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개월 대장정’ 결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9개월 동안의 대장정 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통산 16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4총사로서는 아쉬움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시즌이었다. 설기현(28·레딩FC)은 14일 블랙번과의 최종전에서 피날레 골을 뿜어내며 07∼08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설기현은 4골 4어시스트(27경기)로 빅리그 데뷔 첫 해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이동국(28·미들즈브러)은 이날 풀럼전까지 9경기를 소화했으나 공격포인트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교체 멤버로 가능성을 엿보인 게 소득이다.
‘신형 엔진’ 박지성(26·맨유)은 두 차례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으나 14경기에서 5골 2어시스트로 우승에 일조, 팀의 새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메달을 받는 기염도 토했다. 무엇보다 득점력이 월등히 좋아졌다는 게 최대 수확이다. 이적 파동을 겪은 이영표(30·토트넘)는 지난달 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으나, 앞서 15경기 연속 출장에 한국인으로 첫 EPL 5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는 등 토트넘 부동의 풀백으로 면모를 되찾았다.
●드로그바, 아프리카 출신 첫 득점왕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떠나고 티에리 앙리(아스널)가 잦은 부상으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아프리카산 야생마’가 날았다. 코트디부아르 출신 골잡이 디디에 드로그바(29·첼시)는 에버턴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1골을 뿜어내며 득점왕 확정을 자축했다. 첼시는 특히 드로그바의 골로 1-1 무승부를 만들어 안방 63경기 무패를 기록, 리버풀과 타이를 이뤘다.
92∼93시즌 EPL이 현 체제로 출범한 이후 아프리카 출신이 득점왕에 오른 것은 드로그바가 처음이다. 하지만 시즌 초 득점 레이스에서 무섭게 질주했던 그는 막판 더딘 걸음으로 20골에 턱걸이했다.
베니 매카시(블랙번)가 레딩과의 38라운드에서 1골을 보태며 18골로 2위에 올랐다. 시즌 내내 드로그바와 경쟁을 펼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7골)는 3위, 웨인 루니(이상 맨유)와 마크 비두카(미들즈브러)가 각 14골로 공동 4위.
●승격·강등의 기쁨과 눈물
지난시즌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EPL로 올라온 팀은 레딩과 셰필드, 왓포드. 이 가운데 레딩이 16승7무15패(승점 55)로 8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유럽축구연맹(UEFA)컵 진출 마지노선인 7위 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
찰턴과 왓포드는 37라운드에서 19위와 20위를 확정해 이미 강등이 결정됐고,14일 38라운드에서 웨스트햄과 위건, 셰필드가 잔류를 노렸다. 그 결과 웨스트햄이 맨유를 1-0으로, 위건이 셰필드를 2-1로 제압하고 미소를 지었다. 특히 37라운드까지 18위로 강등권이던 위건은 이날 승리로 셰필드와 승점 38(10승8무20패),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단 1골이 앞서 셰필드를 18위로 밀어내고 극적으로 EPL에 잔류했다.
2부리그에서는 맨유의 정신적 지주였던 로이 킨이 지휘봉을 쥔 선덜랜드가 1위, 버밍엄이 2위로 2시즌 만에 동반 승격했다. 다음 시즌에는 제자인 킨과 스승인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대결이 흥미로울 전망.3∼6위인 더비, 웨스트브롬, 울버햄프턴, 사우스햄턴이 16∼29일 플레이오프를 벌여 마지막 티켓 1장의 주인을 가린다.
●빅4, 4시즌 연속 챔스리그행
맨유와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1,2위에 올라 07∼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각각 3위와 4위에 그친 리버풀과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 예선을 거쳐 본선에 도전하게 된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빅4’인 이 팀들은 4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에 동반 출전을 하게 됐다.5∼7위에 오른 토트넘과 에버턴, 볼턴은 UEFA컵 티켓을 손에 넣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