이 시려서 인터뷰는커녕 말도 꺼내기 어렵다. ●강원 평창~ 경북 포항 430㎞ 오직 걸어서 이동 4일 설 연휴를 앞두고 기자가 행군을 함께한 해병대 수색대대는 겨울 혹한기 훈련이 한창이었다. 이날은 강원도 평창에서 경북 포항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걷는 천리행군의 사흘째. 하루에 40㎞씩 13일간 총 430㎞를 걸어서 이동한다. 추위는 아침 행군에서 싸워야 할 또 하나의 적이다. 병사들의 걸음도 어제보다 빨라진다. 한참을 걷다 보면 앞의 병사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도 절대 뛰어선 안 된다. 내가 살짝 뛰면 저 뒤에선 100m 달리기를 해야 한다. 앞의 병사를 놓치지 않으려고 종종걸음을 걷는다. 출발 전에 한 병사가 가슴팍에서 “이제 막 뜯은 거라 따뜻합니다.”라며 꺼내주었던 ‘핫팩’을 거절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한다. 따뜻한 마음은 고마웠지만 동생뻘 되는 병사에겐 심장과도 같은 손난로를 빼앗을 순 없었다. 출발한 지 1시간. 슬슬 무릎 뒤 정강이 근육이 당겨 온다. 행군은 ‘물집, 관절피로와의 싸움’이다. 행군 사나흘째에 접어들면 발 여기저기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한다. 지난해에는 열발가락에 물집이 잡힌 한 병사가 결국 행군을 포기하기도 했다. ●말할 힘도 없지만 ‘나´와 만나는 시간 군장의 무게 탓에 허리를 숙이고 걷고 있던 허의량(22)상병의 얼굴에선 장난기가 묻어난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해병대 수색대대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해병대 수색대대 동기들이 집으로 자주 놀러오는 것을 보고 군대는 당연히 수색대대밖에 없는 줄 알았다고 한다. “지난번 휴가 때 아버지가 수색대대 동우회에 끼워주셨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아버지도 자랑스러워하셨죠. 혼자 소 키우시느라 고생이실 텐데…설인데 전화도 못 드리네요. 아버지, 휴가나갈 때까지 몸 건강히 계세요.” 행군의 기본은 50분 행군,10분 휴식이다. 어깨에 40㎏이나 되는 군장을 메고 시속 7㎞의 속도로 걷는다. 군장을 메어보니 뒤로 자빠질 듯하다. 그래서 병사들은 “덩치 큰 조카 한명을 업고 다닌다.”고 표현한다. 아무리 조카라지만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단다. 행군 도중에는 대화가 없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다. 대신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손보배(22)병장은 걷다 보면 10년간 하다가 그만둔 ‘야구’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 투수였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때 어깨 부상을 입고서도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욕망에 치료보다는 연습에 매진했다. 덕분에 학교는 그해 전국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했지만 그는 야구를 빼앗겼다. “작년 행군 때보다 몸이 덜 힘든 걸 보면 이곳에서 저도 많이 강해진 것 같습니다. 요즘엔 제대 후에 야구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식사는 전투식량으로… 잠은 산골짜기서 점심은 전투식량. 끓는 물을 붓고 5분 정도 기다리니 제법 먹을 만한 잡채밥이 되어 나온다. 병사들은 질릴 대로 질렸는지 군장 속에서 케찹, 고추장을 꺼내 슥슥 비벼 먹는다. 국 대신 라면 하나를 끓여 5명이 나눠 먹는다. 그래도 이 시간이 천국이다. 다시 걷는다. 눈밭이다. 발이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뽀도독 소리가 나기가 무섭게 발등으로 설탕 같은 눈이 쏟아진다. 신발이 젖지 않으려면 다음 발을 재빨리 옮겨야 한다. 눈에 눈이 부시다. 이미 눈밭에서 3주간 굴렀던 병사들은 눈빛에 탄 얼굴이 거무튀튀하다.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어디로 가는지보다 언제 쉬는지가 알고 싶다. 저 멀리 선발대가 걷고 있는 걸 보니 아직 휴식시간은 먼 것 같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땀조차 나지 않는다. 왼쪽 발이 나가면 자연히 오른쪽 발이 따라와 의지와 상관없이 걷고 있다. 걷고 있어도 내가 걷고 있는 게 아니다. 뒤꿈치 까진 곳이 따끔거린다. 행군을 모두 마치고 군장을 푼 시각은 오후 4시. 병사들은 서둘러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7시반부터 이른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산골짜기의 해는 짧기도 하다.30분도 안 되어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도 들려온다. 다들 꿈속에서 집에 계신 부모님께 설인사를 드리고 있는 듯하다. snow0@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57) 대릉하성의 비극 (2)

    [병자호란 다시 읽기](57) 대릉하성의 비극 (2)

    명이 조대수를 시켜 대릉하성을 쌓은 목적은 명확했다. 산해관의 방어를 확고히 하면서, 후금에 빼앗긴 요서(遼西)와 요동을 수복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후금군은 성의 방어 시설이 채 완공되기도 전에 들이닥쳤다. 조대수는 분투했지만 성은 결국 함락되었다. 집요한 포위 끝에 대릉하성을 무너뜨린 후금의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명의 수세(守勢)와 낙조(落照)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말았다. ● 祖大壽, 투항을 결심하다 1631년 10월 7일, 홍타이지는 한인 출신 장수 강계(姜桂)를 대릉하성으로 보냈다. 그는 홍타이지에게 투항한 23명의 한인 장관(將官)들이 직접 작성한 투항 권유서를 들고 있었다. 조대수에게 투항하라고 설득할 참이었다. 조대수는 그를 성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강계는 할 수없이 성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외쳤다. 투항 권유서를 쓴 사람들이 누구누구며, 원군을 이끌고 왔던 장춘(張春)도 이미 후금군에 참패하여 투항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대수는 완강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자신의 옛 부하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성에서 죽을 것이니 다시는 오지 말라.”고 외쳤다. 병사들이 서로를 잡아먹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어도 조대수는 좀처럼 투항하려 들지 않았다. 조대수의 태도를 확인한 홍타이지는 10월 20일, 편지가 묶인 화살을 성안으로 날렸다. 그는 편지에서, 명 지휘관들이 자신의 명예만을 위해 부하들에게 참혹한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명 병졸들에게 ‘너희는 죽어봤자 이름도 남기지 못하는데 왜 다른 사람의 고기가 되느냐.’며 ‘상관을 죽이고 귀순하는 자에게는 벼슬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명군 진영을 흔들기 위해 심리전을 폈던 것이다. 심리전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10월 25일 조대수로부터 회답이 왔다. 조대수는 홍타이지에게 한인 출신 장수인 석정주(石廷柱)를 보내달라고 했다. 조대수는 석정주를 성안으로 들이면서 자신의 아들 조가법(祖家法)을 후금 진영에 인질로 보냈다. 조대수는 석정주에게 항복을 결심했다고 말한 뒤, 깜짝 제안을 했다.‘나는 이미 나라에 충성하기는 틀린 몸인데 목숨을 비록 구하더라도 처자를 볼 수 없으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그대들이 대사를 도모하려 한다면 먼저 금주성을 함락시켜 내 처자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앞장서서 금주성을 함락시킬 복안이 있으니 홍타이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당시 조대수의 가족들 대부분은 금주성에 있었고 둘째아들은 북경에 있었다. 어차피 상황에 떠밀려 항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피붙이라도 챙겨야겠다는 결심이 섰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대수의 변신과 홍타이지의 배포 10월 28일 조대수는 마침내 성문을 열었다. 조대수는 투항하기로 결심했지만 부하 하가강(何可綱)은 그의 결정에 따르지 않았다. 하가강은 사실상 부사령관으로 성을 쌓는 공사를 감독했던 주역이었다. 그는 조대수에게 “공과 저는 모두 요동 사람입니다. 공이 나가지 않으면 요동 사람의 마음을 묶어둘 수 없고, 제가 죽지 않으면 요동 사람의 의리(義理)를 밝힐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제문을 지은 뒤 주변 사람들에게 “죽게 되면 죽어야 하는 것이거늘 어찌 성을 나가서 영원히 비웃음을 사겠는가?”라고 했다. 조대수는 사람들을 시켜 그를 성밖으로 몰아냈다. 성밖에는 이미 후금군 장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가강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얼굴색을 바꾸지 않았다. 그저 웃을 뿐이었다. 후금군에 의해 그의 숨이 끊어지자 그의 시신을 차지하기 위해 굶주린 명군 병졸들이 달려들었다. 끔찍한 장면이었다. 조대수는 후금군 지휘관들과 하늘에 맹서하는 의식을 치렀다. 조대수는 ‘홍타이지에게 몸을 맡겨 영원히 배신하지 않겠다.’고 서약했고, 후금군 지휘관들은 ‘귀순한 한인들을 온전히 보양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윽고 조대수는 홍타이지의 장막으로 인도되었다. 홍타이지는 관원들을 1리(里) 밖까지 보내 그를 환영했다. 조대수가 장막 앞에서 홍타이지에게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겠다고 하자 홍타이지는 극력 만류했다. 대신 그를 끌어안았다. 홍타이지가 포견례(抱見禮)를 행한 것은 그동안 귀순해 왔던 어느 누구보다도 거물이었던 조대수에 대한 배려의 표시였다. 조대수는 자신에게 기회를 주면 직접 금주성으로 들어가 명군을 무장해제시켜 투항하도록 하겠다고 제의했다. 마치 후금군의 포위를 뚫고 대릉하성을 탈출한 것처럼 가장하여 금주성의 명군을 속인 다음 ‘거사’를 이루겠다는 복안이었다. 대릉하성을 포위하느라 지쳐버린 홍타이지는 조대수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조대수의 ‘변신’도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 홍타이지의 ‘배포’ 역시 대단한 것이었다. 11월 1일 조대수는 출발하면서 ‘금주성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하면 입성한 다음날 포 한 발을 쏘고, 성을 접수하는데 성공하면 11월 4일까지 역시 포를 쏘아 신호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홍타이지에게 ‘성공’했다는 포성을 들으면 병력을 이끌고 즉시 금주성으로 오라고 했다. 11월 2일, 금주성에서 포성이 울렸다. 하지만 약속된 날짜가 되었지만 더 이상의 포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홍타이지는 조대수가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여겼다. 그는 대릉하성에서 새로 얻은 명군 장졸들과 노획한 화기들을 챙겨 철수 길에 올랐다. 대릉하성에서 새로 얻은 명군 병력은 1만 1000이나 되는 많은 수였다. 노획한 대소 화기는 3500문이 넘었다. 병력과 무기는 고스란히 후금군의 새로운 전력(戰力)으로 보강되었다. 홍타이지는 끝까지 치밀했다. 그는 철수에 앞서 대릉하성의 성첩과 시설물들을 모두 파괴하라고 지시했다. ●홍타이지, 자신감이 더욱 커지다 대릉하 전투의 승리를 계기로 홍타이지의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11월 10일, 홍타이지는 조선 사신 일행에게 대릉하 승리의 전과(戰果)를 설명하고, 자신들이 조대수에게 보냈던 초항장(招降狀, 항복 권유서)을 보여 주었다. 당시 대릉하의 후금 진중에는 오신남(吳信男)을 비롯한 조선 사신 두 명이 심양으로부터 와 있는 상태였다. 홍타이지는 명군을 굴복시킨 자신들의 강력한 힘을 사신들에게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상국’으로 섬겼던 명의 장졸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조대수가 항복하는 장면을 직접 보면서 오신남 등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분명 착잡했을 것이다. 또 어렵사리, 근근이 유지되고 있던 조선과 후금 관계의 장래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상상을 했을 것이다. 조대수의 투항은 조대수 개인의 비극일 뿐 아니라 명 전체의 비극이기도 했다. 조대수는 일찍이 자신의 상관이자 누구보다도 열렬한 애국자였던 원숭환이 숭정제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상황을 목도했다. 원숭환이 처형된 직후 북경의 분위기에 실망한 그는 산해관을 떠나 금주성에 틀어박혔었다. 조대수도 인간인 이상 간신과 소인배들의 참소 앞에서 대국을 볼 줄 모르는 숭정제와 조정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질 법도 했다. 하지만 조대수는 마음을 가다듬고 대릉하성을 수축하자고 건의했다. 조정에서는 다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어디에 먼저 성을 쌓고, 어디를 먼저 방어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논란이었다. 결국 대릉하성을 쌓으라는 재가는 떨어졌지만 공사 기간은 충분치 않았다. 갑론을박하다가 공사 착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치첩이 완공되기 전에 후금군은 들이닥쳤고 조대수는 고립된 성에서 3개월 이상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미 망조(亡兆)가 완연한 명의 분위기에서 조대수의 분투는 그나마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 홍타이지는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대릉하 원정에서 돌아온 직후인 1632년 4월, 홍타이지는 대군을 이끌고 차하르(察哈爾) 몽골 정벌 길에 올랐다. 대릉하성에서 새로 합류한 명군 장졸들도 원정에 동참했다. 원정이 거듭될수록 후금의 힘은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젠가는 조선을 향해 다가올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홍순영칼럼] 통일부와 외교부

    [홍순영칼럼] 통일부와 외교부

    이 세상에서 개인이 혼자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라도 혼자 살아갈 수가 없다. 개인이 혼자서 먹고 마시고 즐겁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즐겁게 살아가는 것도 다 사회적 산물이다. 나라인 경우에도 생산과 소비, 발전과 성장, 자유와 행복이 모두 국제사회 안의 교류와 협력 틀 안에서 나온다. 한반도에서의 남북관계도 그 역사와 현재를 보면 이것이 민족내부의 민족끼리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문제이고 국제공동체의 문제이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가 된 과정,2차대전 후의 남북분단, 김일성 북한의 남한침공 그리고 자유한국의 수호 등의 모든 역사가 다 국제공동체의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오늘의 세계에서도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잔혹한 부족전쟁과 인종학살 그리고 참담한 절대빈곤과 질병 등에 관한 대책을 크게는 유엔, 작게는 지역국가들 그리고 종국에는 미국과 선진국들의 사명으로 귀착시키고 있음을 본다. 그렇게 할 때에 유엔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라는 높은 도덕적 이상을 지향한다. 거기에 인류의 그리고 역사의 희망이 있다. 세상에는 아프리카 대륙만이 아니고 도처에 인권탄압과 테러리즘의 문제가 있다. 이것도 종국에는 국제공동체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 글로벌시대에는 어디까지가 국내문제이고 어디서부터가 국제문제인가를 분별하기가 어렵다. 국제법정에서는 다만 경제범죄만이 아니고 반인류 범죄라는 인류차원의 범죄도 다스린다. 많은 국가행위가 점차로 국제조약이나 국제법의 제약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의 새 조약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엔헌장,WTO의 규정, 국제형사법원 등의 모든 것들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지향하는 가치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위상과 그 성장의 가능성도 결국은 이러한 세계적 가치관의 높은 수준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이든 국정의 모든 것이 외교와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세를 본다. 나라의 공산화를 막고 자유를 수호하는 데 공헌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려는 책동에 관하여 입장표명이 없는 정부와 언론, 나라의 민주화를 주장하는 불교승려들의 시위행위를 무참히 탄압한 미얀마정권에 대하여 침묵하는 정부, 평양정권의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유엔결의안에 기권하는 정부, 이러한 자세는 국제공동체의 가치관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징후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관용과 보편적 가치관의 주장은 엄중히 구분하여야 한다. 그러지 아니하면 평양과 같은 수준의 나라가 된다. 여기에 통일부와 외교부의 생각의 차이, 접근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있다. 통일부의 ‘민족끼리’의 사고가 우선하는 경우 한국은 북한과 더불어 국제사회로부터 서서히 고립되게 될 것이다. 나라가 고립되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는 없다. 통일부의 통일연구나 대북정책은 외교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이루어지든가 외교부의 지휘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경우이든 외교부는 통일부보다 상위부처로 승격되어야 한다. 이것은 오늘의 글로벌정치사회에서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판단은 최근에 부각된 북핵문제의 위협적 진전,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촉진하고 대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의 필요성, 그리고 북한의 자립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단합된 국제사회의 원조의 필요성 등에 기초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했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는 국제공동체의 문제가 되어 있다. 남북평화공존 그리고 통일로 가는 과정은 국제공동체라는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북한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의 가치관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보는 것이 앞서가야 할 것이다.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 하정우 “유영철 인물탐구 많이했죠”

    하정우 “유영철 인물탐구 많이했죠”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 하정우(30), 그의 ‘무한도전’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6개월전 정의파 검사로 안방극장(드라마 ‘히트´)을 휘젓던 그가 이번엔 희대의 살인마가 되어 나타났다. 연쇄살인범과 전직형사 엄중호(김윤석)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 ‘추격자’(14일 개봉)를 통해서다. 드라마의 인기로 ‘완소김검’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던 하정우가 어렵게 얻은 톱스타의 발판을 뒤로하고 동정심조차 느껴지지 않는 악역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걱정반, 호기심 반으로 이유를 물었다. “제가 원래 무모하고 재밌는 일에 끌리는 편이에요. 다양한 작품에 열심히 참여해 늘 시험해 보고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배우의 희열이자 의무잖아요.‘톱스타’라는 명예는 그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은 출장안마사 여성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연쇄살인을 벌인 살인마 지영민 분. 살기어린 눈빛에 가끔씩 입가에 흘리는 모호한 웃음까지. 영화가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스크린 속 그의 연기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과 공포가 느껴진다. “‘악역’을 의식하고 연기했다면, 괜히 힘만 들어갔을 거예요. 그래서 가능한 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어요. 대신 인물에 대한 분석은 꼼꼼히 한 편이죠. 국내외 관련 서적들을 탐독해 나름대로 인물의 인생사와 캐릭터(서브텍스트)를 설정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했어요.” 하지만 5개월간 매일밤 8시에 촬영장으로 ‘출근’해 연쇄살인범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밤낮이 바뀌다 보니 ‘수면장애’는 기본이고, 맞는 장면도 수십번을 촬영하니 두피도 일어나기 일쑤였다. ●‘우생순´ 수희의 맞선남으로 우정출연 40~50시간씩 해야 하는 피 분장으로 피부가 벌겋게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창조적인 현장분위기로 얻은 것이 더 많단다. “함께 연기한 김윤석 선배는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유연한 연기자셨어요. 전 무엇보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해 본 것이 좋았어요. 아무도 원하지 않는 ‘나쁜 사람’이 되어 본다는 것은 흔한 경험은 아니잖아요.” ●탤런트 김용건의 아들… 자신만의 길 개척 중앙대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3년 조인성·신민아 주연의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그는 5년만에 조승우, 박해일과 함께 충무로의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는 ‘시간’,‘용서받지 못한 자’등의 출연작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제가 충무로에서 인정받은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영화계에서 후한 점수를 주셔서 책임감도 많이 느껴요. 스타보다는 배우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죠.” 하정우는 2008년 출발이 좋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수희(조은지)의 맞선남으로 깜짝 출연해 벌써 흥행 배우(?)가 됐고, 올해 개봉하는 영화 ‘멋진 하루’에서는 ‘칸의 여왕’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다.‘비스티보이즈’에서는 코믹연기에도 도전한다. “‘우생순´에서 역할이 크든 작든 배우로서 한 장면을 책임졌기 때문에 ‘우정출연’이란 문구에선 빼달라고 했어요. 저 때문에 시선이 분산되면 곤란하잖아요. 도연이 누나는 원래 잘 아는 분이라 연기하기가 편해요. 코미디는 연극할 때부터 희극을 많이 해서 자신있어요. 코미디를 알아야 눈물을 안다고 하잖아요?” 하정우의 본명은 김성훈. 잘 알려져있다시피 중견탤런트 김용건의 아들이다. 자칫 부담이 될 수도 있는 2세연기자지만, 그는 아버지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어떤 특별한 조언을 듣는지 궁금했다. “그냥 다른 아버지들과 똑같아요. 나이 서른인데도 ‘건강에 유의해라.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 차조심해라.’늘상 그런 말씀들이죠.” 매 작품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며 한걸음씩 배우의 길을 떼고 있는 하정우. 언뜻 그에게서 아버지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우생순’ 뛰어넘을 대박 나올까

    ‘우생순’ 뛰어넘을 대박 나올까

    설 황금 연휴. 극장가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다채로운 영화들로 관객맞이에 분주하다. 이번 설연휴엔 무려 8편의 신작들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250만 관객을 넘어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흥행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로 무장한 한국영화 지난 추석 연휴, 외화 ‘본 얼티메이텀’의 선전에 맥을 못췄던 한국영화는 이번 설엔 총 6편의 작품을 내놓으며 물량공세에 나섰다. 장르도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먼드라마와 친구나 연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미디와 스릴러물 등 다양하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전지현·황정민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바쁜 생활 속에 잊고 지냈던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인류애의 의미를 전하며,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소재로한 코미디 ‘라듸오 데이즈’(1월31일 개봉)도 인물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보는 재미가 있다. 무기수(신현준)와 형사(허준호)로 만난 두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하는 ‘마지막 선물’도 5일 선보인다. 하지만 명절이라고 온통 가족 친화적인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신체 강탈’이라는 이색 소재를 담은 스릴러 ‘더 게임’(1월31일 개봉)도 인터파크 등에서 인터넷 예매율 1위를 유지하며 젊은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번 연휴기간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물인 김하늘, 윤계상 주연의 ‘6년째 연애중’(5일 개봉)도 연인과 여성관객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방 전후 경성의 사기꾼과 도둑이 벌이는 코믹 어드벤처 ‘원스어폰어타임’(1월31일 개봉)과 같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라듸오 데이즈’의 대결도 볼 만하다. ●외화, 블록버스터와 애니메이션으로 승부 실질적으로 이번 설 연휴에 개봉하는 외화는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전쟁 액션 영화 ‘명장´(1월31일 개봉)과 할리우드 톱스타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찰리 윌슨의 전쟁’(6일 개봉) 등 두편이다.‘찰리 윌슨의 전쟁’은 냉전시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소재로 한 정치코미디물이고,‘명장’은 리롄제(李連杰), 류더화(劉德華), 진청우(金城武) 등 톱스타들의 출연과 400억원의 제작비로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지난달 17일과 24일에 개봉된 영화들도 아직까지 무시하기엔 이르다. 제65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와 ‘미션 임파서블3’와 ‘로스트’의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클로버필드’도 설 연휴까지는 잠재력을 갖고있다. 12년만에 TV도쿄 애니메이션에서 극장판으로 재탄생한 ‘에반게리온:서(序)’와 ‘슈렉’ 제작진이 만들고 ‘무한도전’ 출연진이 더빙한 ‘엘라의 모험:해피엔딩의 위기’는 각각 애니메이션 마니아와 어린이 관객들의 발길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무 CJ엔터테인먼트 부장은 “이번 설 연휴 극장가는 조폭코미디류의 ‘명절용 한국영화’가 사라지고 눈에 띄는 외화도 없어 어느 한 작품의 독주를 예상하기 힘들다.”면서 “이월작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포함한 3편 정도가 선두그룹을 형성하는 가운데 연휴 관객 동원력이 설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설] 교사는 돈받고, 학생은 돈 낸 태안 봉사

    충남 태안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방제 작업을 한 교사들이 출장비와 시간외 수당까지 챙겼다고 한다. 심지어 자원봉사를 했다는 확인서를 받아 5만원의 소득공제 혜택까지 봤다는 교사도 있다. 온 국민이 바다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여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혹한 속에서 묵묵히 오염된 돌을 닦고 모래를 쓸었다. 이주노동자들조차도 태안으로 달려가 방제작업을 하며 한국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외국인으로서 자원봉사에 동참했다. 출장비 등을 챙긴 교사들은 다른 곳도 아닌 기름 피해가 가장 큰 충남 지역의 교사·교직원이다. 방제에 참가한 5800명 중 5000명은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1인당 5만∼8만원의 출장비와 교통비를 받았다고 한다. 이것도 모자라 3만원가량의 시간외수당을 타내는가 하면 방학과 휴일에 한 방제활동에 대해서도 출장비를 받았다. 교사들과 달리 학생들은 2만∼3만원씩을 내고 봉사를 다녀왔다. 태안 자원봉사는 주민이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힘을 모아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데 참뜻이 있다. 게다가 생계가 막막해 주민들이 목숨을 끊는 판이다. 봉사를 실천하고 가르쳐야 할 교사들은 뒤에서 뱃속을 챙겼다니 무슨 낯으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겠는가. 충남교육청의 해명이 가관이다. 방제가 사적 활동이 아니라 지시에 따른 것이며 근무의 연장이라 출장비를 환수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개학 후에도 방제활동을 계속한다는데 돈받고 할 봉사라면 위화감 주지 않도록 아예 안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 ‘센테니얼’ 야구단 숙제 남았다

    프로야구가 센테니얼 인베스트사의 참여로 야구계 안팎의 여망대로 8구단 체제로 가게 됐다. 그러나 아직 여러가지 문제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센테니얼은 지난달 30일 한국야구위위원회(KBO)와 제8구단 창단에 합의한 뒤 “현대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재창단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현대의 부채 및 고용 승계를 100%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현대는 모기업의 지원이 끊어진 2006년부터 신인의 계약금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지금까지 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가 지난해 말 지명한 신인 7명의 계약건도 남아 있다. 센테니얼이 이들 모두와 계약할지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KBO의 한 관계자는 “현대와의 계약 관계는 모두 파기된다.”고 설명했다. 선별 계약이 가능하고, 계약금도 센테니얼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기존 계약이 자동 해지되면서 다년 계약을 맺은 자유계약선수(FA)도 다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들은 센테니얼이 계약 우선권이 있어 일단 구단 측과 재계약해야 한다. 송지만, 이숭용, 김수경이 대상이다. 송지만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로 연봉이 5억원이다.3년 계약한 이숭용은 올해가 2년째로 연봉은 3억 5000만원. 지난해 ‘1+2’ 계약한 김수경은 지난해 옵션을 채워 2년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두 원점이 됐다. 퇴직금도 문제다. 센테니얼은 야구단을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 흑자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선 구단의 거품빼기에 따라 직원 40명 가운데 10명 정도는 떠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금액도 15억원가량 된다.KBO의 한 관계자는 “퇴직금 문제는 센테니얼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논의될 사안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열릴 KBO 이사회에서 해결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같은 방식으로 2000년 SK가 프로야구에 참가할 때 쌍방울은 가입금 250억원 가운데 70억원을 받아 퇴직금으로 쓴 선례가 있다. 아울러 선수단은 혹한이 지속되는 가운데 따듯한 곳에서의 전지훈련을 원한다. 매년 갔던 미국 전지훈련은 이미 포기했고, 오는 17일로 예정된 일본 전지훈련도 일단 취소한 상태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사설] 어린이집 알몸 체벌 형사 처벌해야

    서울 용산구의 구립 어린이집에서 다섯살 여자 아이를 발가벗겨 실외에서 체벌을 준 일이 일어났다. 보육 교사가 다른 어린이들을 괴롭히는 아이를 제지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혼 좀 나야겠다.”며 어린이집 건물 1층으로 내려가는 비상 계단 난간으로 내몰고 알몸 체벌을 줬다.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영하 10도에 가까운 강추위가 몰아친 날이었다. 아이는 10분이 넘게 혹한 속에 벌벌 떨다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주민들의 증언으로는 이 어린이집의 알몸 체벌은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구립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보육료가 사립 유치원이나 놀이방보다 싸 서울 시내 600여개의 구립 어린이집은 대기자가 늘 밀려 있을 만큼 인기가 좋다. 이런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에 가까운 체벌이 횡행한다면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는가.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알몸 체벌은 아이가 입었을 정신적 상처를 생각할 때 중대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보호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지만 알몸 체벌을 내린 교사는 물론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엄중히 형사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나 비인권적인 교육 행태를 뿌리 뽑을 법적·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다.
  • [기고] 이젠 서해안 수산물 팔아주자/이명식 한국농촌공사 천수만사업단장

    우리국민의 저력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천혜의 땅 태안반도에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두달이 지났다. 혹한의 겨울바람 속에서도 하루 5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인간띠를 이루었다. 유명세를 치르는 정치인, 연예인부터 전국 방방곡곡의 유치원생까지 지금까지 태안을 다녀간 인원이 15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이제 눈에 보이는 기름은 어느 정도 제거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래자갈 속 깊이 배어든 기름처럼 이 지역 주민들의 상처와 시름은 여전히 깊다. 그 하나는 해변이나 바다가 완전히 원상복구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뚝 끊긴 사람들의 발걸음 때문이다. 우선 모래 속 기름들이나 바다 속 오일볼까지 깨끗이 제거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전문가들조차 쉽게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이 한 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사례로 오랜 시간과 첨단기술이 해결할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 이유이다. 이는 우리의 마음 속에 기름오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민들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것이다. 한마디로 태안은 물론 서울에서 서해안의 수산물을 파는 상인들까지 ‘장사가 안돼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대 성수기인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예전 같으면 북적거릴 어시장에서 사람들의 발길은 찾아보기 힘들다. 두 달이 넘는 장기적인 침체로 상인들은 물론 대다수 주민들까지 생계비 걱정에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옛 속담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멀리서 말로 위로하는 친척보다는 가까이서 얼굴을 맞대고 함께 나누는 이웃이 백번 낫다는 뜻이다. 물론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들은 절대 먼 친척은 아니었다. 아니 세계를 놀라게 하는 끈끈한 정과 따뜻한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한걸음 더 나가 예전처럼 태안반도를 찾아 관광도 하고, 싱싱한 회 한 접시에 소주잔도 기울이는 가까운 이웃이 되어보자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충남의 태안, 서산, 보령, 당진, 서천, 홍천 등 6개 시·군과 전북의 군산, 부안 등 인근지역의 수산물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수거해 검사한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해양수산부와 충청남도 역시 오염수산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한 지도와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한 것이다. 피해 지역의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행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니 기름이 거의 다 제거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처럼 자원봉사는 계속 하더라도,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지고 관광객이자 가까운 이웃으로 찾아가 볼 것을 제안한다. 가족끼리 또는 회사의 동료끼리 어울려 가서 놀아주고, 팔아주고, 먹어주자.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손을 맞잡고 가까운 이웃으로서 정담을 나눠보자. 그래서 이제 눈에 보이는 기름을 제거한 것처럼, 주민들의 마음 속에 깊이 스며든 시름을 덜어주는 또 다른 차원의 자원봉사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명식 한국농촌공사 천수만사업단장
  • 어린이집 혹한 속 알몸체벌 충격

    어린이집 혹한 속 알몸체벌 충격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20대 여교사가 혹한 속에 여자 어린이를 발가벗겨 문 밖에 세워 놓은 ‘알몸 체벌’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용산구 이태원동의 ‘B어린이집’에서 지난 25일 A양(5)이 발가벗겨진 채 문 밖으로 내쫓겨 방치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어린이가 방치된 곳은 추락 위험이 있는 2층 비상계단 난간이었다. 그날 서울의 최저 기온은 영하 9.6도로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를 오르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알몸체벌이 사실로 확인되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구청도 이날 현장을 조사하고 문제의 어린이집과 교사의 자격취소를 여성가족부에 의뢰하기로 했다. B어린이집의 이모(25·여) 교사는 지난 25일 오후 4시쯤 원생인 A양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철문을 열고 A양을 내보냈다. 이씨는 “A양이 다른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괴롭혀서 혼을 냈는데, 고집을 피우면서 계속 같은 행동을 했다. 그래서 문을 열고 ‘못난이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못난이 어린이집’이란 이 어린이집 뒤쪽의 좁은 비상계단 난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밖에 세워 두는 체벌 장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아이가 분을 못 이겨 상의를 벗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나 아이의 바지를 끌어 내렸다.”며 알몸체벌 사실을 일부 인정한 뒤 “철문이 저절로 닫혔는데 순간적으로 화가 나 그대로 세워 놨다가 1∼2분 뒤에 문을 열어 주고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웃들은 A양이 바깥에서 벌을 선 시간이 10∼15분 정도이며, 지난해 말에도 알몸체벌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아이에게 미안하고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미안하다. 할 수 있으면 혼자 책임을 지고 싶다.”고 밝혔다.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이 일을 기억하지 않도록 치유하는 게 중요하다. 선생님이 더 많이 사랑해 줘야 아이가 나쁜 기억을 잊을 수 있다.”면서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어린이집을 옮기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분은 풀릴지 모르지만 아이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구립어린이집인 이곳은 3층 건물 중 2∼3층을 쓰고 있으며 44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여성 산악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도전 고미영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여성 산악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도전 고미영씨

    산은 인생의 ‘기댈 언덕’이자 ‘휴식처’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산을 찾는 사람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15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9년 200만명에 미치지 못했던 등산인구가 2003년 600만명,2005년에는 1000만명을 각각 돌파했다. 국민들의 레저휴양 욕구가 얼마나 급증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른 각종 등산사고도 늘어나고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문제 하나, 등산할 때 ‘3대 기술’이 있다는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귀가 솔깃해진다. 첫 번째는 ‘에너지 생산’이고, 두 번째는 ‘에너지 보존’이다. 그리고 ‘에너지 절약’이 세 번째. 과연 무슨 뜻일까? 우리나라의 대표적 여성 산악인 고미영(42)씨의 설명을 우선 들어보자. 산에 가서 배낭에 넣고 온 오이나 김밥, 초콜릿 등을 먹는 것이 바로 ‘에너지 생산’이요, 날씨에 따라 옷을 어떻게 입느냐 하는 것이 ‘에너지 보존’이라고 했다. 대개 머리와 목 등에서 약 30%의 에너지가 손실되는데 모자를 쓰는 것도 에너지 보존의 차원이라고 했다. 또한 산을 오르내릴 때 두 다리 외에 스틱 등을 사용하는 것도 바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란다. 그리고 팔에 30%, 다리에 70%의 에너지를 분배해야 무리하지 않는 등산이 된다는 것. 다리에만 에너지를 집중시킨다면 무릎과 발목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등산화의 끈을 오를 때에는 느슨하게, 내려올 때에는 꽉 조여주어야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얕은 산이라고 해서 대충 운동화나 신고 오른다는 것은 금물이며 꼭 쿠션이 좋은 등산화를 신으라고 권유한다. ●“7개대륙 최고봉도 정복할래요” 고씨의 설명이 귀에 쏙 들어오는 까닭은 그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고산씨가 그에게 ‘등산의 3대기술’을 전수받았다. 고씨는 원래 평범한 9급 공무원 출신. 어느날 취미로 암벽오르기를 시작했다. 그러던 1997년 아시아챔피언십 클라이밍대회에 출전, 우승을 하면서 이 대회에서만 6연패를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암벽과 빙벽 부문에서 세계랭킹 5위까지 오른 국내 최고의 스포츠클라이머가 됐다. 2005년 고산등반으로 종목을 바꾼 그는 산악인들이 가장 꺼릴 정도로 위험하다는 파키스탄 드리피카(6447m) 등정에 국내 최초로 성공, 산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2006년 초오유(8201m) 등정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 에베레스트(8848m),7월 브로드피크(8047m),10월 시샤팡마(8027m) 등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를 1년에 3개나 등정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런 그가 올해에만 로체(8516m),K2(8611m), 마나슬루(8163m)를 등정할 예정이다.2011년까지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완등하는 최초의 여성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울러 7대륙 최고봉에도 동시에 도전한다. 이를 위한 대장정을 지난 1월6일 남미의 최고봉 아콩카과(6959m) 정상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 어느때보다 각별한 새해를 맞이했다. 고씨를 만나던 지난 주 청계산(서울 서초구쪽) 입구에는 이날따라 함박눈이 펄펄 내렸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는 만년설이기 때문에 눈이 지겹겠다고 하자 “(그 곳에는)낙석과 낙빙의 위험이 있지만 오늘의 눈은 참으로 곱게 내려 마음이 설렌다.”고 했다. 고씨는 자택인 서울 잠실에 머물 때면 자신이 개발한 등산코스, 즉 청계산 입구에서 정상까지 약 4㎞에 이르는 등산로를 35분이내에 주파하는 훈련을 반복한다. 새해 첫 등정을 아콩카과 고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 산은 바람이 워낙 심해 등정하기가 까다로운 곳인데 중간에 후퇴없이 무사히 성공할 수 있어 출발이 좋다.”면서 “아시아 최고봉에는 이미 올랐고 7대륙 등정을 목표로 세운 만큼 올해의 시작을 남미 최고봉에서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고산등반때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고 하자 “물만 부으면 밥이 되는 ‘알파미’라는 쌀, 그리고 즉석국과 밑반찬 등이다.”고 귀띔한다. 평생직장이나 다름없는 공무원에서 왜 험한 고산등반을 택했을까. 지체없이 “인생을 살면서 편하게 사는 것보다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성취감을 만끽하고 싶었다.”면서 “어떤 한계에 도전하고 성공했을 때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는 대답이 나온다. 특히 부모에 대해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평상시 심장박동수가 1분에 46회일 정도로 강인한 체질을 타고나 고산에서 흔히 겪는 고소증을 잘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2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 국가직 9급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23세 때 그는 살도 빼고 건강도 다질 겸 우연히 ‘클라이밍 모임’에 가입했다. 31세되던 해에는 아예 공무원 생활을 접고 남성도 힘들다는 클라이머로 본격적으로 변신했다.1997년 아시안챔피언십 클라이밍대회에 첫 출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타고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2001년에는 아시아무대를 뛰어넘어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냈고 그해 여러 경기를 종합한 랭킹 5위에 이름을 올렸다.2년 뒤에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랭킹 5위를 차지했다. 암벽·빙벽 두 종목 모두 ‘톱5’에 든 셈이다. 뿐만 아니라 2006년에는 입문 3주 만에 한국산악스키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 주위를 놀라게 했다. 순간적인 근력(클라이밍)과 지구력(산악스키)에 자신을 얻은 그는 얼떨결에 드리피카봉을 오르면서 ‘고봉등정’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코오롱등산학교 강사들과 처음 원정갔는데 고소증세도 없고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드리피카 꼭대기는 말 그대로 칼날처럼 뾰족해 엉덩이 하나 겨우 걸칠 정도로 위험해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딱 4팀만 성공했으니까요. 당시 정상 암벽(직벽)에서 로프가 끊어져 60m아래로 추락했는데 허리만 다치고 다행히 목숨을 건진 것도 고산등반에 더욱 욕심을 내게 됐지요.” ●심장박동수 1분에 46회 ‘타고난 체질´ 그가 오르는 등반코스는 대부분 영하 30도의 혹한과 강한 눈보라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은 괜찮아, 이 정도를 못견디면 어려운 일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느냐.’고 다짐한다. 특히 정상에서 식사를 할 때 “난 세계 유일의 낙원식당에서 법을 먹는다.”고 외친다. 그러면서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 히말라야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 1%도 안 되고, 바로 내가 그 안에 속해 있다.”며 희열을 맛본다. 혼자 설악산을 가끔 찾는다는 그에게 ‘산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찍 엄마가 돌아가셨지만 늘 엄마의 품인 것을 느낀다. 언제든지 안기면 따뜻하고 편안하고 그저 말없이 받아주는 곳”이라고 자신의 철학으로 대신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동물학대? 사고방지?…‘고양이방울’ 논란

    최근 미국에서는 고양이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개발된 한 상품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양이가 여기저기 쉽게 뛰어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상품으로 무게 450g의 ‘방울’(상품명 ‘Backyard Cat’) 이 시판된 것. 다소 무거운 주머니를 고양이 목에 매달아 아무 곳에서나 점프하는 습성을 버리게 한다는 의도이다. 주머니를 목에 단 고양이는 몇 분 만에 무게감을 감지, 갑자기 도로변으로 뛰쳐나가는 등의 돌발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 또 집에서 싱크대 위로 오르내리는 습관을 고쳐 위생문제도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동물보호론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상품판매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동물보호론자는 “천성적인 습성을 인간의 힘으로 교정하는 것은 잔혹 행위”라며 “차라리 온순하고 점잖은 애완동물을 원한다면 로봇강아지 ‘Aibo’와 같은 것을 사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 상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고양이 훈련장치”라며 “특히 ‘고양이 주인이 원하는 대로 점프를 시킨다’는 광고 문구는 매우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같은 항의가 계속 이어지자 판매자는 상품명 ‘Backyard Cat’을 ‘Backyard Cat Weighs Odds Against Escape’라고 수정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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