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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 업(YTN 오후 1시20분) 김우식 과학기술부 부총리로부터 과학기술부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한국우주인선발대회의 기준, 앞으로의 일정, 행사를 통한 기대효과 등을 알아본다. 또 연구개발이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고 규모도 대형화 복합화되는 가운데 한·미 FTA에 대한 의미와 준비과정도 살펴본다.   ●코리아, 코리아(EBS 오후 8시) 남편이 일하러 내려가 있는 동안 혼자 산부인과를 찾은 송주씨. 오늘은 임산부들을 위한 필라테스 교실을 찾았다. 송주씨는 옆에 있으면 계속 챙겨줘야 하는 명성씨가 없어 오히려 편하다며 스스로 위로한다. 난생 처음 해보는 필라테스가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뱃속 아기를 위해 열심히 따라해 본다.   ●맨발의 사랑(SBS 오전 8시30분) 황회장은 다연이 진석과 부딪히는 등 여러 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진희에게 다연을 다른 지점으로 보내라고 말한다. 이에 놀란 진희는 아버지가 신경쓸 만큼 심각한 사이는 아니라며 묘한 미소를 짓는다. 황회장은 일단 다연을 본점에서 내보내고, 진석과 화영의 결혼발표를 빨리하라고 호통친다.   ●여우야 뭐하니(MBC 오후 9시55분) 모텔 밖으로 나온 병희와 철수는 거리를 두고 걷고, 병희는 철수에게 정리하고 가자고 한다. 병희가 자궁암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철수는 분노하고, 자궁모형을 바다로 던져버린다. 집에 돌아온 병희는 자신이 꿈꾸던 첫날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철수도 병희와의 일을 생각하며 심란해진다.   ●추적60분(KBS2 오후 11시5분) 혈우병 환자인 김모씨(49세)는 AIDS에 감염된 상태. 그는 매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주사하는 혈액응고제가 오염된 혈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왜 치명적인 수혈 감염 사고가 반복되는 것일까? 오염된 혈액의 유통과정과 구멍 뚫린 혈액관리를 고발한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막내 며느리 단속을 잘해달라고 퍼붓던 명혜는 국화를 변호하고 감싸는 홍영감의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 윤후의 원룸에서 국화를 보게 된 신형은 윤후에게 이런 무모한 생활을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고 단언한다. 처가에서 살게 된 광만은 살림살이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 가족들을 놀라게 한다.
  • 루카치·레닌의 부활

    루카치와 레닌이 돌아왔다. 루카치는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교환가능한 물건처럼 다뤄버린다는 ‘물화’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 문화비판에 초석을 놓았던 인물이고 레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실험했던 사람이다.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금 이들 얘기를 꺼냈다가는 “쯔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둘을 불러낸 사람은, 뜻밖에 3세대 비판이론가 악셀 호네트와 라캉주의자 슬라보예 지젝처럼 주목받는 대가들이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이라는 책을 통해 상품교환관계 분석에 머물렀던 물화 개념을, 사회관계에까지 확대시켰다. 그런데 ‘물화-인정이론적 탐구’(나남 펴냄)에서 호네트는 ‘자본주의 사회=물화’라는 공식을 “대단하지만 성급했다.”고 평가한다. 소련 혁명의 성공에 도취돼 정밀하지 못하게 접근했다는 것. 그래서 호네트는 지나친 좌경화만 털어낸다면 여전히 루카치의 ‘물화’ 개념은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진단하는 데 쓸 만하다고 주장한다. 불과 100여쪽이 채 못되는 짧은 본문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밀한 논증으로 가득 차 있다. 정점은 자기물화 개념을 다루는 5장의 분석. 스승인 하버마스의 의사소통모델을 다분히 ‘기능적’이라 비판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혁명이 다가온다’(길 펴냄)에서 지젝이 주목하는 레닌의 면모는 ‘실천’이다. 레닌은 실패했다는 좌파에게 지젝은 도발적으로 되묻는다.“그래서? 정치적으로 항상 옳기만 한, 입바른 소리만 해대는 너희들은 이제까지 도대체 뭘 했는데?”라고. 포스트식민주의이론, 페미니즘, 환경운동 등 급진적 대안들은 “여가시간에 혁명하는 급진적 멋쟁이”라 조롱받는다. 지젝은 1914년을 주목한다.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유럽 좌파들은 반전투쟁 대신 애국주의 노선을 채택, 전쟁에 적극 협력한다. 노동자 국제연대를 통한 좌파혁명이라는 비전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이 암흑의 시대를, 레닌은 불과 3년 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뒤집어버린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혁명을 창출해냈던 것이다. 전지구적이라 불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바람, 그 광풍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듯 악전고투하고 있는 좌파들에게 레닌의 ‘실천’은 해법일까. 앉아서 그런 고민하느니 지금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라는 지젝의 호통이 들리는 듯하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죽여도 좋다’ 각서를 쓸때

    ‘죽여도 좋다’ 각서를 쓸때

    연약한 여자를 고위층과 친분이 두텁다고 속여 정조를 유린한 다음, 못질을 한 방에 가두고 폭행을 일삼는 등 모진 학대를 해온 파렴치한이 경찰에 붙들렸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1월 16일 자칭 철도청 영등포 공작창 화물 하역소장이라는 민병진(閔丙振)(35)을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입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여심(女心)을 울린 이 사기한의 행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민(閔)은 지난해 9월 10일, 전직 국회의원 金모 여사의 중매로 알게된 신정숙(申貞淑)양(24·가명·서울영등포구 상도동)을 총각이라고 속이고 농락한 뒤 강제로 자기 집 방에 가두어 놓고 모진 학대를 하며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모여인으로부터는 돈까지 갈취했다는 것. 주로 처녀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해온 민(閔)이 행여나 다른 여자에게 또이런 사기행각을 할까 두려워 경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신(申)양은 한숨짓듯 말한다. 민(閔)의 사기극에 걸려들어 감금생활을 하면서 학대를 받아오던 신양의 입을 통해 그의 행각을 들어보면-. 신(申)양이 민(閔)을 알게된 것은 지난해 9월. 이미 작고한 신(申)양의 아버지가 어느 고을 군수로 재직때 뒤를 도와주던 전직 국회의원 김모여사의 중매로 맞선을 본 것이 신(申)양에게 인간 지옥 속을 헤매게 한 동기였다. 지난 해 9월, 신(申)양과 민(閔)이 맞선을 보는 자리에는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여인과 중매를 선 김여사가 자리를 같이 했다. 김여사의 신랑감에 대한 칭찬은 정(鄭)여인으로 하여금 딸을 맡겨도 안심이 될 정도로 홀딱 반하기에 충분했다. 소개가 끝나자 두 여인은 이 남녀들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기위해 자리를 떠났다. 민(閔)은 신(申)양에게 자신이총각이라면서 35세가 되도록 장가를 못간 것은 청년운동을 하다 때를 놓친 때문이라면서 자기 소개를 그럴듯 하게 청산유수 처럼 늘어놨다. 『그 사람 첫 인상은 별로 탐탁치 않았지만 그만 그의 감언이설에 제가 속은 것이지요』 신(申)양은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말을 잇지 못한다. 민(閔)은 신(申)양에게 『앞날의 설계를 세울 우리 집을 가보자』고 유인, 민을 따라간 신(申)양은 그 날로 그의 집에서 정조를 빼앗겼다. 그가 신(申)양에게 들려준 학력과 이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학생운동에 참여해 오다가 도덕재무장 한국본부 부총장을 거쳐 대한 국토건설단 중앙단 부단장, 전국 청년단체연합회 기획위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국민도의선양회 회장에 있노라고 제법 굵직굵직한 직함들을 장광설로 늘어놓았다는것. 신(申)양은 민(閔)의 거짓말이 뻔히 들여다 보일 때도 남자의 허세이거니 생각하고 탓하지도 않았다는 이야기. 그러나 민(閔)의 가면은 신(申)양앞에 하나씩 그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閔)은 자신의 가면을 벗기지 않으려고, 차차 의심을 품기 시작한 신(申)양의 어머니를 찾아가 신(申)양과 약혼식을 올려줄 것을 강요하면서 만약에 이를 거절한다면 폭탄을 들고와서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을 했다. 민(閔)의 강압에 못이긴 정여인은 지난해 10월 25일 8만원을 들여 약혼식을 올려주었다. 민(閔)은 전처의 소생이 3명이나 있는 홀아비. 신(申)양은 약혼식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신(申)양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러나 민(閔)은 신(申)양의 태도가 점점 자기 곁을 빠져 도망칠 것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지난해 11월 2일부터 밖에 나갈 때는 신(申)양을 방에 가두고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민(閔)은 신(申)양을 방에 가두고 방문을 쇠창살로 굳게 못질하고 큰 자물쇠를 채워놓고는 식사는 식모를 통해 부엌으로 통하는 샛문으로 들여보내게 하고 대소변까지 방안에서 보도록 했다. 『작년 가을이었읍니다. 일요화가회에서 미술전을 열었을때의 일입니다』 그때 민(閔)은 신(申)양이 보는 앞에서 방문객 「사인」난에 「金鍾X형」이라고 쓰고는 『이래도 날 의심하느냐』고 할 정도로 지능적이었단다. 신(申)양은 68연도 M미술대학 서양화과를 나온 아가씨. 『그래도 저는 모든 것을 믿으려 했읍니다.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의 마음을 돌리려 했읍니다. 아마 학대만 하지 않았어도 그를 고발치는 않았을 것』이라고 신(申)양은 한숨짓는다. 그의 감시·학대벽은 점점 극에 달해 하다못해 극장에서 화장실을 가면 여자화장실까지 쫓아와 도망치려고 하느냐면서 마구 엉덩이를 구둣발로 차기도. 이런 날은 집에 들어와 단도를 빼어들고 『배반하면 죽여버려도 좋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하기가 일쑤였다. 만일 신(申)양이 각서를 쓰지 않으면 뜨거운 주전자물을 머리에 붓는 등 그의 행패는 날이 갈수록 심했다. 그 때 그가 신(申)양의 머리에 부운 물에 신(申)양은 화상을 입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 이렇게 난폭한 민(閔)은 항상 주머니에 명함대신에 요인들과 찍은 사진 3장을 넣고 다녔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할때는 사진을 내보이며 요인들의 팔과 같은 일꾼이라고 속여 청와대를 무상으로 출입한다고 큰 소리쳐 왔다는 것. 딸의 이런 생활을 까마득히 모르던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여인은 신(申)양이 지난해 12월 29일 수면제를 먹고 음독자살을 기도했을 때야 뒤늦게 알고 경찰에 고발했다. 지금은 K병원에 입원해 있는 신(申)양은 『더 이상 상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 때의 감금생활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난다고 부르르 떨었다. 경찰이 민(閔)의 집을 수색한 결과 그의 「캐비니트」 속에서 신(申)양 이외에도 다른 여자로부터 『배반하면 죽여도 좋다』는 내용의 각서를 발견, 경찰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민(閔)은 경찰신문에 1건의 전과도 없다고 딱 잡아떼어 그의 사기술을 활용하려다 지문조회결과 68년 6월28일자 서울 서대문서에서 폭행혐의로 구속된 것을 비롯, 전과 5범으로 판명됐다. 민은 경찰에 검거되던 날도 전화로 당직형사계장을 찾아 『나같이 높은 사람이 어떻게 경찰에 출두할 수 있겠느냐』면서 담당형사가 직접 찾아와 조서를 받도록 하라고 호통을 칠 정도로 허풍을 떨었다. 장석영(張錫英)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월25일호 제3권 4호 통권 제 69호]
  • [딸자랑] 변호사申淳彦씨 둘째딸 善華양

    [딸자랑] 변호사申淳彦씨 둘째딸 善華양

    변호사 신순언(申淳彦)씨는 주위에 다복한 가장(家長)으로 소문이 나 있다. 미남 미녀의 자녀를 그것도 6남매나 두고 효도(孝道)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 중에도 지금 가장 효도 삼매경의 처지에 있는 게 둘째따님 선화(善華)양. 대학 졸업 후 2년동안 줄곧 아버지 시중을 들고 있다. 『우리 집은 요새 부모답잖게 효도만은 마음껏 받고 있죠.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부모 밥상만은 꼭 딸들이 차려서 저희들이 들고 들어와서 권합니다』 신순언(申淳彦)씨는 흐뭇한 표정이다. 3남3녀 중에 순서로는 다섯째, 딸로는 둘째 딸인 선화(善華)양은 청덕여고를 거쳐 덕성여대 상과를 졸업한 1946년생. 바로 위가 언니인데 CPA 의 「스튜어디스」. 효도하는 버릇은 이 언니에게서 부터 실천되던 가풍(家風)이란다. 『고등학교만 들어가면 부엌에 나가서 일하는 걸로 돼있어요. 제 언니때부터』웬만하면 불평들을할텐데 재미가 나서들 한다고 어머니 손(孫)여사도 늘 기특해 하고 있다. 『정성을 들여서 그런지 얘 요리솜씨가 이 아버지 입에는 썩 맛있어요. 어떤 때는 요리책을 보고 창작을 하는데 잘 만들거든요. 음식점 것 보다 낫다고 칭찬을 해주죠』 그래서 아버지 신순언(申淳彦)씨에게는 사무실과 자택이 하루의 직행 「코스」로 결정돼 있다. 고교 때부터 부엌일 돕고 아빠 시중 잘드는 글래머 『아버지께선 보수적이시고 대하기 어렵지만 정말 가정적이세요. 친구들과 어울려서 밖에 나왔다가도 아버지께서 들어와 계실 시간이면 얼른 들어가 시중 들어드려야 한다고 서두르니까 친구들에게 핀잔을 받죠』 방안을 온통 환하게 만들어 버릴 것처럼 화사하게 웃으면서 선화(善華)양은 아버지 자랑을 한다. 『그렇다고 무취미한 아이도 아니어서 신통합니다. 어려서 부터 예술방면에 소질을 보였어요. 고전무용으로 무대에도 더러 섰지요』 본업으로 삼게하고 싶지않은 부모 뜻에 좇아서 이제는 무용쪽은 폐업을 했단다. 『덕성여대 졸업반 때는 학교에서 「퀸」을 정하는데 뽑혔더군요. 그리고 나니까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나중에는 무슨 영화사에서 출연교섭이 와요. 아예 안된다고 호통을 쳐 주었지요』 대학(大學) 땐 「퀸」으로, 영화출연 교섭받기도 67년 연방영화사에서 몇편의 영화를 갖고 한동안 교섭이 왔었단다. 부모뜻을 어겨본 일이 없는 선화(善華)양은 미련도 없이 거절했다. 역시 재학시절이지만 TBC-TV 아침방송 『생활의 지혜』사회도 한동안 맡았었다. 그런 쪽에서 탐내는 것도 무리가 아닌 미모의 아가씨다. 1백 64cm, 체중 53kg, 체위 35-23-36「인치」니까 수준이상의 「글래머」. 『양재학원에 다니면서 바느질도 배우고 틈틈이 수(繡)를 놓는 것이 요즘 얘 일과입니다』 『효도 받는 것이 흐뭇한 한편 우리 내외는 어깨가 무겁습니다. 막내딸은 아직 어리지만 선화(善華)까지 합쳐서 위의 5남매가 모두 매사에 「부모 뜻 대로」하라는 순종형이에요. 연애할 생각도 한번 안 하거든요. 그러니 걱정은 안 시켜서 좋으나 좋은 배필 구해줄 책임이 여간 무겁습니까? 한창 나이인데 무단외출 한반 안하니까요』 [선데이서울 70년 1월25일호 제3권 4호 통권 제 69호]
  • [데스크시각] ‘재경부는 없다’ /오승호 경제부장

    요즘처럼 재정경제부 직원들의 기(氣)가 꺾여 있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부총리급 부처이지만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모습을 찾아 보기 힘들다. 심지어 재경부의 경제정책 총괄 기능마저 기획예산처에 빼앗긴 느낌이다. 얼마전 기획처가 발표한 ‘비전 2030’도 재경부는 잠재성장률을 예측하는 수준의 역할을 하는 데 머물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재경부의 일부 국·과장들은 주도권을 쥔 기획처가 빗장을 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획처는 재경부가 도와주지 않았다며 섭섭해한다. 요즘 기획처는 국가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줄임말도 예산처가 아닌 기획처가 맞다고 주문한다. 예산만을 다루는 부서로 인식되기 싫어서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기획처는 예산 총량만 정해주는 톱다운 방식이 도입된 이후, 산자부는 각종 인·허가권이 없어진 이후 더 똑똑해진 것 같은데, 재경부는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재경부와 국책은행장 출신의 한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참여정부에서는 업무실적이 좋으면 연임도 가능하고 다른 기관장도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재경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평가해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산하기관 등의 인사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경부 출신 배제론에 대한 비난이다. 그러면서 모피아(mofia·옛 재무부 출신을 지칭하는 말)들이 득세한다고 하는데, 청와대 비서진이든 장관이든 재무부 출신들이 누가 있느냐고 되물었다.5위권 밖의 로펌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다는 이 인사는 기왕이면 대형 로펌이 낫지 않으냐고 하자 “재경부 출신이어서 시선이 집중되는 부담감 때문에 큰 곳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 전·현직 재경부 관료들은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에 짓눌려 위축돼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적잖은 반감도 갖고 있다. 감사원이 외환은행 매각관련 조사를 할 무렵엔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해냈다. 재경부를 부도덕한 집단이나 개혁의 대상으로 부각시켜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원과 정면 대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흥분하기도 했다. 재경부는 여전히 행정고시 합격자들이 선호하는 부처다. 다른 곳에 비해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인 기관으로 분류된다. 이런 부처가 밤 늦게까지 사무실의 불을 밝히고 일을 하는데도 욕만 먹는다며 혹여 복지부동이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은 원인의 하나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된 점을 꼽는다. 두 부처가 합쳐지면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경부를 다시 분리할 수도 없지 않은가. 통합 이후 예산과 금융감독 기능이 빠져나가 힘이 약해졌지만, 경제부처의 큰형 역할은 여전히 주어져 있다. 한 전직 경제부총리는 “재경부가 부총리급 부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예산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면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서울 은행회관에서 산자·농림부장관과 담판을 짓는데, 두 장관이 산업 피해를 이유로 합의서 서명에 반대했다. 이에 “평생 장관을 할 건 아니지 않으냐.”고 호통을 쳐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했다. 무기 탓을 할 게 아니라 리더십으로 해결한 사례로 들었다. 현재 경제 또는 관련부처 장관들의 행시 기수나 여당에서의 입지 등 역학 구도를 감안할 때 경제부총리가 곱씹어 볼 만한 얘기로 들렸다. 경제가 어려워 영세 자영업자들은 제발 장사 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기업들은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재경부가 더 이상 움츠리지 말고 컨트롤 타워가 돼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경부 흔들기도 없어져야 한다. 오승호 경제부장 osh@seoul.co.kr
  • 은행PB가 본 한국갑부들의 자식교육

    은행PB가 본 한국갑부들의 자식교육

    “부자(富者) 3대 못 간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부자 고객의 자녀들이 더 똑똑하고 더 예의바릅니다. 세상 참 불공평하지요….”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갑부들의 모습은 엇비슷하다. 하룻밤 술값으로 수백만원을 쓰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사모님들은 명품으로 치장하고, 자식들은 방탕한 생활을 한다. 실제 부자들의 생활은 어떨까. 부자들의 생활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이다. 우리은행 강남PB센터의 박승안 팀장은 은행권의 대표 PB다. 그의 고객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박찬호와 박지성뿐이다. 나머지 고객들에 대해 박 팀장은 “대기업 총수에서 연예인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면서 “가장 적게 맡긴 고객의 자산이 50억원이고, 계산이 안 될 정도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31일 재테크와 자녀교육을 위한 책 ‘우리 아이는 노블레스 키드’를 펴냈다. 우등생보다 행복한 부자로 키우라는 게 요지인데, 박 팀장은 부자들의 엄격한 자녀교육에서 힌트를 얻었다. 박 팀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사는 고객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점퍼를 잃어버리고 집에 온 아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웃옷을 모두 벗긴 채 내쫓았다.“옷 귀한 줄 모르니, 발가벗고 살라.”는 것이었다.3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한 고객은 최근 박 팀장과 함께 아들에게 물려준 사업체를 찾았다. 멀쩡한 이면지가 휴지통에 버려진 것을 본 이 고객은 직원들 앞에서 10원 단위의 쓰레기봉투 비용까지 들먹이며 아들을 호되게 호통쳤다. 500억원대의 자산을 맡긴 어느 부부는 10년 넘게 탄 소형 승용차를 준중형차로 바꾼 뒤 “난생 처음 CD플레이어가 달린 차를 타게 됐다.”며 기뻐했다. 극단적인 사례만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팀장은 “흥청망청 돈을 쓰는 고객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검소한 생활과 철저한 자녀교육에 매일 놀라고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보통 사람들은 물건을 사거나 먹고 노는 일에 돈을 쓰지만, 부자들은 돈이 되는 일에 돈을 쓴다.”고 말했다. 부자들에겐 자식 교육도 철저히 계산된 투자였다. 투자에는 이익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어려서부터 금전 감각을 가르친다. 자녀들의 뛰어난 학업 성적, 다양한 경험, 좋은 매너는 투자에 따르는 실적이다. 박 팀장은 “고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산을 상속받은 자녀가 나태해지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끝까지 자산 규모를 숨긴 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박 팀장은 “두렵다.”고 했다.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이 철옹성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박 팀장은 “부모들이 세상을 긍정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식들은 이런 부모를 닮아가며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5분) 인도의 대형마트가 기대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저분한 가게일수록 저렴하다는 관념을 깨고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과 다양한 상품,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을 몰려들게 했다. 사람들은 소득이 늘고 시간은 줄면서 물건 값을 흥정할 필요 없이 빠르게 쇼핑할 수 있는 대형 쇼핑물을 선호하게 됐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사람들은 관절염을 나이가 들면 저절로 찾아오고, 그 고통을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관절염을 예방하고, 그 통증을 감소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관절염 증상을 완화시키는 운동의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관절염을 예방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주부들의 가장 큰 피부 고민인 기미와 주근깨. 자외선, 스트레스, 출산후 증후군 등 그 원인도 다양하다. 천연 팩, 마사지, 레이저 치료 등 치료법 또한 다양한데 내 피부 상태에 맞는 치료법에서부터 다양한 피부과 시술법까지 깨끗한 피부 만들기에 대한 궁금증을 주부 인라인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풀어본다.   ●그 여자의 선택(KBS2 오전 9시) 진진은 영규 어머니 병원에 문병을 갔다가 주리를 만나게 되고, 병문안을 온 진진을 영규 어머니는 노발대발하며 쫓아낸다. 선영은 순자가 영규 어머니를 폭행했다는 주리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한편, 시장으로 찾아온 선영에게 순자는 진진과 영규가 동거하고 있다며 둘 사이를 인정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주몽(MBC 오후 9시55분) 주몽과 오마협은 민심을 살피기 위해 부여의 저자거리로 나간다. 행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사출도 제가들이 견사자를 죽인 사실을 놓고 말들을 하고 있다. 이때 현토군에서 주몽과 오마협이 구출했던 고조선 유민들이 다가와 부여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자신들도 꼭 참석하게 해달라고 한다.   ●맨발의 사랑(SBS 오전 8시30분) 나가려는 주완에게 문 지점장은 마지막 공연을 펑크내면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은 어찌하냐며 당장 들어오라고 호통을 친다. 한편, 양 여사는 연정을 걱정하는 자신을 매몰차게 뒤로하고 가버리는 연정이 야속하기만 하다. 진석은 상반기 매출실적을 올린 지점에 관한 보고를 받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 [바다이야기 논란 확산] 노대통령, 조카 불러 호통 지원씨 “삼촌 해준게 뭐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말 친조카인 노지원(43)씨가 IT업체인 우전시스텍의 공동대표로 영입된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노씨를 불러 만류와 함께 호통을 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노씨는 당시 “삼촌이 나에게 해준 게 뭐 있느냐.”며 울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노씨는 대표가 아닌 영업이사 겸 기술이사로 영입됐다.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당시 민정수석실은 노씨가 “공동대표로 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설득에 반발하자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을 배석시킨 자리에서 노씨를 불러 사안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노 대통령의 지난 2004년 3월 ‘대선자금 관련 특별기자회견’과 지난해 말 출간된 이진 전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의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에서도 확인됐다. 노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노씨의 이름과 우전시스텍을 적시하지 않은 채 “조카가 KT에 다니다가 나와서 무슨 회사에 사장으로 영입된다고 했다. 주식도 좀 받는다고 했다.”면서 “불러서 못하게 했다.”며 지원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네 깜냥이면 기껏 잘해야 이사 정도 할 수 있을까 하니 이사 이상은 절대 하지 말아라. 하면 세무조사하고 그냥 안 둘테니까 하지 마라.’라고 했다.”고 언급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儒林(672)-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18)

    儒林(672)-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18)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18) 이러한 태극사상이 우리나라 국기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아이로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흰색바탕에 중앙의 음과 양의 양의(兩儀)가 포함된 일원상(一圓相)의 태극이 있고, 건(乾), 곤(坤), 감(坎), 리(離)의 4괘가 네귀에 배치된 철학적 의미를 담은 국기가 사용된 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이다. 비록 중앙의 태극무늬가 고대로부터 한민족이 사용하어 온 고유의 도형으로 628년, 신라 진평왕 50년에 걸립된 감은사(感恩寺)의 석각(石刻)에도 나타나고 있다지만 1882년 4월 6일 조·미수호통상이 체결될 때 조선의 전권부관 김홍집(金弘集)에 의해서 처음 제안되고, 박영효(朴泳孝)에 의해서 결정된 이 태극기는 그 경위가 어떻든 한민족의 정신 속에 깊이 뿌리내린 유교적 우주관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음인 것이다. 퇴계는 10월 15일자 편지, 그러므로 죽기 두달 전에 보낸 편지에서 이렇듯 자신의 오류를 깨닫고 고봉에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저는 이전부터 책을 읽을 때 대충 읽어 잘못 이해하는 어리석음을 더욱 스스로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조금이라도 고치려고 했습니다만 죽기 전에 이런 뜻을 이룰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죽기 두달 전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경계하여 조금이라도 바로 잡으려 했던 유학의 완성자 퇴계. 숨이 끊어지는 바로 그 순간까지도 학문에 정진하고 평생 연구하였던 학문에 조금이라도 의심쩍거나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서슴없이 이를 인정하고 그 누구의 질책이라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였던 우리나라가 낳은 대사상가 퇴계. 그러한 퇴계에게 집요하게 편달(鞭撻)하였던 사람이 바로 고봉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산파술’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고봉이었으며, 퇴계는 이러한 고봉의 준엄한 질문과 문제제기를 통해 자신의 학문을 바로 잡아나갈 수 있었으니 고봉의 질문은 퇴계를 일깨우는 통렬한 죽비(竹扉)였던 것이다. 그뿐인가. 고봉은 퇴계에게 ‘무극이면서 태극이다.’라는 명제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였을 뿐 아니라 물격(物格)에 대한 퇴계의 해석에도 집요한 질문을 던진 듯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퇴계가 고봉에게 보낸 10월 15일자 편지에 쓴 ‘지난날 서울에 있을 때 그대로부터 사물의 이치에 이른다(物格)는 지적으로 깨우침을 받고서 되풀이하여 세심하게 생각해 보았으나 오히려 의혹을 풀지 못했습니다.’는 구절을 통해 퇴계가 서울에서 8개월 동안 머물러 있을 때 고봉이 직접 찾아와 단도직입적으로 퇴계에게 한 방망이 후려갈긴 듯 보여진다. 그러한 고봉의 봉(棒)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병약하고 노쇠한 스승 퇴계가 마침내 벼슬을 버리고 안동으로 귀향하자 이번에는 차마 스승에게 직격탄을 날리지 못하고 대신 김이정에게 스승의 오류에 대해서 거침없이 할(喝)을 계속 퍼부었던 것이다.
  • [100년만의 귀향 항일 허위가문 후손들] (중) 이국 망명생활

    [100년만의 귀향 항일 허위가문 후손들] (중) 이국 망명생활

    의병장 왕산 허위가 서대문 형무소에서 교수형을 당한 뒤 더 이상 집성촌인 구미에 모여살 수 없었던 왕산의 일가와 후손들은 짐을 싸서 만주로 야반도주를 했다. 만주도 안전하지는 않았다. 왕산의 후손의 목에는 신고보상금이 걸려 있었다. 일본 순사가 눈치챘다는 말이 들리면 자다가도 일어나 국경을 넘어야 했다. 고향을 떠난 뒤부터 그들의 삶은 격동의 시대만큼 흔들렸다. ●술마시면 독립운동 얘기하던 허금숙씨 아버지 왕산의 바로 위 형인 성산 허겸은 만주에 정착했다. 쫓기는 와중에도 허겸은 만주에 조선어 학교를 세웠다. 이 학교에서 성산의 아들이며 이번에 귀화한 허금숙씨의 아버지인 허선(1987년 사망)씨도 배웠지만, 상급학교에 다닐 수는 없었다. 허선씨는 배운 게 없으니 헤이룽장성에서 평생 소작농으로 일했다.14살 때 허선씨에게 시집온 어머니는 어렸을 때 친어머니를 여의고 만주 등지에서 생활해서인지 솜씨가 야물었다. 허금숙씨는 어머니가 장아찌와 김치를 담가 일년내 가족들의 반찬을 댔다고 회상했다. 지금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짜고 덜 매운 음식이었다. 아버지 허선씨는 말이 없으셨지만, 힘이 장사였다. 친구들과 술이라도 마시면 아버지인 성산보다는 삼촌인 왕산 얘기를 꺼냈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왜군들에게 호통치며 취조에 응했던 이야기, 의병활동을 하면서 썼던 격문…. 술자리에서 나오던 집안 얘기가 뚝 끊긴 것은 1966년 중국에 문화대혁명 바람이 분 뒤부터다. 아버지가 어딘가 끌려갔다 온 뒤부터 큰 소리로 집안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 때만 해도 남조선이라고 부르던 고국은 중국의 최대 적국이고, 독립운동 얘기는 금기가 됐다. 할아버지 허겸은 일본 국적의 호적을 만들 수 없다며 아버지 허선씨를 낳은 뒤 이름을 관청에 등록하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것처럼 장녀인 허금숙씨도 동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했다.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인 소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3남3녀 중 다른 동생들은 덕분에 상급학교에 진학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 대해 다시 말할 수 있게 됐지만, 아버지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바로 전 해에 사망했다. 허금숙씨의 어머니도 한국땅을 밟지 못하고 1997년에 숨을 거뒀다. 경상도 출신인 어머니는 “집앞에 감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지금도 그대로일지….”라며 궁금해했었다. 허금숙씨의 한국말은 철저하게 부모의 말투 그대로다.“‘나라말’을 잊어버리면 정신을 잃게 된다.”는 아버지의 경상도 말씨를 집안에서는 꼭 써야 했기 때문이다. ●광복되자 고국으로 보내달라고 스탈린에게 편지썼던 아버지 허국 허위의 직계 후손들은 주로 구 소련 땅으로 도주했다. 허위의 4남 허국의 아들로 이번에 귀화한 허게오르기씨와 블라디슬라브씨는 한국말을 쓸 수 없었다. 쫓는 일제의 눈길이 무서워 부러 집안에서도 러시아말을 쓰게 했다. 허국(1971년 사망)씨는 만주 군경을 피해 연해주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가족들과 함께 떠나야 했다. 기개가 대단했던 허국씨는 고국에 돌려 보내달라고 직접 스탈린에게 편지를 썼다. 나갈 수 있다는 예상 밖의 답장이 왔다. 하지만 나가고 싶다고 한 의도가 뭔지, 당국이 캐고 있다는 말을 지인에게 전해듣고 그날로 허국씨는 가족들과 함께 고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방으로 야반도주를 했다. 정착한 곳이 키르기스스탄이다. 험한 일을 해보지 않았던 허국씨는 여기에서 소작농으로 일하며 육체노동을 했다. 하지만 곧 십장으로·반장으로 직위가 올랐고, 감독일을 맡게 됐다. 교육열이 유달리 강했던 허국씨는 자녀들에게 엄했다. 게오르기씨를 비롯한 자녀들을 모두 대학교육까지 시켰다. 허게오르기씨가 20대 중반이 되던 1971년까지 허국씨가 살았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많지는 않다. 머리가 큰 뒤부터 기숙학교에 다녔고, 여름에만 잠시 집에 돌아와 생활했던 탓이다. 허게오르기씨는 고려인과, 허블라디슬라브씨는 연구소 동료이던 러시아 여성과 결혼을 했다. 이들도 동·서 화해무드가 조성되던 1980년대 후반까지 한국에 대해 자유롭게 알아보지 못했다. 김일성대학을 나와 모스크바대 교수를 하는 아저씨뻘 되는 친척과는 연락을 했지만, 남한과는 소통하지 못했다.1988년 텔레비전을 통해 서울을 처음 봤을 때는 충격을 받았다. 소수민족의 비애는 구소련이 해체된 뒤 찾아왔다. 자국민 우선정책을 쓴다며 둘다 직장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일제를 피해다니던 아버지가 이주정책 때문에 다시 쫓겨가 소작농부터 시작한 것처럼 형제도 소작농과 트럭운전사로 일해야 했다. ●만주서 귀국한 허벽씨가 귀화에 도움 줘 왕산의 친척 허벽씨는 이들과는 다르게 광복 직전 만주에서 귀국했다. 허벽씨가 갖고 있던 허씨 일가 사진이 이번에 허게오르기씨 등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40년 전에 찍은 사진을 필름까지 갖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아버지가 만주에서 도망을 다니느라 사진을 한장도 찍지 않았다.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 한장 없는 게 한이 맺혀서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배웠다.”고 말했다. 허벽씨는 “한국에 살면서 내가 가장 힘든 시대를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이국에서 온 친척들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시대에 희생당하며 살았다.”면서 “낯선 고국에 돌아온 이들이 어떻게 다시 정착하고 살아갈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홍종명(洪鍾鳴)씨 외딸 홍순정(洪淳正)양

    홍종명(洪鍾鳴)씨 외딸 홍순정(洪淳正)양

    화가(畵家) 홍종명(洪鍾鳴)씨와 곧잘 나란히 전람회장이나 화랑에 나타나곤 하는 머리 긴 아가씨가 있다. 따님이기에는 너무 젊어 보이는 아버지지만 너무 닮아서 속일 수 없는 따님이다. 아버지는 서양화(西洋畵)지만 따님은 동양화(東洋畵) 전공. 父女2代 화가의 화랑순례를 잡아 보았다. 『별로 화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고 저 자신도 화가 되겠다고 대단한 꿈을 꾸지는 않앗던 것 같아요. 그저 쪽박 같은데다 그림을 그려 갖기도 하고「크리스마스•카드」같은 것을 제손으로 그리는 정도였지요. 막상 대학의 전공학과를 택하자니까 미술(美術) 하고픈 생각이 들었나 봐요 』 따님의 소질에 관해서 무척 겸손하는 아버지다. 동덕여고(同德女高)를 거쳐 지금 이대(梨大) 미술대학 동양화과 1학년. 입학때「톱」이었기 때문에 과대표(科代表) 노릇을 하고 있다. 『「리더십」이 익혀져서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심부름 할 일이 많은가 보더군요. 그림 많이 그리지 않는다고 요즘은 내가 나무라고 있죠. 고등학교 때 보다 더 안그리는 것 같거든요』 아버지 보다 키가 커서 걱정인 1950년생. 신장(身長)은 비밀로 해 두고 싶단다. 아버지보다 키가 아무리 커 보았자 응석이 얼굴 가득한 것이『아기같은 고명딸』임에는 틀림없다. 『응석장이가 제법 제 용돈 벌이까지 하니까 신기할 때 조차 있어요. 얼마 전에는 얘한테 구두 한켤레 얻어 신었답니다』 동네 꼬마들에게「피아노」교습을 시키는「아르바이트」벌이.「프로」만큼의 실력을 자랑하는「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단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니까요. 전축보다는 얘가 치는「피아노」를 감상하고 싶어 하죠』「아마추어」독주 한번 하려면 유세가 대단하단다. 아버지에게 감상료를 톡톡이 뜯어내는 실속파란다. 『그러다 가도 화실에서 물감개고 붓 빨고 하는 일을 곧잘 돕지요. 차(茶) 심부름도 도맡아 하고요. 집에 살림 돕는 사람이 없거든요』 어머니 李여사와 오빠 하나 동생 하나.「외딸 고명딸」이라고 살림 돕는 걸 무척 싫어하는 어머니에게서 억지로 일을 빼앗아 하는 따님이라는 것이다. 『제 엄마에겐 곧잘 안마도 해 주는 모양입니다. 나는 성미가 남의 손 닿는 걸 싫어해요「피아노」쳐 주고 또 요즘은「기타」도 뜯으면서 음악감상 시켜주는 것이 이녀석의 큰 재롱이죠』 일요일이면 어머니 아버지 순정(淳正)양이 함께 교회에 갔다가 가족「데이트」하는 것이 일과. 오빠와 동생들은 산으로 달아나 버려 결원이 된다. 『우리 내외는 얘가 끼어야만「데이트」도 더 재미 있거든요. 제「데이트」못하게 막는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아직은 아빠•엄마와의「데이트」가 제일 즐겁고 더 자주했으면 싶다고 순정양은 코를 찡긋하면서 웃는다. 『내가 3년마다 개인전을 하고 있어요. 금년에 했으니까 얘가 4학년 되면 다음 개인전이지요. 얘 소원은 그 때 부녀전(父女展)하는 거라나요. 그림이 그동안 좋아져야지 신통찮으면 어림도 없다고 호통을 쳐주고 있죠』 [선데이서울 69년 12/7 제2권 49호 통권 제 63호]
  •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3) 판·검사 전관예우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3) 판·검사 전관예우

    “옷벗고 한달도 안 되어서 찾아와 ‘기업 입장도 생각해보라.’며 회사돈 빼돌린 사장 변호하는 게…. 그렇다고 매일 보던 사람을 야박하게 쫓아낼 수는 없더라고요.” 전관예우에 대한 변명인 듯 들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하소연이다. “대법원장이 누가 되든지, 검찰총장이 누가 되든지 솔직히 관심 없어요. 그저 브로커 관행이나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전관들의 브로커 사무장 사용 실태나 취재하시죠.”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직후 기자에게 젊은 변호사가 한 말은 몹시 차가웠다. “저쪽 변호사는 검사하다가 나와서 바로 대형 로펌에 들어간 사람이더라고요.6개월이 넘게 사장은 소환도 안 되고 사건처리도 늦는 게 그 탓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자기들도 다 변호사될 사람들이니 퇴직하고 3년간은 사정을 봐준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체불임금을 달라며 다니던 직장 사장을 고소한 근로자가 제기한 의혹이다. 폐쇄적인 연줄망에서 비롯되는 전관예우는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법조비리의 토양이며 가장 시급히 버려야 할 법조계의 그릇된 관행이다. ●퇴직후 3년은 보험들 듯 봐준다 최근에는 사건 청탁 성공률이 90%에 이른다는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의 행각과 법조 인사들의 비리가 드러나 세인들을 실망시켰다. 김씨의 입에서 사건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법조인 리스트가 나오기 시작하자 검찰과 법원이 서로의 치부를 들춰내고 있다. 같은 대학을 나오고 연수원과 직장에서 함께 생활해 서로 속속들이 아는 적수끼리의 공방이 벌어지며 그동안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업계의 관행적 비리’들도 터져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선임계도 안 내고 전화 한 통화로 사건을 무마시킨다.”는 판사들의 호통에 “판사가 다른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선변호’가 법원의 일상이 되지 않았느냐.”고 검사들이 맞받아친다. 스스로 부인하던 악습과 관행을 인정하는 꼴이다. 많은 법조인들이 브로커들이 제공하는 금품과 향응에 무너지고 있다. 의정부 법조비리 당시 판사 출신 이모 변호사가 브로커 2명을 사무장으로 고용,1년간 벌어들인 수임료는 17억원대였다. 의정부 지원 판사 15명과 변호사 14명에게 명절 떡값, 휴가비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건넸다. ●검사출신 전화 한 통화로 사건 무마도 1999년 대전 법조비리 때는 부장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법원과 검찰의 전·현직 간부와 직원, 경찰관 등 100여명을 관리했다. 이 변호사가 이들에게 준 소개비와 알선료가 1억 1000여만원에 이르렀다.2004년에는 춘천지법의 판사가 관할 사건 변호사에게 향응을 접대받아 문제가 됐다. 일련의 사건이 터진 뒤 법조인들은 “의정부 법조비리 이후 전별금은 사라졌다.”라든지 “춘천 사건 이후 관할 사건 변호사와 사적인 자리를 갖는 일이 없어졌다.”고 말해왔다. 잘못된 관행이 드러날 때마다 한 가지씩 고쳐질 뿐 그 이상의 노력은 찾기 어렵다. 이마저도 확실히 고쳐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믿을 수 있는 사람만 만나는 법조인들의 신중함이 김홍수씨 사건 같은 대형 법조비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씨는 검찰과 법원의 간부급 여럿에게만 집중적으로 향응을 제공하며, 이들이 담당하지 않았던 사건에 대해서 청탁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간부들이 소개해주는 브로커 김씨를 법조인들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고, 의도야 어떻든 그와 교류한 간부들은 조직 내에서 브로커 활동을 하게 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한·미 합작 애니 ‘파이스토리’

    한·미 합작 애니 ‘파이스토리’

    인기 꽃미남 그룹 SS501의 김형준,‘호통개그’로 여전히 방송가를 질주하고 있는 개그맨 박명수, 돼지바 CF로 재발견의 즐거움을 안겨준 중견탤런트 임채무.6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파이 스토리’(원제 Shark bait)는 목소리 연기자들의 면모가 구미를 당겨놓고 본다. 여름방학을 정조준해 선보이는 이 애니메이션은 한·미 합작 3D.3D 애니메이션이야 할리우드가 휴가시즌에 맞춰 끊임없이 디밀어온 볼거리이지만, 국내 제작사(에펙스디지털·디지아트)가 주도했다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입안에 군침이 고일 만큼 화려한 색감의 화면을 자랑한다. 바다 밑 세상을 그린 영화의 주인공은 잘 나가는 집안의 귀공자 물고기 ‘파이’(김형준). 뜻밖에도 부모님이 그물망에 포획되면서 상상못할 시련이 닥친다. 졸지에 고아신세가 돼버린 파이. 유일한 혈육인 이모를 찾아 혈혈단신 험난한 대양을 가로질러 낯선 캐리비안을 찾아간다. 파이를 구심점으로 여러 캐릭터들이 얽히는 이야기 방식은 평이하다. 파이의 마음을 첫눈에 사로잡아버린 ‘얼짱’ 슈퍼모델 코딜리아, 캐리비안의 평화를 위협하는 상어 트로이(박명수), 캐리비안의 무술 고수 네리사(임채무) 등이 운율 넘치는 익살을 풀어놓는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나선 물고기 아빠 이야기 ‘니모를 찾아서’에다 ‘샤크’를 요령껏 벤치마킹한 느낌이다. 그 점, 새로움을 찾는 관객에겐 포만감을 주기엔 명백한 한계. 그러나 1시간18분 동안 아이들의 시선을 붙들어매기에는 부족함이 없겠다. 전체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나라 대표경선 첫 합동연설

    한나라 대표경선 첫 합동연설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당권 도전자 8명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4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라이벌’의 약점을 꼬집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공격 대상 ‘넘버원’인 이재오 후보는 “일요일이면 골프채를 들고 골프장으로 나가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달리는 서민 대표가 돼 그동안 당에 덧씌워졌던 부패·수구·재벌 보호·웰빙 이미지를 한꺼번에 날려버리겠다.”며 사실상 포문을 열었다.‘웰빙 이미지’의 강재섭 후보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그러자 강 후보는 “마음속에 좋아하는 (대권)후보가 있어도 잡음 없이 경선을 관리할 사람은 저밖에 없다.”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후보를 겨냥했다. 이규택 후보는 아예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사학법 개정도 못 하면서 당 대표 한다고 출마했냐.”면서 “강아지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데 어떻게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호랑이를 잡겠다는 말이냐.”고 호통쳤다. 이번에는 이재오 후보와 합종연횡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방호 후보가 반격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깨지고 분열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분열주의자”라고 목청을 높였다. 여권을 향한 공격도 빠지지 않았다. 전여옥 후보는 “노무현 정권이 제게 쏜 수백발의 화살에 맞아 가슴에서 피눈물을 흘렸다.”고 호소했고, 정형근 후보는 “대통령의 귀에는 국민의 원망과 한탄이 도대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니 쌍거풀 수술을 할 게 아니라 고막 수술부터 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일 못하는 당신 휴가 꿈 꾸지마”

    “일 못하면 휴가도 없다.” 대통령이 각료들을 질타하면서 휴가 금지령을 내렸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의 일이다.19일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은 최근 각료 회의에서 장관들에게 휴가는 꿈도 꾸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바키예프 대통령은 2007년도 예산안, 월동대책 등 시급한 국내 현안이 해결될 때까지 휴가는 생각도 말라며 각료들의 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나라 사정을 고려할 때 “지금은 일 할 때지 쉴 때가 아니다.”라고 호통도 쳤다.게다가 “누구라도 휴가갔다왔다는 말이 나오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란 경고도 이어졌다. 또 국내 문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외 출장을 줄이라는 지시도 내렸다. 이같은 지시는 고위 공직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로 국정이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서다. 고위 관료들의 기강 해이와 무사안일에 국정위기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7·8월에 정부 관리들이 수주일 동안 휴가를 떠나 정치·행정이 사실상 마비되곤 했다.지난해 3월 시민혁명으로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집권한 바키예프 대통령은 각종 범죄 단속과 생활난 개선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그러나 옛 소련시대에 길들여진 고질적인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부패, 정국 불안 및 폭력사태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해결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글래스고 고별훈련 핌 베어벡은 외쳤다 “압박!”

    ‘독일에서의 키워드는 압박’ 지난 2002년 ‘히딩크호’의 성공 키워드는 ‘압박’이었다. 그라운드 전역에서 펼친 강력한 압박에 세계적인 스타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 등이 혀를 내두른 뒤 패배의 눈물을 쏟았다. 아드보카트호 역시 ‘조별리그 전쟁’에서 살아 남을 방법은 압박뿐이다. 지난 4일 가나전 패배에서 아드보카트호가 얻은 귀중한 과제 중의 하나는 압박을 주무기로 하는 더욱 강력한 미드필드라인의 재건이었다. 티에리 앙리(프랑스), 알렉산더 프라이(스위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토고) 등 상대 킬러들을 강력한 압박으로 괴롭혀야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강한 체력과 지구력은 압박의 필수. 가나전에서 후반 유난히 힘에 부친 모습을 보인 태극전사들의 컨디션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는 바람에 사실 당시 바닥을 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계산대로라면 이들의 체력은 이후부터 상승곡선을 그리다 토고전에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베이스캠프인 독일 쾰른에 입성한 다음날인 7일부터 최종 담금질에 들어가는 대표팀은 글래스고 캠프를 떠나기 전 일찌감치 훈련일정을 확정했다. 주안점은 역시 압박에 있다는 걸 예고하듯 아드보카트호는 6일 스코틀랜드 ‘고별 훈련’에서도 강도높은 압박을 조련했다. “한국말 중에서 가장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아는 단어가 바로 압박”이라는 핌 베어벡 수석코치는 미니게임에서 공격조가 공을 잡았을 때 수비조가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프레스, 압박”을 외치며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지난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실종된 ‘중원 압박’을 되살리려는 코칭스태프의 의지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여성&남성] 냉랭한 얼음왕자·공주들에 뜻밖의 배려와 카리스마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어 냉정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한마디로 ‘차가운 스타일’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이성에게 매력을 줄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차가움은 사람에 따라 엄청난 ‘작업의 도구’가 된다. 별다른 노력과 시간, 돈을 들이지 않고 차가움 하나로 상대 남녀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 그 차가움의 연애미학 속을 들여다봤다. ■ 차가운 남녀의 뜨거운 매력은 어디서… ●차가움에 끌린다 서현우(32·가명)씨의 여자친구는 매우 차가운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서씨는 그녀가 너무 좋다. 소개팅으로 만나 사귄 지 만 1년. 처음에는 그녀의 차가움에 퍽이나 당황했었다. 그에게 눈곱 만큼이라도 마음이 있는 것인지, 그것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서씨는 “애교는 기대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대화도, 선물공세도 포기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그녀 없이는 못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여자친구의 연락이 없어도 전혀 섭섭하지 않은 ‘달관의 경지’에 올라 있다. 김민수(28·가명)씨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던 동료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 나름대로 ‘작업’을 하며 공을 들이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는 신통치 않다. 그녀는 눈빛으로만 이야기할 뿐이다. 관심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다. 차라리 관심이 완전히 없는 것처럼 행동하면 속이라도 편할텐데. 그래서일까, 그녀는 매일 밤 김씨의 꿈에 나타난다. 윤정아(28·여·가명)씨는 최근 소개팅에 나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상대방 남자가 마음에 안 들어 불손하다 싶을 정도로 차갑게 대했는데 그게 오히려 상대방에게 매력으로 다가갔을 줄이야. 윤씨는 “인정머리 없이 굴면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든다며 연락을 해왔을 땐 어쩔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호통과 뻔뻔함 속에 감춰진 배려 차가운 남녀의 배려에는 큰 위력이 있다. 차가운 애인이 배려해 줄 때 사소한 것에도 더 큰 감동을 하게 된다. 서씨는 “무뚝뚝한 여자친구가 어느날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면서 “뭔가를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석훈(28·가명)씨는 여자친구의 무뚝뚝하고 차가운 면에 반해 사귀기 시작했다. 연애 2년째인 요즘에도 처음 가졌던 풋풋한 연애 감정은 그대로다. 여자친구의 숨겨진 애교 덕분이다. 김씨는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때에는 차가워 보이지만 두 사람만 있을 때에는 굉장히 다정다감한 순둥이로 변한다.”면서 “나만 알고 있는 그녀의 숨은 매력”이라고 자랑했다. 따뜻한 사람들이야 언젠가는 차가운 면을 드러내게 되겠지만 반대로 처음부터 차가운 사람들은 앞으로 보여 줄 게 따뜻한 모습밖에 더 있겠나 하는 심리도 작용한다. 박서현(26·여·가명)씨의 경우 조용하고 강한 성격이 남자친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차가운 성격으로 인해 다가가기는 힘들지만 조용한 성격 속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다. 김지영(27·여·가명)씨는 “평소에 애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남자친구가 가끔씩 ‘사랑한다’고 말하면 엄청난 감동을 받는다.”면서 “너무 쉽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리스마가 실종된 사회… 카리스마를 갈구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돼온 ‘차가움=카리스마’의 등식도 차가운 사람에게 매력을 불어넣는 요인이다. 임기홍(29·가명)씨는 여자친구의 똑 부러진 면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됐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매사에 똑 부러지는 아내에게서 카리스마를 느낀다. 임씨는 “매섭게 나를 혼낼 때도 있지만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아내의 역할이 오히려 든든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모(32)씨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지적·성적·업무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카리스마 있는 이성을 좋아하는 건 남자건 여자건 모두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최대의 약점…마음 열기 너무 힘들어 차가운 남녀의 최대 약점은 자기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해 상대방 마음도 쉽게 못 연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적극적 구애가 없으면 사랑의 다리는 놓아지지 않는다. 대학선배를 좋아하는 서지수(21·가명)씨는 “선배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끝내 하지 못했다. 미동도 하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진영(21·가명)씨는 차가운 남자는 싫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씨는 “차갑고 무뚝뚝한 사람은 말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은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김준석 윤설영기자 hermes@seoul.co.kr ■ 영화·드라마속의 ‘얼음들’ 드라마나 영화 속에는 차갑지만 매력적인 인물들이 자주 나온다. 대표적인 인물로 얼마 전 개봉됐던 영화 ‘오만과 편견’에서 매튜 맥퍼딘이 연기한 ‘다시’. 다시는 모든 걸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정작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너무나도 이성적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다시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이성적이다. 그래서 인간미 없어 보이는 냉철한 스타일로 사람들은 생각한다. ‘궁’ 신드롬을 낳았던 황태자 ‘이신’ 역할의 주지훈도 얼음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이신은 내면의 외로움과 고통을 밖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황태자에게 연민을 느끼지 못했던 극중 정혼녀 ‘채경’(윤은혜)의 마음을 움직였다. 드라마 ‘너 어느 별에서 왔니’의 영화감독 ‘승희’(김래원)와 다른 사람의 간섭을 차가운 시선으로 차단해 버리는 ‘봄의 왈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재하’(서도영) 역시 차가운 성격으로 인기를 얻었다. ‘아이스 퀸’이라고 불리는 여성 캐릭터들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탤런트 송윤아. 그녀는 드라마 ‘미스터 큐’에서 차갑지만 매력적인 여성으로 나와 인기스타로 발돋움했다.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스톤도 마찬가지다.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냉소적인 성격을 소유했지만 많은 남성들이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죽음에 이르렀다. 신작 영화 ‘모노폴리’에서 ‘앨리’(윤지민)는 완벽한 외모와 섹시함도 매력이지만 차가운 성격으로 ‘경호’(양동근)의 관심을 끌어내는 팜므파탈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미란다’(신시아 닉슨)도 지나치게 냉소적이며 표현할 줄을 모르는 성격의 캐릭터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35분) 인생 전반에 걸친 폭넓은 창의력 계발을 돕고, 폭 넓은 사고방식에 따라 총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발명교실.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제품화를 준비하고 있는 작품까지 학생들의 발명품들을 들여다본다. 학생들의 열의와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함께 만나본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5분) 저학년의 자녀를 둔 윤현숙 주부는 학습의 공간보다는 아이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방을 꾸몄다. 각자 좋아하는 색을 주제로 딸 방은 분홍색, 아들 방은 연두색으로 꾸민 윤현숙 주부만의 아이 방 꾸미기 비법을 배워본다.‘주부생활백서’에서는 공부하는 자녀들의 몸에 맞춘 의자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5분) 결혼하고 5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어서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실패한 부부. 돈을 주고 대리모를 통해서 아이를 갖기로 했고 대리모는 미리 돈을 받고 계약을 했다. 하지만 대리모는 아이에 대한 강한 애정이 생기면서 자기가 키우겠다고 주장할 경우에 아이의 친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살펴본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MBC 오후 8시20분) 은민은 길거리에서 좌판장사로 번 돈으로 식구들 선물을 사고, 은민으로부터 돈봉투를 건네받은 태경엄마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태경은 은민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고 진심으로 잘못했다며 사과를 한다. 한편, 태경아빠는 은민에게 희정과 태수네랑 집을 바꾸라고 호통을 치는데….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55분) 유쾌한 여자, 최윤희가 제안하는 행복한 가정을 위한 방법 등 듣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최윤희식 행복한 가정 만들기의 프로젝트가 공개된다.2006 월드컵 대표팀 상임주치의 1호, 김현철 박사.2002 월드컵에 이어,2006 월드컵까지,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사연을 들어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건강한 어른의 하루 소변량은 물이나 식물의 섭취량, 땀을 흘린 정도. 소변의 양이 너무 많거나 적어도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색, 혹은 횟수에 따라 건강상태의 적신호를 발견할 수가 있다고 한다. 소변으로 인한 질병의 다양한 증상을 짚어보고 그 원인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씨줄날줄] 박계동 동영상/진경호 논설위원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요란하다. 주장이 강해 어디서든 묻혀 있는 법이 없다. 오랜 민주화 운동을 거쳐 민주당 초선의원이던 1995년 10월 그는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사건을 파헤쳐 한국 정치를 일거에 뒤흔들었다. 스타의원으로 떠오른 그는 여세를 몰아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3김 정치에 도전한다. 제정구, 노무현, 김원웅, 김정길, 원혜영, 유인태 의원 등과 함께 ‘3김 청산’을 외쳤으나 높디높은 지역패권구도에 막혀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마저 묶이면서 택시기사도 하고 유학도 다녀오는 등 한때 정치낭인의 시절을 보냈다. 복권조치와 함께 정계로 돌아와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신보다 제정구가 옳았어!”라고 호통쳤다. 발언권을 안 준다며 학교 선배인 이재정 민주평통 부의장에게 술잔을 던지는 물의도 빚었다. 국회와 당을 중심으로 늘 크고 작은 일들을 몰고 다니는 뉴스메이커라 하겠다. 그가 또 사고(?)를 쳤다. 서울 강남의 술집에서 여종업원 앞섶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 몰래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공인(公人)의 부적절한 행동을 비난하는 주장과 몰카의 의도에 주목하는 주장이 맞부닥치며 시끌벅적하다. 박 의원도 사과와 별개로 정치공작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몰카를 찍어 돌렸는지도 물론 밝혀져야겠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공인의 처신이다. 첨단 디지털 세상을 맞아 공인은 숨을 곳이 없다. 휴대전화 보급률 80%에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75%인 세계 최강의 IT대국이다. 수백만대의 과속단속카메라에 방범카메라가 널렸고,GPS로 지금 어디에 있는지까지 가려낸다.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기엔 세상이 너무나도 열려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 눈에 띄어 구설수에 오를지 모를 세상인 것이다. 박 의원이 아니라도 올바로 처신하지 않고는 살아갈 방도가 없다 하겠다.1955년 서울지법 권순영 재판장은 희대의 카사노바 박인수 재판에서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 보호한다.”고 판결했다.50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생활만 보호하는 ‘빅브라더의 시대’가 돼 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코트의 악바리서 MVP 거머쥔 강혁

    [스포츠 라운지] 코트의 악바리서 MVP 거머쥔 강혁

    96년 대학농구연맹전 2차대회 경희대-중앙대 전이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 경희대의 강혁은 레이업슛을 던지고 착지하다 왼발목이 돌아갔다. 이튿날 발이 퉁퉁 부어 농구화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는 가위로 신발을 잘라 억지로 밀어넣고 테이프로 고정한 뒤 최부영 감독을 찾아가 뛰게 해달라고 졸랐다. 물론 허락 대신 불호령이 떨어졌고 강혁은 펑펑 울었다. 결국 경희대는 연세대에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날 악바리로 만든 감독님 대학농구대회가 한창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강혁(30·삼성)을 만났다.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직후라 피로가 뼛속 깊이 쌓였지만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은 것.10년 전 일을 묻자 강혁은 쑥스러워했다.“그땐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부상은 쉬다 보면 낫지만 우승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거든요.” 강혁은 농구판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악바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공을 잡았지만 키가 자라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핸디캡은 그를 연습벌레로 만들었다. 누구보다 일찍 나와 뜀박질하고 공을 튀겼다. 간절한 바람이 통했을까. 고교생이 된 강혁은 콩나물처럼 쑥쑥 자랐고 고3때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다 최부영 감독의 눈에 띄어 운명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한 최 감독은 ‘사랑의 매(?)’로 잘 알려져 있다.“많이 예뻐하시면서 혼내기도 많이 하셨죠. 덕분에 다른 경희대 출신처럼 근성과 오기만큼은 확실히 몸에 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 감독과 ‘사고’도 많았다. 경희대 농구부에 전설처럼 내려온 ‘목포 항명사건’이 대표적.2학년 때 목포 앞바다의 신지도로 훈련 가서 영화 ‘실미도’의 특수부대원처럼 보름 동안 갯벌과 산을 뛰어다녔다. 고된 훈련이 끝나고 동문 선배 안준호(당시 진로) 감독이 후배들을 격려 방문했다. 지금도 소주 1병이 한계인 강혁은 공복에 술을 받아마시다 금세 취해 졸았다. 멀찍이 앉아 있던 최 감독이 “혁아 이리와라. 술 한잔 줄게.”라고 몇 차례나 얘기했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고개를 푹 숙인 모양새를 보고 오해한 최 감독이 버럭 호통치자 비몽사몽이었던 강혁은 “죽일 테면 죽여봐요.”라며 냅다 대들었다. 군기가 센 농구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MBC컵 대회가 임박한 터라 최 감독은 처벌을 잠시 유예했고, 강혁은 그 대회에서 죽기살기(?)로 뛰어 간신히 ‘사면’을 받았다. ●또다른 스승, 어머니 소문난 효자인 강혁은 어머니 최은예(58)씨만 떠올리면 말을 잇지 못한다. 지난 25일 생애 첫 MVP를 받고 활짝 웃으며 인터뷰를 하다가도 “내가 넘어질 때마다 눈물 흘리는 어머니가 가장 생각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오늘날의 강혁을 만든 숨은 공신. 강혁이 좌절할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다. 경희대에서 ‘에이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강혁은 프로 데뷔 뒤 선배들에 밀려 벤치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자신은 넘쳐나는데 뛰지 못하니 답답했죠. 이러려고 농구를 했나란 생각까지 들더라고요.”라고 회상했다. 어머니는 혼자서 끙끙 앓던 강혁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라. 언젠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단다.”라며 마음을 다잡게 했다. 강혁은 시즌 중에도 매일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혼한 형과 누나가 분가를 해서 ‘무뚝뚝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어머니에게 막둥이의 살가운 전화는 보약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여느 선수들처럼 정규리그 MVP 같은 개인타이틀이나 화려한 기록들을 꿈꾸진 않는다.“어머니를 위해 아프지 않고 선수생활을 마치는 게 목표”라며 소박한 꿈을 털어놓았다. 다만 ‘베스트 5’와 3번째 챔프반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은퇴 이후에도 지도자는 절대 하지 않겠단다.“곁에서 지켜보면 매일매일 피말리고 고민하는 가장 힘든 직업”이라며 “교사자격증이 있으니 평범한 체육선생님으로 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강혁 프로필●1976년 9월16일 경기도 오산 출생 ●성산초-오산중-삼일상고-경희대 ●수상경력 99∼00,00∼01시즌 식스맨상 03∼04,04∼05,05∼06시즌 수비5걸 05∼06시즌 플레이오프 MVP ●가족관계 강복수(61)씨와 최은예(58)씨의 2남1녀중 막내 ●주량 소주 1병 ●취미 혼자 외딴 절로 여행가기,TV보다 잠들기 ●이상형 착하고 현명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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