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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롱뇽목 등 21종 멸종위기종 추가

    도롱뇽목 등 21종 멸종위기종 추가

    환경부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협약)’ 당사국총회의 결정을 반영해 멸종위기종 목록을 일부 개정·고시한다고 27일 밝혔다. CITES 협약은 불법거래나 과도한 국제거래를 규제해 서식지로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1973년 워싱턴회의에서 채택됐다. 현재 회원국은 175개 나라이고 우리나라는 1993년 7월 가입했다. 개정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목록에는 카이저점박이뉴트(도롱뇽목), 붉은눈 개구리 등 12종의 동물과, 브라질 장미나무, 유창목 등 식물 9종이 신규로 등재됐다. 반면 가축화된 스위스 회색늑대 등 동물 3종과 푸로테이과 식물 등 3종이 목록에서 제외됐다. 또한 목록에 포함된 식물 칸드릴라는 소매용 완제품에 대해 별도의 허가절차 없이 수출과 수입을 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칸드릴라를 원료로 제조한 완제품의 수출입에 제한을 받았으나 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중요도에 따라 목록1에 951종, 목록2에 3만 3098종, 목록3에 170종 등 총 3만 4000여종이 등재돼 있다.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나 이를 이용한 가공품을 수출·수입하거나 반출·반입하려면 유역(지방)환경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반하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국제 멸종위기종 목록1은 호랑이, 고릴라, 밍크고래, 따오기 등으로 상업적인 목적으로는 거래가 불가능하고 학술연구 목적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목록2는 하마, 강거북 등으로 당장은 멸종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지만 규제하지 않는다면 사라질 수 있는 종으로 상업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목록3은 캐나다의 바다코끼리나 인도의 북방 살모사처럼 협약당사국이 자국 내 과도한 이용 방지를 목적으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정한 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불법거래나 과도한 국제거래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협약국가와의 상호협력과 불법거래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사설] 월드컵 태극전사들이 자랑스럽다

    비록 졌지만 당당하고 늠름했다. 남아공 월드컵대회에 참가한 태극전사들은 그제 밤과 어제 새벽 사력을 다해 투혼을 불살랐으나 우루과이에 아깝게 패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안타깝고 원통한 승부였다. 전국의 거리·광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웃고 울며 호흡을 맞춘 ‘12번째 태극전사’와 국민들의 아쉬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보았고, 하나가 되는 결집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 온 국민의 염원이었던 4강진출 신화를 이번에 재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불굴의 투지로 값진 싸움을 이어와 진한 감동을 안겨준 태극전사들이 정말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국축구는 이제 더이상 아시아 변방의 ‘안방 호랑이’가 아니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우리가 기뻐하고 뿌듯해하는 이상으로 세계인들이 놀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진출에 대해 온전히 실력을 인정하려 들지 않던 세계인들이 서슴없이 “빠르고 생동감 넘친다.”며 코리아 축구를 치켜세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와 조별 예선을 치른 나라들은 FIFA랭킹이 보여주듯 우리보다 객관적 전력이 월등한 축구강국들이다. 서방 언론들이 우리가 진 경기게임을 놓고도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판이다. 56년만에 이룬 첫 원정 16강 진출은 여러 자양분이 축적돼 이뤄진 쾌거이다. 선수 기용과 전술 선택에서 현명했던 ‘토종 조련사’ 허정무 감독과 더이상 주눅들지 않는 선수들의 투혼이 바탕에 있다. 한밤중에도, 비가 와도 한결같이 선수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은 장외 전사들의 피끓는 응원도 한몫했다. 월드컵 경기 중 천안함 사태와 지방선거, 세종시·4대강 문제 등을 둘러싼 파열음도 태극전사의 투혼과 응원의 물결엔 모두 묻혀버렸음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16강을 넘어 8강, 4강의 꿈은 계속되고 기필코 이루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 [우리고장 최고]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

    [우리고장 최고]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

    지난 1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선사시대 유적지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를 보러오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반구대암각화는 수직의 거대한 바위면(높이 3m, 폭 10m)을 쪼아 각종 동물과 도구, 사람 얼굴 등을 새긴 바위그림이다. 선사시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유적지다. 학자들은 신석기~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산대 박물관이 조사한 결과 고래와 거북, 사슴, 호랑이, 새, 멧돼지, 여인상, 배, 작살, 그물 등 모두 296점이 확인됐다. 높게 평가되는 작품은 58점의 고래그림. 새끼 밴 고래를 비롯해 향유고래, 흰수염고래 등 다양한 종류의 고래를 볼 수 있다. 고래사냥 기술도 묘사돼 주목받고 있다. 대니얼 호비노 국립파리자연사박물관 교수는 저술 ‘포경의 역사’에서 “반구대암각화는 최초로 거대한 고래들을 표현한 매우 드문 그림이고, 흥미로운 고래사냥 방법을 소개해 우리가 고래에 대해 알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그림 자체가 갖는 가치와 ‘반구대’(盤龜臺·산세가 거북 모양임)로 불리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반구대암각화에서 대곡천 상류를 따라 1.5㎞를 올라가면 선사시대에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기하학적 무늬의 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도 있다. 관광객이 늘면서 울산시는 2008년 울산암각화박물관을 세웠다. 반구대암각화 입구에 있는 박물관은 전시자료 311점과 학예인력 1명, 전시시설, 수장고, 사무실, 연구실, 시청각실 등을 갖췄다. 반구대암각화 및 천전리각석의 실물모형과 암각화 소개 영상시설,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은 모형, 어린이전시관, 가족체험시설도 있다. 박물관 광장에는 국내·외 유명한 암각화 모형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동북아 암각화 연구 메카 울산박물관추진단(단장 김우림)은 “울산암각화박물관은 반구대 및 천전리 암각화의 자료수집·데이터베이스화, 전시와 연구, 국내외 박물관과의 교류 등으로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의 암각화 전문 전시, 교육·연구의 메카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에는 하루 평균 400여명이 다녀갈 정도다. 한편 반구대암각화는 훌륭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대곡천에 상수원댐이 건설돼 자주 침수되는 수모를 겪었으나 최근 정부와 울산시, 한국수자원공사가 댐에 수문을 달아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게 수위를 조절키로 하면서 영구적으로 수면 위로 나오게 됐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호랑이 사감’ 박지원의 리더십

    [여의도 블로그] ‘호랑이 사감’ 박지원의 리더십

    6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이었던 지난 14일.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끝까지 자리를 지킨 민주당 의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야당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비단 이날뿐만 아니라 요즘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 출석률이 부쩍 양호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갑자기 ‘모범생’이 된 것은 ‘호랑이 사감’ 박지원 원내대표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 대표의 지시를 받은 원내행정실 당직자들은 요즘 하루 세 차례씩 상임위를 돌며 의원들의 출석을 체크하고 있다. 회기가 끝나면 출석률이 공개된다. ‘당근책’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성실한 의원들에게 배정하겠다며 ‘노른자 상임위’인 예결위 민주당 몫 11자리를 비워놓았다. 한 초선 의원은 “강압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박 원내대표가 법사위, 운영위, 정보위 등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기 때문에 항의하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토해양위가 세종시 수정안을 표결하던 지난 22일에는 평소보다 1시간 빠른 오전 8시에 의총을 소집했다. 핵심 현안이 다뤄지는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매일 오전 9시30분에 ‘선행 회의’에 참석해 지침을 전달받는다. 상임위에서 ‘스폰서 검사’ 특검법이 통과되고,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사감 리더십’은 이제부터 시험대에 오른다. ‘천안함 결의안’과 ‘집시법 개정안’을 놓고 험악한 분위기가 이미 연출됐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 직접 부의할 태세다. “가급적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한 박 원내대표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큰 싸움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월드컵 응원 패션 포인트 ‘타투’가 뜬다

    월드컵 응원 패션 포인트 ‘타투’가 뜬다

    월드컵 시즌, 다양한 응원 패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팔이나 얼굴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타투’가 월드컵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섹시스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타투’는 노출이 대중화된 요즘,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멋진 카리스마를 표현할 수 있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최근 발목이나 손목, 허리 등에 깜찍하게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패션 타투가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월드컵 시즌을 맞아 섹시함과 개성을 표현하려는 여성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문샵을 찾지 않고 혼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패션 타투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문신을 새길 때의 고통과 영구적이라는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의 화장품 담당 이지민 대리는 “월드컵 시즌을 맞아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타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부쩍 증가했다.”며 “최근 부담스러운 영구 문신보다 일시적으로 문신 효과를 즐길 수 있는 패션 타투 제품이 봇물을 이루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커 하나로 다양한 디자인을 최근 타투재료로 그리는 것 보다 1장에 4~5가지 디자인이 있는 스티커형 타투는 일명 ‘판박이’ 형식으로,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타투가 인기다. 디자인은 축구공, 태극기, I ♡Korea 등으로 스티커형 타투는 1~2장만 구입하면 얼굴과 팔다리에 골고루 할 수 있다. 컬러플한 타투는 눈에 잘 띄고 얼굴이 화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스텐실로 간편하게, 집에서 그리는 타투문신의 단점을 보완한 패션 타투는 언제든 쉽게 그릴 수 있고, 지울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는 스텐실 타투, 스티커 타투, 입는 타투 등 현재 300여가지 넘게 선보이고 있으며,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어 편리하다.게다가 잉크와 스텐실(타투용 밑그림)만 있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 시도해 볼만 하다. 보통 타투에는 ‘헤나’ 제품을 사용했으나 피부염이나 호흡장애, 실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대체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옥션의 ‘고비파투’(8000원)는 헤나의 장단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타투의 가장 기본재료이다. 원하는 부위에 스텐실을 붙이고 스틱으로 파투 물감을 스텐실 위에 펴 바른 후, 20분이면 선명하게 나타나며 1주일간 지속된다. 따뜻한 물에 피부를 불리고 타월로 문지르면 지워지니 편리하다.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인 나비, 팅커벨, 장미꽃 등 컬러플한 타투를 원한다면 ‘네오타투 컬러잉크’(1만2000원)를 쓰면 된다. 블랙, 다크블루, 핑크펄 등 5가지 컬러로 구성되어 다양한 컬러를 연출할 수 있다. ‘코코타투 스텐실’(1500원~8000원)에는 200여 개의 다양한 스텐실이 크기별로 선보이고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귀차니스트를 위한 손쉬운 타투다양한 컬러나 섬세한 디자인의 문양일 경우, 스텐실을 이용해서 그리는 것은 쉽지 않다. 타투 스티커는 판박이처럼 물을 사용해 붙이기만 하면 아무리 화려하고 복잡한 모양도 쉽게 표현할 수 있어 귀차니스트에게 제격이다.또 호랑이, 장미꽃, 해골귀신 등 완성도가 높은 다양한 문양을 즐길 수 있으며, 마사지크림으로 문지르면 쉽게 제거된다. ‘망고샵 타투 스티커’(개당 1000원)에는 독특한 디자인과 형형색색의 컬러로 구성된 타투 스티커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타투를 입은 패션 아이템반영구 타투조차 부담스럽다면 페이크(Fake) 문신 아이템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타투 슬리브’(7900원)는 겨드랑이부터 소매까지 착용하는 밴드스타일의 제품으로 반팔 티셔츠에 레이어드하면 문신 효과를 준다. 3미터 밖에서 보면 실제 문신한 것처럼 감쪽같으며, 촘촘한 그물망소재로 통풍이 잘 되어 시원하다.문신 문양이 새겨진 패션 소품으로 타투 패션을 즐겨도 좋다. 문신으로 자주 활용되는 문양이 새겨진 팔 전용 밴드나 팔꿈치보호대는 스타일은 살리고 신체도 보호할 수 있는 1석2조 아이템. 스포티한 패션을 즐기는 사람에게 적합하다.‘엠비넘버원 암 밴드’(3900원)는 면 스판 소재로 손목이나, 팔꿈치, 종아리 등을 보호하며 타투 문양이 있어 포인트 아이템으로 적합하다.◆ 완벽한 패션타투를 위한 Tip패션 타투를 하기 전, 각질제거는 필수이다. 묵은 각질층이 쌓여있으면 컬러가 고르지 않게 나타나니,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스크럽을 사용해 건강한 피부상태를 만들어 놓는 것은 필수. 각질제거는 지나치게 자주 하면 피부보호막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 1-2회가 적당하다.사진 = 옥션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韓·北·中·日이 월드컵 보는 엇갈린 시선

    韓·北·中·日이 월드컵 보는 엇갈린 시선

    그리스를 격파하고 아르헨티나에 참패한 한국 대표팀을 중국인들은 어떤 눈빛으로 보고 있을까. 카메룬을 깨고 네덜란드와도 대등한 경기를 펼친 일본팀에 한껏 고무된 일본 열도에선 또 한국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별예선 3라운드를 앞두고 한국과 북한, 일본이 나란히 본선에 오른 동북아에서는 지금 자국팀의 선전 못지 않게 이웃나라의 경기력과 경기결과에 대한 엇갈린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이웃나라의 선전을 같이 기원하는가 하면 시샘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 네 나라의 언론보도와 네티즌 반응을 통해 동북아의 4색 시선을 짚어본다. ■한국-‘인민루니’ 눈물에 감동·日 선전 칭찬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승리, 충격의 아르헨티나전 참패, 그리고 ‘울보 정대세’. 북한의 첫 경기가 열린 지난 16일 국내 언론은 두 번 놀랐다. 당초 G조 최약체로 꼽힌 북한이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벌이면서다. 여기에 다소 험상궂은 외모의 정대세가 북한 국가 연주때 흘린 뜨거운 눈물은 국내 언론은 물론 세계 외신들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 언론은 정 선수의 눈물을 통해 ‘자이니치(재일 한국인)’의 핍박 받아온 삶과 한 축구인의 꿈을 집중 부각했다. 정대세의 출생 배경은 물론 가족들까지 찾아 조명했고, ‘인민 루니’를 넘어 ‘세계의 정대세’로 표현하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은 정 선수를 통해 북송을 선택했던 재일동포의 죽음을 강조하며 북한의 체제를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정 선수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조국애에 감동한 국내 네티즌들은 21일 밤 북한-포르투갈전을 앞두고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단체 북한 응원전을 조직, 열띤 응원을 펼쳤지만, 이번 대회 최다 점수인 7골 차로 패했다. 언론은 북한의 ‘주체전법’의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선제골을 내준 뒤 조직력이 급속도로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 축구의 영원한 맞수인 일본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열세를 점쳤지만, 아프리카 강호 카메룬을 상대로 원정 월드컵 첫 승을 거두자 그리스를 누른 한국과 함께 ‘아시아 축구의 성장’을 강조했다. 또 일본과 카메룬의 경기 내용을 토대로 한국이 상대해야 할 나이지리아 공략법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19일 일본이 또 하나의 우승 후보인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에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선전을 펼치자 이를 극찬하며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국의 아르헨티나전 참패 이후 일본도 큰 점수 차로 패하기를 기대했던 일부 네티즌들도 “네덜란드가 오히려 패할 수 있었다.”면서 일본의 경기 운영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북한-한국에 뜨거운 성원·日경기 침묵일관 북한의 조선중앙TV는 한국과 그리스전 경기를 이틀이 지난 14일 녹화 중계한 뒤 ‘평양시민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반면 지난 17일 한국팀이 1-4로 대패한 아르헨티나전에 대해서는 나흘이 지난 21일까지도 녹화중계를 하지 않았다. 관련보도도 내지 않았다. 조선신보는 15일 한국팀이 승리하는 것을 지켜본 평양 시민들이 선수들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고 평양발로 보도했다. 조선신보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6·15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방송에 이어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 9시부터 54분 가량 한-그리스전을 방영했다. 한국팀 승전보와 6·15 기념 분위기가 서로 상승효과를 내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신보는 “동족이 출전한 경기는 다른 경기보다 큰 관심을 끌었고 (평양) 시민들은 예외 없이 남조선팀을 응원했다.”고 전했다. 한-그리스전 해설을 맡은 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교수는 박지성·이영표 선수의 유럽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새벽 벌어진 북한과 브라질 간 경기는 당일 오후 8시30분 녹화중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경기 종료 6시간 뒤 “후반전에 조선 선수들은 먼저 두 점을 실점한 상태에서도 신심을 잃지 않고 좋은 차넣기(슈팅) 기회들을 마련했다.”며 경기결과를 알렸다. 하지만 브라질팀 득점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신보는 안보부서 당국자가 “추측이지만 축구팬으로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도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는 12일부터 매일 주요 경기를 녹화 중계하고 있다. 북한은 그러나 일본의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녹화중계도 없었고, 신문이나 통신도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한편 조선중앙TV는 21일 44년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은 포르투갈전을 이번 월드컵 경기 중 처음으로 생중계 했지만 북한이 0-7로 참패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후반들어 네 골 이상으로 벌어지면서부터는 추가 실점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중국-응원 북>일>한 順… 반한감정 부채질도 중국은 한국, 북한, 일본 등 아시아 팀의 선전을 매우 적극적으로 평가하면서 중국 축구의 자성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충칭(重慶)에서 발행되는 중경신보는 지난 20일 ‘불굴의 아시아 축구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일본, 북한 등 동북아 3개국 축구팀이 강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16강 진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그들의 어깨에 아시아 축구의 희망이 걸려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아시아 팀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아시아 축구 명예 보위전’ 뿐 아니라 ‘월드컵 쿼터 보위전’의 의미가 있다.”며 선전을 독려했다.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단순히 관전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질타도 잇따랐다. 중국 중앙방송(CCTV)의 유명 앵커인 바이옌송(白岩松)은 “한국, 일본 축구에 비해 중국 축구는 여전히 크게 뒤져있다.”며 “월드컵을 지켜볼수록 중국 축구의 현실에 대한 자괴감만 커진다.”고 한탄했다. 실력에 있어서는 단연 한국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팀이 첫 경기에서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2대0으로 격파하자 “‘태극호랑이’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며 박지성 등 한국팀 주전들의 유럽무대 활약상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반면 ‘혈맹’인 북한에 대해서는 실력에 대한 평가 보다는 동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특히 정대세가 브라질과의 경기에 앞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반복 보도했고, CCTV의 한 해설가는 천안함 사태로 궁지에 몰린 북한의 현실을 빗대 “정치는 정치일 뿐이고, 축구는 축구일 뿐”이라며 북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일부 국수주의 편향 언론은 월드컵을 반한(反韓)감정 확산의 기회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아시아 3국 대표팀 가운데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77%의 네티즌이 북한을 응원하겠다고 답했고, 한국팀에 대해서는 70%의 네티즌이 응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네티즌의 응원 선호도는 북한>일본>한국 순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4대1로 대패하자 “드디어 한국놈들의 코가 납작해졌다.”며 통쾌해 했다. 전통적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축구팀을 좋아하는 중국의 일부 광적인 팬들은 “놈들(한국팀)을 위해 응원할 수 없다.”며 노골적인 혐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일본-강팀과 대등한 경기 “우리가 亞 대표” 개막 전만 해도 잇따른 평가전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던 일본 열도는 막상 일본 대표팀이 카메룬을 격파하고 네덜란드와도 선전을 펼친 뒤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대회 초반에는 한국 대표팀에 대한 부러움을 표출하다가 이제는 일본이 ‘아시아의 대표’라는 반응 일색이다. 평가전 1무4패라는 참담한 결과에 감독 교체설까지 나돌았던 일본에서는 대회 초반만 해도 많은 축구 매니아들이 일본보다 한국 경기에 더 관심을 쏟았다. 한국이 ‘아시아의 대표’로 선전하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NHK의 한국-그리스전 중계방송은 시청률이 18%를 기록, 전체 8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 경기 해설을 맡은 해설자 하야노는 경기 내내 한국의 편에서 경기내용을 중계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스가 공격할때는 “아~위험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한국의 공격이 골로 연결되지 못하면 “아 아깝습니다. 저 찬스를 살렸어야 했는데…”라며 한국인 뺨칠 정도로 아쉬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이 14일 카메룬전에서 예상을 깨고 1대0으로 승리하자 일본에 대해 대대적인 성원을 보내는 모습으로 돌변했다. TV채널마다 정규 프로그램을 월드컵 특집으로 꾸미고 일본의 16강전의 가능성을 점치는 등 열기가 뒤늦게 불붙기 시작했다. 17일 한국과 아르헨티나전에서도 한국 대표팀이 자책골을 넣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대체로 아르헨티나팀 전력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일본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2ch’의 경기 결과 게시판에서는 한국과 경기를 펼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대해 “무섭다” “한국팀은 메시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후보”라는 글들이 쇄도했다. 비록 패했지만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한국선수들에 대해서도 일본 네티즌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일본이 19일 강호 네덜란드에 0:1로 석패하자 월드컵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경기를 갖는 덴마크에 골득실차에 앞서 있어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게 되자 잔뜩 고무된 모습. 나이지리아를 꼭 이겨야 하는 절박한 위치에 놓인 한국에 비해 상당히 여유가 있는 분위기다. 오카다 재팬을 야유하던 일본 축구팬도 이제는 경기 내용에 납득한다며 오카다 감독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돌변했다. 이제는 일본이 ‘아시아의 대표’라고 자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200만 붉은 물결… 하나된 “대~한민국”

    200만 붉은 물결… 하나된 “대~한민국”

    깨끗하게 잊자. 23일 새벽 축배를 들자. 16강으로 가는 길목,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와의 설욕전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믿기 어려운 1대4 패배.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던 국민들은 가슴이 뻥 뚫리는 허전함을 느꼈지만 희망의 끈을 단단히 붙잡았다. 월드컵 2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서울광장과 태평로, 서울신문 전광판 주변에 30여만명 등 전국 339곳에서 200만명(경찰 추산)이 한국의 필승을 기원하며 핏빛 응원전을 펼쳤다. 평일 저녁 퇴근길 넥타이 부대들까지 길거리 응원전에 동참했고, 한강변에서도 뜨거원 응원전이 이뤄졌다. 아예 붉은색 응원복을 가방에 넣은 직장인들도 부지기수였다. 이새롬(24·여)씨는 “아침에 붉은악마 티셔츠를 챙겨 왔다가 퇴근하면서 옷을 갈아입었다.”고 말했다.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거리응원 명소로 새롭게 떠오른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도 온통 붉은 물결로 출렁거렸다. ●“큰 점수차로 졌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초반 실점에는 “괜찮아, 괜찮아”를 외쳤다. 2골을 먹은 뒤 전반 종료 직전 해외파 이청용 선수가 여유 있게 골을 성공시키자 붉은악마는 일제히 솟구치며 “대~한민국, 이청용”을 연호했다. 이 선수가 골을 성공시키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회사원 김지현(27·여)씨는 “계속 골을 먹어 막막했는데 한 골을 만회하니까 감격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사 앞에서 김여름(8·여)·고니(2·여), 두 딸과 함께 응원하던 김해영(38)·지현주(38·여)씨 부부는 “경기는 졌지만 가족이 함께 응원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기억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큰 점수차로 졌지만 16강의 희망은 이어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 때 만나 8년째 열애를 하고 있는 동갑내기 김주선(26)·정지혜씨는 “남은 나이지리아 전에서 승리해 16강에 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모국을 찾은 신영순(61)씨도 남편 브라이언(68)과 함께 “나이지리아 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다시 힘을 내기를 기원한다.”고 선전을 기원했다. 선수들의 가족들은 아쉬움 속에서도 다음 경기에 반드시 이겨줄 것을 주문했다. 인천 부평동중학교 강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응원에 나선 수비수 조용형 선수의 어머니 곽미경(55)씨는 “선수들이 빨리 오늘 경기를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으면 좋겠다.”며 “나이지리아전에 크게 이겨 반드시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서도 거리응원 30만명 국토 최남단 제주도에서도 ‘대∼한민국’ 함성이 메아리쳤다. 우도에서는 주민과 관광객 500여명이 우도체육관에 모여 3D TV를 보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현호경(44) 우도면 주민자치계장은 “우도에서 경기를 보고 싶다며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팀이 첫 승을 올린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비롯해 해운대해수욕장, 사직야구장, 구덕운동장, 부산대운동장, 동의대, 부산대전철역, 온천천, 스포원파크 등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열띤 응원을 펼쳤다. 대형 스크린 3개가 설치된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는 7만여명이 모였다. 부산시는 이날 거리응원에 참가한 인파가 3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에는 7만여명이 32곳에서 거리응원을 펼쳤다. 2002년 4강 신화의 현장인 광주 월드컵 경기장에 3만 5000여명이 모여 ‘어게인 2002’를 외쳤다. 광주교대, 전남대 등 대학과 쌍암공원, 히딩크 호텔, 상무역 등 모두 7곳에도 4만 3000여명이 운집해 응원열기를 뿜어냈다. 우리나라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지리산 청학동’에서도 ‘대~한민국’이 힘차게 울려 퍼졌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채 하얀 수염을 휘날리는 할아버지와 곱게 쪽머리를 한 할머니, 긴 댕기머리를 한 어린이 등 마을주민 200여명 모두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청학동마을 양인석(40) 이장은 “호랑이가 살았던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의 정기를 한데 모아 남아공에서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불어넣겠다.” 면서 “23일 나이지리아를 넘고 16강에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태극전사들의 파이팅을 외쳤다. 전국종합 강동삼·김효섭·정현용기자 kangtong@seoul.co.kr
  • 본선 데뷔골 이청용 “이젠 나이지리아”

    본선 데뷔골 이청용 “이젠 나이지리아”

     전반 내내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공과 멀었다. 오른쪽 사이드라인 위·아래를 열심히 오갔지만 수비와 공격, 어느 것도 제대로 되는 것 같지 않았다. 2골이나 내줬다.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한 골 넣겠다고 큰소리쳤는데 0-2로 뒤진 상황에서 전반을 그대로 끝내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다. 어처구니없이 공을 뺏기고 수비에만 매달리는 것은 우리 플레이가 아니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공을 뺏겼다. 화가 치밀었다. 공을 보고 발을 밀어 넣었는데 ‘아차’, 발이 약간 높았다. 주심이 옐로 카드를 내밀었다. 본선에서는 경고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모두 전반전 45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벼르고 별렀던 월드컵 본선 골로 자책골을 넣은 전 FC서울 동료 박주영만 열심히 뛰고 있었다. 심판이 휘슬을 물었다. 공은 높이 올라 박주영 머리에 맞았다. 앞으로 나온 아르헨티나 골키퍼 발과는 멀어 보였다. 힘껏 뛰었다. 공은 오른발에 제대로 걸렸고, 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처음 넣은 골. 후반 차분한 반전을 위해 왼쪽 가슴 호랑이 엠블럼에 입맞추는 걸로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2·볼턴)이 강호 아르헨티나와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생애 첫 월드컵 본선 무대의 데뷔골을 넣었다. 팀은 1-4로 졌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운 원정경기 같은 분위기에서 대부분의 태극전사가 얼어붙었지만 이청용만은 달랐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은 전반 추가시간 재치있는 칩킥으로 추격골을 넣었고, 전·후반 90분 내내 활발한 움직임으로 아르헨티나 골문을 위협했다.  이청용은 상대의 집중 마크로 발이 묷인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행동반경까지 커버하기 위해 오른쪽-왼쪽-가운데를 가리지 않고 뛰었다. 후반전 공을 소유하자마자 달려드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에 포위됐지만 재치있는 로빙패스로 상대 수비를 완전 허물었고, 염기훈(수원)에게 완벽한 골찬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 4번째 골까지 내주고 모든 선수들의 발이 더디게 움직였지만, 이청용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후반 막판 고지대에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도 이청용에게만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청용은 경기가 끝난 뒤 “상대 수비 실수로 골을 넣었고, 후반전 반전의 가능성을 만들었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면서 “남은 경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표정은 담담했다. 그래서 그가 더욱 당당하고 영리한 모습으로 오는 23일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16강 진출을 결정지을 쐐기골을 꽂아 넣을 모습이 그려진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이재오 권익위만 나가봐라” 벼르는 관가

    “이재오 권익위만 나가봐라” 벼르는 관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7월28일 실시되는 서울 은평을 지역구 재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무원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 위원장 재임기간 동안 권익위의 위상은 크게 올랐다. 친이(이명박)계의 대표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이 위원장의 말은 관가에서 ‘대통령의 의중’으로 여겨졌다. 그 때문에 각 부처는 사실상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익위의 ‘권고’들을 대부분 수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이 지난해 부임한 이후 9개월간 권익위의 민원 접수는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현장상담건수는 1520건으로 전년(745건)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올 1~4월까지 민원접수도 32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7%가 증가했다. 게다가 권익위에 따르면 시정 권고 누적수용률은 92.2%에 달한다. 넘치는 민원만큼 부처들에 돌아가는 시정권고와 부담도 잦았던 셈이다. 일부 부처들은 권익위가 이미 있는 제도조차 확인하지 않고 중복적으로 권고해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조직, 인력에 있어 전문성이 결여된 부분을 발견해도 이 위원장이 있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단 수용 검토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민원이 잦은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현실적 여건상 못하는 것들이 있는데 타당성 여부를 떠나 협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조건 하라고 해 난감했다.”면서 “이 위원장이 없으니 이제 숨 좀 돌릴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특성상 나이·체력 등 채용조건을 대폭 완화하라는 권고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경찰·소방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지만 일단 공공기관 간 권고가 들어가면 공식 협의를 통해 가결 또는 부결 등을 결정지어야 한다. 사회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권익위에 대한 불만은 전 부처 공통일 것”이라면서 “이 위원장이 가고 나면 권익위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내부에서도 이 위원장이 정치권에 복귀할 경우 영향력이 축소 또는 유명무실화될까 고심하는 분위기가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너를 위해… 이 한마디에 안중근역 맡았죠”

    “너를 위해… 이 한마디에 안중근역 맡았죠”

    “겨레와 나라가 뭐기에 가족들을 왜 다 버렸냐는 아들 준생의 물음에 안중근이 ‘너를 위해서’라고 대답했어요. 그 대사 한마디에 꽂혀서 하게 됐습니다.”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 송일국이 안중근 의사를 다룬 연극 ‘나는 너다’에 출연한다. 뮤지컬 ‘영웅’이 영웅으로서 안중근을 조명한다면, 연극은 인간 안중근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송일국이 안중근과 그의 둘째 아들 준생 1인 2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안 의사의 가족 얘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안 의사의 장남 분도는 7살 때 죽었다. 일제의 독살설이 나돌았다. 둘째 준생은 더 비극적이다. 1939년 총독부는 중국 상하이에서 어렵게 살던 준생을 불러들여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아버지의 행동은 잘못이었다.”고 사과하도록 했다. 배신자 낙인이 찍힌 것. 광복 직후 김구 선생이 중국 정부에 아비 이름을 더럽힌 준생을 죽여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준생은 1952년 사망할 때까지 ‘호부견자’(虎父犬子·호랑이 아비 밑에 태어난 개 같은 자식)라는 욕을 들어야 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살아온 송일국이 ‘너를 위해서’라는 대사에 꽂힌 이유다. 지난 9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일국은 “극 중 대사에는 준생을 친일파, 배신자라 부르는 대목이 나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 역시, 그리고 누구라도 그 시대를 살았다면 그렇게 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저는 그렇지 않았지만, 독립운동 때문에 되레 집안은 참으로 많은 고생을 했고, 그런 얘기들을 쭉 듣고 보면서 자랐다.”면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떤 꼬리표가 달라붙을지 뻔히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준생을 이해하고, 그렇기 때문에 안 의사가 더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는 게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송일국 개인으로서는 연극 무대 첫 도전이다. 첫 도전에 대한 두려움과 고민을 넘어서게 한 것도 작품의 이런 성격 덕분이다. 연출을 맡은 윤석화의 협박(?)도 통했다. 윤석화는 “처음 출연을 제안했을 때 연극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얘기했지만, 네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니 이런 역할을 맡을 책임도 있다고 설득했다.”면서 “가난한 연극판의 적은 개런티에도 흔쾌히 출연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너다’는 새달 27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배우 박정자가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고, 한명구·배해선 등이 출연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전쟁 60주년 기획] (1) 한국전쟁 발발 막전막후

    [한국전쟁 60주년 기획] (1) 한국전쟁 발발 막전막후

    다시 유월이다. 60년 전 한반도를 선혈로 물들였던 한국전쟁 발발의 막전막후에서 남북한, 미국과 옛 소련 그리고 공산화된 중국 간의 이합집산과 동상이몽이 클라이맥스에 올랐던 바로 그 여름이다. 일갑자의 세월이 흐른 지금,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전쟁의 두 당사국과 주변 4강이 편을 갈라 맞서고 있는 풍경의 흑백판이다. 한국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전쟁을 일으킨 발발자와 원인 그리고 전쟁의 성격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한국전쟁은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주변 4강의 지정학적 관계와 국제정세 속에서 발발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신문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러시아연방 대통령문서보관소에 깊숙이 감춰져 있던 한국전쟁 관련 문서발굴을 통해 전쟁의 실체에 한걸음 다가서려고 시도했다. 문서 속에는 한국전쟁의 총연출자인 스탈린과 동조자이자 막후 조종자였던 마오쩌둥, 각본을 썼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김일성이 노렸던 적화통일의 염원이 빛바랜 엽서처럼 남아 있다. 1949년 3월5일은 김일성에게 역사적인 날이었다. 김일성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정부대표단이 모스크바에서 스탈린과 마주 앉았기 때문이다. 소련군 장교출신의 풋내기 김일성이 절대적 독재자에게 첫선을 보인 날이다. 김일성으로서는 우상 스탈린으로부터 전쟁 승인과 지원을 이끌어낼 절호의 기회였다. 이 시기 평양과 모스크바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 비밀문서는 겉으로는 경제협력, 문화교류 확대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쟁준비를 위한 소련의 군사 및 군비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월4일 평양에서 외무성에 보낸 전문 중에는 ‘2월3일 남조선 경비대가 38선을 넘어와 북한 경비대와 교전 끝에 격퇴됐다. ’는 내용의 문서가 있다. 4월20일 소련 국방상이 스탈린에게 보낸 38선 상황에 대한 극비보고서에서도 ‘남한의 38선 침범행위는 도발적이며 체계적이다.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모두 37건의 침범사례가 있었다. 발포는 남한이 시작했다. 남한군의 38선 집결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보고했다. 회담을 전후해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1946년 대구폭동과 1948년 제주 무장봉기, 여수·순천반란사건 등으로부터 한숨을 돌린 이승만 대통령은 38선 부근에 국군을 집중적으로 배치했으며 시중에는 ‘8월 북벌론’이 팽배해 있었다. 첫 회담에서 스탈린은 남한에 미군이 얼마나 있으며, 남한군의 규모와 남한군을 두려워하는지 여부, 희망하는 차관액수 등등에 대해 김일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일성은 2만명의 미군이 있으며, 남한 군대는 6만명이고, 남한군보다 북한군이 강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스탈린은 빨치산의 남한 군부 침투를 주문했으며 동석한 박헌영은 ‘침투를 시켰지만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스탈린은 38선 충돌상황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스탈린은 또 ‘김일성, 박헌영 둘 다 전보다 살이 많이 쪄 알아보기가 어렵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두 사람이 1946년 여름 모스크바를 방문한 사실을 염두에 둔 얘기다. 이후 스탈린은 ‘ 첫째, 북한군은 남한군대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지 못하며 수적으로도 뒤진다. 둘째, 남한에 있는 미군이 개입할 우려가 있다. 셋째, 38선에 대한 미국과 소련의 협정이 유효하다.’는 이른바 ‘3대 남침 불가론’을 내세워 김일성의 전쟁의지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김일성의 데뷔는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스탈린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김일성은 항일 유격전에서 일본군이 가장 체포하고 싶어 하는 게릴라 지휘관 출신이었다. 1942년 소련군에 입대해 1945년 평양에 지도자로 나타났을 때 적군 군복에 소령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그는 중국보다 소련을 후원자로 선택한 스탈린 추종자였다. 그는 ‘나는 스탈린 동지에게 충실한 공산주의자이며, 나에게 스탈린은 바로 법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를 파헤친 최신작 ‘콜디스트 윈터’에서 스탈린이 김일성을 좋아한 이유를 ‘김일성의 지도력이 소련군보다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인 역량과 지도력이 뛰어났다면 마음대로 다루기 어려웠을 테니 당연했다. 다소 경력이 부족하더라도 미화시킨 다음 권좌에 앉히면 그만.’이라고 분석했다. 김일성은 1953년 스탈린 사망 후 마오쩌둥에게 빌붙기 전까지 스탈린의 입맛에 맞게 움직였다. 김일성은 평양주재 스티코프 소련대사를 구워삶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코프는 남한의 북침 가능성이 크며, 북의 준비는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 전문을 스탈린에게 계속해서 보냈다. 스탈린은 이 같은 스티코프의 언동에 대해 경고장을 보냈을 정도다. 스탈린은 북한의 선제공격이 미국과의 전면전을 유발할지 모른다면서 몸을 사렸다. 스탈린은 스티코프에게 ‘전쟁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남한이 먼저 북한을 공격하는 경우밖에는 없다.’라며 남한이 공격해 올 때까지 자제토록 지시했다. 김일성의 다음 행로는 마오쩌둥 설득에 맞춰졌다.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고 주석에 취임한 다음 날 소련과, 나흘 뒤 북한과 각각 국교를 맺었다. 김일성은 1949년 4월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일을 보내 원조의사를 떠봤다. 베이징 지도자의 답은 ’선제공격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만 ‘필요하면 중국군 조선인 사단 2개를 지원해 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검은 머리이니까 중국 해방군인지 북한 인민군인지 분간을 못 할 것’이라는 희망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이때만 해도 김일성은 신생 중국을 얕봤다. 소련에 매달렸고, 중국의 도움은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전쟁을 통해 입지를 다지려던 김일성은 끈질겼다. 1950년 4월 한 달 동안 모스크바에 머물면서 스탈린과 세 차례 만났다. 마오쩌둥의 개입 의사를 전해 들은 스탈린의 마음도 움직였다. 김일성은 ‘전쟁이 나도 미국은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20만명의 공산당원들이 들고 일어나 북한을 지지할 것’이라고 허풍을 쳤다. 스탈린은 마침내 ‘북한군을 38선에 집결시키고서 남한에 대해 평화통일을 제의할 것, 남한이 거부하면 옹진반도를 점령하되 남한이 반격하면 전선의 폭을 넓혀 나간다.’는 이른바 ‘3단계 작전지침’을 제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AV토르쿠노프 총장은 저서 ‘한국전쟁의 진실과 수수께끼’에서 “전면전 허용은 아니었다.”라고 분석했지만 김일성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뜸을 들일 의사가 없었다. 마오쩌둥도 합류했다. ‘미국이 개입한다면 중국도 북한에 군대를 보낸다.’는 것이 마오쩌둥의 기본 생각이었다. 마오쩌둥은 1949년 12월16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석 달 가까이 체류하면서 스탈린과 만났다. 그 때 마오쩌둥은 중국 공산혁명에 성공한 영웅으로 초대받지 못했다. 숱한 공산주의 국가 대표 중의 한 사람으로 스탈린의 고희연에 참석, 장기집권을 축하하도록 초대받았을 뿐이었다. 두 공산주의 국가 거목 사이에는 불화가 싹트고 있었다. 데이비드 핼버스탬에 따르면 ‘스탈린은 마오쩌둥을 전혀 믿지 않았다. 스탈린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기보다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고마워하는 단일 공산국가로 통일되기를 바랐다. 또한 일본에 맞설 정도로 강해지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일본 동양학원대학 주지안롱 교수는 저서 ‘모택동은 왜 한국전쟁에 개입했을까’에서 중국의 참전이유를 ‘첫째, 미국 7함대의 타이완해협 파견을 대중국 선전포고로 간주했다. 둘째, 한반도 개입이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셋째, 미군이 한반도 북부에 진군하면 중국 동북지역이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전쟁 전문가인 선즈화 화동사범대 교수는 ‘미국의 침공을 저지하고자 미·중대결의 전장으로 한반도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본토 원자폭탄투하설을 입에 올린 맥아더 장군의 쇼맨십도 마오쩌둥의 참전의지에 불을 붙였다.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책은 중공군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면서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간 일이었다. 마오쩌둥은 미국의 원자폭탄을 종이호랑이로 깎아내렸다. 인도의 네루 수상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1000만~2000만명의 인명피해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라고 호언장담했다. 공개된 러시아 비밀문서를 유심히 살펴보면 공산진영 세 나라 지도자의 성격과 품계가 잘 나타난다. 스탈린은 김일성에게 직접 지시하기보다는 평양주재 대사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썼다. ‘김일성에게 문서를 읽어주고 나서 베껴가는 것은 허용하지만 문서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마오쩌둥 역시 스탈린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갔다. 문서의 서두는 스탈린의 암호명인 ‘필리포프 동지’로 시작했고, ‘귀하의 검토와 의견을 바란다.’라고 마무리했다. 또 ‘볼셰비키적 경의를 표하며 모택동’이라고 썼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중국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마오쩌둥은 스탈린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휴전교섭 지침을 스탈린에게 의뢰한 1951년 6월30일자 전보에서 마오쩌둥은 ‘ 귀하에게 나의 의견을 전한다. 검토 후 김일성에게도 직접 지시하시기 바란다. 귀하가 김일성과 접촉하고 나서 나에게도 알려주기 바란다.’라고 썼다. 의례적인 칭송은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스탈린은 물론 김일성과 공산진영에서 ‘무시 못할 둘째 형’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김일성이 줄기차게 주장한 ‘남침공격’을 스탈린과 마오쩌둥은 결국 허락했지만 상호 담보를 원했다. 스탈린은 김일성에게 베이징 지도자의 지원을 구하라고 지시했다. 1950년 5월13일 김일성은 박헌영과 함께 베이징 장도에 올랐다.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 등 공산진영 3자의 전쟁 합의는 이날 성사됐고, 한국전쟁은 그렇게 막이 올랐다. 노주석 논설위원·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개야 호랑이야?” 중국 동물분장 국제 논란

    호랑이와 팬더등으로 분장시킨 중국의 애완견을 두고 해외언론에서 까지 비난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보도한 사진속의 동물은 얼핏 보면 작은 호랑이나 팬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 동물들은 애완견을 염색하고 다듬어서 만든 ‘짝퉁’ 동물들. 중국 쓰촨 성에서 장저우로 옮겨져 시민들에게 공개된 이 애완견들은 사진 속에서 보아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1999년과 2008년을 비교한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중국인들이 반려동물에 사용하는 비용은 50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반려동물 주인들의 잘못된 애정은 동물보호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이들 ‘짝퉁’ 동물들의 소식을 전한 해외언론들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유행들 중의 하나’로 적는 걸로 보면 중국에서 전해지는 특이한 엽기뉴스는 이미 해외언론에도 정평이 난 듯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형태 tvbodaga@hanmail.net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른 더위… 동물원 피서비상

    여름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동물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냉방 시설을 가동하는 것은 물론 냉수욕과 보양식을 제공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과천 서울동물원은 오는 15일부터 8월15일까지를 피서 대책 기간으로 운영한다. 2개월간 동물들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갖가지 묘책이 추진되며, 동물원을 찾는 시민들에게도 시원한 관람 환경이 제공된다. 동물원은 우선 기온이 30도 이상 올라가면 냉방 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이다. 낙타 등이 있는 아프리카관에는 동물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나무 그늘이 곳곳에 설치되고, 가금사 9곳에는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비가림막을 친다. 침팬지와 오랑우탄 등 유인원관에는 냉방 원두막 2곳이 마련돼 이곳에서 피서를 즐기는 ‘호사’를 누린다. 코끼리와 기린, 얼룩말 방사장에는 오전 11시부터 매시간 15분씩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더위를 씻어 준다. 동양관에서도 매시간 15분씩 실제 열대우림 스콜처럼 스프링클러를 틀어 동물들이 냉수욕을 즐길 수 있다. 반달가슴곰과 불곰, 호랑이 등에게는 얼음과 함께 과일이나 닭고기 등을 줘 원기를 보충해줄 계획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호랑이 입양할 분 없나요?” 고민하는 아르헨 지방도시

    “호랑이 입양할 분 없나요?” 고민하는 아르헨 지방도시

    남미의 한 작은 지방도시가 맹수를 입양할 기관을 애타게 찾고 있다. 하지만 기르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 때문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다. 맹수 처리를 놓고 걱정을 하고 있는 도시는 아르헨티나 북동부 코르도바 주(州)의 벨 빌례라는 곳. 입양시킬 동물은 호랑이 12마리, 사자 3마리, 곰 2마리, 침팬치 1마리 등 모두 18마리나 된다. 엉뚱하게 동물 걱정을 하게 된 건 한 동물들을 버리고 해체를 선언한 한 서커스단 때문이다. 서커스단은 “동물을 서커스공연에 등장시키면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공연을 못하게 됐다.”면서 해체를 결정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동물은 우리에 가둔 채 사실상 버려버렸다. 서커스단 대표는 현지 동물보호협회를 찾아가 “동물을 처리해야 하는데 막막하다. 도와달라.”는 말을 남기곤 사육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동물보호협회가 일단은 동물들의 사육을 맡기로 했지만 입양이 늦어지면서 당장 비용이 걱정이다.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호랑이 1마리가 하루에 닭 400㎏를 먹어치운다.”면서 “먹이를 대기에도 벅차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시가 나섰다. 코르도바 동물원이 사자 1마리, 호랑이 2마리, 침팬치를 입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나머지는 처리할 곳이 없어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당국자는 “일반인에게 입양할 수도 없고, 동물원도 (비용 때문에) 더 이상은 입양이 불가능하다고 손사레를 치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전 도시에 퍼졌다. 주민들은 “맹수가 탈출하면 어떡하냐.”고 떨면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Hello 월드컵] 마스코트 열전

    [Hello 월드컵] 마스코트 열전

    1988 서울올림픽을 떠올릴 때 ‘호돌이’를 빼놓을 수 없다. 새끼 호랑이가 상모를 돌리며 방긋 웃는 모습은 우리 머릿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대회 마스코트는 이렇듯 ‘지구촌 축제’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한다. 남아공월드컵엔 어떤 마스코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녹색머리의 표범, 자쿠미(Zakumi)가 이번 대회의 ‘얼굴마담’이다. 남아공을 의미하는 국가분류코드인 ZA(Zuid Africa)에 대회가 열리는 연도 ‘10’을 뜻하는 아프리카 토착어 ‘Kumi’를 붙였다. 남아공에 거주하는 코사족 언어로는 ‘어서오세요.’라는 뜻으로 전 세계 축구팬을 살갑게 맞이한다. 언뜻 보면 사자나 치타 같지만 노란 피부에 점박이가 있는 표범이다. 그라운드의 색과 같은 싱그러운 녹색으로 물들인 머릿결도 매력포인트. 잔디와 같은 색이라 상대 수비수를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 염색했단다. 오른손에 축구공을 들고 서 있는 자태는 당당하기만 하다. 자쿠미는 남아공 출신의 디자이너 안드리스 오덴달이 탄생시켰다. 생일은 1994년 6월16일. 자쿠미의 실제 탄생 날짜는 아니다. 1994년은 남아공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이 없어진 해이고, 6월16일은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던 역사적인 날이다. 이를 기념하려는 취지로 자쿠미의 생일이 됐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까지 담겨 있는 셈이다. 자쿠미의 선배들을 살펴보자. 월드컵에 처음 마스코트가 등장한 건 1966년 잉글랜드 대회였다. 영국국기 유니언잭 문양의 티셔츠를 입은 수사자 ‘윌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1962년 칠레대회 때 평균관중(2만 7900명)을 크게 웃도는 4만 5780명이 경기장을 찾았고, 잉글랜드월드컵 조직위는 윌리가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1970년대엔 어린이를 형상화한 마스코트가 줄을 이었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땐 챙 넓은 전통모자 솜브레로를 쓴 ‘후아니토’가 등장했고, 1974년 독일대회에선 ‘팁과 탑 형제’가 나섰다. 1978년 아르헨티나대회는 목동 모자를 쓴 ‘가우치토’가 주인공이었다. 이후 오렌지 ‘나란히토(1982년 스페인)’, 고추 ‘피케’(1986년 멕시코), 막대사람 ‘차오’(1990년 이탈리아)가 마스코트 대열에 합류했다. 강아지 ‘스트라이커’(1994년 미국)와 수탉 ‘푸틱스’(1998년 프랑스)도 사랑받았다. 2002년엔 우주공간에 살고 있는 ‘아토·니크·캐즈’가 나섰고, 2006년엔 수사자 ‘골레오’가 얼굴을 내밀었다. 자쿠미가 선배들의 배턴을 이어받아 ‘친절대사’의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축제의 당당한 감초역할을 기대해 본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박명수 “내 노래의 95%가 기계음” 깜짝 고백

    박명수 “내 노래의 95%가 기계음” 깜짝 고백

    박명수가 최근 발표한 자신의 앨범 ‘파이아’(Fyah)는 95%가 기계음으로 제작한 노래라고 고백했다. 박명수는 다음달 1일 방송될 MBC 에브리원 ‘우아한 인생’에 출연해 “내 노래의 95%가 기계음이고 나머지 5%는 길과 신사동호랑이가 메웠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는 최근 2집 앨범 ‘Y’로 가요계로 복귀한 엠블랙의 이준과 미르도 출연했다. 박명수는 두 사람에게 “이번 앨범에 기계음은 얼마나 활용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준은 “엠블랙의 곡엔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답하자 박명수는 “편리한 기술이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느냐”라며 “그냥 대충 부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 주변을 폭소케 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희준, 게으름피우다 혼쭐...‘눈물’ 보여

    문희준, 게으름피우다 혼쭐...‘눈물’ 보여

    그룹 H.O.T 출신 가수 문희준(33)이 방송 도중 눈물을 보였다.문희준은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 ‘열혈포스’에서 ‘전문 포토그래퍼의 어시스턴트가 돼라’는 미션을 받고 모델 겸 배우 황찬빈과 탤런트 김태호 등과 함께 전문 포토그래퍼를 찾았다.문희준의 사수 포토그래퍼는 국내 정상급 사진작가 지나 정. 문희준은 과거 자신과 함께 촬영을 해본 지나 정이라 안심하고 큰 긴장 없이 일을 했다.하지만 프로작가로서 지나 정은 문희준에게 냉정했다.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사진촬영에서 지나 정과 스태프들은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와중에 문희준은 나무에 기대 전화통화를 하며 촬영도구를 성의 없이 다뤄 결국 지나 정에게 한 소리 들었다.문희준은 지나 정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고 동생 황찬빈 김태호 앞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혼쭐이 났다.호랑이 사수 지나 정에서 혼이 나고도 문희준은 촬영 장소를 물색하던 중 지나 정의 눈을 피해 휴식을 취한 것이 들통나 또 한 번 모진 소리를 들어야 했다.한편 김원준이 주축이 된 원준팀은 광고계의 베테랑 포토그래퍼 ‘배태열’ 작가를 찾아 혹독한 체험을 했다. 이들의 활약상은 ‘열혈포스’는 오는 31일 오후 6시 MBC 에브리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사진 = 서울신문NTN DB서울신문NTN 강서정 인턴기자 sacredmo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동방신기, 호랑이굴 들어가나..팬들 ‘안절부절’

    동방신기, 호랑이굴 들어가나..팬들 ‘안절부절’

    그룹 동방신기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의(동방신기 3인) 행보가 불안하다. 29일 일본의 스포츠·연예 전문 일간지 산케이스포츠는 “동방신기 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 3명이 (방송) 활동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동방신기 3명의 배후에 조직폭력배와 관련된 인물이 있다.”며 “동방신기의 (방송) 활동에 제약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신문은 특히 이 정보가 한국 매체를 통해 흘러나왔다고 덧붙였다. ‘동방신기 조폭 연계설’은 지난 26일 발매와 동시에 오리콘 차트 2위에 등극한 시아준수의 솔로 앨범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CjeS 엔터테인먼트, 이하 씨제스)’의 로고가 찍혀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씨제스는 강남구 논현동에 설립된 신설 법인 회사로 회사 대표 A는 과거 ‘권상우 협박사건’으로 연예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거물급 조직폭력배와 연계되어 있는 A는 사건 당시 권상우에게 자신과 전속계약을 맺지 않으면 언론에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각서를 쓰게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7월 동방신기 3인은 “부당한 계약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뜻을 밝히며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SM)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산케이스포츠의 기사가 사실에 따른 것이라면 SM의 부당한 계약에서 벗어나고 싶다던 3인이 ‘전속계약 강요 및 협박’으로 구속된 전과가 있는 A와 손을 잡는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팬들은 각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이건 뭐 똥 피하려다가 지뢰 밟은 느낌이다.”, “어차피 정확한 자료나 근거도 없는 추측기사인데 신경 쓰지 말자”, “제발 문제없이 셋 다 앞으로 꾸준히 잘 나가기를.” 등 속내를 밝히며 걱정을 내비쳤다. 현재 동방신기 3인은 일본 유명 기획사 이벡스엔터테인먼트에 지원을 받아 유닛 활동에 나선다. SM과의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전설 인턴 기자 legend@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울산박물관 명품유물 모시기

    울산박물관 명품유물 모시기

    울산시 박물관추진단은 상반기 유물구입 공고를 통해 ‘조국구도(曺國舅圖)’와 ‘동래부순절도(東萊府殉節圖)’, ‘호작도(虎鵲圖)’ 등 명품유물을 개인 소장자로부터 구입했다고 24일 밝혔다. ‘조국구도’는 도교 8선 가운데 한 명인 조국구가 악기를 들고 서 있고 좌우에 악기를 불거나 복숭아 광주리를 진 소년 3명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김홍도의 ‘신선도 8폭병풍’의 ‘조국구도’와 거의 같은 구성과 표현을 보여줘 관심을 끌고 있다. ‘동래부순절도’는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당시 부산 동래성에서 왜군과 맞서 싸우다 순절한 부사 송상현과 백성들의 항전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1834년 변곤(卞崑 1801∼?)이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현재 육군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제392호 ‘동래부순절도’(1834년작)와 구성과 구도가 거의 유사하다. ‘호작도’는 꼬리를 치켜든 호랑이를 소나무 위에서 까치가 내려다보는 그림으로 17세기 초반 작품으로 추정된다. 호랑이의 털이 살아있는 듯 묘사가 섬세하다. 김우림 박물관추진단장은 “내년 6월 울산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전시 및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준 높은 유물을 계속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68) 청주 우암산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68) 청주 우암산

    ●소처럼 착하고 순한 청주의 진산 5월 중순 우암산(353m)은 연초록빛으로 부풀어 올랐다. 청주의 진산 우암산은 도심에 자리 잡은 산치고 뜻밖에 숲이 좋은 산이다. 우점종인 상수리나무는 쭉쭉 하늘을 찌르고 소나무, 전나무, 낙엽송, 산초나무, 팽나무 등이 어울려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산 서쪽 벽화 마을로 유명한 수동 수암골과 연결한 코스는 아이들과 함께 숲 공부를 겸한 가벼운 산행으로 좋다. ●전국 명소로 떠오른 수암골 벽화 마을 청주대 입구에서 가까운 우암초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면 남북 방향으로 길게 몸을 누인 우암산이 눈에 들어온다. 부드러운 산세가 도시를 품는 형상이라 포근해 보인다. 우암산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곧 수암골이다. ‘카인과 아벨 촬영지’를 알리는 간판이 군데군데 붙어 길 안내를 한다. 언덕에 올라서면 수암골의 입구인 삼충상회. 여기서부터 담벼락을 따라 ‘숨바꼭질’, ‘꽃을 사랑하는 호랑이’ 등의 그림들이 나타난다. 골목 앞에 그려진 마을 지도도 예쁘다. 골목길 모퉁이를 돌자 ‘먹보’, ‘감나무집’, ‘울보 영지’ 등이 나타나는데, 꼭 동화 속 마을에 들어선 기분이다. 세 아이가 함박웃음을 짓는 ‘웃는 아이 삼남매’ 앞에 서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애들이 우리 마을의 유일한 아이들이에요.” 사진 찍는 필자에게 이영순(68) 할머니가 다가와 일러준다. 이 할머니가 수암골에 들어온 것이 벌써 45년여 전이다. 미원에서 이곳으로 시집와 4남매를 낳아 모두 출가시켰다고 한다. “전쟁 후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이 마을이 만들어졌어요. 흙벽돌을 찍어 방 두 칸, 부엌 한 칸을 만들어 살았지요.” 세월이 흐르며 쇠락한 수암골 달동네는 2007년에 획기적인 변화를 맞는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이홍원 화백을 비롯한 충북 민예총 회원들과 청주대, 서원대 학생들이 ‘추억의 골목 여행’이라는 주제로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벽화를 그린 것이다. 덕분에 ‘카인과 아벨’ TV 드라마도 이곳에서 촬영해 더욱 유명세를 탔다. ●삼일공원 들머리로 우암산 산행 “우리 마을이 인심 하나는 좋지. 또 놀러 와요.” 할머니의 넉넉한 미소를 뒤로하고 마을을 빠져나오면 우암산 순환도로를 만난다. 그 길을 따르면 청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여기서 크게 기지개를 켜고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삼일공원이다. 3·1독립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이 지방 출신인 손병희, 신석구, 권병덕 등 5인의 동상에 인사를 올리고, 본격적으로 우암산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의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갑자기 울창한 숲이 펼쳐지고 알록달록 철쭉이 피어 화사하다. 온갖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한동안 상수리나무 터널을 오르면 능선에 올라붙는다. 휘파람이 절로 나는 순한 능선에서는 나무들을 주의 깊게 보자. 팽나무, 상수리나무, 청미래덩굴, 때죽나무…. 나무들의 간단한 특징이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걷기 좋다. 열심히 나무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방송국 송신탑에 이르고, 이곳에서 시내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삭막해 보이는 빽빽한 빌딩을 바라보면, 시내 가까이 이렇게 숲이 우거진 산이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진다. 송신탑을 지나면 ‘우암골 자연테마학습 공원’이 나온다. 능선에서 나무들과 눈을 맞췄다면 이곳에서는 풀 공부하기에 좋다. ●나무와 풀 공부하기 좋은 숲 “이게 우산나물이야. 잎이 꼭 우산을 닮았지.” “하하~ 정말 우산 같네. 얘들은 비 와도 우산 필요 없겠다.” 마침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풀 공부에 한창이다. 길섶에는 꿩고비, 비비추, 하늘매발톱, 산비장이, 벌개미취, 돌단풍 등이 가득하다. 학습 공원을 지나면 ‘숲속 교실’이 나오는데, 우암산을 통틀어 가장 숲이 좋은 곳이다. 상수리나무와 낙엽송들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미끈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천천히 나무와 길을 음미하며 오르면 체육 시설이 들어선 삼거리. 여기서 오른쪽으로 300m쯤 가면 우암산 정상이다. 하산은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지점에서 청주대 방향을 따른다. 그 길을 30분쯤 내려오면 청주대 예술대학이 나오면서 짧지만 알찬 산행이 마무리된다. 깔깔거리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계절의 여왕 5월과 잘 어울린다. 산길 가이드 수암골을 들머리로 삼일공원, 우암산 정상을 거쳐 청주대 예술대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약 6㎞, 2시간 30분쯤 걸린다. 수암골은 우암초등학교 뒤편으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가는 길과 맛집 서울에서는 동서울터미널과 남부터미널에서 약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북청주행 버스를 탄다. 북부터미널에 내리면 청주대가 지척이고, 5분 거리의 우암초등학교를 찾아 수암골로 들어간다. 청주 시내에서 수암골로 가려면 방아다리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하산 지점인 청주대 후문 쪽은 파전의 명소다. 그중 삼미파전(043-259-9496)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양이 풍부하다. 파전과 오징어볶음 5000원. 북청주터미널 앞의 청주왕호두과자도 별미다. (043)224-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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