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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이슈] 美 응급피임약 처방전 폐지 논란

    [월드이슈] 美 응급피임약 처방전 폐지 논란

    성관계 후 평균 72시간 내 복용하면 임신을 80∼95% 막을 수 있는 응급피임약. 실패율 높은 콘돔 대신에 효과적 피임법으로 상용화할 날이 올 것인가. 만 16세 이상에게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다음달 1일 최종 결정할 계획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모닝 애프터 필’로 불리는 응급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 FDA, 무처방 판매가능 그러나 72시간 내 긴급히 복용해야 하는 점을 들어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이미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등 7개 주가 처방전 없이 판매를 허용했다. 어린 청소년의 임신을 막기 위해 연령 제한도 없다. FDA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사실상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고 약품 포장지에 넣을 막판 경고문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스터 크로퍼드 신임 FDA 국장은 지난 3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과학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는 대체로 끝났다.”면서 “플랜 B의 포장 디자인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플랜 B는 미국에서 시판되는 대표적 응급피임약이다. 의사들로 구성된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 2003년에 이미 “240만명 이상의 미국인과 전세계 수백만명의 여성들이 응급피임약을 별다른 부작용 없이 복용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판매할 경우 미국 내에선 ‘원치 않는 임신’을 현재의 연간 300만건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이 전문가들을 인용, 보도했다. 시민단체인 ‘성교육 자문회의’의 애드린 베릴리도 “‘사고’는 주로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밤이나 주말에 일어난다.”며 허용을 주장했다. ● “의사 처방은 마지막 보루”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응급피임약이 착상 전에 (임신을) 막는다고 해도 “조기 낙태약이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혈압 병력이 있는 여성에게 응급피임약이 위험할 수도 있는 등 부작용이 없지 않은데 의사의 처방전은 이를 최소화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이 응급피임약 복용을 강요당하고 피임 실패에 대한 비난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많아 흔히들 응급피임약이 여성 해방의 지름길이라고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성문란을 걱정한다. 보수주의 모임인 ‘미국을 걱정하는 여성들’의 웬디 라이트는 “처방전 없이 팔면 사실상 연령 제한도 강제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2008년 대선 예비주자인 공화당 출신의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는 최근 주의회가 낸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 허용 확산 분위기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약사들은 처방전을 보여줘도 약품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응급피임약의 문제는 윤리와 신념의 차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로드 아일랜드주의 한 약사가 얼마전 응급피임약 판매를 거부한 데 대해 주 약국 이사회는 “약사가 직업윤리적 판단 아래 처방전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저런 이유로 FDA는 지난 2003년 자문위의 허용 권고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고 당초 지난 1월 결정하려던 것을 올 9월까지 미뤘다.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든간에 미국 사회가 당면한 또 하나의 윤리 논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英·佛선 학교 양호실서 무료 제공 미국과 달리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응급피임약을 구입하는 데 있어 의사 처방전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긴급히 복용했을 때만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인정한 것이다. 현재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스웨덴·그리스 등 전세계 16개국이 응급피임약을 처방전이 불필요한 일반의약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02년부터 만 16세 이상이면 아무런 제한 없이 약국에서 응급피임약을 살 수 있다. 인터넷에서 익명 구매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역시 지난 2000년 허용돼 현재 약사나 학교 간호사가 여학생 부모의 동의 없이도 응급피임약을 복용시킬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학교 양호실에 이 약을 상시 비치해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상담 후 무료로 얻어 간다. 독일은 지난해부터 자유 판매를 허용했다. 만 18세 이하 소녀의 낙태 건수가 1996년 4724명에서 2002년 7443명으로 늘어났다는 보건사회부 자문회의의 보고가 결정적이었다. 물론 이들 나라 종교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들도 거세게 반대했었다. 이탈리아는 응급피임약 시판에서부터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프랑스가 개발한 노레보정을 허가한 지난 2000년 로마 교황청은 “화학적 낙태행위”라며 “엄격한 조건 아래 수술로만 낙태를 허용하는 법률 194조를 위반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낙태가 불법인 가톨릭 국가 페루는 보건부 장관이 가족계획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응급피임약을 배포했다가 보수적인 국회의원들로부터 기소당하기도 했다. 필라르 마세티 보건부 장관은 “응급피임약은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낙태약이 아니라고 돼 있다.”고 항의했었다. 반면 10대 임신율이 서유럽 최고인 영국은 이 약품 홍보에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과는 신통찮은 것 같다. 일간 데일리 메일은 “토니 블레어 정권은 지난 7년 동안 콘돔과 응급피임약 홍보에 1380만파운드(약 2600억원)를 지출했지만 오히려 임신율이 증가했다.”면서 성관계를 전제로 한 피임 위주의 교육을 비판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만 16세 미만 임신율이 지난 2002년 1000명당 7.9명에서 2003년 8.0명으로 늘어났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한국 응급피임약 실태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노레보, 퍼스트렐, 세스콘 원앤원, 레보니아 등의 응급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살 수 있다. 응급피임약이 국내에서 시판된 것은 2002년부터로 2003년 24만정,2004년 29만정이 팔려 사용하는 여성의 숫자는 늘고 있다. 하지만 홍보를 할 수 없고, 처방전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판매량 증가는 미미하다는 제약사측의 설명이다. 사용과 구입의 편리성을 위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사전피임제와 달리 사후피임제는 주성분이 여성호르몬인 레보노르게스트렐로 다소 고함량이 함유되어 있어 사용상 엄격한 주의를 요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복용법은 대부분의 약이 비슷하다. 성관계 이후 최대 72시간 내에 2정을 모두 복용한다.72시간 안에 1정을 먼저 먹은 뒤 12∼24시간 안에 1정을 더 먹는 약도 있다. 가격은 단 2정이란 것을 감안하면 비싼 편으로 보험과 의료보호는 적용되지 않는다. 처방전을 받는 데 1만∼2만원, 약을 구입하는 데는 1만∼1만 5000원이 든다. 구입하는 데 연령 제한은 없어, 청소년도 살 수 있다. 처방전없이 약국에 가면 약사들이 응급피임약이 아닌 매일 복용해야 하는 보통의 사전피임약을 다량으로 주는 경우가 있다. 용량을 맞추기 위해서 통상 일반의약품인 보통피임약을 4정 정도 먹은 뒤 12시간 뒤 4정을 더 먹으라고 한다. 이럴 경우 위장장애와 두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훨씬 높고, 피임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는 80∼95%정도로 추산된다. 한번의 생리주기 안에서 즉 한달에 한번만 사용 가능하다. 한번 응급피임약을 먹은 뒤 뒤이어 성관계를 할 때는 반드시 비호르몬적 국소피임법을 써야 한다. 약이 아니라 콘돔, 살정제, 자궁내 피임장치, 피임용 캡 등을 사용해야만 한다. 응급피임약을 먹은 뒤 가장 흔히 보이는 현상은 위장장애다. 구토, 복부 통증과 함께 피로, 두통, 현기증, 생리장애,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성관계 직후 빨리 복용할수록 피임 효과는 우수하다. 제약사는 24시간내 복용하면 95%,48시간내는 85%,72시간내는 58%의 피임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100% 피임이 보장되지는 않으므로 임신진단 시약 등으로 사후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5) 성적소수자의 권리(네덜란드)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5) 성적소수자의 권리(네덜란드)

    흔히 네덜란드를 ‘성적소수자의 천국’이라 부른다. 세계 최초로 동성간 결혼을 인정해 동성애자들도 드러내 놓고 떳떳한 삶을 살 수 있는 곳이 네덜란드다. 성전환자에 대한 의료 지원도 철저하다. 성(性)에 대한 정체성이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오랜 과정을 거쳐 법과 제도로 반영된 결과다. 네덜란드 성적소수자들의 생활을 현지 취재로 생생히 살펴본다. ■ 세계 첫번째 레즈비언 부부의 삶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이효용특파원|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서쪽으로 20㎞ 떨어진 한적한 동네의 한 아담한 복층 아파트. 곳곳에 걸린 가족사진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 지극히 평범한 두 ‘아줌마’가 기자를 맞았다. 지난 2001년 ‘세계 최초의 합법적 동성부부’로 외신을 장식했던 헬레네 파센(38)과 안느-마리 튀스(36) 부부다. ●두 아이 낳고 완벽한 가족으로 “이쪽은 우리 엄마고요, 이쪽도 우리 엄마고요, 얘는 내 동생이에요.” 2층에서 쪼르르 뛰어 내려와 조잘조잘 가족을 소개하던 나탄(5)이 수줍은 듯 헬레네 뒤로 숨는다. 나탄은 이들이 인공수정을 통해 얻은 아들이다. 헬레네와 마리는 1998년 12월 친구들의 소개로 만나 한눈에 서로 ‘인생의 동반자’라고 느꼈다.1주일 만에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동거에 들어갔다.2001년 4월1일, 세계 최초로 네덜란드에서 동성커플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이 시행되던 날 0시를 기해 결혼식을 올렸다. 나탄에 이어 딸 미르틀러(3)를 낳고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헬레네는 사실 마리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몰랐었다. 명문 프리예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공증인으로 일하던 그는 공부와 일에 바빠 31살이 되도록 연애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마리를 처음 본 순간 ‘운명적인 사랑’을 느꼈으며, 그것은 동성이건 이성이건 상관없는 사랑 자체였다.”고 말했다.15세 무렵 성 정체성의 고민을 시작한 마리는 19세 때 동성애자임을 알았다고 한다. 다행히 둘 다 가족의 반대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아이 문제는 녹록지 않았다.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입양과 인공수정 두가지. 마리가 아이를 낳고 싶어 했기 때문에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2000년 첫 아들 나탄을 낳았다. 생모인 마리는 출산과 동시에 부모의 자격을 얻었지만, 헬레네가 나탄의 부모로 인정받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네덜란드 현행법은 출산이든 입양이든 일단 한명만 부모로 인정하고, 동성 배우자는 3년이 지나야 ‘입양’ 형식으로 부모가 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둘째 미르틀러까지 모두 입양 절차를 마쳤다. 여느 부모와 다른 상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도 고민스러웠다. 아이가 물으면 “너는 아빠가 없고 엄마가 둘이다.”라고 말해줬다. 혹여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편부모나 미혼모와 마찬가지로 조금 다른 형태의 가족일 뿐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둘 다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남매는 구김살 없이 자라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가족이니 행복한 게 당연하죠.”라며 활짝 웃던 헬레네는 “네덜란드에서도 불과 30∼40년 전에는 동성 커플이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이성애와 동성애가 적어도 법적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 인정 후 편견 극복을” 암스테르담에 있는 국제동성애정보자료실에서 책과 뉴스 수집을 담당하는 김혜진(21)씨는 3개월에 한번씩 진료와 호르몬 치료를 위해 프리예 대학병원을 찾는다. 벨기에 입양아인 김씨는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성 정체성이 여성이며, 성적 지향 또한 여성인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이다. 성적으로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셈이다. 어릴 때부터 인형놀이를 좋아하던 김씨는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늘 헷갈렸고, 부모는 그를 게이(남성동성애자)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성이 되고 싶으면서도 자꾸 여성에게 끌렸다. 트랜스젠더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임을 깨달았다.“입양이 실패했다.”며 냉랭하게 등을 돌린 양부모를 떠나 2002년 암스테르담에 와서 동성애 자료실에 일자리를 구했다. 다행히 네덜란드는 성전환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수술 및 평생 해야하는 호르몬 치료까지 모두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물론 까다로운 신체검사와 심리검사를 통과해야 한다.18세부터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김씨는 내년 10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동양인이며 트랜스젠더에 레즈비언이라는 3중의 핸디캡과 싸워온 김씨는 “특히 소수자에게 인권은 결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우선 솔직하게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 다음 편견과 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를 위한 15년의 노력 네덜란드는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헌법 1조에 따라 단계적으로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갖춰 왔다.1980∼90년대에 유명 연예인들과 몇몇 정치인들이 커밍아웃하면서 꾸준히 이슈를 만들어 나갔다.1991년 동성애자였던 당시 내무장관이 기반이 되는 법안을 만들었고,1998년 동성간 ‘등록 파트너제’가 합법화된 데 이어 2001년 동성간 결혼과 동성부부의 입양이 허용됐다. 스작 얀슨 법무부 법률고문은 “성적 정체성이 다름을 이유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의 기본 정신”이라면서 “올 가을 동성부부의 입양 때 한쪽이 3년 뒤에야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약을 수정하는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최대의 동성애 운동 단체인 COC의 아르요스 벤드리그(30)는 “지난 4월 ‘여왕의 날’ 행사를 취재하던 미국인 동성애 운동가이자 기자인 크리스 캐인이 집단 폭행을 당하는 등 아직 차별이 남아 있다.”면서 “법적으로 보장됐다 하더라도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려면 지속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utility@seoul.co.kr ■ 동성애자 정치인 디트리시|암스테르담(네덜란드) 이효용특파원|“동성애자니 이성애자니 하는 성 정체성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결국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입니다.” 네덜란드 연립 여당 가운데 하나인 D66의 당대표 보리스 디트리시(50)는 잘 알려진 동성애자 정치인이다. 암스테르담 한 노천카페에서 만난 그는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다.”고 예의 정치인다운 첫마디를 날리면서도 “결국 동성애자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1955년 유트레흐트에서 태어난 그는 명문 레이든 대학에서 법학 석사를 받은 뒤 1981년 중도진보 성향의 D66에 입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유고연방에서 망명해 레이든대에서 동유럽학을 가르친 교수였다.20세를 전후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그는 1981년부터 25년째 한 남성과 함께 살고 있다. 부모는 처음엔 놀라고 슬퍼했지만 언젠가부터 파트너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정치인인 그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것은 1993년 처음 국회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할 때였다. 평가가 엇갈렸지만 “본인에게 솔직하다면 국민에게도 솔직할 것”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무난히 당선됐다. 국회의원으로는 첫 커밍아웃이었다.1993년 동성결혼허용 법안을 제안했고,2003년 당 대표가 됐다.151석 가운데 6석을 차지, 제1·2당인 CDA·VVD와 연립여당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보수 성향 정치인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었다.1996년 기독연합당 대표가 한 잡지 인터뷰에서 “보리스가 사는 방식은 제대로 된 방식이 아니며 동성애는 이성애보다 열등하다.”라고 비난했다. 일부 의원들이 “정당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며 소송을 걸었지만,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 끝에 결국 ‘의사표현의 자유’라고 결론났다. 그는 “수치심과 모욕을 느꼈던 순간이지만 결코 커밍아웃한 것을 후회하거나 불편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누가 뭐라고 하든 정치인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개인의 권리나 능력이 억압받아서는 안된다.”면서 “동성애운동단체, 언론, 정치인 등이 꾸준히 동성애 문제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tility@seoul.co.kr
  • [낮은소리] 키 작은 사람들의 애환

    [낮은소리] 키 작은 사람들의 애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행복과 불행은 키가 큰 사람에게도, 작은 이들에게도 찾아드는 법이지만 마음 먹기는 다른 것 같다. 작은 키 때문에 비관하고 부모를 원망하는가 하면, 이같은 ‘단점’을 잘 이겨내 사회의 거울이 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키가 크면서도 늘이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작은 키를 ‘사회적 장애’로 만들어버리는 주변의 시선, 매스컴과 계급사회 등 각종 시스템이 낳은 비뚤어진 세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책표지를 보고 책을 판단하지 않는 법’(Don’t judge a book by a cover)이라는 서양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 또 ‘작지만 야무진 포부’와 훌륭하게 극복한 사례를 살펴 본다. “제 나이는 17세이고 몸무게 75㎏에 키 168㎝랍니다. 키가 작아서 고민입니다. 키를 늘일 수 있는지….” “미국 미시간주에서 대학을 마치고 공군에 입대하려 했는데…키 160.4㎝로 반올림 해도 161㎝가 안된다며 불합격 판정을 내리더군요. 정말이지 또 한번 죽고 싶었습니다.” 신체의 키와 관련된 기관·단체 등에 쏟아지는 질문 가운데에서 꼽아본 내용이다. 이와 유사한 걱정 섞인 하소연 사례가 유관단체에 많게는 하루 수십건씩이나 들어오기도 한다. 심지어 신장이 170㎝대이면서도 또래끼리 잘 비교하는 사춘기 청소년, 취업·결혼과 같은 중대사를 앞둔 사람들이 이런 걱정을 해오는 경우도 적잖다. 모두 키 순서로 줄을 세우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영웅상’ 탓이다. ●‘숏다리’-그들은 누구 “전 180㎝가 안되면 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친구들은 모두 180㎝를 넘는다고요. 그 정도는 돼야 모델이나 탤런트를 할 수 있거든요.” 한 대학생이 쏟아낸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큰 키라고 여기고, 특히 160㎝에도 못미치는 사람이 들으면 그야말로 속터질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가 작은 키인가 하는 화두가 나올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키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진다면 같은 나이에서 어떤 수준이냐를 살펴볼 수 있다. 키는 보통 계속 자라다가 고교에 입학할 나이인 17세 이후에는 멈추기 때문에, 그 이전엔 예측 가능한 신장과 17세의 평균신장을 잡아보면 된다. 우리나라 17세 청소년들의 평균 키는 남자 173.6㎝, 여자는 161㎝이다. 그러나 정형외과 측면에서 보면 ‘작은 키’란 또래 100명을 나란히 세웠을 때 작은 순서로 3번째 안에 들어갈 경우를 가리킨다. 키 순서로 출석번호를 매기는 학교의 현실도 작은 키를 탓하는 풍조에 한몫 거든다. 부산에 사는 K(21)씨는 “150㎝로 고교때 늘 1번을 달고 다녔다.”면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공부해 이른바 명문대에 들어왔는데, 요즘 작은 키 때문에 고민이 커졌다.”고 귀띔했다. 저신장의 원인은 부모의 키가 작은 경우와 연골무형성증, 골형성부전증 등 뼈나 성장판 연골에 선천적으로 질환을 앓는 경우,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 결핍, 만성신부전, 염색체 이상인 터너증후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란’ 꿈꾸는 ‘다윗’ 고려대 서울구로병원 ‘키 크기 클리닉’의 송해룡(49) 박사는 작은 키의 원인과 관련,“부모의 키가 작은 가족력이 전체의 70∼80%”라면서 “이런 경우 결코 질환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나아가 비록 키가 작더라도 스스로 강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등 자기영역을 개척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인도 모르는 유전자 변형으로 보다 심각한 기형을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는데, 키가 작다고 해서 자신조차 낮춰보는 것은 또 하나의 죄악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작은 키 모임’(LPK) 김동원(47·자영업) 회장의 사례를 보자. 이 모임은 키 150㎝ 이하인 남녀와 그들의 피붙이를 포함해 회원이 110가족,300여명에 이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것이며, 지방에도 비슷한 규모의 모임이 있다. 김회장은 유전자 변형으로 키가 자라지 않는 둘째아들 승철(12·초등학교 6년·125㎝)군을 뒀다. ●“약자 보호해줘야 성숙한 사회” 그는 “회원들은 단지 일상생활에서 불편할 뿐 비정상인 것은 아니다.”면서 “제도권 교육체계 등 사회의 냉대 때문에 따돌림당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극소수일지언정 약자들을 다수가 보호해줘야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과 아들이 겪은 일도 들려줬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교실배정 문제로 학교측과 다퉜단다. 체구가 자그마한 아들이 높은 곳을 오르내리기 힘들어해서다. 그러나 “왜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돼야 하느냐.”는 항의만 들었단다. 또 아이들끼리 하는 운동에 참여하면 교사까지 “너 때문에 졌다.”는 등의 핀잔이 쏟아졌다. 김회장은 요즘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아는 저신장 법학 전공자를 사회복지사로 고용, 교실 옷걸이와 책상을 비롯해 각종 시설의 높이를 아들처럼 작은 사람을 위해 낮추는 등 ‘인권 되찾기 투쟁’에 열중하고 있다. 글 사진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왜소증 극복할 수 없나 키가 눈에 띄게 작다고 다 환자는 아니다. 증(症)이란 말 때문에 잘못 알려졌지만 왜소증 가운데 질환 비율은 20∼30%뿐이다. 통상 남성의 경우 145㎝, 여성은 140㎝ 이하가 왜소증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2500여명이 왜소증으로 추정된다. 보통 어린이는 연간 5㎝이상 자란다. 사춘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1년에 4㎝이하로 자라면 성장장애가 의심돼 상담을 받는 게 좋다. 부모에 비해 지나치게 작거나, 미리 자신의 키를 예측해 성인때 신장이 여아 150㎝, 남아 160㎝이하일 것 같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성인 때의 키를 예측하는 방법은 남성의 경우 (아버지의 키+어머니의 키)×0.5+6.5, 여성의 경우 (아버지의 키+어머니의 키)×0.5-6.5로 계산하면 나온다. 전문의들은 “성장 호르몬은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평소에 비해 40배 이상 분비된다.”면서 “이 시간에 수면을 충분히 취하도록 도와줘야 키가 제대로 클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수영과 댄스, 배구, 농구, 조깅, 맨손체조 등 가벼운 운동을 하루 20∼30분씩 1주일에 5회이상 하면 좋다. 같은 이치로 몸을 쭉 펴주는 스트레칭도 권할 만하다. 몸무게로 인해 압박된 척추나 성장판에 적당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평소 바른 자세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구부정한 자세로 컴퓨터나 TV를 장시간 가까이 하게 되면 원래 키 보다 작아보일 뿐만 아니라, 실제 척추가 비뚤어져 척추 질환의 위험도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키 작은 영웅들 작은 키 때문에 속타는 사람이 많지만, 잘 이겨내면 오히려 부러움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역사가 말해준다. ‘얼굴 예쁘고 재주도 있는데 키만 조금 더 컸더라면’이란 말에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깎아내리는 심리가 숨었다.‘역시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칭찬에 가깝다. 그래서 ‘슈퍼 땅콩’ ‘울트라 슈퍼 땅콩’ 등의 별칭으로 유명해진 이도 많다.‘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과도 통한다. 최근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을 안은 장정(25)은 귀국 인사말에서 “제 키는 151(㎝)이 아니라 153(㎝)이랍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작은 키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이젠 자랑거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을, 세상에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었다. 이어 ‘울트라 슈퍼 땅콩’이라는 별명을 ‘작은 거인’으로 바꿔 불러달라는 애교 섞인 말을 했다. 자신감이 배어 나온다. 장정이 그런 별명을 얻은 배경도 작은 키와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바로 같은 프로골퍼인 김미현(28)이 먼저 국제무대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슈퍼 땅콩’이란 별명을 선취(?)했기 때문에 엇비슷한 신장을 빗대고 수식어를 덧대 별명을 붙여준 것이다.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을 받는 덩샤오핑(鄧小平·1904∼77년)에게는 키 때문에 벌어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각국 수장들과 나란히 서서 대화를 할 때면 깔판을 딛고 마주 봤다고 한다.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1913∼94)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던 때가 좋은 사례다. 하지만 그는 150㎝의 단구로 10억 인구의 중국은 물론, 지구촌을 호령했던 불세출의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프랑스 황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1769∼1821년) 역시 157㎝로 평균적인 서양인에 비해 ‘프티’(Petit·프랑스 말로 작다는 뜻)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때 유럽을 손안에 넣었던 작은 거인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이번 방학엔 꼭 고쳐주세요”

    “이번 방학엔 꼭 고쳐주세요”

    방학을 맞아 자녀들의 질환을 치료하려는 부모들이 많다. 시간 여유가 있어 차분히 경과를 살피며 치료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많은 치과질환을 비롯, 사춘기 여성질환, 변비, 저신장 등은 심리적 콤플렉스로 작용하거나 더 큰 병을 부를 수 있어 방학을 이용해 말끔히 정리하는 게 좋다. ●치아교정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부정교합 치료 시기를 궁금해한다. 의사마다 말하는 시기가 달라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부정교합은 환자마다 상태가 달라 간단히 분류해 치료 방법이나 시기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원칙적으로 위·아래턱의 부조화가 동반된 골격성 부정교합은 성장이 끝나기 전에 치료해 위·아래턱의 골격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단순히 치아 배열만 이상하다면 영구치가 모두 난 후에 치료해도 상관없다. 즉, 골격성 부정교합은 7∼8세, 심한 경우에는 그 전에라도 일차적인 교정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유치라도 위·아랫니가 거꾸로 물려 턱을 앞으로 내밀거나 아래턱을 다물 때 옆으로 심하게 돌아간다면 3∼5세 때라도 예방적인 교정치료를 받는 게 좋다. 이런 경우가 아닌 간단한 치열교정은 11∼12세에 시작해도 된다. 그러나 치열교정이라도 이가 날 자리가 아주 좁다면 치료를 앞당기는 게 좋다. ●사춘기 여성질환 비정상적인 자궁출혈이나 무월경 등 산부인과 질환을 가진 학생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춘기 전후의 여성들은 성인 환자들과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으며, 새로운 생리적 변화에 접하는 만큼 충분한 관련 지식을 갖지 못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갖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최두석 교수팀이 지난 95∼98년 이 병원 사춘기클리닉을 찾은 환자 851명을 대상으로 질환의 유형과 원인을 조사한 결과 초경 평균연령이 12.8세(초등 6년∼중 1년)로 나타났다. 즉, 이 연령대가 되면 여성질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뜻이다. 질환별로는 기능성 자궁출혈(22.6%)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무월경(19.5%), 질염(16.9%), 월경곤란증(14.2%), 골반내 종양(8.2%)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10세 이하의 경우 염증성 질환과 선천성 기형이,11∼18세 때는 생리 관련 질환, 염증성 질환, 종양이,19∼25세에는 생리 관련 질환, 골반종양, 염증성 질환이 많았다. ●소아변비 흔한 변비이지만 성인과 소아는 원인이 다르다. 특히 소아변비는 아동의 5∼10%에서 발생하며, 배변 습관에 의한 심인성 변비는 물론 거대결장증이나 항문폐색 등 선천성 이상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므로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아변비 중 가장 흔한 기능성(심인성)변비는 배변습관 형성에 실패해 나타나기 쉽다. 취학 어린이들은 놀이에 집중하거나 학교 화장실 이용을 기피해 변을 참다가 직장 근육이 팽창하면서 변이 굳어져 변비를 갖기 쉽다. 이 경우 대부분 변비약을 사용하나 오히려 약물 의존성을 키워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이런 어린이는 장기능 장애가 심해지기 전에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선천성 이상인 거대결장증은 장에 있어야 할 신경절이 없어 변비가 생기는 질환으로,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선천성 쇄항증은 수술 후에도 정기적으로 장세척을 해야 한다. 변비에 걸리지 않으려면 섬유질이 많은 과일과 야채 섭취량을 늘리고, 하루에 한번씩 정해진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저신장 키는 건강과 영양상태, 유전적 영향을 가장 잘 반영한다. 정상적인 성장 곡선에서 벗어난 발육 부진은 질병을 가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 평소 자녀의 성장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는 게 현명하다. 그러나 부모가 저신장이라고 아이 키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경우 대부분 병적인 저신장보다는 키가 다소 작을 뿐이며, 더러는 늦게 크는 체질성 성장지연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영양 불량이나 스트레스, 내장관·신장·만성호흡기·심장질환과 성장호르몬 이상 등 내분비질환도 저성장을 초래하나 원인질환을 치료해주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자라게 된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다음에 해당되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학교에서 키 순서대로 섰을 때 100명 중 세번째 이내일 때 ▲1년에 4㎝ 이하로 자랄 때 ▲2살 어린 아이보다 키가 작을 때 ▲매년 5㎝ 이상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2∼3㎝밖에 자라지 않을 때 ▲부모에 비해 크게 작을 때 ▲저신장이 심리장애를 유발할 때. ■ 도움말 박기태 삼성서울병원 소아치과 교수, 최두석 산부인과 교수, 서정민 소아외과 교수, 진동구 소아과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건강칼럼] 건강의 적 활성산소/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원장

    최근 텔레비전의 한 건강프로에서 ‘활성산소’에 대해 다루었다. 도대체 활성산소가 무엇이기에 질병에 90%나 관여한다는 것인가. 활성산소는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체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균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암과 노화는 물론 당뇨병 동맥경화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과 치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낡은 수도파이프를 보자. 겉은 멀쩡한데 속은 뻘겋게 녹슬어 있다. 이처럼 금속을 녹슬게 하는 물질이 바로 활성산소다. 이 활성산소가 많을수록 산화반응이 강하게 일어나 더 빨리 병을 일으킨다. 활성산소가 혈관벽에 작용하면 혈관이 딱딱해져 고혈압과 뇌졸중, 협심증을 일으킨다. 또 DNA에 작용해 변형을 일으키면 암이 된다. 암 치료가 어려운 것도 암세포의 세포막이 산화되어 딱딱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활성산소는 체내 에너지 생성과정에서 발생한다. 예컨대 100개의 산소가 있다면 이 중 75개는 에너지 발생에 사용되고 25개는 활성산소가 된다. 이 중 20개 정도는 활성산소 제거효소인 SOD 등에 의해 제거되고, 나머지 5개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데, 이 5개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활성산소가 돼 DNA와 세포막 등을 무차별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면 활성산소는 왜 생길까. 스트레스와 자외선, 과식, 중금속, 영양 및 미네랄 불균형, 운동부족이나 무리한 운동, 환경호르몬 등이 원인이다. 따라서 이것을 교정해 주면 활성산소가 줄어든다.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비타민A·C·E가 많은 음식이나 비타민제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용성인 비타민A는 흡연자가 정제로 섭취할 경우에는 폐암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런 활성산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자신의 활성산소와 항산화 상태를 측정,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래로 못 막을 일도 미리 하면 호미로도 능히 막을 수 있는 것이 건강이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원장
  • [Doctor & Disease] 차병원 산부인과 이정노 박사

    [Doctor & Disease] 차병원 산부인과 이정노 박사

    “노화의 일부인 여성 요실금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방치할 수도 없는 질환입니다. 인생이 새고, 자존심이 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에게 나이의 증거처럼 나타나는 요실금. 시도 때도 없이 오줌이 새는 바람에 운동은커녕 소리내 웃거나 재채기도 할 수 없는 이 질환은 확실히 모욕적이다.“이런 질병을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치료가 안 되는 것도 아닌데….” 22년의 미국생활을 접고 지난 1993년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한 차병원 이정노(61·포천중문의대 교학부총장) 박사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는 요실금이야말로 ‘삶의 질’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드러나는 증상은 무엇인가. -가장 보편적인 증상은 복압, 즉 배에 힘이 들어가는 기침이나 재채기, 줄넘기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나 웃는 것만으로도 오줌이 샌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소변 양이 적고 다 누어도 개운치 않아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된다. 과민성 방광을 가진 사람은 이런 동기 없이도 방광이 저절로 수축돼 오줌이 새기도 한다. ▶원인은 무엇인가. -골반조직의 약화가 문제라고 보지만 왜 골반조직이 약화되는지는 아직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과민성 방광은 비만하거나 당뇨병, 척추 및 뇌신경 이상인 사람에게 특히 많아 이런 질병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요실금도 세분할 수 있을 텐데…. -크게 복압성과 절박성, 일류성이 있으며 이런 증상이 섞인 혼합형도 있다. 요실금의 70∼80%를 차지하는 복압성은 임신, 출산과 폐경 후 여성호르몬 감소, 비만 등의 영향으로 생기는데 방광, 요도, 자궁 등 골반 내 장기가 자꾸 아랫쪽으로 처지면서 요도괄약근을 약화시켜 나타난다. 절박성은 방광이 저절로 수축해 생긴다. 때문에 요의를 느끼면 참지 못하며 숙면도 취하지 못한다.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뇌 및 척수손상, 남성의 전립선비대 등이 원인이다. 일류성은 역류성이라고도 하는데, 전립선 비대나 요도 협착, 당뇨병 등 말초신경질환, 변비 등으로 방광 출구가 좁아져 있거나 방광의 수축기능이 약해 소변이 넘쳐 흐르는 경우다. 이 박사는 사람들이 다소 애매하게 여기는 골반근육을 간명하게 설명했다.“이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소변을 보다가 갑자기 소변을 멈춰 보면 됩니다. 이 때 소변을 멈추게 하는 근육이 바로 골반근육이며, 이 근육을 포함한 유기체가 골반조직입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환자의 병력과 함께 요역동검사를 통해 요실금의 종류는 물론 수술 여부 등 치료 방법까지 결정할 수 있다. ▶발병 추세는 어떤가. -예전과 발병 추세가 다르다고 보지는 않으나 고령화와 삶의 질에 대한 각성, 여성의 자존감 향상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크게 늘었다. 경향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패드로 처리했으나 요새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려고 한다. 통상 40대 후반의 30∼40%,65세 이상된 여성의 50% 이상이 요실금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발병원이 다양한 만큼 치료도 어렵지 않겠는가. 완치가 가능한 질환인가. -발병원이 다양할 뿐 아니라 자연적인 노화현상이기도 해 완치는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진단 및 치료기술이 좋아져 95%는 완치가 가능하다. 나머지 5%는 조직이나 괄약근에 문제가 있어 치료가 상당히 어렵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료 방법은 약물, 골반근육운동, 전기자극술 같은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흔한 복압성 요실금의 경우 젊은 환자는 운동요법이나 전기자극을 이용한 바이오 피드백 등으로도 치료하지만 고령에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슬링수술법, 버취수술법에다 최근에는 인공조직을 이용한 테이프식 수술도 유효하다. 예전과 달리 수술도 15∼30분이면 끝난다. 이밖에 절박성은 근이완제, 복압성은 요도괄약근을 조여주는 약물로 치료하기도 한다. ▶수술치료 예후는 어떤가. -테이프식 미드슬링 수술법의 경우 85∼95%는 치료되며 노화의 진행에 따라 재발률은 15% 정도 된다. 치료 후 일시적인 배뇨장애가 오기도 하나 자가 방광훈련으로 개선되며, 출혈이나 염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 별 문제는 아니다. ▶약제의 부작용도 없지 않을 텐데…. -심각하지는 않다. 절박성 요실금 치료에 쓰이는 약제의 경우 구강 건조, 소화불량, 메스꺼움, 안구건조증 등이 나타나나 최근에는 이런 부작용을 개선한 약제도 많이 나와 있다. ▶예방책은 무엇인가.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케겔운동이라 불리는 골반 근육운동을 일상화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양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 채 바닥에 누워 아랫배와 엉덩이의 근육을 5초가량 최대한 수축시켰다가 이완시킨다. 다음은 똑바로 누워 무릎을 당겨 구부린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시면서 동시에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역시 5초가량 골반근육을 수축시켰다가 서서히 힘을 뺀다. 또 가부좌자세로 앉아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하복부에 힘을 줘 골반근육을 오므리는 운동도 좋다. 이 동작을 매일 규칙적으로 되풀이하면 된다. 이 박사는 대화 말미에 우리의 보험수가 체계를 거론했다.“예컨대 인조조직을 이용한 치료법은 효과가 탁월한데도 수가 반영을 안 해줍니다. 요역동검사도 심평원에서 미리 틀을 정해 놔 충분한 검사나 진단이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니 환자들이 치료받으러 외국 나가고, 또 의료를 불신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 이정노 박사는 ▲연세대의대▲미국 미시간대 부속 연합 폰티악병원 인턴, 레지던트 및 어텐딩-스태프, 산부인과 개원▲캘리포니아주 레세다에서 산부인과 개원▲미국 남가주의대 산부인과 임상교수▲캘리포니아 시미벨리병원 산부인과 과장▲미국산부인과학회 회원▲대한부인비뇨기과학회 창립 회원▲대한산부인과학회 학내이사▲차병원 병원장▲현, 포천중문의대 교학부총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北어린이에 우유를…] 7세 남아 평균체중 南 27㎏·北 17㎏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단연 인기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성장기때 두달 동안 우유 1ℓ를 꾸준히 마시면 키가 2㎝가량 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현재 북한 어린이들의 40%가 영양부족 상태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단백질과 칼슘 부족은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때문에 7살 남자 어린이를 기준으로 북한 어린이는 남한 어린이보다 키는 20㎝나 작다. 정치적인 통일에 앞서 ‘통일둥이’로 불리는 남북한 어린이의 체격적인 통일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신문이 ‘통일우유 보내기 운동’을 펼치는 것도 바로 우유가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북한 어린이에 대한 영양상태나 체격조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북한을 지원하는 국제기구 등을 통해 그 실상이 일부 공개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7살 북한 어린이는 남한 어린이보다 20㎝가량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2003년 기준 7살 남한 어린이의 평균키가 126.7㎝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 어린이는 1m를 조금 넘는다.7살 북한 어린이의 몸무게도 남한 어린이보다 10㎏가량 적은 17㎏ 안팎에 불과한 상태다. 문제는 남북한 어린이의 체격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인류학과 박순영 교수가 지난 1999∼2000년 중국에 체류 중인 북한 어린이 55명을 상대로 조사했을 때 7살 남북한 어린이의 키 차이는 12㎝ 정도였다. 불과 5년 뒤 성장기 어린이의 키 차이가 최대 8㎝까지 벌어졌다는 얘기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 권근술 공동대표는 7일 “어깨동무를 하려면 키가 엇비슷해야 한다.”면서 “통일한국에서는 남북한 어린이가 어깨동무하고 함께 뛰어놀 수 있도록 북한 어린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촉진 물질을 발견해 관심을 모은 박승만 하이키원장은 성장기 어린이가 매일 우유 1ℓ와 치즈 2장을 먹으면 두달 동안 2㎝ 정도 키가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박 원장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 1년이상 치료를 했던 260명의 어린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우유가 어린이 성장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성분 때문이다. 우유에는 단백질과 지방, 칼슘, 유당, 미네랄, 비타민 등 55가지의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이 중 단백질은 성장호르몬과 인슐린 성장인자의 원료로 사용된다. 따라서 성장기 때는 성인의 2배 가까운 체중 1㎏당 1.5∼2g의 단백질을 매일 섭취해야 한다.250㎖ 우유 한 컵에는 단백질이 8g이 들어 있다. 우유 한 컵만 마셔도 성장호르몬은 충분히 섭취되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성장기 어린이가 하루에 우유를 600㎖를 마시면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칼슘·비타민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면서 “과거 영국 총리를 지냈던 처칠이 국가의 장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일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우유의 효과때문”이라고 상기시켰다. ●모금계좌 농협 069-01-271561, 예금주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ARS 060-700-1001(한 통화 2000원) ●모금기간 2005년 8월15일까지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무더위 불면증 이렇게 날려라

    무더위 불면증 이렇게 날려라

    낮 동안의 무더위에다가 열대야까지 겹쳐 잠을 설치는 사람이 많다. 그 바람에 생활의 리듬을 잃거나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위에 지쳐 시원한 맥주나 수박 등을 찾지만 이런 식품이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열대야도 잊고 건강하게 잠 잘 자는 법은 없을까. ●더위와 잠 열대야 속에서 잠들기 힘든 이유는 체온조절 때문이다. 열대야가 시작되면 인체의 체온조절 중추가 더위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 각성 상태를 유지해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숙면을 어렵게 한다. 일반적으로 숙면에 적당한 기온은 25∼29도. 이런 조건에서는 쉽게 잠들 뿐 아니라 깊은 수면을 취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통상 수면은 렘 단계(REM)와 비렘(Non-REM)단계로 나누는데, 성장 및 성호르몬,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되는 비렘 3∼4 단계와 렘단계가 깊은 잠이 드는 단계. 이때 숙면을 취해야 수면부족 현상을 느끼지 않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더운 날씨는 수면 단계 중 렘 단계에 영향을 끼쳐 몸은 자나 뇌는 깨어있는 상태가 계속되게 된다. ●불면 그 이후 낮에 졸립고 일과 공부에 집중이 안되며, 능률이 떨어졌다면 잠을 충분히 못 잤다고 생각할 수 있다. 수면은 낮동안 지친 몸과 뇌를 회복시키고 성장 및 성호르몬을 분비하게 한다. 또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며, 상황에 대처하는 본능적 능력을 정상 수분으로 유지하도록 하는데, 이런 잠이 부족하면 심신이 부조화에 빠져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신경질적이거나 무력하게 되고 만다. 교통사고의 원인인 주간 졸림증이나 만성피로, 기억력 감소,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학습 및 작업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질이 낮은 수면은 인지능력을 떨어뜨려 학습이나 일 처리 능률을 떨어뜨리며, 어지럼증과 두통, 기분장애 등 정신적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성장기 청소년들은 호르몬 분비를 막아 성장이 방해를 받기도 한다. ●열대야 속 잠 잘자기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섭생과 운동, 생활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 취침 직전에는 전신의 긴장을 풀고, 낮동안 교감신경이 지배한 신경체계를 무리없이 부교감신경으로 변환시켜야 숙면에 이를 수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의 질환은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의 숙면을 해치는 대표적인 수면 장애요인이다. 이런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밝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오는 잠을 억지로 청하는 것도 좋지 않다.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잠을 방해한다. 따라서 정해진 수면 시간을 지키려고 필요 이상 민감해 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운동도 숙면의 조건이 된다. 그러나 피로가 수면에 도움이 된다며 밤시간대에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오히려 잠들기 어렵다. 잠자기 전의 운동이 대뇌작용을 활성화 시키기 때문이다. 운동은 잠들기 4∼6시간 전에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음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카페인이나 니코틴은 대뇌를 자극해 수면을 방해한다. 따라서 카페인이 많은 커피 녹차 홍차 콜라 초콜릿 등은 하루 두잔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술은 대뇌의 기능을 저하시켜 잠은 잘 들게 하지만 전체적인 수면구도를 변화시켜 숙면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 음식은 수면 3시간 전에 섭취하며 잠들기 전에 공복감이 느껴지면 우유를 한잔 정도 마신다. 흡연도 수면을 방해한다. 흡연자는 자는 중에도 몸이 금단현상을 일으켜 4시간마다 뇌를 각성상태로 유도한다. 수박이나 물 등을 너무 많이 먹으면 체온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있지만 이뇨작용으로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흡수된 수분이 체내에서 소변으로 바뀌기까지는 약 1시간30분 소요되므로 잠들기 직전에는 이런 음식을 피해야 한다.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가장 심각한 열대야 후유증은 바로 불면인데, 이 때는 억지로 자야겠다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수면에 빠지도록 환경이나 식습관 등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지나친 냉방이나 찬 음식을 탐닉하기 보다 적절한 영양 및 수분,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도움말 박동선·이종우 예송이비인후과 공동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생명의 균형, 미네랄 3.5%/야마다 도요후미 글

    현대인의 돌연사, 암, 습관성 유산 등의 숨은 주범인 미네랄. ‘생명의 균형, 미네랄 3.5%’(야마다 도요후미 지음, 김수현 옮김, 북 폴리오 펴냄)에서 저자는 인체 구성의 3.5%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비타민 결핍보다 미네랄 결핍이 더 무서운 결과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인의 흔한 증세인 떨림이나 허탈감, 이유 모를 우울감, 경련은 마그네슘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아이들에게 갑상선 호르몬의 구성 성분인 요드가 부족할 경우 발육부진과 지능저하의 증상이 나타난다. 현재 우리가 먹는 식품들은 화학농법으로 키워지고 가공되는 과정에서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미량의 영양소들을 잃게 된다. 특히 육식 위주의 식단과 가공식품을 즐기게 되면 더 많이 결핍된다. 그러므로 자연식과 제철식, 채식위주의 식사를 골고루 하는 것만이 결핍을 막는 최고의 방법. 특히 미네랄 흡수는 자율 신경계와 내분비계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95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생쥐,인간 게놈을 구하러 가다/카트린 부스케 지음

    2차대전 중이던 1942년의 추운 겨울. 젊은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한 농가에 다다랐다.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계란을 살 수 없냐고 물었고, 특히 영양가가 많다는 이유로 수정란을 원했다. 그녀는 독신이였고, 물론 아이도 없었다. 수정란이 든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실험도구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했다. 계란 속에서 닭의 배아를 채취했다. 이 젊은 여자가 30대의 리타 레비-몬탈치니다. 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인 그녀는 몇십년 후 수천 시간 동안 닭의 배아를 관찰, 신경 세포 형성 매커니즘에 관한 연구를 인정 받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생명체 연구의 파트너인 실험실의 동물들생쥐, 인간 게놈을 구하러 가다(카트린 부스케 지음, 심영섭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에서 저자는 실험실의 동물들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세포의 연구까지 현대 생물학을 발전 시킨 공로자라고 말한다. 과학의 발전을 위해 초파리는 눈의 색깔을 바꾸었고, 개구리는 바지를 입었고, 생쥐는 그들의 유전자를 경매에 부쳤다. 집쥐는 미로를 헤맸고, 닭은 메추라기처럼 노래를 불렀다. 이들의 과학 경력을 보면 발톱 개구리와 닭의 근속 연수는 약 3세기이고, 생쥐는 퇴직 나이보다 두배나 더 일했으며 노랑초파리는 100년에 이른다. 이들은 과학 발전을 위해 몸을 바쳤을 뿐 아니라 과학자들이 생명에 관한 지식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논쟁, 가설, 이론을 고안하도록 했다. ●인간 게놈을 밝힌 생쥐 2차대전 이후 기상천외한 돌연변이를 가진 새로운 생쥐들이 탄생했다. 비만 쥐, 털이 전혀 없는 누드 쥐, 난쟁이 쥐 등 종류가 다양하다. 유전공학은 생쥐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기회를 제공했다. 배아에 성장 호르몬이 주입된 생쥐는 보통쥐의 두배나 큰 슈퍼 마우스. 이처럼 생쥐를 통해 유전자 조작이 성공하자 인간 질병의 모델로서 생쥐의 열풍이 불었다. 특히 인간 유전자와 비슷한 쥐의 유전자가 분리되고 복제됨에 따라 생쥐의 게놈을 해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게 됐다. 연구 결과 인간과 생쥐 유전자의 90%이상이 유사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고, 약 80%는 동일한 유전자다. 쥐는 우리와 공동의 조상을 가진 사촌인 셈이다. 인간에 의해 태어나 인류를 위해 생을 마감하는 실험실의 동물들. 그들의 생명과 권리에 대한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인류의 숙제이다.1만 2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패치형 피임약 조심!

    붙이는 피임약의 부작용이 먹는 피임약보다 3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이 ‘정보 자유법(FOIA)’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관련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결과,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10여명이 지난해 붙이는 피임약 ‘오소 이브라’의 부작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혈액 응고로 사망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망자 외에도 수십명이 발작 등 응혈(凝血)에 따른 질환을 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피임약은 한국에선 ‘이브라 패치’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호르몬 조절 피임약의 경우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혈액 응고를 촉진하기 때문에 응혈의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붙이는 피임약의 부작용이 먹는 피임약보다 더 크다는 보고서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FDA와 제약사인 오소 맥닐은 “시판에 앞서 약품에 부작용 경고를 기재했다.”면서 “패치형은 알약만큼 안전하다.”고 밝혔다. 특히 오소 맥닐은 “직접적으로 패치 때문에 숨진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AP통신은 FDA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패치를 사용할 경우 응혈로 숨지거나 통증을 겪을 확률이 알약을 복용할 경우에 비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35세 미만의 여성이 알약으로 된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응혈로 숨질 확률은 20만명 중 1명이었지만, 패치형을 사용할 경우 20만명 중 3명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FDA는 패치 피임약을 승인하기 전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응혈을 일으키는 확률이 패치형이 알약보다 3배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은 전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GMO의 세계] ‘백신 사과’ ‘무지개빛 장미’ 꿈 아니다

    [GMO의 세계] ‘백신 사과’ ‘무지개빛 장미’ 꿈 아니다

    미래의 슈퍼마켓은 어떨까. “간염을 예방하는 고등어와 사과가 나왔습니다.”,“사랑하는 연인에게 무지갯빛 장미를 안기세요.”,“당뇨병을 치료하는 인슐린 세균을 팝니다.” 무슨 만화 같은 소리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꿈’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전자를 재조합해 생물체의 특성을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는 생명공학기술이 컴퓨터의 보급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른바 ‘유전자변형생물체(GMO)’의 개발이다. 특정 생물체에 다른 종의 유전자를 넣어 또 다른 종을 탄생시키는 이같은 기술은 이미 식물과 동물, 미생물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한때 인체 유해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으나 지금은 산업전반에 걸쳐 혁신을 몰고 올 ‘차세대 기반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제비꽃의 유전자를 활용한 ‘파란 장미’가 개발됐고 앞서 타이완에서는 해파리의 유전자를 추출해 어둠속에서 빛을 내는 ‘애완용 관상어’가 탄생했다. 이산화탄소를 석유로 바꾸는 ‘에너지 미생물’이나 당뇨병을 치료하는 ‘인슐린 세균’, 간염 등에 견디는 ‘백신 사과’ 등의 등장도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다. ●작년 GMO시장 40억달러 돌파 1994년 미국에서 박테리아를 활용해 잘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처음 개발된 뒤 작물 분야에서 유전자 재조합은 보편적이 됐다. ‘슈퍼 옥수수’라는 말에 놀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GM 작물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억달러를 돌파, 내년에 5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국제기구인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에 따르면 지난해 GM 작물의 재배면적은 17개국에서 8100만㏊로 2003년 6770만㏊보다 20%나 늘었다.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90%에 해당되는 수준이다.GM 토마토가 처음 재배됐을 당시의 170만㏊에 비하면 10여년만에 무려 47배나 증가한 셈이다. 미국이 4760만㏊로 58%를 차지해 가장 넓고 아르헨티나가 1620만㏊(20%), 캐나다와 브라질이 각각 540만㏊(6.6%)와 500만㏊(6.1%)로 뒤를 이었다. 이들 4개국이 전체 GM 작물 재배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의 비중은 2003년 63%에서 지난해 5% 포인트 감소,GM 작물의 재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선 벼·감자·고추·들깨 등 4종 개발중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를 앞둔 GM 작물은 18종 45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제초제와 바이러스에 잘 견디는 벼, 감자, 고추, 들깨 등 4가지는 마지막 단계로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김현준 연구관은 “GM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품목당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안전성 평가에 들어간 벼와 감자 등 4종은 3∼4년 이내에 상품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업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비타민이 강화된 황금쌀이나 콩, 들깨 등의 개발도 멀지 않았으며 2종 이상의 유전자 재조합으로 영양분을 살리는 실험에는 상추와 배추, 박 등이 포함됐다. 세계적으로는 18종 80여 품목의 GM 작물이 개발중이며 옥수수가 22개 품목으로 가장 많다. 유채, 토마토, 콩, 면화, 감자 등이 많이 재배되며 면적으로는 옥수수와 콩이 전체 GM작물 재배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GM 콩은 세계 콩 재배면적 7600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GM 동물’의 산업화를 위한 개발에 박차 1988년 우리나라는 성장 호르몬을 생산하는 생쥐를 개발했다. 이어 장기이식용 돼지에다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락토페린’ 분비용 젖소도 나왔다. 초기 성장이 3배나 빠른 연어나 ‘슈퍼 젖소’ 등 가축 개량에만 국한됐던 기술도 지금은 의료용이나 산업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체에 쓰일 혈전용해제나 혈액응고인자, 성장호르몬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식품 공장’으로 생쥐가 아닌 산양과 염소 등이 실험대상에 올라 연구가 진행중이다.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상용화하기 이전까지는 GM 동물의 개발은 성장호르몬이나 간염백신 개발 등에 필수라는 것. 특히 미생물과 곤충을 활용한 기술은 의료와 과학연구 분야에 거침없이 이용되고 있다. 말라리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없는 모기나 인슐린을 생산하는 박테리아 등의 개발은 GM 기술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인체와 환경 유해성 논란은 여전 삼성경제연구소는 GMO 등의 바이오 산업은 기업이나 정부가 시급히 육성할 분야라고 지난해 밝혔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은 GMO가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유전자 오염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제초제에 견디는 내성 작물들을 곤충이 먹을 경우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끊는 ‘기형적 슈퍼곤충’이 탄생할 수도 있다. 실제 영국 로웨트연구소는 유전자변형 감자를 먹은 쥐의 면역체계와 저항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독일에서는 유전자변형 유채 꽃가루를 먹은 벌의 장 속에서 기형의 DNA가 검출됐다. 생명공학연구원의 장호민 박사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가 개발·유통 과정에서 자연계로 전파돼 유전자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생산을 철저히 격리하고 유통과정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건강칼럼] ‘아토피’ 장기치료

    무더위와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여름이면 누구보다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다. 이제는 어린이들뿐 아니라 성인들까지 괴롭힌다. 가려워 잠을 못 이루는가 하면 진물이 흘러 사람들 눈총을 받기 일쑤다. 어린이들은 성장 및 성격·성적장애까지 겪으며, 자칫 2차 감염이 오면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우매한 식초요법으로 한 환자가 생명을 잃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아토피피부염은 원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만큼 치료도 어렵다. 유전적인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가 하면 모유 수유를 안해 모유 속 감마 리놀렌산의 섭취가 부족하거나 양수의 중금속 오염, 다이옥신이나 호르몬 등 환경요인, 수은·납 등의 중금속, 미네랄 이상과 면역기능 이상 등 셀 수도 없다. 치료를 위해서는 음식, 집먼지진드기, 나무, 꽃가루, 잔디 등의 원인 물질, 즉 알러젠을 찾아내 피해야 한다. 우유나 콩 제품도 흔한 항원물질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에게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것에 맞춰 치료를 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남들이 좋다는 것이 내게는 독이 될 수도 있으므로 함부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반신욕, 족욕, 사우나 등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환자가 지켜야 할 수칙도 중요하다. 원인물질을 찾는 것은 기본이고, 때 안밀기, 온·습도 조절, 알러젠물질 피하기, 중금속 및 활성산소 제거, 부족한 미네랄이나 감마-리놀렌산 보충, 면역기능 강화 등이 그것이다. 좋은 피부 보습제와 손상된 피부 재생을 돕는 크림은 기본이고,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약산성수를 수시로 뿌려주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또 가려움증의 원인인 히스타민과 염증을 일으키는 TNF(종양괴사인자)를 생산하는 비만 세포를 안정시켜 그 물질을 점차 적게 생성하도록 하는 주사도 필요하다. 아토피피부염이 만성 질환인 점을 감안,6개월∼1년 정도 착실히 치료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끈기를 갖고 치료하는 것이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메디컬 라운지] 갱년기 증상 치료 ‘네비도’ 국내 출시

    한국쉐링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함으로써 갱년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네비도(Nebido)’를 국내에 출시한다. 네비도는 1회 주사로 약 3개월 동안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유지시켜 호르몬 농도의 급격한 변화로 발생하는 ‘동요현상’ 등의 부작용이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 [신나는 과학이야기] 사랑도 화학반응이다

    한국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인 ‘내 이름은 김삼순’이 화제다. 나이 서른의 노처녀에다 뚱뚱하고 입까지 건 삼순이와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귀공자 진헌의 사랑싸움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최근 방영된 내용중 삼순이 떠나간 옛 남자의 배신을 떠올리며 우울해하자 ‘삼식이’ 진헌이 사랑의 종말을 호르몬의 변화로 풀이해준다. 진헌이 삼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예전에 자신의 첫사랑이며 의대생인 희진이 했던 표현이다. 진헌:“남녀가 처음 서로를 갈망할 때는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분비돼요. 사랑에 빠지는 단계가 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나오고요. 세로토닌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화학물질인데 사람을 일시적으로 미치게 만들어요. 다음 단계가 되면 남녀는 관계가 지속돼 더욱 밀착되기를 원하고 섹스나 결혼으로 발전하죠. 이때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돼요.” 희진:“옥시토신은 남녀가 애정행각을 부릴 때 외에도 어미가 아기한테 수유를 할 때도 나와. 여성에게 모성과 사랑은 똑같다는 연구도 나왔고. 더 재밌는 건 세로토닌이야. 세로토닌은 상대방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서 사람을 눈멀게 하거든. 방금 얘기한 호르몬들의 농도가 높게 유지되는 건 2년 정도거든. 길어야 3∼4년.” 사랑이 떠난 이유가 화학반응이 끝나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사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 활동을 연구한 미국 럿거스대 헬렌 피셔 교수는 사랑은 갈망→끌림→애착의 3단계를 거치며, 단계마다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달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며 호르몬이 유지되는 기간은 2년이라고 분석했다. 코넬대 신디아 하잔 교수도 ‘가슴 뛰는 사랑은 길어야 30개월’이라는 논문을 내놓기도 했다. 피셔 교수에 따르면 사랑의 첫 단계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뇌세포와 뇌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한다. 도파민은 사랑의 기쁨이나 흥분과도 관계가 있어 진헌에게 삼순이의 환청이 들리고 거리 간판 속 섹시한 모델이 삼순이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눈에 콩깍지가 씌는’ 현상은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로 설명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삼순이가 보고 싶어 밤늦게 삼순이의 집 앞으로 달려가고 한라산까지 쫓아가는 진헌의 행동을 설명해준다. 초콜릿에도 포함된 페닐에틸아민은 사랑의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단계는 스킨십을 하고자 하는 단계로 이때 뇌하수체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상대에 대한 애착을 느껴 관계를 끈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영어단어 ‘Chemistry’에는 ‘화학’이라는 뜻 외에도 ‘이성 간의 끌림’이라는 의미도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끌리고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 사이에 chemistry가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랑은 정말 30개월이면 끝나버릴까. 산화반응에는 폭발처럼 격렬하면서 몇 초만에 끝나는 반응이 있는 반면 ‘녹스는 현상’처럼 수백년간 서서히 진행되는 반응도 있다. 같은 반응도 반응조건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복잡다단한 마음을 가진 인간에게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기간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한문정 숙명여고 교사
  • [메디컬 라운지] ‘임신부 보호 캠페인’ 명칭 공모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는 오는 8월26일로 예정된 ‘초기 임신부 보호 캠페인’을 위해 캠페인 명칭을 공모한다. 공모 기간은 오는 17일까지 여성의학 건강엑스포 홈페이지(www.healthywomen.co.kr)를 통해서 하면 된다. 발표는 8월 1일. 참가자에게는 8월 26∼28일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리는 여성의학 건강엑스포 초대권 및 추첨을 통해 가정용 청소로봇 ‘룸바’를 증정한다.(02)545-8747.병원 측은 형광내시경을 이용한 폐암 검사가 백색광 내시경에 비해 3배 이상 암 조기 발견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파킨슨병 환자 치료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파킨슨병센터(소장 이종명)를 최근 개소했다. 센터에서는 신경과와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통합 치료시스템을 운영하며, 최근 의료보험 적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뇌심부자극술(DBS)’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팔. 다리 또는 전신이 떨리고 뻣뻣해지며, 걷기 등 몸동작이 느려지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으로 국내 환자는 10∼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기업인 한국오가논㈜의 신임 사장 쿤 카렐 크라우트보스씨가 최근 취임했다. 네델란드 출신인 신임 크라우트보스 사장은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등지에서 국제 세일즈 및 마케팅 총괄담당 등을 거쳤으며 최근에는 일본지사 부사장을 지냈다. 오가논은 네덜란드의 악조(Akzo)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이 설립한 악조노벨 그룹의 제약 부문 업체로 세계 100여개 국에서 산부인과 및 정신·마취과 제품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한국쉐링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함으로써 갱년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네비도(Nebido)’를 국내에 출시한다. 네비도는 1회 주사로 약 3개월 동안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유지시켜 호르몬 농도의 급격한 변화로 발생하는 ‘동요현상’ 등의 부작용이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강동성심병원은 12일 이 병원에서 ‘밝은 세상 바라보기’를 주제로 백내장 공개 건강강좌와 무료검진 행사를 갖는다. 대상은 60세 이상 노인이며 선착순 120명을 대상으로 시력검사, 소변·혈압·안압·현미경·자동굴절검사 등을 무료로 해준다. 문의(02)2224-2441∼2. 영진약품은 항산화제인 ‘코엔자임Q10’이 10㎎ 함유된 드링크 ‘영진Q10’을 최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산뜻한 과일향에 달지 않고 뒷맛이 깔끔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설탕을 넣지 않아 당뇨병 환자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가격은 100㎎ 한병에 1000원.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윤덕 교수는 미국의 안과학 교과서인 ‘안와(眼窩)종양 진단과 치료’ 2005년도판 저자로 참여, 누선(淚腺)종양 부문을 집필했다. 한국당뇨협회는 8월 24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강원도 휘닉스파크에서 ‘제8차 의료진과 함께 하는 당뇨캠프’ 참가자를 모집한다. 한국로슈진단㈜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캠프 참가 대상은 당뇨병 환자로 선착순 100명이며, 배우자도 참석할 수 있다. 참가비 18만원. 문의 문의 080-900-1119.
  • [세계청소년축구대회] PK 두방… 메시 ‘탱고 쇼’

    고스란히 ‘메시의,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대회였다. 아르헨티나는 3일 새벽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갈겐바르트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 결승전에서 메시의 페널티킥 2방을 앞세워 나이지리아를 2-1로 꺾고 통산최다인 다섯번째 우승을 차지했다.‘제2의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18·FC바르셀로나)는 대회 6골로 골든슈(MVP)와 골든볼(득점왕) 등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축구 영웅의 자리에 등극했다.170㎝,68㎏으로 마라도나와 축구 실력은 물론, 신체조건마저 흡사한 메시는 이미 마라도나와 사비올라(24·AS모나코)의 뒤를 잇는 축구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검은 독수리’ 나이지리아는 공격형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의 지휘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천재 미드필더 메시를 놓친 것이 패인이 됐다. 전반 40분 메시는 하프라인에서부터 질주, 수비수 2명을 제치고 페널티지역 안쪽까지 파고드는 드리블쇼를 연출했고, 델레 아델레예의 무리한 태클을 유도해내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메시는 상대 골키퍼 암브루제 반젠킨을 완전히 속이고 골문 왼쪽 구석을 향해 왼발로 가볍게 공을 밀어넣어 선취골을 뽑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챔프’ 나이지리아도 그냥 물러나지는 않았다. 후반 8분 치네두 오그부케가 그림같은 다이빙헤딩슛을 날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아르헨티나는 세르히오 아게로가 후반 30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메시가 다시 침착하게 왼발 대각선슛을 성공시켜 2-1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앞서 열린 3-4위전에서는 브라질이 모로코에 2-1로 역전승,3위에 올랐다. 메시의 만 18년 짧은 인생에도 큰 시련과, 극복이 있었다. 메시는 5살때 아르헨티나의 로사리오 지방에서 축구를 시작한 ‘축구 신동’이었지만, 성장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병에 걸렸다. 그의 부모는 치료비 마련을 위해 스페인으로 이주했고, 스페인 유소년팀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 메시는 2003년 16세의 나이로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다. 지난 5월 바르셀로나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인 17세 10개월 7일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골을 기록하고, 최근 2010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성수 박록삼기자 sskim@seoul.co.kr
  • [Doctor & Disease] 경희대 재활의학과 이종하 박사

    [Doctor & Disease] 경희대 재활의학과 이종하 박사

    “세상이 그런 걸 감안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약으로 살을 빼겠다거나 근육을 부풀리겠다는 발상입니다. 단순히 살이 빠지고, 근육이 커지는 정도에서 그치면 좋겠지만, 심하면 죽음에 이르는 부작용을 낳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겁니다. 서울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그리피스 조이너가 심장마비로 숨졌을 때 의사들은 다 ‘약물’ 때문이라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문제는 일반인들까지도 자꾸 이런 유혹에 넘어간다는 사실입니다.” 10년이 넘게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재활과 도핑 문제를 도맡다시피 한 경희대 재활의학과 이종하(45) 박사. 그에게 있어 약물, 특히 도핑과 관련된 약물은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금기의 룰’이었다.“운동선수들은 존재 이유를 ‘승리’나 기록 갱신’에서 찾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그런 만큼 ‘도핑테스트’라는 제도적인 방지책과 징계라는 억제 수단이 있지만 일반인은 그런 제약이 없어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운동선수도 금기약물인 에페드린 여성들 마구 먹어 이 박사는 운동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이나 부상통증 해소를 위해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이른바 도핑 문제를 꺼내자 정색을 했다.“시장 규모가 엄청난 미국에서는 프로스포츠의 경우 따로 약물을 규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능력 이상의 힘과 기량이 필요한 경우 별 주저없이 이런 약물을 사용합니다. 근육강화제인 아나볼릭스테로이드나 에페드린, 메틸에페드린과 카페인제제류의 흥분제가 대표적이지요. 특히 에페드린은 생약 성분인 반하, 마황에 많이 포함돼 있는데 요즘 들어 이걸 살빼는 약으로 알고 무턱대고 먹는 여성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가 경고하는 이런 약물의 부작용은 심장 발작과 빈맥, 간장 손상, 고환기능 장애로 인한 성기능 퇴조, 불면증, 이상 흥분, 정서불안 등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이런 약물을 일부 헬스클럽 관계자들이 운동하는 일반인에게 권하는 일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란다. 더 놀라운 것은 비만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일주일이면 몰라볼 만큼 살이 빠진다.’며 접근하는 보따리상이나 홈쇼핑 업체들을 통해 무작위로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장발작·간장손상… 성기능 퇴조 부를수도 “이뇨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더러는 살을 뺄 목적으로 이걸 사용하는데,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체내 전해질 군형이 깨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웰빙 붐을 타고 운동인구가 늘면서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할 때 호흡곤란을 줄여준다는 EPO(펩타이드 호르몬제)의 경우 혈중 적혈구 숫자를 일시적으로 늘려 심장마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심혈관계와 내분비계가 교란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일반인들은 물론 운동 선수들도 이런 위험의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되는 약물의 종류가 워낙 많은 데다 계몽이나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서다.“예전 방콕아시안게임 때 일부 종목 선수들이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카페인과 마황 성분의 흥분제를 복용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습니다. 이걸 먹으면 피로감이 덜하고 운동에너지가 향상되는 데다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먹는다는 말에 별 생각없이 복용했던 것인데, 이게 금지약물이었던 겁니다.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선수들이 이 정도니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현재 IOC가 지정한 금지약물은 크게 ▲펩타이드 호르몬제 ▲근육강화제 ▲마약성 흥분제 ▲마약성 진통제 ▲이뇨제 등이다. 국내에서 이런 성분을 함유한 약제는 수백가지가 넘는다. 종류도 안약, 피부에 바르는 외용제, 먹는 경구용 제제 등으로 다양해 누구든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작용 기전과 종류는 다르지만 이런 약제가 갖는 공통점은 심리적 의존성과 습관성이 강해 사용을 중단하면 심각한 금단현상이 나타난다.“전문가들은 약물 효과나 금단증상을 겪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가령 남자의 유방이 커지는 등 여성형 체형으로 변한다든가, 불안해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 갑자기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정서불안, 여성의 생리불순, 여드름 증가, 성욕감퇴에다가 더러는 대머리가 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 환각제로 사용… 반도핑 인프라 시급 이런 약물이 더 두려운 것은 수많은 젊은이와 청소년들까지도 예사로 환각제나 마약성 진통제를 찾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현상은 성문화 개방과 약물에의 노출이 맞물리면서 폭력이나 성범죄가 놀라운 증가세를 보인다.“청소년들이 이런 약물을 찾는 이유는 약물의 힘에 의지해 답답한 현실에서 일탈하려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되지요. 대한민국에 답답한 청소년이 어디 하나, 둘입니까. 또 상황이 이 정도면 청소년위원회 같은 곳에서도 자꾸 성범죄만 말할 게 아니라 약물 문제를 함께 다뤄줘야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도핑과 관련한 변변한 통계 하나 없다. 이를 두고 그는 ‘도핑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지금 국내에는 도핑검사가 가능한 곳이 KIST 도핑센터 한 곳뿐인데, 이곳에서 일반인의 도핑까지 담당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약물의 위해성으로부터 일반인을 보호하려면 당연히 관심을 갖고 반도핑 인프라를 구축해야지요.” 이 박사는 “이 상태에서 더 나가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누구나 약물로 살을 빼려 하고, 약물로 기분을 바꾸려 하고, 약물로 건강해지려 한다면 그건 망상이라며 지금이라도 사회나 국가가 미온적, 온정적 입장을 버리고 실효성 있는 처방을 내놔야 한다고 역설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이종하 박사는 ▲경희대의대 및 대학원(박사)▲한국재활의학회·스포츠의학회·임상노인의학회 회원▲대한올림픽위원회 의무분과 위원·세계태권도연맹 TUE위원장▲미국 애틀란타올림픽·이탈리아 유니버시아드·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태국 방콕아시안게임·호주 시드니올림픽·베이징 유니버시아드·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부산아시안게임·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유니버시아드 한국대표팀 의료대표단▲현 경희의료원 재활의학과 교수
  • [Doctor & Disease] 대장암 말기의 유방암 전문가 이희대 박사

    [Doctor & Disease] 대장암 말기의 유방암 전문가 이희대 박사

    영동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 소장인 이희대(54) 박사. 국내 유방암 치료의 권위자이자 최근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에 선임된 그를 만나면 두 번쯤 놀랄 각오를 해야 한다. 먼저 마주치는 놀라움은 경이로움이다. 그는 현재 대장암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받은 중환자. 암세포가 간과 뼈까지 전이돼 내로라하는 의사들도 실질적인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단계다. 이런 그가 환자들을 맞고 있다. 놀라운 일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그가 너무나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 연구실로 들어서자 그는 “제가 바로 암 고치는 암 환자입니다.”라며 환하게 맞았다. 암이 주는 막연한 공포감에 빠져 사는 기자는 그 경이로움에 잠시 말을 잊었다. 사실, 이 박사를 만나 유방암의 증세며 치료법을 묻는 게 여간 송구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기자의 고충을 눈치챘는지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유방암이라는 게 알고 보면 잘 먹어서 생긴 병입니다. 고지방식과 비만이 큰 문제거든요.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국내 여성암 발병률은 자궁암이 1위였는데 이후 유방암으로 역전됐고, 이후 최근 10년 사이 발병률이 11.5%에서 16.8%로 놀라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기간 자궁암은 9.1%, 위암은 15.3%로 순위가 유방암 아래입니다.” ●유방암 발병률 16.8%… 여성암 1위 그는 유방암의 원인으로 고지방식과 비만, 호르몬, 피임, 출산기피, 스트레스 등을 들었다. 특히 그는 호르몬의 ‘이중성’을 세세하게 거론했다.“이게 여성을 여성답게 하지만 유방암의 원인이기도 하지요. 최근들어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집니다. 그만큼 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셈이고, 또 피임약이나 갱년기 치료제라는 호르몬 제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갈수록 유방암의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고 봐야죠.” 문제는 이처럼 모든 여성이 유방암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는데 정부 차원의 지원은 너무나 미미하다는 점.“자궁암은 벌써 수십년 전부터 국가 주도로 일선 보건소에서 검진을 했고, 그래서 통계에서 보듯 발생 추이가 줄고 있는데 유방암은 폭발적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그가 제기한 우려는 현실적이었다.“유방암은 30∼50대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연령대의 여성이 유방암으로 무너지면 그건 개인의 불행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붕괴를 뜻합니다. 특히 젊은 30대의 유병률이 16.8%나 된다는 점은 빨리 원인을 밝혀야 하는데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곳이 없습니다.” ●폭발적 증가에도 정부지원 태부족 자신이 암환자인 탓에 암, 특히 유방암의 심각성을 제기하는 그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모든 암이 그렇듯 유방암도 진단에 고급장비가 필요하지만 그런 투자 없이는 이 증가세를 제어할 수 없으니 어떡합니까. 적어도 수술로 완치되는 0기나 종양이 2㎝ 이내인 1기 때는 발견해야 좋은 치료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민검진사업이 뿌리내린 미국의 경우 유방암 1기 이전 발견율이 무려 70∼80%나 된다는 사실이 교훈이 되겠지요.” 유방암이 보이는 증상의 특성에 대해서도 명쾌하고 간명하게 설명했다.“정상적인 세포가 발암인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생긴 비정형 증식이 암으로 발전하는데, 대부분 관(管)조직으로 이뤄진 유방의 특성상 관 내부의 상피세포에서 시작된 유관암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증상으로는 결체조직인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가 전체의 68%나 되기 때문에 자주 만져 이상을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요. 단순한 유방 통증이 암으로 진단받는 경우는 2.8%로 많지 않은 대신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17.8%나 되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받는 것도 유방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한 방법이 됩니다.” 경향상의 특징도 뚜렷하다.10년 전인 96년과 비교해 환자는 3801명에서 9667명으로 2.5배 이상 늘었으나 당시에 비해 조기발견율도 늘어 0기와 1기의 경우 각각 4.2%,19.6%이던 것이 최근에는 9.6%,35.6%나 됐다. 그는 이를 지속적인 계몽의 결과라고 분석했으나 2기를 넘겨 발견되는 54.8%가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美선 1기 이전 발견율 70~80% 이 박사는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은 자가검진이 비교적 쉬워 조기발견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생리 직후 목욕탕에서 흉부에 비누를 칠한 뒤 유방을 동심원 형태로 만지는데, 처음에는 얕은 피부조직, 다음에는 중간 깊이, 그 다음에는 아주 깊은 쪽을 만져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식입니다. 이때 멍울과 통증은 물론 유두 출혈, 유방 피부와 유두의 함몰 상대를 집중적으로 살피면 됩니다. 폐경 이후의 여성은 한달에 한번 편한 시기를 정해 이렇게 하면 되고요.” 이 박사는 유방암학회 이사장으로서의 포부도 빠뜨리지 않았다.“우선 유능한 연구인력이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격려하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 등 각계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도 주력해야겠지요. 또 다른 문제는 모든 암이 그렇듯 유방암도 조기발견과 예방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좀 가난해도 쉽게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일, 그것은 틀림없이 정부의 몫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성부도 힘을 보태야 합니다. 유방암은 여성들이 직면한 최대의 문제, 최대의 위협이니까요.” ●“여성 최대의 위협” 여성부 나서야 이 박사는 한창 때 1년에 600명까지 수술을 해냈던 유방암·갑상선암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였다. 그런 그가 지난 2003년 1월 대장암 판정을 받은 이래 지금까지 세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며, 계속된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지난해 2월에는 절제한 간에서 또 암세포가 자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를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이제 그만하자.’고 했어요. 솔직히 지금도 제 몸속에 암이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던 그는 어느 순간 한 경지를 체험하게 된다.“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어요.‘암하고 좀 같이 살면 어때.’하고 여기게 된 거지요. 그 후 저는 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암 5기가 되라.’”그가 말하는 ‘암 5기’는 암의 마지막 4기를 이겨낸 사람들만이 체험하는 기적의 단계.“주변에 의외로 이런 기적이 많습니다. 암에 기 죽지 말고 이기겠다는 오기를 갖되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암이 죽음이 아님을 알게 될 겁니다.” ‘암 치료하는 암환자’ 이희대 박사. 그는 지금 수많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퍼뜨리는 기적의 실체로 그 자리에 있었다. ■ 이희대 박사는 ▲연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국군서울지구병원 일반외과장▲미국 국립암연구소 연수▲미국 조지타운대학 암센터 연수▲미국 슬로 케터링 암센터 임상연수▲대한외과학회·대한소화기병학회·대한암학회·대한내분비외과학회 회원▲아시아 유방암학회 운영위원▲미국 외과학회·암학회 정회원▲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현 연세대의대 교수 겸 영동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 소장▲현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성장호르몬, 동맥경화 치료에 효과

    성장발육 지연이나 왜소증 치료에 쓰이는 성장호르몬이 동맥경화나 비만에도 치료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처음으로 입증됐다.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팀은 건강한 성인 90명과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 6명에게 52주간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목 부위의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치료 전에 비해 크게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경동맥은 주로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나 동맥경화 위험이 있는 당뇨병 및 고혈압, 비만, 고령자와 흡연자 등에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서 두꺼워지는데, 경동맥이 두꺼운 사람은 중풍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정상인의 2배 이상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경동맥의 두께가 0.8㎜ 이하면 정상,1.0㎜ 이상이면 위험한 수준으로 본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경동맥 두께가 평균 1.05㎜이던 60세 이상 남성들의 경우 1년간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뒤 정상치인 0.8㎜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12개월가량 성장호르몬을 주입해야 효과를 보인 남성과 달리 치료 6개월 만에 두께가 정상치 이하로 줄었다. 또 흡연자보다 비흡연자 경동맥의 두께가 더 쉽게 줄어들었으며,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사람은 체질량 지수와 허리 및 엉덩이 치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성장호르몬이 비만치료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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