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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깨스트] ‘사법농단’ 잇단 무죄 판결… ‘재판개입’ 책임은 어떻게 묻나

    [판깨스트] ‘사법농단’ 잇단 무죄 판결… ‘재판개입’ 책임은 어떻게 묻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이 연달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 절차가 아직 많이 남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핵심 고위 간부들 외에 검찰이 추가로 재판에 넘긴 10명의 전·현직 법관들의 재판에서 벌써 5명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인데요. 특히 13일과 14일 있었던 두 개의 판결에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를 지닌 판단들이 담겨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향방이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틀간 무죄 판결이 난 두 가지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전체적인 주요 배경과 핵심 혐의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유영근)가 무죄를 선고한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사건은 사법부의 ‘부당한 조직 보호’라는 전체 사건의 뿌리 중 하나로 연결됩니다. 이들의 혐의는 곧 양 전 대법원장과 고 전 대법관, 임 전 차장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에서 선고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건은 ‘재판개입’이라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줄기입니다. 47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선 일부로 보이지만, 전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틀을 법원이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계기가 된 것입니다. ●같은 ‘무죄’ 선고됐지만 파장은 더 큰 임성근 부장판사의 ‘무죄’ 선고된 주문은 모두 ‘무죄’.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 결이 조금 다릅니다. 앞 사건은 “이들의 행위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임 부장판사의 사건은 “위헌적인 부당한 일을 한 것은 맞지만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행위를 바라본 시각이 아예 다릅니다. 그리고 ‘사법행정권자’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판단도 달랐습니다. 판결 이후 법원과 검찰의 반응, 그리고 사건이 미칠 파장에도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훨씬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임 부장판사 사건입니다.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으니 사건을 재판에 넘긴 검찰도 연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그 강도는 임 부장판사 사건에서 더욱 셌습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단순히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고 비난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본질적인 고민을 법원에 던지는 의미도 있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임 부장판사의 공소사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 관련 보도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을 맡은 재판장인 이모 부장판사에게 “기사가 허위”라는 중간 판결을 선고공판 이전에 하도록 요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먼저 있습니다. 또 이 부장판사가 선고기일을 잡자 그 전에 판결 선고를 위한 구술본(법정에서 판결의 핵심을 요약해 선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내용)을 미리 보고받은 뒤 이를 수정하도록 요청했다는 혐의입니다.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지만 해당 보도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질책을 하도록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와 관련한 사건 판결이 이뤄진 뒤 재판장인 최모 부장판사에게 요구해 양형이유 가운데 민감한 표현을 수정하도록 한 혐의,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오승환·임창용씨를 정식 재판에 넘기려던 김모 판사의 판단을 뒤집고 “어차피 벌금형이 최고형인 범죄이니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라”고 종용한 혐의가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세 번째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견책’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이 같은 공소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두 갈래로 구분됩니다. 임 부장판사가 각각의 재판장들을 만나 재판에 관여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각 재판관여 행위는 피고인의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일선 재판부에 개입하는 행위 자체가 법관의 독립을 명시한 헌법에 반한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그동안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들을 비판해 온 시각이라면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헌적”이라는 지적은 결국 임 부장판사의 행위들에 대한 선언적 규정일 뿐, 임 부장판사의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합니다. 위헌적이거나 부도덕한 행위라고 해서 곧바로 벌을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적용된 죄명에 따라 범죄가 성립되는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게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임 부장판사의 행위들이 기소된 죄명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들어맞아야 하는 건데 이날 재판부는 맞지 않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공무원의 ‘권한에 없는’ 불법행위는 직권남용죄 처벌 불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권한을 남용해 ▲상대방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되는 범죄입니다. 다만 ‘직무권한’은 공무원이 그 지위와 역할에 맞게 해오던 일들로 범위가 제한돼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지인이 운영한 회사인 KD코퍼레이션과 납품계약을 맺도록 하거나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광고업체와 광고계약을 맺도록 한 혐의에서 직권남용죄가 무죄로 확정됐는데요. 박 전 대통령이 잘못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통령에게는 일반 사기업의 광고발주까지 관여할 직무권한이 애초에 없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상대방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 해당되는 죄라는 것, 다시 말하면 만약 공무원이 권한에도 없는 불법행위를 했더라도 죄를 물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단순히 ‘공무원 불법행위죄’라는 건 없고,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에 맞게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권한을 넘어선 일을 하면 직권남용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는 직권남용에 대한 판단이 더욱 중요한데, 이날 재판부는 “형사수석부장에겐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헌법이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어 다른 국가기관이나 외부 세력 뿐 아니라 사법부 내부에서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해선 안 된다”면서 “사법행정권도 궁극적으로 사법권 독립 내지 법관의 독립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선 안 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법관의 조직법상 상위기관인 사법행정권자는 법관의 독립을 해치지 않은 범위 안에서만 직무감독을 할 수 있으므로 개별 법관의 재판업무에 대해 사전적·사후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체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는데요. 사법행정권자인 수석부장판사가 개별 판사들의 재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에도 없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사법행정권자에 재판개입 권한 없어’ 판단→ ‘재판개입’ 처벌 근거 아예 없어져 이 논리를 만약 양 전 대법원장 등 다른 재판부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각종 재판개입 의혹들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들 재판에 관여하도록 주도한 사법행정권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대법원장에게 일선 법원 법관들의 재판에 관여해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직무권한은 없다”, “법원행정처장이 일선 판사에게 특정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하라고 지시할 권한이 없다”면 임 부장판사의 1심 판결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직 수뇌부들의 재판 만이 아니어도 지금이라도 어느 법원에선가 사법행정권자의 재판개입 행위가 벌어져도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법이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재판관여 행위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해 징계사유 등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위헌적인 행위라는 선언도 했으니 국회에서 추진을 한다면 법관 탄핵이나 또는 법원 내부 징계절차로만 재판개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법관 탄핵이나 내부 징계절차는 모두 현직 법관들에 대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퇴직한 전직 법관들에겐 아예 책임을 따질 방법이 없기도 합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재판 독립의 원칙상 재판개입을 위한 직무권한이 존재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직권남용죄도 성립할 수 없다면 인사권자나 상급자의 어떠한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을 것이고 직권남용죄의 보호법익인 국가기능의 공정성은 가장 중요한 사법의 영역에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직권이 남용된 결과를, 남용된 직권 그 자체와 혼동한 것”이라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형사수석부장이 재판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인데, 임 부장판사는 형사수석부장의 재판사무감독권 등 사법행정상의 지휘와 감독, 지시, 명령권을 이용해 개별 판사들의 재판 독립을 침해했다는 게 핵심인데 재판부가 거꾸로 판단을 했다는 겁니다. ●영장재판에서의 수사정보 넘긴 행위에 대해선 “사법행정의 영역” 판단 여기서 앞서 지난 13일 선고된 세 명의 법관들의 사건도 다시 들여다 봐야 합니다. 임 부장판사보다 하루 전날 선고된 이 사건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원행정처(임종헌)→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신광렬)→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법관(조의연·성창호)으로 영장심사 과정에서 확보한 검찰의 수사기록을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갔고, 다시 영장전담 법관→형사수석부장→법원행정처로 수사정보가 보고돼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공소사실의 내용입니다. 정운호 게이트에 현직 부장판사였던 김수천 전 부장판사가 뇌물 혐의로 연루되자 법원행정처가 다른 판사들에게로 검찰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할 목적을 세웠다는 게 검찰의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데엔 우선 ▲사법부의 조직적인 검찰 수사 방해 움직임이 있지 않았고, ▲일부 행정처로 넘어간 수사정보가 있었지만 ‘기밀’이라고 보호할 만한 비밀이 아니었고 ▲외부로 유출되거나 실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의 임 전 차장에 대한 보고를 “규정에 근거해 법관 비위와 관련해 사무·감독하는 상급 행정기관인 행정처에 보고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장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현직 법관이나 법원에 크게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을 사법행정기관인 행정처에 보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정보보고’라는 판단입니다. 임 전 차장이 김수천 전 부장판사의 가족관계서를 신 부장판사를 통해 영장판사실에 내려보내기도 했고, 이 가운데 일부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 아니었고, 영장이 기각된 것도 조·성 부장판사가 통상의 영장심사 절차와 원칙에 맞춰 처리한 결과라고 판단했습니다. 중요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을 심사하다보면 가족관계는 자연스레 확인 가능하니 굳이 행정처에서 명단을 내려보내지 않아도 영장판사들이 파악할 수 있었으니 그 역시 엄청난 목적을 갖고 비밀스런 정보를 주고받은 게 아니라고 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의 한 간부는 “13일에서는 사법행정 영역이어서 재판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 게 가능해서 죄가 안 된다 하고 그 다음날에는 사법행정 영역에 재판개입의 권한과 근거가 없어 죄가 안 된다고 하니 법원에서의 논리도 서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법행정권자 지시→일선 판사 영향 ‘인과관계 없다’ 다시 임 부장판사 사건으로 돌아와 또 다른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 있습니다. 임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자신의 생각을 지시하거나 요구한 행위 그 자체만으로 위헌적이고 징계사유라고 꼬집긴 했는데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지시를 전해들은 일선 법관 3명은 임 부장판사에게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합의부의 재판은 합의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므로 재판장의 의사와 독립된 것으로 재판장이 혼자서 이를 결정할 수도 없다. 이모·최모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요청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법적 판단 및 합의부 내의 논의 등을 거쳐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재판부와 합의해 결정을 했다. 즉, 피고인의 요청과 이모·최모 부장판사 및 소속 재판부의 재판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됐다. 김모 판사 또한 동료 판사들의 의견을 듣고 독립적으로 결정을 해 피고인의 요청과 김모 판사의 약식명령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됐다.”상급자가 어떠한 지시와 요구를 했고, 실제로 그와 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하급자가 정말 그 지시 때문에 그렇게 판단했는지 아니면 오롯이 자신의 독립적 판단으로 그렇게 결론냈는지 ‘독립된 재판을 해온’ 판사들에게서는 특히 인과관계를 밝히는 게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곧 ‘의무없는 일’을 한 것도 아니라는 게 돼 만약 임 부장판사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주어졌다고 판단했어도 또 다시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하도록 지시했고, 그와 관련된 보고서가 작성됐고 일부 재판 결과도 그 지시와 같은 취지로 나왔다고 해도 대법원장→판결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면 역시 재판개입 행위를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무죄 판결문’에서 끝나지 말아야 할 법원의 진짜 고민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부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각종 재판을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종 일선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연결됩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이죠. 청와대와 정부에 우호적일 만한 판결 결과가 나오도록 대법원 재판을 오래도록 끌었다는 게 주요 혐의 내용입니다. 그런데 만약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부에서도 이날과 같은 판단을 받아들여 어떠한 재판개입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면 ‘지연된 정의’의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비단 양 전 대법원장 뿐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처럼 사법행정권자의 재판개입이 ‘면죄’된다면 그리고 그 재판의 결과가 틀렸다면. 잘못된 재판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게 됩니다. 재판이 잘못됐다는 것을 법원 어디에서도 밝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의 내용과 법리이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은 계속 깊이 들여다 봐야 합니다. 10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5명이 무죄가 됐다고 그냥 법원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말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검찰을 쏘아보고 말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재판개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디까지를 재판개입과 관여로 봐야할지 법원은 아주 깊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라는 법원 역사상 가장 아팠던 상처 속에서 반드시 얻어내야 할 열매라는 것을, 무죄 판결문에도 오히려 더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MB정부 댓글공작’ 조현오 전 경찰청장 1심서 징역 2년

    ‘MB정부 댓글공작’ 조현오 전 경찰청장 1심서 징역 2년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온라인 댓글 여론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65)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징역 2형의 실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조 전 청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나 선고 결과를 들은 조 전 청장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는 14일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보안수사대 등 부하 경찰관들에게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며 정부 정책과 경찰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지시한 조 전 청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조 전 청장은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은 사실관계를 알리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활동 내역들을 살펴보면 경찰관을 동원해서 정부 정책과 경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 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국민들의 자유여론 형성을 저해하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경찰 기관에 대한 신뢰를 크게 저버린 점 등을 고려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 전 청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전 청장은 자신이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 소속기관의 직제 관련 규정을 보면 경찰의 직무는 범죄 예방과 진화,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 작성, 교통 단속 등이 명시돼 있는데 피고인이 정보·보안·홍보 담당 경찰관들에게 지시한 행위는 특정 이슈에 대해 경찰에 대한 옹호 댓글을 달도록 하거나 찬반투표를 벌이도록 한 것으로 법령상 규정된 직무범위에 벗어나 있다”면서 “게다가 경찰관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글을 게시하도록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안경찰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의무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선고를 받은 조 전 청장은 피고인석에서 “댓글 1만여개 중 절반은 집회·시위에 관련된 것으로 경찰 본연의 업무인 공공의 질서와 안녕에 대한 것이었는데 재판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옹호 여론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 수 차례나 언급했다”면서 “제 지시에 따라 적극적으로 인터넷 여론 대응을 했다고 판결한만큼 선고를 앞두고 있는 부하직원에 대해서는 상명하복에 따라 제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던 점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정보관리부와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등 부서 소속 경찰 1500여명을 동원해 정치, 사회 이슈에 있어 정부에 우호적인 글을 온라인상에 달게한 혐의로 2018년 10월 구속기소됐다. 당시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응했던 이슈에는 천암한 사건과 연평도 포격, 구제역, 유성기업 파업, 반값등록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등 당시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던 것들이었다. 이외에도 조 전 청장 개인의 청문회나 각종 발언을 둘러싼 논란, 경찰이 추진한 시책과 관련한 비판 여론에도 유사한 방식의 조직적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12월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전 청장은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음에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전 청장은 “경찰 비난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댓글공작인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질서 유지를 위한 댓글 공작을 한 적은 있지만 경찰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했고 정부정책을 옹호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경찰 댓글공작’ 조현오 전 청장, 오늘 1심 선고…검찰, 4년 구형

    ‘경찰 댓글공작’ 조현오 전 청장, 오늘 1심 선고…검찰, 4년 구형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1심 선고가 14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는 이날 오후 2시에 조현오 전 청장의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검찰은 조현오 전 청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과 일부 고위 경찰이 법정에서까지 경찰이 몰래 댓글을 조직적으로 다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런 공권력의 잘못된 행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오 전 청장은 최후변론에서 “저도 민주주의를 존립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한계는 비폭력적이어야 하고 진실에 기반해야 한다. 허위왜곡 주장이면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조현오 전 청장은 2010~2012년 경찰청장 재직 당시 정부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청 보안국과 정보국 소속 경찰관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댓글을 달게 하며 사이버 여론대응 활동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윗선 지시를 받은 정보경찰관들은 가족 등 타인계정을 이용해 민간인 행세를 하며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천안함 사건, 구제역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과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 3만 3000여건(진술 추산 6만여건)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나혼자 미얀마 1년… 부모 품에 돌아오는 선교사 아들

    미얀마에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뒤 벌금 1000만원을 내지 못해 11개월간 홀로 생활해 온 한국인 선교사의 아들 김요셉(16) 군이 오는 22일 귀국해 부모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안대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은 13일 “김군의 아버지 김한석(57) 선교사와 17일 미얀마로 출국해 주미얀마 한국대사관 직원과 함께 미얀마 이민청에 가서 벌금을 처리하고 22일 함께 귀국하려 한다”고 했다. 김군은 지난해 3월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자 가족과 함께 귀국하려 했지만, 미얀마 공항에서 출국을 제지당했다. 한국인 선교사와 미얀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군은 국제결혼을 금지하는 현지 법률 탓에 어머니의 혼외자로 호적에 올라 미얀마 국적을 얻게 됐다. 김 선교사는 한국에서도 혼인 및 김군의 출생신고를 해 김군은 한국 국적도 갖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는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기에 당국은 김군이 2016년 한국 여권을 사용한 사실을 들어 불법체류자라고 판단했다. 미얀마 당국은 김군이 미얀마에 체류한 4년여 기간에 대해 하루에 벌금 5달러씩 총 8000여 달러를 납부하라고 했으나, 벌금을 낼 형편이 안돼 미얀마에서 홀로 생활하게 됐다.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안 이사장은 지난달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미얀마 당국과 협의를 통해 재판 없이 벌금만 지불하고 출국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각계 지원을 받아 벌금도 모을 수 있었다고 안 이사장은 전했다. 김군은 귀국 후 여동생이 다니는 강원 홍천의 다문화대안학교 해밀학교에 편입할 예정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2000자 인터뷰 29]이근 “도쿄올림픽은 이웃나라 행사, 지원해야”

    [2000자 인터뷰 29]이근 “도쿄올림픽은 이웃나라 행사, 지원해야”

    한국의 공공외교, 30년 역사 많이 성장 노벨상 배출 지원 스웨덴 사무소 설치 추진 ‘기생충’, BTS 쌍끌이 흐름 잘 이어가야정부의 공공외교를 도맡고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KF)이 내년이면 생긴지 30년을 맞는다. 한국이 경제성장으로 먹고 살만해지고 외국이 우리를 보는 눈을 의식하게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대접받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외교를 펼치는 게 KF이다. 한국이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우뚝 솟아올랐지만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지는 의문인 게 현실이다. K드라마, K팝, K무비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가는 그 그늘에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공공외교를 전개해 온 KF의 노력은 짧은 시간 안에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국제정치학자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에서 지난해 9월 KF로 옮긴 이근 이사장을 만났다. 이 이사장은 “한일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양국 간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지원했듯이 7월의 도쿄올림픽에서도 이웃의 국제행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한국의 공공외교 수준을 어떻게 보는가. A. 우리의 공공외교 역사는 길지 않다. 경제 성장이 궤도에 오른 1980년대부터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세계에 한국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짧은 공공외교 역사를 고려할 때,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압축적으로 동시에 달성한 점, 삼성·LG·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기업들의 약진, 그리고 최근에는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덕분에 국제사회 내 한국의 위치는 상당히 높아졌다. 우리의 IT 기술, BTS,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에 힘입어 최근 한국의 대외적 이미지 또한 상당히 좋아졌다. 이 흐름을 잘 이어가야 한다. Q. 국력에 비해 공공외교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며 대책은 뭔가. A. 압축 성장을 통해 세계 12위권 수준의 경제력과 국제사회 내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으나, 실제로 공공외교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므로 경제 성장에 비해 소프트파워의 성장은 늦게 시작됐다. 공공외교는 경제와는 달리 목적 달성에 시간이 걸린다. 투자 대비 효과를 단기간에 얻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류와 우리 기업들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인지도·이해도·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자 간 정책 공공외교, 즉 한미·한일·한중 간 공공외교는 공식 외교의 영향을 받는다. 공식 외교가 풀지 못하는 것을 공공외교가 풀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 공공외교는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Q. 세련된 방식으로 국가 이미지를 좋게 하고, 인식을 바꾸어 해당국 국민들이 갖게 되는 호감이 해당국의 정치외교에 반영되는 것인데,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대 일본 공공외교라고 보는데. A. 공공외교는 공식외교가 원활할 때 시너지를 더해줄 수 있다. 공식 외교가 해결하지 못하는 이슈를 공공외교 만으로 푸는 데 한계가 있다. 국가 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면 아픈 과거를 치유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상호간 긍정적인 공통점을 찾아내어 강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공공외교로 양국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KF는 2017년부터 한일을 오가며 각국 시민 50명씩 참여하는‘한일 시민 100인 미래 대화’와 같은 민간 교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여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Q. 노벨상 배출을 지원하기 위해 스웨덴 사무소 설치를 추진한다고 한다. A. 21세기는 테크놀로지, 문화, 혁신 등이 중요한 시대이다. 기술력과 문화력이 동시에 뛰어난 선진국, 강대국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것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과학 및 문학, 경제학 분야에서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 도쿄공업대의 경우 스웨덴에 사무소를 만들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논문이나 실적 등을 노벨상위원회가 있는 현지에서 꾸준히 알려왔다. 반면 우리는 뛰어난 과학 기술과 문학 작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KF의 스웨덴 사무소 설치는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노력뿐 만 아니라, 세계에서 과학기술 및 문화 혁신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미래혁신 공공외교’ 활동 전개에 있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Q. 국제정치학자로서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전망은 어떤가. A. 최근 국제 정세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독립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탄핵 국면을 넘어섰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갈 것이므로 트럼프라는 독립변수가 국제 정세에서 상당 정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미국 대선의 추이를 보면서 전략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 Q. 북미 비핵화 협상은 미국 대선 전에는 어렵다는 보는가. A. 실무선에서의 협상 노력은 지속하려 하겠지만, 미 대선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선뜻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북협상팀의 해체가 그 조짐이라고 본다. 우리는 남북 간 평화를 만들기 위해 이 기간을 잘 극복해야 한다. Q. 도쿄하계올림픽을 공공외교에서 활용할 복안은 있는가. A. 이웃 국가의 국제적 행사는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일본의 노력과 준비 과정, 행사의 마무리 등을 칭찬해 주고, 평창올림픽 때 일본이 협력한 부분도 강조하면 좋을 것 같다. KF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고, 국제적 우호친선을 증진하기 위해 1991년 설립된 외교부 산하기관. 2017년 ‘공공외교법’에 따라 국내 유일의 공공외교 추진기관으로 지정됐다.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소개하고, 해외에서 한국어·한국학 기반 확대 및 한국학 전문가를 육성하는 게 주된 업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고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한국에 우호적인 외교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올해 신북방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유라시아문화원 설립을 위한 외교부와의 협업, 신규 해외사무소 및 대미 공공외교를 전담할 ‘한미미래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민변 ‘선거 개입 공소장 미공개’ 법무부 비판 성명

    민변 ‘선거 개입 공소장 미공개’ 법무부 비판 성명

    “청와대·정부 관계자가 피고인이 된 사안 권력기관이 공적 영역 선거 관여한 혐의 법무부 사건의 무거움 헤아렸는지 의문”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공소장 미공개’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설득 작업을 거치지 않고, 권력기관이 선거에 관여했다는 무거움을 헤아렸는지 의문”이라며 법무부를 비판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그간 현 정부의 검찰개혁 정책 등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해 온 민변이 개혁의 일환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인 공소장 미공개 방침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민변은 12일 김호철 회장 명의로 낸 ‘공소장 국회 제출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과 제안’이라는 제목의 공식 논평을 통해 “법무부의 공소장 제출 문제가 제도 개선의 관점보다 정치적 논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며 “법무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검찰은 청와대의 선거 개입·하명수사 의혹 관련 수사를 마치고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피의자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추 장관의 지시로 공소장 전문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참여연대 등 현 정부에 우호적인 시민단체와 민변 소속 변호사들도 비판에 가세한 바 있다. 민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가 피고인이 된 사안으로 사적 생활 영역이 아닌 권력기관이 공적 영역인 선거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된 사안”이라며 “법무부가 해당 사건이 가지는 무거움을 제대로 헤아렸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추 장관은 ‘공소장 미공개는 피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지만 민변은 “피고인 방어권 문제가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이어 “법무부는 공소장 비공개에 대한 사전 논의가 충분치 않고 법령과 훈령 사이의 충돌 문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에 대해 공소 요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서 “특정 사안(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정치적 대응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민변은 “정부는 국민에게 정보를 제대로 알려야 하고, 수사나 재판 등에서 사안을 감추거나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미군 합동군사훈련 종료 두테르테의 ‘진짜’ 속내

    미군 합동군사훈련 종료 두테르테의 ‘진짜’ 속내

    “두테르테, ‘친중 정책’ 방해물 제거하는 것”“델라 로사 필리핀 상원의원에 대한 미국의 비자 거부를 들먹이는 것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핑계일 뿐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의 근거인 방문군협정(VFA) 종료 통보에 관련해 마닐라에 있는 데라살레 대학의 레나토 데 카스트로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12일 NPR과의 인터뷰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에서 미국을 몰아내는 것은 중국을 향한 정책 선회의 방해물을 없애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래 친중국 정책을 강화해 왔다고 CNN이 이날 전했다. 2018년 4월 베이징 방문에 앞서 그는 “중국이 필요하다. 현재 시점에서 누구보다도 중국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VFA 종료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을 환영하는 정책이자 중국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 편에 서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분석했다.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FONOP)’를 벌이는 미군의 행보에 차질이 빚어질지 관심이 간다. 두테르테, 트럼프 방미 초청도 거부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강경한 입장 표시로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초청을 거절했다. 앞서 필리핀은 11일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양국간 합동군사훈련의 근거인 VFA 종료를 통보하면서 다른 나라와도 유사한 협정을 체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 대변인 살바도르 파넬로는 이날 “‘우리는 우리의 국방력을 강화하고,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말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에게 우호적이고 양국 간에 상호 이득이 있으면 다른 나라와의 유사한 협정 체결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VFA가 파기되면 미국이 필리핀과 1951년 맺은 상호방위조약과 2014년 체결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도 위험해진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미국에 가장 오래된 동맹이다. 1999년 맺은 VFA에 따라 필리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받는 미군들은 비자 규제를 면제받고 있다. 필리핀의 이같은 결정은 전 경찰청장인 델라 로사 상원의원에 대해 미국이 지난달 입국 비자 발급을 거부한데 따른 대응조치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일선에서 수행한 그는 수천명을 재판없이 살해한 것으로 국제 인권 감시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인권 감시단체는 이런 피살자가 1만 2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미국 “양국 중대 영향… 주의 깊게 고려”VFA 종료에 대해 마닐라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에서 “미국과 필리핀 동맹에 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조치”라며 “우리의 공통 이익을 어떻게 진전시킬지에 주의 깊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필리핀에 군사 원조로 5억 5000만 달러를 제공했고, 필리핀군과 함께 ‘발리카탄’으로 알려진 연례 훈련과 같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 발리카탄에는 중국의 군사적 접근 가능성에 대항으로서 일본과 호주도 참가하기도 한다. 필리핀이 미국에 VFA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협정에 따라 180일간은 효력을 유지한다. 그동안 양국이 물밑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높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새 우리은행장에 권광석… 손태승 연임 다지기 포석?

    새 우리은행장에 권광석… 손태승 연임 다지기 포석?

    유력 거론 김정기 부행장 제쳐 예상밖 금융권 인맥 탄탄해 관계 개선 노린 듯 과점주주 IMM PE도 권 대표에 우호적 ‘중징계’ 손 회장 연임 위한 전략적 선택우리금융지주가 권광석(57)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를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당초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측근 인사인 김정기 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된 만큼 권 대표의 선임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우리금융이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정치권과 금융권에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한 권 대표에게 차기 은행장을 맡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 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권 대표, 김 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 최종 후보 3인을 선정해 검증한 결과 권 대표를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당초 유력 후보였던 김 부행장은 손 회장이 발탁하고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 온 데다 현직에 종사하고 있어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등으로 어수선한 조직을 재정비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았다. 손 회장이 연임 강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은행장도 측근을 선임해 안정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권 대표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권 대표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함께 일한 기간이 긴 데다 손 회장 취임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계열사인 우리PE 대표로 일했다. 하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의 연임 강행이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으로 비치는 상황에서 측근인 김 부행장까지 은행장으로 선임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은행 과점주주 중 한 곳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권 대표에게 우호적이라는 점도 은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MM PE는 사외이사 1석을 점유해 이번 인선에 참여했다. 게다가 울산 학성고 출신인 권 대표를 둘러싸고 ‘현 정부 고위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정치권 지원설도 나왔다. 일각에선 임추위원장인 손 회장이 어쩔 수 없이 권 후보를 전략적으로 수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회장 연임을 위해 그룹 이해관계자 모두를 아우르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임추위 관계자는 “권 대표가 지금의 국면을 뚫고 나갈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권 대표는 우리은행 미국 워싱턴지점 영업본부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등을 거쳤다. 한편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와 이동연 우리FIS 대표, 최광해 우리금융연구소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우리종금 대표엔 김종득 우리은행 부행장보, 우리신용정보 대표에는 조수형 우리은행 부행장보, 우리펀드서비스 대표엔 고영배 우리은행 상무가 새로 선임됐다. 우리금융은 이날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사설]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문화 강국 도약대 삼아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어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는 등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4개 부문을 휩쓸었다. 101년 역사의 한국 영화가 오스카 무대에 오른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며, 게다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관왕을 차지한 것은 일대 사건이다. 특히 세계 영화산업의 본산 할리우드에서 초일류 감독의 쟁쟁한 작품과 겨루며 외국어 영화라는 장벽을 뚫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번 수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우울하던 한국인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겼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예견됐다. 지난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시드니영화제 최고상, 밴쿠버영화제 관객상, 전미비평가협회 작품·각본상에 이어 지난 1월에는 오스카와 더불어 미국의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기생충’이 국제무대에서 거둬들인 상만 50개에 가깝다. 무엇보다 외국 영화에 배타적이기로 악명 높은 오스카 무대가 비영어권 영화에 작품상을 준 것은 92년 역사상 처음인 만큼 아카데미의 변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할리우드조차 비주류권 영화를 무시하지 못하고, 잘 만들어진 비영어권 영화라면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기생충’은 입증했다. 한국 자본 100%로 제작한 ‘기생충’의 성공 비결은 한국의 문제이면서 지구촌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를 봉 감독 특유의 웃고 울리는 절묘한 휴머니즘을 가미해 가장 한국적으로 풀어냈기에 가능했다. 봉 감독은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했는데,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영화를 만들어냄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기생충’의 정상 등극은 세계 40여개국 1억 6000만 달러(약 1901억원)의 흥행 기록이라는 산업적 성공은 물론이려니와 케이팝, 케이드라마에 이은 케이무비의 세계 진출을 확인한 성과도 거뒀다. 이번 쾌거는 ‘충무로’에서 탄생한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장르적 성격을 드러낸 봉준호적 실험은 예술성뿐만 아니라 오락성에서도 한국 영화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한국 영화계는 이번 수상을 자양분 삼아 제2, 제3의 ‘봉준호’ 배출에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뿐 아니다. BTS가 이끄는 한류의 동력에 ‘기생충’은 커다란 힘을 보태게 됐다. 문화 콘텐츠로 교류하는 소통의 힘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공감대를 넓혀 문화강국으로의 도약을 이뤄냈으면 한다.
  • 주한 중국대사 “한중, 서로 이해와 지지…中, 투명하게 대응”

    주한 중국대사 “한중, 서로 이해와 지지…中, 투명하게 대응”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해 한중 양국이 서로 이해와 지지를 보내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진행한 ‘신종 코로나’ 브리핑에서 “중한 양국은 우호적 이웃이며 인적 왕래가 밀접하다”면서 “서로 이해하고 지지해주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와 각계 인사가 중국 국민을 적극 성원하고 있다”면서 “중국 측은 이에 깊은 사의를 표하며 중국 국민도 따뜻한 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전면적이고 엄격한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국제사회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씨줄날줄] 트랜스젠더 신입생/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트랜스젠더 신입생/박록삼 논설위원

    “너무 욕을 먹어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올해 숙명여대 법학부에 합격한 A(22)씨의 발언이다. A씨는 지난해 8월 태국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두 달 뒤 법원에서 성별정정 허가까지 마친 ‘여성’이다. 지난주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여대 입학생’으로 보도됐을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최근 벌어졌다. 입학등록 마감(7일)을 앞두고 숙대 재학생과 입학생들이 A씨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 많은 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학에 합격했지만 그는 별로 행복하지 않은 듯하다. 그의 입학을 반대하는 측은 힐난하듯 발언했다. “왜 굳이 여대를 가서 논란을 자초하나”, “그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과, 그와 함께 여자화장실, 여탕, 여대를 이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일견 이해되는 면도 없지 않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사회적으로 소수자인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느껴왔을 불안과 두려움, 혐오·차별의 수위가 짐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부 숙대 재학생들의 반발은 방어기제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 성별’에만 얽매이는 인식은 성소수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다. 현대사회는 남과 여뿐만 아니라 제3의 성도 인정하는 추세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 최근 2~3년 한국 사회를 들썩거리게 했던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는 합리적인 이들로부터 배척받았다. 다양성과 평화로운 공존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여성으로 전환된 A씨가 여대를 가든, 남녀공학에 진학하든 그의 자유다. 개인이 행복추구권을 실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성별정정 신청에 대해 법원은 일관성 없이 판결했지만, 2006년 대법원에서 호적상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흔들림 없이 가고 있다. 국가 역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단순한 동정이나 배려가 필요한 차원이 아니다. 법적으로 불허되고 있는 동성결혼의 합법화 등은 성소수자들에게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A씨가 앞으로 맞닥뜨려야 할 차별의 벽은 대단히 높고 공고할 수도 있다. 성평등의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숙대에도 활동 중인 성소수자 모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A씨가 학업활동을 하는 데 세상의 편견이 굴레가 되지 않도록 이들이 함께할 것을 기대한다. 인권이 확장돼 자리잡은 사회는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권 영역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A씨를 따뜻하게 품은 대학 친구, 선배들이 A씨와 함께 세상에서 훨훨 날길 바란다.
  • [여기는 중국] 中, 신종코로나 환자 의료비 지원 확대…천문학적 치료 비용

    [여기는 중국] 中, 신종코로나 환자 의료비 지원 확대…천문학적 치료 비용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자국민 확진자의 개인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를 위해 10조 원 상당의 대규모 자금을 동원키로 했다. 중국 재정부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이하, 위건위)와 국가의료보장국의 공동으로 신종코로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총 총 603억 3000만 위안(약 10조 3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공고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신종코로나 방역 보조금 44억 위안(약 7480억 원) 긴급 배정 이후 추가로 공고된 대규모 자금 동원이다. 또한 이에 앞서 중국 당국은 신종코로나 발병 지역으로 알려진 후베이성(湖北) 일대에 5억 위안(약 85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전달, 이튿날인 28일에는 각 지역 서민층을 위한 방역 사업에 99억 5000만 위안(약 1조 7000억 원)을 연이어 송달했다. 또한 앞서 올 초 중국 전역에 대한 위생 방역 사업 명목으로 총 503억 8000만 위안(약 8조 6000억 원)이 지원된 바 있다. 이로써 3일 현재까지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 방역 및 확진 감염자 치료비 명목에 사용될 자금은 총 603억 3000만 위안(약 10조 3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자금 지원 항목에는 기존의 신종코로나 감염 환자의 치료비 가운데 환자가 납부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 항목이 크게 늘어났다. 감염 환자 수가 크게 확대, 치료비 부담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 내 신종코로나 확진자 격리 치료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ECMO(체외막 산소 공급)는 환자 1인당 치료 비용이 최소 20만 위안(약 3500만 원)에서 최고 50만 위안(약 9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현지 유력 언론들은 분석했다. ‘ECMO'(체외막 산소 공급) 기술은 환자의 심폐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 부착하여 환자의 순환기기능을 보조할 수 있는 치료 방식이다. 특히 감염 후 약 2.1%에 달하는 치사율을 기록 중인 신종코로나 감염 환자의 경우 다수가 중증 호흡 부전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환자의 체외 순환을 시행하는 방법으로 호흡을 보조할 수 있는 특효 기술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혈관 손상, 출혈, 괴사, 2차 감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치료 시 의료진 다수에 의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점도 의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1인의 확진자 감염 치료 시 5인의 의료진의 투입, 이 의료진 1인이 일평균 사용하는 방호복 등은 하루 십 여벌에 달하는 상황이다. 해당 진료비 중 일부에 대해 지금껏 중국 당국은 기본의료보장, 중대질환보장, 의료구제 등의 방식으로 분할해 지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부담 비용이 약 20~50만 위안에 달하는 등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명목의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것. 실제로 지난 2018년 기준 중국인 1인당 연간 평균 소득은 6만 6800위안(약 117만 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해당 진료비 수준은 개인이 부담할 수준을 초과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대도시 소재의 직장에 재직하는 평범한 회사원이 해당 진료비용을 납부하기 위해서는 최소 7년 동안 ‘먹고, 마시지 않고’ 저축만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재정부는 높은 부담률의 환자 진료비용을 낮추기 위해 기존의 환자 부담 명목 중 약 60%에 달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환자가 소지한 ‘후커우'(戶口, 중국의 호적 제도) 지역 이외의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을 경우,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의료비 중 일부에 대해 중앙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의료보장, 중대질환보험, 의료구제 외에도 나머지 개인 부담금에 대해 타지역 정부가 지출한 비용을 중앙 정부의 보조금 지출 명목으로 대신 지불하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신종코로나 환자를 위한 막대한 자금이 농촌과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공산당 중앙위 측은 해당 보조금 지급에 대해 ‘신종코로나 방역 작업을 위해 사용해야 하며, 어떤 지역 및 부무도 함부로 지출을 유보해서는 안 된다’면서 ‘또는 해당 자금에 대해 고의로 횡령, 유동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엄격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국무원 측은 공고문을 통해 ‘해당 자금에 대해서 현장 일선에서 자금 용도를 무단으로 변경해 차출하는 경우도 엄격하게 금지한다’면서 올해 증액된 보조금의 사용 출처를 명확히 할 방침을 전했다. 특히 신종코로나 확진 감염자의 경우 자가 호흡 불능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상당한 탓에 최대 40만 위안에 달하는 고가의 치료비가 환자 개인에게 부과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브렉시트 英 ‘홀로서기’ 첫 난관은 40년 만의 무역협상

    브렉시트 英 ‘홀로서기’ 첫 난관은 40년 만의 무역협상

    英언론 “15년 뒤 경제규모 5% 축소될 것” 美 전방위적 무역협정 압박도 감당해야영국 총리실은 1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전날 밤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 총리 관저에서 징을 치는 사진을 공개했다. 자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첫날을 맞는 승리의 기분을 만끽하는 사진이었지만, EU와의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 등 완전히 홀로 서기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영국 매체들은 존슨 총리가 월요일인 3일 영국·EU 무역협정과 관련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전환기인 올해 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EU에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더타임스는 영국이 2016년 EU와 캐나다가 최종 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을 모델로 한 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캐나다식’ 무역협정으로 불리는 CETA는 대부분 상품에 대해서는 무관세가 적용되지만, 서비스 부문은 포함되지 않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캐나다식 협정 방식이나 호주·EU 간 무역협정 방식이나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나다식 협정이 영국·EU 간 협상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캐나다의 대외무역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지만, 영국의 경우 EU의 비중은 40%를 훌쩍 넘어 규모가 다르다. 또 광물, 중화학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캐나다와 달리 영국은 금융서비스 등의 비중이 커 무역 품목의 성격도 판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 서명까지 7년이나 걸린 CETA를 모델로 삼아 11개월 안에 협상을 끝내겠다는 존슨 총리의 계획은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타임스는 영국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캐나다식 협정이 체결될 경우 영국 경제 규모가 15년 뒤 현재보다 5%가량 축소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영국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는 미국과 중국 등 EU 외 국가들과의 무역협정이다. 특히 영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이 EU와의 협상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동안 브렉시트에 우호적이었던 미국은 영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후 불확실성에 직면한 영국이 전방위적인 무역협정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킴 다로치 전 주미 영국대사는 가디언에 “영국은 40년 동안 무역협상을 해보지 않았다”면서 “솔직히 영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목표도 아직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한진 조원태, ‘우한 전세기’에 탑승…일각선 “민폐·쇼” 지적 왜

    한진 조원태, ‘우한 전세기’에 탑승…일각선 “민폐·쇼” 지적 왜

    누나 조현아와 주총서 지분 싸움 감안한듯전세기 내 승무원 수, 법정 최소탑승인원으로탑승 승무원에 보상 없이 ‘우려 불식쇼’ 지적도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정부가 중국에서 집단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인근 지역 체류 교민 약 700명의 수송하기 위해 띄우는 전세기에 탑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밤 우한으로 출발하는 전세기에 동승하는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끝에 결국 탑승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대한항공 측은 노조 간부(상근) 3명과 대의원 10명을 포함한 지원자 30여명으로 우한 전세기에 탑승할 인원을 꾸린 상태다. 조 회장은 승무원 안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자원을 높이 평가한 데 이어 이들을 격려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전세기 탑승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의 탑승과 관련해 “교민 안전을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전세기 탑승 업무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조 회장이 어려운 임무에 동참하면서 전세기 운항 책임자로서 원활한 운항이 될 수 있도록 지휘할 계획”이라고 언론에 전했다. 국적기 가운데 유일하게 우한 노선 운항 경험이 있는 대한항공은 이번 전세기 파견에 B747과 A330 항공기를 제공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오는 3월 사내이사 재선임이 걸린 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룹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누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지분을 놓고 다투고 있어 자신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관련해 최대한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지난해 성탄절에는 조 회장이 어머니 자택을 찾아가 유리창을 깨고 소동을 벌인 사실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 이후 총수 일가의 이미지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특히 총수 일가의 갈등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그룹 차원의 이미지나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전세기 탑승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지 세탁을 위한 쇼”라는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이전에 대통령 전세기에 대한항공 회장이 사무장 자격으로 동승한 선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과 같은 사태에서, 더군다나 전세기 내에서 조 회장의 역할이 특별히 없는데도 굳이 탑승하는 것은 ‘민폐’라는 것이다. 전세기에 탑승하는 승무원 인원은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 최소 탑승 인원으로 맞춰진 상태다.특히 전세기에 탑승한 승무원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없이 전세기 동승으로 솔선수범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가 우한에 전세기를 띄운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전세기에 탑승할 승무원의 안전 우려가 불거졌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특별수송편 비행 후 추가 감염 위험에 대한 예방 조치로 일정 시간 특별휴가를 줘 자가격리조치를 하고 업무배제에 따른 승무원들의 임금과 업무 손실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공 사측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별도로 회사 승무원의 90%가 소속된 대한항공 일반노조의 경우 고참 승무원들이 안전을 우려하는 승무원들의 사이에서 전세기 탑승을 자청한 만큼 보상 등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동반 탈당 의원 0명… 안철수 ‘새 깃발’ 성공할까

    동반 탈당 의원 0명… 안철수 ‘새 깃발’ 성공할까

    안철수계 비례의원 현실적 탈당 불가구의원·평당원 등 400여명 동반탈당“옳은 길에 국민이 진정성 알아줄 것”실용적 중도 강조…신선함 퇴색 약점안철수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떠나 독자 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녹색 돌풍’이 다시 불 수 있을지 정치권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4년 전 국민의당 시절 다져놓은 지지 기반을 버리고 맨땅에서 다시 일어서야 하지만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76일이다. 안철수계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30일 국회에서 연 원내정책회의에서 “어제 안 전 대표가 탈당했다. 바른미래당이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손학규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최고경영자(CEO) 해고 통보하듯 했다고 하지만 기업이 CEO의 아집으로 부도 직전까지 몰렸으면 당연히 CEO에게 책임을 묻고 회생 절차를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손 대표의 책임을 물었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동반 탈당하는 의원은 전무하다.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등 비례의원 6명은 탈당 시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당을 벗어날 수 없다. 권은희 의원과 이들 비례의원들은 당에 남아 안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을 도울 계획이다. 안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으로 38석을 확보해 원내 3당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제 명목상 20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의원 중 호남에 기반을 둔 당권파는 안 전 의원의 탈당에 이견을 보였다. 바른미래당 소속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과 평당원 400여명은 이날 안 전 의원을 따라 탈당계를 제출했다. 평당원 오미선씨는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당원의 불신을 키운 손 대표와는 함께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바른미래당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안철수지지 당원 여러분들께서도 동반탈당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31일엔 바른미래당 전현직 원외위원장·당직자 수십명이 탈당할 예정으로 이후 탈당 러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손 대표 체제 이후 지역위원장 등 다수가 손학규계 인사들로 채워져 있어 조직 확보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낮은 지지율은 또 한 번의 돌풍에 걸림돌이다. 지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안 전 의원이 얻은 지지율은 4%에 머물렀다. 이낙연(24%) 전 총리, 황교안(9%)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은 3위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풍’을 일으키며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오는 총선에서 신당이 안 전 의원의 2017년 대선(21.4%)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19.6%) 득표율이라도 달성할지 미지수다. 주변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음에도 안 전 의원은 ‘새 정치’ 앞세워 국민에게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안 전 의원은 귀국 당시부터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행복한 국민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제대로 일하는 정치 등 3대 지향점을 내세우며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안 전 의원이 독자 노선을 선택한 데 대해 “이 길이 옳기 때문에 가는 것이지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이 진정성을 인정해주고 동참하면 된다”고 기대했다. 2012년 정계 입문과 동시에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기성 정치인에게서 보긴 힘든 신선한 이미지에 기인한 바 컸다. 그러나 7년여 시간이 흐르면서 최대 무기인 신선함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많다. “저의 길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다”면서도 홀로서기 결단을 한 안 전 의원이 제3지대에서 ‘실용적 중도’ 기치를 바로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1년 넘도록 ‘주5일 기자회견’… 멕시코 대통령의 속사정은

    1년 넘도록 ‘주5일 기자회견’… 멕시코 대통령의 속사정은

    매일 오전 7시 주요 이슈에 브리핑·답변 “우호적 기자들에게만 질문 기회” 비판도28일(현지시간) 오전 7시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의 대통령궁 기자회견장. 두꺼운 외투를 차려 입거나 급히 나왔는지 젖은 머리로 앉아 있는 기자 등 200여명이 모였다. 이날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보건부 장차관과 국장들을 배석하고 의료보험 등과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한 날. 긴박한 상황도 아닌데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이 열린 까닭은 무엇일까.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공약 때문이다. 2018년 12월 취임한 그는 국민과 소통하고 알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7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자들이 오전 5시 30분쯤부터 건물 밖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1년 넘게 매일 되풀이되고 있다. 기자회견은 그날 주요 이슈에 대해 브리핑하고 기자들의 질문으로 진행된다. 대통령의 정례 기자회견은 멕시코 주요 보도채널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중계된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었다. 멕시코엔 아직 확진자가 없지만, 기자들은 확진자가 나오면 대처할 능력은 있는지, 중국 우한에 머무는 멕시코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물었다. 배석했던 우고 로페스가텔 복지차관은 도표와 함께 신종 코로나 현황과 정부의 조치 등을 설명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멕시코에 도달하겠지만,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으니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며 과한 방심과 지나친 불안을 모두 경계했다. 브리핑이 끝나기도 전에 기자들은 번쩍 손을 들어 “이쪽요”, “여기 뒤에도요”라고 소리치며 질문 기회를 잡으려 했다. ‘주 5일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아니말폴리티코’의 안드레아 베가 발레리오 기자는 “맨 앞에 앉아 주로 질문 기회를 얻는 기자들은 대부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성향”이라고 지적했다. 교사 베레니세 에르난데스는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불편한 질문이 나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거나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르다’고 회피한다”며 “시간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트럼피즘·중국몽·보통국가… 한국 균형 외교 ‘선택의 딜레마’

    트럼피즘·중국몽·보통국가… 한국 균형 외교 ‘선택의 딜레마’

    우호적인 외교 환경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2020년 한국 외교는 “진짜 힘들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피즘, 중국몽, 보통국가 등 미중일을 이끄는 소위 스트롱맨들이 국수주의를 심화하면서 갈등이슈가 증가하고 외교문제는 지리·경제·군사·사이버 등 영역을 넘나든다. 북핵 문제는 답보 상태다. 결과적으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고, 한국은 ‘더욱 절묘한 균형추 찾기’라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숙제를 앞두고 있다.당장의 한미 간 현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다. 방위비는 세금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국내 찬반 여론의 흐름이 중요한 난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간 “한국은 5억 달러(약 5000억원)를 줬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지속하며 압박 중이다. 양국은 주한미군 철수설까지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전시작전권 전환 시점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도 현안으로 불거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조속한 전환을 원하고 있지만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능력 및 북핵·미사일 초기 대응능력이라는 전작권 전환 충족요건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올해 초 한중 관계는 훈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상반기 방한이 예상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지속됐던 ‘여행 한한령(한류제한령)’이 풀릴 조짐이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들은 한국 여행 상품을 다시 선보였고, 중국 기업 ‘이융탕’의 임직원 5000명이 인천을 찾으면서 인센티브 관광이 부활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병 ‘우한 폐렴’이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중장기적으로 한한령의 해제 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중 갈등이 관리되더라도 미중 패권 경쟁은 여전히 한국에 ‘선택의 딜레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해 줄 것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 화웨이 제품의 사용 금지, 중거리미사일 배치 협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신들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하기를 원한다. 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해 9월 “중거리미사일 배치 현실화 땐 양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국과 일본에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라며 모호하게 입장을 전하며 버텨 냈다. 하지만 올해 선택의 딜레마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2018년까지 남중국해에서 단독으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지만 지난해부터 다국적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이 동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올해 한국에도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또 미국이 홍콩, 신장위구르, 티베트, 대만의 인권 및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불괘한 반응을 보였다. 양국은 한국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중국 언론들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신장 문제는 중국 내정이라고 발언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해 논란이 빚어졌다. 이후 한국 외교부는 단지 ‘중국의 입장을 잘 들었다는 취지였다’며 바로잡았지만 이런 압박은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의 수장이 지난 15일 1차 무역협상안에 서명을 했고, 이에 앞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하는 등 그간의 무역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도 읽히지만 일시적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본질적인 분야를 다룰 2차 무역협상에서 미중이 더 세게 충돌할 경우 한국은 무역상대 1·2위 사이에서 곤욕을 치를 수 있다. 게다가 미중 패권 경쟁은 10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거대한 판의 이동이다. 한국에는 상존하는 위협이라는 의미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의 균형 외교 구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건 북한 변수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으로 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변 여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축하메시지 및 친서를 전달한 데 이어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의사도 전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북미 간 협상이 제 궤도로 복귀한다면 미국에 힘이 쏠릴 수 있다. 하지만 북미 간 정체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사이에서 무게추를 시시각각 옮겨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복합갈등 양상을 보이는 한일 관계는 한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으로 일본 역시 수출규제를 암묵적으로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 문제나 위안부·독도 등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뇌관이다.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 잠시 봉합됐던 양국 관계는 더 큰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2일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될 경우 “나라 대 나라로 교제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고, 일본 고위 관리들은 이미 비자 발급 제한, 송금 규제 등 최고 수준의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는 수교 30주년이다. 양국이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한국 배치는 러시아에도 민감한 사항이다.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방공식별구역) 침입 등 돌발적인 리스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주변 강대국 중 어떤 나라와도 관계가 편하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기본적 자세는 역시 ‘균형외교’다. 일본처럼 미국에만 밀착하는 정책을 구사하기도 힘들고 북한처럼 핵개발에 나서 소위 ‘고슴도치전략’을 쓰는 것도 비현실적이니 말이다.실제 지난해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중 사이에서 한쪽에 쏠리지 않고 나름 적절하게 중립을 지켰다. 그 결과 미국에서 신뢰를 잃지 않고 대중국 관계를 개선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또 신남방 정책, 신북방 정책과 같은 외교다변화 노력도 이어 갔다. 올해는 한국이 의장국인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를 중심으로 외교다변화 행보를 이어 갈 전망이다. 2013년 출범한 믹타에는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 5개국이 속해 있다. 다만 외교다변화가 강대국에 대한 저항력으로 발현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선택의 딜레마는 바로 눈앞에 놓여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향후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면 ‘전략적 모호성’은 일시적인 문제 회피 방법밖에 될 수 없다”며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경우 외려 미중 모두에게서 전략적 불신을 당할 수 있으니 우리만의 외교전략 원칙을 수립하고 이 원칙에 기반해 현안별로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재로서는 미중 가운데 승기는 미국 측에 있는 듯 보인다”며 “한미 동맹을 안전판으로 움직일 때 급변하는 신지정학 시대를 준비할 수 있고 반대로 미국에도 한국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요구하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한국 스스로 미국·이란, 미중에 낀 프레임을 만들기보다 우리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며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애초에 한국 원유의 70%를 의존하는 지역에 관여하겠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한국을 위한 행보를 결정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남편 처형에도 건재한 北 김정은 위원장 고모 김경희, 함께 공연 보며 힘 보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전 비서가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건재한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남편이 처형된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동안의 신변 이상설을 잠재웠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셨다”고 전했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일환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부부장이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방송은 김경희 동지도 관람했다며 최룡해 다음으로 호명했는데, 사진 확인 결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로 확인됐다. 1946년생인 김경희는 검은 한복을 입고 김정은과 같은 줄에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사이에 앉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으로 ‘백두혈통’의 대표 인물인 김경희가 건재함을 과시해 선대로부터 이어지는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김일성 주석의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친동생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후견인 역할을 했던 김경희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2013년 9월 9일 이후 6년여만이다. 그는 김정일 체제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하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후견인 역할을 했으나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3년 9월 9일 김정은과 함께 정권 수립 65주년 경축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하고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게 마지막 공개활동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숙청설까지 제기했지만, 이번 설 공연을 통해 건재함이 드러났다. 장성택 처형 이후 호적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면서 신병치료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적이 있다. 김경희는 당뇨와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사진 속 상태는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나란히 앉음으로써 ‘살아있는 백두혈통’의 결집을 대내에 과시했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백두혈통 3세대라면, 김정일과 김경희는 2세대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경희는 유일하게 생존한 2세대로서 김정은이 백두혈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특히 김정은이 지난해 두차례 백두산을 등정하고 선대의 ‘항일빨치산’ 정신으로 미국의 제재 압박 등 여러 난제를 정면 돌파하자고 선언한 시점에 김경희의 재등장은 의미있다. 김경희와 김여정 등 북한의 백두혈통이 이번 공연에 총출동한 것은, 그간 김경희를 둘러싼 구설을 잠재울 뿐 아니라, 김씨 일가의 건재와 단합된 모습을 주민에 과시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은 “관람자들은 김정은 동지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며 위대한 우리 당의 탁월한 정면돌파사상과 실천강령을 받들고 불굴의 혁명신념과 견인불발의 투쟁정신으로 당 창건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사회주의강국건설사에 특기할 새로운 승리를 이룩해갈 혁명적 열의에 충만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남편 장성택 숙청 이후에도 김정은 고모는 건재, 7년만 공개석상

    남편 장성택 숙청 이후에도 김정은 고모는 건재, 7년만 공개석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전 비서가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설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셨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일환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김여정 당 제1부부장, 현송월 부부장이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북한 방송은 김경희 동지도 관람했다며 최룡해 다음으로 호명했는데, 사진 확인 결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로 확인됐다. 1946년생인 김경희는 검은 한복을 입고 김정은과 같은 줄에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사이에 앉았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는 김정일 체제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하고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후견인 역할을 했으나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3년 9월 9일 김정은과 함께 정권 수립 65주년 경축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하고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게 마지막 공개활동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숙청설까지 제기했지만 이번 설 공연을 통해 건재함이 드러났다. 장성택 처형 이후에는 호적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정보원은 김경희가 평양 근교에서 은둔하면서 신병치료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적이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김경희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도 참석, 북한의 ‘백두혈통’이 총출동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경희를 비롯한 백두혈통과 공연을 함께 관람한 것은 올해 미국과의 정면돌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백두산에 연이어 등정하며 선대의 항일빨치산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는 등 강력한 체제 수호 의지를 피력했다. 통신은 “관람자들은 김정은 동지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며 위대한 우리 당의 탁월한 정면돌파사상과 실천강령을 받들고 불굴의 혁명신념과 견인불발의 투쟁정신으로 당 창건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사회주의강국건설사에 특기할 새로운 승리를 이룩해갈 혁명적 열의에 충만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유엔 “베이조스 폰 해킹 타깃은 WP”… ‘親빈살만’ 트럼프는 침묵

    유엔 “베이조스 폰 해킹 타깃은 WP”… ‘親빈살만’ 트럼프는 침묵

    CNN, 백악관 저격 “특이한 동료애”트럼프 사위 쿠슈너도 ‘왓츠앱’ 소통 베이조스, 카슈끄지 추도식 사진 트윗 사우디 외무장관 “완전한 추측” 반발아마존 설립자이자 워싱턴포스트(WP)의 소유자인 제프 베이조스(56) 휴대전화 해킹 사건이 유엔으로 확대됐다. 유엔이 22일(현지시간) “즉각 조사”를 촉구하면서 “베이조스가 소유한 WP의 사우디 보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해킹”이라고 밝혔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낸 휴대전화 감식 결과 보고서에서 “베이조스의 아이폰X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제의 왓츠앱 계정에서 2018년 5월 1일 오후 MP4 동영상을 받은 후 해킹됐다”며 “미국 및 관계 당국의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동영상을 받은 수시간 동안 아이폰X 작동이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수개월간 탐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특별보고관은 “우리가 입수한 정보로 보건대 베이조스 감시에 빈살만 왕세제의 개입 가능성은 사우디 문제를 보도하는 WP에 침묵은 아니더라도,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조스의 조사팀에 합류한 이야드 엘 바그다디는 언론자유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조스 해킹은 “아마존에 관한 것이 아니라 WP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은 자국 유력 기업인을 타깃으로 한 심상찮은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백악관이 침묵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CNN은 백악관의 공식 논평이 없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우디 지도자들의 ‘특이한 동료애’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우디는 중동의 맹방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 빈살만 왕세제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이 즐비하다는 점이 침묵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빈살만과 왓츠앱으로 소통하는 사이라고 전했다. 베이조스는 유엔 보고서가 나온 직후 트위터에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자말 카슈끄지 첫 추도식에 참석한 자신의 사진과 함께 ‘#자말’이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또 매체 미디엄에 쓴 기고문을 링크로 연결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는 해킹이 일어난 지 5개월 뒤인 2018년 10월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됐다. 그는 당시 WP 유명 기자였다. 이와 관련해 다보스 포럼에 참석 중인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파르한 알사우드 왕자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완전한 추측이며, 증거가 있다면 우리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제는 베이조스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땄을까. 그는 2018년 3월 21일 미국을 방문해 베이조스를 처음 만났다. 얼마 뒤 4월 4일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저녁을 같이 하며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그날부터 왓츠앱을 통해 대화했다. 베이조스의 혼외 관계가 알려지기 몇 달 전인 11월 8일 내연녀 로런 산체스의 사진 한 장이 빈살만 왕세제의 왓츠앱 계정에서 베이조스에게 전달됐다. 그러곤 2019년 1월 28일자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그의 혼외 문제를 폭로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사우디 측이 카슈끄지와 가까운 2명의 전화를 스파이웨어 기업 NSO 그룹이 만든 페가수스를 통해 해킹하는 동안 베이조스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NSO 그룹은 “자사 기술은 이런 상황에 사용되지 않는다”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고 AP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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