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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중국산 ‘농약만두’ 안전지대 아니다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산 ‘농약만두’는 일단 국내에 수입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법상 수입 가공식품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한국도 ‘농약만두’의 안전지대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산 만두는 지난해에만 24개 회사로부터 2635t이 국내에 수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31일 국내 수입식품자료와 중국 주재 식약관이 중국정부에 한국 수출여부를 확인한 결과, 일본에서 문제가 된 ‘톈양(天洋)식품’의 만두제품이 국내에 수입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에서 설사와 구토를 유발한 중국산 냉동만두에선 살충제인 ‘메타미도호스’가 검출됐다. 하지만 한국이 과연 ‘농약만두’로부터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식품위생법상 수입 농수산물이 아닌 가공식품에 대해선 잔류농약 검사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등 주변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행법상 냉동만두 등 가공식품은 통관단계에서만 실험실 검사를 거치며 첫 통관 뒤에는 대부분 서면으로 위생검사가 대체된다. 일본의 사례처럼 실수로 제품에 농약이 첨가될 경우 무방비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이날 “앞으로 모든 중국산 만두에 대해 농약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유통되는 중국산 냉동만두의 사후관리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각에선 수입만두보다 ‘만두피’ 등 만두재료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돼지고기와 양파·두부·당면 등이 섞여 만들어지는 만두피는 칼국수와 같은 면류로 분류돼 통관검사 때 정확한 성분검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영등포에 ‘제2 유스호스텔’ 건설

    영등포에 국내외 청소년들을 위한 ‘서울유스호스텔’이 들어선다. 남산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시는 29일 영등포구 영등포7가 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내에 제2유스호스텔을 2010년 5월까지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11월쯤 착공한다. 시가 193억원을 들여 건립하는 영등포 서울유스호스텔은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7700㎡ 크기로 남산 유스호스텔보다 많은 90개의 객실(총 340명 수용)을 갖추게 된다. 특히 영등포 유스호스텔의 객실을 2인실 30개,4인실 40개,6인실 10개,10인실 4개 등 소인실 위주로 만들어 청소년은 물론 비수기에는 직장인들도 소규모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영등포 유스호스텔에 300명 수용 규모 1실과 100명 수용 규모 2실,60명 수용 규모 3실 등 6개의 강당 겸 회의실과 식당, 휴게실, 취사장 등 부대시설도 갖춰 학교나 청소년 단체, 직장인들의 모임이나 워크숍 장소 등으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강서구 드림텔에서 남산 유스호스텔, 송파구 올림픽파크텔로 이어지는 동∼서축에 청소년을 위한 유스호스텔을 조성하기 위해 하자센터의 유휴부지를 선택했다.”며 “하자센터 내에는 청소년의 직업체험공간과 성문화상담센터 등이 들어서 있어 유스호스텔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서울시 최대주주 관광회사 설립

    서울시를 최대주주로 하는 관광회사가 만들어진다. 자치단체가 민간기업과 함께 주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형 공기업은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가 처음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관광마케팅은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호텔에서 발기인 17개 기관이 참석, 창립총회를 갖는다. 창립자본금 176억원으로 하는 이 회사는 70억원을 투자한 서울시가 지분율 39.7%로 최대주주를 맡았다. 그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호텔신라·앰배서더호텔·롯데관광·서울시관광협회 등 국내 관광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단체 16곳이 주주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서울과 관련된 홍보마케팅, 관광상품 개발, 해외 네트워크 및 관광정보 구축, 국제 컨벤션 유치·운영 등의 일을 한다. 앞으로 면세점·관광음식점·유스호스텔의 운영 등 수익사업도 하기로 했다. 면세점 신설은 중앙정부 허가 사항인 만큼 시는 정부와 유기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또 예를 들어 서울시가 국제회의를 유치했을 때 행사·숙식·관광 등 일체 프로그램을 ㈜서울관광마케팅에 맡기기로 했다. 지금은 각 과정을 진행할 대행업체를 따로 정해야 하고, 그 대행업체도 특정업소 등만 참여시켜 자칫 행사의 품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었다. 이 회사는 3월1일 출범을 목표로 관련 분야에 경영능력이 있는 대표 이사를 공모하기로 했다. 또 직원 45명도 곧 충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2010년까지 참여업체를 확대해 총 자본금을 7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자치단체도 이런 성격의 공기업이 꼭 필요한 만큼, 출범후 운영 노하우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세컨드 와인’ 설 선물 다크호스

    명절 선물로 와인 시장이 커지고 있다.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설 선물용 와인 종류도 다양해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지점에서 설 선물용 와인 판매를 실시한 결과, 전년에 이어 52%의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추석 때는 전년대비 70% 성장했다. 백화점측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 설에도 지난해 추석 때와 비견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과와 육류의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36%,30% 늘었다. 와인수입업체 금양인터내셔날측은 “설 와인 선물 세트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번 설 와인 선물 세트는 기존 프랑스 보르도 지역 와인 혹은 칠레 와인 패키지 같은 흔한 개념에서 탈피한 게 특징”이라면서 “주요 샤토(포도원)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생산해 품격과 실용성을 갖춘 세컨드 와인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부르고뉴,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등이 최근 각광받는 와인 생산 지역으로 떠오르 있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단맛이지만 생산량이 적어 고급 와인에 속하는 아이스 와인 패키지, 두 병들이 패키지보다 고급 와인 1병이 담긴 선물 패키지도 차별화된 와인 선물로 뜨고 있다. 와인 액세서리가 추가로 들어가는 것도 대세다. 와인스크루(와인입구 코르크 마개를 빼내는 액세서리), 호일카터(와인 마개를 따기 전 호일을 손쉽게 벗기는 액세서리), 드롭퍼(와인을 따를 때 양을 조절하도록 돕는 액세서리) 등을 추가해 멋을 내는 구성이 많아졌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개 전용 피트니스 클럽 美서 인기

    최근 미국에서 개들을 위한 전용 피트니스 클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미국 USATODAY는 “노견(老犬)이나 부상을 입은 개 등을 위한 개 전용 풀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처럼 개 전용 풀장이 애견가들에게 큰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개들의 ‘웰빙’(well-being)에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 비만인 개들의 살을 빼고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는데 좋은 여러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어 개의 건강에 안성맞춤이라는 반응이다. 크기와 기능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게 마련된 풀장에는 최신식 스파(spa)나 요양 시설도 함께 갖추어져있으며 개들의 오락과 치료를 위해 전문가도 배치되어있다. 또 개들의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과 개와 개주인이 함께 수영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도 있어 부상으로 고생하는 개들을 치료하는데 좋다. 수영장 이용 가격은 30분에 35달러(한화 약 3만 3천원)서부터 1시간에 95달러(한화 약 9만원)까지 하는등 천차만별. 얼마전부터 자신의 개 딜런(Dillon)과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한 킴 페이서(Kim Peyser)는 “수영장에 들어간 딜런의 얼굴은 꼭 고맙다는 표정이다.”며 “수영장에 다닌 이후로 무엇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딜런의 눈빛”이라며 기뻐했다. 아울러 애완견 수영치료법을 처음으로 만든 신디 호스폴(Cindy Horsfall)은 “6~7년전만해도 개 전용 수영장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내 애완견인 아바(Ava)는 앞쪽 어깨부터 뒷다리까지 마비돼 안락사를 당할 뻔했지만 수영을 받은 이후로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애완견수영치료협회(The Association of Canine Water Therapy)에 따르면 현재 12개의 주(州)에는 30개의 개 전용 수영장이 있으며 정식 등록되지 않은 시설까지 합치면 100여개 이상이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오픈사전] “나는 어느 ‘족’에 속할까?”

    나는 도대체 몇 개의 족에 속할까?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 다양하듯 그 사람이 속하는 족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한 사람이 속해있는 족을 헤아려 본다면 적어도 10개 이상의 족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오렌지족, 낑깡족, 미시족, 보보스족 등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의 족이 있었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족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각종 족 속에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생활상에 반영되어 있다니, 요즘 뜨는 족에는 무엇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누님, 애완남 하나 키우시죠! - 페트족 호스트바에 가면 이쁘장한 남자들이 여자들의 온갖 시중을 다 들어준다. 이들은 대표적인 페트족이다. 여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멋있게 꾸미고 몸매 관리를 하는 남성들은 아름다운 외모와 부드러운 매너로 여자들의 모성본능을 자극시킨다. 패션계 영화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포착하고 꽃미남 모델로 기용해서 여성소비자 몰이에 나서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가 생명이죠! -웰루킹(Well-looking)족 예전에는 육체적, 정신적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고자하는 웰빙(well-being)족이 유행했었다. 이제는 여기에 남들이 보기 좋게 잘 사는 것을 더하여 등장한 새로운 삶의 유형이 주목받고 있다. 월루킹족은 웰빙은 물론이거니와 미의식까지 중요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꾸미고, 꾸준한 자기 관리와 철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는다. 숯을 재료로 한 비누나 팩, 멧돼지 털을 사용한 빗, 물새 깃털로 만든 베개 등 천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이용하며, 인공 제품을 첨가하지 않은 천연 화장품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천연비누 만들기, 필라테스(pilates), 요가, 운동복 스타일의 피트니스룩(fitness look)이 유행하기도 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라면 화장은 필수죠! - 그루밍(grooming)족 미용과 패션에 자신의 수입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남자들을 그루밍족이라고 한다. 잘난 외모가 존중받는 시대에 남자들도 꾸미지 않는 것은 죄악인 시대가 됐다.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성 60%가 외모가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고 한다.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뷰티가 있다면 남성에게는 미용용어로 그루밍이 쓰인다. 그루밍은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 시켜주는데서 유래한다. 남성전용 미용정보 사이트가 개설되고 있으며, 그곳에서 좋은 화장품과 패션에 관한 정보가 오가고 있다. 요즘은 피부를 위해 피부관리실을 찾는 남성들도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다. 졸업이 두려워요! - 모라토리엄(Moratorium)족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학생신분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을 모라토리엄족이라고 한다. 이 말은 외채가 많아 채무상환기간을 일시적으로 연기시킨다는 뜻의 모라토리엄에서 따온 용어로, 학생들은 휴학기간을 최대한 이용해 영어점수 향상, 각종 공모전 입상 등을 통해 취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 아예 취직을 포기하고 재학 때부터 창업을 해서 학업과 사업을 겸하는 무리들을 ‘더블라이프(double life)족’이라고 한다. 유턴(U-turn)족은 사회진출에 실패하고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 등에 진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에스컬레이터(escalator)족은 편입학을 계속해 학교의 레벨을 높이고 몸값을 올리는 학생을 말한다. 내 경쟁상대는 20대 여대생이야! - 나오미(Not old image)족 미시족에서 진화한 형태인 나오미족은 ‘Not old image’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동안 열풍 속에서 나이보다 젊은 이미지로 자신을 가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안정적인 경제력을 확보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며, 신세대 못지 않은 외모로 얼핏보면 20대로 보일 정도다. 이외에 여성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줌마렐라’는 가정과 사회생활 모두에 철저한 중년여성들을 칭하며 신데렐라와 아줌마의 합성어이다. ‘오메가족’은 ‘알파 걸’의 어머니들을 말한다. 공부뿐 아니라 운동과 리더십 등 모든 분야에서 남학생보다 뛰어난 여학생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인 ‘알파 걸’을 키워낸 주역들이다. 일생 별거 있나, 여유있게 살자!- 다운 시프트(Down Shift)족 다운시프트족에 속하는 사람들은 고소득이나 빠른 승진보다는 저소득일지라도 여유 있는 직장생활을 택한다. 인생의 목적은 바로 삶의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뜻의 다운시프트는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유럽의 직장인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에 맞는 일을 느긋하게 즐기며 사는 것이 최고라고 여긴다. 이외에 암반수족은 직장에서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며, 배터리처럼 충전을 한다고 해서 생겨난 배터리족은 타의에 의해 실직을 했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한 후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사람들을 말하며 주로 30대 후반에서 나타난다. 일분일초도 나를 위해 재투자한다! - 홈풀(Home Pool)족 젊은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홈풀족은 학교나 직장 근처에 집을 얻어서 같이 사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다. 자동차를 함께 타고 다닌다는 카풀에서 유래된 말로, 남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직장이나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집을 얻고, 함께 살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획득한 시간으로 어학원에 다니거나 자신의 취미생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고 한다. 이밖에 눈길이 가는 족으로는… 오팔(OPAL)족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왕성한 취미활동과 직업을 갖고 있는 노인들을 말한다. 코쿤(Cocoon)족은 나홀로족과 비슷한 사람들로 바깥세상에서 도피해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다. 미드족은 미국 드라마 매니아를 말하며, 일드족은 일본 드라마 매니아를 뜻한다. 로하스(LOHAS)족은 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웰빙을 뛰어넘어 환경을 중요시하는 친환경적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패러싱글(para single)족은 결혼하여 독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경제적 이유로 부모 집에 얹혀 사는 무리를 말한다. 글 정린 방송작가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안전관리는 애초에 없었다

    안전관리는 애초에 없었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는 허술한 안전관리의 문제점이 총망라된 ‘안전불감 백화점’이었다. 하청에 재하청 구조가 낳은 관리 허술, 저소득층 미숙련공들의 안전교육 미비까지 겹쳐 부실한 한국 건설현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청에 재하청, 안전책임자 신고 안해 코리아냉동으로부터 냉동설비공사를 하청받은 유성엔지니어링은 한우와 동신,HI코리아 등 재하청업체를 두고 작업했다. 하지만 유성엔지니어링은 현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노동부 관할지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경인지방노동청 성남지청 산업안전과 서영우 감독관은 “숨진 유성측 현장소장 이용호(44)씨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해 놓고도 본청에는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안전관리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 감독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천시를 포함해 6개 시·군을 감독하는 성남지청에 감독관은 겨우 5명뿐이다. 또 시행사(코리아냉동), 시공사(코리아2000), 감리업체(코리아2000 건축사무소)는 모두 뿌리가 같은 사실상 하나의 회사여서 감리감독 자체가 애초부터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공사 현장은 하청에 재하청이 이뤄지다 보니 한 공간에서 용접과 배선, 냉방설비 설치 등의 다양한 작업이 한꺼번에 이뤄져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됐다. ●화재 전력 불구 소방필증 문제없다? 문제의 냉동창고에는 지난해 10월 용접과정에서 튄 불똥이 샌드위치 패널에 옮겨 붙어 불이 난 적이 있다. 지난해 8월에도 ‘코리아 2000´이 신축하던 또 다른 냉동창고에서 용접작업 중 불이 났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안전대책은 없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전력이 있어도 소방서의 역할은 코리아 2000에서 고용한 소방시설 감리로부터 보고서를 받아 서류상 이상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화재원인으로 파악되는 시너 유증기(기름안개)에 대한 환기대책도 없었다. 성남지청측은 “사고현장의 경우 거대한 원통형선풍기와 유동성 호스를 이용해 공기를 불어넣으면서 유증기를 빼내는 환기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미숙련공 안전교육도 없어 저소득층 미숙련공을 고용해 안전교육조차 시키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한 것도 화를 불렀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은 농한기가 되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인력 사무소로 모여든 농민들이 많았다. 이들은 안전사고에 무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측은 전혀 교육시키지 않았다. 결국 경찰의 수사로 책임소재가 가려지면 코리아 2000 회사 대표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했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형법상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죄로는 5년 이하 금고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허술한 건축법도 문제 현행 건축법에는 창고시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물류 회사들이 일단 창고로 건축 허가를 받은 뒤 냉동·냉장 물류시설로 개조하고 있다.‘코리아 2000’ 화재도 이천시내에 10여개의 창고를 건축, 냉동·냉장 창고로 시설을 바꾼 뒤 임대하거나 매매를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 난 냉동창고는 이들 중 한곳으로 대지 면적 2만 9350㎡, 지상 2층 지하 1층(연면적 2만 9519㎡) 규모의 철골 구조로, 이천시로부터 2007년 6월 건축허가를 거쳐 11월5일 건축물 사용승인(건축허가)을 받았다. 업체측은 이후 창고 내부 냉장·냉동설비 공사를 진행했으나 건축법상 용도변경 등의 절차는 필요없었다. 이천 김병철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불 끄려니 소화전 물 안나와”

    “급히 소화전을 찾아 물을 뿌리려고 했는데 정작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형 참사가 빚어진 ‘코리아2000’ 물류센터 냉동창고의 소화전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점검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였다. 불이 난 냉동창고의 바로 옆 창고를 임대해 쓰는 김모(36)씨는 7일 화재 발생 직후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사고 창고의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김씨의 창고 외부 소화전에서 호스를 끌어다 불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물이 나오지 않았다. 당황한 이 남자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소화전을 작동했지만 물은 5∼6초 동안 찔끔거리다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할 수 없이 소방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평소 창고 안에 소화전과 소화기 등 소방장비가 잘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여 안심했는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코리아2000’은 겉보기에는 창고의 전등 하나까지도 일일이 교체해 줄 정도로 관리를 잘했다.‘코리아2000’ 홈페이지에도 완벽한 소방시설과 철저한 화재보험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내실은 형편없었던 셈이다. 소방서의 점검 소홀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1∼2년에 한 번씩 소방점검을 하고 있으며 소방전이나 소화기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점검해 보고 시정이 필요하면 사업주에게 보완명령서를 보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하반기에 소방서에서 나온 사람들이 실제 작동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한 번 둘러보고 서명만 하고 돌아갔다.”고 털어놨다. 서울신문이 확인한 결과 지난 10월 화재 창고의 안전 점검을 한 것은 소방서가 아니라 하청업체인 S전기컨설팅이었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서가 이권에 개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민간시설의 소방점검은 민간업체에 맡긴다. 소방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민간업체의 점검 보고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이천시 관계자는 “대형 공장의 경우에는 소방서에서 감독해야 한다.”고 말해 소방서와 이견을 보였다.이재훈 이경주 이경원기자 kdlrudwn@seoul.co.kr
  • [가자! 베이징] (6) 배드민턴

    올림픽 무대에서 배드민턴의 역사는 다소 짧다.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1996년 애틀랜타에서 혼합복식이 추가돼 금메달 5개가 걸려 있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종목으로 등장한 것은 한국에도 호재였다. 박주봉·김동문·이동수(이상 남자), 길영아·방수현·나경민(이상 여자) 등 세계 톱클래스 스타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은 한국의 메달박스가 됐다.2000년 시드니대회를 제외하곤 매 대회 금빛 셔틀콕을 날렸고, 그동안 4차례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5개, 동메달 3개를 따냈다. ●中 안방텃세 막아야 승산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거물들의 뒤를 이은 후배들이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아 중량감이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안방에서 대회를 여는 중국이 탁구 못지않게 배드민턴에서 강세를 보인다. 최근 신화통신은 중국의 사상 첫 올림픽 종합 1위 가능성을 내비치며 배드민턴에서 금메달 4∼5개를 따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광저우에서 열린 슈퍼시리즈에서 편파판정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덴마크 등이 중국의 독식을 견제할 세력. 단식 최대 64강, 복식 최대 16강 대진으로 꾸려지는 이번 올림픽의 출전 선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오는 5월1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발표하는 세계 랭킹에 의해 정해진다. 한 나라에서 각 종목 랭킹 4위 내에 3명(조) 이상 포함될 경우 최대 3명(조)까지,16위 내에 2명(조) 이상 있을 경우 최대 2명(조)까지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나머지는 랭킹과 대륙 및 국가별 안배에 의해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16위에 들어야 베이징에 간다. 지난 3일자 랭킹이라면 한국은 박성환(남자단식 13위), 전재연(여자단식 14위), 정재성-이용대(남자단식 6위)조, 이재진-황지만(〃 8위)조, 이경원-이효정(여자단식 4위)조, 하정은-김민정(〃 16위)조, 한상훈-황유미(혼합복식 11위)조 등이 가능권이다. ●린단 킬러 박성환도 유망주 남자단식 28위에 머무르고 있는 이현일이나 여자단식 26위 황혜연 등 다른 선수(조)도 4월까지 랭킹 포인트가 걸린 대회가 6개 정도 있기 때문에 향후 성적에 따라 올림픽에 나갈 수도 있다. 한국은 절대 강자가 없는 남자복식에서 메달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남자복식은 중국이 가장 약한 종목이다. 때문에 정-이 조와 이-황 조에 걸린 기대가 크다. 지난해 초 코리아오픈과 독일오픈에서 거푸 펼쳤던 결승 맞대결을 베이징에서도 재현할 것을 꿈꾸고 있다. ‘린단(세계 1위) 킬러’ 박성환과 부상에서 돌아와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제2의 방수현’ 전재연은 다크호스다.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에서 손승모가 일으켰던 은메달의 기적을 이어받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제2의 방수현´ 전재연 다크호스 대표팀은 지난달 산악 훈련 등으로 체력 다지기에 집중했다. 현재 필리핀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말레이시아 슈퍼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는 과정”이라면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한국 배드민턴이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08년 기대되는 신작들 관전포인트

    2008년 기대되는 신작들 관전포인트

    무자년 새해를 맞은 영화계는 새로운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다. 특히 2008년은 위기론에 시달린 한국영화와 승승장구한 블록버스터 외화의 대작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마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을 꿈꾸는 2008년 스크린 기대작들을 살펴본다. ●한국영화, 대작 프로젝트로 ‘전열정비’ 지난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에 몸살을 앓았던 한국영화는 마케팅 비용까지 합치면 총제작비 100억원대의 대작프로젝트로 대반전을 노린다. 우선 1930년대 경성의 모던보이가 겪는 연애모험담 ‘모던보이’는 당시 시대표현을 위해 세트·CG·의상 등에만 총 77억원의 순제작비를 들였다. 1448년을 배경으로 세계 최초의 로켓화포가 소재인 ‘신기전’ 역시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 고증과 대규모 전투신,CG 등 후반작업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이병헌·정우성·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역시 순제작비만 115억원이 들었다.1930년대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한 만큼 세트와 엑스트라 동원 등에서 한국판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한다.‘라디오 스타’,‘즐거운 인생’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음악영화 완성판 ‘님은 먼곳에’ 역시 태국 로케와 베트남 전쟁신에 70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속편으로 승부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캐리비안의 해적’ 등으로 재미를 봤던 외화들은 올해도 속편으로 화려한 라인업을 갖췄다. 우선 올해 65세의 해리슨 포드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년 만에 재회한 인디아나 존스 4편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각종 설문조사의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크리스천 베일 콤비가 전작에 이어 호흡을 맞춘 ‘배트맨 비긴즈2-다크 나이트’가 여름극장가의 다크호스가 될지도 관심사. 판타지문학계의 거장인 C S 루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니아연대기의 속편 ‘캐스피언 왕자’도 오는 5월 ‘인디아나 존스 4’와 맞붙는다. 올여름 개봉 예정으로 만화가 원작인 ‘헐크2’도 에드워드 노튼의 새로운 면모에 관심이 쏠린다. ●유명감독들의 자존심 건 신작 대결 2008년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유명감독들의 신작대결도 볼 만하다. 우선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워쇼스키 형제의 신작 ‘스피드 레이서’는 가수 비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별다른 홍보가 필요없어 보인다.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이 6년 만에 손잡은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는 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시아의 유명 감독들의 신작 복귀도 눈에 띈다.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적벽대전’은 약 6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진청우(金城武), 량차오웨이(梁朝偉) 등이 출연한다. 리롄제(李連杰), 류더화(劉德華)가 주연을 맡고 ‘첨밀밀’,‘퍼햅스 러브’로 유명한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연출한 ‘명장’은 중국과 홍콩에서 흥행몰이를 계속 하고있다. 국내에서는 충무로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한반도’ 이후 2년만에 ‘강철중(공공의 적 1-1)’으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공공의 적1’에서 4년 뒤의 설정으로 설경구가 강철중 형사로 정재영과 호흡을 맞춘다. 한국 감독의 신작들이 얼마나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을 모은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가족들 눈물속 작별인사… 온라인엔 ▶◀ 물결

    최요삼이 6명에게 새 삶을 나눠 주기 위해 장기 적출 수술을 받기 직전인 2일 저녁 8시 30분.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은 차마 터뜨릴 수 없는 슬픔과 눈물로 범벅이 됐다. 챔피언이자 아들, 삼촌으로 아직은 살아 있는 최요삼과의 마지막 면회 시간. 퉁퉁 부어오른 얼굴, 코와 입에 호스를 끼고는 있었지만 목 아래까지 덮여 있는 이불이 오르내리는 게 보일 정도로 그는 분명히 숨을 쉬고 있었다. 어머니 오순이씨를 비롯해 큰 누나 요연씨 등 형제들과 조카들이 방에 들어섰지만 동생 경호씨는 “마지막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다.”며 형과의 마지막 대면을 피했다. 떠나 보내는 이들은 오열 대신 어깨만 들썩이는 조용한 슬픔으로 최요삼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인터넷을 통해 최요삼의 뇌사와 장기 적출 소식을 전해 들은 누리꾼들도 눈물바다를 이뤘다.“전문의사가 결정했겠지만 너무 빠른 판단 아닌가.”,“벌써 뇌사판정인가.”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컸지만 “마지막 가는 길을 장기 기증으로 아름답게 장식하고 가는 당신은 진정한 복서이고 진정한 챔피언입니다.”라며 하늘에서 행복하기를 비는 글들도 올라 왔다. 최요삼의 장례식은 5일 권투인장(葬)으로 치러질 예정. 빈소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이 유족 측에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 시신은 5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하게 된다. 35년의 지친 영혼을 내려 놓을 곳은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 임원으로 있는 전 챔피언 박찬희씨의 요청으로 추모관 측이 특별실 자리를 마련했다. 최요삼이 영원히 잠들 자리는 지난해 2월 세상을 뜬 탤런트 정다빈씨의 유택 맞은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우유의식/홍희정

    홈쇼핑 채널에서는 석류 즙에 대한 소개가 한창이었다. 쇼 호스트는 활기찬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의 장점을 연신 강조했다. 중년의 여자 탤런트가 과장된 몸짓으로 와인 잔에 석류 즙을 따라 부었다. 살포시 눈을 감은 채 석류 즙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 찼다. 고개까지 젖히며 잔을 비운 그녀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거꾸로 든 빈 잔을 머리 위로 올리고 흔들어 보였다. 누군가가 입 꼬리를 옆으로 잡아당긴 것처럼 웃는 그녀의 얼굴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활기찬 그녀와는 달리 나는 젖은 빨래처럼 팔, 다리를 늘어뜨린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판단력이 사라진 채 멍하니 텔레비전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 머리는 우주를 떠받들고 있는 듯 무거웠다. 눈은 가물가물해서 자꾸만 시야가 흐려졌다. 나는 당장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끄고 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잠의 꼬리마저 도망쳐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이 두려워 쉽게 잠들지 못했고, 그것이 불면증으로 이어진 케이스였다. 며칠 전에 들른 병원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심리적인 문제일 거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나는 적정량의 수면제로만으로는 잠이 오지 않았고 그나마 처방 받은 수면제도 다 먹어 버린 지 오래였다. 철이 들면서부터 나는 늘 같은 꿈에 시달려 왔다. 사실 그것은 꿈이기 이전에 오래전 내가 겪은 일이었다. 나와 동생은 이불도 깔리지 않은 방에 함께 누워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낮에 비를 너무 많이 맞고 돌아다닌 우리는 온몸이 젖은 채였다. 동생은 어디가 아픈지 자꾸 기침을 했지만 나는 너무나 피곤해서 눈을 뜨지 못했다. 동생을 돌볼 사람이 나뿐이라는 사실도 버겁게만 느껴졌다. 한참 동안 계속되던 동생의 기침 소리가 갑자기 커지더니 이내 작아졌다. 그제서야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방안은 너무 캄캄해서 동생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듬거리며 동생의 얼굴을 만져 보았다. 손끝에 닿는 동생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동생이 죽은 뒤로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방안 구석에 서 있는 지금의 내가, 동생의 얼굴을 더듬는 어린 나를 바라보는 꿈이었다. 그리고 꿈의 마지막에는 항상 어린 내가 지금의 나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때마다 나는 번뜩이는 어린 나의 시선에 몸이 굳어 버렸다. 잠에서 깨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여 보아도 온몸이 꽁꽁 묶인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꿈속의 장면을 떠올리던 나는 늘어뜨린 팔, 다리가 굳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화면에 나오는 홈쇼핑 주문 전화번호를 눌렀다. 자동주문 전화는 1번, 상담주문 전화는 2번이라는 안내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2번 버튼을 힘껏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상담원과 연결이 되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상품을 주문했다. 나의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를 확인하는 상담원의 목소리에 나의 손은 떨림을 멈추었다. 하지만 주문을 마치고 휴대폰을 닫자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껐다. 그리고 바닥에 있던 옷가지를 주워 입고 무언가에 도망치듯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새벽 3시의 주택가 골목은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건너편 동네의 아파트를 바라보니 드문드문 불이 켜 있는 창문들의 모양이 무표정한 이모티콘처럼 보였다. 나는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평소처럼 집 근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캄캄한 골목에 내가 신은 슬리퍼 소리가 타박타박 울렸다. 목적지도 없이, 그것도 새벽 3시란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대는 것은 짝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나의 감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나는 문득 외롭기도 했다가 갑자기 서럽기도 했다가 느닷없이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가 결국엔 허무하기도 했다가 나중엔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괜히 나온 것 같아 후회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운 좋게 잠이 든다 해도 반복될 꿈이 두려웠다. 나는 항상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까지 가서야 눈을 뜨곤 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늦은 새벽까지 내 전화를 받아주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가 이젠 전화를 걸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홈쇼핑을 보며 상담전화를 걸어 물건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문하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열 평 남짓한 나의 원룸은 홈쇼핑으로 주문한 물건들이 뜯지도 않은 상자 채 쌓여 가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만치 불이 켜진 편의점 간판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갑자기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슬리퍼 바닥이 땅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결국 나는 편의점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편의점의 문을 힘주어 열자 전자음의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높은 톤의 음악소리는 단순하지만 날카로웠다. 카운터 쪽을 바라보니 아르바이트 생인 듯한 남자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었다. 편의점에는 그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나는 냉장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우유와 삼각 김밥과 오렌지주스를 차례로 한 번씩 들어 올렸다 다시 내려놓았다. 식욕이 없어서인지 머릿속이 멍하기만 했다. 나는 결국 캔 커피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갔다. 잠을 자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언제나처럼 그것밖에는 마시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나는 계산대로 걸어가 캔 커피를 올려 놓았다. 그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캔 커피를 들었다가 조금 거칠게 카운터에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가 자는 모습에 나는 자꾸만 불안해졌다. 그를 깨우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캔 커피만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캔 위에 맺힌 물방울이 나의 손을 적셨다. 당장이라도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싶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의 어깨가 아닌 나의 가슴께로 젖은 손을 가져갔다. 평소에 나는 누군가가 잠든 모습을 보면 명치끝이 답답해지곤 했다.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숨마저 얕게 쉬고 죽은 듯이 잠을 잘 때면 동생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뚜껑을 덮어 버린 커다란 항아리에 갇힌 것처럼 두려움에 휩싸였다. 때문에 장소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는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하고 깨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하철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유독 미동도 하지 않고 잠든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황급히 그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거나 몹시 화를 냈다. 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얼굴을 돌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아도 어느새 상대의 어깨를 흔드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이번에도 나는 혹시 그가 숨을 쉬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에 그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행이 그의 가슴은 호흡에 따라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나는 막혔던 숨이 터지듯 안도했다. 나는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했다.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저절로 반쯤 벌어진 입주변이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힘차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그의 호흡만은 의욕이 넘치는 듯 활기차게 느껴졌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한 호흡이었다. 나는 캔 커피 따위는 잊어버린 채 한참 동안 그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심각한 꿈을 꾸는지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말로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활기차고 부지런한 모습으로 자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카운터에 손을 집고 서서 그의 얼굴 가까이 내 얼굴을 가져갔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코로 공기가 듬뿍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의 코끝에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갔다. 들락날락하는 공기가 나의 손끝을 부드럽게 간지럼 태웠다. 그것은 새끼 고양이가 엉킨 실타래를 풀며 장난을 치듯 따뜻하고 평온한 기분이 들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감긴 그의 눈꺼풀 안쪽에서 눈동자가 움직이며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제서야 나는 그에게 너무 가까이 가 있던 자신에게 놀랐다. 그가 갑자기 깨기라도 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게 뻔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나는 황급히 편의점 문 쪽으로 걸어갔다. 편의점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곤하게 자고 있는 그가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를 잡은 나의 손끝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문을 밀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전자음의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 어서 오세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인사말부터 한 그는 들어오는 게 아닌 나가려는 자세의 내 모습을 보고 의아스러워하는 듯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의심받을 행동을 한 건 없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망설이던 나는 그를 향해 말했다. -들어오려던 게 아니라 막 나가려던 참인데…… 별로 살 게 없어서요. 새벽 3시에 일부러 편의점을 찾아온 사람이 하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듯 그는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말이 자꾸 나왔다. -캔 커피를 사려고 했는데 자는 모습이 너무 피곤해 보여서요. 그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더니 웃으며 말했다. -깨우셔도 되는데 그랬네요. 지금 계산해 드릴게요. 그제서야 나는 캔 커피를 카운터에 그대로 놔둔 것이 생각났다. 할 수 없이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에게 카운터에 올려져 있던 캔 커피를 건네었다. 그러자 바코드를 찍으며 그가 말했다. -밤에 이런 거 좋지 않아요. 그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담담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듯한 목소리는 그가 자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돈을 꺼낼 생각은 못하고 그의 정수리만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가 캔 커피의 바코드를 한 번 더 찍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캔 커피를 가져다 넣고 우유 두 개를 꺼내 왔다. 그는 입구를 조금 연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나는 그가 하는 행동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전자레인지가 멈추었고 그는 따끈해진 우유 팩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는 우유 팩을 손에 쥔 채 편의점에서 함께 아침을 맞았다. 그는 전에도 가끔 캔 커피를 사러 온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횟수가 반복될수록 늦은 새벽에 커피를 사는 내가 의아스러웠다고도 했다. 커피를 마시며 편의점을 나가는 내 뒷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쓰였었다며 웃는 그의 얼굴이 성실해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 웃음을 믿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웃는 얼굴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저 그가 힘차게 숨을 쉬며 자던 모습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밤에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궁금한 것을 순수하게 물어볼 수 있는 그의 태도도 잠든 그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커피와 상관없이 어차피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은 들은 그가 자신은 밤에 실컷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밤에 일하고 낮에 잘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가 야간에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의 햇빛 정도야 괜찮았지만 그때를 제외한 시간에는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 빨간 반점이 생기며 참을 수 없이 따가워져서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주변에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만큼 심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짐작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 뒤로 나는 새벽 3시면 매일 편의점에 들렀다. 그런 시간들이 한 달쯤 지나자 우리는 함께 잠드는 사이가 되었다. 아침 6시에 그는 퇴근을 하면서 항상 우유 두 개를 들고 내가 사는 원룸으로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편한 식사로 차가운 우유를 마시는 시간에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를 마셨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은 우리에게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것을 ‘우유 의식’이라고 부르며 웃곤 했다. 불면증이었던 나도 그와 함께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비록 보통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죽은 듯이 자고 싶었던 때와 비교하면 호사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잠자리에 누우면 언제나 상대보다 늦게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상대가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애정이 생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곤 했다.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아려왔다. 상대도 언젠가는 사라질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그는 언제나 내가 잠들 때까지 깨어 있어 주었다. 싱글 침대 위에서 그와 꼭 붙어 있으면 힘차게 뛰는 그의 심장소리가 나에게 전해졌다. 규칙적인 그의 심장박동과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나는 안도하며 잠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잠에서 깬 내가 불안함에 황급히 그를 찾으면 그는 항상 씩씩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서는 신기하게도 나는 꿈을 꾸지 않고 잘 수 있었다. 가끔 미세한 불안함이 고개를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호흡에 따라 힘차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의 가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하게 숨을 쉬며 자는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가 나의 원룸에 찾아오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는 백화점에 가서 두 개의 머그잔을 구입했다. 우유팩도 나쁘진 않았지만 머그잔에 담아서 데운 우유는 온기가 더 지속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머그잔에 담긴 우유를 마시며 나는 그에게 아르바이트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는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중 네 번의 밤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엔 나와 데이트를 했다. 그와 함께 하는 데이트는 해가 없을 때만 가능했으므로 우리가 집을 나설 때는 언제나 밤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원을 걷기도 했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명동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배가 고프면 24시간 문을 여는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다리가 아프면 비디오 방에 가서 영화를 보았고, 때때로 PC방에서 서로에게 총을 쏘는 게임도 했고, 찜질 방에 가서 구운 계란을 먹기도 했다. 그와 데이트를 하며 나는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추상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밤에도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구체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밤에는 예전에 홈쇼핑에서 주문했던 물건들을 함께 뜯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껍질째 넣어도 무엇이든 주스가 된다던 주서기에 파인애플을 통째로 넣고 갈아보기도 하고, 소나기가 와도 완벽한 방수가 된다던 등산화를 신고 샤워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하루에 한 포씩 먹으면 좋다는 석류 즙을 한꺼번에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는 13포째 봉지를 뜯다가 포기를 했다. 그리고 26포의 석류 즙을 마시고 27번째 봉지를 뜯는 나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말리는 그의 모습이 우스워서 나는 일부러 3포를 더 마셨다. 여름인데도 반팔 옷을 입지 못하는 그가 나를 말리며 진땀을 뺐다. 그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언제나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긴 옷을 벗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나는 원룸에 있는 단 하나의 창문에 까만 도화지를 꼼꼼히 붙였다. 하지만 그는 긴 옷을 입는 게 습관이 되어서 피부를 내놓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그가 편하게 자는 걸 바랐으므로 그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피부끼리 닿는 부드러운 감촉도 좋을 테지만 뽀송한 면 티에서 느껴지는 감촉도 좋았다. 우리가 편히 잠들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감촉이라도 상관없었다. 매일매일이 한결같이 흘러갔다. 그가 퇴근을 하는 아침이면 나는 식탁 위에 두 개의 머그잔을 올려놓고 그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있으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처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우유 의식’을 하며 예전에 내가 잠들지 못했던 이유를 말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더블 침대를 하나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편하게 자는 것을 바라면서도 미세하지만 집요하게 느껴지는 불안감에 침대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나자 그의 귀가가 더욱 기다려졌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벌써 도착했을 그가 오지 않고 있었다. 시계는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불안했다. 그는 휴대폰이 없어서 내가 연락을 할 방법도 없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지속되자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나 역시 그와 지내는 동안 그에게 전화연락을 할 일 따위는 생긴 적이 없었다. 그는 성실했고 한결같았다. 그런 그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 가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 일 아닐 것이라고 밀려오는 불안감을 외면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습관이란 무서웠다.7시까지 깨어 있던 나는 불안함과 나른함에 결국 선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에 내가 꾸었던 꿈과는 달랐다. 그와 내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는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누워 있었다. 항상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안아주던 그였는데 이상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동그랗게 구부려진 그의 등에 몸을 꼭 붙이고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나의 팔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크고 단단한 그의 등에 귀를 대었다. 나는 숨을 쉴 때마다 커다랗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그의 등과 가슴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의 등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딱딱할 뿐이었다. 나는 팔을 좀 더 뻗어 그의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힘차게 뛰어야 할 그의 심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당황스럽고 무서워 그를 깨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에 눈물이 차 올라 그의 모습이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뒤틀려 보였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의 어깨를 잡아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내 쪽을 향하면서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진 얼굴이 툭 하고 침대위로 떨어졌다. 아니 그것은 얼굴이 아니고 가면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표정이 떨어져 버린 그의 얼굴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그의 얼굴이 아닌 동생의 얼굴이 있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날카로운 괴성이 나의 뱃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잠에서 깬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감긴 눈이 뜨거웠고 목구멍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릴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내가 겨우 눈을 떴을 때 여전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식탁 위의 머그잔은 아까 내가 놓아둔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몹시 불안해졌다. 편의점에 가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에 젖은 듯 무거워진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만 다리가 휘청거려서 신발을 신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가 디지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평소처럼 그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분명히 내 앞에 서 있었지만 나는 그가 유령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를 힘껏 밀어버렸다. 무방비 상태였던 그는 휘청거리더니 넘어지고 말았다. 반은 어리둥절하고 반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많이 걱정했냐고 말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직 꿈의 잔상에서 깨지 못한 나는 그의 손길을 거칠게 쳐냈다. 교대할 아르바이트 생이 늦게 오는 바람에 편의점을 비울 수가 없어서 늦었다는 그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의심의 독이 내 몸을 가득 채웠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그의 머그잔을 밀쳐 버렸다. -당신 말 따위 믿지 않아. 그의 머그잔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머그잔의 손잡이가 깨져 버렸다.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말하던 그도 주춤하는 듯했다. 그의 태도가 나를 더욱 동요하게 만들었다. 내 몸은 마비가 되는 것처럼 뻣뻣해져 왔다. -남겨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당신이 알기나 해! 나도 모르는 말이 내게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그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 오랫동안 꿈속에 나타난 동생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식탁을 집고 있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그가 떨고 있는 나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의 손은 가을 단풍잎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순간 나는 햇빛 알레르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머니에 넣고 달리려니까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느릿한 그의 말에 나는 누군가의 농담에 받아칠 말을 찾지 못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손 때문에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에게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은 물론이고 더 큰 상처까지 준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그 일이 있은 뒤에도 그의 생활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의 네 번의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은 나와 함께 보냈다. 달라진 거라곤 아침 6시가 되어도 누워 있기만 하는 나를 대신해 그가 머그잔에 우유를 담아 데우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작은 침대에 그와 몸을 붙이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면 티에서 더 이상 아무런 촉감도 느낄 수 없었다. 꼭 붙어 있는 우리의 몸 사이로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오는 것만 같아 숨이 막혔다. 그가 나를 꼭 안을수록 내 마음은 줄을 놓쳐 버린 풍선처럼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품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런 나 때문에 그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점점 야위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새벽 3시의 골목과 같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계속되고 있었다. 머그잔을 앞에 놓고 마주 보고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도록 서로를 붙인 채 밤을 새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아르바이트가 없을 땐 예전에 갔던 밤의 장소에 나를 데리고 가기도 했지만 나는 어디를 가도 무표정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번에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내 앞에 석류 즙이 가득 담긴 상자를 끌고 왔다. 나는 그가 내 손에 쥐여 주는 석류 즙 봉지를 멍청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시작, 이라고 힘차게 외친 그는 정말 누군가와 경쟁이라도 하듯 빠르게 봉지를 비워 가기 시작했다. 그는 봉지를 제대로 뜯을 새도 없이 허겁지겁 석류 즙을 마시기 시작했다. 거칠게 봉지를 뜯는 그의 손에 석류 즙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가 즐겨 입는 하얀 티 위로 석류 즙이 흘러내렸다. 주변에 쌓이는 빈 봉지가 늘어갈수록 그의 옷이 점점 더 붉어졌다. 나는 그가 쥐여 준 봉지를 손에 쥔 채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석류 즙을 마시던 그가 갑자기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마신 것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석류 즙을 비운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이 쏟아져 나왔다. 방바닥은 물론이고 그의 얼굴과 몸 전체가 붉게 물들어 갔다. 그 모습은 마치 붉은 노을 앞에선 그를 연상하게 했다. 그는 언젠가 나에게 바깥에서 마지막으로 노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두 팔을 벌린 채 저물어 가는 햇빛을 마음껏 받고 있는 그를 상상했다. 한 번도 본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내 앞에 있는 그의 모습과 겹쳐졌다. 나는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처럼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붉게 충혈된 그의 눈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얼굴 위로 튄 석류 즙에 섞여 잔인하리만큼 아름답고 투명한 붉은색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계속해서 석류 즙을 토해 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더 이상 나를 위해 애쓰지 않았다. 며칠 뒤 출근을 한다고 나간 그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당연한 듯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았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는 모습이 성실하기만 한 그에게 차마 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이해 받고 싶어질까 봐 두려웠다. 나는 그에게 그럴 자격이 없었다. 매일 ‘우유 의식’을 함께해 준 그에게 조금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오늘도 같은 꿈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이 떨려 왔다. 할 수만 있다면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떠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머무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숨이 막혀 왔다. 그러자 그의 얼굴, 동생의 얼굴 그리고 어린 나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그것들을 껴안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필사적으로 피할 뿐이었다. 손을 내저으며 최대한 몸을 작게 웅크렸다. 모든 상황이 잔인했다. 하지만 그들이 잔인한 것인지 내가 잔인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캄캄한 방안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작은 창문 위 까만 도화지는 조금의 틈도 없이 꼼꼼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생각에 나는 다시 숨이 막혀 왔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여름 바람이 훅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였다. 나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한때 이곳에는 머그잔에 담긴 우유처럼 온기가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없는 일주일간 홈쇼핑에서 주문한 상품들이 방안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뜯지도 않은 상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공허함은 커지기만 했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머그잔을 감싸 쥐었다. 손잡이가 없는 그의 머그잔에 담긴 우유가 찰랑거렸다. 아침에 따라놓은 우유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는 그가 떠난 뒤에도 매일 ‘우유 의식’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몫의 우유를 다 마신 뒤에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하는 ‘우유 의식’을 멈출 용기도 나에겐 없었다. 나는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억지로라도 침대에 누워 잠이 오길 기다렸다. 그 기다림 끝에 잠이 들면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등을 보이고 누운 그를 꿈속에서 보았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면서도 매번 두려웠다. 그와 지내는 동안의 ‘우유 의식’은 나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버팀목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나의 삶을 조여 오는 올가미가 되어 있었다. 나는 갑자기 방안의 공기마저 쌀쌀하게 느껴졌다. 황급히 리모컨을 찾아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에는 두 명의 쇼 호스트와 한 명의 여자 탤런트가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 즙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석류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폴리페놀 성분이 피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이 하는 말 중 몇 가지 반복되는 단어만이 띄엄띄엄 들릴 뿐이었다. 석류, 비타민C, 여성, 남성, 남녀노소, 온 가족, 활기찬, 여성,95%, 에스트로겐, 무이자 3개월, 온 가족, 활기찬, 하루 한 포, 석류, 매일 아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휴대폰을 열어 홈쇼핑의 상담 전화번호를 눌렀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음악은 내가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날 편의점 문이 열리며 흐르던 음악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상담원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홈쇼핑입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상담원은 잠깐의 시간을 두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방송중인 석류 즙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나의 인사에 그녀는 반복되는 말을 다시 건네었다.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향해 질문했다. 석류 즙 한 포에 몇 개의 석류가 들어있나요? 네, 고객님. 한 포에 두 개 정도의 석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물었다. 석류는 국내산인가요? 그녀는 조금 당황하는 듯했지만 일관된 톤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최고급 이란산 석류를 사용합니다. 나는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한참 동안 질문을 계속했다. 나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그녀의 말투는 빨라졌고 대답은 짧아졌다. 나의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상품정보를 참조한 뒤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했다. 더 이상 그녀는 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석류 즙을 주문하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나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매우 빠르고 강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흐르는 침묵을 견딜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여러 번 구매했었는데. 그러자 그녀가 상냥하지만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는 석류 즙 재구매 고객이시므로 만원의 할인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나는 상담원의 말에 휴대폰을 놓친 채 일주일간 참아 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 [베이징올림픽의 해 밝았다] 천정부지 숙박비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베이징의 호텔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최근 치러진 올림픽 때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베이징시 관계 당국의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베이징시여행국 슝위메이(熊玉梅) 부국장은 “올림픽 기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하루 침대의 최대수량은 33만 3000장으로 추측되며, 현재 베이징시의 숙박시설에는 64만 6400장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공급이 넉넉할 것 같은 상황에서 베이징시여행협회 쉬진즈(徐錦祉) 부회장은 “호텔 숙박비를 확정해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보다 훨씬 낮을 게 확실하다.”고 강조했다.‘2008년 올림픽 관중 숙박접대 기자회견’장에서다. 조직위와 계약한 호텔들은 신청 당시 책정된 가격을 어김없이 준수하고 있으며, 이미 예약을 받고 있는 하루 숙박료는 일반객실을 기준으로 5성급이 2960위안(약 36만원),4성급이 2320위안,3성급이 1600위안 정도라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 관계자들은 실상은 이와 다르다고 전한다. 한 유력한 인터넷 호텔예약 사이트에 의하면 올림픽 기간 베이징의 호텔비는 현재 638위안인 5성급 호텔이 3배가 넘는 4200위안, 현재 598위안짜리 4성급 호텔은 5배 이상인 약 3500위안에 예약을 받고 있다. 일부 2·3성급 호텔들의 객실료도 약 2000위안 정도를 받는 것으로 추산되며 유스호스텔의 객실료도 대체적으로 올랐다. 문제는 실제로는 이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데 있다. 예컨대 한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쿤룬호텔은 1만(120만원)∼2만위안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많은 4성급 호텔들의 예약도 거의 찼기 때문에 객실 공급이 딸릴 게 뻔하다는 관측이다. 한 관계자는 “하루에 100∼150위안 하던 민박집 방 1개가 최소 1000∼1500위안으로 예상되고, 올림픽에 임박해서는 더 뛸 것으로 보이는데 호텔비가 이보다 낮겠느냐.”고 말했다. jj@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신년 정국 관전포인트 몇가지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신년 정국 관전포인트 몇가지

    ‘10년 만의 권력이동’이라는 마침표를 찍고 2007년이 저물고 있다. 신년 초 정국은 4월 총선을 앞둔 각 정당간, 정파간 생존경쟁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대통합민주신당의 거취와 이질적인 신·구 정부간 인수인계 과정, 이회창 신당과 문국현 대표가 이끄는 창조한국당의 행보 등이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통합신당은 새해에도 무기력과 정체성의 위기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듯하다. 자이툰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 과정의 분열상과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통합신당이 대선용 ‘잡탕정당’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권력의 중심이 ‘이명박 정부’ 인수위로 급속히 쏠리면 통합신당의 정치적 공간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경헌 정치컨설턴트는 “대선 패배의 ‘질서 있는 수습’과 4월 총선을 위한 ‘아름다운 합의’의 과정이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통합신당에서 총선을 기대할 수 있는 징표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열쇠는 통합신당 스스로가 쥐고 있다. 대선에서 심판받은 정체성의 위기와 민심에서 확인된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에 통합신당의 운명이 달려 있다. 범여권 관계자는 “여당의 폐가(廢家)를 과감히 허물고 수권 야당의 수순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죽기살기식 정치구도와 네거티브 정치공학으로는 중도 실용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대선 교훈’이 참고가 될 수 있다.‘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과 ‘적대적 대립관계’가 아닌 ‘우호적 경쟁관계’를 설정하면서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을 설득하는 새로운 야당 모델을 고려해 볼 만하다. 하지만 신년 초 통합신당의 메시지가 구차한 ‘수명 연장’이나 계파간 ‘당권 싸움’에 그친다면 내년 2월3일 전당대회는 물론 4월 총선에서도 회생의 단초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주 부처별 인수위 보고를 시작으로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권 인수인계 작업이 본격화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 연속성’에 미련을 갖고 있지만, 이 당선자의 공약대로라면 ‘정책 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교육 정책과 부처 통폐합 문제 등 민감한 ‘각론’에서 시각의 차이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정책 충돌’이 심각한 양상으로 흐른다면 친노(親盧)세력과 통합신당이 정국 개입의 명분과 계기를 제공받을 것이다. 반면 이 당선자가 정책 조정력과 추진력을 발휘한다면 새 정부는 빠른 속도로 구심력을 갖춰 나갈 것이다. 이회창 신당과 문 대표의 창조한국당은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의 ‘다크 호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문 대표에게 통합신당의 갈지자 행보는 수도권의 인물 영입과 어젠다 경쟁에서 ‘한번 해볼 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역으로 통합신당은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수도권에서는 창조한국당과 경쟁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회창 신당의 파괴력은 이 당선자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역학 관계와 맞물려 있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이명박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당권과 총선 공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잡음이 거세진다면 이회창 신당이 보수 진영을 파고들 틈새는 넓어질 것이다. ckpark@seoul.co.kr
  • 건강식품 고속성장

    웰빙 바람을 타고 2000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건강보조식품의 대명사는 홍삼제품이다. 다크호스로 오메가3가 떠오르고 있다. 14일 한국인삼공사에 따르면 95년째 장수 중인 고농축 홍삼액인 정관장 홍삼정(240g,18만 5000원)이 올들어 이달 초까지 단일 제품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생재 한국인삼공사 마케팅실장은 “전에는 소비자들이 홍삼을 장년층을 위한 보약 정도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20∼30대 젊은층도 많이 찾으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삼정 매출은 2001년 320억원에서 지난해 886억원으로 성장했다.올해의 성장세는 훨씬 더 가파르다. 이달 초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판매추이로 미뤄볼 때 연말까지 1100억원의 매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실장은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상 건강식품 하면 캡술형보다는 즙이나 농축액을 선호하기 때문에 액체 타입의 제품이 많이 팔린다.”면서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음료 타입으로 복욕하는 홍삼 제품의 매출은 인삼공사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오메가3의 선전도 눈에 띈다. 신세계 이마트에서 팔리는 각종 건강보조식품 가운데 오메가3가 홍삼을 제외한 단일제품군으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마트가 올들어 이달 10일까지 전국 이마트 108개 점포에서 판매한 오메가3 제품군의 매출은 32억원으로 전년대비 500% 성장했다. 전체 비타민 제품 매출보다 2억원 정도 많다. 이마트측은 “최근 성인병의 원인인 혈액순환 장애에 대한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액순환 개선 기능이 있는 오메가3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기존 제품보다 70% 가량 싼 기획상품이 나오면서 매출이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Seoul In] 창의행정발표대회 우수상

    금천구(구청장 한인수) 서울시 ‘자치구 창의행정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찾아가는 저소득·독거노인 행복지원사업’이라는 주제로 연극을 발표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독거노인 말벗서비스와 죽음을 앞둔 노인들에게 호스피스 연계, 영정사진, 장례서비스 등 심혈을 기울여 온 고객중심의 창의행정서비스를 연극으로 발표해 평가받았다. 기획공보과 890-2315.
  • ‘세계 포커왕’ 데이비드 칩 리스 세상 떠났다

    ‘세계 포커왕’ 데이비드 칩 리스 세상 떠났다

    세계 최고의 ‘포커왕’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칩 리스(David chip Reese·56)가 지난 4일 라스베가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리스는 포커 월드시리즈(World Series of Poker)에서 3번이나 우승한 경력이 있는 유명한 포커 플레이어이다. 특히 그는 2005년 호스(Horse)라 불리는 게임에서 5만 달러(4600만원)를 걸어 1800만 달러(약 165억원)의 수익을 거두는 엄청난 기록을 남겨 ‘포커계의 전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미국의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을 졸업하고 스탠포드(Stanford)대학의 경영대학원에 진학했을 정도로 수재였던 그는 우연히 라스베가스 포커룸에 발을 들이면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리스의 오랜 친구이자 포커계에서 또 한명의 전설로 유명한 도일 브런슨(Doyle Brunson)은 “어느 날 포커테이블 앞에서 100만달러(9억2000만원)를 거는 그의 모습은 마치 몇 달러를 거는 것처럼 매우 담담해 보였다.”며 “냉정한 성격이어서 친구가 많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리스는 포커를 통해 모은 돈으로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보물을 찾는등의 일을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최근에는 아내와 이혼해 더욱 우울해했다.”고 밝혔다. 사진=totalgambler.com(지난 2006 포커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리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발언대] 소방망루를 아십니까?/변상호 소방방재청 소방정책본부장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도시든 시골이든 마을 중심에는 높다란 망루가 있었다. 망루에 걸린 종은 통신장비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화재발생을 알리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최초의 소방망루는 경성소방서가 남산에 세운 것으로, 화재 때 종을 쳐서 주변에 알렸다. 소방망루는 70년대 말 전화가 보급되면서 점차 사라져 119 신고와 사이렌으로 대체됐다. 일본의 지방도시 등에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망루가 남아 있다. 일본은 망루보다는 ‘한쇼(半鐘)’로 유명하다.‘한쇼도로보’는 말 그대로는 ‘종 도둑’이지만, 사전의 풀이에 따르면 ‘망루 위의 종도 훔칠 수 있을 만큼 키가 큰 사람’을 일컫는다. 실제로 키가 큰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곳곳에서는 에어컨의 실외기, 놀이터의 미끄럼틀, 공사장의 철근 등을 훔치는 ‘현대판 한쇼도로보’가 출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교각의 알루미늄 난간, 옥내외 소화전의 호스 관창 등 돈이 될 만한 쇠붙이는 모두 도둑의 표적이 되고 있다. 화재 발생시 초동진화의 기본이 되는 소화전의 호스 관창을 도둑들이 노리는 이유는 철·구리 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고철 가격은 5년 전에 비해 5배가량 뛰었다. 가장 큰 원인은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있는 중국의 ‘건설 붐’으로 추정하고 있다. 쇠 도둑은 단속하면 사라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소방안전을 방해하는 행위가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큰 불이 나면 문제점 진단과 대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며칠 후면 언제 사고가 있었냐는 식으로 망각하곤 한다. 사고 후에 후회말고 지금부터라도 내 가정, 직장부터 둘러보자. 우리의 안전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안전 불안요소는 없는지, 안전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미리미리 점검해보자. 대형 사고는 평소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 우리 모두 책임있는 안전의식으로 따뜻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기를 당부한다. 변상호 소방방재청 소방정책본부장
  • [구 의정 초점] 광진구의회 ‘일본 비교시찰’ 다녀와서

    [구 의정 초점] 광진구의회 ‘일본 비교시찰’ 다녀와서

    ‘꼼꼼히 비교해보고 배울 게 있으면 과감하게 벤치마킹한다.’ 광진구의회가 ‘일본 비교시찰’을 다녀왔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노인복지시설, 차고지증명제 실태 등을 샅샅이 견학했다. 구의원들은 방문 일정을 투명하게 검증받았고, 다녀와서 두꺼운 책 2권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 제출했다. ●진지하게 듣고 야무지게 질문 27일 광진구의회에 따르면 구의원 8명은 지난달 9일부터 13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의 도쿄와 돗토리, 가고가와, 아타미 등을 방문했다. 전체 의원 14명 가운데 이창비 의장과 조길행 부의장을 바롯해 김수범·김창현·문종철·박삼례·박채문·양윤환(가나다순) 의원 등 8명이다. 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유익한 곳을 두루 살펴보면서 ‘알뜰 탐방’을 실천했다. 방문단은 첫날 시골마을 돗토리현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서 환경녹지연구소소속 전문 교수와 환경정비㈜ 사장, 공무원으로부터 잇따라 브리핑을 받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늦은 밤까지 방문 과제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2일째 환경정비를 찾아가 음식물쓰레기가 48시간만에 발효 등을 거쳐 액체 비료인 ‘유기토양활성액’으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봤다.4단계 과정을 목격하면서 구의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인들은 먹다 남기는 음식물찌꺼기 양이 매우 적은 점에 다들 놀랐다. 액체 비료가 농가로 운반되는 과정도 따라가 지켜봤다. 비료는 호스를 통해 채소밭 등에 뿌려졌다. 이렇게 자란 당근, 배추, 쌀 등을 파는 전문판매점에도 들렀다. 친환경 농산물이라고 해도 가격이 터무니없게 비싸지 않으니까 잘 팔렸다. 수행한 구의회 이기붕 주임은 “의원들 표정이 진지하고 야무지게 질문도 하고, 꼼꼼하게 메모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출발전 심사와 귀국후 보고서 3일째 도쿄 세타가야구의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했다.㈜베스트라이프에서 운영하는 ‘노인 홈’이다.5층 건물에서 100여명의 노인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았다. 민간 실버센터가 주택가에 있는 점이 특이했다. 이 주임은 “구청의 노인시설이 일본만 못해 의원들이 부러워하면서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4일째 가고가와현에서 ‘차고지증명제’를 견학했다. 주소지의 반경 2㎞ 안에 주차장을 확보한 뒤 경찰의 확인을 받아야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제도다. 한 구의원이 “승용차를 갖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차고지를 못 구하면 어떡하냐.”고 질문하자 “차를 팔아야 한다.”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일부 자비를 보태 다녀오는 해외연수지만,7명의 주민으로 구성된 ‘의원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로부터 방문목적 등을 검증받았다.2권의 보고서를 만들어 구의회 홈페이지에 올리고, 구청 등에 비치할 예정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이창비 광진구의장 “日 친환경 시설 부러워” 이창비 광진구의회 의장은 27일 “일본방문 기간 중 낮에는 꼼꼼하게 메모하면서 강행군을 했고 밤에는 메모를 정리하느라 잠을 설쳤다.”고 시찰 후일담을 밝혔다. ‘똑똑하고 성실한 의원들이 일에도 욕심이 많은 까닭’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달았다. 이 의장은 “우리 구에는 음식물쓰레기처리 시설이 없어 다른 자치구에 신세를 지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일본의 친환경시설, 노인복지시설 등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낄 필요가 있으면 아끼고, 투자할 일이라면 과감하게 돈을 쓰는 일본에서 많이 배웠다.”면서 “한푼의 세금도 헛되게 쓰지 않도록 4선 의원의 명예를 걸고 알뜰하게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 종로 밤의 여왕「민마담」이 잡혔는데…

    종로 밤의 여왕「민마담」이 잡혔는데…

    종로의「민(閔)마담」을 모르면 서울에선「플레이·보이」자격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종로3가의 사창가 초창기부터 포주「콜걸」여두목으로 20여년「윤락행위」의 알선에 진력(?)해온「베일」속의 여성. 지난 19일 아침, 드디어 종로서 형사들에 쫓기어 하필이면 냄새퀴퀴한 변소구멍을 통해 도망치려다 본모습을 드러냈는데-. 종로선「박쥐왕」으로 통해「춘희(椿姬)」처럼 기구한길 걷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 시민으로부터 모종의 정보가 들어온건 지난 18일 저녁. 내용인즉 서울시내 시민회관 근처 당주(唐珠)동 45의 9호 가옥에 가면 윤락행위하는「콜걸」과 그 왕초「민마담」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민마담」- 전화를 받고 있던 당직자의 귀가 번쩍 띄었다. 「민마담」이라면 종로경찰서 민완형사들이 어이없게도 망신당한 일이있는 여성이었다. 지난 69년 7월. 종로경찰서는 희대(?)의 포주『민마담을 잡아라』하는 특별명령으로 부산을 떨었다. 서린(瑞麟)동 모처에 은닉하며「콜걸」조직을 이용, 떼돈을 벌고 있다는「베일」속의 여성. 종로서는 1가파출소에 10명의 기동경찰을 집결시켜「민마담」이 있다는 집을 덮쳤다. 그러나 걸린 것은 10명의「콜걸」뿐.「민마담」은 경찰을 조롱하며 날렵하게 몸을 날려 타는 일에 있어서는 선수임을 과시, 지붕을 타고 이웃집으로 건너 뛰어 줄행랑을 쳐버린 것이다. 결국 잡아들인 창녀는 1주 구류처분이나 5천원 벌금부과로 그치고 말아「콜걸조직」은 끝내 비밀속에 파묻혀 버렸다. 「민마담」의 본명은 최영자(39).「박쥐왕」이라는 별명으로도 통했다. 그녀는「박쥐왕」이라는 별명에 부끄럽지 않을만큼 종로일대에서 뜨르르 명성을 날렸다. 『사내들은 모두 내 사위들이야』 이렇게 호언장담하며 밤의 홍등가(紅燈街)를 주름잡았던 미모의 여인. 법률적으로는 아직까지도「미혼」으로 돼있고, 신장 160cm의 날씬한 몸매와 만만찮은 미모를 자랑한다. 아버지는 일찍 여의었다고 고백하는 민마담은 6·25동란 당시 다니던 모대학을 중퇴하고 생활문제 해결을 위해 본의아닌「콜걸」생활로 들어갔다. 가족은 사변통에 모두 흩어져 풍지박산. 그녀는 혈혈단신으로 서울 종로바닥 일대에서 억센 사내들 틈에 끼여「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춘희」와 같은 운명의 길을 걸어갔다. 『내주제에 무슨 사랑 비슷한 것도 있을 수 있었나요?』 허탈스럽게 뇌까리는「민마담」은 그러나 두번쯤「진짜 사랑」에 빠져 살림도 차린 일이 있었다고 말한다. 사창가 초창기 부터 활약 멋을 아는 순정파 이기도 「민마담」은 멋을 아는 여자였다고 그를 아는 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의. 비록 몸은 사창가에 담았지만「돈벌레」는 아니었다는 것. 정을 주고 싶은 남자라면 헌신적으로 봉사했다고 전한다. 어쨌든 종로3가에 사창가가 번창하기 이전부터 그녀는 창녀, 포주로서 이름을 드날렸고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는 것. 그러나 경찰조서에서 그녀는 당주동집 전셋돈 2백만원이 전재산이라고 밝히고 그밖의 재산은 일체 함구. 68년 9월 종3철폐령이 발효된 이후 그녀는 서린동으로 옮겨 기왕 거느리고 있던「콜걸」중에서 잔류 희망자만 데리고 영업을 계속했다. 인원이 모자라면「바」「나이트·클럽」등에 들어가「호스테스」로 일하고 있는 옛부하들을 동원, 고객들에게 배급해 주었다고 밝혔다. 69년7월, 경찰이 냄새를 맡고 덮치자 지붕을 타고 도망쳐 지금의 당주동으로 옮겨, 궤멸된「콜걸」조직을 재편성하고 영업을 계속했다. 여기선 신촌·용산·명동·무교동·청진동등 각지여관에 줄을 대어「콜걸」을 공급 했다. 그만큼 영업지역이 넓어진 것. 따라서 경찰은「민마담」이 거느리고 있는 조직이 서울에선 가장 큰「콜걸」조직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18일 저녁의 정보로「민마담」의 소재를 확인한 경찰은 용의주도하게 작전계획을 세웠다. 69연도처럼 도망을 치지못하게 하기 위해선 밤보다는 낮을, 낮가운데서도 아침을 택했다. 왜냐하면「콜걸」들이 각 여관으로 출장나가 장사를 하고 모여서 수금·배당을 하는 것이 아침시간인 때문.「콜걸」의 체포는 물론 수금하는 현장까지 덮칠 수 있어 공소유지를 위한 증거보완도 충분할 수가 있었다. 19일 아침 8시께. 형사들은 당주동 현장으로 갔다. 그러나 45번지의 9호라는 가옥은 근처에 눈씻고 보아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골목 일대를 이잡듯이 뒤진결과 막다른 곳에 있는 45의9호 가옥을 찾아냈다. 1조는 행길에서 감시하고 다른 1조는 대문과 변소를 막는한편 공격조는 대문을 두드렸다. 한참후 잘잘 신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구세요?』하고 물어왔다. 『네. 동사무소에서 호구조사 나왔읍니다』 상대방은 더 물어 보지도 않고 문을 열어 주었다. 웬만한 콜걸은 환히 알아 반반한 애 몽땅 손아귀에 「민마담」이 누구냐고 묻자 갑자기 방안에서 후다닥 뛰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있던 여자들이 문을 열어 제치고 토끼처럼 뛰기 시작한것. 당황한 형사들은 우선 잡기 쉬운 여자들부터 잡았다. 『민마담이 누구냐?』고 묻자 잡힌 6명의「콜걸」들은「민마담」이 벌써 도망쳤다고 대답했다. 낭패한 공격조가 뒤를 돌아다 보는 순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1조가 여자 1명의 덜미를 잡고 들어왔다. 『웬 여자가 변소 구멍으로 대가릴 디밀고 나오잖아. 나올때까지 기다렸지. 어깨가 걸려 잘 나오지 않길래 둘이서 도와드렸지 뭐야』 지붕을 타고 줄행랑 쳤고 이번에는 변소 밑 구멍으로 빠져 줄행랑 치려다가 운이 다했던 모양인지 결국 그녀는 20여년만에 제모습을 경찰들 앞에 내보인 것이다. 바로「민마담」-. 「민마담」의 영업방법은 이러했다.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통해서「콜걸」을 공급받기도 했고 연줄을 통해 지면이 있는애들을 조직으로 삼았다. 워낙 20년동안 사창가에서「터줏대감」노릇을 해온 그녀인지라 웬만한 창녀는 모두 알고 지내는 처지. 「종3」이 철폐된 이후부터는 당주동의 집처럼 밖에서 찾기도 어렵고, 은밀한 집을 전세내어 전화를 가설한다. 이번 사용했던 전화는 73국의 7598번. 일대 각 여관「보이」들과의 연락은 모두 전화로만 통했다. 경찰은 이번 제보가 익명의 시민이라고 하면서도 이런 흥미있는 추리를 했다. 『대개 이런 경우 동업자들이 고자질하기 마련입니다. 어쩌다가 경찰에 들통이난 포주가 홧김에「너도 맛좀 봐라」하면서 동업자를 일러 바치거든요. 그러니까 사창조직은 영원히 비밀에 묻혀질 수가 없어요. 어는 땐가는 들통이 나는데 시기가 문제일 따름이죠. 참 의리없는 세계라 할 수 있죠』 [선데이서울 71년 3월 28일호 제4권 12호 통권 제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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