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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5) 한국의 마음으로 빚은 사발(상)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5) 한국의 마음으로 빚은 사발(상)

    양산 통도사 안 용화전(龍華殿) 앞 마당에는 돌로 만든 큼직한 그릇이 있다.봉발대(奉鉢臺)라 부르는 매우 귀한 그릇이다. 매표소를 지나 절 안으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솔숲 사이로 두 갈래 길이 나온다.오른쪽 길은 걸어서 절에 오르도록 한 옛길이고,왼쪽 길은 자동차가 다니도록 새로 낸 길이다. 옛길을 따라 걸어서 일주문을 향한다.길 왼편 계곡으로 돌돌 맑은 물 흐르는 소리가 한낮의 고요를 씻고 있다.물 위엔 소나무 푸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흰구름 몇 조각이 소나무 그림자 위로 지난다.소나무는 미동도 않는다.마른 낙엽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파문을 일으키자 잠시 소나무 그림자도 흰구름도 함께 흔들린다.잠시 뒤 소나무는 고요한 그림자로 다시 돌아와 나그네를 달랜다. 용화전까지 왔다.용화전 안에 모셔져 있는 불상은 흰 빛깔이다.황금색의 다른 불상들과는 퍽 대조적이다.희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석가모니가 미륵에게 남긴 발우 형상화 그 불상은 미륵불이다.그리고 용화전이라는 그 전각의 용화(龍華)라는 말은 미륵신앙에서 예언하고 있는 신성한 장소를 뜻한다.미륵은 인간의 미래와 인연된 구원불이다.용화전 앞 마당에 있는 봉발대도 이 미륵불과 직접 관련된 종교적 상징물이다.미륵신앙,즉 석가모니불에 의하여 구원되지 못한 사람은 석가모니불 다음의 부처로 인간세계에 강림할 미륵불에 의하여 구원될 것이라는 오랜 역사를 먹고 자라온 신앙이다. 용화는 용화수(龍華樹)를 말한다.미래에 미륵불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구원의 법문을 하게 될 자리를 뜻한다. 옛 한국인들은 현재의 불행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미래의 예언자를 상정해 놓고 기다리는 신앙을 전통으로 간직해 왔다.그 구원자는 지금 도솔천에 머무르고 있는데,그 분을 미륵이라 여겼다.옛 사람들은 미륵이 장차 인간세상에 강림하면 어떤 방법으로 인간을 구원해야 할 것인지를 명상하는 모습을 만들어 놓고 미륵신앙을 키워왔는데,미륵이 미래 일을 생각하는 모습을 미륵반가사유상이라 불렀다. 이렇듯 미륵신앙은 한국인이 대를 물리면서 기다리고 있는 구세주다.삼국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서양인들,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들의 구원신앙과 매우 유사한 신앙체계라 말할 수 있다. 옛 한국인들은 미륵을 기다리는 세 가지 의식을 신앙으로 표현해 왔다. 첫째는 미륵삼부경,증일아함경 같은 경전을 중심으로 기도하면서 신앙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는 향목(香木)을 땅에다 묻어 놓고 미륵이 오면 선물하리라 여기며 기다렸다. 셋째는 경전에 기록된 바에 따라 석가모니가 사용하던 발우(鉢盂)가 미륵에게 전해짐으로써 인간 구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석가모니가 미륵에게 전해주기 위하여 남긴 발우를 형상화하여 모시고 있는 것이 통도사 봉발대다. 이같은 미륵신앙은 삼국통일의 혼란기인 후고구려,후백제 때 크게 일어났고,신라와 고려의 교체기와 고려 조선의 교체기에 민중들의 불안과 고통을 달래기 위해 크게 번창했다는 특징이 있으며,조선 말엽의 개항기와 일제시대에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구원사상으로 자리잡아왔다. 현대사회에 와서도 핵의 위기와 불안,생태계의 교란과 생명사상의 혼돈,에너지와 식량부족의 두려움,치유가 힘든 각종 질병으로부터의 고통과 공포,기후변화의 심각성,전통을 생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통도사 봉발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형태의 조형물이다.유일함만큼이나 그 생김새와 그곳에 안치된 역사적 배경 또한 예사롭지 않다. 보물 제471호인 봉발대는 봉발(奉鉢),바리,바릿대를 모시고 있다는 뜻이므로,봉발대는 발우를 보셔둔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어떤 특별한 목적에 따라서 돌로 발우를 만들어서 모셔두고 경배하면서 미륵이 강림하시기를 기다려 온 종교적 상징물인 것이다.특별한 목적이란 미륵불에 의하여 구원됨으로써 영원히 살 수 있는 하늘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다. ●봉발대는 1000년간 민중의 소망 응축한 걸작품 발우(鉢盂)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된 승려들의 식기(食器)이면서 신성한 법물(法物)의 하나인데,산스크리트 파트라(patra)를 음역하여 발(鉢)이라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그런 다음 중국문화에서 그릇을 말하는 중국 고유의 글자인 그릇 우(盂)자를 덧붙여서 ‘발우’라는 말을 만들어 썼는데,이는 중국 문화가 외래 문화를 받아들여 중국화시키는 무서운 중화(中華)사상의 한 증거이기도 하다. 아무튼 통도사의 봉발대만큼 한국인의 역사와 정서,특히 민중들의 집단적인 소망과 시대의 표정을 한꺼번에 형상화시켜낸 조형물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려 선종(宣宗,재위 1083∼1094)의 문화적 업적으로 평가되는 이 봉발대는 1000여년이라는 역사와 함께 이 땅의 주인이자 머슴으로 살아온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인 농사의 풍년,자손의 번성과 건강,그리고 죄를 용서받고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응축되어 승화된 우리나라 민족 미술의 최고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봉발대가 사찰 경내에 있다하여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상징물로만 국한하는 견해는 이 조형물이 지닌 역사성과 예술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통도사는 이른바 미륵도량이 아닌데도 한국 유일의 이 석조물이 통도사에 모셔진 것은 통도사가 만법을 통달하여 일체 중생을 구원한다는 뜻을 지녔을 만큼 높은 격조를 지닌 사찰이어서 당대에 크게 풍미했던 미륵신앙을 국가 차원에서 끌어안은 것으로 보인다. ●남해안 사발 1450년 전후 日로 전래 봉발대의 봉발,즉 돌로 만들어진 이 발우는 뚜껑을 포함하여 높이가 1m,지름은 90cm가량인데,발우의 굽에는 별다른 장식도 없지만 빼어난 균형감을 보이고 있으며 매우 아름다운 곡선을 지녔다. 뚜껑을 제외하면 실제 발우 높이는 90cm인데,굽의 높이가 발우 전체 높이의 3분의1에 가깝다.그만큼 굽의 형태가 강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돌 발우의 형태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미륵신앙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일본 다도(茶道) 역사에서 ‘미(美)의 종교’로까지 추앙받는 조선의 사발(砂鉢)인 ‘이도차완(井戶茶碗)’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도차완의 조형적 기원이 이 돌 발우와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다. 문제의 이도차완이라는 사발은 14~15세기 조선시대에 경남 남해안에 인접한 어느 가마에서 그 지역 흙으로 만들어졌는데,1450년을 전후한 시기로부터 일본으로 흘러나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이름이 없었으나 일본에 가서 ‘이도(井戶)’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정확하게 1587년부터 ‘이도’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이 사발은 일본 중세사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일본의 최고 권력자들과 지배계층으로부터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 전설적인 미술품이 되었으며,그 중 하나인‘기자에몬이도’는 일본의 국보로까지 지정되어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일본 역사에서 차문화를 종교적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다도는 곧 일본의 정신사이기도 하다.특히 13~15세기의 가마쿠라막부,무로마치막부 시대의 정치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영향을 끼친 조선시대 서민들의 가옥 구조와 청빈한 승려들의 생활문화에 뒤이어,15~16세기의 일본 통일에 기여한 초암차(草庵茶)의 상징적 도구인 이도차완은 그 후 일본 다도역사에서 불멸의 아름다움을 지닌 찻사발로 칭송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차문화 전통이 결정한 10점의 국보 찻사발은 한국의 이도차완 한 점,중국의 천목차완 6점,일본의 라쿠차완 3점인데,아름다움으로는 첫째 이도차완,둘째 천목차완,셋째 라쿠차완 순으로 꼽고 있을 만큼 이도차완의 명성은 놀랍다. 약 200여점이 남아 있는 이 신비의 사발 이도차완과 양산 통도사 봉발은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5) 한국의 마음으로 빚은 사발(상)

    양산 통도사 안 용화전(龍華殿) 앞 마당에는 돌로 만든 큼직한 그릇이 있다.봉발대(奉鉢臺)라 부르는 매우 귀한 그릇이다. 매표소를 지나 절 안으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솔숲 사이로 두 갈래 길이 나온다.오른쪽 길은 걸어서 절에 오르도록 한 옛길이고,왼쪽 길은 자동차가 다니도록 새로 낸 길이다. 옛길을 따라 걸어서 일주문을 향한다.길 왼편 계곡으로 돌돌 맑은 물 흐르는 소리가 한낮의 고요를 씻고 있다.물 위엔 소나무 푸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흰구름 몇 조각이 소나무 그림자 위로 지난다.소나무는 미동도 않는다.마른 낙엽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파문을 일으키자 잠시 소나무 그림자도 흰구름도 함께 흔들린다.잠시 뒤 소나무는 고요한 그림자로 다시 돌아와 나그네를 달랜다. 용화전까지 왔다.용화전 안에 모셔져 있는 불상은 흰 빛깔이다.황금색의 다른 불상들과는 퍽 대조적이다.희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석가모니가 미륵에게 남긴 발우 형상화 그 불상은 미륵불이다.그리고 용화전이라는 그 전각의 용화(龍華)라는 말은 미륵신앙에서 예언하고 있는 신성한 장소를 뜻한다.미륵은 인간의 미래와 인연된 구원불이다.용화전 앞 마당에 있는 봉발대도 이 미륵불과 직접 관련된 종교적 상징물이다.미륵신앙,즉 석가모니불에 의하여 구원되지 못한 사람은 석가모니불 다음의 부처로 인간세계에 강림할 미륵불에 의하여 구원될 것이라는 오랜 역사를 먹고 자라온 신앙이다. 용화는 용화수(龍華樹)를 말한다.미래에 미륵불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구원의 법문을 하게 될 자리를 뜻한다. 옛 한국인들은 현재의 불행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미래의 예언자를 상정해 놓고 기다리는 신앙을 전통으로 간직해 왔다.그 구원자는 지금 도솔천에 머무르고 있는데,그 분을 미륵이라 여겼다.옛 사람들은 미륵이 장차 인간세상에 강림하면 어떤 방법으로 인간을 구원해야 할 것인지를 명상하는 모습을 만들어 놓고 미륵신앙을 키워왔는데,미륵이 미래 일을 생각하는 모습을 미륵반가사유상이라 불렀다. 이렇듯 미륵신앙은 한국인이 대를 물리면서 기다리고 있는 구세주다.삼국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서양인들,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들의 구원신앙과 매우 유사한 신앙체계라 말할 수 있다. 옛 한국인들은 미륵을 기다리는 세 가지 의식을 신앙으로 표현해 왔다. 첫째는 미륵삼부경,증일아함경 같은 경전을 중심으로 기도하면서 신앙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는 향목(香木)을 땅에다 묻어 놓고 미륵이 오면 선물하리라 여기며 기다렸다. 셋째는 경전에 기록된 바에 따라 석가모니가 사용하던 발우(鉢盂)가 미륵에게 전해짐으로써 인간 구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석가모니가 미륵에게 전해주기 위하여 남긴 발우를 형상화하여 모시고 있는 것이 통도사 봉발대다. 이같은 미륵신앙은 삼국통일의 혼란기인 후고구려,후백제 때 크게 일어났고,신라와 고려의 교체기와 고려 조선의 교체기에 민중들의 불안과 고통을 달래기 위해 크게 번창했다는 특징이 있으며,조선 말엽의 개항기와 일제시대에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구원사상으로 자리잡아왔다. 현대사회에 와서도 핵의 위기와 불안,생태계의 교란과 생명사상의 혼돈,에너지와 식량부족의 두려움,치유가 힘든 각종 질병으로부터의 고통과 공포,기후변화의 심각성,전통을 생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통도사 봉발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형태의 조형물이다.유일함만큼이나 그 생김새와 그곳에 안치된 역사적 배경 또한 예사롭지 않다. 보물 제471호인 봉발대는 봉발(奉鉢),바리,바릿대를 모시고 있다는 뜻이므로,봉발대는 발우를 보셔둔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어떤 특별한 목적에 따라서 돌로 발우를 만들어서 모셔두고 경배하면서 미륵이 강림하시기를 기다려 온 종교적 상징물인 것이다.특별한 목적이란 미륵불에 의하여 구원됨으로써 영원히 살 수 있는 하늘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다. ●봉발대는 1000년간 민중의 소망 응축한 걸작품 발우(鉢盂)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된 승려들의 식기(食器)이면서 신성한 법물(法物)의 하나인데,산스크리트 파트라(patra)를 음역하여 발(鉢)이라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그런 다음 중국문화에서 그릇을 말하는 중국 고유의 글자인 그릇 우(盂)자를 덧붙여서 ‘발우’라는 말을 만들어 썼는데,이는 중국 문화가 외래 문화를 받아들여 중국화시키는 무서운 중화(中華)사상의 한 증거이기도 하다. 아무튼 통도사의 봉발대만큼 한국인의 역사와 정서,특히 민중들의 집단적인 소망과 시대의 표정을 한꺼번에 형상화시켜낸 조형물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려 선종(宣宗,재위 1083∼1094)의 문화적 업적으로 평가되는 이 봉발대는 1000여년이라는 역사와 함께 이 땅의 주인이자 머슴으로 살아온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인 농사의 풍년,자손의 번성과 건강,그리고 죄를 용서받고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응축되어 승화된 우리나라 민족 미술의 최고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봉발대가 사찰 경내에 있다하여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상징물로만 국한하는 견해는 이 조형물이 지닌 역사성과 예술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통도사는 이른바 미륵도량이 아닌데도 한국 유일의 이 석조물이 통도사에 모셔진 것은 통도사가 만법을 통달하여 일체 중생을 구원한다는 뜻을 지녔을 만큼 높은 격조를 지닌 사찰이어서 당대에 크게 풍미했던 미륵신앙을 국가 차원에서 끌어안은 것으로 보인다. ●남해안 사발 1450년 전후 日로 전래 봉발대의 봉발,즉 돌로 만들어진 이 발우는 뚜껑을 포함하여 높이가 1m,지름은 90cm가량인데,발우의 굽에는 별다른 장식도 없지만 빼어난 균형감을 보이고 있으며 매우 아름다운 곡선을 지녔다. 뚜껑을 제외하면 실제 발우 높이는 90cm인데,굽의 높이가 발우 전체 높이의 3분의1에 가깝다.그만큼 굽의 형태가 강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돌 발우의 형태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미륵신앙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일본 다도(茶道) 역사에서 ‘미(美)의 종교’로까지 추앙받는 조선의 사발(砂鉢)인 ‘이도차완(井戶茶碗)’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도차완의 조형적 기원이 이 돌 발우와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다. 문제의 이도차완이라는 사발은 14~15세기 조선시대에 경남 남해안에 인접한 어느 가마에서 그 지역 흙으로 만들어졌는데,1450년을 전후한 시기로부터 일본으로 흘러나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이름이 없었으나 일본에 가서 ‘이도(井戶)’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정확하게 1587년부터 ‘이도’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이 사발은 일본 중세사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일본의 최고 권력자들과 지배계층으로부터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 전설적인 미술품이 되었으며,그 중 하나인‘기자에몬이도’는 일본의 국보로까지 지정되어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일본 역사에서 차문화를 종교적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다도는 곧 일본의 정신사이기도 하다.특히 13~15세기의 가마쿠라막부,무로마치막부 시대의 정치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영향을 끼친 조선시대 서민들의 가옥 구조와 청빈한 승려들의 생활문화에 뒤이어,15~16세기의 일본 통일에 기여한 초암차(草庵茶)의 상징적 도구인 이도차완은 그 후 일본 다도역사에서 불멸의 아름다움을 지닌 찻사발로 칭송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차문화 전통이 결정한 10점의 국보 찻사발은 한국의 이도차완 한 점,중국의 천목차완 6점,일본의 라쿠차완 3점인데,아름다움으로는 첫째 이도차완,둘째 천목차완,셋째 라쿠차완 순으로 꼽고 있을 만큼 이도차완의 명성은 놀랍다. 약 200여점이 남아 있는 이 신비의 사발 이도차완과 양산 통도사 봉발은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
  • [19일 TV 하이라이트]

    ●귀여운 여인(오후 8시20분) 세웅이 유학을 결심하자,청자는 병원으로 승은을 부른다.마침 죽을 싸들고 병실에 들어서던 세웅은 청자가 꾀병을 부렸음을 알고 승은을 끌고 나온다.병문안을 준비하는 유진에게 대웅은 그만하라고 말한다.유진은 대웅에게 청자 앞에서 파혼 얘기를 할 수 있다면 파혼해 주겠다며 비웃는다. ●세계 세계인(오전 10시40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폭탄 테러를 방지한다며 이들 거주지역에 장벽을 세웠다.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반발하고,이스라엘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와 직장을 가기 위해 매일 장벽을 넘고 있는 현장을 찾아간다. ●특선다큐(오후 10시) 1858년,인분이 거리 곳곳에 나뒹굴던 런던은 도시 전체가 배설물 더미에 파묻힐 위기에 처한다.런던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위생시설은 옛날 그대로였기 때문이다.이에 토목공학자 조제프 바젤제트는 오폐수와 배설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1050 정면승부(오후 10시50분) ‘버스 안에서’는 이야기 보따리를 싣고 연신내에서 일산으로 출발한다.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양계장 사람들과 곧 새신랑이 되는 헬스클럽 관장님 등을 만난다.‘대결 한판승부’는 도심속의 명소,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한 월미도 최고의 명인을 찾아 나선다. ●햇빛 쏟아지다(오후 9시55분) 민호는 본업인 경찰 일은 뒤로 한 채 의문사한 연우 아버지 사건의 실마리를 캐려고 뛰어다닌다.연우는 예강의 건강이 악화되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집을 팔 결심을 한다.민호 또한 돈을 빌리려고 백방으로 알아보다 자신의 장기를 팔 결심을 한다. ●달려라 울 엄마(오후 9시20분) 원종은 30년 동안 바라만 보던 영애와 연애를 하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하지만 영애는 원종 만큼의 감정이 없어 괜히 미안해진다.말숙과 명은은 영재의 관심을 얻으려 갖은 노력을 한다.석재와 천재는 영재가 좋다면 무조건 따라하는 두 사람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며 장난을 친다. ●백만송이 장미(오후 8시25분) 기고만장하는 순영이 못마땅한 귀분은 명주를 집으로 초대한다.갑작스럽게 명주의 방문을 통고 받은 순영은 당황스러워 한다.유경은 혜성 몰래 금자를 찾아가 모시고 살겠다고 하지만 금자는 거절한다.한편 귀분의 집을 방문한 명주는 의도적으로 현규의 사돈에 대해 묻는다.˝
  • 유럽도 ‘우주개발’ 잰걸음

    유럽이 우주탐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6일쯤 인류 최초의 혜성탐사선 ‘로제타’를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의 위치확인시스템(GPS)에 맞설 항법시스템 ‘갈릴레오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이달 초 유럽우주국(ESA)의 상업용로켓 프로그램에 12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연구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7일 “미국이 주도하는 우주 개발 계획이 유럽에게 심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유럽 최대의 우주기업 EADS의 우주작전팀장 프랑소와 오크의 말을 인용해 유럽측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우주탐사 경쟁은 미국이 지난달 화성정복 계획을 발표한 데다 중국이 인공위성과 유인우주선 발사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에 이은 2위국가 자리를 놓고 치열하다.일본과 인도,브라질,호주 등도 독자적인 위성발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탐사에 나서고 있는 유럽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역시 예산 문제.현재 유럽 각국 정부와 기구를 통틀어 우주탐사에 쓰는 예산은 연간 약 76억달러로,미국의 군과 민간 프로젝트 예산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ESA는 예산 문제에 대처하고 투자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근 EU의 집행기관 유럽위원회와 ‘우주행동 계획’에 서명했다.이에 따라 유럽국가들은 단기적으로 전문가와 시설을 공유하고 장기적으로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과 같은 공동 연구기관을 두게 될 전망이다.같은 차원에서 프랑스는 기업간 합병을 통해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국의 우주항공 기업 알카텔과 EADS 인공위성사업 부문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EU와 ESA는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미국의 신 우주전략에 대한 유럽의 반응’이라는 제목으로 설명회를 열고 공감대 확대에 나섰다. 황장석기자 surono@˝
  • [뷰익인비테이셔널] 댈리 '부활 샷’

    ‘돌아온 탕아’ 존 댈리(37)가 9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우승을 눈앞에 뒀다. 댈리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골프장 남코스(파72·7607야드)에서 열린 미프로골프(PGA) 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총상금 450만달러)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스튜어트 싱크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댈리가 우승을 거두면 지난 95년 브리티시오픈 이후 9년 만에 PGA 투어 대회 정상에 선다.91년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이듬해 BC오픈,그리고 94년 벨사우스클래식을 잇따라 제패한 데 이어 95년에는 브리티시오픈 우승컵까지 챙긴 댈리는 불어나는 체중 조절 실패와 알코올 중독 등으로 한동안 골프계를 떠났다 복귀,지난 2001년 유럽프로골프투어 BMW인터내셔널오픈 우승으로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 공동2위로 출발한 댈리는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315.5야드의 폭발적인 장타와 정확한 퍼트를 앞세워 타수를 줄여나갔다.6번홀(파5) 버디에 이어 9번홀(파5) 버디,그리고 18번홀(파5) 이글 등 파5홀에서만 무려 4타를 줄인 댈리는 장타자의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대회 2연패를 노리는 타이거 우즈는 댈리에 8타나 뒤진 공동21위에 머물렀다.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도 합계 1언더파 215타로 공동50위까지 밀려났고,나상욱(엘로드)도 공동76위까지 추락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15일 TV 하이라이트]

    ●도전,골든벨(오후 7시10분) ‘지성(至誠)’이라는 교훈 아래 창의적인 학생을 키우는 인천 연수여고를 찾아간다.이 학교 최고의 영화 마니아 조은실 학생이 감명 깊게 본 영화를 김홍성 MC와 재연한다.전교생을 대표해 최후의 도전자가 된 구하나 학생이 올해 첫 골든벨을 울릴 수 있을지 지켜본다. ●비타민(오후 10시) ‘몸짱만들기 선발대회’에 통과한 100명의 주부들로부터 살 때문에 생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어본다.2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되는 두 사람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지켜본다.‘스타스타 건강학’에서는 건강한 삶의 연장을 위한 맞춤 걷기법을 김동완 전진과 함께 알아본다. ●타임머신(오후 10시35분) ‘박수홍의 진짜?진짜!’는 1970년대 평소 여배우를 꿈꾸는 버스 여차장이 ‘결별’이라는 영화를 촬영하던 박노식·허장강씨를 목격하고는 필사의 하차를 감행했던 사건속으로 들어가 본다.‘별들의 고향’을 연출한 이장호 감독에게 그 당시의 여배우 등용기도 들어본다. ●도전!1000곡(오전 8시40분) 대한민국 CM송의 대부 김도향이 무대에 오른다.‘그게 정말이니’로 사랑받는 장나라의 귀여운 무대 매너와 트로트계의 혜성으로 불리는 박상철의 레퍼토리를 들어본다.개인기로 뭉친 ‘가짜 주현’ 문세윤과 ‘가짜 윤문식’ 김태환은 성대모사와 화려한 댄스를 선보인다. ●황제의 딸Ⅲ(오후 9시25분) 이강은 은주분에 중독되어 옥중에서 괴로워한다.그런 이강 앞에 자미가 나타나 모든 것을 참고 모사와 혼인하라고 한다.이때 모사가 은주분을 들고 나타나고 이강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혼인하겠다고 대답해 버린다.영기 일행은 황제가 허락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몰래 떠날 준비를 한다. ●삼색토크 여자(오후 9시10분) ‘RED’는 배우 서주희가 들려주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얽힌 얘기들 들어본다.‘BLUE’는 ‘여자의 성(性)’에 대한 화끈한 수다 한마당을 펼친다.‘GREEN’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클릭!자동차생활(오전 11시25분) 위성을 이용해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GPS 안전운전 도우미’의 다양한 기능과 현명한 선택법을 살펴본다.기름 대신 전기로 가는 국내 최초의 ‘양산 전기차’를 만들어낸 김만식씨의 이야기도 들어본다.‘세계의 명차’에서는 50년대 이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차를 소개한다. ˝
  • [13일 TV 하이라이트]

    ●백만송이 장미(오후 8시25분) 태일은 현규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흐느끼는 태일을 보며 현규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착잡하다.사정을 전혀 모르는 혜성과 혜란은 태일이 떠났다는 말에 망연자실한다.한편 태호는 현규의 친모가 뺑소니 교통 사고로 숨졌다는 순옥의 말에 깜짝 놀란다. ●사랑과 전쟁(오후 11시) 승우와 결혼을 앞둔 정미는 어느날 낯선 여자로부터 승우를 포기하라는 전화를 받는다.기가 막힌 정미는 누구냐고 따져 묻고,그 여자는 다름 아닌 승우의 형수 희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승우는 형수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거라며 둘러댄다.그러나 결혼 후에 형수의 집착은 더 심해진다. ●베스트극장(오후 9시55분) 딸과 아내를 해외로 유학 보낸 뒤 기러기 아빠로 지내고 있는 영호는 어느날 첫사랑인 소아과 의사 효진을 만난다.가끔 배가 아픈 영호는 그 핑계로 효진의 병원을 찾아가고,두사람의 만남이 이어진다.한편 건강이 안 좋아진 영호는 효진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게 되는데…. ●오픈 스튜디오(오후 4시5분) 재미로 시작된 10대들의 ‘얼짱’문화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하지만 지나치게 외모지상주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난무하는 ‘짱’신드롬,몸으로 나를 표현하는 인터넷 시대의 당연한 현상인지,빗나간 외모지상주의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오후 8시)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저출산은 경제성장의 둔화와 노동력 감소 등 사회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세계는 출산장려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지만,우리는 내놓은 정책마다 논란을 빚고 있다.우리나라 출산정책,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본다. ●TV우리집 주치의(오후 9시) 백내장과 함께 실명의 가장 큰 원인 녹내장.백내장보다는 빈도는 낮지만 한번 파괴된 시신경은 어떤 방법으로 살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무서운 병이다.게다가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없어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눈의 암’이라고까지 불리는 녹내장에 대해 알아본다. ●기로에 선 한국경제(오후 2시30분) 공교육이 흔들리면서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조기유학 열풍을 타고 무역 흑자의 절반정도인 한해 6조원 가량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난마처럼 얽혀있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은 있는지를 토론해본다.˝
  • [메디칼 라운지]

    ●백병원 `의료시장 개방’ 포럼 인제대 백병원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의료시장개방과 영리법인 병원’을 주제로 제3차 자유의료포럼을 갖는다. 포럼에서는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보가 ‘의료시장 개방의 필요성’,의사협회 자문변호사인 전현희 변호사가 ‘영리의료법인과 의료법’에 대해 강연하며,보건복지부 정병태 보건정책국장과 이원로 일산백병원장,임융의 혜성병원장,안건영 고운세상피부과 원장 등이 나서 토론을 벌인다.(02)2270-0977∼9. ●제1회 국제 간 심포지엄 대한간학회가 주관하는 제1회 국제 간심포지엄이 12일부터 3일 동안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B형 간염의 항바이러스 치료’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는 쉬브 키마르 사린 아태 간학회장,유진 쉬프 전 미국간학회장,신 설리반 미 워싱턴대 교수 등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간염전문가 400여명이 참석,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이게 된다.(02)566-6067. ●`사이클로트론’ 개소봉헌식 세브란스병원은 이 병원 청파회의실에서 김성규 병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온가속기 ‘사이클로트론(Cyclotron)’ 개소봉헌식을 가졌다.문의(02)361-7711∼19.˝
  • 2004 승부를 건다/핸드볼 최연소 득점왕 송해림

    최근 19번째 생일을 맞은 한국 여자핸드볼의 새별 송해림(사진)은 이번달 내내 많은 선물을 받았다.지난 15일 소속팀 대구시청이 3년 만에 핸드볼큰잔치 우승컵을 안았고,동시에 자신은 사상 최연소 득점왕(57골)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가장 감격스러운 선물은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지난해 실업무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잔 실수가 많고 성숙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던 터였다.덩치가 큰 유럽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키가 작다는 것(167㎝)도 흠이라면 흠.이 때문에 올림픽 무대는 멀게만 보였다.그러나 타고난 감각과 의지,끊임없는 훈련이 1년 사이에 그를 몰라보게 탈바꿈시켰다. 이번 핸드볼큰잔치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그를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은메달의 주역 임오경 오성옥(일본 메이플레스)의 후계자로 지목하기를 서슴지 않는다.폭발적인 스피드와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공배급,뛰어난 페인팅과 거침없이 쏘아대는 중거리 슛 등을 쏙 빼닮았다는 것.게다가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여자선수로서는 드물게 스탠드슛과 언더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오성옥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수줍어하는 그는 대선배의 노련미와 여유까지도 배우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대구시청의 이재영 감독은 “해림이의 장점은 욕심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욕심이 급성장의 밑거름”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그가 요즘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책임감이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한국 여자핸드볼은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6회 연속 올림픽본선 진출을 이룩했다.지난해 9월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중국에 밀려 티켓을 놓쳤지만 3개월 뒤 세계 강호들이 득실대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럽 강호들을 물리치고 기적적으로 동메달을 따낸 것. 27일 태릉선수촌 입촌을 앞둔 그는 막내로서 선배들을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선배들을 훌쩍 뛰어넘어 올림픽의 고향에서 ‘별’로 떠오를 욕심을 키우고 있다.그의 휴대전화 노랫말이 포부를 전해준다.“온 세상을 다 가져봐….힘차게 달려나가봐.저 환호성을 들어봐.우리들의 꿈을 이룰 때가 온거야….” 홍지민 기자 icarus@
  • 세계각국 ‘우주전쟁’ 불붙는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서울 황장석기자|세계 각국이 벌이는 우주탐사 경쟁에 불이 붙었다.14일(현지시간) 미국이 달에 영구기지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EU 등이 추격에 나섰다. 러시아는 2014년 화성에 유인 우주왕복선을 보내 화성을 탐사한 뒤,2030년까지 화성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지난 1957년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리고 화성탐사선과 인류 최초의 유인 인공위성까지 발사할 정도로 우주탐사 경쟁에서 선두를 달렸다.이후 경제 발전이 받쳐주지 못하자 선두 자리에서 미국에 밀려났고,지난 96년 이후 화성탐사선을 발사하는 등 탐사 경쟁을 가속화했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첫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한 중국은 달 탐사위성 개발과 제2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6호’ 발사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2007년 달 탐사위성 발사를 목표로 올해 3단계 달 탐사 무인 우주선 계획에 착수한다.중국은 2010년까지 무인 우주선을 달에착륙시키고 2020년까지는 달 토양 샘플을 채취,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EU는 다음달 26일쯤 인류 최초의 혜성탐사선 ‘로제타’를 발사할 예정이며,수성탐사선 발사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EU는 지난해 6월 발사한 화성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의 착륙선 ‘비글 2호’가 지난달 화성 표면에 안착하기도 전에 교신이 끊겨 실종되는 불운을 겪었다. 일본은 올해 무인 달 탐사선 ‘루나A’를 쏘아올리고 내년에는 달 착륙선 ‘셀레네’를 발사할 계획이다.앞서 지난 98년 일본이 쏘아올린 첫 화성탐사선 ‘노조미(희망이란 뜻)’는 지난달 화성탐사를 위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인도 역시 2008년까지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하고,2015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surono@
  • 주말매거진 We/화제의 신인가수 솔 플라워

    새해 벽두부터 국내 가요계를 흔들 ‘무서운’ 신인이 나타났다.13일 발매를 앞두고 있는 1집 ‘텐 밀리언 웨이스 투 리브(10 Million Ways To Live)’를 들고 혜성처럼 나타난 여성가수 ‘솔 플라워(SOL’FLOWER)’.20대 초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원숙하고 기교 넘치는 목소리에다 뛰어난 가창력에 단번에 귀가 솔깃해 진다. 솔 플라워가 표방하는 음악은 ‘네오솔’.새로운 세대의 솔이란 뜻의 네오솔은 미국에서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R&B와 레게·포크를 아우르는 크로스오버적 장르.국내팬들은 알리시아 카스,메리 제이 블라이즈,로린 힐 등의 노래에 익숙해 있을 듯.이번 앨범의 큰 특징은 사회·여성문제에 대한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가장 눈에 띄는 곡은 귀에 착 달라붙는 멜로디의 타이틀곡 ‘키스 더 키즈’.‘키스 더 키즈’는 해외 입양아가 자신을 버린 부모를 이해하고 행복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다.실제 입양아가 친부모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뮤직비디오도 곧 선뵐 예정이다.이밖에 ‘마더’‘끝까지 친구’‘나의작은 소중한 일도’ 등 가족,모성애,우정,여성의 정체성 등 공동체 지향 메시지를 담은 18곡이 수록돼 있다. 참여한 뮤지션 면면을 보면 또 한번 놀라게 된다.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이 앨범 탄생에 기여했다.박선주 김조한 등 국내파와 더불어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작곡가 몬데나비,에리카 바두,인디아 아리의 유명 작곡가 피터 카트리어스,아무로 나미에의 작곡가 룬버그,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작곡가 비니 베로 등 해외파가 대거 가세,과연 국내 앨범이 맞나 싶을 정도.될성부른 떡잎을 네티즌들이 먼저 알아봤다.발매 전인데도 불구하고 앨범은 현재 국내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쥬크온(www.jukeon.com)에서 서비스 개시 일주일만에 최고 조회수인 248만건을 돌파,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반론/ 주한미군에 대한 편견을 다시 생각한다

    대한매일 12월11일자 15면 ‘열린 세상’에 실린 이철기 동국대 교수의 글 ‘주한미군을 다시 생각한다’를 읽고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붓을 들었다.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며,이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미래 한·미 관계의 발전을 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한다.그러나 그의 글에는 일련의 정제되지 않은 증오와 편견이 담겨 있을 뿐 자신이 역설한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논리와 사고’는 간 곳이 없다. 우선 이 교수는,미국이 세계전략상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신속대응군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는 주한미군이 더이상 대북억제력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러한 주장은 주한미군의 역할 다변화를 한반도 방위의 포기와 동일시하는 근본적인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가 연합군사능력 발전과 대북 전쟁억제력 제고를 전제로 추진된다는 점은 정상회담을 비롯한 그동안의 한·미 협의과정에서 수차례 재확인한 사실이다.물론 장래에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다 확장된 역할을 추구할 수도 있으나,이는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라는 우리 목표와도 충분히 조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주한미군은 첨단무기와 정예 병력으로 인해 그 자체로도 중요성을 지니지만,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안보공약을 상징적으로 표상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즉 한반도 방위에서 기여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미군 주둔이 한반도 전쟁억제를 보장하는 의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혹자는 남북 화해·협력과 역내 국가와의 선린우호관계 구축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그러나 전쟁 억제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의 선의만을 일방적으로 기대한 채 한 국가의 안보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를 생각해 보라. 현행 한·미 연합방위 체제하에서는 우리 군의 미래지향적 재편과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 역시,자주국방의 본질과 개념을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오늘날 미국을 제외하면(어떤 측면에서는 미국까지도) 순수하게 제 힘만으로 모든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배타적인 단독 국방’과 ‘자주국방’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할 개념이다.또한 사회복지 소요가 점증하는 우리 현실에서 단독국방을 위한 무리한 재원 염출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되묻고 싶다. 다음으로 한반도 전쟁억제력으로서의 주한미군의 의미가 상실되어 가므로 주한미군의 이전비용을 우리측이 부담해야 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의 근거 역시 희박해진다는 논리는 ‘동맹’의 기본 속성을 잘못 해석한 결과이다.동맹의 요체는 위협인식의 공통성과 함께 호혜성에 있다.그의 주장은 동맹 유지를 위한 우리의 부담은 지지 않으면서 미국에 대해 요구할 것은 다 해보자는 무책임한 국가이기주의(사실 동맹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관계에서조차도 이러한 일방적 수혜를 요구한 전례는 없으며 이 자체가 오히려 굴욕적이다.)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이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안보위협하에서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는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 일각에서 반미적인 것은 애국적인 것이요,미국의 정책에 대해 어떠한 면으로든 비판을 가하는 것이 양심적인 지식인의 의무인 양 치부되며,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발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수구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로 매도되는 흐름이 생겨났다는 것을 필자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침묵이 오히려 이러한 편에 서 있는 사람들(물론 이 교수의 글은 근래 들어 주한미군에 가하는 다른 비판들에 비해 매우 점잖은 편에 속한다.)에게는 묵시적인 동의나 논쟁에서의 굴복으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쓴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산타도 외면하나봐요”/음성 꽃동네 ‘쓸쓸한 성탄절’

    “예전 같으면 꽃동네 전체가 성탄 분위기로 북적였을 텐데 올해는 영 신이 안나네요.” 2003년 한해 ‘소외된 자들의 천국’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충북 음성군 꽃동네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을씨년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쓸쓸했다.하지만 한편에서는 꽃동네를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려 놓겠다는 희망의 꽃도 함께 피고 있었다. 24일 오후 9시30분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예수성탄 대축제’에서 가족(수용자)들과 함께 연극을 선보인 이상영(65)씨는 “으례 축제분위기에서 열렸는데 올핸 풀이 많이 죽어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개인비리 사건으로 가라앉은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겨울바람이 살속을 파고드는 이날 꽃동네에는 가족과 수녀·수사들만 가끔 오갈 뿐 찾아오는 외부인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위문방문 차량과 행렬이 줄을 잇던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우유송’에 맞춰 춤을 춘 오혜성(7)군은 “작년엔 사탕과 과자도 많이 받았는데 오늘은 별로 없다.”면서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꽃동네 수도원에서 기도에 전념하고 있다는 오 신부는 끝내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마테오 수사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고 가끔 산책도 하시지만 미사와 꽃동네 운영 등 어떤 일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오 신부는 96년부터 2000년까지 꽃동네 국고보조금 및 후원금 34억 6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진 뒤 꽃동네는 80만명이던 회원과 장기 자원봉사자들이 크게 줄어들었다.꽃동네 관계자는 “연간 100억원에 이르던 회비가 25%쯤 줄고 장기 자원봉사자 대신 방학을 이용한 대학생 봉사자들만 찾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후원금 등이 줄면서 가족을 위한 성당 건립 등이 대부분 중단됐다. 많을 때는 200명 가까이 영세를 받았지만 이날은 38명에 불과했다.오 신부 사건이 터지면서 경황이 없는 통에 부랑인을 데려오거나 노숙자들을 선별,가족으로 입소시키는 활동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그 어느때보다도 힘든 한해를 보낸 꽃동네는 전체 2140여명가운데 1500여명이 참가한 이날 축제를 계기로 다시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부랑인으로 떠돌다 가족이 된 할머니들이 ‘당신은 누구시길래’라는 뮤지컬을,노인 가족들이 포크댄스를 선보이자 곳곳에서 모처럼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몸이 불편한 이들이 어설프지만 정성껏 준비한 장기를 자랑할 때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12개 팀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내고 가족들이 이를 지켜보는 사이 시간은 자정을 넘겨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박 수사는 “오 신부의 혐의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번 사건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개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오 신부가 1976년 꽃동네를 세우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신부가 회장으로 있을 때 재직하던 총무과장,행정실장,회계 책임자 등도 모두 바뀌었다.사건직후 신순근 신부가 새 회장으로 오는 등 천주교 청주교구 신부들이 주요 보직을 맡아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박 수사는 “내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순백의 눈이 펄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온 세상을 뒤덮은 눈이 꽃동네가 입은 상처도 함께 안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일 것이다. 음성 이천열기자 sky@
  • 책꽂이

    ●피카소와 함께 한 시간들(조르주 타바로 지음,강주헌 옮김,큰나무 펴냄) 공산주의자로서의 피카소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피카소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변함없는 충정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등을 돌린 공산당이었다.1953년 피카소는 공산당의 주문으로 스탈린의 초상화를 그린다.공산당 지도부는 피카소가 그린 초상화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이 초상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스탈린의 범죄가 폭로되고 옛 소련이 붕괴 조짐을 보일 때에도 당에 대한 피카소의 충절은 흔들리지 않았다.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공산당은 그에게 조국이었고 가족이었다.9500원. ●그안에 있는 것이 그안에 있다(잘랄 앗 딘 알 루미 지음,최준서 옮김,하늘아래 펴냄) 13세기 이슬람 최고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인 저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일화와 우화,격언 등을 담았다.루미는 이슬람의 신비주의 교단인 수피교의 학자이자 스승으로,수피교의 특징은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점.시 속에서, 노래 속에서, 춤 속에서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이 이슬람 교단 신도들은 음악 반주에 맞춰 오른발로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어 서양에서는 ‘빙글빙글 춤추는 데르비시(dervish,회교 금욕파의 수도사)들’로 불렸다.1만 2000원. ●인류학의 어머니 미드(조앤 마크 지음,강윤재 옮김,바다출판사 펴냄) 청소년기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격정기인가.남녀의 성 역할의 차이는 본래의 생물학적 기질 차이인가.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현대문명의 불모지인 오지에 직접 들어가 생활하며 인류의 행동양식을 연구했다.첫번째 연구지인 사모아에서는 사춘기 소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가정의 유연성,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평화로운 사춘기를 보낼 수도 있음을 밝혔다.뉴기니에서는 여러 부족을 관찰해 각 문화의 성 역할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선천적인 성적 차이보다는 사회구조에 적응하면서 학습되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8000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지음,이덕환 옮김,까치 펴냄) 은하나 태양계의 거대세계,양성자나 세포 등의 미시세계,다윈·아인슈타인 등 과학자들의 이론을 알기쉽게 설명한 과학교양서.현대 물리학의 기초를 이루는 열역학,양자론,상대성이론은 물론 소립자와 초끈이론,지구 판구조론 등도 소개한다.소행성과 혜성의 충돌,심해생물처럼 극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후 과학분야 최고의 베스트 셀러.2만 3000원. ●사상으로 보는 일본 문화사(비토 마사히데 지음,엄석인 옮김,예문서원 펴냄)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일본문화의 형성과정을 일본 고유의 에토스에 초점을 맞춰 설명.도쿄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일본은 흔히 천황이라는 절대적 권력에 순종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시작된 서양화의 폐해이지 일본의 전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일본과 같은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국가에서는 오히려 권력이 일부에 의해 독점될 수 없다는 것.1만원.
  • [조영증의 킥오프]‘스타탄생’의 무대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대회가 이곳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고 있다.경기가 거듭될수록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한국은 첫 경기에서 강호 독일을 2-0으로 완파한 기세를 살리지 못하고 2차전에서 파라과이에 0-1로 덜미를 잡혀 아쉬움을 샀다.그러나 실망하기엔 이른 것 같다.특히 독일전에서 보여준 한국의 알찬 경기 내용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곳 현지에서는 초반 독일을 제압한 한국과 잉글랜드를 1-0으로 꺾은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선전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물론 2차전에서는 일본도 콜롬비아에 1-4로 대패하는 등 나란히 남미팀에 져 주춤했지만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역대 청소년대회에서 늘 그랬듯 스타는 그런 험난한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 또한 스타탄생을 꿈꾸는 청소년 선수들에겐 기회의 무대이기도 하다.지난 1979년 일본대회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를 비롯해 97년 말레이시아대회를 화려하게 장식한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2001년 역대 최다골인 11골을 몰아넣으며 골든슈와 골든볼을 휩쓴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사비올라 등 청소년대회가 낳은 스타들의 뒤를 이으려는 선수들의 활약은 이번 대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자국 대표팀이나 세계 각국의 명문 클럽에 발탁되고자 하는 선수들의 활약은 16강 진출을 다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물론 우수한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모여든 명문 클럽 스카우트들의 옥석 가리기도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떠오르는 기대주로는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이니에스타,아르헨티나의 페르난도 카베나기,독일의 이오아니스 마스마니디스,미국의 프레디 아두와 보비 콘베이 등이 꼽힌다.특히 핀란드 17세 청소년대회의 영웅인 14세의 아두는 가능성 면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파라과이의 도스 산토스와 아에도 발데스,브라질의 다니엘 등이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는다. 물론 한국팀에도 관심을 끄는 선수는 많다.공격을 이끄는 정조국 김동현 최성국이 있고,파라과이전 실점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선방을 펼치고 있는 골키퍼 김영광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는 스타탄생을 꿈꾸는 선수들과 이들을 스카우트하려는 관계자들에게는 여러모로 관심이 집중되는 대회인 것 만은 분명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부고/ 조계종 원로 덕명 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남곡당(南谷堂) 덕명(德明·속명 김혜성) 스님이 2일 오전 4시40분 부산 기장군 안적사에서 입적했다.세수 77세,법랍 55세. 스님의 법구는 이날 오전 본사인 범어사로 이운됐으며 영결식은 6일 오전 10시 범어사 대웅전 앞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치러진다.(051)508-3122.
  • 서울랜드 독점사용권 특혜시비/법규 미비상태서 계약 체결 사용기간 13년 연장 논란

    서울시가 정비되지 않은 법 규정으로 계약을 체결,과천서울랜드의 사용권을 한 업체에 무려 13년이나 더 주게 돼 특혜성 시비와 함께 시유재산을 소홀히 관리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1988년 서울시는 H개발이 서울랜드에 대해 시설물을 설치해 기부채납하면 2004년 7월10일까지 무상사용 권한을 주기로 했다. 사업권을 딴 H개발은 초기에 8만 6000평에 340억원을 들여 757기의 각종 놀이기구와 80동의 건축물을 지었다. 그 후 수도권지역의 다른 놀이시설에 대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90년에 210기의 놀이기구를 추가로 설치한 것을 비롯,93년에 2기,96년에 9기의 시설물을 설치했다. 시는 처음 시설물을 설치할 때 관련 법규에 따라 내년까지 무상사용토록 했고,90년 이후 설치된 시설은 바뀐 법규에 따라 20년간 사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90년 설치한 시설물은 2011년 8월까지,93년 설치한 것은 2013년까지,96년 설치한 것은 2017년까지 각각 사용기간이 연장됐다. 입장권이 하나인데다 동일지역에서 여러 운영자를 두는 게 어려워 H개발의 운영권은 당초 17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된 셈이다. 서울시는 문제를 뒤늦게 알고 97년부터 계약방식을 바꾸었다. 97년 이후 추가 설치한 92기의 시설은 기부채납이 아닌 2004년까지 사용하고 철거토록 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에는 공작물도 기부채납에 포함시키도록 돼 있어 공작물을 설치할 때마다 사용기간이 늘어나는 꼴이 됐다.”면서 “그 이후 시행령이 바뀌어 철거토록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최근 이 사실을 알고 2017년까지의 계약을 파기하는 한편,일괄임대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H개발에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형식이어서 ‘공개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울랜드는 연간 278만명이 찾고 있으며,지난해 3억 8000만원의 흑자를 내는 등 최근 계속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H개발 관계자는 “놀이시설의 특성상 시설을 계속 교체하는 것은 고객유치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며,특혜라고 보지도 않는다.”면서 “내년에 1차로 무상사용기간이 끝나는 만큼 향후 사용방식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덕현기자 hyoun@
  • 오르골 동호회 들여다보기/태엽을 감으면···

    ‘태엽을 감고 눈을 감으면 순수의 소리가 마음을 감는다.’ 보석 상자 속 발레리나가 빙글빙글 돌아갈 때 흘러나오는 음악,바로 오르골 소리다.오르골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음악 상자’라고 얘기하면 알까. 이름은 낯설지만 모빌이나 장난감에 들어 있고 드라마나 영화 배경 음악으로 쓰여 그 소리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오르골.이 오르골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 있다. “중학교 때 우연히 어떤 가게에서 인형 모양의 오르골을 봤어요.인형이 고개를 까닥거릴 때마다 흘려나오는 소리가 어찌나 예뻤는지 몰라요.다음날부터 매일 쇼윈도 앞에서 그 소리를 들었죠.그때는 살 수 없어 그저 아쉽기만 했지만요.” 이제 어지간한 오르골은 주저없이 구입할 수 있는 어엿한 직장인 된 차은선(27·여)씨는 오르골은 곧 추억을 불러내는 소리라고 말한다.“오르골을 듣고 있으면 예전의 기억이 아스라히 떠오르죠.마치 오르골에 사람의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오르골은 금속이 부딪치면서 소리를 낸다.오래 듣다보면 자칫 차갑거나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2001년 7월 국내 최초의 오르골 동호회(cafe.daum.net/orgol)를 만든 함경희(26·여·직장인)씨는 “오르골은 차갑기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맑은 소리가 마음을 감싸줘 누구나 한번 들어보면 좋아하게 되죠.”라고 오르골의 매력을 강조한다. 오르골에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애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이지선(16·학생)양은 “오르골 소리는 포근하다는 점과 더불어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인다.여러 악기를 동원한 음악에 비해 단조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들어도 새롭다고.전혜성(21·여·대학생)씨는 “여름에 들으면 시원한,겨울에 들으면 따뜻한 느낌이 나고 오르골을 올려 놓는 탁자의 재질에 따라서도 소리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묵묵히 오르골 소리를 감상하고 있던 전태환(19·학생)군은 “오르골 소리가 단순하기 때문에 요즘의 시끄러운 음악들과 차별되는 것 아닐까요.”라고 거든다.“오르골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우울할 때 좋다.”고 얘기하며 “단순히 개인적인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오르골에서는 정서에 좋은 α(알파)파가 나오죠.”라고 말한다. 오르골로 들을 수 있는 노래는 한정적이다.대부분 유명한 팝송이나 외국 민요.그럼에도 사랑 받는 이유는 뭘까.임보형(16·여·학생)양은 “이미 만들어진 음악이지만 수동으로 돌리다 보면 내가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직접 작곡한 곡을 들을 수 있는 오르골도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오르골은 소리도 좋지만 그 모양도 눈길을 끈다.종류도 다양해 상자나 인형,열쇠고리 오르골은 평범한 축에 속한다.각종 악기를 본뜬 것뿐만 아니라 물레,재봉틀 모양도 있다.단순히 오르골이 예뻐서 수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이에 정아롬(20·여·대학생)씨는 “예쁜 외형이 오르골을 모으는 이유 중 하나죠.완제품에 만족하지 못해 무브먼트(소리를 내는 금속 부품)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직접 만드시는 분들이 많거든요.하지만 대부분의 오르골 마니아들은 그 소리를 좋아하는 거예요.그래서무브먼트만 사거나 오르골 음반을 듣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소리에 아름다운 자태를 갖춘 오르골은 선물용으로 그만이다.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외국에서처럼 대대로 손때 묻은 오르골을 물려주고 싶다는 김진영(22·여)씨는 “오르골 선물은 아름다운 소리를 주고 받는 것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며 적극 추천한다. 함경희씨는 “한번은 대구에 사시는 어떤 남자분한테 메일을 받았어요.청혼 선물로 오르골을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살 수 있냐고요.그 분 결혼에 골인하셨냐고요? 물론이죠.” 탁자 위에 놓인 오르골 소리를 듣느라 문득 문득 말수가 적어지는 사람들.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건 오르골 소리가 아니라 오르골에 담긴 사랑이 아닐까. 글 나길회기자 kkirina@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오르골이 뭐예요 자명금(自鳴琴)혹은 뮤직박스라고도 불리는 오르골은 태엽을 감으면 1분에서 수 분까지 음악을 들려준다.원리는 간단하다.길이가 각각 다른 가늘고 얇은 금속판을 음계순으로 달고 여기에 원통 모양의 실린더를 접하게 한다.실린더에는가시와 같은 바늘이 촘촘히 붙어 있는데 태엽의 힘으로 원통을 돌리면 바늘이 금속판을 퉁겨서 소리가 나게 된다.금속판의 수는 18개가 기본이고 50여 개에 이르는 것도 있다.이렇게 오르골에서 소리를 만드는 부분을 ‘무브먼트’(사진)라고 부른다. 13세기 중세 유럽의 자명종에서 유래된 오르골은 이후 네덜란드에서 ‘오르겔’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근대 오르골의 기원은 스위스.축음기 발명으로 쇠퇴기를 걷다 1950년대 일본이 오르골을 대량 상품화하면서 다시 사랑을 받고 있다.오르골은 ‘오르겔’의 일본식 발음이다. 역사가 보여주듯 현재 오르골 왕국은 일본이다.일본 오타쿠에는 오르골 박물관이 있을 정도다.일본에서는 우리 민요 ‘아리랑’을 연주하는 오르골을 살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오르골이 생산되고 있다.대표적인 무브먼트 제작업체는 산쿄(三協)사.본산지인 유럽에서도 오르골은 생산되지만 대부분 크기가 크고 비싸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판매되는 오르골은 거의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다.가격은 무브먼트의 경우 2000∼1만원 정도이고,완제품의 경우 1만원대부터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오르골 종류에는 손으로 돌려 연주하는 수동 오르골 외에도 ▲디스크 모양의 오르골 ▲자동으로 연주되는 장식용 오르골 ▲직접 작곡한 음악을 들을 있는 오르간 오르골이 있다. 국내에서는 드라마 ‘올인’의 소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오르골이 제작된 적은 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많은 사람들이 오르골을 좋아하지만 크게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나길회기자
  • 2003 전국상담자대회

    이혜성(李惠星) 한국청소년상담원장은 20일 광주시 프라도호텔에서 ‘2003전국상담자대회’를 열고 서울시립중랑청소년수련관 등 전국 8개 우수상담실을 표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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