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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프리뷰] ‘그녀가 떠날 때’

    [영화프리뷰] ‘그녀가 떠날 때’

    사회 문화적인 통념이나 가치관은 과연 인간이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보다 우선시되는 것일까. 물론 일단은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겠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개인의 삶을 구속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독일 영화 ‘그녀가 떠날 때’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한 여성의 삶의 궤적과 무게를 뒤쫓는 영화다. 물론 이 작품은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슬람 문화권의 특수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 가부장적인 인식이 있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터키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에서 자라나 서구 문화를 접하며 자란 여주인공 우마이(시벨 케킬리).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그녀는 결국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디다 못해 친정을 찾지만 가족들에게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가부장적인 사고 방식의 아버지는 “딸은 출가외인”이라고 말하면서 딸의 안위보다는 사회적인 체면을 더 중시한다. 그 사고를 그대로 이어받은 큰오빠 역시 우마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20대 중반의 나이에 결혼을 하느라 자신의 꿈을 포기한 우마이는 일도 하고 못다 한 학업도 하면서 가족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하지만 그녀에게 집마저 떠나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아버지와 오빠가 그녀가 목숨처럼 아끼는 아들 쳄을 남편에게 돌려보내려는 계획을 세운 것. 호시탐탐 그녀를 쫓는 가족들을 피해 거처를 옮겨 다니는 우마이. 그녀는 머물던 장소를 떠날 때마다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흔적처럼 남겨 둔다. 남편에게는 육체적인 폭력, 가족에게는 정신적인 폭력에 시달린 그녀에게 낯선 곳에서 만난 타인들이 차라리 더 가깝게 다가온다. 설탕 축제 때 어렵게 집을 찾아간 우마이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까봐 문앞에서 돌려보낸 뒤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가혹한 삶의 굴레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처럼 영화는 문화적 충돌로 인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이슬람 문화권 여성의 인권 문제를 밀도 있게 그려 낸다. 그 결과 201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유럽영화상을 비롯해 독일 대부분의 영화제에서 주요상을 휩쓸었다. 평소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여성 감독 페오 알라다그는 우연히 터키계 독일 여성들이 가족의 결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실을 접하고 관련 주제를 연구한 끝에 6년 만에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성해 냈다. 터키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삶의 경험을 영화에 녹여내며 우마이의 험난한 삶의 여정과 복잡한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 낸 여주인공 시벨 케킬리는 미국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9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소년병 징집한 루방가 유죄”

    “소년병 징집한 루방가 유죄”

    국제형사재판소(ICC)는 14일 미성년 아동을 유인해 소년 병사로 이용하는 등 3개 전범 혐의로 기소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민병대 지도자 토마스 루방가(51)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ICC가 10년 전 국제사회의 유일한 상설 전범재판소로 창설된 이래 첫 판결이자 소년 병사 범죄를 전담해서 다룬 첫 법정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년 병사 문제는 지금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등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반인륜 범죄로, 최근 우간다의 악명 높은 반군 지도자 조셉 코니의 잔혹한 아동학대 실상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가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루방가는 콩고애국자연합(UPC)을 결성해 무장투쟁을 벌인 인물로 2005년에 체포됐다. 그는 2002~2003년에 15세 이하 소년병을 유인·납치해 전투에 투입한 혐의에 대해 재판을 받아왔다. ICC 검사는 루방가가 9세 아동까지 성노예와 전투병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 명의 판사는 만장일치로 유죄를 선고했다. 형량은 올해 말 열리는 차기 공판에서 결정되며,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BBC는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인권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 반인륜 악행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았던 이들에게 ICC가 정의의 심판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ICC는 해당 국가들이 사법 활동을 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전범 사건 7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현재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브아르 대통령 등 5명의 혐의자들을 헤이그에 유치 억류하고 있다. ICC는 2005년에 코니를 첫번째 전범 피의자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역 응급대피소 효과

    매년 여러 건 발생하던 서울역 노숙자 동사 사고가 지난 겨울에는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중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역 일대 노숙자 관련 변사 사고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행려자 사망 중 노숙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동사 사고는 2009~2010년 4명, 2010~2011년 3명 등이었다. 서울역이 새벽 시간대 노숙자를 강제 퇴거 조치했음에도 동사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노숙자 응급대피시설 덕분이다. 시는 겨울철 노숙인들의 사고 방지를 위해 서울역파출소 옆 지하보도에 전열 장치를 갖춘 80명 수용 규모의 응급구호방을 설치했다. 한파가 몰아친 혹한에는 정원의 2배가 넘는 180명이 몰리기도 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앞길 창창한 30대 청년. 주식투자에 손댔다 그만…

    앞길 창창한 30대 청년. 주식투자에 손댔다 그만…

    최근 단돈 100만원으로 3억을 번 30대 주식부자의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생역전을 꿈꾸며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 매일 수백명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섣불리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가 큰 손해를 입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주식시장의 냉혹한 현실이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주식투자 시작한지 반년 만에 빚만 늘었다”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실패의 수렁에서 고통 받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어려운 시장에서도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 상승할 종목들을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최고 10배의 수익률을 올린다는 소문은 개인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었다. 이 소설 같은 감동실화의 주인공은 바로 ‘행복배달’ 이종형씨. 네이버 주식정보 1위카페(http://cafe.naver.com/ustock)를 통해 큰 수익 올리는 종목들과 투자전략을 무료로 공개해 벌써 수십만명의 개인투자자들을 도운 것으로 인터넷에 익히 알려진 주식고수다. ‘행복배달’ 이종형씨는 외국계 유명 투자회사에서도 러브콜이 들어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실패해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그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며 개미들을 돕는 봉사에 나섰다. 주식정보카페를 통해 이종형씨가 정확한 매매타이밍으로 최대의 수익을 남기는 그의 투자기법을 공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전세계가 궁금해하는 그의 투자기법을 보기 위해 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주식시장의 베테랑들도 주식정보카페를 찾아올 정도였다. 실제로 카페에서 언급된 이지바이오(63%), 안철수연구소(339%), 인피니트헬스케어(125%), 디오텍(169%), 인포피아(81%), 손오공(91%), 휴비츠(111%) 등의 종목들이 그의 종목분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종형씨의 수많은 일화 중의 하나다. 이종형씨는 기업의 가치와 실적에 상관없이 큰 폭의 상승이 나온 종목은 결국 제자리로 하락하기 때문에 투자의 주의가 필요하며 개인투자자는 꼭 바닥권에서 가치와 실적이 바탕이 된 종목으로 매수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종형씨의 조심스러운 지적에도 불구하고 말로만 듣던 두배, 세배의 수익률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개인투자자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이종형씨를 사람이 아니라 ‘주식투자의 신’이라 부르는 사람도 나타날 정도였다. 이런 소문이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정보카페는 ‘성공투자의 메카’로 불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불과 1년 사이에 15만 명의 사람이 모인 것도 대단하지만 지금도 매일 수천명의 사람들이 성공투자를 위해 주식정보카페를 방문하는 것을 보면 이종형씨의 투자비책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배달’ 이종형씨는 여전히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자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실패의 수렁에 빠져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때문에 그는 주식정보카페의 실시간 핫이슈종목(http://cafe.naver.com/ustock)을 통해 급등하는 종목들에 대한 투자정보를 계속해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었다. 최근 시장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종목들도 이종형씨는 자신의 투자전략을 참고한다면 초보자라도 얼마든지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또다시 개인투자자들의 새로운 성공신화 창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본 자료는 해당 업체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 “장애인 정책, 시혜 아닌 자립 지원이어야”

    “장애인 정책, 시혜 아닌 자립 지원이어야”

    “세상에 공짜 빵은 없습니다.” 최근 치러진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양수(45) 한빛맹학교 교장이 평소 학부모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김 교장은 9일 치러진 선거에서 73%의 압도적인 지지로 전국 155개 특수교육학교와 특수교육교사 1만 7000여명의 대표가 됐다. 장애인이 특수교육총연합회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고1때 시력 잃어 김 교장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눈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눈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안경을 맞추려 했는데, 그게 아니라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 질환임을 알게 됐다.”면서 “나는 몰랐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실명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시력이 손상돼 더듬거리며 다니는 그를 ‘박쥐’라고 놀려 댔다. 가혹한 운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3살 터울 동생인 김용수(42) 박사도 그와 똑같은 병에 걸려 시력을 잃었다. 김 교장은 “주변 사람들은 우리 집을 ‘마가 낀 집’이라고 손가락질을 했고, 친척들은 연락을 끊었다.”면서 “낙담한 아버지는 어머니와 우리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동반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그게 실패해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시력을 완전히 잃은 김 교장은 한빛맹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한빛맹학교에 교사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동생인 김용수 박사도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에 입학해 국내 첫 시각장애인 이공계 박사가 됐다. 김 교장은 2003년 한빛예술단을 만들어 학교에서 음악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하면 ‘안마’를 연상하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TV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3회 연속 우승한 김지호군, K팝스타에서 스타덤에 오른 김수환군도 모두 이런 교육의 성과물”이라고 자랑했다. 한빛예술단은 현재 80명의 단원이 15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고, 2010년에는 노동부로부터 장애인문화예술 분야 첫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특수교사 99.9%는 사명감 갖고 일해” 김 교장은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는 “환부는 깔끔하게 도려내야 하겠지만 99.9%의 특수교사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좋은 사람들”이라면서 “도가니 사건으로 떨어진 특수교사들의 사기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노동 중심으로 진행되는 장애인 직업교육도 바꾸고 싶어 했다. “시각장애인도 변호사가 되고,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직업교육 개편과 지원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교총과 마찬가지로 교섭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장애인 정책의 요체는 시혜가 아니라 자립 지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굿윌이라는 장애인 기업이 군대 소모품을 생산한다.”면서 “일반 기업하고 경쟁을 하기는 솔직히 어려운 만큼 정부가 몇몇 영역을 할당해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여성 4代의 신산한 삶과 벅찬 사랑

    올림포스의 주신(主神) 제우스가 태어난 섬이자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 크로노스 미궁(迷宮)과 괴물 미노타우로스 설화가 내려오는, 그리스 크레타 섬은 신비감이 가득하다. 지중해에서 손꼽히는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라 아름다운 로맨스에 대한 설렘에 휩싸이기도 한다. 영국 여성작가 빅토리아 히슬롭 역시 이 섬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시선을 살짝 틀어 크레타 섬의 북쪽, 여행책자에 점으로 찍혀 있을 정도로 작은 섬 스피나롱가에서 상상력을 증폭시켰다. 이 섬에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신산한 삶과 벅찬 사랑 이야기를 담아, 소설 ‘섬’(노만수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을 탄생시켰다. 이야기의 시작은 간단하다. 사랑 탓에 혼란스러운 25살 알렉시스는, 먼저 이 나이를 경험했을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답을 얻기 위해 ‘엄마가 항상 입을 다물었던 과거’를 찾아 떠난 크레타 섬에서 외할머니의 친구 포티니를 만난다. 소설은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증조할머니 엘레나가 나병환자 수용소가 있는 스피나롱가 섬으로 떠나는 모습이다. 이 시점부터 이야기는 쉴새없이 전개된다. 나병환자인 외증조할머니와 묵묵히 사랑을 이어가는 외증조할아버지, 엄마처럼 나병에 걸린 마리아의 잔혹한 운명과 그를 위로해 주는 의사 마놀리의 헌신, 부끄러운 가족을 외면한 언니 안나의 방탕한 삶, 그의 딸 소피아를 거둔 마리아의 희생까지, 외증조할머니에서 외할머니로, 이모할머니에서 엄마로 이어지는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너의 엄마 이야기는 바로 외할머니의 이야기이고, 또 외증조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역시나 이모할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 …뜻밖의 일이란 청천벽력처럼 느닷없이 터져 우리들 삶의 궤적을 뒤바꾸지만, 우리들의 일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행동일 거야.”(59~60쪽) 알렉시스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전, 포티니가 한 말 속에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다소 어둡고 처연한 분위기에 음울하고 먹먹한 감정으로 떨어질 때쯤 작가는 섬의 아름다운 풍광을 안기며 기분을 상승시킨다. 밝은 색의 카페와 상점, 집 창문마다 늘어진 제라늄과 장미 등 작가의 섬세한 묘사는 독자가 눈앞에 섬을 그려 내기에 충분하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수십 차례 섬을 방문하고, 당시 역사와 나병을 연구했다고 전한다. 이야기 속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크레타 섬 점령과 레지스탕스 운동 등 역사적 사실과 서정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녹여 낼 수 있었던 이유이다. 2005년 영국에서 출간된 책은 당시 ‘더 선데이 타임스’ 페이퍼백 차트에서 8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이듬해 ‘해리 포터’, ‘다빈치 코드’ 등을 누르고 영국 아마존, 일간지 ‘가디언’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으로 히슬롭은 브리티시 북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석유차관 사임… 시리아 ‘이너서클’ 붕괴 서막 ?

    석유차관 사임… 시리아 ‘이너서클’ 붕괴 서막 ?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진압해 지탄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이너서클(핵심권력집단)이 붕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관급 인사가 사임을 선언한 뒤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또 다른 핵심 인사는 해외계좌의 돈을 다른 곳으로 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선 도전을 앞두고 ‘또 다른 전투’를 피하고 싶어 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지만, 시리아에서 민간인의 피해가 늘자 군사개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동시에 시리아 국민들에게 200만 달러(약 22억 3600만원) 규모의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켈리 크레멘츠 미 국무부 인구·난민·이민 담당 차관보는 “이 돈은 시리아 국민들에게 구급약품과 물, 식량, 위생용품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압도 후사메딘 시리아 석유차관은 7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나는 이 정권에서 빠져나와 석유차관직을 사임하고 (집권당인) 바트당을 탈당했음을 선언한다.”고 밝히면서 정권 분열의 서막을 알렸다. 지난해 3월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공직자 중 최고위급이다. 그는 “정권의 잔혹한 탄압과 부당함을 거부하는 국민들의 혁명에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고조되자 집권층이 돈을 빼돌리려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미 정부는 알아사드 대통령과 연계된 핵심 인사가 외국 계좌에 예치된 수백만 달러를 다른 곳으로 이체한 듯 보이는 정황을 찾아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 신문은 시리아 해외 계좌의 자금 이체가 알아사드 이너서클의 분열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작전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미국은 유혈진압 등으로 사망자가 폭증하자 군사개입 시 예상되는 파장 등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7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군사개입 때) 상황과 개입 방법 등에 대한 초기 평가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개입을 하면 시리아 내전을 촉진시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동맹국의 협력 없이 미국 혼자 군사작전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또 시리아와 리비아 사태를 비교하며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미군 등이 공습했던) 리비아와 비교해 시리아의 공중방어력은 5배나 더 커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더 많은 기간과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엔·아랍연맹 공동 특사로 임명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도 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나빌 알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회담을 마친 직후 “무력개입은 시리아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정권의 유혈탄압으로 지금까지 약 8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서울광장] 진보도 탈북자 ‘불편한 진실’ 직시해야/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보도 탈북자 ‘불편한 진실’ 직시해야/구본영 논설위원

    소설 ‘생의 한가운데’를 쓴 루이제 린저는 독일의 유명 여류 작가였다. 나중에 나치 전력이 밝혀져 스타일을 구기긴 했지만. 1970년대 전후 한국에서도 꽤 사랑받았다. 적어도 북한에 관한 그의 무비판적 찬양이 ‘허무 개그’로 판가름되기 전까지는. 린저는 10여 차례나 평양을 찾아 김일성 주석과 교분을 텄다. 김일성이 생일상을 차려준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또 하나의 조국’을 썼다. 1980년대 국내 운동권의 ‘필수 교재’였던 북한 기행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북한엔 감옥이 없다.”, “북한의 노동자·농민은 과로하지 않는다.”는 등 북한 당국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전했다. 하지만 “김일성을 만나고 인류의 미래를 믿게 됐다.”는 식의 그의 어처구니없는 안목은 유럽에서도 머잖아 웃음거리가 된다. 김일성 사후 헐벗은 북한의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다. 린저가 지상낙원이기를 바랐던 북한을 이탈한 탈북자 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기아와 폭정을 피해 북한체제를 벗어난 이들을 중국이 강제 북송하면서다. 차인표씨 등 연예인들이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북송 중지 캠페인에 불을 붙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11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다 병원으로 실려갔다. “안보엔 보수, 경제엔 진보”라던 ‘대권 잠룡’ 안철수 교수도 지난 주말 북송 반대 집회를 찾아 탈북자들과 공감했다. 그러나 야권은 탈북자 문제의 이슈화에 극히 소극적인 분위기다. 특히 진보적 성향일수록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꺼리는 기미다. 민주통합당도, 통합진보당도 묵묵부답이다. 우리 야권이 이러니 정부의 대중 외교인들 무슨 힘을 받겠는가. 정부는 얼마 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의 반인권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중국은 “탈북자 문제의 국제화·난민화를 반대한다.”며 오불관언이다. 우리 내부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판에 무슨 수로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오른 중국을 설득해 내겠는가. 북한 세습체제의 3대 상속자 김정은은 탈북 기도자를 현장에서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두만강·압록강을 건너다 총에 맞아 죽는 마당에 용케 탈북한 주민을 다시 북송한다고? 탈북자를 사지(死地)로 내모는 강제 북송을 막는 일은 차인표씨의 표현처럼 “인간의 도리”일 뿐이다. 좌우 이념을 초월한, 인간 생존권이 걸린 사안이란 얘기다. 간혹 탈북자 문제에 입을 다물면서 “남북 관계를 감안해서….”라고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하지만 비겁한 허위의식일 뿐이다. 치부를 덮어준다고 해서 북한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보장은 없다. 외부에서 지원하든 비판하든 달라지지 않은 것은 세습체제를 지켜내는 일이 ‘김씨 조선’의 지상목표란 점이다. 그러기에 다수 보통 주민들이 배를 곯아도 핵게임을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탈북자들이 양산되고 있지 않은가. 린저도 김일성 체제의 그늘엔 눈 감고 양지만 바라보았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주민의 삶은 날로 피폐해졌다. 그는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기간 북한에서 수백만명이 아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02년 그가 작고할 때까지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진상에 대해 입을 닫았지만, 어디 북한주민의 인권이 개선되었던가. 보수·진보 어느 쪽이든 유·불리 기준에 따른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정권이 아닌, 북한주민을 돕는 일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이제 진보 진영도 하나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즉, 북한 인권이나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게 진보의 가치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누이와 딸들이 운 좋게 북·중 국경을 넘은 뒤 중국 내 성매매 조직에 팔려가거나, 강제 북송되는 비극 앞에 침묵하겠다고? 참진보라면 그럴 순 없다. 진보적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진실을 대면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결국엔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맞닥뜨릴 환멸을 막아준다.”고 했다. kby7@seoul.co.kr
  • 학벌주의 사회 진단과 대안 모색

    학벌주의 사회 진단과 대안 모색

    매년 11월, 한국 사회는 몸살을 앓는다. 좀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학과에 가기 위해 해마다 수십만 명이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를 풀며 애쓴다. 좋은 대학에 가면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며 좋아하고, 대학에 못 가면 경쟁에서 도태됐다며 낙담한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개인의 삶의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 6일 밤 10시에 방영되는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학벌 사회의 실태와 부작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대, 연대 학생들이 최근 학벌사회를 비판하며 잇따라 자퇴했다. 일부 고3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일에 맞춰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했다. 제작진은 대학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청소년 사망률 1위, 자살충동 19%, 자살충동 이유 53% 성적과 진학 문제. 학벌경쟁에 지친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학벌에 목매는 까닭은 노동 시장 구조에 기인한다. 고졸자의 초임은 대졸자의 75∼81%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된다. 비정규·저임금 노동자가 될 것이 두려워 앞다퉈 학벌경쟁에 나선다. 학벌주의는 사농공상 시대 ‘과거제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탈빈곤의 사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학자유화 이후 대학진학률이 80%까지 올라갔고, 대졸자들은 대기업을 원하지만 일자리의 83%는 중소기업에 있다.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좋은 학벌을 얻으려고 다투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가장 심각한 차별은 학력 차별이다. 2010년 학벌 타파 등을 위한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21개교 마이스터 고교에 3600명의 학생이 선발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십억 원을 지원하고, 학교는 수요 맞춤식 직업 교육을 실시, 기업은 우수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정부가 직업교육 강화를 독려하면서 특성화고 취업률은 16%에서 41%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고졸자들을 저임금 노동력 취급하는 편견은 그대로다. 실습생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가혹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제작진은 산학교육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독일 헤센주의 최대 공립 직업학교를 심층 취재했다.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평가에 따라 직업학교 코스와 대학진학용 짐나지움 코스를 선택한다. 등록금이 없어도 대학진학률이 30∼40%다. 직업학교 학생들은 협약 체결 기업에 쉽게 취직하고, 노사 협약이 정한 기준의 안정된 임금을 받는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기술인력을 전통적으로 우대한다. 취재팀은 세계적 기업 ‘비첸만’ 본사의 산업 마이스터를 집중 취재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홈플러스 요란한 할인행사… 고객만 골탕

    홈플러스 요란한 할인행사… 고객만 골탕

    홈플러스가 창립 13주년을 맞아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미끼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할인 품목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데다 물량 또한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아 매장을 찾은 고객 상당수가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 공급 업체에서 이미 단종해 재고가 거의 없는 고객 비선호 상품에 50%의 최대 할인율을 적용해 소비자들을 유인함으로써 미끼 의혹이 더욱 짙게 풍겨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사상 최대 서민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1년간 400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5∼50% 인하하고 1000개 주요 상품을 최대 5주간 50% 이상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신문광고와 전단을 믿고 매장을 찾은 소비자 상당수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할인행사만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고객들은 30~50% 할인을 내건 딸기, 대파, 달걀, 삼겹살 등을 찾아 점포를 방문했지만 직원들로부터 조기 매진됐거나 아예 상품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이번 행사를 한다고 했을 때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최대 50% 인하한다는 1000여개 상품이 무엇인지, 물량은 얼마나 확보했는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인 상품을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홈플러스 측은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대외비”라고 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필품 가격을 연간으로 동결하는 행사는 물량 확보에 그만큼 자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평소의 3∼5배 물량을 확보한 뒤에야 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행사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유통 업체들이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미끼’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가격 인하 폭이 40% 이상 되는 일부 생활용품은 고객의 선호도가 크지 않은 상품들이어서 이러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 400개 행사 품목 가운데 50% 안팎의 할인율을 내걸고 주요 상품으로 선전한 표백제, 클렌징 크림 등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라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고객이 많이 찾지 않는 품목이다. 소비자 비선호 제품을 최대 할인 상품으로 내걸어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신부 입장 중 드레스 ‘훌렁’…잔혹한 결혼식?

    신부 입장 중 드레스 ‘훌렁’…잔혹한 결혼식?

    이보다 더 황당하고 ‘잔혹한’ 결혼식은 없다?! 황당하다 못해 누군가에게는 잔혹하기까지 한 결혼식 동영상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결혼식의 꽃이라 불리는 신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신부는 많은 하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신랑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하지만 몇 초 후, 신부에게 예상치 못한 반전 사고가 발생했다. 웨딩드레스의 앞단을 밟고 앞으로 고꾸라진 것. 뒤이어 다시 일어나는 순간 또 드레스 앞단을 밟아 결국 치마가 벗겨지고 말았다. 당황한 신부는 치마를 올리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벗어던지고, 속옷만 입은 채 치마를 끌어안고 황급히 입장했던 길을 되돌아 도망쳐야 했다. 수 시간을 공들인 신부에게는 그야말로 ‘잔혹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하객들은 모두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못했고, 신랑만이 그녀의 뒤를 쫓아 급하게 자리를 떴다. 러시아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측되는 황당한 결혼식 사고는 당일 식장에 설치된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인터넷에 공개됐다. 데일리메일은 “이 결혼식과 신부의 아찔한 사고는 몇 년 내내 주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고, 네티즌들은 “당황한 신부와 신랑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황당하고 웃기지만 신부에게는 끔찍한 순간이었을 듯” 등의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나타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탈북자 증언 들은 새누리 “야당은 왜 침묵 지키나”

    새누리당이 2일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자 문제를 놓고 야당에 집중 공세를 펼쳤다. 강제 북송을 경험했던 탈북자 김춘애(가명)씨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불러 증언을 청취했다. 김씨는 지난 1999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친 강제 북송 경험을 전달했다. “처음 탈북했다가 붙잡혀 북송될 때에는 고향이기 때문에 설마했는데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했다.”면서 “이후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남한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딸이 대한민국 상표가 붙어 있는 가방을 가져가자 ‘한국 사람을 만났다’고 종합지도원이 주먹으로 때려 앞니가 두 개나 부러졌다. 임신 6개월 된 여성의 배를 ‘중국 씨를 받아 왔다’며 군홧발로 차는 것도 봤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송돼 보낸 시간들이 “짐승만도 못한 고문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탈북자들이 북한에 끌려가게 되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가를 똑똑히 알고 있고, 김정일 사망 애도기간이기 때문에 더 엄정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면서 “여러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탈북자들을 구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탈북자 강제 북송은 명백히 인권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잔혹한 형벌이 기다리는 사지로 어찌 한 생명을 돌려보낸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목청을 높이던 야당이 탈북자 문제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서 “그 많던 촛불과 희망버스가 탈북자들을 위해서는 나설 수 없는지 야속하다.”고 말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커버스토리] 아직도 절망 그 속의 희망

    [커버스토리] 아직도 절망 그 속의 희망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1일로 1주년을 맞는다. 일본은 2일 현재 1만 5854명이 숨지고, 3276명이 실종되고 17조엔(약 238조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를 낸 전대미문의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를 겪었다. 지금도 피해 지역인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에서는 34만 3935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거나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기에 방출된 방사성 세슘의 총량이 최대 약 4경(京·조의 1만배) 베크렐(㏃)이라는 어림잡기 힘든 추산도 최근 공개됐다. 후쿠시마현 내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치의 방사능으로 엄혹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원전에서 100여㎞ 떨어진 미야기현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시간당 0.050마이크로시버트(μS)로, 지난해 원전 사고 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남쪽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어온 방사능이 토양과 물에 얼마나 쌓여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재앙과 위기 속에도 온기와 희망이 움트고 있었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 미야기현을 1년 만에 다시 찾은 기자는 절망에서도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눈빛과 맞닥뜨릴 수 있었다. ●폐허속 위령소엔 추모 꽃… 향… 센다이공항에 인접한 나토리시에는 수마가 핥고 간 잔해가 여전했다. 공항 내륙 지역은 대지진 전만 해도 해안림과 채소 재배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눈발이 흩날리던 이날 드넓은 벌판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복구 작업을 하다 멈춘 불도저와 쓰나미의 거센 공격을 견뎌낸 흑소나무 십수 그루뿐이었다. 그래도 사람들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의외였다. 나토리시 기타가미에 사는 모리 기요(57)는 새로 빌린 농토에 비닐하우스를 세워 겨우내 시금치 재배에 빠져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무서움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마이너스 출발이어서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반드시 다시 일어서겠습니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던 기자를 오히려 머쓱하게 했다. 센다이를 거쳐 북쪽으로 45번 국도를 타고 이시노마키시 쪽으로 가다 보니 재해의 참상은 더욱 뚜렷했다. 해안가에 바로 인접해 있어 쓰나미의 먹이가 돼 버린 기타가미 출장소 건물은 철골 구조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출장소 앞에는 쓰나미가 닥칠 당시 주민들의 대피를 독려하느라 피하지 못한 공무원 20명을 위로하는 위령소가 설치돼 있었다. 차를 타고 20분 정도 더 북쪽으로 올라가니 오자시마치가 들어왔다. 쓰나미로 10척의 배가 파손됐다. 그중의 한 척은 동네 마을 한가운데까지 떠밀려 들어와 방치돼 있었다. ●“반드시 다시 일어서겠다” 미역을 자르는 작업에 한창이던 가쓰야 사와고(53)는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지요.”라는 말로 재기의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최근 남편과 함께 해발 40m에 세워진 현대식 부흥 주택에 입주해 가족들과 다시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시노마키·나토리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사설] 한·중 탈북자문제 해결 더 적극성 띨 때다

    중국 내 탈북자들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어제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에게 탈북자 강제 북송 중지를 요청했다. 중국은 굶주림과 폭정을 피해 사선(死線)을 넘은 탈북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양 부장의 방한이 중국이 보편적 국제 규범에 맞게 이 문제를 다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중국은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은 ‘불법 월경자’라는 인식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양 부장은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탈북자들을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측의 인식 자체가 국제적 표준에 어긋나고 있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도대체 탈북자들이 중국을 향하는 까닭이 뭔가. 북한의 세습체제 하에서 차별 대우와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리다 못해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고 있는 게 아닌가. 탈북자들을 국제법상의 난민으로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할 이유다. 그런데도 중국은 최근에도 탈북자 30여명 중 일부를 가혹한 처벌과 강제수용소가 기다리는 북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적절히 처리하고 있다며 “탈북자 문제의 국제화·정치화를 반대한다.”고도 했다. 본말이 전도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중국도 가입한 유엔난민협약·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하는 탈북자 송환을 강행하면서 국제여론에 호소하려는 우리 정부를 겨냥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얼마 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의 반인권성을 거론하면서 ‘조용한 외교’를 탈피하기 시작했다. 쉬쉬하면서 커튼 뒤에서 조율하는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우리로선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어제 양 부장을 통해 공을 넘겨받은 중국 측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할 때인 셈이다. 물론 중국 측은 탈북자 문제로 북한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소리에 연연해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대의를 덮는 것은 주요 2개국(G2)이라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갉아먹는 일일 게다. 이를 인식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 외교의 당면 과제다. 한·중이 북핵은 물론 탈북자 문제에도 국제적 표준에 맞게 협력하면 중국의 장기적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 시신 64구 한꺼번에… 시리아 대량학살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거점인 홈스의 외곽 농장지대에서 시신 64구가 한꺼번에 발견됐다고 AP와 CNN 등이 28일 보도했다. 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알아사드 정권이 반대 세력에 대해 대량 살상을 자행했다는 가장 참혹한 증거로 꼽힌다. 시리아 반정부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인 지역조정위원회(LCC)는 시리아 보안군이 연일 집중된 홈스의 포격을 피하려던 시민들을 검문소에서 붙잡아 사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와 여성들도 포함돼 가족 단위 피란민들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LCC는 시리아 정부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와 맞물린 시기에 이들 64명을 포함해 최소 14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144명이 이날 하루에 사망한 것인지 아니면 지난 며칠간의 사망자를 합한 것인지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또 홈스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포탄이 떨어져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리아 참상이 외부로 전해지면서 민간 구호단체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시리아 적신월(SRC)이 인명 피해가 큰 지역들에 들어가 시민들에게 음식과 담요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SRC 소속 구급차 4대는 의약품을 싣고 바바 아무르에 들어가 부상자들을 외부로 실어날랐다. ICRC는 숨진 미국의 베테랑 종군기자 마리 콜빈과 프랑스 사진기자 레미 요슐리크 등 2명의 시신을 외부로 옮겼다. 취재 도중 부상한 영국 사진기자 폴 콘로이와 프랑스 기자 이디스 부비에가 홈스를 빠져 나왔다. 앞서 26일 실시된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투표 참가자의 89.4%가 개헌에 찬성했다. 시리아 정권은 개헌을 통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치학자들은 허울뿐인 개헌으로 알아사드의 집권이 2028년까지 가능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에 대해 다시 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알아사드 정권의 장관 7명과 시리아 중앙은행의 유럽 내 자산을 동결하는 추가 조치에 합의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제안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된 유엔 인권위원회는 시리아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리뷰] 뮤지컬 ‘엘리자벳’

    ‘19세기 다이애나’라 불린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 폰 비텔스바흐’(이하 엘리자벳). 100년 전 세상을 등진 인물이지만 아직도 오스트리아 전역에선 그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념품점은 물론이거니와 거리 곳곳에서 그녀의 초상화 등을 통해 19세기 황후 엘리자벳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오스트리아의 영원한 황후다. 자유를 갈망했지만 새장 속에 갇힌 것과 다름없었던 그녀의 삶은 영화, 소설, 뮤지컬 등 새 옷을 번갈아 입으며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엘리자벳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무대에 오른 뮤지컬 ‘엘리자벳’이 바로 그것이다. 엘리자벳은 3시간 분량의 공연 내내 화려한 세트와 심금을 울리는 46곡의 노래로 무대를 꽉 채웠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를 대거 캐스팅해 주목받았던 작품인 만큼 캐스트별로 골라 보는 재미도 만만찮다. 개성 있는 배우들의 각기 다른 특색만큼이나 어떤 배우의 공연을 골라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난다는 건 이 공연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말타기를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 씨씨(엘리자벳의 어릴 적 이름)는 어린 시절 외줄타기를 하다 떨어지면서 ‘죽음’과 만난다. 죽음은 평생 엘리자벳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유혹한다. 씨씨가 행복했던 시간은 비교적 짧다. 언니 헬레네와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맞선에 들러리로 나갔다가 오스트리아의 황후로 낙점된 뒤 그녀의 삶은 점점 어두워진다.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한몸에 받지만 왕궁의 엄격한 질서와 삶을 힘겨워한다. 게다가 왕을 인형 다루듯 조종하는 시어머니 소피와의 끝없는 갈등 끝에 아이의 양육권마저 빼앗긴 엘리자벳은 남편마저 외도하자 세상 속으로 숨어버린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루돌프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자 절망한 그녀는 마침내 무정부주의자 루케니의 칼에 쓰러지며 죽음과 입맞춤한다. 엘리자벳의 10대부터 60대 모습을 볼 수 있는 공연에서 엘리자벳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은 팔색조 같은 인상 깊은 모습을 보였다.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아도 될 만큼 그녀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중을 압도했다. 특히 ‘나는 나만의 것’을 열창할 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죽음의 역을 맡은 류정한도 음산한 기운을 뽐내며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였다. ‘마지막 춤’ 등 몇몇 장면에선 간간이 그의 댄스 실력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외에도 요제프 역을 맡은 민영기는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노래도 울림이 컸다. 극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루케니 역은 여러 캐스트 가운데 박은태의 연기가 가히 압도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소피 역의 배우 이태원의 연기는 좋았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해 가창력 면에서 다소 아쉬웠다. 앙상블의 노래 가운데 몇 곡은 가사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전달력이 약했다. 또한 공연 내내 무대 전환이 많아 볼거리는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잦았다. 배우들이 다음 장면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가려야 하는 막이 제때 가리지 않아 그 모습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했다. 엘리자벳은 5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3만~15만원. (02)6391-6333.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Weekend inside] 프랜차이즈 창업의 허실

    [Weekend inside] 프랜차이즈 창업의 허실

    2010년 한 유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점포를 2억 6000만원에 인수한 주부 A(54)씨. 브랜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열심히 운영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적’은 다름 아닌 프랜차이즈 본부였다. 점포를 인수한 지 얼마 안 돼 본사는 길 건너편에 다른 점포를 추가로 개설하겠다며 동의를 구했다. A씨는 본사에서 파견하는 제빵사 인건비를 3개월간 면제하고 반품할 때 가격을 높게 쳐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승낙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본사는 1년도 안 돼 A씨 점포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또 새로운 점포 문을 열었다. 이곳은 계약상 A씨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었다. 매출이 급감해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웠던 A씨는 하는 수 없이 점포를 내놓았다. 하지만 한 달 넘게 팔리지 않고 있다. ●창업자, 본부와 계약체결 순간 ‘갑’서 ‘을’ 위치로 프랜차이즈 전성시대다. 빵집, 커피숍에 약국까지 온통 프랜차이즈 세상이다. 베이비 부머 은퇴와 맞물리면서 프랜차이즈 창업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데다 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시작은 쉬워도 성공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 프랜차이즈의 시초는 1979년 설립된 롯데리아가 꼽힌다. 일원화된 물류시스템과 상표사용료를 기반으로 한 수익구조 등 프랜차이즈 특징을 잘 갖춘 최초 사례였다. 프랜차이즈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점차 수가 늘어났고,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부는 2009년 1505개에서 지난해 2405개로 2년 새 900개(59.8%) 늘었다. 브랜드 수도 같은 기간 1901개에서 2947개로 1000개 넘게 급증했다. 본부와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는 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시장규모는 100조원, 종사자 수는 120만명으로 추산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프랜차이즈 창업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한다. 하무성 대한가맹거래사협회 사무국장은 “생계형 창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보증금 등 점포 비용을 빼고 2억~3억원이 넘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상당수 사업자가 대출을 받아 창업하지만 월평균 3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는 게 힘든 만큼,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하 사무국장은 “창업 뒤 최소 6개월은 수입이 전혀 없어도 임대료와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자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군’으로 믿었던 프랜차이즈 본부의 횡포도 ‘성공’의 걸림돌이다. 치킨 전문점을 5년간 운영한 B(42)씨는 최근 점포 면적을 늘리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라는 본부의 요구에 ‘눈물’을 흘렸다. B씨는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6평의 점포를 20평으로 늘렸다.”며 “평당 200만원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창업자 보호” 가맹거래사 양성 9년째 315명 그쳐 은퇴 후 편의점을 창업한 C(59)씨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계산대 옆 간이침대에 의지하며 온종일 일했다. 하지만 매상은 예상했던 만큼 오르지 않았고 C씨는 2년 만에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본부는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은 만큼 700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갖가지 광고로 창업자를 ‘모시겠다’고 유혹한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사업자는 ‘갑’에서 ‘을’로 전락한다. 특히 분쟁이 붙으면 본부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동원하지만, 사업자는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다. 프랜차이즈 사업자와 상담을 하고 분쟁 절차를 돕는 가맹거래사 제도가 2003년부터 시행됐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가맹거래사가 큰 비전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9년간 양성된 가맹거래사는 315명에 불과하다. 한 가맹거래사는 “본부가 공개하는 정보공개서는 기업시스템과 매출규모, 상권보호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지만,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고 있다.”며 “가맹거래사의 분쟁 조정 참여를 확대하는 등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5월부터 정보공개서 관련 업무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이관해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 불공정 약관으로 피해를 입은 사업자는 조정원의 분쟁조정 협의회를 거쳐 피해를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권력과 인간… ’ 펴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정병설

    [저자와 차 한 잔] ‘권력과 인간… ’ 펴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정병설

    왕이 차기 왕으로 점찍은 아들을 죽인 사건. 조선시대 황금기로 손꼽히는 영정조 시대에 이런 참혹한 일이 있었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무엇을 이유로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느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사도세자가 미쳤기 때문이라는 ‘광증(狂症)설’은 널리 알려진 것이고, 당시 주도세력인 노론의 반대편에 섰다가 죽었다는 ‘당쟁희생설’도 등장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광증설·당쟁희생설 치우쳐선 안 돼 신작 ‘권력과 인간: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문학동네 펴냄)을 내놓은 정병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사도세자가 결국 죽음에 이른 것은 영조의 관점에서 본 반역죄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주장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광증설’은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경의왕후)가 쓴 ‘한중록’을 기초로 한다. ‘당쟁희생설’은 혜경궁의 아버지 홍봉한을 포함한 노론파가 소론을 옹호한 사도세자를 모함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다. 아들 정조 때 남양 홍씨 집안이 배척당하자 혜경궁이 이를 변명하기 위해 ‘한중록’을 썼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광증이 있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영조실록’에 보면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던 날 사돈 홍봉한에게 ‘말하기 어려운 변(難言之變)’이 있어 세자가 병이 있어도 부득이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하거든요.” 책에는 세자의 광증이 어느 정도였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장번내관 김한채의 목을 친 뒤 이후 내관·내인, 심지어 생모 선희궁까지 죽이려 들었다고 전한다. 여기까지는 영조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 칼 끝이 영조를 향하게 되면서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천록’과 ‘현고기’, ‘모년기사’ 등에 선희궁이 영조에게 ‘세자가 차마 못할 짓을 준비하고 있다’고 고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영조는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한 사람이었거든요. 아들이 이제 자기까지 위협하는 존재가 되니 결국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이 과정에서 홍봉한 등 노론파가 적극 가담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일까. “조선시대 왕은 절대 군주입니다. 영조가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껴 아들을 죽이겠다는데 어떻게 그 앞에서 반대를 할까요. 왕이 죽기를 바라는 신하가 아니라면 왕의 뜻을 따라야지요. 노론파의 책임이 있다면 적극 가담한 것이 아니라,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 정도가 맞는 해석일 겁니다.” ●영·정조 결함 불구 자기관리로 성공 그가 ‘권력과 인간’에서 영조의 성격부터 재임 기간 권력 구도, 정순왕후(영조의 계비)와 혜경궁의 관계, 정조의 즉위부터 순조대까지 두루 살핀 데에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단지 비참한 인간의 인생사로만 초점을 맞춰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영정조 시대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라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한중록’을 두고 칠순 여인이 감상에 젖어 쓴 회고록쯤으로 말하는데, 그야말로 연구가 덜 된 겁니다. 혜경궁은 궁중에서 70년을 지낸 최고 권력자였습니다. 그런 사람의 회고록이라면 최고 엘리트들이 분산된 사료를 모으고 사실 확인을 하는 데 투입됐을 겁니다. 사건 발생 날짜가 정확하고, 궁중 풍속이나 언어 등이 굉장히 정교해 사료로서 가치가 대단합니다.” 이어 정 교수는 “광증설과 당쟁희생설이 대립하는 것은 일부만 연구한 결과”라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더 넓은 시각으로 사료를 찾아 역사적 사실을 판단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료로 판단한 영정조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묻자 “영조는 ‘분노의 제왕’이고, 정조는 ‘사기의 제왕’”이라는 답을 준다. “이런 사람들이 통치한 시기가 어떻게 조선의 부흥기가 될 수 있었을까요. 철저한 자기 관리였죠. 영조는 성격적 결함이 있었지만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막강 권력을 발휘했고, 정조는 비록 독단적이긴 했지만 학문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는 성군이었습니다. 역사를 단면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게 바로 이겁니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커버스토리-위기의 탈북자] “도와주세요” 13살의 호소

    [커버스토리-위기의 탈북자] “도와주세요” 13살의 호소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 방침에 맞서 한국 정부는 탈북자 구조에 앞장서고 있는 민간단체와 공조를 강화해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탈북 어린이 구조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24일 “김정은 체제 이후 탈북자 사살 지침이 내려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탈북자 현황 파악조차 못해 중국 내 수많은 탈북자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정부가 중국 현지에서 탈북자를 보호하고 구출하는 민간단체들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와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탈북자의 체포장소, 인원, 성별 등 구체적인 상황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녹취록 등까지 수집해 중국에 제시해야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제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도 정부가 직접 탈북자들의 구체적인 사례와 증언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부를 둔 미주탈북자선교회 마영애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 단체에서 한국이나 미국, 제3국으로 구출하는 데 성공한 탈북자는 36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마 회장은 특히 “중국을 떠도는 탈북 어린이는 2만여명으로 추산된다.”면서 “혹한의 날씨에 생사의 갈림길에 방치된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로 보내져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제 사회가 적극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홀로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두 발이 절단된 ‘정○○’(13)군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정군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 최대한 빨리 중국을 탈출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마 회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북한 혜산에서 얼어붙은 압록강을 몰래 건너 중국 장백현으로 탈북한 정군은 산속에 헌 옷가지로 어설픈 움막을 만들고 숨어 지내다 영하 40도의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발에 동상을 입었다. 정군은 마을에서 가스버너를 훔쳐와 발을 녹이다 깜빡 잠이 들었고 그새 발이 타버렸다. 동상으로 발이 무감각해져 신발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잠을 잔 것이다. 발가락 뼈가 다 드러나고 진물이 나올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은 정군의 비극은 중국에서 활동 중인 미주탈북자선교회 소속 선교사들에게 알려졌고, 이들의 도움으로 지난주 발목 절단 수술을 받았다. 정군은 아버지가 6년 전 북한에서 굶어 죽었고 어머니는 형만 데리고 집을 나가면서 졸지에 고아가 됐다고 한다. 마 회장은 “정군이 오늘 선교사들을 통해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며 편지를 공개했다. 정군은 서툰 글씨로 ‘선생님들이 도와 발을 고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는 ‘선생님들 도와주세요.’라며 구출을 호소했다. 마 회장은 “수술 부위가 아무는 대로 최대한 빨리 구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신진호기자 carlos@seoul.co.kr
  • [커버스토리-위기의 탈북자] 북한 끌려가면 ‘지옥’

    [커버스토리-위기의 탈북자] 북한 끌려가면 ‘지옥’

    강제로 북송당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어떻게 처리될까. 모두 반동분자이지만 급이 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를 3개 부류로 나누고 있다. 중국 친척집에서 머물거나 중국에 거류하는 탈북자는 ‘불법월경자’, 중국에서 장사나 밀수를 하는 장사꾼은 ‘밀수자’, 남한행을 시도하다 걸린 탈북자는 ‘월남도주자’라고 부른다. 월남도주자는 반동족 배신자로 1급 정치범이다. 가장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장세율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중국에서 북송된 사람은 최하의 경우 정치범 수용소로 가고 일부는 주민들 앞에서 공개 총살형을 당한다.”고 말했다. 최근 처벌이 더 강화됐다. 특히 김정은이 뒤를 이으면서 북한 당국은 지난 1일부터 주민들에게 “탈북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사형까지 하는 엄중처벌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북송은 곧 죽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다음 달 23일까지 애도기간을 갖고 있다. 이때 일어나는 모든 범죄 행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보는 상황이다. 탈북자에겐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얘기다. 장 대표는 “북한에서는 가뜩이나 탈북이 큰 범죄인데 심지어 이 기간에 탈북했으니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면서 “북한에서 탈북자를 죽여 놓고도 안 죽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잡힌 탈북자는 무조건 북송을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는 북한인권단체연합회 소속 탈북자 50여명이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중지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북송이 어떤 의미인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강제북송 중단해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한 여성 탈북자는 “석달 전 12살 아들이 북으로 끌려가는 것을 눈앞에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울부짖다가 혼절했다. 박상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9명이 북송됐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쟁을 계속해 강제 북송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안동환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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