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테니스, 아가시 ‘라켓’ 그랜드슬램
‘불운도 때로는 보약 되는 법-.’안드레 아가시(29·미국)가 마침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아가시는 7일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열린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5·우크라이나)를 3-2로 물리쳤다.이로써 아가시는 프레드 페리(36년),돈 버지(38년),로이 에머슨(67년).로드 레이버(69년)에 이어 사상 5번째 그랜드슬램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레이버 이후 30년만의 진기록이다.아가시는 92년 윔블던,94년 US오픈,95년 호주오픈챔피언에 올랐었다.
“긴 낮잠에서 깨어난 기분이다.”마치 라스베이거스의 곡예사와 같은 ‘라켓 인생’을 걸어온 그는 우승의 감회를 이같이 밝혔다.지난 86년 16살의 나이로 프로에 뛰어든 그의 굴곡은 역대랭킹이 잘 말해준다.95년 4월 1위자리에 오른 그는 이듬해 12월 피트 샘프라스에게 왕좌를 내준 이후 내리막길을걷다가 97년말에는 141위로 떨어졌다.여배우 브룩 실즈와의 ‘악연’ 탓인지 대회마다 줄줄이 첫판에서 쓴잔을 들었다.중급인 챌린저대회를 전전하며 고향 라스베이거스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그해 4월 실즈와 결혼한 뒤 컨디션난조와 오른쪽 팔목 부상이 겹쳐 ‘끝장’이란 소리까지 들었고 불화설 끝에 올초 이혼의 아픔까지 겪었다.
하지만 아가시는 해냈다.작년 사이베이스오픈을 시작으로 큰 욕심없이 작은대회에 나가 5차례 우승으로 착실히 포인트를 쌓은 ‘인내의 결실’. 14위인랭킹도 곧 ‘톱 5’로 뛸 전망이다. 3시간여 혈전을 마감하고 그랜드슬래머가 된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시련의 터널은 지났다.”송한수기자 onek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