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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이란 증오의 70년, 새 핵협정과 제재 해제 갈림길에 서다

    미·이란 증오의 70년, 새 핵협정과 제재 해제 갈림길에 서다

    새해 벽두부터 중동에 전운이 뒤덮였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군 최고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서 미국 드론의 폭격을 받고 사망했다. 미군 전투기에 기지를 폭격당한 친이란계 민병대 지지 세력이 3일 전 이라크에 있는 미 대사관 점거를 시도한 데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이었다. 이란 종교도시 곰에 있는 잠카런 사원 꼭대기에 붉은 깃발이 올랐다. 순교의 피가 흐를 격렬한 전투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란의 ‘복수’ 의지 표명으로 치솟은 긴장감은 엉뚱하게 무고한 176명이 타고 있던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가 피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정부 시위로 가득했던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망으로 반미 시위가 휩쓸었다가, 여객기 피격으로 다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난장판이 됐다. 양국 간 긴장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국제사회가 체결한 핵협상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어 이란에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했고, 최악의 경제 궁핍에 처한 이란은 중동 곳곳에 구축한 시아파 민병대를 통해 미국과 동맹에 군사 압박을 가했다. CNN과 BBC의 보도에 따르면 증오의 역사는 약 70년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이 1953년 본격적으로 이란 내정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은 수백년간 수니파 이슬람 세력의 침략과 영국 소련의 수탈로 쇠약해져 갔다. 영국은 1900년대 초부터 ‘앵글로 이란 석유회사’를 통해 이란 석유 비축량을 통제해 왔다. 1951년 반외세 민족주의를 내세운 모하마드 모사데크가 민주적 지지를 통해 총리로 임명됐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석유 국유화 조치로 앵글로 이란 석유회사를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 조치는 중동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영국과 미국에 큰 타격을 줬다. 이에 영국과 미국은 이란에서 움튼 민주주의 싹을 밟았다. 영국은 이란 자금을 차단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53년 영국 첩보기관과 함께 이란 쿠데타를 부추겼다. 모사데크는 반역 혐의로 체포돼 3년을 복역하고 가택연금 상태로 여생을 보냈다.1909년 제헌 혁명으로 도입된 입헌정치는 쿠데타로 끌어 내려지고, 이란은 샤(페르시아의 왕)가 통치하는 왕정으로 되돌아갔다. 미국 덕분에 다시 정치 권력을 얻은 무함마드 리자 팔레비는 이란을 친미국가로 만들어 갔다. 현재 서방국가와 이란의 갈등 중심엔 ‘핵’이 있다. 그런데 이란 핵 기술을 처음 지원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과 이란은 1957년 민간 핵 협력에 합의한다. 미국이 이란에 기술과 자원을 지원하는 게 합의 골자다. 1970년대 미국 지원을 받은 이란은 핵 개발을 시작했고,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핵 프로그램의 토대가 됐다. 이란이 언제까지나 친미 노선을 가게 될 거란 미국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을 등에 업은 팔레비 국왕이 반대파와 국민을 탄압했다. 모사데크 계열의 민족주의 노선,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이슬람 노선, 무자헤딘 등 무장노선이 모두 반 왕정 전선에 뛰어들었다.결국 1979년 1월 팔레비 국왕은 미국 보호를 받으며 이란을 떠났다. 1964년 체포됐다 추방돼 터키, 이라크, 프랑스 등을 떠돌던 호메이니가 2월 귀국했다. 4월 1일 국민투표에 이어 그는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한다. 미국과 이란이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역사의 선을 넘게 되는 사건은 1979년 11월에 일어났다. 이란 학생들은 테헤란 미국 대사관을 습격해 인질 52명을 444일 동안 억류하며, 암 치료를 구실로 미국에 입국한 팔레비 왕을 이란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국교는 단절됐고 이후 공식적으로 결코 복원되지 않았다. 양국 사이 증오는 미국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더 깊어졌다. 이라크에서 집권한 수니파 사담 후세인은 자국민 65%에 해당하는 시아파가 옆 나라 이란의 혁명에 휩쓸릴 것을 두려워해 선제공격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지원했음에도 8년에 걸친 전쟁은 이란 승리로 끝났다. 당시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한 솔레이마니는 이 전쟁에서 커다란 전공을 세워 국민 영웅이 됐다.미국은 수십년째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은 앞에선 이라크를 지원하며 뒤로는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붙잡힌 미국인 석방에 이란이 도움을 줄 거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란이 실수로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에 세계가 황망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지만, 1988년엔 미국이 이란에 똑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선박과 무력을 주고받던 미국 군함 빈센호는 290명이 타고 있던 이란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시켰다. 미국은 실수라고 했지만 이란은 지금도 고의로 보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1997년 IRGC 내에서 해외 작전을 주도하는 엘리트 쿠드스 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때부터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등 시아파 지역에 국가 자산을 투입해 민병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이란 용병 역할을 하는 준군사조직들을 만들어 지원했다. 민병대들은 현재 10만여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중동에서 이란 대리군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비대칭전력(상대가 보유하지 못하거나 상대보다 월등히 많은 전력)이 됐다. 200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공동의 적’인 탈레반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미국을 뒤에서 은밀히 도와주던 이란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에 분노했다. 다음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에서 고농축 우라늄 흔적을 발견했다. 2005년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란은 국제사회와 핵 문제로 빈번하게 충돌했다. 수많은 제재로 이란은 경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수십년간 갈등 일로를 걸었던 두 국가 사이에 극적으로 온기가 돌던 때가 있었다. 2013년 취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9월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는 3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두 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 이란,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은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이 민감한 핵 활동을 자제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대가로 미국 등은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2017년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해 5월 JCPOA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고 이란에 다시 전면적 제재를 가했다. 양국 간 긴장의 골은 계속 깊어져 갔다. 특히 지난해 5~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은 외국 유조선 6척을 나포했다. 6월 이란은 호르무즈 상공에서 미국 드론을 격추시켰고 트럼프는 공습 명령을 내렸다 취소하기도 했다. 9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는데 국제사회는 이 역시 이란의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일련의 갈등과 긴장 고조는 자신의 서명으로 새 핵합의를 체결하려는 트럼프와 미국 제재로 경제 위기에 몰린 이란의 적대 행위로 요약된다. 지난 8일 이란의 우크라니아 여객기를 오인 격추한 뒤로, 유럽이 이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 탈퇴와 이란의 협의 이행 축소 조치로 흔들리는 핵합의 틀 안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합의 보존을 위해 분투하던 유럽이었다. 유럽 JCPOA 서명국들은 지난 14일 합의 유효성을 논의하는 분쟁조정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19일 영국과 프랑스 정상은 핵합의 계속 준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국을 연일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 비판에 몰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내릴 결정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형사처벌과 보호처분 사이…‘요즘 중1 범죄’ 어찌할까요

    형사처벌과 보호처분 사이…‘요즘 중1 범죄’ 어찌할까요

    2018년 촉법소년 7364명… 77% 4대 범죄 청소년 강력사건 발생 때마다 논란 반복“만 13세 범죄지능 높아… 처벌 강화 필요해” “범죄자 낙인만 찍혀 사회화 어려워진다”“2006년생 학생들을 엄중 처벌해 법의 무서움을 깨우치게 해야 합니다.”(2019년 9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중) 지난해 9월 경기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심한 폭행을 당해 코피를 흘리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가해자인 9명의 중학생은 피해자보다 한 살 많은 만 13세였다.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한다. 가혹한 집단 폭행을 한 소녀들이 처벌 대신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울분을 터뜨렸다. 분노는 국민청원으로 표출됐다. 하루 만에 20만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지난 15일 교육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며 촉법소년 논란이 뜨겁다. 죄를 지어도 벌하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만 14세였다. 독일법을 따른 영향이다. 다만 만 10~14세인 촉법소년은 구치소가 아닌 소년심사분류원에 송치되고, 법원에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 기준은 2007년 ‘만 12세 이상’에서 ‘만 10세 이상’으로 한 차례 개정됐지만 만 14세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보는 쪽에서는 만 13세면 형사적 책임을 지기에 충분한 나이라고 주장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요즘 13~14세는 이미 범죄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학습할 정도로 ‘범죄 지능’이 높다”고 말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7364명으로 2015년(6551명)보다 12.4% 증가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 중 살인과 강도 등 4대 강력범죄가 전체의 77%에 달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가해 학생의 경우) 이미 학교나 가정의 통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어 형사처벌을 강화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데 반대하는 이들은 ‘낙인 효과’로 소년범의 사회화가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교육적 접근을 먼저 고민해야 할 교육부가 엄벌주의를 주장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일탈 행동의 책임을 해당 학생에게만 묻는 것이 타당한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처벌만능주의”라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는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기에 앞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자 교수는 “(만 13세에 해당하는) 중학교 1학년에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학업 중단 가능성이 커질 텐데 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방안도 교육부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년법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곧 국가나 사회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독일에서도 여러 논쟁에도 만 14세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맨몸으로 추위 이겨 내는 바다 사나이

    맨몸으로 추위 이겨 내는 바다 사나이

    해군 특수부대 심해잠수사(SSU) 장병들이 1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만 일대에서 진행된 ‘혹한기 내한(耐寒) 훈련’에서 겨울 추위를 가르며 맨몸으로 뛰고 있다. 창원 뉴스1
  • “미슐랭 아닌 손님에 집중하겠다” 별을 버린 셰프들

    “미슐랭 아닌 손님에 집중하겠다” 별을 버린 셰프들

    “별 필요 없다... 가이드서 식당 빼달라” 소송 별 받은 식당 폐쇄, 점심 장사 뒤 영업종료도 르또르동블루 나오고도 고급 레스토랑 안 차려 ‘워라벨’ 중시 확산... 셰프도 일,가정 양립 추구 ‘미슐랭 스타’는 여전히 요리사에게 최고의 영예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1926년 발간하기 시작한 미슐랭가이드는 100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논쟁의 여지가 없는 힘을 갖게 됐다. 이 별을 받은 식당 미래는 보장된다. 미슐랭 스타는 수많은 스타셰프와 요리사 준비생들의 꿈이 됐다. 하지만 2017년 프랑스 요리사 세바스티앙 브라스는 다음해판 가이드에서 자신의 식당을 제외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엔 스웨덴 요리사 마그너스 닐슨이 2스타 식당 파비켄 문을 닫으며 “나는 지쳤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14일(현지시간) CNN은 요즘 미슐랭 스타를 잃었다고 가이드 측을 고소하는 요리사도 있지만, 오히려 가이드에 식당을 실었다는 이유로 고소하는 사례도 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유는 비슷하다. 미슐랭의 가혹한 평가 방식 때문이다.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20’에 전년도보다 낮은 등급으로 등재된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는 미쉐린 측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CNN에 따르면 어 셰프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별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식당을 제외시켜달라는 요청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미슐랭 가이드의 시스템은 잔인하고, 시험 역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다”면서 “요리사들은 1년 내내 언제 올지 모르는 심사자들을 기다리며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리사 근무 여건은 열악하다. 영국 조사기관이 2017년 런던 요리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시 요리사 3분의2 이상은 장시간 일하는 업계 문화가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51%는 과로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으며, 30%는 교대근무를 버티기 위해 술을 마셨다고 응답했다. 안 그래도 힘든데 불시에 찾아오는 미슐랭의 가혹한 평가에 대비하려다 보면 과로와 스트레스가 과중된다는 게 미슐랭의 노선에 등을 돌린 요리사들의 얘기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꼬르동블루 런던 분교에서 요리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에밀 미네브는 “미슐랭 별을 의식하며 일하다 보면 어느새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이런 인식이 젊은 요리사 중심으로 퍼지면서 세계 주요 요리학교를 나오고도 일부러 한적한 지역에 작은 가게를 차려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펼치려 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영국 웨일스의 미슐랭 1스타 식당인 체커스는 2018년 9월부터 아침과 점심만 판매하기로 했다. 1년 뒤 공동대표인 캐서린 프란시스는 당시 선택이 절대적으로 옳았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저녁 시간에 일을 하지 않는 게 얼마나 상쾌한지 알게 된 것”이라면서 “야근과 젊은 가족은 너무 까다로운 조합”이라고 말했다.런던에 사는 일본계 브라질 요리사 루이스 하라는 르꼬르동블루를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정식 레스토랑을 차리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단체손님에게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런던 푸디 서퍼(저녁식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식당 건물에서 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좋다”면서 “더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미쉐린 측은 미슐랭 가이드도 세태 변화에 호응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6년 싱가포르에선 ‘랴오 판 홍콩 소야 소스 치킨 라이스 앤 누들’과 ‘힐 스트리트 타이 화 포크 누들’ 등 좌판 식당 두 곳이 별을 받기도 했다. 영국 미슐랭 가이드의 레베카 버르 국장은 “우리는 식당이 얼마나 격식있는지와 상관없이 음식의 질과 맛의 일관성을 평가한다”면서 “이동 가능하고 소수 고객을 상대로 하는 푸드트럭이나 서퍼 클럽 등이 생겨나는 등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아열대 지역 온실가스가 열대지역 용광로 만든다

    아열대 지역 온실가스가 열대지역 용광로 만든다

    21세기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에 가장 중요한 과학적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일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철 혹한과 폭설, 여름철 폭염과 열대성 폭풍 등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태풍이나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열대성 저기압은 적도 부근 바다온도에 영향을 받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열대지역의 해수온도가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미국 하와이대 대기과학과, 시애틀 워싱턴대 대기해양합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아열대 지역에서 발생한 온실기체가 열대지역 온도 상승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기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14일자에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대기 중 온실가스가 지구 평균기온을 상승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정도는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0년 간 지구 전체 평균 해수면 온도는 0.55도 상승했지만 동태평양을 제외한 열대지역 해수면 온도는 0.71도 높아졌다. 열대 해수면 온도상승은 4~5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엘니뇨 현상과 맞물려 날씨와 강우를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기후과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연구팀은 열대 지역은 해들리 순환이라는 대규모 대기순환을 통해 아열대 지역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연구팀은 열대와 아열대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온도상승에 기여하는 정도를 분리해 접근했다. 기후모형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감을 시뮬레이션해 대기와 해양순환과정을 정밀분석했다. 기존 기후분석 모형들은 전 지구에 동일한 농도의 이산화탄소가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다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었다.그 결과 아열대 지역 이산화탄소는 같은 양의 열대지역 이산화탄소보다 열대 해수면 온도를 40% 이상 상승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온실가스 증가로 아열대 지역의 온도가 상승할 경우 적도-아열대 간 온도차가 줄어들고 해들리 순환이 약화된다는 것이 관찰됐다. 이에 따라 무역풍과 해수용승 현상이 줄어 결국 열대 해수면 온도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무역풍이 열대지역으로 수송하던 수증기량도 감소해 열대지역 구름양이 줄어들어 맑은 날이 계속되면서 일사량이 늘어나고 온도 증가를 촉진시킨다는 것도 확인됐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 단장(부산대 석학교수)은 “이번 연구는 아열대 지역인 중남부 아시아, 미국 남부 등에서 온실가스 감소가 열대지역의 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온실가스 이외 대기 질이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연구해 이 같은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평화주의자 쿠르드 여성 정치인의 잔혹한 죽음… BBC “처형당했다”

    평화주의자 쿠르드 여성 정치인의 잔혹한 죽음… BBC “처형당했다”

    터키가 국경선 넘던 지난해 10월 칼라프 피살시리아의 유명한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34)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가 지원하는 무장세력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발표한 며칠 후인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 칼라프는 차에서 끌려나와 터키가 지원하는 반군세력인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무장세력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칼라프는 시리아에서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전진시키겠다는 목표로 미래시리아당(FSP) 창당을 도왔던 쿠르드 여성 정치인이라고 미국 대중문화 매체 롤링스톤이 전했다. 터키 지원 무장세력, 처형 모습 영상 올려칼라프는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알하사카에서 자신의 도요타 SUV를 타고 출발, M4 고속도로를 따라 정치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쿠르드족이 장악한 최대 도시인 라카로 향했다. 이날은 또 터키군이 시리아국가군(SNA)의 안내를 받으며 국경을 넘었다. SNA는 2019년 조직된 반군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시리아 정부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SNA의 한 무장세력인 아흐라르 가 ‘그날 일’을 텔레그램에 동영상으로 올렸다. 아흐라르 알샤르키야는 오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시리아 북부 고속도로 옆에서 한 사람이 처형당하는 모습의 영상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위성사진으로 주변 지형과 물체들을 판독한 결과 동영상이 촬영된 곳은 티르와지야 검문소와 일치했다. 이때는 터키군은 에르도안의 명령에 따라 시리아 국경선에서 30km를 더 침입해 들어와 쿠르드족을 쫓아내는 등 ‘청소’를 하던 시기였다.동영상을 보면 차량은 왼쪽에 총탄 자국이 가득하고 타이어는 터져나갔다. 그러나 칼라프가 앉는 자리 창문은 방탄 처리가 되어서 내부가 멀쩡했다. 아흐라르 알샤키야는 BBC 아랍뉴스에 “다수의 전사들이 그날 티르와지야 검문소에 있었다”며 “그들이 차량을 향한 사격이 있었고, 이를 중지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들은 “칼라프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며 “그녀가 어떻게 피살됐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터키 지원세력이 올린 동영상, 범행 장소 찾아동영상에는 차량 옆에 피를 흘리는 운전사 파르하드 라마단의 모습도 보인다. 이때 차 안에서 여성 목소리가 들렸다. BBC가 “그 목소리를 증폭했고, 이 목소리를 칼라파의 어머니 수아드 모함메드에게 들려주니 ‘이건 칼라파의 목소리가 맞다’고 확인해주었다”고 설명했다. BBC가 아흐라르 알샤르키야가 올린 동영상과 증거를 분석한 결과 칼리프의 차량 주변에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전사들이 몰려있다. 목격자인 현지 농부는 “오전 7시 30분쯤 검문소 점거할 때 옆을 지나갔다. 시체들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여자 시신이 차에서 5m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얼굴은 완전히 뭉개졌고, 다리는 부러진 듯 정말 심하게 손상돼 있었다”며 “보복 당할까봐 현지 주민들은 차량에 있는 시신을 옮기는 것을 도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티르와지야 검문소에서 9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BBC “칼라프, 처형당해”… ‘터키 세력’ 혐의 부인칼라프의 시신은 이날 낮 12시쯤 다른 3명의 시신은 함께 시리아 북부 말리키야 군병원으로 운송되었다. 병원의 의료 보고서 따르면 칼라파는 20발 이상 총상을 입었고, 두 다리는 심한 물리적 가격으로 부러져 있었다. 의료 보고서와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칼라프는 차에서 살아있는 채로 끌려 나왔고, 말을 하는 것으로 미뤄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있었지만 물리적 공격을 받았고, 차량 바깥에서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전사들에 의해 처형되었다고 BBC가 결론지었다. 이는 사실상 전쟁 범죄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아흐라르 알샤르키야는 BBC에 보낸 성명에서 “그날 M4도로를 막은 그룹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재판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칼라프의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다시 말한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이란의 민간 항공기 격추/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란의 민간 항공기 격추/전경하 논설위원

    이맘 호메이니. 1979년 팔레비 왕가를 몰아내고 이란을 신정(神政) 국가로 만든 이슬람혁명 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별칭이다. ‘이맘’은 이슬람교에서 영적 지도자를 뜻하는 단어이다. 그의 이름을 딴 테헤란 국제공항에 세계인의 시선이 쏠려 있다. 지난 8일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 민간 항공기가 2분 만에 격추됐다. 3일 동안 격추 사실을 부인했던 이란 정부는 우크라이나, 캐나다 등이 피격임을 보여주는 각종 증거를 공개하며 압박하자 혁명수비대의 실수라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절대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민항기가 격추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자국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격추된 사례는 처음이다. 신정국가의 ‘정예군’이 참혹한 실수의 당사자가 되면서 이란 내 추모 집회가 반정부 시위가 됐다. 범인은 유력한 데 당사자가 부인하는 민항기 격추도 있다. 2014년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말레이시아 보잉777기는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지역에서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국제사고조사팀은 여객기가 반군에 제공된 러시아 미사일에 피격됐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친러시아 반군이 사고 지역 접근을 막아 블랙박스 회수는커녕 제대로 된 조사도 못했다. 러시아가 범인이지만 아무 조치도 못한 민항기 격추도 있다. 바로 1983년 9월 1일 격추된 대한항공(KAL) 007편이다. 뉴욕을 떠나 서울로 오던 이 비행기는 항법장치 이상으로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사할린 부근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됐다. 탑승자 269명이 모두 숨졌다. 블랙박스는 찾지 못했고 그나마 일본 감청시설이 소련 전투기 교신 내용을 잡아 격추를 입증했다. 러시아는 이 여객기가 미국의 감시 비행 임무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훈련 중 발사된 미사일에 민항기가 격추된 경우도 있다. 2001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리스크로 가던 시베리아항공 여객기가 흑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의 유도미사일에 맞아 탑승자 78명이 전원 사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사과는 물론 배상까지 했다. 민항기 격추는 보통 국가 간 군사적 긴장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대립 등이 격화되는 과정에 발생하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고한 민간인에게 넘어간다. 민항기 격추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과 배상 등을 둘러싸고 국제적인 파장이 크고 오랫동안 지속된다. 전쟁수단이 발전하는 만큼 민항기 식별 수단은 같이 발전할 수 없는 걸까. lark3@seoul.co.kr
  • 호주 동물들 8억 마리가 사라졌다

    호주 동물들 8억 마리가 사라졌다

    “호주는 현재 ‘생물학적 아마겟돈’ 상태입니다.” 생태학자 호주 퍼스 커틴대 킹슬리 딕슨 교수는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호주 산불 사태로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의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딕슨 교수는 “심지어 살아남은 동물도 탈수나 기아로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마에 휩싸여 재가 된 새끼 코알라, 화재를 피해 민가로 내려온 캥거루 등 현지의 사진들이 산불 피해 현장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연일 보여 주며 전 세계인들을 안타깝게 했다. 당초 소셜미디어 등에 이번 산불로 수억 마리가 희생됐다는 말이 나올 때만 해도 의구심을 보였던 전문가들도 이제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멸종위기종이었던 ‘호주의 상징’ 코알라는 이번 산불 사태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기능적 멸종’ 상태가 됐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NYT는 11일 코알라 2만 5000마리 등 산불로 희생된 동물 규모를 보도하며 시드니대 생물학자 크리스 딕먼 교수의 최근 연구를 인용해 최대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산불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4억 8000마리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봤던 딕먼 교수는 몇 주 만에 희생 규모가 최소 8억 마리라고 추정치를 상향, 수정했다. 딕먼 교수는 선행 연구된 포유동물 개체 수 밀도 추정치와 산불 피해 지역 면적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야생동물 희생 규모를 추정했다.일각에서는 이 같은 추정치에 대해 다소 과장됐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호주 플린더스대 코리 브래드쇼 교수는 “숫자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희생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동물들의 생존 본능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과거 화재 후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살아남고 다시 회복했는지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인명 피해 역시 계속되고 있다. 11일 소방관 1명이 사망하는 등 이날 현재까지 최소 27명이 산불로 사망했다고 AP는 전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 같은 인명 피해에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위 구성을 내각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여객기 격추 치욕” 이란 이례적 反하메네이 시위

    “여객기 격추 치욕” 이란 이례적 反하메네이 시위

    대학생 수백명 규탄… 국제 여론도 악화이란이 테헤란 외곽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이륙한 지 2분 만에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여객기 PS752편(보잉 737-800)에 대해 사흘 만에 ‘적기 오인 격추’라고 시인했다. 서방의 격추 가능성 제기에 ‘음모론’으로 맞섰던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대학가 시위가 이란 내에서 발생했고 국제 여론도 악화됐다. 이란 군합동참모본부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사고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란은 참혹한 실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건은 용서할 수 없는 참극”이라고 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국교 단절 중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이란 내에서는 대학생 수백명이 테헤란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 “부끄러워하라” 등을 외치며 신정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진들] 호주 산불 할퀸 숲에 되살아나는 생명의 기운

    [사진들] 호주 산불 할퀸 숲에 되살아나는 생명의 기운

    지난해 9월 시작해 해가 바뀌어도 이어지고 있는 호주 산불 와중에도 여전히 새 생명이 움트는 순간을 담은 사진들이 눈길을 붙들고 있다. 지금까지 산불 때문에 적어도 5억 마리의 동물들이 목숨을 잃었고, 셀 수 없는 식물들이 스러졌다. 3000㎢의 광대한 토지도 불에 탔다. 630만㏊인데 보통 한 ㏊가 축구 경기장 하나 정도이니 축구장 630만개가 사라진, 엄청난 재해다. 그러나 가장 피해가 극심한 뉴사우스웨일즈(NSW)주 센트럴 코스트 쿨누라에 사는 사진작가 머리 로(71)가 지난 6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 참혹한 재해의 현장에서도 소중한 새싹이 움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말 화마에 그을린 듀락 국립공원 지대를 지나며 그는 새카만 나무 둥치에 장미처럼 붉은빛 잎이 돋아난 장면과 재 투성이에서 녹색 풀이 자라나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고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고 영국 BBC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영국 셰필드 대학의 킴벌리 심프슨 박사는 “이들 식물들은 수만년 화재에도 살아남았기 때문에 불에 탄 뒤에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진화론적인 압력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생명을 북돋는 과정은 두 가지인데 재빨리 싹을 틔우거나 아예 열에 잘 견딜 수 있는 씨앗을 개량해내는 방법이 라고 덧붙였다. 식물들은 재에서 나오는 영양분까지 새 생명을 움틔우는 데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심프슨 박사는 다만 로의 사진만 봤을 때 씨앗들이 움트는 데 필요한 수분을 어떻게 구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어떤 종은 빨리 싹을 틔우고, 다른 종은 시간이 더 걸려 전체적으로 화마를 입은 지역의 생명 회복에는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화재 피해는 워낙 심각하고 광범위해 재생에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를 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심한 가물이 이어져 식물들의 소생 능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몇몇 종이 멸종되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지금까지 별다른 화마 피해를 입은 경험이 없는 열대우림 지대가 피해를 입으면 회복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한 후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 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해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 ■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이란, 미군기지 2곳 ‘피의 보복’… 美 “모든 조치”

    이란, 미군기지 2곳 ‘피의 보복’… 美 “모든 조치”

    인명피해 미확인…트럼프 “괜찮다” 트윗이란 “확전 원치 않아”… 전면전 피할 듯 이란이 8일(현지시간) 새벽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 등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2곳에 탄도미사일 십수 발을 발사하면서 ‘피의 보복’에 나섰다. ‘가혹한 보복’과 ‘비례적 대응’을 경고했던 이란이 군사 보복에 나서면서 미·이란의 직접적인 군사충돌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오전 1시 30분쯤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탄도미사일 15발을 발사했다”면서 “이는 지난 3일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작전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순교자 솔레이마니’ 작전”이라고 명명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번 미사일 공격으로 8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미국과 이라크 당국 및 언론에서 인명 피해에 관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테헤란의 대국민연설에서 “간밤에 우리는 미국의 뺨을 때려 줬다”고 공격 소식을 알렸다.  미국은 즉각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재의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후 다섯 시간 만에 트위터에 상황을 보고받았다면서 “지금까지는 다 괜찮다”고 썼고, 당초 곧바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대국민 발표도 8일 오전으로 미뤘다. 그의 ‘괜찮다’는 발언이 미군의 인명 피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 인명 피해가 없고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면 미국이 군사적 대응보다는 강력한 경제 제재로 ‘전면전’을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쪽에서도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은 유엔 헌장 51조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자위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이란은 확전을 원하지 않지만, 어떤 공격에 대해서도 자신을 지킬 것”이라며 폭격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옳음’보다 ‘친절함’이 먼저다

    [정승민의 막론하고] ‘옳음’보다 ‘친절함’이 먼저다

    딱 1년 전 요맘때다.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 하는 정초에 10대 두 명이 칼부림까지 벌이는 동영상이 날아왔다. 화면에는 가게 입구를 철통처럼 막아선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했다. 문 앞에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와중이다. 온당한 대응이었다는 논란은 차치하고 유리문을 경계로 서 있는 자와 넘어진 자는 양극화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아무튼 아생연후(我生然後)다. 눈앞의 폭력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처신해야 심신을 보존하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의 안락한 저녁을 위해 누군가에게 빗장을 거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금을 긋고 문을 닫는 것은 도움이 간절한 이들을 외면하고 추방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 아닌가.  실제로 근대국가는 땅에 그어진 국경선 내부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책임지면서 성립됐다. ‘경계선과 정치’라는 짧은 글에서 정치학자 스기타 아쓰시는 경계 안쪽의 사람들, 즉 국민들의 희생이나 고생에 눈을 감지 않는 나라가 주권국가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사람과 재화가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세계화가 찾아오면서다. 강자나 부자는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기회를 타고 양극화의 대하를 만들어냈다. 몇 년 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세계의 억만장자 62명이 36억명의 부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1대99’로 표상되는 초(超)불평등 사회는 약자나 빈자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안녕치 못하다. 선진국 프랑스부터 개도국 에콰도르까지 어디서나 치안은 악화되고 미래는 컴컴하다. 빈부격차를 그린 영화 ‘기생충’과 ‘조커’에 대한 세계인의 호응은 양극화가 글로벌 차원에서 구축됐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나 힘의 ‘절대적 비대칭성’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까.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는 각각 다른 두 국민’이라는 마르크시즘의 관점을 원용하면 통합체로서의 근대국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작고한 ‘세계체제론’의 주창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국가주권이 쪼개지고 지역적 위계가 형성되는 ‘신봉건주의’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암흑시대로 수식되는 중세와 같은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금 인류는 진화 이래 가장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등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새로운 종의 출현, 즉 빈자와 부자 간에 심각한 생물학적 분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짙다. 호모사피엔스를 뛰어넘는 새 인종과 기존의 인류를 주인과 노예의 도식에 대입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응당한 대접을 못 받는다고 느낄 때 파멸을 자초하고서라도 항거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스크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진 살인들도 대부분 ‘나를 깔보았다’는 데서 시작된다. 따져보면 인류나 한국 사회에 대한 주된 위협은 신인류나 북핵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경계를 나눠서 소외와 차별을 강요하는 야만적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저 편과 이 편, 재벌가와 노숙인을 아무리 떼어놓아도 근본적인 배제는 불가능하다.  그럴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투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주문하지만 한층 시급한 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기원전에 쓰인 ‘시학’은 비극의 캐릭터들이 큰 잘못으로 불행에 빠진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악의 없는 실수나 결함(hamartia)이 참혹한 사태로 커져가는 것이 다반사다. 남의 마음을 살피지 않을수록 돌아오는 것은 야만이다. ‘남다른 외모’의 친구를 놓고 느낀 그대로를 거침없이 발산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가르침은 단호하다.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하라.’(영화 ‘원더’에서)  그러니 새해에는 솔직함을 명분으로 누구에게든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터뜨리지 말자. 예의가 먼저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옳음’보다 ‘친절함’이 먼저다

    [정승민의 막론하고] ‘옳음’보다 ‘친절함’이 먼저다

    딱 1년 전 요맘때다.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 하는 정초에 10대 두 명이 칼부림까지 벌이는 동영상이 날아왔다. 화면에는 가게 입구를 철통처럼 막아선 시민들의 모습이 생생했다. 문 앞에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와중이다. 온당한 대응이었다는 논란은 차치하고 유리문을 경계로 서 있는 자와 넘어진 자는 양극화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아무튼 아생연후(我生然後)다. 눈앞의 폭력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처신해야 심신을 보존하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의 안락한 저녁을 위해 누군가에게 빗장을 거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금을 긋고 문을 닫는 것은 도움이 간절한 이들을 외면하고 추방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 아닌가.  실제로 근대국가는 땅에 그어진 국경선 내부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책임지면서 성립됐다. ‘경계선과 정치’라는 짧은 글에서 정치학자 스기타 아쓰시는 경계 안쪽의 사람들, 즉 국민들의 희생이나 고생에 눈을 감지 않는 나라가 주권국가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사람과 재화가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세계화가 찾아오면서다. 강자나 부자는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기회를 타고 양극화의 대하를 만들어냈다. 몇 년 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세계의 억만장자 62명이 36억명의 부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다. ‘1대99’로 표상되는 초(超)불평등 사회는 약자나 빈자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안녕치 못하다. 선진국 프랑스부터 개도국 에콰도르까지 어디서나 치안은 악화되고 미래는 컴컴하다. 빈부격차를 그린 영화 ‘기생충’과 ‘조커’에 대한 세계인의 호응은 양극화가 글로벌 차원에서 구축됐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나 힘의 ‘절대적 비대칭성’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까.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는 각각 다른 두 국민’이라는 마르크시즘의 관점을 원용하면 통합체로서의 근대국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작고한 ‘세계체제론’의 주창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국가주권이 쪼개지고 지역적 위계가 형성되는 ‘신봉건주의’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암흑시대로 수식되는 중세와 같은 미래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금 인류는 진화 이래 가장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등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새로운 종의 출현, 즉 빈자와 부자 간에 심각한 생물학적 분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짙다. 호모사피엔스를 뛰어넘는 새 인종과 기존의 인류를 주인과 노예의 도식에 대입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응당한 대접을 못 받는다고 느낄 때 파멸을 자초하고서라도 항거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다. 스크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진 살인들도 대부분 ‘나를 깔보았다’는 데서 시작된다. 따져보면 인류나 한국 사회에 대한 주된 위협은 신인류나 북핵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경계를 나눠서 소외와 차별을 강요하는 야만적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저 편과 이 편, 재벌가와 노숙인을 아무리 떼어놓아도 근본적인 배제는 불가능하다.  그럴 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투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주문하지만 한층 시급한 것은 사람에 대한 배려다. 기원전에 쓰인 ‘시학’은 비극의 캐릭터들이 큰 잘못으로 불행에 빠진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악의 없는 실수나 결함(hamartia)이 참혹한 사태로 커져가는 것이 다반사다. 남의 마음을 살피지 않을수록 돌아오는 것은 야만이다. ‘남다른 외모’의 친구를 놓고 느낀 그대로를 거침없이 발산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가르침은 단호하다.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하라.’(영화 ‘원더’에서)  그러니 새해에는 솔직함을 명분으로 누구에게든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터뜨리지 말자. 예의가 먼저다.
  • 제주 낮 최고 23.6도… 철없는 철쭉, 때이른 반소매, 얼음 녹은 겨울 축제장

    제주 낮 최고 23.6도… 철없는 철쭉, 때이른 반소매, 얼음 녹은 겨울 축제장

    혹한이 익숙한 연초인데도 제주에선 한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는 이상 기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일 제주시의 낮 최고 기온은 오후 2시 23.6도까지 올랐다. 1923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97년 만에 1월 낮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최저기온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제주시의 아침 최저기온은 18.5도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반도 남쪽 지방에는 때 이른 ‘봄꽃’들이 개화했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 기온이 이례적으로 오른 이유에 대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남서풍을 따라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제주시 제주대 캠퍼스에 개화한 철쭉, 서귀포 안덕면 산방산 앞에 핀 유채꽃, 부산 남구 유엔평화공원에 핀 홍매화, 강원 화천군에 물바다 가 된 산천어 축제. 강원·부산·제주 연합뉴스
  • 이란 솔레이마니 장례식 추모 군중 몰려 32명 압사

    이란 솔레이마니 장례식 추모 군중 몰려 32명 압사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에 군중이 몰리면서 32명이 압사하고 190여명이 다쳤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운구 차량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고가 났다. 케르만주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고향으로 솔레이마니는 이곳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란에서는 유력 인사의 장례식에 검은 천을 던져 추모를 표시한다.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솔레이마니가 사망한 뒤 이날까지 이란은 국장을 치렀고 장례식이 치러지는 도시마다 수십∼수백만의 추모 군중이 몰렸다. 충격적인 죽음에 이란 국민은 분노에 휩싸였고, 이란 최고권력자인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는 ‘가혹한 보복’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수위로 미국에 보복할 것인지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살인죄 재소자도 런던 브리지 흉기 난동범 제압에 앞장

    살인죄 재소자도 런던 브리지 흉기 난동범 제압에 앞장

    살인죄 재소자도 지난해 11월 런던 브리지에서의 흉기 난동을 제지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영국 BBC가 7일 전했다. 15년 전 영국 헐의 한 바 앞에서 전직 소방관 배리 잭슨(당시 33)을 살해한 혐의로 최소 17년형을 선고받고 2015년에 수감된 스티브 갤런트(42)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그는 특별 허가를 받아 재소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인 ‘러닝 투게더’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원생 잭 메릿(25)과 곧잘 어울렸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9일(이하 현지시간) 우스만 칸이 이 프로그램이 진행된 피시몽거스 홀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갤런트와 가까웠던 메릿,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자 사스키나 존스(23)가 그의 흉기에 스러졌고, 다른 세 명이 다쳤다. 그런데 갤런트는 다리 위에서 칸을 제지하기 위해 용감하게 몸을 던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세 명 가운데 마지막 인물이었다. 그는 영국 공영 PA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극적인 그날”이라고 입을 뗀 뒤 피시몽거스 홀의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듣고 뭔가 잘못 됐으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털어놓았다. “다친 사람들을 봤다. 칸은 손에 커다란 두 흉기를 든 채 로비에 서 있었다. 그는 명백하게 위험한 인물이었다. 해서 난 망설이지 않았다.” 공무원 대린 프로스트는 나중에 갤런트로 확인된 남성이 나무 의자로 칸을 물러서게 한 뒤 칸이 가짜로 판명된 자폭 조끼를 보여주자 의자를 던졌다고 증언했다. 프로스트는 그 뒤 피시몽거스 홀에 전시됐는데 자신이 들고 나온 외뿔고래 엄니를 갤런트에게 건넸는데 이 때 칸이 흉기들을 머리 위로 치켜들며 갤런트에게 달려드는 장면을 목격했다.갤런트는 나중에 프로스트가 엄니를 건네지 않았더라면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죽임을 당했거나 최악의 경우가 닥쳤을지 모른다며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갤런트는 또 소화기를 뿜어내 칸을 제지하는 데 도움을 준 전과자 존 크릴리와 처음에 루카치라고만 알려진, 다섯 번이나 흉기에 찔리고도 칸을 제지하는 데 거들어 “지독한 용감함”을 보여준 셰프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갤런트는 재판 도중 자신은 여자친구가 잭슨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공범과 함께 보복 살해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누구도 다른 이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없다. 피해자 가족에게 진정한 용서를 구한다. 내 인생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내 행동에 대해 가혹한 징계를 받는 게 마땅하다. 일단 벌을 달게 받겠다고 인정했으니 도움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감옥에 가면 자기 결정권이 없어진다. 미래는 다른 이들의 결정에 의존하게 된다. 당신 스스로를 더 낫게 만드는 것은 사회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 중의 하나가 된다.” 2022년이면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그는 “다시는 폭력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경영학 학위를 공부하고, 러닝 투게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2016년에 처음 만난 메릿과 존스의 죽음은 “감내하기 어려운 타격이며 상실감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이어 메릿은 “롤모델이자 친구”였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사람이 무섭다” 박신혜, 코끼리 밀렵 실태에 ‘폭풍 눈물’

    “사람이 무섭다” 박신혜, 코끼리 밀렵 실태에 ‘폭풍 눈물’

    6일 첫 방송한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이 아프리카 밀렵꾼에 희생당하는 코끼리들의 충격적인 실태를 조명하며 일일 비드라마 프로그램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TV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날 방송한 ‘휴머니멀’ 1부는 일일 비드라마 프로그램 중 무려 20%의 점유율로 일일 비드라마 부분 화제성 1위에 올랐다. ‘휴머니멀 1부-코끼리 죽이기’ 편에서는 배우 박신혜가 아프리카 코끼리의 40%가 살고 있는 보츠나와를 찾았다. 이곳의 밀렵꾼들은 값비싼 상아를 얻기 위해 코끼리 도륙을 자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코끼리의 상아를 보다 깊숙이 베기 위해 살아있는 코끼리의 얼굴을 전기톱으로 통째로 잘라간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코끼리 개체 수는 최근 7년 만에 30%가 감소했지만, 보츠와나 정부는 오히려 2019년 9월부터 코끼리 사냥을 허가했다. 제작진과 동행한 ‘국경 없는 코끼리회’의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밀렵꾼은 총소리가 멀리 퍼질까봐 일부러 총을 더 쓰지 않는다. 척추를 잘라 코끼리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작업이 끝나면 사체를 덤불로 덮어 헬기로도 발견하지도 못하게 한다”며 “최악의 경우 총에 맞은 코끼리가 죽으면, 코끼리의 피부를 잘라 벗겨내고 사체 안에 독을 넣는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코끼리들에게 이들의 이동 경로와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있다. 박신혜는 그와 함께 코끼리에게 직접 위치추적기를 달아주며 직접 마주한 인간의 잔혹성에 큰 충격을 표했다. 박신혜는 “얼마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지 알고 나니까 더 충격이 크다. 사람이 무섭고, 어제 코끼리를 웃으면서 봤던 것조차 미안하다”며 줄곧 눈물을 흘렸다. 코끼리는 가족과의 유대감이 강하고 동물 중 가장 기억력이 좋다. 이 때문에 눈앞에서 목격한 가족의 죽음은 코끼리에게 큰 충격으로 각인된다. 부모 잃은 고아 코끼리들을 돌보는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어미 잃은 아기 코끼리들을 돌보는 것은 매우 힘들다. 하루 24시간 지켜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곁을 떠나면 죽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한 “코끼리들을 보살피는데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속적인 행동 의지를 드러내 감동을 안겼다. 박신혜는 자신이 위치추적기를 달아준 코끼리에게 ‘툴루펠로’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보츠와나어로 ‘희망’을 뜻하는 툴루펠로의 위치추적기 신호에 박신혜는 안도했다. 하지만 아기 코끼리들이 자라 밀렵의 대상이 되기 전 이곳의 잔혹한 실태가 개선될 수 있을지, 인간에게 과연 그럴 의지가 있을지 의문을 던졌다. 오는 목요일(9일) 방송되는 ‘휴머니멀 2부-트로피 헌터’에서는 배우 유해진과 함께 동물을 사냥하고 박제하는 것이 오히려 동물을 지키는 것이라 주장하는 트로피 헌터를 만나본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 5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美, B-52 폭격기 6대 인도양 투입…이란 공습 위기감 고조

    美, B-52 폭격기 6대 인도양 투입…이란 공습 위기감 고조

    “B-52,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기지 파견”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해병대와 특수전부대에 이어 전략폭격기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B-52 폭격기 6대를 인도양 내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B-52 폭격기들은 지시가 내려지면 이란 공습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 공군 B-52 폭격기가 미국 박스데일 공군기지를 출발해 디에고가르시아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긴장감이 높아졌던 지난해에도 미군은 B-52 폭격기를 카타르에 배치했다. 당국자는 폭격기들이 이란의 미사일 사정 범위에서 벗어나는 곳에 배치하려고 디에고가르시아 기지를 파견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중동에 상륙전부대도 배치할 계획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 국방부가 ‘바탄 상륙준비단’(ARG)에 필요시 중동 내 미군 작전을 지원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탄 상륙준비단은 수륙양용 공격함인 USS 바탄을 주축으로 상륙수송선거함(LPD) USS뉴욕, 상륙선거함(LSD) 오크힐함 등으로 구성되며 4500명의 해군과 해병대원이 소속돼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지중해에서 훈련 중이던 바탄 상륙준비단이 페르시아만 쪽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크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을 지난 3일 이라크에서 드론 공습으로 제거했다. 이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가혹한 보복”을 경고해 양국의 무력충돌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군은 이미 중동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3500명의 추가 배치 작업에 돌입했으며 지난 5일에는 미 육군 레인저를 포함한 특수전 부대 병력을 이 지역에 추가로 배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보복에 나선다면 이란 내 중요 문화유산을 포함한 52곳을 공격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한 바 있다. 이 52곳은 1979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 사건에서 억류된 미국인과 숫자가 같다. 1979년 11월 이란의 강경 반미 성향 대학생들이 주테헤란 미 대사관을 급습해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52명을 인질로 삼아 444일간 억류했다. 이 사건으로 1980년 미국은 이란과 단교하고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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