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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제 늑대로 화려한 부활

    복제 늑대로 화려한 부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이병천(42)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세계 최초의 늑대 복제 사례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황 박사의 오른팔로 불리던 이 교수는 논문 조작사건 등으로 정직된 뒤 지난해 11월 교수직에 복귀해 5개월 만에 과학계로 돌아온 셈이다. ●2005년 10월 2마리 세계 첫 복제 이 교수는 26일 서울대 행정관에서 개의 난자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늑대복제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스너피 복제 과정에서 얻은 기술을 활용해 2005년 10월18일과 26일 두 마리의 회색늑대 복제에 세계 최초로 성공, 이 분야 전문학술지인 ‘클로닝 앤드 스템셀(Clo ning and Stem cells)’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클로닝 앤드 스템셀지는 복제양 ‘돌리’를 만든 이안 월머트 교수가 책임 편집인으로 있는 잡지로 이 교수의 논문은 이달 말 발행되는 잡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스너피 때보다 성공률 20배 이번 연구는 개의 난자를 활용해 멸종 위기 1급 야생동물인 회색늑대를 복제한 것으로, 실험견에서 얻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서울대공원이 보유하고 있는 회색 늑대(누리)의 피부 체세포를 주입해 복제 수정란을 만들었다. 회색늑대는 서울대공원에 10마리 정도가 있을 뿐, 약 20년 동안 야생에서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고는 없다. 이 교수는 “스너피 복제 때는 123마리의 대리모에서 스너피만 생존(0.8%)했지만, 늑대 복제는 체세포 복제수정란을 이식한 실험견 12마리 중 2마리가 태어나 복제 효율(16.7%)이 크게 향상됐다.”면서 “생식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체세포를 제공한 늑대 누리와 습성이 상당히 유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복제늑대 ‘스널프’와 ‘스널피’는 암컷으로 출생 당시 각각 430g과 530g에 불과했으나 1년5개월이 지난 지금은 20㎏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복제팀은 전했다. ●황우석 박사도 공동저자에 올라 이 교수가 연구 일선으로 복귀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줄기세포 논문조작에 대한 징계로 2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은 이 교수는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약 2억 9000만원의 연구비 횡령 혐의가 드러나 추가로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교수가 복직한 배경은 개 복제에 대한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개 복제는 황 박사와 상관없이 이 교수가 독자적으로 수행한 프로젝트였다는 게 서울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황 박사와 결별하고 지난해 11월에야 연구 일선에 복귀한 이 교수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 갔다. 지난해 12월 암컷 개 보나·피스·호프 복제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고, 올 1월에는 서울대를 방문한 김우식 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복제연구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늑대 복제 관련 논문을 2005년 사이언스 12월호에 투고했지만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이언스로부터 게재를 거부당하는 등 황 박사 파문의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당시에는 미토콘드리아 디옥시리보핵산(DNA) 분석이 없었다.”면서 “이번 논문에는 전체 DNA 분석과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이 추가돼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황 박사팀에 있을 때도 독자적으로 늑대 복제 연구를 계속했다.”면서 “징계 기간에도 학교에 매일 나와 논문 작성과 대학원생 지도를 계속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늑대 복제 논문에도 황우석 박사의 이름이 공동저자로 올라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빼꼼의 머그잔여행 감독 임아론 취학 전 아동에게 딱 맞는 애니메이션. 우주복 입고 기저귀 찬 아기 베베의 모험이 아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동안 외양만 애니메이션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집중력이 떨어진 아이들을 달래느라 힘들었던 부모들에게 ‘강추’! 브레이크업-이별후애 감독 페이튼 리드 주연 제니퍼 애니스턴·빈스 본 당신의 성공적인 연애와 결혼을 위한 연애지침서!‘콩깍지’가 벗겨진 뒤 갈등하는 브룩과 게리로부터 배운다. 어떻게 하면 헤어지지 않을 수 있는지. 향수 감독 톰 튀크베어 주연 벤 위쇼·더스틴 호프먼 세계적 베스트셀러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 원작. 천재적인 후각 소유자의 ‘절대 향수’를 향한 집념이 타오를수록 꽃 같은 여인들이 사라진다. 타인의 삶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주연 울리시 뮤흐·마티나 게덕 도청이라는 비인간적인 행위로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는 한 남자 이야기. 동독 비밀경찰, 자신이 감청하던 극작가·배우 연인에 의해 인생이 바뀐다. 수 감독 최양일 주연 지진희·강성연·문성근 폭력의 끝을 보여주마!19년만에 만난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남자의 지치지 않는 복수가 스크린을 피로 물들인다.
  • [20&30] 설레는 3월… 새로운 도전은 즐거워

    [20&30] 설레는 3월… 새로운 도전은 즐거워

    만물이 소생한다는 3월 중순. 날씨는 여전히 겨울같이 차갑지만, 몸 속에서는 뭔가 꿈틀대는 기분이다. 새 학기에 접어든 대학생은 물론이고 늘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직장인에게도 3월은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 일상에 활력소를 줄 뭔가를 찾고 있을때, 발빠른 2030세대들은 이미 도전에 나섰다. 새 봄을 맞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이들의 평범하지만 비장한 각오를 들어봤다. #1기운 돋우는 데는 몸을 움직이는 게 최고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부니까 마음이 들떴어요. 뭔가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 얼마전 살사동호회에 가입했죠.” 디자이너 전희원(27)씨는 올 봄 들어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친구와 함께 나간 살사 동호회에 푹 빠지면서 일상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단다. “매일매일이 똑같았어요. 피곤하다보니 친구 만나기도 귀찮아서 휴일은 대부분 잠만 잤어요. 그러다 영화 ‘댄서의 순정’을 보고 춤을 배워보겠다고 마음 먹었죠. 춤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웬지 활기가 생기는 것 같고 하루가 즐거워졌어요.” 그는 “처음에는 스포츠댄스를 배워보려고 학원을 알아봤지만 너무 전문적인 과정으로 보여 배우기가 어려운 것 같아 살사를 택했다.”면서 “쉽고 재미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지루한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증권사에 다니는 황선태(34)씨도 최근 살사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평생 춤 한번 제대로 춰 보지 않은 ‘몸치’지만 몸을 움직이면서 재미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다가 살사를 생각해냈다. “하루종일 일하고 퇴근하면 술 먹고 담배 피우고 일주일을 보냈어요. 삶에 재미도 찾고 시간이 지났을 때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너무 민망하고 망설여져 수강신청을 위해 전화를 했다가 끊고를 반복하며 일주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쉬는 날에 덜컥 돈부터 입금해 버렸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살사를 추러 가야 한다.”면서 “약간 불안하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두근두근 기대되고 왠지 느낌이 좋다.”며 웃었다. 뮤지컬 동아리 회원인 박나래(20)씨는 이번 봄부터 아파트 단지를 뛰면서 연출자에서 배우가 되는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6월에 동아리 2기 회원으로 가입해 연출자로 공연 기획을 해온 그는 세번째 공연에서 직접 무대 위에서 뛰는 배우를 하기 위해 준비에 나섰다. “공연 기획은 공연을 시작하기로 정한 시점부터 막을 올릴 때까지 전 과정에서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코디네이터죠. 두번째 공연을 마친 뒤 소극적이었던 제가 마당발로 변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대 뒤가 아니라 무대 위에 서는 역할도 욕심이 났죠.” 박씨는 “봄이 되어 날씨가 풀리기 시작한 때부터 아침마다 발성량 연습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3㎞씩 뛰고 있다.”면서 “조승우처럼 관객을 푹 젖어들게 하는 배우가 되지 말란 법 없다. 내 끼를 발산시켜 볼 기회, 뮤지컬 배역에 도전할 수 있게 돼서 설렌다.”고 말했다. #2틈새 시간에 인터넷 강의를 꼭 시간을 따로 내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귀금속 디자이너 박은지(27) 대리는 지난주부터 인터넷 MBA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아침 8시쯤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자투리 시간 40분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춘곤증을 이기는 데 ‘집중’보다 훌륭한 묘약은 없다.”면서 “전공은 디자인이지만 마케팅을 접목시켜서 저만의 특별한 영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보통은 영어나 요가로 여가를 찾았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어렵고 머리도 아픈 일에 도전하게 된 것이지만 성취감도 클 것 같다는 기대감이 더 커요.” 그는 “앞으로의 비전을 위해서 단순히 여가활동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즐기는 쪽으로 올해 계획을 세웠다.”면서 “인터넷 강의를 매일 듣고 스터디 모임은 2주에 한 번씩 나가 꾸준히 공부할 예정”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3‘나누는 즐거움’으로 새 출발의 즐거움과 보람을 새내기 대학생이 되면 미팅·소개팅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하리라 예상하기 마련. 그러나 자기만의 만족이 아닌 ‘나누는 즐거움’으로 새 봄을 맞이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봉사동아리 ‘로타렉스’에 가입하기로 한 이화여대 06학번 새내기 김수진(20)씨. 김씨는 앞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 등 한 두 과목씩 1시간 반 동안 가르쳐줄 예정이다.“교육학과라 전공공부를 하는 데 도움될 것 같아 지원을 했죠. 지금은 어린 아이들과이 일대일 관계로 정을 쌓아갈 것에 대한 기대가 커요.” 김씨는 “가르치는 것도 의미있지만 아이들과 친해질 기회를 만들고 애정을 쌓아가다보면 보람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같은 동아리에 가입한 김상연(20)씨도 ‘여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위해 봉사를 택했다. 봉사활동에 나가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상담까지 해주는 선배들을 친언니처럼 따르는 걸 시범봉사 따라가서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가끔 양로원 봉사활동을 했는데 대학에 가면 꼭 봉사 동아리에 들고 싶었다. 봉사는 우리가 하지만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린이날 선생님들과 친해지는 행사를 하는데 아이들 60여명과 함께 게임하면서 준비한 선물도 나눠줄 예정이다. 무척 기대가 된다.”며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4흔한 영어 말고 새로운 언어에 도전 ‘언어 불평등 해소와 언어를 통한 세계 평화를 위해…….’ ‘영어 광풍’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지만 성공회대 사회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은혜(25)씨는 올 봄 특별한 언어를 시작했다. 폴란드의 안과의사였던 자멘호프가 각 언어의 공통점과 장점만을 모아 만든 ‘에스페란토’다. 에스페란토는 시민운동가와 인디밴드(독립적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그룹),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점차 일반인들로 확대되는 추세.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다. “‘민족어를 쓰는 사람들은 민족어로 대화하고,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는 에스페란토로 대화하자.’는 에스페란토의 정신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겨우내 에스페란티스토 여행자들을 위한 민박 서비스인 ‘파스포르타 세르보’를 통해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제 배우는 일만 남았죠.” 신촌 일대 카페에서 활동하는 펑크락밴드 보컬리스트 찬성(24)씨도 같은 생각으로 도전에 나섰다. 그는 “에스페란토에 내재된 의미는 ‘평화’”라면서 “영어로 대변되는 언어 제국주의에 대항하고 언어불평등을 해소하는 평화주의 언어라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평화운동가인 정현수(34)씨도 2005년 12월부터 4개월간 영어를 전혀 쓰지 않고 에스페란토만으로 러시아와 유럽을 여행하며 에스페란토의 위력을 실감했다. 에스페란토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그는 “만국 공통어인 에스페란토를 통해 외국 시민단체 회원들과 교류하고, 한국 시민사회운동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강국진 서재희기자 betulo@seoul.co.kr
  • 러 극작가 체호프의 대표작 ‘갈매기’

    오는 15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갈매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20t에 이르는 물이다.1100석 규모의 공연장을 660석으로 줄이고 무대를 객석까지 확대시킨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호수를 실제로 재현하게 될 물에서 배우들은 진짜로 수영을 하고, 낚시를 한다.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4대 희곡 가운데 하나인 ‘갈매기’는 러시아의 국보급 연출가 카마 긴카스가 연출을 맡았다. 그러나 정작 연극은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가 아니라 코미디라는 게 출연 배우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갈매기’는 러시아의 시골을 배경으로 젊은 예술가의 고뇌와 기성 예술인의 매너리즘에 대한 비판을 남녀, 가족간의 사랑과 갈등을 통해 그려낸다. 남녀 주인공은 신인 이원재와 한송이가 맡았다. 이들을 비롯해 조민기, 이항나, 오승명 등 모든 배우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지난 2일 공개된 연습현장에서 배우들은 바닥에 선을 긋고 실제 그곳에 물이 있는 양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었다. 여주인공 니나는 호숫가에서 낚시하는 유명작가 트리고린(조민기 분)을 만나 배우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결국 “어느 사람이 심심풀이로 날아가는 갈매기를 쏴 죽였죠. 전 그 갈매기예요.”라며 절망한다. 한국 연극계에서 체호프만큼 사랑받는 극작가도 드물다. 이미 ‘갈매기’는 올해 초 극단 여백이 대학로에서 공연한 바 있다. 대학의 연극영화과 실기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체호프는 한국 배우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존재다. 신인 작가와 배우 지망생이란 배역에 맞춘 듯한 남녀 신인주인공들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조연의 조민기는 “우리나라 정서와 맞는 부분이 많아 체호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 작품을 이해하는 러시아 연출가와 일하니 그전에 몰랐던 것을 바로 알게 돼 명쾌해지고 수수께끼가 풀리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조민기는 2004년 체호프 서거 100주년을 맞아 ‘갈매기’ 외에 ‘벚꽃동산’ ‘세 자매’ 등 연극에 출연료 없이 출연한 바 있다. 이번이 3년 만의 무대 복귀다. “최근 배우들의 연극 출연이 마치 붐처럼 됐는데, 조재현씨나 나나 꾸준히 무대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갈매기’의 입장권 가격은 6만원으로 한국 연극 사상 최고가 수준이다. 제작사는 매진이 되더라도 객석 수가 적어 적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수보험까지 들며 무대장치에 거액을 쏟아부은 ‘명품 연극’일지라도 전석 6만원은 관객에게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전에는 수입 공연으로 7시간30분 동안 공연됐던 러시아 연극 ‘형제자매들’이 5만∼9만원으로 최장·최고가 공연이었다.‘갈매기’의 공연시간은 3시간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할리우드 영화와 노벨상 문학코드,무슨 관계가 있나?

    할리우드 영화와 노벨상 문학코드,무슨 관계가 있나?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매년 10~12월이면 노벨문학상 선정 발표와 번역판 출간, 수상식 등이 문화 관련 뉴스의 초점의 하나가 된다. 세계 엘리트 문화의 진원지의 하나를 노벨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다면 세계 대중문화의 막강한 리더로는 할리우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 두 문화세력 간에 서로 윈윈의 공생관계가 있을 법하였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로 유럽 영화계에서는 간혹 노벨상 수상작을 영화로 다루는 실험이 있었다. 핀란드의 카스퍼 레데(Caspar Wrede) 감독은 1970년 솔제니친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그가 노벨상을 수상한 같은 해에 영화화하였다. 독일의 폴커 슐렌도르프 (Volker Schloendorff) 감독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자기 나라 작가의 작품 두 편을 골라 일찍이 영화화하였다. 즉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1979년)》과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1975년)》를 각각 영화화하였다. <양철북>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등을 휩쓸었다. 그런데 실은 소설 《양철북》의 영화화 이후 20년이 지난 1999년에 와서야 귄터 그라스는 거꾸로 동명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그라스는 영화의 후광으로 수상에 플러스를 받은 셈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영화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오스트리아의 반체제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의 소설에 근거한 <피아니스트>(2001, La Pianiste, 일명: 피아노 치는 여자)를 영화화하였었다. 이 영화는 2001년 프랑스 칸 영화제 등 중요 영화제를 휩쓰는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2004년에 와서야 원작자인 옐리네크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참고로 이 영화는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나치 영화인 2002년 작인 <피아니스트>와는 전혀 별개의 영화이다. 하여튼 원작의 영화화가 앞서 가고 그 덕분에(?) 노벨문학상을 받는 역주행이 반이었다. 한편 할리우드는 과거 한때에 미국 출신의 노벨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간헐적으로 영화화하였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음향과 분노》를 1959년 영화화하였고, 1962년 수상자인 존 스타인벡의 소설 《에덴의 동쪽》을 그가 노벨상을 받기 전 일찍이 1955년에 영화화하였다. 그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이미 1940년에 영화화되어 존 포드 감독은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다. 특히 할리우드는 미국 태생의 1953년 노벨상 수상자인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에는 집중적인 성의를 보였다. 그가 수상하기 전에 이미 《무기여 잘 있거라》(1932),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 《가진 자와 못 가진 자》(1944, To Have and Have Not), 《킬러》 (1946), 《킬리만자로의 눈》(1952) 등 5편이 영화화되었다. 그가 수상한 이후에는 《태양은 또 다시 떠오른다》(1957), 《노인과 바다》(스펜서 트레이시 주연(1959), 안소니 퀸(1990) 주연, 두 차례), 《무기여 잘 있거라》(1957년 리메이크), 《킬러》(1964년 리메이크) 등 5편이 영화화되었다. 결국 10편이나 영화화된 셈이다. 미국작가들의 영화화도 노벨상 수상 이전에 주로 이루어졌다는 역주행성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 할리우드는 소련의 좌익 공산 혁명과 그 이후의 볼셰비키 정권 치하의 우파적 로망을 다룬 소련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노벨상 수상소설 《닥터 지바고》를 1965년에 영화화한 이후 거의 40여 년 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영화화한 적이 없이 침묵을 지켜왔다. 세계 대중문화를 리드하는 할리우드가 노벨문학상을 왜 이렇게 백안시했을까? 작품들이 영화화하기에는 난해성이 많은 작품들로 구성된 수상작들 자체에 일차적 책임이 있을 수 있겠다. 나아가 좌파 반체제를 선호하는 노벨상의 추세적 경향에서 할리우드 코드와의 서로 다름에 비추어 할리우드가 노벨문학상 작품의 영화화에 전혀 의욕을 보일 수 없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1994년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겐자부로는 스스로 좌파임을 언행으로 보이고 있고, 2000년 수상자 가오싱젠은 나중 전향하였다고 하였지만 원래 중국 공산 당원이었다. 독일 사회당을 옹호한 1999년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는 최근 이라크 전쟁에 즈음하여 부시 미대통령을 오사마 빈라덴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라고 험담을 해대기도 했다.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는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는 98년 말 노벨 문학상을 받기가 무섭게 99년에는 쿠바혁명일 기념식에 참석했었다. 1997년 수상자인 이탈리아의 다리오 포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공연을 수백 회 한다. 교황청은 그들 두 사람의 수상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72년 독일인 수상자 하인리히 뵐은 좌파 세력의 잔여 세력인 바더-마인호프 테러단을 옹호하였다. 1990년 노벨상 수상자 옥타비오 파스(멕시코)는 공산주의자였다. 1982년 수상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는 반미를 부르짖었다. 1971년 상을 받은 파블로 네루다(칠레)는 41살에 공산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이 된다. 1967년 노벨상 수상자 아스투리아스(과테말라)는 반미를 부르짖고 수상 직전에 소련의 레닌 평화상을 수여 받음으로써 좌파적 성향을 공인받았다. 최근에 들어 세계 지성인의 브라만 층에 전교조적 메시지를 줄기차게 전해온 노벨문학상, 큰 흐름으로 봐서 이상하리만큼 좌파를 옹호하는 노벨문학상 코드의 편집증을 헤아려 보면서 과연 이렇게 극심한 좌파 선호를 통하여 노벨문학상이 세계 문화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스웨덴은 좌파 사민당이 1932년 이후 9년을 빼고 65년 간 집권하면서 시행한 복지정책 탓에 ‘바퀴 빠진 볼보’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최근에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 우파가 승리하면서 이제 노벨문학상 코드를 둘러싼 체제와 진용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월간 <삶과꿈> 2007.01 구독문의:02-319-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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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복귀 신고합니다

    연극계가 남녀스타 배우들의 속속 무대 복귀로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연극은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길러낸 고향이지만 최근 시장의 관심이 영화와 뮤지컬 등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껴왔던 터이다. 연극의 작품성에다 배우들의 스타성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남자스타로는 ‘경숙이, 경숙 아버지’로 서울 대학로에서 흥행을 이끄는 조재현과 중견배우 조민기, 영화배우 최민식 등의 출연이 확정됐다. 지난달 25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한 ‘경숙이, 경숙 아버지’에서 ‘경숙 아베’ 역할을 맡고 있는 조재현. 지난해 국내 연극상을 휩쓴 이 연극은 작품의 힘과 ‘에쿠우스’ 이래 3년 만에 복귀한 조재현의 열연에 힘입어 매진사례를 낳고 있다. 최근 ‘사랑과 야망’ 등 TV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 조민기는 3월15∼25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러시아 극작가 체호프의 ‘갈매기’에 출연한다.2004년 체호프 서거 100주년을 맞아 연속으로 올려진 ‘갈매기’ ‘벚꽃동산’ ‘세자매’에 모습을 드러낸 이래 3년만의 친정행. 이 연극은 러시아 국보급 연출가 카마 긴카스가 보여줄 독특한 세트로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민기는 이 연극 출연을 위해 여섯번에 걸친 오디션을 거쳐 비중 있는 조연 트레고린 역을 따냈다. 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박찬욱 감독의 근작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최민식도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2000년 장진 감독의 ‘박수칠 때 떠나라’ 이후 무대에 서지 않았던 그의 복귀작은 5월1∼20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르는 영국 극작가 마틴 맥도너의 ‘필로맨(Pillow Man)’. 최민식은 자신이 쓴 소설속 살인사건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벌어지자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천재 소설가를 연기한다. 드라마 ‘웨딩’에서 수려한 외모를 자랑한 신예 연기자 송창의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25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졸업’에서 대담한 노출로 화제를 모은 김지숙과 안정된 앙상블을 이뤄 촉망받는 연극 배우로 거듭났다. 여자스타들의 연극무대 복귀도 고무적이다. 지난 연말 김혜자는 ‘셜리 발렌타인’ 이래 5년 만의 복귀작인 실험극단의 ‘다우트’에서 의심에 가득찬 수녀 역할로 연기 변신을 했다. 그는 3월23일부터 4월1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다우트’ 앙코르 공연에도 출연한다. 고두심은 4월12일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막이 오르는 ‘친정엄마’로 7년 만에 연극 무대를 찾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Seoul in] 식품접객업소 대상 저리 융자

    도봉구(구청장 최선길) 식품접객업소를 대상으로 저리 금융융자를 연중으로 실시한다. 대출이율은 연 3% 정도로 낮다. 시설 개선 및 경영 자금으로 업체당 한도액은 1000만∼1억원이다. 혐오식품을 판매하거나 청소년 유해업소인 호프집·소주방·단란주점 등 주류 판매업소는 제외했다. 자금은 식품진흥기금으로 과징금 수입을 서울시로부터 다시 교부받아 8억원이 조성됐다. 보건위생과 2289-1360.
  • 지퍼 내린 김지숙

    지퍼 내린 김지숙

    4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로빈슨 부인 역을 맡은 주연 배우 김지숙(51)의 노출로 관심을 모았던 연극 ‘졸업’의 무대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졸업’은 우선 강도 높은 노출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졸업은 1967년 개봉한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 명문 사립학교와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작가가 1962년 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에서 더스틴 호프먼이 열연한 주인공 벤저민은 대학을 졸업한 직후 연상인 로빈슨 부인의 유혹에 넘어가 불륜에 빠진다. 하지만 로빈슨 부인의 딸 일레인을 사랑하게 돼 결혼식장에서 일레인을 훔쳐(?) 과감한 도피를 감행한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김지숙은 ‘벤저민, 드레스 지퍼 좀 내려줄래.’라는 대사와 함께 상체를 모두 드러내는 노출을 감행했다. 또한 벤저민 역을 맡은 송창의와 김지숙의 호텔 침대 위에서의 불륜장면도 사실적으로 재현됐다. 일부 관객은 오히려 “날것의 생경함 때문에 극에 공감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극 중반에 벤저민과 일레인의 데이트 장소인 바에서도 스트립 댄서가 등장하는 등 노출 장면이 이어졌다. 그동안의 국내 연극에서 강도 높은 노출 장면이 등장한 것은 94년 ‘미란다’ 이후 ‘벗는 연극’이 잠깐 붐을 이룬 이래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졸업’의 노출 장면은 김지숙이 인터뷰에서 “작품이 원하는 것이니까 극 전개의 타당성을 위해 필요하다. 중년의 여성이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청년을 유혹하는 설정”이라고 설명했듯, 선정적인 느낌은 없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과감한 연기에 오히려 매료된다. 그동안 벗는 연기 제안을 많이 받았으나 30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노출을 한 김지숙의 용기에 많은 관객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무려 15번이나 바뀌는 화려한 무대세트는 “연극에도 블록버스터가 있다!”고 내세운 제작사 쇼노트의 광고문구가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영화에서는 알 수 없었던 벤저민과 일레인이 도피 이후 어떻게 사랑의 결말을 맺는지도 연극이 보여주는 재미다. 오는 25일까지.(02)3485-8700.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주말탐방] 고시학원 스타강사 특별한 뭔가 있다

    [주말탐방] 고시학원 스타강사 특별한 뭔가 있다

    ‘신이 내린 직장’을 얻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젊은층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스타급 강사는 누구보다 소중한 ‘스승’이다. 채한태 교수는 공무원 시험학원가에서 1,2인자를 다투는 헌법 강사다.SS(슈퍼스타)급으로 통한다. 올해 강의하기로 한 곳만도 6∼7곳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학원가에서는 강사를 ‘교수’라고 부른다. 실제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고 예우상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채 교수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 연봉 얼마나 될까 이른바 고시학원가로 불리는 신림동과 노량진에 자기 이름을 걸고 강의를 하는 강사들은 대략 120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말 자기 이름만으로 학생들을 끌어올 수 있는 이른바 SS(슈퍼스타)급 강사는 손을 꼽는다. 이들의 연수입은 얼마나 될까? 학원가에서 이들의 연봉은 특급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10억∼20억원은 거뜬히 번다는 게 정설이다. 일반적으로는 학원과 강사가 수입을 일정 비율로 나눈다. 계약금은 없다.SS급 강사를 따라 학생들 수백명이 움직이기 때문에 각 학원들은 어떤 강사를 영입하느냐가 수입과 직결된다. 강사 입장에서도 소위 잘 나가는 학원과 계약하는 것이 좋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SS급 강사의 경우 300명에서 많게는 5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강의’를 2∼4개 정도 한다.1인당 수강료는 7만∼8만원 선. 여기서 벌어들이는 것만 10억원 가까이 된다. 동영상 강의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짭짤하다. 현장 강의를 녹화한 것을 팔기 때문에 ‘손 안 대고 코 푸는’격이다. 수강료는 현장 강의의 50∼80% 정도밖에 안 되지만 규모가 전국적이기 때문에 더 크다. 책을 팔아 버는 수입도 만만치 않다. 보통 학원과 별도로 계약하기 때문에 인세가 고스란히 수입으로 연결된다.10년 넘게 베스트셀러인 경우도 많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24시가 모자라는 스타강사 채한태씨의 하루 “암기하면 안 돼요. 암기하면 포인트를 못 잡습니다.” # 오전 9시 한양대학교 공학관 2층의 강의실.70여명 학생들의 볼펜 굴러가는 소리, 눈알 돌리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조용하다. ‘외우지 말라고?’,‘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학생들의 속을 꿰뚫은 듯 강의는 계속된다. “상식적으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지난 대선 때 ○○당이 ‘국회를 놀이터로 만들겠다.’‘예비군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어요.○○당 당원인 초등학교 교사가 맘 먹고 아이들한테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그래서 초·중·고교 교사는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는 겁니다.” ‘아하∼’그제서야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선이 임박했기 때문에 출제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학생들 노트엔 ‘밑줄 쫙 별표 하나’가 그려진다. 강의는 4시간이나 계속됐다. # 오후 1시20분 학교 수업을 예정보다 10분이상 늦게 마친 채 교수는 서둘러 중앙대학교로 향했다.4년째 계속해오고 있는 헌법과목 수업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매주 금요일에 특강을 하고 있고, 새학기부터는 3학점짜리 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다. 그는 아침마다 6개 조간신문을 빼놓치 않고 읽는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늘 학생들에게 뉴스 얘기를 해줍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아는 것도 시험 공부거든요.” 3시간 이상 외출할 때에는 반드시 노트북을 챙겨서 수시로 뉴스를 체크한다. 대통령 신년연설도 ‘다시보기 서비스’로 챙겨봤다고 한다. # 오후 2시50분 채 교수는 노량진의 근처 식당에서 갈비탕으로 뚝딱 점심을 해치우고 학원 2층에 자리잡은 연구실로 몸을 옮겼다. 연구실에는 질문을 하려는 학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오후 3시30분 인근의 독서실 원장이 찾아왔다. 올 들어 처음 시작한 특별관리반 학생들을 위해 독서실과 계약을 맺기로 했는데, 터가 좋아 합격률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곧 이어 특별관리반 강사진들의 회의. 채 교수의 목표는 그가 가르치는 7급공무원시험 준비반의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특별관리반은 20명으로 된 소수 정예반이다. 수험 스케줄 관리는 물론 수시로 상담도 해준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것인 만큼 채 교수의 기대도 크다. # 오후 4시30분 신문사에 보낼 원고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무가지와 공무원 시험 전문지에 정기적으로 원고를 보내고 있다. 돕는 꼼꼼한 조교가 있지만 오늘은 지난주에 오·탈자가 뒤늦게 발견되었기 때문에 원고 마무리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한마디했다. # 오후 6시40분 오후 단과반 수업을 위해 그는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바로 이어지는 수업엔 수강생이 500명쯤 되는 대형 강의다. 학생들은 앞자리를 잡으려고 2∼3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아침 9시에 강의가 있을 때는 새벽 5시반부터 미리 와서 기다리는 학생들도 많아요. 주로 여학생들이죠. 요즘은 여학생이 반쯤 되지만 10년전만 해도 1,2명밖에 없었어요. 그땐 이름도 다 외웠었는데…(웃음).” # 오후 10시30분 오늘의 강의는 끝났지만, 채 박사는 정작 이 시간부터 또 다른 공을 들인다.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를 관리하는데 회원이 3만명이 넘는다. 그는 학생의 글에 무조건 24시간내에 답을 하기로 유명하다. 글이 많을 때는 답글을 다는데만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채 교수의 성실함 탓인지 합격한 후에도 그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다. 지방에 사는 학생 중에는 매년 쌀이나 귤, 매실주 같은 것을 보내오기도 한다. 올가을엔 난생 처음 주례도 서게 됐다며 쑥스러워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하는 학생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20년후 이 나라를 이끌어갈 친구들이라고 생각하면 더 뿌듯하죠.”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강자생존 그들만의 비결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쟁쟁한 강사들 사이에서 살아 남으려면 실력은 기본이고,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다양한 ‘+α’가 필요하다. 옷차림은 기본 전략이다. 노량진 공무원 시험가 강사들은 반드시 양복 정장을 입는다. 학생들에게 신뢰와 무게감을 주기 위해서다. 양복과 넥타이의 색깔을 맞추어야 하고, 요일별로 코디를 달리하기도 한다. 넥타이와 셔츠의 조합도 중요하다. 강의를 할 때는 대부분 양복 윗옷을 벗은 채 하기 때문이다. 유명강사들은 대체로 자기만의 고유 브랜드를 쓴다. 제갈공명=행정, 재정=국어, 민주=국사, 스파르타=영어하는 식으로 강사이름은 쉽게 잊어도 브랜드는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보통은 자신이 쓴 교재 이름과 한 세트다. 아울러 홈페이지나 인터넷 카페를 통한 학생관리를 한다. 시험정보를 제공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면서 교실 밖의 수업을 하는 것이다. 때로는 시험준비에 지친 학생들에게 형, 누나, 아버지 같은 인생의 상담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인터넷 검색어 광고도 유용한 광고수단이다. 검색창에 ‘국어’를 치면 강사 홈페이지가 나오게 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검색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좀 더 전통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강사들도 있다. 책걸이, 쫑파티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미팅을 갖기도 한다.1년에 몇차례씩 학원 근처에 호프집을 통째로 빌려 한 턱 크게 쏘는 강사도 있다. 일부 강사들은 학생을 끌어모으기 위해 선물공세를 편다. 파일케이스, 노트, 형광펜 등 문구류나 2000∼3000원 정도 하는 제본된 강의노트를 덤으로 주기도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이런 미끼에 좀처럼 동하지 않는다는 게 학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뭐니뭐니 해도 강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3∼4시간짜리 강의를 하루에 2∼3번 하다 보면 목에 피로가 오는 것은 물론이고 기가 빠진다. 수시로 물이나 녹차를 마시거나, 목에 좋은 백년초, 도라지+배즙은 인기 음료다. 강사생활을 하면서 대부분 담배는 끊는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뷰익인비테이셔널] 황제 ‘5번째 V축배’ 들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07년 시즌은 아직 개막되지 않았다.”지난 5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개막전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이 열렸을 때 미국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출전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어 소니오픈과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이 열렸지만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좀체 달아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18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비공식 대회 타깃월드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한 달이 넘도록 미국 콜로라도에서 아내와 함께 스키를 즐긴 우즈가 26일 개막될 PGA 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우즈의 ‘대항마’로 꼽히는 비제이 싱(피지)과 필 미켈슨(미국)도 출사표를 던져 PGA 투어 2007년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7208야드)에서 열리는 뷰익인비테이셔널은 우즈에겐 ‘텃밭’이다.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이 대회를 빼놓지 않고 출전한 우즈는 1999년과 2003년,2005년,2006년 등 모두 네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단 한 차례도 ‘톱 10’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준우승과 3위,4위,5위를 한 차례씩 했고 가장 성적이 나빴던 경우가 2004년 공동 10위였다. 우즈의 대회 3연패와 함께 PGA 투어 연승 행진에 대한 기대가 높은 건 이 때문이다.지난해 브리티시오픈부터 PGA 투어 공식 대회에서 6연승을 일군 우즈가 시즌 첫 대회 정상에 설 경우 7연승을 달성하게 된다.PGA 투어 ‘불멸의 기록’인 바이런 넬슨의 11연승에 4승차로 다가서는 것. “휴가기간 골프채를 만져보지도 않았다.”는 우즈는 대회를 앞두고 엿새 동안 샷을 점검한 결과 “아주 빠르게 감각을 회복했고,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코치 행크 헤이니는 전했다. 하지만 우즈는 겨우내 칼을 갈고 닦은 싱과 미켈슨의 강력한 도전을 제쳐야 한다. 싱은 개막전인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고,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 데뷔전을 치른 미켈슨은 우즈 못지않게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와 인연이 깊다. 미켈슨은 또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세 차례 우승을 포함, 여덟 차례나 ‘톱 5’에 입상한 바 있다. 2주 동안 쉬기로 한 최경주(37·나이키골프)는 대회에 나오지 않지만 앤서니 김(22·나이키골프)과 위창수(35·테일러메이드)가 출전해 시즌 첫 상위권 입상에 도전한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경북항운노조 ‘사랑 싣고 장애우 곁으로’

    경북 포항 경북항운노조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매년 수천만원씩을 지원하는 등 남모르는 선행을 하고 있어 훈훈한 화제를 낳고 있다. 경북항운노조 김철성(49) 위원장 등 노조 대표들은 12일 포항시청을 방문해 윤용섭 부시장에게 한국정신지체장애인협회 포항시지부에 전달해 달라며 12인승 승합차량 1대(1800만원 상당)를 기증했다. 이 차량은 노조원들이 지난해 말 일일 호프집을 운영해 모은 기금 1450만원에다 노조원들이 십시일반 보태 마련한 것이다. 노조는 앞으로 이 단체에 매달 차량운행비(40만원)를 지원하고 매월 두 차례씩 열리는 지체장애인 정기 등반행사 때는 45인승 대형버스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가 해결하지 못한 중증장애인들의 어려움을 해운노조측이 풀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선행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는 지역의 불우이웃 4가구와 자매결연을 하고 가구당 20만원씩 80만원을 지원했다. 또 수년 전부터는 소년소녀가장 8명에게 20만원씩을 각각 지원하는 등 매년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00여만원씩을 내놓고 있다.이런 선행은 전체 조합원 1000여명 중 550여명의 노조원들이 10여년 전부터 1인당 매월 1만원씩의 성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태극 5형제 “올해는 PGA 정벌”

    “올해 PGA 그린은 태극 오형제가 접수한다.” 여자에 견줘 미국무대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한국 남자골프가 역대 최다 멤버로 미국프로골프(PGA) 정벌에 나선다. 최경주(37·나이키골프)와 나상욱(23·코오롱엘로드), 위창수(35·테일러메이드), 그리고 교포 앤서니 김(22·김하진)과 양용은(35·게이지디자인) 등 5명. 47개 대회가 치러지는 올시즌 PGA 투어의 총상금은 무려 3억달러에 육박한다. 올해부터는 8월까지 대회를 치러 성적순으로 144명을 추린 뒤, 플레이오프격인 4개 대회를 통해 최고의 선수를 가리고 투어챔피언십을 끝으로 최고 성적을 올린 ‘왕중왕’에겐 1000만달러의 보너스도 약속돼 있다. 그야말로 ‘돈잔치’다. 그러나 이들 ‘한인 5형제’에게 기대를 거는 부분은 ‘복수 타이틀리스트’와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개막전에 올인한다” ‘탱크’ 최경주는 5일 하와이 플랜테이션코스(파73·7411야드)에서 시즌 개막전으로 열리는 메르세데스챔피언십(총상금 550만달러)에 출전, 시즌을 열어 젖힌다. 지난해 우승자 34명만 출전하는 무게감 있는 대회. 최경주는 아시안골퍼로는 최다인 통산 4승을 기록중이다. 처녀 출전한 2003년 3라운드에서 11언더파 62타를 때려 코스레코드를 작성했을 정도로 눈에 익은 코스. 당시 23언더파 269타로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던 최경주는 그러나 지난해 10오버파 302타로 공동 19위에 그쳤다. 개막전부터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우승 때문만이 아니다.‘페덱스컵’이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8월 중순까지 33주간 진행되는 레귤러시즌에서 가능한 한 많은 포인트를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황제’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불참을 통보한 데다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이상 남아공) 등이 빠져 도전 여건이 갖춰졌다. 다만 ‘개막전의 사나이’ 스튜어트 애플비(호주)의 4연패 달성 의지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번째 코리안챔피언을 노린다 PGA 투어의 유일한 한인 챔피언 최경주의 후계자 탄생은 올시즌 가장 큰 주목거리다. 지난해 손가락 부상으로 ‘메디컬 익스텐션’을 신청한 나상욱은 투어 복귀 전인 지난해 10월 컨디션 조절차 참가한 2부투어 크리스토퍼채리티클래식에서 우승, 녹록잖은 샷 감각을 보였다. 지난해 치른 9개 대회를 뺀 25∼26개 정도는 무난히 소화할 전망.17일 개막하는 밥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을 첫 대회로 잡고 올시즌을 저울질할 예정이다. 일본이 주무대였던 양용은은 비록 Q-스쿨에서 풀시드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유러피언투어(EPGA) HSBC챔피언스 우승으로 세계 38위까지 급상승, 올해 PGA 17개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일본과 유럽에 이어 “이번엔 미국무대”라며 벼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ESPN이 ‘2007년의 기대주’로 뽑은 앤서니 김과 위창수 역시 각각 신인왕과 랭킹 50위권까지 바라볼 수 있는 최경주의 ‘후계자’들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 in] ‘음악작가’ 이적 진화하는 상상력

    지금쯤 음악작가 이적은 뉴욕의 브로드웨이 뒷골목을 거닐며 또 다른 음악적 행보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이달초,“꼭 보고 올 것이 있다.”는 말을 남긴 채 미국으로 훌쩍 떠난 그다. 가수인 그를 굳이 음악작가라 일컫는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그는 1995년 래퍼 김진표와 ‘패닉’으로 데뷔했다. 이후 뮤지션 김동률과 함께 결성한 ‘카니발’과 정원영·한상원·정재일 등이 모인 6인조 밴드 ‘긱스’의 활동을 통해 실험정신과 새로운 음악 화법을 제시함으로써 자기영역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뮤지션으로 손꼽히며 대중의 인기를 누려왔다. 음악작가로 손색없는 면모다. 그동안 이적은 촘촘하게 음악적 지평을 넓혀오면서 2005년에는 그의 음악적 상상력을 증폭시켜 판타지 소설 ‘지문 사냥꾼’을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일련의 작업의 성공이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애초에 문제작 ‘지문사냥꾼’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단편소설 형식으로 발표되었는데, 이 글은 자신의 다음 행보를 예고하듯 차곡차곡 쌓아올린 거대한 설계도면과 같은 것이었다. 단편 소설집 ‘지문사냥꾼’은 그후 오디오 드라마로 대중에게 선을 보이더니 지난주에는 만화로도 출간했다. 이적은 “자라면서 만화가의 꿈은 접었지만, 지금까지도 상상력의 많은 부분은 만화에 빚지고 있다. 만화에 담긴 시각적 상상력, 현실적·초현실적 내러티브, 촌철살인의 풍자와 기발한 유머,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은 문학, 영화 또는 그 어떤 예술과 견주어도 뒤짐이 없다. 나에게 체호프와 심슨 가족은 동격이다.”고 말한다. 이번 몽상만화 ‘지문사냥꾼’ 출간에 대한 감회를 표현했다. 이적은 아울러 ‘지문사냥꾼’이 머지 않아 애니메이션으로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뮤지션답게 ‘지문사냥꾼’의 최종 종착지는 뮤지컬이었던 셈이다.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그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그의 진화하는 상상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음악작가 이적을 볼 때마다 그 상상력의 더듬이가 어디까지 뻗쳐나가 있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그가 걸어온 지난 10여년의 여정을 뒤돌아보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대중문화평론가·www.writerkang.com
  • [대선주자 24시] (5) 손학규 前 경기지사

    [대선주자 24시] (5) 손학규 前 경기지사

    #장면1 “할아버지, 시원하시죠. 물이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씀하세요. 아버지를 이렇게 목욕시켜 드리는 게 소원이었는데….”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 안양 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치매와 뇌졸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목욕시키기 위해서다. 지난 1996년 복지부 장관 재직 때부터 1년에 한두 차례 해온 봉사활동의 일환이다. 그는 노인들을 목욕시킬 때마다 자신이 3세때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을 떠올린다고 한다. 물론 부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집안에 보관 중인 사진을 통해 아버지의 얼굴을 봤을 뿐이다. 손 지사의 어머니는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7남매를 키웠다. 손 지사는 옆에서 같이 목욕 봉사를 하던 정용대 안양시 만안구 지구당 위원장이 “할아버지, 지금 목욕시키시는 분이 누구신지 아세요.”라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노인들한테 좋은 일 한답시고 “내가 누구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불경스러운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냥 봉사활동을 하러 왔으면 내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 지사는 목욕행사를 마친 뒤 이날따라 노인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자꾸 아른거린다고 고백한다. 그는 “대통령을 꿈꾸는 번듯하게 큰 자식의 손으로 아버지의 몸을 꼭 씻겨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무척 간절했다.”며 혼잣말을 던지면서 목욕탕을 나왔다. #장면2 21일 밤 10시 강남역 근처 한 감자탕집. 손 전 지사가 젊은이 30명과 함께 호프 미팅을 가졌다. 이날 밤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강연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연합 회원들과의 자리였다. 그는 맥주와 소주가 두 순배쯤 돌자 영어를 섞어가며 대학생들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던 유학시절 얘기도 들려줬다. 손 전 지사는 “이념·지역·세대의 벽을 뛰어넘어 한나라당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야 한다.”며 “청년, 학생 등 다양한 세력을 영입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장면3 22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 사거리에 위치한 동아시아 미래재단을 찾았다. 말이 연구소지 건물 입구에 ‘활어타운’이라고 큼지막하게 씌어진 간판이 새겨진 창고 같은 건물이다.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동안 건물 주변을 헤매다 건물관리 직원의 도움을 받아 왼쪽으로 돌아서니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3층까지 숨가쁘게 걸어 올라갔다. 용을 쓰고 계단을 올라가서인지 손 지사와의 단독 인터뷰는 다소 도전적으로 시작됐다.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에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불쑥 내밀었다. 이중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3.6%인 모 방송국의 조사 결과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그는 의외로 웃음으로 화답했다. 손 전 지사는 “아직은 일러요. 본선 경쟁력에 대한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후보들의 검증이 본격화되면 ‘손학규의 가치’가 훌쩍 올라갈 겁니다. 정말 본선에 가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되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반드시 올 겁니다.”라고 짐짓 여유까지 보였다.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재차 물었다. 그는 “민주화 투쟁 때는 온몸을 던져 투쟁했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했다.”며 “이후 경기지사를 하면서 ‘CEO도지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경제 건설상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 지역간 갈등을 아우르며 갈 수 있는 지도자는 자신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또한 한나라당이 ‘환골탈태’를 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며 특유의 개혁론을 이어갔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실정을 하고, 엉망이라고 하더라도 자동으로 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이 한나라당의 지지로 (일시적으로)왔을 뿐이어서 당이 진정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집권하지 못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경찰관이 치정 방화

    현직 경찰관이 호프집에 불을 질러 업주 등 4명이 화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문제의 경찰관이 소속된 전주 덕진경찰서는 연이은 자체 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어 근무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오후 10시15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S호프집에서 전주 덕진경찰서 수사과 강력2팀 소속 유모(43) 경사가 페트병에 미리 준비한 휘발유 1.8ℓ를 가스난로 주변에 뿌려 불이 났다. 현장 목격자들은 유 경사가 “이게 휘발유다.”며 고함을 지르며 가스난로 주변에 휘발유를 뿌리자 옆에 있던 종업원이 말리는 과정에 가스난로에 불이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불은 건물 내부 일부를 태우고 10분 만에 진화됐지만 난로 옆 테이블에 있던 업주 김모(43·여)씨와 종업원 오모(40)씨, 손님 이모(51)씨 등 3명이 전신에 1∼3도의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전북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이 가운데 오씨는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어 서울 화상전문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경사는 화재 직후 현장에서 도망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동료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유 경사가 내연의 관계인 업주 김씨가 남자 손님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격분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중이다. 이 사건과 관련, 전북지방경찰청은 22일 지휘 책임 등을 물어 이명섭(60) 덕진경찰서장과 수사과장, 강력팀장 등 5명을 직위해제했다. 후임 덕진경찰서장에는 전북경찰청 하태춘 경비교통과장을 임명했다. 한편 덕진경찰서는 연이은 자체 사고로 고사까지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14일 새벽에는 조모(47) 경위가 전북 완주군 주택가에서 음주운전을 한 뒤 이웃주민과 시비를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조 경위는 이때 혈중알코올 농도 0.135%의 만취상태였다. 앞서 지난 3월11일에는 이모(40) 경사가 경기도 용인경찰서에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100만원권 수표 1장을 받아 사용하다 파면됐다.또 지난 2월25일에도 모 지구대 B(42) 경장이 화재사건 피해자 C(33·여)씨를 집에서 성추행한 혐의가 드러나 파면되기도 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스너피’ 이어 세계 첫 암캐 복제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이 지난해 세계 첫 복제 개인 수컷 ‘스너피’에 이어 세계 최초로 암캐 복제에 성공했다.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김대용 교수팀은 17일 스너피를 복제한 방식으로 보나(Bona)와 피스(Peace), 호프(Hope)라는 이름의 암컷 3마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논문은 지난 14일 ‘수의산과학(Theriogenology)’ 학술지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복제 개 탄생 내용이 언론 보도가 아닌 국제학술지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맏언니 격인 보나는 지난 6월18일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다. 태어날 때 체중은 520g이었고, 현재는 20㎏이다. 보나는 라틴어로 최고품(good qualities), 선물(gifts), 축복(blessings)의 의미다. 피스와 호프는 각각 7월10일과 15일에 역시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으며, 당시 체중은 각각 460g,520g이었다. 연구팀은 스너피의 탄생과 같이 일반 개에서 얻은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2개월된 크림색 아프간하운드의 피부세포 핵을 넣어 복제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으로 복제 개들이 출산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12마리의 대리모에 복제 수정란을 이식해 3마리의 복제 개를 탄생시킴으로써 효율을 스너피 때의 0.8%에서 25%로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는 사람에 적용할 수 있는 개의 다양한 유전적 난치질병의 치료연구와 사람의 질환모델 동물을 복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신약개발 및 세포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육동물 20% 멸종위기

    세계 목축업계가 생산성이 가장 높은 동물에만 집중한 나머지 사육 동물 가운데 20%가 멸종 위기에 이르렀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15일 경고했다.FAO는 “매달 1개꼴로 사육동물 종이 사라져 가고 있으며 가장 큰 요인은 가축 시장의 세계화”라고 지적했다. FAO가 보유한 전세계 사육 동물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에는 현재 7600여 종이 등록돼 있는데 지난 15년 동안 이 가운데 190종이 이미 멸종했고 지금은 약 1500종이 멸종 위기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린 호프먼 FAO 동물생산 서비스 국장은 성명을 통해 “이런 과정은 동물의 유전자 베이스를 상업적 이익이 큰 종으로 축소시키는 반면 다른 종들은 시장의 세력에 반응해 버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밀라노 로이터 연합뉴스
  • 내연남 5000만원 배상판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을 심란하게 한 어머니의 내연남이 거액의 손해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 52단독 견종철 판사는 12일 “아내를 유혹해 그 여파로 딸이 수능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게 된 것에 대해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A씨가 아내의 내연남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아내를 유혹해 가정불화를 초래, 딸이 지난해 수능에서 실패해 재수하게 됐고 이후 작은딸도 고3 수험생으로서 중요한 시기에 방황하게 됐다.”는 A씨의 손해배상 청구 원인을 그대로 인정했다.큰딸은 수능을 앞둔 지난해 어머니의 외도를 눈치채고 어머니와 자주 다퉜던 것으로 드러났다. 큰딸은 특히 어머니와 B씨를 모텔까지 몰래 따라가 문을 두드리며 항의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12월 수능을 치른 뒤에는 호프집에서 어머니와 B씨의 공개적인 애정 표현을 목격하기도 했다.A씨는 “결혼생활이 파탄난 데다 딸이 재수하게 된 것은 쾌락을 위해 수험생의 어머니를 유혹한 B씨의 불법행위 때문”이라며 소송을 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발레 ‘호두까기 인형’ 취향대로 골라 보자

    발레 ‘호두까기 인형’ 취향대로 골라 보자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 공연계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 호프만의 동화를 각색해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발레곡이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이래 100여년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연으로 이어져온 작품이다. 올해 국내 무대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정통 발레부터 비 보이춤으로 버무린 현대무용, 한국 상황에 맞춘 스토리의 파격 발레까지 다양한 볼거리들로 무장한 ‘호두까기 인형’들이 각축을 벌인다. ●고전에 충실한 호화무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대결은 연말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 중 하나. 국립발레단은 예년처럼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볼쇼이 버전을 택했다. 극의 전체적인 전개를 춤으로 구성, 모든 춤에 성인 무용수가 등장해 화려한 춤의 세계를 펼치는 게 특징. 원작에 더 가깝게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 현지에서 제작된 무대와 의상을 공수했으며,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 니나 캅초바와 얀 고돕스키도 주역으로 출연시킨다.21년째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려온 유니버설발레단은 키로프(마린스키) 버전으로 드라마틱한 무대를 선보인다. 아기자기한 춤과 마임을 버무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것이 특징. 파티 장면과 함께 꼬마병정 역할의 어린이 50여명이 무대에 올라 가족공연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내한한 벨로루시발레단이 가세해 러시아 정통 발레의 진수를 보여준다.30세 전후의 나이로 절정의 기량에 접어든 무용수들이 역동적인 무대를 꾸민다. ●실험성 돋보이는 파격무대 이정희 현대무용단의 무대는 현대무용으로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시도로 눈길을 끈다. 청소년들의 트렌드를 대표하는 비보이 춤과 마술을 접목했다.11명의 비보이(B-boy)와 팝핀(Pop Pin) 댄서들이 등장, 호두까기 인형이 이끄는 병정 장난감들과 생쥐 부대의 전투 장면을 비롯해 역동적인 춤을 보여준다. 베테랑 마술사 이제민이 마술로 연출하는 주인공 클라라의 꿈속 여행도 독특하다. 제임스 전의 안무로 새롭게 탄생한 서울발레시어터의 창작발레도 색다른 볼거리. 클라라와 왕자를 영민과 단비라는 한국의 캐릭터로 변환, 심장병에 걸린 영민을 보살피는 단비의 희망이 실현되는 과정을 다뤘다.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축으로 삼은 것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무서운 생쥐 군단을 바퀴벌레 군단으로 바꾸는 등 현실적으로 꾸민게 특징이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희망 곶’에서 만난 ‘천상의 정원’

    ‘희망 곶’에서 만난 ‘천상의 정원’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땅’은 아마 검은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가 아닐까. 사자와 기린, 얼룩말 등이 초원을 누비는 환상적 모습이 떠올려진다. 또한 영화 ‘뿌리’의 주인공 쿤타킨테 같은 흑인이 순진한 눈동자를 껌벅이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난달부터 타이항공이 인천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직항 노선을 띄워 한층 가까워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 다녀왔다. 테이블마운틴, 희망곶, 물개섬 등 천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글 사진 케이프타운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우리나라와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 그만큼 멀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선뜻 갈 수 없는 곳 또한 아프리카다. 말라리아 등 예방접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날씨는 어떤지,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는지, 가슴 가득 설렘과 궁금증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 멀고 먼 아프리카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까지 비행시간만 약 20시간. 인천에서 방콕까지 6시간, 방콕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12시간이 걸려야 도착한다. 요하네스버그의 OR 탐보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공항밖의 광경은 보지 못했다.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안내원이 “남아공에서 다른 곳은 몰라도 요하네스버그는 정말 치안이 불안합니다. 대낮에도 강도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아무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사실 1990년대부터 주변 다른 국가의 흑인들까지 상업의 중심지인 요하네스버그로 몰려들면서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졌다. 그래서 은행, 무역회사 등은 요하네스버그 중심지를 떠나 외곽에 새로운 타운을 형성해 점점 슬럼화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인 케이프타운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이다. 왕복 12만원선.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내선에서 기내 서비스는 없다. 혹시 스튜어디스가 콜라나 빵을 권하기도 하지만 거절하는 게 좋다. 비록 우리 돈으로 2000∼4000원이지만 ‘공짜’가 아니기 때문. # 동화 속 나라, 케이프타운 케이프타운 시내를 달리는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창밖의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따라 그림 같은 집들이 이어지고 파란 잉크가 묻어나올 듯한 하늘 아래 자리잡은 예쁜 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유럽의 작은 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진기를 잠시 내려놓고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머더 시티’(어머니의 도시)라고 불리는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의 발전이 시작된 곳으로 ‘아프리카의 작은 유럽’이다. 남아공 인구의 백인 비율이 15%밖에 되지 않지만 여기만큼은 유일하게 백인들이 더욱 많은 곳이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다양한 식물군, 아름다운 쪽빛 바다, 깨끗한 공기로 영국, 프랑스인 등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도시다. 아프리카의 최남단,1만 4000여종에 달하는 식물들의 보고,1년 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바다, 기묘한 모양의 테이블 마운틴, 물개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수십 개의 특급 호텔로 아프리카 관광의 1번지이다. 그래서 영국의 BBC에서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50선’에서 5번째로 캐이프타운을 올려놓았다. # 신선이 노니는 아프리카의 비경,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에서는 탁자 모양의 산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형태로 약 5억년 전 바다에서 솟아오른 산이란다. 높이가 1032m. 302m 지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지만 3시간가량이 걸린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내려다보는 케이프타운은 바다와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다. 벤치에 앉아 부서지는 햇살을 맞으며 밀어를 속삭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달력 속의 그림이다. 테이블마운틴 한 편에서 구름이 쏟아진다. 마치 하얀 테이블보가 바닥으로 떨어지듯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흐르는 구름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케이블카는 수시로 운행한다. 다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운행하지 않으니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상하게 바닥이 움직인다. 관광객의 편의를 생각해 정상에 오르는 4분여 동안 케이블카의 바닥이 한 바퀴 돌아 사방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정상에 오르자 아름다운 항구도시 케이프타운과 대서양의 푸른 물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또한 대서양의 내음을 가득 머금은 거센 바람에 장시간 비행에 지친 몸의 피로가 사라진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보았던 것은 그야말로 ‘밑밥’이었다.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평평한 정상에는 동서 3㎞, 남북으로 10㎞가량의 펼쳐진 드넓은 모습에 숨이 멎는 듯하다. 구름이 저만치 발아래에 하얀 강물이 흐르듯 지나가고 형형색색의 꽃과 풀이 가득한 이곳은 ‘천상의 정원’이다. 정상의 산책로 따라 걸었다. 남아공의 국화인 킹 프로테아를 비롯해 핀보스, 에리카, 콘부시, 핀쿠션 등 예쁜 꽃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재미난 것은 아주 위험한 절벽에도 철조망이나 ‘위험’이라는 표지판이 없다. 테이블마운틴 옆으로 예수의 12제자를 본떠 이름지은 ‘12사도 봉우리’가 줄줄이 이어진다. 또 케이프타운 남쪽 앞바다에는 외롭게 떠있는 조그만 섬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항거하다 18년 동안 정치범으로 수감된 곳으로 알려진 전설적인 감옥 로빈섬이다.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1999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섬에는 만델라의 수감 번호가 적힌 감방과 그의 체취가 묻은 담요와 식기가 보존돼 있다. 테이블마운틴을 오를 예정이라면 오후 5시를 넘어 오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아마 해가 진다면 하얀 구름의 바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또 다른 장관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 아픔이 묻어 있는 바람의 땅, 희망곶 희망곶으로 향했다. 우리에게 익히 ‘희망봉’으로 알려진 이곳의 원래 명칭은 ‘케이프 오브 굿 호프’(Cape of Good Hope)이다. 케이프타운 도심에서 자동차로 40 여분. 해안을 따라 달리는 내내 에메랄드빛 바다가 주는 푸근함에 가슴이 넉넉해진다. 짧은 반바지 차림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보석같은 은빛 모래가 쪽빛 바다의 물결과 어우러지는 캠스비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가족들이 모습에서 ‘왠지 늙어서는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다. 쪽빛 바다의 물결이 점점 거세지자 윈드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나타난다. 파도가 거세지자 드디어 희망곶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증거란다. 아프리카의 가장 끝머리로 알려진 이곳은 1488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던 포르투갈인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우연히 인도인 줄 알고 상륙했다가 파도와 바람이 거세다고 해서 ‘폭풍의 곶’이라 불렀고,1498년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것을 기념해 ‘희망의 곶’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바람을 헤치며 해안 절벽으로 올라섰다. 탐험가의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자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온도가 낮은 대서양의 바다빛은 검푸르고 온도가 높은 인도양은 에메랄드빛이다. 정말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의 이곳에 ‘희망’을 가져다 주었을까. 수 세기 동안 아프리카인들이 흘린 피와 눈물이 거센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듯했다. 그들의 절절한 사연을 말하려는 듯 ‘웅웅’거리는 바람만 휘몰아쳤다. ■ 사람이 만든 작은 천국,선시티 요하네스버그의 OR 탐보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의 대부분은 바로 인근의 남아공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나 리조트 도시인 선시티 등을 찾아나선다. 요하네스버그는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북서쪽으로 187㎞ 떨어진 선시티는 남아공의 대기업 선그룹이 만든 대규모 리조트 도시다.4개의 특급 호텔과 두 개의 골프코스 그리고 강원도 속초의 워터피아 규모의 파도풀,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뿐 아니라 카지노까지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휴양지이다. 게다가 리조트가 필레네스버그 국립공원내에 있어 간단한 사파리의 맛(?)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필레네스버그 국립공원은 전체 면적이 500㎢로 소위 ‘빅5’로 불리는 사자와 코뿔소, 코끼리, 표범, 물소를 비롯한 364종의 동물 1만 2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260란드(약 3만 4000원)만 내면 공원 안으로 두 시간짜리 짧은 사파리 투어를 할 수 있다. 오전 11시와 오후 4시 등 두 번 출발을 하는데 아무래도 오후에 타는 것이 동물들을 볼 확률이 높다. 트럭을 개조한 사파리차를 타고 출발해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영양의 일종인 스프링복스. 육중한 몸집의 코뿔소, 호수에서 진흙 목욕을 하는 10여 마리의 코끼리떼와 얼룩말도 보인다. 특이한 것은 자신의 승용차로 직접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재미난 곳이다. 해가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출 무렵 암사자 10여 마리가 모여 있는 곳에 트럭이 멈춘다. 운전자 겸 가이드가 “지금 암사자들이 숲 안쪽에 있는 얼룩말을 사냥하려 하고 있다.”며 조용히 지켜보란다. 정말 누워서 자던 암사자들이 하나 둘씩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더니 숲 이쪽저쪽으로 사라진다. 일순 사자들뿐 아니라 사파리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자동차를 매일 봐서인지 사자들이 승용차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얼룩말을 포위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사라진 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자 숲속에서 ‘후다닥’,‘우∼흥’하는 소리가 긴박하게 들려온다.“조용히 하고 잘 들어보세요.”라는 가이드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으∼응’하며 얼룩말이 마지막 저항을 하다 이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무엇인가 뜯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사자들이 얼룩말을 먹는 소리란다. 비록 숲속 안쪽이라 보지는 못했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야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밖에 수천마리 물개떼가 햇볕을 쬐며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는 하우트 베이의 물개섬도 볼 만하다. 케이프타운 해안에서 유람선을 타고 15분 정도 바다로 나가면 커다란 바위섬에 한가로이 잠을 자고 장난을 치는 물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볼더스 비치에 가면 아프리카 펭귄 2000여 마리가 눈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모래가 날릴 만큼 강한 바람이 부는 볼더스 비치에서 서식하는 아프리카 펭귄들이 바위 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또 요하네스버그의 레세디 민속촌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민속촌이다. 줄루, 소토, 코사, 페디 등 남아공을 대표하는 4개 종족의 주거 생활양식과 그들의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 # 가고 싶어요, 아프리카 ▲가는 길:아프리카 가는 길이 편해졌다. 한국에서 남아공까지는 비행기 탑승 시간만 20시간 정도 생각하면 된다. 지난 10월31일부터 방콕∼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구간의 취항을 시작한 타이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 노선에는 최신형인 에어버스 340-600기종이 투입됐다. 인천에서 방콕을 거쳐 바로 요하네스버그로 간다. 혹시 일정이 허락한다면 돌아오는 길에 하루나 이틀 정도 방콕에서 쉬었다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권 가격은 조건에 따라 90만원부터 152만원까지. 홍콩에서 남아공항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행시간이 길고 갈아타므로 짐은 되도록 간단하게 꾸려 기내에 들고 타는 것이 좋다. ▲패키지 여행상품:대부분의 대형여행사들이 아프리카 상품을 팔고 있지만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는 편이 아프리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클럽아프리카(www.aat.co.kr)는 개조한 트럭을 타고 수영장, 샤워장 등이 갖추어진 캠프 사이트와 도시를 돌아보는 ‘아프리카 트레킹’상품은 220만원이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여행하므로 인기다. 또 남부 아프리카 쪽인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 잠비아 등을 엮은 4개국 8일 상품이 319만원이며 빅토리아폭포와 선시티, 케이프타운을 엮은 8일 상품은 349만원. 아프리카의 3∼4국을 돌며 사파리를 즐기는 8∼9일짜리 상품은 300만원 등이다.(02)772-906. ▲알아두기:남아공의 화폐단위는 란드(R)로 1란드가 원화로 약 130원 안팎. 국내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 공항이나 은행에서 재환전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현지시간이 자정이면 한국시간은 오전 7시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은 북반구의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 남아공은 지금 여름의 초입으로 한낮엔 더운 편이지만 테이블마운틴 등은 바람이 심하므로 점퍼와 자외선 차단제인 선블록과 선글라스 등은 필수. 또 크루거 국립공원 등 북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말라리아 예방접종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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