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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이슈 선점해 정책 이끌어 내… 소시민 삶도 들여다봤으면

    부동산 이슈 선점해 정책 이끌어 내… 소시민 삶도 들여다봤으면

    서울신문은 28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제129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고 7월 주요 현안에 대한 서울신문 보도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회의에는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위원장을 비롯해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박준영(변호사),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년),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 김준일(뉴스톱 대표),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독자권익위원이 참석했다. 지난 5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아무이슈가 “확대 개편을 하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고 고위공직자 부동산 연속 보도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 중심 보도 스탠스로 선명성을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심훈 2일자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시리즈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용도 재밌고 집 안에서는 잘 모르는 바깥세상, 특히 신세대 중심 깨알 정보를 알린 게 굉장히 신선했다. 15일자 10면 ‘“성과 낸 지도자라서” 하키채로 수차례 때려도 관대한 법원’ 기사도 좋았다. 법관들의 보수적인 인식이 사법부 불신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체육계 폭력이 법원에서 사실상 방조되고 있는 현실을 잘 포착해 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7월 13일부터 박 전 시장 자살 이후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서울신문이 보여 준 행보에 적잖이 놀랐다. 이 정도 쓰면 여론의 후폭풍이 상당할 텐데 어떻게 감당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했다. 민감한 이슈라 중립적 시각으로 나갈 수 있었음에도 객관적인 동시에 짚어야 할 것을 짚어 피해자 중심적 시각을 잘 나타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 김숙현 7월 국제면은 밋밋했다. 여전히 미중일, 약간의 러시아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미국의 대선, 미중 갈등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타 지역 소식도 써 주면 좋겠다. 6일자 ‘비능률 상징 일본 도장 문화’에서 김태균 특파원이 일본의 전근대적인 문화가 왜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고쳐지지 않았는지 잘 써 줬다.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사였다. 그런데 20일자 김 특파원이 쓴 ‘코로나19로 드러난 디지털 후진국의 민낯’이라는 칼럼과 내용이 유사하다. 21일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기고문은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의 날을 맞이해서 기고한 것 같다. 여가부 폐지 논란 등 부처 비판이 있는데 여가부 장관이 이런 시기에 왜 기고를 올리게 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내용이 없었다. 이동규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에 대한 논란은 서울신문이 발단이 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2급 이상 고위공직자까지 번졌다. 최근에는 수도권 이전 문제까지 촉발됐다. 17~18일자 서울신문 116주년 창간 기획 기사에서 여러 정치 현안을 놓고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국민 1000명에게 확인한 설문조사 내용은 산발적이었다. 앞에도 나오고 뒷면에도 나온다. 내용을 종합해서 무엇을 위한 설문조사인지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박준영 3일자 9면 이춘재 관련 경찰 수사 결과 발표 기사는 이춘재의 범행 동기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 ‘삶이 무료해서 살인을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춘재가 피해자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을 타인과 언론에 과시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이 사건 기록과 배치된다. 이춘재는 1994년부터 26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교도소에서 목공반장으로 있었다. 위험한 공구를 관리하는 목공반장은 수십 명의 수감자들, 교도관들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위치다. 교정 당국에서 이춘재가 26년간 전혀 교정이 안 됐다는 경찰 발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브리핑 내용에서 “이춘재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춘재가 살인 피해자 유가족 면회에 응하면서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문제 많은 특별한 한 인간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라고 규정지으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춘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고통받았던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지난해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때만 해도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경찰이 논의했는데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피해자 회복 방안이 완전히 묻혀 버리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상황이다. 유승혁 7월 한 달 부동산 대란 기사에서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집값에만 연연해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부동산 대란으로 과연 소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속내를 들여다보는 기사는 안 보였다. 소시민들에겐 강남 집값이 10억원이건 10억원에서 하루 만에 20억원이 됐건 내 집 마련을 못 하는 상황이라 큰 이슈는 아니다. 서민들 삶과 젊은 세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좀 더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비출산, 비혼 이야기까지 주제가 많은데 하나쯤은 다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코너가 젊은층 시각을 다뤘다. 부동산 문제를 깊게 다룬 건 아니지만 젊은층이 무엇을 도피처로 삼는지 다루면서 유일하게 2030의 시각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10일자 사회면 ‘ 남녀 꼭 밝혀야 하나요’ 기사를 보면 서울신문이 젠더 문제 이슈를 정말 잘 다룬다는 걸 알 수 있다. 16일자 1면 여성 필진을 30% 늘렸다는 사고에도 놀랐다. 김준일 부동산 문제는 서울신문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다만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 문제에 집중한 게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 예를 들면 2일자에 고위공직자 강남 3구 현황 조사 보도 등은 손쉬운 보도다. 예전부터 지속돼 온 패턴이다. 이른바 한 건 잡아서 흔들려고 하는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에 가까웠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한 서울신문 입장이 뭔지 궁금하다. 단순히 누가 말했다고 중계하는 경마식 보도를 했다. 어느 한쪽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양쪽 다 비판하는 좋은 양비론이 필요한 이슈다. 이슈를 회피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는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 두 기자가 힘들겠지만 넓게 개편해서 재밌는 이슈를 더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21일자 ‘코인으로 사흘 살아 보니’ 기사는 굉장히 재밌었다. 범죄에 초점을 맞추다가 생활밀착형 기사를 썼는데 기획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았다. 기획재정부의 서울신문 지분 매각과 관련해 우리사주조합 광고를 1면에 며칠씩 내보낸 건 음습하고 비겁해 보인다. 미디어오늘이나 기자협회보에만 맡길 문제는 아니다. YTN 지분 매각 문제와도 관련 있는 굉장히 큰 이슈다. 자기 이슈라는 한계가 있지만 저널리즘 가치에 대해 부각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기사화해야 한다고 본다.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해야 한다. 심훈 저도 서울신문 지분 매각에 대해서 공론화가 안 되다 보니까 궁금한 게 많다. 한겨레와는 뭐가 다른지, 한겨레 국민주 모금 방식으로는 안 되는지,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주인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공론화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김만흠 특별하게 눈에 들어온 보도는 없었다. 서울신문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보여 줬다. 13일 월요일자부터 일관되게 유지했다. 다만 10일 일이 불거졌는데 13일자에 보도된 건 아쉬웠다. 오히려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초기에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논란이 정비되는 과정에서 서울신문 기여도가 줄었다. 지난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최종 발표도 금요일에 나왔는데 서울신문은 월요일에 나오는 식이었다. 21대 국회에 새롭게 들어온 의원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기대해도 되는지를 조명해 줬으면 한다. 이전과 똑같이 돌격부대 역할을 하는 초선 의원, 이름도 없이 가는(존재감 없이) 초선 의원 등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 정치 기사도 ‘리셋’해 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린다. 13일자 최광숙 기자의 ‘세종로 아침’은 아주 좋은 칼럼이었다. 행정기본법은 법제처에서 추진하는 국민생활에 필요한 법인데 제대로 홍보를 못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을 칼럼 이상의 기사로 써 줬으면 한다. 정리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송파강 일부 석촌호수·새벽배송 원조 송파장… 원래 강북에 속했대요

    송파강 일부 석촌호수·새벽배송 원조 송파장… 원래 강북에 속했대요

    같은 길을 걸어도 누구에게나, 언제나 같은 세상은 아니다. 서울의 과거를 찾아 색다른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어 주는 서울미래유산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그 말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몰랐던 역사를 알고 나니 같은 거리도 이전과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9회 ‘잠실의 추억’ 편이 지난 25일 잠실 일대에서 진행됐다. 장마철 비구름이 잠시 숨을 고르는지 신기하게도 해가 반짝하고 맑은 바람이 불어 걷기 좋은 날이었다. 이날 답사의 출발지점인 잠실 지역은 지상 123층, 높이 554.5m로 대한민국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초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서울의 마천루를 상징한다. 그런데 잠실의 현재 지형이 불과 반세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예전의 그림과 사진 자료 등 물증들을 보고 또 봐도 참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이 지역은 원래 뚝섬과 연결된 강북에 속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잠실 쪽 한강은 ‘잠실도’라는 섬이었고, 그 섬을 에워싸며 한강의 샛강인 신천강과 송파강이 흘렀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시민들의 쉼터가 된 석촌호수는 송파강의 일부였다.‘잠실’이라는 지명은 조선 초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잠실도회가 설치돼 있던 데서 유래한다. 1930년대만 해도 잠실섬에는 온 섬에 뽕나무가 무성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채소밭이 됐다가 1971년 한강 공유수면 매립사업으로 물막이 공사를 하면서 육지로 변했다. 이때 송파강의 일부가 남고, 그 유로가 바뀌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가 석촌호수다.면적 21만 7850㎡, 평균 수심 4.5m 깊이의 호수는 송파대로를 기준으로 동서로 같은 모양의 동호와 서호로 나뉘었다. 1981년 호수 주변에 산책로와 쉼터 등 공원이 조성됐다. 동호는 새벽 조깅코스와 주변 시민들의 휴식처, 산책로로 이용되고 서호에는 롯데월드의 매직아일랜드와 서울놀이마당이 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호숫가를 산책하는 가족, 건강 달리기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도심공원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준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바로 이를 두고 한 얘기일 것이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린 ‘송파진’을 보면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강 건너편 송파진을 바라보고 있다. 저 멀리 남한산성도 보인다. 나루터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고, 나룻배가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건너고 있다. 그림 속 유유자적한 한강이 지금의 석촌호수가 된 것이다. 잠실역 3번 출구에 서서 바라보면 예전엔 그 풍경일 테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 말고는 그림 속 송파진을 상상하기 어렵다. 눈앞에는 서울미래유산 석촌호수가 있을 뿐이다.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걷다 보면 피할 길 없는 치욕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삼전도비(三田渡碑·사적 제101호)다. 삼전도는 1439년(세종 21년) 신설된 나루터로 한강나루, 노들나루와 함께 경강삼진(京江三津)의 하나였다. 원래 삼밭나루로 불렸던 삼전도는 한양에서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에 이르는 길목에 있었고 영남로를 지나는 상인들이 주로 이용하던 교통의 요지였다. 1636년 12월 청 태종은 대군을 이끌고 병자호란을 일으켰다.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항거하다가 결국 청나라 군대가 머물던 한강가의 나루터인 삼전도로 나와 항복의식을 행했다. 항복의 조건은 청과 조선이 군신의 의를 맺고, 명의 연호를 버리며, 명나라와의 국교를 끊고, 인조의 장자와 다른 아들 및 대신들의 자제를 인질로 할 것, 청나라가 명나라를 정벌할 때 원군을 보내고, 통혼하며, 성을 보수하거나 쌓지 말 것 등 굴욕적이고 가혹한 것들이었다. 병자호란이 끝난 뒤 청 태종은 자신의 공덕을 적은 비석을 세우도록 조선에 강요했다. 인조 17년 세운 삼전도비는 제목이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다. 비석 앞면의 왼쪽은 몽골글자, 오른쪽은 만주글자, 뒷면은 한자로 쓰였다. 비문은 이경석이 짓고 글씨는 오준이 썼으며 비의 제목은 여이징이 썼다. 침략국 황제를 칭송하는 비문의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임금의 명에 의해 글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백헌 이경석은 글을 배운 게 천추의 한이라며 피를 토하듯 괴로워했다고 한다. 높이 3.95m, 폭 1.4m의 한 덩어리로 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비석을 매일 바라봤을 백성들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삼전도비의 수난도 끊이지 않았다. 조선 임금이 항복했던 나루터인 삼전도에 비석을 세웠지만 1894년 청일전쟁의 패배로 청이 지배권을 상실하자 더는 굴욕적인 비석을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며 사람들은 이 비석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일제가 우리 민족의 굴욕을 상기시키기 위해 건져다 다시 제자리에 세웠다. 해방 후 주민들은 청나라가 만들게 하고 일본이 도로 세운 치욕적인 비석을 나라를 되찾은 마당에 그냥 둘 이유가 없다며 땅속에 묻어 버렸다. 1963년 홍수로 삼전도비가 드러나자 사적으로 지정하고 석촌동으로 옮겼으며 1981년 문화재 명칭을 ‘삼전도비’로 바꿨다. 석촌호수 주변 현재 위치로 옮겨진 것은 2010년이다.삼전도가 조선 전기에 교통의 요지로 역할을 했지만 조선 후기 들어서는 송파나루가 더 중요해진다. 송파나루는 한양에서 강원도, 광주, 이천으로 가는 아주 중요한 길목이었다. 서울 외곽을 지키는 송파진(松坡鎭)을 설치할 정도로 중요한 이곳은 사람의 왕래뿐만 아니라 한강을 타고 물자의 이동도 활발했던 곳이다. 궁궐이나 집을 짓는 데 사용되는 굵고 튼튼한 나무들이 강원도에서부터 뗏목으로 송파나루까지 왔다. 송파나루 옆에 있는 송파장은 조선 후기 전국 15대 향시에 꼽힐 정도로 번성했다. 실록의 기록을 보면 한양 내에 있던 시전을 위협할 정도였다. 서울 주변의 일반 상인들이 시전 상인들의 독점을 피해 삼남지방이나 관동지방에서 들어오는 물품들을 이곳에서 미리 사들여 많은 이익을 남기는 도가의 근거지가 됐기 때문이었다. 전국의 산해진미가 모이는 송파장에서는 우시장이 특히 유명했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즐겼다는 ‘효종갱’은 송파장에서 그날 잡은 소의 고기와 삼남에서 올라온 전복 등 해산물,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인 해장국이다. 밤새 푹 끓인 효종갱을 독에 담아 식지 않도록 명주에 싸서 품에 안은 채 말을 타고 달려 사대문이 여는 시간에 맞춰 당도한 뒤 주문한 사대부 집에 배달했다고 하니 이게 바로 새벽 배송의 원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송파장에서는 한양과 경기의 유명한 연희자들을 초청해 큰 규모의 산대놀이를 공연하곤 했다. 송파산대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는 서울놀이마당 전수회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루터 기능은 1960년대까지 뚝섬과 송파를 잇는 정기선이 운항돼 명맥을 유지하다가 강남 개발과 샛강 매립으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을 석촌호수 동호 남단 송파대로 쪽에 ‘송파나루터’가 새겨진 표석으로 남겼다. 번성했던 송파장과 관련해 경기도 암행어사 이건창의 활약이 전해 오고 있다. 이건창이 암행어사로 활동하던 시절 송파에 들러 신분을 속인 채 장터의 장사꾼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듣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가 떠나고 난 뒤 이건창의 신분을 알게 된 상인들이 그의 공덕과 행적을 기려 1883년 5월 장터 입구에 비석 ‘이건창영세불망비’를 세웠다. 비석은 을축년(1925년) 홍수로 유실됐다가 1979년 발견돼 현재의 위치에 세워졌다. 그 옆에는 을축년대홍수기념비가 나란히 서 있다. 을축년 대홍수는 1925년 7월 16일부터 3일간 계속돼 수도권 지역에 300~500㎜의 많은 비를 뿌렸다. 이 폭우로 한강과 임진강이 범람해 647명의 사망자와 당시 조선총독부 예산의 58%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은 한강변의 이촌동, 뚝섬, 송파, 잠실, 신천리, 풍납동 일대였다. 송파나루터 일대는 특히 피해가 극심해 송파장터 마을이 다 떠내려가고 마을 주민 전체가 지금의 송파동 일대로 이주했다. 수마의 무서움을 체험한 송파 나루터 주민들은 홍수 이듬해에 홍수 피해를 잊지 말고 대비하자는 의미로 기념비를 세웠다. 가락로에 있는 석촌동 고분군은 가락동·방이동 무덤과 함께 백제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조사가 실시됐으나 270여개에 이르는 돌무덤은 이미 원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 가장 큰 규모의 기단식 돌무지무덤인 3호분이 그나마 원형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었으나 1983년 절반이 잘려 나가는 등 보존과는 거리가 멀었다. 뒤늦게나마 역사적 가치를 깨닫고 발굴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잠실과 송파나루 길 답사를 마무리한 곳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가락시장이다. 을축년 대홍수로 가락동으로 옮겨간 옛 송파시장의 의미를 되살리는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는 수산, 축산, 청과 등 전국 최고의 식재료가 거래된다. 특히 싱싱한 수산물이 자랑이다. 펄펄 뛰는 참돔을 회로 떠서 먹으니 쫄깃한 식감이 지극히 훌륭하다. 치욕의 역사를 간직한 삼전도비를 보며 찝찝했던 기분도 어느새 사라지고 입안에는 진한 바다향이 감돈다. 글 함혜리 칼럼니스트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10회 삼청동 ●출발 일시 : 8월 1일 오전 10시 출발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총성없는 전쟁터’ 영사관… 양자외교 한 축이자 패권경쟁 축소판

    ‘총성없는 전쟁터’ 영사관… 양자외교 한 축이자 패권경쟁 축소판

    ‘G2’(주요 2개국) 미중의 갈등이 ‘영사관 전쟁’으로 한층 격화하고 있다. 양국이 코로나19 책임론, 무역·정보기술(IT) 전쟁에 이어 휴스턴·청두 주재 상대국 영사관 폐쇄 조치로까지 치달으며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의 고비를 맞았다. 대개 영사관 폐쇄는 단교 직전이나 그 과정에서 취해지는 외교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짐작된다. 중국은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청두 주재 미 총영사관을 개관 35년 만에 완전히 폐쇄했다. 앞서 미 총영사관은 72시간의 시한인 지난 사흘간 화물 트럭 5대를 투입해 짐을 내보냈고, 이날 오전 6시 18분 성조기를 내리며 폐쇄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 중국 공안은 아침 일찍부터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외부 접근을 막았다. 중국 외교부 군공사는 이날 정오 “우리는 정문을 통해 들어가 정당하게 접수 절차를 집행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에 항의하는 현지 주민 수백명은 건물 앞에 몰려 있다가 공안이 바로 진입하지 않자 “당장 끌어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이날 장면은 양자외교의 한 축이자 패권 다툼의 공간이었던 영사관이 ‘겉은 우아하되 본질은 냉혹한’ 국제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순간이었다. 영사관은 대사관과 더불어 외교 및 재외국민 보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해외 주재국에 설치된 접수국 외교부처 소속 재외공관이다. 1961년 체결된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강제력·위협의 공포 없이 주재 외교관들이 고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외교 공관에 권한을 부여한다. 주로 주재국 수도에 설치되는 대사관이 주재국과 상대국 정부 간 공식 대화·외교 창구 역할을 한다면, 영사관은 기타 주요 도시에서 해당국 교민을 위한 여권·비자 발급, 자국민 보호, 경제투자 등 민원 업무를 처리한다. 대사관은 국가승인을 해야 설치할 수 있지만, 영사관은 국가승인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 ●中, 61개국 중 1위… 韓 13위로 선진국 대열에 영사관을 포함한 재외공관은 그 나라의 국력과 외교 파워, 상대국과의 관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5년 상주대사관 24개, (총)영사관 9개 등 재외공관이 35개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달 기준 전 세계 191개 수교국 중 상주대사관 115곳, (총)영사관 46곳, 대표부 5곳 등 총 166개 공관으로 55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에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애틀랜타, 호놀룰루, 휴스턴 등 9곳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중국에는 광저우, 상하이, 선양, 시안, 우한, 청두, 칭다오, 홍콩 등 8곳에 총영사관이 있어 미국(6곳)보다도 많다. 아프리카는 수교 48개국 중 18곳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영사관은 없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글로벌 외교 인덱스’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재외공관 수는 총 276개로, 미국(273개)을 앞지르며 61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3위에 올랐다. 재외공관으로만 따지면 한국의 외교력도 선진국 대열에 든 셈이다. 영사 및 영사관의 신분과 임무, 특권·면제조항은 1963년 채택된 ‘영사관계에 따른 빈 협약’에 따라 대사·대사관에 준해 보장된다. 영사 역시 외교사절로서 불체포, 형사소추 면제의 신체 불가침 특권을 누린다. 접수국 관리는 영사 등의 동의를 얻은 경우, 전염병 방지·화재 등 긴급 조치를 요할 경우를 제외하고 치외법권 지역인 영사관 영내에 들어갈 수 없다. 물론 이를 악용하는 문제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해외 주재 북한 재외공관이 마약밀매와 카지노, 레지던스 등 불법 외화벌이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북러 합작회사가 주소를 버젓이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영사관으로 등록해 놓는 등 대놓고 불법 영업을 자행하고 있지만, 제재가 쉽지 않다. 이번 미중 갈등처럼 드러났듯 영사관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상대국 안보·산업 정보수집에 나서는 은밀한 기지라는 점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다이슈는 2017년 4월 일본 내 중국 간첩 실태를 전하면서 “도교 중국대사관을 거점으로, 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등지 총영사관을 중계지로 해 (중국이) 스파이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외교 불가침 구역’이라는 점에서 영사관 침입이나 폐쇄는 국제사회 이목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나 자치령·소수민족 출신들이 상대국 영사관 월담을 곧잘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영사관 폐쇄는 즉각 단교를 의미하는 대사관 폐쇄보다는 충격이 덜하지만 상징적 측면에서 충분하다는 점에서 헤게모니 경쟁 때마다 흔히 시도돼 왔다. ●습격·추방·폐쇄… 반복되는 ‘오욕의 역사’ 2017년 1월 호주 멜버른의 인도네시아 총영사관에 서파푸아 독립 깃발이 게양된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호주에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파푸아는 20세기까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지배를 연달아 받다가 1971년 분리독립선언 이후 오늘날까지 인도네시아에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미승인 국가다. 서파푸아 출신 용의자는 2.5m 벽을 넘어 들어가 독립을 상징하는 샛별기를 매달고 도주했는데,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범인 체포와 처벌, 영사건물의 안전 보장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이라크의 시아파 이슬람 성지인 카르발라시에서는 반정부 시위대 수십명이 이란 영사관을 습격, 콘크리트담을 기어 넘어 이란 국기를 끌어내리고 자국 국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이지만 적대국 이란에 대한 분노도 겹치면서 영사관을 침범하는 행위를 통해 정부와 이란에 대한 불만을 중첩 표출한 셈이다. 영사관 폐쇄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2018년 러시아와 영미 등 서방세계 사이에서 벌어졌다. 그해 3월 영국에서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당시 66세)과 딸 율리아(33)가 독극물 암살 미수를 당했는데, 약물이 옛 소련서 개발된 노비촉으로 밝혀지며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유럽국가들이 줄줄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고, 이에 동조한 미국도 시애틀 소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동시에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을 무려 60명 추방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맞서 러시아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미국·영국 총영사관을 퇴출하고 동수의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한동안 파장이 지속됐다. 영사관은 국제정치적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운을 달리하기도 했다. 1905년 일본과의 을사조약 체결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자, 조선땅에 가장 먼저 진출한 서구 열강 프랑스가 공사관을 영사관으로 격하시켰던 비운의 역사도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국교가 단절된 타이완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타이완은 1948년 수교 이후 공산주의에 맞섰던 공통적인 경험으로 인해 우방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북방외교 일환으로 한중이 외교관계를 맺자 타이완은 단교를 선언했다. 그해 8월 24일 마지막 주한 대사였던 진수지가 눈물의 퇴임사와 함께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내리는 것으로 서울 명동 대사관은 영원히 문을 닫았다. 이듬해 7월 양국은 각국 수도에 영사관을 대신하는 대표부를 설치하며 교류를 겨우 재개했지만, 명동 건물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이 들어섰다. 외교 상황이 반전됐지만 영사관을 다시 열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좌파정권을 이어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그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행보로 관계가 악화된 콜롬비아에 지난해 2월 일방적 단교를 선언하며 영사관을 폐쇄했다. 그러나 경제 실패로 ‘남미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베네수엘라는 폭증한 자국 이주민들이 콜롬비아에서 출생신고도 못 하고 범죄인 인도에도 애를 먹자, 올 1월 “영사급 관계를 복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콜롬비아로부터 단칼에 거절당했다. 외교관계가 개설이나 단절은 쉬울지 몰라도 복원은 쉽지 않다는 것을 세계 각국 영사관이 오욕의 역사로 증명하는 셈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인도 원숭이 이번엔 양목장 습격…새끼양 30마리 떼죽음

    인도 원숭이 이번엔 양목장 습격…새끼양 30마리 떼죽음

    인도 원숭이들이 또 사고를 쳤다. 인도 매체 ‘텔랑가나 투데이’는 22일(현지시간) 텔랑가나주 수리야페트의 한 농장에 원숭이들이 난입해 새끼양 3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원숭이들은 양치기가 다른 양을 몰고 들판으로 나가 아무도 없는 틈을 노려 농장을 덮쳤다. 방목된 양들이 초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사이 농장을 습격한 원숭이들은 새끼양을 물어뜯는 등 난동을 부렸다. 양떼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웃 주민들이 원숭이들을 내쫓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생후 한 달 된 새끼양 30마리가 그 자리에서 죽었다. 원숭이 습격에서 살아남은 양은 한 마리도 없었다. 돌아온 양 주인은 참혹한 현장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한 것으로 알려졌다.인도는 원숭이 때문에 수십 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원숭이 습격으로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한 가정집 담벼락이 무너지면서, 안뜰에서 자고 있던 일가족 5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6월에는 생후 1개월 된 영아가 젖병을 훔치려고 달려든 원숭이의 공격으로 사망했으며, 8월에는 50대 남성이 원숭이떼 습격을 받아 자택 테라스에서 추락해 숨졌다. 올해 5월에는 우타르프라데시주 미루트 의대 병원 직원들이 원숭이떼에게 코로나19 환자 혈액 샘플을 빼앗겨 논란이 일었다. 2007년 당시 뉴델리 부시장이 자택 테라스에서 달려드는 원숭이떼를 뿌리치다 추락사한 사건도 매우 유명하다.전문가들은 인도 경제발전과 함께 주택 수요가 폭증하면서 원숭이 서식지가 파괴됐고, 이 때문에 난폭해진 원숭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이 힌두교 신자인 탓에 하누만(원숭이신)의 화신인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등 살뜰하게 보살피고 있어 적극적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들이 원숭이 도살에 반대하는 것 역시 관리 당국에는 걸림돌이다. 2000년대 초반 인도 정부는 덩치가 크고 사나운 랑구르원숭이를 길들여 원숭이 퇴치에 동원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열병 앓는 지구 때문에 물난리 잦은 유럽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열병 앓는 지구 때문에 물난리 잦은 유럽

    22일은 24절기 중 12번째인 ‘대서’(大暑)였습니다. “염소뿔도 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서 때는 장마가 끝나고 가장 더운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서 때는 무더위를 피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산이나 계곡으로 놀러 가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참외, 수박 같은 여름 과채들이 가장 맛있을 때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대서를 전후해 비가 많이 오면 과일 당도가 떨어져 맛이 없다고들 합니다. 올해 대서는 장마철과 겹쳐서 폭염이 맹위를 떨치지는 못했습니다. 올 장마는 지난달 10일 제주도부터 24~25일에는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에서 시작돼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다음주에 올 장마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장마가 끝난 뒤 8월 한반도는 평년보다 0.5~1.5도 높아 무더운 날이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올 초 세계기상기구나 각국 기상청이 올여름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역대 가장 더울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지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구온난화는 더이상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는 듯싶습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지구온난화는 여전히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주도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체코공화국, 프랑스, 벨기에,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포르투갈, 폴란드, 러시아, 크로아티아,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유럽 17개국 34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최근 약 30년 동안이 유럽에서 홍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피해 규모도 크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7월 23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웬만한 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규모로 꾸려졌습니다. 이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이해하고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떠들어 대는 미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1500년부터 2016년까지 약 500년 동안 유럽 전역의 103개 강과 관련한 법률 및 행정기록, 신문, 편지 등 다양한 역사적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기간 동안 9576건의 홍수가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홍수가 유독 많았던 기간 9개를 분류해냈는데 그중 1992~2016년이 나머지 8개 기간보다 홍수 강도와 빈도가 높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1992~2016년은 다른 때보다 평균 1.4도가량 기온이 더 높고 여름철 홍수 발생이 더 잦아진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이 같은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중국 빈저우 의과대, 호주 모나시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혹한이 잦아지면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슨’ 7월 22일자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존망을 좌우할 지구온난화 역시 코로나19에 대응하듯 전 세계가 지혜를 짜내야 할 때입니다. 더이상 현실을 외면하고 대책 마련을 늦출 수 없습니다. edmondy@seoul.co.kr
  • 최경자 경기도의원, 2020 경기도 상반기 정책토론 대축제 개최

    최경자 경기도의원, 2020 경기도 상반기 정책토론 대축제 개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공동주최한 ‘2020 경기도 상반기 정책토론 대축제’가 지난 21일 경기도교육청북부청사 1층 김대중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최경자 의원(더민주, 의정부1)이 좌장을 맡았으며, 주제발표는 광운대학교 김남영 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토론회에는 경기도의회 문경희 부의장(더불어민주당·남양주2)과 건설교통위원회 권재형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정부3), 교육기획위원회 김경근 의원(더불어민주당·남양주6), 이진 의원(더불어민주당·파주4), 안전행정위원회 김원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의정부4), 의정부시의회 최정희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 그리고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윤창하 제2부교육감이 함께 참석해 개최를 축하했다. 또한 의정부교육지원청 유종만 교육장을 대신해, 교수학습지원과 강경순 과장이 함께 자리했으며, 광동고등학교 김석희 교장과 상우고등학교 공정배 교장, 의정부청소년 육성재단 차상운 사무국장이 참석해 토론회를 축하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표 축사로 경기도의회 문경희 부의장은 뇌파연구라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청소년들의 학교생활 부적응 원인을 찾고 전문가 의견과 현장의 경험을 함께 공유해 대안을 찾는 유의미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윤창하 제2부교육감은 경기교육청 북부청사에서 토론회 개최를 환영하고 본 토론회를 통해 학교 부적응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접근방법 개발을 희망한다며 토론회 개최 축하 인사말을 전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남영 교수는 학교 내 부적응학생의 원인과 대처 방법 논의에 신경과학적인 뇌파 선행연구의 한계를 확장해 부적응학생들이 정서적 성향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로 진행한 연구사례를 공유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정서나 행동특성이 학교생활 적응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에 후속적이고 장기적인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같은 의견으로 한국뇌과학연구소 백기자 소장 또한 학교 부적응 학생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성향 파악연구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정서나 행동특성이 학교생활의 적응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한국브레인진흥원 김충식 전 소장은 뇌파정보에 의한 군 부적응 용사 적성성향분석을 중심으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본 연구에서는 20대 초반 청소년 연령에 군 부적응 용사들 중 약 43%가 2가지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 결과 아직 군 입대를 하지 않은 예비 군인들이 위와 같은 성향을 갖고 있다면 향후 군 부적응 용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에 주목하고, 이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김경근 의원은 청소년기는 발달과업의 특성상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해가는 시기임에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직접 보여주면서 개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 뇌 기능 테스트를 통해 적합한 적성성향을 파악하여 맞춰가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이야기했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박덕동 의원 또한 청소년기는 신체적, 감정적 변화 등을 크게 겪는 시기로 청소년들은 문제 행동이나 심각한 갈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고, 사회심리적 갈등을 표출되는 행동으로 학교폭력과 직결되는 경우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학교폭력은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하게 고갈시키고 파괴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생활인권과 이정우 장학관은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유형의 학교 부적응학생 사례를 중심으로 ‘학교 부적응학생 진단 및 지원 시스템구축’ 교육정책 제언했으며, 동두천경찰서 박병무 경무과장 또한 경찰로 근무하면서 만난 학교 부적응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 부적응 예방과 원인탐색, ▲학교 및 지역사회에서의 부모교육 실시, ▲유형별 맞춤 진로지도체계 구축 운영 등 학교 부적응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 박현동 관장은 발제연구와 관련해 정서적 성향이 높게 나타난 것은 우울과 조증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크다고 본 것, 지나친 부정이나 초 낙관적인 상황으로 학교생활에 부적응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현장에서도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부적응으로 비행이 만성화 되기 전 단계에 직접 개입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뇌파검사를 통해 부적응 청소년들을 선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현장에 도입된다면 보다 효과적인 접근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끝으로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최경자 의원은 “경기도 교육의 의미를 담아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거나 놓치지 않도록, 경기도의회가 사회적 부모로서 함께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코로나19 생활수칙에 따라 무관중,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경기도의회 유튜브 ‘이끌림’을 통해 도민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민주 “집 2채 이상 다주택 공무원, 승진 막고 형사처벌 한다”

    민주 “집 2채 이상 다주택 공무원, 승진 막고 형사처벌 한다”

    ‘내로남불’ 논란 원천 봉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 아파트 매각에 이어 서울 강남권 반포 아파트까지 내놓으며 고위직 공무원들의 다주택 보유 금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다주택 소유 고위공직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법안에는 다주택 공무원의 고위직 승진을 강제로 막거나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은 고위공직자의 경우 형사 처벌을 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이는 그동안 여권 내에서도 말이 많았던 ‘내로남불’ 논란을 원천 봉쇄하면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공무원 등 정책결정권자들이 다주택자일 경우 스스로 손해를 보는 정책을 주저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조정지역에 2주택 보유시 고위직 승진·임용 제한”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다주택 고위공직자의 승진과 임용이 제한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다주택자 기준은 주택 2채 이상부터이며 고위공직자는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을 의미한다. 개정안을 보면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다주택 공직자가 서울 강남권,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러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윤 의원은 자신의 부동산과 관련한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자체를 규제하기 위해 주식 백지신탁 제도처럼 부동산도 백지신탁을 하거나 매각을 강제하도록 했다.“고위공직자 60일내 다주택 해소 못하면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신정훈,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발의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는 고위공직자는 형사 처벌을 받게 하는 법안도 나왔다. 신정훈 의원은 다주택 고위공직자가 60일 안에 다주택 상태를 해소하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무위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1급공무원, 교육감,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대상이다. 모든 다주택자에는 ‘세금 폭탄’현행 취득세율에 10% 추가 과세 강병원 “2년 미만 매매시 양도세 70%로 인상”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모든 다주택자에 세금폭탄을 안기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안도 잇따르고 있다. 김교흥 의원은 주택 취득 뒤 1년 이내에 입주하지 않으면 현행 취득세율에 10%를 추가 과세할 수 있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대한 빨리 다주택 상태를 해소하라는 의미다. 한병도 의원은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증여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내 3억원 이상 주택 증여 때 취득세율을 현행 3.5%에서 최대 12%로 올리는 등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병원 의원은 양도소득세율을 매매 기간에 따라 1년 미만 최대 80%, 1년 이상 2년 미만 최대 70%로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주택자의 단타 매매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는 취지다.전문가 “인사 불이익 공감…형사처벌은 가혹”“자기 존재 드러내기 위한 성명성 발의 우려” “언제는 이주 공무원에 강매하더니…주택 대신 빌딩 사는 부작용 나올지도”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정책을 관장하는 고위공무원들의 윤리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승진시 감점 등 인사상 불이익 측면에서 반영할 수 있겠지만 형사 처벌이나 재산상 불이익을 가하다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토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직무연관성을 따져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부분은 윤리적 측면에서 용인될 수 있겠지만 주택이 2채라는 이유로 형사 처벌까지 거론되는 건 너무 경직적이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성명성 법안 발의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과거 세종으로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강제 이주시킬 당시 공무원들이 세종에 집을 사지 않으면 잠재적 이직고려자 등으로 부를 만큼 지역 발전을 위해 매매를 강요 당했던 시기도 있었다”면서 “이제 와서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라’라고 하거나 직무와 무관한데도 처벌 운운하는 것은 파쇼적 측면이 있고 주택이 아닌 빌딩 구매 등 또다른 역풍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치타굴 제 발로 걸어간 임팔라의 최후…”야생서 실수는 곧 죽음”

    치타굴 제 발로 걸어간 임팔라의 최후…”야생서 실수는 곧 죽음”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타로 이어졌다. 1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국립공원 측은 제 발로 치타굴(?)에 굴러 들어간 임팔라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남아공 5대 야생동물보호구역 중 한 곳인 ‘말라말라 사냥금지구역’ 관리인 마이클 틸리(25)는 하루 전 낯선 치타 가족을 발견했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치타들을 적절한 위치로 옮기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은 그는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 틸리는 “어미 치타 한 마리와 새끼 치타 두 마리가 흰개미 언덕으로 올라가 사냥에 몰두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쪽에서 임팔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치타 가족은 먹잇감을 구하려 흰개미 언덕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임팔라떼와의 거리가 꽤 멀었기에, 치타 무리가 사냥에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틸리와 관계자들은 멀찍이 떨어져 차를 세웠다. 사냥 동선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그때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풀을 뜯던 새끼 임팔라 한 마리가 흰개미 언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치타 가족이 몸을 숨기고 먹잇감을 찾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듯했다. 임팔라를 포착한 치타 가족은 방아쇠를 당기듯 바짝 엎드려 사냥의 때를 기다렸다. 새끼 임팔라와 치타 가족의 거리는 곧 3m까지 좁혀졌다. 임팔라가 언덕에 숨죽이고 있던 포식자를 발견하고 멈칫한 순간, 치타 가족은 머뭇거리지 않고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원 관계자는 “임팔라는 호랑이굴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셈이었다. 사정권 안에 들어온 임팔라를 치타 가족은 놓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목숨을 건 추격전이 이어졌다.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던 임팔라는 그러나 치타의 빠른 발놀림을 당해내지 못하고 결국 100m도 못가 주저앉고 말았다. 크루거국립공원 측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야생의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임팔라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치타 가족의 포식으로 끝날 것 같았던 사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원 관계자는 얼마 후 나타난 수컷 사자 한 마리가 치타 가족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고는 치타 가족을 쫓아버렸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길 가던 연인에 칼부림” 50대 남성...검찰, 무기징역 구형

    “길 가던 연인에 칼부림” 50대 남성...검찰, 무기징역 구형

    길을 가던 연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한 명을 살해하고 한 명을 다치게 한 5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0일 오전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배모(54)씨의 결심 공판에서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된 상태에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마땅하고, 잔혹한 범죄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의견을 냈다. 배씨는 지난 1월 26일 0시쯤 용산구 효창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피해자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이를 말리는 A씨의 연인 B씨를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살인·특수상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씨는 일부러 A씨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 차례 밀치며 시비를 걸었고 이어 근처 자기 집으로 들어가 흉기를 가지고 나온 뒤 뒤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씨 측은 A씨를 살해하려던 의도가 없었으며, 몸싸움 도중 A씨가 배씨가 들고 온 흉기 위로 넘어지면서 찔려 사망한 것이라며 살해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또한 배씨에게 분노조절장애·양극성장애 등이 있다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명백히 살해의 고의가 있었고, 경찰·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자신이 찔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사망진단서 등에서도 이는 충분히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기는커녕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다는 정신병원의 감정 결과가 나왔으나, 이런 점만으로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법정 진술이나 의견서, 반성문 등을 보면 형을 감면받기 위해 노력하는 극히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본건 범행 전까지 22회에 걸쳐 폭행·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묻지 마 범행을 계속 저질러왔다”며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아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고, 감정 결과에도 이 사건 당시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다고 나와 있다”며 “피고인이 오른손에 칼을 든 상태에서 피해자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이런 불행한 결과가 생겼다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배씨는 준비한 반성문을 꺼내 읽으며 “무고한 생명을 사망케 해 이 자리에 왔다. 피해자와 가족, 친인척께 사죄한다”며 “출소한다면 술을 반드시 끊고 심리치료도 받겠다. 죄송하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배씨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19일 열릴 예정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문 대통령 신발테러 남성 세월호 추모공원 반대 앞장섰다

    문 대통령 신발테러 남성 세월호 추모공원 반대 앞장섰다

    이완영과 북한인권단체 ‘남북함께 국민연합’ 대표 활동 국회를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정모(57)씨는 특정단체와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지난 2월 ‘남북함께 국민연합’이라는 북한인권단체를 설립하고 이완영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공동대표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아들은 우리공화당 비례대표에 출마한 바 있다. 19일 서울신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정씨는 2018년 경기도 안산에 세월호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데 반대하는 화랑지킴이 시민행동의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당시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 분향소가 자리했던 ‘화랑유원지’에 안산시가 납골당이 포함된 추모공원을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한 데 반발해 지난해에는 안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 방송 인터뷰에도 응했다. 정씨는 작은 뮤지컬 극단의 단장으로 지난달 ‘북한여성과 아동, 탈북민의 참혹한 인권 유린을 고발하는 당신의 양심은 얼마입니까?’란 제목으로 ‘북한인권 평화콘서트’를 개최했던 ‘남북함께 국민연합’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했으며, 그의 아들은 우리공화당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하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쯤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제21대 국회 개원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져 검거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A씨에게 공무집행방해 및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이르면 이날 중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호원들이 제압하려 하자 “가짜평화 위선자 문재인은 당장 자유대한민국을 떠나라”고 외쳤고,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와 관련 “그 시민은 직접적인 테러나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고 정권에 대해 항의를 표시한 것이니 넓은 품으로 포용해주기를 촉구한다”는 그를 옹호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운동부 후배의 ‘끓는물 학대’ 못 벗어난 건 협박과 차용증 때문(종합)

    운동부 후배의 ‘끓는물 학대’ 못 벗어난 건 협박과 차용증 때문(종합)

    한 집에 같이 사는 중학교 선배에게 수개월에 걸쳐 ‘고문 수준’의 잔혹한 학대를 일삼아 온 20대 후배와 후배의 여자친구가 결국 구속됐다. 17일 광주지법 류종명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중학교 선배 A(24)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특수상해)로 박모(21)씨와 박씨의 여자친구 유모(23)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류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중학교 선배에 끓는 물 붓고 불로 지지고 박씨와 유씨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경기 평택시의 자택에서 A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해 8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광주에 살고 있던 중학교 선배 A씨에게 ‘같이 일하며 함께 살아보자’며 평택으로 불러 같이 산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와 A씨는 처음엔 각자 번 생활비로 공동생활을 했으나 이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폭행이 시작됐다. 박씨와 유씨는 A씨를 골프채로 때렸고, 심지어 끓는 물을 수십 차례 몸에 끼얹고 토치 불꽃으로 몸을 지지는 등 상상도 하기 힘든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A씨는 박씨와 유씨의 가혹행위로 두피가 대부분 벗겨지는 등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들의 가혹행위로 인해 A씨가 피부 괴사를 겪자 몸에서 악취가 난다며 화장실에서 생활하도록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혼자 자해한 것” 범행 부인했던 ‘악마 커플’ 이들은 A씨가 도망가면 A씨의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을 했다. 또 A씨가 일을 그만두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A씨가 빌리지도 않은 수억원대의 차용증을 작성했으며 집에 돌아가려면 이 돈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러한 협박에 A씨는 종종 연락하는 가족들에게 “잘 지내고 있다”며 혼자서 가혹행위를 감내했다.가혹행위로 인해 A씨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하자 박씨 커플은 A씨를 고향인 광주로 데려가 입원시켰지만 병원비가 없는 A씨는 곧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했던 A씨는 다시 박씨 커플에게 돌아갔지만 학대 행위가 다시 시작되자 결국 탈출해 고향집으로 돌아갔다. A씨의 부모는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아들을 보고 깜짝 놀랐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죄가 경기도에서 발생했지만 박씨 커플이 광주에 머물고 있는 관계로 이 사건을 넘겨받아 이들을 체포했다. 박씨 커플은 처음에 A씨가 자해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자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심리 상태가 염려돼 검사를 의뢰하고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해 치료비 지원과 심리 치료를 받게 했다. A씨의 사연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고, 청원인은 박씨와 유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3억 5천만원짜리 가짜 차용증과 가족 해치겠다는 협박 박씨는 중학교 시절 A씨와 함께 운동부에서 활동한 3살 터울의 후배였다. 규율이 엄격한 운동부에서 함께 생활한 후배가 선배를 학대한 것은 언뜻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선배가 학대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차용증과 가족에 대한 협박 때문이었다.학대가 시작된 것은 박씨가 장난처럼 시작한 주먹질이었다. 박씨는 선배인 A씨가 후배에게 맞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점차 폭력의 강도를 세게 늘려갔다. A씨는 학대를 당하는 동안 이름 세 글자만 써준 차용증이 3억 5000만원이라는 빚으로 둔갑해 박씨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A씨가 도망가면 가족들이 위해받을 것처럼 위협하는 박씨 커플의 협박도 A씨를 꼼짝 못하게 만든 이유였다. A씨는 고향 집에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면 ‘잘 지낸다’, ‘대기업에 취직했다’ 등 거짓말로 가족을 안심시킨 뒤 ‘사랑한다’는 끝인사로 별다른 의심을 사지 않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A씨의 부친은 “맏이인데도 집에서 막내처럼 굴었던 심성 여린 아들이 오랜 기간 이어진 폭력에 겁먹고 주눅이 든 짐승처럼 저항조차 못 하게 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아빠’하고 부르는 소리에 반가워서 문을 열었더니 아들이 사람 몰골을 볼 수 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며 “얼마나 굶었는지 밥을 차려주자 마구 먹었다”고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건 날 아침을 떠올렸다. 두피 손상 후유증으로 평생 모자 쓰고 다녀야 A씨는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A씨는 끓는 물이 연거푸 끼얹어지는 가혹행위로 두피 대부분이 벗겨졌다. A씨는 심각한 후유증으로 남은 일생을 모자나 가발을 쓰고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 사건 범행이 잔혹한 만큼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피의자들의 사이코패스 성향 여부 등도 분석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인천상륙 지원·삯바느질로 군함 구입 앞장선 ‘6·25 영웅 부부’

    인천상륙 지원·삯바느질로 군함 구입 앞장선 ‘6·25 영웅 부부’

    부부 전쟁영웅. 아마 대한민국 전사(戰史)에 흔치 않은 사례일 겁니다. 초대 해군참모총장으로 국방장관까지 지낸 손원일(1909~1980) 제독과 부인 홍은혜(1917~2017) 여사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손 제독은 2012년 9월, 홍 여사는 지난해 8월 각각 국가보훈처가 지정하는 ‘6·25 전쟁영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부부의 일생은 ‘해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에게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16일 해군에 따르면 손 제독은 1909년 평안남도 강서군에서 2남 3녀 가운데 맏아들로 태어나 독립운동가였던 부친을 따라 중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부친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지낸 손정도 목사입니다. 1924년에 중국 남경 중앙대 항해과를 졸업한 그는 1927년 중국 해군의 국비유학생으로 3년간 독일에서 수학했습니다. 젊은 시절 고난도 있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일제의 감시를 받던 그는 1930년 일시 귀국했다가 일본 경찰에 붙잡히게 됩니다. 상해독립단체의 비밀연락원의 임무를 띠고 입국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가두고 모진 고문을 했습니다. 엄혹한 시절 그렇게 1개월간의 옥고를 치렀습니다. 출감 후 다시 중국으로 건너간 손 제독은 무역업에 종사하다 1945년 광복을 맞아 귀국하게 됩니다. ●1945년 국방경비대 두 달 앞서 해사대 결성 손 제독은 1945년 8월 ‘해군의 씨앗’으로 불리는 ‘해사대’를 결성했습니다. 해군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해 직접 발품을 팔며 어렵게 70명의 대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해 11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관훈동 표훈전에서 70명의 해사대 대원이 모여 결단식을 가진 ‘해방병단’이 바로 우리 해군의 모태입니다. 육군의 모체인 ‘국방경비대’보다 2개월 빨리 창설돼 창군의 핵심 조직이 됐습니다. 11월 11일이 해군 창립일이 된 것도 손 제독의 깊은 뜻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해군을 ‘바다의 신사’라고 여겨 ‘열 십’(十)과 ‘한 일’(一)을 합친 ‘선비 사’(士)를 뜻하는 11월 11일을 택했습니다. 1946년에는 해군사관학교의 전신인 ‘해군병학교’를 세웠습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초대 해군참모총장이 된 그는 이듬해 해병대를 창설, 모든 해군 조직을 외세가 아닌 우리의 손으로 만드는 신화를 썼습니다. 1949년 손 제독은 미국으로부터 전투함을 구입하기 위해 ‘함정 건조기금 갹출위원회’를 구성하고, 장병과 국민 모금운동을 벌여 어렵게 1만 5000달러의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당시 손 제독의 부인 홍 여사는 장병 부인들을 모아 삯바느질로 전투함 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섰다고 합니다. 손 제독은 정부 지원금 4만 5000달러를 합해 6·25 전쟁 직전 백두산함, 금강산함, 삼각산함, 지리산함 등 4척의 전투함을 구입, 바다를 지키게 했습니다. 그의 선견지명은 놀라운 성과로 돌아왔습니다. 백두산함은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6일 새벽, 무장병력 600여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1000t급 북한 수송선을 격침시켜 첫 승전보를 올렸습니다. 우리 군의 사기를 크게 높인 것은 물론 북한의 배후 위협 전략을 조기 차단한 값진 승전이었습니다. ●北병력 600명 태운 배 격침, 배후 위협 차단 심지어 그가 일군 해병대는 단독작전으로 1950년 8월 ‘통영상륙작전’을 감행, 적 469명을 사살하고 차량 12대를 노획하는 대전과를 거뒀습니다. 당시 미국 종군기자 마거린 히긴스로부터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는 평가를 받아 해병대에 붙여진 별명이 ‘귀신 잡는 해병대’입니다. 동시에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직전 ‘엑스 레이’ 작전을 지시,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던 인천 지역에 잠입해 한 달 동안 북한군 해안포대의 위치와 규모 등 정보를 수집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는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지휘 아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됩니다. 침투 부대의 활약상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손 제독은 정전협정 직전인 1953년 6월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뒤에도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국군묘지(현재의 국립서울현충원)와 국방대학원 설립, 군목제도 및 국내외 위탁교육제도 신설 등이 그가 남긴 유산입니다. 부부는 닮는다고 합니다. 홍 여사의 나라를 위한 헌신도 지극했습니다. 홍 여사는 6·25 전쟁 중 부상당한 해군과 해병대 병사들을 돌보는 데 노력을 다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다음해인 1951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공장과 탁아소, 유치원 등을 지어 전사자 가족을 도왔고 부상병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도 펼쳤습니다.●해군사관학교 교가 등 군가 다수 작곡 홍 여사가 해군에 미친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홍 여사는 늘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군가가 없어 일본 군가에 가사를 붙여 부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독립군이나 광복군의 군가를 부르거나 찬송가를 부르는 이들도 드물게 있었지만, 당시엔 창군에 박차를 가하던 때라 이런 문제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홍 여사가 이화여자전문학교(현재의 이화여대) 작곡과에서 수학한 경험을 살려 손 제독이 쓴 가사에 곡을 붙여 한국 최초의 군가 ‘해방 행진곡’을 탄생시켰습니다. 1946년 1월 해방병단이 미 군정청으로부터 정식 군사단체로 승인을 받던 때, 두 사람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군가 해방행진곡도 발표됩니다. 이후에도 그는 ‘바다로 가자’, ‘해군사관학교 교가‘ 등 다수의 해군 군가를 직접 작곡했습니다. 손 제독은 1980년 71세, 홍 여사는 2017년 100세로 타계했습니다. ‘전쟁영웅 부부’의 업적을 이렇게 짧은 글로 정리하는 것 자체가 버거울 정도로 그들은 군과 현대사에 굵은 한 획을 그은 인물이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코로나 통금 어기면 살해… 콜롬비아 ‘살벌 방역’

    코로나 통금 어기면 살해… 콜롬비아 ‘살벌 방역’

    콜롬비아에서 반군과 마약조직 등 무장단체가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무단 통치’를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통금시간을 정해 놓고 이를 어긴 주민들을 살해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콜롬비아 32개주 가운데 최소 11개주에서 무장단체가 주민들에게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도록 위협하고 이를 위반한 주민들을 살해해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가 상륙한 후 국민들에게 격리령을 내리는 등 엄격한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무장단체들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은 정부지침보다 훨씬 살벌하다. 이들은 공권력이 덜 미치는 외딴 지방에서 공권력 행세를 하며 주민들에게 야간 통행금지령과 봉쇄, 이동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전단이나 메신저를 통해 주민들에게 지침을 전하고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통금시간 중 필수 외출은 허용하는 정부와 달리 무장단체들은 병원에 가는 것도 막는다고 HRW는 전했다. 지침 위반에 따른 처벌도 가혹하다. 콜롬비아 3개주에서 최소 9명의 주민이 통행금지 등 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살해됐다고 AP가 전했다. 지난달에는 푸투마요의 지역대표가 무장단체의 지침을 고발하는 서한을 당국에 보냈다가 결국 이들에게 살해됐다. 반군 민족해방군(ELN)은 지난 4월 주민들에게 배포한 전단에서 “식료품 가게, 빵집, 약국 직원만 일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은 집 안에 머물러야 한다”며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위반자들을 어쩔 수 없이 살해했다”고 말했다. 호세 미겔 비방코 HRW 미주국장은 “무장단체들의 가혹한 ‘처벌’로 주민들이 공격받고 목숨까지 잃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실업률 외환위기 이후 최악… 청년·제조업에 더 가혹한 고용 쇼크

    실업률 외환위기 이후 최악… 청년·제조업에 더 가혹한 고용 쇼크

    6월 실업자 122만 8000명… 9만여명 늘어구직자 체감 실업률도 13.9% ‘역대 최고’청년 실업률 치솟아… “그냥 쉼” 229만명수출 부진에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 커져지난달 실업률이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고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소비가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음에도 고용 시장은 출구가 안 보이는 터널에 갇혀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을 넘어 경제 근간인 제조업 등으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청년층 고용지표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15일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자는 122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만 1000명 늘었다. 실업률도 0.3% 포인트 오른 4.3%를 기록했다. 6월 기준으로 실업자 수와 실업률 모두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구직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확장실업률은 2.0% 포인트 오른 13.9%로 집계됐는데,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6월 기준으로 최고치다.●취업자 수도 35만명 감소… 감소폭은 줄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35만 2000명 줄어든 2705만 5000명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된 3월(-19만 5000명)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처럼 장기간 취업자가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10월∼2010년 1월(4개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4월(-47만 6000명)과 5월(-39만 2000명)에 비해 감소폭이 줄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취업자가 줄었다. 청년층(15~29세)은 17만명 감소했고, 실업률이 10.7%까지 치솟았다. 확장실업률 역시 1년 전보다 2.2% 포인트 오른 26.8%로 집계됐다. 20대 고용률 감소폭은 5월 -2.4%에서 지난달 -2.5%로 확대됐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28만명) 취업자가 4개월째 줄었다. 숙박·음식점업(-18만 6000명), 도소매업(-17만 6000명), 교육서비스업(-8만 9000명) 등에서 많이 줄었다. 여기에 제조업 취업자(-6만 5000명)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감소폭이 3월(-2만 3000명)부터 계속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에 따른 영향 탓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부동산업(-3만 2000명→-5만 4000명)과 금융 및 보험업(-1만 1000명→-2만 3000명) 등도 전월 대비 취업자 감소폭이 커졌다. ●홍남기 “고용 회복 속 청년·제조업 악화 우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60.4%로 1년 전보다 1.2% 포인트 줄었다. 같은 달 기준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28만 9000명 늘어난 229만 6000명에 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업자 감소폭이 지난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제조업 등에서 고용 상황이 악화됐고, 청년층의 고용 회복이 더디다”고 우려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언니 앞 무참히 살해당한 여동생...30대 남성에 징역 30년 선고

    언니 앞 무참히 살해당한 여동생...30대 남성에 징역 30년 선고

    연락이 끊긴 여성을 3개월간 추적해 언니가 보는 앞에서 살해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양민호 부장판사)는 살인, 특수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9)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24일 부산 한 주택에서 B(21)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7월 B씨를 처음 만난 뒤 1년간 사적인 만남을 이어왔다. 이후 B씨가 연락을 끊자 살해할 마음을 먹고 2019년 12월 말 인터넷 쇼핑몰에서 흉기를 구매했다. A씨는 이사한 B씨를 3개월간 찾아다녔으며 심부름센터에 주소를 의뢰했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마침내 주거지를 찾아낸 A씨는 B씨 집 안으로 들어가 자해 소동을 벌이며 흉기로 위협한 뒤 살해했다. 딩시 A씨는 집에 함께 있던 B씨 언니 C씨도 함께 흉기로 위협했다. A씨는 범행 후 도망간 뒤 나흘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재판부는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잔혹하고 매우 무자비하다”며 “피해자는 잔혹한 범죄로 21살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고 특히 언니는 눈앞에서 동생을 잃어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월드피플+] 코로나 면회 금지에…치매남편 돌보려 요양원 접시닦이 취직한 부인

    [월드피플+] 코로나 면회 금지에…치매남편 돌보려 요양원 접시닦이 취직한 부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치매 남편을 직접 돌볼 수 없게 된 아내가 요양원에 접시닦이로 취직했다. 12일(현지시간) NBC투데이는 팬데믹으로 면회가 금지된 요양원에 직원으로 들어가 남편을 계속 돌보는 아내의 사연을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사는 마리 다니엘(57)은 지난해 여름 남편 스티브 다니엘(66)을 요양원에 들여보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적절한 환경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남편에게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그리곤 매일같이 남편을 찾았다. 밤마다 잠자리도 돌봤다.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부부의 모든 일상을 바꿔놓았다. 아내는 “3월 11일부터 면회가 금지됐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남편을 볼 수 있었는데 전염병이 플로리다주를 강타했다”고 밝혔다. 주정부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요양원 면회 금지령을 내렸다. 아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창문 밖에서 남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남편은 창문 너머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언제 끝날지 모를 생이별에 남편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조치가 필요했다. 그때 기발한 생각 하나가 아내의 머릿속을 번뜩 스쳐 지나갔다. 요양원에 직원으로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아내는 “자원봉사자가 됐든 직원이 됐든 요양원에서 일만 할 수 있게 된다면 남편을 돌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내는 요양원에 사정했다. 무슨 일이든 좋으니 자리가 나면 연락을 달라는 하소연이었다.그리고 지난 6월 말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다. 접시닦이로 일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아내는 단박에 제안을 받아들였고 114일 만에 보호자가 아닌 직원으로 요양원에 들어가 남편과 상봉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손을 맞잡은 남편은 눈물을 글썽이며 아내 이름을 외쳤다. 아내는 “나를 알아봤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제 아내는 일주일에 두 번 요양원으로 출근해 접시닦이 일을 하고, 일과가 끝나면 예전처럼 남편에게 들러서 옷을 갈아입히고 잠자리를 돌본다. 요양원 관계자는 “방문자 제한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조치로서 시행됐다. 그러나 그것은 가족과 환자 모두에게 힘든 일이었다. 특히 이들 부부에게 창의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남편에게도 긍정적 변화가 있어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남편을 포함해 환자 50명이 머무는 요양원에서는 다행히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원으로 들어가게 된 아내도 방역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아내는 “나는 팬데믹을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 그래서 요양원에 직원으로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절대 무리하지 말자 생각했다”며 혹시 모를 우려의 시선을 경계했다.그러면서 “입소 전 세 차례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각종 신체검사 외에 20시간의 사전훈련 등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고 강조했다. 일을 나가지 않는 날에도 절대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않으며, 어딜 가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중이다. 다만 가족과 분리된 남편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알기에, 면회를 금지하지 않으면서 전염도 막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돌봄을 위한 타협’ 운동을 전개하며 주지사와의 만남도 요구 중이다. 아내는 “최우선 목표는 주지사와의 소통이다. 가족과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이 요양원 환자들에게 미치는 가혹한 영향에 대해 인식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플로리다주는 요양시설 방문 금지 조치를 60일 연장한 상태다. 아내도 요양원에 계속 출근하며 남편을 돌볼 생각이다. 아내는 “일이 바빠도 상관없다. 보상으로 남편을 볼 수 있으니”라며 의욕을 보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자두가 아프게 떠난 지 어느덧 1년 잔혹한 동물학대 왜 더 많아지죠?

    자두가 아프게 떠난 지 어느덧 1년 잔혹한 동물학대 왜 더 많아지죠?

    “자두가 바로 이 가게 앞에서 그렇게 아프게 죽었어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자두 얘기만 하면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 위치한 수제 맥줏집 ‘비아토르’에서 만난 예미숙(56)씨는 자두를 떠올리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7월 13일 예씨가 기르던 고양이 자두는 ‘별’이 됐다. 제명을 다한 게 아니라 잔인한 죽음을 당했다. 평소처럼 가게 앞에서 ‘엄마’ 예씨를 기다리던 자두에게 다가온 가해자 정모(40)씨는 자두의 꼬리를 잡은 채 수차례 땅바닥에 내리쳤다. 쓰러진 자두의 머리를 발로 짓밟고 수풀에 버렸다. 단지 ‘고양이에게 거부감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정씨는 법정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지난 5월 출소했다. 하지만 예씨가 받은 충격과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길고양이인 줄 알았다’ 책임 회피에 분노 “자두는 2017년 겨울에 서울 구로구의 한 빈 상가 지붕 위에서 태어났어요. 재개발로 곧 허물어질 건물 위에서 위태롭게 떨고 있는 자두 가족을 그냥 둘 수 없어서 제가 구조해 키우기 시작했죠. 자두는 유난히 작고 몸이 약했어요. 조금씩 건강을 찾고 친구들과 뛰어놀기 시작했는데··· 하필 그런 일을 당한 거예요.” 예씨는 당시 자두를 비롯해 총 다섯 마리를 구조했다. 세 마리는 입양을 보내고 자두와 살구 두 마리를 거뒀다. 자두는 특히 조용하고 얌전했다. 몸이 약해 혼자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아 예씨는 마음이 많이 쓰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좋은 사료를 먹여 건강해졌는데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정씨가 자두를 학대하고 죽이는 장면은 가게 앞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처음에는 세탁 세제를 섞은 사료와 물을 억지로 먹이려고 했다. 자두가 거부하자 잔인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수풀 속에 싸늘하게 버려진 자두를 예씨가 직접 거뒀다. 정씨는 사건 발생 5일 뒤 체포됐고,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범인이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동물학대에는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된다며 실형이 나올 건 기대도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가족 같은 아이가 그렇게 떠났는데··· 말이 안 되잖아요.” 예씨는 늘 재판 한 시간 전에 법원 앞에서 ‘자두를 잔인하게 폭행해 죽인 범인을 엄벌에 처해 달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예씨의 딸도 매일같이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호소문을 올려 자두 사건을 알렸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이 자두를 추모하고 동물보호법을 강화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사건 현장에는 자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고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0만명을 넘겼다. “가해자가 재판에서 자두를 학대한 혐의는 인정했어요. 증거가 명확하니까요. 그런데 재물손괴 혐의는 피해 가려고 ‘자두가 주인이 있는 고양이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동물학대죄보다도 재물손괴죄의 형량이 더 높게 선고돼 왔으니 중형을 피하려 한 거죠.” 예씨는 재판정에서 많은 눈물을 쏟았다. “가해자의 주장에 너무 화가 나고, 불쌍한 자두가 떠올라서 그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가해자 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예씨가) 가게 뒤편에 고양이 생활공간을 만들어 매일 보호해 왔고, 가게 테라스 앞에 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에 대한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고 밝혔다. 또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으며 가족처럼 여기던 고양이를 잃은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정씨에게 징역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정씨는 형이 과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결도 같았고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동물학대 범죄에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예씨는 “물론 실형이 선고됐고, 자두 사건을 계기로 처벌이 강화되고 있어 한편으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우리 자두를, 한 생명을 빼앗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한다. 영국은 2017년 동물학대의 처벌을 징역 2년에서 5년으로 강화했다. 미국은 지난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물을 압사시키거나 태우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에 처하는 일명 ‘팩트법’(PACT Act·Preventing Animal Cruelty and Torture)을 통과시켰다. 2015년 미국에서 7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학대해 죽인 20대 남성에게 징역 28년 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예씨는 “우리나라도 반려인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아직 법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시 보이는 등 극심한 고통으로 병원 치료 “자두를 그렇게 보내고는 새벽에 집에 가려고 차를 끌고 자유로에 들어섰는데 바로 앞에 고양이가 보이는 거예요.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주행 중인 차가 있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어요.” 사건 이후 예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운전 중에 환시를 보고 수시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불면증도 찾아왔다. 예씨는 “자두가 떠난 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요즘 부쩍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이 한 마리 죽었다고 그러냐’는 분도 있지만 나에겐 가족같이 소중한 존재였다”면서 “지금처럼 가게에서 자두랑 같이 있을 때 틀었던 노래가 나오면 마음이 더 아프다”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지만 동물학대 사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인원은 2015년 264명에서 2018년 592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주인과 산책하다가 길을 잃은 반려견 ‘토순이’를 잔혹하게 죽인 20대 남성에게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최근에는 관악구와 마포구 일대에서 잔혹하게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돼 경찰이 전담팀까지 꾸려 수사에 나선 상태다. “지난 5월에 가해자가 출소한 데다 동물학대 사건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니 무섭더라고요. 고양이 쉼터 앞에 튼튼한 문을 만들고 자물쇠도 달았어요.” ●“너의 죽음 헛되지 않게…” 꼭 전해졌으면 자두가 떠난 뒤 고양이 6마리가 살고 있는 가게 뒤편 쉼터 앞에는 나무로 된 방범문이 생겼다. 예씨는 퇴근할 때마다 자물쇠로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다.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돼서다. 자두와 더불어 ‘삼총사’로 불리며 가게 마스코트였던 고양이 ‘돼지’와 ‘하늘이’는 자두의 학대 현장을 목격한 뒤 한동안 쉼터 밖을 잘 나서지 않았다. 예씨는 최근 자두를 구조한 상가 인근에서 추가로 고양이들을 구조했다. ‘몽둥이를 들고 고양이를 위협하는 남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가게 쉼터에는 공간이 부족해 집으로 데려갔다. 예씨는 “자두처럼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내가 거두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며 “결국 이런 사건을 예방하려면 동물보호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돼야 하고, 동물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법도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많은 분이 자두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셔서 버틸 수 있었어요. 자두가 정말 큰일을 하고 갔다고 생각해요. 자두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의 인식도 법도 바뀌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자두야. 많이 아팠으니까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뛰어다니고 놀고 했으면 좋겠어. 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게.’ 이 말이 자두에게 꼭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사설]박 시장 사망 안타깝지만 이런 비극 다신 없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황망하게 시민들 곁을 떠났다.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로도 거론되던 박 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충격적이다. 외신들도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배낭을 메고 관사를 나섰다가 믿기지 않는 주검으로 돌아온 고인은 남겨진 유서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며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며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고 마지막 소원을 적었다. 어깨를 짖눌렀던 무거운 책임감을 모두 떨쳐내고 떠나려는 듯 마지막 인사는 “모두 안녕”이라며 짧게 마무리했다.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배경은 알 길이 없다. 다만 시장실에서 근무한 전직 비서에게서 최근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는데 이 사안이 그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막연한 추측만 할 뿐이다.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국내 첫 성희롱 사건인 ‘서울대 우조교 사건’ 승소를 이끈 주역인 고인이 이른바 ‘미투’ 고발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이런 아이러니를 또 다시 찾아보기도 힘들다. 고인은 엄혹한 유신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평생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에 헌신했고, 최근까지 유력 정치인이자 지방행정가로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온 인물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소액주주운동과 낙선운동시민연대 활동으로 시민운동가로서 뚜렷한 궤적을 남겼고,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를 창설해 시민운동의 외연확장 계기를 만들어냈다. 오롯이 사회와 시민을 위한 삶만 살았던 고인의 일관성과 성실함은 3연임하며 10년간 서울시정을 이끌게 한 원동력이 됐다. 고인 스스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고, 우리 사회도 고인의 열정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특히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은 잠시도 소홀할 수 없다. 시장대행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황망한 상황에서도 시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시장 안정은 서울시가 주도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창의적 해법’의 모범까지 제시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우리 선조들은 홀로 있을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도록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삼간다는 ‘신독(愼獨)’을 큰 가치로 새기고 또 새겼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일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되겠지만 누구보다도 고위 공직자들은 스스로 돌이켜보며 신독의 다짐을 되새기길 바란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되지 않는가.
  • 日아사히 “일본정부, ‘군함도’ 어두운 역사 겸허히 직시하라”

    日아사히 “일본정부, ‘군함도’ 어두운 역사 겸허히 직시하라”

    일본 정부의 약속 파기에 따라 한국 정부가 메이지 시대 산업 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취소를 추진 중인 가운데 아사히신문이 9일 ‘세계유산대립, 부(負)의 역사 직시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자국 정부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아사히신문은 “5년 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에 관한 전시를 놓고 일본과 한국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 원인에 대해 “태평양전쟁 당시 징용공에 대해 일본 측이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23개 장소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것과 관련해 이를 소개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도쿄도 신주쿠구)를 지어 지난달 15일부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군함도 등에서 있었던 착취와 억압 등 실상은 숨긴 채 강제노역이 없었다는 일부 증언을 부각시키는 등 외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포함한 대응을 요구하는 서신을 유네스코에 보냈다. 아사히는 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에서의) 희생자를 기억으로 남기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하시마에서 한반도 출신자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증언 등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이 한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사설은 “한반도 출신자의 노무 동원에 폭력이 수반되는 경우가 있었다거나 가혹한 노동을 강요한 것은 당시 (일본) 정부의 공문서 등에서 드러났고, 일본 내 재판에서도 피해 사실이 인정됐다”며 “그런 사실도 충분히 설명하면서 당시 일본 국가정책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전시의 형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어느 나라든 그동안 걸어온 길에 빛과 그림자가 있고, 이웃나라와의 관계도 복잡하기 마련”이라며 “좋고나쁨에 상관없이 역사적 사실에 겸허하게 마주하며 미래를 생각하는 책임이 있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사히는 “메이지 이후의 일본은 많은 노력과 희생 위에 눈부신 공업화를 이뤘다”면서 그러나 “어두운 측면으로부터 눈을 돌린다면 유산은 빛이 바랠 것”이라고 사설을 맺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반기문 “北에 구걸하는 태도 버려라”…文 대북정책에 직격탄

    반기문 “北에 구걸하는 태도 버려라”…文 대북정책에 직격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반기문 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외교안보포럼’ 기조연설에서 “(남북 관계는) 상호존중·호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너무나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 계속 북한에 끌려 다니는 상황밖에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北 입장 옹호하면 계속 끌려다녀” 그는 “이념 편향과 진영 논리는 마땅히 배제돼야 한다. (북한을 향한) 일편단심은 냉혹한 국제사회에서나 민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경우 해결은 더욱더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일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을 새로 지명했다. 좋은 구상을 하겠지만 너무 단기에 (갈등) 국면을 해소하려고 하면 점점 더 우리는 어려운 위치에 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고, 북측에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추진하는 ‘남북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현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반기문 위원장은 “북한이 종전선언에 움직일 리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돼도 모든 걸 백지화하는 북의 행태에 비춰 보면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고위 책임자가 주한미군 감축 거론? 개탄스러워” 그는 “(여권의) 일부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정치인들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는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상당히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아무리 해도 주한미군이 절대 나갈 리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참 경악스러웠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반 위원장은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공개적으로 폭파한 일을 거론하며 “도발 행위를 아무런 자책도 없이 자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취한 미온적 대응, 그야말로 억지로 한마디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보인 미온적 대응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10월 북미회담 가능성, 크지 않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대화 노력에) 모든 국민이 환희에 차고, 기대하고, 전 세계가 손뼉을 쳤는데, 표면적으로는 가히 역사적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보면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게 됐다. 어찌 보면 전략적 입지가 더 궁색해졌다”고 꼬집었다. 반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10월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소위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다, 미 대선 즈음해서 ‘쾅’ 해서 미북 회담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하는데, 북한도 여러 정세를 꿰뚫고 있다”며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핵에 있다. 이런 점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햇볕정책 하면서 전 세계에서 찬양받던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 문 대통령의 정책, 이게 다 북한의 핵 야망을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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