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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단지서 사망 교통사고 낸 후 목격자 행세 70대 결국

    아파트 단지서 사망 교통사고 낸 후 목격자 행세 70대 결국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고도 목격자 행세를 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재근)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씨(74)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고 24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했고 자신이 마치 목격자에 불과한 것럼 행세한 것은 죄질이 매우 나뻐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18일 오후 6시29분쯤 광주 서구 동천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승용차로 보행자 B씨(77·여)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차에 치인 B씨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출혈성 쇼크 등으로 결국 사망했다. 사고 직후 A씨는 해당 아파트에 태연히 주차를 하고 걸어가던 중, ‘사람이 쓰러져 있으니 119 신고를 해달라’는 지인의 요청에 직접 119에 전화를 걸었다. 출동한 119대원은 A씨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물었지만, A씨는 ‘사람이 쓰러져 있어 차를 세운 것뿐이다’며 목격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A씨 자신이 용의자로 특정되자 범행을 시인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즉시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목격자인양 행세한 점은 그 비난가능성이 크고,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취중생] 옛 연인 집 초인종 누른 ‘스토킹법 위반‘ 1호 사건, 어떻게 처리될까

    [취중생] 옛 연인 집 초인종 누른 ‘스토킹법 위반‘ 1호 사건, 어떻게 처리될까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지난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습니다. 1999년 5월 스토킹처벌법이 처음 국회에 발의된 이후 22년 만의 일입니다. 그 기간에 스토킹처벌법이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되풀이하는 동안 스토킹은 피해자의 신체와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무단 투기, 광고물 무단 부착, 음주소란, 무전취식 등과 함께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경범죄로 분류됐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의 시행으로 스토킹은 이제 법원에서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 범죄가 됐습니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은 지난 4월 제정될 당시부터 미완의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스토킹 유형을 5가지로 제한한 점, 스토킹범죄 피해자의 범위를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만 한정한 점, 일부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도록 한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아래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가해자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첫 사건입니다.20대 남성 A씨가 지난 21일 오전 1시 30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여성 피해자 집에 가서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피해자는 A씨의 옛 연인입니다. 피해자는 112에 신고했고, 신고 접수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구두 경고를 통해 A씨에게 스토킹 행위를 멈추라고 했고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할 경우 형사처벌될 수 있음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A씨는 1시간 뒤에 다시 피해자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두 번째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습니다.스토킹처벌법은 법에서 정한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범죄’로 보고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반의사불벌죄 조항, 피해자에 더 큰 위협” A씨는 향후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요?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입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를 A씨 사건에 적용하면, 이 사건 피해자가 향후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A씨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지금의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스토킹 가해자는 피해자의 집 주소, 전화번호, 직장 등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피해자가 신고 또는 고소한 사실을 알고 가해자가 다른 방식으로 피해자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고, 더 중한 위험에 빠뜨릴 위험성도 높다”라면서 “일부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분류한 것은 스토킹범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아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 범죄를 우려해 처벌 의사를 제대로 밝히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모든 스토킹범죄가 반의사불벌죄는 아닙니다. 만일 A씨가 피해자 집을 찾아갔을 당시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거나 그 물건을 이용했다면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와 상관 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렇게 처벌 규정을 둘로 나누다 보니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죽어야 국가는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협소한 스토킹 유형 규정, 포괄적 정의 필요” A씨의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한 5가지 스토킹 행위 유형 중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피해자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동거인과 가족에 대해서도 이런 행위들을 해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유발하면 스토킹이 성립합니다. 경찰은 112를 통해 접수한 사건을 내용에 따라 중요범죄(살인·강도 등), 기타범죄, 질서유지, 교통, 기타경찰업무, 기타(타기관)의 6종(중분류)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57개의 코드로 세분화(세분류)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이 57개 코드에 포함된 때는 지난 2018년 6월이고 기타범죄로 분류돼 있습니다. 경찰은 이를 통해 스토킹 신고 이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해자의 행위가 법에서 정한 스토킹 행위 유형에 해당하지 않으면 이런 신고 이력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지난 3월 학술지 ‘원광법학’에 실린 논문 ‘법정에 선 스토킹’이 최근 8년간(2013년 1월~2020년 12월) 선고된 제1심 판결문 중 ‘스토킹’ 표현이 포함된 판결문 148건(한 사건에 여러 스토킹 유형 포함)을 분석한 결과,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연락한 사건이 70.9%(105건)로 가장 많았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 측 주거, 직장, 학교 등 일상 공간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본 사건이 두 번째로 많은 62.2%(92건)를 차지했습니다. 이 두 유형은 스토킹처벌법에서 정의하는 스토킹범죄 유형 5가지에 속합니다. 그런데 가해자가 피해자 측의 주거를 침입하거나 피해자 측 퇴거 요구에 불응한 사건의 비중도 33.1%(49건)로 적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면회와 교제 등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사건은 55.4%(82건)에 달했습니다. 이 두 유형은 법적으로 스토킹범죄 유형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이 논문의 저자인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스토킹 행위를 지금처럼 5가지 유형만을 열거하는 것으로는 다양한 스토킹 유형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스토킹으로 오랫동안 감내해야 했던 고통, 스토킹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계속되는 맥락이 (범죄의 심각성, 중대성 등을 고려하는) 양형 과정에서 사라져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스토킹 유형들을 빠짐없이 제시함으로써 스토킹을 처벌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스토킹처벌법 입법 취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보호조치에서 빠진 ‘주변 사람들’ 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한 피해자 보호조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검사의 직권 또는 경찰의 신청에 의한 청구를 받고 가해자에 대해 △스토킹범죄를 중단하라는 서면 경고 △피해자 또는 피해자 주거지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피해자에 대한 연락 금지 △경찰관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의 ‘잠정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잠정조치를 위반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에 앞서 경찰은 가해자의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을 때 가해자에 대해 △피해자 또는 피해자 주거지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피해자에 대한 연락 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이런 보호조치는 스토킹범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만 적용됩니다. 피해자의 동거인과 가족, 직장 동료 등 피해자와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스토킹범죄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의 경우 경찰에 신변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경찰의 신변보호조치 유형은 112 신고처리시스템 등록, 스마트워치(위치확인장치) 지급, 맞춤형 순찰, 신변경호, 가해자에 대한 경고, 보호시설 연계, 임시숙소 제공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신변보호조치 유형에는 가해자의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같은 조치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스토킹범죄 피해자의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 피해자의 동거인, 가족 외에 ‘피해자와 가까운 타인’을 위협하는 행위도 형사처벌하는 독일, 피해자의 주변인에 대한 보호조치가 가능하도록 한 영국의 입법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상의 긴급응급조치 기간은 최장 1개월, 잠정조치 기간은 최장 6개월입니다. 반면 피해자 보호명령 기간은 최장 3년입니다.누군가는 ‘일단 법을 시행해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법을 개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토킹은 피해자의 일상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살인, 상해, 성폭력 등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입니다. 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범죄 피해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고 존재 이유입니다.
  • 김해 화포천 황새천국된다, 인근 봉하뜰에서 황새 1쌍으로 증식·방사

    김해 화포천 황새천국된다, 인근 봉하뜰에서 황새 1쌍으로 증식·방사

    경남 김해시는 천연기념물(199호)인 황새 개최수를 늘리기 위해 다음달 23일 충남 예산군 황새복원센터에서 황새 암·수 1마리씩을 들여와 증식과 단계적 방사를 시작한다고 23일 밝혔다.단계적 방사는 어미 황새가 방사장 안에서 알을 낳아 부화한 새끼를 3개월쯤 키우면 방사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다. 김해시는 2019년 문화재청이 한반도 텃새인 황새 복원·방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공모한 황새 서식·방사지역에 선정됐다. 문화재청은 1970년 충북 음성에서 희생된 황새를 끝으로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 황새를 복원하기 위해 예산에 황새복원센터를 설치하고 1996년부터 황새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5년 부터 최근 까지 60여마리 황새를 예산군 황새공원에서 야생으로 방사했다. 문화재청은 황새가 전국 텃새로 퍼져 정착하는 속도가 더뎌 김해를 비롯해 충북 청주, 전북 고창, 전남 해남, 충남 서산 등 5개 시·군을 방사지역으로 추가해 황새 번식과 방사를 추진한다. 김해시는 황새 서식과 단계적 방사를 하기 위해 지난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뜰에 황새 인공 방사장을 설치했다. 방사장은 2949㎡ 규모로 계류장, 둥지, 인공 연못, 먹이공급 관리실 등을 갖추었다. 김해시는 암수 한쌍을 들여와 적응과 번식 과정을 거쳐 첫 단계적 방사가 이뤄지기 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부화해 일정기간 사육을 거쳐 방사되는 새끼 황새는 방사장 주변에서 먹이활동을며 주위 환경에 적응하면서 점차 텃새가 된다. 인공 방사장을 조성한 봉하뜰은 10년 전부터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데다 2017년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국내 최대규모 하천형 습지인 화포천과 가까워 황새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화포천은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등 많은 멸종위기 생물과 철새들이 서식하는 곳이다.국내외에서 인공 증식해 방사한 황새와 야생 황새 등이 화포천 습지에서 관찰된다. 일본에서 인공 증식해 방사한 황새가 2014년 3월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2월에는 야생 황새로 추정되는 4마리가 서식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어 지난 4월에는 봉하뜰에 조성한 인공방사장 연못에서 황새 2마리가 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1마리는 예산군 황새복원센터에서 방사된 황새임을 표시한 가락지가 다리에 부착돼 있었고 나머지 1마리는 아무 표시가 없어 야생 황새로 추정됐다. 황새는 195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였으나 개체수가 급감해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위기종으로 분류한 국제보호조다.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개체수가 3000여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김해시는 황새 증식·방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다음달 23일 들여오는 황새 1쌍의 이름을 공모를 통해 짓는다. 이름 응모 신청서를 27일까지 접수를 한 뒤 상징성, 지역성, 대중성 등 심사항목별 점수 합산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최우수작 1건, 우수작 3건을 선정한다. 수상작으로 뽑힌 황새이름은 황새 방사장 안내판, 화포습지와 연계한 각종 관광홍보 등에 활용한다. 이용규 김해시 수질환경과장은 “황새 개체수가 쑥쑥 늘어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생산자물가 11개월째 ‘껑충’… 10년 5개월만에 큰 폭 올라

    생산자물가 11개월째 ‘껑충’… 10년 5개월만에 큰 폭 올라

    국제 유가의 상승 영향 등으로 생산자물가가 10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4분기(10~12월) 물가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1.13으로 8월보다 0.2% 상승했다. 11개월 연속 오름세다. 지수의 절대 수준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 최고 기록을 매월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하면 7.5%나 상승해 2011년 4월(8.1%)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로, 경기 동향 판단지표 등으로 활용된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공산품, 전력, 가스 등에서 주로 나타났다. 공산품은 한 달 전보다 0.3% 오르면서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갔다. 공산품 가운데 석탄·석유제품(2.1%), 1차 금속제품(0.4%), 화학제품(0.4%)이 상승했다. 산업용 도시가스 인상 등으로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의 생산자물가는 한 달 전보다 2.0% 올랐다. 국제 유가의 상승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도 2.1% 올랐다. 최진만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올 들어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 상승 요인이 계속 작용하면서 관련 생산자물가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품은 작황 호조와 공급량 확대 영향으로 한 달 전보다 0.8%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는 운송 서비스가 0.3% 올랐지만, 다른 서비스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 달 전과 차이가 없었다. 주요 품목으로는 택배(10.1%), 소고기(6.4%), 나프타(6.2%), 경유(1.5%) 등의 가격이 올랐고, 휴양콘도(-37.0%), TV용 LCD(-11.0%), 호텔(-8.4%) 등의 가격은 낮아졌다.
  • [김현섭 PB의 생활 속 재테크] 불안한 투자시장, 다양한 리스크 꼼꼼히 점검해야

    최근 코스피가 10% 이상 하락 후 3000선에 머무르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가총액 선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반도체 가격 하락 전망에 큰 폭으로 하락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래이션’,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중국의 규제 리스크와 전력난, 미국 예산안 및 부채 한도 협상의 지지부진 등 국내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시장에선 자산가격 급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하지만, 악재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산될 수 있어 각각의 위험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수면 아래 있던 부채가 자산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 다만 금융기관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위드 코로나’ 전환이 예상되며, 국내외 기업 실적도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하락세로 전환된 건 아니기에 바닥을 확인한 후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추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증시 조정 폭이 커질 경우 분할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좋다. 최근 미국 10년 장기국채 금리가 1.5%를 넘었다. 지난달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에서 첫 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앞당겨지면서 통화 긴축 우려도 확대됐다. 미국 의회에서 예산안 및 부채한도 협상과 인프라 투자 법안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존재한다. 중국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 수년간 부동산 시장 호조를 이용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온 중국 2위 부동산 재벌 기업인 헝다 그룹의 부도 위기도 문제다. 다만 낮은 대외 부채 등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다양한 리스크로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는 이익이 난 투자상품을 매도한 후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혹시 모를 조정장을 대비해 이익 실현을 하고 친환경과 최근 하락 폭이 컸던 정보통신과 자동차업종 등에 적립식 투자를 하면서 투자 타이밍을 분산하는 것이 좋다. 2차전지 테마는 이익 실현보다는 장기 투자를 하고 연말 배당이 기대되는 배당주와 정기적인 배당 소득이 큰 리츠 관련 투자는 보유한다면 변동성에도 대비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도곡스타PB센터 팀장
  • 주거 침입, 교제 강요… ‘스토커’ 아니라는 스토킹처벌법

    주거 침입, 교제 강요… ‘스토커’ 아니라는 스토킹처벌법

    A씨는 2019년 사귀다 헤어진 여성이 사는 아파트 공동현관에 들어가 피해자를 기다렸다. 당시는 A씨와 피해자가 사귀다가 헤어진 지 수개월이 지난 때였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는 연락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파트에 몰래 들어갔다”며 지난해 1월 주거침입죄로 불구속 기소된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A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벌금 50만원이었다. A씨 사건은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의 일이다. 하지만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돼도 A씨의 주거침입 행위는 ‘스토킹범죄’로 처벌할 수가 없다. 법이 정한 스토킹범죄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탓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스토킹 가해자가 스토킹처벌법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학술지 ‘원광법학’에 실린 논문 ‘법정에 선 스토킹’이 최근 8년간(2013년 1월~2020년 12월) 선고된 제1심 판결문 중 ‘스토킹’ 표현이 포함된 판결문 148건(한 사건에 여러 스토킹 유형 포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연락한 사건이 70.9%(105건)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가 피해자 측 주거, 직장, 학교 등 일상 공간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본 사건이 두 번째로 많은 62.2%(92건)를 차지했다. 이 두 유형은 스토킹처벌법에서 정의하는 스토킹범죄 유형 5가지에 속한다. 가해자가 피해자 측의 주거를 침입하거나 피해자 측 퇴거 요구에 불응한 사건의 비중도 33.1%(49건)로 많았다. 가해자가 피해자 측에 면회와 교제 등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사건은 55.4%(82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 두 유형은 법적으로 스토킹범죄 유형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차이는 형량의 차이로 이어진다. 형법상의 주거침입죄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의 범죄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상의 스토킹범죄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의 범죄에 해당한다. 또 스토킹범죄로 분류되지 않는 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는 경찰과 법원이 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한 보호조치(피해자에 대한 접근·연락 금지 등)를 할 수가 없다. 논문 저자인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스토킹 행위를 지금처럼 5가지 유형만을 열거하는 것으로는 다양한 스토킹 유형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스토킹으로 오랫동안 감내해야 했던 고통, 스토킹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계속되는 맥락이 양형 과정에서 사라져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스토킹 유형들을 빠짐없이 제시함으로써 스토킹을 처벌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스토킹처벌법 입법 취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 간병인이 확진 숨긴 남양주 요양병원 누적 80명

    중국 국적의 간병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 사실을 숨기고 취업한 남양주 요양병원에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는 16일 진접읍 A요양병원에서 환자 8명과 직원 1명 등 9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요양병원 관련 10일간 누적 확진자는 80명으로 늘었다. 중국인 60대 남성 간병인 B씨가 지난 7일 서울에서, 간호조무사 C씨가 10일 전북에서 각각 확진된 뒤 이 요양병원에 대한 전수 검사 과정에서 이날까지 환자와 직원, 가족 등 78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됐다. 애초 보건당국은 C씨를 첫 확진자로 보고 집단감염 경로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C씨보다 먼저 B씨가 확정 판정을 받은 사실이 추적 과정에서 드러났다. B씨는 지난 5일과 6일 영등포보건소에서 두 차례 진단 검사를 받았는데 1차는 음성, 2차는 양성 판정됐다. 영등포보건소는 2차 검사 결과가 나온 지난 7일 B씨에게 전화로 확진 사실을 통보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씨의 소재는 A요양병원 전수검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B씨는 확진 통보를 받은 날 A요양병원에 음성으로 나온 1차 확인서만 내고 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등포보건소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관리법 위반 혐의로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요양병원 확진자는 B씨가 근무한 4층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이번 집단 감염 경로로 B씨를 지목하고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코스피 3000선 회복…삼성전자도 다시 ‘7만전자’로

    코스피 3000선 회복…삼성전자도 다시 ‘7만전자’로

    15일 코스피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3000선을 회복했다. 중국 전력난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외 악재로 출렁였던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6.42포인트(0.88%) 상승한 3015.06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5일 2900선으로 떨어져 등락을 거듭하다 7거래일 만에 다시 3000선으로 올라섰다.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2108억원, 859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매도세가 매수세를 앞지르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4.4원 내린 1182.4원에 장을 마치며 안정세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도 전날에 비해 700원(1.01%) 오른 7만 1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나흘 만에 ‘7만전자’를 되찾았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12월 3일 이후 10개월 만에 6만원대로 내려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낙폭이 과다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미국 실적 호조를 명분으로 ‘단기적인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완전한 회복 시그널로 보긴 어렵지만 헝다그룹에 대한 중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나와 질서있는 퇴장이 가능해진다면 추가 반등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가적인 악재가 나오지 않으면서 생각보다 빨리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하고 시장이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우려에 대한 명확한 출구가 나오진 않은 상태이기에 변동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 [사설] 국제통화기금의 나랏빚 경고, 찬찬히 살펴봐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재정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7.9%에서 2026년 66.7%로 18.8% 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2026년 69.7%에 이를 것이라는 지난 4월 전망보다 개선된 것이지만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2위 체코(37.8→53.7%, 15.9% 포인트), 3위 몰타(53.3→65.4%, 12.1% 포인트)와 비교해도 증가폭이 크다. 35개국 평균은 같은 기간 120.1%에서 121.1%로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나랏빚은 그 자체로 국민 부담이다. 기획재정부가 GDP 대비 나랏빚을 60% 이내로 유지하는 등의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논의는 지난 2월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딱 한 번 이뤄졌다. 여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야당은 예외 조항이 많은 ‘맹탕’이라며 논의를 미룬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 등으로 초대형 예산 지출 공약을 밝힌 상태다. 국민의힘의 유력 주자들도 나랏돈 들어가는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건전하지만,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은 걱정거리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복지비용과 통일비용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5월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GDP 대비 나랏빚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신용등급은 그 나라 투자 여건과 차입금리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다. 수출이 호조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인 만큼 나랏빚을 잘 관리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공약 발표 시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고 재정건전성 유지 방안 등도 내놓아야 한다.
  • 착한 마스크 운동·접종 지원… 서울 ‘우리동네 영웅’ 된 3인

    착한 마스크 운동·접종 지원… 서울 ‘우리동네 영웅’ 된 3인

    ‘착한 마스크 운동부터 예방접종센터 자원봉사까지.’ 코로나19 속에서도 이웃을 위해 발벗고 나선 ‘우리동네 영웅’ 51명이 최종 선정됐다. 행정안전부는 4월부터 시작해 매달 지역별로 선정한 우리동네 영웅 마지막 순서로 서울 지역 3명을 뽑았다고 13일 밝혔다. 오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제9회 대한민국지방자치박람회 코로나19 특별관에서 우리동네 영웅 51명의 활약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서울 우리동네 영웅으로 선정된 김숙자씨는 ‘착한 마스크 운동’ 동참과 생필품 전달 등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국군수도병원 간호조무사 유혜림씨는 휴일이나 교대시간을 활용해 예방접종센터에서 51차례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새마을지도자 서울 종로구이화동협의회 소속 송민근씨는 마로니에공원 등 소독방역과 생필품 꾸러미 전달 등에 동참했다. 박성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우리 주변 수많은 우리동네 영웅들이 지역공동체 회복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실업급여 지급 7개월 만에 1조 아래로…고용시장 개선, 숙박·음식업종은 고전

    실업급여 지급 7개월 만에 1조 아래로…고용시장 개선, 숙박·음식업종은 고전

    실업자의 구직 활동을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하는 구직(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1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대폭 증가한 구직급여 신청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결과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국내 서비스업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지난달 1000만명을 넘어서고, 30대 고용보험 가입자가 24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되는 등 노동시장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숙박·음식업의 어려움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12일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수혜자는 61만 2000명으로 전체 수혜금액은 9754억원이었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 2월 1조 149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고, 지난 8월까지 줄곧 1조원대를 유지해 왔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기존 구직급여 수급자의 수혜기간이 끝나고서 새로 들어오는 신청자 수가 계속 감소해 총수혜자 수가 줄면서 지급액도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며 “노동시장의 회복, 지난해 기저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451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만명 늘었다. 제조업은 내수와 수출 호조 등으로 8개월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됐고,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1001만 5000명) 수가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이후 26년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서비스업 가입자는 비대면 수요 증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에 힘입어 출판영상통신, 교육서비스, 보건복지 등 대부분 업종에서 늘었다. 또 모든 연령대에서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했고, 특히 30대는 보건복지업 등에서 가입자가 늘면서 2019년 8월 이후 24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다만 코로나19 4차 유행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숙박·음식업은 가입자가 1만 2000명 감소하며 지난달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천 과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대외 경제회복 지연 등 불확실성이 있어 고용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 [여기는 중국] 中 임금 상승 빠르다…세계 공장 시대 사실상 막 내려

    [여기는 중국] 中 임금 상승 빠르다…세계 공장 시대 사실상 막 내려

    중국 근로자 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세계 공장'이라는 칭호를 잃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구인구직 플랫폼 ‘즈롄자오핀’(智联招聘)은 올 3분기 기준 전국 근로자 평균 임금이 9739위안(약 180만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불과 1개월 전 평균 월급과 비교해 약 4.2% 급등한 것이며 지난해 같은 동기(월 8688위안)보다 무려 12.1% 오른 수치다. 특히 이 같은 임금 인상의 물결이 확산되면서 올 3분기 평균 월급 수준 1만 위안(약 183만 원)을 넘어선 도시는 전체 조사 대상 38곳의 도시 중 총 7곳에 달했다. 이 같은 근로자 평균 월급 상승 추세에 대해 해당 업체는 중국 국내 경제 시장의 호조와 고용 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토대로 임금 상승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이 시기 임금 수준 고공 행진을 기록한 분야는 전통적으로 높은 임금이 보장됐던 소프트웨어, 인터넷 IT 신기술 개발, AI 분야가 꼽혔다. 특히 AI 등 인공지능 개발 관련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수준은 3만2445위안(약 603만원)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 시기 자율주행차량 관련 신기술 개발 연구원들의 임금 수준은 역사상 가장 높은 보상을 받은 분야였다고 해당 업체는 평가했다. 최근 중국 국내 자율주행차량 연구에 대한 직접 투자 사례가 잦은 반면 성공 사례는 매우 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기술장벽을 가진 분야에서 연구원들에 대한 높은 보수가 보장된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또, 이 시기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 당국의 국가 기조에 따라 반도체 분야 연구원들에 대한 임금 수준도 크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시기 반도체 분야 신기술 연구원들은 월평균 3만 2347위안(약 600만원)의 임금을 보장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에 대한 업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한 동안 이 분야 종사자들의 임금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같은 시기 선물 및 펀드 투자 등 증권 업계 종사자들의 임금이 가파른 인상 폭을 기록했다. 선물 및 펀드 투자 등 증권업계 종사 근로자들의 올 3분기 평균 월급은 1만 2711위안(약 240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존의 고임금 직군으로 분류됐던 에너지, 광산채굴과 전기 통신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 임금 상승률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및 광산 채굴, 전기 통신 업종 근로자들의 임금은 각각 11위, 12위를 기록해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또, 박사 학위를 소지한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 수준은 약 2만 5533위안(약 475만 원)을 기록했다. 이어 석사 학위 소지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수준은 약 1만 7125위안(약 320만 원), 4년제 학사 학위자의 평균 임금은 1만 2975위안(약 241만 원), 2~3년제 전문대 졸업자는 9026위안(약 167만 원),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 근로자는 6822위안(약 126만 원)을 보장 받는데 그쳤다.
  • “자치경찰시대 가정폭력, 경찰과 지자체가 함께 대응”

    자치경찰 시대를 맞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월 도입된 자치경찰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가정폭력 등 주민 민생 치안 사건을 맡고 있다. 9일 사단법인 안전문화포럼에서 발간한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가정 경제 여건, 가족 돌봄 등의 문제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데 특정 한 기관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경찰과 지자체가 협력해 가칭 ‘가정보호전문센터’를 설립하자는 방안이 나왔다. 그동안 경찰과 지자체에서 각각 시행하고 있던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을 통합하자는 내용이다. 시·군·구의 복지담당 공무원과 학대예방경찰관이 협력해 가정폭력 사건을 관리하는 모델이다.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가정보호전문센터를 통해 즉시 해당 지자체의 복지정책 시스템에 입력된 사건 당사자 이력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가정폭력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여러 기관이 협력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연구 논문의 주 저자인 박민정 광주광산경찰서 학대예방경찰관은 “현재 경찰과 지자체 사이에 연계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가정보호전문센터를 통해 경찰 112 신고 정보와 지자체의 개인정보·사회복지서비스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기관 간 공문 의뢰로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신속하고 적합한 피해자 보호조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미국과 독일은 여성단체 등 민간기관의 주도로 지역 사회 중심의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 관련 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각각 지역 정부와 경찰이 주도하고 있다.
  • 삼성전자, 분기 매출 사상 첫 70조원 돌파

    삼성전자, 분기 매출 사상 첫 70조원 돌파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매출 70조원을 돌파했다. 2분기부터 다시 반등한 반도체와 신형 폴더블폰의 흥행이 역대 최대 매출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잠정 실적이 연결기준 매출 73조원, 영업이익 15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02%, 영업이익은 27.94%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분기 매출 7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종전 최대 매출은 약 67조원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였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3분기(17조 5700억원)에 이어 두번째 높은 기록이다. 잠정실적은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모바일 사업이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은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주력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3분기에 정점을 찍었고,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2분기부터 수익성이 다시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반도체 부문의 2분기 매출은 22조 7400억원, 영업이익은 6조 9300억원을 기록했는데, 증권가에서는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0조원까지 이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하반기 ‘폴더블폰 승부수’가 적중하며 실적을 견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 4일 정식 출시 39일만에 100만대를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는 모바일 부문 매출을 27~28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1조 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비자가전 부문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보복 소비’ 수요가 한풀 꺾였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상대적으로 부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 ‘대리 수술’ 男간호조무사, 아동 성착취물 14건 소지도 걸려

    ‘대리 수술’ 男간호조무사, 아동 성착취물 14건 소지도 걸려

    환자들을 상대로 ‘대리 수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의 한 척추병원 남성 간호조무사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소지했다가 적발됐다. 7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지검 형사3부(부장 이장우)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상 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인천 한 척추병원의 간호조무사 A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여성들의 성 착취물 14개를 소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병원장 등과 함께 환자 대리 수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앞서 검찰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상 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이 병원 공동 병원장 3명과 A씨 등 행정직원 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 수술실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들을 시켜 환자 10명의 수술 부위를 절개하거나 봉합하는 등 불법 의료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병원은 의사들이 입건된 직후인 지난 6월에도 2459건의 진료를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 1억 2185만원을 지급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 의원은 “대리 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는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지만 내부 제보가 없으면 밝혀내기 쉽지 않다”면서 “전문병원 지정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밝혔다.
  • 국민권익위, 고발사주 의혹 신고사건 공수처로 송부

    국민권익위, 고발사주 의혹 신고사건 공수처로 송부

    국민권익위원회가 7일 지난달 접수된 ‘고발사주 의혹’ 신고 사건을 관련 사안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전날 송부했다고 밝혔다. 신고 접수 후 신고 사실과 제출자료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친 결과 수사기관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부패방지권익위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처리 결과를 처리 종료 후 10일 이내에 권익위에 통보해야 한다. 권익위는 “신고자는 공수처 조사 중에도 현행 법에 따른 신고자로 보호를 받는다”고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고 신변 보호조치를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 국민권익위, 부패공익신고 보상금 4억 4000만원 지급

    국민권익위, 부패공익신고 보상금 4억 4000만원 지급

    고용유지지원금과 결식아동 급식비 보조금의 부정수급 사례를 신고한 부패·공익신고자들에게 4억여원의 보상금 및 구조금이 지급됐다. 이들의 신고로 공공기관이 회복한 수입금액은 22억5000만원에 이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달 부패·공익 신고자에게 보상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 지급사례는 지난 9월치다. 7일 권익위에 따르면 부패신고자 A씨는 제조업체 대표가 휴업 대상 근로자들을 정상 근무시키고도 허위 서류를 제출해 고용유지 지원금을 부정 수급한 의혹을 신고했다. 조사 결과 부정수급액 3억 3000만원과 추가징수액 6억 7000만원을 합해 10억여원의 환수가 결정됐다. 이에 권익위는 결정적인 제보를 한 A씨에게 보상금 1억 8000만원을 지급했다. 부패신고자 B씨는 경기지역의 한 지역아동센터장이 지난 8년간 식자재 대금을 부풀려 결제한뒤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금 및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의혹을 신고했다. 경기도는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지역아동센터로부터 부정 수급액 1억 3300여만원을 환수하고 추가로 관내 6개 지역 아동센터를 조사해 6000여만원을 환수할 수 있었다. 신고자 B씨에게는 보상금 4000여만원이 지급됐다. 공익신고자 C씨는 장애인재활원의 법 위반 행위를 신고한 뒤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 권익위로부터 보호조치 결정을 받았다. 재활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C씨가 승소했지만 재활원의 재산이 부족해 소송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에 권익위는 소송비용 880만원을 구조금으로 지급했다. 공익신고자는 공익신고로 인해 지출한 치료비나 임금손실액 등에 대해 권익위에 구조금 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 김기선 권익위 심사보호국장은 “부패·공익 신고자들의 결정적인 제보로 22억여원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부패·공익신고 및 신고자 보호·보상을 더욱 활성화 하겠다”고 밝혔다.
  • 탱글 전어 상큼 유자… 입으로 담은 맛보석

    탱글 전어 상큼 유자… 입으로 담은 맛보석

    가수 송창식은 노래 ‘고래사냥’에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외쳤다. 동해는 바다를 뜻하지만 지명인 동해시도 있다. 안타깝게도 서해엔 서해시(군)가 없지만, 남해 바다에는 경남 남해군이 있다. 남해란 이름은 특별하다. 1980년대 생긴 지명인 동해시와 달리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린 이름이다. 남녘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처럼 영호남을 에워싼 남해 바다 중간에 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섬은 섬이다. 별칭은 보물섬이다. 보물이 많다. 마늘과 시금치(섬초), 유자, 죽방멸치 등 ‘먹는 보물’은 물론 아름다운 풍광의 ‘보는 보물’에다 문화재 등 ‘역사적 보물’까지, 진귀한 것들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이 쪽빛 바다를 타고 불어 드는 가을에 보물섬을 다녀왔다. 동화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섬이지만, 외다리 존 실버 선장처럼 보물을 노리는 해적은 없다.●20년 전부터 조성된 남해 독일마을 ‘아우프비더젠’은 독일어로 또 만나자는 작별인사다. 필자는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데어데스뎀덴 디데어데어디’ 하는 신라 향가 같은 관사와, 숨을 모았다 내쉬어야 제대로 나오는 이상한 발음의 전치사를 외우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독일어 선생님 별명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였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도 게슈타포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독일어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매력적인 언어인지 늘 강조하셨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이 위대한 언어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학력고사 20점에 해당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를 ‘단호한’ 교편(敎鞭)으로 ‘친히’ 점검하셨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 필자가 수많은 독일어 주요 문법을 아직도 달달 외우는 이유다. 독일어의 추억이 대상포진처럼 문득 발진한 이유는 남해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독일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언덕의 약 9만㎡ 너른 부지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조성한 지 올해로 딱 20년 됐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북부의 도시 노드프리슬란트와 1997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그 맹아가 텄다. 2001년 남해군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귀국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25가구 정도가 직접 독일로부터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가옥을 짓고 이주하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포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상점, 식당, 카페 등이 더 많다.하지만 일부러 꾸민 ‘독일 테마파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아온 교포들의 실생활이 이뤄지던 곳으로, 그 진정성과 세밀함이 매력 포인트다. 집안의 소품 모두 재현품이 아닌 독일의 것이다. 호박색 기와를 올린 독일식 건축물과 외벽 장식, 정원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꾸며낸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떠났던 이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파독 광부 전시관과 파독 근로자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주택가 진입로에는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와 햄, 족발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가 있고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 역시 독일식 인테리어로 갖춰 놓았다. 언덕배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거리 풍경이 하도 이국적이면서도 현실감 있어 마치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하다. 물론 식사와 함께 독일이 자랑하는 맥주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아무렴, 발트해보다는 남해가 낫다. 풍광도 좋다. 언덕 아래로 물건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과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을 옆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물미해안도로도 있어 관광 코스를 짜기에도 딱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 방조어부림은 폭 30m에 길이 1500m에 이르는 해변의 숲이다.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과 숲 그늘로 물고기를 꾀어내는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한다. 무려 400여년 전인 1640년쯤 조성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한독근로자채용협정’을 체결한다. 독일에서 기피업종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종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면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옹색한 국가신용등급 탓에 차관을 제공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해외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 은행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내려는 전략이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파독 근로자는 1970년대 중후반까지 2만여명에 이르렀다. 광부가 8395명,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는 1만 371명이 서독으로 떠났다. 1인당 월급으로 100달러가 넘게 지급됐으니 차곡차곡 외화가 쌓였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서독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의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이 돈을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경제부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정말 ‘나라를 구한’ 열렬한 애국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은 어려운 근무환경에 인종 차별을 견디며 특유의 뚝심과 근면으로 버텼다. “글뤽 아우프(무사하기를).” 고등학생 때 이 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지만, 광부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것만 봐도 당시 갱 속의 위험한 근무여건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 내며 밤낮을 지새웠다. 성공적으로 독일에 안착한 이들이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튼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파독역사전시관에 이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남아 있다.●비단산 둘러싸고 도는 옥색바다 남해와 해남(전남)은 앞뒤 음절만 다른 게 아니라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 해남은 땅끝의 이미지로 왠지 육지 느낌이라면, 남해는 이상향 같은 심상을 준다. 남녘, 남촌, 남국 등 남(南) 자가 앞에 달려서 그럴 것이다. 아직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월, 풍(楓) 내려오는 가을 복판이다. 들판과 바다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붉은 황토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 옥색 바다가 한눈에 든다. 남해의 산과 들, 바다가 잘 짜 놓은 유화 팔레트처럼 조화롭게 펼쳐진다. 남해는 사실 산이다. 욕탕에 물을 빼듯 바닷물을 비운다면 뾰족한 산이 나올 텐데, 그 산들이 바로 남해도, 창선도, 우도 등 남해군이 품은 섬이다. 실제 국내 섬 중 가장 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고 786m(망운산) 등 기세 좋은 산들이 섬을 채운다. 왕이 되면 온 강토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선 태조가 이름을 붙였다는 금산(錦山). 무려 해발 700m에 이른다. 태조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전국 3대 기도 도량 보리암이 금산의 산마루에 있다. 관광객이야 좋은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니 어쨌든 그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 산은 좋지만 경작할 농토는 모자랐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수금푸’(삽의 사투리)와 호미로 일일이 산을 깎아 경작지를 개간해야 했다. 남해에는 가천면 다랑이논 같은 노동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0여층 높이의 계단 같은 논밭이 산허리로부터 바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진다. 피땀 흘려 개간한 노동의 현장이지만 조형미만큼은 가히 예술적이다. 유려한 곡선(사실은 직선화할 수 없어 그랬을 테지만)이 가파른 층을 이루며 첩첩 오른다. 밑에서 보자면 하늘 계단이며 위에서 보면 곡면으로 구성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다. 벼가 무르익으면 여기에 황금색이 입혀진다. 가을 다랑이논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남해가 보물섬이란 설정에는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설천면 구두산에는 유럽 초원을 닮은 양떼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다. 푸른 언덕에 양들이 뛰어놀고 있다. 시간 맞춰 가면 양몰이 개 보더콜리가 뛰어다니며 어린 양떼를 통제하는 진풍경도 관람할 수 있다.남해는 바다다.(아깐 산이라더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비옥한 바다다. 이 바다에 봄이면 플래티넘처럼 반짝이는 멸치떼가 돌아오고, 가을이면 전어와 우럭 등 싱싱한 횟감과 전복, 소라 등 맛난 먹거리가 넘쳐난다. 관음포는 고현면 북쪽에 있는 포구다. 노량 바다를 바라보는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있다. 이락포(李落浦)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순신 장군이 서거한 곳이란 뜻이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은 관음포에서 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이락사 등 유적과 영상관,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물이 이곳에 있다. 그 이전인 고려 때는 인근 선원사(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에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했다. 이래저래 호국성지인 곳이다. 상주은모래해변도 남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물어 가는 가을볕을 받아 윤슬과 더불어 반짝이는 은싸라기 같은 모래밭을 바라보면 과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멸치떼가 지나는 지족해협과 죽방렴, 남해안 특유의 청자색 계열을 색색별로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산이 높아 길도 한참 올라가는 탓에 눈부신 바다는 어느 곳엘 가도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바다 결핍’에 시달린다면 당장 남해를 찾아야 한다.●보물섬의 숨은 보물찾기 엘림 마리나 앤드 리조트는 독일 마을 아래 물건항에 위치한 요트 리조트다. 요트 정박장과 편의시설동, 테라스와 월풀욕조 등을 갖춘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럭셔리 요트와 제트 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빈티지 아날로그 오디오와 다양한 제조사의 중대형 바이크를 수십대 모아 둔 전시실도 갖췄다. 비 오는 날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에 찾아볼 만하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골든앵커 레스토랑에선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새파란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저물어 가는 진풍경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난티 남해는 이미 유명한 곳. ‘물결’이 모티브로 녹아든 건물에 스위트룸 150개와 프라이빗 빌라 20개로 구성됐다. 리조트 조성 당시 5베이 구조를 채택해 어떤 객실에 묵어도 바다와 섬, 골프 코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힐튼 브랜드에서 아난티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광’보다는 ‘쉼’을 강조하며 콘셉트도 바꿨다. 어린이 섹션과 반려동물 동반, 서가 등 일상 속 ‘느림’을 표방하며 자연 속 휴식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예술적 영감을 더한 굿즈와 식음료는 독특한 개성으로 채웠다. 아난티 남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리조트 곳곳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다. ●조선시대 여행작가 류의양 ‘남해문견록’ 남겨 독서의 계절에 남해에 왔는데 유배문학관을 빼놓기도 뭐하다. 남해는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하지만 남해 풍광을 가만 떠올려 보면, 형벌이 아니라 인센티브 휴가에 가깝다. 워케이션처럼 남해에 유배 와서 교육과 저술활동을 한 선비들이 많았다. 가시나무 울타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위리안치를 제외하면 집을 짓고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시를 쓰며 보냈다. 이때 유배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 유배형이 있던 외국에도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일본의 스가와라노 마치자네, 중국의 이백, 소동파, 백거이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은 물론이며 서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1815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을 가서 구술서 ‘세인트헬레나의 회상’을 남겼고 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추방당한 후 영국 해협의 저지섬과 건지섬에서 살며 명작 ‘레미제라블’을 썼다. 러시아 푸시킨 역시 미하일로프 유배 생활 중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썼다. 남해에는 ‘사친시’(思親詩)의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이규보, 김굉필, 권근, 김정 등 수많은 문필가들이 유배 생활 중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류의양(1718~미상)은 현대적 의미의 ‘여행작가’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남해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글로 기록한 남해문견록을 남겼다. 류의양은 책에 풍경과 지리뿐 아니라 사투리 등 다양한 생활상까지 담아 국문학뿐 아니라 언어학에서도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가을날의 보물찾기. 보물섬 남해 땅에서 도전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은빛 윤슬 금빛 들판… 눈으로 담은 가을 보석

    은빛 윤슬 금빛 들판… 눈으로 담은 가을 보석

    가수 송창식은 노래 ‘고래사냥’에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외쳤다. 동해는 바다를 뜻하지만 지명인 동해시도 있다. 안타깝게도 서해엔 서해시(군)가 없지만, 남해 바다에는 경남 남해군이 있다. 남해란 이름은 특별하다. 1980년대 생긴 지명인 동해시와 달리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린 이름이다. 남녘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처럼 영호남을 에워싼 남해 바다 중간에 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섬은 섬이다. 별칭은 보물섬이다. 보물이 많다. 마늘과 시금치(섬초), 유자, 죽방멸치 등 ‘먹는 보물’은 물론 아름다운 풍광의 ‘보는 보물’에다 문화재 등 ‘역사적 보물’까지, 진귀한 것들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이 쪽빛 바다를 타고 불어 드는 가을에 보물섬을 다녀왔다. 동화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섬이지만, 외다리 존 실버 선장처럼 보물을 노리는 해적은 없다.●20년 전부터 조성된 남해 독일마을 ‘아우프비더젠’은 독일어로 또 만나자는 작별인사다. 필자는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데어데스뎀덴 디데어데어디’ 하는 신라 향가 같은 관사와, 숨을 모았다 내쉬어야 제대로 나오는 이상한 발음의 전치사를 외우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독일어 선생님 별명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였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도 게슈타포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독일어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매력적인 언어인지 늘 강조하셨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이 위대한 언어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학력고사 20점에 해당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를 ‘단호한’ 교편(敎鞭)으로 ‘친히’ 점검하셨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 필자가 수많은 독일어 주요 문법을 아직도 달달 외우는 이유다. 독일어의 추억이 대상포진처럼 문득 발진한 이유는 남해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독일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언덕의 약 9만㎡ 너른 부지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조성한 지 올해로 딱 20년 됐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북부의 도시 노드프리슬란트와 1997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그 맹아가 텄다. 2001년 남해군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귀국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25가구 정도가 직접 독일로부터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가옥을 짓고 이주하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포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상점, 식당, 카페 등이 더 많다.하지만 일부러 꾸민 ‘독일 테마파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아온 교포들의 실생활이 이뤄지던 곳으로, 그 진정성과 세밀함이 매력 포인트다. 집안의 소품 모두 재현품이 아닌 독일의 것이다. 호박색 기와를 올린 독일식 건축물과 외벽 장식, 정원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꾸며낸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떠났던 이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파독 광부 전시관과 파독 근로자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주택가 진입로에는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와 햄, 족발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가 있고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 역시 독일식 인테리어로 갖춰 놓았다. 언덕배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거리 풍경이 하도 이국적이면서도 현실감 있어 마치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하다. 물론 식사와 함께 독일이 자랑하는 맥주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아무렴, 발트해보다는 남해가 낫다. 풍광도 좋다. 언덕 아래로 물건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과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을 옆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물미해안도로도 있어 관광 코스를 짜기에도 딱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 방조어부림은 폭 30m에 길이 1500m에 이르는 해변의 숲이다.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과 숲 그늘로 물고기를 꾀어내는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한다. 무려 400여년 전인 1640년쯤 조성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한독근로자채용협정’을 체결한다. 독일에서 기피업종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종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면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옹색한 국가신용등급 탓에 차관을 제공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해외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 은행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내려는 전략이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파독 근로자는 1970년대 중후반까지 2만여명에 이르렀다. 광부가 8395명,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는 1만 371명이 서독으로 떠났다. 1인당 월급으로 100달러가 넘게 지급됐으니 차곡차곡 외화가 쌓였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서독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의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이 돈을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경제부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정말 ‘나라를 구한’ 열렬한 애국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은 어려운 근무환경에 인종 차별을 견디며 특유의 뚝심과 근면으로 버텼다. “글뤽 아우프(무사하기를).” 고등학생 때 이 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지만, 광부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것만 봐도 당시 갱 속의 위험한 근무여건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 내며 밤낮을 지새웠다. 성공적으로 독일에 안착한 이들이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튼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파독역사전시관에 이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남아 있다.●비단산 둘러싸고 도는 옥색바다 남해와 해남(전남)은 앞뒤 음절만 다른 게 아니라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 해남은 땅끝의 이미지로 왠지 육지 느낌이라면, 남해는 이상향 같은 심상을 준다. 남녘, 남촌, 남국 등 남(南) 자가 앞에 달려서 그럴 것이다. 아직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월, 풍(楓) 내려오는 가을 복판이다. 들판과 바다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붉은 황토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 옥색 바다가 한눈에 든다. 남해의 산과 들, 바다가 잘 짜 놓은 유화 팔레트처럼 조화롭게 펼쳐진다. 남해는 사실 산이다. 욕탕에 물을 빼듯 바닷물을 비운다면 뾰족한 산이 나올 텐데, 그 산들이 바로 남해도, 창선도, 우도 등 남해군이 품은 섬이다. 실제 국내 섬 중 가장 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고 786m(망운산) 등 기세 좋은 산들이 섬을 채운다. 왕이 되면 온 강토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선 태조가 이름을 붙였다는 금산(錦山). 무려 해발 700m에 이른다. 태조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전국 3대 기도 도량 보리암이 금산의 산마루에 있다. 관광객이야 좋은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니 어쨌든 그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 산은 좋지만 경작할 농토는 모자랐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수금푸’(삽의 사투리)와 호미로 일일이 산을 깎아 경작지를 개간해야 했다. 남해에는 가천면 다랑이논 같은 노동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0여층 높이의 계단 같은 논밭이 산허리로부터 바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진다. 피땀 흘려 개간한 노동의 현장이지만 조형미만큼은 가히 예술적이다. 유려한 곡선(사실은 직선화할 수 없어 그랬을 테지만)이 가파른 층을 이루며 첩첩 오른다. 밑에서 보자면 하늘 계단이며 위에서 보면 곡면으로 구성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다. 벼가 무르익으면 여기에 황금색이 입혀진다. 가을 다랑이논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남해가 보물섬이란 설정에는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설천면 구두산에는 유럽 초원을 닮은 양떼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다. 푸른 언덕에 양들이 뛰어놀고 있다. 시간 맞춰 가면 양몰이 개 보더콜리가 뛰어다니며 어린 양떼를 통제하는 진풍경도 관람할 수 있다.남해는 바다다.(아깐 산이라더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비옥한 바다다. 이 바다에 봄이면 플래티넘처럼 반짝이는 멸치떼가 돌아오고, 가을이면 전어와 우럭 등 싱싱한 횟감과 전복, 소라 등 맛난 먹거리가 넘쳐난다. 관음포는 고현면 북쪽에 있는 포구다. 노량 바다를 바라보는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있다. 이락포(李落浦)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순신 장군이 서거한 곳이란 뜻이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은 관음포에서 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이락사 등 유적과 영상관,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물이 이곳에 있다. 그 이전인 고려 때는 인근 선원사(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에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했다. 이래저래 호국성지인 곳이다. 상주은모래해변도 남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물어 가는 가을볕을 받아 윤슬과 더불어 반짝이는 은싸라기 같은 모래밭을 바라보면 과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멸치떼가 지나는 지족해협과 죽방렴, 남해안 특유의 청자색 계열을 색색별로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산이 높아 길도 한참 올라가는 탓에 눈부신 바다는 어느 곳엘 가도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바다 결핍’에 시달린다면 당장 남해를 찾아야 한다.●보물섬의 숨은 보물찾기 엘림 마리나 앤드 리조트는 독일 마을 아래 물건항에 위치한 요트 리조트다. 요트 정박장과 편의시설동, 테라스와 월풀욕조 등을 갖춘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럭셔리 요트와 제트 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빈티지 아날로그 오디오와 다양한 제조사의 중대형 바이크를 수십대 모아 둔 전시실도 갖췄다. 비 오는 날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에 찾아볼 만하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골든앵커 레스토랑에선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새파란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저물어 가는 진풍경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난티 남해는 이미 유명한 곳. ‘물결’이 모티브로 녹아든 건물에 스위트룸 150개와 프라이빗 빌라 20개로 구성됐다. 리조트 조성 당시 5베이 구조를 채택해 어떤 객실에 묵어도 바다와 섬, 골프 코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힐튼 브랜드에서 아난티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광’보다는 ‘쉼’을 강조하며 콘셉트도 바꿨다. 어린이 섹션과 반려동물 동반, 서가 등 일상 속 ‘느림’을 표방하며 자연 속 휴식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예술적 영감을 더한 굿즈와 식음료는 독특한 개성으로 채웠다. 아난티 남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리조트 곳곳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다. ●조선시대 여행작가 류의양 ‘남해문견록’ 남겨 독서의 계절에 남해에 왔는데 유배문학관을 빼놓기도 뭐하다. 남해는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하지만 남해 풍광을 가만 떠올려 보면, 형벌이 아니라 인센티브 휴가에 가깝다. 워케이션처럼 남해에 유배 와서 교육과 저술활동을 한 선비들이 많았다. 가시나무 울타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위리안치를 제외하면 집을 짓고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시를 쓰며 보냈다. 이때 유배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 유배형이 있던 외국에도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일본의 스가와라노 마치자네, 중국의 이백, 소동파, 백거이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은 물론이며 서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1815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을 가서 구술서 ‘세인트헬레나의 회상’을 남겼고 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추방당한 후 영국 해협의 저지섬과 건지섬에서 살며 명작 ‘레미제라블’을 썼다. 러시아 푸시킨 역시 미하일로프 유배 생활 중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썼다. 남해에는 ‘사친시’(思親詩)의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이규보, 김굉필, 권근, 김정 등 수많은 문필가들이 유배 생활 중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류의양(1718~미상)은 현대적 의미의 ‘여행작가’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남해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글로 기록한 남해문견록을 남겼다. 류의양은 책에 풍경과 지리뿐 아니라 사투리 등 다양한 생활상까지 담아 국문학뿐 아니라 언어학에서도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가을날의 보물찾기. 보물섬 남해 땅에서 도전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요양보호사 2명 중 1명 “근무 중 성희롱당해”

    요양보호사 2명 중 1명 “근무 중 성희롱당해”

    요양보호사 절반가량이 근무 중 성희롱을 당했고 4명 중 1명꼴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에 의뢰한 ‘요양보호사 폭언, 폭행, 성희롱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0명 중 173명(46.8%)이 돌보는 노인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46명(12.4%)은 노인의 보호자로부터, 33명(8.9%)은 센터장 등 관리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또 돌보는 노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93명(25.1%)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보호자와 관리자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자도 각각 15명(4.1%), 8명(2.2%)이었다. 또 12명(3.2%)은 돌보는 노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폭언, 욕설, 폭행뿐 아니라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피해까지 잇따르고 있는데도 보호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응답자의 42.2%는 이용자에게 폭언, 폭행, 성희롱을 당한 이후 기관에 보호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보호 조치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답변도 40.5%에 달했으며, ‘싫으면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다는 응답자도 8.9%나 됐다. 근무 중 관리자에게 폭언, 폭행, 성희롱을 당한 뒤 시설장에게 보고했다는 답변은 28.9%에 불과했다. 허 의원은 “요양보호사가 근무 중 폭언·폭행·성희롱을 당했음에도 근무 환경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시설 관리자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관련 시설과 기관을 조사하고 피해 당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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