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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택 원영이 학대·사망 사건 계모 27년·친부 17년형 확정

    잔혹한 학대로 7살 원영군을 숨지게 한 ‘평택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에게 각각 징역 27년, 17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이기택 대법관)는 13일 살인·사체 은닉·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계모 김모(39)씨에게 징역 27년, 친부 신모(39)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영이가 사망한 지 437일 만이다. 계모 김씨는 원영이를 2년여간 키우며 상습적으로 학대했고,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망 시점까지는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3.3㎡(약 1평) 크기 화장실에 팬티 바람으로 가뒀다. 그는 원영이에게 청소용 솔 등을 휘둘러 갈비뼈, 팔 등을 부러뜨렸다. 2016년 1월 말에는 화풀이로 청소용 락스 2ℓ를 원영이 몸에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히고, 친부 신씨는 원영이에게 찬물을 끼얹고 화장실에 그대로 방치했다. 원영이가 마지막 가쁜 숨을 내쉬는 순간에도 부부는 방에서 족발을 먹으며 모바일 게임에만 열중했다. 원영이는 이튿날인 2월 1일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망 당시 112.5㎝, 15.3㎏의 기아 상태였다. 부부는 시신을 베란다에 10일간 방치했다가 같은 달 12일 경기도 평택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20년, 신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은 정서적 학대까지 유죄로 보고 김씨의 형량을 징역 27년, 신씨를 17년으로 늘렸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원영이 사건’ 계모 징역 27년, 친부 17년…이웃들 “형량 너무 가벼워” 눈물

    ‘원영이 사건’ 계모 징역 27년, 친부 17년…이웃들 “형량 너무 가벼워” 눈물

    대법원이 13일 잔혹한 학대로 7살 신원영군을 숨지게 한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에게 중형을 선고했지만, 원영이의 이웃들은 침통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이날 대법원 1부(이기택 대법관)는 살인·사체은닉·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계모 김모(39)씨에게 징역 27년, 친부 신모(39)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계모의 ‘락스학대·찬물세례’를 온몸으로 받아내다 숨진 신원영(당시 7)군과 학대에 시달린 누나(11)를 한동안 데려다 돌봤던 전 평택 모 지역아동센터장 박향순(68·여)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친부로부터 “이혼 과정(소송) 중이라 아이를 돌볼 사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사건 발생 전인 2014년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가량 원영이 남매를 자신의 집에서 키웠다. 그는 “원영이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원영이가 쓰던 방문만 살짝 열려 있어도 생각이 난다”며 “아침 식사로 달걀 프라이를 해주면 밥에 싹싹 비벼서 꿀맛처럼 먹던 원영이가 자꾸 떠올라서 아직도 달걀을 입에 대지 못한다”고 울먹였다. 이어 “판결 소식을 들으니 원영이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부족했던 것 같아서 후회된다”라며 “‘할머니 오늘은 어디 가지 마세요’라고 말하던 원영이를 한 번 더 따뜻하게 안아줄 걸, 품어줄걸…”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어린 자녀를 둔 평택 안중·포승지역 맘카페 ‘안포맘’ 회원들은 판결 결과를 실은 기사를 인터넷 카페에 공유하며 슬픔을 나누고 있다. 안포맘은 7살 짧은 생을 마감한 원영이를 위해 지난해 3월 밥과 반찬, 옷을 만들어 평택시립추모공원에서 49재 추모식을 열었던 이웃 주민들이다. 원영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 회원들은 계모와 친부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꾸준히 제출하고, 집회를 열기도 했었다. 안포맘 류정화 대표는 “계모와 친부에게 내려진 형량은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진다”라며 “아동학대와 관련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평택 지역에는 여전히 원영이를 기억하는 이웃 주민들이 있다. 모두들 엄마의 마음으로, 이웃의 마음으로 아파하고 있으며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 1∼3심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법원을 오간 아동학대 피해가족 협의회 관계자들도 울분을 토하기는 마찬가지다. 서혜정 아동학대 피해가족 협의회 대표는 “7살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부천 초등생 사건’의 아버지에게는 징역 30년이 선고됐다”며 “‘원영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어서 형량이 더욱 높아지리라 내심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원영이가 숨지지 않았다면, 앞으로 70∼80년도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잔인한 수법으로 아이를 살해한 계모와 친부에게 이렇게 가벼운 처벌이 내려질 수 있는 것이냐”며 “존속살인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이 있는 것처럼 비속살인에 대해서도 가중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선은 둘로 나뉘고 왕은 나라를 버렸다”…‘대립군’ 티저 예고편

    “조선은 둘로 나뉘고 왕은 나라를 버렸다”…‘대립군’ 티저 예고편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출연작 ‘대립군’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대립군’은 조선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기록된 1592년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임금이 도성을 버리고 도주하는 것)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분조’(分朝·임진왜란 당시 조정을 둘로 나눔)를 이끈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1592년 임진왜란, 조선은 둘로 나뉘고 왕은 나라를 버렸다”라는 카피로 시작한다. 예고편에는 명나라로 파천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어린 왕 광해가 분조 행렬을 이끌고 의병을 모으러 떠나던 중, 대립군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상황이 담겨 있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해야 했던 이름 없는 대립군들의 비통한 삶과 그들이 왕과 운명을 함께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특히 “그들 하나하나 이름이 있었다”라는 카피는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름 없는 평범한 민초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어 깊은 울림을 예고한다. ‘토우’ 역 이정재의 “아직도 왕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라는 물음에 ‘광해’ 역의 여진구가 “자네는 내 백성이 되고 싶은가”라는 답변을 내놓는 모습은 이들이 펼쳐낼 이야기를 궁금케 한다. ‘대립군’은 이정재가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여진구가 ‘광해’ 역을 맡았다. 여기에 김무열이 ‘곡수’ 역을 맡아 대립군의 야심가로 열연을 펼쳤다. 영화 ‘대립군’은 영화 ‘말아톤’(2005년)의 정윤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5월 31일 개봉 예정.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中 북핵 해결 땐 무역 협상 개선”… 유인책 던지는 트럼프

    “中 북핵 해결 땐 무역 협상 개선”… 유인책 던지는 트럼프

    ‘北에 독자 대응 불사’ 입장은 여전 中의 對北 원유 제한 검토와 연계 中 대북 압박·美 양보 폭은 미지수 트럼프의 잇따른 중국 겨냥 발언, 협박이냐 회유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돕기로 하면 그것은 좋겠지만 아니면 우리가 중국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올린 것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대중 무역 협상과 북한 문제를 연결시키며 중국이 역할을 하지 않으면 독자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지만 뉘앙스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중국의 최근 대북 석탄·원유 거래 제한 검토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美민주 원내대표 “中 환율조작국 지정을” 미 국무부 출신 중국 전문가인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전에는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에 무역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보였으나 정상회담 후 트위터 글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협조하면 중국에 더 많은 무역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유인책으로 들린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후로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나서게 하기 위해 채찍에서 당근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을 북핵 문제와 연결시켜 중국에 얼마나 양보할 것인지, 또 중국이 석탄 제한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을 넘어 얼마나 대북 압박 조치를 강화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중국은 그동안 아무런 대북 조치를 하지 않았고 만약 미국이 강경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미국이 무역에 강경할수록 중국이 북한에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에 단호하고 가혹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억지력 위해 ‘칼빈슨’ 전진배치” 칼빈슨호의 한반도 해역 급파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 가장 신중한 조치”라며 “우리가 칼빈슨호를 그곳에 보낸 데는 특별한 신호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에서 제기된 대북 선제타격용이 아니라 대비태세 강화 차원임을 시사한 것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칼빈슨호) 전진배치는 억지력을 위한 것이다. 매우 신중한 조치”라면서 “이는 우리가 전략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내의 어떤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항모전단은 엄청난 억지력이며 다양한 능력을 수행한다”고 밝히며 억지력에 방점을 뒀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방승언의 삐-급 문화 쪼개기] 나의 SNL은 이렇지 않아…‘풍자 후진국’의 비애

    [방승언의 삐-급 문화 쪼개기] 나의 SNL은 이렇지 않아…‘풍자 후진국’의 비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폭로되고, 그 주동자들이 나란히 구속되면서 그간 지속된 정부의 문화 불법검열 실태에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갇힌 사람은 소수인데 자유로워진 것은 여럿이다. 4년 만에, 더 정확히는 9년 만에 비로소 돌아온 ‘표현의 해방’은 가장 일상적인 공간, 그러니까 주말 TV 개그프로 같은 곳에 먼저 찾아들었다. ●드디어 숨통 트인 개그계지난해 말 KBS ‘개그콘서트’에는 지금쯤 태블릿PC를 인류 최악의 발명품으로 꼽고 있을 모 인사가 나타나서 웃음을 줬고 tvN의 ‘SNL 코리아’에는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를 선택하는 소급적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던 젊은 여성이 등장해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이들 방송이 전파를 탔던 날 전국의 시청자는 어쩌면 정작 개그의 내용보다도 그 내용이 공공연히 방영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더 크게 웃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사회가 어쩌다 풍자의 신랄함이 아닌 공공연함 따위에 감탄해야 할 수준에 도달했는지 씁쓸히 곱씹어볼 일이기도 하다. ●같은 ‘SNL’이지만… 해외의 개그·예능계와 비교해보면 오랜만에 찾아온 우리의 해방감이 얼마나 소박한 것인지는 명확해진다. ‘SNL 코리아’의 원조 격인 미국 ‘SNL 쇼’만 봐도 그렇다. 1975년에 시작된 장수 예능 프로그램인 미국 SNL에서 정치풍자는 처음부터 주된 개그 요소였다. SNL이 정치인을 다루는 방식은 가혹한 편이다. 정치인의 평소 말투나 표정 등을 패러디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물이 가장 기피하고 싶을 이슈를 가차 없이 걸고넘어지는 직설적 어법은 대상의 정신적 급소를 가격하는 듯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최근 한 방영분에서도 미국 SNL은 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풍자극을 연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외계인이 미국을 침공했다는 설정으로 진행된 이날 콩트에서 트럼프는 흑인 병사들만 콕 집어 ‘변신한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며 평소의 인종차별주의적 면모를 뽐낸다. 진보성향의 캘리포니아 주가 초토화됐다는 보고에는 ‘그러면 내가 투표에 이겼다는 뜻인가?’고 되묻는 속물로 묘사되기도 했다.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드러난 미국 SNL과 우리 SNL의 진정한 차이는 사실 트럼프가 다뤄진 ‘방식’보다는 그 ‘시점’ 쪽에 있다. 해당 에피소드는 트럼프 취임 두 달 후인 3월 초에 방영됐다. 이 방송에서 트럼프는 외계인 침공의 대책으로 황당하게도 석탄 에너지를 들먹이는데 이는 트럼프가 방송 몇 주 전에 “오바마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을 폐지해 석탄 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말했던 사실을 비꼬은 것. 우리라고 한들 ‘젊은이들은 모두 중동으로 가라’던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사람은 혼이 비정상’이라는 등의 대단히 재미있는(?) 발언이 TV방송에서 버젓이 패러디 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트럼프가 ‘괴짜 대선후보’에서 덜컥 ‘현직 대통령’이 돼버렸다고 해서 입을 조심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미국 SNL의 태연함과 당당함은, 정치인 몇 명을 가볍게 풍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작가 교체 등 대대적 가위질을 당해야 했던 ‘SNL 코리아’의 비극적 운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신성한 조롱과 모욕의 권리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 된 국가 대부분이 그렇듯 미국에서도 정치 풍자는 민주시민의 지극히 온당한 권리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런 ‘조롱의 권리’는 때론 모욕에 가까운 수준으로 강도 높게 행사돼도 억압받지 않는다. 하나의 극단적 사례로 미국에서 20년째 장수하고 있는 만화 ‘사우스파크’(South Park)를 들 수 있다. 여덟 살 어린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온갖 음담패설, 폭력, 광기가 난무하는 이 만화는 정치계, 종교계, 연예계, 경제계를 좌우구분 없이 거칠게 조롱하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른 유명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과 비교해보면 ‘사우스파크’의 극단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심슨 가족’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가 그저 외모 단장에나 신경 쓰는 한심한 정치인 정도로 묘사된다면, ‘사우스파크’에서 트럼프를 대변하는 캐릭터인 ‘허버트 개리슨’은 난민, 이민자, 범죄자 등 미국에게 거슬리는 모든 존재를 ‘손수 겁탈해서 죽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미치광이다. 그럼에도 개리슨은 막대한 지지와 함께 당선된다.‘사우스파크’의 표현 방식은 이처럼 조롱 대상자는 물론 일부 시청자들까지 거부감을 느낄 만큼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사우스파크’의 극단적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 논조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만약 정부가 ‘사우스파크’의 제작 관행에 모종의 압박을 가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여론의 성토는 당장 제작진이 아닌 백악관 쪽을 향할 확률이 높다. 현지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윤리적 가치는 과장을 약간 섞어 말하자면 일개 정치인보다 훨씬 더 신성시되는 대상이다. 이런 정치 상황에서는 정부의 민간 언로(言路) 통제란 그저 전체주의식 폭정에 다름없다. 실제로 트럼프는 취임 전 기자회견에서 특정 언론들을 ‘가짜 언론’이라고 일컬으며 이들의 질문 기회를 박탈했다가 무수한 비난을 받았다. ●놀릴 수 있는 것은 무섭지 않다 물론 정치풍자가 국내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문화인 것은 아니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자신을 소재로 한 개그를 전면 허용해 많은 정치 개그 프로그램 탄생의 계기를 만들었고, 더 가까운 예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무수한 ‘대통령 개그’가 유행했었다.더 나아가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들과의 토론에서 ‘(자신을 포함한) 정치인들에 대한 희화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바 있다. 정치인 희화화를 억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 한다는 박 시장의 말은 정치풍자 행위가 지니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함축한다. 희화화는 대상이 지닌 권위를 해체해 대상이 주는 두려움을 희석하는 작업이다. 박 시장의 말은 결국 ‘국민이 정치인을 두려워해선 안 되며, 오히려 그 반대여야만 한다’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의 재확인인 셈이다. 하지만 9년 전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한 풍자는 종적을 감췄었다. 뺄셈을 해보면 현재 중학생 정도의 나이인 청소년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기본원칙’을 공적인 영역에서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 기간 동안 정부에 대한 신랄한 농담은 인터넷에서만, 혹은 죽이 맞는 친구들 사이에서만 불온서적이나 음란물처럼 유통됐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에 이르는 이 시기를 우리는 흔히 자아가 확립되는 시기라고 이야기한다. 사석에서조차 정치를 함부로 논할 수 없었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의 일부가, 2017년 현재에 이르러 대통령 비난 글 하나하나에 분노의 반박 댓글을 다는 장년으로 자라난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불가침의 권위의식’과 ‘무비판적 맹종’으로 이뤄진 악의 순환 고리를 끊는 일은 어쩌면 가장 일상적인 공간, 그러니까 주말 TV 개그프로 같은 곳에서 먼저 시작될지도 모른다. earny@seoul.co.kr
  • 하태경 의원 연이은 난관…文측 “고발하겠다”·명예훼손 소송 패소

    하태경 의원 연이은 난관…文측 “고발하겠다”·명예훼손 소송 패소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연이은 난관에 부닥쳤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10일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 제기와 관련, 하 의원에 대한 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하 의원은 10년 전 공개된 내용을 갖고 새로운 의혹을 발견한 것처럼 언론 앞에서 말했다. 한 달 가까이 10년이 넘은 가짜뉴스로 국민을 현혹한다”며 “하 의원에 대해 조만간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2007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준용씨 채용에 대한 감사에서 특혜채용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채용공고 방법 등의 문제를 이유로 담당 직원들을 징계 조치했다고 밝히는 등 관련 의혹을 줄곧 제기해 왔다. 그는 ‘2007년 고용노동부 감사결과 보고서는 최종본이 따로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이 “기존 강병원 의원실에 제출된 것이 보고서 원본”이라며 “하 의원이 말한 문서는 그 본 결과보고서에 기초해서 처분지시를 한 문서다. 내용상 달라진 것은 없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 의원은 지난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씨를 변호하는 황상현 변호사가 북한 변호활동을 한다는 취지로 올린 글에 대해서도 10일 ‘명예훼손’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하 의원은 사건 당시 “황 변호사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인데 머리 속은 북변이다. 민주변호가 아니고 북한 변호라는 거죠. 민변 안에 북변인 분들 꽤 있죠”라는 글을 썼고, 민변 측은 “황 변호사는 민변 소속이 아니다. 하 의원은 민변에 북변이 여러명 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종북 인사가 상당수 포함된 단체로 지칭해 사회적 신뢰를 실추시키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이태수)는 이날 민변이 하태경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민변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민변 안에 북변이 꽤 있다’는 표현은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법률지원활동을 하면서 종북 세력을 변호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며 “인권 옹호에서 벗어나 종북 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남자 앞치맛바람 뚫은 여성 호텔셰프 무기는

    남자 앞치맛바람 뚫은 여성 호텔셰프 무기는

    선망의 직종이 된 셰프의 화려한 모습 뒤에는 숨이 턱턱 막히는 조리실의 뜨거운 열기와 눈물이 쏙 빠지는 엄혹한 군기를 모두 견뎌 낸 인고의 시간이 숨어 있다.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셰프는 대표적인 ‘남초’(男超) 직군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을 극복하고 당당히 현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주요 프리미엄 호텔의 여성 총괄셰프 3인방을 만나 봤다.“여자는 약해서 이 일에 부적합하다는 편견을 깨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100%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여성은 120% 노력해야 하는 게 억울하기도 했지만 제 선배들이 그랬듯 이 길을 걸을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버텼지요.” 하진옥(47) 해비치호텔 ‘하노루’ 총괄셰프, 이선희(47) 워커힐호텔 ‘수펙스’ 김치 총괄셰프, 나은선(47) 인터컨티넨탈서울 ‘아시안라이브’ 총괄셰프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이야기로 운을 뗐다. 1970년생 동갑내기인 세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주력 분야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 1월 제주 해비치호텔의 제주 파인다이닝(고급 정찬 식당) 하노루를 맡게 된 하진옥 셰프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어릴 때부터 먹어 가장 잘 알고 있는 제주 토속 음식을 고급스럽게 구현해 해비치호텔만의 명물로 만들었다. 국내 호텔 중 유일하게 자체 브랜드와 생산 시설까지 갖추고 김치를 개발·판매하는 워커힐호텔의 이선희 셰프도 1997년부터 20년 동안 김치 조리팀에서만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국민음식’ 김치를 고급스럽게 재해석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터컨티넨탈서울의 나은선 셰프도 한·중·일식을 모두 섭렵한 장기를 발휘해 최근 리뉴얼해 재개장한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 아시안라이브를 2011년부터 이끌고 있다. 확실한 주특기가 있지만 여성으로서 셰프의 길을 걷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 셰프는 “1996년에 아기를 낳았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게도 사내에서 최초로 출산휴가를 받아 냈지만 아이가 생후 100일 남짓 됐을 때 복귀했다”고 말했다. 곧바로 김치팀에 투입된 이 셰프는 저장음식인 김치의 특성상 냉동고를 드나드는 일이 많았던 터라 이제 막 출산한 몸으로 찬바람을 쐬며 일해야 했다. 이 셰프는 “죽을 것 같으면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품에 사직서를 품은 채 퉁퉁 부은 몸을 끌고 일했었다”고 털어놨다. 나 셰프는 “조리업계에서는 화기를 사용하는 분야인 ‘불판’에 다녀와야 실력이 큰다고 하는데, 불 앞에서 무거운 식기를 다뤄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여성 셰프들은 불판 경험을 안 시켜 주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다른 레스토랑의 제 또래 여성 셰프가 며칠 전에 ‘이제야 드디어 불판에 다녀왔다’고 전화로 자랑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운이 좋게도 나 셰프가 스태프로 근무하던 당시 조리장이 편견 없이 믿어 준 덕분에 예외없이 ‘불판’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불판을 맡아서도 처음에는 무거운 프라이팬을 들 수조차 없었던 터라 매일 아령 운동을 하며 버텼다. 나 셰프는 “믿고 기회를 주는 선배들이 없었다면 여전히 여성 셰프에 대한 선입견이 유지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행히 곳곳에서 활약하는 여성 셰프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조리업계에도 여성 인력이 부쩍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양식은 여성에게 버겁다는 인식 때문에 한식 등 일부 분야에만 몰려 있다는 점은 뛰어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하 셰프는 “힘이 들 때면 ‘내가 잘해야 다음 여성 셰프들이 같은 고생을 안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능력 있는 후배들이 꿈을 접지 않도록 길을 다지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과로·상사 갑질 ‘파워 하라’ 문화, 여전한 숙제

    아베 신조 정부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장시간 근로 해소 등 9개 분야의 노동개혁안에 대해 일본 직장인과 근로자들은 반신반의하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덴쓰 신입사원 가혹 노동에 자살 광고회사 덴쓰의 신입사원 자살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동개혁안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한 달 잔업 105시간, 53시간 회사 내 연속 근무 등은 도쿄대를 갓 졸업하고 입사한 엘리트 신입 사원에게도 힘겨운 요구였다. 덴쓰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쓰리(당시 24세)의 자살 사건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정되고 행정 당국의 조사 등이 진행되면서 지난해 사회문제로 충격을 줬다.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과도한 업무에 직장 상사가 업무 과정에서 고인을 괴롭히고 업무상 횡포를 부린 ‘파워 하라’(권력을 이용한 괴롭힘·power harassment)도 확인됐다. 관행처럼 이뤄져 온 장시간 근로와 가혹한 업무 부담 등 일본 직장의 전형적인 부정적 측면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정부, 초과근무 月 45시간 제한하기도 아베 정부의 노동개혁안에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인 파워 하라의 예방 강화를 위한 대책과 근로자의 정신건강 대책 등도 마련하기로 했다. 사측은 전날 퇴근 시간과 다음날 출근 시간 사이에 일정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근무 간 시간 간격(인터벌)을 권고하고 노사 관계자를 포함한 전문가 검토회를 설립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로 가능한 초과근무시간 한도를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규정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초과할 수 없는 근무시간 상한을 연 720시간(월평균 60시간)으로 특례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덴쓰의 노사 양측이 장시간 노동 금지 협약을 맺은 상태에서도 버젓이 신입 사원을 혹사하고 파워 하라까지 있었다는 것은 제도보다 기업문화와 의식 변화가 선결 조건임을 보여 줬다. ●“장시간 노동 대책 미흡”… 의식 바꿔야 도쿄신문은 정부안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처우 격차를 없애기 위한 내용도 있어 일정 부분 평가할 만하지만 장시간 근무를 줄이는 부분에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퇴근과 출근 사이 일정한 휴식을 확보하도록 하는 ‘근무 간 인터벌 제도’도 노력한다는 권고 조항에 그쳐 노조의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또 연구개발직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5년 뇌·심장질환 산재 인정 건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 운수업 등에 대해서는 시행 후 5년 동안 실시가 유예됐다. 아사히신문은 쟁점이 됐던 ‘장시간 근로 해소 등 초과근무 규제’ 관련 방안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야심 찬 계획에도 입법 및 실행 단계에서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문재인 측, 하태경 고발 검토 “가짜뉴스 녹음기 버리길”

    문재인 측, 하태경 고발 검토 “가짜뉴스 녹음기 버리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10일 아들 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 제기와 관련,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에 대한 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하 의원은 가짜뉴스를 틀어대는 녹음기를 이제는 버리길 바란다”면서 “하 의원에 대해 조만간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하 의원은 10년 전 공개된 내용을 갖고 새로운 의혹을 발견한 것처럼 언론 앞에서 말했다”면서 “한 달 가까이 10년이 넘은 가짜뉴스로 국민을 현혹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 의원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안에 북한을 변호하는 이들이 있다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데 대해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은 점을 언급하면서 “(이 역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이날 고용노동부가 2007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준용씨 채용에 대한 감사에서 특혜채용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채용공고 방법 등의 문제를 이유로 담당 직원들을 징계 조치했다고 밝히는 등 관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해 왔다. 앞서 문 후보 측은 준용씨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 심재철 국회부의장도 고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16년만에 한·중 지방 행사 첫 무산… ‘사드 혹한’ 언제 풀리나

    [해외에서 온 편지] 16년만에 한·중 지방 행사 첫 무산… ‘사드 혹한’ 언제 풀리나

    베이징의 거리에는 이른 봄인데도 노란 개나리가 만개했고, 하천 옆으로 줄지어 심어진 이름 모를 분홍색 꽃은 길 가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북경에 벌써 따뜻한 봄이 왔다.1992년 8월 24일 한·중 양국이 공식 수교한 이후 같은 해 11월 1일 전남 목포시와 장쑤(江蘇)성 롄윈강(連云港)시 간에 최초로 자매결연을 맺은 이후 양국 자치단체 간 교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작년 7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그동안 활발히 진행되었던 한·중 지방교류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작년 11월 개최 예정이었던 ‘K2H 국제교류공무원 세미나’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무산되었으며, 지방정부 간 상호 방문도 전보다 줄었다. 심지어 요즘은 교류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전화도 자주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도 실무자 간 연락과 교류는 물론 지방 지도자들 간 상호방문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이낙연 전남지사가 윈난성을 방문하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보아오(博?)포럼에 참석하였다. 또한 장젠동 중국 북경 부시장도 동계올림픽 협력을 위해 강원도를 방문했다. 지방국제교류에서 한국은 중국과 가장 많은 교류를 맺고 있다. 중국은 미국, 일본 다음으로 한국과 가장 많은 교류를 맺고 있다. 1998년 11월 중국을 공식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은 한·중 공동성명에서 양국 지방교류 증진에 합의하였고 이를 위한 추진조직으로 2000년 베이징에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의 북경사무소가 문을 열였다. 당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경무역관 시장개척팀에 근무하고 있던 필자는 초창기 멤버로 북경사무소에 입사하여 양국 지방자치단체 국제교류 지원업무를 맡았다. 당시만 해도 북경사무소 외에 한·중 지방교류를 전담하여 지원하는 기관이 없어 한국과 교류를 희망하는 중국 지방정부는 우리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한약재 산지’란 연결고리로 3년간의 긴 협의 끝에 경북 영주시와 중국 안후이(安徽)성 보저우(?州)시 간에 2003년 10월 마침내 정식으로 자매결연을 체결했을 때의 그 뿌듯함은 아직도 가슴 한편에 남아 있다. 북경사무소는 양국 공무원 간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영역을 확대하였다. 2001년부터 ‘K2H’(1998년부터 시작된 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 주관 외국 지방공무원 초청연수사업)에 참여한 중국 지방공무원들을 초청하여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한·중 지방교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K2H 국제교류공무원 세미나’를 처음 열었다. 지금까지 1000명에 가까운 중국 공무원이 참여하는 등 반응이 좋다. 2002년부터는 양국 국제교류담당 공무원들이 같이 모여 교류와 협력을 다지는 ‘한·중 지방정부교류회의’를 매년 열어 지난해까지 양국 공무원 1820명이 참여했다. ‘바람을 타고 물결을 깨뜨리는 때가 오리니 높은 돛 바로 달고 창해를 건너리라’(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란 말이 있다. 일시적인 어려움은 곧 지나가고 큰 뜻을 펼칠 때가 머지않아 올 것이란 뜻이다. 양국이 지금은 어렵지만 지방 간 교류를 지속해 나간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베이징에 꽃피는 봄이 왔듯 한·중 지방교류에도 곧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란다.
  • 종교 다른 여성과 사귀어서…인도男, 집단폭행 당해 사망

    소수 종교인에 관한 집단폭행이 잇따르고 있는 인도에서 힌두교 여성과 교제했다는 이유로 한 이슬람교 남성이 지역 주민들에게 맞아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동부 자르칸드주(州) 검라에서 20세 남성 모하마드 샤리크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스쿠터에 태워 집 근처까지 바래다준 사실이 발각돼 자신이 살던 마을 사람들에게 폭행당해 사망했다. 경찰은 “지난 5일 밤 폭도 화한 일부 마을 주민이 샤리크를 교제 여성이 바라보는 가운데 기둥에 묶은 뒤 막대기와 벨트로 몇 시간에 걸쳐 때렸다”면서 “샤리크는 부상이 심해 다음날인 6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찬단 쿠마르 쟈하 경찰서장은 “가해자들이 (여성의) 가족에게 의뢰를 받았는지 아닌지는 아직 수사 중”이라면서 “종교적인 동기에 의한 살인 혐의로 현재 주민 3명을 체포했으며, 남은 몇 명은 지명 수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망한 샤리크가 여성과 교제한 기간은 1년 정도이며, 그는 이전에도 협박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종교가 다른 남녀 간의 교제가 금기시되고 있는데 이런 경향은 특히 지방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한편 이런 문제는 최근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이 “이슬람교 남성들이 힌두교 여성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유혹한 뒤 사랑의 도피를 시도하고 있다”며 ‘사랑의 성전’을 주장하면서 민족주의자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기억이 투쟁이다”… 일본인이 기록한 日의 만행

    [그 책속 이미지] “기억이 투쟁이다”… 일본인이 기록한 日의 만행

    기억하겠습니다/이토 다카시 글·사진/안해룡·이은 옮김/알마/332쪽/2만 2000원2017년 4월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순덕 할머니가 별세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38명으로 줄었다. 이 책은 남북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유언이 된 증언’에 담긴 상처와 분노에 대한 기록이다. 포토저널리스트인 일본인 저자는 일본의 과거를 일본인이 기록해야 한다고 믿으며 30여년간 피해자들의 삶을 카메라와 녹음기에 수집하고 보존해 왔다. 저자는 피해자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기억하는 게 투쟁이라고 외친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조차 “일본군의 잔혹한 행위는 취재 의욕을 잃어버리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라고 할 정도다. 인류의 보편적 존엄성마저 외면하고, 과거 국가범죄의 부정을 용인하는 일본 사회를 보며, 저자는 묻는다. 인류는 과거의 교훈을 통해 진보하고 있는 것일까. 사진은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앞에 선 강덕경(1929~1997) 할머니.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랜드 오브 마인’

    [지금, 이 영화] ‘랜드 오브 마인’

    서스펜스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한 관객의 불안감·긴장감을 조성하는 극적 기법이다.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로 유명한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과의 대담에서, 관객이 등장인물과 관련된 (특히 불행을 야기하는) 사실을 다 알지만 거기에 개입할 수는 없을 때 서스펜스가 발생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서스펜스(suspense)의 라틴어 어원은 매달다(suspensus)라는 뜻이다. 서스펜스를 제대로 활용하는 영화는 등장인물로 하여금 스스로 벼랑 끝까지 걸어가게 한 다음, 그가 떨어지도록 부추긴다. 그리고 해어진 밧줄 하나에 의지해 거기에 관객을 같이 매달리게 한다. 허공에 떠 있는 상태, 우리가 당연히 작동한다고 여기던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 이것이 서스펜스의 또 다른 사전적 정의다. 덴마크 감독 마틴 잔드블리엣의 영화 ‘랜드 오브 마인’에 구현된 서스펜스는 관객을 이런 상태에 처하도록 한다. 짜릿하다기보다는 고통스러운 체험이다. ‘지뢰밭’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지뢰가 터져 팔다리가 잘리고, 흔적도 찾을 수 없이 폭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 군인들이다. 아니, 덴마크에 붙잡힌 독일 소년들이다. 전쟁 중 독일군이 매설한 150만여개 지뢰를 해체하는 작업에, 덴마크 당국은 대다수가 소년병이었던 2000여명의 독일군 포로를 강제 투입했다. 덴마크의 실제 역사다.그중 반 이상이 죽었다. 덴마크는 독일이 저지른 만행을 앙갚음한다. 처음에는 피해자였으나 나중에는 가해자가 된 덴마크. “독일이 우리에게 한 짓을 생각해. 우리가 그들보다 나아”라고 덴마크군 대위는 말하지만, 이들은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자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덴마크군 칼(로랜드 몰러) 상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4만 5000개 지뢰를 석 달 안에 제거하는 일을 해야 하는 열 명 남짓한 소년병들의 관리를 맡았다. 밥을 주지도 않고, 병이 나도 쉬게 하지 않는다. 지뢰를 다 없애야 독일로 보내 준다며 칼은 그들을 냉혹하게 대한다. 자, 이제 예상한 대로의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등장인물과 관객이 함께 느낄 수밖에 없는 서스펜스다. 소년들은 모래사장에 엎드려 지뢰를 찾아 기폭 장치를 분리한다. 갑자기 폭발음이 들린다. 한 아이가 두 팔을 잃고 울부짖고 있다. 어떤 날에는 집에 돌아가면 뭘 할지 대화를 주고받던 아이들이 폭발에 휘말려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지뢰 터지는 소리가 펑펑 날 때마다, 등장인물과 관객의 머릿속은 하얘진다. 여기에서는 국가의 법도, 인간의 도덕도 허공에 멈춰버린다. 그런 서스펜스는 모두를 괴롭게 만든다. 칼 상사도 예외가 아니다. 잇따른 서스펜스를 경험하며, 그는 적의가 이렇게 표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미래를 살지 말라. ‘랜드 오브 마인’의 서스펜스가 수행하는 정지 효과는 우리를 향한 참혹한 경고의 윤리다. 6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사설] 지지율 급등한 安, 수권 준비 얼마나 돼 있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어제 서울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양자 대결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47%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40.8%)를 6.2% 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5자 대결에서도 안 후보는 34.4%로 문 후보(38%)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최근 다른 여론조사와도 비슷한 결과다. 안 후보 측에서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안철수의 시간이 온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정치 입문 5년 만에 이런 성적표를 받아 든 안 후보로서는 고무될 만하다. 그로서는 서울시장과 대선에서 두 번이나 후보를 양보한 ‘철수 정치’의 내공을 쌓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 후보와 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친문 패권에 반발해 탈당·창당하는 과정에서 겪은 정치판의 냉혹한 현실과 시련들도 안 후보를 대선 주자로 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갈 곳을 잃은 보수·중도층들의 표심들이 ‘안풍’의 원동력임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민주당 경선에서 패한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했던 많은 이들이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 양극단에 대한 심판 차원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이 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안 후보 자력으로 당을 키우고 큰 정치인으로 성장했다기보다는 정치 환경 변화에 운 좋게 편승한 측면이 강하다. 최근 그의 급작스런 지지율 상승도 별 고생하지 않고 반문재인표를 따먹는 체리피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이제부터 안 후보는 명실상부한 대통령감인지를 스스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민의당은 현재 39석에 불과하다. 그 의석으로는 집권 이후 총리를 비롯한 장관 등 내각 인선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더구나 과거 행정부 우위 시대에서 이제 국회 우위시대라 할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법안 하나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3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 도움 없이는 행정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는 구조다. 둘째, 안 후보는 국회의원을 빼고는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한다면 정책 역량 등 국정 운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박지원 대표 등이 보필한다고 해도 대통령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 받쳐 줘야 한다. 셋째, 정치력 부분이다. 결국 안 후보의 집권을 위해서는 자강론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답은 연대다. 하지만 그는 정치공학적인 인위적 연대는 반대한다. 선거가 임박하면 정치권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권력 나눠 먹기, 반문 세력 규합으로 비칠 수 있는 연대를 어떻게 성사시킬지는 오로지 그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 자신뿐 아니라 국민의당도 수권 후보, 정당임을 국민한테 인정받는 것이다.
  •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 들소 사냥하는 사자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 들소 사냥하는 사자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 들소가 사자에게 목숨을 잃는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냉혹한 동물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이 영상은 지난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 말레라인 게임 리저브에서 촬영됐다. 공개된 영상은 들소들이 평화롭게 풀숲에 모여 식사를 즐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잠시 후, 풀을 뜯던 들소 무리가 사자들의 공격을 감지했는지 급히 도망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정신없이 몸을 피한 들소들 뒤로 새끼 들소 한 마리가 오도카니 남아 있다. 미처 무리를 따라가지 못해 혼자 남은 것이다. 녀석은 어미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며 울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 소리를 들은 사자들이 다가와 순식간에 녀석을 공격한다.이 영상은 관광객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필드가이드 클리프 버틀린(34)이 촬영했다. 그는 “우리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이미 한 차례 사자가 녀석들을 공격했다. 들소들이 도망간 뒤, 사자들은 다시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며 “무리에서 낙오된 새끼가 공격을 받을 것은 충분히 예상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미 들소가 새끼를 구하러 다시 오지 못한 것은, 사자들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상처를 입어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투어 일을 하고 있다는 그는 사자의 공격을 목격한 것에 대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 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사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문재인의 과제들

    문재인 전 대표가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문 후보는 어제 치러진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에서 60.4%를 득표, 누적 합계 57%를 기록해 결선 투표 없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비당원을 포함한 214만명 규모의 국민경선 선거인단 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만큼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지지자들에게 ‘문재인 대세론’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문 후보의 승리는 당권을 장악한 당내 역학 구도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드러난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민심에 비춰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놓인 과제들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운이 걸려 있는 기로에서 문 후보는 국민의 냉철한 선택을 기다리는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문 후보에 대한 지지 세력 못지않게 비토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문 후보 앞에 놓인 역풍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문 후보가 주장하는 적폐 청산이 시대적 요청임은 분명하지만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분열과 갈등을 치유, 통합하는 리더십도 절실하다. 그런 맥락에서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에게 쏟아진 비판들, 즉 피아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와 패권주의식 정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국정 통치자로서 비전과 능력을 국민에게 검증받는 과제도 남아있다. 문 후보가 경선 TV토론회 과정에서 보인 모호한 화법이나 동문서답식 발언이 종종 구설에 오른 것도 사실이다. ‘제2의 박근혜’라는 공격을 받을 만한 빌미를 제공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문 후보의 안보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친북 성향의 정치인으로 매도당했지만 이번에도 당선 후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지 않았는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문 전 대표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도 많다.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정세가 날로 심각해지는데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불안한 안보관이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 후보의 아들 특혜 취업 의혹도 유야무야 넘어갈 성질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국가적 불행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노정된 국민적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대립과 분열, 끝 모를 바닥으로 내려가는 경제 상황 등 엄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비전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실패가 이번 대선에서 또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정권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문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란 구호에 맞는 구체적 해법과 정책을 제시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 [사설] 엄혹한 남북 관계서 주목받는 스포츠 교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 간 민간 스포츠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어제 평창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여자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북한선수단을 위한 남북공동응원단 발대식을 가졌다. 다섯 차례 열리는 북한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응원한다는 것이다. 북한도 평양 원정 우리 여자 국가대표축구단의 신변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담보서를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전해 왔다. 오는 7일 남북 맞대결 성사가 유력하다고 한다. 현재의 남북 관계는 과거 진보정권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최악의 상황이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10년 가까이 중단되고 있고,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및 광명성 4호 발사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운명을 맞았다. 남북 관계가 이처럼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국민의 안위와 민족의 생존을 도외시한 채 체제 유지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골몰하는 북한 정권 탓이 크다.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역시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북한 김정은 정권이다.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창구는 완전히 닫혀 있다. 정부 누구도 관계 개선의 ‘관’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정치·경제·외교적으로 압박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엄혹한 현실 속에서 정치와 무관한 스포츠계가 중심이 돼 교류의 끈을 다시 잇는다는 것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 관계 개선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핏줄마저도 독살하는 정권과 대화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주변 동맹국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한반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남북공동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를 외친다고 한다. 남북 경색을 푸는 대화의 기회로 작용되길 바란다.
  • 예측불허 트럼프와 회동…시진핑, 고민깊은 ‘한 컷’

    예측불허 트럼프와 회동…시진핑, 고민깊은 ‘한 컷’

    캐머런 때처럼 맥주로 연출하자니… 트럼프 술 안 마시고 딱딱하게 하자니… 메르켈 때처럼 악수도 안 할 것 같고국내에서는 좀처럼 웃지 않는 중국 지도자들은 해외 순방에서 종종 ‘망가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엄격한 사회주의의 냉혹한 지도자’라는 모습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다. 최고권력자 덩샤오핑은 1979년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텍사스 로데오 경기장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마차에 올라탔다. 장쩌민 전 주석은 1997년 하와이에서 화환을 목에 건 채 전통 기타를 번쩍 치켜들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우스꽝스러운 영어 발음으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읊조렸다. 시진핑 주석도 2015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와 심야에 펍(영국 선술집)에 불쑥 들어가 흑맥주를 마셨다. ●“두 터프가이 기싸움, 의제보다 관심” 오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처음 대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떤 장면을 연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두 ‘터프가이’가 분출할 화학적 반응을 관찰하는 게 정치적 의제보다 더 흥미진진하다”고 전했다. 고민은 시 주석 쪽이 더 깊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났을 때는 아베 총리의 손을 끌어당겨 세차게 흔들며 19초 동안이나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때는 악수 요청에 딴청만 부렸다. ●아베처럼 아랫사람 같은 장면 경계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거절하거나 아베 총리에게 했던 것처럼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에 차오무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악수보다는 목례를 하는 게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먼저 친한 척 말고 술 대신 차 선물을” 시 주석이 캐머런 전 총리 때를 생각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맥주를 권하거나 술을 선물하면 큰 결례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1년 친형이 술병으로 사망한 이후 절대로 입에 술을 대지 않기 때문이다. 뤄치셩 말레이시아대 교수는 “중국의 전통차를 선물하는 게 좋을 듯하고, 이번에는 시 주석이 사교적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친한 척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외면하면 체면이 안 서기 때문이다. 뤄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쫓아가는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타이밍을 놓쳤을 때는 차라리 거리를 유지해 졸졸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엄혹한 외교 현실 보여준 김정남 시신 北 인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당한 김정남의 시신이 끝내 북한으로 인도됐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근 김정남 시신의 북한 인도와 평양에 억류된 자국민 9명의 귀국 등이 포함된 6개항 공동 성명에 합의한 것이다. 양국의 합의에 따라 북한 대사관에 숨어 있던 암살 용의자 3명과 북측 협상 대표였던 리동일 전 유엔 주재 차석대사도 출국해 북한으로 향했다. 국제법과 외교 관행을 무시한 북한의 벼랑끝 인질 외교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굴복한 모양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은 더욱 어려워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공식적으로 사망자가 김정남이라고 확인했고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가 사인임을 밝혔지만 북한은 막무가내식으로 사망한 북한인이 김정남이 아니고 사인도 암살이 아니라 심장마비라는 억지 주장을 펴 왔다. 북한은 앞으로 김정남 시신을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과 한국의 음모라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펼 것으로 보인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철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말레이시아는 비자면제 협정 재체결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암살 사건의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져 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가 알려져야 함에도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유야무야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막무가내식 요구를 수용한 것은 엄혹한 국제사회의 외교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에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자국민 귀환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협상에 임했다. 평양에 억류된 자국민의 귀환을 바라는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비자금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나작 총리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에 굴복한 말레이시아는 물론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무시한 북한의 인질 외교는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국익을 앞세우는 외교의 실상을 확인한 사례이기도 하다. 국제 공조를 통해 부도덕하고 야만스러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릴 기회를 놓친 외교부는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 ‘왕은 사랑한다’ 오민석, 냉혹+섬뜩 ‘송인’ 役 완벽 변신

    ‘왕은 사랑한다’ 오민석, 냉혹+섬뜩 ‘송인’ 役 완벽 변신

    ‘왕은 사랑한다’ 오민석의 첫 스틸이 공개됐다. 31일 MBC 새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측은 극 중 충렬왕(정보석 분)의 측근이자 고려의 숨은 실세 ‘송인’ 역을 맡은 오민석의 스틸을 공개했다. 오민석은 냉혹하면서도 섬뜩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공개된 스틸 속 오민석은 눈을 가늘게 뜬 채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려 눈길을 끈다. 그의 미소는 어딘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등골을 서늘케 한다. 동시에 스틸을 뚫고 나오는 오민석의 포스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화려한 문양의 의상을 완벽히 소화해 기품 있는 귀족으로 변신해 시선을 강탈한다. 제작사 ‘유스토리나인’ 측은 “오민석의 파격 변신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반듯하고 선한 얼굴 뒤에 숨겨진 냉혹한 야심가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할 예정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왕은 사랑한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팩션 멜로 사극이다.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되며 2017년 MBC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제공=유스토리나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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