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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회창씨 검찰출두/출두표정·검찰 반응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15일 오전 10시35분쯤부터 오후 7시10분쯤까지 9시간여 동안 조사받고 귀가했다.전직 야당 총재가 자진출두 형식으로 조사받은 것은 처음이다. ●한나라 “사법처리까지 염두둔것 같다” 이 전 총재는 출두 및 귀가 때 미리 기다리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당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짐짓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표정이 상당히 굳어졌다.한나라당 당직자들은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이회창 전)총재께서 사법처리까지 염두에 두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귀가할 때 오랜 시간 조사를 받아서 그런지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다.혐의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거나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짧게 대답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조사에 앞서 대검 7층 안대희 중수부장 방에 들러 5분 동안 차를 함께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이 전 총재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관련자들은 선처해달라.”고 요청했고 안 중수부장은 “(총재님이)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전 총재는 곧 11층 1113호 특별조사실로 이동했다.유재만 중수2과장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이 전 총재는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한나라당 소속 변호인단을 접견한 뒤 미역국으로 간단히 점심을 들었다.아직은 참고인이어서 검찰 관계자들은 ‘총재님’으로 호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 전 총재의 전격 출두에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송광수 검찰총장은 이 전 총재의 기자회견을 보고 회의를 소집,대책을 숙의했다.검찰은 그러나 일단 나온 이상 조사 준비가 덜 됐더라도 조사를 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安중수부장에 “관련자 선처” 요청 문효남 대검 기획관은 “이 전 총재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사팀은 이 전 총재가 전모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이 전 총재는 검찰에 들어올 때는 항의받고 나갈 때는 환대받는 이색 경험을 했다. 출두 때는 대검청사 정문에서 민주노동당 빈민위원회 소속 당원들로부터 제지당했다.이들은 LG 150억원 수수 당시 쓰였던 탑차를 동원,100억원이라 적힌 사과상자를 전달하려 하는 등 항의시위를 벌였다.반면 나갈 때는 ‘창사랑’ 회원 수십명이 나서서 ‘대통령 이회창’ 등의 구호를 외쳤다.한 노인은 이 전 총재에게 큰절을 올리겠다고 나서기도 했다.그러나 100억원 사과상자 전달도,큰절도 이 전 총재 측근들의 제지로 성공하지 못했다. 홍지민기자 icarus@
  • 임금피크제 고령화사회 대안 될까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1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었다.그러나 지난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결과 인건비를 절감,60명을 더 늘려 160명을 새로 채용했다.임금피크제가 고용창출을 낳은 것이다. 이 회사는 1명의 직원을 명예퇴직시킬 경우 정상퇴직금,특별퇴직금,퇴직금 적립에 따른 금융비용,재취업보수 등 1억 2100만원의 비용을 쓴다.명퇴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3년간 1억 7400만원의 인건비가 들어가 5300만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해당자가 3년간 회사를 위해 2억 8000만원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명퇴 대신 임금피크제를 운용하면 1인당 2억 2700만원의 이득을 얻는 셈이 된다.근로자로서는 ‘불명예’스럽게 명퇴당하지 않고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데다 명퇴할 때보다 5300만원의 수입이 더 생긴다.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노동력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고용 유연성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임금피크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금피크제란 일본 및 우리나라처럼 연공서열제아래서 고령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해주는 대신 정년 전에 일정 연령부터 생산성이 떨어진 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노동력의 고령화 및 부작용 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종업원 1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노동부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연령은 36.7세이다.1980년의 28.8세에 비해 무려 7.9세나 높아졌다.근로자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특히 73년 창사 이래 이렇다 할 인원감축을 한번도 하지 않은 현대중공업의 정규직 평균 연령은 44.5세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공급제를 계속해서 운영하면 기업은 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퇴직금 부담도 만만찮다.결국 기업은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지 않을 수 없다.따라서 대안으로 임금피크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임금피크제,어떤 것들이 있나?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임금피크제 도입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통해 임금피크제의 유형으로 ▲정년고용보장형 ▲고용연장형 등 두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정년고용보장형은 각 기업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정년연령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정년 전 일정연령부터 임금을 조정하게 된다.김 연구위원은 “정년고용보장형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모델”이라면서 “신용보증기금이 도입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고용연장형은 정년까지 일한 뒤 고용을 연장해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현재 일본이 택하고 있다.일본의 경우 1998년 고령자고용안정법에 의해 정년 60세가 의무화돼 있다.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정년이 법으로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정년고용보장형이 알맞다. 문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후의 임금 삭감률이다.노사가 합의해야 할 사항이지만 정년을 보장하고 나서 임금을 지나치게 삭감할 경우 노조나 근로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게 뻔하다.노동계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다. 예상되는 문제점도 많다.퇴직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퇴직금 산정기준은 퇴직 직전 3개월간의 평균임금이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후 퇴직할 경우 줄어든 임금만큼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다.따라서 퇴직금 중간정산제가 필요하다. 노동부 임무송 임금정책과장은 “임금피크제는 노동력 고령화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외국의 선진 사례를 연구,좋은 방안을 제시할 뿐이며 어디까지나 개별 사업장이 노사 합의를 거쳐서 채택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7월부터 시행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연공서열제이되 1970년대부터 임금피크제를 운영했다.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임금피크제를 논의,지난 7월 신용보증기금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후 대한전선이 1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도 9월 노사합의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또 대우조선,부산항만공사,산업은행,국민은행 등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사간에 논의중이다. 신용보증기금 인사부 김흥문 부부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노사가 1년 동안 논의해왔다.”면서 “고용불안 해소에 따른 사기진작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이 많다.”고 말했다.김용수 기자 dragon@ ■임금피크제 성공사례 신용보증기금이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에 대해 근로자들은 대부분 흐뭇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정년은 만 58세.회사측은 외환관리체제 이후 경영난 타개를 위해 명예퇴직제를 도입했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삼아 직원들의 사기저하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조직과 구성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사·급여제도를 갖게 됐다. 노사합의를 통해 만 55세가 되면 일반직에서 별정직으로 보직을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했다.임금피크제 해당자는 업무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채권추심,소송수행업무,컨설팅,신용조사감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임금은 1차연도에는 75%,2차연도에는 55%,3차연도에는 35%를 지급하고 있다. 올해에는 10명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내년에는 17명이 대기하고 있다.임금피크제 해당자는 퇴직금을 중간정산받았으며 복리후생 및 신분이나 호칭 등 처우도 임금피크제 시행 전과 똑같다. 남상종(41) 노조위원장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퇴출하는 것보다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하면 사회와 기업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찬 - 명퇴는 인건비 절감되지만 장기적 고용불안 증대시켜 김정한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회의 고령화’가 급진전되고 있다.그러나 근로자 300명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정년 연령은 56.6세로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인 60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그럼에도 30대도 명예퇴직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조기퇴직이 평생직업의 시대에 무작정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하기는 어렵지만,노후생활보장제도와 고용인프라의 미흡성 등을 고려할 때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고령화의 진전에 대해 기업에서는 주로 인원정리와 연봉제 도입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인원정리는 단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종업원의 고용불안 증대와 사기저하로 기업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성과주의로의 전환 또한 인사고과 등의 문제로 모든 산업과 직종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이에 따라 일부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주목받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산업현장에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퇴직금 지급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만 노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한 연령에 상관없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고령화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다.고령화사회는 청년사회에 비해 고용방식,임금제도,노사정의 태도 등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질 때 고령화사회로 인한 각종 폐해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반 - 합법적 임금삭감 악용 우려 사회 보장등 근본책 세워야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임금피크제는 당초 재계가 주장해왔던 것을 2002년 한나라당이 대선공약으로 받아들여 관심을 모았다.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고령자의 고용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고령자의 고용보장보다는 임금삭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이가 들수록 자녀 학비와 혼수비,의료비,노후준비 등 돈 들어갈 데는 많은데 사회보장 수준은 볼품없어 한숨만 늘어나는 게 50대 이후 연령의 한국 노동자가 처한 현주소다.그런데 오히려 임금을 깎겠다니 불만이 높아지는 것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임금은 40대 후반에 ‘피크’를 이루다 50대에 들어서면 급격히 낮아진다.임금을 깎는 새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이미 50대부터는 그 이전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반강제로 조기퇴직 및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비정규직의 채용을 확대한 결과다.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한 차례 더 임금삭감의 빌미를 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사업장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노사 합의를 통해 정리해고 회피 수단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는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그 사업장의 특수한 조건에 따른 것이며,이 과정에서 노사합의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것을 무시하고 제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중장년층에 대한 일자리 정책은 임금피크제가 아니라 이들에 대한 안정적인 임금 및 고용보장,사회보장의 확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 [열린세상] 파라치 없는 사회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이 있다.믿었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고 적으로 돌아선 예는 얼마든지 있다.최근에 한 운전기사가 택시회사 회장을 납치한 사건,현직 중학교 교장이 비위사실 징계에 앙심을 품고 상급자를 무고한 일,굿시티 분양사기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전직경찰관이 “나혼자 죽을 수 없다.”면서 동료를 협박한 물귀신 작전이 오늘의 인심을 그대로 반영해준다.이웃이 이웃을 관청에 고발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던 회사의 비리를 돈 때문에 팔아먹기도 한다.각박해지는 세태의 변화는 숨이 가빠서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한동안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고발하는 카파라치가 유행하더니 이제는 자파라치 노파라치 팜파라치 담파라치 쓰파라치 주파라치 등 별의별 파라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무허가 자판기,무허가 노래방,담배꽁초,쓰레기투기,유통기간이 지난 식품 등 생활 곳곳에 파고들어 기초질서 세우기에 앞장서는 사람들이다.앞으로 대선과 총선 등 4대 선거에서 후보자 쪽에서 받은 금품을 신고하면 5000만원을 주는 ‘선거 파파라치’도 등장하리라고 예고된다.‘포상금 파파라치’를 위한 사이트는 관련법률과 포상내역,신고양식을 상세히 소개하고 1건당 10만원에서 1억원 이상 등 보통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고수익 포상제도도 있다고 부추긴다.하루 한두건만 해도 웬만한 봉급자와 맞먹는 수입이고 보면 너도나도 파파라치를 지망하는 사태를 빚게 될지 모른다.따라서 건수를 올리기 위한 경쟁심과 함께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초래될 수도 있다.이미 한 시민단체가 손해보험협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카파라치를 고용해서 교통사고 적발건수를 늘렸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산 바 있다. 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비리와 불법이 도사린다.분통이 터질 일,억울하고 분한 일들이 널릴 대로 널려있다.그래서 고발할 일도 많고 시비걸 일도 많다.파라치 등장은 관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한 데까지 일일이 감시하여 부당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최선책의 하나다.그런 역할은 어느 사회나 필요하다.고발하고 신고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질서도 잡히고 법도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요소가 싸우고 고발하는 일외엔 다른 도리가 없느냐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고발정신은 시민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면서 부당한 것에 대한 완강한 제재라는 측면에서 이를 반대할 까닭은 없다.그러나 무조건적인 고발정신이 인간과 인간,이웃과 이웃의 와해로 치닫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걸핏하면 고발하고 찌르는 이웃이 이웃일 수 없고 나를 음해하는 동료가 동료일 수 없다.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한 채 신고자와 고발당한 자가 되다 보니 자신에게 월급을 주는 고용주를 납치하고 상급자를 무고하는 막가는 인심불감증이 속출하게 된 것이다.요즘은 아파트 투기풍조로 한 동네에 오래 정착하는 주민이 드문 만큼 이웃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여기에다 고발이라는 매개체까지 등장해서 세상인심을 더욱 사납게 부채질하는 꼴이다. 질서도 좋고 청결도 좋지만 개인이 개인을 적발하는 파라치 방법은 어딘지 무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더구나 파파라치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찍은 사진들을 달러와 흥정에 부치던 황색 저널리즘의 주구(走狗)로 알려진 명칭이다.불법 위반을 바로잡는 일이 남의 사생활이나 물고늘어지는 파파라치로 표현되는 것이 마땅한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인상을 씻기위해선 정의로운 자율감시단 또는 정식 감시기구를 편성해서 적정한 월급체제로 정당하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리고 어딘가 숨어서 남의 위반을 적발하기 전에 먼저 불법행위를 지적해서 경고하고 계몽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환경지킴이,식품지킴이,건강지킴이로 호칭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다. 따뜻한 인심과 온정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노숙자가 늘어난다는 소리도 들린다.인간이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이웃과 이웃간의 우정,신뢰와 의리 등 인정주의가 탄탄해져야만 사회의 기초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세 기 영상등급위원회 위원 前대한매일 논설위원
  • 나으리 궁중요리 드시며 ‘무협게임’ 어떻소?/ ‘사극 열풍’ 인터넷 달군다

    사극 열풍이 인터넷에서도 거세다.조선시대에 사용하던 ‘하오체’가 네티즌들의 온라인 언어로 뜨고 있다.과거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 온라인게임도 덩달아 인기다.궁중 음식도 폭넓은 사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다모’,‘대장금’ 등 드라마와 영화 ‘스캔들’,‘황산벌’ 등 역사를 배경으로 한 영상물의 대중적인 성공에 힘입은 현상이다.특히 궁중 이야기를 다룬 ‘대장금’이 내년 3월까지 방영될 예정인데다 ‘천년호’,‘낭만자객’ 등 사극 영화들이 올해 말 일제히 개봉을 준비하고 있어 ‘온라인 사극 바람’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빨리 답글을 달아주시오.” 지금껏 온라인 언어는 일반인들이 알아보기도 어려운 ‘통신어’와 ‘외계어’가 주류였다.그러나 ‘다모 폐인’이라는 용어를 만든 다모와 스캔들 등 사극에 나오는 ‘하오체’가 자리를 넘보고 있다. 네티즌들은 ‘간밤에 그리도 아팠느냐.’,‘너는 그러지 말아라.’ 등 사극의 대사를 메신저의 대화명으로 사용하고 있다.인터넷 게시판에는 “오늘 술이 과했으니빨리 리플(답글)을 달아주시오.”,“양반이 있는데 어디 감히 상것이 말을 섞느냐.”는 등의 복고풍 제목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 인터넷 채팅에서 하오체가 쓰이는 것은 기본이다.‘마님’,‘소인’,‘나으리’,‘낭자’ 등의 호칭도 심심찮게 쓰인다. ●무협 온라인게임도 상한가 최근 등장한 ‘운 온라인’,‘열혈강호’ 등 무협 온라인게임도 인터넷의 복고풍 현상에 따라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동토의 여명’,‘거상’ 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까지 출시되고 있다. 이들 게임은 온라인게임의 지존인 ‘리니지 2’가 건재함에도 불구,나름대로 틈새시장을 조성해 선전하고 있다.중세 배경의 팬터지 온라인게임이 죽을 쑤는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동토의 여명은 조선 최정예 무사인 ‘별시위’의 일원으로 일본 적장을 암살하는 내용을 기본 틀로 삼고 있다. ‘거상’은 16세기 조선시대 대상인들의 교역과 파란만장한 삶을 주제로 하는 온라인 게임이다.최고 동시접속자만 4만5000명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운’은무협장르답게 영화 ‘와호장룡’처럼 캐릭터들이 공중으로 떠오른 뒤 경공 등 화려한 동양 무술을 펼친다. ●궁중요리 상품도 선봬 온리안 쇼핑몰들도 궁중요리 상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H몰(www.Hmall.com)은 다음달 초 궁중요리 전문가와 공동으로 매일 한가지씩 30여종의 궁중요리 재료 및 조리방법을 홈페이지에 올리는데다 방문횟수별로 궁중요리 시식권 등을 증정하는 ‘대장금 이벤트’도 연다.CJ몰(www.cjmall.co.kr)도 궁중 육포,궁중 강정,궁중 떡 등 다양한 궁중요리 상품을 준비했다. 디지털카메라사진 동호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m)에도 궁중떡볶이,떡갈비 등 ’대장금’에 나왔던 궁중 음식을 중심으로 한식 사진을 띄우고 있다.지난 9월 이후 하루 40여건으로 ‘대장금’ 상영 이전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사이버문화연구소 김양은 소장은 “온라인 문화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해서 생겨나는 만큼,최근 온라인의 ‘사극 열풍’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전통 양식이 새로운 문화적 조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영상물의 공급뿐 아니라 전통에 대한 양·질적인 인식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
  • 佛 포도주 심장보호 효과 세계최초로 밝혀 “다음 목표는 우리생약의 효능”/프렌치 패러독스 규명 옥민호 박사

    |그르노블(프랑스) 함혜리특파원|“우리 전통 생약의 세계화를 위해선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검증이 필수적입니다.포도주의 심장 보호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힌 연구 방식과 과정을 우리의 전통적인 생약 연구에 접목시킬 계획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프랑스 패러독스’라고 불리는 프랑스산 포도주의 심장 보호 효과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논문으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루이 파스퇴르 대학 약학대학에서 지난달 초 박사 학위를 취득한 옥민호 박사(29). ●지난달 루이 파스퇴르대서 학위 취득 그르노블에서 열린 재불 한국과학기술자협회 27차 총회(10월24∼26일)에 참석,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자신의 연구 내용을 소개한 그는 “지금까지 우리 생약의 효능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제로 개발할 수 없었다.”면서 “포도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우리 생약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아직 박사라는 호칭이 어색할 정도의 새내기 박사이지만 그의 이름은 이미 심장및 혈관 계통의 국제학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그가 학위 취득을 위해 쓴 논문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덕분이다.그의 연구는 포도주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경우 육류 및 지방분 섭취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 사망률이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현상(프렌치 패러독스)이 왜,어떻게 일어나는지의 메커니즘을 밝힌 것. 지난 6월 미국 심장학회지(Arteriosclerosis,Thermbosis and Vascular Biology)에 게재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7월에는 프랑스 클리닉 전문지에도 소개됐다.이후 유럽 및 미국 등 세계 각지의 관련 연구소로부터 자료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서 시시각각 발표되는 수천편의 심장·혈관계통의 연구논문 가운데 조회 수에서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는 그의 논문은 올 연말 발간되는 국제영양학회지의 초청 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5년마다 한번씩 초청 논문들만 수록한 책이 발간된다. “제 연구 결과가 이렇게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학자로서 큰 영광입니다.하지만 결국 프랑스포도주가 좋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지요.저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학자들이 인정하는 과학적인 방식으로 우리 생약의 효능을 밝혀내는 것입니다.” 전남대 약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생약의 알레르기 진정 효과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받고 벤처 제약회사인 양지화학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간 그는 루이 파스퇴르대학과의 공동연구 수행을 위해 지난 2000년 가을 프랑스에 유학하게 됐다. ●술 못마시면서 밤낮없이 포도주와 씨름 공동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지도교수가 제시한 연구 주제들 가운데 포도주의 심장질환 억제 효과에 대한 연구를 주저없이 선택했다.포도주에서 추출된 폴리페놀 성분이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 그 메커니즘을 알아내면 다른 생약 성분의 효과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프렌치 패러독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그 결과 사람들은 포도주를 즐겨 마시는 프랑스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주시했으며 과학적으로는 포도주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제 역할을 하면서 발암이나 노화에 관여하는 생체 내 산화지방을 제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해왔지요.하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않아 실제 치료에 적용하거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프랑스어도 잘 못하는 데다 심장질환이나 혈관 등은 전혀 생소한 분야였지만 모두 배워가면서 연구한다는 자세로 도전했다. 더욱이 그는 사실 술 한잔만 해도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술에 약하고 포도주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다.그가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밀을 풀기 위해 포도주와 밤낮없이 씨름하는 것을 두고 주변에서는 ‘민호 패러독스’라고 놀릴 정도였다. ●“이왕이면 적포도주 드세요” 생약 연구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지도교수 발레리 슈키니케르트 박사의 지도를 받아가며 포도주 추출물이 혈관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폴리페놀이 신생혈관의 생성을 저해하는 현상을 발견했다.이를 기초로 혈관이 생성되는 과정 중 어느 곳에 작용하는지를 검토하기 시작했으며,최종적으로 혈관 내 근육세포에 존재하는 성장인자 ‘VEGF’와 상호 연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VEGF는 암이나 동맥경화 시에 발생한 초기 세포덩어리가 성장을 위한 영양소 등을 공급받으려고 새로운 혈관을 생성할 때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단백질이다. “‘프렌치 패러독스’란 결과적으로 포도주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혈관 내 근육세포에서 VEGF의 발현과 분비를 막아 신생혈관의 형성을 억제하고,혈관 내에 쌓이는 노폐물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인산화를 저해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소개한 옥 박사는 “폴리페놀은 백포도주보다 적포도주에 월등히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적포도주를 마실 것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자국산 포도주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으며,유명 포도주를 생산하는 회사에서는 포도주의 심장 보호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암 치료제등 신약개발 실마리 제공 이번 연구에 사용된 포도주도 세계적인 명품으로 꼽히는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무상으로 제공한것이다.3000ℓ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값으로 따지면 엄청나지만 회사는 옥 박사 덕분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옥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궁극적으로 암 및 동맥경화 세포들의 증식을 저해하여 괴사시킬 수 있는 신약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임상 등 신약개발에 따른 기초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lotus@ ●약력 ▲1974년 12월5일생 ▲1997년 2월 전남대 약대 졸업 ▲1999년 2월 동 대학원 졸업,양지화학㈜ 입사 ▲2000년 10월 프랑스 루이 파스퇴르대 약학대학 파견(대학과의 공동연구 참여) ▲2003년 10월 박사 학위 취득
  • 60년 환쟁이 인생 지그재그 변주곡 같아/ 결산전시회 여는 ‘만화계의 대부’ 신동헌 화백

    “난 내 이름(憲)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어.” 지난달 31일부터 자신의 창작인생을 결산하는 ‘에디슨과 아인슈타인 & 신동헌’전을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 캠퍼스내 청강만화역사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신동헌(申東憲·77) 화백.홍익대 근처 자택에서 만난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 인생이 마치 방랑자의 삶처럼 ‘지그재그 변주곡’ 같았다.”고 잠시 회상에 잠겼다.외곬으로 한 우물을 파기 어려운 천성 탓에 만화,애니메이션,클래식 음악,음악가 드로잉 등 다양한 것들에 빠져들며 삐쭉빼쭉 여기저기 부딪치며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는 그는 “그래도 후회는 없어.지금도 후배들에게 예술가에게는 도전과 일탈이 필수적이라고 권한다.”고 말을 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만화가의 길로 1927년 태어나 자란 접경지 함경북도 회령은 외래문화에 접할 기회가 많아 나운규·신상옥 같은 예술인들이 대거 배출된 곳이다.신 화백만 해도 당시 그 지역에서 명망 높던 명필인 아버지 신기철씨부터가 이른바 ‘환쟁이’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신 화백은 집안의 관대한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막내 신동우 화백와 함께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리며 놀았다. 신 화백은 1942년 당시 중학생때 학생잡지 ‘형설시대’에 ‘묘안’이 첫 당선되면서 프로 만화가의 길을 꿈꾸었다.1946년 서울대학 예과에 입학한 뒤에도 충무로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그림 실력을 닦았다.스승인 ‘코주부’ 김용환 화백을 그때 만났으며 1947년 한국 최초의 만화단행본인 ‘스티브의 모험’을 내는 등,김용환 화백이 내던 주간만화신문 ‘뉴스’ 전속작가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벌였다. ●67년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 제작 1960년부터는 애니메이션에 손을 대 1966년까지 제자이자 동료인 넬슨 신 감독과 함께 수백편의 TV CF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진로소주,삐콤씨,럭키치약….그 경험이 67년 동생 신동우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전문 도료인 ‘비닐 컬러’가 없어 ‘포스터 컬러’로 셀룰로이드 위에 직접그렸지.그런데 이건 뜨거운 조명 밑에 가져가면 껍질처럼 그냥 벗겨지거든.”신 화백은 고민 끝에 셀화를 그리자마자 재빨리 촬영하는 방법을 썼다.나중에는 포스터 컬러에 풀을 섞어 보기도 했고,맨질맨질한 피막을 누그러뜨리려고 양잿물에 필름을 재웠다가 썼다.1967년 후속작 ‘호피와 차돌바위’를 마지막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손을 뗐는데 “당시 영화판의 분위기가 나와는 맞지 않았다.”고 그 시절을 돌이켰다.1981년 캐나다로 건너가 현지 회사에서 1년여 동안 근무했지만 천성인 방랑벽을 어쩔 수 없었다.2년 동안 알래스카 등 미국과 캐나다의 국립공원 20여 곳을 풍경화를 그리며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물론 여비는 풍경화를 그려 팔아 마련했다. ●“음악가 그리는 게 더 재미있던데.” 그뒤 1983년 귀국해 MBC ‘뽀뽀뽀’용 단편 애니메이션을 10년간 제작해 주기도 했지만 애니메이션과 만화 분야에서 활동은 그리 많지 않았다.그동안 취미생활이었던 ‘음악가 스케치’가 본업이 된 것이다. 신 화백이 지난 50년대 한국을 찾은 첼리스트 피아티 고르스키를 시작으로 그동안 국내외에서 스케치해온 음악가의 수는 무려 2000여명.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아이작 스턴 피아노3중주단 등 직접 스케치한 것을 선물한 음악가도 줄잡아 300명이 넘는다.“만나면 술 한잔 할 사이는 되지.” 신 화백은 “일본의 후루카와 타이센,프랑스의 와이즈 밧슈 등 스케치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각국에 음악가 한 명씩은 있다.”면서 “내 전공은 현악4중주단 드로잉”이라고 말했다.“러시아의 보로딘(현악4중주단),영국의 린제이,아일랜드의 칠린기리안….” 대충 생각나는 대로 입에 올리는 악단만 해도 10여개.지난 99년에는 그동안 모은 스케치를 모아 예술의전당에서 ‘세계의 음악가 캐리커처전’을 열었고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 등 관련 책들도 여러권 썼다. ●“일탈을 자주 하되 기본을 지켜라” 신 화백은 자신을 굳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선구자’니,‘만화계의 대부’니 하는 호칭으로 묶는 것을 꺼려했다.“난 그냥 ‘문화적 방랑자’인 것 같아.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러나 신 화백은 “일탈과 도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만화가뿐만 아니라 누구든 계획대로 평생을 살 수는 없잖아? 그래도 그때까지 열심히 쌓아온 ‘기본’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하루라도 스케치를 쉬어서는 안된다.’는 김용환 선생의 말씀을 50년 동안 지키고 있다는 노 화백이 지금까지 그린 스케치는 30만장이 넘는다.“‘기본’이라고 하는 것은 부지런히 노력해 쌓을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이 아닐까….” 글 채수범기자 lokavid@ 사진 이언탁기자 utl@
  • 스크린서 TV서 ‘너도나도’ 史劇 레디고!

    스크린,TV할 것 없이 사극돌풍이 거세다. 지난 2일 극장 개봉한 이재용 감독의 멜로사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제작 영화사 봄)는 개봉 3주째인 지난 주말로 전국관객 300만명을 훌쩍 넘겼다.지난 17일 개봉한 역사코미디 ‘황산벌’(제작 씨네월드)의 흥행성적도 놀랍다.개봉 열흘 만에 무려 172만명을 불러모았다. ●‘다모' 이어 ‘대장금'도 초강세 안방극장에서도 사극은 초강세다.MBC가 방영하는 ‘대장금’의 지난주 시청률은 43.7%.첫 방송 이후 3주 연속 주간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다모’ 폐인(?)들이 채 정신을 추스르기도 전에 시대극 열풍이 잇따라 불어닥친 셈이다. 그러면 최근 이같은 사극 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일단 경직되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한꺼번에 걷어내는 트렌드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최근 인기사극들의 공통점은 모두 도도한 역사를 오락의 코드로 유연하게 변주해 낸다는 것.대중문화 속으로 들어온 ‘과거’는 현대인의 입맛을 자극하는 기발한 감미료가 됐다. 실제로 최근의 화제작들은 시대배경만 과거로옮겼을 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감상주파수는 철저히 현대적 감성에 맞췄다.톱스타 배용준·전도연·이미숙이 극중 삼각관계를 이루는 ‘스캔들’은 조선시대가 시간배경.왕실,권력 암투,당쟁 등 기존 사극들의 틀에 박힌 소재들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웠다.화려한 복식과 소품들도 ‘퓨전’스타일로 재탄생했다.“현대적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증과 상상을 반씩 섞어 고안했다.”는 게 영화사측의 설명이다. 박중훈·정진영이 주연한 ‘황산벌’의 흥행 노림수도 같은 쪽으로 읽혀진다.1300여년전 신라 김유신 장군과 백제 계백 장군의 대결을 그렸지만,정작 드라마를 살지우는 감상포인트는 배꼽잡는 영·호남의 생활사투리.이준익 감독은 “역사에 관한 한 우리는 지나친 패배주의에 휩싸여 있었다.”면서 “지역감정과 사투리를 그 시절에 대입해 한번쯤 역사를 갖고 놀아보는,적극적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군신(君臣)이나 왕실의 여인들이 권력암투를 벌이는 설정이나 고어투의 대사 등 시대물의 해묵은 공식을 벗어나기는 TV사극 ‘대장금’도 마찬가지다.연기자들의 의상만 현대식으로 바꿔입히면 요리를 소재로 한 트렌디 드라마로 전혀 손색없다.SBS ‘왕의 여자’도 이례적으로 신세대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등 분위기 반전에 애썼다.‘임금님’‘왕자님’ 등 생활용어식 호칭이 매우 새롭다. ●‘스캔들' ‘황산벌' 등 관객몰이 역사의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변주하려는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12월5일 개봉할 코믹무협영화 ‘낭만자객’(제작 두사부필름)도 역사를 비튼 각도가 혀를 찰 만한 수준이다.조선시대를 무대로,처녀귀신의 한풀이에 나선 멍청한 자객들이 엮는 코미디.서울 강남의 소문난 나이트클럽 줄리아나를 ‘주리아나’(酒里亞羅)란 주점으로 패러디한 설정은 단연 압권이다.테크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한복차림의 남녀,횃불과 거울로 사이키 조명을 만드는 노비 등 과거와 현재를 무차별 ‘짬뽕’시킨 기발함이 벌써부터 충무로의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새달 14일 개봉하는 팬터지멜로 ‘천년호’(제작 한맥영화)도 역사를 거침없이 상상의 재료로 삼았다.실존인물인 신라 진성여왕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음모와 복수로 얼룩진 멜로드라마를 빚어낸다. ‘역사 엄숙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최근의 영상 문화적 시도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사회전반이 문화적으로 성숙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트렌드”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그러나 이 못지않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한 제작자는 “뚜렷한 메시지 없이 경박한 아이디어만 남발함으로써 관객들의 입맛에 일시적으로 최면을 거는 거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역사가 관객몰이를 위한 ‘봉’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황수정기자 sjh@
  • [김영두의 그린에세이] 번호판 시리즈

    라운드를 함께 한 A씨는 아내를 부를 때 ‘허니’니 ‘스위트 하트’니 이런 징그러운 호칭을 쓴다고 한다. “좀 지나치지 않아? 결혼한 지 20년도 넘은 부부가 아직도 그렇게 불러? 옆에서 듣는 데 소름이 돋잖아.” 친구들이 핀잔을 주었다. “실은 말이야.몇 년 전부터인가 마누라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A씨의 변명이다.너무 가까이 있어서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 것일까,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일까,자주 쓰지 않아서 이름조차 망각에 묻혀 버렸을까,아니면 지독하게 멍청한 것일까. 골프장에서는,장갑을 벗을 즈음에 캐디가 안내방송을 한다. “골프채 확인하시고,소지품 챙기시고,차번호 말씀해 주세요.” 라운드를 끝내고 골프채를 찾을 때,차번호와 골프채 가방에 캐디가 매달아준 꼬리표에 적힌 숫자가 일치해야만 골프채를 찾을 수가 있기 때문에 차번호를 대라는 것이다.캐디가 챙기라는 소지품은 휴대전화나 담배,지갑 등이겠다.소지품이야 동반자가 챙기고 난 나머지를 다 주워오면 되겠지만,차번호가 문제다.마누라 이름도 잊은 사람이 자기가 타고 다니는 차 번호인들 기억하겠는가. “내 차번호가 뭐였더라?” 캐디에게인지 나에게인지 모르지만,A씨가 자기의 차번호를 물었다.A씨의 차번호는 내가 기억을 한다.누구나 어렸을 적에,‘에그그 계란 깨질라’ ‘어,그려,동의하지’ 따위로 Egg는 계란이고 Agree는 동의하다란 영어 단어를 암기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그렇게 영어 단어를 암기하던 식으로 외웠다. “차 팔고 돈 잃어.(차)8915 아니에요?” “어어? 맞네….나도 내 차 번호는 기억 못해도 당신 차번호는 기억하지.자 빨리 식스나인,(서울 자)8269 맞죠?” “어찌 알았죠? 식스나인이 급하다고 차 번호판에 써가지고 다녀도 쫓아오는 남자가 하나도 없어서,심오한 뜻을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만…. “제 차는 칠이 삼삼(7233)한 크림색 중형차입니다.” 필드의 물 찬 제비라는 별명을 가진,그래서 늘 의상으로 한몫 보는 B씨가 명품 지갑을 챙기며 말했다. “전 공치러 오라는 뜻인 것 같은 0755 번호를 단 골프연습장 사장님 차도 봤어요.” 우리의 차번호 얘기를 들으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던 캐디가 혼잣말인 듯 중얼거렸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 [씨줄날줄] 김용순 비서

    ‘용순비서’.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남측 대표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보다 여덟살이나 위인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를 스스럼없이 불렀다.이 호칭은 당시 묘한 반향을 일으켰다.‘용순비서’는 김 위원장의 부름에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에서 최고지도자의 위치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했다.동시에 그는 개인적으로 최고지도자와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 만큼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음을 알리는 소득을 거뒀다.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였다.때문에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식 표현으로 가장 ‘뜬’ 인사는 김 비서라는 평가도 있었다. 김 비서는 같은 해 9월 김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제주도를 방문,1934년생 동갑인 임동원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와 회담을 갖고 정상회담 이후 소강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비서가 지난 26일 사망했다는 보도다.북한은 그가 지난 6월16일 교통사고로 장기간 입원치료중 숨졌다고 밝혔다.이에 외신이나 탈북자들은 북한 지도층의 파티 문화를 지적하면서 음주음전 사고 가능성을 주장했다.여하튼 김일성대학 국제관계학과(현 평양국제관계대학)를 나와 모스크바대학에 유학한 엘리트 출신의 김 비서는 아태평화위 위원장을 겸직하며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사업까지 도맡아 왔다.고 정주영 현대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을 성사시키고,금강산관광사업을 현실화시킨 현대의 대북경협 파트너도 그다. 김 비서는 그러나 몇차례 좌천설에 휘말리기도 했다.특히 2001년 1월1일 이후 1년 2개월간 공식 행사에 나타나지 않자 금강산관광사업의 부진 때문에,사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숙청됐다고 알려졌다.1993년과 1994년에도 실각설이 나돌았는데 그때마다 남북관계가 지지부진한 데 대한 책임추궁 때문으로 분석됐다.하지만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김 위원장에 이은 제2인자로 대남정책을 총괄해 왔고,그가 활발히 움직이면 남북관계도 활기를 띠었다.그는 남북화해협력의 북한측 ‘상징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정부가 김 비서에 대한 조의 여부를 고민중이라고 한다.조문단 파견은 어렵겠지만,남북회담 대표 명의로 조전을 보내는 것은 검토해볼 만하지 않을까. 김인철 논설위원
  • “사무직 임금피크제 내년 도입”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

    대우조선해양이 내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동아시아에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21일 대우조선해양 이사회에서 연임된 정성립(사진) 사장은 서울 중구 다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직에 한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미 컨설팅을 마친 상태”라며 “다만 생산직은 노조의 동의가 만만치 않아 도입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베트남 등 동아시아에 현지 조선소 5∼6곳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전세계 16곳에 조선소를 보유한 노르웨이의 아커크베너그룹을 벤치마킹하거나 현지 조선소에 대한 지분참여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며 “컨테이너선이나 여객선 등 조선소별로 선종을 특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종업원 복지와 주가 관리,대주주 지분 완화 차원에서 종업원 지주제 도입과 GDR(해외주식예탁증서) 추가 발행도 검토 중이다.이와 함께 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직급체계와 호칭을 철폐하고 ‘전문가’ 제도를 신설하는 인사혁신 작업도 연내 마무리하기로 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이광재 낙마’ 마녀사냥 아닐까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20일 현재 강원도 오대산 산사에 머물고 있다.그는 곧 미국 유학을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가 지난 18일 사표를 썼을 때,“정말 처신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청와대에서도 나왔다.그러나 며칠 지나면서 ‘옹호론’이 강력해 지고 있다.이광재 본인의 ‘과오’보다는 권력구조적 문제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실장은 언론과의 연락을 끊고 있다.하지만 산사로 떠나기 전 “내가 정보와 권력을 독점했더라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지금까지 버텨내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천정배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받아들여 사표를 제출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앞서 썬앤문그룹으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이 터져나왔을 때도 “얼마 전 설악산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데 군수와 경찰서장 명의로 ‘입산금지’ 푯말이 있더라.어릴 때 군수와 경찰서장이 얼마나 높아보였나.문득 내가 무척 높은 자리에 있구나.촌놈이 출세했다 싶어 나라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정보·인사 독점은 과장” 국정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천 의원의 지적은 청와대와 당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인해 빚어진 오해”라며 안타까워했다.우선 정보독점 논란에 대해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각 부처의 보고는 정책실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기본이고,국정상황실은 부처의 움직임에 병목현상은 없는지 크로스체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DJ때 만들어진 국정상황실은 YS때 외환위기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청와대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조직이라는 설명이다. 권력독점에 대해서도 그는 “이 실장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인데,참여정부의 인사는 문희상 비서실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인사위원회에서 하며 주무는 정찬용 인사보좌관”이라면서 “당정분리로 인해 정무수석실에서 이같은 시스템을 통합신당측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특유의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며 “이 실장을 포함해 386참모들이 인사청탁을 하거나,인사압력을 넣는 등 ‘까부는꼴’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그는 “이 실장이 2∼3번 이력서를 주면서 ‘이런 사람들도 고려해주십시오.’해서 받아본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청와대 직원들은 누구라도 이메일 등을 통해 인재들을 추천할 수 있는 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는 “이 실장의 부탁이라고 해서 특별히 고려해본 적도 없고 좌지우지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실장을 ‘청와대 2인자’로 호칭했지만,함께 일해본 사람들의 평가는 다르다.정만호 의전비서관은 “정책상황비서관으로 같이 일할 때다.국무회의를 준비하면서 이 실장과 내가 함께 대통령께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이 실장은 내게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그는 “술자리에서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갈 정도로 처신을 조심했다.”고 덧붙였다.이 실장은 고교동창회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지인들과도 거의 연락을 끊고 살았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희생양(?)” 그렇다면 ‘이 실장 경질론’이 나온 원인은 무엇인가.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당에서 산하단체장 등에 추천한 인사들을 청와대가 상당수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 큰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 시절에는 신·구주류로 분열해 혼란을 유발하고,통합신당이 돼서는 ‘재신임 정국’에서 여당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당측을 비판한 뒤 “통합신당이 ‘정신적 여당’을 주장하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찾아낸 ‘희생양’이 이광재 실장”이라고 지적했다.단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여권 내부 세력다툼일 수 있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청와대 한 참모는 “통합신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조기인적 쇄신론과 똑같은 주장을 하기보다는,내년 총선 전에 정치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국민들과 야당을 설득해주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정신적 여당’이 실체가 있는 여당으로서 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한진重 노조위원장 자살

    40m 높이 크레인에 올라가 129일째 고공농성을 하던 부산 한진중공업 김주익(사진·40) 노조위원장이 농성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예상된다.자살현장에서는 가족과 노조 앞으로 쓴 유서 4장이 발견됐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농성을 해온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부산공장 내 크레인 위 운전실과 계단 사이 난간에 로프로 목을 매 숨진 채 이날 오전 8시40분쯤 동료 노조원들에 의해 발견됐다.노조원들은 매일 오전 8시30분쯤 크레인 아래서 집회를 할 때마다 위에서 손을 흔들던 김 위원장이 이날 보이지 않고 휴대전화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크레인 위로 올라갔고,김 위원장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살현장에서 지난달 9일 가족 앞으로 쓴 유서 3장과 지난 4일 노조 앞으로 쓴 유서 1장이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김 위원장이 오래 전부터 자살을 결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노조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승리할 때까지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나의 무덤은 크레인이 될 수밖에 없다.죽어서라도 투쟁의 광장과 조합원의 승리를지키겠다.”는 등의 글을 적어놓았다. 가족에게는 “아이들에게 힐리스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부디 건강하게 살아주기 바란다.여보,처음이자 마지막 호칭이 되었네.큰 고생을 남기고 가게 돼 미안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김 위원장은 회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 6월11일부터 혼자 크레인에 올라가 지금까지 밧줄을 통해 크레인 아래서 음식을 공급받으며 농성을 해왔다. 김 위원장은 태백기계공고를 졸업한 뒤 82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지난 2000년부터 노조위원장을 맡아왔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짓지 못한 채 노조는 지금까지 파업을 거듭해왔다. 지난 7월 노동부의 중재로 격려금과 연말성과급 지급 등 대부분의 쟁점에 합의가 이뤄지면서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기본급 5000원 차이와 조합과 노조원에 대한 가압류 문제 등을 풀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1일 김 위원장 등 노조간부 6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결국 노조위원장 자살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됐다. 회사측은 유족측과 협의해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민중연대 등은 이날 오후 6시 자살현장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전국투쟁대책위원회’를 구성,총력 대응키로 했다.대책위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시신을 현장에 보존키로 결정했고 18일 오전 10시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회사측에 사태해결을 촉구할 방침이다. 대책위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단위사업장에 분향소를 설치,조문투쟁을 벌이고 매일 오후 7시 자살현장에서 추모대회를 개최키로 했다.오는 22일엔 전국 단위사업장 노조간부와 조합원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부산역 앞에서 개최키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개정판 만드느라 새벽까지 잠 못자요”/‘한국민법학 태두’ 곽윤직 前서울법대 교수

    ‘한국민법학의 태두’에서 ‘곽서(郭書)’까지. 후암(厚巖) 곽윤직(郭潤直·78) 전 서울법대 교수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그러나 이유는 단 하나.바로 60년대 중반부터 잇따라 내놓은 ‘민법총칙’,‘물권법’,‘채권총론’,‘채권각론’ 등 민법강의 시리즈의 탁월함이다.사법시험 준비생들 사이에 ‘바이블’로 통하다 요즘에는 간단히 ‘곽서’로 불린다. ●저서 ‘민법시리즈' 사시준비생 바이블 서울 용산구 후암동 자택으로 찾아갔다.현관에서는 커다란 시베리안 허스키 3마리가 먼저 반긴다.뒤따라 나온 곽 전 교수는 “저렇게 클 줄 몰랐는데…”라며 웃는다.자녀들이 다 분가해 적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5년 전쯤 종자도 잘 모르고 새끼를 받아왔다고 한다.집안의 첫 느낌은 낡았다는 것이다.겸연쩍게 말을 붙이자 별일 아니라는 듯 40년된 집이란다.체면도 생각해서 널찍한 아파트로 옮기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살다보니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손에 익었어요.이사가면 흐트러지는 게 귀찮더라고요.” 그래도 명절 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덕에 적적하지는 않다고 한다.자주 찾아오는 제자들 이름을 물어보니 서성 전 대법관,윤재식 대법관,손지열 대법관 등 기라성 같은 법조인 이름이 쏟아져 나온다. 주말에는 손자 7명이 찾아와 시끌벅적해진다.이제 중학생이 돼서 많이 점잖아졌다고 자랑하는 얼굴은 영락없이 이웃집 할아버지다. 2층 서재를 둘러봤다.독일·스위스 민법 전집을 비롯해 판례공보 등 각종 잡지들이 빼곡히 차 있다.깔끔하게 정리된 가운데서도 고서점 같은 묵은 책 냄새가 물씬 풍긴다.책장을 보니 외국서적은 개정판마다 구입한 책도 여러 권 된다.“꼭 필요한데 웬만한 대학도서관에도 없어요.개정판이 나오면 호기심은 생기는데….” ●이공계 원했지만 낙방후 법학공부 1층 응접실로 내려와 근황을 물었다.곽 전 교수는 요즘도 ‘곽서’를 개정하느라 바쁘다.개정판을 11월까지는 마무리하려고 강행군 중이다.전날 상속법 부분을 연구하느라 새벽 4시까지 책을 뒤적였다.현역시절처럼 새벽에 책을 보는 것이 가장 편안하단다.밤늦게 책을 보다 보니 오전 11시쯤 늦게 일어난다.식사는 오후 1시쯤,밤 10시쯤 두번이다.이런 습관 때문에 담배도 여전히 하루 1갑이다.“줄인다고 줄인 게 1갑이에요.나 같은 사람에게 담배는 밤의 벗이지.” 건강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사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면서 약간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전화상으로 발음이 부정확한 듯 했기 때문이다.“그때는 저녁시간이어서 의치를 빼고 있어서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건강을 위해 별달리 관리하는 것도 없고 불편한 것도 없다고 한다.육류를 피하고 된장 같은 우리 음식이나 야채,생선을 즐긴다.암으로 오진받아 위절제 수술받은 것 빼고는 병원에 간 일도 별로 없다.한때 골프와 바둑을 즐겨 했다.그러나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골프는 소풍가는 기분으로 다녔고 바둑은 흥이 나는 대로 뒀다.승부에 집착하면 오락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 스스로도 재미없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시 태어나면 법학자는 안 되겠단다.“물건을 만들거나 건물을 짓거나 직접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그런 일을 해보고 싶어요.추상적인 이론과 논리는 골치가 아파서….” 이 때문인지 자녀 가운데 법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없다.1남3녀를 뒀는데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다. 곽 전 교수와 민법학의 인연은 몇차례 고비가 있었다.일제 때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해 이공계 공부를 하려 했다.결과는 색맹 때문에 낙방.어쩔 수 없이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형법 쪽에 관심이 많았다.그러나 공부하면서 민법의 중요성을 깨달아 관심을 돌렸다. 강단에 선 것도 군 제대 뒤 주변사람의 권유 때문이었다.군복무 직후 고등고시 시험이 있었는데 사법과가 두달,행정과는 석달 남았더란다.그래도 행정과가 여유있다는 생각에 시험을 봤는데 2등으로 덜컥 붙어버렸다.외교관을 권유받았지만 강의나 하겠다며 학교로 되돌아 왔다.“그때 여유가 있어 사법과를 보거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지금과는 다르겠죠.” 강의는 ‘악명’높았다.학생들은 넘쳤지만 앞자리는 항상 텅 비었다.안 들을 수는 없고 듣자니 눈초리가 매서웠기 때문이다.학점도 박했다.“일부러 아주 못되게 굴었지요.어려운 질문만 골라서 하고 학생이 질문하면 질문수준이그것 밖에 안 되느냐고 야단치고….미워했던 학생들 많았을 겁니다.” ●“학점 짜게줘 미워하는 학생들 많았죠” 곽 전 교수가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은 고 김증한 교수가 유일하다.김 교수 밑에서 배운 독일어와 독일법은 두고두고 밑천이었다.혹독했던 김 교수의 강의 밑에서 살아남은 학생은 그와 그의 친구 단 2명뿐이었다.그가 ‘곽서’에 매달리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공부할 때는 일제가 30년대 들여놓은 법전을 봤고,강의할 때는 일본학자들 책 번역서 몇 가지가 전부인 현실이 못마땅했다.우리 손으로 책을 만들어 보자는 오기가 일었다.또 우리 실정에 맞는 판례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에 1977년 우리나라 최초 법학학회인 ‘민사판례연구회’를 조직했다.이 모임은 지금도 연구성과를 모아 1년에 책 한권씩 내고 있다. 문제는 교수양성체계의 부실함으로 모아졌다.“일본만 해도 대학 졸업 뒤 3년간 조수로 공부하고 나면 15년간 조교수 생활을 거칩니다.이 과정을 끝내야 교수가 되어서 강의를 맡고 학생을 지도합니다.적어도 18년간의 수련과정이 있다는 거지요.” 예전에는 책을 쓰면 내용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스위스식 교재가 우리에게 적합해요.학생들을 위한 개괄적인 책과 실무자·전문가를 위한 세부적인 책,이 두 종류면 됩니다.”그래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욕심은 여전한가보다.“요즘 사람들 두껍거나 한자가 많이 들어간 책을 너무 싫어해요.” ●“대법관 인원 더 늘려야 합니다” 논란이 됐던 대법관 제청파문과 사법개혁에 대해 물었다.전혀 다른 개혁을 얘기했다.“대법관 수를 더 늘려야 합니다.독일만 해도 대법관격인 최고재판소 판사가 150명입니다.각기 전문분야별로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심리를 하고 있습니다.” “합의부 배석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판사로서의 수련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법관의 전문성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다.대법원 구성에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국 법관이래야 2000명 안팎입니다.10년차 이상이라면 이미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있다고봐야 합니다.오히려 지금 같은 시스템이 철저한 능력에 의한 인사입니다.” 부인과 만나려 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자 곽 전 교수는 “늙은이 얘기 너무 쓰지 말라.”며 다시 2층 서재로 발길을 돌렸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이(爾)’ ‘유린타운’ ‘서안화차’/다시 보러 오세요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화제의 공연들이 잇따라 앙코르 무대에 오른다. 새달 2일부터 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극단 우인의 ‘이(爾)’(김태웅 작·연출)는 지난 2000년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상’,한국평론가협회 베스트3,동아연극상 작품상을 휩쓴 작품.열성 팬들이 ‘이사모(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결성해 홍보에 발벗고 나설 만큼 대중적으로도 사랑받았다. ‘이’는 조선시대때 왕이 종4품 이하의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연산군에게 낙점돼 웃음과 몸을 바쳤던 궁중 광대 ‘공길’이 연극의 주인공이다.궁중 코미디언을 소재로 삼은 독특한 발상과,이를 재치있게 풀어낸 솜씨가 주목을 끌었다.연산군이 궁중 광대와 동성애 관계였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이번 재공연에는 등장인물의 갈등을 더 극적으로 만들고,아크로바틱과 재담을 강화했다.11월2일까지.(02)751-1500. 지난해 8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라 흥행에 성공했던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유린타운’(사진·그레그 커티스 작,심재찬 연출)도 다시관객을 맞는다.당시 공연을 보러 내한한 원작자로부터 “브로드웨이 공연에 견줘 손색이 없다.”는 찬사를 받았고,올초 한국뮤지컬대상에서도 베스트 외국뮤지컬상을 수상했다. 물 부족으로 도시의 화장실이 악덕 기업인에게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황당한 상황을 설정한 뒤 이에 맞서는 시민들의 반격을 유쾌하게 묘사했다.어디서 본 듯한 장면과 귀에 익은 음악이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패러디 뮤지컬이다.새달 3일부터 우림청담씨어터에서 무기한으로 공연한다.1588-7890. 극단 물리의 ‘서안화차’(한태숙 작·연출)는 지난 6월 초연때 실험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서울공연예술제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돼 다시 무대에 오른다.공백이 길지 않아 작품에 별도로 손을 대지는 않았다.출연배우도,공연장도 초연때와 똑같다.10월4∼19일 설치극장 정美소.(02)3672-3001. 이순녀기자 coral@
  • 나비 좇아 30년 ‘아름다운 외도’/주흥재 ‘나비 박사’ 신천종합병원장

    전국의 산기슭이며 물자리 어디든 나비가 있는 곳이면 그가 발자국을 찍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어떤 때는 간첩으로 오인받아 출동한 군경의 살벌한 총구 앞에 서보기도 했고,또 어떤 때는 난간이 없는 다리에서 나비 사진을 찍던 중 옆으로 지나가는 차를 피하다가 다리 아래 바위계곡으로 추락해 팔이 부러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누군가가 이렇게 본업이 아닌 취미생활에 30년의 세월을 투자했다면 이 열정과 집념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간첩으로 오인 받고 추락사고 겪기도 경기 의정부의 신천종합병원 주흥재(67) 병원장.사람들은 그를 ‘나비 박사’라고 부른다.“어설픈 반풍수(半風水)가 워낙 설치는 세상이라…”고 여기며 ‘박사’라는 호칭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외도’를 폄하하는 일이 된다.‘박사’라는 외경의 호칭이 그만큼 어울리는 사람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두 개의 박사학위를 가졌다.나비 박사 말고도 본업으로 얻은 의학박사 학위가 있다.의사 가운데서도 일이 어렵고 험해 ‘의사의 꽃’이라불리는 외과 전문의다.일과가 수술로 시작해 수술로 끝나는 분야다.그런 그가 만지기만 해도 손끝에서 날개가 바스라지기 십상인 나비를 반평생 쫓아다녔다.실은 의사가 되기 훨씬 전부터 나비에 미쳤다. 그가 처음 나비와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생물 선생님이 나비채집을 숙제로 내준 것이 계기가 됐다.그때부터 의대 예과 2학년 때까지 줄곧 나비를 쫓아다녔다.예쁘고 재미있어서였다.“본과 들어서면서부터 나비를 잊고 살았어요.공부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지요.그런데 공교롭게도 78년인가요?당시 여고 2학년인 딸애 생물 숙제가 나비채집이었어요.그래서 이렇게 말했죠.나비채집은 내가 좀 하는데….”그렇게 해서 18년쯤 잊고 살았던 나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시 나비 꽁무니를 쫓으며 산과 들을 누빈 게 벌써 스물 다섯해가 넘었다.예전의 이력까지 더하면 ‘30년 나비 편력’의 세월을 산 셈이다.나비가 있음직한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제주도 한라산만 다섯번이나 올랐으며,길이 없는 산림을 헤매고 다닌 까닭에 제주 사람보다도 한라산은 더 잘 아는 정도가 됐다.“지리산은 못가봤어요.거기에 내가 모르는 나비가 있었다면 왜 안갔겠어요.살펴보니 그곳에서 내가 채집할 수 있는 나비는 이미 내 수중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었어요.애써 지리산에 오를 필요성을 못느낀 거죠.” ●사재 털어 전문서적·학술지 발행 그가 지금까지 채집한 나비는 셀 수가 없다.“마릿수를 기억한다는 게 이상하죠.여기저기 분가도 하고 기증도 하고 남은 게 150상자쯤 되나.한 상자에 많은 경우에는 200∼300마리쯤 넣으니….”지금은 멸종돼 그만이 갖고 있는 나비도 많다.“‘고운점박이 푸른부전나비’는 멸종된 것 같고,예전엔 파리처럼 흔했던 표범나비류도 이제는 보기가 쉽지 않아요.4∼5년을 찾아 헤맨 끝에 제주에서 채집한 ‘물빛긴꼬리부전나비’는 그후 아직 누구도 찾아내지를 못하고 있고,강원도 화천에서 찾아낸 공작나비도 아마 이게 유일할 겁니다.” 그의 외도가 더욱 아름다운 것은 그가 사랑한 ‘나비’를 개인적인 취향의 울타리에 묶어두지 않고 주저없이 “이거 나누자.”며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는 점.지금까지 책을 두권 냈다. 지난 97년 초판을 낸 ‘한국의 나비’는 이듬해 백상출판문화대상까지 받으며 벌써 3판까지 낸 스테디셀러가 됐다. 지난해에는 ‘제주의 나비’를 냈다.“‘한국의 나비’는 모든 사진을 자연 상태에서 손수 찍었는데 그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제주의 나비’는 기존 자료의 부실을 대폭 바로잡은 역작으로 본인도 “이런 책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대견해 한다.그러나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는 전문 학술인들의 소극적 자세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나비 전문연구가라는 사람들이 탐사 연구가 부족해 100년 전 자료를 갖고 연구랍시고 해대는 걸 보고는 실망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94년부터 아예 독자적으로 나비 관련 학술지인 나비학회지를 연간으로 발행해 오고 있다.처음 6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회원이 40여명으로 늘었다. ●나비 있는 곳이면 해외여행도 불사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나비가 있는 곳이라면 해외 여행도 사양하지 않는다.미국·일본·호주·코스타리카·타이완·인도네시아 등을 다녀왔고,올해 말쯤에는 멕시코와 동티모르를 다녀올 계획이다. 이렇게 나비와 함께 살아온 덕분에 카메라도 전문가처럼 다룬다.전문가용 카메라를 8대나 갖고 있다.“나비 사진은 정말 어려워요.나비가 ‘날 찍어가요.’하고 기다려 주지를 않기 때문이죠.찍는 것도 순간이지만 놓치는 것도 순간이에요.” 나비 채집을 나서면 주로 길이 아닌 곳을 헤맨다.그의 건강은 그렇게 해서 다져졌다.“나도 골프나 낚시 좋아하지만 이게 훨씬 재미있어요.골프는 겨울에나 조금씩 할 뿐 잔디가 파란 계절에는 그런 거 할 여가가 없어요.지천에 나비인데 왜 그런 걸 하겠어요.” 그는 이런 건강론을 덧붙였다.“나비 채집은 의사들에게 제격이에요.대자연 속에서 나비와 얘기하며 지내다 보면 직업적인 스트레스는 씻은 듯하고,정서적으로도 ‘이게 사는 재미구나.’싶을 때가 많아요.육체적 건강다지기는 기본이고요.”이런 그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생태환경이 너무 심각하게 훼손돼 나비도 개체와 종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나비 얘기를 나누는 동안그는 메스를 쥔 외과의사가 아니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사설] ‘핵포기·체제보장’ 대타협 이뤄야

    북핵 사태의 평화적 해결 희망이 보인다.‘3자회담 후 다자회담’이 머지않아 열릴 것이란 관측 속에 북·미간 포괄 타결안이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은 그제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공식 약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북한의 핵 협박에 어떠한 보상도 제공할 수 없다며 완강히 버텨온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진전된 모습이다. 특히 부시 미 대통령은 엊그제 이탈리아 총리와 가진 공동회견에서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그뿐 아니다.그는 ‘악의 축’ ‘신뢰할 수 없는 사람’ 등으로 표현하며 극도의 혐오감을 보여온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미스터 김정일’이란 호칭을 썼다.이는 부시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뜻을 담은,의미있는 변화다. 이처럼 북·미 핵회담의 틀과 의제 등을 놓고 물밑 조율이 활발하지만 전도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백악관과 국무부는 대북 체제보장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북한에 ‘잘못된 인식’을 줄 뿐 아니라 ‘북핵 폐기’라는 문제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파월 장관이 “이번에는 북한 핵문제의 영구적인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미국은 대북 불가침 및 김정일체제 인정 등의 요구에 나름의 안을 내놓은 만큼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며 다음 수순을 준비할 것이다.우리는 북한이 벼랑끝 ‘핵 게임’의 막을 내릴 때가 됐다고 본다.북한은 중국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중재로 모처럼 무르익고 있는 대타협의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 책 / 섹시즘 ­남자들에 갇힌 여자

    정해경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2일 종영된 MBC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남녀주인공이 주고받은 대사 한 대목. “궁금한 게 있는데,엄마는 왜 엄마라 부르고 아빠는 왜 아버지라고 불러?”(남자) “음… 엄마는 어머니라고 부르면 섭섭해하시고,아빠는 아버지라고 부르면 좋아하시거든.”(여자) 어째서일까? 언어구조상 엄연히 ‘엄마’는 ‘아빠’,‘아버지’는 ‘어머니’와 짝을 이뤄야 하는데…. ‘섹시즘(Sexism)-남자들에 갇힌 여자’(정해경 지음,휴머니스트 펴냄)는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지은이는 연세대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과 폴란드에서 음운론과 형식문법을 공부하며 석·박사 학위를 딴 37세의 여성 언어학도.“여성과 남성에 내면화된 언어가 각각의 성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다른 가치를 형성해왔다.”는 지은이는 “법과 경제,사회구조,가부장제 이데올로기처럼 언어도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라고 주장한다. 책은 서두에서부터 ‘섹스’(性)란 단어 자체가 ‘남자의 말’이라고 쐐기를 박는다.여성의 성은 ‘성별’이 되어결국 욕망의 대상이 되고 말지만,남성의 성은 보편성을 가진 ‘기준’이 된다는 것.이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이끌어내는데,그 덕분에 책은 쉽게 설득력을 얻어간다.우리말뿐만 아니라 영어·독어·폴란드어 등 외국어의 사례를 두루 적시한 것도 저자의 주장을 귀담아듣는 데 보탬이 된 인상이다. 예컨대 한국어 호칭에 스민 여성차별의 흔적.‘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어떤가.‘어른’이란 호칭의 사전적 의미가 결혼한 남자를 뜻하건만 여성에게는 해님·달님 같은 무생물에까지 붙여지는 ‘님’이란 호칭이 고작이라는 것. 남녀를 수식하는 형용사가 뚜렷이 구별되는 것도 그렇다.‘얌전한’‘수줍은’‘순종적인’ 등 여성에겐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속성이 남성에게 붙여질 때는 부정어로 변한다.하지만 ‘씩씩한 여자’처럼,반대의 경우는 긍정적인 뜻을 품는다.이같은 남성중심의 언어조합은 영어에서도 마찬가지.‘Handsome woman’(잘생긴 여자)은 칭찬이다. 서구사회를 풍미한 단어들에도 여성억압의 기제는 곳곳에서 드러난다.이상적인 어머니의 역할을 뜻하는 ‘Momism’은 여성을 가사노동에 묶어두기 위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부산물이라고 꼬집는다.소쉬르·촘스키·비트겐슈타인 등의 언어학 이론들도 자주 등장해 논리가 입체적으로 보강된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 이런 책 어때요 / 캡틴 쿠스토

    이브 파칼렛 지음 / 심현정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해저탐험 장비인 스쿠버를 처음 개발한 프랑스인 자크 이브 쿠스토에 대한 평전.쿠스토 이전 인간은 바다깊이의 3000분의 1도 안되는 해저 3m 밑으로 내려갈 수 없었다.쿠스토는 단지 수중탐험의 선구자로만 기록되지 않는다.직업환경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세계를 탐사하며 바다와 하천이 오염되는 것을 통탄했고,필름 ‘피흘리는 바다’(1979)를 통해 환경오염에 신음하는 바닷속 생물의 보호를 촉구했다.‘환경운동의 교황’‘해양학의 아버지’‘시를 쓰는 해저다큐멘터리 감독’‘녹색당 대통령 후보’등 숱한 호칭은 그의 행동반경을 말해준다.1만 3000원
  • NGO / “간사 대신할 우리말 없나요”활동가·일꾼등 대안찾기

    ‘간사(幹事)’를 대신할 우리말은 없나요? 시민단체에서 실무역할을 하는 직원을 지칭하는 일본식 한자말인 간사를 순수 우리말로 바꿔 부르려는 시도가 시민단체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간사란 ‘모임이나 단체에서 중심이 되어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사람 또는 그 직무’로 돼 있다.정확한 어원은 확실치 않지만 일제 강점기때 항일운동단체에서 간사라는 말을 흔히 썼기 때문에 일본 공산당 등에서 쓰던 용어가 그대로 차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간사라는 말이 일제 잔재로 여겨지는 만큼 다른 곳도 아닌 시민단체만이라도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시민단체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녹색연합에서는 간사라는 호칭대신 ‘활동가’라고 부르고 있다.토론 등을 거쳐 적어도 내부에서만큼은 우리말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다음부터다.한때 운영위원장은 ‘큰살림꾼’,기자는 ‘글매김꾼’ 등으로 바꿔 불러본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외적인 공식행사 등에서는 여전히 이 용어가 쓰이고 있다. 참여연대에서도 간사라는 호칭을 바꿀 적당한 우리말을 찾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시민단체 간사가 국민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며 의견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서기’ 또는 ‘지기’,‘일꾼’,‘운동가’ 등의 용어로 대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글학회에서는 ‘줏대잡이’란 우리말을 대체어로 제시한 바 있다.‘중심이 되는 사람’이란 뜻이지만,일반인들이 흔히 쓰는 용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쉽게 정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민단체의 이런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지금의 뜻을 정확하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우리말이 적당치 않다면,굳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용어를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고수부지’처럼 분명한 우리말인 ‘둔치’가 있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 금란중학교 국어교사 윤주의(38)씨는 “이미 우리말에 상당수의 한자어가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일본식 한자어라고 해서 억지로 호칭을 바꾸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면서 “그렇게 따지면 이미 시민단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굳어진 ‘NGO’도 영어약자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韓·日교류 추진 日 공산당 / 82년 北과 단절… 日우경화 견제세력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 공산당은 위험한 존재인가,단지 ‘공산당’이란 이름만으로 알레르기를 느낄 뿐인가.북한식 혁명노선인가,아니면 서구식 공산주의 정당의 길을 걷고 있는가.노무현 대통령의 ‘공산당 용인 발언’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일본 공산당.특히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당위원장이 지난 11일 한국 방문 희망을 강하게 밝힘에 따라 일본 공산당의 정체성이 큰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중앙 정계에서는 소수파,지방에서는 다수파 지금의 일본 공산당은 간단히 말해 ‘북한과는 관계를 끊고 일본 내에서 자민당 독주체제를 견제하는 좌파 소수세력’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이들은 소수파이다.1억 2500만 인구의 일본에서 당원은 39만명.집권 자민당의 170만명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이다. 국회에서는 중원·참원 합쳐 724명의 의원 가운데 공산당 소속은 40명이다.자민당(355명),제1야당 민주당(173명),연립 여당 공명당(55명)에 이어 4위이다.7개 정당과 무소속을 한덩어리로 볼 때 중간 정도이다.2001년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7.9%의 득표율을 올렸다.의석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무시못할 지지층은 있는 것이다. 지방 의회로 가보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전국 지방 의회에서 공산당 의원 숫자는 4209명으로 다른 정당을 제치고 단연 제1위이다.최근의 무소속 선호 경향으로 자민당 지원을 받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당선되는 경향이 늘어난 점도 공산당 소속 의원이 가장 많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혁명노선 고수하되 온건한 사회주의 지향 일본 공산당은 강령에서 혁명을 지상과제로 내걸고 있으나,북한 같은 프롤레타리아 혁명,무력 혁명이 아니라 ‘민주주의 혁명’과 ‘사회주의적 혁명’이라는 2단계 무혈 혁명을 지향하고 있다.이런 점이 북한과 갈라서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공산당의 혁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공산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거의 없다.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4만달러에 육박하고,일견 일본식 사회주의로도 보이는 ‘열도 총 중산층’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무산계급 혁명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1922년창당 이후 지하에서 활동할 때만 해도 공산당의 과격한 강령이나 행동,주장은 노동자계층 사이에 받아들여졌다.사회혼란을 우려한 일본 당국은 2차대전 패전 전까지 공산당을 집중 탄압해 적지 않은 당원이 희생된 어두운 시절도 있었다. ●시대흐름에 맞춰 변화의 움직임 공산당은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배합한 경제시스템을 지향한다.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성장에 의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이 가능하다고 본다.따라서 기업의 국유화나 토지몰수 같은 강령은 취하지 않고 있다. 오는 21일 중앙위원회 총회에서는 강령에서 인정하지 않던 자위대와 ‘천황제’를 한정적으로 용인하는 강령 개정안을 낼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현행 강령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않아 손질하지 않고서는 다른 당과의 정책연합이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령은 ‘미 제국주의’와 ‘일본 독점자본’을 타파해야 할 두 개의 적으로 분류하고 있다.개정안은 미 제국주의를 ‘미 패권주의’나 ‘미 신식민주의’로 바꿀 것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나름대로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우파 세력들은 “혁명 정당이라는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경화 일본사회내 견제세력으로 소수이지만 공산당은 자민당의 사실상 1당 독주체제에 사민당과 함께 제동을 거는 ‘건전한 비판세력’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목소리는 작아도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견제세력이기도 하다. 중·참 양원을 막론하고 의원의 90% 가까이 찬성표를 던졌던 유사법제에 공산당은 사민당과 함께 끝까지 반대했다.5월16일(중의원)과 6월6일(참의원)의 법안 통과 때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이라크에 자위대를 파병하는 ‘이라크 부흥특별조치법안’에도 물론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자민당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헌법 개정에 대해서도 전후 일관되게 “털끝 하나라도 고쳐서는 안 된다.”는 호헌론을 견지하고 있다. 금권정치가 판치는 일본에서 공산당의 당 운영은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다.정치자금이나 정당보조금은 일절 받지 않는다.기관지인 ‘신문 아카하타(赤旗)’의 수입,당원의 당비,개인 기부금,국회의원의 세비로 운영한다.의원들의 세비는 전액 당 본부로 입금된다.본부가 모든 수입을 관리해 의원들 월급,사무실 유지비,활동비를 지급한다.본부 직원,기관지 기자 월급도 같은 주머니에서 나간다.살림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공산주의식으로 한데 벌어서 한데 쓰는 독특한 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80년대 초 북한과 관계 단절 전후 남한과 관계를 맺지 않았던 공산당은 북한 노동당과는 교류를 가졌다.그러나 1960년대 북한 공작원의 청와대 침입기도 사건을 계기로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했다.공산당이 비공식 사절을 보내 청와대 테러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70년대 들어 북한이 일본에 ‘김일성 주체사상 연구회’를 만들어 주체사상을 ‘수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일본 공산당이 비판을 가하면서 사이가 틀어져 1982년부터 완전히 교류가 끊겼다.그래서 일본 공산당은 남이건 북이건 한반도에서는 어떤 접점도 갖지 못하고 있다.1997년 마쓰모토 의원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호칭을 비로소 ‘남조선’에서 ‘한국’으로 공식변경했다. ●당원 감소 등으로 고민 조직이 고령화된 점이 고민으로 꼽힌다.한때 50만명이던 당원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젊은 세대의 충원이 쉽지 않은 것이다.일본인 납치,북핵 문제 등이 터질 때마다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유권자들의 오해 때문에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최근에는 뜻밖에 “실업률 증가,이라크 전쟁 여파로 20대의 입당이 다소 늘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기관지 서울지국 개설이 최대 현안 ‘신문 아카하타’는 1997년 처음으로 서울 지국 개설의 의향을 김영삼 정권측에 전달했다.당시 한국 정부의 반응은 “지금은 아니다.”는 것이었다.2명의 특파원을 두는 지국 개설을 공식적으로 신청한 것은 4년 뒤인 2001년 국정홍보처를 통해서이다.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된 구두회답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였다.한국 내 뿌리깊은 ‘공산당’ 거부감 때문으로 아카하타측은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런던,베이징,하노이 등 11개국에 특파원을 보내고 있는 아카하타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기자를 한국에 보내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역시 지국개설이 최대 현안이다.평양에도 지국을 두었으나 노동당과의 불화가 겹치면서 1973년 북한측 요구로 철수했다. 아카하타 관계자는 “일간지 50만부 가운데 구독이 의무화된 당원이 40만부를 소화하고 나머지를 일반 시민이 구독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밖에 주간지로 ‘신문 아카하타 일요판’을 150만부 발행하고 있다.일본 공산당의 수입 중 아카하타가 벌어들이는 돈이 가장 많다.그래서 당원과 기관지 확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일본 공산당의 최대 과제이다. marry01@ ■40대 시이 가즈오 위원장은 |도쿄 황성기특파원| 시이 가즈오(48) 위원장은 2001년 11월부터 일본 공산당을 이끌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9일 일본 국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산당 발언’의 파장을 낳은 장본인이다. 도쿄대 공학부 재학시절 일본 공산당에 입당해 승승장구,35세에 위원장 바로 아래 자리인 서기국장으로 발탁되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다.1997년에는 타임지에 ‘일본을 바꿀 11명’의 한 사람으로 등장했다.98년에는 후하 데쓰조 당시 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방문,장쩌민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중·일 공산당의 화해를 이뤄내기도 했다. ●‘盧 공산당 발언' 파장 낳은 장본인 시이 위원장의 등장은 조직의 고령화로 고민하는 공산당의 변신이자 몇세대를 뛰어넘는 과감한 세대교체였다.일본에서 처음으로 창당된 공산당 81년 역사는 미야모토 겐지 전 의장의 1세대-후하 전 의장의 2세대-시이 위원장의 3세대로 나눌 수 있다.일본의 전후 부흥기 때부터 ‘공산당의 얼굴’로 막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해 온 후하 의장에서 40대의 시이 위원장으로 세대교체 때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도쿄대시절 입당… 35세에 서기국장 그런 그의 대북관,북핵해결의 방법론은 어떨까.지난 4일 일본의 위성방송 ‘아사히 뉴스타’에 출연해 밝힌 그의 시각을 정리하면 이렇다.“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다.왜 고립돼 있는가.무법행위를 청산하지 않아서이다.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항공기 폭파,게다가 (일본인)납치,갖가지 무법행위를 했다.그것을 본격적으로 청산하고 ‘물리적 억지력’ 논리에 의한 핵개발을 포기하고,국제사회에 들어오는 것이 (북한의)안전에 최선이라는 점을 말할 필요가 있다.” 전후 세대답게 북한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그는 지난 11일의 기자회견 때 노 대통령이 일본 공산당의 대표단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밝힌 데 대해 “대통령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꼭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방한에 의욕을 보였다. 방한이 성사되면 일본 공산당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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