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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 용사들 위해 카메라 들었어요”

    “6·25전쟁 용사들 위해 카메라 들었어요”

    “해외에서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는 게 가슴이 아팠어요. 참혹한 전쟁의 상처를 혼자 감내해 왔던 이분들을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게 됐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의 영정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진작가 김승우(28)씨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그 자체도 끔찍하지만, 평생을 전쟁이 끝난 뒤의 트라우마와 외롭게 싸워 왔을 그분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대에서 사진을 공부하다 군 입대를 위해 귀국한 김씨는 2011년 소속 부대 6·25 행사 때 참전용사 19명의 영정 사진을 찍는 일을 맡았다. 이때의 경험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계기가 돼줬다. 이후 졸업을 위해 미국에 돌아간 김씨는 수소문 끝에 미국인 참전용사 살바토레 스캘라토를 만날 수 있었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은 데다 한국전 참전용사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고령이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제가 만난 참전용사 중 가장 젊은 분이 84세셨어요. 이분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게 느껴지니까 더더욱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조두영 다큐멘터리 감독과 손잡고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토리펀딩에 프로젝트를 알리고 있다.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현재까지 모두 8명의 사진을 추가로 찍을 수 있었다. 다음달 초까지 11명이 촬영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펀딩 결과에 따라 갤러리 전시도 계획 중”이라며 “최대한 많은 참전용사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개인의 삶에 남긴 아픔을 국내에서 시작해 언젠가는 전 세계로 알리는 것이 꿈입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마루180·구글 캠퍼스 서울… 국내 스타트업 요람 가보니

    마루180·구글 캠퍼스 서울… 국내 스타트업 요람 가보니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니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류의 말은 스타트업 창업자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해 어느덧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스타트업’이란 용어는 기존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 기업을 말한다. 스타트업은 초기 비용이 10억원 이상 들어가는 벤처와 달리 소규모, 저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 세계 300여개 도시에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Uber)나 기업가치가 세계적 호텔 체인인 힐튼과 맞먹는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 모두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스타트업 주변에는 그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단체들이 있다. 스타트업 요람이라고 불리는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MARU180), 구글의 ‘캠퍼스 서울’,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디캠프’(D camp), 중소기업청 산하 ‘팁스창업타운’, 네이버의 ‘D2 스타트업 팩토리’ 등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임대료가 가장 큰 부담인 스타트업에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고 무엇보다도 스타트업의 자생적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 공간들은 일종의 공동 사무실을 뜻하는 ‘코워킹스페이스’와 달리 선별된 스타트업에 공간뿐 아니라 교육, 마케팅, 홍보, 투자 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 성지’로 부상 중인 테헤란로 서울 강남구 강남역에서 삼성역을 잇는 길이 4㎞, 너비 50m의 왕복 10차선 테헤란로. 이 일대는 2000년대까지 정보통신 기업과 벤처 기업의 메카로 군림했다. 2010년 이후 테헤란로는 마이크로소프트, 네오위즈, 넥슨코리아, 엔씨소프트 등이 빠져나가면서 점점 활기를 잃어갔다. 하지만 최근 테헤란로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엿보인다. 역삼동에 ‘마루 180’, ‘D2 스타트업 팩토리’, ‘디캠프’ 그리고 대치동에 ‘구글 캠퍼스 서울’ 등 스타트업 요람들이 문을 열면서 미래를 위한 태동을 시작했다. 아산나눔재단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마루180은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입주 공간이다.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 마루에 ‘역삼로 180’의 180을 덧붙였다. 개관 2주년을 맞은 마루 180은 그동안 86개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정주영 에인절투자기금’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한 돈만 1921억여원에 이른다. 현재 마루 180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은 10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등록된 카드를 접촉시켜야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오르자 마치 새로운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전동휠을 타고 복도를 누비는 직원부터 족히 2m는 될 것 같은 태권브이 모형이 사무실 한가운데 놓여 있다.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넘쳐나는 것도 마루 180의 특징이다. 서로 다른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제품 개발 진행 상황을 묻거나 투자받은 기관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다. 계단, 벽 등 마루 180 곳곳에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큰일에도 전력을 다한다’와 같은 고 아산 정주영 회장의 말들이 마음을 다잡게 한다. 5층에 나무들과 잔디가 어우러진 옥상 정원은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입주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 개발에서 시험까지 한곳에서 가능 대치동 오토웨이타워 지하 2층에 지난 5월 들어선 구글 캠퍼스 서울에는 9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창업한 지 3년 이내, 직원 수 2~8명의 스타트업에만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구글이 말하는 ‘캠퍼스’는 작업공간, 회의실, 통신망, 카페테리아 등 물리적 공간과 구글 전문가 멘토링, 투자자 연결, 교육 프로그램 등이 함께 제공되는 곳을 의미한다. 캠퍼스 서울은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 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지하 2층이라 갑갑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다. 캠퍼스 서울에는 중정(中庭)과 비슷한 테라스가 있어 햇빛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로비에서 등록하면 발급되는 빨간색 스티커를 가슴에 붙이고 캠퍼스 투어에 나설 수 있다. 캠퍼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안마 기계가 놓은 방이었다. 캠퍼스 입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입구 정면 긴 테이블에는 삼성, LG, 애플 등에서 만든 스마트폰은 물론 웨어러블 기기, 드론까지 구비된 디바이스랩이 마련돼 있다. 스타트업들에서 만든 앱 등이 여러 종류의 기기에서 작동이 되는지 한자리에서 즉시 시험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캠퍼스 서울의 가장 큰 특징은 스타트업별 칸막이가 없다는 점이다. 브리짓 빔 구글 창업지원팀 수석매니저는 “창업의 길은 고독하고 힘든데 캠퍼스에 합류하면서 얻는 가장 큰 혜택은 ‘함께 꿈을 향해 뛰어갈 동료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스타트업 간 교류하면서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에 입소문… 입주 경쟁률 17대1 마루 180에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모바일로 개인 일정을 관리하는 앱인 ‘코노’(KONO)를 만든 코노랩스, 세계 최초 클라우드 기반의 모바일 영상 합성 엔진 기술인 얼라이브를 만든 매버릭,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앱을 통해 피부 관리 팁을 제공하는 웨이웨어러블 등이 입주해 있다. 선발 심사를 거쳐 입주사를 뽑는데, 경쟁률이 17대1에 이른다. 마루 180의 인기는 든든한 지원에 있다. 입주사가 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500만원 상당의 홍보 이벤트를 벌일 수 있도록 실비를 지원한다. 또 해외 출장 시 사무공간과 에어비앤비 숙소를 할인 제공한다. 교육과 이벤트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지난 2년간 마루 180에서 열린 스타트업 교육, 네트워킹 이벤트는 모두 769건, 누적 방문자는 32만 9000명에 달한다. 대표적인 행사로는 ‘쫄지마! 창업스쿨’, ‘스타트업 그라인드’ 등이다. 또 1대1 멘토링 프로그램인 ‘멘토링랩’을 통해 투자·홍보·데이터 분석 등 국내의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스타트업에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사업설명회 개최 비용도 전액 지원 이런 전폭적인 지원은 성과로 나타났다. 2014년 4월 14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통계를 살펴보면 입주사들의 평균 직원 수가 입주 전에 비해 2배(5.8명→11.9명)로 늘었고 평균 투자금이 10.8배(1억 9500만원→21억 1600만원)로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마루 180 건물 4층에 입주해 있는 브레이브팝스(brave pops) 컴퍼니 이충희(38) 대표는 “저희가 개발한 ‘클래스 123’은 인터넷 학습 운영도구로 초등학교 교사들이 주요 타깃층인데 사업설명회가 꼭 필요했다”며 “지난해 마루 180에서 120여명의 교사들에게 사업설명회를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실비를 제공해 줘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구글 캠퍼스 서울에는 스마트폰으로 부르는 야간버스 서비스를 만든 콜버스랩, 실시간 법률·정책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피스컬노트 등이 입주해 있다. 강윤모(31·여) 피스컬노트 한국지사 대표는 “스타트업에 입주 공간이 제공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며 “구글 캠퍼스 서울의 경우 스타트업과 관련된 행사가 끊임없이 열리다 보니 저절로 얻게 되는 최신 정보는 덤”이라고 밝혔다. 피스컬노트는 이번 총선에서 ‘우리동네후보’ 앱을 제공한 바 있다. 강 대표는 피스컬노트에 인수된 우리동네후보의 창업자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생명력과 어여쁨 피부에 꽃 피었네

    생명력과 어여쁨 피부에 꽃 피었네

    꽃과 화장품은 마치 갑돌이와 갑순이, 최불암과 김혜자처럼 떨어져선 안 될 조합처럼 보이지만 실상 아무 꽃이나 화장품에 들어갈 순 없다. 세상에 안 예쁜 꽃이야 없겠지만 꽃이 화장품 원료로 변환돼 특유의 아름다움을 여성의 피부로 전수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봄을 맞이해 꽃 성분을 함유하거나 꽃무늬 케이스로 단장한 화장품이 쏟아지는 지금, 시선을 조금 틀어 화장품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꽃들이 밟았던 과정을 역추적한다. 근대과학 탄생 전부터 허브티나 화장품 원료로 각광받던 국화, 장미과의 꽃은 여전히 가장 보편적인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 역사가 오래된 글로벌 화장품 기업부터 신생 기업까지 국화과, 장미과 꽃을 배제하고 원료를 탐색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예컨대 1851년 조제 약국에서 출발한 키엘의 칼렌듈라 라인은 1960년대 출시된 뒤 50여년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칼렌듈라 꽃잎 토너’는 칼렌듈라 추출물의 진정 효과에 힘입어 여성의 기초 화장 단계나 남성들의 면도 후 진정 단계에서 애용된다. 국화과에 비해 장미과 꽃의 추출물은 고유의 브랜드력을 지니고 있다. 기후대에 관계없이 가을이 되면 지천에 피어나 야생 이미지가 강한 국화꽃과, 담이 높은 집 정원에서 가꿔지는 장미꽃 혹은 ‘어린 왕자’에 나오는 성마른 장미의 이미지 간 차이를 연상하면 되겠다. 세계적으로 추출물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장미엔 불가리안 로즈, 프랑스의 마이 로즈, 모로코 장미 에센스, 터키의 다마스크 장미 등이 있다. 이 중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는 장미는 ‘불가리안 로즈’다. 아이소이의 ‘블레미쉬 케어 세럼 플러스’가 불가리안 로즈 오일을 함유해 유명해졌다. 국화과 꽃 추출물 활용 제품 중에서도 한율의 ‘흰감국 광채 세럼’은 원료의 희소성으로 인해 브랜드력을 갖춘 예외적인 사례로 통한다. 멸종 위기에 있던 열성인자인 흰감국의 종자를 30여년 동안 국화만 연구한 국화연구가가 방방곡곡 헤맨 끝에 구했고, 한율이 10여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흰감국을 복원해 강원도 지역에서 재배해 세럼 원료로 쓰고 있다. 한율 측은 24일 “흰감국이 뛰어난 미백 원료라는 옛 문헌 기록이 있다”면서 “흰감국의 유효 성분을 초극세사 캡슐에 담아 유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국화나 장미 대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명력을 이어 가는 꽃 역시 귀한 원료로 대접받는다. 극한의 환경을 극복하는 힘이 화장품 속에 녹아들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서다. LG생활건강 브랜드인 ‘숨37˚’의 ‘디어 플로라 인챈티드 립글로우’은 복숭아꽃과 모란, 영하 40도 혹한의 날씨를 지낸 마른 나무를 살려내는 자작나무 수액을 블렌딩한 제품이다. 조상들이 오랫동안 미용 재료로 썼던 동백 역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꽃을 틔우는 속성 때문에 각광받았다. ‘제주 동백 바디 버터’를 생산하는 이니스프리는 극한 환경을 이겨내는 항산화 성분을 이 제품의 장점으로 소개했다. 이니스프리는 제주 동백마을과 공정무역 체결을 하고 땅에 떨어진 동백만 원료로 활용한다. 어렵게 피운 꽃을 화장품 원료로 쓰기 위해 꺾어 버리지 않는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출·고정화 기술 발달과 함께 화장품에 쓰는 꽃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올리브영의 코스메틱 자체브랜드(PB)인 ‘라운드어라운드’는 최근 수선화, 튤립, 매그놀리아 등에서 추출한 원료를 주요 성분으로 기초 라인을 선보였다. 프랑스 고급 향수 브랜드 ‘아틀리에 코롱’은 지난달 ‘앙상 진해’(진해의 향기란 뜻) 브랜드를 출시했는데, 경남 진해 벚꽃이 주원료다. 와인을 선택할 때 테루아르를 중시하듯 꽃으로 유명한 지역 자체가 화장품 산업의 시원지가 될 수 있음을 방증한 예다. ‘K뷰티’ 잠재력의 보고인 제주를 기반으로 한 제주사랑농수산은 화장품 원료로 꽃의 지평을 넓혀 가는 중이다. 이 회사는 백합, 수국, 동백, 수선화, 장미, 카네이션, 왕벚꽃, 유채꽃, 애기달맞이꽃 등을 넣은 화장품을 제주시에 위치한 체험 매장인 ‘제주이야기 카페’와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이니스프리가 팩 원료로 채택해 유명해진 제주 화산송이 제품의 최초 개발사인 제주사랑농수산의 양경월 대표는 “딱 보기만 해도 좋은 제품임을 알릴 수 있는 디자인을 모색하다가 제품 안에 꽃을 넣는 방법을 연구했다”면서 “제주에서 재배된 꽃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6개월 이상 가공해 스킨, 오일, 팩 속에 담다가 다양한 꽃을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제주 지천에 핀 수국부터 엔저로 인해 일본 수출길이 막막해진 백합까지 사방의 꽃들이 화장품 원료의 잠재력을 지녔다는 것이 양 대표의 소신으로, 아예 2011년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미 꽃 성분과 셀룰로스 성분을 합쳐 흡수율을 높인 마스크팩을 선보이는 등 연구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불운한 엄마의 행복한 아기를 위한 동화

    불운한 엄마의 행복한 아기를 위한 동화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실비아 플라스 지음/오현아 옮김/마음산책/128쪽/1만 5000원 실비아 플라스는 늘 비슷한 프레임으로 소비된다. ‘불운한 삶으로 가스 오븐에 머리를 처박고 자살한 여류 시인’. 이 참혹한 결말이 플라스를 지금껏 향유하게 만든 동력이라면 너무 지독한 굴레일까. 그가 사후 출간된 책으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라는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뻔하게’ 소비됐던 플라스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그가 태어날 아이를 고대하며 1958~1959년 쓴 동화 3편을 엮은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이다. 서른의 플라스가 죽던 1963년 겨울, 영국은 100년 만에 가장 혹독한 추위에 휩싸였다. 두 살 딸과 9개월 아들은 추위 때문에 자주 아팠다. 집에는 전화도 없었다. 당시 남편 테드 휴스의 불륜으로 별거 중이었던 플라스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부엌 오븐의 가스를 틀고 죽기 전 플라스는 아이들이 자는 방에 가스가 새 나갈까 문틈을 젖은 수건과 옷가지로 틀어막았다. 아이들이 깨면 먹을 간식까지 챙겨 뒀다. 이렇게 가없는 사랑으로 플라스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지었다. 세 편의 동화는 입안에 달큰하게 고이는 버터처럼 따스하고 진한 풍미를 낸다.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답게 절묘한 묘사가 빛나고 이미지는 애니메이션처럼 선명하다. 말맛을 살린 문장들은 때론 시의 운율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며 매끄럽게 읽힌다. 뒤에 함께 실린 원문을 보면 시인의 이런 노력이 확인된다. 구연동화를 들려주듯 한껏 즐겁게 부풀린 이야기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아이들을 이끈다. ‘언제 어디서나 어울리는’ 정장 하나가 갖고 싶은 일곱 형제의 막내 맥스. 우연과 우연이 겹치며 마침내 겨자색 정장 하나가 손에 들어왔을 때 뛸 듯 기쁜 아이의 마음은 내 마음 같다(이 옷만 입을 거야).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체리 아줌마의 부엌은 냉장고, 세탁기, 토스터 등의 반란으로 위기를 맞는다. 부엌을 관장하는 소금 요정과 후추 요정은 다른 부엌 친구들의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체리 아줌마의 부엌). 마지막 ‘침대 이야기’는 잠들기 전 아이의 침대에서 읽어 주면 까르륵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시로 쓰인 동화다. 역자의 말은 이 동화 속에 깃든 힘을 일깨워 준다. “유년 시절, 잠자리에서 듣던 어머니의 이야기만큼 우리의 영혼에 깊이 아로새겨지는 것이 또 있을까요. 졸음에 겨운 어머니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그리고 그 목소리를 타고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에서 우리는 현실을 살아 낼 수 있는 힘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동남아 ‘노예 어부’ 추적 보도 AP통신 여기자 4명 퓰리처상

    동남아 ‘노예 어부’ 추적 보도 AP통신 여기자 4명 퓰리처상

    펜 끝은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AP통신의 여기자 4명이 동남아시아의 ‘노예 어부들’을 파헤친 탐사보도로 올해 100회째를 맞은 퓰리처상 공공부문을 거머쥐었다. 이들은 1년 넘게 가혹한 노예 노동의 실태를 추적했고, 이렇게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해산물이 미국 내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규명했다. 주인공은 마지 메이슨, 로빈 맥다월, 마서 멘도사, 에스더 투산 등이다. 이들은 2014년 인도네시아의 벤지나섬을 찾아가 우리에 갇힌 남자들을 발견하면서 노예 선원 취재에 들어갔다. 이 중 맥다월은 야음을 틈타 보트를 타고 트롤 어선에 접근, 노예 노동자들의 참상을 찍으려다 위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특종 욕심도 잠시 보류한 채 어선 노예들이 먼저 풀려날 때까지 기다렸다. 노예 노동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도 뒤 실상이 알려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형사재판을 열어 관련자들을 처벌했다. 이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에서 꾐에 빠져 어선에 감금된 채 죽도록 일하던 노예 노동자 2000여명이 풀려났다. 수상자 중 멘도사는 2000년 한국의 노근리 학살 사건 보도로 한국인 최상훈 기자와 함께 탐사보도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경제 외치며 대승한 거야, 경제 외면하는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다섯 번 대국에서 1승4패로 완패한 이세돌 9단은 매 대국 후 복기(復棋)를 거르지 않았다. 이미 끝난 승부, 무슨 후회가 저리도 클까 싶었지만 이 9단은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어김없이 바둑돌을 들고 다음번 반상(盤上)의 전략을 구상했다. 처음부터 두었던 대로 다시 두면서 그날 바둑의 판세를 평가하고 다음 전략을 구상하는 복기는 비단 바둑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정치에서도 복기는 필요하다. 총선을 정치의 중요한 대국이라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총선 과정을 복기하면서 승자는 자만을 다스리고, 패자는 반성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두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줬고, 정당투표에서는 국민의당에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안겨 줬다. 국정 실패 원인을 야당 탓으로만 돌린 새누리당에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두 야당이 승리한 연유는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선거운동 과정을 복기해 보면 두 야당이 정부·여당의 경제 실정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자신들은 잘할 수 있다고 약속한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특히 더민주는 ‘문제는 경제다’를 캐치프레이즈 삼아 민생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제1당에 오르지 않았는가. 하지만 두 야당의 총선 후 행태는 자못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두 야당이 가장 먼저 선언한 것은 민생이나 경제살리기가 아니라 세월호특별법 개정, 국정교과서 폐기, 테러방지법 수정 등 민감한 정치 이슈들이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의 적폐를 타파해야 한다”며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공격으로 20대 국회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농후해 보인다. 두 야당이 대선 때까지 선명성 경쟁하듯 이처럼 정치 이슈에 매달린다면 민생과 경제는 표류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지금 거제와 포항 등 우리의 최일선 산업 현장은 사실상 붕괴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수만 명의 근로자들이 불황으로 해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성장 전망은 계속 하향 곡선이다. 그런데도 두 야당이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대여(對與) 정치공세에만 매달린다면 총선 때의 약속을 어기는 것일뿐더러 두 야당에 표를 몰아 준 민의마저 저버리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어제 “민생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두 야당은 총선 때의 약속처럼 민생과 경제 이슈부터 챙겨야만 한다.
  • [사설] 북, 핵 도발 중단하고 생존의 길로 나오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조짐이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최근 차량과 인력·장비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게 그런 징후라고 어제 정부가 확인했다. 북측은 지난 15일 실패했다고는 하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핵 도박’을 계속하려는 일련의 동향이다. 우리는 이런 무력시위가 김정은 체제를 지키려는 목적이라면 긴 눈으로 볼 때 과녁을 잘못 겨눈 자해 행위임을 지적해 둔다. 김정은 정권은 요즘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기세다. 어떻게든 장거리미사일 발사 및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해 이를 토대로 미국과의 핵 군축 협상을 하려는 낌새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인 지난 15일 그간 한 번도 시험하지 않은 무수단 미사일을 쏘아 올린 게 그 일환이다. 사거리가 3000∼4000㎞에 이르는 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은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특히 북측은 5차 핵실험 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될 소형화된 핵탄두 폭발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정권의 이런 계산이 실제로 통할 리는 만무하다. 북측으로선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의 핵 군축 및 평화협상을 벌일 지렛대로 삼겠다는 배짱일 게다. 리수용 북 외무상은 오는 22일 파리 기후변화 협약 서명식 참석차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한다. 이에 앞서 북한이 괌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둔 IRBM을 쏘아 올린 것도 미국과의 거래를 염두에 둔 포석일 게다. 하지만 이는 ‘오발탄’일 뿐이다. 이번 무수단 미사일 시험이 실패해서가 아니다. 미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확인돼야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지 않는가. 결국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더욱 가혹한 국제 제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북한 정권의 통치 금고가 마르고 북한 주민들의 민생고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북측이 다음달 7일 열릴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면 이 또한 오산이다. 최근 탈북한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들도 “대북 제재로 북한 체제에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탈북 동기를 토로하지 않았나. 안으론 탈북자가 늘고 밖으로는 전례 없이 촘촘한 대오를 갖춘 국제 제재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 북한 정권은 발상의 전환이 긴요하다. 핵 보유에 대한 미련을 접어야 외려 김정은 정권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나 나올 법한 초대형 돛단배, 여수 온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나 나올 법한 초대형 돛단배, 여수 온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나 볼 법한 초대형 범선(돛단배)이 여수항에 입항한다. 여수범선축제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새달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전남 여수시 신항에서 ‘2016 여수범선축제’가 열린다. 축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범선으로 분류되는 A Class급 범선 ‘팔라다호’가 입항해 위용을 자랑할 예정이다. 팔라다호는 러시아 국적으로 2987t (길이 109.4m, 폭 14m, 흘수 7m)에 달하는 초대형 범선이다. 또 팔라다호와 함께 러시아 해양 국력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는 ‘나제즈다호’도 조만간 참가 여부를 통보하기로 했다. A Class급 범선인 나제즈다호는 2297t (길이 109.4m, 폭 14m, 흘수 7m)으로 팔라다호보다 10t 정도 크다. B Class급 범선으로는 국내 유일의 범선 ‘코리아나호’(길이 41m, 총톤수 135톤)가 축제에 참가한다. 이밖에도 국내외에서 소형 C Class급 범선(요트) 10여 척이 참가한다. 범선은 4일부터 7일까지 낮 동안에 개방돼 관광객들의 승선이 가능하다. 야간에는 밤 9시까지 모든 범선이 조명을 밝히고, 점등 전시를 한다. 특히 어린이날인 5일 오전에는 모든 범선들이 돛을 올리는 ‘범장 전시’ 행사가 진행된다. 축제 마지막 날인 8일 오후에는 범선들이 돛을 올리고, 승무원들이 돛에 매달려 출항하는 세레모니가 펼쳐진다. 5회째 열리는 ‘여수범선축제’는 범선이라는 독창적이고 이색적인 축제 아이템으로 매년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혹한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홍준표 “선거 참패 이튿날 무소속 복당, 후안무치…어이없는 짓들” 맹비난

    홍준표 “선거 참패 이튿날 무소속 복당, 후안무치…어이없는 짓들” 맹비난

    홍준표 경남지사가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 하루 만에 탈당파 무소속 당선자들에 대한 복당을 허용하기로 한 데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홍 지사는 15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속한 정당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면서 “선거 끝난 이튿날 한다는 것이 무소속 복당시켜서 제1당 되려고 시도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심이 (새누리당을) 제2당으로 만들었는데 그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무소속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제1당이 되려고 하는 저의는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홍 지사는 “153석으로 절반이 넘을 때도 야당 눈치 보느라 법안 처리 하나 못한 여당 수뇌부가 이제 자신들 국회 감투 분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당에서 내친 무소속을 다시 끌어들이려고 하는 짓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며 비판했다. 홍 지사는 이어 “153석일 때도 선진화법 핑계 대고 일 하나 하지 않던 분들이 무소속 끌어들여 129석이 되어본들 안 하던 일을 하겠느냐”면서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고 내친 사람이 선거 과정에서 반성하고 이제 정체성이 동일해졌느냐”고도 꼬집었다. 또 “시간을 갖고 냉혹한 자아비판을 한 뒤 해도 될 일을 자신들의 감투 보존을 위해 선거가 끝나자마자 무소속 복당 운운하는 것은 참 어이없는 짓들”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경계용 ‘이지스’·휴대용 ‘스카봇’ 한국 군사로봇 기술 선진국 수준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경계용 ‘이지스’·휴대용 ‘스카봇’ 한국 군사로봇 기술 선진국 수준

    전 세계가 그야말로 테러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의 심장 파리에서 벌어진 폭탄테러 이후 프랑스와 미국은 “중단이나 휴전은 결코 없다”면서 이슬람국가(IS)의 주요 거점을 공습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어느 편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수많은 민간인과 군인이 죽어 간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피해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필요악’이라고 여긴 인류가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로봇이다. 전쟁터에 나간 군사 로봇은 군인 대신 총을 쏘고, 정찰에 나선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군사로봇, 어디까지 진화했을까.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 2차대전부터 투입 로봇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익숙한 탓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에게 익숙한 로봇(Robot)이라는 용어가 처음 인류와 만난 것은 1920년의 일이다.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1890~1938)는 당시 발표한 희곡에서 ‘강제된 노동’이란 의미를 가진 체코어 ‘로보타’(Robota)를 본떠 ‘로봇’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용어의 역사는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이미 ‘로봇’이 존재했다. 바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청동거인 ‘탈로스’가 그것이다. 탈로스는 대장장이의 신(神)인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으로, 크레타 섬을 순찰하며 무단으로 섬에 상륙하려는 사람과 배를 엄청난 힘으로 막아 냈다. 어쩌면 인류 기록의 역사상 최초의 로봇일지도 모르는 탈로스는 현재 미군이 개발 중인 차세대 군사 로봇 ‘탈로스’(TALOS) 명칭의 시초가 됐다. 전투용 군사 로봇이 실제 전장에 투입된 대표 사례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폭전차인 ‘골리앗’ 등이 원격 조종 형태로 운용됐으며 보스니아 내전(1997~1999년)과 코소보 전쟁에도 지뢰를 탐지하고 제거하는 무인로봇이 투입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4족 견마로봇 ‘빅독’이 ‘핫’한 군사로봇으로 떠올랐다. 커다란 휠로 움직이는 팩봇과 달리 다리를 이용해 보행하며, 150㎏의 짐을 짊어지고도 산을 오르내리는 등 군용 물자 수송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한국 ‘경계 로봇’ 이라크 파병·DMZ 배치 2000년대에 들어 군사 로봇이 승리 전적을 쌓는 공신으로 자리잡으면서 한국 역시 전투용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05년에는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이지스 로봇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실전 배치했다. 경계용 로봇인 이지스 로봇은 주야간 목표 식별과 추적 및 K2 소총을 이용한 사격도 가능하다. 2007년에는 지능형 감시경계 로봇이 비무장지대에 배치됐고, 2010년에는 한국의 퍼스펙이 개발한 휴대용 다목적 군사 로봇 ‘스카봇’이 선보였다. 최근에는 드론이나 무인수색차량 등의 장비 개발에도 예산이 쏟아지면서 기술 수준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2013년 국방기술품질원이 발표한 국방과학기술조사서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용 지상로봇 기술 수준은 선진권에 속한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미국이 1위(100점)에 올랐고, 뒤를 이어 이스라엘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이 최선진권(100~91점) 및 선진권(90~81점)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으며 한국은 81점으로 일본 다음을 차지했다. 군사로봇 기술 발전을 위해 로봇이 전투를 벌이는 ‘초대형 전쟁터’인 국방로봇센터도 국내에 처음 마련될 예정이다. 2년 내에 모습을 드러낼 이곳은 군인들이 부대에서 훈련을 받듯 로봇 역시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 높은 테스트를 받는 장으로서 370만㎡(약 112만평) 규모의 부지에 국방로봇연구센터 및 26종의 실험·시험장비가 들어선다. ●‘킬러 로봇’ 통제·윤리 문제 고민해야 이처럼 군사 로봇이 정교해질수록 인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결국 군사 로봇은 전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살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군사 로봇이 원격 무인 조종으로 움직이는데, 그렇다면 사람의 조종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군사 로봇의 행위 역시 살인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전쟁터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과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것 사이에는 어떤 윤리적 차이점이 존재할까. 설사 아군과 적군 모두 로봇 군사를 내보내 병사의 피해를 줄인다 한들 조종당하는 로봇끼리의 전쟁을 지금과 같은 전쟁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윤리적 논란을 피하기란 어렵다. 더 나아가 원격 무인 조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군사 로봇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곧 군사 로봇에는 스스로 적을 판단하고 공격할 줄 아는 능력이 탑재될 것이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싸움터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로봇에게 판단 실수나 전시 규칙 위반 등의 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다. 영화 ‘아이언맨’에는 이처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그 어떤 인간보다도 똑똑하고 전투능력도 높지만, 때로는 통제 불능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아이언맨의 로봇들을 킬러 로봇 또는 살상용 로봇이라 부른다. 인류는 이제 고민해야 한다. 킬러 로봇이 될지도 모르는 군사 로봇을 어디까지 ‘키울’ 것인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그리고 과연 전쟁과 살상을 위한 군사 로봇이 진정 필요한 것인지를 말이다. huimin0217@seoul.co.kr
  • 100년 현대사 ‘비운의 1번국도’ 시작점, 목포

    100년 현대사 ‘비운의 1번국도’ 시작점, 목포

    길은 거기에서 시작됐다. 뭇 사내들과 아낙들이 이고 진 채 거처를 옮겨다니며 발바닥으로 꾹꾹 다진 길이었다. 정주(定住)의 안온함을 뒤로 하고 삶을 찾아, 죽음을 피해 옮겨야함[移住]은 인간의 새로운 숙명이 되었다. 애초에 인간은 짐승과 흡사했다. 머무르지 않았고, 머무를 수 없었다. 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역시 근대에 접어들며 오랫동안 인간의 발때 묻은 길을 대신하는 길을 만들었다. 아스팔트로 널찍하게 다져진 국도는 새로운 길의 시작이었고,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선거는 끝났고, 누군가는 낙담하고 누군가는 환호한다. 덤덤한 마음으로 길을 떠나야할 때다. 대한민국의 국도 1번이 시작되는 길을 찾았다. 전남 목포다. 영산로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북쪽으로 이어졌다. 나주, 광주, 장성을 거쳐 전주, 천안, 평택, 서울을 지나 파주까지 잇고 있다. 철책에 막혔을 뿐 북한땅 신의주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1번 국도는 제 모습을 완성시킨다. 식민의 시절에 닦여 전쟁과 분단으로 가로막힌 한국 현대사 속 비운의 길이며, 여전히 사람의 손길, 발길을 갈망하는 미완성된 길이다. 그렇게 길의 시원(始原)을 더듬어 갔다. ●신의주까지 939㎞·판문점까지 498㎞1, 2번 국도의 시작인 영산로의 시작점에 ‘국도 1, 2호선 기점’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과 도로원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신의주까지는 939㎞이고, 판문점까지는 498㎞임을 알려 준다. 도로원표 너머 바로 위쪽에는 얼마 전까지 목포문화원으로 쓰던 건물이 영산로를 굽어보고 있다. 원래는 목포일본영사관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목포일본영사관은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의의가 깊기에 1981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일제는 1897년 10월 1일 목포항을 개항한 이후 1900년 1월 이곳에 일본영사관을 착공한 뒤 열 달 만에 완공했다. 쌀과 소금 등 수탈 물자를 본국으로 실어 날라야 했고, 본국에서 가져온 전쟁물자를 만주 대륙으로 가져가야 했던 그들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길이었다. 100년 전 어느 날 이 높은 곳에서 '대동아공영권 건설의 큰 뜻'을 품은 채 흐뭇하면서도, 우려 섞인 눈빛으로 이 길을 주시했을 그들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무료한 표정으로 옛 식민의 수뇌부가 봤을 눈높이쯤에 놓인 벤치에 앉아 영산로를 내려다보고 있는 중씰한 사내 두엇의 시선 역시 그 길 언저리에 닿아 있다. 옛 일본영사관 돌계단 아래 도로원표 옆에는 놀이터가 있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만 서너 명 길가에 걸터 앉아 두런거리고 있다. 이제는 쇠락했지만 한때 조선 땅 최고의 번창함을 자랑했던 목포시 영산로는 세상의 변화와 시대의 교체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쇠락한 식민지 중심가에는 고적함만 피식민의 좌절과 울분 서린 기억은 잠시만 접어 두자. 영산로는 누가 뭐래도 목포 제일의 번화가였다. 돈이 모였고, 문화와 예술이 모였고, 멋과 풍류가 모였다. 호남 최대의 일본식 정원이 꾸며진 이훈동 정원과 그의 호를 딴 성옥기념관은 그 시절이 당대를 어떻게 선도했는지 고스란히 증명한다.이훈동정원은 1930년대 일본인이 지은 집을 당시 조선내화 창업자인 이훈동이 사들여 꾸몄다. 여전히 ‘이훈동’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석등과 석탑, 연못, 정원 등은 일본 여느 곳보다 더 일본의 전통을 품고 있으며 일본식 정원에 없던 벚나무, 동백나무 등 여러 꽃나무들을 심어 자신만의 뜰로 꾸며 놓았다. 호남에서 가장 큰 개인 정원이라는 설명도 덧붙는다. 너무도 유명한 곳이지만 개인 소유 건물이기에 미리 목포시 등을 통하지 않고는 들여다보기 어렵다. 이훈동 정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바로 옆 성옥기념관에서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다. 각종 개인 소장품과 당시 기록물 등은 조선내화 창업자이자 전남일보 발행인으로서 성옥 이훈동이 목포, 전남 경제권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짐작하게 하고 나아가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특히 그곳 근처에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잔혹상이 있다. 바로 목포근대역사관이다. 일제의 조선 수탈 전진기지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을 개조해 만들었다. 당시 8곳에 이르는 동양척식회사 지점 중 소작료를 가장 많이 거둔 곳이다. 2층에는 일제의 잔혹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까지 있을 정도다. 문구 만으로도 당시의 잔혹한 식민지 수탈의 참상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역사관 맞은편 모퉁이에는 적산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가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많이 탔다. 호남선의 종착역인 목포역은 영산로 시점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가는 길에 초원실버호텔 오른쪽이 오랜 시절 복달임하는 음식으로 손꼽히던 민어회를 전문으로 파는 ‘민어의 거리’다. 식민의 시절은 물론 지금까지도 날이 서서히 더워지는 7~8월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물론 값이 많이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곳들은 목포를 찾는 이라면 결코 모두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영산로를 모두 밟으려면 신의주, 최소한 파주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짧은 10분 남짓 동안 느린 걸음만으로도 100년 남짓의 시간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간 이동의 길이다. 사진=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목포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美CIA국장의 ‘항명’…”물고문 하라는 대통령 명령 따르지 않을 것”

    美CIA국장의 ‘항명’…”물고문 하라는 대통령 명령 따르지 않을 것”

    "어떤 CIA 직원도 다시는 물고문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더이상 고문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또다른 공화당 후보 테드 크루즈가 밝힌 '테러 용의자 고문 불사' 입장에 대한 '간접적 항명'이다. 브레넌 국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CIA가 사용했다고들 말하는 '이러한 전술이나 기술' 등을 실행하는 데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CIA는 앞으로도 오래 지속해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물고문(waterboarding) 등 가혹한 심문을 가리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CIA 직원도 다시는 물고문을 사용하도록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강조했다. CIA는 그동안 공공연히 테러 용의자에 대해 공공연히 물고문을 사용해왔지만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공식적으로 고문을 금지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테러 용의자에게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물고문과 그보다 더 끔찍한 고문을 다시 허용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크루즈 후보 역시 "물고문은 고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해 트럼프 후보와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현직 CIA 국장이 공화당 유력 후보들에 대해 사실상 거부하는, 비토(veto) 입장을 취한 셈이다. 아직 양당의 대선주자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민주-공화 양당의 선거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왜 남친 쳐다봐’ 폭행치사, 30대 연인 중형 선고

    남자친구를 유혹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원룸에서 같이 살던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여성과 폭행에 같이 가담한 남자친구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합의1부(부장 최호식)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정모(34·여)씨에게 징역 9년을, 안모(36)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결혼을 약속한 정씨와 안씨는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해운대구에 있는 한 원룸에서 A(33·여)씨를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는 A씨가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시작했고 자신의 애인을 쳐다보며 유혹한다는 이유로 일주일 넘게 안씨와 함께 A씨를 폭행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남자친구 안씨는 숨진 A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무자비한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A씨의 빚 6000만원을 갚아준 것을 계기로 A씨가 성매매를 해서 채무를 갚도록 시키기도 했다. 부검 결과 A씨의 온몸에 구타흔적이 있었고 갈비뼈 12개가 부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친구인 정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해 온 것으로 보이고 온몸을 무차별적으로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며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중형선고 이유를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사설] 北 집단탈출 보고도 核 개발 미망 못 벗나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의 지상분출시험 장면을 그제 공개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에서 진행된 분출시험을 직접 시찰한 뒤 “적대 세력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했다”며 신형 ICBM에 보다 위력적인 핵탄두를 장착해 미국 본토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엄혹한 제재 국면에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의 아둔함이 안타깝다. 집단탈출 등 심각한 내부 동요조차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한국행은 김정은 정권으로선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과거에도 1987년 김만철씨 일가족 탈북 등 집단탈출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변경의 주민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탈북한 것이지 이번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13명이 ‘한 배’를 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잘 알려져 있듯이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부모가 대부분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 주민들이고, 그들 역시 북한 내에서 김정은의 처 리설주의 모교인 금성학원 등 예능 명문학교를 졸업한 재원들이다. 자긍심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관계 당국의 심층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기득권층, 또는 체제수호 세력의 일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이 북한 체제에 등을 돌리고 집단탈출한 것이다.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공동 숙식, 합동 출퇴근 등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근무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그만큼 대북 제재 이후 사정이 절박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해외 북한 식당도 심각한 타격을 입고 경영난에 봉착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외화 상납 요구는 가중되고, 충족되지 않으면 문책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니 좌불안석 아니었겠나. 대북 제재 이후 김정은 정권은 ‘제2의 고난의 행군’ ‘군자리 정신’ 등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인내를 종용해 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북한 주민의 식량 배급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줄었다.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과연 나라 운영을 책임진 집권자의 양심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은의 ‘핵공격 수단 다종화·다양화’ 지침에 따라 핵탄두 기폭장치, 대기권 재진입체 등을 공개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데 혈안이 돼 있지 않은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북한 식당은 12개국에 130여개가 있다. 여기서 근무하는 종업원을 포함해 전 세계에는 5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핵·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외화 벌이에 나서고 있다. 이들도 눈과 귀가 있다.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한국 TV드라마를 보고 남북의 현격한 국력차와 북한의 폐쇄성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집단탈출이 도미노처럼 이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핵을 포기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내 일에서 재미 찾고 의미 발견…내일 향한 ‘잡 크래프팅’

    내 일에서 재미 찾고 의미 발견…내일 향한 ‘잡 크래프팅’

    “마법의 빗자루 한번 보시겠어요?” 몇 년 전 일본 디즈니랜드 청소부가 길게 줄 서 있는 방문객들 앞에서 빗물로 미키마우스를 그리기 시작했다. 지루해하던 방문객들은 청소부의 깜짝 이벤트에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이 사연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일본 전역으로 전파됐다.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후 이 에피소드는 산업심리학의 ‘잡 크래프팅’(직무 확장) 개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골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잡 크래프팅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스스로 변화시켜 일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일을 더 많이 하라는 게 아니다.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그 속에서 재미를 찾고 의미를 발견하자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한 달 동안 현장에서 잡 크래프팅을 실천하는 이들을 찾았다. 일단 최근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계, 조선, 항공, 해운업종에 근무하는 이들로 범위를 좁혔다. 직급은 대리로 국한했다. 일을 가장 많이 할 때라서다. 실제로 회사가 시련을 겪지만 회사의 ‘방향’과 개인의 ‘비전’을 맞춰 가며 자아실현을 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았다. ●“돈보다 스스로 깨우칠 직장 선택… 후회 없어” 김태윤(30) 두산인프라코어 주임연구원(대리)은 2011년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에 동시 합격했지만 두 회사 모두 포기하고 ‘두산행’을 택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돈은 자동차 회사가 더 많이 주겠지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스스로 깨우쳐 가는 데는 두산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당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인천공장 연구·개발(R&D)센터에서 굴삭기 시제품의 성능을 시험하는 일을 맡고 있다. 김 연구원은 “누군가 우리 장비를 구입한 뒤 ‘정말 잘 산 것 같다’고 피드백을 줄 때 가장 보람차다”면서 “편법을 쓰면 쉽게 일할 수 있지만 고객들이 눈에 밟혀 테스트를 대충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지린성 창춘에서 혹한기 테스트를 처음 시도했을 때 그는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 중국 현지 날씨는 상상 이상이었다. 영화 22도의 날씨 탓에 두 겹이나 껴입은 내복과 양말 속으로 냉기가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강추위에도 엔진이 ‘부르릉 부릉’ 소리를 내며 작동되는 순간 그는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추운 날씨에 중장비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엔진, 펌프가 자동으로 예열되는 ‘자동 난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물론 회사에서 시킨 게 아니다. 그리고 올 초 그는 이 아이템을 가지고 특허 신청을 했다. 지난 5년간 김 연구원이 신청한 특허(공동 특허 포함)는 총 10건에 달한다. 윤준(32) 현대중공업 그룹선박영업본부 대리는 해외에서 자란 유학파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개발경제학(석사)을 전공했고, 유엔개발계획(UNDP)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과정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그는 부친의 권유로 201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그의 아버지는 대우조선해양(당시 대우중공업)에서 선박영업을 했다. 윤 대리는 “아버지가 정말 즐기면서 일하셨다”면서 “종종 업무 얘기도 들려주셔서 자연스럽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1년 일찍 대리로 승진했다. 그가 하는 일은 컨테이너선 수주 업무다. 윤 대리는 “컨테이너선 5~10척을 한꺼번에 수주할 때 느끼는 쾌감은 말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과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의 머스크 본사를 찾았을 때를 회고했다. “1등은 역시 다르더라고요. 계약서에 오타 하나 없는 것은 물론 회의가 길어져도 전혀 개의치 않더라고요. 그때도 새벽 2~3시까지 마라톤협상을 한 끝에 결국 서명식을 했죠.” 그는 “연초에 수주 목표가 정해지면 영업은 시황 핑계 대지 않고 무조건 달린다”면서 “매일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하루하루가 매번 새롭다”고 말했다. 이동원(32)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대리는 ‘로드 마스터’(항공물류 전문가)의 꿈을 안고 5년 전 입사했다. 로드 마스터는 한정된 항공기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화물을 안전하게 탑재하는 일을 한다. 단순히 짐칸을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다. 화물별 사이즈, 무게, 위험물 여부 등 화물의 특성을 파악한 뒤 탑재를 해야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 뒷부분에 무게가 실리면 이륙할 때 항공기 꼬리가 땅에 닿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로드 마스터가 되려면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는 2012년 미국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에 가서 직접 교육을 받았다. 이후 벨기에 브뤼셀지점에 1년간 파견을 나가 현장 경험도 했다. 2014년부터는 다시 본사로 돌아와 안전심사역을 맡고 있다.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후버보드’(전동 스케이트보드의 하나)가 실수로 실리면서 문제가 됐을 때 그는 “순간 철렁했다”고 말했다. 배터리가 장착된 후버보드는 사내 규정상 탑재 금지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국제 규정보다 더 까다로운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면서 “회사가 어려울 때 안전사고가 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조그만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나와 해운 영업… 새 화주 발굴 주력” 정무훈(32) 한진해운 아주판매팀 대리는 금융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실물 경기와 맞닿아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해운사로 이직했다. 입사 후 연고도 없는 부산지점에서 2년간 화주(화물 주인) 영업의 기초를 배웠다. 정 대리는 “부산지점은 해운업체 영업맨이라면 한 번쯤 들러야 하는 영업의 최전방 같은 곳”이라면서 “어차피 갈 거라면 먼저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아주판매팀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북미와 유럽 노선을 뺀 나머지 지역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 팀에서 정 대리는 새로운 화주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운업 영업맨 사이에서 통용되는 ‘빌딩치기’도 그가 자주 쓰는 영업 방식이다. 빌딩치기는 화주를 만나러 건물에 들어갔다가 처음 보는 무역회사가 있으면 무작정 방문해서 “우리와 같이 일해 보자”고 권유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해운업 역사가 오래돼 이제는 빌딩치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면서도 “발품을 팔면 신규 화주를 소개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직원 통제하지 말고 자율성 높여줘야” 우리나라에 잡 크래프팅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2013년쯤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임명기 박사가 ‘잡 크래프팅 하라’라는 저서를 내면서부터다. 현재 기업 차원에서 잡 크래프팅을 도입한 곳도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가 유일하다. 2014년 관련 교육을 시작해 신입사원, 승진자 약 300명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잡 크래프팅에 대한 관심이 커 지난해 말 그룹 방송으로 세 차례에 걸쳐 관련 내용을 내보냈다. 당시 방송 제목은 ‘체인지-업(業)’으로 잡 크래프팅의 세 가지 유형(과업, 인지, 관계 경계 변화)을 소개했다. 하지만 잡 크래프팅은 개인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한 뒤 업무의 경계를 확장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기업이 ‘톱 다운’ 방식으로 강요해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 임 박사도 그의 책에서 “경영진의 강요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고 썼다. 산업심리학자들은 “기업이 잡 크래프팅을 또 하나의 직원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고 기업 스스로 잡 크래프팅에 나서 직원들의 자율성을 높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애니멀픽] 털이 마구 자라요…근데 쫌 귀엽죠?

    [애니멀픽] 털이 마구 자라요…근데 쫌 귀엽죠?

    얼마 전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는, 스타워즈 시리즈 초기 작품에 등장했던 ‘우키’족 전사 캐릭터 ‘츄바카’가 다시 반가운 얼굴을 비쳤다. 길고 부스스한 털이 얼굴을 온통 덮고 있는 이 츄바카의 닮은꼴 고양이 한 마리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얼굴 털이 대책 없이 빠르게 자라나는 증상을 지닌 페르시안 고양이 ‘무니’를 소개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무니는 얼굴에 난 털이 보통의 고양이보다 많이 길어 고양이가 아닌 다른 생물로 오해받기까지 한다. 거리에 나가면 무서워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주인 류크 미쇼는 “사람들이 무니에게 보이는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지만 정 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면서 “한 번은 어린 조카가 놀러왔다가 무니를 보고는 ‘괴물이다’라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쇼는 무니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무니와 사랑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미쇼가 혹한의 날씨 속에 버려진 무니를 만난 것은 2014년 3월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당시 무니는 고양이 전용 운반 가방에 들어 있었고, 이 때문에 무니가 분실된 고양이라고 여겼던 미쇼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주인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미쇼는 무니가 버려졌단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없었지만 무니에게 이미 반해버린 미쇼는 무니를 집에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유난히 긴 털 때문에 무니를 보살피는 일은 쉽지 않다. 미쇼는 “매일 무니의 털을 빗고 씻기고 잘라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털이 눈, 코, 입에 들어가고, 눈에 감염이 일어난다. 그래서 눈에는 항상 안약을 넣어주고 있다”면서 “어쩌면 (전 주인은) 이것 때문에 무니를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니는 털이 길뿐만 아니라 발톱 또한 유독 크며 낮선 사람을 보면 개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낼 때도 있다. 미쇼는 이런 무니가 그저 ‘특이한 품종’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무니를 동물병원에 데려가자 수의사조차 “이런 고양이는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표했던 것으로 전한다. 미쇼가 무니의 ‘특별함’을 더욱 깊이 깨달았던 것은 무니와 똑같은 증상을 가진 또 다른 고양이 ‘앗춤’이 TV를 통해 유명해지고 나서다. 미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앗춤이 세상에 둘도 없는 희귀한 증상을 지녔다고 말했지만 무니와 앗춤의 증상은 서로 같다”며 “그 방송 덕분에 무니가 얼마나 특별한 고양이인지 알게 됐고, 이후로 사회적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니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페이스북 Moony Strangecat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해외여행 | 핀란드-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 레비Levi

    해외여행 | 핀란드-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 레비Levi

    명백히 아름다운 북위 67.8레비Levi 북부 핀란드, 이 혹한의 땅에 발을 디딘 가장 큰 목적은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다. 핀란드 레비에서 보낸 나흘의 이야기는 밤과 낮으로 나뉜다. 겨울의 북극에서는 어둠의 기세가 등등하다. 낮은 맥을 못 춘다. 정오가 돼서야 동이 트고, 점심 식사 후 두 시간 가량 소요되는 일정 하나를 마치면 다시 어둠의 세계다. 밤은 온전히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점철됐다. 지루하지 않았냐고? 전혀! 이곳에서 겪은 모든 일들에는 ‘난생처음’이라는 수식이 붙었기에 하나같이 소중했다. ●조용하고 아담한 스키 마을 레비Levi “어서 와, 이런 추위는 처음이지?” 감각을 자극하는 주변의 모든 환경이 말을 거는 것 같다. 도착한 날의 기온은 영하 31도. 예보에 따르면 기온은 점점 더 내려갈 예정이다. 상상 이상의 추위, 경험한 적 없는 냉기다. 이 정도의 날씨라면 추위, 냉기보다 더 가혹하고 거친 단어가 필요하다. 들숨에 들어오는 공기는 뾰족하게 날을 세워 폐부를 찔렀고 내뱉은 날숨은 공중으로 흩어지기 전 해마의 형태로 잠시 얼어붙는 듯했다. 내복, 바지, 스웨터, 양말 등 모두 두 겹씩 입었다. 몸 구석구석에 핫팩을 붙이고 옷 입는 시간만 대략 20분이 걸렸다. 장갑, 목도리, 모자까지 쓰고 나면 북극의 패션 테러리스트가 됐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감각은 둔해졌지만 그만큼 마음은 든든했다. 문제는 이렇게 대비해도 춥다는 것. 입김은 콧수염이나 눈썹에 붙어 고드름이 됐고, 안경도 얼어붙어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발에 붙여둔 핫팩은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이기지 못했고 외부 공기와 접촉한 핫팩은 얼고 부풀어 올라 아이스팩과 형태와 기능이 동일해졌다. 맨손으로 차 트렁크, 문고리 혹은 삼각대의 다리 부분을 잡으면 순간접착제를 바른 듯 살이 달라붙었다. 접촉한 것들과 분리되기 위해서는 살점이 뜯기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카메라도 걱정거리. 혹한에 배터리 방전 속도가 LTE급으로 빨라졌고, 입김이 닿은 카메라 뒤판은 얼음 알갱이로 뒤덮였다. 셔터가 올라갔다 얼어붙어 내려가지 않는 횟수도 빈번해졌다. 일행 중 한 사람의 셔터 릴리스 선은 꽁꽁 언 채로 두 동강이 났다. 전선이 냉각된 후 끊어지는 추위, 곁에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과장된 엄살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다.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진짜다. 헬싱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두 시간을 날아 레비 인근의 키틸래 공항Kittila Airport에 도착했다. 키틸래 공항에서 북쪽으로 23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이발로 공항Ivalo Airport을 경유했으니, 헬싱키에서 직항으로 왔다면 약 한 시간 거리다. 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레비는 핀란드 최고의 스키리조트 마을로 명성이 자자하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만 100명 남짓 남았던 시골 마을이었지만, 1964년 첫 번째 스키 슬로프를 개장한 이후 조용했던 마을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면세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관광산업이 활성화됐고 현재, 전체 인구 약 5,000명 중 2,500여 명이 관광업에 종사하며 한 해 40만명의 여행자들을 맞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겨울에는 스키를 비롯해 허스키 썰매, 순록 썰매, 스노모빌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여름에는 트레킹, 하이킹, 백야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다. 핀란드 최대의 스키리조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총 43개의 슬로프를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 전체 규모에 비해 레비 시내는 소박한 편이다. 레스토랑, 기념품 숍 등 필요한 것들이 적재적소에 정량으로 있어 과잉과 소모가 없는 편안한 느낌이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20도지만 우리가 머문 기간은 이상 기후로 훨씬 더 추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차갑고 고요한 밤의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오로라Aurora 태양이 발산하는 플라스마 중 극소량이 지구의 보호막을 뚫는다. 그리고는 지구 자기장의 영향으로 극지방으로 끌려들어와 대기권의 가장 바깥쪽 열권에서 방전되며 빛을 발하는 현상, 오로라다. 북극에서 발생한 오로라의 이름은 오로라 보리앨리스Aurora borealis 혹은 노던 라이츠Northern lights, 우리말로는 북극광, 그리고 이곳 핀란드에서는 여우불이라는 뜻의 레번툴레Revontulet다. 나에게 오로라는 평생을 꿈꿔 온 소망의 이름이다. 여기까지 왔지만 본다는 확신은 없었고 기대만 가득했다. 운이 따라야 볼 수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다. 오로라를 예보하고 시간대별로 지수를 표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이드는 날씨가 너무 추우면 오히려 보기 어렵다고 말했고, 오로라 지수를 너무 믿지 말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별이 수천개는 보이는 밤하늘이라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행운을 빌어 주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명제를 마음에 품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도착 이틀째부터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서너 시간씩 사흘을 버텼다. 일명 ‘뻗치기’를 감행했다. #first night 첫날밤, 가이드가 알려준 숲으로 향했다. 숙소인 레비 툰투리 호텔Spa Hotel Levi Tunturi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작은 호수를 둘러싼 겨울 숲, 그 건너편에는 아담한 평원도 있었다. 가이드는 이곳이 인공광이 거의 없어 인근에서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고 했다. 출발 전부터 꼼꼼하게 장비를 챙겼고, 어둠 속에서 촬영 방법을 연습했다. 준비한 것을 차근차근 재현할 차례였으나 혹한에 몸과 마음은 따로 놀았다. 장갑 속에 감춰둔 둔한 손의 감각으로는 어둠 속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부터 노출을 조절하는 일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허둥거리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한 시간쯤 지나자 하늘빛이 미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일단 셔터를 눌렀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명민한 카메라는 하늘에서 색색의 빛줄기 수십 개가 쏟아져 내리는 순간을 잡아냈다. 오로라처럼 움직이진 않았지만 빛줄기는 계속 색을 바꾸고 있었다. 오로라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오로라를 본 경험이 있는 동행인은 명백한 오로라라고 했다. 촬영은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이것이 오로라만큼 드문, 상층의 구름에서 떨어진 공기 중의 얼음 알갱이들이 달빛 혹은 주변의 인공광을 반사하며 일어나는 빛기둥light pole 현상이라는 사실은 서울에 와서야 알게 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econd night 전날 촬영한 빛기둥을 오로라라고 믿었기에 둘째 날엔 더 대담해질 수 있었다. 오로라가 가장 잘 보인다는 숲을 버리고 조금 더 드라마틱한 장소를 찾아 도착한 곳은 레비 툰투리Levi Tunturi다. 산이라고 하기엔 낮고 동산이라 부르기엔 높은 해발 531m, 우리말로 ‘재’라고 표현하면 알맞은 이곳을 레비 사람들은 ‘레비 펠Levi Fell’이라고 부른다. 해질녘의 레비 펠은 겨울 왕국의 모습 그대로다. 핀란드 최고의 캐릭터인 무민을 쏙 빼닮은 스노 몬스터Snow Monster 수천 개가 핑크빛으로 물든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무민 마을에 잔치라도 벌어진 듯한 동화 같은 풍경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엄숙하고 장엄한 정취를 덧입었다. 우주 깊은 곳에 떠다니는 외계행성에 발을 디딘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이곳에 오로라가 나타난다면 지상 최고의 오로라 사진을 얻을 수 있겠다며 기대했지만 하늘이 흐렸고, 날이 습했고, 재 마루에 멈춰 선 구름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철수했다. #third night 마지막 밤까지 오로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조바심이 요동쳤다.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 식사 자리로 향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생일을 맞은 저녁상에는 초를 밝힌 작은 컵케이크와 서울에서 준비한 3분 미역국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생일상에 마음이 울컥해졌다. 오로라를 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며 초를 불었다. 십분쯤 지났을까. 이미 퇴근한 가이드가 되돌아와 말했다. “지금 밖에 오로라가 있어. 앞으로 몇 시간 동안 볼 수 있을 거야.” 이런 걸 ‘기적’이라고 말하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늘을 보며 달려가다 뒷걸음치기를 반복했다. 오로라를 보는 순간, 인생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았다는 감동에 가슴이 벅찼다. 수직으로 서서히 솟구쳐 창공으로 올라간 초록빛은 일렁이고 움직이고 너울너울 넘실대며 제 길을 갔다. 빛기둥을 보았던 숲으로 향했다. 멀리서 시작된 올챙이 형상의 초록빛은 별이 총총히 빛나는 검은 하늘을 가르고 번져 나가며 춤을 췄다. 설산을 넘는 북극의 요술 여우의 꼬리가 산꼭대기를 스칠 때 일어나는 스파크라는 핀란드 신화도, 어린 영가들이 춤을 출 때 일어나는 불빛이라는 그린란드의 신화도, 죽은 영혼들이 해골로 축구시합을 벌이는 광경이라는 이누이트족의 신화도, 모두 오롯이 믿어질 만큼 경이롭고 신비로웠다. 영하 40도의 혹한에도 춥지 않았다. 오로라는 땅 위의 사람들을 제대로 홀렸다. 확신했다. 언젠가 인생이 끝날 때 스쳐갈 나의 주마등에, 이 순간 눈앞에 펼쳐진 오로라의 춤이 선명히 새겨질 게다. ●청명하고 귀한 낮의 이야기 진짜 행운이함께 했나 봐! 네 시간, 하루 중 푸른 하늘과 흰 설원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짧은 만큼 값지고 소중하니, 가능한 짜릿하게 즐겨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first day 첫날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레비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40km 떨어진 헤타Hetta로 향했다. 아침이지만 어두운 사위를 가르기 위해 상향등을 켜고 달려야 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상향등이 눈을 비추면 별처럼 빛났다. 풍경은 화면 가득 노이즈가 반짝이는 오래된 필름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다행히 길이 미끄럽진 않았다. 녹아서 질퍽이는 습설이 아닌 건설인 까닭이다. 운전자와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축복의 눈이다. 일명 파우더 스노, 넘어져도 아프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질 질감이다. 가이드는 이동하는 동안 헤타에 대해 설명했다. 스칸디나비아 북쪽, 핀란드 북쪽, 러시아 콜라반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목민족인 사미족의 사미랜드, 헤타는 그곳으로 가는 관문이라 했다. 이 지역에 사는 주민의 20퍼센트는 사미인, 그중 8퍼센트가 사라져 가는 사미어를 쓰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헤타 펠 라플란드 방문자 센터Hetta Fell Lapland Visitor Center에서 사미 문화와 전통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헤타에 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순록 농장 방문. 우리에게 루돌프로 더 잘 알려진, 아름다운 뿔을 가진 순록을 만난다는 기대로 마음이 들떴다. 농장을 방문하는 것이니 무리 지어 움직이는 순록들을 만날 거라 기대했지만, 추운 겨울 동안은 대부분 주인이 만들어 둔 우리 안에서 지낸다고 한다. 아쉬움은 순록 썰매를 타는 것으로 달랬다. 운동장 한 바퀴 거리를 돌아보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하얀 설원 위를 네 마리의 순록이 끄는 네 개의 썰매가 천천히 움직이는 풍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고개를 돌려 돌아보면, 뒤 썰매를 끄는 순록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힘이 넘치게 좋은데다 마음도 급해 앞 썰매를 제치고 싶다는 듯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었다. 맑은 눈망울, 둔탁한 턱의 모양새는 소를 닮았다. 사미족에게 순록은 우리네 옛 시절의 소와 같은 의미다. 함께 살고 함께 일하다가 그 끝엔 고기, 가죽, 뿔까지 모든 것을 내주는 존재. 반려이자 삶의 밑천이다. #second day 노래가 절로 나왔다. 흰 눈 사이로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일정 중 가장 신나는 경험을 꼽으라면, 단연 스노모빌 타고 달린 순간이라 답하겠다. 눈 덮인 구릉을 오르락내리락, 아름다운 숲길 사이를 쌩쌩, 드넓은 설원을 최고 시속 90km로 시원하게 달리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삼십분을 줄기차게 달리다가 코스 중간에 있는 150년 된 전통 가옥에서 몸을 녹이고 되돌아오는 여정이다. 준비할 것은 운전면허증과 방한대책. 한국 운전면허증, 국제운전면허증 모두 제출 가능하다. 면허증을 제출하고 사인을 하고 나면 우주복 스타일의 두꺼운 방한복을 나눠준다. 거기에 투박한 방한 부츠를 신고, 복면과 헬멧을 차례로 쓰고 스노모빌 작동법을 간단히 익히면 준비완료. 가이드가 선두에 서고 차례로 질주를 시작한다. 추위는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의 양에 정확히 비례했다. 바로 앞 스노모빌이 날려 보내는 눈가루는 헬멧에 붙은 바람막이 아크릴에 켜켜이 쌓여 시야를 가렸고, 얼굴을 싸맨 검은 복면은 본래의 색을 감추고 흰빛으로 반짝였다. 길을 잘못 들어 돌아 나오던 중 작은 전복사고가 있었다. 유턴하다 스노모빌과 함께 넘어졌는데, 다행히 폭신한 눈밭 위여서 다치진 않았다. 추위와 작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즐겁게만 기억되는 이유는 설원에서 마주한 일출 때문이다. 지평선에 걸린 동그란 해가 오메가를 만들었고, 하늘과 눈밭은 파스텔톤의 붉은빛으로 곱게 물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핑크빛이 모여 스스로를 뽐내는 듯한 풍경은 더없이 우아했다. 더불어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선명한 일출을 만났으니 정말 운이 좋다는 가이드의 말에 위안을 얻었다. 어쩌면 이번 여행, 진짜 행운이 함께했는지도 모르겠다. #third day 3일 내내 허스키 썰매 타기 체험을 무척 기대했었다. 허스키는 달리기를 사랑하는 견종이다. 허스키 썰매에 올라 만끽하는 속도감, 스릴보다 본능에 충실하게 사는 허스키들은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가 더 궁금했다. 설원을 누비는 허스키 사진을 볼 때마다, 내 집 전기장판 위에서 본능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나의 허스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쉽게도 허스키를 타고 달리는 2km의 여정은 취소됐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다. 허스키 사파리는 11월부터 4월까지 운영하지만, 영하 35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운영하지 않는단다. 사람도 허스키도 빠른 속도로 달리기에 부담스러운 온도다. 농장 인근의 핀란드 말들과 허스키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대신했다. 탈것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설원을 누빌 차례다. 스노슈잉은 넓은 타원형에 그물을 덧댄 스노슈(설피)를 신고 눈밭을 걷는 트레킹 프로그램이다. 넓은 면적으로 체중이 분산돼 눈 속으로 빠지지 않기 때문에 20cm 깊이의 설원도 걸을 만하다. 추운 날씨였지만, 그간 움츠러든 몸을 움직여 피를 돌게 한다는 차원에서 해봄직하다. 걷다 보면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 언뜻언뜻 생각나는 사소한 풍경들이 있다. 순록의 착한 눈매, 추위를 피해 들어선 핀란드 전통 가옥에서 마신 커피의 온기, 장작 타는 냄새. 문득 생각나는 사람들도 있다. 허스키 농장에서 노견 클로디를 바라보던 주인의 애정과 감사가 가득한 눈빛, 일부러 찾아와 오로라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한 가이드의 잔잔한 목소리와 차분한 말투. 모두, 불현듯 떠오르는 조각난 추억이지만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같은 지점으로 향한다. 그 끝엔 평온이 있다. 혹한의 공기를 더없이 따뜻하게 데우는 평온을 찾아 꼭 다시 가리라. 그땐, 너와 함께.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Finland Levi AIRLINE핀에어는 인천-헬싱키 구간을 주 7회(매일) 운항한다. 헬싱키까지 비행시간은 약 10시간. 레비로 가려면 헬싱키-키틸래 구간을 이용해야 한다. 핀에어를 이용할 때 기대되는 것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헬싱키 반타 공항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이 같은 층에 있어 동선이 짧고 환승 절차가 효율적인 데다, 공항 곳곳에 탐나는 핀란드 디자인 제품과 캐릭터를 판매하는 숍, 아늑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자리한 것도 큰 장점이다. 지루할 틈이 없는 공항이다. 2014년 새롭게 문을 연 핀에어 프리미엄 라운지는 6개의 독립된 샤워실, 핀란드식 사우나까지 갖추고 있어 장시간 비행에 지친 승객에게 온전한 휴식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라운지는 핀에어 플러스 플래티넘Finair Plus Platinum, 골드 회원 및 원월드Oneworld 에메랄드, 사파이어 카드 소시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www.finnair.com Hotel 스파 호텔 레비 툰투리Spa Hotel Levi Tunturi레비 지역에 최초로 생긴 호텔이다. 1981년, 마당이 있는 11개의 라플란드 스타일의 통나무집으로 영업을 시작한 호텔은 5년 전 3층 규모의 건물을 증축해 성업 중이다. 패밀리, 스탠더드 트윈, 슈퍼리어 트윈, 주니어 스위트, 스위트 총 다섯 개의 룸 타입이 있으며 주니어 스위트, 스위트룸을 예약할 경우 방 안에서 핀란드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스파는 핀란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7개의 실내 및 실외 풀이 있고, 9개의 사우나 시설을 완비했다. www.hotellilevitunturi.fi activity스노슈잉 en.lapinluontoelamys.kotisivukone.com허스키사파리 www.polarlightstours.fi스노모빌을 비롯해 레비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은 www.levi.fi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staurant 아틱 레스토랑 스노 돔Arctic Restaurant Snow Dome특이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여행자라면, 호텔 레비 파노라마에서 운영하는 아틱 레스토랑 스노 돔으로 가볼 것을 권한다. 식기와 음식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올겨울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아티초크 수프와 순록 찜 요리가 맛있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는 스노돔 안에서,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디저트는 따뜻한 호텔 내 식당으로 이동해 먹는다. www.golevi.fi/en/snowdome Tip오로라 촬영 팁 어두운 곳에서 초점을 맞출 땐 랜턴이 있으면 유용하다. 오로라만 촬영할 경우 초점거리를 무한대로 두면 되지만, 앞부분에 나무나 집이 있는 경우는 초점을 앞에 맞춰야 한다. 암흑 속에서 초점 맞추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랜턴을 챙겨 가자. 발밑에 폭신한 눈밭이 있다면 트라이포드는 최대한 땅에 닿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촬영하는 동안 서서히 눈을 파고 들어가 완전히 흔들린 사진을 찍게 된다. 셔터 릴리스보다는 무선 동조기를 챙겨가는 게 편하다. 앞서 언급했듯, 전선이 끊어질 정도의 혹한을 견뎌야 한다. 오로라는 한번 생겨나면 두 시간 가량 지속된다. 적정 노출에 한해 다양한 셔터스피드로 촬영해 볼 것. 다른 느낌의 오로라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핀에어 www.finn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범죄 실화 ‘클랜’ 티저 예고편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범죄 실화 ‘클랜’ 티저 예고편

    198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클랜’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클랜’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푸치오 가족의 양면성을 낱낱이 파헤치는 강렬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중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푸치오 가족은 겉으로는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는 헌신적인 아버지, 가정과 학교에 충실한 교사 어머니, 국민적인 럭비 선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큰아들과 자녀까지, 일곱 명으로 구성된 평범한 중산층이다. 하지만 이들은 가장인 아르키메데스를 중심으로 모든 가족 구성원이 납치, 감금, 살인 등 극악무도한 범죄에 직·간접적인 공모자들이다. 실제 사건은 당시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으며, 현재까지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예고편은 다정한 이웃으로 가장한 채 악랄한 범죄를 일삼는 푸치오 가족의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랑스러운 딸의 저녁을 챙겨주는 모습과는 180도 다르게, 복도 끝에 있는 닫힌 방문을 여는 순간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바로 납치, 감금한 인질에게 식사를 주는 잔혹한 범죄자로 돌변하는 아르키메데스 푸치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작품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처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푸치오 가족의 잔혹한 범죄 실화를 다른 ‘클랜’은 오는 5월 국내 개봉된다. 상영시간 108분. 사진 영상=더블앤조이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뉴욕 택시기사, 승객에 ‘야한 농담’ 하면 면허취소

    뉴욕 택시기사, 승객에 ‘야한 농담’ 하면 면허취소

    뉴욕 택시 및 리무진 위원회 사무소(이하 TLC)가 승객에게 추파를 던지는 택시 또는 리무진 운전수에게 ‘가혹한’ 벌금형 또는 면허취소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중에 있다. 뉴욕타임즈 등 현지 언론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TLC 측은 자발적으로 ‘클린 업 패키지’(clean up package) 캠페인을 통해 뉴욕의 택시와 리무진 운전수가 승객을 성희롱하거나 성폭행 하는 불상사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TLC의 발표에 따르면 운전수가 승객에게 성적인 농담이나 사생활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거나 신체 접촉 및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는 행위 등이 있을 경우 이들의 면허를 폐지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TLC 대변인인 앨런 프롬버그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승객에게 외모와 관련된 발언을 하거나 데이트를 주제로 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정직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캠페인의 목적은 승객과 기사 간의 더욱 구체적이고 명확한 서비스 이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이러한 정책이 뉴욕 택시를 이용한 승객들의 불만 신고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TLC의 발표에 따르면 뉴욕 택시 및 리무진과 관련한 승객의 불만 신고 접수건은 2014년 1만 7000건에서 2015년 2만 1000건으로 훌쩍 늘었다. 특히 뉴욕시를 오가는 택시 안에서의 성폭행 사건은 2014년도 10건에서 2015년도 14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바 있다. 뉴욕에서 택시 승객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 기승을 부리자, 미국 뉴욕시의원은 시의회에 택시 승객의 안전을 위해 위급상황시 누르면 경찰에 알릴 수 있는 ‘패닉 버튼’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월드피플+] ‘왕따’ 당하던 9세 소녀, 네이비실 훈련 완수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취급받던 소녀가 미 해군 특수부대원들이나 하는 가혹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해 화제에 올랐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마이애미 출신의 9세 소녀 밀라 비조토가 과거 네이비실에서 고안된 24시간 프로그램을 완수했다고 보도했다. 밀라의 훈련 프로그램 완수는 초등학교 3학년의 작은 소녀가 성공했다고 하기에 믿기힘들 정도다. 그 이유는 24시간 내에 48km 달리기, 8km 수영과 25개 장애물을 6차례나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철 체력의 어른들도 하기힘든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 밀라는 지난해 6월부터 아버지와 함께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아빠는 "딸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18세 이하 어린이"라면서 "원래 나이 때문에 참가할 수 없었으나 24시간 나와 함께 한다는 조건으로 레이스를 허락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딸은 전체 레이스를 너무나 훌륭하게 마쳤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밀라는 24시간 동안 단 4시간 만 잠을 자고 주어진 코스를 오히려 아빠보다 빨리 완수했다. 그렇다면 왜 밀라는 어른도 하기 힘든 레이스에 참가한 것일까? 밀라는 "지난해 운동도 못한다면 친구들에게 놀림받으며 왕따 당했다"면서 "나와 같은 친구들에게 힘을주기 위해 아빠와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이상 친구들이 나를 놀리지 못한다"면서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 다른 친구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일을 해 나갈 것"이라며 웃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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