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호미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56
  • 제주 맹독성 문어 주의, 밤톨 만한 문어가 치사량 독 뿜어 “만지면 안되는 곳은?”

    제주 맹독성 문어 주의, 밤톨 만한 문어가 치사량 독 뿜어 “만지면 안되는 곳은?”

    제주 맹독성 문어 주의, 밤톨 만한 문어가 치사량 독 뿜어 “만지면 안되는 곳은?” ‘제주 맹독성 문어 주의’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는 제주 해상에서 맹독성 문어가 발견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26일 밝혔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제주 삼양해수욕장 인근 수심 1.5m 바위 틈에서 맹독성 문어가 발견됐다. 제주 맹독 문어는 해녀학교를 졸업한 시민이 레저활동 중 발견하고 신고한 것으로 신고자는 ‘밤톨만한 크기의 낙지 또는 문어새끼 같은 생물체를 발견, 호미로 머리부분을 눌렀더니 온몸에 파란빛의 발광체를 반짝이며 경계 태세를 보여 파란고리문어류라 판단하고 주의가 필요해 황급히 피신했다’고 수과원에 전했다. 파란고리문어류는 10cm 내외의 작은 크기이지만, 복어류가 가지고 있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력한 독을 지닌 맹독 문어로 알려졌다. 제주 맹독성 문어가 가진 독은 단 1mg만으로도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보다 적은 양의 독에 노출되더라도 신체마비, 구토, 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또 몸 표면의 점액과 먹물 등에도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어 절대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수과원은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고구마의 재발견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고구마의 재발견

    뿌리와 줄기, 잎 등 버릴 것이 하나 없는 고구마는 영양이 탁월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곡물이 자라기 힘든 토양에서도 재배할 수 있고 재해에도 강하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높은 편이다. 고구마는 전 세계 117개국에서 1억 700만t이 생산되지만 0.2%만 수출될 정도로 국제 무역시장에서 낯선 식품이다. 그만큼 생산국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쌀이나 보리와 같이 탄수화물이 많고 단백질과 지방,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 등이 골고루 들어 있는 준(準)완전식품이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중미의 유카탄 반도와 남미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지역이다. 15세기 말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과 스페인으로, 다시 희망봉과 인도양을 거쳐 동양으로 전파됐다. 우리나라에는 1763년 일본에 조선통신정사로 갔던 조엄이 쓰시마에서 들여온 것이 최초다. 이처럼 ‘구황 작물’로 잘 알려진 고구마가 최근에 ‘슈퍼 푸드’로 진화하고 있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단순 먹거리가 아니라 건강과 기능을 모두 아우르는 식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소비량이 1990년까지 급감하다가 최근 건강식품으로 이미지가 바뀌면서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고구마의 소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10년 4.9㎏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10가구 중 4가구는 고구마를 식사 대용으로 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중소 도시보다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요즘 나오는 고구마는 화려하다. 칙칙한 색깔의 고구마는 잊는 것이 좋을 듯하다. 농촌진흥청은 수년 전부터 일반 고구마에 주황색 색소를 입히는 작업을 해 왔다. 그 결과 주목할 만한 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 주황색 색소는 항암 식품을 의미한다. 주황빛을 띠는 당근이 항암 식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베타카로틴이라는?색소 때문이다. 베타카로틴 성분은 유해한 활성 산소를 억제해 암과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한다. 속 색깔이 주황색인 고구마도 이런 효능을 갖고 있다. 고구마 색깔 입히기에는 자색을 빼놓을 수 없다. 자색 고구마는 시각적 매력뿐 아니라 가공 식품으로 활용도가 높다. 기능성도 뛰어나다. 고구마에 함유된 자색 색소 성분은 안토시아닌으로 활성산소 제거와 생체 조절 기능에 도움을 준다. 안토시아닌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흡연율이 높고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심장 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낮다.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이런 역설이 통할 수 있는 이유로는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레드 와인의 안토시아닌 효과를 꼽는다. 자색 고구마에 함유된 안토시아닌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적포도의 색소 성분과 비슷했다. 고구마는 당뇨와 비만 예방에도 좋다. ‘낮은 혈당지수’ 식품의 대표 주자다. 혈당지수란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한 후 체내 혈당이 증가되는 정도를 1~100으로 분류한 것이다.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혈당치가 급격히 상승해 인슐린이 다량 분비된다. 반면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은 서서히 분해되고 섭취돼 인슐린 분비를 억제한다. 또 위에는 포만감을 줘 비만 억제 효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수가 55 이하면 저저수 식품으로 분류된다. 고구마는 44다. 고구마는 잎이나 잎자루, 줄기 끝 새순도 채소로 이용한다. 고구마 잎에는 각종 비타민과 철, 칼슘과 같은 무기성분 외에 클로로젠닉산이라는 항산화 성분도 많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기후와 생태계 변화, 환경 오염 등으로 지구가 위험해지거나 미래에 우주 시대가 새롭게 열릴 때 가장 유용한 식량 작물로 고구마를 선정했다. 고구마는 탄수화물, 각종 비타민, 무기질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쓰레기로 버릴 것이 없다는 점이 꼽혔다. 고구마의 식물성 섬유는 변비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또 고구마의 아마이드 성분은 장내 세균의 발효를 돕기 때문에 가스 방출이 많아지게 한다. 한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염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할 때 나트륨을 제거하기 위해 함께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선택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정답은 칼륨 함량이 높은 고구마다. 염분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면 혈액 중에 늘어난 염화나트륨이 세포 내에 침입해 칼륨을 쫓아 버리는데 이렇게 되면 세포가 약해져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한다. 신장 세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신장 활동이 지장을 받아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혈압을 내리기 위해서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동시에 칼륨 섭취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호박 고구마’와 ‘꿀 고구마’ 등 당도가 높은 고구마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식품영양학자와 의학자들은 당도가 높은 식품에 위험 경고를 내리고 있다. 고구마를 찌면 단맛이 나는 것은 생고구마에 들어 있던 전분 상태의 맛이 아니라 전분이 당화 과정을 거쳐 생성된 맛이다. 지나치게 높은 단맛을 가진 고구마는 우선 먹기에는 좋으나 많이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정 당도가 보장된다면 색깔이 주황색에서 자색을 띠는 것이 건강에 좋다. 시중에 인기가 많은 호박 고구마와 꿀 고구마는 황색이나 엷은 황색을 띠고 있는 반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다호미’와 ‘풍원미’는 주황색으로 베타카로틴을 높게 함유하고 있다. 이준설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연구관 ■ 문의 golders@seoul.co.kr
  • 신인들의 창작혼, 뿌린 만큼 거둔다

    신인들의 창작혼, 뿌린 만큼 거둔다

    예술가들에게는 마음 편하게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절실하다. 하지만 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져 작품이 팔리기 전까지는 ‘예술’로 돈을 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고무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해 주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사립미술관 중에서 모범적으로 창작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진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 주고 있는 곳이 금호미술관과 OCI 미술관이다. 2005년 경기도 이천에 설립된 금호창작스튜디오는 1개 동 9개 실의 스튜디오로 구성돼 있다. 만 40세 이하의 국내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1년 단위로 창작공간과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와 비평가와의 워크숍, 출판물 발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그동안 10기수 총 61명의 국내 젊은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성과를 보였다. OCI 미술관은 2011년 인천에 창작스튜디오의 문을 열어 매년 8명의 작가에게 12~14평의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2015년 입주작가 공모에 150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OCI 미술관의 김영기 큐레이터는 “단순히 창작공간의 차원을 넘어 작가 중심의 프로그램 기획과 교류 확대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창작스튜디오는 같은 길을 가는 동지들이자 경쟁자들이기도 한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격려하고 자극하면서 예술가로서 성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 미술관의 창작지원 프로그램이 거둔 결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스튜디오 입주작가 그룹전이 열린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전시다. 기성작가들에게서는 찾기 어려운 신선함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실험성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금호미술관 ‘주목할 만한 시선’展 6일부터 열리는 금호미술관의 ‘주목할 만한 시선’전은 금호창작스튜디오의 설립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한 전시다. 현재까지 입주한 작가 중 작업의 변모가 두드러지거나 창작활동에 대한 더욱 면밀한 탐색이 필요한 작가 10명의 작업에 주목한다. 1기 작가 송명진은 내장이라는 원초적 기관으로 신체를 요약해 몸의 역사, 몸 내부의 에너지 흐름 그리고 각 생명체가 존재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지희킴(3기)은 기증받은 책 페이지에 드로잉이나 잡지 이미지를 삽입한 자유연상 드로잉과 팝업북을 선보인다. 정기훈(5기)은 주위에서 발견되는 사물이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하는 8시간의 노동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속도와 효율성에 몰입한 사회를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박상호(5기)는 부산에 실재하는 건물사진 위에 아크릴로 영화세트의 무대 공간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송유림(6기)은 개인의 사유를 자수작업으로 보여 준다. 이재명(7기)은 도시의 다양한 장소와 시점을 한 화면에 수용함으로써 도시의 풍경과 공간을 재구성한 뒤 그 안에 홀로 고립된 듯 서 있는 작은 인물로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 낸다. 유목연(8기)은 세 명이 칠 수 있는 둥근 탁구대와 경기방청석, 모두를 위한 트로피 등을 설치해 경쟁체제 사회에 대한 블랙유머를 보여 준다. 황수연(8기)은 컬러파스텔로 커다란 캔버스를 채운 뒤 이를 흑백으로 바꿔 노동성을 무색하게 하고 김수연(9기)은 사진을 이용해 입체를 만들고 다시 평면으로 옮겨 실제를 가상의 풍경과 정물로 변환시키는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OCI미술관 ‘크리에이티브 리포트’展 OCI 미술관의 ‘크리에이티브 리포트’전은 OCI 창작스튜디오의 2014년 입주작가 8명이 한 해의 창작활동을 매듭 짓는 시점에서 그동안 쌓아 온 결실을 펼쳐 보이는 자리다. 시각예술뿐 아니라 건축, 작곡 등 다양한 전공에서 출발한 작가들이 저마다 연구해 온 주제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대표작 4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 박종호는 입이 없거나, 얼굴을 문질러 표정을 알 수 없는 인물들로 강요된 인식의 틀과 사회의 부조리에 길들어 무기력한 군상을 그려 낸다. 범진용은 변형된 형상들과 토막난 이야기 등으로 불안과 공포가 교차하는 꿈의 풍경을 그리고 서재현은 먹과 과슈로 그린 괴이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억눌린 욕망의 표출을 시도한다. 이진영은 옛 습판 사진술인 암브로타입으로 주변의 사물과 작가를 둘러싼 미묘한 우연의 이야기를 담는다. 허용성은 젊은 세대의 고민과 방황을 백색의 인물초상으로 표현하고 홍정욱은 점, 직선, 각종 도형을 조합해 가장 중요하면서도 소외받는 ‘기본’을 환기시킨다. 전은희는 삶의 흔적을 통해 타자의 세월 속에 스민 이야기를 되짚고 최현석은 궁중의 화원들이 남긴 옛 기록화의 형식을 차용한 결혼식장, 장례식장, 예비군 훈련장의 기록화로 현재의 불편함과 거슬림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전시는 15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겨울 독서/문소영 논설위원

    독서의 계절을 가을이라고 한다. 가을에는 단풍(丹楓)이 더 붉게 더 노랗게 익어 가는데 놀고 싶은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어떻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다. 또 독서의 계절로 가을을 지목한 전통을 중세에서 찾기에도 애매하다. 국가 경제가 농업에 달려 있어 1년 먹을 식량을 갈무리하는 수확에 바쁠 시기에 어떻게 책을 읽느냐 말이다. 귀족이나 양반이라면 몰라도. 따라서 평범한 이들의 독서의 계절은 가을보다 겨울이 아닐까 싶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의 고사성어를 봐도 가을 이야기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꽁무니에서 신비로운 불을 밝히는 반딧불이는 6월에 나타나는 곤충이고, 눈은 겨울의 산물이 아닌가. 물론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이 가을이고, 등불 아래서 책을 읽는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밖은 춥고 집 안은 따뜻해 꼼짝하기 싫은 겨울이야말로 나 홀로 숨어 책 읽기에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말 소설가 박완서의 수필 ‘호미’ 개정판을 읽었다. 봄날 뚝뚝 떨어지는 목련꽃이 보기 싫어 베어낸 둥치에서 아무리 훑어 내도 새잎을 내더라는 글을 읽으니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도 그립고, 아직 오지 않은 봄도 미치도록 그립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LG그룹] 올해 승진한 구광모 상무 4세 경영 수업 가속

    “풍부한 현장 경험이 기업 경영의 밑천이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20년간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현장 수련은 부친인 구인회 LG 창업주의 깊은 뜻에서 이뤄졌다. 구인회 창업주는 “대장간에서 호미 한 자루를 만들 때도 수없는 담금질로 단련한다”며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 없는 칼이나 다름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LG의 현장 경험 중시 경영 수업은 3세와 4세의 경영 수업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구본무 LG 회장이 취임 전 과장, 부장, 이사, 상무, 부사장, 부회장 등의 직위를 차례로 거치면서 주력 회사인 LG화학과 LG전자의 심사, 수출, 영업, 기획 업무 등 20여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격적인 4세 경영인의 길을 걷고 있는 구광모 ㈜LG 상무도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입사한 이래 미국 뉴저지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LG 시너지팀 등 재무, 글로벌사업, 상품개발, 기획, 현장 실무 등의 업무를 두루 경험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 상무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LG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그가 부장에서 ㈜LG 상무로 승진한 것을 두고 구본무 회장의 대를 이을 경영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실 그는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2005년 7월 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입적은 당시 구씨가 가족회의에서 결정됐다. 구본무 회장이 슬하에 딸 두 명만 둔 상황에서 장자의 대를 잇고 집안 대소사를 챙기려면 아들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2004년부터 2006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다닌 구 상무는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2009년 LG전자 뉴저지 법인에서 일했다. 2013년 귀국 후에는 LG전자 HE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과 HA사업본부 창원사업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4월부터는 그룹의 지주사인 ㈜LG 시너지팀으로 옮겨 계열사 간 협력을 지원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사전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실행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사업의 본질과 방향성을 깊게 고민하는 등 실무진이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를 짚어 내기도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상당히 겸손한 성격으로 사내 평판도 좋다. 구 상무는 지주사 지배력도 꾸준히 키워 왔다. 친부인 구본능 회장이 지난해 지분을 넘기면서 그의 ㈜LG 지분은 4.75%에서 5.94%로 커졌다. 여기에 양부인 구본무 회장의 우호지분(11%)을 합치면 구 상무의 지분율은 15%를 넘어선다. ㈜LG의 1대 주주는 1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구본무 회장이고, 그다음 구본준 LG전자 부회장(7.72%) 순이다. 구 상무는 ㈜LG의 영향 밖에 있는 LG상사 주식을 2.11% 보유하고 있다 구 상무의 부인은 식품원료 전문 기업인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 효정(33)씨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 중에 만나 교제를 했고 2009년 9월 화촉을 밝혔다. 당시 결혼식은 구본무 회장 내외와 사돈 내외 등 양가의 가까운 가족 80여명만 참석해 조용히 치렀다. 효정씨는 성실하고 성격이 다정해 주변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평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新국토기행] 경북 포항시

    [新국토기행] 경북 포항시

    동해의 푸른 바다가 멋지게 펼쳐 보이는 경북 포항은 볼거리와 먹거리, 바닷가의 낭만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지다. 특히 겨울철 최고 별미 과메기부터 대게, 오징어 등 풍성한 제철 수산물들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도무지 놔주지 않는다. 먹거리로 출출한 배를 채우고 나면 포항이 자랑하는 호미곶이나 구룡포를 가도 좋고 보경사나 오어사를 둘러봐도 괜찮다. 그만큼 포항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철철 넘쳐나는 곳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전국적으로 포항하면 ‘철(鐵)의 도시’ ‘해병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갈 곳, 먹을 것이 널려 있는 관광 명소”라며 “특히 겨울철 포항에는 특별함이 있다”고 말했다. ■볼거리 [호미곶 관광지] 남구 호미곶면의 호미곶(虎尾)은 한반도의 가장 동쪽으로 ‘호랑이 꼬리’로 불린다. 새해 첫날이면 ‘호미곶 해맞이 축제’가 열려 인파가 몰린다. 올해는 10만여명이 찾았다. 해맞이광장에는 새천년기념관을 비롯해 성화대, 불씨함, 공연장, 상생의 손, 연오랑세오녀상, 햇빛 채화기, 풍력발전기 등의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를 형상화한 상생의 손은 연인 간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인근의 호미곶 국립등대박물관은 2만 7000여㎡에 등대관과 기획전시관, 테마공원, 전망대, 휴게실 등을 갖추고 해운항만 자료 30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포항운하] 포항운하는 남구 형산강 입구에서 북구 송도교 인근 동빈내항까지의 1.3㎞에 건설한 폭 15~26m, 수심 1.7m의 소운하다. 포항시가 2013년 말까지 40여년 동안 막혔던 형산강 물길을 되살렸다. 운하를 따라 산책로와 운하관, 인도교 등이 마련됐다. 운하관에는 운하 건설 배경 및 과정 등을 소개한 전시실과 운하, 영일만 바다 전경을 한눈에 구경할 수 있는 야외전망대 등이 있다. 특히 운하를 운항하는 크루즈선이 인기다. 46인승 연안크루즈 1척과 17인승 리버크루즈 4척이 선착장~동빈내항~송도해수욕장~형산강 코스와 선착장~동빈내항~죽도시장 왕복 코스를 35~40분에 걸쳐 운항하고 있다. [죽도시장]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전통 시장이다. 죽도재래시장, 죽도농산물시장, 죽도어시장 등이 연합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지 면적이 13만 2000㎡에 이른다. 건어물, 활어회, 농축산물, 채소 및 과일, 가구 및 잡화를 취급하는 2500여개 점포에 4500여명의 상인이 종사한다. 특히 어시장은 취급하는 해산물의 종류도 다양해서 동해안뿐만 아니라 서해와 남해안에서 나는 모든 해산물이 거래된다. 시장 주변에는 이름난 먹거리 골목들이 즐비하다. ‘수제비골목’ ‘닭골목’ ‘해장국골목’ ‘문어골목’ 등이다. 이들 골목은 죽도시장의 명물로 관광객에겐 빼놓을 수 없는 방문 코스가 되고 있다. [보경사]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한 곳으로 전해지는 내연산 아래의 보경사는 602년 신라 진평왕 때 지명 스님이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절 주변 12개의 꽃 같은 폭포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예부터 선지식과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았다. 특히 조선 후기 영조 때 청하 현감을 지낸 겸재 정선이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인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절에는 고려 고종 때의 고승인 원진국사의 비석(보물 제252호)과 부도(보물 제430호) 등 보물 3점과 각종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경북도 수목원까지 12.8㎞에 걸쳐 내연산 계곡과 12폭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숲길이 조성돼 있다. [구룡포 근대역사관] 근대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주 지역이던 구룡포의 근대사를 조명해 놓은 곳이다. 포항 남구 구룡포에 있다. 역사관은 1920년대에 살림집으로 지은 2층짜리 일본식 목조집을 개조했다. 1층에서는 홀로그램과 그래픽 패널로 구룡포의 전설을 소개하고 100년 전 일본인들이 구룡포에 정착한 상황과 당시 생활 모습 등이 전시됐다. 2층에는 패전 뒤 일본 어부들의 귀향 모습과 구룡포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근대역사관을 나서면 28동의 일본식 적산가옥(敵産家屋) 건물이 줄지어 선 근대문화역사거리가 나타난다. 입구에 설치된 포토존은 방송사의 유명한 드라마였던 ‘여명의 눈동자’의 한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먹거리 [과메기] 과메기는 겨울철 포항의 대표적인 별미다. 집산지인 구룡포에서는 요즘 제철(11월 중순~2월 말)을 맞아 해변을 따라 빨래처럼 널린 꽁치가 장관이다. 과메기는 원래 청어의 눈을 꿰어 말렸기 때문에 ‘관목어’(貫目魚)로 불렸으며 세월에 따라 관목어→관메기→과메기 순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과메기는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배를 따서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숙성시킨 것은 ‘배지기’, 통째로 짚으로 엮어 숙성시킨 것은 ‘통마리’라고 한다. 배지기는 숙성 기간이 3, 4일이지만 통마리는 15일 정도다. 포항 사람들은 주로 통마리를 즐긴다. 과메기 맛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배지기가 낫다. 과메기는 마늘, 쪽파와 함께 생미역에 얹어 돌돌 말아 먹는다. 배춧속으로 쌈을 싸 먹어도 괜찮다. 포항엔 과메기 전문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특히 구룡포 항구 일대는 과메기 판매장이나 다름없다. 어디를 가나 신선하고 맛있는 과메기를 먹을 수 있다. 40년간 과메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해구식당(북구 남빈동) 주인 지영자(72)씨는 “과메기는 와인색이 돌 만큼 붉은색을 띠는 것을 상품으로 친다”며 “김과 배춧속, 물미역을 차례로 겹친 위에 초고추장 찍은 과메기를 얹고 다시 마늘과 쪽파, 고추 등을 얹어 쌈으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룡포 대게] 대게는 과메기와 함께 포항의 겨울철 별미 중 하나다. 구룡포는 전국 제1의 대게 어획량을 자랑한다. 연간 전국 대게 생산량의 57%(700t 정도)를 차지한다. 동해 수심 200~400m 청정 심해에서 어획하는 구룡포 대게는 속이 꽉 차 있고 단백하고 쫄깃하며 가격이 저렴해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다. 대게는 들었을 때 묵직하고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배를 눌렀을 때 단단하게 느껴지는 게 속이 꽉 찬 대게다.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다리 안에 물이 보이는 것은 속이 덜 찬 ‘물게’다. 어판장 주변에서 이들을 모아 파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값은 싸지만 몸집만 크고 속은 부실한 물게일 경우가 많다. 강구항 주변에는 200여곳의 대게 요리 식당이 들어서 있다. 대게는 단백질 함량이 많으며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식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 함량이 적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알려졌다. [포항물회] 포항 하면 물회다. 물회는 회에다 물을 더한 것이다. 어부들이 고기잡이하면서 식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쁠 때 막 잡아서 펄떡거리는 생선과 야채, 고추장을 큰 그릇에 넣고 물을 부어 한 사발씩 마시고 다시 일을 한 데서 유래했다. 재료에 따라 가지도 다양하다. 도다리를 사용해 만든 도다리물회, 뼈째 얇게 썰어 채소와 버무린 세꼬시물회, 씹는 맛이 일품인 해삼과 전복을 버무린 특미물회, 꽁치물회 등이 있다. 대개 청정 바다에서 갓 잡은 싱싱한 회에 야채나 배, 쪽파, 마늘, 생강 등을 썰어 넣고 김 가루와 깨소금을 뿌려 고추장을 듬뿍 떠 넣어 비빈 뒤 찬물을 부어 말아 먹는다. 새콤달콤한 데다 매콤한 맛이 더해졌다. 물 대신 살짝 얼린 육수를 쓰면 부서지는 포말처럼 시원한 맛을 느낄 수도 있다. 애주가들이 속풀이용으로 찾기도 한다. 물회 국물에 밥을 말아 먹기도 하고 국수사리를 말기도 한다. 물을 넣지 않고 밥을 넣어 비벼 먹어도 좋다. 포항 시내 어디서든 물회를 먹을 수 있으나 특히 죽도시장, 영일대해수욕장, 환여동·두호동 회타운 등지에서 맛볼 수 있다. 집집마다 물회 국물 비법을 보유하고 있다. 대개 물회와 함께 매운탕이 따라 나온다. 구수하고 깊은 맛이 물회의 시원한 맛과 조화를 이뤄 입맛을 한층 돋워준다. [모리국수] 모리국수는 구룡포의 대표적인 토속 음식이다. 매서운 추위 속에 힘든 작업을 마친 뱃사람들이 ‘얼큰하고 화끈한 맛’에다 막걸리를 곁들여 언 몸을 녹이며 즐겨 먹었다. 커다란 양은냄비에 갓 잡은 생선과 해산물, 콩나물, 고춧가루, 마늘 양념장, 국수 등을 듬뿍 넣어 칼칼하고 걸쭉하게 끓인다. 그 맛이 일품이다. 모리국수란 이름은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모디’(‘모아’의 사투리) 넣고 여럿이 모여 냄비째로 먹는다고 ‘모디국수’로 불리다가 ‘모리국수’로 정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음식 이름을 묻는 사람들에게 포항말로 “나도 모린다”고 표현한 게 ‘모리국수’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집성촌이던 구룡포 지역의 특성으로 ‘많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모리’에다 푸짐한 양 때문에 모리국수로 불리게 된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 까꾸네 모리국수 집(054-276-2298)이 유명하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내일의 거장… 불안의 치유

    내일의 거장… 불안의 치유

    부조리하고 불편한, 그리고 기이한 세상에서 젊은 작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고민을 하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 낼까.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 금호미술관의 ‘영아티스트 2014’전,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후보작가전’ 등은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들이다. 엄격한 심사과정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미술계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실험정신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신진작가 8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젊은 모색 2014’전을 열고 있다. 1981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청년 작가’전으로 시작해 1990년부터 현재의 ‘젊은 모색’전으로 이름을 바꿔 2년마다 열리는 전시회다. 18회째를 맞아 회화, 한국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각 분야에서 8명이 최종 선정됐다. 미술관 측은 “20∼30대인 참여작가들은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여러 분야 작품에서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현실을 적절히 혼용해 우회적으로 현대사회 또는 일상, 인간의 존재론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권용주는 싸구려 건축자재, 공사 폐기물 등 버려진 오브제를 이용해 하나의 거대한 인공폭포를 중앙홀에 설치했다. 김도희는 어린아이의 오줌 얼룩이 쌓인 장지를 이용해 우리 사회의 무능력과 무기력을 깨닫게 한다. 김웅용은 영화매체를 구성하는 오디오, 영상, 시간 등의 요소를 뒤섞어 인간의 이중성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했다. 김하영은 현대 과학기술이 현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주목한다. 노상호는 리어카를 개조해 만든 ‘메르헨 마차’를 거리에 끌고나가 일상에서 이야기와 이미지를 수집했다. 구전으로 받은 이야기를 다시 먹지 드로잉, 페인팅, 퍼포먼스 등의 매체로 확장한다. 오민은 개인의 감정이 배제된 채 불편한 균형을 주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 작업을 통해 사회의 파워게임, 폭력, 통제를 다룬다. 윤향로는 현대를 살아가는 세대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대변하는 대중문화에서 따온 이미지들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조송은 일상에서 만나는 이미지들을 이용해 인물과 사회에 만연한 이기심, 욕망, 질투, 상대적 우월감으로 얼룩진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 보인다. 전시는 3월29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자 2004년 시작된 금호미술관의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은 곽이브, 장종완, 황지윤 등 4명의 젊은 작가들을 각각의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도시공간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탐구를 바탕으로 한 곽이브의 설치작품,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사유를 조각으로 표현한 백승현의 설치작품, 자본과 권력의 뒤틀린 유토피아에 대한 은유적 표현을 담은 장종완의 페인팅과 영상작품, 동서양의 풍경화를 재해석한 황지윤의 페인팅작업이 전관에서 펼쳐진다. 전시는 25일까지. 2000년 에르메스 재단이 한국의 역량있고 창의적인 젊은작가 지원을 위해 제정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15회 후보 작가 전시회에는 ‘슬기와 민’(최슬기+최성민), 여다함, 장민승 등 3팀이 최종 선정됐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슬기와 민은 오늘날 예술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테크니컬 드로잉’ 으로 표현했다. 기술적 용도로 쓰이는 이미지의 세부를 흐릿하고 거대하게 확대한 프린트 작업으로 ‘무차원 세계의 원근법 회화’를 그들의 방식으로 시도했다. 조소를 전공한 뒤 음악 코디네이터, 가구디자이너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장민승은 ‘보이스리스’라는 제목으로 영상, 설치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한 뒤에 느낀 무기력과 우울증에 대한 자기 치유적 과정으로 작업을 했다”고 소개했다. 여다함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포장재 등 각각 다른 계기로 수집한 사물들을 한데 엮어 재구성한 실험작으로 현대사회에서 소비욕과 실존의 의미, 시대가 옳다고 믿는 진리의 오류 가능성 등을 이야기한다. 강남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리는 후보 작가 전시회는 2월15일까지. 시상식은 같은 달 13일 열린다. 광주시립미술관 서울갤러리(GMA)에서 열리는 ‘광주 영아티스트전’에는 백상옥(조각), 이조흠(영상, 뉴미디어), 이인성, 설박, 노여운(이상 회화), 윤종호(조각) 등 30대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2월 22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아쉬움 다 털고, 희망을 맞이하자] 웰컴 2015… 해돋이 명소

    [아쉬움 다 털고, 희망을 맞이하자] 웰컴 2015… 해돋이 명소

    아쉬움을 보내고 새해 희망을 맞는다. 전국 지자체들이 새해 첫날 해돋이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다사다난했던 갑오년을 보내고 새 희망을 안고 떠오를 을미년의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새해 첫 일출은 1월 1일 오전 7시 31분 20초 울산 간절곶에서 시작된다. 간절곶을 비롯한 포항 호미곶, 강릉 정동진 등 전국의 일출 명소에서는 새해를 열 해돋이 준비로 분주하다.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간절곶. 전국에서 10만여명의 관광객이 새해 첫 해돋이를 보려고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장에는 너비 4m, 높이 7m에 이르는 대형 소망등이 설치된다. 울주군은 소망지와 소망엽서 쓰기 행사를 통해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희망의 장소’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31일부터 이틀 동안 간절곶 추억의 음악 감상실, 다함께 7080, 아듀 2014의 새해 카운트다운 및 불꽃놀이, 전자현악, 밴드뮤지션, 재즈밴드 공연, 영화상영, 모둠북 공연, 풍선 띄우기, 소망풍선 날리기, 희망 떡국 나눠 먹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제공된다. 31일 밤 11시 8분에 서울역을 출발해 새해 첫날 새벽 4시 47분 울주 남창역에 도착하는 504석 규모의 관광 특급열차도 운행된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겨울철 테마축제인 ‘2015 해맞이 부산축제’ 행사가 열린다. 새해 첫 해를 바다에서 보고 새해를 맞는 뜨거운 마음을 바다수영으로 식히려고 수만명의 관광객이 해수욕장 백사장에 모인다. ‘을미년 해맞이’는 축하공연, 새해 인사, 해맞이감상, 헬기축하비행, 바다수영 순으로 진행된다. 퓨전타악 퍼포먼스, 아카펠라 밴드 등의 즐거운 공연이 펼쳐진다. 일출과 동시에 관람객이 각자의 소망풍선을 하늘로 힘껏 날려 보내는 시간을 가진다. 경북 포항 호미곶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전국에서 2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축제는 31일 ‘달빛 공감 음악회’로 시작돼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 등으로 이어진다. 풍선에 새해 소원을 적어 띄우고 새천년기념관 벽면에는 영상과 레이저를 활용해 ‘KTX 포항시대’를 표현하는 영상도 연출된다. 화려한 불꽃쇼도 선보인다. 경남 거제의 경우 해금강의 사자바위 주변 해돋이와 학동몽돌해변 해돋이, 여차홍포 전망도로 해돋이 등이 유명하다. 통영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며 즐기는 해돋이는 웅장하다. 외나로도 우주센터와 가까운 고흥의 남열해변도 해맞이 축제가 열리는 명소로, 다도해를 뒤덮은 구름이 나로호의 화염처럼 장관을 연출한다. 강릉 정동진 모래시계는 지름 8.06m, 폭 3.20m, 무게 40t, 모래 무게 8t으로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이다. 해맞이 행사의 명소로 매년 모래시계 회전식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모래시계 회전식과 함께 불꽃놀이로 희망의 새해를 연다. 초청가수 공연, 관광객·주민 노래자랑 등이 열린다. ‘제주 성산일출제 2015’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의 자연적 가치와 풍광을 재조명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자연축제이다. 또 설산에서 맞는 해돋이는 장엄하다. 주목나무에 눈꽃과 상고대가 피고 산봉우리 사이로 운해라도 깔리면 시시각각 변하는 해돋이 풍경이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태백산은 굽이치는 능선에서 마주하는 장엄한 해돋이와 동틀 무렵 장관을 이루는 눈꽃과 상고대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지리산의 노고단도 해돋이가 감동적인 곳으로 구례에서 성삼재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후 30분 정도만 걸으면 노고단 정상에서 해를 맞을 수 있다. .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인류, 120만년전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인류, 120만년전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석재도구가 발견되면서 인류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확산한 시기가 기존 생각보다 훨씬 이전인 120만 년 전쯤이라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영국과 터키,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터키 서부 고대강인 게디즈에서 인위적으로 깬 규암 조각을 발견했고 두 가지 연대측정법을 사용해 이런 형태로 깨진 시기가 124만 년 전부터 117만 년 전쯤까지라고 밝혔다. 이는 초기 인류가 언제 어떻게 아프리카와 아시아로부터 나와 확산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다니엘 슈리브 런던대 로열홀러웨이 지리학과 교수는 “이 조각은 초기 인류가 유럽으로 확산한 시기와 경로를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라면서 “이는 당시 초기 인류가 강에 떨어뜨린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조각의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 동위원소 측정법과 고지자기 측정법을 사용했다. 이전 터키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것은 2007년 서부 코카바스에서 나온 고인류(호미닌) 화석이지만 시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었다. 슈리브 교수에 따르면 이 규암 조각은 게디즈강의 굽은 곳에서 침전물을 조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됐다. 그는 거기서 분홍색 돌을 보고 살펴보니 인위적인 것임을 단번에 알아챘다고 한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제4기 과학 리뷰’(Quaternary Science Reviews)에 발표됐다. 사진=런던대 로열홀러웨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마르는 물… 금호미술관 ‘워터스케이프… ’展

    마르는 물… 금호미술관 ‘워터스케이프… ’展

    물은 생명을 위한 소중한 자원이기도 하지만 위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물에 대한 관심, 특히 국가와 영토로서의 물과 물의 사유화를 둘러싼 갈등에 주목한 전시 ‘워터스케이프: 물의 정치학’전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칠레 출신 작가 알프레도 야르는 1988년 이탈리아의 기업들이 유독성 산업폐기물을 수백 개의 드럼통에 담아 나이지리아의 한 해안 마을에 폐기한 현장을 찾아 유해물질이 묻힌 폐기장에서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아이들과 병든 주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물이 담긴 수십 개의 드럼통에 투영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2013년 인도 노마딕레지던시가 제시했던 ‘생명과 위협의 대상으로서의 물’이라는 주제를 심화시킨 이번 전시에는 알프레도 야르의 작업을 비롯한 영상설치와 영화 등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작품 40여점이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비디오 아트의 전통과 영화 미학, 혹은 GPS, 인터넷, 인터렉티브 미디어, 데이터 시각화프로그램 등 뉴미디어 기술을 통해 시급한 대처가 요구되는 위기로서 물의 경관(워터스케이프)을 보여준다. 디자이너 소원영은 데이터 시각화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기원전 3000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벌어진 물을 둘러싼 분쟁 지도를 제작했다. 이 지도는 20세기 중반까지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물을 둘러싼 전쟁이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출신 작가 시갈리트 란다우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에 위치한 사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키운 수박을 띄워 나체로 수박 위에 올라서 양팔로 물을 휘저으며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내년 1월 15일부터 두 달간 포항시립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된다. (02)720-5114.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비싸도 괜찮아… ‘특피’ 핸드백 인기 고공행진

    비싸도 괜찮아… ‘특피’ 핸드백 인기 고공행진

    경기 불황에도 고가의 ‘특피’ 핸드백이 인기다. 특피는 소가죽이나 양가죽 등의 일반적인 가죽이 아닌 악어가죽, 타조가죽 등 독특한 느낌을 주는 가죽을 말한다. 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특피 제품군의 매출 신장률(전년 대비)은 2012년 5.7%, 2013년 19.3%, 올해(1~10월) 52.7%로 크게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특피 핸드백 매출 신장률이 2011년 27.2%에서 지난해 101.6%로 폭증했다. 혼수용이나 특색 있는 상품을 원하는 개성 있는 고객층이 특피 제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인기 상품으로는 나일악어로 만든 콴펜의 페가수스백(1892만원), 카이만악어로 만든 낸시곤잘레스의 레이디 사첼백(698만원), 돔 사첼백(668만원) 등이 있다. 오경인 롯데백화점 해외패션MD팀 선임상품기획자는 “특피로 만든 핸드백은 일반 가죽 핸드백보다 가격대가 약 5배 이상 높지만 인기가 꾸준하다”면서 “잡화 상품뿐만 아니라 특피 상품군을 확대해 보다 차별화한 행사를 전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롯데백화점은 오는 27일까지 서울 잠실점에서 특피 전문 브랜드 ‘라디체’의 임시 매장을 열고 1000만원대 악어백, 200만원대 타조백과 뱀피백 등 다양한 이색 핸드백을 선보인다. 또 본점에서는 다음달 말까지 특피 핸드백 브랜드인 ‘호미가’에서 악어백과 타조백 등을 최대 60% 할인 판매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김준의 바다맛 기행] 국민생선 등극 ‘꽁치’

    [김준의 바다맛 기행] 국민생선 등극 ‘꽁치’

    “꽁치국요? 그 비릿한 것으로 국을 끓여요?” “묵어 봐라. 맛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몰랐다면 손님에게 반말을 한다며 그냥 나갔을 것이다. 경북 포항의 과메기문화거리에 마련된 무대에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나이 든 어머니의 열창이 이어졌다. 주민이 운영하는 임시 식당에 들러 과메기를 먹을까, 구이를 먹을까 고민하다 맛있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말에 꽁치국에 ‘영일만쌀 막걸리’ 한 병을 시키고 자리를 잡았다. 꽁치는 수심 30m 내외의 바다에서 떼 지어 산다. 영일만을 기점으로 경북과 강원지역에서 봄과 가을에 잡히는 찬물을 좋아하는 어류다. 일본 오키나와 부근의 먼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면 동해 연안으로 몰려와 해조류나 부유물에 산란한다. 심지어 자신을 잡으려 내린 그물에 몸을 비벼 알을 낳기도 한다. 울릉도나 구룡포에서는 가마니에 구멍을 내고 해조류를 매달아 놓고 기다리다 꽁치가 알을 낳기 위해 모여들면 잡았다. 이게 전통어법인 ‘손꽁치잡이’이다. 봄에 잡히는 꽁치는 기름기가 적어 구이와 찌개용으로 좋고, 가을에 잡히는 꽁치는 기름이 많아 과메기로 이용한다. 꽁치는 아가미 근처에 침을 놓은 듯 구멍이 있어 ‘구멍(空)이 있는 어류’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산 정약용이 쓴 ‘아언각비’(1819)에 소개된 내용이다. 아마도 공치가 된소리로 바뀌면서 꽁치가 되었으리라. 가을에 맛있는 칼처럼 생긴 어류라 해서 ‘추도어’(秋刀魚)라고도 불렸고, 불빛을 좋아해 ‘추광어’라고도 했다. 집어등을 켜고 꽁치를 모아 그물을 내렸던 것도 이런 이유다. 영일만 일대의 어촌에서는 꽁치를 바닷바람에 말려 과메기를 만든다. 특히 구룡포읍 삼정리는 과메기 마을로 유명하다. 이맘때면 으레 해안의 덕장에 과메기가 그득하다. 이 마을에서는 눈 목(目)자를 ‘미기’, ‘메기’라 한다. 과메기란 ‘관목어’, 즉 눈을 꿰어 말린 생선을 말한다. 1910년대 최창선이 쓴 ‘소천소지’라는 유머집에는 이런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동해안에 살던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다 배가 고파 해안가 나뭇가지에 눈이 꿰어 죽어 있는 물고기를 발견했다. 이를 찢어 먹었더니 맛이 너무 좋아 과거를 보고 내려와 겨울마다 집에서 청어나 꽁치를 그렇게 말려 먹었다. 조선시대에는 과메기를 청어로 만들었다. 지금은 청어 대신 꽁치가 그 자리를 꿰찼다. 머리를 떼 내고 내장과 뼈를 제거한 후 잘 씻어 덕장에 내걸고 기다리면 된다. 눈과 비를 가리고 반으로 갈라 놓은 등이 붙지 않도록 손질하는 것이 일이다. 이런 과메기를 ‘배지기’라 부른다. 구룡포 읍내를 벗어나 호미곶에 이르는 해안가 마을의 가을은 과메기와 함께 시작된다. 구룡포시장에서는 배를 따거나 반으로 쪼개지도 않은 채 짚으로 엮어 통째 말리고 있는 꽁치과메기를 만날 수 있다. ‘통마리’다. 통마리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세척해 굴비처럼 엮어서 말리는 것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보름 정도 말려야 한다. 배지기는 사나흘이면 상품이 된다. 과메기는 온도가 중요하다. 영하 5도에서 영상 5의 기온이 유지돼야 한다. 그리고 바람이 잘 부는 곳이 좋다. 이런 조건에서 과메기가 숙성된다. ▶▶ 어떻게 먹을까 포항 호미곶에서 만난 포장마차 안주인이 과메기를 먹고 가라며 손짓을 했다. 청어과메기를 찾자 꽁치가 맛도 좋고 미용에 좋다며 권했다. 꽁치과메기를 먹고 나면 다음날 얼굴에 윤이 나고 반지르르하다는 것이다. 꽁치는 꼬리가 노랗고 몸이 밝은 빛을 띠며 빳빳하고 딱딱한 것이 신선하다. 등 푸른 생선이 그렇듯 쉽게 변하기 때문에 잡은 즉시 얼음에 보관해야 한다. 그렇기에 꽁치물회는 뱃사람들이나 먹을 수 있는 특권이자 별식이다.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꺼낸 후 살을 발라 채소를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다. 포항물회가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있다. 그물에 머리가 박힌 채 빠져나가려 꼬리를 흔들다 상처가 난 꽁치를 ‘파치’라고 한다. 녀석들은 상품 가치는 없지만 젓갈과 젓국으로 재탄생한다. 동해안의 어민들은 김치를 담글 때 꽁치젓이 들어가야 맛이 있다고 한다. 새우젓이나 멸치젓 대신 말이다. 뒤돌아볼 줄 모르고 앞으로만 가는 꽁치의 몸부림이 우려낸 맛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좋아하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는 꽁치구이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매실에 담근 후 요리하면 살도 단단해져 좋다. 꽁치는 자주 뒤집으면 껍질이 벗겨지고 살도 부스러진다. 중불에 한 번 굽고 뒤집어 센불에 구워야 한다. 구룡포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꽁치국이다. 꽁치국은 꽁치 외에 우거지를 꼭 준비해야 한다. 말린 무청 우거지를 삶아서 준비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추를 삶아서 사용해도 괜찮다. 꽁치는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제거한 후 껍질을 벗기고 살을 칼로 다져서 준비를 해 둔다. 이때 살짝 얼려서 손질하면 좋다. 요즘에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뼈째 갈아서 사용하기도 한다. 우거지나 삶은 채소를 적당한 크기로 썰고 대파도 넣은 다음 물을 적당히 붓고 양념을 필요한 만큼 넣는다. 김장하고 남은 양념을 넣으면 좋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진 꽁치를 넣는다. 그리고 마늘을 다져서 넣으면 완성이다. 맛이 추어탕과 비슷하다 싶었는데, 포항에서는 ‘꽁치추어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생각보다 비린내가 나지 않지만 산초를 넣어서 먹는다. 막걸리 한 병을 비우기 전에 꽁치국이 바닥을 보였다. 인심 좋은 어머니가 덤으로 한 그릇을 더 주었다. 옛날에는 꽁치로 죽도 끓여 먹었다며 자랑을 덧붙였다. 김장철이다. 꽁치젓을 넣어 버무린 동해안 김치 맛, 그 맛이 궁금해진다. 글 사진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joonkim@jeri.re.kr
  • [사설] 병영문화 개선, 또다시 용두사미 되지 말아야

    국방부는 어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가 마련한 병영문화 개선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5개 분야에 걸쳐 전문가들이 내놓은 25개 과제라지만, 이것저것 다 하려는 시늉만 담은 ‘아이디어 잡화점’처럼 비친다. 가혹 행위자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고 구속 수사한다는 원칙을 세운 대목에선 병영폭력 근절 의지는 어느 정도 읽힌다. 그러나 28사단 윤 일병 사건에서 보듯 병영폭력의 근원은 간부들의 해이한 기강임을 간과한 느낌도 든다. 부디 군 당국은 재탕·삼탕 개선안을 걸러 내고 25개안의 옥석과 경중을 가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 ‘인권이 보장되는 병영’을 혁신의 중점으로 삼으려는 취지 자체는 옳다. 이를 위해 인간 존엄 중심으로 신세대 장병의 인성을 함양하고 군 형법을 개정해 영내 폭행뿐만 아니라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등을 신설하다는 방침도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장성들의 인성이 바뀌어야 한다”(기무사령관 출신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른바 ‘관심간부’가 ‘관심병사’ 못잖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차원에서다. 굳이 17사단장 성추행 사건 등 간부들의 최근 일련의 일탈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지난번 임 병장 사건 때를 보라. 임 병장이 일반전초(GOP)의 동료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하는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기 2개월여 전에 해당 소초장은 보직 해임됐다지 않는가. 병영 기강 확립을 위해서는 지휘관들이 신세대 병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리더십을 재정립해야 한다. 인사 불이익을 우려한 초급 장교들이 쉬쉬하며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한 분위기부터 고치자는 뜻이다. 그저 임기 동안 사고가 없기만을 바라는 일선 간부들의 심리가 병영폭력 은폐를 야기하고 선후임병 간 폭력의 대물림을 초래하는 것이다. 사고 위험이 큰 전방 부대에는 가급적 정예 초급장교들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 나아가 군내 인권침해나 가혹행위 발생 시 초기에 적발해 내면 초급장교나 부사관을 문책할 게 아니라 외려 승진 인사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인사평가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비극을 막으란 얘기다. 임 병장 사건이나 윤 일병 사건이 던져 준 교훈이다. 병영혁신안이 애초 취지와 달리 국방 예산을 늘리는 방편으로 변질돼선 곤란하다. 부대 잡무 민간용역 전환이나 옥상옥 같은 국방행동과학연구소 설립 아이디어가 그런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 특히 부대 안 잡초 제거 같은 일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민간용역으로 돌리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오죽하면 “병사들이 전투 준비에 필요한 삽질도 못하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닌가”(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라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거듭 강조하지만 군 폭력에 관한 한 엄중한 처벌로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는 있지만,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총기사고 가능성을 늘 안고 있는 GOP에 병력자원 부족으로 인해 관심병사들이 투입되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병사들이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발생한 기회 손실을 보상하는 취지의 군 가산점제를 위헌 시비를 피할 만한 수준에서나마 부분적으로 부활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국민개병제하에서 인권이 보장되는 강군을 육성할 근본 처방이라고 본다.
  • [新국토기행] 피로회복제 재첩…항암특효약 참게

    [新국토기행] 피로회복제 재첩…항암특효약 참게

    하동은 깨끗한 바다와 강, 지리산 덕분에 청정한 자연산 먹거리가 풍부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섬진강 재첩은 애주가들에게는 간장약으로 통한다. 하동방언으로 갱조개(강조개·민물조개라는 뜻)라고 부르는 하동재첩은 지름 1~2㎝ 크기의 작은 조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류지역 염분이 적은 사질 토양에 서식한다. 1급수인 깨끗한 섬진강에 서식하는 하동재첩은 빛깔이 선명하고 육질이 연하며 맛이 담백하다.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간장 활동을 도와주고 타우린이 담즙분비를 활발하게 해 해독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크기가 10배나 큰 바지락보다 영양가가 세 배쯤 높다.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도 부작용이 없고 눈을 맑게 하며 피로회복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졌다. 특히 숙취를 푸는 데는 시원한 하동재첩국이 최고로 꼽힌다. 하루도 빠짐없이 하동재첩국을 먹었더니 간 기능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본인들도 좋아해 1999년부터 일본으로 수출도 한다. 하동재첩은 5~6월이 제철이다. 강 깊이에 따라 두 가지 방법으로 채취한다. 깊은 강에서는 재첩 채취선과 갈고리를 매단 대나무 장대를 이용해 거둬들인다. 얕은 강에서는 호미로 강바닥을 긁어 채취한다. 대표적인 요리는 재첩 알맹이를 끓여 담백하고 시원한 국으로 먹는 것이다. 재첩국에 부추를 넣는 것은 비타민A를 풍부하게 해 영양을 보충하고 맛을 돋우기 위해서다. 덮밥이나 부침을 만들거나 삶은 재첩을 회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재첩 알맹이에 하동 배를 채로 썰어 넣고 초장으로 비벼 요리하는 재첩무침도 별미다. 과거에는 보관이 어려웠으나 지금은 팩에 담아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일년내내 먹을 수 있다. 섬진강에서 나는 참게로 요리한 참게탕도 하동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다. 섬진강 참게는 조선시대 왕의 수라상에 올랐을 만큼 명성이 높다. 섬진강 참게탕은 담백하고 고소한 특유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민물 참게는 비린내가 나지만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섬진강에서 사는 참게는 향이 강하다. 강어귀나 모래 속에 서식하는 섬진강 참게는 주로 탕으로 요리해 먹는다. 끓인 간장에 절여 게장으로 먹기도 한다. 하동 참게는 8월 말부터 바다로 내려가 다음해 3~4월에 산란을 한다. 부화한 어린 게는 다시 섬진강을 따라 올라와 자란다. 9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내려가는 것을 잡았을 때가 가장 맛이 좋다. 암컷의 등딱지 안에 단맛을 내는 내장물이 가장 풍부하게 차 있기 때문이다. 참게 껍질에는 키토산이 많아 항균, 항암 효과가 있으며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소화가 잘돼 허약하거나 비만, 고혈압, 간장병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게는 주로 통발을 이용해 잡는다. 돼지비계가 든 통발을 강바닥에 내려놓고 다음날 아침에 통발을 걷어 올려 그 안에 든 게를 잡는다. 우리나라 야생차 시배지인 하동에서 생산되는 야생녹차는 미국 등 해외로도 수출되는 명품 특산품이다. 신라 흥덕왕 3년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주변에 심은 게 우리나라 야생차 재배 시초로 기록돼 있다. 야생차 재배지역인 화개면 일대는 섬진강과 화개천이 인접해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차 생산시기에는 밤낮의 기온 차가 커 차 재배에 최적의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토양도 약산성의 자갈이 많은 사력질로 차나무 생육에 알맞다. 이 같은 환경 덕분에 하동 야생녹차는 맛과 성분, 품질에서 최고로 꼽힌다. 화개면, 악양면, 하동읍 등을 중심으로 160여개 제다업체가 야생차 재배·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 최고급 녹차를 생산해 국내외에 공급한다. 2100여 농가가 1100여㏊에 야생녹차를 재배해 한해 260억원 안팎의 소득을 올린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개헌 논의, 막을 수 있을까/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개헌 논의, 막을 수 있을까/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개헌 논의를 두고 집권 여당의 대표와 청와대 간에 볼썽사나운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의 시초는 김무성 대표가 제공했다. 중국 방문 중 기자 간담회에서 행한 뜬금없는 개헌 논의 봇물 발언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 그것도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위해 국내를 비운 사이에 정기국회가 끝나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반대한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라 주장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바로 다음날, 김 대표 스스로 이를 철회하고 대통령에게 직설적으로 사과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어찌하랴. 오히려 야당에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강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어서 더욱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엔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라는 사람이 스스로 기자실에 들러서 김 대표의 발언이 실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사과까지 나온 개헌 논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여당 대표를 직접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필자는 수년간 정치 관련 평론을 해왔지만 이처럼 황당한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의견이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국민과 야당 앞에 드러내놓고 여당 대표를 면전에서 면박을 주는 것은 정치도의가 아니다. 그렇게 한 청와대의 계산은 무엇일까.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제정된 현행 헌법에 대하여 오래전부터 여야 정치권은 물론 많은 전문가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공감해 왔다. 국회는 수차례에 걸쳐 개헌특위를 운영해왔고 학계에서도 이에 부응하여 권력 구조를 비롯해 개헌의 핵심적 이슈들에 대해 많은 연구 결과를 쏟아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는 개헌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집권 세력은 이에 반대해 왔고, 야당이나 여당 중 비주류는 항상 개헌을 논의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몇몇 의원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이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가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개헌 논의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가 다른 모든 정책 논의를 일시에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것을 우려하며 공개적인 반대를 천명했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왕적 대통령이다, 월권행위다 하면서 강력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과거 수차례에 걸친 개헌 관련 논의 과정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중국 발언과 이에 대한 청와대의 직격탄은 상황의 심각성을 크게 더하면서 피하고 싶은 개헌 논의를 오히려 정국의 중심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임기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에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헌 논의 불가를 언급하여 개헌 논의의 주체가 되는 국회의원들이나 국민의 입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 논의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지는 않을까.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의도적으로 나왔다고 생각되어도 그의 사과를 바보처럼 묵묵히 수용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더 이상 개헌 얘기를 하지 않겠다는 김 대표를 굳이 강하게 면박을 주면 개헌 논의를 잠재울 수 있을까. 만일 대통령이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국회가 개헌을 논의하려 한다면 내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다만 개헌 논의로 인해 시급한 민생법안이나 경제 회복을 위한 법안 등 현안의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표명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정치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의 개헌 논의 저지 시도는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청와대를 보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이 생각나 쓴웃음을 지울 수 없다.
  • 바당밭 일구고 바당에 누인다

    바당밭 일구고 바당에 누인다

    제주 동북부의 구좌읍 김녕, 월정리 일대에 25일 새 걷기 코스가 열린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핵심마을 활성화사업’의 하나로, 지난 4월 선보인 산방산·용머리 지질트레일의 연장이다. 한데 테마는 다소 다르다. 산방산 쪽은 제주의 지질 역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제주인들의 삶의 원형을 엿보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길 열림을 앞두고 미리 그 길을 걸었다. 왜 지질을 알아야 하는가. 섬의 역사뿐 아니라 섬에 기대 사는 사람들의 삶도 함께 새겨졌기 때문이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의 부제를 보자. ‘바당밭, 빌레왓을 일구는 동굴 위 사람들의 이야기길’이다. 길의 전체적인 성격이 축약된 표현이다. 생경한 단어들도 포함됐다. ‘바당’과 ‘빌레’다. 둘은 제주 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설명하는 도구다. 이 둘의 의미를 알아야 지질트레일 위에 얹혀진 제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바당’은 바다를 일컫는다. 변변한 농토 하나 없던 제주 사람들에게 바다는 밭이나 다름없었다. 뭍의 농민들이 밭에 애정을 쏟듯, 그렇게 바다를 일궈왔다. ‘빌레’는 너럭바위다. 용암이 흐르다 식은 흔적이다. 빌레의 두께는 다양하다. 용암이 흐를 당시의 여러 변수에 따라 수십㎝부터 1m를 훌쩍 넘게 쌓였다. 빌레 아래는 흙이다. 무엇이든 심어 먹거리로 쓰자면 먼저 빌레를 걷어내야 할 터. 호미 등의 농기구로 빌레를 잘게 쪼개 걷어내면 그제야 흙이 나온다. 그 위에 곡식을 심었다. 그렇게 등골 휘도록 만든 밭이 ‘빌레왓’이다. 땅 아래는 동굴이다. 세계지질공원 핵심 명소인 만장굴과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동굴들이 발 아래 얽혀 있다. 이들은 이름깨나 날리는 축에 속하고, 게웃샘굴 등 주민들만 아는 동굴도 있다. 요약하면, 동굴 위에 집을 짓고 뭍과 바다의 밭을 일구며 살아온 이들의 삶을 이리저리 따라가는 길, 그게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이다. 트레일은 지역민과 전문가, 제주관광공사 등이 힘을 모아 조성했다. 길이는 14.6㎞. 지역민인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박자박 걸으면 6시간 남짓 걸린다. 들머리는 김녕어울림센터다. 예서 세기알해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세기알은 ‘성세기해변 아래’라는 뜻이다. 해안가에 원뿔 형태로 쌓아올린 검은 현무암 더미가 인상적인 자태로 서 있다. 김녕도대불이다. 밤에 조업 나간 어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돕는 등대다. 해설사로 동행한 강정효(49) 제주대 강사는 “제주에 남아 있는 여러 형태의 도대불 가운데 비교적 온전하게 남은 도대불”이라며 “1972년 제주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등대불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설명했다. 해안엔 빌레가 넓게 형성돼 있다. 이른바 조간대다. 만조 때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 드러난다. 물 빠진 빌레 위엔 ‘바릇잡이’(얕은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와 ‘고망낚시’(물 빠진 돌 구멍에서 물고기를 낚는 것)로 먹거리를 준비하는 주민들이 간간이 오간다. 빌레 밑엔 투수층이 발달돼 있다. 이 덕에 해안선 인근에서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난다. 청굴물도 그중 하나다. 이 일대 지명이 ‘청수동’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강 강사는 청굴물을 “주민들이 물찜질하던 곳”이라 했다. 한라산 인근이나 제주 남쪽의 여러 폭포 주변에 사는 이들은 곧잘 폭포 아래서 물맞이를 즐긴다. 한데 폭포가 없는 제주 동북쪽 사람들은 청굴물 같은 용천수를 찾아 찜질을 즐겼다는 것이다. 청굴물은 바닷속 민물 목욕탕이다. 마을 앞 얕은 바다 위 두 곳에서 물이 솟는다. 물이 솟는 곳에 돌을 쌓아 경계를 만든 뒤 마을 쪽은 여자, ‘바당’ 쪽은 남자들이 썼다. 같은 시간대에 남녀가 함께 쓰는 경우도 있었을까. 외지인의 질문에 마을 할머니들은 터무니없는 소리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 일대엔 용암동굴이 많다. 동굴 위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해도 그리 틀리지 않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 게웃샘굴이다. 두께가 1~2m 정도에 불과한 땅 아래 뚫린 동굴이다. 동굴 속으로는 맑은 물이 흘러간다.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던 샘물이다. 물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제주엔 섬 특유의 무속신앙도 발달했다. 당연히 섬기는 신도 많은데, 트레일을 걷는 동안 이와 관련된 시설들을 다수 엿볼 수 있다. 김녕본향당은 마을 전반을 수호하는 신을 모신 당, 귀네기동굴은 제주 지역에서 최초로 돼지를 제물로 삼은 돗제가 치러진 곳이다. 성세깃당은 ‘해녀마을’로 지칭되는 김녕리 해녀들이 잠수굿을 하는 곳이다. 성세깃당에서 ‘조른(짧은)빌레길’을 지나면 ‘김녕밭담길’이 시작된다. 빌레 위를 걷거나, 형태를 자세히 살필 수 있는 곳이다. 빌레와 밭의 높이 차는 들쭉날쭉이다. 불과 수㎝부터 1m가 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흙 위를 덮고 있는 돌들을 일일이 깨서 걷어내야 한다. 깬 돌은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는다. 그게 ‘제주 들녘을 휘감아 도는 검은 용’(黑龍萬里), 돌담이다. 그러니 돌담의 두께는 곧 제주 사람들 피와 땀의 높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 돌담은 얼핏 엉성해 보인다. 틈이 많기 때문이다. 김녕 쪽 돌담이 특히 성긴 모양새다. 한데 이 비워진 공간이 바람을 찢는 역할을 한다. 돌담이 효과적인 바람막이가 될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비움 덕이다. 기능뿐 아니라 모양도 빼어나다. 들녘을 휘휘 돌아가는 밭담 덕에 어지간한 관광지 뺨칠 만큼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김녕밭담길’ 초입에 주민들이 진(긴)빌레정을 세워뒀다. 정자에 오르면 ‘흑룡만리’ 밭담을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다. 강 강사는 “제주 안에서도 밭담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월정밭담길’ 구간은 산담을 관찰하기 적당하다. 산담은 무덤 주위에 둘러친 돌담이다. 망자의 집을 지키는 울타리인 셈. 신이 드나드는 ‘시문’과 무덤을 지키는 동자석도 이채롭다. 월정밭담길 아래는 저 유명한 용천동굴 호수와 당처물동굴이다. 하지만 출입은 불가다. 안내판에 새겨진 사진을 보며 발 아래 펼쳐져 있을 비경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반환점은 월정리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핫’(hot)한 제주 여행지로 꼽힌다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바당빌레길’이 펼쳐진다. 용암이 빚은 언덕 ‘투물러스’, 1270년 삼별초를 막기 위해 조간대에 쌓은 현무암 장벽 ‘환해장성’ 등 볼거리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덩개해안은 바다에 펼쳐진 빌레가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 제주 5대산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에 잠긴 두럭산이 이 해안에 있다. 두럭산은 1년에 딱 한 번, 음력 3월 보름에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제주공항에서 일주동로를 따라 가다 김녕사거리에서 좌회전, 곧이어 만나는 마을길에서 우회전하면 왼쪽에 김녕어울림센터가 있다. →잘 곳 지오하우스 1호, 2호점이 25일 길 열림 행사 당일 문을 열 예정이다. 김녕과 월정 지역의 지질 구조와 문화 등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와 소품 등으로 장식한 소규모 숙박시설이다. 김녕어울림센터에도 소규모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다. →맛집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한 지오푸드(Geo-Food)도 첫선을 보인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미냉국’과 ‘톳주먹밥’, 돼지고기 삶은 물에 모자반과 조를 넣어 끓인 ‘몸죽’ 등을 맛볼 수 있다. 김녕리 부녀회 등에서 만든 양파즙, 우미, 한천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 [재계 인맥 대해부 (1부)신흥기업 대교] 셔틀콕 효도 유명…세계최강 이끈 한국 배드민턴 ‘대부’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서 강영중(65) 대교그룹 회장 이야기를 뺄 수 없을 정도로 강 회장은 배드민턴계의 대부(代父)다. 한국이 배드민턴 강국이 된 데는 강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강 회장은 배드민턴을 치는 이유로 30분만 배우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 회장은 고교 1학년 때 체육선생님 두 명이 배드민턴을 하는 것을 보다가 얼떨결에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취미를 붙인 것은 1974년 강 회장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부터였다. 남편을 잃고 기력이 약해지던 어머니를 위해 강 회장은 당시 살던 집 앞에 조그만 공터를 샀고, 어머니는 직접 호미로 땅을 골라 배드민턴장을 꾸몄다. 덕분에 모자는 매일 아침 그곳에서 배드민턴을 쳤고 어머니 김씨의 건강도 좋아지게 됐다. 이런 인연으로 방 회장은 1997년 ‘눈높이 여자 배드민턴단’을 창단하게 된다. 눈높이 여자 배드민턴단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방수현 선수,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라경민 선수 등을 배출했다. 강 회장은 2003년 대한배드민턴협회장에 취임했고 2005년 5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에 올랐다. 당시 한국인으로서는 4번째 국제경기단체 회장이 됐다. 강 회장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BWF 회장으로서 BWF의 재무 및 수익 구조 개선 등을 이룬 바 있다. 그는 지난 5월 BWF 종신 명예부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절제된 면의 분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절제된 면의 분할

    시커멓게 변색된 손가락 마디마디에 두드러진 굳은살. 인도 어느 구도자의 맨발인 듯, 산골 처녀의 민낯인 듯 화폭 속 긴장감 넘치는 선의 흔적과는 또 다르게 마냥 둔탁해 보인다. 손가락 자체가 작품의 진정성을 대변한다. 자연 풍광을 추상적으로 그려 내는 박영남(65) 국민대 회화과 교수는 캔버스와 팔레트를 구분 짓지 않는다. 붓을 쥐지도 않는다. 그림물감을 짜내 섞기 위한 팔레트 없이 곧바로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부은 뒤 붓 대신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그림을 그려 나간다. 물감은 금세 굳어 버리기 때문에 작업은 빠른 속도로 이어진다. 순간의 직관으로 그리기에 군더더기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절제된 면의 분할이 화폭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1981년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팔아 떠난 미국 유학길은 늘 가난에 쪼들린 삶이었죠. 집값이 폭등하기 전이라 근근이 학비를 내고 생활을 이어 갈 정도였어요. 물감과 캔버스를 넉넉하게 살 돈이 없어 아끼고 또 아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작업하게 됐죠.”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하던 작가는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5000달러를 가지고 미술용품 가게로 달려가 물감을 잔뜩 쓸어 담았다. 집으로 돌아와 물감을 마음껏 손에 쥐고 문지르던 순간의 쾌감은 이후 30년간 계속된 손가락 작업의 단초가 됐다. 1984년 귀국 이후 심상을 색채의 대비 효과와 빛의 깊이에 담은 서정적 추상회화의 영역을 본격적으로 개척해 갔다. 작가는 자연조명 아래에서 작업하기를 고집한다. 중요한 이미지로 차용해 온 흑과 백의 색채는 인공적인 형광등 불빛보다 자연광 아래에서 더욱 빛나기 때문이다. 물감을 여러 겹으로 덧칠한 색색의 단층은 달빛을 머금은 듯 몽환적 정서를 선사한다. 그는 14번째 개인전을 다음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선 1990년 시작된 ‘자기 복제’(Self Replica) 연작인 ‘블랙 앤 화이트’를 비롯해 10호 크기의 캔버스에 그린 채색 작업 100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빅 애플’ 등을 선보인다. 작가는 물감이 마르는 속도를 조율하면서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아 간다. “물감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과정입니다. 색채를 선으로 나누며 화면을 분할하는 그리드(grid)는 작업의 또 다른 축이죠. 미술계 7년 후배인 오치균 작가 역시 손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추상이 아닌 구상이란 점에서 관람객이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한 면이 있죠.” 작가는 자신의 그림들을 놓고 “내 작품을 복제했다”고 설명했다. 한 작품에서 다음 작품이 진화돼 나온다는 뜻이다. 그래서 작품들은 일렬로 혹은 직사각형 형태로 재배치됐다. 이번 개인전에선 1995년 오스트리아 수도원 공방에서 체류하며 배운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활용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한강교량 대부분 노후… 체계적 대비 필요”

    “한강교량 대부분 노후… 체계적 대비 필요”

    서울시가 붕괴 사고 20년을 앞둔 성수대교의 안전점검 현장을 15일 공개했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쯤 10번과 11번 교각 사이의 상판 48m 구간이 무너지면서 사망 32명, 중상 17명을 기록한 전형적인 인재로 꼽히는 사고다. 성수대교는 1997년 복구돼 43.2t까지 통과할 수 있는 1등교로 개선됐다. 2004년엔 8차로로 확장돼 하루에 차량 9만 7000대가 통행하고 있다. 이날 현장점검에 나선 시 관계자는 “사고 이후 낙교 방지턱과 온라인 실시간 감지장비를 갖춰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교 방지턱은 교량 상판이 붕괴하더라도 한강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게 한 번 더 잡아 주는 안전장치다. 온라인 감시 시스템은 교량의 진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다리의 손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2011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성수대교는 안전성평가 A등급, 상태평가 B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부분의 교량이 1980년대 집중적으로 지어지면서 시설물의 노후화도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다. 올해 교량과 지하도 등의 점검·보수비용으로 잡힌 시 예산은 1900억원에 이른다. 내년에는 24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더러는 10년 안에 시설 유지·보수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 관계자는 “1980년대에 지어진 교량이 상당수인데 건설 후 30년쯤 지나면 관리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가 직접 관리하는 교량은 543개, 자치구가 관리하는 다리는 538개에 이른다. 문제는 인프라 노후에 대비한 예방 시스템과 재원 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재난관리기금 명목으로 예산의 1%를 적립하고 있지만 사전 방지와는 맞지 않다. 이미 터진 사고의 뒤처리에 해당해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는 뼈아픈 경고가 담겼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지하구간·지상구간·교량 등을 구분해 시설 노후화에 대해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이를 위한 별도의 기금 마련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시와 연극은 한 몸… 둘 사이 멀어진 거리 회복시키겠다

    시와 연극은 한 몸… 둘 사이 멀어진 거리 회복시키겠다

    시와 극이 한 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등 그리스 고대 비극의 3대 시인부터 셰익스피어에 이르기까지, 시는 곧 극이었고 시인은 곧 극작가였다. 근대 이후 영화, 드라마 등의 서사가 압도하면서 문학의 뿌리인 시와 극의 결합, 시극은 대중에게 외면당했다. 하지만 인기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 ‘피의 결혼식’ 모두 시극이 원형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여기에 “시와 극의 멀어진 거리를 회복하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한국 문학의 축복이자 저주’, ‘한국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시집’이라는 문단의 찬사를 받은 시인이자 지난 10여년간 연극, 오페라 등의 무대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극작가로 활약해온 ‘전방위 문화인’ 김경주(38)다. 그가 지난 10여년간의 극작 작업을 묶은 책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문학동네)를 내놨다. 대학로 실험연극의 메카로 통하는 연극동인 ‘혜화동 1번지’에서 2006년 초연 이후 최근까지 다섯 차례 이상 공연된 작품이다. 12월에는 ‘나비잠’(호미)과 ‘블랙박스’(안그라픽스)도 종이책의 옷을 입고 나온다. 해외 공연도 준비 중이다. 일본어 번역본을 함께 실은 ‘늑대는’은 일본에서, ‘나비잠’은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영어판으로 출간하면서 내년 하반기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다. “책 출간보다 공연을 먼저 했던 건 무대, 공간의 언어로 시가 어떻게 닿는지 보고 싶어서였어요. 유럽에서는 희곡을 빼놓으면 문학사가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문학의 중요한 정수예요. 그런데 우리는 신춘문예에서는 물론이고 주요 문학 출판사에서 최근 20~30년간 희곡을 출간한 적이 없을 정도로 서자 취급을 받고 있거든요. 희곡이 단지 무대에 올리는 대본이 아니라 읽는 문학으로서도 가치가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죠.” 출발은 험난했다. ‘늑대는’은 20대 중반부터 신춘문예에 내왔지만 최종심에서 줄곧 미끄러졌다. 보다 못한 한 심사위원이 그에게 “신춘문예용이 아니니 그만 보내라. 대학로에서 바로 작업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연락해 왔다. 하지만 대학로를 기웃거리며 연출가를 만나 희곡을 내밀어도 보고 극단 사무실 앞에 놔두고도 왔지만 선뜻 손내미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 2003년 희곡과 함께 보낸 시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덜컥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게 됐다. 시와 희곡 모두에 애정을 품게 된 건 대학 시절부터였다. 극단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를 공부하게 됐다는 그는 상업 공연이 판을 치는 대학로에서 ‘시적 울림이 있는 연극을 올리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 2000년부터 낭독 모임 ‘펭귄라임클럽’을 통해 시 낭독 문화를 뿌려온 것도, 2007년부터 자신의 스튜디오 ‘플라잉 에어포트’에서 시극 실험 운동을 펴온 것도 그 밑거름이었다. “시가 살려면 소리라는 피부를 입고 나와야 해요. 그런데 시인들이 시 낭독을 하면서 뻘쭘해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자기가 쓴 시를 저렇게 멋없게, 자신없게 읽나’ 하는 생각이 치받아왔죠. 제도권 교육 때문에 묵독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시를 향유하는 문화를 잃어버린 거예요. ‘소리내어 읽는 언어의 질감을 살려야겠다’, ‘무대에 올려 새로운 낭독의 언어를 가져야겠다’ 싶어 낭독·시극 운동을 시작했는데 ‘왜 돈 안 되는 짓을 하냐’는 질타도 많이 받았죠(웃음).” 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시적 메아리를 계속 전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지 오래다. “시를 열심히 쓰는데 독자들이 안 읽는다고 독자 탓을 할 수는 없잖아요. 힘들게 썼으면 광장에서 읽기라도 해야죠. 시와 연극은 모성의 언어로 고백하는 문학 장르입니다. 태담, 기도와 닮은꼴이죠. 이제 시적 언어로 고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에서 멸종된 시극이 한국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 아닐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