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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대선의 유령/박홍환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대선의 유령/박홍환 정치부장

    지난해 대통령 선거는 진정 뜨거웠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사실상 양자대결이었던데다 이념 논쟁 등 화끈한 이슈들로 선거전은 어느 때보다 과열됐다. 대선 막판에 터진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의혹 사건으로 인해 승부가 끝까지 예측불허로 치달아 ‘관중’들을 긴장시켰다. 축구의 ‘인저리 타임’, 야구의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스리볼’ 상황처럼 손에 땀을 쥐며 승부를 지켜봤다. 그렇게 뜨거웠던 선거전은 어김없이 막을 내렸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00여만표 차로 승리했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가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깨끗이 결과에 승복했다. 그렇게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시계’는 지난해 12월, 그 뜨거웠던 순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하다. 24일자 거의 모든 신문 1면을 봐도 그렇다. 헤드라인에는 ‘대선’이라는 단어가 선명하다. ‘지난해 대선은 불공정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 수혜자’라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작심발언’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국정을 이리 흔들어도 되느냐”며 ‘본심’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여권의 반응을 ‘유신시대 논리’에 비유했다. ‘대선불복’ 대 ‘부정선거’의 논리 싸움이다. 양측 모두 “밀릴 수 없다”는 사생결단의 자세다. 정치권은 이처럼 뜨거운데 정작 박 대통령은 ‘오불관언’이라는 듯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4일 “대선 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적 없다”며 대선 후 처음으로 국정원 사건을 언급한 뒤 넉 달간 이 문제에 관한 한 공식석상에서는 침묵 모드다.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뜻이겠지만 이젠 무슨 얘기라도 내놓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경쟁상대였던 문 의원이 박 대통령을 ‘불공정 대선의 수혜자’로 지목했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이) 미리 알았든 몰랐든”이라며 ‘원죄론’ ‘결과론’까지 꺼내들어 국정원 사건에 대한 답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전임 정부 권력기관에서 벌어진 일로 자신을 다그치는 게 못마땅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육성’은 아니지만 여권 관계자들이 내놓고 있는 “그깟 댓글로 선거 결과가 바뀌었겠느냐”는 항변도 이해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취임 1년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국정원 사건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대선 때 약속했던 각종 민생 관련 정책은 정쟁으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표류하고 있다. 한때 개선되는 듯했던 남북관계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내 상황이 혼란스럽다 보니 해외 세일즈 외교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는 곧바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벌써부터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못막을 정도로 키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얘기했듯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적 없다면 지금이라도 국정원 사건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고 ‘대선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대선의 유령’에 사로잡혀 곤욕을 치를 것인가. 이 혼돈은 박 대통령만이 바로잡을 수 있다. stinger@seoul.co.kr
  • ‘이별 통보’ 내연녀 얼굴에 청양고춧가루물을…

    경남 합천경찰서는 21일 변심한 내연녀의 얼굴에 고춧가루 물을 뿌리는가 하면 흉기로 위협해 차량에 감금한 혐의로 조모(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19일 밭에서 일하고 있던 A(여·44) 씨의 얼굴에 고춧가루 물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또 도망가는 A씨를 쫒아가 호미로 머리 등을 때린 뒤 흉기로 위협해 차량에 태우고 다니며 4시간 가량 감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6개월 정도 사귄 A씨에게 이별을 통보를 받자 강제로 데려오기 위해 동네 선·후배 2명을 동원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의 얼굴에 뿌린 고춧가루 물 역시 사전에 청양고추를 구입해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술계의 이단아’ 구도자가 되어 돌아오다

    ‘미술계의 이단아’ 구도자가 되어 돌아오다

    “한 평론가가 저를 ‘이단아’ ‘반항아’라고 불렀죠. 제 모습하고 딱 맞아떨어졌는지 그때부터 주변에서 절 그렇게 바라보더군요.” 커다란 수조에 시커먼 먹물을 붓던 김호득(63) 영남대 미술학부 교수는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점점이 내걸린 20여장의 한지 밑에 설치된 길이 11m, 폭 4m의 대형 수조에선 그의 움직임에 따라 잔물결이 춤을 췄다. 막 뿌린 먹물 향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자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 마음이 정갈해진다. 설치 작품 ‘흔들림, 문득-공간을 느끼다’는 전시장 벽과 한지에 비치는 수조의 물결을 통해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3층에서 마주한 작가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게 바로 물에 그리는 수묵화죠. 먹물이 변해 가는 것, 물이 일렁이는 것, 광선에 따라 다르게 연출되는 것…. 이런 게 모두 재미있는 요소예요.” 한국화의 개량을 추구하며 지필묵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펼쳐 온 작가는 오랜 시간 화단에서 ‘이단아’로 불렸다. 작품 활동 초기만 해도 실경 산수화나 인물을 주로 그렸지만 삶의 큰 고비를 넘긴 뒤 구도자처럼 점을 찍거나 선 긋기를 즐기며 추상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집중해 왔다. 작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건강 얘기다. 거침없는 붓질로 폭포나 계곡 같은 자연 속 사물을 즐겨 그리던 그는 술을 한잔 걸치면 붓질이 힘을 받는다며 유독 술을 즐겼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간경화와 폐렴으로 쓰러졌고, 2009년에는 다시 식도암 수술을 받으며 즐겨 하던 작품 활동이 위협받았다. 몸을 회복하고 술을 끊더니 작업하는 모습도 달라졌다. 거침없던 붓질은 취기가 빠지자 점을 찍고 선을 긋는 데 집중했다. 요즘은 아예 회화의 기본 요소들을 추상화해 표현하곤 한다. 찰나의 깨달음이랄까. 화폭에는 우주와 존재에 대한 개념이 담겼다. 사람 형상의 ‘人’자 한 쌍을 거꾸로 세운 듯한 작품 ‘거꾸로’는 현대인의 고독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폭포를 뒤집어 그린 듯한 그림 옆에는 ‘폭포’ ‘쏴’ ‘쉬’ 등의 글자가 거꾸로 혹은 비스듬히 새겨졌다. 희한한 타이포그래피 같은 작품에는 인간사가 모두 뒤틀렸다는 뜻이 담긴 것인가. 작가는 굳이 이런 해석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거꾸리’ 작품에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왼손잡이인데 그림을 그릴 때마다 오른손잡이와 뭔가 느낌이 다르더군요. 계속 신경이 쓰였는데 나이가 드니 이젠 거리낌조차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왼손으로 거침없이 작업했는데, 결과물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광목 천에 먹으로 표현한 그림들에도 사연은 담겼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미술대학을 다니려니 늘 캔버스 살 돈이 없었죠. 그래서 좀 사는 집안 여학생들이 쓰다 버린 캔버스를 주워 와 천만 따로 떼어내 쓰곤 했습니다.” 작가는 캔버스에 아크릴을 먹처럼 쓴 작품 ‘겹-사이’를 통해 색다른 실험 의지를 엿보인다. 이 같은 실험 의지의 정점은 1층에 전시된 강정보 설치 작품. 지난해 가을 낙동강 강정보 근처에 길이 10m의 대형 천 다섯 장을 설치한 뒤 강물과 바람이 남긴 흔적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런데 비릿한 냄새에 코부터 막게 만드는 이 작품은 묘한 매력을 품었다. “작가들이 이맘때쯤 경북 달성군에 모여 스스로 설치 작업을 하다 지난해에는 지자체의 초청을 받고 설치했던 작품입니다. 천들을 거둬들이니 녹조와 흙 자국이 자연 물감처럼 번져 있더군요. 4대강 사업으로 오염된 자연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디다(웃음).” 작가는 다음 달 3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초대전 ‘겹-사이’를 이어 간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관을 쓰는 대규모 전시다. 이번 전시는 빛과 어둠, 시간과 공간 등 ‘사이’라는 개념의 ‘겹’이 주제다. 강렬한 느낌의 먹물 회화뿐 아니라 먹물 수조와 한지가 등장해 여러 사물 간의 관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베벌리힐스의 ‘가로수 길’ 프리미엄 한류 디자인하다

    베벌리힐스의 ‘가로수 길’ 프리미엄 한류 디자인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노스 베벌리힐스 드라이브. 유명인사들이 모여 사는 부촌이자 명품 브랜드가 밀집한 로데오거리 바로 옆길이다. 이곳에 다음 달 중순 한국 중소기업 전용매장인 ‘K소호 베벌리힐스’(조감도)가 들어선다. 이 일대에서 하나뿐인 스타벅스와 커피빈, 공용주차장이 K소호 매장을 둘러싸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것이 장점이다. 지난 13일 찾은 매장은 내부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너편 스타벅스의 야외 탁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글로리아 브릴리언트(43·중학교 교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데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다른 한국제품도 품질이 우수할 것 같다. 매장이 열리면 꼭 찾아가 구경하겠다”고 말했다. K소호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 롯데면세점의 공동 프로젝트다. 중소기업들이 월마트, 코스트코 등 해외 대형유통에 진출하기 쉽도록 시장조사 목적의 안테나숍 매장을 해외 주요 거점에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중소기업청이 냈다. 올해 관련 예산을 100억원 확보했다. LA K소호에는 이 중 10억원이 투입된다. 중기중앙회는 LA에 특화된 점포를 구상하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저지주 가든스테이트 플라자몰에 문을 연 ‘K히트’는 다양한 중기제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LA에는 이미 한국산 제품을 수입해 파는 소상공인이 많아서 자칫하면 지역 골목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 김재진 중기중앙회 LA사무소장은 “유행에 민감한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패션잡화, 주얼리, 화장품 등을 중점적으로 입점시켜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매장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242㎡(약 73평) 크기의 K소호는 가로와 세로가 각 10m, 40m로 긴 직사각형 형태의 매장을 살려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뉴욕의 소호갤러리 같은 느낌을 줄 예정이다. 거리를 걷는 기분이 나도록 바닥에 보도블록 모양의 카펫을 깔고 천장에도 유리와 간접조명을 사용한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매장 배치, 제품 진열 아이디어 등은 롯데면세점이 동반성장 차원에서 기부 형태로 지원했다. 입점업체는 제이에스티나(주얼리), 육심원(디자인 캐릭터상품), 웨더비(휴대전화 액세서리), 토리모리(화장품), 당크(잡화), 호미가(핸드백), 셀렙(여성복), 셀리시스(의료 화장품) 등 8개 업체다. 이들은 3년간 입점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내 자체 매장 확대, 법인 영업망 확장, 미국 대형유통업체 입점 등의 방법을 추진해 자생 능력을 갖춰야 한다. 8개 브랜드 외에 멀티숍 공간을 따로 만들어 신예 디자이너의 제품이나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상품 등을 소개하고 판매할 예정이다. 중기중앙회는 기업들의 해외대형유통 진출을 위해 지난달 초 외환은행, 무역보험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월마트 등 해외업체는 매입대금을 45일 후에 결제해 주기 때문에 우리 업체들이 수출을 꺼리는 요인이 돼 왔다. 외환은행은 수출대금을 즉시 지급하고 해외 업체에 대금을 떼일 경우 무역보험공사와 외환은행이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중기중앙회는 미국에서 한국제품 총판대리점을 운영하는 상인들과 코스트코에 등록된 벤더 등과 함께 미국 유통매장에 한국 기업의 제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달 말 참여기업 신청을 받았는데 350곳이 지원해 200곳이 선정됐다. 이달 말 시범적으로 5개 컨테이너 분량의 샘플 상품을 받아 유통업체 바이어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인터넷과의 전쟁’/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인터넷과의 전쟁’/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언론은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위해 일하는 선전 도구다. 그러므로 무엇을 선전하고 무엇을 선전하지 말지는 당의 방침과 지도에 따라야 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언론의 사명으로 제시한 ‘정치가판보’(政治家辦報·당의 시각으로 신문을 만들다) 정신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주요 언론 사상 중 하나다. 그런데 이것이 시진핑(習近平) 시대에는 인터넷으로 확대 적용되는 분위기다. 언론 못지않게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주석 집권 첫해에 열리는 전국선전사상공작회의에서는 새 지도자의 언론관 격인 선전 지침이 발표되는데 시 주석은 인터넷 통제를 첫손에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8월 19일 열린 이 회의에서 강력한 인터넷 부대를 조직해 뉴미디어를 장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달 초 홍콩의 사우스모닝포스트가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당국은 전국선전사상공작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유명 블로거들을 공공질서 문란 혐의로 속속 체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유포한 악성 루머가 500회 이상 재전송(리트위트)되거나 5000번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규정까지 마련했다. 당국이 이처럼 인터넷 통제에 혈안이 된 것은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이겨야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지켜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웨이보에서도 민주와 헌정 등의 정치개혁을 요구하거나 보편가치 등을 촉구하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공산당을 위협하는 공작이라고 중국 당국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앞서 관영 언론들이 구 소련의 몰락은 민주주의 도입에 따른 결과라며 정치개혁 요구를 ‘중국 분열’을 위한 서방의 음모라고 몰아붙인 것도 이 같은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명 블로거들이 공공질서 문란죄로 체포되거나 성매수 혐의로 끌려가는 장면이 TV 화면에 공개되는 등 인터넷 여론 통제가 강화되면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터넷 제보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던 부패 공직자 고발이 어렵게 된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발언하거나 당을 조롱하는 말을 감히 할 수 없는 ‘공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개혁파인 인민일보 부총편집 출신의 저우루이진(周瑞)은 최근 한 학술지에 게재한 글에서 ‘인터넷 통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정권이 언로를 막으면 더 큰 화를 입게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라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가 중국인을 위한 최적의 제도라는 자신이 있고 실제로 사람들이 그렇게 믿도록 정권을 운영한다면 반대 여론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마오가 ‘정치가판보’ 정신을 주창한 것은 집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반(反)우파 투쟁을 벌였던 1957년의 일이다. 지금은 21세기 정보화 시대지만 당이 일련의 조치를 내린 이후 웨이보 발언율은 급감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옥죄기가 공산당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jhj@seoul.co.kr
  • 서초 ‘대심도 빗물 처리’ 서명운동으로 압박

    서초 ‘대심도 빗물 처리’ 서명운동으로 압박

    “강남역 상습 침수에 서초구 주민들 뿔났다.” 집중호우 때마다 되풀이되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의 상습 침수 문제를 놓고 서초구민들이 대심도(大深度) 빗물 저류시설 설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강남역 상가와 서초구 주민자치위원회 회원을 중심으로 지난달 12~31일 ‘강남역 상습침수 방지를 위한 대심도 빗물 저류시설 설치 촉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심도 빗물 저류시설 설치를 촉구하는 주민서명운동을 펼친 결과 구민 전체 44만명의 25%인 11만 5455명이 서명했다. 강남역 대심도 빗물 저류시설 설치 촉구 주민위원회 위원 30명은 12일 서울시청 신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낭독한 뒤 주민서명부를 시장에 전달했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박 시장이 지난 11일부터 필리핀 해외 출장 중인 관계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원종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강남역 일대의 침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2011년 8월 4일 강남역과 한남대교 남단을 직선으로 잇는 지하 대심도 빗물 저류시설 설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는 교대역에서 반포천까지 자연유하식 하수터널을 설치하는 것으로 강남역 일대의 침수를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이 방법으로는 한강 수위가 높아지고 서초구의 사당역 및 방배역 주변의 빗물과 강남역 주변의 빗물이 한곳으로 집중돼 반포천 범람을 부를 것이며 저지대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포함한 반포 전 지역이 침수돼 시민의 안전만 위협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강남역 일대는 인근 역삼동, 논현동 지역보다 해발고도가 17m 낮은 분지형 지역인 데다 반포천의 암거 통수능력은 초당 210t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빗물이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해 집중호우때마다 상습적으로 침수되곤 한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강남역 일대의 상습침수 피해 대책을 놓고 2년 넘게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예산절약 차원에서 2015년까지 강남역 일대에서 반포천까지 핫라인 우수관을 만들어 빗물 처리 능력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대심도 시설 공사의 경우 13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반면 우수관 신설은 300억원만 들기 때문이다. 반면 서초구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한강으로 직송하는 대심도 시설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수관 설치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울진까지 덮친 적조… 강원 동해안도 위험

    울진까지 덮친 적조… 강원 동해안도 위험

    남해안에서 시작된 적조 현상이 강원 동해안 코앞까지 북상했다. 해양수산부는 8일 고밀도 적조가 경북 울진까지 확산됐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이날 포항 남구 호미곶등대∼울진군 기성면 사동항 일대에 적조 경보를 신규 발령했다. 이로써 적조경보가 내려진 곳은 전남 고흥군 내나로도 동측∼경남 거제시 지심도 동측,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항∼울진군 기성면 사동항으로 늘어났다. 영덕과 포항 호미곶, 경주 양남 연안에서는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1500∼1만 개체/㎖가 검출될 정도로 적조 밀도가 높아졌다. 더구나 이 일대 냉수대가 사라져 적조가 북상하기에 유리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어 청정 바다인 강원 동해안까지 적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밖에 남해안 일대 적조 현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거제시 지심도 동측∼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이견대를 잇는 바다에는 적조주의보가 내려졌다. 통영 산양 저도 일대는 코클로디니움 최대 2만 4700 개체/㎖의 고밀도 적조가 계속되고 있다. 통영 욕지도, 연화도∼한산과 거제 서부 해역에도 코클로디니움이 1만 개체/㎖ 이상 검출되고 있다. 남해도와 거제 동부, 울주군은 적조생물 밀도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남 여수와 경남 고성, 포항 등지는 며칠 전과 유사한 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영도구, 수영구, 해운대구, 기장군 해역에서도 소규모 적조띠가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닷물 흐름이 빨라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밀물 때 남해 연안에 고밀도 적조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경북 연안 일대에 나타난 적조가 강원 연안으로 북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산과학원은 “동해 남부 연안은 냉수대 소멸로 연안으로 접안하는 적조가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며 “적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 예방 요령에 따라 양식장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종 류찬희 기자 chani@seoul.co.kr
  • 중력 거부한 무용수의 비상 & 미술관에서 휴식·명상을

    중력 거부한 무용수의 비상 & 미술관에서 휴식·명상을

    해변가 백사장에 누운 여성 위로 잠자리처럼 붕 뜬 남자. 하늘 위로 치솟은 남자를 바라보는 여성의 표정에선 두려움을 읽을 수 없다.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사진의 제목은 ‘전부를 던져야 사랑을 얻는다’.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사진에선 수십마리 갈매기떼를 향해 빨간색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발레리나처럼 솟아 먹이를 주고 있다. 여성의 허리를 받친 남성과 두 명의 동료는 모래사장 위에서 경이로운 표정으로 이를 바라본다. 이런 한 컷의 사진을 얻기 위해 남녀는 10분이 안 되는 시간에 20차례 넘게 같은 장면을 반복했다. 모래사장에서 몸을 날려 두 팔을 쭉 뻗거나 발레의 한 동작을 연출한다. 1.3m 이상 뛰어올랐으나 트램펄린이나 와이어, 컴퓨터 합성장치는 사용하지 않았다. 공중에 오래 머물기 위해 몸부림쳤고, 중력의 법칙에서 해방된 경이로운 순간을 창조해 냈다. 믿기지 않는 사진을 찍어온 주인공은 미국 뉴욕의 사진가인 조던 매터(47). 중력을 거부한 쭉 뻗은 몸매를 지닌 무용수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 유머를 덧입혔다. 대자연과 지하철역, 극장, 광장 등을 배경으로 펼치는 ‘익스트림쇼’ 같은 몸동작은 작가가 연사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1000분의 1초에 담아낸 것이다. 이렇게 나온 사진집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은 지난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반스앤노블 최고의 책에 선정됐다. 매터의 사진은 늘 생기가 넘친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에서 은퇴한 캐린은 딸이 탄 유모차를 잡고 점프하고, 흑인 남성과 동양인 여성은 시민들로 가득한 횡단보도에서 익살스럽게 날 듯 뛰어오른다. 매터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사진은 관객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소년이 와인병을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하던 작가는 배우를 거쳐 사진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화가, 사진가, 영화감독인 증조부, 조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조모인 메르세데스 칼스 매터는 뉴욕 스튜디오 스쿨의 창립자다. 매터의 기행은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23일 국립발레단 객원 수석무용수인 김주원과 공동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서울 광화문과 시청, 남대문시장 일대를 돌며 서울댄스프로젝트와 게릴라 춤판을 벌인다. 그의 사진전은 24일부터 두 달간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02-736-4371)에서 이어진다. 단조로운 일상과 후텁지근한 장마에 지쳤다면 미술관에서 힐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02-720-5114)은 오는 9월 22일까지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명상의 공간을 제공하는 이색 전시회 ‘아트피스:예술로 힐링하는 법’을 연다. 전시공간은 말 그대로 와서 좀 편하게 쉬다 가면 되도록 꾸몄다. 금민정·박기진·산업예비군·유상준·애브리웨어·HYBE·Kayip 등 7명의 작가(단체)가 휴식과 명상을 테마로 작품을 만들었다. 음향 분수의 사운드 세례를 온몸으로 받거나 방 한칸을 모두 차지한 해먹에 온몸을 던져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앉아 빛의 미묘한 움직임을 관찰할 수도 있다. 김윤옥 큐레이터는 “미술관과 전시, 예술의 변화된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물질만능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설치, 사운드, 미디어 등 확장된 예술 작업을 체험하도록 해 내적 성찰의 시간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아잇… 간지러워요. 그냥 손만 얹고 가만 계세요.” “내가 보고 싶었나?”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새벽 나절에 까치가 울며 날아가고, 세찬 바람에 나뭇가지만 흔들려도 이녁인가 해서 방문 열고 내다보곤 했답니다. 머리맡으로 지나는 목쉰 바람 소리에도 가슴 두근거리는 일은 이제 그만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월이 심덕이 그토록 무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 때문에 애를 끓였네 그려…. 우리도 보란 듯이 만날 날이 있겠지.” “얼마 전에는 길세만이라는 이가 와서 날 보자 하고 방문 앞에 와서 얼마나 기광을 부리던지…. 문을 모질게 닫고 호되게 쏘아붙여서 내쫓긴 하였습니다만, 야밤에 지게문을 부수고 쳐들어와서 뜸베질이라도 할까 봐 엄니 곁에 꼭 붙어서 새우잠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남정네 명색이라곤 노닥다리 중노미 하나뿐인 산속에서 훼절이라도 당한다면 나 같은 천덕꾸러기라 할지라도 어찌 목숨을 부지하고 살겠습니까. 자문하고 말지요.” “금시초문이군. 그런 불상사가 있었나? 그 위인과는 흉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라네.” “봉변당하고 물러나긴 하였으나, 언제 또다시 게거품을 빼물고 대들지 누가 알겠습니까. 절개가 이지러져서 욕받이로 지내느니 자문할 수밖에 없지요.” “농으로도 그런 소리 함부로 내뱉는 게 아닐세.” “초로 같은 목숨, 지킬 도리를 찾지 못한다면 버려야지요.” “소행머리하구선….” “아이… 배 아파요. 달거리한 지 오래되어서 오늘은 안 돼요. 그냥 만지기만 하세요.” “나도 피가 뜨거운 사내 명색일세. 어찌 만지는 것으로 흡족하겠나….” “누가 볼까 겁나네. 야기가 찬데… 고쟁이를 내리면 어떻게 합니까….” “내치지 말고 좀 가만 있게. 달빛조차 희미한데 보긴 누가 본다고 까탈을 부리나. 오늘 만나면 또 언제 만나게 될지 초례청 차릴 때까지는 기약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럼 가만 계세요. 내가 벗을 때까지 서둘지 말고 기다리세요.” 굳이 앙가슴 내질러 자빠뜨리지 않아도 자진하여 턱을 쳐들고 누워 버린 구월이의 고쟁이 벗는 소리가 싸락눈 내려 쌓이는 소리처럼 사각사각하였다. 희미한 달빛이긴 하였으나 구월이 새하얀 속살이 달빛 아래 고스란히 드러나서, 때 이른 5월 무덤가에 난데없는 박 한 덩이 구르는 형국이었다. 도화살을 타고난 구월이의 고쟁이 벗는 꼴을 눈여겨보고 있던 배고령의 입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꿀꺽, 하였다. 상반신의 저고리는 그대로 입은 채 하반신만 홀딱 벗은 구월이가 무덤을 등받이 삼아 하늘을 바라보고 반듯이 누웠다. 배고령이 다리미 자루같이 생긴 생고기를 곧추세우고 불두덩 주변을 몇 차례 빙빙 돌리며 구월이 애간장만 태우자, 하마나 할까 하고 기다리다 조급해진 구월이가 호미 자루 잡듯 생고기를 냉큼 감아 쥐고 제 불두덩 아래의 질퍽한 익혈(溺穴)을 정조준하여 냉큼 비틀어 꽂았다. 밤하늘이 두 사람이 벌이는 덧없는 정한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서둘지 마세요.” 보란 듯이 드러낸 속살을 목도하는 순간 눈이 시뻘게진 배고령이 과단성 있게 구월이 배 위로 몸을 던지자, 두 사람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단내가 밤공기를 타고 무덤 아래 계곡으로 저만치 미끄러져 내려갔다. 배고령의 피가 뜨거웠다면 정인을 기다리며 때로는 눈물까지 지었던 구월이 역시 소년의 몸으로 익힌 색사에 이골 나긴 마찬가지였다. 두 몸이 한몸 되어 구르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턱방아를 찧으면서 내쏟는 희학질에 간드러진 감창소리가 무덤의 굴곡을 타고 십이령길 먼 계곡까지 울려퍼지며 마치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벗은 고쟁이를 엉덩이 아래 깔기는 했지만, 새순이 돋아 까칠까칠한 잔디가 궁둥이 골이며 볼깃살을 지악스럽게 파고드는데도 구월이의 요란 시끌벅적한 요분질은 막무가내로 멈출 줄 몰랐다.
  • 집 뒷산에 50m 터널 혼자 뚫어…피서지로 딱

    중국의 한 남성이 자신의 집 뒷산에 길이 50m의 터널을 혼자 힘으로 뚫어 화제다.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 매체인 런민왕(人民網)은 3일(현지시간) 후난(湖南)성 류왕(瀏陽)시에 사는 70대 남성 허상계(許湘桂)씨는 자신의 집 뒷산에 약 50m 길이의 터널을 뚫었다고 보도했다. 허씨는 6개월간 하루 8시간 이상 호미를 이용해 혼자 힘으로 이웃마을로 통하는 이 터널을 뚫었다. 터널 안의 일부는 방처럼 꾸며져 있어 근처 주민들은 이 곳에서 여름에 더위를 피하기도 한다. 외부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간 지난 2일, 이 터널 안은 28도로 시원함을 유지해 주민들이 모여 마작을 하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길섶에서] 잡초 제거/문소영 논설위원

    봄 가뭄이 들면 5월 중에도 잡초가 적다. 그러다 비라도 한번 오고 나면 벌판이 온통 새파랗다. 잡초는 뿌리를 채 내리기 전에 뽑아야 한다. 뿌리를 내리면 호미를 들어도 뿌리째 뽑아내기가 어려워 엉덩방아를 찧는 일도 있다. 그럴 땐 낫이나 가위로 싹둑 잘라줘야 한다. 유기농법을 사용하는 농부들은 ‘태평농법’이라고 해서 잡초를 적당히 남겨둬 채소들이 서로 경쟁하게 하기도 한다. 채소의 영양가와 맛이 높아진단다. 하지만, 잡초는 6~7월 장마 전에 제거하지 않으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 농사를 망친다. 잡초 제거의 최적기는 비가 온 뒤. 땅이 질척해 손발을 더럽힐 각오를 해야 한다. 큰 키의 잡초를 뽑고 나면, 중키의 잡초가 보이고 그 잡초를 뽑아야 비로소 작은 키의 잡초를 뽑을 기회가 온다. 가장 악질적인 잡초 두 가지가 있다. 그놈들은 잡초 대신 이름을 불러주자. 쇠비름과 바랭이! 텃밭의 잡초를 제거할 때마다 엉뚱하게 부정부패 척결을 떠올린다. 뿌리를 채 내리지 못했을 때, 거악(巨惡)에서 시작해 소악 순으로 지치지 말고 꾸준히 제거해야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60년간 오로지 연필로만 그려낸 인고의 나날들

    60년간 오로지 연필로만 그려낸 인고의 나날들

    철권통치로 서슬 퍼렇던 1970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서울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원석연(1922~2003) 화백의 개인전을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은 큼지막한 종이에 그린 개미 그림을 바라보다가 새마을 운동의 구호인 ‘근면, 자조, 협동’을 떠올리며 격려했다. 원 화백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감돌았다. 그에게 개미는 빈곤하고 고달픈 사회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고뇌의 흔적이었다. 그림 속 수백 마리의 개미 떼가 아웅다웅 다투는 주변에는 개미들의 몸통에서 떼어진 다리가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원 화백의 이름이 화단에 각인된 것은 ‘개미’ 연작 덕분이다. 실물 크기로 정밀하게 그려진 수백, 수천 마리의 개미 떼가 탄성을 자아낸다. 개미 그림은 6·25전쟁 피란 시절 비롯됐다. 전쟁의 비인간적인 단상을 탱크의 바퀴 자국이 깊게 파인 길에 누군가 벗어 놓은 고무신 한 짝, 그리고 참혹한 개미 떼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개미 떼뿐만이 아니다. 줄에 엮인 굴비나 마늘 그림은 순수하지만 알 듯 모를 듯 고즈넉한 외로움과 슬픔을 불러온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를 노려보며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은 새 그림에는 ‘외로운 녀석’이란 이름을 붙였고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는 귀여운 강아지의 처량한 모습을 담은 그림은 ‘고독한 녀석’이라 불렀다. “내 모습이 꼭 저렇다”며 자화상이라고 했다. 말년에는 호미, 엿가위, 칼 등의 쇠붙이를 즐겨 그렸다. 영원할 것 같은 쇠붙이도 녹슬고 뭉개져 낡은 모습을 띤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역시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이다. 이중섭과 교류하며 현실 세계의 아픔을 개미, 새, 닭, 개, 생선 등을 통해 주로 표현했다. 60년 가까이 오로지 연필로만 그림을 그린 원 화백의 10주기 추모전이 20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색 작가’ ‘열외적인 작가’로 불린 원 화백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예술인으로 유명하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일정한 소속의 화랑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많지 않았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필과 종이로만 살아온 삶은 인고의 나날로 점철됐다”고 말했다. 원 화백은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났으며 15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그림을 배웠다. 22살 때 귀국해 1947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런 그가 박 전 대통령과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주한 미국 공보원에서 근무하다 1963년 도미해 닉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렸다. 1960년대 후반에는 정처없이 전국을 누비다가 경북 구미에서 발견한 허름한 초가를 화폭에 옮기려다 건장한 사내들에게 쫓겨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생가였다. 추모전에는 박 전 대통령 생가 그림도 걸려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책꽂이]

    박새 둥지에 날아든 뻐꾸기 영어교사들(전정완 지음, 북랩 펴냄)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영문법의 오류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한 책. 보어 규칙과 8품사, 분사·동명사·부정사 용법 등 학교에서 잘못 가르치고 전수되는 엉터리 영문법의 유래와 오용 사례를 촘촘히 추적·분석했다. 134쪽. 1만원. 나는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박재현 지음, 공명 펴냄) 유엔 나이로비 사무소 안전보안국 보안대 작전담당관으로 활동하는 박재현의 에세이집.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막연한 꿈이 ‘최고의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 꿈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담았다. 280쪽. 1만 4000원. 6·25 바다의 전우들(최영섭 지음, 세창미디어 펴냄) 6·25 전쟁 북침설이 만연한 사회를 향해 예비역 해군 대령이 내놓은 자서전적 증언기. 저자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38선을 넘은 북측의 육전대(해병) 1000여명이 부산 앞바다에서 수장됐다는 새로운 증언을 내놓는다. 360쪽. 1만 5000원.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2(박정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이야기 속에 숨겨진 경제학의 힘’ ‘음식에 깃든 경제원리’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경제학적 통찰’ 등의 소주제들을 통해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내재된 경제학적 진실을 읽어 낸다. 320쪽. 1만 5000원. 나의 프랑스식 서재(김남주 지음, 이봄 펴냄) 1990년 장 그르니에의 책을 시작으로 전문 번역가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번역 에세이. 프랑수아즈 사강, 아멜리 노통브, 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 등 그동안 번역한 책들에 붙인 ‘옮긴이의 말’을 묶었다. 272쪽. 1만 2000원. 지식의 반전:거짓말 주의보(존 로이드·존 미친슨 지음, 이한음 옮김, 해나무 펴냄) 잘못된 통념과 상식을 바로잡는 책. ‘시원하려면 짙은 색깔의 옷을 입어야 한다’ 등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이 많다. 또 나폴레옹은 당시 프랑스인 평균인 164㎝보다 큰 169㎝의 ‘키다리’였다고 주장한다. 340쪽. 1만 4800원. 카를 융, 영혼의 치유자 (클레어 던 지음, 공지민 옮김, 지와사랑 펴냄) 전대미문의 심리학자 융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평전. 무서우면서도 심오한 의미가 있는 여러 이미지에 주목했던 어린 시절, 직업적 성공을 거둔 청년기, 영혼 세계를 재발견한 중년 시절까지 융의 여정을 정리했다. 336쪽. 2만 5000원.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강제윤 지음, 호미 펴냄) 300여곳의 전국 섬을 순례한 강제윤 시인이 섬의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을 짧은 글과 함께 엮은 포토 에세이집. 섬 유랑자의 눈길을 따라 비경을 찾아 떠난다. 시인은 가장 인상 깊었던 섬으로 전남 신안군의 가거도를 꼽았다. 220쪽. 1만 6000원. 당신으로 충분하다(정혜신 지음, 푸른숲 펴냄)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6주간의 힐링 토크. 개인맞춤형 심리분석 프로그램인 ‘내 마음 보고서’ 분석 결과 평균적 모습을 보인 30대 여성 4명과 저자가 6주간 진행한 집단 상담을 바탕으로 했다. 288쪽. 1만 3800원.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에리히 프롬 지음, 이종훈 옮김, 휴 펴냄)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저자가 1966년에 쓴 책.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구약 읽기를 시도했다. 구약은 인간이 우상으로부터 해방돼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267쪽. 1만 4000원.
  • [책꽂이]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가야트리 스피박 등 지음, 태혜숙 옮김, 그린비 펴냄) 인도 출신 문학비평가인 가야트리 스피박은 에드워드 사이드, 호미 바바와 함께 탈식민주의 3대 이론가로 꼽힌다. 스피박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개념 ‘서발턴’을 빌려와 차별받은 이들 가운데서도 또 차별받는 여성과 소수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문제 제기에 호응한 연구들이 이어졌고 2002년 관련 학술대회까지 열렸다. 그 결과물을 모은 책이다. 3만원. 한국사회 불평등 연구(신광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를 30여년간 추적한 저자는 민주화로 이룩한 성과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잃어버렸다고 본다. 지니계수로 보면 유럽은 0.20 대, 남미쪽은 0.40 대 정도다. 우리나라는 1996년 0.295로 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군에 속했으나 2000년 0.352를 기록하는 등 급속하게 치솟았다. 2005년 소득 상위 10% 대 하위 10%의 비율은 7.44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불평등하다는 미국의 5.45보다도 더 크다. 때문에 한국은 가장 불행한 사회다. OECD 기준으로 비정규직 비율 1위,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불평등 3위, 상대 빈곤율 2위다.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한국에 대한 진단이다. 1만 5000원. 국제법의 역사(아르투어 누스바움 지음, 김영석 옮김, 한길사 펴냄) 국제법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서 국제법의 역사를 정리해둔 것이다. 원시시대부터 고대 그리스, 고대 중국·인도, 서양 중세, 서구 근대, 나폴레옹 전쟁 시기, 빈회의에서부터 1차세계대전까지, 베르사유 조약 이후 2차대전시기까지 등 인류 역사 주요 시기마다 등장했던 국제법 문제를 다뤘다. 3만원.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폴라 스테판 지음, 인윤희 옮김, 글항아리 펴냄) 기초과학을 두고 순수학문 어쩌고 하지만 실은 연구비 책정 문제에 사활이 걸려 있다. 첨단 과학 프로젝트가 경제학적 논리와 어떻게 맞물려 들어가는지를 설명한 책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첨단과학은 날이 갈수록 대단위 실험을 수반하고 있으니까. 따라서 저자는 보상체계, 보조금 지급 구조, 대학원생 지원 방식 등을 세심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2만 2000원. 해방공간의 영화·영화인(한상언 지음, 이론과실천 펴냄) 광복에서 6·25전쟁까지 영화인들이 남북으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도 민족영화 건설을 위해 벌인 영화 운동을 다뤘다. 좌우익의 분열, 분단과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살아갔던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1만 3500원.
  • [세종로의 아침] 주룽지와 아베 신조의 다른듯 같은 길/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주룽지와 아베 신조의 다른듯 같은 길/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에서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로 꼽힌다. 경제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 국궁진췌(鞠躬盡瘁·몸과 마음을 다해 힘쓰다)하는 철저한 공복 정신, “100개의 관(棺)을 준비해라. 99개는 부패 공직자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 몫”이라고 호통치며 부패와의 전쟁을 벌인 청렴성 등 국가 지도자의 덕목을 두루 갖췄다. 27년간 총리로 재직하며 국가 안정에 혼신을 바쳐 ‘영원한 총리’로 존경받는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능가한다. 주룽지의 가장 큰 업적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양강을 형성하는 ‘주요 2개국(G2) 시대’의 물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가 부총리에 취임한 1990년대 초반 중국 경제는 10% 안팎의 고성장이 지속됐지만 23%가 넘는 엄청난 인플레에 시달렸다. 그러나 ‘성장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 바람에 경제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칭병(稱病)하고 쓰러진 리펑(李鵬) 총리의 대행을 맡은 주룽지는 경기 과열과 투기에 철퇴를 가하는 고강도 긴축정책을 실시했다. 경기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고 물가도 한 자릿수로 잡혀 안정을 되찾았지만 성장이 주춤거리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장직까지 겸임한 그는 1994년 벽두 과감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5.77위안에서 8.72위안으로 33%나 끌어내린 것이다. 그해 말 수출 증가율이 30% 치솟는 등 ‘위안화 매직’을 선보이면서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이 지속돼 승승장구했다. 이후 20년간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 규모와 외환보유액이 각각 1조 달러, 3조 달러를 훌쩍 넘어 세계 1위의 ‘현찰 대국’으로도 발돋움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소리 높이 울려퍼진다. 그는 ‘아베노믹스’라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경제정책을 펼쳐 ‘잃어버린 20년’을 끝낼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 물가를 2%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대담한 양적 완화 정책과 13조엔(약 148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아베가 취임한 이후 엔화 가치는 20% 가까이 떨어져 달러당 100엔 돌파를 앞두고 있고, 증시는 30% 이상 폭등했다. 그의 지지율도 70% 이상 고공 비행 중이다. 우리 상황은 어떤가. 북핵 위협이 최고조에 이른 와중에 8분기째 1% 미만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경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동결로 찬물을 끼얹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정주부들의 시장 보는 일까지 일일이 간섭하며 ‘내수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새 정부가 두 달 만에 겨우 내놓은 17조원 규모의 추경안마저 서민예산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들어 있는’ 속 빈 강정이고, 이를 빌미 삼은 야당 측은 전면 거부할 태세여서 이달 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경기부양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실기(失機)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khkim@seoul.co.kr
  •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금호석유화학

    [세계 무역 8강 코리아] 금호석유화학

    1970년 세워진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최초로 합성고무 생산에 나서 현재 세계 1위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현재 계열사(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개발상사, 금호항만운영 등)들과 함께 2020년까지 세계 일등 제품 20개를 보유한 매출 20조원의 ‘글로벌 리딩 화학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 자동차 및 타이어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호석유화학도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기본을 재점검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는 게 주된 원칙이다. 특히 2010년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운영 중인 비상경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대위는 설립 초기에 조직 내 부문 간 정보 교류와 합의 형성을 위해 설치됐으나 현재는 위기 극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회의를 통해 시장별 주요 사항과 손익 관리 상황 등 핵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또 금호석유화학은 지속적인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고객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이를 반영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100% 고객찾기 운동’을 확대 실시해 새로운 잠재 고객들을 발굴하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여기에 전사적 위기 극복 노력을 위해 ‘제안팀 찾기 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 사업장 팀원이 100% 참여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찾아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원가 절감과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근무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의견을 처리하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공부하며 즐기는 박물관 여행

    공부하며 즐기는 박물관 여행

    강원도 영월은 박물관의 고을이다. 20여개의 박물관이 밀집돼 있다. 민화, 사진 등 ‘기본’ 아이템부터 지도, 곤충 등 아이들의 눈길을 끌 만한 아이템들이 ‘널려’ 있다. 이뿐 아니다. 경북 포항의 로보라이프뮤지엄 등 지역별로 독특한 박물관이 산재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3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한 각 지역의 이색 박물관을 소개한다. [강원 영월] 박물관 20곳 줄지어 보는 고을 영월이 박물관의 고장으로 거듭난 것은 2005년부터다.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1기 신활력사업의 하나로 박물관 고을 육성 사업이 지정되면서 다양한 박물관이 속속 들어서게 됐다. 최근에도 인도미술박물관 등이 문을 열며 박물관 러시를 이어 가고 있다. 영월엔 특히 아이들에게 유익한 박물관이 많다. 그 가운데 조선민화박물관은 조선 시대 민화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현대 민화 100여점 등 300여 작품은 상설 전시된다. 민화를 목판에 그리거나 판화로 찍어 보는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다. 2층에는 어른들만 출입이 가능한 춘화 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88번 지방도→영월. 영월군 문화관광과(www.ywtour.com) 370-2037(이하 지역번호 033). ▲맛집 주천리 다하누촌은 토종 한우를 싼 가격에 제공하는 한우 전문 상가다. 정육점에서 원하는 부위의 한우 고기를 사다 인근의 지정 식당에서 조리해 먹는 방식이다. 372-0121. 주천묵밥은 도토리묵밥과 메밀묵밥이 별미인 집. 372-3800. ‘꼴두국수’는 가난했던 시절 물릴 정도로 먹어 ‘꼴도 보기 싫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일식당이 유명하다. 372-7743. ▲주변 볼거리 단종의 묘소인 장릉, 험준한 절벽으로 둘러쳐진 청령포, 서강이 휘돌아 치며 한반도 지형을 만들어 낸 선암 마을, 큰 칼로 절벽을 쪼개다 만 듯한 기묘한 형태의 선돌 등이 유명하다. [경북 포항] 생활 로봇 한자리서 만나보는 미래 공간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경북 포항의 한국로봇융합연구원 1층에 조성된 로보라이프뮤지엄은 로봇을 활용한 주거 생활과 미래 로봇 환경을 구현한 박물관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평상시 로봇을 접하기 어려운 데다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해 볼 수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흥미로워한다. 전시된 로봇 중에는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실제 이용되는 것도 있다. 물개 로봇 ‘파로’는 병원이나 양로원에서 심리 치료용으로 쓰인다. 가장 인기 있는 로봇은 ‘제니보’다. 지능형 로봇 강아지로, 스스로 돌아다니고 감정 표현을 하며 코끝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주인을 알아보고 애교도 부린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김천 분기점→익산포항고속도로→포항 나들목. 포항시 관광진흥과(phtour.ipohang.org) 270-2371(이하 지역번호 054). ▲맛집 포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모리국수는 일종의 잡어 칼국수다. 여러 사람이 ‘모디가(모여) 먹은 국수’란 사투리가 변해 모리국수가 됐다. 국수에 아귀와 물메기, 대게 다리 등 각종 해산물을 넣고 칼칼하게 끓여 낸다. 구룡포항 얼음공장 뒤 ‘까꾸네’가 많이 알려졌다. 276-2298. 동림횟집(247-6700), 재성회대게식당(276-2252) 등에서 회와 대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변 볼거리 내연산 계곡과 보경사, 오어사, 호미곶 등은 전국구 관광 명소다. 동빈 내항에는 비운의 천안함과 동일한 기종의 포항함이 전시돼 있다. 하옥계곡은 때묻지 않은 자연미가 살아 있다. [충북 진천] 문화재급 고대 범종의 종소리 진천종박물관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한국 범종에 대한 연구와 수집, 전시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종 전문 박물관이다. 성덕대왕신종, 상원사 동종 등 한국의 종은 물론 전 세계의 독특한 종과 장식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밀랍 주조 공법으로 복원복제한 문화재급 고대 범종들이 즐비하다. 박물관은 2층으로 조성됐다. 1층에는 복제된 문화재급 고대 범종들이 전시돼있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대표하는 종이 무려 7000여개나 된다. 2층엔 세계의 종 전시실이 마련됐다.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진천 나들목→좌회전→성석사거리 우회전→벽암사거리 좌회전→백곡저수지 방향 직진→장관교 지나 좌회전→종박물관. 진천군 문화체육과(www.jincheon.go.kr) 539-3623(이하 지역번호 043). ▲맛집 느티나무집은 민물매운탕과 닭백숙을 잘한다. 532-5534. 엄나무에걸린닭은 누룽지를 활용한 닭·오리죽으로 이름났다. 532-8200. 두부촌(533-9946)은 깻잎두부보쌈, 곰가내(532-0767)는 쌀밥 정식이 맛있다. ▲주변 볼거리 진천을 상징하는 것은 농다리다. 농다리는 돌을 원래의 모양 그대로 투박하게 쌓았다. 듬성듬성 구멍도 뚫렸고, 발로 밟으면 삐걱대기도 한다. 그 상태로 1000년 세월을 견뎌 왔다.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 보탑사, 정송강사(충북도기념물 9호), 덕산양조장(등록문화재 58호) 등도 둘러볼 만하다. [전남 순천] 한평생 모은 뿌리 깊은 문화유산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샘이깊은물’ 등을 창간하며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은 고 한창기 선생이 평생 수집한 문화유산을 전시한 공간이다. 선생이 창간한 잡지 ‘뿌리깊은나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선생이 생전 수집한 우리 문화재는 무려 6500여점에 이른다. 박물관은 이를 유물 전시실과 야외 전시 공간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정순왕후국장반차도’ 등 문화재급 유물도 있지만, 서민 생활용품도 제법 많다. 박물관 주변의 백경 김무규 선생 고택도 멋들어지다. 192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구례에 있던 상류층 양반집을 옮겨 왔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승주 나들목→승주 방면 우회전→서평삼거리 우회전→낙안읍성 방면 857번 지방도→낙안읍성 주차장→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순천시 관광진흥과(tour.suncheon.go.kr) 749-4221(이하 지역번호 061). ▲맛집 전주산들청국장(725-6447)은 진한 청국장이 일품이다. 송광사 진입로의 길상식당(755-2173)은 산채정식, 별량면 일출길의 전망대가든(742-9496)은 짱뚱어탕을 잘한다. ▲주변 볼거리 박물관 지척에 낙안읍성이 있다. 남문까지 길게 이어진 성곽 길과 초가집, 흙길 등 온통 누런빛이 감도는 읍성의 풍경이 예스럽다. 금전산 자락의 금둔사는 매화로 유명한 절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꽃을 피운다는 납월홍매가 이 절집에 있다. 순천의 아이콘은 역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다. 갈대 데크를 따라 용산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것은 순천 여행의 필수 코스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3. 한국 경제의 산증인, 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하)

    [명사가 걸어온 길] 3. 한국 경제의 산증인, 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하)

    하나, 남과 사회공동체를 위해서 살라. 사회 전체를 위해 살면 남이 나를 신뢰하고 존경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잘되고 행복해진다. 내가 나를 진심으로 위하려거든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 둘, 고난과 실패를 자산으로 만들라. 누구에게나 고난과 실패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더 큰 배울 점이 있다. 그걸 부채로 만들지 말고 자산으로 만들면 더 큰 깨달음이 있다. 이를 얻어야 큰 사람이 된다 셋,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부모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듯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특별히 행복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복이다. 건설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낸 박승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호는 푸른 벼를 뜻하는 청도(靑稻)다. 직접 지었다. 여기에는 고향에 대한 추억과 일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박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여름이면 논에서 일했다. 농부들이 논에서 호미로 김을 매면서 지나가면 모가 넘어졌다. 박 교수는 이 뒤를 따라가면서 모를 일으켜 세웠다. 그 뒤를 따라가다 보면 농부들의 땀 냄새, 그리고 모 냄새와 흙 냄새가 어우려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특이한 냄새가 났다. “지금도 그 냄새를 잊을 수가 없어 그 냄새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을 찾은 것이 푸른 벼, 청도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88년 2월 노태우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노 전 대통령과는 그때 처음 만났다. 청와대에서의 활동에 대해 박 교수는 “내가 나 스스로를 이끌어 가는 삶이 아니라 떠밀려서 사는 삶이었다”며 “야생마처럼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내게는 생소한 환경”이라고 회고했다. 경제수석으로 있으면서 박 교수는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경제 정책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이 하고, 수석실은 대통령과 경제팀의 중간에서 보고·조정하고 경제팀이 잘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한정한 것이다.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은 대통령을 만나 진지하게 정책을 협의할 기회가 적어 경제수석이 하기에 따라 행정부를 무력화하고 지나치게 정책에 관여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 노 전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주택 200만호 건설은 예외였다. “국민의 수요가 밥과 옷에서 집으로 옮겨 가는 시기라 집 부족 문제와 집값 폭등 현상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경제수석실에서 일단 택지를 물색했다. 서울 시내에는 후보지가 없어 그린벨트를 넘어서 광화문 기점으로 25㎞ 지점, 지하철로는 약 1시간 거리가 신도시 후보였다. 경기 평촌·산본, 그리고 부천 중동이 나왔다. 당시 경기 분당은 유보됐다. 박 교수는 1988년 12월 건설부 장관이 됐다. 200만호 건설을 현장에서 책임지라는 대통령의 뜻이었다. 1989년 초 분당이 후보지로 확정됐고 여기에 박 교수는 경기 일산을 추가했다. 냉전 시대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고, 서울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논리였다. 당연히 국방부 반대가 심했다. 현지 주민들과 국회의원들의 반대도 심했다. 주민들에 대한 설득과 가장 쾌적한 도시로 짓겠다는 약속에서 일산 신도시 개발이 확정됐다. 그래서 “일산은 박승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 교수는 “지금 5대 신도시를 보면 상전벽해라 감회가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89년 7월 18일 공직을 떠났다. 앞서 두달 전 신도시 개발계획은 확정됐지만 분양가 현실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미리 사의를 표명하기는 했다. 그날 아침 노 전 대통령과의 조찬을 통해 물러나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로써 1년 5개월의 관직을 끝냈다. 박 교수는 “관직은 참 허무하더라”고 말했다. 분양가 현실화는 그해 11월 단행됐다. 정부에서 물러나 쉬다가 1990년 다시 강단에 섰다.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예전처럼 주택공사 이사장, 자영업자 소득파악 위원 등 다양한 외부활동도 했다. 총 26년간의 대학교수를 마치고 2001년 정년 퇴임을 했다. 그가 가르친 제자로는 백용호 청와대 정책특보, 김덕중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있다. 정년 퇴임 이후에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으로 바쁜 외부 활동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02년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한은 총재로 임명됐다.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경제적 안정을 주고 박사학위를 얻어 교수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한은에 마지막 봉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더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 한은에 대한 애정이 강해 “직원 뒤꼭지만 봐도 예쁘다”고 해 아내의 시샘을 사기도 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항상 경제성장과 경기부양 쪽으로 기울어 입으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실제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도록 중앙은행에 간섭해 왔기 때문”이다. 2002년 재정경제부에서 일부 금융통화위원에게 금리 결정에 대해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박 교수는 당시 장관에게 항의 전화를 해 같은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한은법 개정도 추진했다. 금융통화위원에 증권업협회의 추천을 없애고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위원으로 하며, 한은이 금융결제제도의 총괄감시권을 갖고, 인건비를 제외한 모든 한은 예산에 대한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의 승인권을 삭제하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2003년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싸우기도 했지만 설득과 타협도 하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려고 애썼다”고 회고했다. 박 교수는 한은 총재 내정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세 가지 화폐개혁을 구상했다. 첫째, 우리나라 지폐가 너무 크고 위조가 쉬우니 새 화폐로 바꾸는 것이다. 둘째, 수표 발행과 보관에 드는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5만원과 10만원권 등 고액권을 발행하는 일이다. 셋째,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떨어져 10원짜리 동전은 거의 쓰지 않으니 화폐 액면 단위를 1000대1, 즉 천원을 일환으로 바꾸는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이다. 총재 취임 후 한은 내에 구성한 화폐제도 개혁 추진팀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첫째는 쉬웠지만 고액권 발행이나 화폐단위 변경에 대해 당시 정부는 부정적이었다.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고 뇌물을 주기가 편해져 부패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박 교수는 총재 임기 동안 5000원권의 신권 발행만 보고 물러났다. 1000원권과 1만원 신권은 박 교수가 총재에서 물러난 뒤 발행됐다. 고액권 발행 논의의 물꼬를 텄지만 5만원권 발행은 한참 뒤인 2009년에야 이뤄졌다. 화폐단위 변경의 필요성 논란은 지금 다시 불거지고 있다. 화폐 단위 변경이 1962년 실행된 뒤 50여년이 지나 지폐 최고액이 500원권에서 5만원권으로 100배 커지는 등 경제상황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지금도 세 가지를 다 하지 못한 걸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4년의 한은 총재 임기를 마치고 2006년 3월 은퇴했다. 이 기간이 생애에서 가장 큰 보람과 성취를 이룬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은퇴사에서 “한은을 가장 사랑한 총재, 한은의 독립성과 위상을 높인 총재, 경제와 민생을 위해 고뇌한 총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직에서 떠난 뒤에도 박 교수는 강연이나 저술 등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박 교수의 조언을 찾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지난해 ‘쫄지마, 청춘!’, ‘다가오는 경제지진’에서 경제 원로로서 조언도 했다. 매일 맨손 체조를 하고 운동기구를 이용한 운동을 거르지 않으며 체력을 관리한 것이 깨어 있는 정신의 밑거름이 됐다. 박 교수는 지금 40대인 5남매 중 4남매의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렀다. 청첩장도 없고, 축의금은 받지 않았고 예단이나 함도 없었다. 하지만 이를 사돈 측에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결혼식 당일 사돈 쪽은 하례객이 많은데 박 교수 측은 한가한 상황도 나왔다. “곤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건 하루면 될 일”이라고 가볍게 넘겼다. 우리나라 혼례의 사회적 낭비가 너무 심하므로 이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청첩장을 보내면 세금처럼 느껴지고, 결혼식장에 와서는 돈 내고 얼굴도장 찍은 뒤 자리를 뜨는데 서울의 교통사정상 한나절이 걸리고, 함과 예단 등으로 인한 부모의 갈등과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고.” 그가 꼽은 이유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불거졌다. “나는 친구들 자녀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을 내면서 안 받겠다고 하니 친구들을 미안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라는 고민에 세 번째 자녀 결혼식 때 다른 사람들처럼 했다. 그런데 해보니 진짜 할 일이 아니었다. “청첩장 보낼 때부터 보낼까 말까 고민하지, 누가 왔는지 알아야지, 돈을 받았으니 정리하다가 얼마 냈는지를 보게 되지, 행여 많이 낸 사람이라도 있으면 이걸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머리에 남지….” 그래서 네번째 결혼식부터 다시 원하던 대로 했다. 막내 결혼식에는 평소 입던 양복을 세탁해서 입었다. 자식 결혼식도 간소하게 치른 박 교수는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후 장기기증도 약속했다. 이 같은 생각을 30여년 전부터 자식들에게 이야기해 왔다. “자식은 교육시켜서 자립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외국에서는 교육을 시키면 나머지는 사회가 알아서 뒷받침하는 구조인데 우리나라는 부모 협조가 없이는 집 마련도, 자식 교육도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집 마련이나 자식 교육에 일정 부분 도움을 주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는 것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한은 총재 재임 시절에는 월급의 20%를 가난한 사람이나 소외된 사람을 위해 썼다. 모교인 백석초등학교에 도서관도 만들었다. 그는 “공공재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오늘에는 나 혼자만 잘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잘사는 좋은 사회를 이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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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구스 스웨그Agus Suwage의 작품 ‘Man of the Year’ ⓒ홍콩관광청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NEW HONG KONG REALSOHO 더 이상 홍콩영화에나 나오는 ‘올드 홍콩’을 생각하지 말자. 2013년 홍콩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홍콩이 아니다. 아트 갤러리와 부티크, 와인의 천국으로 거듭나는 ‘뉴 홍콩’ 센트럴. 올 겨울 홍콩에서 가장 ‘핫’하고 새로운 것들만 모았다. ●Art Central 세계 영향력 1위 Gagosian Gallery 가고시안갤러리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관세와 물류가 자유로운 홍콩에 지사를 열었다. 현재 뉴욕, 런던, 로마, 홍콩 등 11개국에 갤러리가 있으며 70~80명의 아티스트가 활동한다. 무라카미 다카시도 이 갤러리의 전속화가다. 세계적인 아트딜러 래리 가고시안이 2008년 제프 쿤스의 작품을 2,350만 달러에 사들여 생존작가 작품의 최고 가격을 스스로 경신한 바 있는 화랑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로 평가받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다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등 가장 비싼 그림 값을 자랑하는 현존작가들을 소속작가로 두고 세계 미술계의 트렌드를 선도한다. <포브스>지는 가고시안 갤러리의 올해 매출을 9억2,500만달러(약 9,900억원)로 추정했다. ‘가고시안 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가고시안에서 전시를 하거나 전속화가가 되면 그 화가의 브랜드 가치는 급등한다. 주소 7/F Pedder Building, 12 Pedder Street, Central 문의 +852 2151 0555 www.gagosian.com Central 홍콩 아트 신천지 Asia Society 홍콩은 웨스트 카오룽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해 초대형 문화특구 ‘서주룽문화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테이트 모던을 능가하는 수준의 뮤지엄, 16개의 공연장도 함께 지어질 예정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와 함께 센트럴에 등장한 아시아 소사이어티는 과거 화약창고였던 곳을 개보수해 지난해 갤러리와 극장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다.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레스토랑, 정원등으로 꾸며져 도심 속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유명 작가 이환기, 지용호 등이 초대전시를 연 바 있다. 갤러리 투어는 무료로 진행되고 영어는 금요일과 토요일 11시30분, 광동어는 금요일 2시30분, 토요일은 오후 1시, 2시30분, 3시30분에 각각 진행된다. 입장료는 30홍콩달러다. 주소 9 Justice Drive, Admiralty 문의 +852-2103-9511 asiasociety.org/hong-kong Central 세상의 ‘핫’한 아트 White Cube Gallery 지난해 3월 중순 홍콩에 오픈한 화이트 큐브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갤러리 두 곳 중 하나로 오픈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국의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유명 갤러리로 영국을 제외하고는 홍콩에 유일하게 문을 연 지역 갤러리다. 홍콩은 뉴욕과 런던에 이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으로 무관세와 정부 지원,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예술산업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의 49%를 차지해 미국 25%, 영국 20%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큰 규모의 국제적 갤러리들의 입성은 홍콩 아트 신을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가까운 홍콩에서 현대미술 전시를 즐겨 보자. 주소 50 Connaught Road Central 문의 +852 2592 2000 www.whitecube.com/contact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2 앤디 워홀Andy Warhol의 ‘Myths’ ⓒ홍콩관광청 3 리우 예Liu Ye의 ‘Teresa Teng’ ⓒ홍콩관광청 4 갈레리 카프리스 혼Galerie Caprice Horn의 ‘Matthew Carver’ ⓒ홍콩관광청 5, 6 홍콩 예술의 중심인 센트럴지역 7 갤러리와 극장으로 다시 태어난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관광청 ⓒ홍콩관광청 ●Fashion & Boutique Central 스타일리시 트래블러스 패션 Iter Hominis 홍콩의 센트럴지역 소호에 문을 연 남성 트래블러스 패션 부티크 아이터 호미니스Iter Hominis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르코 베도바토의 캐주얼정장 브랜드로 일본 패브릭을 최대한 활용해 감각적이고 퀄리티 높은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탈리안 테일링의 섬세함과 일본 패션의 유니크함을 결합했다. 블레이저와 데님, 셔츠와 니트 등 실용성을 고려해 디자인한 점이 눈에 띈다. 여행 중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포인트다. 디자이너 베도바토는 재밌는 패브릭을 구하기 위해 일본과 이탈리아, 홍콩을 부지런히 오간다. 가격대는 1,500~2,500홍콩달러다. 주소 1st Floor, 380 Des Voueux Road West 문의 +852-6772-1561 www.ITER-HOMINIS.com Central 럭셔리 페르시안 라벨 Maje 250여 개의 명품, 캐주얼 브랜드로 가득한 IFC에는 주목할 만한 패션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마제Maje다. 마제는 파리에 2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프랑스 브랜드로 미국과 유럽에 지사가 있다. 아시아에선 최초로 홍콩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시크함과 여성스러움을 모토로 유니크한 페르시안 룩을 선보인다. 모던한 파리지앵 스타일에 화려한 페르시안 무늬를 가미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가격대는 800~2,000홍콩달러 수준이다. 주소 IFC Mall 8 Finance Street, Central 문의 +852-2234-7396 www.maje.com Tsim Sha Tsui 유러피안 부티크 호텔 THE LUX MANOR 침사추이의 중심 킴벌리 스트리트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 럭스 매너Lux Manor는 레드, 바이올렛, 블랙으로 컬러감을 살린 감각적인 유러피안 스타일을 추구한다. 슈페리어, 프리어, 스튜디오 등 총 159개의 객실에 LCD TV, WIFI 등을 갖췄다. 스칸디나비안 레스토랑 FINDS와 라운지 바 DADA, 모던 파인다이닝 GE도 투숙객에게 만족감을 선사한다. 월드 럭셔리 호텔 어워즈2012에서 ‘아시아 럭셔리 부티크’ ‘부문에 상위 랭크된 바 있는 럭스 매너는 안드로이드, 애플 앱스토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주소 39 Kimberley road, Tsim Sha Tsui, Kowloon 문의 +852-3763-8899 1 실용성을 고려해 디자인한 점이 돋보이는 스타일리시 트래블러스 패션 ‘아이터 호미니스Iter Hominis’ 2 럭셔리 부티크호텔 럭스 매너Luxor Manor의 슈페리어 객실 3 페르시안 여성복 마제Maje의 플래그십 스토어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at & Drink Sheung Wan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빵 Po’s Atelier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홍콩 남성과 스웨덴 남성이 지난달 소호 업힐 주택가 포 힝 퐁 스트리트에 작은 빵집을 열었다. 포 아뜰리에Po’s Atelier엔 중국 운남성에서 공수한 고트 치즈로 만든 바삭한 식감의 올리브 스틱, 이탈리아와 프랑스산 블루 치즈, 호주산 우유로 만든 곡물빵, 두유 맛의 토스트 빵 등 귀하고 맛있는 빵들이 가득하다. 주재료로 생강, 배, 옥수수, 피망, 녹두를 쓰며 기름과 설탕을 넣지 않고 파프리카, 체리, 건포도, 호두 등으로 맛을 낸다. 제빵은 일본인 아사노 마시미가 맡고 있다. 주소 Ground Floor, 62 Po Hing Fong, Sheung Wan 문의 +852-6056-8005 www.posatelier.com Soho 모던 차이니즈 런치를 만나다 Monogamous 소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중간 지점에 있는 모던 차이니즈 레스토랑 모노가모스Monogamous는 쓰촨과 베이징요리를 결합한 새로운 맛의 차이니즈 런치를 내놓는다. 2012 Best New Restaurent에 선정된 바 있는 이 레스토랑엔 프랑스의 미슐랭 셰프 미셸 루와 홍콩 영화배우 유덕화 등이 다녀갔다. 딥 프라이드 스프링롤이 애피타이저로 인기며 오골계로 만든 딥 프라이드 블랙 본 치킨이 별미다. 하룻밤 재워둔 오골계를 튀겨 사천고추와 함께 내놓는다. 요리사 호이 핑의 시그니처 디시인 아이스크림 수플레 볼이 특히 맛있다. 주소 59 Caine Road, Central 문의 +852-2523-2872 www.themonogamouschinese.com Central 고품격 자판기 와인레스토랑 Amo Eno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와인 경매와 소비가 일어나는 곳으로 현재까지 1조 3,000억원 이상이 거래됐다. IFC몰 내에 위치한 와인 자판기 레스토랑 아모에노Amo Eno에서는 40인치 삼성 터치스크린으로 1,000여 종의 와인을 맛과 향, 생산년도, 지역별, 가격별로 검색할 수 있고 80여 가지의 와인 시음도 가능하다. 매장용 선불카드 충전 후 이용할 수 있다. 양조절도 가능해 25, 75, 150ml, ‘Full’ 사이즈까지 선택할 수 있다. 안주로는 와플(98홍콩달러, 약 1만5,000원)이 인기다. 주소 Shop 3027, Podium Level 3, IFC Mall Harbour View Street, Central 문의 +852 2954 9922 www.amoeno.com 1 포 아뜰리에Po’s Atelier에선 곡물빵, 두유맛 빵 등 특이한 빵이 가득하다 2 아모에노Amo Eno 와인자판기 레스토랑에선 1,000여 종의 와인정보를 검색, 시음할 수 있다 3 모던 차이니즈퀴진을 선보이는 모노가모스Monogamous의 딥 프라이드 블랙 본 치킨 4 모노가모스의 내부엔 영화 <첨밀밀>의 주제곡을 부른 등려군의 초상화가 걸려 향수를 자극한다 글·사진 강혜원 기자 취재협조 홍콩관광청 DiscoverHongKong.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울산 간절곶, 한반도 아침 연다

    울산 간절곶, 한반도 아침 연다

    “울산 간절곶에 떠오르는 새해 첫 일출을 보며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세요.” 울산시는 10일 한반도 육지와 해안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서 ‘2013년 해맞이 축제’(12월 31일~2013년 1월 1일)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 새해 첫 일출은 간절곶의 오전 7시 31분 29초를 시작으로 부산 해운대 7시 31분 46초, 포항 호미곶 7시 32분 28초, 강원 정동진 7시 39분 8초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해맞이 명소인 간절곶에는 전국에서 10만여명의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10만여명이 몰려 새해 첫 일출을 즐겼다. 이에 따라 시는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라는 주제로 계사(癸巳)년 해맞이 축제를 오는 31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인 내년 1월 1일 오전 9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시는 전국에서 몰려들 관광객들을 위해 뱀이 불러온다는 부와 지식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이달 말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또 간절곶 바닷가에 광섬유와 형형색색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으로 장식한 ‘빛의 정원’을 만들 예정이다. 관광객들은 31일 밤 송년콘서트를 즐기다가 1일 0시 30분부터 간절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2편을 관람하면서 일출을 기다리면 된다. 새해 아침에 첫 일출이 시작되는 순간 소망풍선을 날리며 건강과 행운을 기원할 수 있다. 관광객은 이곳에 함께 오지 못한 가족, 친구, 연인, 동료에게 일출의 기상과 새해 희망을 담은 엽서를 축제장에 마련된 대형 우체통에 넣어 전달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수도권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관광열차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또 행사장 일대의 교통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울산시내에서부터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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