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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란부터 판다까지… 대한항공 특수운송 비법은?

    계란부터 판다까지… 대한항공 특수운송 비법은?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란 대란 해결에 한몫을 했던 대한항공이 26일 계란 운송에 활용된 특수운송(사진) 비법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계란은 깨지기 쉽기 때문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승인을 받은 전용 종이박스에 계란을 포장해 수송한다. 종이박스에는 30개 들이 계란 12판이 담겨져 총 360개의 계란이 들어간다. 이렇게 포장된 계란들은 가로 244㎝, 세로 317.5㎝, 높이 244㎝ 인 팔레트에 실려 항공기 내에 들어와 고정된다. 또한 계란은 신선도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기내를 권장 온도인 섭씨 8~12도에 맞춰 수송하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양한 특수화물을 수송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내 적정온도 유지 및 혹한기 외부온도 노출 최소화를 통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계란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한항공의 특수운송 노하우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검증됐다. 지난해 3월 3일에는 전세계 20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희귀 동물인 판단 한쌍을 중국 청두 국제공항에서 데려왔다. 대한항공은 판다 운송을 위해 비행 중 화물칸 내의 온도를 섭씨 18도로 유지했다. 또 수의사와 사육사가 동승해 20~30분 간격으로 판다의 상태를 체크했다. 이밖에 진동으로 인한 판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기 위해 화물기에서 내린 후 무진동 특수 차량으로 옮겨 안전하고 쾌적하게 수송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983년 돌고래, 상어, 악어 등 동물 418마리를 한꺼번에 운송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뿐만이 아니다. 2011년 5월 27일에는 지난 1866년 병인양요 때 빼앗긴 외규장각 의궤 297권을 수송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그간 쌓아온 다양한 특수 화물을 수송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수입되는 계란도 신속하고 신선하게 배송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19년 만에 일본인이 스모 챔피언 요코즈나 등극 ´열도가 들썩´

    19년 만에 일본인이 스모 챔피언 요코즈나 등극 ´열도가 들썩´

    일본 스모 챔피언인 요코즈나에 19년 만에 열도 출신이 올랐다. 일본인들이 스모 선수로 지원하는 일이 극히 줄어들어 외국인들이 스모 판을 호령해왔다. 1994년 다카노하나와 1998년 그의 형제인 와카노하나가 요코즈나에 오른 것이 마지막 일본인 요코즈나였고, 지금까지 5명의 미국령 사모아와 몽골인들이 번갈아 왕좌를 차지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주인공은 도쿄 북쪽 이바라키현 출신의 기세노사토(30·178㎏). 본명이 하기와라 유타카인 그는 2012년 스모 대회 준우승자를 의미하는 오제키에 여러 차례 올랐는데 올해 첫 대회인 신년 그랜드 스모 대회 마지막날인 지난 23일 14승1패를 기록하며 마침내 생애 처음 요코즈나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그는 관례에 따라 사흘 뒤인 25일 일본스모연맹이 개최한 등극 행사 도중 “모든 겸손함을 다해 수락한다”며 “요코즈나의 역할에 헌신할 것이며 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스모 지원자들이 줄고 있는 것은 엄격하고 가혹한 선수생활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어린 스모 지망생들은 ´마굿간´으로 불리는 허름한 시설에서 함께 숙식을 해결하며 훈련한다. 때로는 심신을 단련한다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강요당한다. 2009년에는 명망 있는 지도자가 6년 동안 선수들에게 어린 수련생을 구타하도록 명령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만들어 수감돼 일본 전역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일류 선수들은 롤모델로 추앙받으며 명예와 존경을 누리지만 잘못되기라도 하면 혹독한 비판에 직면한다. 스모는 또 젊은이들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으는 축구, 야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에스토니아와 불가리아, 조지아, 중국, 미국 하와이, 몽골, 미국령 사모아와 심지어 이집트 사람들까지 조국에서는 만져보기 어려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몰리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기세노사토 역시 도쿄의 마굿간에서 훈련받기 전 어린 시절 학교 야구클럽에서 투수로 활약했다. 2002년 데뷔해 지금까지 73차례 대회에 출전해 요코즈나에 올랐다. 이는 1926년 이후 가장 많은 대회 출전 끝에 요코즈나에 오른 사례라고 마이니치 신문은 전했다. 그는 일왕컵 트로피에 마침내 손을 올려놓으며 “기쁨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며 “말로 옮기기 힘들지만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한화 신임 임원 청양 농촌 봉사

    한화 신임 임원 청양 농촌 봉사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부모님 같은 마을 어르신들의 일손을 도울 수 있어서 보람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화 김대식 상무는 24일 혹한의 날씨 속에 봉사활동을 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 상무 등 지난 연말 승진한 한화그룹 신임 임원 50여명은 이날 충남 청양군 청남면 아산리를 찾아 농촌 봉사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임원들은 수확 후 방치돼 있던 고추·토마토·수박밭 넝쿨을 정리하고, 올해 농사 준비를 위한 퇴비 살포와 비닐하우스 정리 작업 등을 도왔다. 한화생명의 자매결연 마을이기도 한 아산리 마을은 전체 75가구가 거주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임원들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아산리 마을에서 재배한 쌀, 콩, 참깨, 잡곡 등도 구매했다. 구매한 농작물들은 종로지역 복지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2008년부터 올해로 10년째 신임 임원들이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기름값마저 올라 서민 삶 더 팍팍해졌는데…정유업계 ‘고액 성과급’ 논란

    기름값마저 올라 서민 삶 더 팍팍해졌는데…정유업계 ‘고액 성과급’ 논란

    “기름값 폭리” 따가운 여론 의식 “사업다각화로 실적 개선” 반박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정유업계가 성과급 파티를 벌인다. 25년차 생산직 연봉이 1억 5000만원(학자금 제외)에 달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기름값이 치솟아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는데 정유업계가 ‘그들만의 잔치’를 치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업계는 그러나 “실적 개선은 사업다각화의 결과이며, 기름값 인상으로 폭리를 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는 지난해 최대 8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종전 사상 최대치인 2011년 실적(6조 8135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연평균 41.1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자 일각에서는 ‘기름값을 유가 하락분만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물론 정유업계는 “지난해 평균 기름값은 2010년 이후 최하위 수준인 ℓ당 1402원이었다”고 맞받아친다. 정유업체들은 사회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적 여론에 신경 쓰면서도 실적에 연동한 성과급만큼은 꼬박꼬박 챙겨 주는 분위기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이 좋자 격려금 명목으로 9월 초에 기본급의 200%를 지급했다. 연말에도 기본급의 300%를 보너스로 줬다. 지난해 11월 임단협 타결 격려급 100%를 더하면 총 600%에 이른다. 그런데도 일부 직원들은 성과급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노사 협상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성과급 규모가 기본급의 800~900%에 이를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2011년에는 기본급의 1000%(격려금 포함)를 받았다. 에쓰오일 임직원들도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기본급의 800%가 성과급으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 정유 4사 중 ‘막내’인 현대오일뱅크는 성과급 대신 총연봉제(고정급여 80%, 변동급여 20%) 구조로 돼 있는데, 지난해 성과가 좋자 변동급여 100%가 지급됐다. 다만 정유업계는 2014년 적자를 냈을 당시 연봉이 삭감되는 등 ‘혹한기’를 보냈기 때문에 보상 차원에서 성과급을 주는 것이라고 해명한다. 기름값과 실적은 무관하다는 주장도 펼친다. 국내 휘발유값이 사상 최고점인 ℓ당 2000원을 찍은 2012년 2분기, 정유사들은 역대 최대 적자(-7300억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의 숙명이긴 하지만, 술·담배를 파는 것도 아니고 기름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데 사회 인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탄핵·특검 정국] 유진룡 “블랙리스트, 朴대통령에 ‘큰일 난다’ 말했지만 묵묵부답”

    [탄핵·특검 정국] 유진룡 “블랙리스트, 朴대통령에 ‘큰일 난다’ 말했지만 묵묵부답”

    “블랙리스트 김기춘이 주도… 대한민국 역사 30년 돌려놔”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의 박근혜 대통령 지시·개입 여부를 확인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블랙리스트 실체를 폭로한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23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문제로 박 대통령을 면담한 내용을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대통령 연루 여부 규명에 핵심 단초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유 전 장관은 미리 준비한 메모를 바탕으로 취재진 앞에서 20여분간 발언을 이어 갔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김기춘(78·구속)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했다”며 “정권과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명한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이 헌법 가치에 어긋나는 행위임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에게도 2014년 1월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고 같은 해 7월에도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난다. 그렇게 하시지 않아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두환 정권 때까지 블랙리스트 명단을 관리하다 민주화되며 없어졌는데 (현 정부에서)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돌려놨다”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한민국 역사는 후퇴할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자 처벌 등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윗선’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참여한 문체부 직원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면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고위직들은 실무진에게) ‘생각하지 마라.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했는데 그저 지시를 따르기만 한 실무자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면서 “(이들이 블랙리스트 공론화 이후) 이를 철저히 파괴하라는 지시에도 (몰래) 갖고 있다 (특검팀에) 전달하지 않았다면 이런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특검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을 면담했을 당시 나눈 대화 내용과 김 전 비서실장 및 조윤선(51·구속) 전 문체부 장관 등의 블랙리스트 관여 사실을 진술했다. 유 전 장관과 박 대통령의 대화 사실은 박 대통령 역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잘 보여준다고 특검팀은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이날 정관주(53·구속) 전 문체부 1차관도 불러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추궁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전날 각각 8시간, 10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24일 김 전 실장을 오전 10시, 조 장관을 오후 2시 추가로 소환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수시로 특검에서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혹한의 날씨인데”…청주서 산책 나간 70대 나흘째 실종

    산책하러 나간 70대 노인이 나흘째 집에 돌아오지 않아 경찰이 공개수색에 나섰다. 23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3시 30분쯤 흥덕구 강서동 이모(77)씨가 아내에게 “바람 좀 쐬겠다”며 집을 나간 뒤 지금까지 귀가하지 않고 있다. 이씨의 딸은 19일 오전 7시 40분쯤 경찰에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이날 새벽 이씨의 자택 인근 버스정류소 폐쇄회로(CC)TV에는 그가 얇은 트레이닝복만 입고 배회하는 모습이 찍혔으나 이후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타격대, 방법순찰대 60여명, 수색견 2마리를 동원해 나흘간 수색을 벌였지만 이씨를 찾지 못했다. 이후 행적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한 경찰은 이씨의 얼굴 등 인적 사항이 담긴 실종 전단을 배포하는 등 공개수색으로 전환했다. 이씨는 키 165㎝에 통통한 체형으로 둥근 얼굴형과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 실종 당시 검은색 모자와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신고나 제보는 112나 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과(043-270-3891)로 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기춘씨 책임”…유진룡, ‘계급장 떼고 비판’ 눈길

    “김기춘씨 책임”…유진룡, ‘계급장 떼고 비판’ 눈길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특검에 나와 취재진에 ‘블랙리스트’ 주도 세력을 지목하며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김기춘 씨”로 직함 없이 언급해 과거 불편한 관계와 그로 인한 앙금을 드러냈다. 반면 김 전 실장을 비롯한 ‘블랙리스트 주도자’의 지시를 받은 문체부 직원들은 ‘양심에 반하는 지시를 이행하느라 큰 고통을 겪었다’며 책임을 면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영혼 없는 공무원’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쳐달라고 지적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이날 오후 출석한 유 전 장관은 대치동 특검 빌딩 3층 주차장에서 20여 분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전 실장을 주로 ’김기춘 씨‘로 지칭했다. 유 전 장관은 “김기춘 씨의 구속으로 우리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돌아갈 것”, “블랙리스트 없다고 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김기춘 씨 한 명뿐”, “블랙리스트는 누가 만들었느냐, 김기춘 씨가 주도한 것”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유 전 장관은 대체로 ‘전(前) 실장’, ‘실장’ 등 직함 없이 김 전 실장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 전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으로 김 전 실장과 부딪히면서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도 “김기춘 실장과 제가 블랙리스트 등으로 사이가 안 좋아서 계속 부딪혔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김 전 실장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CBS와의 인터뷰에서 유 전 장관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가 좀 인격이 여물지 못해서 혹시 나갔다가 김기춘 실장을 보면 따귀나 뒤통수를 때리는 사고를 일으킬수 있겠다는 걱정 때문에 청문회 출연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실장 등 윗선의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연루된 문체부의 실무 직원들에 대해서 유 전 장관은 “철저한 면책이 필요하다”며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 전 장관은 “(양심에 반하는) 윗선의 지시에 따른 실무자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며 “관련 자료를 철저하게 파괴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도 자료를 갖고 있다가 제출한 것이 특검의 수사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통 문화담당 엘리트 관료 출신답게 후배들을 챙기면서 마지막으로 제도적 개선책도 제시했다. 유 전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킬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이 소신과 양심을 어겨 가며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진룡 “블랙리스트, 대한민국 역사 30년 전으로 돌려놨다”(일문일답)

    유진룡 “블랙리스트, 대한민국 역사 30년 전으로 돌려놨다”(일문일답)

    소문만 무성했던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문체부 장관직을 지내다 2014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전 장관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퇴임 직전인 2014년 6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면서 작성 배후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전 문체부 장관)을 지목한 적이 있다. 이날 특검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유 전 장관은 취재진 앞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유 전 장관은 “이번 김기춘씨의 구속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존재를 폭로한 이유에 대해선 “제 경험으로는 유신 이후 전두환 시대까지 블랙리스트 명단 관리가 있었다. 이후 민주화되며 없어졌는데 다시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전으로 돌려놨다”면서 “관련자를 처벌하고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해서 어떻든 이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께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정말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특검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유 전 장관이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 블랙리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기춘씨로 주도되는 이 정권이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서 모든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민주적인 기본질서와 가치를 절대적으로 훼손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김기춘 전 실장의 윗선, 즉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특검에서 수사 중이니 오늘 올라가서 다시 상의해봐야 할 것 같다. 다만 김기춘씨가 구속되게 된 배경에는 우선 김씨와 관련된 많은 증거자료를 문체부에서 가지고 있었고 제출됐다는 것. 둘째로 고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 수첩에 나온 것처럼 그 내용이 진실이란 것을 뒷받침해줄 자료를 많은 사람이 제출했다는 것. 특검에서 조사받은 많은 전 청와대 수석들이 회의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다, 지시받는 것을 봤다고 증언·실토했으니 구속되는데 상당히 많은 증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문체부 직원을 ‘찍어내기’를 한 일도 대통령과 관련이 있나. -가령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은 분명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헌재에서 증언이 있었다. 그다음에 1급(실장급) 세 명. 그들을 찍어낸 건 지금 박 대통령까진 모르겠다. 김기춘 실장이 지시한 장본인이라고 알고 있다. 조윤선 전 장관이 회유했다는 의혹이 있었다(앞서 한 언론은 조윤선 전 장관이 특검 수사에 대비해 지난해 말 유 전 장관에 대한 회유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 아니다. 굳이 얘기하면 거꾸로다. 제가 조윤선 장관한테 블랙리스트 관련해서, 제가 해외 가족여행을 가기 전에 ‘정말 솔직하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사람들 인사 정리를 과감하게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신현택 전 문체부 차관에게 부탁을 했고, 이 양반이 조윤선 장관에게 부탁한 게 조윤선 장관의 압수된 스마트폰에 문자가 남아 있어 특검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서면이나 대면 보고받은 정황이 있나. -그것은 답하기 저로선 곤란하다. 저는 블랙리스트 명단 이전에 차별·배제행위가 계속 이뤄지는 상황에서 2014년 1월 29일 박 대통령에게 저한테 약속한 것처럼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다음에 다시 이런 일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2014년 7월 9일인가 뵙고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난다, 그렇게 하시지 않아야 한다’ 말씀드렸고 거기에 대해 묵묵부답 반응이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김 실장에게 직보하는 건 알고 있었나. -건건이는 몰랐고 정황은 짐작하고 있었다. 김기춘 전 실장과 제가 블랙리스트 등으로 사이가 안 좋아서 계속 부딪혔다. 제가 모르거나 제가 암튼 다른 생각을 가졌는데도 김 차관이 이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이런 배경이 있겠구나 생각은 했다. 조윤선 전 장관의 직무대행을 맡은 송수근 현 문체부 제1차관도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제가 알고 듣기로는 블랙리스트와 형식적으로 관련이 없는 문체부 간부는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기 위한 위원회라고 만들어놓고 위원으로 실·국장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서 관련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송수근 차관은 형식적으로는 관련돼 있었어도 실질적으로는 블랙리스트 관리하고는 관련 책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 차관을 중심으로 문체부가 빨리 안정을 되찾고 제 할 일을 하도록 송 차관에 대한 의문 이런 건 거둬주시고 신뢰하고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린다. 문체부 직원들이 많이 연루됐다. -현직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담당하던 직원들이 저를 만나 울면서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 호소한 적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제가 건강 해치니까 빨리 다른 자리로 옮겨라 했더니 “자기가 피하더라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양심에 어긋나서 하기 싫은 일을 다른 누구한테 맡기겠느냐”라며 울더라. 그런데 억지로 시킨 사람들은 그동안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너희는 시키는 대로만 하라”라고 공공연하게 대놓고 했다. 공무원을 모욕하고 핍박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다들 ‘나는 모른다’고 한다. 모든 책임을 실무자들이 져야 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어쩔 수 없이 강요로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하게 된 문체부의 특히 과장 이하 실무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면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블랙리스트를 중심으로 매우 많은, 거의 모든 정부 권력기관이 이 사람들(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지시한 사람들)의 사익에 동원됐다. 이런 제도를 차제에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국민이 지혜를 모아 더는 공무원이 소신과 양심을 어겨 가며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지키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안병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숨은 영웅 “경찰의 임무는 시민보호”

    안병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숨은 영웅 “경찰의 임무는 시민보호”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는 신군부의 명령에 저항해 광주 시민들을 지킨 ‘숨은 영웅’ 故 안병하 전남 경찰국장이 있었다. 안병하는 1928년 강원도 양양에서 출생으로 1949년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임관해 제6사단 포병대에서 근무하던 중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북한군과 싸웠다. 당시 육군 중위였던 그는 강원도 춘천 일대에서 북한군에 대승을 거둔 ‘춘천대첩’에서 큰 공을 세워 1951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1961년 군복을 벗고 경찰에 들어가 부산 중부경찰서장, 서울 서대문경찰서장을 역임했고, 1968년 남파 간첩선을 타고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를 소탕한 공로로 중앙정보부장 표창과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1979년 전남경찰국장에 부임하고 1년 뒤인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지자 시민들에게 총을 쏠 수 없다는 이유로 군 병력 투입을 요청하라거나 발포명령을 내리라는 신군부의 강요를 거부했다. 그는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시민인데 경찰이 어떻게 총을 들 수 있느냐”며 경찰이 소지한 무기를 회수했다. 하지만 5월 18일 당일 공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돼 시민을 상대로 총을 발포했다. 안병하는 부상당한 시민을 치료하고 식당에 데려가 밥을 사주거나 새옷을 제공하는 활동을 하며 시민들을 보호했다. 안병하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끝난 후 체포됐다.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전남도경국장을 그만 두었고 보안사의 한 건물에 끌려가 ‘직무유기 및 지휘포기 혐의’로 10일간 혹독한 고문을 받아야 했다. 이때의 가혹한 고문 때문에 후유증을 앓고 생활고까지 겹쳐 힘든 인생을 살다가, 1988년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그해 광주청문회가 열려서 신군부의 만행이 고발되었지만,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숨진 뒤 17년이 2005년에야 국립현충원에 안장되고, 2006년에는 순직경찰로써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경찰은 경찰교육원에 ‘안병하 홀’을 두고 그를 기리고 있다. 안병하는 “경찰의 임무는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 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의 플랜B는/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의 플랜B는/황성기 논설위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뒤집으려는 중국의 쩨쩨하고도 무례한 조치, 부산 소녀상 설치 직후 일본 총리의 도를 넘어선 발언으로 2017년을 열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예고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럭비공 외교도 시작됐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트럼프의 밀월로 상징되는 미·러, 쿠릴 4개 섬과 경제협력을 지렛대로 접근하는 러·일을 보자면, 주변 4강의 세력 재편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겹친 트럼프발 불확실성의 시대를 실감한다. 대통령 선거의 표심(票心)을 잡으려는 대선 주자들의 동분서주 속에 좌표를 잃을 것 같은 한국 외교가 아슬아슬하다. 특히 사드 배치와 위안부 합의가 그렇다. 사드에 대해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결정 유지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모호한 상태, 그밖의 주자들은 재검토나 결정 철회를 주장한다. 2015년 12월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비롯해 재협상하자는 입장이 대다수이다. 좋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예비 후보들이 국민의 뜻을 수렴한 결과라고 하자. 철회도 파기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드 배치 철회와 위안부 합의 파기 이후의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플랜B, 플랜C를 얘기하는 대선 주자들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드는 한국과 주한 미군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 속에 추진되고 있다. 미국으로선 동북아에서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공들여 온 한국에 사드 하나로 배신당했다고 중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화장품에 이어 양변기 수입 금지, 방공식별구역 침범 등의 보복과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에 굴복해 사드 배치를 철회했다고 치자. 주한 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던 트럼프가 “박근혜와 오바마 때 이뤄진 이야기이니 다시 얘기해 봅시다”라고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보여 주는 이상의 본때를 보일 것이다. 주한 미군 감축·철수를 비롯해 핵우산을 걷어내고 한·미 동맹이 일궈 놓은 군사협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금융과 무역 같은 경제 제재에 관해서도 중국을 훨씬 뛰어넘은 세계 최강의 카드를 미국은 쥐고 있다. 약점을 잡힌 한국은 중국이 말하는 대로 끌려다녀야 하는 운명이 될 게 뻔하다.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고 하자. 일본이 재협상에 응할까.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스와프 협상 중단에 이어 지난해 12월 불발로 끝난 어업 협상의 중단도 일본이 내밀 카드의 하나다. 1998년 같은 일본의 어업 협정 파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무역의 10%를 차지하는 경제 교류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정부 동향에 민감한 게 일본의 민간이고 기업이다. 일본 가전이 삼성전자의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지만, 제3국으로의 수입 대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본인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고, 한·일 경색으로 몇 년간 숨죽이고 살아온 80만 재일교포에게 혐한(嫌韓)의 물결이 한층 거세게 덮칠 것이다. 북핵 공조는 언감생심,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배치 철회, 합의 파기를 하겠다면 회복 불능의 파국을 각오하자. 일본과 관계를 끊고, 한·미 동맹에 종식을 고하고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를 감당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 ‘문세광 사건’ 때 단교 카드를 내밀어 일본을 굴복시켰던 사례는 있다. 그때는 일본과의 국력 차가 몇십 분의 일에 불과했던 비대칭의 시대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구한말 때와 상황이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고, 강대국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삼는 ‘야만의 시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지만 역사의 냉혹한 반복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손잡는 일을 생각해 본 한국인이 많지 않겠지만, 지금의 중국은 청나라 말기 조선을 능멸했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1896년의 아관파천(俄館播遷)처럼 푸틴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지 모른다. ‘박근혜는 미워도, 박근혜 외교는 미워하지 말자’가 아니다. 국가 간 약속을 뒤집을 때는 상대가 용인할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으로 몇 배를 물어 주는데, 외교는 위약금으로 끝낼 부동산 거래와는 다르다. 대선 주자가 철회, 파기를 얘기하려면 외교의 플랜B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marry04@seoul.co.kr
  • ‘입에 풀칠’도 힘든 삶은 왜 안 바뀔까

    ‘입에 풀칠’도 힘든 삶은 왜 안 바뀔까

    ‘빈곤층은 무절제·무계획’ 편견 맞서 가난이 가난을 부르는 현실 항변가난한 자의 잘못된 결정 이유 조명도 핸드 투 마우스/린다 티라도 지음/김민수 옮김/클/256쪽/1만 3000원 옛말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거나 혹은 의지가 약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난은 머릿속에서부터 작동되는 강력한 편견을 동원한다. 빈곤층은 부주의하고 비도덕적이며,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여겨지고 남의 소유물에 손댈 잠재적 용의자로 종종 취급된다. 이 책의 저자 린다 티라도는 그런 편견에 맞서 ‘가난이 가난하게 만드는’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 나간다. 두 딸을 양육하면서, 두세 개의 파트타임을 뛰고 담배로 스트레스를 달래며 종일 일하고도 가난한 미국 저임금 노동자가 저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입에 풀칠하기’ 정도인 ‘핸드 투 마우스’(Hand to Mouth)라는 책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가난한 저자의 고군분투기이자 “이미 가난하기에, 가난하지 않을 일이 절대 없을 것임이 확실한” 사람들을 위한 변론문이다. 패스트푸드 종업원과 바텐더 등 임시직으로 입에 풀칠이나 하던 저자가 책까지 내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2013년 10월 한 인터넷 포럼 게시판에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를 본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을 가난한 자신이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왜 나는 끔찍한 결정을 내리는가, 또는 ‘빈곤’에 관한 생각’이라는 장문의 답글을 올렸다. 사람들이 글을 공유해 퍼날랐고, 그녀는 일주일 새 2만여개의 메일을 받았다. 허핑턴포스트, 포브스 등 언론사도 글을 게재하면서 600만명 넘게 읽었다. 그녀에게는 어떤 학자도, 언론인도 설명하지 못했던 가난의 실체를 알렸다는 찬사와 ‘모든 게 가난 탓이냐’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녀의 삶은 고달프고 취약하다. 집에서 한 시간을 운전해 가는 파트타임 두 개를 끝내면 집에서 두 딸을 돌본다. 밤에도 온라인 교육을 수강하느라 평균 수면은 3시간에 불과하다. 그녀의 계획적인 삶은 파트타임 교대 시간이 엇나가거나 자동차가 견인되는 것과 같은 작은 불운 하나에도 뒤틀린다. 소망했던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는 그녀를 거부했다. 여러 차레 로펌 비서직을 지원했지만 ‘로펌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했다. 그녀는 좋은 일자리를 가질 만큼 예쁘지 않았고, 연줄도 없다. 싸게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2달러짜리 열두 개 묶음의 냉동 부리토로 끼니를 때우는 그녀와 같은 가난뱅이를 고용할 이유는 없다. 현실은 그녀에게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두세 가지의 일만 허용한다. 그러고도 최저임금 소득을 겨우 웃도는 연 소득 2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한다. 미국 인구의 3분의1이 이 수준으로 산다. 그녀는 지출을 줄이느라 치과 치료 등 병원 진료를 포기하거나 미룬다. 하지만 오늘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웬디스 햄버거와 피로와 긴장을 해소해 주는 흡연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스스로 폭발하지 않기 위한 마지막 ‘안전 장치’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축을 하거나 계획적으로 돈을 쓰지 못한다는 편견에 대해 저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한 저자는 현재 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살고 있다. 저자는 “빈곤은 장기적인 일을 계획할 수 없게 하며,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냉혹한 빈곤은 뇌의 장기적 사고 기능을 중단시킨다”고 말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잘못된 결정을 하는지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與 윤리위, 서청원·최경환·윤상현 당원권 정지

    與 윤리위, 서청원·최경환·윤상현 당원권 정지

    새누리당 내 인적 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성한 중앙윤리위원회가 20일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의 핵심으로 지목된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3인방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당 윤리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서·최 의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3년, 윤 의원에게는 1년의 처분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 징계에 대해서는 “심의를 유보했고 상황 변화가 있다면 다시 한번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류여해 윤리위원은 언론 브리핑에서 “서 의원은 8선 중진 의원임에도 계파 갈등을 야기해 당을 분열에 이르게 했다”며 “최 의원도 모범을 보였어야 하나 계파 갈등을 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윤 의원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당이 국민의 지탄을 받게 하고 위신을 저해했다”면서도 “다만 윤리위에서 책임과 반성의 뜻을 밝혔고 당 쇄신 방향에 대해 공감한다고 했다”고 감경 이유를 설명했다.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서 의원은 “부당하고 불법적인 징계에 대한 법적 대응을 확실하게 할 것”이라며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서 법적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정치적 보복이자 표적 징계”라고 했고 윤 의원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은 가혹한 처사”라고 항변했다. 윤리위가 적용한 징계 근거는 ▲당헌당규 수호 의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청렴한 생활을 할 의무 ▲당 발전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리위는 서 의원에게 소명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제출하지 않았고, 최 의원은 제출했음에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원권 정지는 의원직은 유지되지만 정지 기간 동안 당원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어서 정치적으로는 족쇄에 가깝다. 다가올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공천이 제한될 수도 있다. 이날 징계로 인적쇄신을 일단락지은 인 위원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혁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 일부 징역형…법정서 욕하고 난동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 일부 징역형…법정서 욕하고 난동

    2011년 고등학생 때 여자 중학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 22명 중 일부가 1심에서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 박남천)는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특수강간)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모(22)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모(21)씨에겐 징역 6년, 박모(21)씨 등 2명에겐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른 가해자 2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이들 6명과 함께 기소된 또다른 피고인 5명은 범죄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군 복무 중인 다른 피의자 11명은 현재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씨 등은 고교생이던 2011년 9월 서울 도봉구의 한 학교 뒷산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여중생 2명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12년 8월 서울 도봉경찰서의 김장수 경위(당시 계급은 경사)가 다른 성범죄 사건을 수사하다가 첩보를 입수해 수사가 시작됐다. 피해자들이 진술을 거부해 수사가 쉽진 않았으나, 경찰의 오랜 설득으로 지난해 3월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관련기사 [단독] 고교생 22명이 여중생 성폭행…5년 만에 ‘지옥’을 털어놨다) 재판부는 “청소년기 일탈 행위로 처리하기에는 범행의 경위나 수단, 의도 등을 고려했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피해자들은 극심한 공포심과 평생 지울 수 없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잊고 지내왔는데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 영달을 위해 지난 일을 들춰내서 부풀렸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반성문을 여러 차례 제출했다”면서 “범행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이전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가 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재판 도중 피고인 중 한 명이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법정에 놓인 의자를 발로 차고 판사를 향해 욕설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피고인들의 부모들도 선고 내용을 듣고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에게만 더 가혹하다’면서 판사를 향해 소리치다가 방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변칙의 트럼프 시대,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오늘 미국의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본격 개막한다. 대통령 당선 전후의 그의 예측 불허 행보를 보면 국제사회 전체에 불확실성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외교·안보는 물론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한 관계인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시대의 화두는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70여년의 국제질서를 허물고 미국의 국익 위주로 새롭게 개편하겠다는 의미다. 기존의 대외 정책과 달리 친러시아, 반중국, 반유럽연합(EU), 반국제협력 등으로 구체화되는 상황이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언제까지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역시 한국 우선주의(코리아 퍼스트)를 화두로 국익 극대화의 생존 전략을 짜면서 트럼프 시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난해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3.5%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1조 달러 경기부양’ 정책은 미국 경제의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 등 난제는 남아 있지만 최근 미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대미 수출 환경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우리 수출의 13%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를 우리의 국익과 연결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는 우리로선 달갑지 않지만 냉혹한 국제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 미·중 간 힘겨루기 와중에 우리의 선택폭이 좁아지고 있는 만큼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에 맞춰 유연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해서는 안보 의존성을 줄이고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면서 우리의 균형감각을 키워야 한다. 북핵 문제의 국제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을 설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예상되는 미국의 통상 압력과 방위비 증액 요구는 주독·주일 미군 비용 등의 객관적 수치를 토대로 무리한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고 합당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주한 미군 조달 시장에 대한 한국 중소기업 참여 기회 확대 등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제 정세는 변화무쌍한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교 당국은 국익 극대화 측면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유연하고 균형적인 국가 전략 수립에 매진해야 한다.
  • [공연리뷰] 뮤지컬 ‘미드나잇’

    [공연리뷰] 뮤지컬 ‘미드나잇’

    쾅! 쾅! 쾅! 12월 마지막날 밤 12시 직전. 새해를 기다리며 파티를 하려는 한 부부에게 의문의 사내가 찾아온다. 매일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공포의 시대. 자신을 비밀경찰이라고 소개한 낯선 손님 ‘비지터’는 서로를 애지중지하는 부부에게 충격적인 비밀을 폭로한다. 서로에게 감추고 있던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이 부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심리 스릴러 뮤지컬 ‘미드나잇’은 인간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부부를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지터는 부부의 나약함과 비열함을 끊임없이 두드리며 숨어 있는 잔혹한 본성을 드러나게 한다. 극한에 몰린 인간이 보여 주는 날것 그대로의 본능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극의 배경은 구소련 스탈린 체제. 비밀경찰 ‘엔카베데’ 주도로 국가에 반기를 드는 반혁명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이 자행된 시절이다. 고위 간부인 남편은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헌신하는 다정한 남자다. 아내는 매일 밤 엔카베데에 끌려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공포를 느끼며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여린 여자다. 그런 그들에게 비지터는 충격적인 소식을 늘어놓는다. 착한 줄만 알았던 남편은 변호사 친구를 반역자라며 당국에 고발한다. 실망을 금치 못하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그저 “당신과 나,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선택만 있었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이내 아내도 남편과 다를 게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비지터가 죽기 전 자신을 ‘악마’라고 부르는 남편에게 한 말은 곧장 관객에게 돌아와 화살처럼 꽂힌다. “뿔 달리고 불을 내뿜어야 악마라고? 길을 걷다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일 걸. 당신과 전혀 다를 게 없는. 그리고 왜 내가 여기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수백, 수천 곳에 내가 있을지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비지터가 되살아나 무대에 다시 등장하면서 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된다. 배우들의 촘촘하고 격정적인 대화 사이로 흐르는 피아노 선율은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아제르바이잔을 대표하는 극작가 엘친의 희곡 ‘시티즌스 오브 헬’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영국 작사·작곡가 로런스 마크 위스와 극작가 티머시 냅맨이 만나 재탄생했다. 국내 초연작으로 뮤지컬 ‘아가사’의 김지호 연출·한지안 작가가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부부를 공포에 떨게 하는 비지터는 정원영·고상호가 연기한다. 남편은 ‘고래고래’ 등에서 호연한 배두훈과 최근 남성 4중창 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하며 노래 실력을 뽐낸 백형훈, 아내는 ‘넥스트투노멀’의 전성민과 일본 극단 시키에서 활약한 김리가 맡았다. 공연은 2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4만~6만원. 1666-8662.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새영화> 불교학자가 된 어느 신부의 실제이야기 ‘사일런스’

    <새영화> 불교학자가 된 어느 신부의 실제이야기 ‘사일런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영화 ‘사일런스’ 소재가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실화라는 것이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17세기 포르투갈 출신의 가톨릭 예수회 지도자인 신부 ‘크리스토바오 페레이라’는 선교를 위해 에도 막부 시대인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그는 선불교로 개종한 뒤 불교학자가 되어 일본인 아내를 얻는다. 예수회 지도자였던 사실이 무색하게 배교 후 그의 행보는 놀랍도록 파격적이었다. 그는 1636년 ‘기만의 폭로’라는 책을 통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했으며 가톨릭교회를 강력하게 비판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페레이라 신부의 이러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종교 역사상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으로 기록됐다. 영화 ‘사일런스’는 명망 높은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한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한 엔도 슈사쿠 소설 ‘침묵’이 원작이다. ‘택시 드라이버’와 ‘셔터 아일랜드’, ‘디파티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일본 문학계의 거장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읽은 순간부터 영화화를 꿈꿨고, 15년 동안 각색 작업을 거쳐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이번 작품에 남다른 애정과 심혈을 기울였다. 17세기, 실종된 스승을 찾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인 일본으로 떠난 2명의 선교사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다. 온갖 핍박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과 고난과 역경을 겪는 선교사들의 모습에서 ‘신은 고통의 순간에 어디 계시는가’라는 종교계의 오래된 논제가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떠오른다. 가혹한 시대, 선교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신부로 앤드류 가필드, 리암 니슨, 아담 드라이버의 열연이 서사의 무게를 예상케 한다. ‘사일런스’는 원작을 훌륭하게 스크린에 옮긴 덕분에 2016년 전미비평가협회 각색상 수상과 올해의 작품으로 꼽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2017년 아카데미 주요 부문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사일런스’는 2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5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끝내고 싶었지만 허망함만 남았다

    끝내고 싶었지만 허망함만 남았다

    20년의 세월을 기다린 끝에 성공한 복수. 통쾌할 법하지만 남은 건 온몸을 휘감는 허망함 뿐이다. 2015년 초연 당시 화제를 모으며 연극계를 휩쓸었던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하 조씨고아)이 2년 만에 돌아왔다. 18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조씨고아’는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춘추시대 조씨 가문의 역사적 사건을 원나라 작가 기군상이 연극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각색의 귀재’로 이름난 고선웅 연출의 각색을 통해 거듭났다. 원작에 대한 남다른 해석 덕분에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제1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올해의 연출가상, 제52회 동아연극상 등 굵직한 연극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국가화극원 무대에 오르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권력을 위해 온갖 악행을 일삼는 중국 진나라 장군 ‘도안고’는 왕의 총애를 받는 문인 ‘조순’에게 반란죄를 씌워 그의 가문 300명을 몰살한다. 평소 조순에게 신세를 진 40대 시골의원 ‘정영’은 자신의 아이를 희생하면서까지 재앙 속에서 살아남은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 ‘조씨고아’를 자신의 아들로 키운다. 정영을 자신의 심복으로 삼은 도안고가 이 사실을 모른 채 조씨고아를 자신의 양아들로 삼아 무인으로 훈련시킨다. 조씨고아는 20년이 흐른 뒤 정영으로부터 이 사실을 듣고 도안고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고 연출은 고전적 신의와 권선징악을 앞세운 원작에서 나아가 20년에 걸쳐 복수를 도모하지만 그 끝에 남은 씁쓸한 공허함을 극대화했다. 비극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처자식을 비롯해 조순, 공주, 한궐, 공손저구 등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끝내 복수의 씨앗을 포기할 수 없었던 한 사내를 치밀하게 표현한 하성광의 안정적인 연기 덕분에 가능했다. 고 연출이 “2시간이 넘는 극에서 대사를 지루하지 않게 처리하면서 관객들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줄 아는 배우”라고 극찬한 그는 “재공연 때 ‘연기를 좀 더 단순화하면 좋겠다’는 연출가의 주문에 따라 애쓰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려고 대사와 동선을 조금 수정했다”고 말했다. 참혹한 가족사를 듣기 전 정영 앞에서 천진난만하고 호쾌한 젊은이의 모습을 연기한 조씨고아 역의 이형훈도 한몫한다. 그는 “정영과 대조적인, 때때로 망아지처럼 활발한 조씨고아의 모습을 통해 복수를 향한 정영의 의지와 노력을 돋보이게 했다”고 전했다. 초연 당시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 고 임홍식 배우가 맡았던 공손저구 역은 정진각 배우가 채웠다. 개막 전날인 지난 17일 시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고 연출은 최근 자신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가 제외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데 대해 “청문회 당시 내 이름과 작품이 언급돼 놀라고 사뭇 긴장했는데 정황을 보니 나와 조씨고아팀에 나쁠 것이 없었다”면서 “초연 때 돌아가신 임 선생님이 ‘조씨고아’ 잘되라고 하늘에서 우리에게 선물을 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극 중 정영이 떠밀리듯 아들을 잃었듯, 우리 주변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그것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하씨의 말처럼 극은 복수를 큰 줄기로 험난한 세파 속 나약한 인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줄거리와 상관없이 연극적 장치로 등장하는 ‘묵자’의 마지막 독백은 그래서 더욱 가슴을 울린다.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니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보면 어느새 늙었네. 이 이야기를 거울삼아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이런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공연은 2월 12일까지. 2만~5만원. 1644-200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영하 15도 비눗방울 어는 찰나의 순간 포착

    영하 15도 비눗방울 어는 찰나의 순간 포착

    미국 미네소타주는 겨울이 길며 강추위로 악명이 높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사진작가 마이크쇼는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의 혹한의 날씨 가운데 비눗방울이 동결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공개된 영상에는 영하 15도의 강추위에 비눗방울이 점차 소용돌이치며 아름다운 얼음 결정으로 변화한다. 언뜻 보기에는 타임랩스 영상 같지만, 얼음이 어는 순간이 실시간으로 담겼다. 마이크쇼는 25번의 시도 끝에 이 같은 영상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CNN/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유 부장도, 하 사원도 이구동성…“인사평가는 고리타분”

    유 부장도, 하 사원도 이구동성…“인사평가는 고리타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할 인사고과 시즌이 되면, 동료·선후배 사이에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인사고과 결과를 받아본 뒤 실망감이나 속상함에 울어본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그렇다'고 답한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인 어도비가 미국 직장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 4명 1명(25%)은 인사고과 결과를 받은 뒤 냉혹한 평가에 울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단 18%만이 울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인사고과가 끝난 뒤 결과에 불만을 품거나 만족하지 못해서 회사를 그만 둔 경험이 있다고 밝힌 남성은 28%에 달했지만,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여성은 11%에 불과했다. 인사고과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지 혹은 해가 되는지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는 평가자와 비평가자의 뜻이 일치했다. 전체 응답자를 ‘평사원’과 ‘매니저’(관리직)로 나눈 뒤 위의 질문을 던진 결과, 평사원의 64%, 매니저의 62%가 인사고과는 매우 고리타분한 관리평가라는 사실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특히 평사원의 절반 이상은 해당 인사고과 결과가 업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느끼며, 오히려 시간낭비일 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설문 조사를 진행한 어도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사회생활 중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강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인사고과와 관련한 이러한 조사 결과는 평사원뿐만 아니라 관리자 모두가 인사고과를 대체할만한 방식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스파이를 사랑한 남자…‘폴링 스노우’ 예고편

    스파이를 사랑한 남자…‘폴링 스노우’ 예고편

    미국과 소련으로 양분된 1950년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담은 ‘폴링 스노우’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폴링 스노우’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잔혹한 시대에 조국인 소련을 위해 살아온 ‘사샤’와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뒤 소련 체제를 반대해 스파이로 자란 ‘카티야’의 위험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공개된 예고편은 1959년 냉전의 모스크바 풍경으로 시작한다. 국가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하는 ‘미샤’와 그것을 건네받는 ‘카티야’의 모습에 이어 ‘거짓으로 시작된 위험한 사랑’이라는 카피는 냉전 시대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샤’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내면적 갈등을 겪는 ‘카티야’와 “사샤만 걱정되느냐”고 말하는 ‘미샤’의 미묘한 감정은 세 남녀의 파국을 예상케 한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샤밈 샤리프가 직접 쓴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폴링 스노우’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톰 크루즈 상대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과 역동적인 매력을 뽐냈던 레베카 퍼거슨이 주연을 맡았다. 그녀는 정보를 빼내기 위해 소련 정부 관료인 ‘사샤’에게 접근한 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카티야’ 역을 맡았다. 영화는 오는 2월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예정. 94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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