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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하 60도 오미야콘 강물 속 뛰어든 日관광객

    영하 60도 오미야콘 강물 속 뛰어든 日관광객

    가만있어도 속눈썹까지 얼어붙는 혹한의 추위를 가진 오미야콘에 별난 관광객이 나타났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추운 곳 러시아 야쿠티아 공화국의 오미야콘(Oymyakon)의 강물에 뛰어든 일본인 관광객에 대해 보도했다. 오미야콘(Oymyakon)은 북극점에서 3000km 떨어진 곳으로 세계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추운 지역으로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50℃에 달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에는 주차된 밴에서 나온 수영복 차림의 남성 관광객이 카메라에 인사한 뒤, 강물 속으로 뛰어들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잠시 동안 물속에 몸을 담근 남성은 즉시 물밖으로 나와 쏜살같이 밴에 올라탄다. 이 무모한 남성은 낚시 여행을 포함한 야외 탐험 전문 러시아 여행사 ‘사탈 투어’(Satal Tour)가 마련한 이벤트의 하나로 이 같은 도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미야콘의 가장 추운 날씨는 1926년 1월 16일에 기록됐으며 영하 71.2℃에 달했다. 남극 대륙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기온이 기록되긴 했지만 영구 거주지역은 아직 없는 상태다.오미야콘 마을이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인 이유는 인디기르카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고도 700~750m의 분지 형태이기 때문. 또한 동쪽은 타스키스타비트 산맥, 서쪽은 베르호얀스크 산맥, 남쪽은 하르칸스키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겨울철엔 찬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이곳에 머물려 기온이 영하 70℃ 가까이 내려가는 날씨가 계속된다. 사진·영상= Satal_Tour Instagram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마더’ 고성희 손석구, 상반된 모습 포착 ‘둘 사이에 무슨 일?’

    ‘마더’ 고성희 손석구, 상반된 모습 포착 ‘둘 사이에 무슨 일?’

    ‘마더’ 고성희, 손석구가 불안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24일 첫 방송되는 tvN 새 수목드라마 ‘마더’ 측은 불안에 떠는 고성희와, 그와는 달리 초조한 마음을 감추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는 손석구의 모습이 담긴 스틸을 공개했다. 극 중 초등학교 1학년 혜나(허율 분)의 친엄마와 동거남인 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고성희는 현실이 버거운 나머지 친딸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자영’ 역을, 손석구는 자영의 동거남으로 냉혹하고 잔인 무도한 남자 ‘설악’ 역을 맡았다. 공개된 스틸 속에서 고성희는 마주앉은 경찰을 초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더해 고성희는 긴장한 듯 떨리는 두 손을 꼭 붙잡으며 불안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손석구는 태연한 표정으로 초조한 속마음을 감추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손석구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처연한 태도는 오히려 대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평온한 손석구의 표정 속에서 날카롭고 잔인한 눈빛이 언뜻 내비쳐져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긴장감을 폭발시킨다. 이에 두 사람의 상반된 표정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극중 불안해하는 엄마 자영과 잔인한 동거남 설악 사이에 있는 혜나에 대한 걱정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tvN ‘마더’ 제작진 측은 “손석구가 냉혹한 설악 역을 맡아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예정이다”라며 “극중 아이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설악에게서 세상 끝까지 도망쳐야만 하는 ‘가짜 모녀’ 수진(이보영 분)과 혜나의 가슴 시린 모녀 로맨스를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tvN 새 수목드라마 ‘마더’는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 아이의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모녀 로맨스다. 24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 사진제공=tvN ‘마더’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갑질’ 미스터피자 정우현 1심 집유·그룹에 벌금 1억

    ‘갑질’ 미스터피자 정우현 1심 집유·그룹에 벌금 1억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갑질’과 제왕적 기업 운영, 거액의 횡령 혐의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70) 전 MP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는 23일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판결했다. MP그룹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내에 손꼽히는 요식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법과 윤리를 준수하며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질타하면서도 “기울어 가는 토종 피자기업을 살릴 마지막 기회를 빼앗는다면 피고인과 가맹점주에게 가혹한 피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횡령·배임 피해액의 상당 부분이 회복됐고 6개월간 구금으로 반성의 기회를 가졌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친인척을 허위 취업시켜 29억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하고 가맹점주에게 광고비 집행 용도로 받은 5억 7000만원을 빼돌려 가로챈 횡령 혐의와 차명 운영한 가맹점에 대한 상표권 7억 6000만원을 면제하고 이곳에 파견한 본사 직원 급여 14억원을 청구하지 않는 등 회사에 64억 6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평창 완전 정복] 칼바람 뚫으며 달리는 ‘눈 위의 마라톤’

    [평창 완전 정복] 칼바람 뚫으며 달리는 ‘눈 위의 마라톤’

    스키를 타고 코스를 내달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겨울에 즐길 수 있는 마라톤이다. ‘설상 마라톤’으로 통한다. 표고 차 200m 이하의 산 또는 들판에서 거친 자연 지형을 질주하기 때문에 ‘가혹한 스포츠’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회 첫 금메달이 탄생하는 종목인 만큼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끈다. 마지막 메달도 크로스컨트리에 걸려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단원의 화려한 막을 장식하게 된다.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 유래한다. 북유럽에서는 과거 실생활에서 스키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했다. 특히 1500년대 스웨덴은 군인들에게 스키 장비를 필수적으로 보유하게 했다고 알려졌을 만큼 스키는 북유럽 역사에서 매우 밀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북유럽 5개국(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아이슬란드)과 캐나다 등 전통적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 코스는 오르막, 평지, 내리막 코스로 구성돼 있다. 코스 비율은 각 3분의1씩이다. 1767년 노르웨이에서 최초로 군인들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회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차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1924년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열린 제1회 동계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남자 6개 종목과 여자 6개 종목을 합쳐 12개 종목이 진행된다. 개인경기, 스키애슬론, 스프린트, 팀 스프린트, 단체출발, 계주에서 승부를 겨룬다. 세부 종목별로 다른 주법은 관전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선수들은 크게 클래식과 프리 두 가지 주법을 사용한다. 클래식 주법은 두 발에 신은 스키를 평행으로 한 상태에서 두 손에 든 폴을 활용해 추진력을 얻어 전진하는 방식이다. 빠른 걸음을 내딛는 것처럼 앞뒤로 움직인다. 반면 프리스타일 주법은 스키를 ‘V자 형태’로 벌려 놓고 스케이트를 타듯 좌우로 추진시킨다. 가속이 쉽게 붙기 때문에 클래식 주법보다 속도감을 만끽한다. 선수들은 종목별 정해진 주법에 따라 질주한다. 지정 주법을 위반하고 경기에 임하면 규정에 따라 실격된다.크로스컨트리에서 사용하는 스키는 일반 스키와는 다른 모양이다. 스키를 스키화의 앞쪽만 고정하고 뒤축은 자유롭게 떨어지도록 설계해 평지의 이동을 쉽게 했다. 스키의 폭이 가늘고 길이도 짧으며 재질도 가벼운 소재를 쓴다.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강세를 보일 후보는 역시 노르웨이다. 지금까지 올림픽 크로스컨트리에서 배출한 158개의 금메달 중 40개를 차지하며 왕조를 굳게 지켰다. 다음으로 금메달을 많이 쌓은 국가는 스웨덴으로 29개다. 특히 여자부에선 ‘스키 철인’으로 일컬어지는 마리트 비에르옌(34)의 활약이 돋보인다. 비에르옌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올림픽에 출전해 따낸 메달만 10개에 이른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4관왕을 꿰차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선 3관왕에 오르며 크로스컨트리의 절대 군주로 군림했다. 역시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맞수 역시 노르웨이 선수다. 하이디 벵(27)은 소치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 여자 15㎞ 추적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2관왕을 차지했다.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올림픽에서 비에르옌과 금메달을 놓고 겨룰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세계선수권대회와 동계올림픽에서 단 한 차례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에서 김마그너스(20)와 이채원(37)이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특히 김마그너스가 나설 스프린트에 기대한다. 이미 유스와 아시아를 정복한 터라 성장세를 잇겠다는 목표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베테랑’ 이채원의 노련한 경기 운영도 기대된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개콘’ 욜로민박 김준호, 김지민에 녹차가루 세례...‘헐크로 변신’

    ‘개콘’ 욜로민박 김준호, 김지민에 녹차가루 세례...‘헐크로 변신’

    ‘욜로민박’ 김지민이 녹차가루를 뒤집어 쓰고 헐크로 변했다. 21일 방송되는 KBS2 ‘개그콘서트’ 욜로(老)민박 코너에서는 코미디언 김준호, 김지민 노부부가 민박집을 운영하는 내용을 그린다. 이날 김준호는 김지민에게 무차별 복수극을 벌여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방송에 앞서 공개된 사진에서 ‘꽃할매’로 미모를 뽐냈던 김지민은 참혹한 몰골을 하고 있다. 녹차가루를 뒤집어 쓴 김지민은 얼굴이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흡사 ‘헐크’의 모습을 하고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11일 진행된 공개 녹화에서 김준호는 김지민을 보자마자 준비된 녹차가루를 쏟아 부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지민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KBS2 ‘개그콘서트’는 이날 오후 9시 15분 방송된다. 사진=KBS2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주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EBS1 토요일 밤 10시 55분) 어떤 영화는 두고두고 되풀이해 봐도 감동의 여운이 조금도 손상되지 않는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그런 영화일 것이다. 1930년대 말 이탈리아 로마. 시골에서 올라온 순수한 청년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를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위트가 핏속에 장착된 듯 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귀도는 아들 조수아(조르지오 칸타리니)까지 얻으며 행복의 절정을 누리는 듯하다. 하지만 아들의 다섯 살 생일날.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복했던 가족은 군인들에게 끌려가 수용소에 갇히고 만다. 참혹한 수용소 생활에서도 귀도는 아들에게 사랑과 긍정의 유머로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존엄을 지킬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다. 주연을 맡은 로베르토 베니니가 직접 감독하고 각본 작업을 한 영화다. ?1997년 작. ■노벰버 맨(OBS 일요일 밤 10시 10분) 전직 중앙정보국(CIA) 최고의 요원으로 활약하던 피너(피어스 브로스넌)는 은퇴 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밀 임무가 주어진다. 전 여자 친구이자 차기 러시아 대통령의 비밀을 알고 있는 수행원을 무사히 빼내는 것. CIA 요원 시절, 겨울이 온 것처럼 모든 것이 죽어나간다는 뜻의 코드네임 ‘노벰버 맨’으로 불리던 피터는 ?과거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는 영화에서 잔혹한 면과 이를 고뇌하는 사실적인 캐릭터를 고민했다고 하나 평단의 반응은 냉혹했다. 2014년 작.
  • [열린세상] 통일의 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열린세상] 통일의 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북한 대표단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다. 남북한 관계의 분위기가 바뀌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위기와 환호가 교차하면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잊어 가고 있다.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된 이후 올해로 70년이 됐는데 통일은 아직도 아득하고 통일의 의지는 약화되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한 치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사태는 여전히 엄혹하고, 얼마 전 유사시에 대비해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군 북부전구와 주한미군사령부 사이에 핫라인을 설치할 것을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같은 맥락의 뉴스들이 몇 개 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는 무슨 의미가 있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변 열강들이 자기들 뜻대로 한반도의 장래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섬뜩한 느낌이 든다. 과거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 어떤 외국인은 주변국이 한반도 분단 고착을 추구해도 한국인들은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은 한민족에게 절체절명의 과제이고 최고의 국익이다. 주변국이 이러한 한민족의 주권과 이익에 역행하는 언행을 하는 것은 한민족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후회할 일을 한 뒤에야 남이 그를 모욕한다고 했다(맹자).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적극적이지 않고 통일에 대한 권리의식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은 분단국이다. 남북한은 헌법과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분단국임을 인정하고 통일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다. ‘분단국’이란 온전치 못한 나라다. 국토가 두 쪽 났고, 주권이 반으로 제약돼 있으며, 국민이 갈라져 있다. 우리가 통일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온전한 나라로 만들어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장차 통일을 이룩해 더 큰 나라, 더 강한 나라,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남북한은 1991년 12월 상호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라고 합의했다. 이로써 남북한은 통일하겠다는 의지와 권리를 내외에 선포했다. 이러한 통일의 결의는 민족자결권에 의한 합의로서 이는 국제법적 권리다. 우리는 이러한 특수관계에 기초해 통일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해야 한다. 주변국은 이러한 한민족의 통일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남북한이 특수관계와 분단국의 위상을 버리고 두 개의 국가로 공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통일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 남북한 관계를 두 국가 간 정상관계라고 규정해 버리면 그때부터 통일할 수 있는 동력은 사라진다. 통일의 주인인 한민족과 남북한이 통일하지 말자고 해버리면 한반도의 통일은 영원히 없다. 한반도를 통일시키고자 하는 외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영구분단되면 나라와 민족은 더 쪼그라들고 위축될 것이다. 통일의 길이 어렵고 분단이 불편하다고 분단국의 지위를 버리거나 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제 발로 쇠락의 길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옳지 않은 길이며, 좋은 일도 아니다. 오늘날 남북한의 엄혹한 정세를 보면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실없어 보이고, 이를 추구하지 말자는 주장이 신선하거나 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일제하에서 일부 식자들은 독립운동을 실없는 짓이라고 냉소하면서 일제와 협력해서 잘사는 길을 찾자고 주장했다. 그들은 그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선 민중을 선동했다.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었다. 통일이 비록 쉬운 일은 아니나 우리가 통일을 줄기차게 추구하는 것이 맞다. 그것은 우리의 권리를 회복하는 길이고 자존을 지키는 일이다. 주변국들은 현실에 안주하며 약해지는 한민족보다는 정당한 권리를 추구하는 한민족을 더 존중할 것이다. 제대로 된 나라치고 어떤 나라도 주권을 스스로 제약하거나 한 뼘의 땅이라도 그것을 포기하는 나라는 없다. 제정신인 사람은 주권을 팔아먹고, 자기의 영토를 떼어내고 국민을 버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반역이기 때문이다.
  • 미세먼지·황사·안개 ‘3각 공습’… 내주 초까지 ‘답답’

    미세먼지·황사·안개 ‘3각 공습’… 내주 초까지 ‘답답’

    연이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8일은 미세먼지와 황사, 안개가 한꺼번에 겹친 ‘공기오염 3종 세트’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이번 미세먼지의 위력은 황사 유입과 한반도 내 대기 정체로 인해 길게는 다음주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중반 혹한이 찾아오면서 잦아들 전망이다.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5일 내몽골에서 발생한 황사가 남동진하면서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면서 18일의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짙게 나타났다”며 “19일에도 서해상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가 안정되면서 국내 발생 대기오염물질과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전국이 미세먼지 ‘나쁨’ 단계를 보일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한 독한 공기상태는 다음주 중반이나 돼야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대기 정체 상태가 풀려 대기오염물질이 한반도 바깥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23일은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은 풀리지만 서울 아침 기온은 영하 7도까지 떨어지고 낮기온도 영하 4도에 머무는 등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겹친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마스크 없이 외출할 경우 매캐함을 느낄 수 있는 ‘나쁨’ 단계인 50㎛/㎥을 넘어섰다. 오후 6시가 되면서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은 50 이하로 떨어져 ‘보통’ 단계를 회복했지만 울산 94, 경북 87, 광주·대구·전남 77, 경남 67 등은 여전히 ‘나쁨’ 단계를 유지했다. 한편 이날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3개 단체는 ‘미세먼지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이라는 공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자로 나선 문길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선진국 대도시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며 미세먼지경보 발령 횟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와 전문가, 이해당사자들이 엇갈리는 원인과 해법을 제시해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서울의 경우 외부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45% 정도로 중국의 영향이 38%, 북한의 영향이 7%로 보인다”라며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정확한 과학적 원인 분석을 통한 권역별 대기 관리 체계를 수립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호영의 그림산책4]파블로 피카소 - 게르니카의 공감

    [이호영의 그림산책4]파블로 피카소 - 게르니카의 공감

    비명. 어두움이 자욱한 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난자당한 사람은 바닥에 흩어져 있고 그의 손엔 부러진 칼이 들려 있다. 오른쪽 화면에 그려진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을 하늘로 펼친다. 머리에서 뻗은 손에 촛대를 잡고 있는 사람이 화면의 상단에 배치되었고, 손이 머문 곳에 말이 있다. 말은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뒤튼다. 뒤틀어진 고개로 비명이 튕겨져 나온다. 왼쪽 공간. 그 공간을 지배하는 것은 황소의 뿔이다. 투우장에 있을 황소. 그 황소 밑에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이 있다. 하늘을 향한 그녀의 얼굴, 입에서 배어나오는 것 또한 비명이다. 흑백의 톤. 어둠은 그렇게 왔다, 비명으로. 이 공간에서의 탈출은 화면 중앙에 배치된 빛. 사람의 손에 들린 촛불과 천장에 달린 전구에서 발화된 빛이다. 오른쪽 중앙하단에 사람은 그 빛을 향하여 힘든 걸음을 옮기는 듯이 처리되어있다. 게르니카(Guernica,첫번째 그림)는 스페인 북부의 작은 도시 게르니카에서 벌어진 참혹한 폭력을 고발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화면은 온통 무채색의 화면, 흰색과 검은 색만을 사용하여 음울하고 비극적인 상황들을 극대화시킨다. 화면을 실내의 공간으로 느끼게 구성되어 있음으로 인하여 화면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답답하고 억압된 상황으로 연출되고 있다. 참담함. 화면을 보고 있는 동안 스멀스멀 갑갑하고 억압된 감정들이 솟아나오는 것은 그러한 요소 때문이다. 1937년 4월 26일 게르니카를 프랑코 정권의 지원요청을 받은 나치가 폭격했다. 그 폭격에 희생된 민간인이 1500여명. 1936년에 발생한 스페인 내전이 몰고 온 비극이 게르니카에서 벌어졌다.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좌우의 싸움 속에 폭력당한 민간인.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 생명들. 게르니카의 비극은 그런 죽음으로부터 왔다. 민간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그 폭력을 당하는 생명에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20세기를 대표한 입체파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y Picasso)의 분노는 게르니카의 소식을 접하면서부터이다.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할 작품을 준비하던 피카소의 작품 계획은 게르니카로 변경되었다. 그의 분노가 작품으로 형상화되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 게르니카. 세로 약 3.49 m, 가로 약 7.76 m의 규모의 대작. 그 큰 규모만큼이나 피카소의 분노 또한 큰 울림으로 표현되고 확산되었다.공감. 게르니카를 바라보는 피카소의 시선은 공감의 시선이다. 게르니카에서 벌어진 사건 속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 듯이 보인다. 게르니카의 비극을 더 이상 남의 비극이 아닌 자신의 비극으로 받아들였다. 작품에서 배어나오는 감정이 더욱 비극적인 사건들로 보여 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피카소의 감성들, 공감의 시선이다. 피카소는 게르니카 속의 사람이 되어 그들의 시선과 감성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에서 들리는 비명은 게르니카의 사람들의 비명이면서 동시에 피카소의 비명이다. 피카소의 공감하는 태도는 그의 청색시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여 진다. 청색시대의 피카소작품은 어둡고 우울한 사람들, 그들의 슬픈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늙은 기타리스트(두번째 그림)는 그 즈음에 그려진 작품이다. 늙은 기타리스트를 통해서 삶의 애환과 고독을 표현하고 있다. 20대 초반 몽마르트르의 가난한 젊은 화가였던 피카소. 그에게 다가왔던 것은 가난으로 인한 결핍과 외로움. 그 시절 피카소 작품에는 가난한 주변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의 푸른 청색은 그러한 사람들의 슬픔을,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타인으로 들어간 자신의 시선. 저들의 외로움은 그의 푸른색이 되어 작품으로 공명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학살(세번째 그림)은 그러한 피카소의 공감이 어느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1950년 10월에서 12월 사이 황해도 신천에서 벌어진 민간인에 대한 학살을 다룬 작품이다. 오른쪽 철갑을 두른 병사의 총들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임신한 여성들이다. 피카소의 시선은 억울하게 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향해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작품에서 피카소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근원적 폭력에 대한 저항이다.피카소가 유명한 화가이고, 동시에 훌륭한 화가인 것은 이러한 사람과 사람들을 향한 그의 공감의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보인다. 또한 새로움에 대한 도전,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 피카소의 덕목이다. 아비뇽의 처녀들(네번째 그림)은 그러한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보여주는 피카소의 대표작이다. 1907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평면이 되어 가는 인물의 처리와 아프리카 조각의 양식들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면서 입체파의 경향을 선도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러한 새로움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도전과 탐구는 그의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난다. 게르니카에서 보여주듯이 피카소의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개인에서부터 시대, 지역을 넘어서까지 폭넓은 사랑이다. 그 사랑은 공감으로부터 시작하고, 작품으로 실천한다. 그 실천은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으로 살아있다. 지금 그의 작품을 보는 것은 인간에 대한 피카소의 사랑을 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게르니카는 피카소 생전에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스페인에 민주 정치가 부활되는 날에 게르니카를 스페인 땅으로 보내라.” 1973년 죽음 전에 남긴 피카소의 유언. 게르니카는 게르니카의 비극을 만들었던 프랑코 시대가 끝난 1975년 11월 스페인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호영 (미술학 박사, 아티스트)
  • “신고 전에 머리카락 뿌려놓자” 고준희양 계모 증거 조작 적극 가담

    “신고 전에 머리카락 뿌려놓자” 고준희양 계모 증거 조작 적극 가담

    고준희(5)양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을 도운 계모 이모(36)씨가 증거 조작에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허위 실종신고 전 경찰 수사에 대비해 방에 준희양 머리카락을 뿌려놓자는 제안도 이씨가 한 것으로 조사됐다.18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준희양 친아빠 고모(37)씨와 내연녀 이씨는 지난해 12월 8일 허위 실종신고 직전 이씨 친모인 김모(62)씨 집에 준희양 머리카락을 뿌려놨다. 이때는 이미 전북 군산의 한 야산에 준희양의 시신을 매장한 지 8개월이나 지난 뒤였다. 경찰 수색에 대비해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준희를 생모로부터 처음 데려다 키웠던 곳인 전북 완주군의 한 아파트에 남아 있던 준희양의 머리카락을 모아다가 내연녀 이씨 엄마인 김씨가 살던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의 원룸 곳곳에 뿌려놓은 것이다. 경찰이 준희양 수색에 필요한 단서를 얻기 위해 원룸에서 유류품을 수거하고 DNA를 채취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들이 당초 짜놓은 ‘준희가 김씨 원룸에 살다가 실종됐다’는 시나리오와도 들어맞는 계략이었다. 친아빠 고씨는 “지난해 4월 준희를 인후동 주택에서 살던 김씨에게 맡겼고, 김씨는 준희를 데리고 그해 8월 30일 우아동 원룸으로 이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 말을 믿었다가 초기 수사에서 혼선을 빚었다. 증거 조작은 내연녀 이씨가 먼저 제안했고, 고씨가 동의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그 동안 친아빠 고씨의 잔혹한 폭행과 매정함이 주로 부각됐지만, 내연녀 이씨의 행각도 고씨 못지않게 추악하다는 입장이다. 고씨와 이씨는 준희가 말을 듣지 않고 밥을 제때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말부터 준희양을 폭행했다. 처음엔 훈육 차원에서 30㎝ 자로 몇 대 때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폭행 강도가 세졌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발로 준희양 무릎과 발목, 등을 여러 차례 밟았다. 발목 상처는 덧나 대상포진으로 번지기도 했다. 심지어 발목에서 고름이 줄줄 흘러 거동조차 어려웠지만 폭행을 멈추지도 않고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준희양 몸통 뒤쪽 갈비뼈 3개가 부러지고, 여러 차례 외부 압력이 가해진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겨울의 맛/황수정 논설위원

    겨울의 참맛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뭐니 뭐니 해도 칼바람이 제맛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미지근한 체온으로 혹한을 건너는 것도 이 계절의 성취가 아닌가 새삼 생각한다. 내게 이즈음의 묘미는 따로 있다. 푸성귀들 한가운데서 진을 치는 섬초, 세발나물을 푸지게 집어드는 일이다. 욕심껏 눌러 담아서는 등 뒤에 따라붙는 한뎃바람을 잽싸게 따돌리고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회심의 미소마저 짓는다. 바닷가 언 땅에 엎드려 가장 달게 겨울을 이기는 계절의 주인공들. 천원짜리 두어 장에 개선장군들이 내 차지가 되니 득의에 차는 것이다. 해풍에 덤비지 않고 그저 품어 버려서 섬초는 구석구석 단물이다. 갯바람에 맞서지 않고 차라리 삼켜 버려서 세발나물은 마디마디 흥건한 갯내음이다. 섬초 붉은 뿌리에는 어째서 속속들이 겨울 볕은 깊은지. 세발나물은 갯가의 앉은뱅이인데 어떻게 해삼, 멍게 냄새까지 온몸으로 다 기억하는지. 묵묵해서 더 크게 귀를 밝히는 밥상 위의 선생들. 데쳐도 삶아도 기죽지 않는 딴딴한 맛. 시치미 뚝 떼고 이 겨울이 누구 것이냐고 묻는, 겨울의 맛. sjh@seoul.co.kr
  • ‘솔’ 너와 서있는 공간

    ‘솔’ 너와 서있는 공간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숲이 있습니다. 나무 사이를 지나온 바람은 객의 몸을 씻고 마음까지 헹궈냅니다. 충남 아산의 봉곡사 솔숲이 꼭 그랬습니다. 500여 그루의 토종 소나무들이 이리저리 얽혀 자라는 곳입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명자깨나 날리는 숲에 견주면 그저 ‘경량급’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숲이 전하는 향기는 어느 숲에 뒤지지 않을 만큼 짙고 청량합니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두 시간가량 차를 몰아가면 만날 수 있지요. 이웃한 여러 명소들에 온천까지 곁들이면 아마 겨울 나들이 코스로 제격일 겁니다.빼어난 솔숲이다. 소나무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한 그루 한 그루의 형태는 제각각이어도 여럿이 어우러져 독특한 리듬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한 세기 전쯤 이 숲을 지나 봉곡사로 들어갔던 젊은 승려 만공(1870~1946)도, 굶주리는 백성들을 위한 농사법을 궁리하며 눈 내린 새벽길을 올랐던 젊은 실학자 정약용(1762~1836)도 이 솔숲처럼 빼어났을 것이다.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은 이리저리 굽었다. 솔숲 사이로 난 길도 나무들처럼 구불구불하다. 휘고 구부러졌다는 건 그만큼 너그러워졌다는 뜻일 터다. 삼나무처럼 쭉쭉 뻗은 나무들이 이룬 숲에 견줘 조형미는 떨어져도 외려 편안한 느낌은 더하다. 소나무 가지 위엔 밤새 내린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눈은 주변의 어지러운 풍경들을 덮고 지운다. 그 덕에 수묵담채화 같은 담백한 풍경이 숲에 펼쳐져 있다. 숲의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둥치에 상처를 안고 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동원된 항공기들의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나무가 상처 치유를 위해 분비하는 송진을 얻기 위해 일부러 깊은 상처를 낸 셈이다. 그 고된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도 필경 조선인이었을 터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나무들이 얼마나 모진 세월을 겪었는지 저 검은 상처가 일러주는 듯하다.봉곡사 솔숲은 토종 소나무들이 이룬 천연림이다. 아산시청 등에 따르면 소나무의 평균 높이는 15m가량, 수령은 100여년 정도다. 비슷한 크기의 소나무 500여 그루가 700m 남짓한 숲길에 빼곡하다. 우리나라 숲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파괴됐다. 현재 숲의 80%가량은 1960년대 산림녹화 사업을 거쳐 조성됐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토종 솔숲이 여태 살아남았다는 것은 드문 경우에 속한다. 솔숲은 ‘봉곡사 천년의 숲길’이라고도 불린다. 인근의 갈매봉, 장군봉 등으로 오르려는 등산객들은 이 솔숲을 들머리 삼아 산행에 나선다. 솔숲의 끝은 봉곡사다. 봉수산(鳳首山), 그러니까 봉황의 머리 아래 깃든 절집엔 만공 스님과 다산 정약용의 체취가 남아 있다. 조선 말기의 선승인 만공 스님은 23세 때 봉곡사로 왔다.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만 가지 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가 돌아가는 곳은 어딘가)를 화두로 참선한 스님은 2년간의 수행 뒤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 그 오도송(悟道頌)이 바로 우주는 한 송이 꽃과 같다는 ‘세계일화’(世界一花)다. 솔숲을 오르다 보면 봉곡사 못 미처 만공탑과 만난다. 만공 스님을 기리는 탑이다. 만공탑 꼭대기에 음각된 ‘世界一花’는 만공 스님의 친필이라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1795년 겨울 정3품에서 종6품으로 강등된 뒤 이 절집을 찾았다. 이때 그의 나이 서른넷. 한창 삶의 기초를 세울 나이(이립·而立)였다. 당시 그는 봉곡사 경내의 ‘ㅁ’자 요사채에서 머물며 실학자 13명을 모아 성호 이익의 문집을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흘간 열었다고 한다. 모인 이들 대개가 젊은 실학자였던 만큼 새로 접한 서양의 과학을 이용해 더 많은 수확을 낼 농사법 등을 궁리하지 않았을까 싶다.이웃한 설화산 자락에도 명소가 깃들어 있다. 남서쪽엔 외암민속마을, 북동쪽엔 맹씨행단이 각각 터를 잡았다. 외암민속마을은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기와집과 초가집 등 전통가옥 60여 채가 돌담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대표적인 고택으로는 건재고택과 참판댁 등이 꼽힌다. 주민들이 살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아름다운 돌담 너머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앞내’라 불리는 실개천를 건너면 곧 마을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돌담이다. 돌담은 막돌을 규칙 없이 쌓은 형태다. 이를 ‘허튼층쌓기’라고 부른다. 집집이 쌓은 담장 길이를 죄다 더하면 무려 5㎞에 달한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돌담에 쌓인 셈이다. 집집마다 울을 이룬 담장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을 곳곳으로 객들을 이끈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올해 3월 2일) 앞뒤로 달집태우기 등의 전통 행사도 연다.맹씨행단(孟氏杏壇)은 말 그대로 ‘맹씨가 사는 은행나무 단이 있는 집’이란 뜻이다. 조선 초의 청백리였던 고불 맹사성(1360~1438)의 옛집을 일컫는 이름이다. 우리나라 살림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사적 109호다. 본래 고려 말의 최영 장군이 낙향해 살다, 자신의 손녀사위였던 맹사성에게 물려줬다고 한다. 두 칸의 대청을 두고 좌우로 세 칸씩 온돌방을 배치한 ‘H’자형의 건축 형태와 밖을 내다보는 데에만 쓰던 ‘눈꼽재기창’ 등이 인상적이다. 본채 외에도 사당으로 쓰인 세덕사, 맹사성과 황희, 권진 등 3명의 정승이 각각 3그루씩 9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 구괴정 등이 남아 있다. 본채 옆의 600년 묵은 은행나무 두 그루 역시 맹사성이 심었다고 한다.이웃한 평촌리의 석조약사여래입상(보물 536호)도 찾아볼 만하다. 고려시대 세워진 석불상이다. 키가 1장 6척(4.8m)에 달해 형태상 장육불상으로 분류된다. 문화재청 누리집은 좌우대칭으로 규칙적인 옷주름, 짧은 목과 움츠린 듯한 어깨, 꼿꼿이 서 있는 자세 등의 형식미를 근거로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상은 미끈하고 말끔하다. 맵시 있는 자태도 일품이지만 잔잔한 미소 역시 방금 전에 지은 듯하다. 대체 어디서 수백년 세월을 건너온 흔적을 찾아야 할지 모를 정도다. 공세리 성당은 계절을 따지지 말고 찾아야 하는 아산의 명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겨울철 눈이 내릴 때 성모상 앞에 서면 자신의 온갖 허물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정의 마무리는 아산호다. 호수 위를 건너온 시리고 찬 바람이 헝클어진 정신을 퍼뜩 일깨운다. 엄혹한 계절을 이겨내는 철새들의 강인함을 목격하는 것도 좋고, 아산만과 서해대교 너머로 지는 붉은 해를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다. 아산호는 평택호로도 불린다. 충북의 충주호(청풍호)와 마찬가지로 평택과 아산 등 두 지자체가 이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 사진 아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41) →가는 길: 공세리성당, 아산호 등은 아산 북쪽, 봉곡사와 외암마을, 맹씨행단 등은 남쪽에 붙어 있다. 묶어서 돌아야 보다 효율적으로 볼 수 있다. 봉곡사나 외암마을 등만 보겠다면 기차로 갈 수도 있다. 아산온천역에서 봉곡사, 외암마을 등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아산은 온천 도시다. 조선 시대 온천 행궁이 있던 온양온천, 충남도 1호 보양 온천인 도고온천, 게르마늄 온천인 아산온천 등 이름난 온천 지구만 세 곳이다. 세 온천이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만큼 여정이 끝나는 지역의 온천을 찾아 피로를 풀어도 좋겠다. →맛집 : 공세뜰두부집(533-1545)은 집에서 만든 두부를 내는 집이다. 두부 요리도 맛깔스럽지만 무엇보다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칼칼하게 끓여 내는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청국장도 별미다. 아산 공세리성당 앞에 있다. 지중해 마을은 지중해풍의 건물들이 밀집된 곳이다. 맛집 등 다양한 상가들이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먹고 사진 찍기 좋은 장소다. 아산호 주변에 해물칼국수를 내는 집들이 많다. 저물녘에 찾으면 아산만 너머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 세르비아계 정치인 피살… 코소보 긴장 고조

    세르비아계 정치인 피살… 코소보 긴장 고조

    EU와 대화에 민족주의자들 비난 양국 관계정상화 재개 회담 연기 코소보 북부에서 세르비아계 정치인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해 이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1990년대 말 참혹한 내전을 겪은 뒤 유엔의 개입으로 평화협정을 맺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포했지만 세르비아와 러시아는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평소에도 양국은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세르비아계의 온건 정치인으로 통하는 올리베르 이바노비치(64)는 이날 코소보 북부 미토로비차시의 정당 사무실 근처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총격을 받아 가슴 등에 최소 5발의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바노비치를 공격한 괴한들은 차를 타고 도주했으며 이 차량은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총격범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바노비치는 평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및 유럽연합(EU)과의 대화를 찬성해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는 물론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나란히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화해 선행’을 조건으로 내건 EU의 중재에 따라 2011년부터 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날은 벨기에에서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관계 정상화 협상이 1년여 만에 재개된 날이었으나 이바노비치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EU의 중재로 예정됐던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회담은 연기됐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로, 세르비아는 살해범을 찾을 때까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부치치 대통령은 코소보에서 진행될 진상조사에 코소보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라무시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는 이를 거절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양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양측 모두 차분하고 자제력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나토 역시 양측이 다시 대화에 나서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금녀의 벽 명중… 첫 여군 전차 조종수

    금녀의 벽 명중… 첫 여군 전차 조종수

    “단숨에 적 전차를 파괴해 버리는 전차의 강력한 전투력과 웅장함에 반했습니다.”육군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여군 전차 조종수로 국방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임현진(24) 하사는 16일 육군 주력 무기인 전차와 인연을 맺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비호연대 한신대대 소속인 임 하사의 전차 조종 거리는 2000㎞에 이른다. K1A2 전차를 조종하는 임 하사는 육군이 2014년 여군에게도 기갑 병과 지원 기회를 주기 시작한 이후 최초로 2015년 9월 동료 여군 4명과 함께 기갑 병과 여군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부사관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이수한 그는 같은 해 12월 수기사에 전입해 전차 포탄을 발사하는 포수 임무를 수행했다. 여군 중 전차 포수를 맡은 것도 그가 최초다. 전차는 전차장, 포수, 탄약수, 조종수가 ‘4인 1조’로 움직인다. 임 하사는 “내가 쏜 포탄이 표적에 명중했을 때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며 포수 생활을 회상한 뒤 “2016년 9월 조종수로 보직을 바꾼 이후에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해 전차를 조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차는 냉·난방 시설이 없어 지금 같은 혹한기에는 비좁은 실내에서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 여군으로서는 최악의 근무조건인 셈이다. 지난 15일부터 경기도 포천 일대 훈련장에서 4박 5일의 혹한기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그는 “어떤 상황이든 극복하고 이겨 낼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남체고 유도부 주장 출신으로 대학에서 군사학을 전공한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고, 가장 거칠 수도 있는 기갑 병과를 스스로 선택했다. 임 하사는 “빠른 기동력이 생명인 기계화부대의 정예 전차 조종수로 거듭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다”면서 “부대원들에게 존경받고, 여군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만한 멋진 여군 전차 조종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영하 67도…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 ‘오미야콘’

    영하 67도…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 ‘오미야콘’

    인간이 살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은 어디일까?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50℃에 달하는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추운 마을 러시아 야쿠티아 공화국의 오미야콘(Oymyakon)에 대해 소개했다. 오미야콘(Oymyakon)은 북극점에서 3000km 떨어진 곳으로 세계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추운 지역이다. 오미야콘 기상청은 영하 5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영구 거주지의 최저 기온보다 1℃ 더 낮은 영하 67℃에 달하는 극한의 날씨가 기록된 것으로 밝혀졌다. 온천수가 나오는 오미야콘은 192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 목축업자들이 가축들에게 목을 축이게 할 수 있는 중간 기착지로 번영했다. 마을에는 현재 약 500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혹한의 날씨로 인해 그 숫자는 매년 줄고 있다. 오미야콘의 가장 추운 날씨는 1926년 1월 16일에 기록됐으며 영하 71.2℃에 달했다. 남극 대륙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기온이 기록되긴 했지만 영구 거주지역은 아직 없는 상태다. 따라서 오미야콘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추운 곳인 것이다. 추운 날씨 탓에 발생하는 생활 속 문제들도 발생한다. 얼굴에 쓴 안경이 얼어붙는가 하면 생활가전 용품의 배터리가 금세 방전되기도 한다. 뚜껑을 딴 생수가 금방 얼기도 하며 펜의 잉크들이 얼어붙어 사용하기 힘들다. 가장 힘든 점은 눈이 많이 오는 이곳 날씨로 인해 차가 언제 다닐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항상 차를 두고 다닌다는 점이다. 영하 50℃ 이하로 내려가면 학교는 휴교를 하며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털옷 종류를 입으며 외출했다가 집으로 귀가하면 기온차로 인한 두통 완화를 위해 40도가 넘는 보드카를 음료수처럼 마시는 것이 생활화된 곳이다. 오미야콘 마을이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인 이유는 인디기르카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고도 700~750m의 분지 형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쪽은 타스키스타비트 산맥, 서쪽은 베르호얀스크 산맥, 남쪽은 하르칸스키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겨울철엔 찬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이곳에 머물려 기온이 영하 70℃ 가까이 내려가는 날씨가 계속된다. 한편 오미야콘 마을은 외부인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세계에서 가장 추운 거주지를 방문했다는 인증서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m_trova, The Siberian Times / Sebastian Balders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나도 헌화할래”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열기 후끈…영화 ‘1987’의 힘

    “나도 헌화할래”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열기 후끈…영화 ‘1987’의 힘

    고 박종철 열사의 31주기는 외롭지 않았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의 파장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참혹한 고문 현장이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 헌화하는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도 14일 영화를 관람했다고 페이스북에 알렸다. 31주기에 맞춰 청와대에서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개혁안을 발표했다.박 열사의 31주기 추모식이 14일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주관으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박 열사의 친형인 박종부 씨와 고문치사 사건 축소 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박 열사의 모교인 서울대와 부산 혜광고 재학생 등도 추모식 자리를 지켰다. 일부 참석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인 ‘남영동 대공분실 시민의 품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정부의 빠른 조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올해 추모식은 최근 개봉한 영화 ‘1987’을 계기로 고문치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으며 일부 언론은 이런 추모식 분위기를 전하고자 드론까지 띄워 취재 경쟁에 나섰다. 추모식은 민중의례, 분향 제례, 약력 소개, 추모사, 유가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대 언어학과 후배가 추모시를 낭송하고 대학 동기 등이 추모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추모사에서 “1987년 6월 항쟁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정치권이 협상하면서 그 성과는 왜곡 변질됐다”라며 “박종철·이한열 열사 등 수많은 민주열사의 혼백이 엄호하는 가운데 그동안 유예된 6월 항쟁의 개혁이 다시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오후 2시 50분쯤 박 열사가 경찰의 고문을 받다 숨진 서울 용산구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헌화 행사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옛 대공분실을 찾아 “저도 1981년 이곳에 왔었고 고문을 심하게 당했다”며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공분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오늘 헌화에만 200여명의 시민들이 방문했다”며 “올해는 영화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많은 시민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은 방명록이 가득 찰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박 열사가 고문을 받았던 509호 앞에는 헌화하기 위한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박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굳은 표정으로 509호에서 헌화했다. 시민들 역시 차례대로 박 열사의 사진 앞에 흰 국화를 놓았다. 몇몇 시민들은 헌화하면서 눈시울이 붉히기도 했다.시민 김모(47)씨는 “영화 1987을 보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오게 됐다”며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더 음산한 것 같다. 가슴 아픈 역사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에는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새벽 관악구 서울대 인근 하숙집 골목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같은 날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조사를 받다 고문 끝에 숨졌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검찰, 박찬주 전 대장 ‘공관병 갑질’ 재수사 착수

    검찰이 군 당국이 수사해온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혐의에 대해 사실상 재수사에 나섰다. 수원지검 형사1부(이근수 부장검사)는 박 전 대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기록을 최근 군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박 전 대장은 지난해 7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키는 등 가혹한 지시를 일삼았다는 등의 갖가지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이로 인해 군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수사 결과 박 전 대장은 2014년 무렵 지인인 고철업자 A씨에게 군 관련 사업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항공료, 호텔비, 식사비 등 760여만원 상당의 향응·접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A씨에게 2억 2000만원을 빌려주고 7개월 동안 통상 이자율을 훌쩍 넘어서는 5000만원을 이자로 받기로 약속했으며, 제2작전사령관 재직 시절(2016년 9월∼2017년 8월)에는 B중령으로부터 모 대대 부대장으로 보직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가 원하던 곳으로 발령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군 검찰은 지난해 10월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박 전 대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수사의 시발점이 된 공관병을 상대로 한 부당행위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당시 군 검찰은 “병사 사적 운용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무혐의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무혐의 처분을 확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달 대법원은 박 전 대장이 민간인이 된 이상 뇌물수수 등 사건 재판을 그동안 심리해온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이 맡아야 한다고 결정, 박 전 대장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수원지법에 재판권을 넘겼고 이에 따라 군 검찰이 갖고 있던 직권남용 혐의 수사기록도 수원지검이 넘겨받았다. 또한 검찰은 공관병에게 주도적으로 부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장의 아내 전모씨에 대한 고발장도 넘겨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이 사건 의혹을 제기한 군 인권센터는 민간인인 전씨는 남편의 직권남용을 공모하고 공관병에게 강요와 협박 등을 했다며 지난해 박 전 대장 부부를 함께 군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박 전 대장은 지난 10일 수원지법에서 처음 열린 자신의 재판 공판준비기일에 나와 뇌물수수를 비롯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별별영상] 영하 30도에 서핑을 즐기면?

    [별별영상] 영하 30도에 서핑을 즐기면?

    영하 30도에 달하는 혹한의 날씨에 서핑을 즐기면? 지난달 유튜브에 올라온 ‘영하의 겨울에 슈페리어 호수에서 서핑’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에는 댄이라는 이름의 서퍼가 미시간주 슈페리어 호수에서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담겼다. 서핑을 즐기던 도중 인터뷰를 진행하는 댄의 얼굴은 온통 얼음으로 덮여 있다. 물 밖으로 나오면서 흐르는 물이 그대로 고드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4만 7000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Jerry Mill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신해철,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 80년대에 바침

    신해철,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 80년대에 바침

    “박 대통령께서는 총탄을 맞으신 직후 김계원 청와대 비서실장에 의해서 급거 군서울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병원에 도착하시기 직전에 운명하신 것으로 원장의 진단이 내려졌습니다.”2014년 10월 의료사고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신해철씨가 1996년 내놓은 노래 ‘70년대에 바침’은 박정희 전 대통령 피격 사망 소식을 전하는 당시 정부 발표 내용으로 시작된다. ● 한발의 총성으로 막 내린 1970년대,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 서울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가수 심수봉과 여대생 등을 불러 술자리를 즐기던 중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고 숨을 거뒀다. 김재규는 이후 법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나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저격한 것이다”라고 외쳤다.당시 11살이던 신해철은 훗날 노래를 통해 이렇게 회상했다.“한발의 총성으로 그가 사라져간 그날 이후로 70년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지. 수많은 사연과 할 말은 남긴 채. 남겨진 사람들은 수많은 가슴마다에 하나씩 꿈을 꾸었지. 숨겨왔던 오랜 꿈을.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신씨의 회상처럼 박정희 군사정권의 몰락으로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화를 향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이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친애하는 민주정의당 동지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신 각계 귀빈 여러분. 새역사, 새시대, 새정치를 개척해 나가자는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부름을 받고 나는 오늘 심심한 사유와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 정당의 총재라는 위치, 그리고 대통령 후보자라는 위치가 얼마나...”국민들은 민주화를 꿈꿨지만 그 결과는 신군부 전두환 정권 등장이었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한 전두환은 자신이 대통령에 오르기 위해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를 발동하고, 이튿날인 18일 민주화운동이 들끓었던 광주에 계엄군과 공수특전여단을 투입해 국민을 향한 잔혹한 학살까지 자행했다. ● 전두환과 1980년 5월 광주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보다는 영화를 통해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다. 1987년 단편 ‘칸트씨의 발표회’를 시작으로 이후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26년’ 등 영화인들은 저마다의 관점과 방식으로 정권의 폭압성과 민중의 저항을 그렸다. 영화 관객, 더 넓게는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는 단연 2017년 8월 개봉한 ‘택시운전사’가 꼽힌다.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큰돈을 벌기 위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1980년 5월 광주로 향했다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국가의 폭압과 학살을 목격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극장에서만 누적 관객 1218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 영화 관객수 9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광주 5·18’이라는 시대적 배경 외에도 상당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 소속 일본 도쿄 특파원이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는 1980년 5월 19일 오전 ‘계엄령이 내려진 광주에서 시민과 계엄군 충돌’이라는 짤막한 내용의 일본 언론보도를 보고 당일 오후 서울로 향했다.서울에 도착한 힌츠페터는 이튿날인 20일 오전 자신이 묵었던 호텔의 택시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영화 속 ‘만섭’은 이후 실존인물 김사복으로 확인됐다. 김사복씨의 도움으로 광주 현지 취재에 성공한 힌츠페터 기자는 이를 바탕으로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광주의 참혹한 진실을 세계에 고발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진실은 한국에만 알려지지 않았고, 당시 한국에서는 국가의 감시를 피해 대학가와 성당 등에서만 힌츠페터의 다큐멘터리가 비밀스럽게 상영됐다. 부산에서는 1987년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이 영상이 상영됐는데,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 ‘탁’ 치니 ‘억’하고 죽어야만 했던 1987년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도 떠오른 영화 ‘1987’ 속 대사다. 이 영화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부터 이한열 열사 사망까지 실제 1987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1987년 1월 13일 밤 12시 무렵.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은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수배 중이던 박종철의 선배 박종운을 잡기 위해서였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박종철은 경찰의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에도 선배 박종운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저항하다 의식을 잃었고 14일 오전 11시 45분쯤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경찰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나 중앙일보 기자가 검찰을 통해 ‘서울대생 사망 사건’의 단서를 포착했고, 15일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16일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했고, 박종철군의 친구 소재를 묻던 중 책상을 ‘탁’ 치니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져 중앙대 부속 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했다”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사망 당일 밤 고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박종철의 시신을 화장하려 했으나 이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최환 검사는 부검을 지시하며 ‘사체보존명령’을 내렸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딱 보는 순간 ‘이건 고문이다’는 직감이 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신부는 그해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모미사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전모를 폭로했다. 치안본부 5차장 박처원 등 대공간부 3명이 이 사건을 축소·조작했고, 고문 가담 경관은 2명이 아닌 5명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고문 살인 규탄 및 전두환 정권 퇴진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부산에서는 노무현·문재인 당시 변호사가 이끄는 부산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이 6월 항쟁을 이끌었고, 서울에서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광장과 거리로 뛰쳐나왔다.6월 9일 서울 연세대에서는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던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한 학생이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이한열이다. 이한열은 한 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숨을 거뒀다. 당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진 이한열이 부축당한 채 피 흘리는 사진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리며 전두환 정권의 폭압성을 세계에 고발했다.전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군부정권은 결국 6월 29일 백기를 들었다.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이날 국민이 요구한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6·29 선언에 따라 1987년 12월 16일 직선제 대선이 이뤄지면서 길었던 군사정권 시대가 저물고 민주화가 오는 듯 했으나, 당시 대선에서 민주화 세력의 두 거목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각각 출마하며 여당 후보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36.6%라는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로 당선됐다. ‘실질적 민주화’ 역시 5년 뒤로 유예됐다.● 다시 나라다운 나라를 말하다 대한민국은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형식적·실질적 민주 국가로 거듭났으나 이후 경제성장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 과거 박정희 향수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힘입어 탄생한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훼손됐다. 결국 헌법까지 유린하며 국정을 흔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뒤 구속됐고, 국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8년 국민들은 다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누구나 말하긴 쉽지만 그때는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신해철씨는 노래에서 1970년대를 ‘옳고 틀림을 말할 수 없었던 시대’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8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대답은 무엇일까. 70~80년대 독재권력과 맞서 싸웠던, 이제는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대답은 이렇다.“6월 항쟁, 또 그 앞에 아주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의 시기에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 독재권력 이게 힘들었지만 못지않게 부모님들이나 주변 친지들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 그런 말이었다. 지금도 ‘정권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게 있느냐’ 그렇게들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다. 이 영화(1987)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맨부커 수상 플래너건 ‘인간의 영혼 ’ 풀어놓다

    맨부커 수상 플래너건 ‘인간의 영혼 ’ 풀어놓다

    “몇 해간 좋은 작품들이 맨부커상을 받았지만 올해 수상작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리처드 플래너건은 이 책을 쓰려고 태어난 게 아닐까. 이 책은 세계문학의 캐논(정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상의 2014년 심사위원단이 호주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57)을 수상자로 선정하며 한 말이다. “사랑도 잃고 전우도 잃은 전장에서 삶을 짓누르는 경험을 떠안고 살아야만 하는 자의 트라우마를 담아낸, 그야말로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은 장편소설 ‘먼 북으로 가는 길’과 2002년 영연방 작가상 수상작인 ‘굴드의 물고기 책’(이상 문학동네)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돼 나왔다.작가가 12년간 집필에 매달려 5개의 다른 판본을 쓴 끝에 완성한 ‘먼 북으로 가는 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외과의사 도리고 에번스의 이야기다. 전쟁포로에서 전쟁영웅으로 부활한 그의 기억과 경험을 중심으로 사랑과 죽음, 전쟁과 진실의 세계를 그렸다. ‘죽음의 철도’라고 불리는 미얀마 철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기 위해 만든 415㎞의 철도로 군인과 전쟁물자 수송을 위해 건설됐다. 지옥과도 같았던 철도건설 현장의 풍경과, 여기서 살아남은 생존자와 전범이 무감각하게 영위해 나가는 일상의 풍경이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 준다. 작가는 일본군 전쟁포로로 이곳 현장에 동원됐던 아버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역사학을 전공한 작가는 전작에서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영혼을 탐색하는 깊이 있는 작품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함께 출간된 ‘굴드의 물고기 책’ 역시 19세기 영국의 식민지이자 유형지였던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가혹한 현실에 몽환적 기억을 더한 환상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윌리엄 뷜로 굴드(1801~1853)는 영국에서 태어나 위조를 일삼다 태즈메이니아에 유배된 화가다. 그가 태즈메이니아에 갇혀 사는 동안 그곳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그림으로 남겼는데 물고기 화첩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작가는 사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표정을 담고 있는 물고기의 그림에서 얻은 착상에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허구의 세계를 창조했다. 거리낌 없고 제멋대로인 굴드의 성격을 제외한 나머지를 작가가 새롭게 지어냈다. 소설 속 굴드는 밤마다 물이 차오르는 동굴 감옥에서 물고기를 그리면서 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써내려 간다. 영국 관리의 눈을 피해 나라를 세우려 하는 사기꾼 사령관, 죄수의 재능과 노역을 착취해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고자 하는 의사, 유형지의 실제 모습을 왜곡해 역사를 날조하는 서기 등 굴드가 만들어낸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역사와 환상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허물었다가 다시 포개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 작품은 2001년 출간 당시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수상하고도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듬해 앨리스 먼로의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이언 매큐언의 ‘속죄’ 등 쟁쟁한 후보작을 제치고 영연방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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