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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조작 비일비재” 의혹…軍 “진위 확인 방침”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조작 비일비재” 의혹…軍 “진위 확인 방침”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실적을 부풀리거나 신원 확인 없이 마구잡이로 국군 유해로 판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이 진위 확인에 나섰다. 27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따르면 최근 국유단이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실적을 늘리기 위해 전사자 유해를 조작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육대전은 전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복수의 제보자가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해왔고, 이 주장을 입증할 여러 증언도 입수했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유품 확보해놨다가 다른 곳 유해 주변에 뿌려”육대전이 소개한 제보자는 “강원도 전방의 육군 A사단 지역에서 유해 발굴 현장에선 아무 데나 호미질만 해도 M1소총 탄피 같은 아군 유품이 쉽게 발견되는데, 여기저기서 채취한 유품을 유해가 발굴되면 그 근처에 흩뿌려 마치 국군 전사자 유해처럼 속인다”면서 “한번은 발굴한 유해에 아군 유품을 뿌렸다가 조금 더 땅을 파보니 염이 되어 있는 것(전사자가 아닌 장례를 치른 시신)을 확인해 전사자 판정을 중단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육대전은 “유해 주변에 다른 곳에서 채취한 국군 유품을 뿌려 국군 전사자 판정을 했는데 만일 이 유해가 북한군이나 중공군의 것이었다면 어찌 되겠느냐”며 “국유단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대단한 실적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국방부가 유해를 조작해가며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굴한 치아 챙겨놨다가 나중에 실적 위해 내놓기도”또 다른 제보는 “육군 모 부대 지역에서는 경남 마산에서 채취한 유품을 챙겨놨다가 경북 칠곡 유해 발굴 현장에 뿌려서 처리하기도 했다”면서 이는 확실히 목격한 것이며 다른 곳에서도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이같은 조작 행위가 “군단이나 사단 소속 발굴팀장의 소행”이라면서 “국방부도 알면서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육대전은 그 외에도 ‘경기도와 강원도에 걸쳐 있는 육군 B사단에서는 유해 발굴팀 관계자가 무단 굴토로 발굴한 치아를 몰래 챙겨뒀다’는 제보를 소개하며 “치아도 유해 1구로 인정되기 때문에 실적이 필요할 때 타이밍을 맞춰 유해를 발굴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B사단 발굴팀장은 당시 넓적다리뼈로 보이는 유해를 식별했고, 같은 사면에서 발견한 치아 한 점을 식별해 (따로) 챙겨둔 것”이라며 “몇 주 뒤 그 지역에서 전면발굴이 시작됐지만, 발굴팀장은 기존에 찾은 넓적다리뼈 발굴 위치를 잊어버려 결국 해당 유해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발굴팀장은 해당 지역에서 유해가 나오지 않아 실적을 걱정하던 중 기존에 챙겨놨던 치아를 새롭게 찾은 것처럼 연기를 했다”면서 “심증만 있었지만 이후에 발굴팀장으로부터 ‘최후의 보루로 갖고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실적쌓기용 유해 나누기 추측이) 확실해졌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육군 B사단 발굴팀장은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사단 발굴팀을 대동해 탐사를 했다”고도 전했다. 현재 유해 발굴은 국유단 없이는 발굴이 금지돼 있는데 이를 어기고 무단으로 굴토를 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감사 통해 진위 파악…유품 하나만으로 국적 판정 안해” 국방부에 따르면 2000년 4월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난해 말까지 총 1만 2000여구의 유해가 발굴됐고,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총 166명이다. 육대전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발견된 1만 2592구의 유해 중 허수는 얼마나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감사를 통해 진위를 확인, 위반사항이 식별되면 법규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유해의 국적 판정은 단순히 유품 하나만으로 판정하는 게 아니라 전쟁사와 제보분석, 유해와 유품의 상관관계 등을 통해 결정한다”며 “유해는 유전자 검사 등 과학적 분석을 통해 신원확인이 가능한 유골을 한 구의 유해로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 [길섶에서] 대법관의 정원/임병선 논설위원

    10년째 가꾸는 정원이라는데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입장권 팔려고 꾸미는 꽃밭이 아니란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큰 병과 싸우는 아버지가 아내, 두 딸과 함께 “시간을 이겨내려” 비지땀을 쏟는 곳이었다. 그 아버지는 지난 11일 새벽 세상을 떠난 이홍훈 전 대법관이다. 평생 칼과 저울을 들어 정의를 재단했던 그가 호미와 삽을 들고 꽃과 풀을 매만졌다. 진보 성향의 판결로 유명했던 그가 ‘법조의 재야’로 사회를 조금 더 낫게 만드는 일보다 고향인 전북 고창에 정원을 꾸며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 것이 조금은 놀랍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싶었다. 그러다 그는 큰 병을 얻었고, 희귀병과 싸우는 딸과 함께 꽃 돌보는 일에 빠졌다. 하루를 인생의 전부라 여기며 살았다. 그 정원의 꽃들을 사계절의 모습과 함께 엿본 것은 지난 식목일 다음날 한 지상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큰딸과 작은딸이 아버지의 등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 세상 어느 부부보다 살가워 보이는 부부, 나직하고 정감 넘치는 그의 목소리에 먹먹했다. 그 프로그램 말미에 ‘그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자막이 떠 응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비보를 들을 줄 몰랐다. 안타깝다.
  • [전시]서울갤러리 추천 7월 첫째 주말 전시

    [전시]서울갤러리 추천 7월 첫째 주말 전시

    바쁜 일상 속 여유 찾기! 서울신문의 미술 전문 플랫폼인 ‘서울갤러리’가 주말에 보러가기 좋은 전시를 추천한다. ‘김진남 개인전 : 리플렉션 앤 프로젝션’이 서울신문·서울갤러리에서, ‘최지인 개인전 : 행복을 주는 그림’이 종로구 갤러리41에서 열린다. ‘박별 개인전 : 터치 앤 눈치’가 갤러리 아미디에서, ‘김주희 초대전 : 도시인상’이 스페이스 엄에서,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되는가Ⅱ 展’이 갤러리나우에서 개최된다. 전국 각지에서도 좋은 전시회가 많이 개최된다. 강병섭, 안명현, 이경현, 조숙연 등 청년 작가들이 참여한 ‘의왕시청 청년작가 초대전’이 의왕시청에서, ‘정관호 제17회 초대개인전’이 대구 1997빠리에서, ‘이일청 개인전 : 블루 앤 블루’가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열린다. ‘이강소 : 몽유’전이 갤러리현대에서,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염원을 가득 담은 무색투명한 왕의 유리 사리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국립춘천박물관 2021 특별전 ‘오색영롱-유리, 빛깔을 벗고 투명을 입다’가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고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카이토 이츠키 기획초대전 : 야수들의 계급’이 갤러리밈에서, 김혜정, 송주형, 엄아롱, 윤정미, 장용선 등 다섯 작가의 ‘도시의 불빛 저편에’전이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정아트센터 기획전시 ‘머무는 곳, 떠나는 곳’전이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된다. 본 전시는 작가 발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후원하는 취지로 열리게 됐다. 강병섭, 김누리 김승택 3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보다 자세하고 더 많은 전시 소식은 ‘서울갤러리’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임시 휴관 혹은 예약제로 운영하는 전시장이 다수 있으니 방문하기 전 전시장 운영정보를 꼭 한번 확인하기 바란다.
  • [나우뉴스] 중국서 14만년 전 신종 고대 인류 발견…얼굴 복원해보니

    [나우뉴스] 중국서 14만년 전 신종 고대 인류 발견…얼굴 복원해보니

    중국에서 14만 6000년 전 살았던 고대 인류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공개됐다. 중국과학원 고인류학 연구진에 따르면 연구에 이용된 유골 화석은 14만 6000년 전 중국 북동부에 살았던 50대 남성의 것으로 추정된다. 두개골의 눈 위쪽 뼈가 두껍고, 눈이 움푹 들어갔으며, 전체적으로 둥근 코와 현대 인류와 유사한 크기의 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특징이다.이 고대 인류가 살았던 시기는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해 멸종된 인간의 조상 종족(호미닌)이 아시아와 유럽에 이미 퍼져 있을 때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고대 종족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를 새로운 종(種)의 고대 인류라고 결론 내렸다. 해당 유골 화석은 ‘검은 용’이라는 뜻의 헤이룽(黑龍) 지명을 본 따 ‘호모 룽기’(Dragon Man)라고 명명됐으며, 현대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연구한 두개골에는 원시인과 현대 인류의 특징이 섞여있었다. 이런 특징의 결합은 유일무이하다”라며 “이 화석이 현대 인류의 자매종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두개골의 해부학적 특징 600여가지를 조사한 결과, 호모 롱기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보다는 호모 사피엔스에 더욱 가까운 종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어떤 동물을 사냥하고 무엇을 섭취했는지 등의 세부적인 정보는 파악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구체적인 추가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는 두개골의 발견 장소를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두개골이 발견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88년 전인 1933년이다. 당시 현지의 한 농부가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에서 쑹화강을 잇는 다리 건설에 투입 돼 땅을 파던 중 해당 두개골 화석을 발견한 것. 농부는 이 두개골 화석을 자신의 가보로 삼겠다고 결심한 뒤 버려진 옛 우물에 화석을 숨겼다. 이후 80년이 넘도록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85년이 흐른 2018년, 농부는 임종을 앞두고 손자들에게 ‘두개골의 진실’을 털어놓았고, 이후 손자들은 할아버지가 말한 옛 우물에서 두개골을 파낸 뒤 이를 베이징의 한 대학에 기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두개골이 발견된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는 점과 두개골에서 발견된 특징 등을 이유로 새 고대 인류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더 이노베이션’ 최신호(25일자)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중국서 14만년 전 신종 고대 인류 발견…얼굴 복원해보니

    [핵잼 사이언스] 중국서 14만년 전 신종 고대 인류 발견…얼굴 복원해보니

    중국에서 14만 6000년 전 살았던 고대 인류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공개됐다. 중국과학원 고인류학 연구진에 따르면 연구에 이용된 유골 화석은 14만 6000년 전 중국 북동부에 살았던 50대 남성의 것으로 추정된다. 두개골의 눈 위쪽 뼈가 두껍고, 눈이 움푹 들어갔으며, 전체적으로 둥근 코와 현대 인류와 유사한 크기의 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특징이다.이 고대 인류가 살았던 시기는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해 멸종된 인간의 조상 종족(호미닌)이 아시아와 유럽에 이미 퍼져 있을 때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고대 종족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를 새로운 종(種)의 고대 인류라고 결론 내렸다. 해당 유골 화석은 ‘검은 용’이라는 뜻의 헤이룽(黑龍) 지명을 본 따 ‘호모 룽기’(Dragon Man)라고 명명됐으며, 현대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연구한 두개골에는 원시인과 현대 인류의 특징이 섞여있었다. 이런 특징의 결합은 유일무이하다”라며 “이 화석이 현대 인류의 자매종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두개골의 해부학적 특징 600여가지를 조사한 결과, 호모 롱기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보다는 호모 사피엔스에 더욱 가까운 종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어떤 동물을 사냥하고 무엇을 섭취했는지 등의 세부적인 정보는 파악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구체적인 추가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 하나는 두개골의 발견 장소를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두개골이 발견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88년 전인 1933년이다. 당시 현지의 한 농부가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에서 쑹화강을 잇는 다리 건설에 투입 돼 땅을 파던 중 해당 두개골 화석을 발견한 것. 농부는 이 두개골 화석을 자신의 가보로 삼겠다고 결심한 뒤 버려진 옛 우물에 화석을 숨겼다. 이후 80년이 넘도록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85년이 흐른 2018년, 농부는 임종을 앞두고 손자들에게 ‘두개골의 진실’을 털어놓았고, 이후 손자들은 할아버지가 말한 옛 우물에서 두개골을 파낸 뒤 이를 베이징의 한 대학에 기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두개골이 발견된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는 점과 두개골에서 발견된 특징 등을 이유로 새 고대 인류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더 이노베이션’ 최신호(25일자)에 실렸다.
  • [포토] ‘수상오토바이, 달려!’

    [포토] ‘수상오토바이, 달려!’

    2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 형산강에서 전국 수상오토바이 동호인 약 200명이 130여대에 나눠 타고 포항 일대 해변을 둘러보기 위한 ‘2021 포항 영일만 연합투어’를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수상오토바이로 영일대해수욕장을 비롯해 영일만신항, 호미곶 등 포항 명소를 둘러봤다. 2021.6.27 연합뉴스
  • 전통 농업유산 스토리텔러… “잊혀져 가는 마을에 색을 입히죠”

    전통 농업유산 스토리텔러… “잊혀져 가는 마을에 색을 입히죠”

    “무덤 속 문화재는 언제라도 발굴하면 되지만 농촌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전통 지식은 지금이 발굴해 기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예요.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전통 지식 또한 없어집니다.” 농촌진흥청(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자원과 정명철 농업연구사는 마을을 다니며 전통 농업유산을 발굴하는 이야기꾼이다. 마을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특색 있는 마을 문화를 찾아 보전하고 선조들이 대를 이어 전승해 온 농업문화와 토지이용 방법을 기록한다. 울릉도 밭농업, 경북 의성 전통수리농업, 경남 고성 해안지역 둠벙관개시스템, 전북 완주 생강 전통농업 등이 정 연구사의 손을 거쳐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인사혁신처 도움으로 15일 서울신문과 만난 정 연구사는 “연구 현장이 농촌이고, 사람과 만난다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정 연구사가 처음 인연을 맺은 마을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마을이다. 60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을 6개월간 수시로 찾아 집집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마을에는 농바우라는 바위가 있어요. 기계로 깎아 놓은 듯 네모반듯해 농바우라고 부르는데, 가뭄이 들면 마을 주민들이 이 바위에 동아줄을 걸쳐 잡아당기는 ‘농바우끄시기’를 해요. 여자들만 참여하는 기우제로 남자들은 근처에도 못 갑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을 여자들이 옷을 다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채 계곡에 들어가 소쿠리로 물을 끼얹으며 날궂이를 합니다. 이 요상한 꼴을 보다 못한 하늘이 노해 비를 내려준다는 거예요.”마을 어르신들을 통해 전해지던 평촌마을만의 특이한 기우제는 정 연구사의 손을 거쳐 충남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됐다. 여기에 평촌마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각종 농촌체험을 더해 민속체험 프로그램도 탄생했다. 그는 민속문화 발굴 작업을 “마을에 색을 입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주민들과 몇날 며칠 이야기하다 보면 옛날 노래도 쑥쑥 뽑아낸다. “6개월 정도 마을을 다니면 주민들과 매우 친해져요. 저한테 별 이야기를 다 하시거든요. 제가 ‘겨울 농한기 때는 뭐하세요’라고 물었더니 마을 어머님들이 ‘물장구를 쳤지’라고 하시더라고요. 항아리 뚜껑에 물을 채우고 박을 뒤집어엎어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장단이 아주 기가 막혀요. 이걸 7~8명이 함께 하는 공연 프로그램으로 만들자고 했지요. 공연 때 마을 주민들이 나와 덩실덩실 춤을 췄어요. 잊히고 사라진 것들을 되돌리니 흥겹기도 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정 연구사의 책상에는 이 마을 주민들이 준 감사패가 놓여 있다. 미사여구 없이 ‘고마워요!’라고 적힌 이 순박한 감사패를 그는 애지중지한다. 정 연구사는 “마을의 민속 자원과 이야기를 발굴하고 잘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문화 콘텐츠까지 만드는 작업이 스토리텔링의 완성”이라고 설명했다. 농업 유산을 발굴할 때도 그는 항상 스토리를 입힌다. 사람이 만든 문화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넣지 않으면 그 맛을 온전히 살리지 못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울릉도 화산섬 밭농업을 발굴할 때도 그는 울릉도를 수차례 오가며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울릉도는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섬이다.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척박한 자연환경에 도전하며 농사를 지어야 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험준한 산간 지형에 맞춘 경사지 농업이었다. 경사지의 최고 기울기가 63도에 이른다.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곳에서 부지깽이 등 나물 농사를 지어요. ‘이렇게 높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으세요’라고 물었더니, 할머니 한 분이 ‘우리는 하나도 안 힘들어. 허리 굽힐 일 없이 서서 호미질을 할 수 있거든’ 하셨어요. 예전에는 산꼭대기 나무에 쇠줄을 걸어 암벽등반 하듯 밭을 올랐다고 해요. 지금은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어요.” 경사가 높으면 물이 고이지 않고 양분도 바로 흘러내리는데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 정 연구사는 조사를 마치고 배를 타러 포구로 나오다가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뱃고동은 울리는데 해무가 잔뜩 끼어 몇 걸음 앞에 있는 배조차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 해무가 정오까지 섬을 휘감고 경사지 밭에 수분을 공급해 주고 있었어요. 양분은 울릉도 칡소를 활용해요. 훌쩍 자라 질긴 나물을 소에게 먹이고, 소의 분뇨를 퇴비로 씁니다. 퇴비는 산나물을 다시 건강하게 키워 줍니다. 이걸 경축순환농법이라고 해요. 자원을 하나도 남김없이 투여하는 농업이죠.”2018년 의성전통수리농업을 발굴한 과정도 흥미롭다. 학회에서 만난 한 교수로부터 ‘경북 의성군 금성산에 오르니 아랫마을 평야지역에 못이 드글드글하더라’는 얘기를 듣고 의성으로 차를 몰았다. 정말 금성산 일대 평야지역에만 둑을 쌓아 물을 가둔 1500여개의 못이 있었다. 특히 못마다 태조실록에 기록된 전통 배수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수통에서 못종을 뽑으면 못물이 일시에 배수돼 마늘밭을 논으로 바꿔 놓아요. 6월 중순쯤 마늘 수확이 끝나면 물을 채워 벼농사를 짓는 거죠. 마늘 재배 후 벼를 이모작하려면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필요한데, 이때 못 수문을 열어 마른 한전(旱田)을 일시에 수전(水田)으로 바꿔요. 우린 이를 ‘한전 수전 극적 전환 시스템’이라고 불렀어요.” 농업은 갈수록 첨단화되는데, 이런 농업유산 발굴이 왜 필요할까. 정 연구사는 “조상의 지혜를 보전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작업이지만, 국가농업유산에 콘텐츠를 결합시켜 특색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면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유산이나 마을 전통 자원을 발굴하려면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하고 주민들을 만나야 해요. 생생한 기록들이 주민들 입을 통해 나오는 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마을을 다니지 못하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70대만 해도 책이나 매체를 보고 배운 학습된 지식을 갖고 있어요. 80대 정도는 돼야 옛날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노인이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지요. 이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더 많은 기록을 남기려면 서둘러야 해요.” 그는 전통 지식을 연구하는 농업연구사의 자질로 ‘관심’을 꼽았다. “농업연구사는 연구직이니 우선 학문적인 자질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에요. 어른신들의 한평생 지식을 끌어내려면 열정도 필요해요. 자칫 사라질 뻔한 전통유산, 농업유산을 붙잡아 동영상 등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곧 살아 있는 문화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포토] 김정숙 여사, 韓 명품농기구 ‘호미’ 선물

    [포토] 김정숙 여사, 韓 명품농기구 ‘호미’ 선물

    문재인 대통령과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중인 김정숙 여사가 도리스 슈미다우어 영부인과 14일(현지시간) 빈 대학 식물원을 방문, 한국의 호미를 설명하고 있다. 2021.6.15 연합뉴스
  • 겹겹이 감싸안듯… 화폭에 담아낸 제주

    겹겹이 감싸안듯… 화폭에 담아낸 제주

    관람객 1만 8000여명. 전시 도록과 포스터는 찍는 족족 품절됐다. 지난해 5월 중순부터 두 달 남짓 금호미술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했던 미술계에 예기치 않은 돌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한국화가 김보희.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하다 이화여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해인 2017년 제주에 정착한 작가가 다채로운 색감과 섬세한 세필로 화폭에 옮긴 그곳의 자연 풍광은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국내 현역 작가 개인전으로는 보기 드문 흥행 기록을 세운 그가 이번엔 비영리 예술창작지원단체 캔파운데이션과 손잡고 신진 작가 후원을 위한 특별한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서 오는 7월 3일까지 펼치는 개인전 ‘TOWARDS’(투워즈)에서 대표작인 바다 풍경 시리즈 신작 5점과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수묵 작품 등 16점을 선보인다. 김보희는 캔버스와 한지, 분채와 아크릴 등을 혼용해 작업한다. 분채와 아교, 물을 섞어서 한 겹 한 겹 색을 먹이고, 말리는 과정을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동양화 붓으로 세심하게 덧칠한 화면에서 남다른 깊이감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문 그의 작업은 현대적 풍경 회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채색 수묵 연작 ‘In between’(인 비트윈)은 큐브 형태의 캔버스 각 면에 바다와 섬을 그린 입체 작품들이다. 십수년 전 남해를 여행할 때 물안개 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한없이 외로워 보여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가로 5m가 넘는 대형 신작 ‘Towards’(그림)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무성한 식물들 사이에 다소곳이 핀 보라색 꽃이 싱그러운 이 모습은 실제 작가의 제주집 테라스에서 바라본 정원 풍경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가 사랑하는 제주 하늘과 바다, 숲과 나무를 관람객들도 같이 좋아해 주니 참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캔파운데이션의 김성희(홍익대 교수) 상임이사는 작가의 친동생이다. 언니처럼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나온 그는 대안공간 사루비아다방을 여는 등 현장에서 활동해 오다 2008년 작가 발굴 및 지원, 레지던시 사업을 펼치는 캔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김 이사는 “부족한 예산 확보를 위해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웃었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신진 작가 후원과 교육 사업에 쓸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제주 하늘과 바다가 전하는 위로, 김보희 개인전 ‘TOWARDS‘

    제주 하늘과 바다가 전하는 위로, 김보희 개인전 ‘TOWARDS‘

    관람객 1만 8000여명. 전시 도록과 포스터는 찍는 족족 품절됐다. 지난해 5월 중순부터 두 달 남짓 금호미술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했던 미술계에 예기치 않은 돌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한국화가 김보희.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하다 이화여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해인 2017년 제주에 정착한 작가가 다채로운 색감과 섬세한 세필로 화폭에 옮긴 그곳의 자연 풍광은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다. 국내 현역 작가 개인전으로는 보기 드문 흥행 기록을 세운 그가 이번엔 비영리 예술창작지원단체 캔파운데이션과 손잡고 신진 작가 후원을 위한 특별한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스페이스 캔’과 ‘오래된 집’에서 오는 7월 3일까지 펼치는 개인전 ‘TOWARDS’(투워즈)에서 대표작인 바다 풍경 시리즈 신작 5점과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수묵 작품 등 16점을 선보인다.김보희는 캔버스와 한지, 분채와 아크릴 등을 혼용해 작업한다. 분채와 아교, 물을 섞어서 한 겹 한 겹 색을 먹이고, 말리는 과정을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동양화 붓으로 세심하게 덧칠한 화면에서 남다른 깊이감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문 그의 작업은 현대적 풍경 회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채색 수묵 연작 ‘In between’(인 비트윈)은 큐브 형태의 캔버스 각 면에 바다와 섬을 그린 입체 작품들이다. 십수년 전 남해를 여행할 때 물안개 낀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한없이 외로워 보여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가로 5m가 넘는 대형 신작 ‘Towards’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무성한 식물들 사이에 다소곳이 핀 보라색 꽃이 싱그러운 이 모습은 실제 작가의 제주집 테라스에서 바라본 정원 풍경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가 사랑하는 제주 하늘과 바다, 숲과 나무를 관람객들도 같이 좋아해 주니 참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전시를 기획한 캔파운데이션의 김성희(홍익대 교수) 상임이사는 작가의 친동생이다. 언니처럼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나온 그는 대안공간 사루비아다방을 여는 등 현장에서 활동해 오다 2008년 작가 발굴 및 지원, 레지던시 사업을 펼치는 캔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김 이사는 “부족한 예산 확보를 위해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웃었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신진 작가 후원과 교육 사업에 쓸 예정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펜 대신 호미로 농촌 살리는 농사꾼 장관님

    펜 대신 호미로 농촌 살리는 농사꾼 장관님

    퇴임식 다음날 40년 만에 귀향노모 모시고 사는 게 가장 큰 낙 ‘1234’ 슬로건 의미 바꿔서 실행 국회의원 출마 권유 뿌리치고무너진 농촌 살리기에만 전념달라진 고향 보며 공직 자괴감 귀촌까지 지원해야 농촌 살아나귀향 꿈꾸는 400만 베이비부머지방 소멸 해결해 줄 수도 있어 ‘삼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니/알고 지내던 사람은 어디로 떠나고 살던 집은 무너져 온 마을이 황량하네/ 청산은 말이 없고 봄날은 저무는데/어디서 두견새 우는 소리 아득히 들려오네.’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활약한 서산대사 휴정이 고향으로 돌아와 읊은 ‘환향’이란 한시다. 마음속에 간직했던 고향의 그리움을 물씬 드러내고 변해 버린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서 퇴임하자마자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귀향해 농사를 짓고 있는 이동필(66) 전 장관은 이 시를 즐겨 부른다. “2016년 9월 5일 퇴임식을 하고 바로 다음날 어머니가 계신 의성 단촌면으로 내려왔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마실을 다녔던 바로 그곳이죠. 공부를 하겠다며 집을 등진 게 1970년대 말이었으니 40년 만의 귀향이었습니다. ‘평소에도 퇴임하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터라 아내도 별로 반대하진 않았어요. 다만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꼭 이 저녁에 가야겠느냐’며 핀잔은 주더군요.” 지난 2일 의성에서 만난 이 전 장관은 머리에 하얀 서리가 잔뜩 내려 있었다. 장관 시절엔 염색을 하며 감췄던 흰머리지만 이제는 그냥 둔다. 5년 전엔 제법 덩치가 있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호리호리하단 표현이 어울린다. “한 14㎏ 정도 빠졌어요. 서울에 살 땐 매일 헬스장을 다녀도 그대로던 살이 여기 오니 6개월 만에 빠집디다.” 장관 시절 이 전 장관은 ‘이동필의 1234’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1)한 달에 (2)두 번 이상 현장을 찾아 (3)세 시간 이상 (4)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겠다’는 각오였다. 의성에도 ‘이동필의 1234’가 있다. 대신 의미는 ‘(1)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하루 (2)두어 차례 밭에 나가 일하고 (3)삼시세끼 노모와 함께 밥 먹고 (4)사람들이 찾아오면 말동무나 하겠다’로 바뀌었다. “가장 큰 낙이라…. 어머니랑 같이 사는 거죠.” 여든 아홉의 노모를 모시고 있는 이 전 장관은 마당에 ‘애일당’(愛日堂)이란 이름의 정자를 하나 지었다. 정자라기보단 오두막이다. ‘오늘을 사랑하자.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어머니와 행복하게 지내자’는 뜻에서 이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애일당 옆엔 ‘사원재’(思源齊)라는 이름의 작은 사랑채도 하나 있다. ‘사람의 도리를 생각하는’ 공간이다. 보통 새벽 3시쯤 일어난다는 이 전 장관은 만물이 잠을 청하는 시각 이곳에서 동서고금의 서적을 탐독한다. ●귀향 2년 후 농촌 살리기 자문관으로 농식품부는 김현수 현 장관까지 65명의 장관을 배출했다. 가장 재임 기간이 길었던 장관이 61대였던 이 전 장관이다. 2013년 3월부터 3년 6개월간 농정(農政)을 책임졌다. 퇴임 후 좀더 ‘빛이 나는’ 자리를 맡아 달라는 요구가 많았을 법하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지만 이 전 장관은 모두 뿌리쳤다. “서울에서 공부하기 위해 집을 떠나면서 아버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농민이 밤낮없이 일하는 데도 가난하게 사는 이유를 알아보고 돌아오겠다고요. 아버지는 오래전 작고하셨지만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퇴임 당시 탄핵 정국으로 정부가 혼란스러웠던 것도 귀향 결심을 굳힌 계기죠. 제가 몸담았던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제 스스로를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귀향한 지 2년 정도 지난 2019년 이 전 장관은 경북도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을 맡아 잊혀져 있던 그의 이름을 다시 알렸다. ‘장관→농부→5급 공무원(계약직)’으로 이어진 그의 행보는 화제를 낳기 충분했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삼고초려’를 했다, 이 전 장관이 ‘백의종군을 했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그런 근사한 스토리가 아니라며 손을 휘저었다. “일평생 꿈에 그리던 고향이 난개발로 일그러져 있고 양로원처럼 노인들만 남은 실정을 보면서 ‘나는 뭘 했나’라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런 찰나 우연히 지나가다 들른 이 지사가 ‘뭐든지 자문해 달라. 바꿔 보겠다’고 제안해 맡게 된 것뿐이에요. 자문관으로 활동하면서 토론회는 12번, 현장은 50번 정도 찾았네요. 농촌 재생과 지역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포럼을 운영한 게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입니다.” 40년 전과 지금 마을 모습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이 전 장관은 근처에 있는 학교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가 나온 단촌초등학교예요. 그땐 한 학년에 학생이 200명이 넘었죠. 지금은 전 학년을 통틀어 20여명 정도 된다더군요. 지난 40년간 사람이 이렇게 없어졌어요. 고향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이 전 장관 말처럼 1965년 21만명을 넘었던 의성 인구는 올 4월 말 기준 5만 1380명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인구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말엔 5만 1940명이었으니 8개월 새 560명 감소했다. 이 전 장관은 이러한 ‘지방 소멸’은 지역 젊은이들의 현지 정착과 결국 귀농·귀촌으로 풀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이 귀농 지원에만 집중돼 있어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귀농과 귀촌은 의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귀농은 농사를 짓는 게 주된 목적인 반면 귀촌은 농사가 아닌 전원 생활 등 다른 이유로 이주하는 걸 말한다. 귀농보다는 귀촌 인구가 월등히 많다. 2019년의 경우 귀농은 1만 1422가구, 1만 6181명에 그친 반면 귀촌은 31만 7660가구, 44만 4464명이었다. 이 전 장관은 “귀촌인은 사실상 제 발로 농촌을 찾아오는 사람들인데, 이들을 안착시키려는 정책적 노력이 미흡하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귀촌인 지원을 늘리고 세제 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책상서 못 느낀 농민 애환 직접 느껴 “중국 도연명의 한시 ‘귀원전거’(歸園田居·고향으로 돌아와 살다)에 이런 귀절이 있죠. ‘새장 속 새가 옛 숲을 그리워하고, 연못의 물고기가 놀던 웅덩이를 그리워한다.’ 지방 출신 베이비부머 400만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귀향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지방 소멸’은 해결됩니다.” 서울대와 미국 미주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전 장관은 젊은 시절 농가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30년 이상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업이 2·3차 산업과 융합해야 한다’고 일찌감치 강조했다. 지금이야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당시엔 신선한 접근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실학자’로 부르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을 이상으로 삼는다. 실학자 이 전 장관의 농사짓기는 어떨까. “말로만 하던 농사가 쉽지 않더군요. 이 마을에서 제가 제일 못 지을 겁니다.” 이 전 장관 얼굴에 살짝 미소가 지나갔다. “씨를 뿌리고 싹이 올라오는 걸 기다릴 때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려하고 보살피는 것 같아요. 농업이란 게 누군가를 먹여 살리는 것이잖아요.” 이 전 장관은 밭과 논을 합쳐 3000평 정도 땅에 농사를 짓고 있다. 콩을 심고 복숭아와 자두를 딴다. 정원수도 기르고 있다. “입학생이 없어 애를 태우는 초등학교, 승객 부족으로 해마다 줄어드는 대중교통, 전기요금을 아끼려 마을회관에 모여 지내는 노인들, 외식을 하거나 영화라도 보려면 인근 도시까지 나가야 하는 사람들…. 학자나 장관을 할 때는 알 수 없었던 농민들의 애환을 여기서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늙고 지친 농업·농촌의 절박한 현실을 보면서 제가 그동안 뭘 했는지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지방 소멸을 막고 농촌을 살리는 공부를 하는 현대판 ‘서당’이라도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저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 이게 남은 인생의 목표입니다.” 의성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이동필 前장관 프로필 ▲1955년 경북 의성 ▲영남대-서울대 대학원-미국 미주리대 대학원 ▲1994년 국무총리실 농업정책심의회 실무위원 ▲1998~2000년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상근 전문위원 ▲2006~12년 농림수산식품부 규제심사위원장 농촌희망찾기현장포럼 대표 ▲2010~11년 농촌희망찾기현장포럼 대표 ▲2011~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2013~16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민중미술운동 이끈 서양화가 손장섭 별세

    1세대 민중미술 작가 손장섭 씨가 1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중심이었던 ‘현실과 발언’의 창립 동인으로 참여했고 1985년 결성된 민족미술인협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1941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고인은 초기에는 주로 한국 현대사의 여러 장면을 소재로 역사화를 그렸다. 1990년대 이후에는 “자연은 민중의 삶이 펼쳐지고 역사가 배어있는 현장”이라며 자연 풍경을 그렸다. 민족미술상, 금호미술상, 이중섭미술상 등을 받았다. 3일 오전 일산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쳤다. 연합뉴스
  • 개불 씨 말리는 ‘빠라뽕’ 사용 금지

    개불 씨 말리는 ‘빠라뽕’ 사용 금지

    해양수산부는 불법 어구인 일명 ‘빠라뽕’(개불펌프)으로 개불을 잡는 행위를 본격적으로 단속한다고 28일 밝혔다. 빠라뽕은 자전거 공기주입기와 비슷한 파이프 형태로, 갯벌 구멍에 대고 손잡이를 당기면 압력에 의해 개불이 쉽게 빨려 나오는 도구다. 진공청소기처럼 구멍에 대고 당기면 꼼짝없이 잡히는 구조다. 최근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이 도구를 사용한 개불잡이가 성행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손쉽게 많은 양을 포획할 수 있어 개불 급감과 갯벌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그간 소규모 어업인에 대해 미리 신고만 하면 낫, 호미 등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 개불을 잡을 수 있도록 허용해 왔는데, 빠라뽕 사용은 법적 허용치를 넘어섰다고 판단해 본격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허가를 받은 어업인도 이 불법 어구를 사용하면 안 된다. 다음 달까지는 지도와 계도를 한 후 6월부터는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집중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적발된 어업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어업인이 아닌 관광객 등 일반인은 투망, 쪽대, 반두, 외줄낚시, 집게, 호미, 손 등 법적으로 허용된 도구와 수단만을 사용해 갯벌에서 수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오지의 일상이 詩였소… 동상면 사람들 꿈 담아낸 ‘동상이몽’

    오지의 일상이 詩였소… 동상면 사람들 꿈 담아낸 ‘동상이몽’

    영감 산자락에 묻은 지 수년 지나/백 살에 초승달 허리 이마 주름 뒤덮는데/왜 어찌 날 안 데려가요이, 제발 후딱 데려가소, 영감/ 올해 101세인 전북 완주군 동상면 주민 백성례 할머니가 일찍 떠나간 남편을 그리며 쓴 ‘영감 땡감’이라는 시는 주민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산세가 험해 전국 8대 오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완주군 동상면 주민들의 고된 삶과 구구절절한 사연이 한 권의 시집으로 탄생했다. 완주군은 7일 국내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시로 승화시킨 ‘주민채록 시집’인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동상이몽’은 동상면의 두 가지 꿈을 뜻한다. 첫 번째 꿈은 동상 100년 역사 찾기, 두 번째 꿈은 동상주민의 예술가 만들기다. 270쪽의 이 시집은 ‘호랭이 물어가네’, ‘다시 호미를 들다’ 등 6부로 구성됐다. 다섯 살배기 박채언 어린이부터 100세 어르신까지 말문을 연 이 시집은 주민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들어 낸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공무원 시인 박병윤 동상면장의 노력이 컸다. 박 면장은 동네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 시로 승화시켰다. 코로나19로 주민들이 외지인과 만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를 감안해 직접 나섰다. 완주군 소양면에 귀촌한 윤흥길(79) 작가도 편집을 돕고 서평을 써 시집의 품격을 높였다. 6개월 강행군으로 탈진해 두 번이나 병원 신세를 진 박 면장은 “가슴속 깊이 맺힌 어르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어느 시보다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면서 “시집의 주인공은 바로 동상면 주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성일 완주군수도 “시를 읽는 동안 아픔들이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아 울먹였다”며 “이제 동상면은 시인의 마을이 됐고 주민 모두가 살아온 삶이 시꽃으로 피어나 그 꽃향기가 오래도록 퍼져 나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14일 동상면 학동마을 여산재에서 열린다. 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홍시 먹고 톡톡 뱉은 사연 ‘시’가 됐다

    홍시 먹고 톡톡 뱉은 사연 ‘시’가 됐다

    영감 산자락에 묻은 지 수년 지나/백 살에 초승달 허리 이마 주름 뒤덮는데/왜 어찌 날 안 데려가요이, 제발 후딱 데려가소, 영감/ 올해 101세인 전북 완주군 동상면 주민 백성례 할머니가 일찍 떠나간 남편을 그리며 지은 ‘영감 땡감’이라는 제목의 시는 주민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산세가 험해 전국 8대 오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전북 완주군 동상면 주민들의 고된 삶과 구구절절한 사연이 한 권의 시집으로 탄생했다.전북 완주군이 국내 최초로 주민들의 이야기를 시로 승화시킨 ‘주민채록 시집’은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동상이몽’은 동상면의 두 가지 꿈을 뜻한다. 첫번째 꿈은 동상 100년 역사 찾기, 두번째 꿈은 동상주민 예술가 만들기다. 270쪽의 이 시집은 ‘호랭이 물어가네’, ‘다시 호미를 들다’ 등 6부로 구성됐다. 다섯 살배기 박채언 어린이부터 100세 어르신까지 말문을 연 이 시집은 주민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들어낸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시집이 나오기까지 공무원 시인 박병윤 동상면장의 노력이 컸다. 박 면장은 동네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 시로 승화시켰다. 작가나 출판사에 용역을 줄 경우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코로나19로 주민들이 외지인과 만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를 감안해 직접 나섰다.그는 6개월 동안 틈틈히 발품을 팔아 전국 최초 구술채록 시집을 완성했다. 완주군 소양면에 귀촌한 소설가 윤흥길(79) 작가도 편집을 돕고 서평을 써 시집의 품격을 높였다. 강행군으로 탈진해 두번이나 병원 신세를 진 박 면장은 “가슴 속 깊이 맺힌 어르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어느 시 보다 깊은 감동으로 다가 왔다”면서 “시집의 주인공은 바로 동상면 주민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시를 읽는 동안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에 겪어야 했던 아픔들이 글에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아 울먹였다”며 “이제 동상면은 시인의 마을이 됐고 주민 모두가 살아온 삶이 시꽃으로 피어나 그 꽃향기가 오래도록 퍼져나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동상면은 시집에 그려진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고종시 마실길’에 ‘주민 시 감상길’을 만들고 100세 어르신 등 다섯 가정에는 시인의 집, 이야기가 있는 시골테마 사업, 시인의 마을 아카데미 사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는 14일에는 동상면 학동마을 여산재에서 출판회도 갖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부산해지는 봄날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부산해지는 봄날

    언덕 경사지에서 자라는 생강나무 좀 낮게 키울 요량으로 전지를 했다. 굵은 나무는 잘라 쌓아 두고 꽃 피어 있는 가지를 화병에 꽂아 두었다. 이미 피어 있는 노란 꽃 사이로 잎이 나오고 있다. 마당에는 수선화가 노란 꽃을 피우고, 튤립이 꽃대를 올린다. 매화와 살구꽃이 한창이고 앵두꽃도 하얗게 피고 있다. 그렇게 봄을 맞이하니 춥다고 미뤄놓은 일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화단 지나는 길 손보고, 계단 만들어야 하고, 닭장으로 가는 길에 블록 깔아 주어야 하고, 데크와 현관문 칠해야 하고, 쥐가 드나들기 시작한 닭장 손봐야 한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로 무너진 돌담도 마저 보수해야 하고 울타리도 설치해야 한다. 무슨 일이 끝도 없다. 대부분 새로 만들기보다 고치고 보완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사 와서 새로 만든 창고와 닭장, 텃밭상자와 아궁이. 창고는 방치와 보수로 점철되고, 퇴비장은 몇 번을 만들었던지. 아궁이는 좀더 편리하고 적당한 자리 찾는다고 서너 번은 만들고 허물고 그랬다. 화단은 구성이 달라지고, 지하수 쓰다가 수도를 놓으며 수돗가는 처음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공사로 잔디가 뒤집어진 것이 서너 번이다. 늘 그대로인 듯한 집과 마당은 오늘도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하다. 적응하기 바쁘더니 욕심내기 끝이 없네. 경험 없는 탓에 호미 들고 하루 보내기가 쉽지 않더니, 이제는 아쉬워 새로 텃밭상자 하나를 더 만들었다. 인연으로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아 정신없이 한두 해 보내고 나니 이제 9마리도 많다 느껴지지 않는다. 그 많던 닭이 세 마리만 남으니 볼 때마다 쓸쓸하다. 예전엔 작업하는 공간만 챙기면 되었는데 이제 집이다. 꽉 차게 보이던 곳이 허술하게 다가오고 망가진 곳이 크게 보이니 무덤덤하게 외면하기 쉽지 않다. 그러면서 일이 많고 힘들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당연한 상황에 적응이 덜 된 탓일까, 과한 욕심 탓일까. 생각이 매일매일 바뀐다. 나이 들수록 달라지는 것은 생각대로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것. 이제는 몸이 가는 만큼 생각이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본다. 뛰지 말고 천천히. 요즘 내게 건네는 위로다. 격려의 말이기도 하다. 슬슬 연장들을 꺼내야 할 때가 됐다.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봄은 길지 않다.
  • ‘방황 끝’ 황성희, 데뷔 5년 만에 첫 금강장사…울주군청 1호 장사 타이틀

    ‘방황 끝’ 황성희, 데뷔 5년 만에 첫 금강장사…울주군청 1호 장사 타이틀

    부상을 극복하고 모래판으로 돌아온 황성희(27·울주군청)가 데뷔 5년 만에 장기인 안다리로 생애 첫 금강장사 타이틀을 품었다. 새로 창단한 울주군청 해뜨미 씨름단 1호 장사다. 황성희는 25일 강원 원통체육관에서 열린 하늘내린 인제장사씨름대회 금강장사(90㎏) 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김민정(33·영월군청)을 3-0으로 제압하고 꽃가마를 탔다. 2017년 정읍시청에 입단해 성인 무대에 데뷔한 황성희는 대통령기에서 우승한 경험은 있으나 그간 민속씨름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9년 11월 천하장사 대회 때 금강급 준우승에 그친 뒤 지난해에는 개인 사정과 부상이 겹치며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모래판을 떠날 생각도 했다는 황성희는 올해 울산동구청 돌고래 씨름단을 이어받아 창단한 울주군청 해뜨미 씨름단에서 심기일전해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8강에서 같은 팀 선배 정민을 들배지기와 안다리로 제압한 황성희는 4강에서 고비를 맞았다. 자신보다 10㎝가 큰 이민섭(창원시청)을 만나 2판 연속 연장을 가는 접전을 벌였다. 첫째 판은 상대가 밭다리를 시도하자 중심을 흐트리며 밀어치기로 따냈다. 둘째 판은 호미걸이와 들배지기를 거푸 방어하며 잡채기로 되받아치다가 동시에 쓰러졌다. 처음에는 이민섭의 승리가 선언됐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판정이 뒤집혀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도 자신보다 한 뼘은 커보이는 김민정을 맞아 주특기인 안다리로 승부수를 던졌다. 첫째 판은 배지기를 막아낸 뒤 안다리를 걸고, 둘째판은 배지기와 안다리를 연결시켜 김민정을 거푸 쓰러뜨려 승기를 잡았다. 셋째 판에서는 들배지기와 호미걸이로 공격에 나선 김민정을 잡채기로 눕히고 사자후를 터뜨렸다. 지난해 11월 평창 대회에서 데뷔 10년 만에 생애 첫 정상을 밟았던 김민정은 넉 달 만에 2번째 타이틀을 노렸으나 아쉬움을 남겼다. 황성희는 ‘샅바TV’와 인터뷰에서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나온다”면서 “이기는 순간, 나와 결혼해 고생하고 있는 아내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키 큰 상대를 많이 대비했다”면서 “올해 장사를 2번은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윤필재, 데뷔 8년차에 10번째 태백 타이틀 ‘으랏차차’

    윤필재, 데뷔 8년차에 10번째 태백 타이틀 ‘으랏차차’

    ‘작은 거인’ 윤필재(27·의성군청)가 민속씨름 데뷔 8년 만에 통산 10번째 태백장사 타이틀을 쌓아 올렸다. 윤필재는 24일 강원도 원통체육관에서 열린 2021 하늘내린 인제장사씨름대회 태백장사(80㎏ 이하) 결정전(5전 3승제)에서 손희찬(26·증평군청)을 3-2로 물리치고 정상을 밟았다. 이로써 윤필재는 올해 두 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개인 통산 10번째 황소 트로피를 품었다. 고교 졸업 직후인 2014년 울산동구청 돌고래씨름단(현 울주군청 씨름단) 소속으로 민속씨름 무대에 데뷔한 윤필재는 2017. 2018년 추석대회를 거푸 재패한 것을 시작으로 의성군청으로 둥지를 옮긴 2019년 3관왕, 지난해 4관왕을 차지하며 태백급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윤필재는 이날 16강에서 김성하(정읍시청), 8강에서 이준호(영월군청), 4강에서 정은서(증평군청)를 거푸 2-0으로 모래판에 눕히는 등 단 한 판도 내주지 않은 채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첫 판을 내주며 잠시 숨을 고른 윤필재는 둘째 판과 셋째 판을 잡채기로 연달아 따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넷째판에서 밀어치기에 쓰러졌던 윤필재는 마지막 판에서 경기 시작 7초 만에 호미걸이로 손희찬을 무너뜨리며 포효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K컬처를 넘어 K밸류로/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K컬처를 넘어 K밸류로/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한국은 경험할 때마다 신이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제일 신이하게 보이는 일은 한국의 내외적 상황이다. 한국은 최근 수년 동안 정치적으로 긴 질곡의 세월을 겪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게 나라냐?’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대내적으로 ‘거지 같은’ 정치 현실 때문에 괴로워 어쩔 줄 몰랐다. 그러나 눈을 바깥으로 돌리면 그와는 반대로 한국은 운이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신기하다는 것이다. 국내 정치는 이리도 바닥을 기는데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은 날로 높아 가니 이상하다 못해 기이한 것이다. 케이팝이나 K뷰티의 성공은 이제 상식적인 것이라 거론할 거리도 못 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의 상품들이 갑자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 어리둥절하다. 그런 예가 너무 많아 어떤 것부터 거론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태권도나 한국 라면 같은 것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이제는 예로 들 필요도 없다. 중국에서 태권도가 중국 것이라고 하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면 태권도의 인기를 알 만하겠다. 음식 분야에서 보이는 한국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그중 신기한 것은 고추장의 인기다. 주지하다시피 고추장은 한국에만 있는 장이다. 된장이나 간장은 일본이나 중국에도 있지만 고추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만이 보유하고 있다. 이 장은 한국인들의 남다른 고추 사랑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한국인들은 세계 어떤 사람들보다 고추를 사랑해 드디어 그것으로 장을 만든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고추장은 세계화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또 틀렸다. 요즘 고추장이 전 세계에서 매운 소스로 이름 높은 태국의 스시라차 자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지인이 보내 준 사진을 보니 미국 슈퍼마켓에 미국 식품회사가 만든 여러 종류의 고추장이 진열돼 있어 놀란 적이 있었다. 과거 한국에서 집집마다 만들어 먹던 그 고유한 고추장을 미국 회사가 만들어 판다니 믿기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장을 가지고 양념을 만드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그러니 한국식 양념치킨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리라. 그러던 차에 이번에는 한국 만두가 선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중국의 덤플링, 일본의 교자와 경쟁하면서 ‘만두’(mandu)라는 한국 이름으로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대표 회사인 CJ 제일제당의 2020년 만두 해외 매출이 67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알 만하겠다. 또 참으로 신기했던 것은 한국산 호미였다. 한국인들은 호미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아무도 그게 그렇게 훌륭한 농기구인 줄 몰랐다. 그랬던 게 미국인들이 이 호미를 발견하고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이럴 때마다 다음 타자는 어떤 것이 될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한국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평범한 것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끄니 다음번에는 어떤 한국적인 문화물이 인기를 끌지 궁금한 것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K컬처 시대를 넘어서 K밸류 시대로 가자는 것이다. 여기서 밸류란 ‘value’, 즉 가치(관)을 말한다. 더 폭넓게 말하면 세계관이다. K밸류란 한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가치관을 말한다. 요지는 이 혼돈에 빠진 세계에 한국적인 가치를 선사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한국이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한국은 영적으로 풍부한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다. 예를 들어 선비정신의 바름과 곧음, 불교의 자비정신과 친자연적인 세계관, 수운의 한울님 사상, 증산의 해원상생 이념, 소태산의 원융무애 정신, 샤머니즘의 신기가 그것이고 여기에 기독교의 사회봉사 정신 등이 모두 한국인들의 뇌리에 스며들어 있다. 이렇게 고금과 동서양을 넘나드는 종교 전통을 가진 나라는 흔하지 않다. 한국인들이 이런 것들을 잘 융합하면 세계에 새로운 가치관을 선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걸 우리가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지 말자. 해보기 전에는 말이다.
  • [사설] LH 투기의혹 조사, 검찰·감사원이 나서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부동산등록제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부동산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징계 조치 등 무관용하에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가 포함된 합동조사단을 꾸려 3기 신도시 6곳과 대규모 택지 개발지 2곳에 대한 투기의혹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대상은 국토부·지자체·LH·지방공공기관이며, 전 직원 또는 업무 담당자와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까지다. 문제는 홍 부총리의 사과와 정부의 합동조사 약속에도 조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는 듯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기했을 개연성이 큰 기관인데도 조사를 주도한다. 특히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신도시 지정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며 LH의 일부 전현직 직원을 감싸는 발언을 해 공분이 커졌다. 변 장관이 LH 사장 시절에 일어난 일이라 국토부가 조사 주체인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하다가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어떤 신뢰도 얻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민변과 참여연대가 해당 의혹을 제기하면서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지만 정작 감사원은 이번 정부 합동조사의 주체에서도 빠졌다. 홍 부총리는 합동조사로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를 한다고 ‘선조사, 후수사’로 과정을 나눴지만, 국민적 공분이 있는 사건의 빠른 의혹 해소라는 차원에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최소한 조사단에 감사원이 포함돼야 한다. 또 1, 2기 신도시 투기의혹 수사를 주도한 검찰의 참여도 고려해 봐야 한다. 1990년 노태우 정부는 1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일산·분당 등 5개 지역 투기의혹을 수사해 131명의 공직자를 포함, 987명의 부동산 투기 사범을 구속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7월에도 검찰합수본이 경기 김포 등 12개 지역 2기 신도시 관련 투기 의혹을 수사해 공무원만 27명(7명 구속)을 적발했다. LH 직원뿐만 아니라 신도시 관련 기관 전체를 수사하려면 검찰에 수사단을 차리고 경찰과 합동으로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투기의혹은 공교롭게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터졌다. 정부ㆍ여당이 4월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정치적 고려를 한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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