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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전지적 문재인 시점’ 벗어나기/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전지적 문재인 시점’ 벗어나기/황수정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는 예전에 못 보던 장면들을 볼 줄 알았다. 참모들이 대낮에도 청와대 문을 여유 있게 들락거릴 줄 알았다. 걸으면 십분 거리의 삼청동 수제비집(청와대 아래 맛집)에 들러 수제비 한 그릇을 더러는 옆자리에서 땀 닦으며 먹게 될 줄 알았다. 그 덕분에 대통령의 ‘1호 인사’인 조국 민정수석이 ‘강남 좌파’라는 형용모순의 별명만은 털어낼 줄 알았다.문 대통령에게 걸었던 파격의 기대는 당연히 더 크고 야무졌다. 휴일 저녁이면 대통령이 광화문 교보문고쯤에 홀연 나타나 신간을 뒤적이곤 할 줄 알았다. 청와대 주변 마을로 불쑥 산책을 나서려는 통에 경호팀이 식은땀깨나 흘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낭만 청와대’는 애초에 현실에 존재할 근거가 없는 거였다. 나른한 백일몽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것 같다. 그 징후들을 본다. 청와대가 다급해졌다. 문 대통령은 26일 저녁 광화문의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퇴근길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던 공약을 취임 1년여 만에야 지켰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행간 깊은 작심 발언을 여럿 했다. 그중에서도 어렵게 꺼낸 본론은 “혁신성장 가속화”였다. 다만 소득주도성장과 병행해야 하는 것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는 단서를 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연일 난타를 당하니 방향을 좀 틀긴 하겠는데, 그렇다고 백기를 든 게 아니라는 완곡어법. 본론 중에 진짜 본론은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겠다”였다. 기업과 노동계는 직간접으로 그래도 소통했던 경제 주체들이다. 지금 구애 신호를 정조준해 쏴야 할 대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최저임금 1만원, 그 선의의 공약 길목길목에 뇌관은 예상했으되 이렇게 허망하게 위협적으로 터질 줄은 미처 몰랐다. 발등의 불은 빨리 끄는 게 상책이다. 최저임금 수직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불복종 운동에 들어갔다. 업종별 차등 적용에 반대 몰표를 던진 최저임금위원회가 현실을 완전히 외면했다고 반발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무시하고 현장에서 알아서 정하는 불법투쟁을 진작에 선언했다. “최저시급을 감당 못해 망하나 범법자로 망하나 똑같다”며 광화문에 천막본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70년 전 목청 높였던 ‘시민 불복종’은 어쩌다 이 염천에 서울 광화문의 구호가 됐을까. 시민 헹가래로 탄생한 시민 대통령에게 시민 불복종만큼 속 쓰릴 일은 없다. “자꾸 덩치만 키워서 ‘청와대 정부’ 만들 일 있냐”는 십자포화에도 청와대는 결국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했다. 뒷북 외통수다. 바닥 민심을 조금만 일찍 챙겼어도 영세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덜 키울 수 있었다. 택시만 타도, 동네 분식집에만 가봐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불만들이 있다. 식당 아줌마 품귀 현상이 그런 거다. “같은 시급 받고 왜 종일 설거지하냐는 거죠. 면접들만 보고는 연락이 없어요.” 어쩌다 들른 식당의 안주인은 “그 아줌마들이 에어컨 빵빵한 병원 간병인으로 몰려 간다”며 식당에 사람 구하기가 하늘 별 따기라고 혀를 찼다. 나 같은 사람도 주워듣는 민심을 청와대는 못 듣는 게 아니라 안 듣고 있는 것이다. 대영제국의 ‘국민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는 한때 날마다 밤을 새워 도시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불면증을 이기려는 처방이었지만, 런던 골목마다 생계로 밤을 새우는 시민 군상을 몸소 겪으며 문학의 방향을 틀었다. 노숙을 체험하고는 빈민 복지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새벽까지 파이나 뜨거운 감자를 팔던” 그때의 런던 서민들보다 한 집 건너 한 집인 손바닥만 한 편의점에서 인건비도 못 건져 헉헉대는 서울의 서민들이 나을 게 있겠나. 일자리가 씨가 마른 우리 사정이 해가 지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의 호시절보다 아무려면 더 낫겠나. 우리는 아무도 걷지 않는다. 청와대의 누가 골목 민심을 챙기려고 걸어 내려왔다는 소문을 들은 적 없다. 시급 몇십 원을 놓고 을과 병은 멱살 잡는데, 현실 정치가 불면증은커녕 문학보다 덜 치열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전이 된 디킨스의 산문 ‘밤 산책’에 현장의 고민들이 현재형으로 녹아 있다. 시민의 곁을 어떻게 걸어 현실을 기록해야 하는지, 대통령 참모들은 휴가길에 꼭 한번 읽어 보시라. 헛다리 짚지들 마시라. 현장에 깜깜한 ‘전지적 문재인 시점’을 벗어나야 이 현실은 수습된다. sjh@seoul.co.kr
  • 文, 소상공인·청년구직자와 ‘깜짝 호프’… 최저임금·고용 민심 들었다

    文, 소상공인·청년구직자와 ‘깜짝 호프’… 최저임금·고용 민심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체 사장, 청년구직자 등과 1시간 40여분 동안 맥주를 마시며 대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설득할 부분은 설득하고, 요청할 부분은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호프집에는 청년 구직자 3명, 편의점·서점·음식점·도시락업체 등을 경영하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5명, 근로자 1명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인 줄로만 알고서 호프집을 찾았다가,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깜짝 놀랐다. 문 대통령은 “고용부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오셨을 텐데 보안과 경호 문제 때문에 일정을 미리 알릴 수가 없었다”면서 “지난 대선 때 소통을 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퇴근길에 시민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만나서 편하게 맥주 한 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는 자리로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최저임금과 고용 문제 등이 심각하게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 취업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충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23년간 식당을 운영한 이종환씨는 “정말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종업원을 안 쓰고 되도록 가족끼리 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봤을 땐 사실상 일자리 창출도 안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제 자식에게 (음식점을) 물려주지 않고 싶다”고 했다. 도시락업체 사장 변양희씨는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한 이후 퇴근을 빨리하다 보니 도시락 배달 주문이 줄었다”며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서점을 운영하는 은종복씨는 “최저임금이 올라 힘든 점도 있지만, 당연히 최저임금은 1만원 이상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장 정광천씨는 “당장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단축의 직접적 영향을 받진 않고 있지만 업종별, 지역별로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며 “특히 생산직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역별·업종별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최저임금인데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취지에 맞지 않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구직자 배준씨는 “학비와 용돈을 벌려고 알바를 구하는데 잘 안 구해진다. 많이 뽑지도 않더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경력단절여성인 안현주씨는 “주변 환경이 정말 100% 지원된다면 충분히 복귀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조부모님이 도움을 주지 않으시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울먹였다. 문 대통령은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과거 주 5일 근무제를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호소도 있었지만 결국 그런 어려움을 딛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다 도움이 됐다”며 “여러 문제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 대통령, 퇴근길 시민들과 ‘깜짝 만남’…맥주 마시며 고충 들어

    문 대통령, 퇴근길 시민들과 ‘깜짝 만남’…맥주 마시며 고충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호프집을 들러 시민들고 ‘퇴근길 맥주 모임’을 가졌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청 인근 ‘쌍쌍호프’, 이 자리에는 청년구직자, 편의점 점주, 식당 자영업자, 아파트 관리인, 서점 주인, 도시락업체 사장, 중소기업 사장 등의 시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경제 현안과 관련된 의견을 밝히는 자리’로 알고 있었을 뿐,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은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직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약 100분간 이어진 문 대통령과 시민들의 만남을 자세히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깜짝 놀라셨죠?”라고 인사를 건넨 뒤 “처음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만나서 편하게 맥주 한 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최저임금, 노동시간, 또 자영업 그리고 고용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 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오늘 아무런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고 왔다. 그냥 오로지 듣는 자리로 생각하고 왔다.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된다”면서 참석자들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문 대통령은 주로 듣는 과정이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앞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씨가 건배를 제의하며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달라. ‘아싸’라고 (건배사를) 하겠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다같이 “아싸”를 외쳤다. 이종환씨는 23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왔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생계형 자영업자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간외 수당, 주휴수당 등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 최저임금 같은 경우에 좀 성장해서 주면 되는데, 속으로 정말 최저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가족끼리 하려고 한다. 종업원 안 쓰고... 그러다보니 일자리 창출도 국민들이 봤을 때는 안 되는 거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다”라고 영세 자영업자로서 힘든 점을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경우에는 상당 부분을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해결되지 못하는 건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태희씨가 “4대보험을 100만원씩 매달 넣고 있는데,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하니 20만~30만원 나오더라. 그거 받으려면 4대보험 100만원 정도를 매달 내야 한다”면서 사업주의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가맹점 불공정 계약 문제를 언급하며 “심야영업만 안 하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가맹점에 운영시간이 (계약으로) 묶여있나”라고 물었고, 임종석 비서실장은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했으니, 종합적인 대안을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취업준비생인 이찬희씨는 “취업 준비에 돈이 많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취업 준비에 돈이 얼마나 드느냐”고 묻자 이찬희씨는 “토익, 오픽 등 취업을 위한 시험과 자격증 취득 비용이 한달에 25만원 정도 든다”고 답했다. 또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으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3월, 당시 대통령 후보 시절 빨래방에서 만나 삼겹살 데이트를 했던 배준씨도 함께 했다. 배준씨는 “그 동안 공무원 준비 3년 했는데, 과감하게 고시를 접고 다음 학기에 복학해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근황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공백이 아깝겠다”고 위로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배준씨는 지난주부터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시락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변양희씨는 “열심히 해봐야 학교 근처라 상가비가 많이 나간다. 아르바이트비 주고 나면 제가 가져가는 돈이 없다”면서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를 발표한 이후로 저녁에 배달이 없다. 퇴근을 빨리 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어들었다. 마음 고생이 너무 심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언어치료사로 일하다가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된 안현주씨는 “쌍둥이 낳고 일을 그만둔 지 4년, 부모님이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파트타임을 구해도 보모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드려야 하고, 아이 참 기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보육에 대한 지원이 어떤지 물었고, 안현주씨는 어린이집은 전액 지원이 되지만 그래도 부모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힘들다. 수시로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아이 기르기가 참 어렵다. 꿈을 펼치고 싶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한들 (잘 안된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또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보니 파트타임을 찾게 되는데, 급여가 불안정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안현주씨는 “아동수당 지원도 좋지만 보육교사 처우도 늘려주면 좋겠다. 힘든 만큼 대가를 못 받으니 열악한 것 같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 사장은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직 기업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워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업종과 지역별로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 문제의 경우 서울 물가와 지역 물가도 다르고, 지역별·업종별로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고용 규모도 다를 수 있다”면서 “그에 따른 논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최저임금인데,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면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답했다. 정광천씨는 “중소기업은 구직도 어렵지만, 구인도 어렵다”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도 대통령에게 얘기하니 시원하시겠다”고 웃음을 보였다. 아파트 경비원인 김종섭씨는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며 고민을 호소하기도 했다. 26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은종복씨는 “남북 평화로 가는 길로 가기 때문에 책방이 힘들어도 기쁘다”면서 돈은 없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 대학생이 오면 책을 공짜로도 주고, 외상으로도 주고, 밥도 같이 먹는다”고 전했다. 이날 미리 참석이 예정된 시민들뿐만 아니라 호프집 통유리 너머로 모임을 지켜보던 시민 6명도 즉석에서 자리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은 “주 52시간제 근무제를 시행하니 뭐가 좋나, 육아는 할 만 한가”라고 묻자 한 남자 직장인은 “집에서 설거지만 한다. 제 얼굴을 낯설어하던 아이가 저를 많이 찾고 좋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이 짧아져 급여나 수당이 줄어든 것에 대한 불만은 없나”라고 묻기도 했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대화 내용을 듣다가 “대기업들이 잘하겠다”면서 “소위 임금이 낮은 분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은 좋은데, 다른 정책도 같이 가면 좋지 않겠나. 직접적 분배정책도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고, 다양한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자리에 합류한 시민들 중에는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청와대 관람을 하려다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가야했다는 중학교 교사도 있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 분들을 고려해 줄 수 없나”라고 묻자, 임종석 비서실장은 “저 분들만 새치기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김의겸 대변인도 “대통령 ‘빽’으로도 안 됩니다”라고 거들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하는 정부도 어렵고, 그래도 시간 지나 정착이 되면 우리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주 5일 근무제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냐 호소했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딛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다 도움이 되지 않았나”라면서 “지지도 해 주시고, 고충을 이해해 주시고, 대안도 제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여러 제도와 대책들이, 카드 수수료라든지 가맹점 수수료 문제라든지, 상가 임대료 문제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도 일자리안정자금뿐 아니라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쭉 연결되면 그나마 개혁을 감당하기 쉬울 텐데, 정부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과제들은 속도 있게 할 수 있지만 국회 입법을 펼쳐야 하는 과제들은 시간차가 나 늦어진다. 그래서 자영업 문제, 고용 밀려나는 분도 생기고, 그렇게 해서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 모색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거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 시행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 듣고 싶어서 왔는데 경력단절, 취준생, 자영업자 등 여러분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감사인사를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문 대통령, 광화문 호프집 깜짝 방문

    문 대통령, 광화문 호프집 깜짝 방문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무더운 여름밤, 시민들과 맥주잔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다중시설을 찾아 현안을 가지고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당시 각종 토론회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퇴근하면서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며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의하고 소통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이날 자리는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라는 명칭으로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청년과 경력단절여성 등 구직자, 아파트 경비원, 분식점과 편의점 업주 및 도시락 업체 대표를 비롯한 자영업자, 인근 직장인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현안과 관련해 구직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경제주체의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라며 “대통령이 경제·시장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 시민들은 당초 최저임금 인상 이슈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며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한 행사라는 취지로 선정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행사 시작 10분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 시민 중 청년 구직자는 현재 인턴 구직활동 중이고, 경력단절여성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출산·육아로 퇴사한 지 10년 만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시민이다. 10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시민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20만원 가량 올랐지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까 불안해하고 있고, 중소기업 대표는 서울형 강소기업에도 선정된 바 있는 우수 중소기업 사장이다. 편의점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르바이트생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가맹점의 자구 노력에 앞서 본사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도시락 업체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매출이 급감했다는 애로사항을 전했다. 요식업 운영 시민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고용 시간을 단축했다며 직원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들 원칙에서 제외할 필요성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각자 현장에서 느끼는 여러 사연이 있는 분들을 만나기에 생생한 목소리가 여과 없이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섭외된 이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에도 일정 시간 남아서 무작위로 입장하는 일반 직장인 등과도 대화할 예정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청년키움식당 꿈을 요리하다<상>] 저녁 호프·점심 밥…임대료 나누는 ‘공유 식당’

    [청년키움식당 꿈을 요리하다<상>] 저녁 호프·점심 밥…임대료 나누는 ‘공유 식당’

    심각한 청년 취업난과 ‘쿡방’(Cook+방송)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외식 창업에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식당을 열려면 점포를 빌려야 하는데 비싼 임대료가 발목을 잡는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최근 등장한 외식업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김유구(37) 나누다키친 대표는 24일 “점포주와 창업주 모두 임대료가 가장 큰 부담”이라면서 “임대료는 낮추고 공간은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고민하다가 회사를 차렸다”고 밝혔다. 나누다키친은 저녁에만 장사하는 호프집 등의 점포주와 점심에만 장사할 식당 창업주가 점포를 공유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창업주가 점포주에게 내는 가겟세는 총임대료의 25~33% 수준이다. 점심에 가게를 놀리는 점포주는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회사를 설립한 뒤 직영점을 운영하며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매출이 인건비 등 원가를 넘기 어려웠지만 지난해 말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고 이달 말에는 10호점이 문을 연다. 식당은 목이 좋아야 하는데 나누다키친은 서울 강남·종로 등 핵심 상권의 가게를 공유한다. 김 대표는 “BC카드와 업무협약을 맺어 빅데이터를 이용한 시장 정보를 활용한다”면서 “단순히 점포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유명 요리사들과 새 메뉴와 레시피를 개발해 창업주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은행과 나누다키친 창업자 전용 대출상품도 만들어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창업주가 싼값에 좋은 식자재를 공급받도록 유통 대기업과 계약도 맺었다. 김 대표는 “점포만 빌려주면 6개월을 못 버틴다”면서 “실패했던 분들이 웃으며 일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청년키움식당 꿈을 요리하다<상>] “맛없으면 손님 안 와…유명 셰프 컨설팅 큰도움”

    [청년키움식당 꿈을 요리하다<상>] “맛없으면 손님 안 와…유명 셰프 컨설팅 큰도움”

    “손님들은 맛이 없으면 안 와요. 창업 전에 적어도 100명은 맛있다고 해야 성공합니다.” ‘청년키움식당’ 졸업생으로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프집을 점심시간에만 빌려 일본식 라면 전문점을 연 김동규(28)씨는 24일 “식당을 차리기 전에 시험 매장 등에서 경험을 쌓아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외식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맛’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손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 실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씨는 아일랜드에서 일식을 배운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김씨는 “2015년 8월 아일랜드로 유학을 갔다가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귀국 후 일식 전문점을 차리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유학 생활을 접고 귀국길에 오르려던 김씨를 아일랜드인 사장이 잡았다. 김씨에게 “일본식 라면 가게를 열 건데 좀더 같이 일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김씨는 “매주 목~토요일 새벽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초밥집에서 일했고 영어학원에 갔다가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라면집에서 일했다”면서 “힘들었지만 요리는 정말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자신의 가게를 열기 위해 지난해 6월 귀국했다. 하지만 막상 창업하려니 막막했다. 창업 관련 재단의 도움을 받았고 이곳에서 청년키움식당을 소개받아 지난 2월 ‘에이토랑’에서 훈련을 받았다. 김씨는 “라면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아일랜드 입맛과 한국 입맛은 너무 달랐다”면서 “에이토랑에서 유명 요리사들이 컨설팅을 해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에이토랑에서 같이 일한 동료 등과 함께 창업했지만 경기가 나빠 3개월간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매출에서 식자재비와 임대료,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었다. 김씨는 창업 후 3개월을 ‘보릿고개’라고 말했다. 발품을 팔면서 전단지를 돌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홍보도 했다. 첫달 800만원이던 월매출은 보릿고개를 넘은 이달에 1000만원으로 올랐다. 김씨는 “금방 문 닫는 가게가 많은데 3개월 준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최소 6개월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기적의 신소재서 인류 위협물로… 플라스틱 없는 삶 온다

    [글로벌 인사이트] 기적의 신소재서 인류 위협물로… 플라스틱 없는 삶 온다

    오스트리아 동남부 그라츠시 인근 마을에서 남편, 세 아이와 함께 평범한 가정을 꾸려 온 산드라 크라우트바슐(47)의 삶은 플라스틱 때문에 확 바뀌었다.●2009년부터 플라스틱 없이 사는 평범한 가정 그녀는 2009년 베르너 보테 감독의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행성’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을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은 꽤 잘한다고 자부하는 정도의 환경 감수성을 가졌던 그녀는 플라스틱의 적나라한 폐해를 실감했다. 크라우트바슐은 급기야 친구들에게 선언했다. “우리 집은 한 달만 플라스틱 없이 살아 보겠어.” 그렇게 크라우트바슐 가족의 상상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없는 집’ 실험이 시작됐다. 애초 환경보호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던 것도 아닌 그녀는 마트에서 ‘플라스틱 없는’ 장을 보는 첫 시도부터 혹독한 좌절을 맛봤다. 구매 목록에 적힌 물건 중 비닐 포장이 안 된 상품을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종이로 포장한 재활용 휴지를 사기 위해 친환경 전문매장까지 찾아간 그녀는 점원으로부터 오래전 비닐 포장으로 바뀌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온 가족이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본 후 신문지나 나뭇잎으로 뒤처리를 했다. 그녀는 “위생 때문에 사용하는 비닐 포장재가 인간의 건강에 더 해롭다는 모순된 상황에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고 술회했다.플라스틱 없는 삶에 대한 가족들의 도전이 힘겹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인터넷을 서핑하며 종이 상자로 포장된 면류를 파는 슈퍼마켓을 발견했을 때는 짜릿함을 느꼈다. 가족 중 남편은 사용하는 데 실패했지만 나무로 깎아 만든 칫솔대에 돼지털을 꽂은 천연 칫솔도 보람을 안겼다. 한 달 예정으로 시작된 실험은 2년 넘게 지속됐다. 세탁기, 냉장고, 컴퓨터 같은 대체 불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은 그대로 쓰기로 타협점을 찾은 게 지속가능한 실천의 동력이 됐다. 크라우트바슐 가족의 실험은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양철북 펴냄)라는 제목의 책으로 전 세계에 출간됐고, 큰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플라스틱 없는 삶이 가능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제는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한다. 다섯 가족은 현재도 ‘플라스틱 없이 (가급적)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 크라우트바슐은 진짜 환경보호가가 됐고, 주의원으로 당선돼 생태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당장 자신을 따라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떠올려 보라고 말한다. ‘플라스틱 없는 당신의 하루를.’ ●바다의 흉기가 된 인류의 발명품 ‘빨대’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3억 3000만t으로, 현재의 소비량이라면 2050년 생산되는 플라스틱 양은 3배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롤랜드 가이어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 양은 83억t”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3위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는 1인당 132.7㎏의 플라스틱을 소비했다. 같은 시기 미국은 93.8㎏, 일본은 65.8㎏이었다. 생산된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건 3~5% 정도다. 나머지 95%는 재활용조차 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간다. 영국 과학청은 지난 3월 전 세계 바다에 쌓인 폐플라스틱이 현재 5000만t에서 2025년 1억 5000만t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프란스 팀머만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쓰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며 “인류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50년 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라스틱 제품 중 ‘빨대’는 해양 생물들에게 흉기와 같은 존재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빨대는 기원전 3000년에 만든 수메르 무덤에서 발굴된 황금 빨대다. 이집트와 중국에서는 갈대로 만든 빨대로 술을 마신 옛 기록이 전해질 정도로 빨대는 인류의 오랜 발명품이자 일상용품이었다. 현대에서 플라스틱 빨대의 소비량은 천문학적이다. 미국인 1인당 매일 1.6개꼴로 하루 동안 5억개가 버려진다. 유럽 최고 소비국인 영국은 연간 85억개의 빨대를 쓰고 버린다. 빨대 제조 원가가 개당 6원꼴이지만 재활용은 되지 않는다. 2015년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콧구멍을 찔러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 영상이 공개된 바 있고, 빨대를 삼키고 죽은 바닷새는 1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과학계, 5㎜ 미만 ‘미세플라스틱 스모그’ 경고 플라스틱 중 가장 위협적인 건 크기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자외선에 의해 분해돼 잘게 쪼개진 입자다. 바다에 스며들어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토양, 대기층까지 오염시킨다.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모두 섭취하고 있지만 분해도 소화도 할 수 없는 물질이다. 과학계는 플라스틱 생산원료로 쓰는 1만가지 물질 중 지난 10년 동안 유해 여부가 확인된 건 단 11개뿐이라고 지적한다. 세리 메이슨 미 뉴욕주립대 교수는 ‘아마도’ 인간의 정자 수 감소, 암 발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의 연관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아일랜드국립대 연구팀은 최근 대서양 수심 300~600m 심해어 7종 가운데 70%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바다표층 가까이에서 먹이를 섭취하는 중간층 어류는 부유 플라스틱을 더 많이 먹는다. 지난달 태국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의 위장이나 말레이시아 해안에서 폐사한 둥근머리돌고래 뱃속에서도 수십여 장의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가브리엘 네비트 해양동물학 박사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에 식물플랑크톤이 증식하고, 그 플랑크톤에서 나오는 ‘DMS’라는 물질로 인해 먹잇감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은 대기 중에도 떠돈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프랭크 켈리 교수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 스모그’까지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생산 5초, 쓰는 데 5분, 분해엔 500년 마이클 니컬스 감독의 영화 ‘졸업’(1967년)에는 방황하는 주인공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먼에게 아버지 친구가 충고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벤저민, 딱 한마디만 하고 싶구나. 플라스틱! 플라스틱에 밝은 미래가 있다.”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꾼 기적의 신소재로 칭송받던 플라스틱은 이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물질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플라스틱 퇴출’ 조치에 나서는 이유다. 칠레는 이달 초 전 세계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치를 선언했다. 미국 도시 중 시애틀이 최초로 지난 1일부터 5000개가 넘는 식당·술집에서 플라스틱 빨대 및 포크, 스푼, 칵테일용 이쑤시개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 식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뒤이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하와이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법안을 발의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제로’(0) 배출을 목표로 제시했고 EU는 2021년 플라스틱 면봉, 빨대 등의 사용 금지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며 현재 60여개국이 일회용 비닐봉지 금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독일 아디다스는 향후 6년 내 신발, 의류 제품을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만으로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영국·아일랜드 맥도날드는 오는 9월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매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2만 8000여개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고 종이나 옥수수 등 생분해 빨대로 대체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덜 쓰는 삶’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싸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던 ‘플라스틱에 무감각한 자본주의적 일상’을 바꾸는(혹은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더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안희정 측근 “김지은, 서울서 자고 간다며 직접 호텔 예약”

    안희정 측근 “김지은, 서울서 자고 간다며 직접 호텔 예약”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가 안 전 지사와 친밀한 관계였다는 증언이 여럿 나오면서 재판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4회 공판기일을 열고 전 수행비서 어씨와 전 운전비서 정씨, 전 미디어센터장 장씨, 전 비서실장 신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심리했다. 이들은 ‘휴대폰을 방수팩에 넣고 샤워하라는 업무지시는 없었다’ ‘김씨가 수술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도록 차를 제공했다’ ‘강남의 한 호텔은 김씨가 숙박하기로 정하고 직접 예약까지 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의 후임 수행비서 자격으로 증인신문을 받은 어씨는 “경선캠프나 충남도청의 분위기가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았다”며 조직 분위기가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분위기였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전 미디어센터장 장씨와 전 비서실장 신씨도 “안 전 지사는 직급이 낮은 직원의 목소리도 경청하는 사람”이라며 “참모와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격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씨는 24시간 업무에 지배받았고, 안 전 지사의 심기조차 거스르지 못하는 위치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신씨는 ‘휴대전화를 방수팩에 넣고 샤워했느냐’는 질문에 헛웃음을 지으며 “참여정부 시절 비서들이 그랬다는 말은 들어봤다”며 “저나 안 전 지사 누구도 그렇게 지시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증인들은 김씨가 직접 호텔을 예약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운전비서 정씨는 “그날 마지막 일정이 호프집에서 있었는데 김씨에게서 ‘오늘은 서울에서 자고 간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김씨가 직접 호텔 약도까지 보냈다”고 주장했다.신씨도 “김씨가 서울에서 숙박한다고 말해 함께 숙소 예약을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언제 두 사람이 성관계를 맺은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신씨는 “3월 5일 김씨가 JTBC 뉴스룸에 나와 폭로했을 때 알았다”며 “불과 며칠 전까지 웃으며 이야기했던 동료가 우리를 ‘성폭행 피해도 호소하지 못할 집단’으로 만든 것 같아 당황스럽고 섭섭했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의 측근들은 업무가 바빠 아버지의 수술도 지키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정씨는 “김씨의 아버지가 신장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안 전 지사가 ‘어서 가 보라’고 했지만 김씨가 ‘일정을 마치고 가도 된다’며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씨에게 ‘(목적지인) 대전까지 갈 교통편은 마련했느냐’고 물었다”며 “만약 교통편이 없다면 직접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김씨는 ‘교통편 마련됐다,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대답했다”고 덧붙였다. 신씨도 “김씨가 수술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도록 ‘책상 위에 차 열쇠를 놓아두겠다’고 메시지를 보냈었다”며 “하지만 김씨가 주말이 지나도록 아버지를 만나러 가지 않았기에, 다른 비서관을 보내 병문안을 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한국 골프의 날] 무려 31언더파… 빨간바지의 마법, 전설 소렌스탐 넘었다

    [한국 골프의 날] 무려 31언더파… 빨간바지의 마법, 전설 소렌스탐 넘었다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우승 최저타·최다 언더파 신기록 소렌스탐 27언더파 기록 깨 통산 7승째… 상금 30만弗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5)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대 72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김세영은 9일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624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4라운드에서 버디만 7개를 뽑아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31언더파 257타로 우승, 투어 통산 7승째를 챙긴 김세영은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 3000만원)를 받았다. 김세영은 지난해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대회 이후 1년 2개월 동안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스트로크 방식의 대회로는 2016년 6월 메이어 LPGA 클래식 우승 이후 25개월 만이다. 우승보다 LPGA 투어의 새 기록을 썼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이전에는 캐런 스터플스(영국)가 2004년 웰치스 프라이스 챔피언십 파70 코스에서 합계 22언더파 258타를 기록했다. 파72 코스에서는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에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쳤다. 물론 지난해 우승자인 캐서린 커크의 기록이 22언더파였을 만큼 이 대회 코스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이번 대회 2라운드 컷 오프는 4언더파로 78명이 3라운드에 진출했고, 공동 77위로 꼴찌인 샤이엔 우즈와 제니퍼 한(이상 미국)은 합계 2언더파 286타였다. 올해 대회에선 20언더파 이상 기록한 선수가 4명이나 됐다. 하지만 김세영은 그들 가운데에서도 독보적이었다.LPGA 투어에서 30언더파를 넘겨 우승한 것도 김세영이 처음이다. 남자 투어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72홀 최다 언더파는 2003년 어니 엘스(남아공)가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세운 31언더파가 기록으로 전해진다. 2009년 봅호프 클래식에서 팻 페레스(미국)가 33언더파로 우승했지만 5라운드 대회였고, 같은 대회에서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4라운드까지 33언더파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종 합계에서는 김세영의 성적을 밑돌았다. 따라서 김세영의 이날 31언더파 우승 기록은 미국 남녀 프로골프 투어를 통틀어 72홀 최다 언더파와 타이 기록인 셈이다. PGA 투어의 최저 타수 우승 기록은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2017년 소니오픈에서 세운 253타(27언더파)다. 전날 3라운드까지 8타나 앞선 타수로 선두를 내달리며 우승을 예약한 김세영의 관건은 우승보다 기록 달성 여부였다. 전반 9개 홀 4타를 줄여 대기록 전망을 밝힌 김세영은 후반에 버디 3개를 보태 최저타·최다 언더파 기록을 모두 고쳐 썼다. 퍼트 수 31개로 앞선 세 라운드(28개-27개-29개)보다 많았으나 18개홀 중에서 한 홀만 놓친 그린적중률 94.4%로 보완했다. 아이언샷 감각도 신들린 수준이었다. 태권도 공인 3단으로 하체가 튼튼한 김세영은 평균 274.88야드를 유지한 드라이브 비거리를 앞세워 공격적인 장타를 뽐냈다. 평균 퍼트 수는 28.75개로 안정적이었다.김세영은 “사실 오늘 보기 없는 라운드가 목표였다. 목표를 이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기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전 파운더스컵에서 27언더파를 치고 오늘 소렌스탐의 기록을 넘고 보니 꿈이 이뤄진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 자신을 믿고 코스에 나섰다. 인터넷으로 과거 동영상을 찾아보며 각오도 새롭게 했다”고 대기록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박성현(25)에 이어 2주 연속 우승 소식을 전했다. 올해 L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7승을 합작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예매율 65% 흥행 예감 ‘앤트맨과 와스프’

    예매율 65% 흥행 예감 ‘앤트맨과 와스프’

    ‘마블 신드롬’, 여름 극장가까지 강타할까. 올해 ‘블랙 팬서’(539만명), ‘어벤져스:인피니티 워’(1120만명)로 국내 관객들을 사로잡은 마블 스튜디오의 20번째 신작 ‘앤트맨과 와스프’가 4일 개봉한다.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마블 스튜디오는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코믹스의 다종다기한 슈퍼 히어로를 내세운 19편의 작품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950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때문에 이번 작품이 1억 관객 돌파라는 이례적인 기록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영화는 개봉을 이틀 앞둔 2일 예매율 65% 이상을 기록하며 흥행 질주를 예고했다. 2015년 선보인 ‘앤트맨’의 속편인 ‘앤트맨과 와스프’는 마블 팬들에게 일찌감치 관심의 대상이었다. 내년에 개봉할 ‘어벤져스4’와의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 영역(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의 세계)을 주요 설정으로 하기 때문이다.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라스)의 부인이자 1대 와스프인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이 임무를 수행하던 중 양자 영역에서 돌아오지 못하자 가족들은 그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앤트맨(폴 러드)이 양자 영역에서 현실 세계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고 재닛의 꿈을 꾸면서 행크 핌 박사와 딸 호프(와스프·에반젤린 릴리)는 앤트맨과 함께 재닛을 찾아 나선다.‘어벤져스’급의 압도적인 규모, 강렬한 쾌감의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편의 액션 강도가 아쉬울 수 있다. 이야기의 큰 줄기가 ‘1대 와스프 구하기’인 만큼 와스프와 행크 핌 박사, 재닛이라는 한 축, 앤트맨과 그의 딸이라는 또 다른 축의 ‘가족애’에 무게중심이 더 실려 있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을 촘촘히 채워 주는 건 사이즈 액션과 앤트맨의 직장 동료들이 잽처럼 날리는 소소한 유머들이다. 주인공들이 신체와 사물들의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줄였다 늘이며 만들어내는 액션은 ‘정상의 세계’를 뒤흔드는 풍경으로 이색적인 시각 체험을 안긴다. 차를 순식간에 개미만큼 줄였다 다시 거대하게 늘이며 적을 희롱하는 자동차 추격 장면, 적이 던진 거대한 칼날 위를 내달리는 와스프의 비행 액션, 앙증맞은 키티 캐릭터로 장식된 사탕 통이 도로 위 적을 교란하는 거대한 무기로 활용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여성 캐릭터인 와스프를 제목에 내세운 데다, 고스트(해나 존케이먼)란 새 여성 악당을 등장시켜 여성 캐릭터의 활용에 기대를 모았다. 와스프는 어머니를 구해내려는 강력한 의지를 발동하며 이야기의 첫발을 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앤트맨과의 팀플레이에서 조력자 역할, 앤트맨과의 로맨스 파트너 역할에 그치며 독자적인 개성과 매력을 뿜어내지는 못한다. 여성 악당으로 출연하는 고스트 역시 마찬가지. 신비로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슈트로 강렬하게 등장하는 고스트는 신체를 투명하게 만들어 어떤 물체도 통과할 수 있는 ‘페이징 능력’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하지만 이야기가 뻗어나갈수록 고스트 개인의 상처와 고통,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이 과정에서 가공할 만한 액션도, 관객과 밀도 높은 공감대 형성도 이루지 못한 채 어정쩡한 악당으로 그치고 마는 모양새다. 재치와 볼거리는 속속들이 포진돼 있지만 이야기의 주요 설정인 양자 영역에 대한 설명에 전반부가 상당 부분 할애되고 악당의 활약이 크지 않아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영화가 끝나고 등장하는 두 편의 ‘쿠키 영상’이 ‘어벤져스4’에 대한 실마리를 건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마블 팬들의 발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멜라니아, 두 번째 국경시설 방문…이번엔 글자 없는 의상

    멜라니아, 두 번째 국경시설 방문…이번엔 글자 없는 의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8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 주의 멕시코 접경지역을 방문해 국경 보안 임무를 맡은 세관국경보호국(CBP) 소속 법집행 관리들을 만났다고 미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애리조나 주 투손의 데이비스-몬선 공군기지 인근에서 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미 국가에서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온 아동과 가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둘러앉은 관리들에게 단신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아이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와 그들의 연령대를 물어본 뒤 아이들이 애리조나의 이민자 시설에 수용되기 전까지 어떻게 보살핌을 받는지를 챙겼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어 세관국경보호국과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다. 여러분들의 임무에 감사드린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돕고자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국경지역 방문은 지난 21일 텍사스 주 맥앨런에 있는 아동 수용시설 ‘업브링 뉴호프 칠드런센터’를 찾은 데 이어 약 일주일 만이다. 멜라니아는 당시 방문길에 ‘나는 정말 상관 안 해, 너는?’(I REALLY DON‘T CARE, DO U?)이라고 적힌 재킷을 입어 한동안 논란에 휩싸였다. 멜라니아 여사 대변인은 “의미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미 언론에서는 ‘격리 아동 문제에 상관 안 한다’는 의미인지, ‘남편, 즉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상관 안 한다’는 의미인지 여러 가지로 풀이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번에는 아무 메시지도 쓰여 있지 않은 검은색 상의와 흰색 바지를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부모-아동 격리정책을 철회토록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미 언론들이 평가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악몽’ ‘좌절’ 독일 반응 보니... 현지 언론은 ‘탄식’으로 도배

    ‘악몽’ ‘좌절’ 독일 반응 보니... 현지 언론은 ‘탄식’으로 도배

    독일 언론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대표팀이 한국 대표팀에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악몽’, ‘재앙’이라며 충격에 빠졌다. 일간 빌트는 한국전 결과를 ‘악몽’으로 표현하면서 “독일 월드컵 역사상 가장 큰 불명예”라고 비판했다. 일간 디 벨트는 “독일팀의 경기력이 불명예스럽다”라며 “열정과 생각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슈피겔 온라인은 ‘느리고 생각이 없었고,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기사에서 선수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경기력을 지적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늦게 터진 한국의 두 골이 졸전을 펼친 독일을 월드컵에서 떨어뜨렸다”면서 요하임 뢰프 감독의 전술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꿈은 끝났다”라며 “이번 패배는 재앙”이라고 말했다. 포쿠스 온라인은 “비디오 판독이 운명을 결정했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에서도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트위터에 “(독일-스웨덴전이 열렸던) 소치의 기적이 오늘 재현되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독일 언론은 16강 탈락에 대한 책임으로 뢰프 감독의 사임 여부를 주목했다. 빌트는 ‘뢰프, 사임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기사에서 뢰프 감독이 사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질문에 대답하기에 너무 이르다. 크게 실망한 상황으로 지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뢰프 감독의 사임 문제와 관련해 올리버 비어호프 대표팀 단장은 “모두 깊이 실망했고 크게 좌절했다”라며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상처 극복하는 마음은 원래 우리들 안에 있었다”

    “상처 극복하는 마음은 원래 우리들 안에 있었다”

    상처 지닌 남녀의 이야기 ‘경애의 마음’ 지난 겨울 광화문광장서 힘과 위로 얻어한 번이라도 마음을 잃어 본 사람이라면 알 터다. 속절없는 사랑에, 사무치는 외로움에, 찢어질 듯한 아픔에 공허해진 마음을 채우는 건 또 다른 마음이라는 것을. 위로의 한마디, 따뜻한 눈빛과 손길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생채기 난 마음에 새 살이 차오른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한국 문단의 기대주 김금희(39) 작가의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창비)은 바로 우리가 주고받았던 그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다.최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에서 만난 작가는 “서로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음은 새롭게 생겨났다기보다 우리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마음이라는 것, 그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곁에 있는 사람이 힘들어할 때 나도 모르게 그의 안위를 신경쓰는 순한 마음들 덕분에 우리의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작가는 타인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이 ‘경애(敬愛)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두 남녀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 덕분에 ‘반도미싱’이라는 회사에서 어렵사리 팀장직을 단 ‘공상수’와 파업에 참여했다가 회사의 눈밖에 난 공상수의 유일한 팀원 ‘박경애’가 그들이다. 우연한 기회에 한 팀에 엮인 두 사람은 처음엔 삐걱거리지만 상대방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슬픔을 응시하면서 서로의 진심에 가닿는다. “처음엔 진한 연애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두 사람을 연애 관계로 두고 쓰다 보니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됐는데, 여러 방면에서 조력자로 설정하니 생동감 있게 흐르더라고요.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인식하지는 못해도 결국 서로의 곁에 조력자로 남는 이야기를 그리게 됐어요.” 회사에서 처음 알게 된 경애와 상수에겐 그들 자신도 모르는 연결 고리가 있다. 경애가 자신의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페이스북 페이지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인 ‘언니’가 상수라는 것과 두 사람 모두 고등학교 시절 인천에서 발생한 호프집 화재사건으로 가까운 친구를 잃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회사에서 겉돌며 ‘이중 생활’을 하는 상수와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애가 서로의 삶을 다독이는 과정을 가만한 문장으로 들여다본다.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보여 주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그 마음을 끄집어냈을 때 상대가 이해하도록 하는 행위는 구도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고요. 저 역시 언제라도 문을 쾅 닫고 들어가서 혼자 있는 게 익숙한 사람이지만 최근에서야 힘들면 친구들을 만나 마음을 털어놓곤 하거든요. 현실의 어려움을 혼자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우리 곁엔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다시 어려움에 빠진다고 해도 서로 마음을 나눈다면 지금보다 더 수월한 상태가 될 거예요.” “모든 소설은 ‘우리 함께 살아보자’고 말하기 위해 쓰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지난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생각지 못한 힘을 얻었다고 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경험이 감동적이었어요. 사실 사람들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었지만 믿을 수 있는 순간이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때의 경험이 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제게 큰 힘이 됐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한 그 순간의 질감 덕분에요. 우리가 (촛불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역시 우리 사회를 좀더 좋은 쪽으로 추동하는 마음들을 확인한 덕분이겠죠.”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격리 아동 보러 간 멜라니아...재킷엔 “신경 안써, 너는?” 의미는

    격리 아동 보러 간 멜라니아...재킷엔 “신경 안써, 너는?” 의미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이자 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난 정말 신경 안쓴다. 당신은?”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재킷을 입고 미 텍사스 주 멕시코 접경지역의 소도시 맥앨런의 불법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인 ‘업브링 뉴호프 칠드런센터’를 깜짝 방문해 구설에 올랐다. 부모와 격리된 12~17세 아동·청소년이 수용된 곳이다. 이날 CBS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신장 질환 증세로 수술을 받은 뒤 공식 일정을 자제해온 멜라니아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아는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등 시설 관계자들과 만나 “당신들의 수고와 열의, 친절에 감사한다”면서 아동들이 가족과 통화하는 횟수나 심리 상담 방법, 아동들이 보호소에 머무는 기간 등을 물었다.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멜라니아 여사는 (격리 시설) 영상을 보고, 녹음을 들었다. 그녀는 직접 현실을 보고 싶어했다”면서 “(방문 목적은)트럼프 행정부가 아동들과 가족의 재결합을 위해 어떻게 더 노력할 지 듣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문제는 멜라니아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텍사스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때 입은 재킷 뒷면에 두꺼운 흰색 글씨가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모자가 달린 야상 스타일의 재킷에는 그래피티같은 글자체로 ‘신경 안쓴다’를 비롯해 ‘관심 없다’, ‘상관 안한다’ 등으로 해석되는 짧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부모·격리 정책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멜라니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그녀의 패션에 담긴 메시지는 전날 평가와는 상반된 것이어서 더 큰 혼란을 불렀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멜라니아가 이날 입은 카키색 재킷은 남미에서 미성년,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해 착취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스페인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자라’의 지난 시즌 39달러(약 4만 3000원)짜리 제품이라고 전했다. 그리샴은 논란이 커지자 “그저 재킷일 뿐이다. 숨겨진 메시지는 없었다. 상의에 집중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구설은 쉽게 가라않지 않았다. 멜라니아는 지난해 8월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초토화된 텍사스 피해지에 영국 고가 브랜드인 검은색 마놀로 블라닉 스틸레토힐(뾰족구두)를 신고 나타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NYT는 멜라니아가 남편의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판자들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체를 향해 보낸 메시지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멜라니아는 자신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 이목이 집중된다는 걸 알뿐만 아니라, 영부인이 입는 옷은 그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그녀는 평소 백악관에서 정원관리를 할 때조차 1380달러짜리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인)발망 셔츠를 입는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타임스 에디터 카렌 어티아는 “(멜라니아 여사는) 전직 모델로서 대중의 눈에 노출되는 것을 낯설어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녀와 그녀의 팀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옷의 힘을 잘 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성의 한 명으로서 그런 메시지가 적힌 재킷을 선택한 것은 고통받는 아동들의 면전에서 둔감함과 냉담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논란과 관련 트윗을 올려 “가짜 뉴스 미디어에게 하는 말“이라면서 “멜라니아는 그들이 얼마나 부정직한지 배웠고 진실로 더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월드피플+] 딸바보 아빠, 18년 동안 매주 딸 성장 모습 영상 남기다

    [월드피플+] 딸바보 아빠, 18년 동안 매주 딸 성장 모습 영상 남기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가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는 생각에 시원섭섭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일찍 깨달은 한 아빠는 자신의 눈 앞에서 커가는 딸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 미디어 보어드 판다는 네덜란드 영화감독 프란스 호프메스터가 딸 롯데가 태어나 올해 18살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매주 영상으로 담았다고 전했다. 타임랩스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에는 롯데가 1999년 10월 28일 태어난 직후부터 올해 18살의 어엿한 숙녀로 자라기까지의 전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아빠는 딸에게 주로 학교에서 무엇을 했는지, 한 주는 어땠는지에 대해 물었다. 5분이라는 시간동안 18년의 세월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딸은 때때로 아빠의 아이디어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해당 영상을 생일 선물로 받고 아빠의 사랑을 실감했다. 프란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롯데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고, 나는 딸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추억을 온전히 간직하려 필사적으로 임했다”며 “많은 부모들이 인생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매 순간을 즐기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을 인정한 탓인지 롯데의 성장과정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37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은 “귀여운 아기가 아리따운 아가씨로 자랐다. 근사하고 아름다운 기록”이라거나 18년 동안 그가 딸에게 헌신한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보어드 판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러시아의 외침-우뜨라 라시야] 신태용호 여정서 느끼는 러시아제국의 저력·숨결

    [러시아의 외침-우뜨라 라시야] 신태용호 여정서 느끼는 러시아제국의 저력·숨결

    축구대표팀이 스웨덴에 분패한 현장은 과거 러시아제국의 ‘주머니’로 불렸던 니즈니노브고로드였다. 13세기에 박람회가 열릴 정도로 일찍이 우랄과 페르시아를 잇는 활발한 교역의 중심지였다. 볼가강과 오카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던 옛 경기장을 폭파하고 새로 스타디움을 지으며 이웃 주에서까지 근로자들을 징발해 값싼 임금으로 착취했다고 말들이 많았다. 옛사람들이 교역의 터전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던 크렘린(성채) 위에 동상 하나가 두 강이 유유히 합류하는 것을 고즈넉이 굽어보고 있다. 대문호 막심 고리키다. 숱한 저작들로 러시아의 양심을 깨운 그가 강의 역사, 교역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주시하고 있다.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의 무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대표팀은 23일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로스토프나도누로 21일 다시 떠난다. 1980년대 많은 이들의 눈을 밝혔던 대하소설 ‘고요한 돈강’의 무대다. 신태용호의 발걸음이 몽골의 유럽 침공 루트였으며 중국의 종이 제조술이 전해진 경로였던 고리키의 고향에서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향을 거쳐 27일 독일전이 열리는 타타르족의 터전인 카잔까지 이어지는 것은 우연치곤 흥미롭다. 러시아제국의 저력과 숨결, 웅혼함이 느껴지는 여정이다. 지난 12일 대표팀이 러시아에 입성한 뒤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기자를 매번 놀라게 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면 자동차가 먼저 멈춰 선다. 운전자들은 거의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버스에 오른 이방인에게 서로 길 안내를 하겠다며 승객들과 차장이 입씨름을 했다. 니즈니노브고로드의 기자단의 숙소에 도착한 것은 지난 16일 밤 10시 30분이었다. 지친 몸으로 샤워를 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여성 콘시어지가 커피와 호박케이크, 초콜릿 등을 담은 쟁반을 내밀며 미소 지었다. 19일 이른 새벽 공항으로 떠나는 일행에게 호박케이크, 샌드위치, 과일 등이 담긴 봉지를 건넸다. 그 도시의 어느 레스토랑 매니저는 생각이 안 나는 영어 단어를 떠올리느라 연신 몸을 흔들어 대면서 우리 일행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진땀을 흘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크렘린, KGB, 체첸이나 크림반도 진압과 같은 근육질 이미지의 정부, 체제와 길거리에서 만난 장삼이사 러시아인들은 많이 달랐다. 근엄한 얼굴로 안 된다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슬쩍 알려 주는 친절을 경험한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월드컵이 러 이미지 바꾸고 있어 당연한 얘기지만 일주일여 러시아의 서부를 조금 돌아보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그릇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도 러시아 어디에선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폭압적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가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 러시아월드컵이 다른 어느 곳보다 러시아를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다.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네 번의 협상, 네 번의 실패/안동환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네 번의 협상, 네 번의 실패/안동환 국제부 차장

    1985년 11월 19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제네바 서쪽 호숫가의 19세기 저택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레이건이 74세, 그해 소련 최고 권력자가 된 고르바초프는 54세였다.회담 사흘 전 도착한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와의 첫 만남을 앞두고 피곤해했다. 그는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 같은 늙고 보수적인 소련 지도자들의 ‘복화술’ 같은 대화에 넌더리를 냈다. 그럼에도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 내는 소련 전문가 잭 매틀록 주체코 미 대사와 정상회담 리허설까지 마쳤다. 두 사람은 첫날 회담부터 핵무기 경쟁을 놓고 격돌했다. 고르바초프는 핵군축을 원하면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인 ‘스타워스 계획’부터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튿날 회담에서는 흥분한 고르바초프가 “소련인을 순박한 민족 취급 말라”고 소리쳤다. 그날 밤 레이건은 “그는 정말 호전적이었고 젠장, 나도 단단히 버텼다”고 일기에 썼다. 마지막 날인 11월 21일 미·소 정상은 ‘핵전쟁 반대’라는 원론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제네바에서 단 하나의 핵탄두도 제거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실패한 협상’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처음 만난 제네바 회담은 후대에 냉전 종식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들은 1년 뒤 1986년 10월 11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다시 핵무기 감축 담판을 벌였다. 두 정상은 이틀간의 회담에서 ‘양국 핵무기 전량 폐기’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역사적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결렬됐다. 조지 슐츠 당시 미 국무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백악관·국무부·국방부 관리들도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대통령의 꿈(고르바초프도 동의한 꿈)은 완벽한 망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4년 뒤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서명하고, 마침내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백악관 출입 기자였던 데이비드 호프먼이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를 인터뷰하고, 방대한 비밀문서들을 토대로 쓴 800쪽 분량의 책 ‘데드 핸드’(Dead Hand)가 복원한 ‘팩트’들이다. 데드 핸드는 소련이 구축한 ‘자동 핵보복 시스템’ 명칭이다. 호프먼은 그들의 협상은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산더미 같은 문제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합의의 단초가 됐다고 평했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1985년 겨울부터 1988년 봄까지 네 번 만났고 그 어떤 조약에도 서명하지 못했지만 냉전을 끝냈다. 두 사람은 훗날 “성급하지 않았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기의 회담을 통해 서로를 향한 한 발을 막 내디뎠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웃으며 돌아선 두 사람의 발걸음은 무거울 것이다. “우리한테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때로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은 정확하다. 한반도 냉전의 유물인 비핵화 협상은 이제 시작됐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남·북·미 간 극도의 상호 불신을 극복하려는 적극적 신뢰 구축 노력이다. ‘공포의 균형’은 전쟁을 억누를 뿐이지만 ‘이익의 균형’은 평화를 만들어 낸다. 하물며 미·소 정상은 서로의 ‘데드 핸드’로 악수했지만 역사적 전환점을 이끌어 냈다. ipsofacto@seoul.co.kr
  • 이번주 금·토요일 을지로 노맥의 날

    이번주 금·토요일 을지로 노맥의 날

    서울 중구가 오는 22~23일 을지로3가 ‘을지로 노가리 골목’ 일대에서 ‘2018 을지로 노맥(노가리+맥주) 축제’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다.2013년 시작해 올해로 네 번째 열리는 축제는 하이트진로㈜의 협찬을 받아 을지로 노가리·호프번영회에서 주관한다. 번영회 소속 16개 업소가 참여한다. 행사 기간 중 500cc 생맥주를 1000원에 즐길 수 있다. 을지로3가 일대엔 타일도기, 공구상가 등이 있는데 퇴근 시간 이후엔 텅 비어 황량하지만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불야성을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탄불에 잘 구워낸 노가리를 단돈 1000원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가격을 동결해 요즘같이 고물가 때 싼값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고, 2016년 중구에서 시작한 을지로 골목 투어 프로그램인 ‘을지유람’ 코스에 포함됐다. 구는 지난해 5월 을지로 노가리 호프 골목을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구역으로 지정하고 옥외영업을 허용해 상인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상인들과 힘을 모아 이곳을 한국의 옥토버페스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씨줄날줄] 러시아월드컵/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러시아월드컵/박현갑 논설위원

    4ㆍ27 판문점 선언과 2차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숨 가쁘게 이어진 한반도 비핵화 움직임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면서 6ㆍ13 지방선거도 무관심 속에 끝났지만, ‘지구촌 축구 축제’인 2018 러시아월드컵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벌써 월드컵이 열리느냐’고 되묻기도 한다.한국 월드컵 역사는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부터 시작됐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올해 러시아월드컵까지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열성 축구팬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월드컵은 2002년 한ㆍ일월드컵이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끈 우리 대표팀은 아시아에서는 월드컵 사상 최초로 4강 신화를 이루며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당시 월드컵은 국민에게 축제이자 희망이었다. 전국의 거리는 붉은악마의 응원으로 넘실댔고 ‘대~한~민~국~짝짝! 짝짝짝!’, ‘오~필승! 코리아’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호프집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아파트 단지도 동마다 몇 초 차이로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탄식이 터져 나오면서 들썩거렸다. 거리를 달리는 운전사들도 ‘빵빵! 빵빵빵!’ 경적을 울리며 한마음이 됐다. 한ㆍ일월드컵은 레드 콤플렉스를 벗어던지는 ‘해방의 무대’이기도 했다.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가진 국민에게 적색은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나 다름없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조금씩 무뎌진 레드 콤플렉스는 붉은악마의 거리 응원을 계기로 봄눈 녹듯 사라졌다. 붉은색은 국민 화합의 필수품으로, 마케팅 수단으로도 일반화됐다. 또 하나, 한ㆍ일월드컵은 ‘질서’였다.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수십만의 시민들은 응원전을 끝내면서 자기가 가져온 음료수 등 쓰레기를 너나 할 것 없이 치우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줬다. 이후 거리 응원전은 하나의 문화가 됐다. 러시아월드컵은 14일(현지시간)부터 7월 15일까지 대한민국 등 32개국 대표팀이 참가한 가운데 모스크바 등 러시아 11개 도시에서 열린다. 올해는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이 힘들다는 전망이 있다. 성적이라는 결과에 얽매이기보다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뛰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으로도 더 훌륭한 축제를 만들 수 있다. 대표팀의 첫 경기는 18일 오후 9시 스웨덴전이다. 이날부터 24일 멕시코전, 27일 독일전까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전이 열린다. 붉은악마의 열정과 질서정연한 시민 응원전을 기대한다. eagleduo@seoul.co.kr
  • 그곳도…붉은 열정

    그곳도…붉은 열정

    교민들 붉은 악마 티셔츠 입고 환영 “27시간 버스 달려 멕시코전도 응원” 신 “이용 빼고 22명 백야에도 쌩쌩 스웨덴 수비진 뚫을 비책도 준비 중” “백야(白夜)요? 철저히 대비해 아무 문제 없었다. 모두들 잠도 잘 잤다고 했다. 이용(울산)만 빼고 22명 모두 몸 상태 좋다.”결전지 러시아에서의 첫 훈련을 앞둔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교민 150여명이 따뜻하게 맞이한 가운데 뉴페터호프호텔에 여장을 푼 대표팀은 13일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진행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도시에서 팬들이 훈련 장면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이날 훈련에는 러시아 팬들과 붉은 티셔츠 차림의 교민 등 250여명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응원에 앞장선 배중현(31)씨는 “멕시코전이 열리는 로스토프까지 모스크바에서 27시간 버스를 달려 응원하러 갈 계획”이라며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스웨덴 영토였다가 러시아에 빼앗긴 곳이며 2차 세계대전 때 레닌그라드 봉쇄 900일을 견뎌낸 기운을 대표팀 선수들이 이어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다 해냈고 항상 훈련 막바지에는 (스웨덴전) 베스트 11을 가동해 점검해 왔다”며 “앞으로는 부분 전술과 수비 조직, 세트피스로 결정력을 높이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감독이 한국 팀에 대한 영상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한 데 대해 “그렇게 말하면 우리도 더 강하게 맞받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스웨덴의 피지컬 좋은 수비진을 뚫을 비책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스웨덴 훈련장의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엄살(?)에 대해 신 감독은 스파르타크 경기장이 “군사시설 안에 있어 보안에 유리한 점이 있어 선택한 것이며 만족한다”고 여유를 부렸다. 이날 대표팀은 50분만 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 조절에 더 신경을 썼다. 오스트리아보다 위도는 조금 아래지만 해가 밤 10시 30분쯤 지평선에 잠시 들어갔다가 새벽 2시에 밝아오는 환경 때문에 걱정하는 시선을 잠재우려 했다. 또 오스트리아보다 일교차가 있고 건조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은 팬 사인회를 가지며 선전을 다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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