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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양호 일가 이번엔 불법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 의혹

    조양호 일가 이번엔 불법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 의혹

    현행법상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은 불법대한항공 현지 지사가 조직적 조달 의혹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필리핀 가사도우미들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위법성 논란을 낳고 있다. 현행법상 필리핀 가사도우미 고용은 대부분 위법인 데다 대한항공 필리핀지사가 가사도우미를 조직적으로 조달하는 데 관여했다는 취지의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25일 법무부 안팎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 비자)나 결혼이민자(F-6)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이들로 제한된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외국인 등이 아닌 이상 국내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3항은 누구든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지 않은 외국인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긴 고용주는 같은 법 제94조 제9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따라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한진 총수 일가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는 주장이 사실이고, 이들의 신분이 가사도우미 업무를 맡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가사도우미 관련 의혹이 제기된 만큼 출입국당국이 조사 등 확인 작업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자신을 대한항공 직원이라 소개한 누리꾼 등은 총수 일가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마음 편히 부릴 수 있는 외국인 자택 가사도우미들을 고용해왔고, 대한항공 필리핀지점이 이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총책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중기 서울시의원 “서울광장 연140회 행사... 시민쉼터 기능 못해”

    성중기 서울시의원 “서울광장 연140회 행사... 시민쉼터 기능 못해”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성중기 의원(자유한국당, 강남1)은 연일 계속되는 행사로 쉴 곳을 잃은 서울시민과 관광객에 대해, 그리고 잔디밭 유지보수에 낭비되는 예산에 대해 지적했다. 서울광장은 지난 2004년 5월 1일부터 시민에게 개방되어 시민의 건전한 여가활동과 문화생활 향유, 공익적 행사진행을 위해 시청 앞에 놓여있던 분수대를 헐고 주변을 다듬어 개장했다. 하지만 성중기 의원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광장의 행사개최 현황 및 개최된 행사내용을 보면 기존 서울광장의 목적은 찾아 볼 수 없다”며 “시민의 쉼터로서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최된 행사 중 몇몇 행사는 대다수 시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 행사로 행사개최 허가에 대해서도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지난 5년간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행사는 총 699건으로 연평균 140건이며 연간행사일수는 총 1,283일로 연평균 257일로 나타났다. 일반 시민과 관광객이 서울광장을 여가 및 쉼터로 쓸 수 있는 날은 100일 내외로, 이마저도 광장이용이 어려운 혹한기나 혹서기를 제외하면 50일 내외 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행사로 인해 노후 된 잔디교체 및 유지보수로 매해 약 1억원의 예산이 계속적으로 투입되었으며, 특히 올해의 경우 그간 무상으로 제공되어오던 잔디가 아닌 약 1억2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구매해온 잔디로 유지보수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2배 이상의 예산이 투입 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이번 남북정상회담 표현을 위한 상징물 설치를 한다는 명목으로, 식재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새 잔디를 거두고 꽃 조형물을 심는 등 3중 예산낭비로, 공무원 사내게시판에도 예산낭비에 대한 불만의 의견이 팽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성중기 의원은 “지금의 서울광장은 당초 서울광장의 개장목적인 시민의 여가활동과 문화생활 향유와 같은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서울시와 몇몇 단체의 홍보의 장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하며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과 당초목적의 달성을 위해 서울광장의 사용신청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심사하여 서울광장은 시민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8살 무슬림 소녀 성폭행’ 인도, 시위 막으려 인터넷도 차단

    ‘8살 무슬림 소녀 성폭행’ 인도, 시위 막으려 인터넷도 차단

    인도에서 잔혹한 성범죄 및 2차 피해와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인도 정부가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발화점이 된 것은 올해 초 벌어진 8세 무슬림 소녀의 성폭행 및 살해사건이었다. 이 소녀는 잠무-카슈미르주에서 힌두교 주민 남성 최소 3명에게 고문·강간당한 뒤 살해됐으며, 해당 사건은 국민적 공분으로 확산돼 범인을 처벌해야 한다는 전국적 촛불시위로 번졌다. 수사에 미온적이던 경찰은 무슬림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 끝에야 제대로 된 수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힌두교 주민들이 무슬림 유목민을 해당 지역에서 쫓아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내고, 주 정부 공무원과 현직 경찰관 등 8명을 최근 체포했다. 이 사건은 ‘강간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 인도에서 정치적·종교적 문제까지 가세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무슬림들은 이 사건이 힌두교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무슬림이 얼마나 박해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내용의 시위가 격렬해지자 힌두교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힌두교도는 경찰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에도 이들을 막아 세워 논란이 됐다. 사건이 발생한 잠무-카슈미르주가 다양한 시위의 중심이 된 가운데, 최근에는 인도 정부가 이곳의 인터넷 사용을 완전히 금지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고 AF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정부는 몇 시간동안 해당 지역의 인터넷을 끊은 것은 것에 대해 “시위와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소문을 막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검색어 등을 차단하는 소극적인 조치가 아닌, 인터넷 사용 자체를 금지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는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한편 현지시간으로 21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를 소집해 12세 이하 아동에 대해 성폭행 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소 20년 이상 징역에 최고 사형까지 내릴 수 있는 행정명령을 통과시켰다. 특히 12세 이하 아동을 다수의 성인이 집단 성폭행할 경우에는 최소 형량을 무기징역 또는 사형으로 정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죽을 날만 기다려요” 김효진이 본 개 농장의 진실

    “죽을 날만 기다려요” 김효진이 본 개 농장의 진실

    “평생 뜬장(사육시설)에서 음식물쓰레기 먹으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배우 김효진이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식용 개 농장을 찾은 자리에서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이날 동물권단체 케어와 함께 개들을 구조하던 김효진은 참혹한 상황을 마주하자 눈물을 보였다. 김효진은 “보는 건 정말 힘들지만, (참담한) 실상을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동행 이유를 말했다. 이어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도, 사람들을 보면 좋아서 꼬리를 흔든다”고 농장의 잔인한 현실을 전했다. 케어는 생각보다 열악하고 처참한 농장 환경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현장의 개들은 새끼부터 대형 개까지 수많은 개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었다. 특히 극심한 고통을 주는 피부병 옴이 농장에 퍼진 상태였다. 케어는 이날 20여 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케어는 “2018년은 케어가 개식용 종식의 원년으로 삼은 해”라며 “엄연한 불법이며 동물 학대이자, 환경파괴를 일삼는 이 산업을 우리가 멈추게 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동참을 부탁했다. 한편, 케어는 김효진과 함께한 남양주 개 농장 구조 활동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 지난 18일 공개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4.19 혁명 도화선된 고교생 김주열의 주검

    4.19 혁명 도화선된 고교생 김주열의 주검

    올해로 58주년을 맞은 4.19 혁명은 한반도에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최초의 민주주의 시민혁명이었다. 까까머리 중고생들의 시위가 대대적인 전국 시위로 확산된 데에는 한 고등학생의 죽음이 큰 역할을 했다.4.19 혁명의 시작은 1960년 치러진 3.15 부정선거였다. 19일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자유당정권은 이승만 당시 대통령과 이기붕 국회의장의 당선을 위해 치밀한 부정선거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4할 사전투표, 3인조 또는 5인조 공개투표, 완장부대 활용, 야당참관인 축출 등 갖은 방법을 쓴 끝에 이승만 대통령 후보가 85%, 이기붕 부통령 후보가 7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부정선거가 자행된 선거일 밤 경남 마산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 8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다. 이를 제1차 마산의거로 부른다.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은 부정선거 반대시위를 공산당의 사주한 것 간주하고 강경 진압의 구실로 삼았다.마산 의거 당일 실종됐던 마산상고 학생 김주열의 시신이 한달여 만인 4월 11일 마산부두에 떠올랐다. 왼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였다. 형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김주열은 최루탄에 맞아 숨졌고, 경찰이 바다에 시신을 버린 것이다. 시신의 참혹한 모습을 본 마산 시민들은 분노했고 시청과 파출소를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마침내 4월 19일 서울시내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시내에서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발포로 이날 21명이 숨지고 17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주요 도시에 계엄령이 선포됐다.이승만은 4.19 시위에 따른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자 했으나 미국은 국무부 성명을 통해 4.19 시위를 부정선거에 대한 군중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발표해 이승만 정권을 압박했다. 학생들에 이어 교수들도 거리로 나섰다. 258명의 대학교수들은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여 4월 25일 14개 항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3.15 부정선거와 4.19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했다. 시위에는 국민학교에 다니던 어린이들도 참여했다.이승만은 다음날 시위대가 경무대로 다시 집결하자 하야 성명을 발표한다. 비슷한 시각 시위대는 파고다 공원에 세워진 이승만 동상의 목에 철사줄을 걸어 끌어내렸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권이자 독재 정권의 붕괴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27일 전남 함평나비대축제

    전남 함평군은 함평나비대축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함평엑스포공원에서 개최된다고 18일 밝혔다. 호랑나비 등 24종 20만 마리의 나비가 화려한 날갯짓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2400여종, 2만 4600여포기의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 다육식물관, 황금 162㎏으로 제작된 박쥐 조형물과 박쥐생태환경을 알 수 있는 황금박쥐 전시관 등을 만날 수 있다. ‘가축몰이 체험’과 ‘젖소목장 나들이’, ‘미꾸라지잡기’ 같은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함평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3색’ 제20회 함평나비대축제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3색’ 제20회 함평나비대축제

    올해 20주년을 맞이하는 함평나비대축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함평엑스포공원에서 개최된다. 호랑나비 등 24종 20만마리의 나비가 관광객들에게 화려한 날갯짓을 유혹한다. 이번 축제에는 33개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인기 있었던 살아있는 나비를 날리는 ‘야외나비날리기’는 올해도 진행된다. 나비모양 소원판에 소망을 적어 게시 후 바람에 날리는 행사가 새롭게 추가됐다. 아이들은 토끼·새끼 멧돼지 등 동물들을 열심히 쫓고, 부모들은 목청껏 아이들을 응원하면서 가족 간의 화합을 다지는 ‘가축몰이 체험’도 마련됐다. 온 가족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젖소목장 나들이’, ‘미꾸라지잡기’와 같은 인기 체험행사도 지난해보다 5일간 더 확대했다. 2400여종, 2만 4600여본의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 다육식물관, 황금 162㎏으로 제작된 박쥐 조형물과 박쥐생태환경을 알 수 있는 황금박쥐 전시관 등을 만날수 있다. 각종 생활유물과 모형을 통해 1960~1980년대 회생활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함평천지 문화유물 전시관이 새롭게 조성돼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20주년을 기념해 20번째, 20만 2020번째 입장객 이벤트도 운영해 기분 좋은 행운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도 운영한다. 평일 1~2개, 주말 3~4개의 공연이 축제장 곳곳에서 열린다. KBS 전국노래자랑과 중국 덩핑시 소림 무술공연, 이미자 특별공연, 대한민국 공군 ‘블랙이글스’팀의 7분여간 축하비행도 만날수 있다. 군 관계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갖춰져 봄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며 “나비대축제장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평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광장] ‘지상의 방 한 칸’이 사치인 청춘들/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상의 방 한 칸’이 사치인 청춘들/이순녀 논설위원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밖에는 바람 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잠이 오지 않는다.” 시인 김사인이 1987년에 발표한 시 ‘지상의 방 한 칸’이다. 이사 갈 걱정에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가난한 가장의 깊은 고뇌가 서늘하게 다가온다. 같은 해 먼저 나온 소설가 박영한의 동명 단편도 부동산 투기의 미친 바람이 전국을 휩쓸던 그 시절 방 한 칸을 찾아 떠도는 고단한 여정을 담고 있다.그로부터 30년, 세상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소공녀’를 보면서 착잡하고 암울했다. 집 얻기의 무거운 짐이 40~50대 가장에서 20~30대 청년들에게로 대물림된 서글픈 현실과 직면했기 때문이다. 일당 4만 5000원의 가사도우미가 직업인 미소는 월세 30만원짜리 방에서 산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인생이지만 담배와 위스키, 남자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하지만 월세 5만원 인상이 그의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빚 안 지는 게 인생 목표이고, 취향이자 기호품인 담배와 위스키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는 집을 포기하기로 한다. 제 몸보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하룻밤 잠자리를 찾아 지인 집을 순례하던 그가 마지막에 정착한 곳은 고층 빌딩이 바라다보이는 한강 둔치의 작은 텐트다. 영화의 영어 제목 ‘마이크로해비탯’(microhabitat)은 미생물이나 곤충 같은 미소(微小)생물의 서식지를 뜻한다. 주인공 미소가 ‘지상의 방 한 칸’을 얻지 못하고 내몰린 최후의 서식지가 텐트라는 사실이 가슴 시리다. 안다. 이건 픽션에 불과하다는 걸. 현실에선 담배와 위스키를 줄이거나 빚을 내서라도 오른 월세를 감당할 것이다. 텐트가 임시 거처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집이 될 순 없다. 그리고 사람은 집 없이 살 수 없다. 결혼도, 출산도 집이 없으면 어렵다. 공장에 다니며 웹툰 작가를 꿈꾸던 남자친구는 돈 벌어서 전셋집 구하면 그때 결혼하자며 사우디아라비아 근무를 자원해 떠난다. 1970년대 ‘내 집 장만’을 목표로 중동으로 향했던 부모 세대를 연상케 하는 청춘의 열악한 현실이 마치 지독한 풍자극 같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0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1인 가구는 187만 가구(전체 가구의 11.3%)다. 이 가운데 63%가 월세살이다. 평균적으로 매달 30만~40만원의 월세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서울·수도권과 부산에 거주하는 1인 주거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월세가 8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평균 보증금은 2066만원, 월 임대료는 35만원, 총생활비는 90만원이었다. 이들은 주거비의 70% 정도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영화 속 미소와 같은 막다른 처지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일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가뜩이나 취업대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인데 삶의 터전마저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한다는 건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각박하다. 도심 역세권에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싼 민간 임대주택을 지어 19~39세의 사회 초년생, 대학생,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청년임대주택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집값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5평짜리 빈민 아파트”라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래도 청년임대주택을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원룸 임대료 비싸게 받으려고 기숙사 신축을 막는 대학 인근 주민들의 이기주의도 안타깝다. 집값이든, 임대료든 재산권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은 생존이 걸린 일이다. ‘지상의 방 한 칸’을 사치로 여기는 청춘들이 많은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그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되는 이유다. coral@seoul.co.kr
  • ‘보이스2‘ 이진욱-이하나-이승영 감독, 최강 군단 “환상 호흡 기대”

    ‘보이스2‘ 이진욱-이하나-이승영 감독, 최강 군단 “환상 호흡 기대”

    장르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OCN 오리지널 ‘보이스’가 이진욱-이하나 주연, 이승영 감독 연출의 더욱 강력해진 시즌2로 돌아온다.장르극의 명가 OCN이 또 한번 브라운관을 들썩이게 할 OCN 오리지널 ‘보이스2‘(극본 마진원, 연출 이승영, 제작 콘텐츠케이)를 오는 하반기에 선보인다. ‘보이스2’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센터 대원들이 잔혹한 범죄와 맞서 싸우는 치열한 범죄와의 기록을 그린 소리추격 스릴러 드라마다. 지난 2017년 1월 방송한 ‘보이스 시즌1은 평균 5.7%, 최고 6.3%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내며 장르물 역사를 새롭게 썼다. 시청률뿐 아니라 ‘보이스’는 최초 범죄 신고가 들어오는 112신고센터가 더 이상 경찰조직의 변방이 아닌, 24시간 365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초동수사의 중심이 되는 부서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오는 하반기 첫 방송하는 ‘보이스2’는 더욱 강력해진 112신고센터 골든타임팀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추격하는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릴 예정이다. 먼저 ‘보이스2’의 남자주인공으로 배우 이진욱이 확정됐다. 이진욱은 ‘보이스2’에서 범인의 머리로 현장을 보는 팩트폭력 형사 ‘도강우’를 연기한다. ’보이스2‘의 여자주인공 ’강권주‘ 역에는 시즌1에 이어 배우 이하나가 활약한다. 강권주는 원칙과 감성을 적절히 안배해 골든타임팀 팀원들을 통솔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여장부다. 시즌1에서 강권주는 112신고센터 내 골든타임팀을 만들고 4년 전 자신의 부친을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아내를 잃은 진혁(장혁 분)과 공조한 후 체포에 성공했다. 제작진은 “다부지고 강단 있는 체격에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도강우 캐릭터에 배우 이진욱이 가장 적합했다. 탄탄하고 깊이 있는 연기력을 갖춘 이진욱이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면서도 남모를 비밀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도강우의 다양한 매력을 120% 끌어내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자부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이어 “강권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시즌1을 성공적으로 이끈 배우 이하나가 시즌2에서도 활약을 이어간다. 이진욱과 이하나가 만들어 낼 환상의 호흡을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보이스2’의 연출은 이승영 감독이 맡는다. 이승영 감독은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 ‘실종느와르M’ 등을 연출하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해왔다. 극본은 ’보이스‘를 탄생시킨 마진원 작가가 시즌2도 이어 집필한다.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마진원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묵직한 메시지에 다시 한 번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OCN 오리지널 ‘보이스2’는 오는 하반기에 첫 방송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쓰레기 분리수거 유감

    [노주석의 서울살이] 쓰레기 분리수거 유감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 4년차다. 부부 동반 친구 모임에서 얘기를 꺼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너나없이 도우미로 뛰고 있었다. 연차도 오래됐고, 일반 쓰레기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와 청소, 설거지까지 폐기물 관련 영역을 능란하게 아우르고 있었다. 가사 분담의 신풍속도라 할 만하다. 엄마 중심 가정 권력구조 앞에 아빠의 체면치레는 무력했다. 번듯할수록 모범생이었다. 한 기업체 임원은 야근이나 회식 중 “분리수거하러 간다”면서 자리를 뜨는 부하 직원의 흉을 봤다. 전업주부 여부와 무관하게 엄마와 아내는 폐기물 처리 영역에서 손을 뗀 듯하다. 쓰레기 재활용과 음식물 분리수거는 아빠와 남편 담당으로 자리 잡았다. 종량제봉투 버리기와 일반쓰레기 분리수거는 주례행사였지만, 앞으로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라는 일일행사의 혹이 하나 더 붙을 것 같다는 꺼림칙한 느낌이 음습했다. 분리수거 날 현장을 유심히 관찰해 본 결과 엄혹한 현실을 재확인했다. 아빠 도우미 일색이었다. 간혹 연세 지긋한 할머니나, 미혼 직장 여성이 드문드문했고, 감독관 역할의 엄마 도우미가 가뭄에 콩 나듯 눈에 띌 뿐이다. 이 땅에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된 1995년 이후 20여년 만에 쓰레기 뒤처리는 ‘남자 일거리’로 정착됐음을 선언해야겠다. 지난 3월 마지막 주 목요일 분리수거의 날 경비원으로부터 새로운 수거 요령 시범이 있었다. 4월부터 스티로폼, 더러운 비닐류와 음식물 포장용기는 분리수거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얘기였다. 그런 뉴스는 들어 본 적이 없기에 의아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도 수거 가능, 불가능 사례가 적시된 안내물이 나붙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잣말로 구시렁거렸다. 4월에 접어들자 ‘쓰레기 대란’ 뉴스가 지면과 전파를 도배했고, 관계 당국의 무대책과 늑장 대응을 꾸짖었다. 정부도 지난해 7월부터 예고된 사태에 대비 못 한 잘못을 시인했다. 이 때문인지 첫 주 분리수거는 어물쩍 그냥 넘어갔다. 두 번째 주 분리수거일 제대로 해 보려고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지만 퇴짜를 맞았고, 다음부터는 철저히 해 달라는 신신당부도 들었다. 부적격 재활용품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 폐기물관리법에 어긋나고, 걸리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게 골치 아팠다. 덕지덕지 붙은 포장지 및 테이프 제거와 각종 용기와 비닐 세척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집 안 청소보다 일이 더 많다. 짜증이 났다. 네덜란드의 생태학자 로프 헹거벨트는 ‘훼손된 세상’에서 인간이 소비한 쓰레기의 재앙을 고발했다. 쓰레기가 40억년을 이어온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이 됐다. 범위를 좁혀도 도시의 역사는 쓰레기에서 비롯된 각종 오염과의 전쟁사였다. 우리도 일찍이 청계천을 풍수명당의 자리에서 도시의 하수구로 끌어내리고 준천을 통해 하수구의 역할을 회복시킨 전력이 있다. 문제는 새 가사 분담을 떠안은 아빠와 남편들의 피로도 가중에 있다. 정책 당국자들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단순 생활영역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안팎곱사등이에다 만만찮은 가사 부담까지 짊어진 대한민국 남자 가장들의 피로도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임계점에 이르면 폭발하는 법이다. 청와대와 시장 관사에 살기 때문에 분리수거 현장에서 열외인 문재인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가장들의 부글부글 끓는 심정을 알기나 할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쓰레기가 이머징 이슈가 될지도 모르겠다.
  • 아버지를 찾아… 리비아의 비극과 마주하다

    아버지를 찾아… 리비아의 비극과 마주하다

    귀환/히샴 마타르 지음/김병순 옮김/돌베개/344쪽/1만 5000원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세상에 다시 호명해 내는 아들의 여정은 모천(母川)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귀환과 한가지다. 고통스럽고 고단할지라도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존재의 근원을 찾는 건 본능이기 때문이다. 책은 리비아 출신의 소설가 히샴 마타르(49)가 쓴 소설 같은 ‘실화’다. 주인공은 저자와 목격자들의 회상 속에서는 분명 살아 있는 올해 79세가 된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 정권에서 외교관을 지낸 자발라 마타르는 독재에 반대하며 저항 세력을 규합하는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로 변모한다. 자발라는 1990년 3월 12일 카이로에서 이집트 비밀경찰에게 체포된 후 리비아의 악명 높은 아부살림 교도소에 투옥됐다. 가족에게 세 통의 편지를 전한 그는 6년 뒤 아부살림에서 1270명의 정치범들이 학살당한 사건 이후 행방불명됐다. 작가는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카다피가 제거된 후 33년 만에 고국에 귀환해 아버지의 흔적을 수소문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왜 자신과 가족의 삶을 희생하면서 저항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 진실을 찾는다. 그 여정을 통해 작가는 참혹한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 리비아의 오래된 비극을 마주하며 사막에서 생존해 온 베두인족의 삶 자체가 저항과 투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작가의 가족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하메드 마타르가 이탈리아 식민통치에 항거했고, 아버지가 독재에 저항한 건 수많은 리비아인들의 선택이자 공동체의 비극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작가의 사촌 동생 하메드는 이 책이 집필되던 순간에도 시리아 반군에 지원해 참전 중이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찾았을까. 사실 그조차 아버지가 죽었다고 믿고 있다. 리비아로 귀환한 이유가 사라진 아버지의 존재만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독재 정권의 붕괴 이후에도, 아랍에 봄이 왔다가 갔다고 떠들어 댈 때도, 그리고 극단적인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봉기해 시리아 학살이 자행되는 현재에도 곳곳에 혈흔이 배어 있는 리비아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마치 아버지가 보내 온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온 ‘깊은 구덩이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울음소리’처럼. 저자는 독재 치하 리비아의 현실을 다룬 소설 ‘남자들의 나라에서’로 200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지난해 미국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으로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잔혹한 노예선…그건 지하감옥이었다

    잔혹한 노예선…그건 지하감옥이었다

    노예선/마커스 레디커 지음/박지순 옮김/갈무리/488쪽/2만 6000원‘줄지어 늘어선 고통은 예술품처럼 박제되어/습하고 더러운 연기를 들이쉬며 누워 있다/피의 이슬이 맺힌 딱딱한 바닥/관절이 쓸려 곧 고통이 찾아와도/괴로움에 눌려 억센 판자에 웅크리고 앉아/그저 나아간다- 그 안의 이야기는 너무나 비참하구나!’ 1770년대 노예선 선원이었던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가 목격한 노예의 삶이다. 노예들은 간신히 몸만 돌릴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허용된 하갑판에서 열여섯 시간 이상을 보내야 했다. 숨 막힐 듯 다닥다닥 누워 있었던 그들은 관 속에 든 시체와 다름없었다. 손목과 발목, 목에 채워진 쇠사슬은 자유를 단단히 옭아맸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오직 잔인한 폭력과 끊임없는 노동, 질병만이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탓에 그저 죽기만을 바라던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스탠필드가 노예선을 ‘떠다니는 지하 감옥’으로 부른 이유다.지금까지 알려진 노예 이야기는 신대륙에 끌려간 아프리카인들이 대농장에서 어떻게 학대를 당했는지, 농장 주인은 얼마나 잔인했는지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노동력의 지지대 역할을 했던 노예선과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배에 올라탄 ‘인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역사학자 마커스 레디커는 항해일지와 생존자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아메리카와 유럽, 아프리카 사이를 항해한 노예선에서 펼쳐진 격동의 삶을 재구성했다.15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1400만명이 노예가 됐는데, 서부 아프리카와 서인도제도 사이 노예무역 항로인 ‘중간 항로’에서 500만명이 사망했다. 산 채로 아메리카 대륙에 ‘배송’된 ‘검은 상품’은 900만~1000만명이었다. 노예선에서 폭력은 예사였다. ‘나무로 된 세계’의 최고 권력자인 선장들은 끝에 매듭이 달려 아홉 가닥으로 갈라진 구교모 채찍을 수시로 휘둘렀다. 노예만큼 약자였던 선원들은 선장한테 당한 폭력의 화풀이를 노예들을 향해 잊지 않고 해댔다. 노예선 생활을 견디다 못한 어떤 노예들은 음식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차라리 곡기를 끊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탓이다. 상품으로서의 가치 때문에 노예들의 건강관리에 민감했던 선장은 선원들을 시켜 막대기, 깔때기 등을 이용해 노예들의 목구멍에 강제로 음식을 쑤셔 넣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생을 위협하는 온갖 폭력 앞에서도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온 노예들은 배 안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했다. 서로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지만, 노래로 하나가 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회한과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공유했다.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참혹한 삶을 견뎌 나간 것이다. 항해의 끝자락, 백인 주인에게 팔려나가는 고통보다 이들을 더욱 괴롭게 한 건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관계의 상실이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끝내 노예들을 지탱한 건 ‘인간’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인종 차별, 해결 곤란한 빈곤, 깊은 구조적 불평등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모두 대서양 자본주의의 노예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적었다. 오늘날 세계 곳곳의 자본주의 바다 위에서 여전히 항해 중인 ‘노예선’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기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공범 서로 네탓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공범 서로 네탓

    막바지 책임 떠넘기기에 항소심 결심 1주 미뤄져 지난해 3월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항소심 피고인 신문을 통해 범행이 이뤄진 경위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 심리로 열린 13일 오후 열린 김모(18)양과 박모(20)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는 변론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앞두고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먼저 신문을 진행한 공범 박씨는 “김씨에게 실제 살인을 지시하거나 신체 일부를 가져오라고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그는 김양의 살인을 지시·방조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평소에 김양이 잔인한 이야기를 많이 주도했고, 살인에 대한 언급을 자주해서 그만하라고 하기도 했다”며 김양이 범행 이전부터도 잔혹한 것에 관심을 보이는 등 폭력적 성향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역할 놀이를 하며 알게 된 사이로, 박씨의 변호인들은 김양이 범행 이전부터 잔혹한 성향의 캐릭터를 설정해 살인이나 폭행 등 잔인한 행동을 캐릭터에게 부여하는 것을 즐겼고 결국 이를 현실화해 범행이 일어난 것이라고 재판 내내 주장했다. 박씨는 김양이 범행 이후 자신에게 A양의 신체 일부를 선물이라며 갖다준 것에 대해서도 “모형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생각을 안 하고 집에 와서 서랍에 넣어두었다”면서 “그날 밤 인천에서 초등생이 살해됐다는 기사를 보고 김양이 범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범행 전에 김양에게 사람의 신체 일부를 가져다 달라고 말한 이유도 “김양이 먼저 사람의 장기를 갖게 된다면 뭘 갖고 싶냐고 물어서 대답한 것”이라며 자신의 지시가 없었음은 물론 김양의 범행 의도나 과정도 전혀 모른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범인 김양은 “박씨에 의해 자신의 인격이 조종당했고 박씨의 지시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박씨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두 가지 종류의 인격이 형성된 듯 했고, 그 인격이 박씨의 조종을 받아 본래 자신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김양의 변호인은 재판에 출석해 김양을 지켜본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토대로 “이번 사건 이전에 폭력석 성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폭력적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없었다”면서 “박씨를 만났을 때 의식이 흐려졌고 우울증이 개선되는 등 박씨가 김양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씨와 만나게 된 캐릭터 커뮤니티는 대중적인 게임을 즐겼으며, 캐릭터에게 부여한 설정이 살인을 할 만한 폭력성을 띤 것도 아니라고 박씨 측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오후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을 갖고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결심공판에서는 검찰의 최종 의견과 구형, 변호인의 최후 변론과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을 듣게 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평창 하늘 지킨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평창 하늘 지킨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강원도 평창에서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개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인 만큼, 세심한 행사준비와 함께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불상사에 대비해 우리 군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계 작전을 실시했다. 특히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항공기 납치에 의한 동시 다발적인 자살테러가 발생한 이후,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공중으로 침입을 기도하거나 침투한 공중 세력을 탐지 및 식별 그리고 요격하는 방공작전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극한의 환경에서 평창의 하늘을 지키다 평창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천궁 포대는 작년 9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지원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 천궁은 우리 손으로 만든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2000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2016년부터 실전 배치되었다. 7개월간 실시된 방공작전에서 천궁은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지대에 배치되는 지대공 미사일의 특성으로 인해, 천궁이 전개한 지역은 영하 20도의 기온은 다반사이고 거기에 초속 25m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체감온도가 영하 40도 혹은 50도에 달했다고 한다. 여기에 폭설까지 더해져 하루 평균 적설량이 50cm를 기록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천궁을 완벽하게 유지 관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가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대부터 국산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에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천마를 시작으로 1990년대에는 한국형 휴대용 대공 미사일인 신궁을 개발했다. 그러나 공군 방공 무기의 정점에 서있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미국의 호크(HAWK: Homing All the Way Killer)를 사용했다. 호크는 1960년대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오랜 기간 서방세계를 대표하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국인 미국은 2002년 미 해병대를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호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퇴역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두 차례 성능개량을 실시해 사용했지만, 고도화되는 미래의 방공위협에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2000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호크를 대체할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하게 된다.  러시아 기술이 들어가다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지만 기술의 장벽은 높았다. 결국 러시아 기술이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에 녹아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1년 당시 소련에 경협차관 3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총 14억 7000만 달러를 제공하였으나, 당시 러시아의 사정으로 상환을 미루는 바람에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협상을 벌여 1993년까지 만기가 도래한 4억 5000만 달러를 1998년까지 돌려받기 위하여 현물상환에 합의하였고 러시아 무기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일명 불곰사업이다. 불곰사업으로 우리 군에 T-80U 전차와 BMP-3 장갑차도 들어왔지만 러시아의 무기 기술도 상당부분 들어왔다. 특히 러시아는 지대공 미사일 기술에 있어서 미국과 1, 2위를 다투는 국가였다. 러시아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판 사드로 알려지고 있는 S-400을 개발한 알마즈-안테이(Almaz-Antey)사는, 당시 한국으로의 기술 수출 덕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다기능레이더와 콜드런치 천궁은 10년 간의 탐색개발과 체계 개발을 통해 완성되었다. 탐색개발단계에서는 M-SAM으로 불렸고 체계개발 당시에는 철매-Ⅱ로 알려졌다. 천궁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다기능레이더와 콜드런치가 손꼽힌다. 다기능레이더는 한 개의 레이더로 표적탐지와 추적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적군과 아군을 식별한다. 천궁은 호크와 달리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을 사용한다. 즉 미사일 자체에 소형 추적 레이더를 갖춰 목표물의 예상 비행경로를 알려주면 스스로 날아가 격추시키는 것이다. 다기능 레이더는 미사일에 목표물의 예상 비행경로를 알려주는 유도 기능도 수행한다. 이밖에 미사일은 콜드런치로 발사된다. 콜드런치란 발사관에 내장된 가스 발생기를 사용하여 미사일을 일정 높이 이상으로 쏘아올린 후 공중에서 미사일의 추진기관을 점화하여 비행시키는 방식이다. 다기능레이더와 콜드런치의 핵심기술은 비록 러시아에서 들여왔지만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더해져 정밀성과 안전성이 대폭 증대되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IG 넥스원 포함 협력업체 수백 개 종사자는 수천 명 천궁은 다기능레이더, 교전통제소, 발전장비, 미사일 적재기, 발사대 수대가 한 개 포대를 구성한다.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 기술이 적용된 다기능레이더는 360도로 회전하며 최대 80여km 고도 10여km 떨어진 공중 목표를 탐지할 수 있으며, 40여개의 목표물을 추적하고 이 가운데 수개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다. 발사대에는 8발의 미사일이 탑재되며 미사일은 마하 5의 속도로 비행한다. 미사일 한 발당 가격은 15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천궁의 체계종합을 맡고 있는 LIG 넥스원은 교전통제소 및 미사일의 탐색기, 유도조종장치등을 포함한 미사일의 생산을 맡고 있으며, 이밖에 다기능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그리고 차량은 기아자동차가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협력업체는 수백 개가 연관되어 있고 이와 관련된 종사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국산무기 지난 2012년부터는 천궁 성능개량 사업인 철매-Ⅱ 개량형(PIP) 진행되고 있다. 철매-Ⅱ 개량형은 천궁과 함께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무기체계이다. 천궁과 달리 적의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되었다는 점이 큰 특징이며, 미국의 PAC-3 미사일과 같이 탄도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한다. 지난 2016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유사 무기체계 가운데 가장 최근 개발된 천궁은 최신기술과 소재 등이 적용되었고, 높은 명중률과 운용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호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운용중인 해외 국가들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과 문의를 받고 있다. LIG 넥스원은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 수출확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호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운용중인 해외국가는 10여 개국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김영남·최룡해 등 당·정·군 실세들 총집결… “전략 국가로 지위 올려”… 핵 보유 우회 과시

    김영남·최룡해 등 당·정·군 실세들 총집결… “전략 국가로 지위 올려”… 핵 보유 우회 과시

    비핵화·정상회담 언급 없고 ‘핵무력’도 직접적 거론 안 해 최고인민회의 정책 방향 등 처리 북한이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6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비상히 강화했다’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북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김 위원장은) 엄혹한 시련 속에서 그토록 짧은 기간에 당과 국가의 면모를 일신시키고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을 비상히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 “자체의 기술역량과 경제적 잠재력을 총동원하여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의 세 번째 해인 올해에 경제전선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 제끼며 사회주의문화의 전면적인 개화발전으로 문명강국건설을 적극 다그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상황과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가 이날 녹화해 방송한 중앙보고대회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박광호·리수용 당 부위원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장 등 당·정·군 실세들이 총집결했다. 하지만 비핵화 의지나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국을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적인 군사대국으로 빛내어 주시고 전략국가의 지위에 당당히 올려세우신 것은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께서 국력 강화의 길에 쌓으신 영구 불멸의 업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전략국가’는 미국을 상대할 핵 능력을 보유했음을 나타내는 우회적 표현으로, ‘핵 무력’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최근 북측이 핵 무력을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이날 열린 최고인민회의는 흔히 한국 국회와 비교된다. 지난해도 전년도 예산 결산, 당해 연도 예산 보고 및 승인, 내각의 사업 평가와 정책 방향 제시, 인사·조직 문제 등이 처리됐다. 하지만 북한 헌법상 규정된 이런 광범위한 권한과 달리 그간 최고인민회의는 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형식적 거수기에 불과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상국가화’를 표방하고 있다. 대외관계 정책 방향을 다룰 정도로 무게가 실린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그간 총 8회의 최고인민회의 중에서 지난해를 포함해 6번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남북 관계의 발전 방향과 북·미 대화의 전망을 분석, 평가하고 이후의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방향을 제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순직보다 ‘극단 선택’ 많은 소방관, 올해 채용부터 인·적성 검사 강화

    올해 소방관 채용시험에서 ’인·적성 검사’가 대폭 강화된다. 소방관 업무수행이 어려운 지원자를 미리 찾아내겠다는 취지다. 소방청은 올해 실시하는 소방공무원 신규채용 절차에서부터 인·적성 검사 범위를 기존 2개에서 4개 분야로 확대한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까지 인·적성 검사는 인성과 잠재능력 분야뿐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임상적 성격과 조직 부적응성 등 2개 분야가 추가됐다. 이에 따라 검사 문항도 서울시 소방공무원 시험 기준으로 300개에서 433개로 대폭 늘어난다. 임상적 성격검사는 지원자의 우울, 불안 등 심신장애 여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조직 부적응성 검사는 지원자의 반사회성과 비사교성, 공격성 정도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그간 현장에 투입된 소방공무원 가운데 일부가 적응에 문제가 있었다. 2008∼2017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 수는 78명으로, 같은 기간 현장에서 순직한 51명보다 많았다. 지난해 자살한 소방관은 15명으로 이를 인구 10만명당으로 환산하면 31.2명이다. 경찰의 20.0명보다 50% 이상 많다. 소방청 관계자는 “심리가 불안한 사람이 소방관이 돼 현장에서 참혹한 광경을 접하면 충격이 크다”면서 “시·도 소방본부에서 인·적성 검사를 강화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적성 검사 결과는 최종 합격 여부를 가르는 면접시험 자료로 반영된다. 소방청은 인·적성 검사 결과를 면접에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외부 면접관에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관련 교수들을 참여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 보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숨막히는 현실, 오지 않는 희망… 그래도 나아가라는 거장

    “자, 이제 가자.” “안 돼.”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아, 그렇군.” 바짝 마른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빈 무대에 허름한 점퍼를 입은 두 사람이 앉아 구두를 벗으려 애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는 고도가 올지 안 올지를 두고 대화한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인지, 왜 고도를 기다리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싱거운 대화만 몇 번이고 반복한다. 주인과 노예가 잠시 등장하고, 소년이 등장하여 고도가 그날은 오지 않고 내일도 오지 않을 거라고 알린다. 고고와 디디는 왠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린다. 두 사람은 무의미한 대화로 시간을 때운다. 1막에서는 고고가 가자고 하고, 2막에서는 디디가 가자고 한다. 쓸데없는 장난과 엉뚱한 대화를 듣는 관객이 왜 내가 여기 앉아 있어야 하나 고민할 때 막은 내린다.●파리로 온 작가·화가·철학자 1906년 4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 근교에서 태어난 사뮈엘 베케트(1906~1989)는 부유한 개신교 집안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 파리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1937년 파리 몽파르나스 언덕에 정착한 베케트는 이듬해 장편소설 ‘머피’를 발표했다. 1938년 1월 6일,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던 베케트는 소위 ‘묻지마 폭력’을 당한다. 모르는 청년이 느닷없이 그에게 칼을 휘둘렀던 것이다. 법정에서 범인이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하자 충격을 받은 베케트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인생을 숙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41년 파리에서 그는 조국도 아닌 프랑스 레지스탕스 친구들을 돕는다. 더블린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부잣집 아들이 어떻게 이런 위험을 결심했는지 모르지만, 1942년 동지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베케트는 시골 농장으로 피신하여 ‘와트’라는 소설을 썼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그는 집중해서 작품을 썼다. 우주의 인연이란 기이한 바, 베케트가 태어나기 5년 전 한 인물이 옆 나라에서 태어났다. 1901년 10월 10일 스위스에서 탄생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스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후기 인상파 화가였던 아버지 덕에 자코메티는 거대한 서가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자코메티는 10세 때부터 소묘와 그림을 그렸으며, 14세 때 동생 디에고를 모델로 처음 흉상을 만들었다. 18세 때 자코메티는 제네바 미술 공예학교에 들어갔다. 자코메티는 눈앞에서 몇 번의 죽음을 목격했다. 아이를 위해 제왕절개를 거부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어제까지 함께 베네치아 여행을 즐겼던 병든 할아버지 이야기도 황당하다. 아침에 깬 자코메티는 죽어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그때 자코메티는 깨닫는다. 죽음이란 늘 곁에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폭격으로 잘린 팔 등 그는 죽음을 목격하고 강제로 성찰해야 했다. 그의 예술은 죽음이라는 한계에서 탄생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도 파리에 있었다. 그 무렵에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파리에 있었다. 세 사람은 양차 대전을 모두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쟁의 비극으로 아수라장이었던 파리라는 공간을 작가 베케트, 화가 자코메티, 철학자 사르트르는 같은 시기에 체험했다. 세 거장은 죽음의 심연을 극복하는 실존주의 문학(베케트)-미술(자코메티)-철학(사르트르)의 연대를 보여줬다. 이후 1953년 1월 파리 몽파르나스 바빌론 소극장에서 초연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기다리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의 만남 나무 한 그루만 서 있는 텅 빈 무대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가 있다. 처음 이 연극을 보았을 때 홀쭉이와 빵빵이 같은 개그맨이 나와서 만담하는 줄 알았다. 노숙자 복장을 한 괴이쩍은 두 사람은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고도가 온다는 확신도 없이, 두 사람은 그저 기다리지만 고도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림 자체가 희망이다. 반세기를 기다렸건만, 고도는 오지 않고 다만 심부름꾼을 보낸다. 디디는 고도의 심부름꾼에게 “나를 만났다고 말해”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은 견딜 수 없는 시간을 버티기 위해 구두끈을 풀었다 다시 감기를 반복한다. 두 인물이 대체 몇 번이나 구두끈을 풀고 다시 묶는지 세어보다가 포기할 정도다. 어찌보면 이 한심한 방법이 아우슈비츠의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꿈꾸었던 생명들이 견뎌내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 전쟁이 아니더라도 삶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베케트는 고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영어 ‘신’(God)이 무의식에 있어서 절대자를 생각하고 썼을 수도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한다. 희망이란, 숨은 신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이 연극이 세계에 널리 알려진 배경에는 자코메티가 있다. 1961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하려 할 때 베케트는 자코메티에게 무대 디자인을 맡겼다. 두 거장은 밤새도록 나무 하나를 구부려도 보고, 꺾어도 보고, 부수고, 다시 세웠다. 목매달아 죽고 싶어도 매달리면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한 나무를 구상했다. 나뭇잎이 한두 개 달린 앙상한 나무를 석고로 만들어 마치 뼈다귀 같은 느낌을 줬다. 자코메티와 베케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만났다. 석고로 만든 이 나무 하나로 자코메티는 열매 맺을 수 없는 죽은 나무의 비극을 미니멀리즘 무대 양식으로 표현했다.베케트가 무대 디자인을 자코메티에게 부탁한 까닭은 자코메티가 1년 전인 1960년에 발표한 ‘걸어가는 사람’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품은 사진으로, 모작으로 하도 많이 봐 와서 별 감동이 없었다. 과연 저 삐쩍 마른 철사 같은 존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파리 퐁피두센터 5층에서 저 삐쩍 마른 이상한 작품이 몇 점 있어 한참을 봤지만, 부끄럽게도 모자란 서생은 철사인간의 깊이를 공감할 수 없었다. 뭔 뜻인지 몰랐다. 이번에 예술의 전당 전시회에서 이 작품 하나만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묵상하는 방에서 나는 사십여분을 응시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운명을 쏘아보는 듯 눈알이 크고 둥글었다. 원효의 눈부처를 보듯, 저 둥근 눈에 내 눈을 겹쳐 놓으니 가슴이 떨렸다. 대지를 버티는 두툼한 발, 해골 같은 머리를 촬영하면서 저 철사 같은 인간을 내 삶에 전이시켜 보았다. 183㎝ 키의 철사인간을 자코메티는 비정상적으로 늘어뜨리고 불필요한 것은 다 덜어냈다. ‘덜어냈다’는 표현이 대단히 중요하다. 죽음을 곁에 둔 인간이 덕지덕지 무엇을 품고 걸을 필요는 없었다. 자코메티 이전의 화가들은 ‘본 것’을 만들려 했지만, 자코메티는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 동양철학에 깊이 영향을 받은 자코메티는 쓸데없는 것을 다 덜어낸 인간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는 선배 화가 피카소를 향해 엄청난 말도 했다. “난 피카소가 예술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천재더라.” 자코메티의 말은 무서운 자세를 보여준다. 예술은 명성이나 기술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사상에서 탄생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피카소는 기술로만 그리는 천재(기술자)일 뿐, 사상을 가진 예술가는 아니라는 비판이다. 나는 피카소와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라는 자코메티의 생각은 사뮈엘 베케트의 정신과 만난다. “우리는 왜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걸까요?” “그건 말이야, 인간이 더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인간을 만든 베케트처럼, 자코메티는 걸어가는 인간을 말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순간을 경험한다. 비록 이것이 하나의 환상 같은 감정일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나가야 한다.”●걸어가는 고도가 만든 실존주의 철학 희망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음이 앞에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기다리는 주인공은 베케트 자신이었다. 동지들이 죽어가는 전쟁 속에서 레지스탕스로 숨어 지내면서 그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고독을 벗하며 쓰고 또 쓰면서 사망 전까지 그는 매년 작품을 발표했다. 자코메티, 베케트, 사르트르는 인간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절망하지 않고, 걷는 인간, 기다리는 인간, 실존주의 철학을 만들어냈다. 그들에게 파리는 창조의 공간인 동시에 죽음을 체험하게 한 공간이었다.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두 등장인물의 모습은 요즘도 파리에 많은 집시, 난민, 노숙자의 모습이다. 젊은 시절 나치를 피해 도망쳐야 했던 베케트와 자코메티가 한때 저런 처지가 아니었을까.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삶 자체는 무의미요, 전쟁의 아수라와 유사하지 않은가. 세 사람은 뜬구름 잡는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살을 유도하는 염세주의를 자극하지도 않았다. 숨막히는 현실에서 오지 않는 희망을 기다리는 세 거장의 자세는 운명을 견디는 잔혹한 낙관주의라 할 수 있겠다. 이 땅에서는 식민지의 어둠 앞에서 쫄지 말고 “눈 감고 가라”고 했던 시인 윤동주, 독재 시대에 아마득한 혁명을 꿈꾸었던 시인 김수영, 제주도에서는 4·3의 비극에 숨죽이며 지금까지 많은 눈물을 삼켰던 이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저 철사인간이 바로 내 모습,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여 눈시울이 뜨끈해진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베케트는 금욕적인 수도승처럼 살았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글쓰기와 연출에만 전념했던 그는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자코메티와 함께 잔혹한 낙관주의를 가르쳐 준 베케트는 1989년 12월 22일에 조용히 고도가 있는 곳을 찾아 까마득한 여행을 떠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CSI 요원 20%,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심각

    사건 현장 연상·대리 외상 호소 참혹한 범죄 현장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경찰 과학수사(CSI) 요원 10명 중 2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선미 광주경찰청 검시조사관은 지난 7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경찰의 직무스트레스와 마음건강관리’ 세미나에서 1년 이상 근무한 CSI 요원과 검시조사관 226명을 대상으로 PTSD 수준을 조사한 결과 45명(19.9%)이 고위험군 기준점인 25점을 넘었다고 밝혔다. 45명의 PTSD 정도는 평균 39.38(±12.47)점으로 저위험군(181명, 80.1%)의 평균치인 7.30(±6.42)점보다 무려 32.08점이 높았다. CSI 요원 등이 호소하는 PTSD 중에는 끔찍한 사건 현장 등 장면이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침습’ 증상이 평균 4.00(±4.17)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관련 대화 등을 꺼리는 ‘회피’가 3.93(±5.02)점, 수면장애·정서적 마비 3.25(±3.23점), 자극에 과민 반응하는 ‘과각성’ 2.51(±3.93)점 순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면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경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대리 외상’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류경희 서울강서경찰서 경감은 전국 피해자 전담 경찰관 227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44.9%가 ‘귀가할 때 꼭 뒤를 돌아본다’, ‘피해자의 고통이 느껴져 마음이 우울하고 불편하다’, ‘죽음이란 게 이렇게 가깝구나. 눈 감으면 떠오르고 어른거린다’ 등의 심리적 변화를 호소하는 등 높은 수준의 대리 외상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에휴...4살짜리 아이는 세상을 알기도 전에...”

    “에휴...4살짜리 아이는 세상을 알기도 전에...”

    “에휴...4살짜리 아이는 세상을 알기도 전에...” “복지 사각지대 진짜 아직도 변한게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이혼한지 삼년차 아이둘을 키우고 양육비 한푼 못받고 한부모 가정헤택도 거지같은 이유로 안되고 있네요. 없는 서민들에게는 가혹한 원리원칙 있는 자들이 뇌물을 주거나 향응을 제공함 무사 통과이고 참 아직도 멀었네요” “좀더 스마트하게 실태조사하자...공공요금이 몇개월간 거의 제로면 잠재적 극빈층 리스트에 전산적으로 자동으로 올려 차근차근 검증하는 식으로 ....it강국이라면서 이런것도 못하니... 국민들의 호주머니 터는 일엔 it강국이고...” “아기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아기 먼저 보내고 엄마가 덮어준건지.. 그곳에선 세가족 알콩달콩 잘 지내시길” 남편 사망 이후 빚 독촉 등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여성이 네살짜리 딸과 함께 숨진 지 두달여 만에 발견됐다는 소식에 8일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들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개정한 맞춤형 급여 제도를 2015년 7월 시행했으나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 18분쯤 충북 증평군 모 아파트 4층 A(41·여)씨의 집 안방에서 A씨와 그 딸(4)이 침대에 누워 숨져 있었다. 아파트 침대 위에 있던 딸은 이불을 덮고 있었고 A씨는 그 곁에 누워 있었다. A씨 모녀의 사망은 4개월 전부터 관리비 연체가 계속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의해 확인됐다. 이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도무지 연락이 안 됐다”며 “장기간 (아파트 관리비를) 연체한 것이 이상해 아파트를 찾아갔으나 문이 안 열려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 상태 등을 고려해봤을 때 모녀가 적어도 두 달 전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도 수도사용량이 지난해 12월부터 0으로 표시돼 있었다. 경찰조사결과, A씨의 비극은 지난해 9월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심마니 생활을 하던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A씨는 남편과 함께 갚아나가던 수천만 원의 채무를 혼자 떠안으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5만∼6만원 하는 월세는 물론이고 수도비와 전기요금까지 수개월치가 미납된 상태였다. A씨가 사는 아파트 우편함에는 카드 연체료와 수도요금·전기료 체납 고지서가 수북이 쌓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남긴 유서에도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남편을 떠나보내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A씨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A씨 모녀 사망 사건은 이번 2014년에 있었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비슷하다. 당시 서울 송파구의 지하에서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이 생활고 끝에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현금 70만원을 넣은 봉투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세모녀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축한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개정한 맞춤형 급여 제도를 2015년 7월 시행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드러나듯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사례는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증평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A씨가 우리 군에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복지 취약 계층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민단체 빈곤사회연대는 지난 2월 23일 ‘송파 세 모녀 4주기 추모제’를 복지행정의 맹점을 비판한 바 있다. 이 단체는 “복지 대상자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송파 세 모녀의 죽음으로부터 4년이 지나고 정권도 바뀌었지만, 복지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제, 뭐라도 좀 해야지 않겠나…” 세월호 헌정 영화 ‘눈꺼풀’ 예고편

    “이제, 뭐라도 좀 해야지 않겠나…” 세월호 헌정 영화 ‘눈꺼풀’ 예고편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이해 개봉하는 영화 ‘눈꺼풀’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눈꺼풀’은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로 전 세계 언론과 평단에 깊은 울림을 선사한 오멸 감독의 신작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한 뒤, 3일간 밤잠을 설치고 3일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해 연출한 작품이다. 공개된 예고편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미륵도에 선생님과 함께 도착한 학생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한 학생이 “선생님, 여기 왜 온 거예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 미륵도에 들른 영혼에 따뜻한 떡을 만들어 주는 노인이 “이제, 뭐라도 좀 해야지 않겠나…”라고 말하는 장면은 참혹한 참사 이후, 변하지 않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오멸 감독은 “모두가 잠 못 이루던 2014년 4월, 희생자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간절함에 카메라를 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오 감독은 “배는 뭍으로 올라왔지만 아직까지 속 시원한 해결이 없다. 희생자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계셨으면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사회적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영화 ‘눈꺼풀’은 오는 4월 12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85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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