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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로펌에서 왜 공유경제를 열공할까/안미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로펌에서 왜 공유경제를 열공할까/안미현 경제부장

    공유경제에 호기심이 생긴 것은 식사 자리에서였다. 로펌에 있는 전직 관료가 요즘 공유경제를 ‘열공’하고 있다고 했다. 아니, 로펌이 왜 공유경제를? ‘무식한’ 의문이 풀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제회의가 열렸다. 한 아파트에 살던 청년 세 명은 외국인들이 호텔 방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자신들의 에어 베드(Air Bed·공기를 넣어 부풀린 간이 침대)를 펼쳤다. 내친김에 아침밥(Breakfast)도 제공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듬해 아예 호스트(집주인)와 게스트(손님)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 190개국에 뻗어 있는 ‘에어비앤비’(Airbnb·Air Bed & Breakfast)의 출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만개 넘는 곳이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있다. ‘남는 방(집)’의 사진과 특징을 인터넷에 올리면 필요한 사람이 보고 ‘찍는’ 구조다. 굳이 내 것으로 소유하려 들지 말고 남의 것을 빌려 쓰자는 공유경제다. 거꾸로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은 남에게 빌려주자는 공식도 성립된다. 차를 공유하는 집카(Zipcar)나 우버(Uber)도 있다. 멀리 눈 돌릴 것 없이 우리나라의 ‘카풀’도 공유경제 형태다. 미국 타임지는 2011년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로 공유경제를 지목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유를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유를 들고나왔으니 갈등이 없을 리 없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체들이, 우버는 렌터카 업체들이 “밥그릇 침해”라고 들고일어섰다. 올여름 부산지방법원은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에어비앤비 집주인에게 벌금을 매겼다. 그런가 하면 이달 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한하는 이른바 ‘에어비앤비법’을 도입하려다 무산됐다. 비싼 호텔비 대신에 저렴하면서도 북적대지 않는 숙소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법안 부결에 힘을 보탰다. 잣대도 문제다. 새롭되 비슷하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기존 법규와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방을 외국인에게 빌려주면 합법이요, 내국인에게 빌려주면 불법이란다. 우버는 안 되고 카카오택시는 된다. 로펌들이 공유경제에 눈 돌린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갈등과 분쟁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새 먹거리에 본능적으로 촉수가 발동한 것이다. 요즘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사업으로 조명받을 만큼 돈벌이도 되는 사업인데 세금을 물리지 않으니 이 또한 갈등의 시발점이다. 뒤늦게나마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얼마 전 세미나에서 “공유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잣대가 생기면 공유경제 영역이 다채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 바람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참신하기는 하지만 대안까지는 안 된다는 논거다. 그렇더라도 공유경제는 분명 생각해 볼 모델이다. BMW는 비싼 돈 주고 자기네 차를 사기 부담스러우면 차를 쓴 만큼만 돈을 내라며 ‘드라이브 나우’(Drive Now)라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시장의 기득권자들도 공유경제와 싸우기보다는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당분간은 공유경제가 기존 가치와 충돌하겠지만 새 규범을 이루며 공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리는 빌리면 된다”던 거산(김영삼 전 대통령)도, “해 봤냐”고 몰아붙이던 아산(정주영 현대 창업주)도 없는 아침에 이런저런 생각의 끝자락이 공유경제에 가 닿는다.
  • “사회적 불평등·절망감… IS 젊은이들의 테러 이유부터 살펴야”

    “사회적 불평등·절망감… IS 젊은이들의 테러 이유부터 살펴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5)가 25~26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강연과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25일 열린 제15회 김옥길 기념 강좌에서 르 클레지오는 ‘혼종과 풍요: 세계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과 이민자 문제를 짚었다. 이민자의 후손으로 프랑스와 모리셔스 이중국적을 지니고 있는 그는 내전과 테러를 피해 유럽으로 건너오는 이민자들은 위협적 요소가 아니라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24일 오후 중국 난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 르 클레지오를 이화여대에서 만나 최근 벌어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와 다문화사회의 위기 그리고 한국 문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9월부터 난징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충격적인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파리가 왜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표적이 됐다고 생각하나. -왜 파리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희생자들에 대한 생각을 먼저 말하고 싶다. 많은 무고한 젊은이들이 희생된 건 충격적이다. 젊은이들은 아무 죄 없이 젊음을 만끽하다가 죽었다. 테러가 일어난 장소 근처에 사는 내 딸의 친구들도 죽었다. IS 젊은이들이 어떻게 폭력과 범죄, 테러에 가담하고 어떤 사상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 노벨문학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17세’라는 소설에서 국가가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테러를 세뇌시키고 일본의 군국주의, 민족주의를 고양해 사람을 죽이게 하고 희생시키는지를 반군국주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있다. 왜 파리인가. 왜 프랑스인가.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테러가 일어났을 때 반향이 큰 나라들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9·11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9·11테러는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어제오늘 시작된 새로운 상황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도처에서 전쟁 상태가 계속됐다. 식민지 나라는 자유를 위해 싸웠고, 독립 이후에도 내전 같은 전쟁을 겪었다. 독립과 민주화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늘 전쟁 상태였다. 옛날 식민지 지배에 대한 증오감이 극단주의자를 키웠다. 거기에 종교 원리주의자들이 가세해 테러와 같은 극렬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나이지리아는 독립 이후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 간 내전을 겪었다. 전쟁이나 폭력적인 상태는 계속 있어 왔다. →유럽 극우세력은 이번 테러 사건을 난민과 이주자 수용 반대, 국경 폐쇄의 근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일주일 동안 영국에서 반이슬람 증오 범죄가 평소보다 3배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으로서 ‘테러 없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원하는 것 중 하나가 그런 반작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평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무력화하고 오로지 전쟁밖에 없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게 그들의 목적이다. 모든 정치인, 학자, 언론인이 움직여서 멈추게 해야 한다. 정부는 늘 옳게 행동하지 않는다. 일례로 프랑스 사회당이 모스크에서 아랍어로 설교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프랑스어로 설교를 하면 프랑스에 동화가 잘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부조리할뿐더러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사회당은 극우파에 비하면 이주자들에게 너그러운 입장인데 그들마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또 다른 극단주의를 키울 뿐이다. →이번 강연의 주제도 마침 이주에 관한 것이다. 이민자 후손이라는 개인사가 인생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어릴 때 프랑스 문화권에서 자랐다.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1940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에서 태어났다. 모리셔스, 프랑스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 살면서 프랑스 문화에 훨씬 더 가깝게 자랐다. 프랑스 교육은 큰 잘못을 범하고 있다. 출신 국가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모든 학생이 프랑스 부모를 가진 것처럼 교육을 시키는데 그것은 오류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단 하나의 문화만 인정할 경우 이주민들에게 한을 갖게 한다. 통합에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테러는 일종의 병이다. 범죄자들은 벌해야 한다. 그러나 근원을 찾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사회적 불평등, 젊은이들의 절망감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테러가 정치인들의 ‘프로파간다’로 이용돼선 안 된다. →이민자들로 인해 유럽이나 프랑스가 위협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수혈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프랑스는 원래 다문화국가다. 게르만 등 여러 문화가 늘 섞여 왔다. 다문화는 경제나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벽을 쌓고 그들을 막는다면 프랑스는 그들끼리만 사는 감옥에 불과하다. 프랑스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다 마찬가지다. 세계화 시대에 인간들은 서로 만나 관계를 맺어야 한다. 물은 장애물이 있어도 흘러 내려가듯 인간도 똑같다. 벽을 치고 막아도 새로운 땅으로 가려는 욕망이 있어 그 벽을 뚫고 가기 마련이다. 문학도 기술도 마찬가지다. 자기네 문학, 자기네 기술에만 갇혀 산다면 발전이 없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공부하고 멕시코와 파나마,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도 체류하는 등 끊임없이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늘 세상을 돌아다녔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도 가족의 유산일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아프리카에서, 할아버지는 모리셔스 섬과 영국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늘 세계 도처로 돌아다녔다. 호기심 때문에 세계를 돌아다닌다. 문화는 보면 볼수록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많은 것을 봤다. 프랑스에서 고사리나 묵을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한국에선 맛있게 먹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문화적인 면에서 샤머니즘과 불교, 기독교가 조화를 이루며 뒤섞여 있었다. 기독교 문화에서 자라 미신, 샤머니즘 하면 두려웠는데 한국에서 미신과 유일신이 잘 조화된 걸 봤다. 이것은 한국인 정신의 유연성을 보여준다. 다문화적인 문화다. 여행을 하면 열린 나라들, 탐구정신이 강한 나라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경험이 내 작품 세계를 풍요롭게 한다. →2001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래 2008년에는 이화여대에서 1년간 강의하는 등 한국과 유독 인연이 깊다. 예전 어느 인터뷰에서는 “한국과 내 작품에는 정신적 유사성이 있다. 나는 혈통상 아시아인일지도 모른다”고까지 했는데, 특히 어떤 부분에서 그런 점을 느끼나. -한국의 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다. 최근의 프랑스 문학은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작품들뿐이다.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 작품은 타인에게 말을 걸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나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착도 닮았다. 문학은 타인에게 보내는 편지다. 내가 느끼는 감동, 희망, 절망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게 문학이다. →오랜 기간 한국과 인연을 이어 오고 있는데 한국 문학과 한국 사회의 어떤 점에 특히 끌렸나. -한강, 김애란 같은 작가는 남성 작가가 주를 이루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페미니스트 같은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의 연대감을 확인하는 거다. 프랑스에선 이런 여성 작가를 볼 수 없다. 예전에 이대에서 한강과 만났을 때 황석영, 이승우 등을 예로 들며 ‘한국에는 한(恨)의 작품이 많다’고 했더니 한강은 ‘나는 그런 한이 없다. 한국전쟁 이후 어려움을 겪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문학적으로 표현하는지가 나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4·3사건, 6·25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겪었는데 그 어려운 역사를 잘 극복한 게 굉장히 감동적이다. 지난 추석 때 TV 뉴스로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을 봤다. 일흔 살 아들이 아흔 살 어머니 품에 안겨 우는 걸 보고 뭉클했다. 나도 전쟁으로 얼룩진 유년기를 보냈는데 어려운 시대를 겪었기에 희망을 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문학이 지금보다 더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아직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먼저 영어나 스웨덴어로 작품이 번역돼야 한다. 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웃음). 해외 학계에선 한국 젊은 작가들의 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에 한국 문학을 더 잘 알리기 위해선 작품 번역도 중요하지만 문학저널을 외국어로 발간해야 한다. 프랑스에는 ‘코리아나’라는 문학잡지가 있어 젊은 한국 작가들의 단편소설이 많이 실린다. 가능한 한 많은 외국어로 문학저널을 발간하는 게 중요하다. 인터뷰 이순녀 문화부장 coral@seoul.co.kr 정리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르 클레지오는 ▲1940년 프랑스 니스 출생 ▲1960년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이듬해 니스대 졸업 ▲1963년 첫 소설 ‘조서’로 프랑스 르노도상 수상 ▲1964년 앙리 미쇼 연구로 엑상프로방스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1980년 ‘사막’ 발표.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상 수상 ▲1994년 ‘리르’지가 선정한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어권 작가’ ▲2001년 대산문화재단,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주최한 한불 작가 교류 행사로 첫 방한 ▲2007~2008년 이화여대 불문과, 통역대학원 석좌교수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2015년 9~12월 중국 난징대 초빙교수
  • 한국의 12개 전통무용 어우러진 꿈의 ‘향연’ 무대에

    한국의 12개 전통무용 어우러진 꿈의 ‘향연’ 무대에

    한국 무용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립무용단의 대형 무용 프로젝트 ‘향연’이 새달 5~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향연’은 궁중 무용에서 민속 무용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12개의 우리 춤을 엮은 공연이다.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라는 뜻의 ‘향연’이라는 제목처럼 ‘전통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 전통 무용을 현대적 감각과 구성으로 풀어냈다. 남성무용가 조흥동(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45호 한량무 예능 보유자)이 안무를 맡았고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전수교육 조교 김영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양성옥이 협력안무가로 참여하며 최근 국립무용단의 ‘단’, ‘묵향’ 등의 연출을 맡았던 정구호 디자이너가 연출을 맡았다. ‘향연’은 사계절을 바탕으로 총 4막 12장으로 구성됐다. 1막(봄)은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 2막(여름)은 기원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 3막(가을)은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다양한 민속무용, 4막(겨울)은 태평성대를 바라는 ‘태평무’를 배치했다. 이번 공연은 우리 전통 춤을 원형 그대로 살리되 의상과 무대장치, 악기 구성을 단선화시키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무대에는 10미터 높이의 거대한 매듭이 자리하며 위아래로 움직이는 3면의 스크린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음악도 최대한 기존 춤곡에 장단만 남겨두고 악기를 빼는 작업을 주로 했다.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구호 연출은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환타지’를 보고 ‘향연’의 아이디어를 냈는데 제겐 운명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코리아 환타지’가 스펙터클한 작품이었다면 ‘향연’은 한국 무용의 춤사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우리 춤의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전통을 따르되 의상에 무채색을 활용하거나 무대를 현대화시키고 심플하게 하는 작업을 통해 춤을 더 돋보이게 했다”면서 “현대 무용 의상은 움직임이 잘 드러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면 한복은 한국 복식이 갖고 있는 격식과 실루엣도 살리면서 동작을 잘 보이도록 하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향연’은 다른 작품의 서너 배에 해당하는 총 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국립무용단의 1년 예산이 투입된 작품으로 이 시대의 대중과 유리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코리아 환타지’에 여성 춤이 많았다면 ‘향연’에는 남성 춤이 많이 배치됐으며 56명의 무용수가 이끌어가는 군무와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화려한 볼거리도 많다. 조흥동 명무는 “지루하지 않고 볼거리가 많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손놀림과 목선, 발디딤새 등 전통적인 춤사위에서 계승 발전된 무용으로 창작을 일부 가미해 재창조했다”고 말했다. 김영숙 협력안무가는 “‘향연’은 단순히 왕과 대신들의 잔치가 아니라 백성들과 함께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잔치”라면서 “종묘제례악이 궁중의 화려한 색상을 거둬내고 현대화되면서 여백이 늘어나 그만큼을 무용으로 채워야 했지만 저 역시 이번 작업에 호기심이 많다”고 말했다. 2만~7만원. (02)2280-4114~6.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수능 끝, 춤추는 커트라인… 마지막 수시 논술·면접 공략법은

    수능 끝, 춤추는 커트라인… 마지막 수시 논술·면접 공략법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지금 홀가분한 기분일 것이다. ‘물수능’을 예고했던 교육부의 공언에 비해 상당히 어렵게 출제돼 ‘독극물수능’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입시업체의 등급 컷(커트라인)이 춤을 췄고<서울신문 11월 16일자 11면> 지난 14일과 15일 치러졌던 수시모집 논술고사와 면접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수험생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오는 21 일과 22일 진행되는 나머지 수시모집에 집중해야 할 때다. 입시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남은 기간 논술, 면접고사 준비법을 알아봤다. ●지원 대학의 출제 경향을 파악하자 논술고사는 오는 21일 8개 대학이, 22일 6개 대학이 치른다. 이 대학들에 지원했다면 최근 기출문항과 올해 모의논술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 지난해 기출문항과 올해 모의논술은 보통 크게 변하지 않지만 문제 개수나 제시문 개수, 문제 유형을 변경하는 대학도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부 시간은 1개 문항을 치르는 데 2시간, 문제를 분석하고 해설을 살펴보거나 강의를 듣는 데 2시간 정도를 할애해 4시간가량을 1세트로 배치한다. 하루에 적당한 공부량은 2세트, 8시간 정도다. 김윤환 스카이에듀 논술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수능에 투자했던 시간과 비교해 보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학습량”이라며 “각 학교의 기출문제와 모의논술, 여력이 된다면 예상문제까지 모두 공부하라”고 말했다. 중앙대(경제경영), 이화여대(인문 2), 고려대(전 계열) 등은 수리논술을 치른다. 수리논술은 교과과정형 논술에 맞게 교과지식과 응용력을 묻는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문과 학생들에게는 이 부분이 특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논술에서 출제되는 수리논술 영역은 한정적이며 답안 작성의 뼈대와 논리 구성도 일관된 방법론이 있기 때문이다. 역시 기본이 되는 것은 대학의 기출문제들이다. 한국외대나 일부 대학에서는 영어 제시문이 함께 출제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 제시문은 다른 국문 제시문들과의 관계 속에서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쟁점을 추출할 수 있으므로 영어 제시문에 대한 부담은 과도하게 가질 필요가 없다. ●인성면접 준비 첫걸음 ‘나’를 돌아보자 수험생 대부분이 면접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거나 형식적으로 보는 것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큰 오산이다. 실제 면접이 있는 전형에서는 1단계에서 성적을 반영하고 주로 2단계에서 면접으로 20~50%를 반영한다. 1단계 성적은 사실상 크게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면접에서 당락이 갈릴 수 있다. 면접은 크게 ‘인성면접’(기본면접)과 ‘적성면접’(심층면접)으로 나뉜다. 인성면접은 ‘나’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적성면접은 지원하는 학과에 대한 호기심과 수학능력을 판단한다. 인성면접은 실수했을 때 타격이 심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최승해 스카이에듀 입시연구소장은 “전공 관련 질문은 배우려는 의지와 기초적인 학업능력이 인정되면 통과할 수 있지만, 인성면접 질문들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큰 폭의 감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성면접은 학생부 기재 내용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면접 때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2학년 독서기록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적혀 있는데 이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한다든지, 학생부에 있는 내용과 다른 말을 한다면 학생부가 허위로 기재됐다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이슈, 교과와 연결해 정리하자 일부 대학에서는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적성면접을 본다. 전공 관련 제시문을 활용해 전공적성 및 학업능력을 평가한다. 계열별, 단과대학별로 공통 문항을 활용해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인문계열은 해당 전공 및 최근 시사이슈를 고교 교과 개념과 연결해 정리하도록 한다. 면접 전에 해당 전공과 연관된 교과서 내용을 익혀 두는 것이 좋다. 경영·경제, 법학, 사회학과 등에서는 시사적인 내용을 묻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슈가 되는 쟁점들을 교과 개념과 연결해 정리해 두도록 하자. 굵직한 사건들은 찾아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자연계열 적성면접은 수학 및 과학과 관련된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게 필수다. 교과과정을 활용해 해결하는 문제들이 주로 제시된다. 대학과 전공별 기출문제를 살피고 자주 출제되는 주제를 철저히 분석하고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적성면접에서는 지식 자체보다는 문제 해결능력을 주로 평가하므로 명확한 답을 도출해 낼 수 없다고 해서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수학 문제 풀이 과정에서 과학적 개념과 원리를 물어보거나 과학 문제 풀이 과정에서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물어볼 수 있으므로 남은 기간 평소 영역을 통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궁중무용, 종교무용, 민속무용...한국 무용 종합선물세트 ´향연´

    궁중무용, 종교무용, 민속무용...한국 무용 종합선물세트 ´향연´

     한국무용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립무용단의 대형 무용 프로젝트 ‘향연’이 새달 5~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향연’은 궁중무용에서 민속무용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12개의 우리 춤을 엮은 공연이다.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라는 뜻의 ‘향연’이라는 제목처럼 ‘전통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 전통 무용을 현대적 감각과 구성으로 풀어낸다. 남성 춤의 영역을 확대한 명무 조흥동, 궁중정재의 대모 김영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양성옥 교수 등 한국무용의 대가들이 안무를 맡고, 최근 국립무용단의 ‘단’, ‘묵향’ 등을 연출했던 정구호 디자이너가 이번에도 연출을 담당한다.  ‘향연’은 사계절을 바탕으로 총 4막 12장으로 구성됐다. 1막(봄)은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 무용, 2막(여름)은 기원 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 3막(가을)은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다양한 민속무용, 4막(겨울)은 태평성대를 바라는 ‘태평무’를 배치했다.  이번 공연은 우리 전통 춤은 원형 그대로 살리되 의상과 무대장치, 악기 구성을 단선화시키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무대에는 10m 높이의 거대한 매듭이 자리하며 위아래로 움직이는 3면의 스크린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음악도 최대한 기존 춤곡에 장단만 남겨두고 악기를 빼는 작업을 주로 했다.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구호 연출은 “국립무용단의 ‘코리아 판타지’를 보고 ‘향연’의 아이디어를 냈는데 제겐 운명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코리아 판타지’가 스펙터클한 작품이었다면 ‘향연’은 막마다 나눠진 다양한 한국무용의 종합선물세트와 같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우리 춤의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전통을 따르되 의상에 무채색을 활용하거나 무대를 현대화시키고 심플하게 하는 작업을 통해 춤을 더 돋보이게 했다”면서 “현대무용 의상은 움직임이 잘 드러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면 한복은 한국 복식이 갖고 있는 격식과 실루엣도 살리면서 동작을 잘 보이도록 하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향연’은 다른 작품의 서너배에 해당하는 총 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국립무용단의 1년 예산이 투입된 작품으로 이 시대의 대중과 유리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코리아 판타지’에 여성 춤이 많았다면 ‘향연’에는 남성 춤이 많이 배치됐으며 56명의 무용수가 이끌어가는 군무와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화려한 볼거리도 많다.  조흥동 명무는 “지루하지 않고 볼거리가 많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손놀림과 목선, 발디딤새 등 전통적인 춤사위에서 계승 발전된 무용으로 관객들이 보기에도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안무는 “‘향연’은 단순히 왕과 대신의 잔치가 아니라 백성들의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잔치”라면서 “종묘제례악이 궁중의 화려한 색상을 거둬내고 현대화되면서 여백이 늘어나 그만큼을 무용으로 채워야 했지만 저 역시 이번 작업에 호기심이 많다”고 말했다. 2만~7만원. (02)2280-4114~6.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응팔’ 시청률 8% 넘어 대박 조짐

    ‘응팔’ 시청률 8% 넘어 대박 조짐

    추억이 가진 힘은 역시 강력했다. 시청자들을 1988년 서울 쌍문동 골목으로 안내한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 4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인 평균 8.7%(유료플랫폼·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3회 ’유전무죄 무전유죄‘ 시청률도 평균 8.4%로 집계됐고 순간 시청률도 11%까지 치솟는 등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이번 시리즈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 문화에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를 통해 멜로 드라마를 엮은 기존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이번에는 한 지붕 세 가족의 이야기로 가족극의 요소를 강조해 시청자의 폭을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88 서울올림픽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로 1회를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은 그 시절의 노래, 코미디, 패션 등 80년대 대중문화를 한꺼번에 보여주면서 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변진섭의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조정현의 ‘슬픈 바다’ 등 그 시절 인기 가요는 물론 ‘실례송’으로 유명한 부채 도사 개그, 당시 TV에서 화제를 모았던 브라보콘 CF 등으로 시청자들을 추억 여행에 빠지게 했다. 또한 청·청(청재킷·청바지) 패션에 앞머리를 둥글게 마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캡이지’, ‘웬열(웬일)이야~’ 등 당시 유행어를 구사하는 등장인물들은 몰입도를 높였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신원호 감독은 1980년대를 소환하기 위해 배경 음악은 물론 작은 소품까지 일일이 신경 썼다. 제작진은 첫 회에 덕선(이혜리)의 2015년 모습으로 배우 이미연을, 덕선의 남편으로 김주혁을 등장시켜 ‘남편찾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3회부터 극중 인물들의 멜로 라인이 본격화되면서 화제성이 높아지고 있다. 4회에는 라미란·김성균네 둘째아들인 정환(류준열)이 수학 여행을 계기로 왈가닥 소꿉친구 덕선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그가 덕선의 남편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 정환과 정반대로 다정다감한 선우(고경표)도 유력한 덕선의 미래 남편 후보 중 한 명이다. ‘응답하라 1988’은 이제는 40대 중반이 된 시청자들의 유년 시절뿐만 아니라 어느덧 가장이 된 현재의 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장년층 남성 시청자들까지 TV 앞으로 모으고 있다. 한 40대 남성 시청자는 “첫 회에 성동일이 뒤늦게 딸 덕선의 생일을 챙겨주면서 ‘아빠도 처음부터 아빠는 아니어서 서툴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4회에서는 어렵게 살던 라미란·김성균 부부가 둘째아들이 산 올림픽 복권에 당첨돼 살림이 펴게 된 이야기와 은행의 만년 대리로 일하는 성동일이 아들 노을이 친구들에게 반지하에 산다고 놀림받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CP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복고는 드라마의 좋은 장치이고 미국에서도 최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40~50대의 추억을 자극하고 젊은층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사설] 세 살 버릇 여든 가는 ‘도박중독’ 공화국

    우리 국민의 도박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조사 결과 도박 중독을 경험한 20세 이상 성인은 207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성인 인구의 5.4%가 도박 중독에 빠졌다면 더 방치할 상황이 아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도박 몰입의 정도가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도박이 사회 병증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최근에는 어린 나이에도 쉽게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보사연의 조사도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온라인 게임으로 처음 사행활동을 접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60%가 10대에 도박을 처음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 도박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간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다. 호기심에 입맛을 들인 세살짜리 도박 버릇이 여든까지 가고 있는 꼴이다. 불법 도박은 기상천외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 스타와 기업체 대표들이 폭력조직이 해외에서 불법운영하는 일명 ‘정킷방’에서 거액의 도박을 일삼아 충격을 줬다. 수백억원의 판돈이 국내 조폭들의 자금줄 노릇을 했다. 그뿐인가.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는 그 뿌리가 너무 깊어 손을 못 댈 지경이다. 서버 주소를 해외에 두고 있어 단속 자체가 어렵다. 올 상반기에만 경찰에 적발된 거래금액은 7560억원으로 2년 새 스무 배나 뛰었다. 불법 인터넷 도박 규모는 국방 예산의 절반인 26조원쯤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한국 이용자들을 ‘두구이’(賭鬼·도박귀신)라 조롱하겠는가. 도박은 자신도 모르게 중증으로 빠지는 데다 완치가 쉽지 않은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한 의료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가 병원을 찾아 전문치료를 받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 걸린다. 스마트폰·인터넷 도박의 확산 속도에 비하면 이를 단속·예방하는 대책은 걸음마조차 못 떼는 실정이다.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전국을 통틀어도 10곳이 안 된다니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대로 뒀다가는 나중에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적극적인 예방 정책을 강구하고 도박 문화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도 늘려야 한다. 도박 잠재 중독군으로 떠오른 청소년들을 특히 유념해 챙겨야 할 것이다.
  • ´응답하라 1988´ 4회만에 시청률이?

    ´응답하라 1988´ 4회만에 시청률이?

     추억이 가진 힘은 역시 강력했다. 시청자들을 1988년 서울 쌍문동 골목으로 안내한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 4회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인 평균 8.7%(유료플랫폼·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3회 ’유전무죄 무전유죄‘ 시청률도 평균 8.4%로 집계됐고 순간 시청률도 11%까지 치솟는 등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이번 시리즈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복고 문화에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를 통해 멜로 드라마를 엮은 기존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이번에는 한 지붕 세 가족의 이야기로 가족극의 요소를 강조해 시청자의 폭을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88 서울올림픽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로 1회를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은 그 시절의 노래, 코미디, 패션 등 80년대 대중문화를 한꺼번에 보여주면서 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변진섭의 ‘내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뿐’,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조정원의 ‘슬픈 바다’ 등 그 시절 인기 가요는 물론 ‘실례송’으로 유명한 부채 도사 개그, 당시 TV에서 화제를 모았던 브라보콘 CF 등으로 시청자들을 추억 여행에 빠지게 했다. 또한 청-청 패션에 앞머리를 둥글게 마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캡이지’, ‘웬열이야~’ 등 당시 유행어를 구사하는 등장 인물들은 몰입도를 높였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신원호 감독은 1980년대를 소환하기 위해 배경 음악은 물론 작은 소품까지 일일이 신경을 썼다.  제작진은 첫회에 덕선(이혜리)의 2015년 모습으로 배우 이미연을, 덕선의 남편으로 김주혁을 등장시켜 ‘남편찾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3회부터 극중 인물들의 멜로 라인이 본격화되면서 화제성이 높아지고 있다. 4회에는 라미란-김성균네 둘째 아들인 김정환(류준열)이 수학 여행을 계기로 왈가닥 소꿉친구 덕선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그가 덕선의 남편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 정환과 정반대로 다정다감한 선우(고경표)도 유력한 덕선의 미래 남편 후보 중 한명이다.  ‘응답하라 1988’은 이제는 40대 중반이 된 시청자들의 유년 시절 뿐만 아니라 어느덧 가장이 된 현재의 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장년층 남성 시청자들까지 TV 앞으로 모으고 있다. 한 40대 남성 시청자는 “첫회에 성동일이 뒤늦게 딸 덕선의 생일을 챙겨주면서 ‘아빠도 처음부터 아빠는 아니어서 서툴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4회에서는 어렵게 살던 라미란-김성균 부부가 둘째 아들이 산 올림픽 복권에 당첨 돼 살림이 펴게 된 이야기와 은행의 만년 대리로 일하는 성동일이 아들 노을이 친구들에게 반지하에 산다고 놀림을 받는 장면을 보고 슬퍼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CP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복고는 드라마의 좋은 장치이고 미국에서도 최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40~50대의 추억을 자극하고 젊은층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40] 최종태의 성모마리아와 관세음보살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40] 최종태의 성모마리아와 관세음보살

     지금 국립현대미술괄 과천관에서는 원로 조각가 최종태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83세 노(老)조각가의 인생 역정을 보여주는 200점 남짓한 작품이 두 개의 전시공간에 나뉘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최종태의 화업(畵業) 60년은 ‘구도(求道)의 여정’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우리 교회 조각을 현대 미술의 한 지류로 편입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그의 성상(聖像) 작업은 타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한국 교회 조각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실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최종태의 작품은 전국 가톨릭 교회에 널리 퍼져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의 작품이 없는 가톨릭 교회를 찾는 것이 오히려 빠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최종태는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관음보살상을 조성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1997년 길상사 개산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을 초청하는 등 종교 사이의 벽을 허무는데 노력했던 법정 스님의 뜻에 화답한 것이었다.  가톨릭미술가협회장을 맡기도 했던 최종태는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땅에는 나라도, 종교도 따로따로 있지만 하늘로 가면 경계가 없다”고 했다. 관음상은 2000년 4월 설법전 앞에 봉안됐다. 여섯 개의 봉우리가 솟은 관을 쓰고 있는 관음보살상은 국보 제83호 삼산관반가사유상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왼손에는 맑은 물이 담긴 정병(淨甁)을 들고 있고, 오른손은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바닥을 펴든 시무외(施無畏)인을 짓고 있다. 이것말고는 불교미술의 전통을 따르지 않았음에도 불교적 분위기를 풍긴다.  최종태가 길상사 관음보살상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성북동 언덕에 오르기 앞서 혜화동로터리에 있는 천주교 혜화동성당을 찾아볼 일이다. 본당 계단 왼쪽에 장미넝쿨 너머로 최종태 특유의 소녀적 분위기가 풍기는 성모상이 보인다. 성모마리아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길상사 관음보살상의 상호(相好)와 쌍동이자매만큼이나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종태는 “길상사 관음상의 이미지가 성모상의 연결선상에 있는 것은 심성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는 불교의 견성(見性)이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나라가 모두 같은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성모마리아가 되었건, 관음보살이 되었건 다른 것을 외향이지 본뜻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예술도 종교도 근원으로 가는 방편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최종태는 자신의 예술 인생에서 창작에 한계를 느꼈을 때 마다 삼산관사유상을 비롯한 삼국시대 불상들이 막혔던 길을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보면 최종태는 성모마리아의 이미지를 길상사 관음보살에 대입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삼국시대 불교조각의 이미지를 수십년동안이나 성모 조각에 응용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완성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최종태 회고전이 흥미로운 것은 이렇듯 교회 미술가가와 불상을 만든 불모(佛母)의 경지를 두루 개척한 인물의 조각 세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대로 돌을 깎는 석공이 아닌 조각가로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은 최종태가 세계 역사상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회고전은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글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융합학문/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창조경제와 융합학문/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융합 학문이 대세다. 정치학이 심리학과 통계학을 끌어와 선거 출구 조사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학문이 융합하며 소통해 얻어진 성과다. 국제정치학도인 필자가 공학한림원의 회원으로 임명된 것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융합의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자그마한 인정이었다고 감히 자평해 보면서 융합 학문에 대한 조심스러운 길 안내를 하고자 한다. 어떤 분이 자기 아들이 명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요즘 대세인 정보기술(IT)을 모르면 안 되겠기에 컴퓨터공학을 부전공으로 신청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융합, 융합 말하는데 대단히 혼란스럽다고 했다. 실제로 필자의 국제정치학 강의는 경제, 경영, 철학, 중문학, 심지어는 컴퓨터공학, 자동차공학 전공 학생들도 듣는다. 바람직한 변화다. 그러나 진정한 융합이란 본연의 학문 분야에 충실하다 보면 그 본연에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모아지고 다른 분야를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이다. 핵무기 확산 방지정책 연구를 하던 필자는 핵폭탄의 공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달려들게 됐다. 핵폭탄 기술의 자료를 찾아가며, 어려운 세부적 기술 분야는 원자력 공학도와의 질의 토론을 통해 검증과 확인을 받아 가며 비로소 나의 길을 만들어 갔었다. 모든 분야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어 융합 학문의 길을 반드시 걸어가야 하는 것이고 이해를 제대로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융합 학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는 본연의 분야에 충실해야 한다. 대학생이나 교수 그리고 연구자가 본인의 전공 분야에 충실하다 보면 생각이 진화하게 되고 인접 학문의 도움과 이해가 저절로 요구된다. 스펙 쌓기로 어정쩡하게 이쪽저쪽 건드리면 시간 낭비가 크고 성취도 적다. 예를 들어 과학전문기자가 과학전문기자의 본연에 충실하면서 인문사회적 소양을 쌓으면 글이 풍요로워지고 국가의 정책 전체를 조망하며 과학 정책을 바라보게 된다. 북한정치전문기자가 미사일 기술을 공부하면 기사가 더욱 정확해지고 북한의 미사일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에 대한 예측도도 높아진다.두 번째는 미국 중심의 학위 풍토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는 현실을 벗어나 한국의 자주적 연구의 지평을 넓혀 가야 한다. 국력이 약했던 시절은 모두가 미국, 프랑스 독일로 유학을 떠나 심지어는 한국의 동학혁명에 관한 논문도 미국에서 써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연과학 분야는 오히려 활발한 정보의 소통이 권장되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한국의 자주적 연구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 논문의 주류가 통계학의 방법론이 대세여서 정치학의 논문조차도 거의가 통계를 써서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다 보니 본연의 논문에 역사와 철학 등의 방대한 자료에 대한 시간 투자가 소홀히 되고 뇌의 창고에 든 것이 별로 없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거기에다 신문이 대학 평가를 하다 보니 읽을거리 없는 논문을 풀빵 찍어 내듯 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대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교수와 연구자들은 논문 편수 부풀리는 길에 내몰리고 있다. 필자는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일본 와세다대학 이공학부 객원교수를 역임했기에 지난 30여년의 경험으로 학문의 융합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조심스런 조언을 해 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융합 학문을 하려면 영혼의 자유가 격려되는 풍토가 있어야 한다.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 스스로가 나는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과 호기심에 따라 강의를 선택하고 지식과 생각을 키우면서 본인의 전공과 거기에 맞는 공부를 쫓아가다 보면 튼실한 대학 생활을 하게 된다. 기업과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찾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아쉬운 것은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이다. 창조경제의 인재들은 학문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시야가 넓은 인적 자산으로 육성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꾸어 놓은 산업과 기술에 새로운 생각을 조금만 붙여 놓아도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이 추구하는 융합 학문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아이디어가 풍부해지고 그 아이디어의 단초가 창조적 생각으로 모아져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기존의 산업은 인접해 있는 산업과 융합돼 신산업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확신한다.
  • ‘19금’ 죄 고백하고 신부님 반응 비밀녹음한 남녀 결국…

    ‘19금’ 죄 고백하고 신부님 반응 비밀녹음한 남녀 결국…

    가톨릭 총본산이 자리 잡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지금 ‘성당의 섹스’ 논쟁이 한창이다. 두 남녀 저널리스트가 고해소에서 가공(架空)의 섹스 참회를 하여 이에 대답한 점잖은 신부들의 반응을 녹음,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로마 교황청은 이들을 ‘영혼의 스파이’로 심판한 후 파문을 선언. ●남녀가 섹스참회 각본 짜 다채로운 신부 반응 들어가톨릭교의 신자와 신부 단 두 사람이 은밀한 교회의 고해소에서 행하는 죄의 참회인 고해성사는 가장 엄숙한 교회의 의식이다.신자는 하느님과 그 권위를 대리한 고해신부에게 자신이 범한 죄를 낱낱이 고백하면 신부는 그 죄에 대한 조언과 사면을 해준다. 로마 가톨릭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비적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고해의 비밀은 죄를 고백한 신자와 그것을 들은 신부 두 사람만이 간직할 뿐 결코 밖으로 누설되어서는 안된다.고해의 비밀보안이 가톨릭교의 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이 가톨릭탄생 이후 부터의 극비가 놀베르트 파렌치니와 클라라 디 메리오라는 두 젊은 남녀 저널리스트에 의해 깨지고 만 것이다.그렇다고 남의 고해를 엿듣고 공개한 것은 아니다. 이 두 남녀는 스스로 꾸민 섹스 행각의 각본을 성스러운 고해소에서 고해신부에게 털어놓고 신부의 반응을 일일이 녹음한 후 ‘성당의 섹스’라는 단행본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그들이 꾸민 고해의 내용이 섹스에 관한 것이고 이에 대한 신부의 반응이 다채로워 이 단행본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게 된 것이다.이들의 섹스죄 고해행각은 이탈리아 전역의 교회에 걸쳐 행해졌다. 각본인 줄은 꿈에도 모를밖에 없는 신부와의 진지한 대화를 낱낱이 비밀 녹음했는데 무려 632편에 이른다니 그 양도 놀랍다. 이 가운데 흥미 있는 것으로 112편을 재편집, 지난 3월 23일 이탈리아 북부도시인 파드파라는 곳의 말시리오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했는데 초판 3000부는 그야말로 날개가 돋친 듯 몇 시간만에 매진되는 성황을 이루었던 것. ●단행본 엮은 ‘성당의 섹스’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단행본이 되어 나오기 전에 ‘에스 플레스’라는 주간지가 14페이지에 걸쳐 특집을 했기 때문에 구미가 바짝 당긴 독자들이 출판사 앞에 모여들어 앞을 다투어 사간 것이었다.‘성당의 섹스’에 실린 대화 내용의 한 예를 보면….밀라노의 생주세페 교회의 고해소에 파렌치니가 나타난다. 그는 연인과 혼전육체 관계를 가졌다고 고해신부에게 고백을 한다. “혼전교섭은 두 사람의 성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했다”고 신부에게 변명을 늘어놓았다.신부가 그러다가 어린애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녀가 임신하지 않는 시기를 택했다고 고백.“언제나 당신들은 완전한 성행위를 하는가.”“물론이지요.”“다시 말해서 당신의 섹스를 여성의 그 속에 완전히 넣는다는 건가?”“물론 그래야지요. 그래야 되지 않습니까?”여기에서 신부와 신자 사이에는 욕망은 눌러야 한다느니 누르기가 어렵다느니 섹스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마침내 신부가 “욕망을 누르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그렇다면 마스터베이션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이렇게 진전되자 당황한 신부는 자기는 그런 것을 모른다고 잘라 말한 뒤 거리의 여자도 있지 않느냐고 얼떨결에 말한다. 꼬투리를 잡은 그가 신부께서 창녀와의 섹스를 권하는 것이냐고 따지니까 궁지에 몰려 마침내 “만약 당신이 혼전교섭을 정당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단념 어린 투로 결론짓고는 기도문을 다섯번 외라고 지시하는 것이다.대부분이 섹스에 대해 어둡고 경건한 신부들이라 이들의 대담한 고백에 당황하기가 일쑤였는데 더러는 상당히 호기심을 갖고 묻는 신부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모데나의 텐피오 모뉴멘타레 교회에서의 일이다.피렌치니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 자처하고 아내와의 피임에 대해 신부에게 말을 걸었다. 임신을 하지 않게 기술적으로 성교를 하면 어떤가라고 물은 것이다. 신부의 말은 단호히 ‘노’. 도대체 그런 성교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정자가 여체 속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지요.”“그렇다면 정자를 어디다 배출한다는 것인가?” ●고해실의 비밀 모독했다고 파문 선언“섹스행위의 클라이맥스 때 아내로부터 그것을 빼내는 것이지요.”이런 대답에 대해 신부는 그런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분노한다. 피임약을 써도 안된다고 한다.“임신을 피할 수 있는 날을 택해서 하면 좋지 않은가? 여성의 임신 기간은 한 달 동안 4일있을 터인데”이런 신부의 말에 반드시 그날 임신을 꼭 안 한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따지면서 역시 안전한 방법은 행위 도중에 빼내는 것이 제일이라고 우긴다. 사려에 잠긴 신부가 마침내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만약 당신 아내가 그것을 요구하면 그래도 할 수 없다. 그런 경우 죄는 아내에게 있기 때문이다.”신부는 가정의 평화를 중요시하는 가톨릭의 교시를 적용했다.똑같은 경우의 고해를 이번에는 다른 교회에서 여자인 메리오양이 했다. 자기와 남편은 임신을 피하기 위해 불완전한 성교를 하고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남편은 어떻게 요구하든 당신까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당신까지 죄를 짓게 되고 파문된다. ‘빨리 빼세요’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잠자코 남편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그래도 혹시나 임신을 할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남편에게 그렇게 말해야 하거든요.”대답하는 신부도 요령이 좋아서 제각기 고해하는 측에 유리하게 대답해 주고 있다.‘성당의 섹스’라는 이 단행본의 서문은 페이르 돈데노라는 저널리스트가 썼는데 그는 이 기록을 높이 평가하면서 “참회자와 신부가 마음속을 털어놓고 한 이런 대화야말로 사회문학적 텍스트로서 가치가 있다”고 극찬.그러나 바티칸의 노여움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 바티칸의 신문은 ‘성당의 섹스’가 거짓투성이의 악서이며 이것을 만든 두 남녀 리포터는 ‘영혼의 스파이’라고 지탄했다. 교황 바오로6세는 테이프 레코드로 고백실의 비밀을 모독한 그들은 자동적으로 교회에서 파문된다고 언명했다. 이 밖에 기독교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일제히 비난을 쏟고 ‘성당의 섹스’의 판매 금지를 외치고 있다.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현대의 고백실에서 신부와 신자사이의 대화의 어려움을 우리들은 생생히 기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스캔들로 취급해서는 곤란하지 않는가. 신자들의 토론 재료로 했으면 좋겠다”고.어쨌든 지금 이 사건으로 이탈리아 전역이 떠들썩하다.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편집자註>
  • 12월 5일, 우주 체험의 기회 열린다! ‘NASA 휴먼어드벤처展’

    12월 5일, 우주 체험의 기회 열린다! ‘NASA 휴먼어드벤처展’

    지난 10월 28일,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유영을 하는 우주인 두 명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는 제189회, 제190회에 해당하는 ISS 우주유영으로 ISS 제45차 임무의 지휘관 ‘스콧 켈리’와 NASA의 비행 엔지니어 ‘첼 린드그렌’이 정비 작업에 참여하는 현장이 중계됐다. 11월 6일에는 ISS 외부에 설치된 냉각시스템을 원상태로 돌려 놓는 작업을 실시한다고 밝혀 관련 인사뿐만 아니라 우주유영에 호기심을 지닌 전세계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흥행을 이룬 영화 ‘마션(The Martion)’에서도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화성에서 우주 유영하는 장면이 등장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산소도 없고 중력도 없는 우주에서 우주유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답은 첨단 우주복에 있다. 먼저 우주유영이란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밖에서 활동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우주유영을 위해서는 생명 보존을 위한 첨단 우주복이 필요한데 이 우주복이 유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복에는 통신을 위한 통신장비 연결소켓, 호흡을 위한 산소정화시스템 연결소켓, 방사능 측정기 주머니, 소변 배수장치, 운석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열처리 속옷 등 복잡하지만 편리한 다양한 기능이 구비돼 있다. 일반인은 사진 또는 설명으로는 우주복에 대한 이해를 심도 있게 하기 어렵다. 실제 우주유영에 사용된 우주복을 눈으로 보고 싶다면 다가올 12월 5일 시작되는 ‘NASA 휴먼어드벤처展(나사 휴먼어드벤처전)’을 주목하자. ‘NASA 휴먼어드벤처展’은 우주비행과 탐험의 모든 것을 담은 전시로 전시되는 수백 점의 물품이 실제 우주 비행에 사용되었던 유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자라나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우주에 관한 무한한 호기심을 가진 성인들에게도 궁금증을 해소하고 우주의 신비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11년에 시작된 본 전시는 스페인, 일본, 스웨덴 등 6개국에서 전시를 성황리에 진행했으며 7번째 화려한 막을 한국에서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NASA 휴먼어드벤처展 관계자는 “로켓, 달착륙선, 우주복 등 실제 유물이 12,000㎡ 규모의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어 남다른 몰입감을 제공한다. 전시뿐만 아니라 포토존, 중력체험기, 초빙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간접적인 우주 체험의 기회를 함께 누릴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NASA 휴먼어드벤처展은 12월 5일부터 2월 11일까지 두 달여간 일산 KINTEX(킨텍스) 제2전시장 8홀에서 개최된다. 참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11월 15일까지 연장해 진행하는 얼리버드 티켓 이벤트에 참여하면 각 티켓을 최대 20% 할인 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얼리버드 티켓 및 NASA 휴먼어드벤처展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ahumanadventur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화 多樂房]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영화 多樂房]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시내 중심부의 요소요소에 들어선 데 이어 중저가 커피 브랜드와 개인 숍들도 크고 작은 골목의 모퉁이를 차지하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커피 원두 수입량은 3.6% 증가했고, 지난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41잔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분명 커피의 향과 맛에 점점 더 중독되어 가고 있다.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제목부터 이토록 커피를 즐기는 현대인의 취향과 호기심을 잘 공략한다. 커피의 종류나 질 만큼이나 커피를 마시는 장소와 분위기도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정공법으로 그러한 욕구와 호기심을 넉넉히 충족시킨다. 미사키는 8년 전 배를 타고 나갔다가 실종된 아버지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간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 헤어져 소원했던 사이지만, 미사키는 아버지와의 기억을 더듬으며 창고를 개조해 커피숍을 연다. 하나밖에 없는 이웃, 싱글맘 에리코는 미사키와 자신의 아이들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며 좀처럼 미사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십대에 엄마가 된 후, 돈을 벌기 위해 남자들을 상대해온 에리코의 서글픈 삶에는 아이들도 이웃도 자리를 잡을 여유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미사키가 위험에 처해있을 때 우연히 에리코가 도와주게 되면서 두 사람은 한 잔의 커피와 함께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음식을 통한 힐링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커피 자체보다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은 커피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요다카 커피점’은 미사키와 에리카 가족들의 만남과 치유가 이루어지는 곳으로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주요 공간이자 하나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던 창고가 빈티지한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아늑한 커피숍으로 바뀌면서 시작된다. 로스팅 머신-토마스 기차를 닮은-이 커피를 볶는 장면에서는 커피 향이 느껴지고, 바다의 빛깔과 부러 맞춘 푸른 색의 오브제들과 의상에서는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라는 영화 제목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기분 좋은 온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물들 간의 대화에서는 서로를 보듬는 배려와 진솔함이 묻어난다. 이러한 요다카 커피점의 행복한 기운은 다른 공간으로까지 전이되는데, 요다카 커피점과 대비되는 에리카의 집은 갈등과 소통 불능의 공간으로 묘사되면서 극 중반까지 긴장감을 유발시키지만, 미사키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 후부터는 가족 간에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민박을 해왔던 이전의 기능까지도 되찾게 된다. 정말 ‘세상의 끝’에 서 있다고 느낄 만큼 절박할 때, 커피 향은 물론이요 바다의 물결과 파도 소리,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땅끝 마을에서의 커피 한 잔이 간절해질 것 같다. 5일 개봉.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청순 뇌섹녀’ 지주연, 멘사 회원됐다…IQ 156+α로 상위 1% 두뇌 등극

    ‘청순 뇌섹녀’ 지주연, 멘사 회원됐다…IQ 156+α로 상위 1% 두뇌 등극

    배우 지주연이 멘사(Mensa) 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지주연은 지난 2일 멘사 지능검사 시험에서 IQ 156+α로 최종 합격 판정을 받았다. 지주연의 IQ는 상위 1%에 해당하는 수치다. 멘사는 천재들의 두뇌를 비정치적이고 인류 복지 발전을 위해 활용한다는 취지로 창설된 단체로 전 세계 인구 대비 2% 안에 드는 IQ 148 이상의 사람들에게 회원 자격을 준다. 이에 지주연은 지난달 24일 멘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평소 스도쿠나 도형 퀴즈를 좋아해 온 지주연은 호기심에 남몰래 시험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아낌없이 공개해 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된 지주연은 ‘청순 뇌섹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단아하고 청순한 외모에 지적이지만 때로 허당기도 아낌없이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으로 큰 화제를 모은 것.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출신으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그는 “아직 부족하지만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학력에 대한 언급을 되도록 삼가왔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멘사 합격과 관련해서도 지주연은 “머리가 좋다기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내가 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흥미가 생겨 도전해봤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모두들 공부든 다른 분야이든 노력하신 만큼 최선의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테니 어떤 부분이든 두려움없이 도전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쑥스러운 듯 소감을 전했다. 또 “배우로서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새로운 운동도 시작하는 등 예전에 해보지 않았던 부분에도 도전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들려주었다. 지주연은 7일 방송하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 청초한 외모에 발랄함과 엉뚱함을 장착한 자신만의 매력을 십분 발휘할 예정이다. KBS 21기 공채 탤런트로 지난 2008년 데뷔한 지주연은 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 ‘다함께 차차차’ ‘전설의 고향’ ‘끝없는 사랑’ ‘당신만이 내사랑’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해외여행 | 홍콩-“그땐 왜 몰랐을까?”

    해외여행 | 홍콩-“그땐 왜 몰랐을까?”

    홍콩은 짚ZIP파일 같은 도시다.집약된 외형의 압축을 풀고 자세히 탐색하면 매력적인 볼거리가 넘쳐난다.그러니 부지런히 다닐 것!이 도시에서는 발품 파는 만큼 행복해진다. 상반되는 자극을 즐기는 ‘센트럴’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최고급 호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쇼핑몰 등이 밀집해 있는 홍콩의 심장부는 단연 센트럴이다. 거주 외국인, 여행객, 홍콩 시민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은 메트로 폴리스의 이미지 그대로다. 고개를 한참 뒤로 꺾어야 그 끝이 어렴풋이 보일 정도의 고층 빌딩들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는데 폭풍과 폭우가 잦은 홍콩의 날씨에 대비하고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란다. 사람들은 그 위를 동동 떠다니고 아래로는 자동차들이 부지런히 오간다. 구름다리를 걷는 중간에 폭우가 내렸다.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을 유영하노라니 진짜 미래인이 된 기분이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홍콩은 미래도시의 클리셰들을 모두 모아놓은 비현실적 공간이다. 하지만 거대한 마천루 숲 사이 곳곳에 과거의 향수를 오롯이 간직한 아름다운 골목들이 숨어 있다. 때문에 여정 내내 축지법과 타임슬립의 초능력을 번갈아 쓰며 복잡한 도심과 고즈넉한 골목을, 과거와 미래를, 현실과 초현실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 찾아간 곳은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20개의 에스컬레이터가 지상에서 해발고도 135m까지, 800m 거리의 언덕길을 잇는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홍콩의 명물이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여주인공 왕페이가 짝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양조위를 훔쳐보면서 설레던 곳이 여기다. 재래시장을 비롯해 홍콩 전통 음식을 파는 노포들과 레스토랑, 캐주얼한 펍과 카페, 수제 맥주 브루어리, 아기자기한 소품 숍, 옷 가게 등이 에스컬레이터 주변으로 늘어섰다. 그 뒤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골목들이 수십 개.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에스컬레이터 위에 선 채 어디에 내려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것은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도심의 슈퍼 루키, 포호로 가는 길목 할리우드 로드를 따라 포호Poho까지 가보기로 결정했다. 길고 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중간지점에 내리면 포호까지의 거리는 1.5km, 20분 거리지만 길목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스폿들이 많아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PMQPolice Married Quarter. 이곳은 1889년 지어진 홍콩 최초의 서구식 학교 건물로 1951년부터 2000년까지는 기혼 경찰들의 숙소로 사용되다 10년여 방치됐던 것을 홍콩 정부가 2009년 개방해 신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했다. ‘ㄷ’자 구조의 4층 건물에 레스토랑, 카페, 디자인 스튜디오, 편집숍, 작업실 등 110여 개의 업체들이 몰려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PMQ는 홍콩 디자인과 예술의 인큐베이터로 불린다. 여기서 이름이 나, 소호나 센트럴 중심으로 진출하는 아티스트들과 디자인 브랜드가 많기 때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생활용품과 디자인 제품, 홍콩 신진 디자이너들의 의류 브랜드들이 몰려 있는 만큼 봉인된 물욕이 한꺼번에 분출된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지갑은 얇아질 수 있다. 외형은 우리나라의 쌈지길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창의적이고, 약간 덜 상업적이다. PMQ에서 5분 거리에 자리한 만모 사원Manmo Temple도 들러 보자. 1847년에 건립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사원으로 향 냄새가 가득한 사원 안은 소원을 이루고 싶은 현지인과 여행객들로 북적거린다. 두 개의 입구가 있는데 왼쪽 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문으로 나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들어간 문으로 되돌아 나오면 현재의 고민을 평생 가져 가게 된다고 하니, 출구는 세심하게 찾아 나오는 게 좋겠다. 서울의 인사동 골동품 골목과 비슷한 풍경이 이어지다가 오래된 담벼락에 그려진 화려한 그래피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곳이 바로 포호다. 타이핑산 스트리트Tai Ping Shan Street 인근의 골목을 일컫는 홍콩식 이름으로 과거 인쇄소 골목이었던 곳인데 최근 젊은 아티스트들과 작은 갤러리들이 소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핫 플레이스로 태동하기 시작하는 곳들이 으레 그렇듯, 거리 곳곳에는 창의적인 기운이 조심스럽게 꿈틀댄다. 갤러리, 레스토랑, 카페, 아기자기한 숍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이들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하는 곳이다. 아직까지 현지인들에게 이곳은 ‘나만 알고 싶은 동네’다. 바글바글 붐비기 전에 서둘러 간 것이 행운이다. 세계 예술품의 블랙홀 각인된 만화의 한 장면이 있다. 세계의 진귀한 물건들이 바람을 타고 마녀의 집으로 날아드는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 본 만화 속 이야기 그대로 전 세계의 예술품이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부동산이 오르고,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되고, 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사람들은 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고속 성장으로 인한 예술의 자본화와 투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교적 건강한 외형으로 자라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의 경매 업체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홍콩에 지점을 냈고 아트 바젤은 홍콩 아트 페어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아시아 미술시장에 손을 뻗었다. 세계 미술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갤러리들도 앞 다퉈 홍콩에 전시장을 열었다. 그중 대표적인 갤러리를 꼽자면 화이트 큐브White Cube, 페로탱Perrotin, 가고시안Gagosian, 리먼 머핀Lehmann Maupin, 펄램Pearl Lam, 벤 브라운 파인아트Ben Brown Fine Art 등이 있다. 이 갤러리들이 한 도시에 몰려 있다는 건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축복이고, 쇼핑과 맛집 탐방이 식상해진 여행자에겐 최고의 대안이다. 게다가 갤러리들은 센트럴 중심 두 개의 건물에 나뉘어 모여 있어 덥고 습한 날씨에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 준다. 먼저 찾은 곳은 센트럴 코노트 로드Connaught Road의 농예은행Agricultural Bank of China 건물. 조금 더 쉽게 찾고 싶다면 홍콩 포시즌 호텔 맞은편으로 가면 된다. 이 건물 1층과 2층에는 데미안 허스트를 발굴한 영국의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17층에는 프랑스의 페로탱 갤러리가 있다. 화이트 큐브 갤러리 2층에는 지금까지 전시장을 거쳐 간 아티스트들의 작품집과 전시도록이 있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신진 작가를 양성해 스타 작가로 키워 내는 데 탁월한 페로탱 갤러리는 넓고 쾌적하다. 전망도 훌륭하다. 도심의 마천루들이 빼곡한 하버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4~6주 기간의 기획전이 연중 열리고 상설전시장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 소피 칼, 라이언 맥긴리, 박서보 등 세계적인 전속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농예은행 건물에서 나와 느긋한 걸음으로 10분만 걸으면 페더 빌딩에 도착한다. 1층에 아베크롬비 매장이 있어 찾기 쉽다. 비교적 작은 건물이지만 홍콩 도심의 어느 곳보다도 알차다. 3층에는 벤 브라운 파인아트와 사이먼 리 갤러리, 4층에는 국내 작가 서도호와 이불을 전 세계에 알린 리먼 머핀 갤러리, 6층에는 펄램, 7층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전 세계 미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고시안 갤러리가 옹기종기 모였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갤러리 안내가 없으니 건물 입구에서 확인하고 올라가는 게 좋겠다. 제일 위층의 가고시안 갤러리에서부터 내려오면서 차례로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갤러리를 모두 둘러본 후에야 홍콩이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대 미술시장이 됐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리고 이 시장은 곧 거대한 공룡이 될 태세다. 홍콩 정부는 서구룡 반도를 세계 최대의 예술섬으로 변모시킬 계획에 착수했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견줄 만한 M+미술관을 비롯해 다목적 전시장, 콘서트홀, 오페라 극장 등이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선단다. 이미 누릴 것이 많은 홍콩, 점점 더 다양한 얼굴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볼수록 예뻐지는 한창때의 소녀처럼 말이다. ▶travel info Airline코드셰어를 포함해 전 세계 51개국에 188개 이상의 다양한 노선을 확보하고 있는 캐세이패시픽이 인천-홍콩 노선을 매일 6회 운항한다. 차별화된 고품격 프리미엄 서비스로 업계 최초 스카이트랙스 선정 ‘세계 최고 항공사World’s Best Airline’ 상을 2003년, 2005년, 2009년, 2014년 총 4회 수상하였으며 ‘세계 최고 승무원World’s Best Cabin Staff’ 상과 ‘태평양 횡단 최우수 항공사Best Airline Transpacific’ 상도 수상한 바 있다. 홍콩으로 향하는 최적의 프리미엄 항공사로 평가받고 있다. FOOD홍콩에 가서 딤섬만 먹고 돌아오는 당신에게 신세계를 안겨 줄 면 요리 두 가지를 추천한다. 하나는 완탕면, 다른 하나는 탄탄면이다. 말갛고 뜨거운 육수에 꼬들꼬들한 에그 누들이 새우 딤섬과 사이좋게 담겨 나온다. 영혼을 위로하는 맛이라 할 만하다. 코즈웨이 베이의 호흥키 완탕면이 가장 유명하고 맛있다. 쓰촨 요리 탄탄면은 고추, 마늘, 생강을 우려낸 기름지고 걸쭉한 국물에 직접 뽑은 쫄깃한 면발을 말아낸다. 크리스탈제이드 홍콩 공항지점의 탄탄면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멀리 돌아가는 비행 일정이라도 홍콩이 경유지면 탄탄면 맛볼 생각에 설렐 정도다. ACTIVITY세계적인 건축가가 완성한 마천루들을 시원하게 내려다보자. 홍콩대관람차Hong Kong Observation Wheel가 지난해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대관람차는 최대 8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관람차가 도달하는 최고 높이는 해발고도 60m, 세 바퀴 도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행한다. 입장료는 HKD100. SHOPPING홍콩은 무수한 아이템과 퀄리티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쇼핑의 메카. 그중 단 한 곳을 추천하라면 ‘HOMELESS’. 인테리어와 디자인 전문 편집매장이다. 최근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북유럽 스타일의 소품들과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한번 입장하면 시간이 쏜살같이 흐를 정도로 탐나는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센트럴과 침사추이, 코즈웨이 베이, 스탠리 등 홍콩 여러 곳에 지점이 있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홍콩관광청 www.discoverhongkong.com/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단독] 크로캅 “챔피언이 되기 위해 돌아왔다”

    [단독] 크로캅 “챔피언이 되기 위해 돌아왔다”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1)은 크로아티아 대테러 특수경찰 출신의 종합 격투기 선수다. 크로아티아 국회의원까지 지낸 국민적 영웅이다. 그의 왼발이 전광석화처럼 번쩍하면, 상대는 고목처럼 쓰러졌다. 2000년대 초반 많은 젊은이가 그의 왼발 하이킥에 열광했다. 그의 본명은 미르코 필로포비치다. ‘크로캅’은 그의 조국 크로아티아와 경찰을 뜻하는 영어 캅(cop)을 합성해 만든 그의 별명이다. 본명보다 더 유명해져서, 이제는 본명처럼 쓰인다. 그는 격투기 단체 K-1과 프라이드FC를 떠나 2007년 UFC에 진출했다. UFC에서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2011년 10월 로이 넬슨(38·미국)전 패배를 끝으로 4승6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옥타곤’(8각의 철장 경기장)을 떠났다. 그러나 지난 4월 12일 그는 가브리엘 곤자가(36·브라질)를 제물로 복귀에 성공했다. 3년 6개월 만에 UFC 복귀전에서 곤자가에게 TKO승을 거둔 것이다. 그는 2007년 4월 곤자가의 돌려차기를 얻어맞고 KO패를 당했는데 이 경기를 통해 복수를 했다. 그의 도전은 다음달 28일 서울 잠실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UFN)에서 계속된다. 크로캅의 통산 전적은 45전 31승 2무 11패 1무효다. 이제 현역으로 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다시 옥타곤에 서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그의 한국 쪽 담당자는 “크로캅은 워낙 거물이라 UFC 내부에서도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된다. 최대한 추진해 보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질문지를 보낸 지 18일 만에 겨우 답변을 받았다. 기자가 한글로 쓴 질문은 영어로, 영어는 다시 크로아티아어로 번역돼 그에게 전달됐다. 그의 답변도 역순을 거쳐 기자에게 들어왔다. 크로캅의 심경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그의 입을 빌려 이메일 단독 인터뷰를 정리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점점 강해지는 나, 챔피언 되려고 돌아와” 나는 챔피언이 될 것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경험이 많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듯, 늙었다고 지는 것도 아니다. 승패는 힘과 속도, 순발력이 좌우한다. 나는 이 모든 자질을 갖추었다. 나는 이길 것이다. 나는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경기를 하고 싶다. UFC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체다. 그래서 옥타곤에 돌아왔다. 목표는 챔피언 벨트다. 서울에서 이기고 한 경기만 더 이기면 타이틀에 도전할 기회가 올 것이다. 쉬운 상대는 없다. 가장 파괴력이 강한 격투가가 모인 체급이 헤비급이다. 주먹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리는 살벌한 세계다. 다들 강하지만 케인 벨라스케스(33·미국)와 주니어 도스 산토스(31·브라질)는 좀더 강하다. 스티페 미오치치(33·미국), 알리스타이르 오브레임(35·영국), 파브리시오 베우둠(38·브라질)도 위협적인 적이다. 나는 많은 승리와 패배를 경험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늘 낯설다. 승리는 언제나 처음처럼 짜릿하고, 패배는 말할 수 없이 비참하다. 승패에는 도무지 익숙해질 수가 없다. 패배하는 것이 두렵다. 상처나 고통은 두렵지 않다. 훈련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 땀과 스트레스는 반비례한다. 그래서 1년 365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나의 생활은 단순하다. 운동하고 쉬고 먹는 게 전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달린다. 달리고 나서 스트레칭, 섀도복싱, 턱걸이, 팔굽혀펴기를 한다. 한 시간 30분쯤 걸린다. 비타민과 갖가지 보충제를 챙겨 먹고 숨을 돌렸다가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낮잠을 잔다. 휴식도 훈련의 일부다. 오후 6시부터 복싱, 발차기, 레슬링 등 격투 기술을 갈고 다듬는다. 딱 일주일, 시합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은 격투 훈련을 하지 않는다. 애완견을 데리고 동네를 걷거나, 친구를 만나 농구나 탁구를 한다. 나의 적들은 나의 노쇠함을 조롱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늙지도 지치지도 않았다. 경기 결과와 근력 테스트 기록,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횟수, 그리고 내가 들어 올리는 벤치프레스 무게가 나의 건재함을 증명한다. 오히려 나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부상·9번의 수술,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부상이라는 유령은 옥타곤과 훈련장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이 유령을 완전히 따돌리는 방법은 없다.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봤자 다칠 위험을 줄이는 게 고작이다. 때로는 가장 컨디션이 좋을 때 골절상을 입기도 한다. 나는 아예 부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승리만을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준비되어 있을 때,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부상 때문에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직업의 일부다. UFC 첫 시합을 앞두고 크게 부상당한 적이 있었다. 훈련하다가 다쳤다. 수술 아홉 번을 연달아 받았다. 하나의 수술이 끝날 때마다 적어도 두 달을 쉬어야 했다. 18개월 정도 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다. 간절하게 바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이겨내지 못할 부상은 없다. 나는 그랬다. 오랜 시간 싸웠지만 아직도 경기 직전에는 긴장된다. 스트레스가 정점에 달한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징크스 따위는 없다. 나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 ●“2006 프라이드 우승, 가장 기억에 남아” 크고 작은 싸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모든 시합에서 최선을 다해 땀과 피를 흘렸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경기가 없다. 2006년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에서 우승했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은 내 생일이기도 했다. 내 격투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한 장이었다. 예멜리아넨코 표도르(39·러시아), 안토니우 호제리우 노게이라(39·브라질)와는 치열하게 싸웠다. 곤자가와의 복수전도 평생 기억할 것이다. 힘든 경기였다. 곤자가는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왔다. 그의 주먹이 내 얼굴을 강타했고, 그의 팔꿈치가 내 왼쪽 눈썹 살을 찢었다. 8년 전 악몽이 스쳤다. 하지만 승자는 나였다. KO로 졌던 나는 그를 KO로 꺾었다. ●“경찰·국회의원 거쳐… 내 미래, 나도 궁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들과 가족이다. 언젠가 옥타곤에 설 수 없는 날이, 누구도 나를 불러주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아직 은퇴 이후의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나는 특수 경찰, 격투기 선수, 국회의원을 거쳤다. 앞으로 또 무엇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술은 마시지 않는다. 5년 전에 마지막으로 맥주 한 잔을 마셨다. 내 둘째아들이 태어난 날이었다. 담배는 입에 대본 적이 없다. 호기심으로도 피우지 않았다. 지난 방한 때 한국 팬의 환대에 놀랐다. 많은 팬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 줬다. 놀랐고 또 감사했다. 11월 28일 서울에서 앤서니 해밀턴과 싸운다.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 경기가 끝나면 나도, 팬들도 기뻐하게 될 것이다. ■미르코 크로캅은 ▲1974년 9월 10일 크로아티아 출생 ▲187㎝, 99㎏ ▲1999년 K-1 월드 그랑프리 준우승 ▲2003년 크로아티아 국회의원 당선 ▲2006년 프라이드FC 무차별급 그랑프리 우승 ▲2008년 K-1 다이너마이트 최홍만에게 승리 ▲2013년 K-1 월드 그랑프리 우승 ▲2015년 4월 UFC 파이트 나이트 64 가브리엘 곤자가에게 승리
  • [데스크 시각] 역사를 ‘창조적’으로 배우는 방법/박상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역사를 ‘창조적’으로 배우는 방법/박상숙 국제부 차장

    “1100명이 바다로 떨어졌지만, 316명만 떠올랐어. 상어가 다 먹어 치웠거든.” 1975년 나온 영화 ‘죠스’에서 퀸트 선장은 식인 상어를 증오하게 된 사연을 괴롭게 회상한다. 영화에서 퀸트는 2차 대전 때 자신이 승선했던 미국 해군 순양함 인디애나폴리스호의 침몰로 상어밥이 된 동료의 복수를 위해 상어 사냥에 나선 것으로 묘사됐다. 허구의 인물이 내뱉은 한마디에는 사실 숨겨진 역사의 비극이 담겨 있다. 1945년 7월 인디애나폴리스호는 원자폭탄 수송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가는 길에 일본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 두 발을 맞고 12분 만에 가라앉았다. 당시 해군은 극비리에 진행한 히로시마 원폭 투하 계획이 드러날까 우려해 구조 신호를 묵살했고, 망망대해에서 5일을 버티던 장병들은 상어떼의 습격에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영화 개봉 20년이 지난 1996년 플로리다주 펜사콜라에 살던 11살 소년 헌터 스콧에게 TV 속 퀸트 선장의 대사는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역사 발표회를 앞두고 주제를 찾던 소년은 흥미를 느꼈다. 아버지와 함께 도서관으로 달려간 헌터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관련 자료가 거의 없었다는 것과 당시 함장이었던 찰스 버틀러 맥베이 대령이 사건 은폐를 위한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다. 해군 당국은 침몰을 함장의 부주의 탓으로 몰고 가 그를 군사재판에 넘겨 50년형을 받게 했다. 나중에 무죄 선고를 받긴 했으나 희생자 유가족의 비난과 항의에 괴로워하던 맥베이 대령은 1968년 권총 자살했다. 헌터는 부모와 교사의 격려 속에 남은 생존자 150여명에게 연락을 취했다. 놀랍게도 대부분 반세기 동안 품고 있던 자료를 기꺼이 내주고, 일부는 소년을 만나 당시 상황을 들려주기도 했다. 인디애나폴리스호 침몰 사건의 진실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헌터는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의 도움을 받아 1998년 맥베이 함장의 명예회복을 위한 결의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 2년 뒤 의회를 통과한 결의안에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맥베이는 사후 3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초등학생의 왕성한 호기심과 집념, 이를 지나치지 않고 조력자 역할을 다한 어른들의 성숙함이 역사를 다시 썼다. 국정 교과서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헌터의 이야기가 새삼 떠올랐다. 교과서 무용론이 나올 만큼 급변하는 교육 환경과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겠다는 복고적 정책의 동거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게다가 1970년대 ‘한국적 민주주의’로 무장한 국사책을 열공한 학생들이 이후 가장 반국가적(!) 세대가 된 것만 봐도 ‘올바른 역사’의 앞날은 대충 짐작할 만하다. 다양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교육으로는 헌터와 같은 아이들을 길러 낼 수 없다. 애국심은 주입식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한 편의 영화를 계기로 스스로 역사를 공부하면서 참전 용사들의 조국애를 배운 헌터는 현재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헌터의 스토리에 감동한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 사연을 영화로 만들어 세계에 내다팔 계획이다.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고 자유롭게 역사를 배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더 시급하다. 그래야만 진실도 밝히고, 애국심도 기르고, 덤으로 부가가치도 창출하게 되면 이 정부가 염불처럼 되뇌는 창조경제도 실현되지 않을까. alex@seoul.co.kr
  • “건강식품 이상 신고 많으면 국민이 조사 요청할 수 있게”

    “건강식품 이상 신고 많으면 국민이 조사 요청할 수 있게”

    가짜 백수오 파동, 세계보건기구(WHO)의 햄·소시지 발암물질 규정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건의 중심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있다. 먹을거리와 의약품 등 일상을 책임지는 탓에 모든 정책 행보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지방식약청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란 식약처의 기치를 거듭 강조했다. 김 처장은 프로포폴(수면마취 유도제)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향정신성의약품도 임시 마약류로 지정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 전 단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온라인 마약 거래를 막을 대책은 무엇인가. -청소년은 호기심에 마약류에 접근했다가 끊지 못하고 나중에는 불법적인 범죄조직과 연계되기도 해 매우 취약하다. 온라인상에서 마약이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상시 모니터링을 하는 한편 교육부 등과 협력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허브 마약’ 등 신종 마약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신종 마약류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임시 마약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기존 마약류와 화학구조가 비슷하면 임시 마약류로 지정해 기존 마약과 동일하게 점검하고 처벌한다.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도 제조부터 유통·사용 단계까지 추적 관리할 예정이다.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는 향정신성의약품도 마약류로 임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해외 체류 국민은 마약류에 더 취약한데. -내년부터 유엔이나 WHO에 마약주재관을 파견한다. 중국, 미국 등 마약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국가의 대사관 등에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받고도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 -이전에는 해썹 인증을 재평가하는 제도가 없었다. 해썹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중요한 위생기준을 한 번이라도 어기면 인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으며 3년마다 해썹 업체를 재인증하는 유효기관 갱신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 →건강기능식품 부실 관리 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식약처는 백수오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로베이스에서 건강기능식품 관리체계 전면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일정 수 이상의 소비자가 동일한 이상 사례를 신고하면 해당 제품에 대한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 ‘소비자 행정조사 요청제’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산 수산물과 관련해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며 일본이 한국을 WTO에 제소했고, 현재 패널이 설치되고 있다. 우선 2013년 9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특별조치의 정당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한다. 또 한국 정부가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서 손을 놓지 않고 있고, 조치 사항을 재검토해 왔다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패소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끝까지 가 봐야 안다. →WHO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햄·소시지는 먹어선 안 되나. -햄과 소시지 등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바른 메시지를 줘야 한다. WHO 발표에 대한 다른 나라의 반응을 살펴보고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 실태도 조사하겠다. 전문가와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그다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조만간 WHO에서 햄·소시지 등이 어떻게 암을 유발한다는 더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줄 것이다. →유럽처럼 한국도 유전자변형식품(GMO) 원료의 이력을 추적하면 완전표시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GMO완전표시제를 도입한다 해도 표시한 뒤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우선 식용유처럼 완제품에 GMO의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은 식품은 GMO임을 표시하기가 어렵다. 표시가 제대로 됐는지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유럽은 농산물을 자급자족해 원재료 이력 추적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농산물을 수입하는 국가여서 한계가 있다.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할 일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나무젓가락이나 식당에서 사용하는 물수건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들을 관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세밀화 추상화…간송미술문화재단 ‘화훼영모… ’展

    세밀화 추상화…간송미술문화재단 ‘화훼영모… ’展

    ‘내 지금 생물을 바라보며 하늘의 마음을 보았노라.’(我今觀物見天心) 조선 전기의 뛰어난 문장가인 매계(梅溪) 조위(曺偉)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우리 선조들은 꽃과 새, 곤충과 물고기들을 자연의 일부인 동시에 우주 만물의 섭리가 함축된 존재로 인식했다. 보고, 기르고, 나아가 글과 그림으로 옮겨 내면서 자연과 생명의 오묘한 이치를 터득하고 자신의 성정을 함양하고자 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수장 작품 중에서 동식물을 소재로 한 전통 회화작품들을 시기별로 선별해 ‘화훼영모-자연을 품다’전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고 있다. 화훼영모(花卉翎毛)란 꽃과 풀, 날짐승과 길짐승을 가리킨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1년에 두번씩 열던 소장품전을 DDP 개관과 함께 대중 속으로 들여온 뒤 여는 다섯 번째 기획전으로, 그림을 통해 시대 정신과 기법의 차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오세창 선생이 화첩으로 만들어 소장하던 고려 공민왕(1330~1374)의 ‘이양도’(二羊圖)부터 조선왕조 말기의 이도영(1884~1933)이 그린 ‘백령식록’(百齡食祿)까지 550년의 기간 동안 각 시기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90여점이 출품됐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 백인산 연구실장은 “선조들은 동식물들을 통해 도덕적 이상과 더불어 무병장수나 입신출세, 부귀영화 등과 같은 현세적 욕망을 담아내곤 했다”며 “시대별 화법의 변화와 각 소재들이 담고 있는 상징, 문화적 코드를 맞춰 가며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 말 조선 초 주자성리학의 도입과 정착 시기에는 중국 남방 화풍의 강한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출품작 중 김안로의 막내아들 김시(1524~1593)가 그린 ‘야우한와’(野牛閒臥)에서 보듯이 배경은 우리 산수지만 소는 남중국의 물소다. 주자와 송설이 남중국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16세기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조선성리학을 이뤄내면서 그림에도 진경산수화가 출현하고 화훼영모화의 소재로 우리 주변의 동식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화훼영모화는 진경시대에 이르러 겸재 정선(1676~1759)에 의해 독자적 사생 기법이 완성되고 현재 심사정(1707~1769)이 시도한 조선남종화풍으로의 반전을 거쳐 조선 고유색이 다양한 형태로 극대화된다. 패랭이꽃이 피어 있고 참개구리와 나비가 모여든 한여름의 오이밭 풍경을 담은 ‘과전전계’(瓜田田鷄·오이밭의 참개구리)는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이 70대 후반에 그린 그림이다. 겸재풍의 사생 기법을 계승한 변상벽(1730~1775), 김홍도(1745~1806), 김득신(1754~1822)에 의해 절정에 이른다. 표암 강세황(1713~1791),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청조문인화풍의 함축된 생략 기법을 화훼영모에 도입했다. 조선 말기에 이르면 문화 노쇠 현상과 맞물려 사생력이 후퇴하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옛사람들은 진흙 속에서도 화사한 꽃을 피우는 연을 보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고고한 군자를 떠올렸다. 시서화 삼절로 명성이 높았던 강세황의 ‘향원익청’(香遠益淸·향기는 멀수록 맑다)은 두 포기의 연으로 청정한 자태를 담아냈다. 화훼영모화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사물들이 지닌 의미에 빗대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잉어는 등용문을 뜻하니 과거에 급제해 출사하라는 뜻을, 모란은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등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김홍도의 ‘황묘농접’(黃猫蝶·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은 화창한 봄날 뜰에 있던 주황빛 고양이가 패랭이꽃을 보고 날아든 검푸른 제비나비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다.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담은 이 그림에는 ‘일흔, 여든이 되도록 청춘을 누리며 뜻하는 대로 이뤄지소서’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27일까지. (02)2153-0608.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간송문화재단 동식물 소재 동양화 걸작 선보인다

    간송문화재단 동식물 소재 동양화 걸작 선보인다

     ‘내 지금 생물을 바라보며 하늘의 마음을 보았노라.’(我今觀物見天心)  조선 전기의 뛰어난 문장가인 매계(梅溪) 조위(曺偉)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우리 선조들은 꽃과 새, 곤충과 물고기들을 자연의 일부인 동시에 우주 만물의 섭리가 함축된 존재로 인식했다. 보고, 기르고, 나아가 글과 그림으로 옮겨 내면서 자연과 생명의 오묘한 이치를 터득하고 자신의 성정을 함양하고자 했다.  간송문화재단이 수장 작품 중에서 동식물을 소재로 한 전통 회화작품들을 시기별로 선별해 ‘화훼영모-자연을 품다’전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고 있다. 화훼영모(花卉翎毛)란 꽃과 풀, 날짐승과 길짐승을 가리킨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1년에 두번씩 열던 소장품전을 DDP 개관과 함께 대중 속으로 들여온 뒤 여는 다섯 번째 기획전으로, 그림을 통해 시대 정신과 기법의 차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오세창 선생이 화첩으로 만들어 소장하던 고려 공민왕(1330~1374)의 ‘이양도’(二羊圖)부터 조선왕조 말기의 이도영(1884~1933)이 그린 ‘백령식록’(百齡食祿)까지 550년의 기간 동안 각 시기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90여점이 출품됐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 백인산 연구실장은 “선조들은 동식물들을 통해 도덕적 이상과 더불어 무병장수나 입신출세, 부귀영화 등과 같은 현세적 욕망을 담아내곤 했다”며 “시대별 화법의 변화와 각 소재들이 담고 있는 상징, 문화적 코드를 맞춰 가며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 말 조선 초 주자성리학의 도입과 정착 시기에는 중국 남방 화풍의 강한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출품작 중 김안로의 막내아들 김시(1524~1593)가 그린 ‘야우한와’(野牛閒臥)에서 보듯이 배경은 우리 산수지만 소는 남중국의 물소다. 주자와 송설이 남중국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16세기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조선성리학을 이뤄내면서 그림에도 진경산수화가 출현하고 화훼영모화의 소재로 우리 주변의 동식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화훼영모화는 진경시대에 이르러 겸재 정선(1676~1759)에 의해 독자적 사생 기법이 완성되고 현재 심사정(1707~1769)이 시도한 조선남종화풍으로의 반전을 거쳐 조선 고유색이 다양한 형태로 극대화된다. 패랭이꽃이 피어 있고 참개구리와 나비가 모여든 한여름의 오이밭 풍경을 담은 ‘과전전계’(瓜田田鷄·오이밭의 참개구리)는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이 70대 후반에 그린 그림이다. 겸재풍의 사생 기법을 계승한 변상벽(1730~1775), 김홍도(1745~1806), 김득신(1754~1822)에 의해 절정에 이른다. 표암 강세황(1713~1791),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청조문인화풍의 함축된 생략 기법을 화훼영모에 도입했다. 조선 말기에 이르면 문화 노쇠 현상과 맞물려 사생력이 후퇴하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옛사람들은 진흙 속에서도 화사한 꽃을 피우는 연을 보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고고한 군자를 떠올렸다. 시서화 삼절로 명성이 높았던 강세황의 ‘향원익청’(香遠益淸·향기는 멀수록 맑다)은 두 포기의 연으로 청정한 자태를 담아냈다. 화훼영모화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사물들이 지닌 의미에 빗대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잉어는 등용문을 뜻하니 과거에 급제해 출사하라는 뜻을, 모란은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등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김홍도의 ‘황묘농접’(黃猫弄蝶·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은 화창한 봄날 뜰에 있던 주황빛 고양이가 패랭이꽃을 보고 날아든 검푸른 제비나비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다.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담은 이 그림에는 ‘일흔, 여든이 되도록 청춘을 누리며 뜻하는 대로 이뤄지소서’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27일까지. (02)2153-0608.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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