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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end inside] 오리, 복날 인기 메뉴로 날다

    [Weekend inside] 오리, 복날 인기 메뉴로 날다

    육류 중 오리고기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오리고기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소고기는 줘도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어라.’라는 항간의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2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1년 국민 1인당 오리고기 소비는 3.1㎏으로 2006년(1.2㎏)보다 2.5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돼지고기(19.2㎏)에 비하면 여전히 소비가 적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오리고기의 우수성은 불포화지방산과 무기질, 비타민 등에 있다. 100g당 지방이 27.6g으로 닭고기(19.0g)보다 많지만 60~70%가 불포화지방산이다. 올렌산,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산은 혈액 속의 혈전 생성을 막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육류 중 불포화지방산이 가장 높아 오리를 ‘날아다니는 등푸른 생선’이라고도 부른다. 대사활동에 필수적인 라이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비타민 A와 B군도 다른 육류에 비해 풍부하다. 칼륨, 인, 칼슘 등 무기질 함량이 높아 성장기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콜라겐, 젤라틴 등 기능성 물질을 이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오리고기의 국내 생산액은 1990년 375억원에서 2010년 1조 3000억원으로 연평균 8%씩 성장했다. 반면 오리 사육가구는 같은 기간 1만 4522가구에서 5000가구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1997년 중국산 오리의 수입제한 조치가 실행되고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축되는 오리의 95%가 계열화 업체를 통해 유통된다. 오리는 닭이나 칠면조에 비해 환경 적응력이 높고 질병에도 강해 기르기가 쉽다. 잡초, 벌레 등을 잡아먹고 배설물은 비료로 사용가능하다는 점에서 유기농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쌀도 나오고 있다. 가금류 중에서 가장 온순하며 주인을 잘 알아봐 애완동물로도 가능하다. 특히 생후 12~17시간 사이에 본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는 ‘각인현상’이 있다. 1997년 제작된 영화 ‘아름다운 비행’이 이 각인현상을 다룬 영화다. 그렇지만 오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레임덕’(lame duck·절름발이 오리),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등 다소 비호감적인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것은 오리의 생김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리는 다리가 짧은 데다 몸의 뒤쪽에 붙어 있어 걸을 때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뒤뚱거려야 한다. 또 뒷걸음질을 하지 못해 막다른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손쉬운 사냥감에 해당한다. 오리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가 늘어나기에는 걸림돌도 많다. 마리 단위로 판매하다 보니 여러 사람이 모여야 되고 조리법이나 판매점이 다양하지 못하다. 김지혁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는 “독신세대나 실버세대를 위한 1~2인분 소포장, 부분육 포장, 훈제 이외 간식용 상품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대선 시즌… 지자체도 ‘공약 세일즈’ 뛴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전국을 방문하면서 지방자치단체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의 현안을 대선 공약에 반영시키기 위해 이들이 올 때마다 각종 건의 자료를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게다가 대선 예비 주자들에 대한 예우 문제도 고민거리다. 대선 주자들이 지자체의 건의를 대부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약 남발 가능성도 우려된다. ●5월부터 릴레이 방문 전북 지역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7명의 대선 주자가 다녀갔다. 5월 11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시작으로 18일 정몽준 의원, 23일 이재오 의원 등 5월에만 3명의 대선 주자가 다녀갔다. 이달 들어서는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9일 김두관 전 경남지사, 11일 정세균 상임고문, 13일 문재인 상임고문, 19일 김영환 의원 등 모두 4명이 전북을 찾아와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현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전북도는 이때마다 대선 공약 사업을 전달하고 건의 사항을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중량급 인물들은 정당에서 일정한 계보와 세력을 확보하고 있어 호감도를 높여 놓으면 지역 현안 사업에 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대선 공약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선 주자들의 지역 방문은 다른 시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광주시는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역을 방문하자 강운태 시장과 간부들이 찾아가 지역 현안 사업 등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각 캠프에서 간접적으로 시급한 지역 현안을 물어 오고 있다.”며 “이들 사업이 공약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논리 개발과 실현 가능성 등을 점검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충북발전연구원과 함께 대선 공약으로 요구할 지역 현안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음 달 초까지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각 정당에 이를 대선 공약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특정 유력 후보보다는 정당을 통해 요구할 방침”이라면서 “경제자유구역 지정, 국립암센터 건립, 새종시 국회 분원 설치, 청주공항 활성화 등이 포함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단체장 축사 수위 조절도 해야 현안 챙기기도 문제지만 단체장의 언행도 고민거리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지역에서 열리는 예비 후보자들의 북콘서트 등에 참석을 잇따라 요청받고 현직 단체장으로서 인사말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강 시장은 “예비 후보자에게 지역 현안을 설명하고 이들과 미리 친밀도를 높여 놓는 것은 필요하지만 외부에 자칫 해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까 고민이 많다.”며 “오해를 받지 않는 수준에서 인사말의 수위를 조절하고 가능한 한 행사 참여를 자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선 예비 주자들의 출판기념회 등에 시장이 초청받는 경우 대체로 참석한다.”면서 “하지만 특정 후보에게 쏠리는 것으로 비칠 발언은 하지 않고 적절히 수위를 조절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대선 주자들은 지역에서 공약 사업을 건의해 오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북도를 찾은 7명의 예비 후보들은 모두 도가 발굴한 대선 공약 사업에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주자들이 가는 곳마다 지자체의 건의사항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면 공약을 남발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 하지만 대선 주자나 지자체 모두 밑질 것이 없어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국종합·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강연 100℃(KBS1 밤 10시) 여성들을 위한 부분 가발을 만들어 하루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김영휴 대표. 그는 사업의 ‘사’자도 몰랐던 전업 주부였다.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에 가려져 정작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아 왔던 그는 오랜 우울증 끝에 손재주를 살려 부분 가발을 만들었다. 주부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그의 희망 메시지를 들어 본다. ●TV소설 사랑아 사랑아(KBS2 오전 9시) 노경(오창석)에게 호감을 가진 서진은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태범은 승희를 챙겨 주기 위해 공방에 자주 출입한다. 노경은 승희가 신경 쓰여 공방에 찾아오게 되고, 승희의 방 도배를 도와주게 된다. 한편 만복당에선 승아의 결혼 준비가 진행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있던 승아에게 춘봉이 찾아 온다. ●MBC 스페셜(MBC 밤 11시 15분) 고학력 실업자들이 늘어나는 시대. 서울시 관악구의 서울여상 학생들은 대졸자도 따기 어렵다는 고급 전문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대기업으로 일찌감치 취업을 결정한 학생도 있다.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는 부모 앞에 ‘어른들은 몰라요’를 외치며, 자신의 삶을 당당히 결정하는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 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25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자식이라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자식이 미워 보이는 날도 있다. 눈만 돌렸다 하면 등 뒤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틈만 나면 9개월 된 동생을 물고 뜯는 여섯 살짜리 말썽꾸러기 용근이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는 엄마, 아빠의 사연이다. 과연 용근이가 폭군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명의(EBS 밤 9시 50분) 장에 염증이 생기는 염증성 장질환은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면서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이 질환은 크게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얼마 전 가수 윤종신이 크론병을 앓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염증성 장질환은 아직 병의 원인도, 완치법도 발견하지 못한 병인데…. ●대뜸 토크(OBS 밤 7시 5분) 다함께 잘사는 건강한 동반성장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정운찬 전 총리를 찾아 간다. 정 전 총리의 대권 도전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부 당시의 러브콜을 거절한 사연부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냈을 때의 에피소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 [2012 정치를 말하다-오피니언 리더 50인 설문] 朴 ‘신뢰주는 원칙주의자’ 文 ‘사심없는 젠틀맨’

    정치인의 이미지는 ‘양날의 칼’이다. 국민들에게 호감을 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외모와 습관, 말투 등에 일부러 공을 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이미지에만 신경쓸 경우 자체적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듣는 경우도 다반사다. 18대 대선에 도전하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바라본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이미지 평가는 어떨까. 서울신문에서는 대선 출마 선언을 마쳤거나, 대선 도전 의사가 있다고 판단되는 여야 후보 14명에 대한 이미지 평가를 하기 위해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결과, 전문가 50명의 응답 가운데 여야 대선후보를 통틀어 가장 신뢰감을 주는 후보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20표의 지지를 얻었다. 그 다음으로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7표, 손학규 상임고문이 6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각각 5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표, 정몽준 전 대표가 1표 순이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유는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2010년 세종시 이전 문제에서 원안을 고수, 친이(친이명박)계와 강하게 대립하면서 ‘원칙’의 이미지가 생겨났다. 박 전 위원장은 총선 공약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신뢰’의 이미지도 부각시키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비박(비박근혜)계 주자들이 요구하는 경선 룰 변경에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이면서 ‘독선과 불통’의 이미지도 생겨난 상황이다. 민주당 출신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문재인 상임고문은 젠틀한 이미지로 신뢰감을 주는 경우다. 하지만 젠틀함과 사심 없는 이미지가 오히려 신뢰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호방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면 여야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거부감을 주는 후보로는 정동영 상임고문이 17표를 얻는 불명예를 얻었다. 그 다음으로는 이재오 의원이 9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6표, 정몽준 전 대표가 4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표,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조경태 의원이 각각 2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김문수 경기도지사·김영환 의원이 각각 1표 순으로 나타났다. 정 상임고문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의 선봉에 서면서 ‘투사’ 이미지를 만들어 왔고, 민주당의 진보화를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좌클릭하는 모습이 거부감을 주는 요인으로 나타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재오 의원의 경우 여성 리더십을 폄하하는 발언을 통해 박 전 비대위원장에게 독설을 퍼붓는 등 최근의 언행이 거부감을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 K] 올림픽·월드컵·선거…국가 행사를 대하는 가수들의 자세

    [이은주 기자의 컬처 K] 올림픽·월드컵·선거…국가 행사를 대하는 가수들의 자세

    올림픽, 월드컵, 선거 등은 가수들이 피해야 할 대표적인 행사다. 국민들의 관심이 분산되는 데다 언론의 집중도가 떨어져 새 앨범이나 공연 홍보에 적잖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국가적인 행사를 잘 활용해 덕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즘 가요계는 말그대로 ‘별들의 전쟁’이다. 유명 가수들이 28일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을 피해 서둘러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슈퍼주니어, 2NE1, 비스트, 티아라 등 인기 가수들의 잇단 컴백에 신인 가수들은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가수들의 컴백 러시는 본격적인 올림픽 시즌을 피하자는 전략도 있지만, 국가적 이벤트를 잘 활용하려는 전략도 숨어 있다. 한 아이돌 가수 소속사 관계자는 “노래가 올림픽 전에 히트해 응원곡으로 쓰이거나 우리 선수들이 경기할 때 배경 음악으로 쓰일 경우 간접 홍보 효과를 높이고 별도의 음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통해 이미지가 상승한 ‘윤도현·싸이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가요계 관계자는 “일단 올림픽이나 월드컵 전에 노래를 띄운 뒤 응원송을 발표해 대중적인 호감도를 높이고, 미니 앨범을 발표해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국립국악원과 손잡고 만든 런던 올림픽 공식 응원가 ‘코리아’를 발표한 싸이는 15일 6집 앨범을 내고 활동에 들어갔다. 소속사 관계자는 “신보 제작 일정이 미뤄져 음원 출시가 겹치게 됐지만, 올림픽송으로 각종 응원 행사에도 참여하고 신곡 활동도 진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쓴 밴드 버스커 버스커도 국가적 이벤트를 통해 덕을 본 경우. 버스커 버스커의 정규 1집 앨범 수록곡 ‘여수 밤바다’는 여수 엑스포와 맞물려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버스커 버스커는 엑스포를 겨냥해 이 곡을 쓰지는 않았지만, 행사의 주제곡이라고 할 정도로 자주 회자됐고 최근에는 한 소주 광고의 배경음악에도 등장했다. 이들의 앨범 및 공연 홍보를 담당한 CJ E&M 음악사업부문의 관계자는 “여수 엑스포 조직위원회로부터 홍보대사 제의를 받을 정도로 노래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면서 “엑스포로 인해 곡의 방송 횟수도 증가하고 엑스포 관련 각종 페스티벌에 자주 초청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및 대통령 선거 등의 행사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를 독려하는 문구나 투표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림으로써 ‘개념 연예인’으로 등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 소속사의 관계자는 “선거나 수학능력시험 등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 해당 연예인에게 피해가 안 가는 선에서 사진 기자들에게 동선을 알려주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정치나 종교 등 민감한 이슈가 예상되는 행사에는 상당히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erin@seoul.co.kr
  • [특파원 칼럼] 韓中수교 20년에 보는 ‘역사 갈등’/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韓中수교 20년에 보는 ‘역사 갈등’/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한국에서도 단오절을 지내죠? 주로 뭘 하나요?” 지난 단옷날(6월 24일) 즈음 홍콩 언론사에 근무하는 한 중국 본토인 기자가 건넨 질문이다. 베이징(北京)시 신문판공실이 외신 기자들(홍콩, 타이완, 마카오 포함)을 베이징의 관광 명소인 이화원으로 초청해 경주용 배인 용주(龍舟) 타보기, 나뭇잎으로 싸서 찐 찹쌀밥인 쫑즈(?子) 만들기 등 단오 풍습을 체험하는 행사를 통해 단오가 중국의 전통 명절임을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행사의 취지는 물론 중국 기자의 질문에도 한국에 단오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불편한 심기가 여실히 묻어 있었다. 실제로 적잖은 중국인들에게 단오란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을 기리는 데에서 유래한 전통 명절이라기보다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하는 초강력 기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8월부터 1년간 베이징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공부했던 중국 대학원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았던 한국 문화에 대한 질문 중 하나 역시 단오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유래한 한국 고유의 명절은 도대체 뭐가 있느냐.’는 공격적인 이슈로 이어질 만큼 강릉단오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국을 중국 문화의 약탈범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한국의 단오는 중국의 굴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옷날의 성격에 맞게 개발한 지역 민속 축제를 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이어서 중국의 명절을 한국에 빼앗겼다고 우려할 필요도, 더더욱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일부 중국 학자들도 이같이 주장하지만 악화된 정서를 돌이키기엔 역부족이다. 당장 지난 3일 ‘고대 중국 화폐에 한글로 보이는 두 글자를 찾아냈다.’고 밝힌 한국의 한 주역 연구가의 주장이 전해지면서 반한 감정이 들끓었다. 한국에선 눈길도 끌지 못한 이 학설이 중국에선 “한국이 중국 고화폐에 한글이 있다고 또 우긴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4일 하루에만 ‘한국의 중국 문화 도적질’이란 비난성 댓글이 무려 2000만건도 넘게 올라왔다. 앞서 한자(漢字), 공자(孔子) 등 한국인이 보기에도 황당한 출처 모를 문화 기원에 관한 오해가 응어리처럼 깊게 축적된 탓이다.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한·일정보협정 문제는 외교문제를 넘어 반한 여론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큰 돈을 벌면서도 틈만 나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의 뒤통수를 치려 한다.’는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쉽게 조성된다. 2007년 신화통신 계열의 신문이 실시한 국가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은 중국인이 싫어하는 국가 1위에 처음 꼽힌 이후 지금도 네티즌들로부터 주요 비호감 국가로 거론된다. 물론 한국인의 중국 혐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역사 문제로 따지자면 할 말이 더 많다. 중국이 한국의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킨 동북공정이나, 동북공정을 완성하기 위한 만리장성 늘리기 공정이 대표적이다.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민족·영토 통합용으로 내놓는 주장이라지만 역사를 입맛대로 왜곡하는 행위는 몰상식하다. 분단의 아픔을 초래한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위대한 승리로만 부각시키는 것은 한국인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역사 문제는 민족의 자존심이나 긍지와 연결돼 있어 이성을 마비시키고 민족주의를 고조시킨다. 협상의 여지가 없어 해소되지도 않고 작은 계기만 있어도 거대한 혐오의 불길로 번지기 쉽다. 올해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 20주년을 맞지만 양국 관계는 성숙되기보다 역사 문제로 서로 반감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단옷날에 대한 중국인의 질문에 뭐라 말하면 현명한 답이 될까. 인식이란 한 번 형성되면 바꾸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양국이 역사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수교 20주년을 맞아 곰곰이 생각해 본다. jhj@seoul.co.kr
  • 취직 빌미로 사기친 미모의 채팅女, 체포하고 보니…

    취직을 빌미로 거액을 갈취한 미모의 채팅녀가 경찰에 체포됐지만 정작 사기를 당한 남성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는 그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힌 사진과 전혀 닮지 않은 40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4일 중국 지역 위성TV 산시왕(SXTVS)은 산시성 시안에 있는 남자대학생이 채팅으로 알게 된 여성에게 속아 1만 5000위안(한화 약 268만원)을 송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가명)는 채팅을 통해 자신을 20대 여성이라고 밝힌 이와 연락을 하게 되면서 나중에는 직접 통화까지 할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이후 이씨는 그 여성으로부터 제복을 입고 있는 한 장의 미녀 사진을 받게 됐다. 그는 자신을 여군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씨는 “그녀는 순진한 소녀 같았다. 거의 매일 아침 날 깨워줬고, 저녁이 되면 ‘밥을 먹었느냐?’면서 전화로 걱정해줬다.”고 말해 자신이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화 속 목소리 역시 젊은 여성처럼 사랑스러웠고 예의도 바른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이씨는 그 여성으로부터 자신의 가족 중에 군의 고위층이 있다는 얘기와 함께 자신을 군에 추천해 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중국 역시 취업율이 낮기 때문에 이씨는 자신은 물론 친한 친구까지 끌어들여 수수료로 총 1만 5000위안(약 268만원)을 송금하고 말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이씨가 돈을 보내자 그 여성은 연락을 끊어 버린 것이다. 이씨는 그제서야 사기를 당한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체포된 여성은 군과 전혀 관련 없으며 해당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내려받은 것이라고 자백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소더버그 감독 ‘헤이와이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소더버그 감독 ‘헤이와이어’

    ‘헤이와이어’의 포스터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들의 얼굴로 채워져 있다. 그들 외에도 몇몇 굵직한 남자배우들이 군데군데 등장해 무게를 더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영화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지나 카라노다. 사실 그녀는 격투기 무대에서 멋진 외모와 실력으로 유명해진 여전사라고 한다. 영화를 보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왜 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는지 알게 된다. 몸과 몸의 과격한 대결로 전개되는 영화인 만큼 카라노의 뛰어난 액션 실력은 영화에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스포츠 스타로 활동하다 영화에 갓 데뷔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고 강렬한 표정도 그녀에 대한 호감 요소로 작용한다. ‘헤이와이어’는 외딴 식당에서 느닷없이 벌어지는 화끈한 액션으로 시작한다. 동료 남자요원을 때려 눕힌 주인공 말로리는 넋을 잃고 바라보던 남자에게 차를 요구한다. 불안에 떨던 남자는 그녀의 팔에 난 상처를 응급 치료해 준다. 남자는 특별해 보이는 그녀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녀 또한 싫지 않다는 듯이 특수요원으로 일하다 난관에 부닥친 사연을 이야기한다. 남자는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왜? 재미있으니까. 그것이 소더버그가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다. 영화란 그런 거다. 모르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신기한 이야기가 영화의 첫걸음 아니던가. 소더버그는 그 재미를 아는 감독이다. 더욱이 남자에게 지금껏 들은 인물과 장소를 외워 보라고 주문하는 말로리를 통해 복잡한 줄거리를 복습할 시간까지 부여한다. ‘헤이와이어’는 선이 굵고 군더더기가 없는 작품이다. 1970년대의 남성 액션영화를 닮았으며, 복고풍으로 편곡된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에 일조한다. 뉴욕, 워싱턴, 바르셀로나, 더블린, 뉴멕시코를 오가고 수많은 인물이 엮여 있지만, 영화는 억울하게 곤경에 빠진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묵직하게 흘러간다. 줄거리에서 ‘본 아이덴티티’류의 복잡한 액션물이 연상되는 것과 반대로, ‘헤이와이어’는 추악한 남자들을 주먹으로 제압하는 아름다운 여자의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다. 악당과 주인공을 불문하고 모든 인물들이 서툰 감정놀음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가족과 연인 관계 등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자기 역할에만 충실한 인물이 ‘헤이와이어’의 쿨함을 완성한다. 영화의 경쾌함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건조함을 유지하는 것, 소더버그의 연출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198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소더버그는 10년이 지날 즈음 진가를 드러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그는 매년 거의 두 편씩 영화를 발표하고 있는데, 작품 수보다 놀라운 건 폭넓은 스펙트럼이다. 넘쳐 흐르는 창작욕을 반영한 작품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동시에 그리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소더버그는 A급 감독 가운데 옛 할리우드의 장인에 가장 가깝다. 동시대 감독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작가성을 뽐낼 영화에 매진하는 동안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창작열을 불태우는 쪽을 택했다. 진정한 창조란 그런 정신에서 비롯된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지금 할리우드의 노른자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소더버그와 (평작을 포함한) 그의 영화들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일 개봉. 영화평론가
  • 라라베시, 여름철용 제품 ‘타잔크림’ 출시···타잔 제인?

    라라베시, 여름철용 제품 ‘타잔크림’ 출시···타잔 제인?

     고온 다습한 날씨에 따가운 자외선까지···. 피부에 여름은 피하고 싶은 계절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피부의 수분 증발량이 증가하고, 피부는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 피지를 더 많이 분비한다. 우리 몸의 피지선 활동량은 기온이 1도 오를 때 10%씩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라라베시는 여름철의 고민인 피부의 ‘광(光) 트러블’을 완화하고 24시간 보습이 가능한 악마크림 3탄인 ‘리얼 아마존 타잔크림’을 최근 출시했다. 악마크림이란 라라베시가 제안한 4계절 프로젝트 수분크림이다. 1탄인 ‘스팀크림’과 2탄 ‘테티스크림’은 소셜커머스업체의 온라인 판매에서 모두 팔려 화제를 낳았다.  라라베시는 악마크림 3탄 출시에 앞서 ‘악마크림 실종사건’이란 티저 이벤트를 통해 블로거와 누리꾼에게 제품을 공개했었다. 이 이벤트에서는 제품과 관련한 단서들을 블로그에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정답자에게 순금 10돈과 악마크림 3탄 경품을 준다. ‘리얼 아마존 타잔크림’은 천연 유기농산품인 아사이베리와 히알루론산을 함유한 피부 친화적 보습 크림이다. 아사이베리는 미국 농무부(USDA)와 유기농 생산물 보호감시 국제단체인 ‘에코서트(ecocert)’의 제품 인증을 받아 일반 아사이베리 추출물보다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피부 장벽을 강화시킨다. 히알루론산도 피부에 습기를 보호하고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라라베시 브랜드를 총괄하는 진원 실장은 “여름철에는 뜨겁고 강한 햇빛으로 인해 피부색이 갈색화 되고 각종 색소반이 증가하면서 주름이 생긴다.”면서 “리얼 아마존 타잔크림은 주성분이 주는 효과 외에도 천연 오일로 배합돼 여름철 피부관리에 많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대선주자 동행취재] (1) 민주당 문재인

    [대선주자 동행취재] (1) 민주당 문재인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대선예비주자로서 처음 찾아 나선 것은 ‘일자리’였다. 18일 새벽 3시 30분에 눈을 뜬 문 고문은 간단히 요기를 마친 뒤 곧바로 최근 이사한 서울 구기동 집을 나서 구로동 인력시장으로 향했다.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5시. 문 고문은 서울 구로동 남구로역 2번 출구 앞에 섰다. 이곳에는 하루 일거리를 찾아 모여든 일용노동직 구직자 100여명이 ‘팔려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까만 바지에 파란 줄무늬 와이셔츠, 감색 점퍼를 걸친 문 고문은 지역구 의원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함께 구직자들에게 커피를 타주며 “경기가 가라앉아 더 힘들다. 오늘 다 일 구하라.”며 격려했다. 그러나 새벽 인력시장의 분위기는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문 고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구직자들도 있었지만 “평상시에 돌아다녀라.”라는 핀잔이 등 뒤에서 날아오기도 했다. 웃음 담은 문 고문의 얼굴은 문득문득 어색해졌다. 문 고문은 30분간 일용노동자와 커피 대화를 나눈 뒤 지역구직센터인 ‘남부인력개발’을 찾아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내부에는 문 고문의 민생탐방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문 고문은 50분가량 진행된 간담회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문 고문은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와 만나 “가슴이 막힌다. 실업 급여 지급 요건을 완화하고 구직을 위한 직업훈련기간에는 생계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길거리가 아닌 대기 장소와 휴게시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력시장을 뒤로하고 문 고문은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일일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생으로 변신한 것이다. 오전 6시 30분 인근 편의점에 도착한 문 고문은 ‘문재인’이라는 명찰이 달린 편의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대 ‘선임 알바생’이 문 고문에게 ‘지침’을 내렸다. 바코드는 어떻게 읽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입 알바생은 배워야 할 게 많았다. 문 고문은 “손님이 좀 와야 일당을 받을 텐데 몰려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취재진에게 애교 섞인 엄살을 부렸다. 첫 손님이 계산대에 다가오자 “아유, 반갑다. 출근길이냐.”며 인사를 건넨 뒤 “멤버십 카드 없어요? 현금으로 계산하실래요?”라고 묻기도 했다. 문 고문을 알아보고 깜짝 놀라는 시민도 있었고, 활짝 웃으며 문 고문과 ‘인증샷’을 찍는 시민도 있었다. 금세 계산대 앞 줄이 길어졌다. 회사원 조민경(32·여)씨는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니 뜻밖이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호감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1시간 50분을 일하고 문 고문이 받은 일당은 최저임금인 시급 4580원. 활짝 웃으며 돈 봉투를 받은 문 고문은 “힘들다. 단순한 일 같아도 시종일관 친절해야 하고 계산도 제대로 해야 해 굉장히 긴장된다. 의자가 있으면 좋을 텐데. 처음이라 시급 최저임금을 받았는데 너무 낮다. 평균 임금의 50% 수준으로 최저 임금을 많이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근 식당에서 감자탕으로 편의점 알바생들과 아침식사를 함께 한 문 고문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호소를 묵묵히 듣는 것으로 대선후보의 첫발을 뗐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佛 최연소 당선자 FN 마리옹 르펜

    17일(현지시간) 끝난 프랑스 총선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에 희비를 동시에 안겼다. 지난 4월 대선에서 18%를 득표해 3위에 올랐던 마린 르펜(44) 대표는 근소한 표차로 패한 반면 그녀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22)은 프랑스 의정 사상 최연소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국민전선 창설자 장마리 르펜(84) 전 대표의 손녀이자 마린 르펜의 언니의 딸인 마리옹은 남동부 카르팡트라 지역구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3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결선에서 49%를 얻어 승리했다. 카르팡트라 지역구는 국민전선이 유일하게 지방의원을 보유한 곳이지만 1990년 신나치 우익들이 이 지역 유대인 묘지를 훼손하는 사건에 극우전선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파리 근교 부자 동네인 생클루에서 태어나 할아버지를 비롯한 대가족들과 생활해온 마리옹은 현재 파리 2대학 공법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18세 때 국민전선의 정식 당원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도 등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민자 입국 제한, 치안 강화, 보호무역주의 등 그녀가 주장하는 공약들은 국민전선의 주장과 대부분 일치하지만 겸손한 태도와 밝은 표정으로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다는 평이다. 마리옹은 당선 확정 직후 “국가 지도자들이 우리 얘기를 주의 깊게 듣는다면 왜 프랑스 젊은이들이 극우전선을 지지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의회에서 프랑스 국권과 프랑스인들의 권리 강화를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반이민, 반유로를 내세운 국민전선은 이번 총선에서 마리옹 등 2명의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1988년 이후 24년 만에 의회 재진출의 숙원을 풀었다. 국민전선은 장마리 르펜이 1972년 설립해 수십년 동안 당을 장악한 뒤 딸 마린에게 대표직을 물려준 데 이어 손녀까지 당을 대표하는 정치 스타로 발돋움하면서 3대 대물림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건 Inside] (36) 산악회 내연女 “아이들까지 버렸다”는 말에…

    [사건 Inside] (36) 산악회 내연女 “아이들까지 버렸다”는 말에…

    “당신이랑은 더 만나기 싫어. 두 번 다시 전화하지마.” 남자는 분노했다. 이 여자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버렸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끝내자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거야? 내가 왜 이혼까지 했는데.” 여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남자는 분을 참아내지 못했다. 손으로 여자의 목을 강하게 눌렀고, 그 상태로 한참을 기다렸다. 싸늘하게 식어있는 여자의 시신.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하던 남자는 낙동강변으로 차를 몰았다. 지난 7일 남자는 시신을 유기한 부산 강서구 생태공원의 갈대밭을 찾았다. 5월 28일 살인을 한 지 딱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범행 현장검증. 초점 없는 눈동자에 멍한 표정으로 범행을 재연한 강모(53)씨. 잔혹한 범행의 불씨는 ‘사랑’이었다. “나를 위해 아이도 버린다는 말에…” 잘못된 만남의 시작 부산 서구에 살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던 강씨가 살해된 A(41)씨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A씨가 건강도 챙기고 친구도 사귈겸 산악회에 가입하면서부터다. 강씨는 이 산악회의 회장이었다. 풍경 좋고 공기 맑은 곳을 함께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호감이 싹텄다.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밝게 생활하는 이혼녀 A씨에게 가정이 있던 강씨가 먼저 마음을 주었다고 한다. A씨도 자상한 강씨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산악회 가입 한 달 만에 뒤 A씨가 강씨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전(前) 남편이 우리 사이를 알게 됐어요. 새롭게 출발하라더군요. 아이들은 자기가 키울 테니.” 고민 끝에 전 남편이 하자는대로 했다고 A씨는 고백했다. A씨가 사망했으니 정확한 의도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강씨에게는 자기가 아이들을 포기한 만큼 부인과 이혼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달라는 말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사랑하는 여인이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두 사람의 관계는 산악회 회원들이 모두 알 정도로 티가 났다. 한 산악회 회원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몇몇 회원들이 강씨에게 바람을 피우면 안된다고 진지하게 충고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위의 충고도 이미 불붙은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 없었다. 강씨의 지인들은 그가 산악회뿐 아니라 다른 모임에도 보란듯이 애인 A씨를 데리고 다녔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은 오래지 않아 꼬리를 밟혔다. A씨와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강씨가 실수로 전화기의 통화녹음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그 대화를 강씨의 아내가 듣게 됐다. 강씨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A씨와의 만남을 이어가자 아내는 결국 이혼을 요구했고 지난해 12월 강씨는 드디어 ‘합법적인 솔로’가 됐다. 사랑을 선택한 중년 남성, 애인을 살해한 뒤… 하지만 이때부터 연애전선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원래는 잘 지냈어요. 함께 하는 시간도 많았고요. 그런데 막상 이혼을 하니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집에도 오지 말라고 하고, 이런저런 핑계도 많아지고….” 점점 자신을 멀리하는 애인의 태도에 강씨는 답답해졌다.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A씨는 딱부러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갔다. 지난달 28일 A씨가 오랜 만에 먼저 연락을 해왔다. 저녁을 사달라고 했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강씨는 들뜬 마음으로 데이트를 준비했다.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인근 횟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강씨의 차에 올라탄 A씨는 집에 가기 전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강씨는 한적한 곳에 차를 댔다. 그녀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꺼냈다. “직장에서 세 살 어린 이혼남을 만나고 있어요. 그러니 앞으로는 연락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강씨가 애걸했지만 싸늘하게 식은 A씨의 마음은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가정까지 버리고 선택한 사랑이었건만 이제와 다른 남자를 만나겠다며 헤어지자니. 분노에 강씨는 눈이 멀었다. 인근 공원의 인적 드문 곳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건설일을 하던 터라 차 안에는 삽이 있었다. 다음날부터는 공사장에 일을 나갔다.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의심을 피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태연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A씨의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내면서 범행은 금세 들통났다. 두 사람의 관계가 워낙 잘 알려져 있었던 데다 실종 직전 휴대전화 통화기록에도 그의 이름이 빼곡했다. 경찰은 지난 4일 강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경찰에서 “그녀가 죽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절규했다고 한다. 가정 대신 사랑을 선택했던 평범한 중년 남성. 잘못된 선택으로 삶의 모든 것을 상실한 그는 어두운 감옥의 차가운 벽을 바라보며 무엇을 떠올리고 있을까.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영 어덜트’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영 어덜트’

    30대 후반 이혼녀인 메이비스(샬리즈 시어런)는 미니애폴리스의 고층 아파트에 살며 ‘영 어덜트’ 소설을 쓴다. 시리즈 소설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마지막 편을 준비 중인 지금, 그녀는 학창시절에 사귀었던 남자친구 버디의 메일을 받는다. 새로 태어난 아기의 잔치에 초대한다는 글에 그녀는 딴마음을 품는다. 결혼 생활에 지친 그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한 그녀는 10여 년 전에 떠난 고향마을을 찾는다. 오랜만에 재회한 버디가 담담한 태도로 응하자 메이비스는 당황한다. 평범하면서 모범적인 가장인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버디 대신 고교시절에 따돌림을 당했던 매트와 친해진다.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은 공유하는 부분이 많음을 발견한다. 메이비스는 추락한 여왕이다. 고등학교 졸업 당시 여왕으로 뽑혔던 그녀는 모든 남학생들이 꿈꾸는 소녀였다. 원대한 희망을 품고 대도시에 진출했으나 외모보다 부족한 재능은 그녀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결혼은 실패로 끝났고, 얄팍한 글 솜씨 덕에 대필 작가로 활동하면서 밥벌이하는 게 전부다. 여전히 십대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는 자유롭고 우아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애써 자위한다. 하지만, 현실은 씁쓸하다.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아파트에서 낮잠을 자며 하루를 보내는 신세이고, 곁을 지키는 건 강아지 한 마리뿐이다. 눈앞에 닥친 사십대는 미래를 바꾸기에 너무 늦은 시간일까.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가 하는 짓거리는 전부 한심해 보인다. 그래도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라면 누구나 몸부림치게 마련이다. ‘영 어덜트’는 미국영화의 기대주로 떠오른 제이슨 라이트먼의 신작이다. 남다른 인물을 빚는 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라이트먼은 이번에도 장기를 살린다. ‘영 어덜트’는 ‘흡연, 감사합니다’ ‘주노’ ‘인 디 에어’를 잇는 라이트먼 식 인물 탐구다. ‘담배업계 대변인, 임신한 십대, 해고 전문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대필 작가는 개중 밉살스럽다. 그녀가 곁에 있다면 그렇게 살지 말라고 훈계하고 싶다. 라이트먼의 영화를 보노라면 그의 악취미가 궁금해진다. 호감 가는 인물로 꾸민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그의 사전에 없다. 왜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멋지고 예쁜 배우들을 불러와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매번 모난 인물을 연기하도록 주문하는 걸까. 메이비스의 실체를 파악한 고향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여자쯤으로 취급하거나 불쌍한 처지를 동정한다.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으나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그는 성장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철없이 굴던 메이비스가 끝내 눈물을 흘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알코올에 의존해 숨는 그녀를 본인조차 사랑하지 못할 판이다. 라이트먼 영화의 가치는, 인물이 현실의 규칙에 적응하게끔 이끌지 않는 데 있다. 메이비스는 눈물을 털어내고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라이트먼은 관객이 그녀를 흉보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투로 영화를 끝맺는다. 그것이 라이트먼 영화가 성숙을 대하는 방식이다. 하긴 세상에 평범하고 착한 척하는 사람만 있다면 무슨 재미인가. 고작 뉘우치고 사라질 임무를 안기려고 신이 골칫거리를 창조하진 않았을 게다. 개봉 없이 홈비디오로 직행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 “극장 온 동성애자들도 행복 판타지 꿈꿨으면”

    “극장 온 동성애자들도 행복 판타지 꿈꿨으면”

    게이와 레즈비언의 위장 결혼을 밝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1일 개봉). 이 영화의 연출은 지난해 흥행작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의뢰인’의 제작자인 김조광수(47) 청년필름 대표의 장편 데뷔작이다. 하지만 그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로 사회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조광수 감독을 지난 13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났다. →제작자로 활동하다가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계기는. -처음 단편 영화를 연출할 때 장편까지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장편을 연출한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탄력이 붙었을 때 제작이나 열심히 하라면서 말렸다. 외부에서 검증을 받아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해서 한 영화제에 이번 작품의 기획서를 제출해 상을 받아 제작하게 됐다. →영화는 결혼적령기의 게이 민수(김동윤)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위장 결혼을 하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풀어가려고 했나. -위장 결혼을 다루되 소동극의 형태로 장르적 외피를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져 왔다.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오마주로 큰 틀을 비슷하게 하고 그 속에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넣었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밝고 명랑한 퀴어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얼마나 힘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실제로는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다.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처럼 극장에서 행복 판타지를 꿈꿨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극장에서까지 현실을 목도하고 우울함을 겪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극중 민수는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효진은 법적 싱글에겐 힘든 아이 입양을 위해서 서로 다른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한다. 소재는 어디에서 얻었나. -주변에 위장 결혼을 하거나 할 대상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위장 결혼을 하려다가 시집살이에 며느리 노릇을 강요해 현실을 깨닫고 포기하는 등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위장 결혼을 한 뒤에 왜 아이가 없느냐면서 한약을 계속 대거나 산부인과에 끌려다니는 통에 괴로워하는 커플을 본 적도 있다. 효진의 캐릭터는 레즈비언의 85% 이상이 입양을 하거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는 설문조사에서 착안했다. →캐스팅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톱스타들에게 대본을 돌렸지만 거절당했다. 그래서 대중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 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다. 드라마 ‘동이’에서 뜰 뻔하다가 함께 나오던 최철호씨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비중이 확 떨어진 김동윤이 대표적이다. 류현경도 영화 ‘쩨쩨한 로맨스’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했기 때문에 주연으로 끌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에게 동성애자들의 러브신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여기에 다들 동의했다. →영화는 주인공 민수가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절정에 달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볍지만 메시지는 강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커밍아웃을 하지 못해 위장 결혼으로 자기를 숨긴 민수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이성애자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공감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바꿔줬으면 했다. 꼭 성 정체성에 대한 커밍아웃이 아니더라도 내면의 비밀이나 문제를 고백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뢰인’ 등 지난해 영화 두 편이 성공했는데, 제작자로서 생각하는 흥행의 비결은. -15년 동안 상업영화, 독립 영화 가리지 않고 꾸준히 제작한 것이 비결인 것 같다. 일단 저희 회사는 개성 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추구한다. 다른 회사에서 안 만들 것 같은 영화라도 새로운 느낌이면 완성도를 높이는 식이다. 현재 ‘조선명탐정’ 시리즈 2편을 준비하고 있고, 아버지의 빚을 떠안게 된 삼류 배우가 왕회장의 아들로 들어가면서 겪는 해프닝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배우 수업’의 촬영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9세 연하의 동성 애인과 결혼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는데. -저희 어머니는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하셨고, 상대 쪽 부모님이 아직 허락을 하시지 않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동성과의 결혼은 허가가 나지 않지만, 결혼식을 마친 뒤 구청에서 혼인신고가 반려된다면 헌법소원을 내고 싸울 예정이다.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나는 동성애자가 뭔지도 모른 채 사춘기를 우울하게 보냈고, 커밍아웃을 할 때도 남들이 알면 외면할 것 같고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정말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영화판이 덜 보수적이라서 편하게 드러낼 수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부모님이었다. 어머니는 3년 동안 빨래를 하시다가도, 설거지를 하시다가도 우실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들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신 뒤 편해지셨다. →앞으로 작품 계획은. -다음 연출작으로 40대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법정 영화를 기획 중이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다작을 하려고 한다. 제작자로서는 ‘조선명탐정’ 2편이 잘되어서 시리즈로 정착해 회사를 든든히 받쳐주는 버팀목이 됐으면 좋겠다(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아이언맨3’ 촬영 스틸 최초 공개…새로운 슈트 나올까

    ‘아이언맨3’ 촬영 스틸 최초 공개…새로운 슈트 나올까

    슈퍼히어로 영화 중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의 새 시리즈 촬영 스틸이 최초 공개됐다. msnbc.com 등 해외 복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제작사인 월트디즈니가 공개한 사진은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자신의 작업실에 전시된 수많은 슈퍼 슈트(suit)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관객들이 새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전편보다 업그레이드 된 슈트의 등장을 바라고 있는 만큼, 다채로운 디자인의 슈트들이 유독 눈에 띤다. 비록 슬레이트 판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아이언맨, 호크아이, 헐크, 블랙위도우, 캡틴아메리카, 토르 등 인기만점 슈퍼히어로들이 총집합한 영화 ‘어벤져스’가 국내에서는 700만 관객을, 전 세계에서는 역대 흥행작 3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면서 슈퍼히어로 후속작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국내 슈퍼히어로 영화 관객수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가장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를 자랑하는 ‘아이언맨’ 새 시리즈의 크랭크인 소식은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아이언맨3’는 2013년 5월 3일 개봉을 목표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촬영을 시작했으며, 전편과 달리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사와 합작, 대대적인 중국시장 노리기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충무로는 지금 ‘캐릭터 코미디’ 전성시대

    충무로는 지금 ‘캐릭터 코미디’ 전성시대

    ‘캐릭터가 떠야 영화가 뜬다!’ 요즘 충무로는 캐릭터 코미디 영화 전성시대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 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캐릭터 코미디 영화는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거나 드라마를 강조하기보다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측면이 크다. 이 때문에 요즘 충무로는 이색 캐릭터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6일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대표적인 캐릭터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의 중심축은 입만 열면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독설가형 아내 연정인(임수정)의 캐릭터가 이끌고 있다. 극 중 정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잔소리꾼 아내로 튀다 못해 노골적인 것이 매력이다. 한편 정인을 유혹하기 위해 투입되는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도 카리스마 넘치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준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정인은 노골적이고 솔직해 비호감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면의 외로움에서 비롯됐다는 데서 관객이 공감을 느끼도록 했다.”면서 “성기는 진지하면서도 익숙한 유머에서 벗어나 약간 변주된 글로벌한 이미지의 바람둥이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영화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캐릭터들을 입체감 있게 그리려고 노력했고 예측이 안 되고 호기심을 주는 캐릭터와 그들의 소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강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차형사’도 캐릭터의 개성으로 승부하는 코미디 영화다. 뚱뚱하고 지저분한 형사 차철수(강지환)가 패션 모델로 위장 잠입해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이유로 극 초반은 노숙자를 떠올리게 하는 비호감 캐릭터인 차 형사의 에피소드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도 차 형사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실제로 살을 10㎏ 넘게 살을 찌웠다가 뺀 강지환에게 맞추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GO’도 여주인공 천수로(고현정) 캐릭터의 비중이 크다. 극 중 천수로는 소심하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여인으로 맹하고 대책 없이 착한 심성을 지닌 인물로 나온다. 고현정은 촌스러운 캐릭터를 위해 피부 메이크업조차 받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천수로의 캐릭터가 범죄의 여왕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코미디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개봉하는 ‘아부의 왕’에는 ‘혀고수’라는 이름의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성동일이 맡은 역할은 혀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로 보험왕, 정치인 컨설턴트, 로비스트,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라는 이력을 달고 다니는 아부계의 숨은 전설이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의 대가 성동일이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생활 밀착형 코미디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기파 배우 윤제문의 첫 주연작인 ‘나는 공무원이다’도 10년차 7급 공무원을 주인공으로 한 캐릭터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한대희는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공무원이다. 각종 민원전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지닌 ‘평정심의 대가’이자 10년 동안 ‘TV 친구’ 유재석과 이경규를 만나온 일상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동안 주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윤제문이 귀엽고 코믹한 캐릭터에 도전해 그의 연기 변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캐릭터 코미디 영화의 열풍을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진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코미디 영화가 과거 조폭 코미디류 같은 평면적인 코미디에서 잘 기획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강조한 코미디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면서 “캐릭터 코미디는 예측과 기대를 배반한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주고 그러한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1차원적인 웃음에 머물렀던 한국형 코미디가 진화하는 과정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이창현 부장은 “올 상반기에는 무겁고 진지한 장르나 상황식 코미디보다 억지 웃음이 아닌 호감을 주는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내세운 코미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총선, 대선 등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복잡하지 않고 쉽고 즉각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캐릭터 코미디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캐릭터 코미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배우에 대한 호감도와 캐릭터의 연기력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미쓰GO’의 배급사 NEW 마케팅팀의 박준경 팀장은 “캐릭터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배우의 호감도가 있어야 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성공한다.”면서 “캐릭터 자체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물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과 만났을 때의 상호 작용과 연쇄 작용까지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페이스북 사용자도 “광고 효과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이용자 5명 가운데 4명은 페이스북에 게재된 광고나 의견을 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적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 전문업체 입소스(Ipsos)와 공동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페이스북의 광고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사 결과 페이스북 이용자의 34%가 6개월 전보다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20%만이 사용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시간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34%는 “지루해서”, “관련성이 없거나, 유익하지 않아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서”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또 응답자의 44%는 기업공개(IPO) 실패로 페이스북에 대한 호감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지난달 기업공개 이후 시장의 혹독한 평가와 수익창출 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전 세계 9억명의 이용자 기반을 광고수익과 연결하려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통신은 페이스북의 광고효과가 이메일이나 우편광고보다 떨어진다는 조사결과가 지난 2월 나왔고, 미국에서 3번째로 큰 광고주인 제너럴 모터스가 지난달 페이스북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점을 상기시켰다. 정보통신(IT) 리서치 자문기관 가트너의 분석가 레이 발데스는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초기 호기심이 사라지는 ‘피로현상’의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새로운 종류의 상호작용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IPO 이후 29%나 폭락했으며, 시장가치도 300억 달러(약 35조4000억원)가 줄어 74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페이스북 주식은 4일에도 3% 하락해, 26.90달러의 종가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미국인 103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21%는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콧대 높은 할리우드 스타 한국으로 총출동 왜 할까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콧대 높은 할리우드 스타 한국으로 총출동 왜 할까

    요즘 극장가에 ‘어벤져스’를 필두로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이 거세다. 때맞춰 할리우드 스타들의 한국행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맨 인 블랙 3’는 아예 한국에서 전 세계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오는 14일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남녀 주인공 앤드루 가필드와 에마 스톤, 마크 웹 감독이 한국에 총출동한다. 이처럼 콧대 높던 할리우드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게 된 속사정은 무엇일까. ●아시아 흥행 바로미터 한국시장 그동안 외화의 아시아 홍보 방식은 일본이나 홍콩 중 한 국가를 거점으로 정하고 인근 국가들의 기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 등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국을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할리우드 톱스타와 감독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 일본에 들렀다가 관계자들의 통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방한하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양상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할리우드에서 차지하는 한국 시장의 규모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 ‘아바타’의 경우 아시아에서 한국 관객 동원력이 1~2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이었기 때문에 자국의 영화 소비가 줄어든 할리우드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7일 방한한 윌 스미스는 월드 프로모션을 한국에서 시작한 이유에 대해 “미국에서 계속 세계 시장을 공략하자는 시도를 하고 있고, 한국은 급성장 중인 시장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K팝 한류로 인한 한국 대중문화의 인지도 상승도 한 몫했다. 또한 원전 사고 등 침체된 분위기로 외화 소비가 시들해진 일본에 비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는 한국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외화 수입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불법복제 유통 막으려 전세계 첫개봉 또 하나의 이유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테스트 베드’(시험대)로서 효용성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외화 개봉에 느긋하고 반응이 느린 일본과 외화 상영에 일부 제한이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 시장은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해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의 흥행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국에서 외화 개봉을 둘러싼 신경전도 늘고 있다. 외화끼리도 경쟁작을 피하는 ‘눈치 작전’도 다반사다. 미국보다 무려 한 달이나 먼저 한국에서 개봉한 ‘배틀쉽’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먼저 개봉하려는 것은 불법 복제와도 무관치 않다. 한 외화 수입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봉을 하면 비슷한 시기에 DVD가 발매되는데, 그럴 경우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 최초 개봉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 스타들이 방한해 흥행에 미치는 효과는 어느 정도 될까. 하루 남짓 되는 체류 기간 동안 가장 크게 노리는 것은 사진이나 기사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효과)다. 거기에 톰 크루즈처럼 ‘친철한 톰아저씨’라는 호감있는 인상을 남길 경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리즈 위더스푼이나 브래드 피트처럼 흥행과 직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주 방한하는 아시아 스타들의 경우도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한 영화 홍보사 대표는 “할리우드 스타가 방한할 경우 외화 직배사들이 한국에서 집행할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erin@seoul.co.kr
  • MB 예방한 이멀트 GE회장 “한국과 R&D 협력 계속 확대해 갈 것”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을 접견하고 최근 세계 경제 상황과 에너지 미래산업의 방향, 한국에 대한 GE의 투자 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FTA 통과는 잘한 일” 이멀트 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통과를 위해 미국 자동차노조에 자유무역과 한·미 FTA의 이익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었다.”면서 “한·미 FTA 통과는 결국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 동향과 관련, “독일과 함께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현 금융 위기를 잘 헤쳐 나가고 있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리먼 사태’와 같은 위기가 또 올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멀트 회장은 이어 “앞으로도 한국과 연구 개발(R&D) 분야에서의 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위기 잘 헤쳐 나가고 있어”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GE가 오랫동안 한국에 투자해 와 한국 국민과 기업들이 호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과 협력할 기회를 많이 갖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GE는 1976년 GE 코리아를 설립한 이후 모두 5조 2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한국 내 투자와 고용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이 대통령은 또 “한국에서 한·미 FTA가 매우 어렵게 통과됐다.”면서 “기업에 계신 분들이 FTA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글로벌 시대] 영국 여왕 즉위 60주년/강승중 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글로벌 시대] 영국 여왕 즉위 60주년/강승중 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요즈음 영국 런던 시내 거리는 여기저기에 국기가 게양되고 축제를 준비하는 분위기이다. 1952년 왕위에 오른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6월 2일부터 열리기 때문이다. 영국 역사상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두 번째로 즉위 60주년을 맞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친근한 인상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왕 즉위 당시 영국인들은 여왕이 다스리면 나라가 잘된다는 속설에 따라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기대감을 품었다고 한다. 과거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이류국가에 머물던 영국을 강대국 위치에 올려놓았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절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 그에 비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후 60년은 영국이 내리막길을 걸어온 기간이었으나 그나마 여왕 덕에 영국의 위상이 급속한 추락을 모면하고 대외적 위신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여왕 재위 60년은 왕실의 권위도 실추된 기간이었으며 많은 고비가 있었다. 여왕의 여동생과 자녀는 이혼과 각종 추문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고 왕실 유지에 대한 회의론까지 대두하였다. 특히 1997년 국민의 사랑을 받던 다이애나비의 비극적 죽음은 왕실에 치명타를 안겨 주었으며 다이애나비에 대한 냉정한 태도 때문에 여왕마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여왕의 지혜로운 처신으로 그 후 비판이 수그러들었고, 작년 4월 서민적 풍모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윌리엄 왕자의 결혼을 계기로 왕실에 대한 호감이 다시 살아나 여왕 즉위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분위기가 마련되었다. 영국 왕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을 굳건히 지켜 오고 있어 근본적 신뢰감을 잃지 않고 있다. 영국 왕족들은 군 복무 전통을 이어 오면서 영국이 전쟁에 휩싸이면 기꺼이 참전해 왔다. 여왕 자신이 2차대전 당시 여군에 복무하면서 트럭 운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였고, 여왕의 둘째 아들인 앤드루 왕자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 헬리콥터 조종사로 참전하였으며, 둘째 왕손인 해리도 이라크 전쟁에 참가하였다. 영국이 천 년 넘게 현재까지 군주제를 유지해 온 것은 국왕이 국민통합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민은 국론분열이나 외부 침략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국왕을 중심으로 단결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영국은 13세기 초 마그나카르타 이후 약 5세기에 걸쳐 서서히 입헌군주국 체제를 굳혀왔으며, ‘군림하나 지배하지 않는’ 국왕이 상징적 권위를 유지하고 ‘지배하나 군림하지 않는’ 총리가 실제적 권력을 갖는 이원적 체제를 300년 가까이 유지해 오고 있다. 이러한 권력분점 체제하에서 국왕은 정쟁의 과녁에서 벗어나 국가원수로서의 상징을 유지하면서 국가통합의 안전판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엎으려 하기보다는 전통을 중시하고 타협의 가치를 인정하는 영국적 지혜에 바탕을 둔 것으로 유럽 대륙의 여러 나라가 혁명과 반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숱한 유혈 참극을 겪은 사실과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또한 영국이 과거 영국의 영토였거나 식민지였던 나라들로 ‘영국 연방’을 구성하여 국가적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국왕(여왕)이라는 연결고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영국 외 53개 영연방 국가들은 여왕의 상징적 권위를 인정하고 있으며,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15개국은 아직도 여왕을 자국의 국가원수로 모시고 있다. 영국의 국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영연방이 유지되는 데는 여왕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영국 왕실이 존경과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왕실의 노력과 전통의 힘을 믿는 영국인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에 노쇠해 가는 영국의 숨은 저력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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