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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집단 감염’ 요양병원서 2명 사망, 오늘만 8명…사망 총 102명

    대구 ‘집단 감염’ 요양병원서 2명 사망, 오늘만 8명…사망 총 102명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국내 사망자가 102명으로 늘었다. 대구·경북에서는 이날만 8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쯤 한사랑요양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던 A(78·여)씨가 숨졌다. 지난 17일 대구시 전수조사 결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이날 보훈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이었다. 기저질환으로 파킨슨병, 치매, 갑상선기능 저하를 앓았다. 이보다 앞서 오후 1시 40분쯤 대실요양병원에 입원 치료를 하고 있던 B(82·여)씨가 사망했다. 2018년 6월 이 병원에 입원한 그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체내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많아지는 호르몬 희귀 질환인 쿠싱 증후군과 관절염 등을 앓고 있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코로나 두달… 건강염려증 털고 숙면·노래·햇볕쬐기 ‘보약’

    코로나 두달… 건강염려증 털고 숙면·노래·햇볕쬐기 ‘보약’

    외출 삼가다 보니 분노·불안·스트레스 소화 잘 안되고 잠 안오는 게 첫 징후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게 가짜정보 날씨 좋은 날 햇볕 쬐면 스트레스 감소 노래 부르기 저항력 키우고 호흡 개선 요가·뜨개질 등 집안 취미생활 즐겨야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른 지 두 달을 바라본다. 우리가 알던 전쟁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적을 상대로 무기를 사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감염병과의 전쟁은 전혀 다르다. 보이지 않는 적은 더욱더 공포스럽다. 내가 확진환자가 되지는 않을까, 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되지 않을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확진환자가 늘어나자 이제는 기침하는 사람만 봐도 ‘혹시 감염자는 아닐까’ 의심하고 경계하게 된다. 대면 접촉을 꺼리고 외출도 삼가다 보니 답답하고 화가 쌓인다. 자가격리 대상이라도 되면 신상털기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과 타인에 대한 불신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건강과 면역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공포심이다. 공포가 지나치게 조장되거나 불안, 스트레스 등이 심해진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감염 관리, 건강한 대처 등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감염이나 건강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심리적 불안이 지나치면 오히려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안이 조장돼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공포와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에 건강하게 대처하는 ‘심리 방역’이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거나 잠이 잘 안 오는 등 신체적인 변화를 토로하는 것은 이같은 심리 방역에 문제가 생긴 첫 징후라 할 수 있다. 결국 심리 방역이란 공포와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에 건강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과도한 걱정으로 두통·소화 장애 증상 요즘 같은 때 가장 손쉽게 생길 수 있는 게 건강염려증이다. 과도한 관심과 걱정 때문에 질병이 없는 데도 두통이나 소화장애 같은 증상이 실제로 생기기도 한다. 낯선 존재, 불확실한 문제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지극히 자연스럽다. 불확실을 확실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이것저것 정보를 모으려 한다. 게다가 신문과 방송마다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단톡방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도 온갖 코로나19 관련 이야기가 넘쳐난다. 정보를 축적하는 것 자체야 나쁠 게 없지만 자칫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 신도들이 코로나19를 막는다며 소금물을 입에 머금는 행동을 한 게 대표적이다. 잘못된 정보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높이다 보면 자칫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은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현재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때론 지나치게 넘쳐나는 건강 관련 정보가 건강에 대한 염려를 부추기기도 한다. 과도한 정보에 적당히 관심을 끄는 것도 필요하다. 대구·경북처럼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에선 자칫 정신적인 외상, 이른바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확산에 따른 공포와 불안은 길면 몇 주씩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이 한 달 이상 사라지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해 공포와 슬픔, 무기력, 분노 등이 피로,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소화장애, 성욕 감퇴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인지능력이 떨어져 집중력 장애, 의사결정 능력 손상, 기억 장애, 인지 왜곡,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희생자(감염병 확진환자)에게는 지나친 경계심과 배척감,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심리 검역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가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등 현장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감염 위험 속에서 불편한 보호구를 착용한 채 근무 강도와 시간이 증가하는 환경은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많은 연구에서 의료진이 불안과 우울증상 등을 경험한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의료진에게 불신과 비난 대신 지지와 위로를 보내는 자세가 절실하다. 사실 요즘 같은 때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남자답지 못하다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 부끄럽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후유증에는 의료진과 상담을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필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심리요법과 약물로 치료한다. 또 이완 훈련을 통해 긴장을 풀고 심신이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인지치료에서는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악화시킬 만한 생각을 확인하고, 왜곡된 점이나 부적절한 감정을 교정한다. 노출치료는 안정된 환경에서 트라우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정적인 느낌과 생각을 점차 조절하게끔 돕는다. 일각에서는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글쓰기를 통해 상처를 털어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햇볕, 노래, 글쓰기… 어쨌든 몸을 움직이자 우울한 마음을 밝은 마음으로 돌리는 데는 잠과 햇볕, 노래가 보약이다. 불충분한 수면은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키고,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만으로도 면역력 증진과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20분가량 낮잠을 자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잠깐이라도 햇볕을 쬐면 몸에 활력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신진대사 활동이 증가하고 뇌 움직임도 빨라지며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햇빛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반대로 흐리거나 비가 올 때 몸이 무겁고 피로하게 느껴지는 게 그 이유다. 감염병 위협 때문에 산책이 어렵다면 햇빛이 많은 낮 시간에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잠깐이라도 햇볕을 쬐는 것도 좋다. 많은 연구를 통해 노래 부르기가 신체 저항력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명상이나 걷기 운동처럼 호흡을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래를 부르면 표현력이 향상되고 창의력이 발휘되는 등 정신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가격리를 해야 하거나 외출이 어려울 때는 요가나 영화 보기, 뜨개질, 요리 등 뭐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며 자신을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 재난 상황은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속에서 공동체로서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류 역사 자체가 바이러스와 끊임없이 전쟁과 휴전을 되풀이했지만 그런 속에서도 인간사회는 계속 발전해왔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대 들어서는 천연두를 완전 퇴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코로나19 역시 진정 양상을 통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겪었던 개인적, 사회적 트라우마 극복 과정을 떠올리며 비관보다는 낙관과 긍정을 떠올리고 어쨌든 몸을 움직여 보자.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강지인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상민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데스크 시각] 팬들에게 사인 안 해 주는 프로야구 선수들/김상연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팬들에게 사인 안 해 주는 프로야구 선수들/김상연 체육부장

    눈에 보이지 않는 폐렴 바이러스가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권력이 막강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경기 하나를 무관중으로 치르게 했을 뿐이지만 코로나19는 세계 곳곳에서 무관중 경기를 양산해 내고 있으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 난생처음 배구 경기장에 직관(直觀) 가서 느낀 점은 ‘선수들은 참 행복하겠다’였다. TV로 볼 때와 달리 경기장에서는 수천명의 관중이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들렸고, 선수들이 인기 연예인처럼 눈부셔 보였다. 단 한 명의 호모사피엔스만 나를 보고 환호해도 행복 호르몬이 분출할 텐데 수많은 팬의 환호를 받는 선수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선수들이 왜 부상을 안고서라도 뛰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엔도르핀과 도파민, 세로토닌을 3종 세트로 배달하는 관중이 한 명도 없다면, 그런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까. 선수 시절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던 문경은 남자 프로농구 SK 감독은 지난달 27일 무관중 경기에서 KT를 이겨 놓고도 “흥이 안 난다. 팬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아니 잠깐만. 이제서야 팬들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뭐 그래도 늦었지만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말로는 충분치 않다. 행동이 중요하다. 팬을 소중히 여김을 방증하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게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는 것이다. 프로 선수에게 사인은 기분에 따라 해 줘도 되고 안 해 줘도 되는 ‘옵션’이 아니다. 팬 없는 프로 선수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을 차용하자면, 프로 스포츠의 주권은 팬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팬으로부터 나온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C J 매콜럼이 “코로나19 예방 대책으로 사인해 주는 것을 잠시 중단하겠다”고 굳이 발표한 것은 프로 스포츠의 본고장에서 사인의 중요성을 얼마나 높게 보는지를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그렇다면 팬들의 사인 요청에 대한 한국 프로 선수들의 인식은 어떨까. 인터넷에는 유난히 스타급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인 매너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를 식당에서 보고 반가워서 사인을 부탁했더니 사인 대신 싸늘한 표정을 받았다는 일화에서부터 사인을 요청했다가 “저리 끄지라(꺼져라) 이 XX야”라는 욕설을 들었다는 일화, 그리고 사인의 희소성이 떨어질까 봐 사인을 잘 안 해 준다는 어느 레전드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까지, 사인 못 받은 게 골수에 사무친 원한인 양 분노가 비가 돼 내린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감지덕지할 사인 요청을 거절하는 선수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적 공감(sympathy)의 관점에서 최대한 감정이입을 해 본다면, 처음부터 사인을 싫어하진 않았을 것 같다. 추측건대 사인해 줄 때와 장소가 아닌 곳에서 불쑥 사인 요청을 받았거나, 홈런을 두들겨 맞은 날 또는 안타를 하나도 못 친 날에 사인 요청을 받았거나, 그러니까 어떤 무례한 사인 요구에 대한 불쾌한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각인된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 하더라도 프로 선수가 사인 매너 때문에 대다수 팬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어리석다. 그것은 흡사 가게 주인이 일부 무례한 손님이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다른 모든 손님을 불친절하게 대하는 자해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전염병으로 스포츠가 올스톱되니 삶의 낙이 없다. 팬으로서 선수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carlos@seoul.co.kr
  • 팬들에게 사인 안 해주는 프로야구 선수들

    팬들에게 사인 안 해주는 프로야구 선수들

    눈에 보이지 않는 폐렴 바이러스가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보다 권력이 막강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경기 하나를 무관중으로 치르게 했을 뿐이지만 코로나19는 세계 곳곳에서 무관중 경기를 양산해내고 있으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 난생 처음 배구 경기장에 직관(直觀) 가서 느낀 점은 ‘선수들은 참 행복하겠다’였다. TV로 볼 때와 달리 경기장에서는 수천명의 관중이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들렸고, 선수들이 인기 연예인처럼 눈부셔 보였다. 단 한 명의 호모사피엔스만 나를 보고 환호해도 행복 호르몬이 분출할텐데 수많은 팬의 환호를 받는 선수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선수들이 왜 부상을 안고서라도 뛰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그런데 이렇게 엔돌핀과 도파민, 세로토닌을 3종세트로 배달하는 관중이 한 명도 없다면, 그런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까. 선수시절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던 문경은 남자 프로농구 SK 감독은 지난달 27일 무관중 경기에서 KT를 이겨놓고도 “흥이 안난다. 팬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아니 잠깐만. 이제서야 팬들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뭐 그래도 늦었지만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말로는 충분치 않다. 행동이 중요하다. 팬을 소중히 여김을 방증하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게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는 것이다. 프로 선수에게 사인은 기분에 따라 해줘도 되고 안 해줘도 되는 ‘옵션’이 아니다. 팬 없는 프로 선수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을 차용하자면, 프로 스포츠의 주권은 팬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팬으로부터 나온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CJ 매콜럼이 “코로나19 예방 대책으로 사인해주는 것을 잠시 중단하겠다”고 굳이 발표한 것은 프로 스포츠의 본고장에서 사인의 중요성을 얼마나 높게 보는지를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그렇다면 팬들의 사인 요청에 대한 한국 프로 선수들의 인식은 어떨까. 인터넷에는 유난히 스타급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인 매너를 비판하는 여론이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를 식당에서 보고 반가워서 사인을 부탁했더니 사인 대신 싸늘한 표정을 받았다는 일화에서부터 사인을 요청했다가 “저리 끄지라(꺼져라) 이 XX야”라는 욕설을 들었다는 일화, 그리고 사인의 희소성이 떨어질까봐 사인을 잘 안 해준다는 어느 레전드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까지, 사인 못받은 게 골수에 사무친 원한인 양 분노가 비가 되어 내린다.평범한 사람이라면 감지덕지할 사인 요청을 거절하는 선수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적 공감(sympathy)의 관점에서 최대한 감정이입을 해본다면, 처음부터 사인을 싫어하진 않았을 것 같다. 추측컨대 사인해줄 때와 장소가 아닌 곳에서 불쑥 사인 요청을 받았거나, 홈런을 두들겨 맞은 날 또는 안타를 하나도 못친 날에 사인 요청을 받았거나, 그러니까 어떤 무례한 사인 요구에 대한 불쾌한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각인된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 하더라도 프로 선수가 사인 매너 때문에 대다수 팬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어리석다. 그것은 흡사 가게 주인이 일부 무례한 손님이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다른 모든 손님을 불친절하게 대하는 자해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전염병으로 스포츠가 올스톱되니 삶의 낙이 없다. 팬으로서 선수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김상연 체육부장 carlos@seoul.co.kr
  • 위키리크스 제보 첼시 매닝 “극단 선택” 美 법원 “풀어줘라”

    위키리크스 제보 첼시 매닝 “극단 선택” 美 법원 “풀어줘라”

    미국 육군의 정보 분석요원으로 위키리크스에 군사 및 외교 기밀을 누설해 7년 옥살이를 했고 지난해 5월 법정 증언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또 수감된 첼시 매닝(33)이 풀려난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구금센터에서 그녀가 극단을 선택하려고 시도해 병원 치료 중이라며 변호인이 석방을 요청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뉴욕 연방법원 재판부는 12일 버지니아주의 한 구금시설에 수감된 매닝이 더 이상 증언대에 서야 할 필요가 없다며 13일 예정됐던 법정 출두도 안해도 된다며 즉각 석방을 명령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다만 진술을 거부한 데 대해 부과한 벌금 25만 달러를 내지 않게 해달라는 변호인들의 제안은 일축하고 전액 납부해야 한다고 명했다. 오클라호마주 크레스켄트에서 태어난 그녀의 원래 이름은 브래들리 에드워드 매닝이었다. 남자였다. 지난 2007년 미국 육군에 입대, 2009년 10월에 제10 산악사단에 배속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정보 분석병으로 근무하던 중 국방부의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기밀 문서를 어산지에게 누설했다. 그가 제공한 문서 중에는 2007년 미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바그다드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미군 군사작전 일지, 국무부의 외교 전문 등 수백만건에 이르렀다. 2010년 5월 체포돼 2013년 2월 28일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원에서 브래들리 매닝은 유죄라고 처음 자인했는데 35쪽 분량으로 자신이 기밀을 내부제보한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다음날 매닝은 여성이 되고 싶으니 호르몬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해 법원으로부터 개명과 호르몬 치료를 허가받았다. 2017년 1월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7년형으로 감형해줘 같은 해 5월 17일에 석방됐다. 하지만 지난해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안 어산지가 영국 경찰에 체포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를 미국에 데려와 본때를 보여야겠다고 트럼프 행정부는 판단했고, 검찰은 다시 매닝에게 증언대에 설 것을 강요했다. 그녀는 2013년 재판 중에 이미 밝힐 내용은 다 밝혔다고 거부해왔다. 지루한 밀고당기기 끝에 그녀는 법정 출두를 이틀 앞두고 구금센터에서 극단을 선택했다. 버지니아주 경찰은 사고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우리의 전문 요원들이 적절히 대처했고 그녀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2012년 5월 영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2년 뒤 풀려났으나 영국 대법원이 스웨덴 송환을 명하자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급히 피신, 망명자로 지내다 지난해 4월 11일 대사관의 보호 철회로 영국 경찰에 체포돼 미국 송환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 검찰이 제기한 그의 혐의 중에는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자료 유출도 포함돼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면역력(免疫力)/오일만 논설위원

    감염증이 극성을 부리는 요즘, 길거리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확진자들이 쉴 새 없이 늘고 안타까운 사망 소식도 곳곳에서 들린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누군가의 기침 한번에 마음이 졸아든다. 전염병은 유인원 시절부터 인류와 함께한 역사가 있다. 종(種) 자체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을 만큼 치명적이었다. 인류도 700만년에 이르는 진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인체내 면역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했다. 면역(免疫)을 한자로 풀이하면 ‘역병(疫), 즉 전염병을 면한다(免)’는 뜻이다. 바이러스 같은 외부 인자의 침입에 대항해 우리 몸을 지켜주는 방어 체계다. 면역력은 생명의 최전선 방어부대이자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실내에 갇힌 생활에 익숙해져 이 ‘최후의 보루’에 관심이 많아졌다.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는 “체온이 1℃ 떨어지면 면역력은 30% 이상 떨어지며 온갖 병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체온을 올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운동이다. 적당한 운동은 심폐 기능, 근력을 증가시켜 면역 기능을 키운다. 반면 과도한 공포심은 나쁜 호르몬(아드레날린)을 분비해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 면역력이란 ‘갑옷’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사악한 바이러스들이 제풀에 사그라지게 하면 어떨까. oilman@seoul.co.kr
  • 세정제, 마스크 부족하자, 가짜 기승

    코로나19 사태로 손세정제, 마스크 등 방역물품 수요가 급증하자 가짜판매도 들끓고 있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쇼핑몰에서 구입한 손세정제를 사용한 어린이들의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연수구 주민 A씨(37·여)는 최근 온라인쇼핑몰에서 산 유아 전용 손세정제를 쓴 후 7살 아들의 손바닥이 온통 물집 투성이가 됐다며 피부과를 찾았다. 성분표기를 확인한 결과, 이 세정제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해물질로 지정한 ‘트리클로산’이 들어있었다. 이 물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면역 능력이 떨어지고 호르몬 교란이 발생해 암으로 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민 B(29)씨도 최근 1주일째 사용하던 손세정제가 가짜라는 걸 알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항상 특정 제품을 사용하던 중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있어 구입했으나 끈적거리는 등 이상한 느낌이 들어 상품번호를 확인한 결과 유사품이었다. 피해자 30여 명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단체 소송을 준비중이다. 식품의약안전처 관계자는 “손세정제는 의약외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손세정제에 식약처 검증 표기가 있다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며 “구입 전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에서 제품을 검색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는 마트에 ‘짝퉁’ 마스크 1만여 개를 유통한 업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에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유통업자 A(61)씨는 지난달 25일과 29일 제주시내 마트 3곳에 성능이 부족한 ‘짝퉁’ 마스크 1만 1600개를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이 유통한 마스크가 마치 코로나19 감염 차단 기능이 있는 것처럼 속여 마트에 공급했으나, 경찰 확인결과 식약청 품목허가서와 보건환경연구원 검사성적서가 허위였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나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다가 피해를 당한 경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로 신고하라고 최근 권고했다. 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신고된 주요 피해 유형은 판매 업체의 일방적인 주문 및 배송 취소가 가장 많다”면서 이번 주중 신고 받은 내역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인간이 만든 소음공해, 꽃게의 보호색까지 앗아간다 (연구)

    인간이 만든 소음공해, 꽃게의 보호색까지 앗아간다 (연구)

    소음공해에 노출된 꽃게의 보호색 능력이 점차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꽃게류는 소음 등에 노출됐을 때 등딱지 색깔을 주변 바위 등 환경과 유사한 색깔로 서서히 바꾸는 보호색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영국 엑서터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보호색 능력이 인위적인 소음에도 정상적으로 발현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남서부 콘월주 길링베이스 해변에서 채취한 유럽 꽃게(Carcinus maenas) 71마리를 실험실로 데려온 뒤 흰색 수조 세 곳에 분산했다. 이후 A수조 든 게들에게는 물속에서 들을 수 있는 유람선이나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의 수중음을, B수조에는 일상적인 수중음(수중에서 들리는 물소리), C수조에는 B수조보다 조금 더 큰 음량의 수중음을 8주간 들려준 뒤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수중음을 들은 B수조와 C수조의 유럽 꽃게는 등딱지 색깔이 기존의 짙은 색에서 수조와 유사한 흰색 또는 회색으로 모두 변화했지만, 인위적인 소음을 들은 A수조의 게들은 보호색 능력이 다른 수조 게의 절반 정도만 발현됐다. 뿐만아니라 인위적인 소음에 노출된 게의 절반 가량은 외부의 공격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과 유사한 현상으로, 포식자의 접근이나 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꽃게의 몸 색깔이 변하는 것은 색소세포와 연관된 호르몬 때문이다. 인공적인 소음공해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될 경우 호르몬 균형이 파괴되고, 이것이 보호색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람선이나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의 소리로 인한 스트레스는 꽃게가 몸 색깔을 바꾸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하게 하거나 탈피(성장 과정에서 허물이나 껍질을 벗는 과정)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개구리나 박쥐처럼 소리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거나 사냥하는 동물들과 달리, 게는 다른 개체와 소통할 때 소리를 이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소음공해가 보호색 등 꽃게류의 생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셀’(Cell)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닉,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 주는 ‘메노페이스’ 공식 론칭

    제닉,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 주는 ‘메노페이스’ 공식 론칭

    최근 사업 분야 확장을 선언한 마스크팩 전문기업 ㈜제닉이 첫 번째 프로젝트로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메노페이스(Menopace)’를 롯데홈쇼핑 최유라쇼를 통해 선보인다. ‘메노페이스’는 영국의 비타민 기업인 비타바이오틱스(Vitabiotics)사가 만든 여성 갱년기 건강 전문 브랜드로 갱년기 여성에 효과적인 영양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제닉이 국내에 공식 론칭한 ‘메노페이스(Menopace)’는 21가지의 기능성 성분 배합으로 현시점 기준 국내 최다 기능성의 갱년기 제품이다. 여성 갱년기에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35세부터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서 안면홍조, 불면증, 신경질,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되며, 이러한 갱년기 현상을 방치할 경우 더욱 악화되는 만큼, 중년 여성이라면 생리가 끊어지는 45~55세 전후 발생해 7~10년간 지속되는 이런 현상을 개선하고자 초기 갱년기부터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노페이스는 주성분인 회화나무열매추출물은 생리활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소포리코사이드(Sophoricoside)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이러한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 메노페이스는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갱년기 평가 지표인 쿠퍼만지수(Kupperman Index)가 유의적으로 감소됨을 인정받아 식약처로부터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고시형 원료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메노페이스는 회화나무열매추출물 이외에도 비타민 B1, B2, B6, B12, C, D, E, K와 철분, 아연, 엽산, 셀레늄 등 성인 여성에게 꼭 필요한 기능성 영양소 20여 가지를 함유하고 있다. ㈜제닉의 관계자는 “다양한 갱년기에 도움을 주는 메노페이스는 기획에서 출시까지 3년 가까이 걸린 역작”이라고 소개하며 “오는 29일 롯데홈쇼핑 최유라쇼에서 2차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상상력의 부재는 현실이 된다/유용하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상상력의 부재는 현실이 된다/유용하 사회부 차장

    단지 중년 남성의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나타난 사건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서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 딸을 가상현실(VR) 기술로 다시 만난 엄마와 가족 이야기를 다룬 TV다큐멘터리에 대해 들었다. 방송을 보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는 이야기에 ‘TV를 보다가 울다니 남사스럽네’라고 생각했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나중에 몰래 유튜브에서 해당 동영상을 찾아봤다가 결국 대성통곡을 했다. “남자라면 평생 세 번만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말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옆에서 그 장면을 봤다면 나라라도 잃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눈물로 옷깃을 적시고 있을 때 VR업계에서는 이번 다큐멘터리처럼 망자나 멀리 떨어져 자주 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는 재회 콘텐츠가 관련 시장에 활기를 되찾아 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2016년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게임 ‘포켓몬고’가 출시됐을 때만 해도 VR·AR 기술이 정보기술(IT) 분야 지형을 금방이라도 바꿀 것 같은 분위기로 가득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의료, 국방, 교육 등에서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활발히 쓰이는 것 같지는 않다. 하드웨어 기술 탓만 하기도 어렵다.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만 보더라도 현재 하드웨어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있다. 문제는 개발과 활용에 대한 상상력의 부재이다. 과학사를 보면 상상력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상상력은 보다 나은 미래를 그려내고 그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현실을 추동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도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과학선진국들에서는 한결같이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공상과학(SF)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국내에서도 김초엽 같은 중량감 있는 신인 SF작가들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SF는 마니아들만 열광하는 분야라는 인식이 강하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도 어려서부터 아이작 애시모브의 SF 대작 ‘파운데이션’의 열혈 독자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그가 경제지리학과 무역이론을 결합해 새로운 경제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상상력의 발로였다. 상상력을 강조하는 외국 연구자들과 달리 우리 주류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한국 과학발전과 과포자(과학포기자), 수포자(수학포기자) 해소 방안은 좀 다른 듯싶다. 과학자가 되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거나 중ㆍ고등학교에서 과학과 수학을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식이다. 지금처럼 아이들의 상상력을 가로막고 암기과목으로 전락한 과학과 문제풀이 중심의 수학교육 시스템에서 수학, 과학 교육을 강화한다고 과포자, 수포자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또 자신이 꿈꾸고 원하는 분야를 안정적으로 오래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학자가 되면 돈과 명예가 따라간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줘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는 불과 십 몇 년 전 돈과 명예를 좇다 한국 과학계를 깊은 수렁에 빠지게 만든 연구자를 잘 알고 있다. 과학은 많은 지식, 부와 명예가 아니라 상상력을 먹고 자라는 법이다. 상상력 없는 배부른 돼지가 아인슈타인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멸균의 역습… 세균 잡다가 아이 호흡기 질환 유발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멸균의 역습… 세균 잡다가 아이 호흡기 질환 유발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아직 10대 이하 아이들의 감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개인 위생만 철저히 준수한다면 괜찮다고 하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걱정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바깥에서 혹시나 병원균이 묻어 오지 않을까 걱정해 손씻기는 물론 각종 살균제품으로 집안 청소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살균용품을 사용할 때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화학제품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 등을 앓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보건과학부, 맥매스터대 의대, 토론토대 공중보건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의대, 앨버타대 의대, 매니토바대 의대 공동연구팀은 3세 이하의 아이들이 청소용 세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자주 노출될 경우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캐나다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캐나다의학회지’(CMAJ) 18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태아부터 10대 초반 아동의 건강 상태를 조사한 빅데이터인 ‘캐나다 아동 장기발달 추적 코흐트’에서 생후 3~4개월 아동 3455명을 무작위 추출해 육아환경과 3세를 전후해 천식과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천명 발생 여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식기를 닦는 세제, 다용도 세제, 유리창 청소세제, 세탁용 세제와 비누 등을 많이 사용하는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천식과 만성기관지염, 천명 등이 쉽게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특히 향이 있는 스프레이 형태의 청소용품이나 방향제품은 호흡기 질환 유발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세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연약한 아이들의 호흡기 내막과 면역계를 쉽게 손상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주립대 공중보건대, 캐나다 라발대, 라발대 부속 아동병원 공동연구팀도 프탈레이트에 자주 노출된 임신부가 출산한 아이들이 자폐적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를 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 보건 전망’ 19일자에 발표했습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쓰이는 물질로 의료기기나 식품 포장지나 용기에 주로 첨가됩니다. 동물이나 사람 몸속으로 들어갈 경우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환경호르몬)이지요. 연구팀은 2008~2011년 캐나다 10개 도시의 임산부와 영아의 건강 상태를 등록한 빅데이터 ‘임산부·영아 환경화학물질 연구 코흐트’에서 임산부 2001명을 무작위로 선택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소변 샘플에서 프탈레이트 농도가 높고 임신 초기에 엽산보충제를 복용하지 않은 임산부의 아이들은 3~4세가 돼서 자폐적 특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연구들을 보면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들이 건강을 위협하는 일종의 ‘청결 또는 멸균의 역습’을 가져오는 상황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세균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유해 세균을 없애려다 유익한 세균까지 없애는 경우도 생깁니다. 결국 세균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중국 “코로나19 치사율, 남성이 여성보다 60% 이상 높아”

    중국 “코로나19 치사율, 남성이 여성보다 60% 이상 높아”

    중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4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남성 환자의 치사율이 여성보다 60% 이상 높게 나타났다. 18일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코로나19 응급대응체계 유행병학 조직’은 최근 코로나19 환자의 특징 분석 결과를 ‘중화 유행병학 잡지’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1일까지 중국 전염병 정보시스템에 보고된 모든 확진 환자 4만 46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성별 확진자는 남성이 2만 2981명(51.4%), 여성이 2만 1691명(48.6%)였다. 사망자 1023명 가운데 남성은 653명(63.8%), 여성이 370명(36.2%)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76.4% 많았다. 치사율 남성 2.84% - 여성 1.70% 남성 확진자 중 사망에 이른 비율은 2.84%로, 여성 확진자 치사율 1.70%에 비하면 약 66.5% 높았다. 전체 치사율은 약 2.3%였다. 앞서 후베이성 우한 진인탄병원 연구진 등도 일부 표본을 조사한 결과 여성 환자가 적었다면서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X염색체와 성호르몬의 보호 덕분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연령대별 확진자를 보면 30~79세가 86.6%로 대다수였다. 하지만 연령대별 치사율을 보면 40대까지는 1%가 채 되지 않았지만 50대 1.3%, 60대 3.6%, 70대 8.0%로 증가하는 등 나이가 많을수록 치사율도 높아졌다. 특히 80대 이상 환자군에서는 1408명의 확진자 중 14.8%인 208명이나 사망하는 등 치사율이 급증했다. 반면 10세 미만 환자 416명 중에는 사망자가 없었다. 기저질환과 관련, 심혈관·당뇨병·호흡기전염병 질환을 앓고 있던 경우 치사율이 각각 10.5%, 7.3%, 6.3%였다.지역별로는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서 전체 확진자의 74.7%(3만 3367명), 사망자의 95.7%(979명)가 나왔다. 우한 방문이력 등 우한에 노출된 적이 있는 사람이 확진자의 85.8%(3만 1974명), 사망자의 92.8%(853명)였다. 후베이성 확진자의 치사율은 2.9%로 나머지 지역 0.4%에 비해 약 7.5배 높았다. 직업별 확진자는 농민·노동자 22.0%(9811명), 퇴직자 20.6%(9193명), 기타 45.9%(2만 503명)였다. 사망자는 퇴직자 46.1%(472명), 노동자 13.6%(139명), 기타 37.5%(384명) 등이었다. 이밖에 경증이나 중간 정도 증상의 환자가 80.9%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날짜별 확진자 발병 수는 1월 24~28일 첫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그리고 있으며, 보고숫자는 이달 5일 고점을 찍고 완만히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전염병 확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일터에 복귀하면서 전파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트랜스젠더도 성범죄 저지를까?…약물 치료로 물리적 위협 어려워

    트랜스젠더도 성범죄 저지를까?…약물 치료로 물리적 위협 어려워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하고 법원의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아 남자에서 여자가 된 트랜스젠더 A씨가 숙명여대 법대에 최종 합격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등록을 포기한 일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래디컬 페미니스트(급진적 여성주의) 동아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성소수자를 일상적으로 차별하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이들에 대한 오해를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성전환자를 둘러싼 잘못된 편견을 짚어 봤다. ●남성이 여성 공간에 침입하기 위해 갑자기 성을 바꿨다 (×) 트랜스젠더는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의 불일치(젠더 디스포리아)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겪는다. 자신이 다른 성으로 잘못 태어났다는 느낌 때문에 오랜 시간 자신의 신체를 저주하거나 심한 경우 자해를 할 정도로 고통이 크다. 트랜스젠더는 하루아침에 본인의 성을 바꾸겠다고 결정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호르몬 치료와 정신과 상담 등을 받는다. 군복무 중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가 강제 전역된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 역시 “청소년 시절부터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줄곧 억눌렀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되며 우울증이 하루하루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A씨의 숙명여대 입학에 대해 일부 학생은 “트랜스젠더가 여성의 공간에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트랜스젠더는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것과 같은 약물로 치료받기 때문에 발기가 되지 않고 남성호르몬이 감소한다. 물리적인 강간 위협이 되기 어렵다”면서 “성범죄는 성기 유무와 상관없이 벌어진다. 트랜스젠더를 무조건 잠재적 범죄자라고 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는 왜곡된 여성성을 강조해 여성 차별을 강화한다 (△) 일각에서는 트랜스젠더가 성별 규범을 공고히 해 여성 차별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으로 성전환하는 이들이 긴 머리, 화장한 얼굴, 풍만한 가슴 등으로 잘못된 ‘여성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현재 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받으려면 사회가 요구하는 외모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지인 한 명은 성전환 수술까지 했지만 외모가 ‘남자 같다’는 이유로 성별 정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사회구조적으로 요구되는 현 성별 구분이 있는 한 성소수자는 이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트랜스젠더에게 유리하게 법적 성별을 바꿔준다 (×)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쪽에서는 법원이 성별 정정 신청을 대부분 받아 준다고 주장한다. 성소수자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한다. 물리적인 수술을 하지 않으면 성별 정정 요청을 법원이 받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MTF) 가운데 고환만 제거하고 여자 성기 형성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 중 법적으로 여성이 된 국내 사례는 한 건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성전환 강제전역’ 변희수, 법적 여성 됐다

    ‘성전환 강제전역’ 변희수, 법적 여성 됐다

    법원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하게 된 변희수(22) 전직 육군 하사의 법적 성별이 여성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청주지법(법원장 이상주)은 10일 변씨의 가족관계등록부 특정 등록사항란 성별 표기 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변 씨는 지난해 12월 29일 법원에 성별 표기 정정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변씨의 성장 과정과 성전환 수술을 결심하고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게 된 과정,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 했던 점, 이후에 꾸준히 치료와 군 생활을 병행했던 점, 앞으로도 여군으로 복무하기를 희망하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휴가 기간에 성전환 수술을 받고 부대로 복귀해 ‘계속 복무’를 희망했지만 육군은 그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달 22일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성전환 군인 변희수 전 하사 법원이 여성으로 인정

    성전환 군인 변희수 전 하사 법원이 여성으로 인정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육군에서 전역 조치된 변희수(22) 전 하사가 법원에 낸 성별 정정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청주지법은 변 전 하사의 가족관계등록부 중 특정등록사항란의 성별란에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10일 밝혔다. 청주지법은 변 전 하사의 성장과정, 특수고등학교 진학 후 육군에 입대하게 된 동기와 과정,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된 과정, 지속적으로 호르몬치료를 받아오고 있는 사정, 장례계획 등을 감안할 때 전환된 성을 신청인 것으로 봐도 신분관계의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2월 29일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특정등록사항란 성별표기 정정신청을 제기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달 22일 성기 결손 등을 이유로 강제 전역 조치됐으며 군 결정에 불복해 군 복귀를 위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성전환 군인’ 변희수, 법적으로도 여성…법원, 성별 정정 허가

    ‘성전환 군인’ 변희수, 법적으로도 여성…법원, 성별 정정 허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군에서 전역 조치된 변희수(22)씨가 법원에서 정식으로 여성으로 성별 정정됐다. 군인권센터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전직 하사 변희수씨가 청주지법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하는 것을 허가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이로써 변희수씨는 법적으로도 ‘여성’이 됐다. 변희수씨는 지난해 12월 29일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특정등록사항란 성별 표기 정정 신청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법원은 결정문에서 변희수씨의 성장 과정,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게 된 과정, 수술 결과의 비가역성,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했던 점, 앞으로도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하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변희수씨는 지난달 22일 육군으로부터 성기 결손 등을 이유로 전역 대상자로 분류돼 전역 조치됐다. 변희수씨는 군의 결정에 불복해 군 복귀를 위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군인권센터는 “성별 정정 절차를 마친 변희수 하사가 여군으로 복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방부가 혐오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떠한 논리를 펴게 될지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육군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앞두고 변희수씨를 남성으로 규정하여 심신장애로 전역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심사위 연기를 권고하는 긴급구제를 결정했지만 군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전역 조치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잇몸에서 털이 삐죽삐죽…이탈리아 20대 여성 사연

    잇몸에서 털이 삐죽삐죽…이탈리아 20대 여성 사연

    입 안에서 털이 자라는 증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의 언론에 소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라방과르디아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적의 28세 여성은 치아 사이에 잡초처럼 자란 체모를 발견하고 최근 병원을 찾았다. 여성의 잇몸에서는 마치 속눈썹처럭 나는 털이 자라나고 있었다. 주로 윗니 앞쪽에서 관찰됐다. 의사가 여성의 잇몸에서 뽑아낸 털은 최소한 6개.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털이 자라고 있는 곳은 잇몸 뿐이 아니었다. 남성의 수염처럼 턱과 목에도 털이 자라고 있었다. 이 여성은 "내게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 양치질을 하다가 잇몸에 난 털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겨 털을 뽑아버리고 말았지만 이런 증상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당시 찾은 현지 병원의 조사 결과 이탈리아에서 60년대 비슷한 증상을 보인 사람이 5명 있었다. 하지만 잇몸에 털이 난 사람은 모두 남자였다. 게다가 이후에는 이런 증상이 보고된 적이 없었다. 병원이 판정한 질환은 일반인에겐 이름도 생소한 치은다모증. 아직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이라고 한다. 여성은 당시 털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덕분에 한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자 여자는 '입안 털'에서 완전히 해방된 줄 알았지만 최근 증상은 재발했다. 의학계는 여성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탈리아 포자대학의 치의학교수 크리스티나 슈라키브스카는 "6년 전 발견된 털이 우연히 자란 게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된 것"이라며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무언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신은 "실제로 여자가 19살에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판정도 받은 바 있다"며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증상인 것 같다는 데 의학계의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진=방과르디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포도씨유로 스테로이드 제조… 구매한 선수 15명 전격 조사

    포도씨유로 스테로이드 제조… 구매한 선수 15명 전격 조사

    무허가 상가 건물서 금지약물 만들어 근육 키우지만 성기능 장애·불임 유발 선수들 탐욕에 스테로이드 수요 급증 식약처 “불법 의약품 복용 엄정 대처” 도핑방지위, 명단 공개 4~5개월 걸려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충남 천안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한 상가 건물에 들이닥쳤다. 겉으로는 멀쩡한 사무실처럼 보였지만 내부에서는 A씨 등 3명이 조악한 장비로 불법 스테로이드를 만들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정제유 대신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포도씨유로 약품을 중화했고,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유기용매 등 대여섯 가지 화학약품을 함께 끓여 스테로이드제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를 일선 헬스장 트레이너와 회원들에게 팔았다. 결국 A씨는 구속됐다.식약처는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간 6건을 수사한 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 등 약 100개 품목 30억원어치의 불법 약물을 유포한 16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자신이 운영하던 유소년야구단 교실 소속 청소년 7명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36)도 포함돼 있다. 식약처는 또 운동선수 15명이 이 같은 불법 스테로이드를 구매한 것을 확인하고 이날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명단을 넘겼다. 15명은 식약처가 5일 검찰에 불구속 의견으로 송치한 불법 스테로이드 관련 책 저자 B씨가 스테로이드를 판매한 사람 중에 포함돼 있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황소 고환에서 추출해 합성한 남성호르몬제의 일종이다. 세포 내 단백 합성을 촉진해 벌크업(근육 크기 성장) 등 운동 능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고환이 수축되고 정자가 감소돼 성기능 장애와 불임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 국내외에서 치료 목적 등으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적인 약물의 힘을 빌려서라도 근육을 키워 보디빌딩 대회에서 입상하거나 프로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는 선수들의 탐욕이 스테로이드의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이런 불법 약물에 노출되는 경우가 확산되고 있어 스테로이드의 범람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개인에 따라 맞춤형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조합하고 약물 복용 일정을 디자인해 주는 ‘스테로이드 디자이너’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식약처와 도핑방지위는 불법 약물 판매유통책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등 단순 구매자에 관한 정보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조지훈 식약처 수사관은 “과거에는 불법약물 구매자 중 운동선수가 있어도 복용했음을 단정할 수 없어 대한체육회 등에서 징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며 “앞으로는 불법의약품 구매자 중 운동선수가 있으면 KADA에 통보하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적발된 15명의 선수들이 도핑방지규정 1차 위반으로 최종 판정될 경우 최소 4년에서 최대 영구 자격 정지를 받는다. 전인상 도핑방지위원회 조사결과관리부장은 “통상적으로 위반 확인 절차는 2달 이내가 소요되지만 명단 공개까지는 4~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포도씨유로 만든 불법 스테로이드... 구매한 운동선수 15명 도핑위 회부

    포도씨유로 만든 불법 스테로이드... 구매한 운동선수 15명 도핑위 회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충남 천안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한 상가 건물에 들이닥쳤다. 겉으로는 멀쩡한 사무실처럼 보였지만 내부에서는 A씨 등 3명이 조악한 장비로 불법 스테로이드를 만들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정제유 대신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포도씨유로 약품을 중화했고,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유기용매 등 대여섯 가지 화학약품을 함께 끓여 스테로이드제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를 일선 헬스장 트레이너와 회원들에게 팔았다. 결국 A씨는 구속됐다. 식약처는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간 6건을 수사한 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 등 약 100개 품목 30억원어치의 불법 약물을 유포한 16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자신이 운영하던 유소년야구단 교실 소속 청소년 7명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35)도 포함돼 있다.식약처는 또 운동선수 15명이 이 같은 불법 스테로이드를 구매한 것을 확인하고 이날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명단을 넘겼다. 15명은 식약처가 5일 검찰에 불구속 의견으로 송치한 불법 스테로이드 관련 책 저자 B씨가 스테로이드를 판매한 사람 중에 포함돼 있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황소 고환에서 추출해 합성한 남성호르몬제의 일종이다. 세포 내 단백 합성을 촉진해 벌크업(근육 크기 성장) 등 운동 능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고환이 수축되고 정자가 감소돼 성기능 장애와 불임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 국내외에서 치료 목적 등으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적인 약물의 힘을 빌려서라도 근육을 키워 보디빌딩 대회에서 입상하거나 프로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는 선수들의 탐욕이 스테로이드의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이런 불법 약물에 노출되는 경우가 확산되고 있어 스테로이드의 범람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개인에 따라 맞춤형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조합하고 약물 복용 일정을 디자인해 주는 ‘스테로이드 디자이너’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식약처와 도핑방지위는 불법 약물 판매유통책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등 단순 구매자에 관한 정보까지 공유하기로 했다. 조지훈 식약처 수사관은 “과거에는 불법약물 구매자 중 운동선수가 있어도 복용했음을 단정할 수 없어 대한체육회 등에서 징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며 “앞으로는 불법의약품 구매자 중 운동선수가 있으면 KADA에 통보하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적발된 15명의 선수들이 도핑방지규정 1차 위반으로 최종 판정될 경우 최소 4년에서 최대 영구 자격 정지를 받는다. 전인상 도핑방지위원회 조사결과관리부장은 “통상적으로 위반 확인 절차는 2달 이내가 소요되지만 명단 공개까지는 4~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신종 코로나, 남성이 여성보다 감염위험 더 높다(中연구) 

    신종 코로나, 남성이 여성보다 감염위험 더 높다(中연구)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 현지 연구진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상하이자오퉁의과대학 연구진은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우한 병원에 입원한 남성 67명, 여성 32명 등 총 99명(평균연령 55.5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지난해 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메르스나 사스가 유행할 당시에도 남성이 더 많이 감염됐던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여성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민감성이 떨어지는 것은 선천적인 요인 때문인 동시에, 면역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X염색체 및 성호르몬의 보호 기능 덕분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또 환자들의 절반이 심장 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다른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이러한 질병이 합병증 및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실제로 99명의 환자 중 3분의 1에게서는 장기부전 및 합병증이 나타났고, 17%에게서는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및 심각한 폐 기능 저하 증상이 보였다. 신장 기능 이상이나 손상을 보인 환자는 3% 정도였다. 연구진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관찰 대상이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99명의 사망률은 약 11% 정도였다. 이는 바이러스 확산 초기 당시 중국 연구진이 4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사망률이 15%라고 발표한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1월 25일까지 57명은 병원에 남아있었고 31명은 퇴원했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포괄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중국의 다른 지역과 다른 나라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지난 29일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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