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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평안도 날라리/임태순 논설위원

    조선시대 때 평안도는 함경도와 함께 지역차별의 설움을 많이 받았던 곳이다. 평안도는 고구려의 발상지이자 당시 조선이 사대(事大)하던 선진국 명(明)나라와 통하는 길목이었지만 그리 대접을 받지 못했다. 조선시대의 법전인 속대전과 대전후실록 등에는 평안도를 포함해 함경도, 황해도 사람들을 등용하지 말도록 해 관직 진출의 길을 제한했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평안도를 4자성어로 산림맹호(山林猛虎), 즉 ‘산속에 사는 사나운 호랑이’로 품평했다. 용맹스럽다는 세간의 인식에 1800년대 홍경래의 난까지 일어났으니 평안도를 경계하는 풍조는 더욱 심해졌다. 구한말 평안도는 기독교 보급의 메카가 된다. 1890년대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은 평양을 중심으로 기독교 복음을 전파한다. 신분차별로 기존질서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중국과 가까워 신문명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던 서북인들은 자연스레 기독교에 빠져든다. 흥사단운동을 일으킨 안창호 선생,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등이 이 시기 평안도 출신 기독교인이다. 평안도는 벽촌에도 서당이 있어 문맹이 없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다. 향학열 높은 평안도 기독교인들은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대거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1925년 159명의 미국 유학생 중 43%가 평안도 출신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미국에서 신교육으로 무장한 이들이 지배 엘리트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방 후 미 군정시절 오늘날 장관에 해당하는 19개의 부·처장 중 9명이, 차관에 해당하는 차장 중 6명이 평안도 사람일 정도로 파워엘리트로 급부상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신의주를 시찰한 자리에서 현지 주민의 옷차림과 무질서 등을 지적하며 “평안북도가 자본주의의 날라리판이 됐다.”며 개탄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문물교류의 관문이자 통로인 신의주가 자본주의 문화 보급의 첨병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사회라고 해도 디지털 기기가 하루가 다르게 확산 보급되는 요즘 자본주의 문화의 세례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압구정 날라리’란 노래를 우연히 들었다. “어서 와요, 이쁜 그대/ 몇 명이서 놀러왔나요…” 젊은 시절 압구정동 나이트클럽에서 ‘작업’(?)의 추억을 담은 노래라고 하는데, 경쾌한 리듬과 실감나는 가사로 인기라는 것이다. 평양 한복판에서는 ‘소녀시대’ 등 아이돌그룹의 춤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혹시 신의주에도 압구정 날라리가 10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프로야구] 갈매기, 호랑이 잡고 4강 굳히기

    [프로야구] 갈매기, 호랑이 잡고 4강 굳히기

    프로야구 롯데가 KIA를 꺾고 4강 굳히기에 나섰다. 롯데는 16일 광주에서 열린 KIA전에서 7-2로 이기며 5위 LG와 승차를 3게임으로 벌렸다. 선발 송승준이 7이닝 6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고 공격에선 홍성흔이 2루타 2개에 3타점으로 활약했다. 롯데는 1회부터 착실히 점수를 뽑았다. 1사 만루 기회에서 홍성흔이 희생플라이를 때렸다. 선취점. 2회엔 김주찬이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3회엔 홍성흔의 2루타와 조성환-장성우의 연속 적시타가 터졌다. 이 시점 4-0. 이후 7회에도 홍성흔의 적시 2타점 2루타가 터졌다. 초반 기회를 적시타 부재로 날린 KIA는 9회 2사 1루에서 신종길의 투런포로 영패를 모면했다. 41일 만에 복귀한 김선빈이 2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준수한 활약을 한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KIA는 3위 SK에 1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한편 잠실(두산-LG), 문학 (SK-삼성), 목동(넥센-한화)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씨줄날줄] 슈스케3 vs 위탄2 /이도운 논설위원

    올해 대중음악 최고의 공연으로 임재범의 ‘여러분’, 김범수의 ‘제발’, 박정현의 ‘나 가거든’을 꼽는 음악팬들이 많다. 임재범이 굴곡 많은 삶의 역정을 호랑이가 포효하듯 쏟아낸 ‘여러분’은 가요계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얼굴 없던’ 가수 김범수가 진정성을 담아 뽑아낸 ‘제발’은 노래 잘하는 가수에 대한 음악팬들의 감춰졌던 열망을 이끌어내며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음원으로 등록됐다. ‘R&B의 요정’ 박정현이 드라마 명성황후의 주제곡을 기-승-전-결 형식으로 수놓듯 엮어낸 ‘나 가거든’은 “4분짜리 노래에 대하드라마를 담았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세 가수의 공연은 모두 음악과 예능을 결합한 ‘나는 가수다’(나가수)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이다. 프로 가수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 경연장이 나가수라면, 아마추어 가수들이 인생과 청춘을 걸고 뛰어든 대결장은 ‘슈퍼스타K’(슈스케)와 ‘위대한 탄생’(위탄)을 꼽을 수 있다.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슈스케는 지난해 시즌 2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방송계에 오디션 열풍을 몰고 왔다. 특히 돈도, 배경도 없는 참가자들이 오직 실력과 열정만 갖고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이 ‘친서민 공정사회’에 목마른 시청자와 국민 전체의 박수를 받았다. 슈스케2는 허각과 존박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장재인과 김지수가 최종예선에서 함께 편곡하고 기타 치며 노래한 ‘신데렐라’는 지난해 최고의 공연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슈스케에 자극받아 기획됐다는 위탄은 가수 지망생에게 멘토를 붙여주는 새로운 형식을 취했다. 올해 초 끝난 시즌 1에서 연변 총각 백청강, 캘리포니아 청년 데이비드 오, 도쿄 처녀 권리세, 캐나다 소년 셰인 등 글로벌 예비스타들이 등장했다. 오디션과 경쟁 과정에서 부른 황지환과 노지훈의 ‘배드 걸, 굿 걸’, 조형우와 데이비드 오의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정희주의 ‘봄날은 간다’ 등이 화제가 됐다. 최연소로 본선 무대에 오른 열 한 살 김정인이 부른 ‘나 가거든’은 박정현의 노래와는 다른, 풋풋한 슬픔을 담았다. 슈스케 시즌 3가 12일 밤 시작됐다. 다음 달 2일에는 위탄 시즌 2도 시작해 아마추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2개가 주말 밤에 정면대결을 벌인다. 일부에서는 오디션 홍수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DNA에 녹아 있는 음주가무 사랑이 어딜 가겠는가. 새로운 가수들이 들고올 새로운 노래와 사연, 그리고 새로운 감동을 기대해 본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6) 길고양이를 위한 변명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6) 길고양이를 위한 변명

    호랑이, 사자, 표범은 물론이고 평범한 집고양이들조차 고양이과들은 깊은 눈빛과 누구에게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당당함을 지녔다. 애묘가(愛猫家)들은 그 매력에 이끌려 고양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고양이를 싫어한다. 이렇게 고양이는 인간에게 사랑과 미움이 교차되는 존재였다. 그중에서 길고양이는 쥐를 잡는 본연의 임무가 콘크리트 속으로 사라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천덕꾸러기로 내몰리게 됐다. 개들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죽이든 살리든 끝까지 주인에게 매달렸겠지만, 자존심 강한 고양이들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다. 주인의 애정이 식으면 제가 걸어서 집을 나가면 그만일 뿐이다. 고양이들은 그런 가출에 이미 태생적으로 길들여져 있기에 아무 두려움이 없다. 버림받은 고양이들이 점점 도심 주변에 늘어가고 있다. 그들은 특유의 적응력으로 인간 사회와 자연의 변두리에서 나름대로 확고한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이나 공원 한 귀퉁이에서 길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일상사가 되었다. 아이들도 야생동물 하면 아마도 길고양이들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초라한 길고양이마저 못 보겠다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전염병을 옮긴다느니, 기생충을 배출한다느니 갖은 핑계거리를 동원해 기어이 그들을 없애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곤 하는 인간들의 행태에 대해 사실은 고양이 측에서 더 불만이 많을 법하다. 개들은 버림받아 야생화되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소린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또 아주 드물지만 개의 몸속에 있던 회충이 사람 눈에 들어가 실명하게 할 수는 있어도, 고양이 회충이 그랬다는 소리 또한 들어보지 못했다. 인간의 회충이 개에게 질병을 일으키기 힘든 것처럼 개나 고양이의 회충도 그만큼 숙주가 다른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 확률이 적은데도, 놀이터에서 개 회충 알이 발견되면 온갖 호들갑을 떨어댄다. 스스로가 만든 공포심, 고고한 것에 대한 질투심 등을 빼면 지금의 길고양이들은 인간에게 그리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함부로 내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것, 밤중에 애 우는 소리를 내는 생리적인 행동들이 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는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육상의 포식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겨우 너구리나 족제비, 작은 뱀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마저 자취를 감춘다면 생태계의 교란은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만일 설치류나 조류들만 설쳐대는 세상이 온다면 히치콕의 영화 ‘새’처럼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계층구조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 억지로 내몰린 길고양이들이 혹시 그런 역할을 알게 모르게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집나온 고양이들에게 인간이 감사해야 하는 이유

    집나온 고양이들에게 인간이 감사해야 하는 이유

     호랑이, 사자, 표범은 물론이고 평범한 집고양이들조차 고양이과들은 깊은 눈빛과 누구에게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당당함을 지녔다. 애묘가(愛猫家)들은 그 매력에 이끌려 고양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고양이를 싫어한다.  이렇게 고양이는 인간에게 사랑과 미움이 교차돼 왔다. 그 중에서 길고양이는 쥐를 잡는 본연의 임무가 콘크리트 속으로 사라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천덕꾸러기로 내몰리게 됐다. 개들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죽이든 살리든 끝까지 주인에게 매달렸겠지만, 자존심 강한 고양이들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다.  주인의 애정이 식으면 제가 걸어서 집을 나가면 그만일 뿐이다. 고양이들은 그런 가출에 이미 태생적으로 길들여져 있기에 아무 두려움이 없다. 버림받은 고양이들이 점점 도심 주변에 늘어가고 있다. 그들은 특유의 적응력으로 인간사회와 자연의 변두리에서 나름대로 확고한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이나 공원의 한 귀퉁이에서 길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일상사가 되었다. 아이들도 야생동물하면 아마도 길고양이들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우린 주변에는 초라한 길고양이마저 못 보겠단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염병을 옮긴다느니, 기생충을 배출한다느니 갖은 핑계거리를 동원하여 기어이 그들을 없애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곤 하는 인간들의 행태에 대해 사실은 고양이 측에서 더 불만이 많을 법하다. 개들은 버림받아 야생화가 되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소린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또 개의 몸속에 있던 회충이 사람 눈에 들어가 아주 드물지만 실명을 일으킬 수는 있어도, 고양이 해충이 그랬다는 소리 또한 들어보지 못했다.  인간의 회충이 개에게 질병을 일으키기 힘든 것처럼 개나 고양이의 회충도 그 만큼 숙주가 다른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 확률이 적은데도, 놀이터에서 개 회충 알이 발견되면 온갖 호들갑을 떨어댄다. 스스로가 만든 공포심, 고고한 것에 대한 질투심 등을 빼면 지금의 길고양이들은 인간에게 그리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함부로 내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것, 밤중에 애 우는 소리를 내는 생리적인 행동들이 약간 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는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육상의 포식자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겨우 너구리나 족제비, 작은 뱀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마저 자취를 감춘다면 정말 생태계의 교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만일 설치류나 조류들만 설쳐대는 세상이 온다면, 히치콕의 영화 ‘새’처럼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계층구조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 억지로 내몰린 길고양이들이 혹시 그런 역할을 알게 모르게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들의 동물원] (1) ‘크누트’의 돌연사 왜 어미곰은 새끼를 포기했을까? [어른들의 동물원] (2) 외로운 ‘블랙스완’ 대량학살의 슬픈 역사 간직한 그들. [어른들의 동물원] (3) 동물들의 사랑 몸짓(상) 고슴도치들은 어떻게 교미를 할까? [어른들의 동물원] (4) 동물들의 사랑 몸짓(하) 수컷뱀 성기 2개로 5시간 짝짓기 [어른들의 동물원] (5) 동물의 심리학 개장수 나타나면 동네 개들 조용해지는 이유 [어른들의 동물원] (6) ‘고리롱’ 박제논란(상) 숨진 로랜드고릴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른들의 동물원]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600년전 일본에서 실려와 비운의 삶 [어른들의 동물원] (8) ‘고리롱’ 박제논란(하) 서울동물원, 독자의견 따라 박제 않기로 [어른들의 동물원] (9) 잘못 알려진 진실들 백조는 물속에서도 발짓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동물원] (10) 동물들도 자살을 하나? 1주일 만에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선택 [어른들의 동물원] (11) 술 취한 원숭이들 먹던 과일 씹다 두면 발효돼 자연의 밀주로 [어른들의 동물원] (12) 더위 절대강자 낙타의 비밀 무릎 같은 발목이 하이힐 역할 [어른들의 동물원] (13)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마라 동물원 사팔뜨기 안경의 비밀 [어른들의 동물원]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사자도 공작도 과거를 숨기는지 몰라요 [어른들의 동물원] (15) 살모사는 무서운 뱀? 절대 먼저 공격하지 않고 사람을 두려워해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0) 금산 요광리 행정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0) 금산 요광리 행정 은행나무

    나무에 전설이 담기는 건, 그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가를 보여주는 뚜렷한 예다. 하나의 전설은 또 하나의 전설을 낳고, 세월이 흐르면서 전설은 실제 있었던 일처럼 부풀려진다. 세월은 옛 전설에 또 하나의 전설을 보태고, 보태진 전설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새로운 전설로 탈바꿈한다. 어느 틈에 전설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이미지와 환상이 되고 사람살이의 상징이 된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시간의 흐름을 짚어본 ‘옛날에 대하여’에서 “옛날이란 완결될 수 없는 출발”이라고 했다. 옛날 이야기는 그러고 보면 지금 이 순간까지 유효할 때에 살아남는 법이고, 다시 또 새로운 전설을 싹 틔울 씨앗인 셈이다. ●굶주린 호랑이도 뒷걸음질치게 한 위용 충남 금산 요광리 행정 은행나무 그늘에 트럭 한 대가 찾아 들었다. 트럭을 몰고 온 사내는 비를 피하려기보다는 나무 그늘에 들어서서 비를 응시하려는 낌새다.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타, 사내는 차문을 열어젖히고 열린 창틀 위로 두 발을 뻗어 올린다. 불편한 자세의 사내는 차 안에서 권태로운 몸짓으로 꿈지럭거리며 낮잠에 들 요량이다. 넉넉한 품의 나무가 품어 안은 트럭이 앙증맞다. 아주 오래 된 옛날, 이 마을에 살던 한 사내도 지금 트럭의 사내처럼 여름 한낮에 나무 그늘에 들어섰다. 나무 그늘에서 빠져든 달콤한 낮잠은 들판에 땅거미가 밀려올 때까지 이어졌다. 그 즈음 뒷산에서 배고픈 호랑이가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왔다. 마을 어귀를 어슬렁거리던 호랑이는 들판에서 풍겨오는 사람 냄새를 맡았다. 저녁거리인 사람을 잽싸게 찾아내기는 했지만 호랑이는 다가서지 못했다. 사람이 누운 자리에는 도저히 덤빌 수 없을 만큼의 위엄을 갖춘 거대한 ‘무엇’이 떡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엇’은 숲 속에서 흔히 보던 나무라 하기에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먹이를 앞에 놓고 두리번거리던 호랑이가 거대한 ‘무엇’을 향해 몇 차례 ‘어흥’ 거렸지만, 그건 꿈쩍도 않았다. 두려워진 호랑이는 그 자리를 냉큼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굶주린 호랑이를 뒷걸음질하게 한 건 한 그루의 나무, 옛날에 그랬듯이 지금 트럭의 사내를 품은 요광리 은행나무였다. 무려 1000년을 넘게 살았다는 이 나무에는 숱하게 많은 전설이 전해온다. 오래 된 나무들에 전하는 거개의 전설을 총망라한 집대성판이라고 해도 될 만하다. 1000년에 걸쳐 마을 살림살이를 지키며 사람들의 숱한 이야기를 담은 나무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부러진 가지로 3년동안 쓸 밥상 만들어 요광리 은행나무는 생김새부터 사람을 압도한다. 키는 24m이고 줄기 둘레는 13m다. 원래는 더 컸다. 오래 전에 폭풍을 맞아 남쪽과 동쪽으로 난 큰 가지가 부러져 작아진 게 이 정도다. 그때 부러진 가지로 사람들은 요긴하게 쓸 가구를 만들었다. 무려 3년 동안 마을 모든 집에서 쓸 밥상과 37개의 관을 만들었다는 게 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부러진 가지의 크기뿐 아니라, 그전까지 나무가 보여주었던 위용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큰 가지가 부러졌지만 여전히 나무는 크다. 게다가 벌판에 홀로 서 있어서 더 커 보이기도 한다. 중요한 부분이 부러진 탓에 나무는 특별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남쪽의 가지는 순한 모습으로 둥글게 자랐는데, 북쪽으로 솟구친 가지들은 끝 부분이 사각형 꼴로 사납게 뻗었다. 두 그루의 나무가 붙어서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 곁에는 ‘행정헌’(杏亭軒)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육각정자가 있다. 새로 지은 정자이지만, 500년 전부터 이 자리에는 정자가 있었다. 당시 전라감사를 지낸 이 마을 선비가 짓고, ‘은행나무 정자’라는 뜻에서 행정이라고 했다. 이 나무를 ‘행정 은행나무’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그때부터 이 나무에서는 해마다 음력 정월 초사흗날 밤에 당산제를 올렸다고 한다. 나무 줄기에서는 능히 1000년의 세월을 짚어보고도 남음이 있다. 잘 빚어낸 항아리처럼 가운데가 불룩하게 부푼 줄기는 곳곳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지만 전체적인 수형만큼은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이 은행나무에는 그가 지나온 세월만큼 다양한 전설들이 전해온다. 마을에 재난이 닥쳐 올 기미가 있으면 큰 소리로 울음 소리를 내서 대비하도록 예고했다거나 나무에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웬만한 노거수에 전하는 평범한 전설들이다. ●한밤중에 아이 세워놓으면 똑똑해져 잠잠했던 비가 다시 쏟아붓는다. 차문을 열고 낮잠을 자던 사내도 빗줄기를 감지하고 차문을 닫고 흐트러진 매무시를 바로잡는다. 호랑이까지 물리친 나무이건만 하늘의 뜻은 물리치지 못한다. 떠날 채비를 하는 사내에게 다가가자, 창문을 빼꼼히 열고 털어놓는 사내의 이야기 끝에 또 하나의 전설이 담겼다. “하도 비가 와서 일을 못 하잖아요. 집에서 빈둥거리느니, 비 구경이라도 하려고 나왔어요. 밤에 비 그치면 방학이라고 집에서 노는 딸 아이도 데려올 거예요. 밤에 이 나무 아래에 아이를 한 시간쯤 세워놓으면 똑똑해진다고 하거든요.”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전설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왜 하필이면 아이들이 무서워 하는 밤중인가. 호랑이도 쫓아 보낼 만큼 못할 게 없는 나무의 영험함에 기댄 이야기이겠지만, 들을 때마다 재미있지만, 낯설고 어설프다. 그래도 사람들은 1000년 동안 나무의 전설을 소중히 간직했다. 다시 수천의 세월이 흐르면 나무에 또 다른 전설이 보태질지도 모른다. 옛날은 또 하나의 출발이라는 파스칼 키냐르의 발언은 충남 금산 요광리에서 충분한 증거를 얻는다. 글 사진 금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329-8. 요광리는 통영~대전 간 고속국도가 통과하는 곳이다. 나무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두면 고속국도를 지나는 중에도 은행나무를 찾아 볼 수 있다. 대전 쪽에서 나무를 찾아 가려면 고속국도의 남대전나들목으로 나가서 오른쪽 도로로 6.5㎞ 가면 요광리에 들어서는 요광교에 닿는다. 무주 쪽에서 북진하여 갈 때는 추부나들목으로 나가서 우회전하여 2㎞ 쯤 가면 된다. 다리를 건너면 곧 나무가 있는데, 건너편에서도 나무가 보인다.
  • 3개월 끈 ‘금융혁신’ 알맹이가 없네

    3개월 끈 ‘금융혁신’ 알맹이가 없네

    국무총리실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2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보고한 ‘금융감독 혁신방안’의 핵심은 예금자 보호의 책임이 있는 예금보험공사의 검사 권한은 강화하고 금감원에는 저축은행 부실의 책임을 물어 제재권 등 권한을 제한한 것이다. 특히 금감원의 조직을 투명하게 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에 다뤄진 문제를 재탕하는 수준에 그쳐 3개월간의 성과치고는 다소 맥이 빠진다는 평가다. 이 안은 국정조사에서 제기되는 보완사항을 반영하고 정부 내에서 추가 협의를 거친 뒤 이달 내에 최종안이 발표된다. TF는 금융 감독·검사의 투명성을 위해 예보의 단독 조사 대상 저축은행의 범위를 늘리고 예보에 금융위(금감원)에 대한 시정조치 요청권을 부여키로 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민간 위원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금감원 내부 쇄신안 등에서 거론된 안이다. 논란의 핵심은 중장기적으로 제재권을 금융위로 이관해 사실 확인을 담당하는 검사권과 법적 판단을 하는 제재권을 분리하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제재 권한 없이 현장 검사만 하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위기이고, 금융위는 조직을 강화할 기회다. TF는 장기적으로 검토할 대상이라면서 논의를 빗겨가 향후 큰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금융위는 그간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적기시정조치(부실의 소지가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내리는 경영개선 조치) 유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최대 유예기간을 명시하고 유예기간 연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보는 적기시정조치 유예에 대해 독립적인 의견을 금융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예보에 사전적으로 검사를 받는 극약처방을 기대하던 일각에서는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 임직원의 도덕성 제고 방안은 퇴직자의 금융회사 취업제한 기간을 현재 3년에서 2년 더 확대하고 감찰실로 신설하는 등 금감원의 내부 쇄신안과 흡사하다. 게다가 내부고발자제도 활성화, 외부인력 충원 확대 등은 ‘대책을 위한 대책’이라는 평이다. 외부인력 충원 확대안은 한국은행, 공무원 등과의 인사교류를 담고 있어 ‘공공기관 직원들의 고위직 돌려막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업계는 피검기관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권익보호담당역을 금감원 내부에 신설한 데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검사를 받는 기관이 얼마나 권익보호를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그나마 감사원 등 외부기관에 만들어야 효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조직을 강화하되 중장기적으로 독립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검토키로 한 부분은 향후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건전성만 감독하느냐,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더라도 상대적 약자인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금융기관을 감독하느냐는 감독 체계의 본질적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검사·제재권 분리 등 예민한 사안은 결론을 못 낸 데다가 금감원 직원들의 낙하산 감사 대책도 현행 감사 및 사외이사 제도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개혁안이 수반되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 방문에 따라 즉흥적으로 TF가 꾸려진 데다가 정부 관료의 입김이 너무 세게 작용한 결과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400년 전통 산치성제 아시나요

    400년 전통 산치성제 아시나요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청송 심씨의 조상들은 호랑이 등에 업혀 전쟁의 화를 피했다. 호랑이가 이들을 업고 간 곳은 한양에서 멀지 않은 갈산 인근 ‘벌말’이었다. 심씨 선조들은 호랑이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정착하게 됐는데, 이곳이 바로 지금의 강동구 강일동 지역이다. 이후 이 지역 사람들은 호랑이를 산신령으로 모시고 풍요와 도움을 비는 ‘산치성제’를 400년 가까이 지내왔다. 강동구는 이 지역에서 이어져 온 전통행사인 산치성제를 2일 오후 6시 강일동 갈산에서 진행한다. 본래 이 의례는 청송 심씨가 주도하고 이 지역 주민들이 함께 지내는 민간 주도의 마을제였다. 1626년 처음 시작돼 매년 음력 7월 1일에 열렸는데 2000년대부터는 규모가 축소됐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강일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관하며 구 연례 행사로 격상시킨 것이다. 자치위는 자치센터 예산으로 소머리 등 제물과 제주 등을 마련하고 마을 사람 중 세주, 하주, 축관 등을 선정해 의례를 진행한다. 구 관계자는 “본래 이 지역은 청송 심씨 집성촌이었는데 재개발로 원주민이 이탈하면서 산치성제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며 “전통문화 보존을 위해 자치위가 직접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프로야구] 호랑이굴서 살아나온 사자

    [프로야구] 호랑이굴서 살아나온 사자

    삼성이 ‘호랑이굴’에서 KIA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단독 선두를 내달렸다. 삼성은 28일 광주에서 열린 프로야구에서 타선의 매서운 응집력으로 KIA를 7-3으로 격파했다. 전날 일주일 만에 선두에 복귀한 삼성은 이날 3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KIA에 1경기 차 선두를 지켰다. KIA가 ‘3연전 시리즈’에서 전패한 것은 시즌 처음이다. 삼성 선발 정인욱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6안타 2실점으로 막아 4승째를 챙겼다. 삼성은 1-1로 맞선 5회 서재응을 장단 5안타로 두들기며 4득점,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삼성은 1사 후 조동찬의 2루타를 신호탄으로 김상수의 적시타와 이영욱, 박한이의 연속 2루타가 불꽃처럼 폭발해 3점을 뽑고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신명철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 5-1로 순식간에 달아났다. 롯데는 사직에서 전준우의 극적인 결승 2점포로 SK에 6-4로 역전승했다. 5위 롯데는 2연패에서 벗어나며 이날 경기가 없던 4위 LG에 1.5경기 차로 다시 다가섰다. SK는 선두 삼성에 4경기 차로 벌어졌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페루 “그만 때리세요!” 동물서커스 금지

    페루 “그만 때리세요!” 동물서커스 금지

    남미 페루에서 앞으로는 공을 굴리는 호랑이나 재주를 피는 곰을 볼 수 없게 됐다. 동물서커스 금지에 관한 법이 페루에서 제정됐다고 현지 언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물을 서커스에서 혹사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이번 법은 의회를 통과한 뒤 바로 공포됐다. 남미에서 동물서커스를 완전히 금지한 건 볼리비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동물보호단체인 ADI(Animal Defenders International)가 서커스에서 동물을 구한 일등공신이다. ADI는 페루에서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피해사례 증거를 확보하는가 하면 연구보고서 등을 내며 동물서커스 금지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현지 언론은 “ADI가 곰을 채찍으로 때리거나 호랑이나 사자의 꼬리를 잡고 당기는 행위 등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동물학대를 고발했다.”고 전했다. 페루가 동물서커스 금지에 관한 법을 제정하자 ADI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페루 의회와 행정부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페루가 남미와 세계의 본이 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문화계 블로그] 악플에 대처하는 연예인들의 자세

    [문화계 블로그] 악플에 대처하는 연예인들의 자세

    최근 연예인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늘면서 악플에 대처하는 자세도 실시간으로 노출된다. 그런데 대처 양상이 상당히 다양하다. 버럭 하며 받아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재치 있게 넘기거나 느물느물 희석시키는 이도 있다. ‘재치형’의 대표는 가수 이효리. 그는 열심히 안무를 만들고 있다는 가수 비에게 지난 12일 “기대된다. 지훈아”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한 네티즌이 이효리 트위터에 “비에게 집적대지 마라. 비는 조신한 여자랑 어울린다.”라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렸다. 이에 대한 이효리 반응은? 이효리는 “저 조신한 여자예요.”라는 답글과 함께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트위터에 올렸다. 자신이 광고 모델로 나선 소주병 위에 휴지가 올려진 사진이었다. 마치 이효리가 다소곳이 면사포를 쓴 듯한 모습. 네티즌들은 “대인배 이효리”, “조신함 종결자 이효리” 등의 반응을 쏟아내며 요절 복통했다. 그룹 노라조도 비슷한 유형이다. 다소 엽기스러운 컨셉트의 안무와 노래로 이목을 끌고 있는 노라조는 “요즘 개나 소나 가수 한다.”는 악플에 “맞습니다. 저희는 짐승입니다. 한 놈은 호랑이띠고 또 한 놈은 백말띠입니다.”라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상대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것들 나이 속인 거 아냐.”라며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다. 노라조는 즉각 “맞습니다. 젊어 보이려고 메이크업도 두껍게 하고 한 놈은 한 살, 한 놈은 세 살 속였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자진신고했다. ‘하로로’란 별명의 가수 하하는 ‘느물형’이다. 지난 10일 한 네티즌이 하하의 트위터에 “무도(무한도전)랑 런닝맨에서 나대지 좀 마세요. 밥맛 없어요. 해외에서 어렵게 찾아보는 건데 재미 하나도 없어요.”라고 비난했다. 무도와 런닝맨은 하하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하하는 “네. 그런데 저 계속 해야 해요. 재밌다는 분도 계셔서요.”라고 받아넘겼다. 얼마 전 종영된 KBS 드라마 ‘로맨스타운’에 출연한 김민준은 ‘버럭형’이다. 자신을 ‘서브남주’(주연배우를 받쳐주는 또 다른 남자주인공)라고 표현한 기사를 보고 자신의 트위터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사를 쓴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서브남주라는 말이 뭐냐? 허수아비? 메인급을 꿈꾸는? 나는 비록 발연기를 하지만 카메오든 뭐든 대사 한마디 눈빛 한순간 그저 김민준이다. 어디서 누굴 평가해.”라고 반격했다. 이 내용이 다시 기사화되자 김민준은 “오예 주목받으니 좋구려. 뭐 계속 써봐요. 글 써서 보복해야지 방법이 없잖우…사랑스러운 기자님들 확실히 김민준 조져놓으라고 데스크에서 말하던가요?”라며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쏟아냈다. 최근 14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개그맨 출신 사업가 주병진은 “연예인들이 아무리 악플에 단련됐다고 해도 때론 깊은 상처를 받는다.”면서 “무심코 쓴 글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실제 죽기도 했다. 글이 얼마나 무서운 가를 사람들이 좀 더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中시진핑 ‘호랑이굴’ 조캉사원 방문… 불교계 원로 승려 위로 티베트 안정과시? 권력승계 굳히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2008년 ‘3·14 봉기’의 불길을 지폈던 티베트 불교의 ‘심장’ 라싸 조캉사원을 20일 찾았다. ‘호랑이굴’ 격인 조캉사원을 방문하는 등 성공적으로 티베트 해방 60주년 행사를 마무리함으로써 시 부주석이 내년의 순조로운 권력 승계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짱(西藏·티베트) 평화해방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명분으로 중국정부 대표단을 이끈 시 부주석이 이날 조캉사원을 찾아가 원로 승려들을 위로하고 티베트어로 된 ‘중화 대장경’을 기증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조캉사원은 2008년 기의(起義) 당시 승려들이 적극 참여해 중국 정부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던 대표적인 사찰이다. 따라서 시 부주석의 이번 방문은 티베트의 ‘안정’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티베트 여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불교계 지도자들을 다독이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티베트 불교 순례객들이 연일 모여드는 조캉사원 주변에는 여전히 무장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펴는 등 중국 정부는 조캉사원 승려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시 부주석은 이날 “종교계 인사들이 당과 정부와 함께 애국주의 깃발을 높이 들고, 분열주의 세력과 확실한 선을 그음으로써 시짱의 발전과 조국의 번영을 위해 중요한 공헌을 해 달라.”고 말했다. 중국 국민은 모두 중화민족이라는 단일민족이고, 달라이 라마는 중화민족의 통일을 해치는 분열주의세력이라는 중국 정부의 공식 담론을 되풀이한 셈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새끼 구하려 호랑이와 혈투 벌인 엄마곰

    ‘모성의 힘은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사진이 영국 더 선에 보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에 위치한 란탐보르 호랑이 보호지역에서 아디트야 싱이 촬영했다. 아디트야 싱에 의하면 처음 2마리의 새끼 곰을 등에 태우고 어미 곰이 물을 먹기 위해 물가로 다가왔다. 이들을 본 호랑이가 슬금슬금 곰 가족에게 다가왔다. 보통 곰과 호랑이는 서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호랑이의 접근을 발견한 어미 곰이 방어본능으로 호랑이를 향해 포효를 지르기 시작했다. 호랑이도 어미 곰에 반응하여 포효를 지르기 시작했다. 결국 호랑이와 어미 곰의 싸움이 시작됐다. 300kg에 육박하는 호랑이를 향한 어미 곰의 방어는 처절했고 싸움은 3여분 동안 이어졌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어미 곰의 방어에 놀란 호랑이는 결국 꼬리를 내리고는 물가에서 사라졌다.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 관광객들은 숨을 죽이고 구경하다가 호랑이가 떠나자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아디트야 싱은 “호랑이와 곰의 싸움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이런 희귀한 장면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프로축구] 울산 호랑이 4년만에 정상 ‘포효’

    [프로축구] 울산 호랑이 4년만에 정상 ‘포효’

    울산 호랑이가 4년 만에 포효했다. 반짝이는 우승 트로피는 물론 득점상과 도움상까지 싹쓸이했다. 울산은 13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컵 2011 결승전에서 고창현, 설기현, 강진욱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부산을 3-2로 꺾고 리그컵 정상을 밟았다. 초대 리그컵 대회였던 1986년 프로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울산은 1995년과 1998년 아디다스컵, 2007년 삼성하우젠컵에 이어 5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상금은 1억원. 김호곤(60)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감격적인 첫 우승을 달성했다. 2000년부터 세 시즌간 부산을, 2009년부터 울산을 지도해 온 김 감독은 그동안 정상에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개인상도 휩쓸었다. ‘장신공격수’ 김신욱이 11골로 득점왕에 올라 상금 500만원의 주인공이 됐고, 어시스트 4개를 기록한 최재수는 도움왕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울산 선수단은 메달을 챙겼다. 의지가 빚어낸 한판이었다. 다른 팀들이 리그 경기를 위해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할 동안 울산은 베스트 전력을 가동해 전북, 경남FC를 잇달아 격파하며 우승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선제골은 전반 38분 고창현의 발끝에서 터졌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스나이퍼’ 설기현이 왼발 논스톱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킥으로만 두 골을 기록한 설기현의 올 시즌 첫 필드골. 후반 13분에는 교체로 들어간 김신욱의 어시스트를 받은 강진욱의 추가골로 3-0까지 달아났다. 울산의 싱거운 승리를 예상하려는 찰나 부산의 반격이 시작됐다. 부산은 후반 26분과 32분 양동현의 연속골로 매섭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역전 드라마는 쓰지 못했다. 펠레스코어로 짜릿한 우승을 챙긴 울산은 프로통산 399승으로 프로축구 사상 최초의 400승 고지에 1승만을 남겼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3) 원숭이 앞에선 사시안경 써라?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3) 원숭이 앞에선 사시안경 써라?

    3차원 영화 선풍을 일으켰던 ‘아바타’(오른쪽)를 보면 지구인과 나비족(族)이 처음 만났을 때 “아이 시 유(I see you)”라고 인사를 한다. ‘난 당신을 봅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나비족은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진실을 읽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빤히 눈 마주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만일 나비족과 마주친다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 같다. 나도 개인적으로 상대방과 대놓고 눈을 마주치는 데 젬병이다. 내게 동물들이 편한 이유 중 하나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안 본다기보다는 녀석들이 먼저 내 눈을 피해 버린다. 대개의 육식동물들은 ‘양안시’(兩眼視)로 앞을 노려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육식동물은 먹이를 발견해서 사냥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양쪽 시야의 포개지는 부분이 넓어 거리감과 입체감이 좋아야 한다. 반대로 초식동물들은 자세히는 못 봐도 사방을 두루 볼 수 있는 넓은 ‘단안시’(單眼視)를 갖고 있다. 그래서 주로 옆으로 비켜서서 한쪽 눈으로 상대방을 쳐다본다. 죽을 각오를 하고 공격할 때만 똑바로 본다. 육식·초식 동물 모두에게 누군가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선전포고 혹은 공포를 의미한다. 벵골호랑이 보호 구역에 사는 인도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해 숲 나들이를 할 때 머리 뒤에 눈이 아주 크고 웃는 사람 얼굴의 가면을 쓴다. 호랑이가 이걸 보면 자기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웃으면서 쳐다보는 아주 강한 사람으로 알고 피해 간다고 한다. 어느 동물원에서는 원숭이사 앞을 지날 때 특수한 안경을 빌려 준다. 안경 낀 사람의 눈이 사시(斜視)로 보이도록 해 주는 안경이다. 이걸 끼면 관람객이 원숭이를 똑바로 쳐다보더라도 원숭이는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관람객을 두려움 없이 대할 수 있게 돼 관람객들은 좀 더 자연스러운 원숭이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언젠가 밭이나 논에 부엉이 눈 풍선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 역시 시력 좋은 새의 두려움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통 그런 것이 안 보인다. 필시 새들이 적응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바타에서 본 나비족의 눈은 표범(왼쪽)의 눈과 무척 닮아 있다. 노란 홍채에 검고 둥근 눈동자. 그런데 표범은 나비족과 달리 빤히 쳐다보면 으르렁댄다. 눈의 생김새는 같아도 성정까지 같지는 않은 것이다. 언제부턴가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에티켓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거기에 적응이 안 된다. 역시 새것보다는 옛것에 더 어울리는 사람인 모양이다. 글 사진 최종욱 수의사 광주우치동물원수의사 lovnet@hanmail.net ............................................................................................................. 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들의 동물원] (1) ‘크누트’의 돌연사 왜 어미곰은 새끼를 포기했을까? [어른들의 동물원] (2) 외로운 ‘블랙스완’ 대량학살의 슬픈 역사 간직한 그들. [어른들의 동물원] (3) 동물들의 사랑 몸짓(상) 고슴도치들은 어떻게 교미를 할까? [어른들의 동물원] (4) 동물들의 사랑 몸짓(하) 수컷뱀 성기 2개로 5시간 짝짓기 [어른들의 동물원] (5) 동물의 심리학 개장수 나타나면 동네 개들 조용해지는 이유 [어른들의 동물원] (6) ‘고리롱’ 박제논란(상) 숨진 로랜드고릴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른들의 동물원]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600년전 일본에서 실려와 비운의 삶 [어른들의 동물원] (8) ‘고리롱’ 박제논란(하) 서울동물원, 독자의견 따라 박제 않기로 [어른들의 동물원] (9) 잘못 알려진 진실들 백조는 물속에서도 발짓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동물원] (10) 동물들도 자살을 하나? 1주일 만에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선택 [어른들의 동물원] (11) 술 취한 원숭이들 먹던 과일 씹다 두면 발효돼 자연의 밀주로 [어른들의 동물원] (12) 더위 절대강자 낙타의 비밀 무릎 같은 발목이 하이힐 역할 [어른들의 동물원] (13)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마라 동물원 사팔뜨기 안경의 비밀 [어른들의 동물원]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사자도 공작도 과거를 숨기는지 몰라요
  • [동물이야기-13]동물과 눈을 마주치지 말라?

    3차원 영화 선풍을 일으켰던 ‘아바타’를 보면 지구인과 나비족(族)이 처음 만났을 때 “아이 시 유(I see you)”라고 인사를 한다. ‘난 당신을 봅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나비족은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진실을 읽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보통의 한국 사람들은 빤히 눈 마주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만일 나비족과 마주친다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 같다.  나도 개인적으로 상대방과 대놓고 눈을 마주치는 데 젬병이다. 내게 동물들이 편한 이유 중 하나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안 본다기보다는 녀석들이 먼저 내 눈을 피해 버린다. 동물들에게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불쾌를 넘어 공포로 인식된다.  대개의 육식동물들은 ‘양안시’(兩眼視)로 앞을 노려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육식동물은 먹이를 발견해서 사냥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양쪽 시야의 포개지는 부분이 넓어 거리감과 입체감이 좋아야 한다. 반대로 초식동물들은 자세히는 못 봐도 사방을 두루 볼 수 있는 넓은 ‘단안시’(單眼視)를 갖고 있다. 그래서 주로 옆으로 비켜서서 한쪽 눈으로 상대방을 쳐다본다. 죽을 각오를 하고 공격할 때만 똑바로 본다.  육식·초식 동물 모두에게 누군가 자기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선전포고 혹은 공포를 의미한다. 벵골호랑이 보호 구역에 사는 인도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해 숲 나들이를 할 때 머리 뒤에 눈이 아주 크고 웃는 사람 얼굴의 가면을 쓴다. 호랑이가 이걸 보면 자기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웃으면서 쳐다보는 아주 강한 사람으로 알고 피해 간다고 한다.  어느 동물원에서는 원숭이사 앞을 지날 때 특수한 안경을 빌려 준다. 안경 낀 사람의 눈이 사시(斜視)로 보이도록 해 주는 안경이다. 이걸 끼면 관람객이 원숭이를 똑바로 쳐다보더라도 원숭이는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관람객을 두려움 없이 대할 수 있게 돼 관람객들은 좀 더 자연스러운 원숭이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언젠가 밭이나 논에 부엉이 눈 풍선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 역시 시력 좋은 새의 두려움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통 그런 것이 안 보인다. 필시 새들이 적응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바타에서 본 나비족의 눈은 표범(사진)의 눈과 무척 닮아 있다. 노란 홍채에 검고 둥근 눈동자. 그런데 표범은 나비족과 달리 빤히 쳐다보면 으르렁댄다. 눈의 생김새는 같아도 성정까지 같지는 않은 것이다. 언제부턴가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에티켓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거기에 적응이 안 된다. 역시 새것보다는 옛것에 더 어울리는 사람인 모양이다.  글·사진 최종욱 수의사 광주우치동물원수의사 lovnet@hanmail.net
  • 자본주의 탐욕에 사로잡힌 하류 인생들

    ‘일장환몽’(一場幻夢)이다. 현실 세태와 묘하게 뒤엉킨 판타지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전형화시킨 인물들은 자본주의가 뿜어대는 욕망의 찌꺼기를 받아들이며 그것으로 자본주의를 지탱시키는 이들이다. 인간의 깔끔한 삶은 오물을 처리하는 하수구를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듯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려 한다. 자본주의 역시 탐욕이 뒤엉켜 풍기는 악취와 추함을 애써 외면한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동물 사회와 차별성이 없는 약육강식의 공간으로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현실 그 자체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한다. 신장현의 두 번째 장편소설 ‘돼지 감자들’(삶이보이는창 펴냄)은 한국의 자본주의가 축약된 서울 강남을 배경 삼아 자본주의가 축약된 서울 한복판의 만화경을 담아냈다. ‘두섭’은 카드 채권추심업자다. 신용카드로 뒤틀린 욕망을 우선 충족한 이들을 협박하고 갈취하는 일이나 하는 주제다. 한데 입만 열면 ‘신용사회의 파국’이라며 언죽번죽 떠들어댄다. ‘잉걸’은 장기 밀매 브로커다. 그 또한 라이선스는 없지만 병원의 코디네이터와 마찬가지라고 자위하며 산다. 또 다른 인물 ‘영아’는 피라미드 판매업자, ‘울프’는 퇴폐 마사지 기술을 앞세워 강남의 부유한 여인의 등을 치는 사기꾼이자 전직 폭력배다. 여기에 한때 몸을 팔았으나, ‘엉뚱하게’ 개과천선해 순수한 장기 기증으로 잉걸을 당황하게 만드는 여인 ‘오해란’이 등장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무지 승자가 될 수 없는 인간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벌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이다. 소설은 피해자에 대한 값싼 동정은 없다. 가해자에 대한 도덕적 비판도 없다. 처음부터 피해와 가해의 주체는 서로 얽혀 있을 뿐 구분되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인 탓이다. 신장현은 6년 전 펴낸 단편소설집 ‘강남개그’를 통해 이미 강남의 추악한 세태를 조롱하듯 냉소하면서도 통렬히 비판한 바 있다. 작품은 인간 사회의 야만성을 육식 문화로 비유한다. 채권추심업자들은 독종 근성이 나약해질 때면 고기를 먹는다. 반면 악어는 육식을 포기하고, 동물원 호랑이는 플라타너스 나무껍질을 씹어 먹으며, 토끼들은 쓰레기통을 뒤져 닭다리를 뜯어먹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리얼리즘과 핍진함을 벗어던지면서 오히려 모순의 지점을 명확히 짚어내고 있다. 신장현은 판타지가 오히려 현실을 구현해내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앵그리 버드’ 공격에 놀라 자빠진 호랑이

    ‘앵그리 버드’ 공격에 놀라 자빠진 호랑이

    ‘앵그리 버드’의 인기가 뜨거운 와중에 말 그대로 화난 새의 공격을 받고 화들짝 놀란 호랑이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19초 분량의 짧은 장면 속에서도 몇 가지 웃음 코드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동물원 내에서 ‘어흥’ 하면서 울음소리를 내는 한 호랑이가 등장하는데, 촬영자의 아들로 보이는 한 소년이 그 울음소리를 흉내 내고 있다. 호랑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고로 꼬리를 잃었는지 밑동까지 잘려 있어 볼품없이 안쓰럽게 보인다. 하지만 이 호랑이는 마치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듯 몇 차례 울음소리를 내더니 자신이 자주 낮잠을 청하던 곳으로 보이던 바위로 단번에 뛰어올라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멀리서 빠르게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호랑이를 한 번 쪼더니 이내 달아나 버렸다. 마치 시끄러우니 조용히 하라는 경고인 듯 보였다. 이때 호랑이는 매우 놀란 듯 거의 나자빠지듯이 넘어져 체면을 구겼다. 한편 이 영상을 게시한 유튜브 사용자는 미국 시카고 출신인 것으로만 알려졌다. 사진·영상=유튜브(http://youtu.be/-79qIvQgjz4)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금융쟁의 종이호랑이?

    신입직원 초임 삭감 문제, 총파업 중인 SC제일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 외환은행 매각 저지 문제 등으로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금융노조가 5일 쟁의행위 돌입을 선언했다. 사용자 측인 은행연합회와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9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2주째로 접어든 제일은행 노조 총파업 사태를 봤을 때, 총파업이 미치는 파괴력이나 협상력이 미지수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노조가 지난달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가자 제일은행은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서울 종로구 공평동 본점에 안내 데스크를 운영하고, 육아 휴직 중인 직원들을 나오게 해 영업점에 추가 배치했다. 모든 업무를 하는 ‘통합운영영업점’과 입출금 등 기본거래만 되는 ‘일반영업점’으로 구분, 통합운영영업점에서 일을 봐야 하는 고객에게 택시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사측 관계자는 5일 “평소보다 업무 처리가 늦어지거나 고객이 통합운영영업점으로 가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일부 빚어졌을 뿐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계약직 같은 비노조원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이 전체의 60% 정도 되는 데다, 전산팀은 파업에서 예외로 뒀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최근 파업이 있었던 7년 전에 비해 창구 이용자가 줄고 전자뱅킹을 활용하는 고객이 늘어난 것도 영업점 혼잡을 피하게 한 이유다. 노조가 본점을 점거하는 대신 강원도 속초 콘도를 빌려 농성을 하는 탓에 ‘총파업 분위기’가 덜한 측면도 있다. 이런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제일은행 사측은 파업 시작 뒤 영업일 기준으로 6일이 지난 뒤에야 노조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사측과 거부한다는 노조 측은 한 치의 양보나 협상도 시도하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 측으로서 마지막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총파업이 가진 협상력이 약화된 게 현실이지만, 금융노조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쟁의행위 절차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엔셀라두스 지하에 바다…거대 물 분출 포착

    엔셀라두스 지하에 바다…거대 물 분출 포착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에 지하 바다가 존재할 것이라는 역대 가장 강력한 근거가 포착돼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프랭크 포스트버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엔셀라두스 지하에 소금물 저수지가 존재하고 그 결과 주변 위성과의 강한 인력으로 생긴 마찰력으로 물이 뜨거워져 수천km상공까지 솟구친다.”는 내용을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엔셀라두스는 토성의 2번째 거대한 위성으로, 이미 2005년에 호랑이 무늬로 보이는 남극 골짜기에서 수증기와 먼지기둥이 솟구치는 모습이 확인된 바 있다. 또 토성 외곽 E-고리에 있는 얼음 알갱이에서 소금성분이 나오면서 얼음표층 아래 지하바다가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포스트버그 교수 팀은 “카시니 우주먼지를 분석한 결과 수증기와 우주먼지로 이뤄진 기둥에는 소금 성분이 희박했지만 위성 표면에는 칼륨과 나트륨 등이 다량 검출됐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는 엔셀라두스에 소금기 있는 물이 수증기로 변하거나 어는 과정에서 순수한 물로 남겨져 있다는 추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주장과 함께 “얼음맨틀과 암벽 층 사이에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소금 저수지는 최대 지하 80km 정도에 위치할 수 있으며, 적어도 매초 200kg이상의 수증기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유럽우주기구(ESA)의 니콜라스 알토벨리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지구 밖에 새로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강력한 환경적 증거를 제시했다는 데서 매우 의미가 깊다.”고 지지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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