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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6) 저항과 혁명의 도시 리비아 벵가지

    [이슬람 문명과 도시] (16) 저항과 혁명의 도시 리비아 벵가지

    북아프리카 지중해 도시 벵가지는 혁명과 저항의 도시다. 도시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직도 슬픔과 분노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다.1911년 이탈리아의 식민통치를 받은 이후 1943년까지 무려 32년간 이탈리아를 상대로 끈질긴 독립투쟁을 벌인 도시다.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이탈리아의 군사거점이 되면서 무려 연합군으로부터 1000회 이상의 공중폭격을 받아 이 아름다운 역사고도는 완전히 폐허가 됐다. 그러고는 1949년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왜 리비아인들이 서구의 야만성에 치를 떨고, 지금도 강한 반(反)서구 반미감정을 갖고 있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될 것 같다. 이런 벵가지가 리비아 현대사의 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1969년이었다. 그해 9월1일,28세의 엘리트 장교 무아마르 카다피가 영도하는 자유장교단이 바로 벵가지에서 서구에 예속된 왕정의 타파와 새로운 리비아의 수립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아침 6시20분, 카다피는 직접 벵가지 방송국에서 혁명의 성공을 알리는 포고문을 읽은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와 이슬람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으로 서구체제에 대항하면서 독특한 리비아식 질서를 주창했다. 우리에게는 대수로공사로 익히 알려진, 위대한 ‘녹색혁명’의 시작이었다. 벵가지는 처음부터 수많은 격변과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형성된 역사 도시다. 기원전 8세기경 페니키아인들이 거주하면서 해상 교역항으로 활용됐던 벵가지는 키레나이카 지방에 속하면서 기원전 6세기부터는 그리스인들의 식민도시가 되었다. 그리스인들의 집단거주지가 확대되면서 키레나이카 지방은 ‘다섯개의 도시’라는 뜻의 펜타폴리스로 불렸고 벵가지가 그 중 가장 중요한 도시였다. 다시 벵가지는 알렉산더의 침공을 받았고, 기원전 96년 로마에 병합될 때까지 그리스-이집트 왕조인 프톨레미왕조의 치하에 있었다. 그 후에도 비잔틴과 반달족의 침략과 정복을 경험했고, 결국 642년 아랍에 정복당하면서 오늘날 아랍화의 씨앗이 뿌려졌다. 리비아의 아랍화가 완성된 것은 약 11세기경으로 보이는데, 이때부터 벵가지도 이슬람교를 믿고 아랍어를 말하는 아랍도시로 탈바꿈했다. 특히,19세기 중반에는 메카에서 출현한 이슬람 신비주의 종단인 사누시아가 벵가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후일 이탈리아에 대항한 리비아의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게 된다. 그러한 역사적 격변과 혁명의 중심도시로 향하는 여정은 머무나 거칠고 힘들었다. 리비아의 자주적 주권과 외세의 간섭없는 독립을 강조하며 필연적으로 반미주의를 표방했던 리비아를 미국이 가만둘 리 없었다. 몇 차례 카다피의 제거를 시도했던 미국은 급기야 1989년 이후 최악의 경제제재를 실시하여 리비아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켰다. 리비아로 향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기의 운항이 금지되고, 일부 육로만이 개방됐다. 통상 튀니지에서 자동차로 리비아에 입국하는 방법이 있으나, 우리 일행은 몰타에서 배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몰타에서 배로 23시간이 걸려 벵가지에 도착했다. 물론 최근에는 리비아가 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경제제재가 풀리고 지난해 5월에는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완전 복원됐다. 몰타의 국제선 부두에는 리비아로 향하는 정기 여객선 텔레톨라(Teletola)가 입항해 있었다.800여명의 승객을 실을 수 있는 초호화 유람선으로 배를 타려는 리비아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하얀 통옷에 하얀 모자를 쓰고, 여자들은 하얀 차도르를 둘렀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하나같이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짐 보따리 4∼5개씩 들었다. 당시 텔레톨라가 리비아와 서방세계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저녁 7시쯤 출발이라는데 오후 3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분노와 리비아인들에 대한 연민이 동시에 인다. 배에 타니 완벽한 실내 설계에 놀랐다.2평 남짓한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없는 것 없이 가장 효율적인 시설을 갖추었다. 만 하루가 지나 벵가지항에 도착했다. 회백색의 건물에 먼지 바람에 싸여 있는 전형적인 아랍도시가 나타난다. 그러나 혁명의 팔팔한 기운은 이제 도시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핍박과 통제 속에 도시는 활력을 잃었다. 황량하고 정돈되지 못한 불안감이 도시 전체를 감싼다. 제법 그럴싸한 고급 호텔들이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막 들어섰고, 벵가지의 옛 지명을 딴 갈리오누스(Galionus)대학이 리비아 최초의 대학으로 수백만평의 대지 위에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완전 폐허 위에 새롭게 건설된 아랍도시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나마 지중해의 색깔이 살아 있는 곳은 해변가와 과일가게이다. 수박과 사과, 이름 모를 각종의 지중해 과일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제대로 지키고 있을 뿐이다. 모래만 갖다 부으면 세계 최대의 해수욕장이 될 푸른 해변이 수백㎞나 이어진다. 넘실대는 파도 사이로 아이들은 멱을 감고 어른들은 낚시를 드리우는 풍경만이 리비아다운 정취를 준다. 벵가지에 온 김에 다시 버스를 타고 3시간 거리에 있는 알 베이다로 달려갔다. 영화 ‘사막의 라이언’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오마르 묵타르(앤서니 퀸)의 전적지가 있는 곳이다. 도중에는 거의 민가도 없고 왕래하는 사람들도 찾기 힘들다. 간간이 양떼가 보이고,2시간쯤 달리니 20여가구의 마을 하나가 나타난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경제협조회사’란 붉은 색 한글 간판이 선명하다. 이 시골 구석까지 침투한 북한의 리비아 공들이기 정책은 과연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버스는 갑자기 길가에 서서 한 5분간 휴식을 취한다. 승객들이 우르르 내려 인근 풀밭으로 내려가 앉아서 용변을 본다. 손에는 조그만 물통 하나씩을 들고 용변을 보고 세척을 한다. 항상 예배를 위한 준비상태에 있고자 하는 그들의 종교생활에 경탄한다. 눈을 뜰 수 없는 모래 먼지가 속눈썹이 짧은 동양인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문이다. 베이다 계곡에는 아주 특이하게 생긴 바위 동굴이 수백개나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수백m의 가파른 계곡과 절벽 위에 뚫린 크고 작은 동굴을 무대로 오마르 묵타르는 1911년부터 1931년까지 이탈리아를 상대로 영웅적인 독립저항을 계속했다. 계곡의 정상에는 당시에 놓여진 다리가 아직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처형당하는 순간에 이탈리아 군인들까지 존경을 표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위대한 한 독립전사의 정신이 충만한 베이다 계곡을 향해 우리도 목례를 보낸다. 이제 벵가지도 서구에 대항한 혁명과 저항의 지난 역사를 마감하고 녹색혁명을 꿈꾸며 조심스레 서방으로 향하고 있다. 또 다른 좌절이 아닌 협력과 공존의 미래를 꿈꾸면서…. 이희수 한양대 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장
  • 룸살롱 ‘억대향응’

    군인공제회 직원 2명이 리조트 개발업자에게 대출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9개월간 무려 1억 3000만원가량의 룸살롱 대접을 받아오다 경찰에 구속됐다. 계산상 나흘에 한번씩 룸살롱에서 수백 만원씩 호화향응을 받은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군인공제회 직원인 반모(43) 차장과 김모(37) 대리는 지난해 3월7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고급 룸살롱에서 D 리조트 회사 관계자로부터 425만원어치의 향응을 접대받았다. 서울 강남, 논현, 역삼, 이태원 일대의 최고급 룸살롱 16곳에서 이뤄진 접대는 그해 연말까지 무려 70차례나 이어졌다. 접대비용은 무려 1억 2724만 8847원이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美 실리콘 밸리에 digg.com 등 ‘닷컴 부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실리콘 밸리에 제2의 ‘닷컴(.com)’ 붐이 불고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 하나로 1∼2년만에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을 거머쥔 젊은 인터넷 사업가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급성장한 인터넷 사이트들의 대박 행진을 소개했다. ●뉴욕 타임스마저 위협 대표적인 사이트가 네티즌이 기사를 발굴해 실어나르고 점수를 매기는 딕닷컴(digg.com). 인터넷 방송국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던 케빈 로즈(29)가 창업한 이 사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 사이트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인터넷 이용자 순위는 24위.62위인 폭스뉴스를 넘어 19위인 뉴욕 타임스마저 위협하고 있다. 로즈는 지난 2004년 총 재산인 1000달러를 은행에서 인출해 사업을 시작했다. 로즈는 올해 초 야후로부터 4000만달러(약 400억원)에 사이트를 팔라는 제의를 받았다. 현재 가치는 약2억∼5억달러로 추산된다. 이용자 가운데는 시사에 관심많은 고소득 전문직들이 많아 광고주들의 접근이 늘고 있다. 창업 1년만인 지난해 3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대학생 명단 올려 5억달러 거부로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인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페이스북닷컴(facebook.com)도 짧은 시간에 큰 성공을 거뒀다. 하루 방문객 1300만명으로 미국에서 7번째로 인기있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저커버그가 동료 학생들의 명단인 페이스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페이스북은 하버드대 신입생들의 신상을 선배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책자 이름이다. 페이스북은 현재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프로필을 담고 있다. 마이스페이스로 불리기도 하는데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이 사이트에서 끌어들인 자금은 3800만달러. 지난해 1억달러(약 1000억원)에 팔라는 제의도 받았다. 이후 5억달러 가치는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사이트 하나로 1000억대 재산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 게이머였던 데니스 퐁은 게임 관련 사이트 엑스파이어를 만들어 무려 1억 200만달러(약 1020억원)을 거머쥐었다. 이 사이트는 게임을 즐기며 메신저로 대화하거나 도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퐁은 이 사이트를 지난 4월 바이아콤에 팔았다. 이밖에 블로그 커뮤니티인 라이브저널, 대도시의 상세한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옐프닷컴(yelp.com), 컴퓨터의 즐겨찾기를 교환할 수 있는 델이시오 등의 창업자들이 인터넷 관련 아이디어를 실행한 대가로 단시간에 거부가 됐다. 비즈니스위크는 2차 닷컴 붐은 1999년 1차때와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1999년에는 인터넷 붐을 타고 한몫 챙기려는 경영대학원(MBA) 출신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스스로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다. 2세대 닷컴 창업자들은 ▲장부에만 기록된 부는 모래성과 같으며 ▲호화찬란한 사무실에 흥겨운 파티는 실패의 지름길이고 ▲벤처 캐피털에 너무 많은 지분을 주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dawn@seoul.co.kr
  •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대담 “나쁜 관행 바로잡기 사회공동체의 용기 필요”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대담 “나쁜 관행 바로잡기 사회공동체의 용기 필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파문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그릇된 관행에 대해 짚어보는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기획시리즈가 지난 1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됐다. 서울신문은 서울대 박효종(국민윤리교육과) 교수, 아주대 강명구(행정학) 교수와 함께 우리 사회의 관행들을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은 지난 3일 서울신문 사회부 박현갑 차장의 사회로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회 관행은 어느 사회에나 있는 것인데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좋지 않은 의미가 강한 것 같습니다. ●강명구 교수 관행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전부터 하던 습관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풍습, 규범, 전통, 상식, 묵인, 자율 등이 있지요. 반면 웹스터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주어진 상황에서 흔히 하던 대로 행동하는 것’‘오랫동안 행해져서 거의 법률화된 것’이라고 뜻풀이가 돼 있습니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 전관예우, 기부, 자원봉사, 급행료, 촌지·떡값, 성 상납, 낙하산 인사 등 법률보다 관행이 우리의 삶을 규제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관행이라고 하면 ‘불법은 아니지만 용인되는 것’‘통용되는 행위이지만 외부에 알려지면 도덕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등 우선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효종 교수 관행은 영어로 ‘컨벤션(convention)’이라고 합니다. 라틴어가 어원인데 ‘함께 온다.’, 즉 협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다 보면 관행이라는 것이 필요하게 됩니다. 관행은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것이 많습니다. 좋은 관행과 좋지 않은 관행을 나누는 기준은 효율성과 정의성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풍습 속에서도 씨받이는 정의성에서 인정받을 수 없고, 조상을 모시는 일도 호화분묘를 만들면 효율성에서 지탄을 받게 됩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관행이 문제되는 이유는 행위자 본인이 특별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효율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관행에 대해서는 문제 삼아야 합니다. 관행은 의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법으로도 규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음력설을 쇠지 말라고 강제적으로 조정을 시도했던 것이나 허례허식이라고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제공하지 말라고 했던 것은 법으로 규제하려고 해도 불가능했지 않습니까. 관행이 가지고 있는 힘의 논리 근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나쁜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 사회적으로 만연한 온정주의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강 교수 온정주의 때문에 잘못된 관행이 퍼지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관행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없는 영역을 관행이 대신하는 기능, 그리고 기득권 수호의 기능입니다. 두번째 기능이 외부로 드러났을 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자칫 부패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능적 측면에서 온정주의가 영향을 많이 끼치기는 하지만 온정주의가 반드시 관행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박 교수 맞는 말씀입니다. 관행을 잘 표현하는 속담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말인데 과연 관행이 누이와 매부 외의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일일까요. 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관행을 법제화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연고주의는 일정한 틀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관행입니다. 모교 출신을 교수로 임용하는 관행은 교수나 학교에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이익을 봤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정당화되지 못하는 관행은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반성과 자기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 ‘나는 관행대로 해도 공직에 있는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이중적인 잣대가 국민들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강 교수 이중성은 확실히 있습니다. 관행이라는 것이 오랜 세월 동안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나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집권층에 대해서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신이 근저에 있기 때문에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게 되지요. 여기에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지도층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박 교수 높은 권력이나 권위를 차지한 사람들은 뭔가 다를 걸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데서 온 실망감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요. 그간 지도층들이 이에 걸맞은 역할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고위 공직자들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공직자가 되면 어떤 희생을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명예만 앞세우니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사회 우리 사회의 이른바 ‘국민정서법’이 나쁜 관행을 더 조장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강 교수 관행은 법에 추가로 여유분을 주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보편성의 입장에서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증을 줄 수 없지만 관행적으로, 국민 심정적으로 그렇게 해왔던 것이죠. 그러나 이번 김 전 부총리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다릅니다. 논문 베끼기는 절대로 학계의 관행이 아닙니다. 김 전 부총리는 자기가 말한 관행과 학계에서 통용되는 관행간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국민정서라는 것이 일반적 국민들의 정서라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단기간의 여론인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얼마나 성숙된 여론으로 발전시키느냐, 또 어떻게 보편화시키느냐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겠지요. ●박 교수 여론에는 확고한 정의감과 도덕성이 담길 때도 있지만 감정이나 정서가 더 강하게 작용할 때도 있습니다. 여론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다가 자기와 맞지 않으면 매를 들이대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다원주의 사회에서 형성되는 여론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생존 방식입니다. 여론이 늘 올바르진 않지만 최선의 판단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집권층은 일반 국민들과 의견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다만 여론을 형성하는 국민이 더 나은 판단력을 갖추고 감성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문제 제기는 계속돼야 합니다. ●강 교수 여론 형성과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학습효과가 뛰어납니다. 냄비근성도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자기 정화기능이 활발해졌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나게 됐습니다. ●박 교수 한국사회의 여론이 흑백논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좀더 정교화하고 관용능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사회 좋은 관행은 이어가고, 나쁜 관행은 끊어버리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힘써야 할 부분들이 참 많을 듯한데요. ●강 교수 우선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고발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합니다. 내부비리를 고발했다가는 ‘왕따´가 되는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합니다. 두번째는 내부 민주화 문제입니다. 관행은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율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부조리에 대해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자정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박 교수 나쁜 관행은 악순환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바뀔 때 좋은 관행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악순환의 고리는 매우 단단해서 지도층이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습니다. 일반인의 노력은 큰 빛이 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흔히 하는 말로 ‘더 나은 사회(Better Life)’라는 게 있습니다. 후손들이 현재보다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말합니다. 우리는 나쁜 관행 속에서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는 나쁜 유산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의식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특권적 관행을 고치려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 왔던 게 사실 아니었습니까. ●사회 지도층의 각성을 말씀하셨지만 막상 그런 일이 내게 닥치면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강 교수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가운데 “열정이 너를 사악하게 하지만 이해관계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문제는 상치된 이해관계를 어떻게 공동체 정신으로 바꾸느냐, 이걸 어떻게 제도화하느냐입니다. ●박 교수 나쁜 관행을 깨기 위해 이해관계가 바뀔 때 사회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기 동기화나 자기 이익이 반드시 연결돼야 관행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도화에 앞서 이에 대한 가치의 공유도 교육을 통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 교수 유신시대 때 생긴 시민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이를 저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그 정도의 판단능력은 있다고 봅니다. 외국에서 초등학교를 보내보면 줄서기, 친구돕기, 길건너기 같은 걸 먼저 가르칩니다. 경쟁을 뒷받침하는 시민교육이 없으면 사회는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부산항 국제해상관광 허브 뜬다

    부산항 국제해상관광 허브 뜬다

    빠르면 올 연말쯤 부산에 대형 크루즈선(호화여객선)정박이 가능한 부두와 전용터미널이 완공돼 부산항이 명실상부한 국제 해상관광 중심항으로 발돋움하게 될 전망이다. 부산항만공사(BPA)는 3일 오후 부산 영도구 동삼동 현장에서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 이권상 부산시 행정부시장,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항 국제크루즈 터미널 건립 기공식’ 가졌다. 올해말 완공 예정인 이 터미널은 지상 2층, 연면적 670평 규모로 총 5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건물안 1층에는 입·출국 대합실 등 여객 및 편의시설이,2층에는 다목적 홀과 선사 사무실 등이 각각 들어선다. 또 친수공간과 주차장도 설치된다. 또한 크루즈선이 접안하는 부두는 대부분의 공사가 끝나고 현재 배수로 공사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크루즈터미널 건립은 부산아시안게임과APEC 개최이후 부산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면서 크루즈선 기항이 급증하고 있으나 전용부두와 터미널이 없어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부산항 건설사무소는 지난 2003년이곳에 10만t급 초대형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길이 360m, 너비 50m, 수심 11.5m의 전용부두 공사에 들어가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부산에 입항하는 외국의 대형 크루즈선들은 현재 일반 하역부두인 부산항 2부두를 이용하고 있다. BPA측은 동삼동 크루즈 터미널에는 외국의 크루즈선뿐만 아니라 부산항 연안 크루즈선인 팬스타 드림호를 접안시킬 예정이다. 내년에 부산항에 입항할 크루즈선은 모두 38척이며, 팬스타 드림호는 연간 52차례 동삼동 부두를 이용하게 된다. 팬스타 드림호는 평일에는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운항하다 주말에는 다대포와 해운대를 오가는 주말 크루즈선으로 이용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부산에는 크루즈선 22척(관광객 9,930명)이 입항했으며,APEC이 개최된 지난해에는 29척(관광객 2만 4,852명)이 찾는 등 크루즈선의 입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BPA 김재일 홍보팀장은 “부산항에는 전용터미널이 없어 크루즈 관광객들이 하역작업을 하는 일반부두를 통해 배를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면서 “동삼동 크루즈 전용부두가 완공되면 이같은 불편이 말끔히 해소돼 크루즈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도립공원 팔공산자락 난개발 몸살

    도립공원 팔공산자락 난개발 몸살

    경북도립공원 팔공산 자락인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 일대가 개인 사찰 신축을 명목으로 내세운 마구잡이식 난개발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3일 군위군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1월 이모(51)씨가 개인 사찰 신축을 위해 신청한 고로면 화북리 산 225번지 임야 2200여평에 대한 산림전용 허가를 승인했으며,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 일대에는 당초 사업목적과 달리 대규모 호화 별장식 건물이 신축 중에 있다. 사찰 관계자는 “신축 중인 건물은 한의원 및 한방 전시관·세미나실 등을 갖춘 종합 한방밸리가 될 것”이라며 “사찰은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대지 200여평에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찰측은 이 과정에서 진입로 등을 중장비로 마구 파헤쳐 산림을 크게 훼손하는가 하면 수려한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다. 또 토사유출 방지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를 해 지난 태풍과 집중호우때 공사장에서 발생한 다량의 토사가 인근 농경지 등으로 유입돼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한 주민은 “지난 집중호우때 공사장의 토사가 깨밭 등 농경지를 덮쳐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당시 산사태를 우려한 주민들의 신고로 119까지 출동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사과정에 군의 고위관계자와 사돈관계이자 전직 군위군의회 간부를 지낸 L모(66)씨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공사를 위해 사업주 대신 5000만원의 상당의 보증보험에 가입해줬다.”면서 “앞으로 한방병원도 건립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위군은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화북리 일부 주민들은 “관계당국의 묵인없이는 이같은 무모한 불법행위가 도저히 저질러질 수 없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군 관계자는 “산림전용 허가당시 사찰신축 목적이 아니라 한방시설 설치를 위한 것이라며 일부 반대여론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허가했으며, 이후 바쁜 업무로 인해 현장 관리·감독은 제대로 못했다.”고 털어놨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장 확인작업을 벌여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사법당국에 고발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풍전등화’ 성 바실 성당

    모스크바의 상징 성 바실 대성당이 러시아 대도시를 휩쓰는 개발광풍으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1555년 ‘폭군’ 이반 황제의 전승 기념물로 세워진 이 성당은 양파모양의 돔지붕과 오밀조밀한 첨탑 배치, 화려한 외장 등으로 4세기 넘게 러시아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리잡아 왔다. 성당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내년 인근에 착공될 대규모 호텔단지. 이미 크렘린의 건축허가까지 떨어졌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최근 붉은광장의 19세기 상가 건물을 사들인 러시아 기업연합회가 이곳에 2억 3000만파운드(약 4150억원)를 들여 ‘소더비급’ 경매하우스와 호화 객실, 초대형 지하주차장을 갖춘 5성급 호텔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2일 전했다. 문제는 성당이 자연지형이 아닌 인공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지반이 무른 데다 호텔부지와의 거리도 90m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성당 보존위원회는 공사가 강행될 경우 지하수 흐름을 바꿔 지반 침하가 불가피하고 공사장 진동으로 성당 구조물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안드레이 바탈로프 성당 보존위원장은 “눈앞의 경제적 이익이 아닌 미래 세대의 풍요를 위해 러시아의 상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반 황제가 이보다 아름다운 건축물이 세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완공 직후 건축가의 눈을 멀게 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바실 성당은 나폴레옹 전쟁과 스탈린 치하의 종교말살 정책 아래서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인디펜던트는 “희대의 권력자들도 없애지 못한 세계적 문화유산이 오일머니가 가져다준 풍요와 탐욕 때문에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실 성당은 1980년대 말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전자오락게임 ‘테트리스’의 배경화면으로 사용돼 우리에게도 친숙하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서울·수원 나란히 FA컵 8강에

    프로축구 K-리그의 라이벌 FC서울과 수원이 나란히 FA컵 8강에 합류했다. 서울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FA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토종 삼각편대’ 김은중(27) 정조국(22) 박주영(21)의 연속골에 힘입어 포항을 3-1로 꺾었다. 올시즌 트리플크라운을 노리는 서울은 삼성하우젠컵 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초반 포항의 공세에 밀렸으나 김병지(36)의 선방으로 한숨을 돌린 서울은 전반 43분 히칼도(32)가 중앙선 부근에서 찬 프리킥이 김은중의 머리를 스치며 상대 골문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 승기를 잡았다. 후반 7분에는 정조국이 히칼도의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넣어 달아났다.32분 포항의 엔리끼(28)에게 골을 허용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히칼도와 패스를 주고 받던 박주영이 중거리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뜨리며 포항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초호화 군단’ 수원은 이날 1-1 무승부 뒤 승부차기에서 ‘천적’ 대전을 4-2로 꺾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5) 아랍에미리트 무역허브 두바이

    [이슬람 문명과 도시] (15) 아랍에미리트 무역허브 두바이

    아랍에미리트의 무역도시 두바이는 사막을 낙원으로 바꾼 21세기 오아시스의 신기루다. 진주 조개잡이를 하던 자그만 어촌이 이제는 세계 최고라는 무수한 브랜드를 가진 지구촌 무역·금융 허브로 급성장하고 있다.180층 세계 최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사막에 잔디를 심어 2시간마다 물을 주는 세계최고의 골프장도 건설했다. 그뿐이랴. 바다에 떠 있는 초호화 세븐 스타 호텔을 짓고, 바다를 매립하여 세계지도를 본뜬 인공섬을 만들어 분양하고 있다. 그 자존심 강하다는 아랍 지역에서, 유일하게 모국어인 아랍어가 통용되지 않을 정도로 국제화된 도시가 두바이다. 석유가 고갈되면 아랍은 끝장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은 아마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적인 밀 수출국이고, 국제적인 관광·쇼핑·스포츠·금융 허브로서 발돋움하고 있는 두바이의 모습을 보고는 생각을 고쳐먹게 될 것이다. 두바이는 원래 걸프해의 고대 무역항이었다. 인도양과 아라비아해가 만나는 걸프해의 입구에는 해마다 4월이면 계절풍인 몬순이 불기 시작한다. 이미 7세기부터 이 몬순을 타고 상인들은 인도나 중국으로 배를 저어갔다. 배에는 진주조개에서 채취한 영롱한 진주알과 금 세공품, 이웃 오만과 예멘 등에서 구입한 값비싼 향료와 약초를 잔뜩 실었다. 그러고는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니면 풍랑을 만나 영영 못 돌아올지도 모르는 긴 항해를 떠났다. 그래서인지 두바이에서 선원들을 만나면 웃음 속에서도 알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난다. 걸프해의 옛 항구 두바이에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상인들과 물건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렇지만 두바이 선원들은 더 이상 목숨 걸고 뱃길로 나가지 않는다.1940년대 양식 진주의 개발로 선원들의 생계가 한때 어려워졌지만,1966년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두바이에는 넘쳐나는 물건과 밤낮 구분 없는 흥청거림, 길거리를 메운 자동차만 가득하다. 지평선을 삼켜버린 고층 첨단빌딩으로 그 옛날 사막은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40도를 웃도는 날씨에 실내 스키를 즐기는 아이들의 표정에 어안이 벙벙하다. # 인도인과 세븐 스타 호텔의 절묘한 공존 10년만에 다시 찾은 새벽 도시에는 인도 사람들만 가득하다.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고 흥정을 한다. 그도 역시 인도 서부도시 케랄라에서 왔다고 한다. 박물관 수위, 기념품 가게 주인, 주유소 직원, 환전하는 은행 창구원도 대부분 인도인들이다. 심지어 커피 한잔 마시러 잠깐 들른 카페테리아에서는 젊은 아랍인들이 영어로 인도인 점원에게 음식주문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40만 두바이 인구 중에서 시민권을 가진 아랍 토착인은 20%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 도시를 먹여살리는 것은 온통 인도 중심의 외국인인 셈이다. 지금 두바이에는 옛날 아랍 도시의 분위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옛 모습이 궁금하여 시내에 있는 두바이 박물관부터 찾았다. 1787년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해 놓은 알 파히디 성채에 꾸며진 박물관은 작은 규모였지만, 두바이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잘 전시해 놓았다. 역사·민속·자연사 박물관 기능을 모두 갖춰 두바이의 참 모습을 떠올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성채 안으로 들어가니 정원에는 두바이의 전통 목조 가옥과 진주잡이를 하던 목선을 그대로 복원해서 전시해 놓았다. 진흙으로 벽을 바르고 대추야자 잎으로 지붕을 엮었다. 고급주택이 늘어선 해변가 거주지 주메이라로 가보았다. 은은한 푸른 색이 감도는 배 모양을 한 건물 한 채가 바다 위에 떠 있다. 소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초호화 호텔로 잘 알려진 별 일곱개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이다. 구경하는 입장료만 50달러를 받는다. 엘리베이터도 천장도 벽도 온통 금으로 치장해 놓았다. 아래층에서 2층 로비로 가는 높은 벽면 전체를 수족관으로 만들어 놓아 호텔로 오르면서 바다 밑에서 수면으로 나가는 감동을 연출해 놓았다. 하룻밤에 수천달러씩 하는 방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지배인은 끝까지 나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 43도 날씨의 실내 스키장 시내 중심가의 쇼핑 센터는 고급스러운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가 있는 문화공간으로 없는 것이 없는 작은 지구였다. 다른 쪽 실내 스키장에서는 리프트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영하의 온도에서 입김을 호호 불며 아랍의 젊은이들이 신나게 스키를 즐기고 있다. 아랍커피의 본산에 왔으니 쓰디쓴 모카 커피 오리지널 한 잔 마시고 싶었으나, 스타벅스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에 밀려 어느 커피숍에서도 전통 아랍커피는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무더운 바깥으로 나왔다. 오후 1시, 시계탑의 온도는 43도를 가리킨다. 때묻지 않은 두바이의 냄새를 맡고 싶어 옛 항구로 발길을 돌렸다. 대추야자가 늘어선 작은 공원을 지나 건너편 전통시장 수크로 가는 통통배에 올라탔다. 더위에 한참을 짜증을 내며 기다리는데 20명을 채워야 떠난단다. 뱃삯으로 우리돈 300원 정도하는 2분의1 디르함을 받는다. 두바이 옛 항구에는 아직도 거대한 목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전통시장 수크에는 진정한 삶이 있었다. 인도인과 하얀 터번을 둘러 쓴 두바이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흥정하고 차 마시는 시장에서 나는 진정한 두바이를 보았다. 그 옆 금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랍 지역 최대의 금시장이라 한다. 가게마다 금이 넘쳐난다. 가느다란 금 목걸이나 금반지가 아니라 금 옷이나 금 머플러를 연상케 하는 굵고 화려한 세공의 금 덩어리들이 눈을 부시게 한다. 나는 황금색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고 머리에 새겼다. 구름 한 점 없는 강한 햇살에 빛나는 그 황금색을 어떤 화가나 카메라도 도저히 담아낼 수 없을 것 같다. 석양이 몰려오면서 두바이를 떠날 채비를 한다. 사막 모래가 식으면 이곳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밤의 문화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텐트를 칠 공간마저 부동산 개발로 빼앗긴 두바이 사람들은 모래 대신 아파트의 화려한 카펫 위에서 전혀 새로운 밤의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다만 잠 속에서 신드바드의 꿈을 꾸면서 옛날을 희미하게 기억하게 될까? 이희수 한양대 교수·이슬람문화연구소장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가 사는 길 ‘업다운제’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세계 축구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과 인기를 누리는 구단이다. 박지성이라는 한국 출신의 걸출한 스타의 존재 때문에 이 클럽의 소식은 거의 매일 들려온다. 수많은 ‘위대한’ 경기를 치른 가운데 특히 나는 그들이 올 1월 초 5부 리그 클럽 버튼 알비온과 치른 FA컵 경기를 기억하고 싶다. 당시 맨체스터는 ‘동네 클럽’을 맞아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 경기는 지난 2000년 프랑스 4부 리그팀 칼레가 프랑스 FA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명승부 만큼이나 기록적인, 아름다운 추억이다. 버튼 알비온은 1950년에 창단된 클럽이다.5부 리그라고 하지만 몇몇 계약직 선수 말고는 거의 대부분 선수들이 따로 본업이 있는 동호인까지 섞여 있는 팀이다. 그런 팀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팀으로 불리는 맨체스터에 맞서 무승부를 이룬 건 현대 프로축구의 맹점을 시원하게 강타한 폭포수나 다름없다. 현재 우리의 프로축구가 사실상 빈사 상태에 빠졌다는 걸 지적하고자 함이다. 지난 몇 해 동안 프로축구의 사활이 걸린 문제 중 하나로 K-리그(1부 리그)와 N-리그(2부 리그)가 어떤 식으로든 지속적인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이 당위적인 명제로 부각돼 왔다. 이른바 ‘업다운제’다. 지난 2003년 이후 K-2 리그 활성화 및 업다운제 도입이 논의되었고, 또 지난 3년 동안 실무적인 검토와 준비가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리그 및 각 대회의 성격과 선수의 정체성, 경기장 안배와 수익 배분에 이어 팀의 위상 문제 등이 뒤섞여 있는 양상이다. 특히 중요한 건 기존 K-리그 소속 14개팀의 인식이다. 이 클럽들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길게는 20여 년 동안 간신히 리그의 중심을 지탱해 왔다.‘프로’라는 자긍심도 상당하다. 그래서 자신들보다 구단 규모와 운영의 노하우, 선수 수급에 있어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2부 리그 클럽이 단지 그 해 우승했다고 해서 1부 리그에 올라오는 걸 부당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지점이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다.N-리그 우승팀이 1부 리그에 참여하게 되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K-리그에 강한 자극제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1부 리그 하위팀이 2부 리그에 뒤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보면 전체의 경기력도 상승된다. 관중들 역시 2부 리그에서 올라온 무명의 선수들이 호화 군단과 맞부딪치는 명장면을 보기 위해서라도 경기장을 찾을 것은 뻔한 이치다. 당장은 시행착오의 위험성이 있는 ‘업다운제’이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에 발판이 될 제도다. 모두가 사는 길이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백화점 “VIP엔 이름 새긴 와인 캐비닛”

    백화점 “VIP엔 이름 새긴 와인 캐비닛”

    백화점이 ‘부자 마케팅’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휴가철인 여름은 연중 최악의 비수기로 꼽힌다. 업계는 ‘마(魔)의 여름’으로 부를 정도다. 부자 마케팅은 매출과 직결된다. 롯데백화점은 상위 1%의 초우량 고객이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박용범 갤러리아백화점 부장은 “초우량 고객은 전체 고객의 7%이지만 매출은 48%를 점유한다.”며 부자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차대행·포터 서비스는 기본 백화점들은 대체로 연간 구매액이 3000만원 이상인 초우량 고객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이 고객들에게 일반 고객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초특급 호텔급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초호화 휴게공간을 비롯해 무료 주차와 주차대행 서비스, 쇼핑백을 들어주는 포터 서비스는 기본이다. 최근엔 쇼핑백을 잠시 맡아 보관하는 핸즈프리, 고객 쇼핑 도우미인 ‘퍼스널 쇼퍼’,‘컨시어지(concierge·백화점 직원이 특정고객만을 위해 쇼핑을 비롯해 휴가·여행·식사 예약 등의 잡무를 전담하는 제도)’도 서비스한다. 류현수 애경백화점 고객관리담당은 “부자 마케팅은 초우량 고객에게 차별화된 초특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귀족마케팅과 맞춤형마케팅, 고객의 심기를 읽는 감성마케팅이 접목돼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롯데백화점은 2001년 3월 강남점에서 초우량 고객을 관리하는 MVG 제도를 도입,22개 점포에서 상위 1%인 2만 3000여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또 지난해 3월 개장한 명품관 에비뉴엘에서는 초우량 고객에게는 별도의 ‘에비뉴엘 멤버십’ 카드를 주면서 ‘대우’하고 있다. 이들에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와인 캐비닛을 준다. 소수 인원만 초청해 수입 명품 등을 먼저 선보이는 ‘트렁크 패션쇼’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들을 ‘재스민 고객’으로 부르며 특별관리 중이다. 양경욱 현대백화점 차장은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4% 늘었지만 재스민 고객의 매출은 15%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세계 역시 상위 5% 고객을 VIP 고객으로, 최상위 1%인 초우량 고객을 SVIP로 부르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장혜진 신세계 과장은 “결혼 혼수품이나 모피 코트 구입 등으로 일시적으로 매출이 높은 고객들은 단골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VIP고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강검진·호텔 숙박권 등 제공 업계 최초로 쇼핑룸인 ‘퍼스널 쇼퍼룸’을 도입한 갤러리아백화점은 초우량 고객을 ‘프레스티지 고객’으로 부르며 이들에게 여행권·건강검진권·항공사 마일리지·고급호텔 숙박권 등을 제공한다. 애경백화점은 ‘VIP로열’로 부르며 글로리아룸 이용, 연간 무료 주차권 발급 등의 특전을 준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강력범 유전자은행 만든다

    성폭력이나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자에 대한 ‘유전자 정보은행’이 내년 상반기 설립된다. 수형자나 피의자, 범죄현장의 유전자 감식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강력 범죄의 재발을 막고 범인을 조기에 검거하겠다는 취지이다. 대상은 성폭력, 살인, 강도, 방화, 마약 등 재범 가능성이 높은 강력 범죄 11종이다. 정부는 25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유전자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구강점막, 혈액 등 유전자 감식 시료 채취는 교정시설의 장이 맡되 대상자가 거부하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피의자에 대한 유전자 감식 시료 채취는 영장을 발부받은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하되 피의자의 서면동의가 있으면 영장 없이도 가능하다. 다만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유전자 감식정보의 인적사항은 암호화되며, 정보 검색은 수사기관이 범죄수사를 위해 요구하거나 법원이 사실 조회를 요청한 경우 등으로 제한된다. 또 수형자나 피의자가 무죄, 공소기각, 불기소처분 등을 받으면 해당 유전자 감식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해야 한다. 유전자 감식정보를 손상·은닉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업무목적 외에 유전자 정보를 누설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각의는 또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회사를 제외한 제2금융권 소속 회사들의 경우 대주주에게 신용공여를 해주거나 발행 주식을 취득하는 등의 거래를 할 때 사전에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내용의 증권거래법 등 7개 금융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인디아 리포트] (12) 살아나는 소비산업

    [인디아 리포트] (12) 살아나는 소비산업

    |뉴델리 이기철특파원|뉴델리의 다국적 정보통신(IT)기업 테이타윈드 상무이사인 안슈만 싱(29)씨 부부는 외아들 쿠샤그라(7)와 함께 뉴델리 외곽 신도시 구르가온의 수샨트 로크에 산다. 이들이 사는 방 4개짜리 아파트는 회사에서 빌려준 것이다. 거실 벽에는 이들 가족의 꿈인 5500만루피(1억 3750만원 상당·1루피는 25원 기준)짜리 초호화 자동차 마이바흐 사진을 붙여두고 있다. 마이바흐를 빼고도 그들에겐 꿈이 있다.“유럽풍의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수영장을 만들고…” 월 6만루피(150만원 상당)를 받는 IT 회사 렘코 중역인 부인 지티카(27)의 희망사항이다. TV채널 ‘디스커버리’를 보던 쿠샤그라는 광고에 소개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를 꿈꾼다.“엄마, 우리 언제 저기 가죠?”라고 아들이 묻자 “내년 초 미국 여행 계획이 있단다. 그때 가자.”라고 엄마가 답한다. 내 집 마련과 자동차 구입 등 이들 가족이 꿈을 이루려면 적어도 2000만루피(5억원 상당)가 든다. 이렇듯 인도에는 소비 심리가 꿈틀거린다. 최근 2∼3년 사이 세계 명품 브랜드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루이뷔통, 샤넬, 불가리, 크리스티앙 디오르….5성급 호텔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명품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인도인을 중심으로 급격히 번지고 있다. 해외여행객은 2002년 490만명에서 2004년 62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공항 면세점 등을 통해 명품의 매력을 먼저 만끽하고 있다. 라나 고시 타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인도는 부의 과시 수단으로 전통적인 금에서 명품 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다.”며 “5년 내에 세계에서 2∼3번째 큰 명품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인의 구매력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인도응용경제연구소는 연간 21만 5000루피(537만 5000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가구가 1996년 120만에서 올해 520만 가구로 4배나 증가했다. 또 연간 1000만명이 절대 빈곤선에서 탈출, 예비 소비계층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순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인도인의 소비 성향은 66%대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사람들은 사야 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미국의 AT커니는 인도를 2005년 이후 2년 연속 소매개발지수 1위 국가로 꼽았다. 소매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세계 최고로 평가했다.2004년 소매유통 시장은 1800억달러에서 24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해 한국의 유통분문은 고작 407억달러. 인도의 소매 유통에서 현대적인 판매망을 갖춘 공식부문이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가 비기업형, 재래형이어서 특별한 신고나 허가절차가 없는 자생적 상점이다. 재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공식부문의 유통은 늦지만 황소걸음으로 전진 중이다. 단일 브랜드의 경우 올 2월에서야 비로소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51%까지 허용했다. 반면 소매 유통에 대해서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프라카시 사이 인도공과대(IIT) 경영학부 교수는 “98%에 이르는 전국의 영세 소매업자의 반발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 때문에 소매유통을 쉽게 개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델리와 뭄바이를 중심으로 쇼핑몰 건설이 붐이다. 쇼핑몰 면적은 연 117% 가량 증가하고 있다.2001년 3만 3302평에서 지난해 74만 2011평으로 늘어났다. 매장 수도 2003년 25개에서 올해는 220개로,2010년 6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매유통 개방에 대한 청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회의당과 야당인 BJP당은 모두 개방을 지지하고 있다. 관료들도 개방에 적극적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개방 압력도 거세다. 만모한 싱 총리와 카마 나드 상공장관은 “올해 안으로 유통시장 개방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유통시장을 전면적인 것이 아니라 제한적·단계적 개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집권당에 연합정당으로 참여하고 있는 공산당은 실업증대를 이유로 개방을 반대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chuli@seoul.co.kr ■ 인도 백화점 가보니 |뉴델리·하이데라바드 이기철특파원|인구 1300만여명의 인도 수도 뉴델리에는 백화점이 없다. 쇼핑은 주로 재래시장에서 하거나 뉴델리 유일의 종합쇼핑센터인 ‘안살플라자’를 찾는다. 안살플라자는 반원 형태의 3층짜리 건물 두 동이 마주보면서 큰 원을 이루고 있다. 의류를 중심으로 식당가 등이 형성돼 있다. 지난 11일 금융중심지 뭄바이 연쇄테러에서 보듯 불안요소가 많다. 건물마다 경비가 무척 삼엄하다. 입구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다. 옆에는 회갈색 군복 차림의 보안요원이 감시의 눈을 번득인다. 안에 들어서면 가게마다 다시 보안요원들이 있다.2층 ‘뮤직월드’의 보안요원 비나이는 “테러 방지를 위해서 가방은 갖고 들어갈 수 없다.”며 제지했다. 번호표를 받고 가방을 넘겼다.70평 남짓한 크기의 뮤직월드에는 음악과 영화 CD·DVD, 게임기 등을 진열, 판매하고 있다. 음악 CD는 1장에 160루피(4000원). 관리직원 쿠마라네는 “젊은이들이 하루 600∼1000명 정도 오며 뉴델리에서 몇 안되는 엔터테인먼트 매장”이라고 자랑했다. 그 옆에는 청바지 ‘게스’ 매장.30평의 매장에는 청바지가 걸려 있다. 여직원 아초모노는 “20∼30대 여성고객이 대부분으로 하루 80∼100명 정도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붙어 있는 가격대가 만만찮다. 하나를 집어 들어보니 8995루피(22만여원)였다. 옆의 것은 6999루피(17만여원)였다. 아초모노는 “청바지는 전부 수입산이고 관세가 많이 붙어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6번째 도시인 하이데라바드의 5층 건물 ‘센트럴백화점’. 실내 음악은 시끌벅적했고, 젊은 남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하 1층 주차장엔 쇼핑객들의 오토바이가 빼곡하게 주차돼 있다. 이런 인도 소매 유통시장에 세계의 기업들이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인도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유통회사는 세계 1위 월마트이다. 월마트는 2005년 인도에서 섬유와 액세서리 제품을 12억달러어치나 수입했던 것을 강조하며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테스코도 ‘홈케어마트’와 제휴,2010년까지 50개의 매장을 개점할 계획이다. 인도가 세계 유통 춘추전국의 중심지로 예고되고 있다. chuli@seoul.co.kr ■ 황인도 롯데제과 인도 법인장 |첸나이 이기철특파원|“인도의 유통시장은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대중들에게 아주 싼 가격으로, 부유층에겐 최고급 명품으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 황인도 롯데인도 법인장은 “인도가 개방경제로 전환한 지 16년째이지만 유통은 여전히 문을 닫고 ‘쇄국’을 유지하고 있고 재래시장이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2004년 5월 인도로 진출했다. 황 법인장은 남부 첸나이에 본사를 둔 ‘패리스제과’를 진단하기 위해 재무팀장으로 인도에 발을 내디뎠다. 진단결과 인수가 매력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1900만달러(240억원 상당)로 주식공개상장(IPO)을 통해 80.39%의 지분을 매입, 인수했다. 사탕과 껌을 생산하는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롯데는 외국기업에 빗장을 걸어 잠근 소매유통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인도에는 600만개의 소매점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과자를 파는 곳이 350만개다. 롯데 제품을 취급할 소매점포 60만개를 확보했다.” 하지만 물류비용과 시간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한다.“첸나이에서 수도 뉴델리까지 제품을 싣고 오가는 데 한 달이 걸린다. 주마다 주세(州稅)가 다 달라 판매할 때 곤혹스럽다. 또 아삼 등 서뱅골지역에 들어가려면 다시 ‘보호지역입국허가(PAP) 비자’를 받아야 한다.” 롯데인도는 폰디체리의 제과공장(3000여평), 첸나이 시내 공장터(1만여평), 첸나이 포드자동차 옆에 연구개발센터(1500여평) 부지가 있다.“첸나이 시내의 공장터는 공해문제 등으로 2001년 폐쇄됐다. 살 때 20억원 가량 들었는데 지금은 5배 정도 올라 100억원을 웃돌지요.” 그는 첸나이 시내 땅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호텔은 허가가 가능하다는데 서울 잠실 롯데월드와 같은 위락시설의 허가를 안 내줍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chuli@seoul.co.kr
  • 브루나이 국왕 60세 생일 1만명 초대 호화파티

    부유한 산유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60세 생일을 맞았다고 B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만명의 손님을 궁궐에 초대한 볼키아 국왕은 이날 “해외 투자와 환경친화적 정책, 경제적 다양성이 국가의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고 연설했다. 인구 38만명의 소국인 브루나이는 수출품의 93%가 석유와 가스다.1984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으며, 볼키아 국왕은 68년부터 재임 중이다. 총 재산은 200억달러(약 20조원)로 알려져 있다. 국왕은 총리, 국방장관, 재무장관, 종교지도자의 역할을 함께 맡고 있다. 국왕은 고유가로 국가 재산이 크게 늘자 3만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월급을 22년만에 처음으로 올려줬다. 브루나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3600달러(약 2300만원)다.1인당 소득으로만 보면 선진국 수준이다. 브루나이 국민들은 개인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교육과 건강보험은 무료다. 집과 자동차를 국가가 보조해준다. 메카로 성지순례를 갈 때도 국가가 재정 지원을 할 정도다.40년 가까이 브루나이를 통치해온 볼키아 국왕은 말레이시아 TV 방송기자 출신인 아즈리나즈 마르하르 하킴(26)을 지난해 두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였다. 그녀는 지난달 국왕의 11번째 자식인 아들을 낳았다. 21발의 축포가 쏘아지고 1700개의 방이 있는 궁궐에서 호화로운 연회가 열렸지만 BBC는 그 규모가 가수 마이클 잭슨과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초대됐던 50살 생일보다는 작았다고 소개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그녀는 요술쟁이(캐치온 오후 10시)나이가 지긋한 시청자라면 1960년 인기를 끌었던 미국 시트콤 ‘그녀는 요술쟁이’를 기억할 것 같다. 바로 그 TV시리즈를 장편 영화로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몽고메리가 연기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주인공 사만다 역할을 두고 숱한 여배우들이 경쟁을 펼쳤다. 결국 니콜 키드먼이 낙점받았다. 그녀 이외에도 미국 코미디계의 ‘블루칩’ 윌 파렐, 오스카 상에 빛나는 셜리 매클레인, 마이클 케인 등 관록파 배우가 야심만만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의 시나리오를 쓰고,‘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1993),‘유브 갓 메일’(1998) 등을 연출하며 로맨틱 코미디에서 탁월한 감각을 보여줬던 여성 감독 노라 에프런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 캘리포니아에 사는 아름다운 미녀 이사벨 비글로(니콜 키드먼)는 사실, 주문 하나로 한도가 없는 신용카드에다가 고급 승용차까지 만들 수 있는 요술쟁이 사만다이다. 요술에 염증을 느낀 그녀는 마법세계를 떠나 평범한 생활과 사랑을 찾기로 한다. 어느 날 한물 간 배우 잭(윌 파렐)이 이사벨에게 접근한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실패했던 그는 재기작 ‘아내는 요술쟁이’에 이사벨을 캐스팅하려 한다. 완전 신인을 상대 배우로 만들어 혼자 인기를 얻으려는 속셈이다. 순진한 척하는 잭에게 마음이 끌린 이사벨은 출연 제의를 수락하는데….2005년작.10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챔버(MBC무비스 낮 12시)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작가 존 그리샴의 소설이 원작이다. 법정 스릴러가 장기인 그의 소설이 영화로 옮겨진 것은 ‘야망의 함정’,‘펠리컨 브리프’(이상 1993),‘의뢰인’(1994) 등 9편에 이른다. 명배우 진 해크만과 페이 더너웨이, 차세대 스타 크리스 오도넬 등 호화 캐스팅이었으나 그리샴 원작의 영화 가운데 가장 평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7년 어느 날, 아버지의 사무실에 놀러간 두 아이가 폭탄 테러로 무참히 숨진다. 평소 인종차별주의자로 알려진 샘 케이홀(진 해크만)이 범인으로 붙잡힌다.20년이 지나고 샘의 사형집행일까지 28일 남았다. 전도유망한 변호사가 된 샘의 손자 아담 홀(크리스 오도넬)은 할아버지의 변호를 자처한다. 진실을 말해달라는 손자의 간청에도 불구, 샘은 범행을 부인하지 않으며 후회는 없다고만 한다. 아담은 고모 리(페이 더너웨이)로부터 자신의 집안에 얽힌 암울한 과거사를 듣게 되는데….1996년작.113분.
  • “중국 ‘큰 손들’ 혼자옵서예”

    ‘중국 부자관광객이 몰려온다.’ 중국관광객 무사증 입도에 이어 중국과 일본을 잇는 대형 크루즈 호화유람선이 제주에 취항,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상하이와 일본 나가사키, 제주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호화유람선 코스타 알레그라(COASTA ALLEGRA·2만8430t)호가 6일 제주항에 처음으로 입항했다. 지난 3일 중국 상하이를 출항, 나가사키를 거쳐 이날 제주항에 입항한 이 유람선의 승객 750여명은 하루 일정으로 제주도내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거나 쇼핑을 한 뒤 이날 오후 제주를 떠났다. 특히 이 유람선의 주요 고객은 중국의 부유층이어서 앞으로 이들을 겨냥한 고급 쇼핑·관광 상품 개발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유람선은 상하이∼나가사키∼제주∼상하이 항로를 5일 간격으로 10월 말까지 24회 운항하며, 제주항에는 오전 8시 입항, 같은 날 오후 6시 출항한다. 승무원 410명과 승객 1000명이 승선할 수 있고, 객실 397실, 식당 2곳, 바 5곳, 수영장, 조깅트랙, 카지노 등을 갖추고 있다. 이규봉 제주방문의 해 추진단장은 “대형 유람선 취항으로 앞으로 4개월간 3만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내년에도 정기 운항을 추진, 크루즈 관광을 통한 중화권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2006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올들어 6월 말 현재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19만 4603명으로, 지난해 16만 3148명보다 19.3%(3만1455명)늘어났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World cup] 포르투갈, 또 프랑스 징크스?

    ‘천적 징크스는 이어지나.’ 프랑스-포르투갈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천적 관계인 두 팀의 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프랑스는 상대전적(15승1무5패)에서 나타나듯 포르투갈을 만나면 훨훨 날았다. 포르투갈에 마지막으로 패했던 것도 31년전인 1975년이었고, 최근엔 7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포르투갈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마법’으로 징크스 탈출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도 천적 관계는 지속됐다. 최강 브라질은 8강전에서 객관적 전력에서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프랑스에 덜미를 잡혔다. 프랑스는 유로2000 우승 이후 하향세로 돌아서 한·일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까지 당했다.그러나 프랑스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3-0 완승을 포함해 독일월드컵 전까지 상대 전적3승1무로 브라질을 압도했다. 조별리그에서만 8골을 폭발시키며 우승후보로 지목된 스페인 역시 프랑스에 16강전에서 발목을 잡혔다. 상대전적에서 1승1무5패로 절대 열세였던 스페인은 초호화멤버로 징크스 탈출을 시도했지만 선제골을 넣고도 1-3으로 졌다.‘오렌지군단’ 네덜란드도 지난 15년간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포르투갈 징크스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종주국 잉글랜드는 조별리그에서 38년간 지긋지긋하게 이어져온 무승 징크스를 깰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스웨덴과 비겼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중국 칭화대 수석합격자 홍콩 대학 선택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지난달 실시된 중국 대학입시에서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淸華)대 수석 합격자가 입학을 포기하고 홍콩의 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교육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칭화대 입시에서 장원(狀元·수석)을 차지한 수험생이 홍콩 대학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중국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대학 웹사이트와 블로그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 베이징(北京)대, 칭화대, 푸단(復旦)대 등 중국 최고의 대학들이 홍콩의 대학에도 못 미치는 ‘2류대’로 몰락하고 있다는 비난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둥(華東)신문은 3일자 시평에서 학문적 성취와 학술 분위기 조성을 등한히 한 채 외양에만 치중하는 이들 대학을 정면으로 꼬집었다. 화둥신문은 “우수한 학생 1명이 홍콩행을 택한 것을 가지고 중국 대학 전체로 확대시켜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1998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선포한 ‘985 공정’의 정신을 새롭게 할 것을 대학들에 촉구했다. ‘985 공정’이란 장쩌민이 1998년 5월4일 베이징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현대화 실현을 위해 우리나라도 세계 선진 수준의 일류대학을 가져야 한다.”고 선언한 것에 맞춰 교육부가 내놓은 ‘21세기 교육진흥행동계획’을 말한다. 중국 교육당국은 이 계획에 따라 베이징대, 칭화대, 푸단대 등 전국 34개 중점대학을 세계 1류대학으로 성장시키려고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시작했다. 신문은 그러나 1000억위안(약 12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이 투자됐지만 학교 건물을 호화스럽게 새로 짓고 직원을 늘리거나 고급차량을 구입하는 데 쓰여졌을 뿐 교육의 질과 학술적인 지위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을 예로 들며 지은 지 수백년 된 낡은 건물이 학교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 결코 아니라면서 대학의 정신을 소홀히 하고 외양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풍조가 중국의 대학을 2류로 전락시킬 것으로 교육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jj@seoul.co.kr
  • [World cup] 뜨거운 러브콜

    유럽 빅리그의 명문 구단들이 독일월드컵에서 맹활약하는 스타들을 잡기 위해 뜨거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9일 독일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특급 선수 영입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구단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최강 첼시.‘부자 구단’ 첼시는 대회 개막 이전부터 트레이드 시장의 최대어 안드리 셉첸코(우크라이나)와 미하엘 발라크(독일)를 낚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최근에는 호베르투 카를루스(브라질)와 카를로스 테베스(아르헨티나)에게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신 첼시는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와 히카르두 카르발류(포르투갈), 윌리암 갈라스(프랑스), 로베르트 후트(독일) 등을 방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맨유는 지난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린 뤼트 판 니스텔로이(네덜란드)가 팀을 떠날 것을 예상,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 영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 미드필드 보강을 위해 후안 리켈메(아르헨티나)와 프티(포르투갈) 영입을 고려 중이다. 아스널은 이미 체코의 플레이메이커 토마스 로시츠키를 잡았고, 디르크 카윗(네덜란드)과 디디에 조코라(코트디부아르) 영입에 나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초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는 은퇴가 확실한 지네딘 지단(프랑스)의 공백을 메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재 회장 선거가 진행 중이어서 특정 선수와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르연 로번(네덜란드)과 카카(브라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등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해발 4500m 달리는 호화 열차

    해발 4500m 달리는 호화 열차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해발 4500m에 열린 하늘 길’ 중국 칭하이(靑海)성 거얼무(格爾木)와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라싸(拉薩)를 잇는 칭짱(靑藏)철도 1142㎞ 구간이 다음달 1일 개통된다. 1984년 칭하이성의 시닝(西寧)과 거얼무를 잇는 제1구간 814㎞가 개통된 데 이어 제2구간이 완공된 것이다.4년간 330억위안(약 4조 4000억원)이 투입됐다. 칭짱철도가 ‘하늘 길’로 불리는 이유는 해발고도가 평균 4500m나 되기 때문. 노선의 80% 이상인 960㎞ 구간이 해발 4000m 이상의 동토(凍土)지역에 놓였다. 가장 높은 지점은 5072m로 그간 세계 최고 해발고도 기록을 지니고 있던 페루 철도의 4817m보다 255m 높다. ●‘전략 철도’ 철도는 티베트를 비롯한 서부지역의 경제발전 속도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서부지역의 물류와 유통에 혁신을 가져올 이 철도는 서부 대개발의 상징이다. 그간 불편한 교통사정으로 소규모 위주이던 여행객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어서, 철도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2004년 13억위안이었던 티베트지역의 여행 수입은 매년 30%씩 증가해 4년 뒤에는 60억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평균 3000∼4000명씩은 늘어날 것으로 철도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철도의 의미는 이같은 경제적인 면을 훨씬 넘어선다. 정치·외교·군사적 함의가 높은 ‘전략 철도’다. 정치적으로는 티베트 문화를 한족(漢族) 문화에 융합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티베트 지역에 부설되는 첫 철도다.‘실질적인 지배’라는 의미가 크다. 티베트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높여줄 것으로도 기대된다. ●남아시아 진출의 시작 나아가 남아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출발점의 역할도 있다. 칭하이성 인민대표대회 류퉁더(劉同德) 부비서장은 “서쪽으로 인도를 거쳐 바다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서부 대개발에 중요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남아대륙교(南亞大陸橋)’의 기초가 될 것이란 얘기다. 남아대륙교는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의 대륙을 철도로 연결하는 계획.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시안-란저우(蘭州)-시닝-라싸 등 중국 내륙을 횡단한 다음 네팔의 타투바니-카트만두-비르간즈를 거친다. 이어 인도의 파트나-뉴델리-뭄바이로 연결되며, 다시 파키스탄의 카라치로도 갈라진다. 인도와의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북아프리카와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중국의 발전과 무역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란 기대다. 이런 칭짱철도는 티베트 제2의 도시인 시가체(日喀則)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후진타오 등 지도부 총출동 1일 열리는 개통식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당·정 고위인사들이 참석한다. 민족간 융화와 경제발전, 대외개방과 국제협력 등 칭짱철도가 갖는 의의를 고려한 대대적인 행사다. 후 주석은 칭짱선 종착지 라싸에서 1988∼1992년 당 서기로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이 때 후 주석은 티베트 저항운동을 강경 진압,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jj@seoul.co.kr ■ ‘하늘 달리는 호텔’ 어떤 열차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칭짱 열차는 ‘하늘을 달리는 호텔’이라 불릴 만하다. 정식 개통 이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하루 요금이 수백∼1000달러짜리 호화 열차도 투입될 예정이다.“유럽의 ‘오리엔탈 특급열차’에 버금가는,5성급 호텔 수준이 될 것”이란 관계자들의 자랑이다.7억위안(약 820억원)을 들여 50편분의 열차가 제작 주문됐다. 객실은 차창 밖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사방을 통유리로 만들고 샤워시설과 유흥오락장 등을 두루 갖췄다. 열차 안에서 민속공연이 펼쳐지고 비행기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증압(增壓)장치를 설치,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지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 부작용을 없앤다. 호화 열차는 외국인에게만 제한 운행하다 내국인에게도 개방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내년부터는 화물과 일반 승객에 대한 상용 운행이 시작된다. 이 노선은 황금여행 코스다. 실크로드 기점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과 라싸로 연결되는 루트는 사막과 산악지대, 고대 유적지 유람 구간을 포함한다. 쿤룬산 만년설, 포탈라궁, 커커시리(可可西里), 야오츠(瑤池)도 들어 있다. 베이징에서 종착지 라싸까지 순수 열차 운행시간은 48시간. 관광 열차편이 어떻게 편성될지는 미지수다. jj@seoul.co.kr ■ 칭짱철도의 그늘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하늘로 난 길’ 밑으로는 그림자도 짙다. 당장 ‘세계의 지붕’ 칭짱(靑藏·티베트)고원의 훼손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티베트고원의 지하 얼음층이 녹으면서 지반 침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칭짱철도의 위험요인이 된다.”는 중국사회과학원 보고서까지 나왔다. 앞서 사막연구와 관련한 별도 보고서도 “칭짱고원의 온도가 1984년 이후 현저히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발 4000∼5000m의 고한초지는 토양층이 희박해서 파괴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점도 우려된다. 철길을 따라 생태계의 파괴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의식해 1주에 1회씩 ‘쓰레기 열차’를 운행해 오물을 수거하고, 곳곳에 야생동물을 위한 ‘에코 브리지’를 건설하는 등 환경보호에 애쓰고 있다. 홍콩경제일보는 최근 보도에서 “칭짱철도는 티베트 독립세력을 향한 ‘칼’”이라고 보도했다. 티베트에서 독립운동이나 소요가 발생할 경우 인민해방군 부대의 즉각적인 파견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철도 개통으로 라싸에서의 소요 발생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자치권을 놓고 중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인 달라이 라마측으로서는 철도 개통이 협상에 불리한 요소다. 티베트인과 국제인권기구는 철도 개통이 한족들의 대거 이주를 촉진, 티베트를 경제적으로 점령하고 문화적으로 말살하게 될 것이라며 열차 운행을 반대해왔다.2001년 신장위구르 자치지역에 철도가 들어간 뒤 한족이 주요 상권을 장악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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