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진출팀 전력분석] 브라질ㆍ포르투갈ㆍ스페인ㆍ칠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죽음의 G조’에 이변은 없었다. 코트디부아르가 북한을 3-0으로 완파했으나 포르투갈, 브라질과 비기며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애당초 코트디부아르에겐 많은 골이 필요했다. 포르투갈이 북한에 7-0 대승을 거두며 골득실에서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이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끝내 코끼리 군단이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반면, H조에서는 경기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이 나돌았다. 스위스가 온두라스를 꺾을 경우, 스페인과 칠레 중 한 팀이 탈락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스위스가 온두라스와 득점 없이 비기며 스페인과 칠레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비야와 이니에스타의 연속골에 힘입어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칠레를 2-1로 격파했다. 하지만, 칠레는 한 명이 퇴장 당하는 수적 열세 속에도 스페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 브라질(G조 1위) vs 칠레(H조 2위)
* 일시 : 6월29일 새벽3시30분 엘리스 파크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카를로스 둥가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은 공수에 걸쳐 완벽한 밸런스를 선보이며 죽음의 조를 1위로 통과했다. ‘골 넣는 수비수’ 마이콘은 북한의 질식 수비를 혼자의 힘으로 무너트렸고 파비아누, 카카, 호비뉴로 구성된 삼각편대는 환성적인 콤비 플레이를 선보이며 코트디부아르의 수비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과거의 브라질과 달리 둥가 감독은 수비에 중점을 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호한다. 즉, 화려한 축구 대신 이기는 축구를 선택한 셈이다. 브라질은 4-2-3-1 시스템을 사용한다. 전방에 파비아누가 버티고 이선에서 호비뉴와 카카가 공격을 이끈다. 또한 좌우 풀백 마이콘과 바스토스의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강력한 슈팅은 웬만한 공격수를 능가한다. 좀처럼 단점을 찾기 힘든 삼바군단이다.
칠레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략가 비엘사 감독은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며,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토탈 사커를 선보이고 있다. 칠레의 경우 특별히 고정된 포지션이 없다. 어느 정도 활동영역은 존재하지만, 상당히 넓은 범위 내에서 선수들이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하고 있다.
기본 전술은 3-4-3이다. 비엘사 감독은 스리백을 바탕으로 3-4-3 혹은 3-3-1-3의 상당히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한다. 중앙 보다는 측면 돌파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며, 공격진영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힌다. 볼을 점유하는데 있어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는 스페인도 칠레의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골 결정력이다. 공격 전개와 경기력은 뛰어나지만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 스페인(H조 1위) vs 포르투갈(G조 2위)
* 일시 : 6월30일 새벽3시30분 그린 포인
스페인의 경우 예상과 달리 조별예선에서 고전했다. 결과적으로 2승 1패를 기록하며 H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스위스와의 첫 경기에서 패하며 위기를 맞았고 칠레를 상대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가장 큰 원인은 공격진의 부상이다. 토레스,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 등 주축 선수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정상 컨디션을 찾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의 경기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아직 토레스의 득점포가 터지지 않고 있지만, 비야가 3경기에서 3골을 터트리며 스페인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페인은 4-1-4-1/4-2-3-1/4-3-3 등 다양한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만큼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높은 볼 점유율에 비해 단조로운 공격패턴을 보일 때가 있다. 이는 스페인이 월드컵 제패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실 월드컵을 앞두고 포르투갈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했다. 유럽지역예선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힘겹게 본선 무대에 올라왔고,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기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별예선을 통해 드러난 포르투갈은 전력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코트디부아르와 브라질을 상대로 무실점 방어력을 선보였고, 북한전에선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골을 뽑아내며 공격력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단 최전방에 믿을만한 원톱이 없다. 리에드손과 알메이다가 번갈아 최전방을 맡았지만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퀘이로스 감독이 브라질전에 호날두를 원톱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중원에 창의력이 부족하다. 데코의 경우 이미 전성기가 지났고 메이렐리스와 티아구의 경우 패스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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