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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아가씨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아가씨

    “아가씨, 여기 CT 촬영실이 어디예요?”  병원 복도에서 누군가 길을 묻는데 또 아가씨란다. 가운 입었고 목에 청진기도 걸고 있는데. 아가씨가 아니라 의사라고 말하고 싶지만, 병원에서 헤메다가 아무런 악의 없이 물어보는 누군가에게 정색을 하고 호칭을 지적하기는 쉽지 않다. 대충 방향을 가르쳐 주고 돌아서지만 괜히 심통이 나는데, 내가 유난한 건가?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물론 지금 40대 중반인 나는 아가씨라 불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20대였던 인턴, 레지던트 때는 물론 전문의가 된 30대에도 무던히 겪었던 일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간호사, 의사, 의료기사들이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병원에서 ‘아가씨’라고 불린다. 동년배의 남성들은 보통 ‘선생님’이라고 불리는데 말이다. 코로나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거운 방호복을 걸치고 온몸을 땀에 절여 가며 사투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 의료진 역시 흔히 ‘아가씨’라고 불리며 자괴감에 젖는다.  이쯤 되면 의아하게 여길 이도 있을 것이다. 아가씨가 비하하는 표현도 아닌데 왜 기분 나빠하느냐고. 의사나 간호사인 게 뭐 벼슬이나 되냐고. 물론 호칭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 호칭이 언짢은 이유는 그것으로 인해 규정되는 나의 정체성에 있다. ‘아가씨’라는 호칭은 한 사람에게 있는 그 수많은 정체성 중 굳이 젊은 여성인 것에만 집중하는 단어다. 물론 20~30대의 여성 의료인이 길거리를 걷는데, 직업이 무엇인지도 모를 그를 누군가 ‘아가씨’라고 부른다면 그게 문제가 될 리는 없다. 하지만 병원에서 유니폼이나 가운을 입고 일하는 의료인을 왜 굳이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젊은 여성이니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은 왜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일까?  ‘아가씨’라는 호칭 자체는 비하의 표현은 물론 아니지만, 한국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가부장적 문화는 이 중립적인 호칭의 품격을 바닥까지 낮추었다. 아가씨 물 좀 떠 와. 아가씨 커피 좀 타. 아가씨 여기 좀 와 봐. 자연스럽게 붙는 명령어와 반말은 ‘아가씨’라고 호칭되는 존재의 지위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개인에서 누군가에게 편의 또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부수적인 존재로 격하시켰다. 언어의 힘이란 오묘해서,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이런 사회적 맥락을 모두 한번에 은밀히 전달하게 된다. 그리고 왠지 기분은 나쁘지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애매한 불쾌감과 함께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은 죄책감까지 여성이 떠안게 한다.  최근 모 제약회사의 취업면접에 지원한 여성이 당한 성차별적 질문과 사측의 안일한 대처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으니 월급을 적게 받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면접관의 어이없는 질문은 그를 남성들과 동등한 신입사원 후보자가 아니라 ‘아가씨’로 여겼기에 가능하다. 지금도 수많은 직장과 학교에서, 얼마 전엔 국회의원에게까지 일어났던 성추행과 성희롱 역시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긴다면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르는가. 당신이 아가씨라고 부르는 존재들은 병원에서 암 덩어리를 도려내고, 1㎖만 어긋나도 생명이 위태로운 약물을 정확히 재어 투여하며, 숨이 넘어가는 목구멍에 산소를 공급한다. 사회 곳곳에서 인재를 키워 내고, 연구와 개발을 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계약서를 검토하고, 법을 만든다.  “지난번에 주사 맞을 때 식은땀이 많이 나서 힘들었는데, 주사실에서 아가씨들이 잘 돌봐주어서 그나마 좀 나았어요.”  “네 환자분. 아가씨 아니고 간호사겠죠.”  “아 네 간호사….”  이젠 환자들의 무의식적 언어를 정색하고 수정해주는 것이 어렵지 않을 만큼 나이가 들었다. 시쳇말로 ‘갑분싸’가 되더라도 무의식의 관행을 조금씩 고쳐가는 것이 우리 세대 여성들의 의무일 수도 있겠다고, ‘아가씨’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 현주엽 학폭 진실공방…‘1년 선배’ 서장훈 입 열었다

    현주엽 학폭 진실공방…‘1년 선배’ 서장훈 입 열었다

    스타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현주엽의 학교폭력 의혹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서장훈이 자신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먼저 최초 폭로자의 고교 농구부 동기라는 A씨는 15일 “고교 시절 현주엽에게 장기판으로 맞아서 몇십 바늘 꿰맨 선수도 있었다”며 “현주엽의 휘문고 1년 선배이자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장훈이형이 나서서 증언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장훈이형은 양반 같은 스타일이라 왜 국보급 센터라는 호칭이 붙는지 인성에서 알 수 있었다”며 서장훈이 입장을 밝혀줄 것을 원했다. 서장훈은 16일 스포츠조선에 자신을 ‘형’이라고 칭한 A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농구부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왜 나를 들먹이는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현주엽의 학폭 의혹에 대해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고, 내가 졸업한 뒤에 현주엽이 주장이었는지도 이번에 알았다.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라 지금도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주엽이가 중학생때 나는 고교생이었고, 고교 선배들이 보는 앞에서 중등부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 현주엽의 폭력행위를 본 것은 없었다. 나에게 무슨 얘기가 들어 온 기억도 없다”고 밝혔다. 30년 전 현주엽에 대해서는 “제 기억에 장난기 많은 후배였다. 장난꾸러기 같았다. 이런 일이 생겨서 나도 무척 당혹스럽고, 주엽이가 그렇게까지 했을 것이라 믿어지지 않는다. 당시 선수 출신 부모님은 현주엽 말고도 여러 분 있었고, 현주엽은 배경이 아니더라도 농구 잘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때였다. 특혜를 봤다는 주장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장훈은 “현주엽이 의혹에 휘말려서 당혹스러우면서도 진짜 그랬는지 믿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아프다. 혹시 양자 간에 오해가 있다면 빨리 해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대학 후배 B씨 “현주엽 폭력 행사 없어” 자신을 현주엽의 고려대 농구부 후배라고 소개한 B씨는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근 불거진 선배의 학폭내용을 보고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만큼의 진실은 알리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B씨는 “제가 같이 지낸 현주엽 선수는 폭력적인 선배는 아니었다”며 “저희를 세워놓고 갈구는 정도는 몇 차례 있었지만 현주엽 선수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현주엽이)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원산폭격, 주먹과 발로 구타? 그런 성향의 선배였다면 저희 역시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요?”라고 했다. B씨는 “현주엽은 고교시절 이미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그런 인물이었는데 성매매? 과연 이게 맞을까요?”라고도 했다. 그는 현주엽 어머니에 대해서도 “늘 아들인 현주엽 선수를 챙기기보다 지방에서 온 저희 학년 동급생들을 챙겨주시던 따뜻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고대에서만큼은 연산군의 모습은 본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었다”고 했다.최초 폭로자 “현산군” vs 현주엽 “악의적 모함” 현주엽의 2년 후배라고 소개한 최초 폭로자는 “(현주엽이) 원산폭격을 하게 했고, 버티지 못하는 이들은 주먹이나 발로 폭행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또 다른 피해자가 “후배들은 그분을 ‘현산군’이라고 불렀다”고 댓글에 적었다. 그러나 현주엽은 인스타그램에 “악의적인 모함”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줬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지만 개인적인 폭력은 절대 없었다”고 했다. 현주엽은 “폭로자는 30년도 넘은 중학교 시절 그리고 27년 전 대학재학 시절까지 현재에 소환했다. 있지도 않은, 진실과 너무나 다른 사실들을 여러 명의 기억들을 엮고 묶는 방식으로 폭로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이가 없다”는 심경을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학기 초 첫 수업에서 나의 학생들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많은 학생이 시스남성, 시스여성, 트랜스남성, 트랜스여성 또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을 부를 때 사용해야 할 대명사가 무엇인지 ‘그’(he), ‘그녀’(she), ‘그들’(they) 등으로 밝히곤 한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강의실 장면이다.트랜스젠더의 사전적 정의는 “젠더 정체성이 태어날 때 지정된 생물학적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다른 사람”이다. 시스젠더는 태어날 때 지정된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같은 사람이다. 시스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와 연대하는 의미다. 트랜스젠더에게만 ‘트랜스’라는 특별한 표지를 붙이는 것은 트랜스젠더를 주변부로 위치하게 하기 때문이다. 남성 교사는 ‘교사’로 하고 여성 교사만 ‘여교사’라고 호칭하게 될 때 남성은 중심부에, 여성은 주변부에 위치하게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변하는 것은 이러한 대학만이 아니다. 교육, 정치, 종교, 언어 등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 확장을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복수였던 대명사 ‘그들’(they)을 이제 단수로 써도 문법적으로 맞는 시대가 됐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복수가 아닌 단수로 사용되는 대명사 ‘그들’을 “2019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와 ‘그녀’만이 아니라, 성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대명사로서 이제 ‘그들’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첨부했다. 누군가를 지칭하는 대명사의 변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구체적인 변화와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한다. 2020년 S대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았던 트랜스여성 A씨가 여러 반대에 부딪혀 급기야 입학을 포기했다. 교사, 정치인 그리고 활동가였던 김기홍씨는 지난 2월 24일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어서 3월 3일 변희수 전 하사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군인으로 일하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지만, 성소수자 혐오로 뭉쳐진 종교, 정치, 군, 언론 등 한국 사회는 그에게 반인권적 폭력을 가했다. 2020년 한국에서 벌어진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그 사건들의 주인공이 트랜스젠더라는 점이다. 김씨는 젠더 규정을 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다. 변 전 하사는 ‘트랜스여성’이다. 김씨는 영어 대명사로 지칭하자면 ‘그들’(they), 그리고 트랜스여성 A씨와 변 전 하사는 ‘그녀’(she)로 해야 한다. BBC가 “남한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이 주검으로 발견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변 전 하사를 ‘그녀’(she, her)라는 대명사로 지칭한 이유다. 2020년 1월 군은 변 전 하사를 ‘심신장애 3급’으로 분류하고 강제 전역 조치했다. 많은 이들이 트랜스젠더 문제를 성적 지향과 연결하곤 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성적 지향은 별개의 문제다.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범주가 있다. ‘LGB’는 ‘성적 지향’에 관한 범주이고 트랜스젠더는 ‘젠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다. 첫째, ‘비합법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김씨나 변 전 하사가 죽음을 택한 것은 제도적으로 그들을 ‘불법적 존재’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트랜스젠더는 ‘비인간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많은 이는 트랜스젠더를 비정상, 심신장애자 또는 이등 인간으로 취급한다. 셋째, 트랜스젠더의 일상적 삶이 도처에서 왜곡되고 무시되는 경험을 한다.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의 우선적인 정체성은 ‘인간’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똑같이 평범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러한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이 트랜스젠더가 한 인간으로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걸 어렵게 한다. 김씨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절규했던 이유다. 넷째, 일상 세계에서 다층적 폭력과 비극의 경험을 한다. 이러한 측면들은 트랜스젠더 일반이 경험하고 있다. 폭력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열등한 인간, 비정상 인간이라는 혐오의 시선도 폭력이고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배제하고 제명하는 것도 지독한 폭력이다. 김씨는 유서에서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고 절망적인 절규를 한다. S대 입학을 포기했던 트랜스여성 A씨의 입학을 저지했던 사람들은 A씨가 ‘진짜 여성’이 아닌 ‘가짜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가짜 여성인 남성’이기에 여대에서 ‘잠재적 성폭력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A씨가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교육권을 부정했다. 2021년 1월 20일 취임식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및 입대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성적 정체성이 군 복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군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들이 원하면 군인으로 나라에 봉사하는 것은 군대와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3월 10일 유럽의회에서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성소수자는 편협과 차별,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공개하고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결의안이 표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채택됐다. 유럽의회는 EU 27개 회원국 전체를 ‘성소수자 자유지역’으로 선포했다. 2021년 미국과 EU에서 일어난 일은, 트랜스젠더 군인을 중증의 환자 취급하며 강제 전역시켜서 마침내 죽음을 택하게 한 한국 사회와 결정적인 대비를 이룬다. 동일한 2021년을 살고 있지만 한 사회의 인권감수성에 따라서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평등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받기도 하고 ‘불법적 인간’으로 배제되고 차별받기도 한다. 2017년 278명의 한국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40%가 넘는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지구(OECD) 회원국 중 한국 트랜스젠더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결국 이들 성소수자는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라 혐오와 제도적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회·정치적 타살’의 희생자들이다.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바이든의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면 순교라도 하겠다며 청와대 앞에 모여들었던 소위 기독교 지도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모든 기독교인이 백악관 앞에서 혈서를 쓰고 순교까지 하겠다고 시위했어야 마땅한 사건이다. 그런데 한국에 기독교를 전한 미국에서, 백악관 앞에서 이 문제로 시위하는 기독교인은 없었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서 위에 손을 놓고서 선서를 하는 나라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바이든은 1893년부터 바이든 가계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성서를 사용해 취임 선서를 했다. 그가 속한 가톨릭교회는 성소수자 문제와 여성 문제에 매우 보수적인 원칙을 가진 교회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성소수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제도화된 교회의 교리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정통 기독교의 입장이고 가장 성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왜 이제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사회의 많은 교회나 신학대학들이 흑인,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이등 인간으로 취급하던 과거의 신학, 전통, 교리들을 바꾸고 모든 사람들을 평등한 인간으로 보는 입장으로 바뀌게 됐는가. 왜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인정하고 그 ‘평등의 원’을 확장하는 것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됐는가. 그들은 반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또한 21세기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모든 사람이 고귀한 존재’라는 이해를 확장하고 제도화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마지막 글이다. 이 절절한 외침은 바로 인류가 지켜내야 할 기본적인 진리인 ‘트랜스젠더도 시스젠더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아프게 상기시킨다. 그 누구도 ‘불법’인 인간은 없다. 누구나 모두 ‘인간’인 것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남편 성씨로 안 바꾸고 살래” 日 120년 ‘부부동성’ 바뀔까

    “남편 성씨로 안 바꾸고 살래” 日 120년 ‘부부동성’ 바뀔까

    “메이지유신 시대부터 이어져 온 부부동성(同姓) 120여년 만에 바뀔까.” 일본의 대법원인 최고재판소에서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한 ‘부부동성’ 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6년 만에 재심리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부부동성 문제가 다시 일본 정치·사회 분야를 뒤흔들고 있다. 현재 일본 민법 750조는 부부의 성에 대해 결혼하면 남편 혹은 부인의 성을 따르도록 했다. 또 부부 중 한쪽이 사망했을 때 남은 배우자는 결혼 전 성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부부동성의 기원은 메이지유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5년 세금 부과를 위해 귀족만 쓰던 성씨를 농민계층도 쓸 수 있도록 했고, 1898년부터는 서양 법을 참고해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규정했다. 이후 120년 넘게 지켜 왔던 부부동성 규정이 이번 최고재판소의 재심리로 깨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부장적이다” vs “전통 지켜야” 이제는 서양 각국에서도 부부동성을 강제하지 않는 시대에 아시아 국가인 일본이 유독 부부동성을 고수하는 이유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 모두가 같은 성씨를 쓰면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논리가 여전히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다. 부부동성에 찬성하는 여성들은 혼인신고를 하고 남편 성을 쓰게 되면서 진짜 가족이 됐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찬성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 보수층은 자녀의 성씨가 안정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서 부부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많다. 민법에는 남편 혹은 부인의 성을 따른다고 했지만 데릴사위로 가지 않는 이상 부인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인과 외국인이 결혼하게 되면 성을 일치시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아사쿠라 무쓰코 와세다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부부동성으로 아내가 남편 성을 따라가는 경우가 96%”라면서 “아내가 개명의 고통을 더 겪는다”고 했다. 이를테면 부인의 성씨만 바뀌면서 관공서며 은행 등에 바뀐 성씨를 알리는 행정적인 번거로움은 모두 여성의 몫이다. 결혼 뒤 이름을 바꾸면서 커리어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물론 정체성을 잃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에게 유독 사회적 불편함이 몰리는 모습은 일본이 선진국이면서도 성평등 의식이 낮은 국가라는 점을 드러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지난해 발표한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에서 189개국 중 일본은 24위였고, 한국은 11위였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서 153개국 중 일본은 121위로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한국의 순위도 일본보다는 높았지만, 108위로 역시 낮은 편이다.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여성 폄하 논란을 일으켜 사퇴한 모리 요시로 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의 근본적 문제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녀평등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부부별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5년 NHK 여론조사 결과 부부동성을 찬성하는 응답자는 50%였는데, 별성 찬성자(46%)보다 많았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10월 가족법 전문가인 다나무라 마사유키 와세다대 교수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20~50대 남녀 7000명 중 71%는 부부가 동성이든 별성이든 상관없다고 답하며 부부가 다른 성을 써도 된다는 인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015년에는 부부동성 합법 부부동성을 유지할지, 부부별성으로 전환할지 논쟁은 최근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1990년대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돼 20년 가까이 이어진 해묵은 논쟁이다. 법무성은 1996년과 2010년 부부별성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민법개정안을 준비했지만 자민당이 “가족의 일체감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하면서 입법에 실패했다. 이어 2015년 최고재판소가 민법상 부부동성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는 등 법 개정의 문턱은 높았다. 최고재판소는 “부부동성은 일본 사회에 정착된 것으로 가족의 호칭을 통일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다”고 합헌 이유를 밝혔다. 이후 부부별성을 인정해 달라며 여러 차례 소송이 제기됐지만 최고재판소의 2015년 결정을 근거로 관련 소송이 모두 패소했다. ●자민당, 법 개정 시도할까 이런 상황에서 부부별성에 대한 재심리를 앞두고 최고재판소의 인적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89곳은 최고재판소의 여성 재판관 비율을 3분의1로 늘려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최고재판소는 모두 15명의 재판관으로 꾸리는데 현재 여성 재판관은 2명밖에 없다. 이 가운데 남성 재판관 3명과 여성 재판관 1명이 올해 3분기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데 시민단체 요구를 따르려면 4명 모두 여성 재판관으로 채워야 한다. 최고재판소가 부부동성 문제를 규정한 민법 조항에 대해 재심리에 들어갔고 위헌 판결을 내린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논쟁의 결론을 내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지난 10일 선택적 부부별성 문제를 논의하는 팀을 설치한다며 이달 말쯤 첫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정당에서 정책위의장에 해당하는 시모무라 하쿠분 정조회장은 당 내부나 국민들 사이에서도 부부별성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졸속으로 논의하지 않겠다”며 기간을 정해 두지 않고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자민당이 적극적으로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자민당이 부부별성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당내 기반인 보수층의 지지를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민법 개정에 앞서 정부의 제5차 남녀 공동참가 기본계획안에 선택적 부부별성을 포함시키는 것을 놓고 당 내에서 반대 의견이 속출하기도 했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 자민당 내 개혁파에 속하는 의원을 제외한 유력 관계자들이 부부별성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뜨뜻미지근한 입장이라는 점도 부부별성 추진에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법무상이기도 한 모리 마사코 자민당 여성활약추진특별위원장은 지난 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부부별성 문제에 대해) 국민의 논의를 심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세우자”고 제안했지만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한국의 여성가족부 장관에 해당하는 남녀공동참여담당상인 마루카와 다마요 참의원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지난달 부부별성 제도에 반대하는 서한에 다른 자민당 의원들과 함께 서명해 논란을 일으켰다.마루카와는 “서한의 내용에 찬성한 것은 개인의 신념 때문”이라며 현재 부부가 같이 성을 쓰는 것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마루카와는 같은 당 오쓰카 다쿠 중의원과 부부인데 정작 정치 활동을 할 때는 오쓰카라는 성을 쓰는 게 아니라 마루카와라는 성을 쓰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자민당의 태도에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비판했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지난 9일 한 고등학교의 특강에서 부부별성에 대해 “공명당은 일관되게 찬성하고 있다”며 “(부부별성으로 민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유는) 자민당의 일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데 전통적인 가족관에만 집착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탁현민 “이준석군, 文 몰라”에 이준석 “진보 꼰대, 靑 투기 감상이나 해” [이슈픽]

    탁현민 “이준석군, 文 몰라”에 이준석 “진보 꼰대, 靑 투기 감상이나 해” [이슈픽]

    이준석 “탁씨에 화 안 내, 文 참모 민낯 봐 족해”“‘영농 11년’ 해명 못하고 인신공격만 해대” 탁현민 “백신 접종, 대통령 직접 챙길 일이고‘밀짚모자’ 대통령은 文 자신 위한 일”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영농 11년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이준석군’은 대통령의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훈계하자 “탁현민씨”, “진보 꼰대”라고 호칭하며 이제부터 청와대 부동산 투기 감상이나 하라고 되받아쳤다. “진보 꼰대 정권, 결말은 DTD”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과 탁 비서관을 겨냥해 “영농인 11년은 해명 못하고 인신공격만 해대다가 이제 모든 국민에게 각인돼서 끝난 판”이라면서 “대통령의 열성지지자들은 이제 청와대와 정부 내의 부동산 투기를 오늘부터 감상하라”라고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특히 탁 비서관이 학생 등 자신에게 아랫사람을 부르는 말인 ‘이준석군’이란 호칭을 쓴 데 대해 ‘씨’자 호칭을 쓰며 담담하게 반격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탁현민씨가 저에게 이준석군이라고 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분들이 많은데, 무슨 의미인지 이미 다 아시지 않느냐. 놀랄 것도 없다”면서 “화내기를 바란 것 같은데 화 안 낸다. 그냥 대통령께서 어떤 참모들과 같이 일하고 있는지 민낯을 보게 돼 족하다. 물론 어제는 대통령의 민낯도 보았으니 놀랍지는 않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진보 꼰대들의 정권, 그 결말은 DTD겠지요”라고 썼다. DTD는 주로 프로야구에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is Down)라는 의미로 시간이 흐를수록 부진한 결과를 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안 될 사람은 안 된다’는 뜻으로도 통한다.탁현민 “이준석군, 정치하겠단 사람이대통령 일 정돈 아는 게 국민 위해 좋아” 文, 사저 영농 의혹에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준석, 댓글로 “11년 경력 영농인 대통령”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은 전날 “(대통령이) 농사지었다는 것을 안 믿는 이유가, 밀짚모자 쓰고 농사지었다면 탁현민 행정관(비서관)이나 누구나 당연히 홍보에 몇 번 활용하지 않았겠냐”면서 “백신 수송 훈련과 백신 접종 참관도 홍보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청잘알(청와대를 잘 안다)’, ‘탁잘알(탁현민을 잘 안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이 해당 부지의 농지를 취득하고서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문 대통령의 사저 부지 의혹 반박 페이스북 글에 “저도 민망하다. 11년 경력의 영농인 대통령님”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퇴임 후 내려갈 경남 양산 사저 부지에 대한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면서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었다. 앞서 한 언론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매입한 토지에 대한 형질변경 절차가 완료됐다고 보도했다.그러자 탁 비서관은 이에 “아마도 이준석군은 대통령의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면서 “걱정스럽다.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이 이 정도는 아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다”고 응수했다. 탁 비서관은 “백신 접종과 수송 현장 점검은 대통령이 직접 챙길 일이고 밀짚모자 대통령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일로, 전자는 국민을 위한 일이고 후자는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준석군은 2012년 사과 이후로도 바뀌지가 않았다. 반복되는 실수는 세월이 흐르면 삶의 태도가 돼버린다”면서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탁 비서관이 언급한 이 전 최고위원의 2012년 사과란 그가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문 대통령의 목이 베어진 만화를 페이스북에 링크했다가 사과했던 일을 말한다. 앞서 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근신 기간 아니었냐. 좀 쉴 때도, 자중할 때도 있어야지 만날 떠든다”고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최근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이준석 “민주당, 물타기 계속 해봤자 못 마시는 물…‘영농 11년’ 해명이나 해”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김남국 의원, 탁현민씨 등 모두 나서 인신 공격에 훈계까지 시작한다. 정말 아픈가 보다”라면서 “영농경력 11년에 대한 해명은 못 하니 어떻게든 불은 꺼야 될 테니까”라고 조소했다. 또 탁 비서관이 문 대통령의 사저 부지 영농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해명 대신 과거 이 전 최고위원이 과거 문 대통령 참수 만화로 사과한 일을 끄집어 낸 데 대해 “영농 11년에 대한 해명이 그거냐”고 반문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문 대통령께서 과거에 SNS에 올리신 부적절한 일본 영상은 해명이나 됐나. 국민들에게 사과는 했나. 그 영상은 입에 담기도 싫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신 분이 한 SNS라고 믿고 싶지도 않다”면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께서 SNS는 직접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그 일은 무엇이냐. 영농 11년에 더해서 탁현민씨는 한 건 더하고 싶으냐”고 반격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한심하게도, 못 마시는 물에 물타기를 계속 하면 언젠가는 마실 수 있는 물이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라면서 “오염물질을 제거할 생각을 하고 해명을 하라. 물타기로 아무리 사람을 축차투입해봐야 못 마시는 물”이라며 문 대통령의 ‘영농경력 11년’을 거듭 꼬집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단독]미얀마 사태 첫 대응조치 이어 ‘국회 결의안’도 미얀마에 보낸다

    [단독]미얀마 사태 첫 대응조치 이어 ‘국회 결의안’도 미얀마에 보낸다

    국회 통과한 미얀마 쿠데타 규탄 결의안주한 미얀마대사관 경로 통해 전달 예정유엔 사무총장, 아세안 의장국에도 전달정부, 아시아 국가 중 첫 대응조치 발표정부가 군부 쿠데타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미얀마에 대해 첫 대응조치를 취하기로 한 가운데, 쿠데타를 강력 규탄한 국회 결의안도 외교부를 통해 미얀마로 전달된다. 민의를 대표하는 우리 국회의 입장을 직접 미얀마에 밝혀 민주주의 회복을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14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이 이번 주 중으로 주한 미얀마대사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 결의안에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로 규정하고,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무력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당시 본회의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져 거의 만장일치(재석 257명 중 찬성 256명)로 채택됐다. 이 결의안의 경우 ‘받는 사람’(수신처)은 ▲미얀마 외교장관 ▲유엔 사무총장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결의안 통과 후 영어와 미얀마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국회 내에 미얀마어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민간 전문가를 섭외해 번역을 맡기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미얀마 외교수장은 군부가 임명한 인사여서 결의안을 직접 전달할 경우 군정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일본 정부도 미얀마 군정이 외교수장으로 임명한 운나 마웅 르윈을 ‘외교장관’으로 호칭했다가 미얀마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국회 측은 “미얀마 외교장관에서 (수신처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일단 국회는 지난 9일 외교부에 각 수신처로 결의안을 전달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통상 외교부는 국외 이슈가 발생하면 홈페이지에 성명, 논평을 올리는 간접 방식으로 대응을 해 왔다. 지난달 세 차례(2월 2일, 20일, 28일)에 걸쳐 낸 ‘미얀마 국내정세’ 관련 대변인 성명도 국문·영문 홈페이지에 각각 올라와 있다. 그러나 국회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만큼 외교부도 입법부의 입장을 전제로 결의안을 전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얀마 쪽에는 주한 미얀마대사관 경로를 통해 보내고, 아세안 의장은 따로 없기 때문에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고 있는 브루나이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12일 미얀마 측과의 국방·치안 분야 신규 교류와 협력을 중단하고 미얀마에 대한 군용물자 수출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개발협력(ODA) 사업도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아세안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구체적 대응조치를 내놓은 셈이다. 여기에 국회 결의안까지 미얀마와 국제사회에 전달되면 한국 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미얀마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된다. 우리나라가 인권, 민주주의를 명목으로 다른 국가에 이렇게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대응조치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군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가경의 배회의 기술]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가경의 배회의 기술] 당신을 사랑합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뒤늦게 읽었다. 인간의 오감은 물론 무의식까지 통제하는 미래세계를 읽어 나가다가 한 문장 앞에서 숨을 멈추고 말았다. 줄리아가 윈스턴에게 목숨을 걸고 건네준 쪽지 속 한 줄, 당신을 사랑합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맞닥트린 고백 앞에서 나는 주인공처럼 설렘과 불안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총알이 목전까지 날아오는 것 같은 세계에서 그 한 줄은 들꽃이 돼 꽂혔다. 파국을 초래할 위험한 문장, 그러면서도 파국을 구할 최후의 문장 아래 진하게 줄을 그었다. 책 읽기를 마친 뒤 독서광인 친구에게 말하니 그런 대목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묻히는 부분일 거라고 정리를 해 버린다. 그 문장은 나에게는 절실하나 그녀에게는 빗나가 버린 문장이 되고 말았다. 고등학교 시절 두 살 위 언니가 읽는 책을 종종 훔쳐 읽었다. 언니는 그때 운동권 학생이었고 나는 밖으로 도는 학생이었다. 이유도 없이 언니를 어려워했던 나는 나름의 처세를 익히고 있었다. 주로 야밤에 몰래 책장을 넘겼는데, 읽다 보면 사람들이 잘 긋지 않는 이상한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동안의 밑진 감정을 쏟아 내듯 나와 시선이 갈린 그 붉은 줄 위의 문장을 향해 한껏 비웃음을 날리곤 했다. 언니에게는 절실했을 그 문장을 빗나간 문장으로 치부해 버렸다. 거슬러 올라가면 언니는 6년 내내 손이 안 가는 단발머리를 하고 다녔다.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무슨 일이든 성실히 해냈다. 반면 나는 아이들과 어울려 유행가를 부르며 온갖 어른 행세를 하고 다녔다. 나의 그런 기질이 못 미더웠는지 결혼 전까지도 언니의 부단한 간섭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복수하듯 붉은 줄 위에서 느꼈던 은근한 쾌감을 떠올리곤 했다. 그때 난 피해 의식 속에서 키운 그 쾌감 탓에 언니가 다른 세계를 보고 있다는 것을 놓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운동권 학생으로, 생활인으로 열심히 살던 언니는 수행자가 됐고 나는 뒤늦은 나이에 소설가가 됐다. 마음을 터놓을 기회도 없이 ‘언니’ 대신 ‘스님’으로 호칭을 바꾸게 됐다. 살갑게 지내지는 않았어도 언니가 사라진 것 같은 허전함이 한 번씩 찾아왔다. 몇 년 전 스님이 수행을 하다가 편찮으셔서 집에 두세 달 와 계셨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첫 소설집을 내게 돼 슬쩍 방에 넣어 드렸다. 건강을 회복하고 수행처로 가시기 전 스님이 처음으로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너는 참 따뜻한 사람이다. 들꽃 같은 그 말을 오랜 세월 돌고 돌아서 들었다. 소설을 쓰고 있다는 나도 다른 사람의 숨겨진 문장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로 품고 있는 문장이 어긋나더라도 그렇게 만나지거나 무화되는 지점이 있었다. ‘1984’를 다시 펼쳤다. 조지 오웰도 묻혀 버리는 그 흔한 문장을 현실에서 누군가 실천해 주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을까. 밑줄을 보니 여전히 한 줄이 내 마음을 흔든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난리났네, 난리났어, 봄꽃 난리

    난리났네, 난리났어, 봄꽃 난리

    오늘은 24절기 중 세 번째인 경칩이다.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이 있듯 부쩍 올라간 봄 기온이 살갗에 와닿는다. 초목에는 새싹이 돋아나 산천을 푸르게 물들이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생명들의 기지개가 계곡을 생기로 가득 채운다.유난히 잦은 한파와 폭설, 그리고 코로나19로 설 연휴까지 이어진 5인 이상 집합금지로 더 길고 춥게 느껴졌던 올겨울. 봄은 어디쯤 와서 수줍은 걸음을 머뭇거리고 있을까. 새봄이 맨 먼저 당도해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남도를 찾아가 봤다. 3월의 남도는 겨우내 가득했던 무채색의 옷을 벗고 원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광양 구례로 이어진 지역은 저마다 새 옷을 뽐내기라도 하듯 봄 내음을 물씬 풍겼다. 봄의 전령사인 매화꽃이 가지 끝마다 피어나기 시작한 광양 매화마을은 그 이름에 걸맞게 산줄기가 온통 하얗게 물들었다. 포말처럼 넘실거리는 매화 비탈 곳곳에 수줍게 붉은 싹을 틔운 홍매화도 불긋불긋 존재감을 뽐냈다.매화가 봄을 알리면 질투라도 하듯 제빨리 꽃망울을 터뜨린다는 산수유도 구례의 산자락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산수유 마을이라 불리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만큼 노란 기운이 가득한 봄 풍경을 선사했다.동물들도 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지난겨울 초입, 남도의 끝 남해 두모마을에 터를 잡았던 청둥오리는 짧았던 남도 생활을 마치고 한반도를 떠나 다시 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느라 먹이 활동에 열중이었다. 봄 기운에 잠을 깬 무당벌레와 벌들도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의 들꽃 사이를 누비며 꿀을 나르느라 분주하기만 했다.마스크에 갇혀 유독 힘겹고 길었던 지난겨울. 잊지도 않고 그 자리 그대로 또 찾아온 봄이 우리 곁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도심의 그늘이라고 봄의 싹이 움트지 않고 있을 리 없다. 수줍은 봄의 촉수가 지금 우리 발끝에 와닿아 있다. 올해는 우리가 먼저 맨발로 봄의 전령을 마중 가서 기다려 보기로 하자. 봄이 이마까지 잠겨 버리기 전에. 글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1억 주고 ‘개발자 모시기’ 경쟁… 사표 던지며 너도나도 ‘코딩 붐’

    1억 주고 ‘개발자 모시기’ 경쟁… 사표 던지며 너도나도 ‘코딩 붐’

    IT·게임업계 개발자 처우 파격적 개선비대면 기간 길어져 IT 기업 급성장 탓 SBA 무료 교육과정 비전공 신청자 69%선발 경쟁률 16.4대 1… 작년 대비 3배↑#사례1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A(29)씨는 대우가 좋은 정보기술(IT) 회사를 묶어 부르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중 한 곳의 개발자로 지난해부터 근무 중이다. 직업 재교육 학원에 4개월간 대학등록금 한 학기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면서 수업을 듣고, 이후에도 수개월간 개인적으로 취업 준비를 한 끝에 입사했다. A씨는 “개발자 처우가 나날이 좋아지면서 이쪽을 선택한 것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례2 2년 전 일반 기업을 때려 치우고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는 B(33)씨는 “예전에는 앱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르다”면서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해서 ‘만약 이번에 출시하는 앱이 잘 안 되더라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란 ‘믿는 구석’이 생겼다”고 말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개발자 몸값이 연일 치솟고 있다. 넥슨·넷마블·크래프톤·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800만~2000만원에 달하는 파격적 연봉 인상을 약속했으며, 크래프톤과 직방(부동산 업체) 등은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에 맞추는 등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개발자는 파이썬·자바·C언어 등의 개발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짠 뒤 IT 서비스 뒷부분(서버)에서 이뤄지는 데이터나 인공지능(AI)·빅데이터 작업들을 다루고, 이를 웹이나 앱상에서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게임 업계에서는 어떤 게임을 만들지 기획하는 직군, 개발 언어로 코딩을 짜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직군,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배경을 디자인하는 직군 등 ‘기프트’(기획·프로그램·아트)를 모두 개발자라고 부른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탄생시킨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나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대표적인 스타 개발자다. 본사 기준 임직원 4000여명인 네이버와 2600여명인 카카오 모두 인력의 60%가 개발자로 분류될 정도로 IT 업계에서 비중이 높은 주요 직군이다.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일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열풍’으로 IT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연일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임금 면에서 좋아진 데다 출근 시간이 자유롭고, 서로 존중하는 호칭을 사용하는 등 IT 기업 특유의 사내 문화가 젊은 구직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전방위 확장 중인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할 인력은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개발자가 이전보다 많이 보충되고 있지만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인력은 많지 않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개발자 교육생 상당수는 전공자들이 아니다. 이광열 서울산업진흥원(SBA) 교육지원본부장은 “(교육생 중) 비전공자가 6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서울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운영 중인 무료 개발자 교육 과정(‘싹 캠퍼스 2기’) 선발 경쟁률은 16.4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1기 선발 때 6.4대1에서 세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아카데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테크코스’ 등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하는 개발자 과정에도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종호 서울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할 것이기 때문에 개발자는 계속 귀한 몸일 것”이라면서 “여태까지 대학에서는 개발을 하기 위한 기본기나 다소 옛날 정보들을 가르친 측면이 있는데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현장에 맞는 심화 커리큘럼을 개설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나도 초봉 6천 꿈꾼다”…귀해진 개발자 대우에 ‘코딩 열공’ 돌풍

    “나도 초봉 6천 꿈꾼다”…귀해진 개발자 대우에 ‘코딩 열공’ 돌풍

    #사례1.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A(29)씨는 대우가 좋은 정보기술(IT) 회사를 묶어 부르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 중 한 곳의 개발자로 지난해부터 근무 중이다. 직업 재교육 학원에 4개월간 대학등록금 한 학기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면서 수업을 듣고, 이후에도 수개월간 개인적으로 취업 준비를 한 끝에 입사했다. A씨는 “개발자 처우가 나날이 좋아지면서 이쪽을 선택한 것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 소재 한 직장에 다니던 B(33)씨는 2년여 전 회사를 때려치우고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학에선 영어를 전공해 개발 분야는 문외한이었지만 2년여간 스스로 책도 찾아보고 온라인으로 공부도 한 끝에 교육 분야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B씨는 “예전에는 앱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르다”면서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해서 ‘만약 이번에 출시하는 앱이 잘 안 되더라도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을 것’이란 ‘믿는 구석’이 생겼다”고 말했다.3일 업계에 따르면 개발자 몸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개발자 지망생’들이 관련 교육기관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넥슨·넷마블·크래프톤·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800만~2000만원에 달하는 파격적 연봉 인상을 약속했으며, 크래프톤과 직방(부동산 업체) 등은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에 맞추는 등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개발자는 파이썬·자바·C언어 등의 개발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짠 뒤 IT 서비스 뒷부분(서버)에서 이뤄지는 데이터나 인공지능(AI)·빅데이터 작업들을 다루고, 이를 웹이나 앱상에서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게임 업계에서는 어떤 게임을 만들지 기획하는 직군, 개발 언어로 코딩을 짜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직군,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배경을 디자인하는 직군 등 ‘기프트’(기획·프로그램·아트)를 모두 개발자라고 부른다.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탄생시킨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나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대표적인 스타 개발자다. 본사 기준 임직원 4000여명인 네이버와 2600여명인 카카오 모두 인력의 60%가 개발자로 분류될 정도로 IT 업계에서 비중이 높은 주요 직군이다.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일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열풍’으로 IT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연일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임금 면에서 좋아진 데다 출근 시간이 자유롭고, 서로 존중하는 호칭을 사용하는 등 IT 기업 특유의 사내 문화가 젊은 구직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반면 전방위 확장 중인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할 인력은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개발자가 이전보다 많이 보충되고 있지만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인력은 많지 않다고 호소한다. 교육 스타트업 ‘패스트 캠퍼스’ 관계자는 “개발자 인력난을 겪고 있는 몇몇 IT 기업에서는 수강생들이 우리 회사 면접을 보도록 안내해달라며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개발자 교육생 상당수는 전공자들이 아니다. 이광열 서울산업진흥원(SBA) 교육지원본부장은 “(교육생 중) 비전공자가 69%를 차지한다”면서 “20대가 수강생의 72%고, 30대도 21%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울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운영 중인 무료 개발자 교육 과정(‘싹 캠퍼스 2기’) 선발 경쟁률은 16.4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1기 선발 때 6.4대1에서 세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아카데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테크코스’ 등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하는 개발자 과정에도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또한 요즘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등의주요 학원가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은 코딩 사교육을 받는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가 고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 7위(2.9%)에 꼽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종호 서울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할 것이기 때문에 개발자는 계속 귀한 몸일 것”이라면서 “여태까지 대학에서는 개발을 하기 위한 기본기나 다소 옛날 정보들을 가르친 측면이 있는데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현장에 맞는 심화 커리큘럼을 개설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처우는 앞으로 계속 좋아지겠지만 적성에 맞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직장을 때려친 뒤 도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바보 나경원? 기가 차”… 96년생 민주당 최고위원 발끈한 이유

    “바보 나경원? 기가 차”… 96년생 민주당 최고위원 발끈한 이유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스스로를 ‘바보 나경원’이라고 수식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공개 비난하는 발언이 나왔다. 민주당 최연소 지도부인 박성민 최고위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 후보가 스스로를 ‘바보 나경원’으로 일컫는 걸 보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숭고한 정치적 가치가 훼손되는 듯한 불쾌감을 느꼈다”며 “기가 찬다. 나 후보의 뻔뻔함이 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지역감정 타파라는 시대적 정신을 걸고 부산에 출마했고,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신념을 꺾지 않았다. 비주류라는 이유로 온갖 공격과 좌절을 맛보아도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을 보며 시민들이 붙여준 이름이 ‘바보 노무현’이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정치를 돌이켜보면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 후보를 향해 “본인의 정치 인생 동안 무엇을 위해 싸웠느냐”고 물은 박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시절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장외투쟁에서 부적절한 어휘를 사용했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 칭하며 도 넘는 정치공세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강경투쟁을 주도하며 동물국회의 선봉에 섰다”면서 “나 후보에게 남은 건 오직 강경보수의 선봉장이라는 언행뿐”이라고 깎아내렸다.박 최고위원은 “한 역사적 개인의 모든 신념과 가치가 담겨있는 ‘바보’라는 단어가 자격 없는 개인에 의해 오남용 되는 상황에 묵과할 수 없었다”면서 “함부로 바보 정치인이라는 호칭을 스스로에게 부여하지 말라. 함부로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사용하지 말라. 함부로 노 전 대통령의 코스프레를 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나 후보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민 여러분, 바보 나경원의 손을 잡아달라, 꼭 도와달라”며 “원칙과 신념을 지키고, 온갖 음해와 공격에 시달려도 꿋꿋이 버티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말한 바보 나경원이 다시 또 이길 수 있다는 기적을 만들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별명이 학폭 부른다”… 日 초등학교 ‘별명 금지’ 논란

    “별명이 학폭 부른다”… 日 초등학교 ‘별명 금지’ 논란

    일본에 학생들끼리 별명으로 부르는 것을 금지하는 초등학교가 늘어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외모나 성격, 가정형편 등을 놀림거리로 만들어 붙이는 별명들이 집단 따돌림, 폭행 등 학교폭력의 커다란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감 있는 별명까지 사라지면서 학교폭력 예방 효과는 별로 없이 공연히 학창 시절을 삭막하게 만들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28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친구들끼리 별명 호칭을 금지하고 존대하는 말을 쓰도록 교칙을 바꾸는 초등학교들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친한 사이에도 성(姓)에 우리나라의 ‘씨’와 비슷한 개념인 ‘상’을 붙여 부르거나 이름만 부르도록 하고 있다. 이름이 ‘스즈키 다로’일 경우 ‘스즈키상’ 또는 ‘다로’로만 호칭해야 한다. 2013년 ‘학교폭력방지대책추진법’이 발효되면서 시작된 흐름이 최근 가속화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자매를 둔 여성(48·오사카부)은 “학창 시절 친근한 별명이 없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우리 아이들이 원치 않는 별명으로 불릴 위험성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산케이에 말했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론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중심으로 “초등학생의 별명 호칭을 교칙으로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통제”라는 비판이 일면서 한 리서치회사가 남녀 1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8.5%가 ‘(별명 금지에) 찬성’, 27.4%가 ‘반대’라고 답해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54.1%는 입장을 유보했다. 별명 금지 학교는 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교사는 “눈에 띄게 이상한 별명을 쓰는 경우는 사라졌지만, 학내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문부과학성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 초·중·고교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61만 2496건으로 전년보다 13%(6만 8563건)나 증가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놀림, 조롱, 욕설’이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괴롭힘당할 것 등이 두려워 등교를 거부하는 초·중학생도 18만 1272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별명 금지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오히려 별명을 학교폭력 예방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육평론가 오기 나오키 호세이대 명예교수는 “별명을 금지하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불리고 싶은 별명을 제안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이 원하는 별명이 붙는다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코로나 리더십’ 무너진 쿠오모, 이번엔 성희롱

    ‘코로나 리더십’ 무너진 쿠오모, 이번엔 성희롱

    쿠오모 성희롱 고소한 전 보좌관 공개2018년엔 자신에게 입을 맞췄다고도쿠오모측 “사실이라고는 전혀 없다”요양원 사망자수 축소 이어 잇딴 악재지난해 12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자신을 수년간 성희롱했다며 고소했던 전 보좌관이 자신에게 입을 맞춘 사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했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코로나 리더십’으로 지지를 받았던 쿠오모는 이미 요양원 거주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축소 발표한 것이 드러나면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NBC방송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쿠오모 주지사의 특별 고문이자 경제개발 당당 비서로 일한 린제이 보이란 전 보좌관은 미디엄에 “어떤 여성도 주지사나 그 누구에 의해서도 직장내 협박, 괴롭힘, 굴욕을 당한 경험을 숨기도록 강요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한다”고 썼다. 이어 2017년 한 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쿠오모가 “스트립 포커를 치자”는 발언을 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좌석 인근에는 언론보좌관과 주방위군도 있었다고 했다. 또 2018년 쿠오모의 맨해튼 사무실에서 일대일 브리핑을 마친 뒤 문을 나서려는데 그가 자신에게 입을 맞췄다고 썼다. 이어 “두려움은 더 심해졌고, 매일 역겨운 기분으로 출근했다”고 기록했다. 보이란은 같은 해 9월 사임했다. 보이란은 이날 글에서 “쿠오모는 다른 많은 여성들에게 했던 것처럼 내게 성희롱을 하기 위해 주지사의 권력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쿠오모가 ‘남성이 여성을 얻는 건 돈과 권력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보이란은 지난해 12월 쿠오모를 성희롱으로 고소할 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쿠오모 측은 “사실이라곤 전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날 폭로는 쿠오모가 정치 생명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쿠오모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사망자 수에) 공백을 만드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주 보건당국이 요양원 내 사망자를 약 50% 과소집계했다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의 폭로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의 조사가 진행 중으로 ‘코로나의 영웅’이라던 호칭이 무색한 상황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日신임 올림픽조직위장에 女장관…‘강제키스’ 전력 아슬아슬

    日신임 올림픽조직위장에 女장관…‘강제키스’ 전력 아슬아슬

    하시모토 세이코(57) 일본 도쿄올림픽담당상(장관)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난 모리 요시로(84·전 총리)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 회장의 후임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도쿄올림픽조직위 회장 후보 선정 검토위원회가 하시모토를 차기 회장 단일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으며, 본인이 이를 수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시모토가 조직위 회장에 취임하면 겸직금지 규정에 따르 올림픽상에서는 물러나야 한다. 하시모토는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트 1500m에서 3위를 기록해 일본 여성으로서는 빙속 부문에서 처음 올림픽 메달을 땄던 인물이다. 하계올림픽에도 사이클 종목으로 3차례 출전했다. 1995년 참의원으로 처음 당선돼 현재 5선을 기록 중이며 2019년 9월부터 올림픽상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하시모토의 회장 추천과 관련해 큰 논란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성추행 이력이다. 일본스케이트연맹 회장으로 있던 2014년 피겨스케이트 선수 다카하시 다이스케에게 무리하게 키스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실상의 성폭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하시모토의 회장 추천 소식에 트위터 등에는 “여성 차별과 비하로 물러난 전임자의 후임으로 성희롱 전력이 있는 사람을 앉히는 것은 극히 비정상”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시모토가 자민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출신인 모리 전 회장을 ‘아버지’로 호칭했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모리 전 회장이 앞으로도 하시모토를 통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역량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자민당 안에서는 “다른 여성 정치인들보다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스타일이라는 점 때문에 스가 총리 등 정권 상층부에서 하시모토를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리설주 13개월 만의 외출… ‘프레지던트 김정은’ 방역 자신감

    리설주 13개월 만의 외출… ‘프레지던트 김정은’ 방역 자신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약 1년 1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16일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맞아 리 여사와 함께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17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극장 관람석에 나오셨다”고 전하며,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웃으며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을 여러 장 실었다. 리 여사는 짙은 남색 계열의 재킷을 입고 왼쪽 가슴에 브로치를 장식한 모습이었는데, 옅은 화장 때문인지 다소 수척해 보였다. 리 여사는 지난해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 명절 기념공연 관람 이후 두문불출해 임신, 불화 등 갖가지 추측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리 여사와 관련해 “특이 동향은 없으며 아이들과 잘 놀고 있다”며 “코로나 방역 때문에 공개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리 여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전날 ‘광명성절’의 행사 역시 지난해 규모를 대폭 축소했던 것과 달리 경축공연과 사진전, 상·훈장 수여식 등을 재개하며 평년 수준의 규모로 행사를 진행했다. 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은 “리설주의 등장은 그동안 당대회, 전원회의에서 보여 준 엄격한 모습에서 벗어나 주민들에게 따뜻함이나 위로를 나타내는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 김 위원장의 영문 직책명을 ‘체어맨’(chairman)에서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바꿨는데, 대통령 등 국가 수반을 지칭할 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보도하면서 직책을 ‘president of the State Affairs’라고 영문 번역했다. 한국어로는 똑같은 ‘국무위원장’이지만 지난해까지는 ‘의장·위원장’이라는 뜻의 체어맨을 썼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도 생전 영문 호칭에 프레지던트를 사용했으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이를 쓰고 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이나 주석을 호칭할 땐 ‘President Kim’ 식으로 첫 글자를 대문자로 해 프레지던트를 단독으로 쓰는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노동당 총비서 직함을 먼저 쓰고 뒤에 국무위원장으로 표기하고 있어 대통령이나 주석 호칭과는 차이가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김진애, 與후보 겨냥 “‘박영선 누나’라니 ‘박근혜 누나’ 연상”

    김진애, 與후보 겨냥 “‘박영선 누나’라니 ‘박근혜 누나’ 연상”

    김진애 “박영선 벌써 승리감 도취됐나”열린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인 김진애 의원이 별다른 이슈 없이 밋밋하게 진행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경쟁 구도를 꼬집었다. 김 예비후보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영선-우상호 경선이 너무 밋밋한 건 사실”이라며 “정체성-도덕성-리더십-공약 검증이 전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 경선이 치열해야 본 선거 경쟁력이 올라가는데, 우려된다”며 “우쭈쭈 받쳐지는 후보 거품‘은 언제 푹 꺼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김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박영선 예비후보에게 ’박영선 누나‘라고 호칭했던 것을 두고 날을 세웠다. 김 예비후보는 “’박영선 누나‘라니 ’박근혜 누나‘가 연상된다”고 비판했다. 우 예비후보와 박 예비후보는 지난달 24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함께 서울 남대문시장 민생탐방을 떠났을 때 서로를 ’누나‘, ’동생‘으로 부르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다만, 김 예비후보는 “’언니‘ 호칭은 좋다. 남성들도 서로 언니라 부른 전통이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김 예비후보는 박 예비후보에 대한 검증이 없다는 것도 지적하는 동시에 우 예비후보의 ’후보 양보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혹시 박영선 후보는 벌써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는가”라면서 “혹시 우상호 후보는 벌써 양보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김 예비후보의 지적처럼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네거티브는 차치하더라도 두 후보가 서로의 정책에 대한 평가조차 자제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박 예비후보 30%, 우 예비후보 9.8%, 김 예비후보 2.1%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유무선 전화면접조사로 서울 유권자 800명의 응답을 얻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5%p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여기는 남미] “성 소수자에 취업 및 화장실 선택권 보장” 브라질 입법 추진

    [여기는 남미] “성 소수자에 취업 및 화장실 선택권 보장” 브라질 입법 추진

    트랜스젠더의 민간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제도의 도입이 브라질에서 추진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노동자당 출신인 브라질 하원의원 알레산드르 파질랴는 최근 민간기업에 트랜스젠더의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파질랴 의원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로 나오는 트랜스젠더가 취업을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다"면서 법안을 냈다. 그의 법안이 수정 없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브라질에서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거나 정부조달 계약을 맺는 기업 중 종업원이 100명 이상인 기업은 트랜스젠더를 의무 고용해야 한다. 법안은 트랜스젠더 고용 비율을 전체의 최소 3%로 규정했다. 종업원 100명이라면 적어도 3명은 트랜스젠더이어야 한다. 이렇게 고용된 트랜스젠더에겐 특수성을 고려한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우선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원하는 이름으로 호칭될 권리를 보장받는다. 남자에서 여자로 성을 전환했지만 아직 법률상 남자이름을 갖고 있는 경우 트랜스젠더 종업원은 법률적 남자이름이 아니라 자시인 선택한 여자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화장실 선택권도 보장된다. 기업은 남자에서 여자가 된 트랜스젠더에게 여자화장실 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 파질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근절하고 트랜스젠더에게 반복되는 불행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법 제정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트랜스젠더는 어릴 때 집에서 쫓겨난다"면서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사회로 나오는 트랜스젠더 대부분은 섹스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안에 대해 브라질 성소수자(LGBT)협회는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브라질 LGBT협회장 심미 라라트는 "브라질의 성소수자 수를 볼 때 트랜스젠더를 위해 3% 쿼터는 최소한의 일자리 보장 장치"라면서 "보수 쪽의 반대가 극심하겠지만 투쟁을 통해 반드시 법률 제정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이경우의 언파만파] 재중동포와 조선족

    [이경우의 언파만파] 재중동포와 조선족

    ‘동포’(同胞)가 본래 가진 의미는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다. 한마디로 ‘한 핏줄’이라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동포란 말에는 애틋하거나 다정한 감정이 들어간다. 의미가 넓어졌어도 이런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외교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기준 재외동포는 749만 3000명이다. 중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 가운데 미국에 사는 동포가 가장 많아 254만 7000명이다. 다음이 중국으로 246만 1000명, 이어 일본이 82만 5000명이다. 재외동포 가운데 78% 정도가 이 나라들에 산다. 이들은 다정한 우리의 동포들로 불린다. 미국에 사는 이들은 ‘재미동포’, 중국에 사는 이들은 ‘재중동포’, 일본에 사는 이들은 ‘재일동포’가 된다. 애틋한 마음이 더하면 ‘동포’ 대신 ‘재미교포’, ‘재중교포’, ‘재일교포’라고도 한다. 그쪽 나라 국적을 가졌더라도 모두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친근감을 더한다. ‘나라’보다 ‘민족’에 무게중심을 놓으며 그들을 당기고 대접한다. 그렇지만 재중동포는 조금 다르다. 재중동포들은 중국에서 ‘조선족’으로 불린다. 중국에 있는 56개의 민족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이들의 후손이다. 북한에서 ‘한민족’을 ‘조선족’이라고 하듯이 그들에게도 ‘조선족’이란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한데 우리도 일부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같은 민족인데 다른 관계인 것처럼 호칭하는 것이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의 수교 이후 수많은 재중동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미ㆍ재일 동포들과 달리 그 전에는 만나지 못했었다. 더 관심의 대상이 됐다. 한데 특이하게 재중동포들은 중국에서 쓰던 ‘조선족’이라는 이름표를 달기도 했다. 한쪽에서 그대로 조선족이라는 호칭이 쓰이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대로 불린다. 습관이라기보다 재미동포나 재일동포와 다른 시각으로 대하는 것이다. 차별이란 의식이 들어 있다. 중국에서는 단지 하나의 민족 이름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름이다. 우리에게는 조선족이 아니라 재중동포이거나 중국동포들이다. 중국에서 ‘조선족’ 대신 ‘한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미국이나 일본의 동포들에게처럼 일찍부터 모두 재중동포라고 했을 수도 있었겠다. 남북 분단과 달라진 언어가 준 영향도 있을 듯하다. wlee@seoul.co.kr
  • 6개 구단에 ‘엄마 마음’ 전주원 감독 “다들 안 다쳤으면 좋겠네요”

    6개 구단에 ‘엄마 마음’ 전주원 감독 “다들 안 다쳤으면 좋겠네요”

    “선수들이 다치면 정말 가슴이 철렁할 것 같아요. 다들 다치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네요.”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가 6개 구단 선수들에게 안전한 시즌을 당부했다.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으로서 여자농구 선수 전체에 ‘엄마 마음’이 된 까닭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27일 전 코치와 이미선 삼성생명 코치를 국가대표 감독 및 코치로 선임했다.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 사상 국내 여성 지도자가 탄생한 것은 최초다. 지도자 콤비로 발탁된 다음날인 28일 공교롭게도 두 코치가 속한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맞대결이 열렸다. 전 코치는 28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굉장히 중요한 자리인 만큼 부담감과 책임감을 다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남겼다. 이 코치는 “걱정도 되지만 잘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부터 절친했던 사이인 만큼 마음이 잘 통하는 것은 장점이다. 서로를 향한 호칭도 ‘미선이’, ‘주원 언니’로 일반적인 감독과 코치 그 이상의 관계를 자랑한다. 전 코치는 “이 코치가 대표팀 경력도 많았고 은퇴 후에도 코치를 하고 있어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갖춰가는 부분이 도움될 것 같아서 같이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주원 언니라서 두말없이 OK했다.여자농구를 주름잡았던 두 전설이 뭉친 만큼 기대감도 크다. 무엇보다 선수로서 올림픽을 경험했다는 점은 큰 무기다. 전 코치는 “태극마크는 언제 달아도 감동적이고 벅차다”면서 “우리 경험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얘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선수에서 코치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는 게 큰 영광”이라며 “책임감도 동반되는 것 같다”고 했다. 두 지도자가 가는 길은 누구도 밟아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 스포츠계 전체에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동안 종목을 불문하고 국가대표급 지도자는 늘 남성 지도자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3년 전부터 대표팀 감독을 꼭 남자가 해야 하나 싶었다”면서 “외국을 보면 여자 감독도 많은데 우리도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계속 얘기했다. 이번에 바뀐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은 만큼 실패의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전 코치는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어려운 상황에 가는 거라 누구는 독이 든 성배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딪치고 깨져야 하는 자리다. 누군가가 깨져야 한다면 우리가 깨지겠다. 우리로 인해 여성 지도자의 길이 좌절되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려 한다. 많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아산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33살 나이차…36살 생일 맞은 태국 국왕 ‘배우자’ 생일 행사

    33살 나이차…36살 생일 맞은 태국 국왕 ‘배우자’ 생일 행사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26일(현지시간) ‘배우자’ 시니낫 웡와치라파크의 생일을 맞아 수도 방콕의 와수크리 부두에서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이날 와치랄롱꼰 국왕은 배우자의 생일을 기념해 차오프라야강에 물고기를 방생했다. 앞서 와치랄롱꼰 국왕은 지난 2019년 7월 시니낫에게 왕실 역사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왕의 배우자라는 호칭을 부여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와치랄롱꼰 국왕은 배우자인 시니낫에 대해 왕실은 물론 군(軍) 지위까지 모두 박탈했다. 왕실은 당시 성명을 통해 시니낫이 조신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국왕에게 불충실했다고 지위 박탈 이유를 설명했다. 왕실은 “은혜를 모르고 지위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며 “시니낫은 자신에게 수여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왕비 지위까지 오르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왕실의 훌륭한 전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왕과 왕비에 복종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후 지난해 9월 와치랄롱꼰 국왕은 ‘배우자’ 웡와치라파크의 지위 회복을 지시해 왕실 및 군 지위를 회복하도록 했다. 왕실 육군간호대학을 졸업한 시니낫은 조종사 교육을 받은 뒤 왕실 근위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9년 5월에 왕실 근위대 소장으로 진급했다. 한편 1985년생인 시니낫은 올해 36살 생일을 맞았으며, 1952년생인 태국 국왕과는 33살의 나이 차이가 난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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