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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이슈] 늘어나는 슈퍼갑부들

    [월드이슈] 늘어나는 슈퍼갑부들

    |파리 함혜리특파원|갑부를 일컬어 백만장자라고 부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세계적으로 억만장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대략 3000만달러(약 290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을 억만장자로 분류한다. 프랑스 시사 주간 렉스프레스 최근호는 자산평가사들의 전문용어로 HNWI(High Net Worth Individuals)라고 불리는 슈퍼 갑부들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10.2% 증가했다며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집중 보도했다. 억만장자들의 국적은 세계화 추세를 타고 다양화되고 있으며, 산업구조의 변천을 반영하듯 이들의 사업 영역도 생명공학에서 연예·오락산업까지 다양화되는 것도 특징이다. ●스위스 은행 개인계좌, 작년 57% 상승세 메릴린치사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 부(富)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을 제외한 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슈퍼 갑부들은 지난해 6.5% 증가해 세계적으로 약 87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자산은 지난해 8.5% 증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에서 소득 상위 0.1% 내에 드는 사람들의 재산이 1980∼2002년 사이에 2.5배가량 늘었다고 보도했다. 시사종합월간 애틀랜틱은 포브스 선정 400대 부호의 평균 재산이 이 기간에 3억 9000만달러에서 28억달러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슈퍼 갑부들이 늘었다는 것은 스위스 은행의 개인 계좌에 얼마나 많이 돈이 들어왔는지를 보면 확실히 입증된다. 지난해 스위스은행연합(UBS)의 자산관리 부서를 거쳐 새로 입금된 개인 소유 현금은 760억달러로 2004년에 비해 57%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렉스프레스는 지난 1996년부터 올해까지 세계적으로 슈퍼 갑부들의 수가 곱절로 증가했으며, 이전에 유럽과 미국에 집중됐던 갑부들의 국적이 이제는 러시아·중국·인도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경우 3000만달러 이상 소유자가 3000명에 이르며, 아프리카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36만 7000명이 HNWI에 속하며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이 속한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하이퍼체인 오샹의 게라르 뮐리에즈, 로레알 그룹의 릴리안 베탕쿠르, 항공재벌 세르주 다소가 선두에 있다. ●세계 각지 자유롭게 왕래 신흥 갑부들 중 IT와 관련된 분야에서 재산을 모은 경우 비교적 단기간에 재산을 늘린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의 CEO 멕 와이트먼. 그는 전 직장이었던 베인&Co 창업자 가족이 2대에 걸쳐 모은 재산을 10년 만에 쌓았다고 술회한 바 있다. 요즘의 신흥 슈퍼 갑부들은 이전의 갑부들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도 특징이다. 자산관리 컨설턴트 욜란타 바크는 “요즘 억만장자들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요즈음 슈퍼 갑부들은 한 곳에 정착해 살기보다 뉴욕 제네바 런던 모나코 등 세계 각지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진정한 코스모폴리턴으로 살고 있다.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럭셔리 인스티튜트의 밀턴 페드라자 대표는 “신흥 갑부들은 자신의 재산으로 인해 개인생활이 불편해지거나 복잡한 일이 생기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요트, 성(城), 비행기를 소유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귀족적인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언론위기·라이프 스타일 관리받아 단순하면서도 호화로운 삶을 희구하는 억만장자들을 위해 각종 서비스 산업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37만달러만 내고 회원권을 사면 언제든지 200만∼500만달러 가치를 지닌 호화 빌라를 이용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연간 2만 5000∼10만달러의 회비를 내면 시카고의 피자를 런던으로 배달시킨다든지 아이의 생일 선물을 이해 한 여름에 흰눈을 찾아다 주는 것까지도 가능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사로부터 편리한 시간에 진료를 받고, 최고급 의료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서비스도 건강에 극도로 민감한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MDVIP라는 회사는 4만명의 회원들이 언제든지 전문의와 휴대전화로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돈을 쓸 수 있는 선택 폭이 무제한인 이들이 만족감을 느끼면서 소비하도록 도와 주는 전문가 집단도 있다. 예술품, 동물 등 특정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이들의 기호에 맞는 물건을 대신 구입해 준다. 상파울루의 다슬루(Daslu) 백화점처럼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쇼핑할 수 있는 특설매장도 생겨나고 있다. 헬리콥터장을 갖춘 이 곳에서 쇼핑하려면 물론 초대를 받아야 한다. 가십성 뉴스의 확산을 차단하는 언론 위기 관리 전문가 그룹도 성업 중이다. 언론 전문가들의 일 가운데는 포브스가 매년 집계하는 미국 400대 부호 명단에 포함되지 않도록 로비하는 일도 포함돼 있다. 억만장자 자녀들에게 돈과 경제에 관한 개인 교습을 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억만장자 서비스 산업 분야의 꽃은 라이프 스타일 관리이다. 돈만 가지면 최고급 명품을 구입하고 초호화 생활을 즐길 수 있지만 진정한 억만장자가 되려면 그에 걸맞게 라이프 스타일을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관리 전문가들은 어디에 기부금을 내야 할지, 어떤 예술 작품을 구입하고, 이번 시즌에는 어떤 오페라를 관람해야 하는지, 어떤 자선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지 등을 조언한다. lotus@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 세계갑부 지각 변동… 러·中·印↑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신흥 부자들이 세계 부자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 신흥 부자들이 기존 서구 국가들의 부호들을 밀어내고 갑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리가르흐(러시아 신흥부호)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재산 규모 10억달러 이상 세계 갑부명단에 러시아 부자는 27명. 국적별로 미국에 이어 2위다. 모스크바는 1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억만장자가 25명이나 거주하고 있어 ‘부자 거주지’의 대명사라는 영국 런던(23명)을 추월했고 세계 부의 중심인 미국 뉴욕(40명)을 뒤쫓고 있다. 러시아 신흥부호 중 가장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사람은 유서깊은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사진 왼쪽).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82억달러로 세계 11번째 거부. 그는 2004년엔 보잉 767 여객기를 구입,360석의 좌석을 없애고 호화 라운지, 사우나 등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데만 수억달러를 쓰기도 했다. 또 호화요트 ‘엑스터시’ 수리비만 1억 3000만달러를 지출하는 등 호화로운 행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중국 부호들의 부상도 만만치 않다. 최근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100만달러가 넘는 중국의 백만장자는 23만 6000명. 재산 규모는 9690억달러에 달한다. 이들의 1인당 자산 보유액은 평균 410만달러(약 40억원). 전년도에 비해 백만장자는 12% 늘어났다. 현재 저평가돼 있는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부호들은 더욱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인도의 대표적인 부호는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미탈스틸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락시미 미탈(오른쪽). 국적은 영국인이지만 인도의 대표적인 상인계층 출신. 그의 재산은 25조 가량으로 추산돼 그의 재산 총액은 세계 3∼5위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의 재산은 지난 한해에만 인수·합병건으로 62억달러(6조억원)을 불려 주목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위프로의 나짐 프렘지 회장,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 등도 수조∼수십조원대의 부를 쌓은 큰손들이다. 이들 신흥 부자들은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부상에 따라 더욱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부호들의 탄생만큼 이들 국가의 빈부격차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사회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옛 소련 해체 이후 무질서하게 진행된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에 정치적 거래로 부를 쌓은 이들이 적지 않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러시아 100대 갑부들의 재산은 모두 2480억달러.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넘어섰다는 계산도 있다. 신화통신은 최근 “중국내 상위 10%의 부유층이 전체 재산의 45%를 소유하고 있지만 하위 빈곤층 10%의 재산은 1.4%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쿠르조 부부 “영아 부모 아니다”

    |투르(프랑스) 함혜리특파원|서울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에 연루된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 부부가 22일 자신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쿠르조 부부는 이날 투르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은 유기된 영아들의 부모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 부부가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앞서 마르크 모랭 변호사를 통해 혐의를 부인했으며 한국행 여부를 고민해 왔다. 쿠르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자신의 집 냉동고에서 유기된 영아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이후의 과정을 설명한 뒤 “아내 베로니크가 그 아이들을 낳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한국에서 나온 DNA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쿠르조는 아내 베로니크가 2003년 12월 자궁 적출수술을 받은 뒤 결코 임신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프랑스 사법당국의 모든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한국행을 거부한 이유와 관련,“한국에서는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데다 사법 제도를 알 수 없고 이미 언론의 과열 보도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면서 “이런 모든 이유로 인해 프랑스에서 우리의 권리를 수호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의 박창호 외사협력관은 “형사 사법공조조약에 따라 외교채널을 통해 관련 서류를 프랑스 사법당국에 넘길 계획”이라며 향후 양국의 수사 공조는 법무부가 주관이 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lotus@seoul.co.kr
  • [월드이슈] 차별받는 이민 2·3세 ‘자생적 테러범’으로

    |파리 함혜리특파원|지난 10일 적발된 항공기 연쇄 테러 음모는 겉으로는 유럽 사회에 동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민 2세들이 ‘자생적 테러리스트’로의 변신을 꿈꾸며 끔찍한 계획을 모의했다는 점에서 지구촌의 공포를 더욱 키웠다.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축구 문화를 즐기는 것처럼 비치지만, 실제로 이들은 유럽 문화에 결코 동화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공격 같은 ‘순교의 길’을 걷고자 했다는 것이 영국 경찰이나 미국 국토안보부 등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음모 용의자들이 실제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었는지, 이들과 알카에다를 섣불리 연결지으려는 데 정치적 저의가 깔린 것은 아닌지, 이들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실제로 테러를 저지르기 직전 단계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물론 이들이 출현할 수밖에 없는 유럽과 미주 대륙의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바꿔야만 이들을 근절할 수 있다는 반성과 교훈은 논란과는 별도의 몫으로 남는다. ●테러리스트는 이웃에 있다 런던 동부 외곽에 있는 퀸즈로드 104번지. 이슬람 모스크 맞은편의 허름한 벽돌집 앞을 경찰관 2명이 지키고 서 있다. 파키스탄인들이 드나드는 미장원 바로 옆의 이 집에서 런던발 항공기 폭파 음모의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인 의과대학생 와히드 자만(22) 가족이 살고 있다. 와히드의 친구인 아민은 “어릴 때부터 줄곧 알고 지냈지만 그는 성실하고 조용하며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이라며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네 식품점 주인도 그에 대해 “정치에 별로 관심 없으며 다른 젊은이들을 잘 도와주던 착한 무슬림 청년’이라고 말했다. 와히드처럼 평범한 겉모습의 이들 자생적 테러리스트와 알카에다를 연결짓는 고리는 이들이 대부분 파키스탄계 이민 2세들이며 파키스탄으로부터 테러 실행 자금을 전달받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용의자 일부는 지난해 7·7 런던테러 실행범인 시디크 칸, 세자드 탄위르와 비슷한 시기에 파키스탄 종교학교 ‘마드라스’에 다닌 것으로 영국 경찰은 보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음모를 사전 분쇄하는 데 공이 큰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당국은 자신들이 직접 검거한 7명 중 이번 음모의 주동자격인 라시드 라우프(27)와 마티우 라만(29)이 알카에다 고위직과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라우프는 2004년 4월 영국 버밍엄에서 숙부가 피살된 사건 직후 출국했으며, 파키스탄에서 인터넷을 통해 영국의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 경찰은 테러범들을 급습한 현장에서 자살 공격을 다짐하는 ‘순교 테이프’를 발견했으며, 이같은 방식은 9·11과 비슷한 알카에다 특유의 방식이라고 밝혔다. 미국 CNN은 16일 이번 테러 음모의 실행 자금으로 지난해 파키스탄 지진 구호자금이 지원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수사당국의 전언을 전하고 있다. ●종교적 극단과 정부에 대한 증오의 결합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라임 알라프 연구원은 “영국의 다문화 모델이 이제 이민 가정의 자녀에게도 정착됐음을 보여준다.”며 “모두 영국식 교육을 제대로 받았고, 사회 적응도 훌륭하게 하고 있던 젊은이들이 영국을 왜 공격하는지가 큰 의문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 자생적 테러가 고착화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이민 2,3세들이 느끼는 차별과 사회에서의 소외감을 들 수 있다. 런던 동부의 무슬림 거주지역인 월섬스토에 사는 이브라임은 “영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곳에서 학교에 다녔고 영어도 완벽하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완전히 영국 사회에 동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내 무슬림 청년의 실업률은 25%에 달한다. 같은 또래의 영국 젊은이 실업률이 2.8%인데 비하면 매우 높다. 파키스탄 이민자들의 극단에 가까운 종교적 보수성과 미국의 대테러 전쟁을 좇는 영국 정부에 대한 증오심도 자생적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 파키스탄이나 카슈미르 출신 무슬림들의 경우, 여자들이 집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사원에도 출입할 수 없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 젊은이들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부시 행정부와 공동전선을 구축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혹은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점에 적개심을 품고 있다. 지난해 런던 7·7 테러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160만명의 영국내 무슬림 가운데 20%는 자폭 공격을 가하는 범인들의 심경에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선 70%가 테러에 관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할 용의가 있지만,18%는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 어떤 충성심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슬람 학교의 한 교사는 “부모 세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영국에 이민와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 것을 추구한다.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통해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접하면서 그들처럼 적(미국과 영국)을 상대하면 안된다고 결심한다.”고 말했다. ●알카에다와 성급한 연결은 잘못 그러나 알카에다와 이들을 연결짓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알카에다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분쇄하기 전의 조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나아가 알카에다가 이미 국제적인 규모의 테러를 조직할 수 있는 힘을 잃고 사회운동의 ‘두뇌´로 전환했다는 분석으로 나아간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테러조직을 이해하며’라는 저서를 낸 마크 세이지먼은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슬람식 사회운동에 뛰어들고 있으며 알카에다는 다만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역시 CIA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한 적이 있는 마이클 슈어는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훈련이나 자금 모집을 통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관계가 지휘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이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보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알카에다가 지휘계통을 갖춘 조직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그러나 지휘도 없고 통제도 없는 맹목적인 모방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논리다. lotus@seoul.co.kr ■ 인터넷서 모의·폭탄제조법까지 익혀 ▶자생(homegrown) 테러란. -2001년 미국의 쌍둥이 빌딩 등을 폭파한 9·11 테러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의해 일어났다면 자생 테러는 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사람이 국제조직과 연계하거나 영향을 받아 자국민을 상대로 공격을 자행하는 경우다.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와 지난해 런던 7·7 테러 등이 대표적이다. ▶활동 특징은. -인터넷 등으로 원활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인터넷은 국제 정세를 배우고 폭탄 제조법까지 습득하는 총체적 학습장이다. 이들의 방에선 자살폭탄 ‘순교자’의 비디오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지난 6월 사전에 적발된 캐나다 테러처럼 토론토 교외에 군사훈련 캠프를 차리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훈련을 받고 오는 경우도 많다. 파키스탄 이슬람 학교 ‘마드라스’가 원리주의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누가 테러리스트가 되나. -어려서 이민을 왔거나 태어난 이민 2세들이 정체성 위기를 겪다가 국내·외의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접촉,‘지하드(성전) 세대’가 된다. 일부는 유복한 가정의 자녀들로, 캐나다 테러의 경우 중산층 10대가 5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이웃들은 이들이 원래 평범했다고 증언한다. 마드리드 테러의 한 가담자는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었고 거사일 직전에도 데이비드 베컴으로부터 사인을 받아낼 정도로 이슬람 원리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는 축구와 음주, 돈벌이를 싫어한다. ▶이들은 왜 테러에 가담하나. -전문가들은 무슬림 이민사회의 높은 실업률 등 ‘통합 실패’를 꼽는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앵그리 영 무슬림’을 낳고 있다. 영국에선 ‘파키, 파키’라며 연거푸 말하는 것은 파키스탄 등 아시아계 이민자를 경멸하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 등의 편향된 중동 정책이 기름을 붓는다. 이라크 전쟁은 테러 분쇄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바로 그 전쟁 때문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다시 과격 조직에 가담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국제조직과의 연계는. -알카에다는 더이상 단순한 테러조직이 아니다.1979년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시 오사마 빈 라덴이 만든 알카에다는 이제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신 반미·반이스라엘·반서구·반세계화 등을 의미하는 넓은 의미의 사회운동 ‘카에디즘’이 더 무섭게 번지고 있다. 알카에다의 직접 지휘를 받지 않고도 카에디즘을 신봉하며 그들의 수법을 따라한다. ▶자생 테러의 심각성은 어디에. -미국과 그 우방국은 9·11 이후 테러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자생 테러는 도처에서 터지고 있다. 나라 안에서 싹트는 ‘적’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기는 더 어렵다. 시민들의 공포감은 그만큼 더 커지고 이질적 사회집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따돌림도 자라난다. 서구의 무슬림 사회는 또다른 테러의 피해 집단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상대적으로 감시 소홀한 여성 가담늘어 ‘테러리스트들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10일 영국에서 적발된 항공기 연쇄 테러 용의자 24명 가운데 3명의 여성과 어엿한 직업을 가진 중년 남성, 대학 교육까지 마친 청년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어느 순간 테러리스트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6일 지적했다. 이들은 극단주의자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테러리스트로 쓰임새가 넓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여성이 테러에 관련된 것은 “우리들이 테러리스트에 대해 가졌던 기존 관념을 모두 내던지는 것”이라고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싱크탱크 란드 법인의 정책 분석가 파르하나 알리는 말했다. 런던 동부 월섬스토에서 체포된 코사르 알리(23)는 생후 8개월된 사내 아기를 둔 어머니였다. 영국은행은 지난주 그녀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그녀는 남편 아메드 압둘라 알리와 함께 구금됐다. 이들 부부는 액체 폭탄을 젖병에 넣어 기내에 들어가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란드 법인의 알리는 “최소한 3명의 여성 자살폭탄 테러범이 이라크에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미군 호송대에 자폭공격을 가했던 벨기에 여성은 최초의 서양인 여성으로 성전이란 이름 아래 테러를 감행했다.”고 말했다. 알리는 “여성도 남성처럼 분노하고 환멸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은 권력 기관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에 테러리스트 집단에게 “훌륭한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슬림 극단주의 집단에서 여성들은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지도자로 활동하기보다는 자금을 운반하거나 급사로 일하며 무기를 나르는 일 등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정보기관 요원들은 이번에 검거된 여성들이 항공기 테러 음모를 꾸민 조직의 일원일 것이라고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 기술(IT)과 같은 보조 업무에 얼마든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아기가 자폭 공격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거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공항 보안요원들은 승객들이 갖고 오는 젖병에 폭발성 물질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맛보아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종수 파리특파원 현지 부임

    본사 이종수 기자가 14일 파리 특파원으로 현지에 부임했다. 이 기자는 함혜리 특파원과 임무를 교대한다.
  • 프랑스인 부부 영아유기 부인 “28일 한국 돌아가 조사 받겠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국과수의 유전자 감식 결과 서울 서래마을 ‘유기 영아’의 부모로 나타난 프랑스인 C씨 부부는 10일(현지시간) 변호사를 통해 영아 유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조사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C씨 부부는 이날 오후 투르 검찰에 출두해 2시간 조금 넘게 조사를 받은 뒤 귀가 조치됐다.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의 박창호 외사협력관은 C씨 부부가 이날 조사에서 오는 28일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경찰의 조사를 받겠다는 의향을 피력했다고 확인했다. 박 외협관은 이같은 사실을 프랑스 경찰청 외사국 협력관으로부터 통보받았으며, 프랑스 경찰은 다른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고 말했다. 박 외협관은 C씨가 28일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최종 결정한다면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나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에 이를 공식 통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이들의 변호사인 마르크 모랭은 한국 경찰의 조사 결과가 불합리하다고 일축하면서 C씨 부부가 영아들의 부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모랭 변호사는 한국 경찰의 조사 결과가 터무니없다며 “부인의 임신 사실을 어떻게 남편이 모를 수 있겠느냐.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바로 남편이었다.”며 누구 것인지 확실치 않은 욕실의 머리카락을 갖고 한 DNA 감식 결과는 물증으로서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모랭 변호사는 “긴급 체포할 만큼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프랑스 경찰이 판단했다.”며 “외교적인 파문과 한국 언론에 의한 정보 과잉에 따른 조작이라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이어 “C씨는 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의 고위 간부로 그와 회사에 해를 끼치려는 경제 전쟁의 음모”라는 가설도 제기했다. 이날 외신들은 모랭 변호사의 발언을 인용해 C씨의 실명인 장루이 쿠르조를 공개했다. 한국 경찰 관계자는 “C씨 부부의 9살,11살 아들들에 대한 DNA 조사까지 한 뒤에 영아들의 부모로 결론내렸기 때문에 분석 결과가 잘못됐을 가능성은 사실상 0%”라고 밝혔다. 이어 유력한 용의자인 아내 V(39)씨가 영아 유기에 가담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lotus@seoul.co.kr
  • 프랑스 ‘냉동영아‘ 예비조사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법무부가 서울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에 대해 예비단계의 수사에 착수했다고 AFP 통신이 8일 밝혔다. 프랑스측의 예비 수사는 한국측으로부터 공식 공조 요청이 들어오기 전 프랑스인 부부에 대한 기본 정보를 수집하려는 목적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이날 “한국 경찰이 프랑스인 부부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입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관례적으로 자국민을 인도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lotus@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5) 독일 아헨공대

    [명문대 교육혁명] (15) 독일 아헨공대

    |아헨(독일) 함혜리특파원|‘실행 하면서 배운다(learning by doing).’ 유럽최대의 공과대학 아헨공대(RWTH)의 교육 방식은 ‘학문은 이론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독일의 실용주의 교육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아헨공대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긴밀한 산학협력 시스템을 통해 독일 산업발전을 이끌어 왔다. 대학과 산업체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져 있는 가운데 대학은 산업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재를 양성하고, 기초부터 응용 연구까지를 망라하는 260개의 부속 연구소들은 원천기술 개발은 물론 실제 산업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기술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학이 위치한 독일 중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속한 아헨시는 칼 대제가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로 정했던 유서깊은 곳. 낮 기온이 38도를 넘나들던 지난주 아헨시에 골고루 퍼져 있는 대학 건물에는 기말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기말 시험이 끝나면 산업체 실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딱히 여름 방학이라고 할 것도 없다. 들어가기는 쉽지만 디플롬(독일의 대학 학위)을 받아 나오기는 힘들다는 독일 대학에서 특히 어렵기로 소문난 곳이 아헨공대의 공학계열이다. 아헨공대 기계공학과의 경우 입학생이 시험과 연구소 실습, 산업현장 실습 등의 과정을 마치고 엔지니어 디플롬을 받는 비율은 8%에 불과하다. 엔지니어 디플롬을 받기까지는 평균 15.3학기(7∼8년)가 걸린다. 현재 9개 단과대학에 총 80개의 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가장 중시되는 분야는 역시 공학분야다. 전체 3만명의 학생 중 공학분야가 42%를 차지한다. 아헨공대의 엔지니어 디플롬은 독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아헨공대의 교육과 학술·연구활동 모두가 긴밀한 산학협동을 통해 현장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바로 현장투입이 가능한 엔지니어 양성 독일에서는 13년의 초·중등 교육과정을 거친 뒤 수학능력 평가시험인 아비투어를 통과해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아헨공대의 공과 분야에 입학하려면 여기에 2개월의 현장실습 증명서와 리포트를 첨부해야 한다. 입학 이전에 현장실습을 하도록 하는 것은 산업체에서 기계가 어떻게 설치돼 사용되는지를 배우고 연장 다루는 법도 배운다. 전공할 분야가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를 판단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학업기간 중에도 6개월의 실습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산업체의 근무 경력을 지닌 교수진이 포진하고 있으며 강의와 세미나, 시험 등도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문제들을 이론과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기계공학과에서 디플롬과정을 마친 정회건씨는 “수업이나 연구를 위해 쓰이는 기계들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는 것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실제 현장으로 직결될 수 있고 졸업후에도 산업현장에 곧 바로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개발 아헨공대 부속 공작기계 및 생산공학연구소(WZL).1906년 설립된 WZL은 260개 대학 부속연구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오랜 역사답게 2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과 250여명의 박사과정연구원을 포함해 총 600여명의 연구·행정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8000㎡ 규모의 공작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체 예산 중 43%가 기업(17%), 독일연구협회(DFG·11%), 유럽연합(11%), 산업기술진흥협회(3%)가 지원한다. WZL의 마케팅 담당 쿠르트 뤼텐 국장은 “원천기술과 산업응용기술을 고르게 개발하기 위해 기초 과학기술연구와 더불어 산업계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며 “연구소들은 기술의 산업계 이전은 물론 산업계의 기술요구를 반영해 학교의 연구방향을 조정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들이나 학생들의 아이디어도 산업 현장의 적용 가능성을 타진한 뒤 실제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아이디어가 산업에서 응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기업체나 과학재단에 연구비 지원을 요청하는 프로젝트를 제출한다. 섬유생산기계연구소(ITA)의 부소장 디어터 바이트 교수는 “모든 프로젝트는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기술이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은 이곳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바이트 교수는 “궁극적으로 산업체에 이익이 되는 경우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아헨공대에서 응용 분야 연구가 90%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체와의 긴밀한 네트워크 아헨공대에는 대학내 연구소와는 별도로 산업체에서 직접 요구되는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대학부속 연구소 외에 실용연구 중심의 생산공학 및 레이저 기술 연구를 위한 프라운호퍼 연구소, 섬유연구를 위한 독일 모직연구소 등 13개 특수연구소가 설립돼 있다. 연구소들은 대부분 아헨시 외곽의 멜라텐에 있는 아헨 연구단지에 자리잡고 있다. 통합생산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독일내 57개 회사들이 공동출자해 만든 아헨 연구단지는 산업계, 과학계 그리고 학생들에게 중요한 연구기반을 제공한다. 산업체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헨공대 졸업생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아헨공대 출신들은 현재 1만 3000명 정도가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중 4000명은 외국에서 활동 중이다. 아헨공대의 동창회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디트리히 후놀드 국장은 “동창생들은 대부분 기업체나 산업체의 중요한 포스트를 맡고 있기 때문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취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otus@seoul.co.kr ■ “박사과정 경우 여러분야 교수가 함께 지도” |아헨 함혜리특파원|유럽최대의 공과대학 아헨공대는 유럽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술과 과학의 연구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부르크하르트 라우후트 총장은 “산학협력 체제를 통해 대학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회의 요구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교육과 연구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헨공대가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설립목표 자체가 산업발전의 주역을 양성하는 것이다. 지난 136년 동안 대학과 연구소, 산업체가 긴밀한 연결고리를 갖고 산학협력 시스템을 갖춰 왔으며 중요한 연구 풀(pool)을 형성하고 있다.260개의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모두 산업체와 공동으로 진행된다. 시장의 기술수요는 대학 및 연구소의 학술·연구에 반영이 되고, 대학과 연구소에서 나온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는 현장에 즉각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교육과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학협력의 성공적 운영 비결은. -오늘의 아이디어가 내일의 생산으로 연결되도록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산업체와 대학의 상호교류가 활발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수들은 모두 산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풍부할 뿐 아니라 산업체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수시로 파악, 산업체와 공동으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학생들이 졸업 후 산업계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지도하고 연구방향을 잡아준다. ▶각 분야의 과학과 기술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분야가 형성되는 추세다. 이에 대한 대비는. -각 분야의 연구소간, 연구원들간의 협동연구와 상호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로 이뤄진 포럼을 제도화했다.IT, 재료과학, 환경과학, 이동 및 교통, 생명과학, 기술과 사회 포럼이 구성돼 있다. 각 포럼에는 기계공학, 수학, 토목, 경제, 의학 분야의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참여해 새로운 분야를 놓고 연구방향을 논의한다. 박사학위 과정의 경우 서로 다른 전문분야의 교수들이 함께 전체적인 시각에서 지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헨공대가 ‘엘리트 대학’ 육성계획에 포함될 전망은. -독일에는 80여개의 대학이 있으며 평균적으로 높은 교육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MIT나 하버드, 영국의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처럼 대표성을 지닌 대학은 없다. 엘리트대학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월성을 지닌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서 명성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lotus@seoul.co.kr ■ 獨 엘리트대학 육성 프로젝트 |아헨 함혜리특파원|독일이 미국의 아이비리그,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 못지 않는 엘리트대학 육성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엑설런트 이니셔티브(Exzellenzinitiative)’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독일의 대학은 18,19세기 학문의 메카로 이상적인 대학 모델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모두가 국립으로 평준화된데다, 무상교육을 실시하다보니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고급 두뇌의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기업계의 목소리도 높았다. 슈뢰더가 이끄는 집권 사민당 정부시절 국가개혁프로그램인 ‘아겐다 2010’에 엘리트 대학 육성계획을 포함시킨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해 6월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가 협약을 맺음으로써 본격화된 이 계획에 따르면 과학·기술분야의 연구 및 교육에서 수월성을 지니는 대학을 5∼10개 선정해 앞으로 5년 동안 총 19억유로(25억 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현재 1,2차 예비 심사를 마쳤으며 오는 10월13일 최종 선정을 남기고 있는 상태다. 독일의 대학교육 정책은 전적으로 16개 주정부 소관이지만 연방정부의 재정이 지원되는 엑설런트 이니셔티브는 선정작업 및 세부 프로그램 추진을 독일연구재단과 독일과학위원회가 맡고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정부 과학·교육부의 헬무트 프랑그만 국장은 “10개 대학이 1,2차 관문을 통과했다. 최종적으로 5개 대학정도가 선정될 것으로 본다.”면서 아헨공대, 브레멘공대, 뮌헨대, 하이델베르크대, 베를린자유대, 훔볼트대 등이 엘리트대학으로 육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그만 국장은 “평준화·민주화를 추구해 온 독일의 대학교육 시스템은 내부적으로는 경쟁력이 있고 역사도 깊지만 대외적으로 내세울 만한 대학이 없어 명성있는 교수나 우수한 연구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수의 경쟁력있는 대학을 선발해 집중지원한다는 것은 독일 대학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이념을 뒤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otus@seoul.co.kr ■ 졸업생 취업률 100% 가까워 |아헨 함혜리특파원|아헨공대는 독일 대학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국제화에 공을 들여 온 대학이다. 현재 130여개국에서 온 5000명의 유학생과 연구원들이 학업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은 150명. 대부분 공학 및 엔지니어, 기계 분야를 전공한다. 유학생들은 아헨공대를 선택하는 이유로 체계화된 산학연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산업 현장과 밀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꼽는다. 공작기계 및 생산공학연구소(WZL) 소속의 이달호(박사과정)씨는 “연구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그 결과는 별도의 수정 내지 보완 없이도 산업 현장에 곧 바로 적용된다.”면서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각 팀의 소속 연구원들은 해당 연구과제 종료 후 박사학위논문을 출판한 뒤 연구 과제를 진행했던 회사 또는 연구소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겨 해당 연구를 진행하고 더욱 발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아헨공대 한인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다. 기계공학과 디플롬과정을 마친 정회건씨는 “학교 수업이나 연구소의 프로젝트는 산업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도록 교육한다.”며 “아헨공대 출신들은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서로 스카우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높은 실업률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만 아헨공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100%에 가깝다. 한국에서 대학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유학 온 서진원씨는 “한국에서는 수업을 받고 시험을 보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산학간 협동체제가 잘 구축돼 있고 학생들이 연구소에서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때문에 몸으로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독일 교포 최태화(환경공학과 졸업예정)씨는 각 분야에 다양한 연구소가 있기 때문에 통합연구가 가능한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최씨는 “기계분야가 원래 강하기 때문에 환경공학이나 의료공학 등 응용과학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월드 리포트] 파리의 새로운 상징 ‘케 브랑리 박물관’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일년 내내 북적인다. 에펠탑 지척에 한달 전부터 또다른 줄이 생겼다. 지난달 23일 문을 연 케 브랑리 박물관(Le Musee du Quai Branly)에 들어가려는 이들이다.24일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한 달새 벌써 15만 1000명이 다녀갔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임기 7년의 대통령에 첫 당선된 1995년 취임 일성으로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11년, 착공 5년만에 완공된 케 브랑리 박물관은 문화대국 프랑스의 저력과 전통을 유감없이 발휘한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전 트로카데로에 있던 인류 박물관과 포르트도레에 있던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문명사 박물관을 합친 이 박물관은 그동안 대중으로부터 소외됐던 비유럽 문명을 재조명한다는 의미가 크다. 총 30만점에 이르는 소장품 가운데 세계적 문화유산 3500여점이 영구 전시돼 관람객들은 복도 하나만 건너면 아마존에서 파푸아뉴기니, 마다가스카르까지 다양한 문명을 접할 수 있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이 건물은 길이 220m, 높이 10m의 유리 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본관, 테라스, 행정동, 미디어테크 등 총 4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 본관은 기둥과 가교, 원색으로 채색된 거대한 큐브를 끼고 있으며 다양한 식물종으로 구성된 1.8㏊의 정원 한가운데 들어서 있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재인식의 장’을 표방한 이 박물관은 미래적인 디자인의 독특한 외관 못지않게 전시 컨셉트도 21세기 박물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각종 기획전시회와 이에 어우러지는 문화예술 행사들이 계획돼 있으며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전세계 박물관 연구소,15개의 대학과 협약이 체결돼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박물관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비유럽권의 토착 예술만을 따로 모아 전시하는 것은 서구와 비서구를 분리하는 정신구조를 심화시켜 특정 문명에 대한 평가절하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많은 소장품이 과거 식민지에서 수집된 것들이어서 제국주의 색채가 강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박물관의 개관을 계기로 파리가 ‘다양한 세계문화가 만나는 교차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인류학자들과 민속학자들은 물론 문화적 호기심이 강한 프랑스인과 수많은 관광객이 앞으로 이 박물관을 찾을 것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박물관 하나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계산이 불가능하다. 프랑스 제5공화국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 중 위대한 문화유산을 후대에 남기는 전통을 갖고 있다. 조르주 퐁피두의 퐁피두센터,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의 오르셰 미술관, 프랑수아 미테랑의 그랑 루브르에 이어 시라크 대통령은 재임 중 케 브랑리 박물관을 완성함으로써 그 전통을 이었다. 끊이지 않는 악재로 시라크 대통령은 우울한 통치 말년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라크 대통령은 케 브랑리 박물관과 더불어 문화 정책 성적표에서만은 역대 대통령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후손들은 자질구레한 정치적 실책을 기억할 리 없지만 케 브랑리 박물관은 그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함혜리 파리 특파원 lotus@seoul.co.kr
  • [창간 102주년 기획] 佛 망명 25년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 인터뷰

    [창간 102주년 기획] 佛 망명 25년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 인터뷰

    |플럼빌리지(프랑스 디우리볼) 함혜리특파원|“분단이 되어 있어도 평화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 중남부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플럼빌리지에서 만난 틱낫한 스님. 한반도 분단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묻자 “통일에 집착하지 말라.”고 답했다. 열여섯살에 불가에 입문해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팔순의 노스님. 스님은 “통일을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면서 “조건을 붙이지 말고 도움 주는 자체에 최선을 다한다면 이로써 충분히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인 틱낫한 스님은 전쟁반대 운동을 펼치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귀국을 금지당한 뒤 1982년부터 프랑스로 망명했다. 전쟁의 아픔을 누구보다 뼈져리게 체험했을 스님은 “추상적이고 어려운 과제인 통일에 연연하는 대신 미래의 주인공이 될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갖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플럼빌리지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진 것처럼 남북의 젊은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도록 플럼빌리지에서 만남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반도는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다. 분쟁과 갈등에서 벗어날 방법은. -통일에 집착하지 말라. 통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란 생각도 갖지 마시오. 분단된 상태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조건 달지 말고 북한에 도움을 주시오. 식량이든, 의약품이든…작은 힘이 모여 큰힘이 되듯이 통일은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비정치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한다면 통일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왜 굳이 젊은이들인가. -젊은이들은 마음이 순수하고,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평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 또 미래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아픈 과거의 상처 때문에 쉽게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북의 젊은이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을 위해 여러차례 만남의 장을 만들었다. 오랜 세월동안 갈등관계인 두 지역의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함께 대화하고, 평화 속에 생활하면서 서로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플럼빌리지의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것은 평화로운 통일의 시작이다. 마음을 열고 얘기를 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믿음을 갖고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가운데 서로의 아픔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면 통일은 자연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평화란 무엇인가. -이론적인 질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곳 생활을 보고 들은대로 전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플럼빌리지에서는 오직 ‘평화’ 속에서 말하고, 듣고, 식사하고, 걷고, 일한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순간순간의 평화를 접하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한 미소를 되찾을 것이다. ▶이곳 스님들은 행복해 보이는데…. -이곳 스님들은 개인 재산이 아무것도 없다. 개인 계좌도, 자동차도, 인터넷도 모두 공동체에 속해 있다. 서열도 없다. 함께 일하고, 수행하면서 형제애, 자매애 속에 생활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산다. 이것이 행복이다. 나는 돈도, 권력도 없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자유롭다. 수행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 가장 큰 행복은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행복은 얼마나 마음이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다. ▶‘깨어 있는 마음(정념)’은 왜 중요한가. -우리는 매일 깨달음을 얻고 닦아야 한다. 그 첫번째 수행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다. 삶이란 오직 찰나의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고 붓다께서 가르치셨다.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머무르면 힘과 지혜는 자연히 따라온다. 삶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깨어 있는 마음’이다. 깨어 있는 마음을 통해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깨어 있는 마음’을 꾸준히 수행한다는 것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lotus@seoul.co.kr ■ 수행 공동체 ‘플럼 빌리지’ |플럼빌리지 함혜리특파원|틱낫한 스님과 인터뷰 계획을 세우고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것은 5월 초였다. 연결을 시도했지만 전화연결은 번번이 실패했고, 메일은 답장이 없었다. 포기 상태에 있던 5월 마지막주 연락이 왔다. 틱낫한 스님의 제자이자 40여년을 늘 함께하며 스님을 돕고 있는 찬콩 스님이었다. 찬콩 스님은 “인터뷰를 할 수는 있지만, 곧바로 할 수는 없다.”면서 플럼빌리지의 생활을 경험하고 있으면 그때 봐서 적당한 시간을 잡아 주겠다고 했다. 최소 일주일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3박4일로 줄여서 방문시기(6월 15∼18일)를 잡았다. 럼빌리지(www.plumvillage.org)는 틱낫한 스님이 프랑스에 정착한 뒤 찬콩 스님을 비롯한 제자들과 함께 24년 전인 1982년에 세운 수행 공동체다. 틱낫한 스님의 불교적인 신념과 철학을 구체화한 플럼빌리지는 윗마을, 아랫마을, 새마을 등 세개의 마을로 되어 있으며 스님들이 함께 수행을 한다. 수련회 때 윗마을에는 남자, 아랫마을과 새마을에는 여자들이 머문다. 오전 10시45분 기차로 파리를 떠나 나흘간 머물 숙소(시골집)에 도착한 때는 오후 4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파리를 떠난 지 5시간여만에 바뀐 것은 풍경뿐이 아니었다. 플럼빌리지에 도착한 순간 분주함과 들뜬 마음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드넓은 밀밭과 포도밭 사이로 난 시골길을 자동차가 간간이 지나갈 뿐 사람 구경하기 힘든 그런 한적한 시골에 있는 불교수행 공동체였다. 플럼빌리지를 방문했을 때는 미국,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등지에서 찾아온 수련회 참가자가 780명이나 됐다. 불교도들이 대종을 이뤘지만 목사님도, 수녀님도, 유대교도들도 있었다. 생활은 단순하지만 명상과 수행을 충실하게 하도록 짜여져 있다. 호흡과 걸음에 마음을 집중하고 숨을 들이 마시며 두세 걸음 걷고, 내쉬며 두세 걸음 걷는다(걷기 명상). 식사는 우주에 감사하면서 말없이 한다(식사 명상). 저녁식사 후 다음날 아침 법문 시작 전까지 침묵을 지킨다(침묵 수행). 이런 명상과 수행은 다른 수행자와 함께 있되 각자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도록 해준다. 이른 아침의 법문과 수련회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걷기 명상을 통해서 멀리서만 바라보던 틱낫한 스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은 플럼빌리지에 온 지 사흘째 오후에 이뤄졌다. lotus@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 IMD와 WCC는

    [세계의 싱크탱크] (1) IMD와 WCC는

    |로잔(스위스) 함혜리특파원|매년 5월이면 세계 각국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 비즈니스 스쿨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순위에 촉각을 세운다.IMD 산하 세계경쟁력연구소(WCC)가 세계경쟁력 연감을 발행한다.IMD는 제네바에 있던 IMI와 로잔의 IMEDE를 합쳐 1990년 설립됐다. 이 학교의 스테판 가렐리 교수가 1987년 WCC를 만들었다.1989년 이후 연감을 발행하고 있다. 경쟁력 연감은 61개 국가 및 경제권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 순위와 국가별로 분야별 성과를 수치로 비교한 것이다. 경제 운용성,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의 4대 지표별로 성적표를 제시한다. 각국 정부의 정책 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전세계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고를 때 기본 자료로 삼을 정도로 권위와 명성이 높다. WCC의 연구인력은 간판스타인 가렐리 교수를 포함해 10명. 이중 절반 정도가 통계전문가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기 때문에 실제 연구원을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는다.700쪽이 넘는 방대한 경쟁력 연감을 최신 통계자료와 함께 정확하게 분석·비교해 가장 빠르게 경쟁력 관련 자료시장에 선보이는 노하우는 어디에 있을까? 가렐리 교수는 수년간의 연구를 거쳐 312개의 평가항목을 마련했다. 전세계 58개 연구소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경쟁력을 평가한다. 전체 평가에서 계량화된 데이터의 비중은 약 3분의2이며,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나머지 재료로 사용해 하드데이터의 허점을 보완한다. 로잔 대학의 경영대학원 교수를 겸하고 있는 가렐리 교수는 국가경쟁력 분야의 선구자이자,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로잔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보스 심포지엄 의장(1980∼1987년), 월드이코노미 포럼 의장(1974∼1987년)을 지냈다. 휼렛 패커드 유럽경영본부 자문역(1988∼2000년)도 거쳤다. 현재는 중국기업경영협회, 유럽발전을 위한 장 모네 기금, 스위스 기술·과학아카데미, 예술·상공업 진흥회, 멕시코 경쟁력 강화 위원회 등 전략 연구소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년간 쌓은 방법론과 이론을 담아 최근 ‘톱클라스 경쟁자들’을 출간했다. lotus@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 스위스 WCC 스테판 가렐리 소장 한국경제 진단

    [세계의 싱크탱크] (1) 스위스 WCC 스테판 가렐리 소장 한국경제 진단

    |로잔(스위스) 함혜리특파원|“100m 달리기의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됐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등수가 꼴찌였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당신보다 빠르게 달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최근 현저하게 떨어진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산하 세계경쟁력연구소(WCC) 스테판 가렐리 소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상 어느 나라도 나홀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글로벌 환경은 국가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한다.”면서 “세계를 향해 보다 열린 자세로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내부의 변화를 이룰 때 한국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가경쟁력을 정의한다면. -과거에는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재정 규모, 인플레이션, 이자율, 수출 규모 정도로 아주 단순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력이 그 이상의 것들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식사회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교육제도가 매우 중요하다. 사회기반시설, 혁신을 위한 기술력, 정부의 효율성, 사람들의 의욕(동기), 국가 이미지도 경제력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틀에 넣은 개념이 국가경쟁력이다. 국가경쟁력은 경제력이나 생산성보다 우위에 있는 개념이다. ▶국가경쟁력이 점점 중시되는 이유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가경쟁력이란 단어 자체가 없었다. 지금은 구글에서 ‘국가경쟁력’을 치면 3800만개의 검색 아이템이 뜬다. 세계 경제 규모는 20년 사이에 10배가 늘었다. 이제 지구상에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세계 경제의 틀에서 돌아가고 있다. 이는 경쟁 상대가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국가경쟁력이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국가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경쟁력의 효용가치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국가경쟁력은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 한 국가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을 하고, 모범이 되는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책 결정자들은 이를 정책도구로 삼을 수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보고서에는 객관적 분석과 평가, 다른 나라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가 담겨 있다. 우리는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각국 정부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이를 어떻게 활용해 어떤 변화를 추구할지는 각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다. 똑같은 재료를 갖고 어떤 요리를 만들지는 요리사의 능력과 소스의 변화에 달려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상의 요리를 만들기 위한 요리방법은 없다. 각국은 보고서 내용을 참고 삼아 자신의 국가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에 맞는 발전전략을 짜야 한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4%였다.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다른 국가들과의 순위에서 31위에 그쳤다. 올림픽 100m 달리기에 출전해 전력을 다해 달렸지만 도착해 보니 꼴찌였을 때 기분은 참담할 것이다. 비교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국가경쟁력은 이렇게 비교되고 평가되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올해 경쟁력이 달갑지 않은 결과여서 쳐다보기 싫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지표로 사용된 여론조사 결과가 (한국에) 지나치게 부정적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가 국가 경쟁력 순위 평가 자료로 사용하는 척도의 3분의2는 수치적인 통계치이다. 나머지 3분의1은 기업가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것이 지나치게 비판적이라 할지라도 객관적 수치가 3분의2를 차지하고, 다른 국가들과 비교평가한다. 모든 것은 한국의 산업연구원(KIET)과 공조하고 있다. ▶한국의 장래가 걱정스러운가. -그렇지 않다. 한국은 장점이 매우 많은 나라다. 과거에 대단한 역동성을 보여줬으며 잠재력이 크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도 무척 유리하다. 다만 한국이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있는지가 진짜 문제다. 한국은 개혁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다. 얼마나 빨리 개혁하는지에 따라 미래가 좌우된다. ▶한국은 지금까지 많은 개혁 노력을 기울여 왔다. -외형적인 개혁은 이뤘을지 모르지만 본질적인 체질개선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 한국은 기업활동을 하기 어려운 나라로 분류된다. 행정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며 외국인, 외국기업, 외국문화에 배타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국기업들이 다른 할 일도 많은데 골치 아프고, 변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한국에 갈 이유가 없다. 대신 중국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나라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국은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이 개혁을 하기 힘든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계급을 중시하는 점과 수직적인 사회구조 탓이라고 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가 아래에서 위로 도달하기 힘들다. 창의성은 뒤로한 채 목표 달성에만 전력을 다했던 성과 위주의 문화도 이런 사회구조에서 나온다.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이라 생산력과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들이 설 땅이 없는 것도 문제다. 모든 게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떨어뜨린다. 다양성은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근본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하지만 이익집단 간 갈등이 많기 때문에 개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과거의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실수를 고치면서 10년 뒤의 국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청사진이며, 미래를 향한 로드맵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들이 국가목표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비전이 설정되면 필요한 개혁을 빨리 이뤄 나가야 한다. 국제사회에 보다 개방된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lotus@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종이신문 생존전략] MP3로 듣고 휴대전화로 읽고…

    [’서울신문 102년-종이신문 생존전략] MP3로 듣고 휴대전화로 읽고…

    ■ 미국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 종이 신문의 퇴락과 뉴 미디어의 부상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미 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610개 신문의 발행부수는 전년보다 주중에는 2.5%, 주말에는 3.1%가 줄었다. 신문 부수는 줄고있지만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찾는 독자는 크게 늘었다. 올해 1·4분기에 신문사 웹사이트 방문자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가 증가했다고 신문협회는 밝혔다. 미 신문협회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존 킴벌은 “웹사이트 방문자 증가로 올해 신문사의 온라인 광고 수입은 25∼30%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온라인 수입이 신문사 전체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온라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앞으로 신문사 경영의 중요한 전략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언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신문의 모델은 놀랍게도 캔자스주의 로렌스라는 작은 도시에서 발행하는 ‘로렌스 월드 저널’이라는 신문이다. 전문가들이 발행부수가 2만부에 불과한 이 신문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디어 컨버전스’를 독자들의 실생활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로렌스 저널 월드는 신문과 인터넷, 방송(케이블TV 소유) 뿐만 아니라 전화와 MP3플레이어 등 현존하는 모든 기술과 기기를 통해 시민들에게 뉴스와 정보를 제공한다. 매일 아침 로렌스시의 남자들은 신문을 읽고, 주부들은 케이블TV 뉴스를 보며, 학생들은 아침에 로렌스 저널 월드의 신문 기사를 목소리로 서비스하는 포드캐스팅(Pod Casting)을 아이포드에 녹음해 등굣길에 듣는다. 동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은 이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쓰레기 처리 문제 등을 놓고 다른 주민들과 채팅한다. 스포츠 팬에게는 캔자스대학의 미식축구와 농구 팀의 경기 스코어를 실시간으로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신문과 방송, 인터넷 직원들은 모두가 하나의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뉴스 보도뿐 아니라 제작 과정도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웹사이트는 한 달에 700만 페이지 뷰(독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본 화면의 총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신문의 모회사인 월드는 독자들이 웹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의 30개 지역에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핫 스폿’을 설치했다. 이 신문의 발행인인 돌프 시몬스는 “로렌스 저널 월드는 ‘작은 도시의 작은 뉴스’에 집중하는 매체”라면서 “테크놀로지의 적용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질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중요한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작은 도시에서 외부의 견제나 위협이 없이 ‘독점적인’ 사업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쟁에 노출된 미국 대도시의 거대 신문사들은 속도조절을 하면서 좀더 신중하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아직까지 수익의 90%는 종이신문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온라인 쪽의 수익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있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상반기에 웹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했다. 개편된 뉴욕타임스의 웹사이트는 종이신문과 달리 동영상과 사진 슬라이드 쇼 등 멀티미디어를 기사보다 돋보이도록 배치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의 2004년 매출액은 5310만달러(약 530억원), 순이익은 1730만달러(약 170억원)였다. 최근 몇년간의 연 평균 성장률은 30∼40%나 된다. 욕타임스의 웹사이트 방문자는 하루에 무려 1800만명이나 된다. 뉴욕타임스의 하루 평균 발행부수는 110만부. 그러나 웹사이트를 유료화할 경우 대부분의 독자가 떠날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예측하고 있다.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무료에 익숙한 인터넷 독자들에게 고급 콘텐츠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교육’하는가가 과제”라고 말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 중심적인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디어 업계의 관심거리”라면서 “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dawn@seoul.co.kr ■ 일본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신문 발행부수는 하루평균 5400만부로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인 신문대국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조간만 1007만부다. 아사히신문은 825만부, 마이니치신문이 395만부(일본신문협회 2005년판 통계)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아사히신문은 연간 10만부 안팎, 다른 신문들도 수천∼수만부씩 부수가 줄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조간신문 1000만부 시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신문업계 전체가 비상이다. 일본신문협회는 모든 신문의 발행부수를 알리는 가이드북을 발행해왔으나 올해는 절판했다. 신문시장 전체 축소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본 신문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국민은 아직도 인쇄매체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인터넷신문은 신뢰도가 떨어져 영향력이 아직 미미하다.”면서도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종이신문 독자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낸다. 위기의식에 따라 주요 신문들은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모두 TV 등 계열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 도쿄의 주요 신문사들은 인터넷홈페이지의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으며, 휴대전화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신문의 약세기조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일한 경제지로서 일본의 경기회복을 활용, 일본내·외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신문과 통신, 방송 등의 미디어 융합에 대비, 모범적인 변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문도 인터넷에 잠식당하지 않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조간신문 발행부수가 2003년 298만부에서 2004년 300만부로 늘었고,2005년에는 306만부로 늘었다. 지난해 광고도 전년보다 5% 증가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 늘어난 2300억엔(약 1조 8800억원)이었다. 이처럼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지면 차별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약진했다. 지면차별화를 위해서 1면 머리기사는 다른 신문이나 주요 방송과는 다른 사안을 배치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종이신문 기사의 독점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신문에는 전체기사의 30% 이하만 서비스하는 ‘30%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종이신문 기사의 인터넷 게재 수는 물론 개별기사의 크기도 30%로 제한한다. 다른 주요 신문들이 인터넷에 100% 기사를 게재하는 것과 다르다. 포털사이트에는 기사를 포함한 콘텐츠를 절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독특한 경제비평기사도 차별화 상품이다. 또 종이신문과 인터넷의 융합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윈윈(상생)전략’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종이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세트광고를 하고, 인터넷 구독신청 코너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책임경영체제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부문을 독립시켜 철저한 독립채산제를 실시, 경영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내의 신문 중 인터넷대응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인터넷과 유료 정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사업을 펴는 니혼게이자이 전파미디어국의 연간 매출액만 260억엔(약 2100억원)이다. 매출액과 순이익이 증가 추세라는 것이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도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회사관계자는 토로한다.“유일한 경제지로서 일본경제의 활황에 따른 혜택으로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taein@seoul.co.kr ■ 유럽 |파리 함혜리특파원|“내가 이 신문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떠납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창업자 세르주 쥘리는 지난달 30일 ‘내가 리베라시옹을 떠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독자들에게 남긴 뒤 물러났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함께 1973년 창간한 지 33년 만이다. 그는 이 글에서 “프랑스의 종합 일간지는 물론 텔레비전과 라디오도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리베라시옹 자체가 특별히 소비적인 신문이 아님에도 올해 예상되는 손실이 책정된 예산 250만유로(약 30억원)를 훨씬 넘는 700만유로(약 85억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베라시옹의 추락은 프랑스 진보언론의 암울한 장래, 그리고 인터넷 시대의 활자 미디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베라시옹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한때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던 ‘프랑스 수아르’도 경영난 심화로 주인 바꾸기가 거듭되다 결국은 영국 타블로이드판 대중지 스타일로 바뀌는 운명을 맞았다. 프랑스 일간지 시장은 독자 감소, 이에 따른 신문사들의 재정악화, 무가지와 인터넷 매체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등장에 따른 경쟁력 상실이란 세가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사들은 대기업의 자본참여를 통한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거대자본의 유입으로 신문들은 ‘독립성과 다원성의 침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맞는다고 프랑스 정부산하 경제사회이사회 보고서는 지적한다. 보고서는 신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합일간지가 민주주의의 핵심적 위치를 되찾도록 신문기본법을 제정하고 신문 유통의 발전과 현대화를 위해 신문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 기존의 가두판매를 재조직하고 정기구독 체제를 지원하는 등 정부가 유통조직 재편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신문산업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신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주얼 시대에 맞게 편집 스타일을 바꾸고 감각적인 젊은층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주말판을 발간하는 것은 기본. 인터넷 사이트를 보기 쉽게 디자인하면서 오디오와 비디오 뉴스를 동시에 듣고 볼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있다. 일간지 르몽드와 르피가로는 백과사전이나 박물관 화보집과 같은 도서 시리즈, 흘러간 명화 DVD 시리즈, 음악CD 등을 판매하면서 수익원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의 한 일간지가 세계 최초로 휴대용 디지털 전자신문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벨기에 최대 항구도시 앤트워프를 기반으로 한 경제 일간지 ‘데 타이트(De Tijd)’는 지난 4월14일부터 세계 최초로 휴대용 디지털 전자신문 시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시험 서비스 기간에 독자 200명에게 신문의 인터넷판에 접속해 기사를 내려받을 수 있는 휴대용 전자기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독자들은 무선을 통해 인터넷판에 접속만하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기사내용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종이두께에 타블로이드판 신문 한면 크기(8.1인치)의 스크린이 장착된 휴대용 기기는 전자잉크(E-Ink)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컴퓨터나 TV 스크린과 달리 한번 텍스트나 그래픽을 입력하면 다시 입력하기 전까지 전원이 없어도 내용이 그대로 보존된다. 독자들은 특수 펜으로 기사에 대한 코멘크를 쓸 수 있으며, 광고면을 터치하면 해당 광고업체의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된다. 전자신문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페테르 브륀셀스는 “시험 서비스 결과를 정밀 분석해 비즈니스 모델을 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구독비용은 한달 평균 400유로(약 50만원)이나 될 것으로 추산되지만 독자 수가 늘어날 경우 대폭 내려갈 것으로 신문사측은 내다봤다. 프랑스의 경제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 독일의 국제미디어기술연구협회(IFRA)도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중국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지난 3월25일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열린 ‘중국 매체 창신(創新)회’. 중국의 거의 모든 주요 언론 관계자들이 모였다. 신문·방송 등 전통 언론 매체 경영자뿐 아니라 유력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최고경영자(CEO)들까지 망라됐다. 중국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참석자들은 신문시장을 비롯한 전통 언론시장의 위기를 논했다. 한때 금융, 건설과 함께 ‘돈 되는’ 3대 업종으로 불리던 신문업종이 본격적인 전성기를 누린 지 불과 10여년만이다.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과 13억 인구 등 ‘광고’와 ‘독자’가 모두 뒷받침되는 전통매체로서는 보기 드문 황금시장이었다. 심지어 한때 신문업계는 ‘폭리 업종’으로까지 불렸었다. 위기의 본질은 신문출판총서 스펑(石峰) 부서장의 지적대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신흥 매체의 등장과 매체 상호간 경쟁으로 전에 없던 도전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에는 이른바 ‘도시신문’간의 지나친 증면 경쟁이 불붙으면서 일간지 면수가 하루에 최대 150∼200면까지 발행되는 신문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2005년 중국의 신문 광고시장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 신문시장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반면 인터넷 및 디지털 매체의 광고수익은 전년보다 77% 증가한 31억위안(약 3700억원)이나 됐다. 올해는 40억위안(약 4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터넷, 휴대전화 뉴스서비스, 디지털TV, 블로그, 포드캐스팅(Pod Casting) 등 신매체들로 인해 신문산업의 광고수익 잠식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매체 창신회에서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컨버전’과 ‘경영 다각화’였다. 경화시보(京華時報)의 우하이민(吳海民) 사장은 “과도하게 광고에 의존하던 과거의 경영방식으로는 생존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하이 동방위성TV의 쉬웨이(徐威) 본부장은 “현재 직면한 도전은 TV라도 비켜가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같은 분위기로 최근 중국 언론 매체간에 진행중인 초거대화, 초집단화 현상이 지속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의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 주도에 의해 미디어 그룹들이 형성될 때와는 달리 생존을 위한 당사자간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상대적으로 많다. 합병을 통한 거대화·집단화 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문회신민연합집단(文新民聯合集團)’의 탄생을 꼽을 수 있다.76년의 역사를 가진 신민만보(新民晩報)는 합병이전 이미 석간 신문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66년 전 창간된 문회보(文報)는 지식인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지대한 매체였다. 그러나 둘 다 고정 독자들의 ‘노화’와 신규 독자 흡수 부진 등으로 매체 영향력이 떨어져 가는 상황이었다. 문회집단의 후진쥔(胡勁軍)신문담당 사장은 “매체간 융합과 경영 다변화가 절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회신민집단은 11개의 신문사,6개의 잡지사,1개의 출판사를 보유하며 영향력을 유지해가는 동시에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회사도 설립했으며, 다른 6개 주류 언론사와 합작해 만화 채널을 신설했다. 패왕별희(王別姬), 화목란(花木蘭) 등 영화에도 참여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눈을 돌려 신민만보는 현재 17개 해외판을 운영하고 있다. 집단 전체는 매년 이익의 3분의 1은 재투자에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진화를 고민하는 ‘신문 천국’ 중국. 방향타는 잡았으나,‘어떻게’가 문제로 남는다. jj@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 스위스 세계경쟁력연구소(WCC)

    [세계의 싱크탱크] (1) 스위스 세계경쟁력연구소(WCC)

    세계각국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 또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중국 등 주요국가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훌륭한 싱크탱크들이다. 두뇌없이는 국가발전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요국가들의 정치·외교·군사·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싱크탱크들을 현지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는 기획을 서울신문 창간 102주년을 맞아 마련했다. |로잔(스위스) 함혜리특파원|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올들어 총체적으로 후퇴한 것은 글로벌 환경에 맞는 변화를 제 때에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국가경쟁력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스테판 가렐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교수가 지적했다. 가렐리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세계경쟁력연구소(WCC)의 ‘2006년 세계 경쟁력 연감’은 한국의 경쟁력이 61개 경제권(국가 및 지역) 가운데 38위로 지난해(29위)보다 9단계가 후퇴했다고 지난 5월 평가했다. 가렐리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오늘날 국가경쟁력이란 다른 국가보다 얼마나 잘, 그리고 얼마나 빨리 외부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면서 “한국은 불행히도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변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라로 인식돼 있다.”고 말했다. 가렐리 교수는 “개혁은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그러나 해야 한다.”면서 “주변 국가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렐리 교수는 “국가 경쟁력 순위가 높아진 나라와 외국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나라는 우연히도 일치하고 있다.”면서 “행정은 복잡하고, 사회제도는 예측이 불가능하며, 노조가 강경한 한국은 외국 기업들 입장에서 볼 때 아무런 매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해 4%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기는 했으나 이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인 결과일 뿐”이라며 “중국, 인도, 홍콩, 싱가포르 등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변화를 수월하게 받아들인 국가들과의 종합적인 경쟁력 비교에서는 크게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의 굵직한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을 포기했던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를 표한 가렐리 교수는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행정절차를 보다 간소화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지리적 이점과 함께 노동생산성이 높고 역동성을 지닌 나라”라면서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국민이 공감하는 장기 국가비전을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도록 내부 개혁을 빨리 이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lotus@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中·유럽의 미래 성장전략] 유럽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연합(EU)은 지난 2000년 3월 EU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리스본 전략’을 로드맵으로 삼아 미래에 대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리스본 전략은 EU를 2010년까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지식기반 경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연구개발 강화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스본 전략은 특히 유럽연구영역(ERA·European Research Area)을 형성해 EU 역내(域內)의 연구개발 활동을 공동체 차원에서 조정하고 통합하도록 했다. ●2000년 EU정상회의 ‘리스본 전략´ 채택 이어 2002년 3월 바르셀로나의 EU 정상회의에서는 당시 EU의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1.9%에 불과하던 연구개발투자를 2010년까지 3%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행동계획도 채택했다. 또 2002년에서 2006년까지의 연구 및 혁신계획을 담은 제6차 기본연구계획은 ERA내의 연구개발 주체간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활동 통합을 더욱 강화하고,EU 전체로 볼 때 중요성이 있는 프로젝트들에 보다 많은 투자를 유도했다. EU 과학·연구 집행위의 실바 로드리게스 연구담당 국장은 “과학·기술분야는 미래의 경쟁력과 직결되지만 그동안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이뤄져 회원국간 투자중복은 물론 유럽 전체 차원에서 중요한 분야는 제외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같은 구조적 약점을 교정, 보다 통합적이면서 전략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연구개발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ERA 구축의 목표”라고 설명했다.EU 공동의 과학기술 정책은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어가고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거대 프로젝트에서 특히 성과가 있다. ●세계최초 혜성탐사선 로제타 발사 유럽우주청(ESA)은 세계 최초의 혜성탐사선 로제타(Rosetta)호를 발사한 데 이어 오는 2033년까지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착륙시키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태양계의 모든 위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낸다는 오로라 탐험 프로그램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미래의 대체에너지로 기대를 받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ITER)을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도 공동 과학기술정책의 결실이다. 미국 위치정보시스템(GPS)의 독점적인 위치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이 개발하고 있는 독자적인 위성항행 시스템 갈릴레오 프로젝트도 대표적인 공동 과학기술 프로젝트로 꼽힌다. 2008년 상업적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는 갈릴레오 시스템은 고도 2만 4000㎞ 상공에 30개의 위성을 배치해 기존 시스템보다 서비스 질이 높고, 정확성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발 단계에서만 약 11억유로(약 1조 3000억원)라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지만 15만명 이상의 고용창출을 비롯해 상업 서비스 제공을 통해 연간 100억유로(약 12조원) 이상의 소득창출이 예상된다. 지난해 4월 유럽의회를 통과한 제7차 기본연구계획(2007∼2011년)은 ERA의 토대 위에 ▲협력 ▲아이디어 ▲인적자원 ▲연구능력 등 네가지 컨셉트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추진, 지식기반 사회를 준비하도록 했다. ●정보통신기술에 집중적 투자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 프로그램의 통합·조정을 시도하되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모든 과학분야에서 개인 연구단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을 위해 유럽연구위원회를 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건강, 식품·농업 및 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 나노과학, 에너지, 환경, 교통, 사회·경제·인문 과학, 우주 및 안전이 7차 계획의 중점 추진분야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기술은 리스본 전략이 추구하는 지식기반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분야.EU 집행위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보통신 기술의 뒷받침이 긴요하다는 인식 아래 지난해 5월 ‘i2010’이라는 EU 정보통신 5개년 발전전략을 채택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i2010은 범 EU 차원의 정보화사회 건설을 위해 기존에 추진되어 오던 정보통신정책 ‘eEurope’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기술 및 정책 통합과 광대역기반 인터넷 통신기술의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EU집행위의 비비안 레딩 정보·사회·미디어 집행위원은 “i2010은 유럽을 가장 경쟁력 있는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정보화 시대의 기업운영방식, 인간관계, 삶의 질 개선까지 전반적인 사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 재조명

    |파리 함혜리특파원|17세기 유럽 회화의 거장 렘브란트(1606∼1669)의 탄생 400주년을 맞은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과 그가 태어난 라이덴에서 기념행사가 풍성하게 펼쳐졌다. 출생지 라이덴은 헤이그와 암스테르담 중간에 있는 인구 12만명의 조그만 대학도시. 방앗간집 아들로 태어난 렘브란트가 26세까지 살았던 이곳에는 가족들이 다녔던 교회와 아버지가 작업했던 풍차, 부모의 묘지 등이 남아 있다. 생가는 20세기 초 철거됐다 1980년 정면이 새로 지어졌으며, 초기 작업실은 여전히 다른 화가가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라이덴에서는 이날 음악, 연극공연 등이 포함된 대규모 야외 페스티벌이 열렸다. 특히 이날 라이덴의 식당에선 17세기 먹을거리를 팔아 관광객들을 즐겁게 했다. 암스테르담에선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렘브란트의 ‘야경’,‘유대인 신부’를 비롯한 걸작들이 국립 레이크 미술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여러 미술관에서는 올 한해 동안 렘브란트 관련 전시회가 계속돼 거장의 작품세계를 연대기별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암스테르담 로열 카레 극장에선 이날 저녁 렘브란트를 소재로 한 뮤지컬 공연이 개막됐다. 이 공연은 갈채와 비극의 양면을 가진 렘브란트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1606년 7월15일 탄생한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부터 명성을 얻었다. 주문이 끊이지 않아 상류사회의 화려한 생활을 오래 누릴 수 있었다.28세 때인 1634년 후원자의 조카인 사스키아와 결혼해 자녀 4명을 낳았지만 1642년 부인이 죽은 후엔 아들의 보모를 정부로 삼았으며, 나중엔 더 젊은 가정부와 관계를 맺기도 했다. 돈 관리에 실패하고 씀씀이가 커지면서 결국 파산해 집에서 쫓겨났다.1669년 사망했을 때엔 묘지를 살 돈도 남기지 못해 무연고 묘에 쓸쓸히 묻혔다. 한편 렘브란트의 작품 가운데 지금까지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작품은 지난 2000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약 2000만파운드(약 350억원)에 팔린 ‘62세 부인 초상화’였다.lotus@seoul.co.kr
  • 佛센강 37번째 다리 ‘시몬 드 보부아르’ 개통

    |파리 함혜리특파원| 파리 시내를 가로 지르는 센강 위에 37번째 다리가 13일(현지시간) 개통됐다. 1986년 작고한 실존주의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름을 딴 새 다리는 센강 우안 12구의 베르시 공원 쪽과 맞은편 좌안의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 쪽을 잇는 인도교다. 센강의 다리 가운데 여성의 이름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통행이 금지된 인도교로는 4번째다. 파리 시가 2100만유로(약 250억원)를 들여 건축한 새 다리의 길이는 304m다. 우아한 곡선미가 특징이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다리의 이름에 걸맞게 여성적인 부드러움이 넘치는 이 다리는 보행자와 자전거, 롤러 블레이드를 위해 센강 위에 설치된 공원”이라고 말했다. 설계자인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디트마르 파이흐틴저는 매우 현대적이었고 시대를 앞서 갔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자평했다.lotus@seoul.co.kr
  • 귀열면 세계가 들려요

    ‘두번째 달, 아일랜드에 뜬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열면 어느새 바람을 벗 삼아 세계를 떠돈다. 두 번째 달(두달)의 연주를 듣는 순간을 이런 느낌으로 설명하면 어떨까.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이라는 장르도 그러하려니와 7인조인 밴드 이름마저 특이하다. 허나, 드라마 ‘아일랜드’의 테마 ‘서쪽 하늘에’로 존재감을 알리더니 각종 CF 음악과 드라마 ‘궁’의 OST를 통해 생소함을 친숙함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평론가들도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 악기와 음악으로 새로운 맛을 만드는 이 밴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3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올해의 신인’,‘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앨범’ 등 3관왕을 차지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칭찬은 감사히 여기지만 부담스럽기도 해요. 세계 민속음악에 정통하다든가, 잘해서 공연 때 50개 이상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니거든요.”(김현보) 국내 음악 토양이 빈약하다 보니, 후한 평가가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선 두달 같은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말도 덧붙였다.‘이런 음악을, 이런 악기를 연주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멤버들을 모이게 했고, 음악 팬들은 물론 멤버 자신들이 즐거울 수 있는 음악을 하자는 목표가 지금에 이르게 했다. 이들이 다루는 범상치 않은 이국의 악기 대부분은 독학의 결과다. 본인들 입으로 ‘카피 수준’이라며 1집 음악은 밴드 스스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콘서트 때마다 완성도를 높이며 진화하고,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여백의 음악이 담길 두 번째 앨범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8일 데뷔 이후 가장 많은 1000여명 관객 앞에서 열린 서울악스 공연에서도 최대 히트곡 ‘서쪽 하늘에’를 아카펠라 식으로 풀어가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국내 음악시장의 여건만 좋았다면 두달 같은 밴드는 이미 나왔을 꺼에요.”(박진우) 비평으로도 대중적으로도 길지 않은 순간에 성공을 거뒀지만, 아직도 음악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낮에는 선생님이나 레슨 등으로 돈을 벌고, 밤에 노곤한 몸으로 연습을 한다. 직장인 밴드나 다름없다. 지난해 2월 나온 1집은 약 1만 3000장,‘궁’ OST는 4만장가량 판매됐다. 그나마 드라마,CF 때문에 운이 좋은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달이 조만간 아일랜드에 뜬다. 취업비자가 만료돼 고향으로 돌아가는 린다 컬린을 따라서다. 밴드를 처음 알렸던 것이 드라마 ‘아일랜드’니 참 공교롭다. 린다의 보컬 덕택이기도 하나, 특히 두달 음악은 아이리시 또는 켈틱 느낌이 다분히 흐르지 않는가. 그만큼 멤버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멋진 기억을 갖고 고향으로 가요.”(린다),“빚내서 가요. 많이 공부하고 와야죠.”(김),“신나게 구경하고 싶은데요.”(박),“펍(Pub)이나 거리에서 연주해 보고 싶어요.”(박혜리),“음…, 노숙해 보면 멋있을 것 같은데요.”(최진경),“이달 말 공익요원으로 입소할 예정이라 마음만 같이 갑니다.”(백선열),“피들-바이올린 원형이라고 하는 아일랜드 악기-을 좀더 배워 보고 싶어요.”(조윤정)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에게도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며 한마디 남긴다.“함께 나눠야 하는 사회잖아요. 요청이 들어오면 다른 일정을 제치고 달려갈 겁니다. 그런데 우리를 동아리쯤으로 여기는지 신청이 잘 안 들어오네요.”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2)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명문대 교육혁명] (12)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취리히·다보스(스위스) 함혜리특파원|스위스의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이 대학의 수학과를 다녔고, 교수(물리학과)의 경력을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공계 분야에서 이 대학은 교수들은 물론 박사과정 학생들, 그리고 박사후 과정(Post Doc) 연구원들에게 ‘꿈의 대학’으로 불린다. 학교 규모로는 다른 영·미권의 명문대학보다 작지만 유럽의 대학 가운데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취리히 연방공대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륙의 대학으로는 최정상급이다.1855년에 설립됐다. 롤프 프로발라 홍보담당 국장은 “이공계 분야의 명문대로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최첨단의 연구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ETH 취리히는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교수 초임 연봉 1억 5000만원… 하버드대와 엇비슷 교수들의 초임 연봉은 약 15만 5000달러(약 1억 5000만원). 미국 공립대학 정교수의 연봉(11만달러)보다 50%쯤 많다.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명문 사립대 교수들의 연봉(14만∼15만달러)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조건이다. 엔지니어링 분야의 경우 정교수가 받는 평균 연봉이 미국 공립대학은 7만∼10만달러 수준이지만 이 대학의 교수들은 20만∼50만달러를 받는다. 박사과정 학생의 연봉은 2만 8000∼4만 8000달러(약 2800만∼4800만원) 정도다. 최태열(나노 유체역학연구소 선임연구원)박사는 “높은 보수를 제공한다고 해서 우수한 인적자원이 무조건 몰려드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훌륭한 유인책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미국의 버클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연구소의 책임자인 교수에게 연구원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고, 연구소 운영비가 충분하게 지원되기 때문에 연구성과나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을 받지 않는 점이 미국대학과 비교해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에서 연구는 각 학과(15개) 밑에 독립적으로 조직된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보통 정교수들이 연구소장이 된다. 각 교수마다 3∼5명의 선임연구원 및 박사후 과정 연구원을 두고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계공학과의 경우 13개 연구소가 있고 그 아래에 세분된 연구실들이 모두 39개가 운영된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분야별로 나눠진 실험실에서 연구하며, 학부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다. 교수들은 연구소의 연구원과 박사과정 학생들을 선발하고, 학교에서 지급되는 기본 연구비(연구원의 급여 포함)를 각 실험실에 배분한다. 교수들은 연구소라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높은 실적을 내야 하는 부담은 없다. 다른 대학의 교수들처럼 매년 의무적으로 논문을 제출하거나, 기업체로부터 좋은 연구 프로젝트를 따 와야 하는 부담이 없다. 강의에서도 자유롭다. 수년간 진행한 연구가 실패로 끝나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ETH 취리히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리스크 캐피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안데르스 하그스트렘 학술 마케팅 국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한 연구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얻는 것은 많고 그런 지식이 쌓여 첨단기술도 나오는 법”이라며 “교수들이 다른 스트레스나 부담을 받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능력 뛰어난 교수 ‘삼고초려´ 초빙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교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선 수년간의 노력과 엄청난 비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백질체학의 최신 연구분야인 시스템 바이올로지에서 최고 권위자인 루디 에버솔드 교수를 미국의 시애틀에서 취리히로 ‘모셔오기’ 위해 3년간 공을 들였다.2003년 계약을 공식발표한 데 이어 스위스에서 같이 연구할 연구원들을 미리 시애틀로 보내 에버솔드 교수와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그런 다음 2005년 1월 연구소를 취리히로 옮겼다. 에버솔드 교수와 그의 시애틀 연구팀을 패키지로 스카우트, 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든 비용은 1억 8000만달러(약 1800억원). 시스템 바이올로지 연구소의 이후근 박사도 에버솔드 교수와 함께 시애틀에서 취리히로 건너왔다. 이 박사는 “미국에서는 교수들간 경쟁도 치열하고, 연구비를 따려고 제안서를 쓰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만 ETH 취리히에서는 이런 부담이 전혀 없어 연구에만 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다른 대학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각 연구소에는 기계 및 전자분야의 작업을 도맡아 주는 기술자들이 있다. 학생들이 필요한 도면이나 원하는 실험장치를 설명하면 이른 시일 내에 기술자들이 만들어준다.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수학기간도 짧아지는 효과가 있다. 독일에서는 석사 취득후 박사학위를 받는 데 7년 정도 걸리지만 ETH 취리히에서는 석사 취득 후 3∼4년이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취리히시 북서부에 조성 중인 제2캠퍼스 사이언스 시티는 쾌적한 환경, 실험기자재나 설비 등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물리학 연구동의 지하에는 최첨단 시설의 청정룸까지 갖춰져 있어 연구원이나 학생들이 반도체, 초고속 마이크로칩, 나노 공학 등 하이테크 분야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36만㎡(약 11만평)의 방대한 규모에 조성되는 사이언스 시티는 1957년 첫삽을 뜬 이래 아직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박사·석사·MBA과정 절반이 외국인 이같은 연구환경 덕분에 ETH 취리히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우수한 인재들로 가득하다. 전체 358명의 교수들 중 외국인은 206명(58%)이나 된다. 외국인학생은 학부의 경우 12%에 그치지만 박사과정과 석사,MBA과정에서는 절반이 외국인이다. 석사 이상의 과목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ETH 취리히의 신경과학 연구소와 취리히 대학의 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마틴 슈밥 교수는 “기초 과학은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은 ETH 취리히의 학구적 전통은 그동안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저력이 됐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한국인 유학생이 말하는 ‘연구환경’ |취리히 함혜리특파원|취리히 연방공대에는 현재 유학생 10명과 6명의 박사후 연구원 등 한국인 16명이 있다. 이들은 취리히 연방공대의 강점으로 인적자원의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와 최상의 연구환경을 꼽는다. 지난해 9월부터 화학과 유기합성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전옥염씨와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는 권오필(물리학과·비선형 광학실험실)박사, 최태열(기계공학과·나노 유체역학연구소)박사로부터 연구분위기를 들어봤다. ▶취리히 연방공대의 연구환경을 한국과 비교한다면. -(전)포항공대에서 석사를 하고 이곳으로 왔다. 모든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갖춰진 설비도 놀라웠지만 부수적인 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전문기술자를 배치하는 등 모든 부분에서 배려하는 것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권)물리학 연구실이 있는 사이언스 시티의 연구동(棟)은 최첨단 연구설비가 모두 갖춰져 있다. 이곳에 있는 각 동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로 꼽힌다. ▶연구인력에 대한 대우는. -(전)최상이라고 생각한다. 박사과정에 지원하려고 면접하러 올 때에도 모든 비용을 학교측이 부담했다. 박사과정 1년차인 나의 경우 정상 급여의 60%를 받아 한달에 2500스위스프랑(200만원 정도)을 받는다. 매년 10%씩 인상되고 1년에 25일의 유급휴가도 있다. -(최)무엇보다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할 줄 아는 곳이다. 학생이든, 연구원이든 생활하기에 충분한 보수를 제공해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한다. 졸업 후 새 직장을 찾는 학생들이나 직장을 옮기고 싶어 하는 연구원에게도 3개월 동안 월급이 나온다. ▶수업 방식은. -(권)학부학생들의 경우 입학은 자유롭지만 매우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진급한다. 재시험은 한 차례만 기회가 있어 1,2학년 학생들은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한다.2학년이 끝날 때 남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입학생의 3분의2 정도다. 물리학과의 경우는 절반 정도다.7학기(3학년 후반기) 이후 심화과정에 들어가 각자 특정한 연구실을 선택해 과제를 한다. 교수들은 이에 맞춰 특성화된 과목을 개설한다. 실험과 연구는 조교(박사 후 과정 연구원)의 도움을 받는다. 연구원 1명당 3∼4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연구 분위기는. -(최)한국에서는 학과간 벽이 높아서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다른 학과의 연구실에서도 자유롭게 실험을 할 수 있어 융합 과학의 추세를 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 -(전)한국에서 석사를 할 때에는 잠자는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침에 출근해 저녁 6시면 퇴근하는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국의 ‘월화수목금금금’식 연구를 통해 얻는 것도 많지만 집중력이나 능률은 이곳이 훨씬 높다. -(권)이른 시간에 연구성과를 내고, 많은 논문을 써서 발표하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하나를 하더라도 좋은 내용을 찾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기초에 충실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물적·심적 ‘여유’가 취리히 연방공대의 힘이다. lotus@seoul.co.kr ■ “외국 유명대학과 협력 강화 미래사회 기술자·리더 양성” |다보스(스위스) 함혜리특파원|매년 재계와 정계의 세계적인 거물들이 모이는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최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생물학과의 6회 심포지엄이 열렸다. 2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이 심포지엄은 생물학과 3,4학년 학생들과 교수, 연구원 등이 참석해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올해 참가자는 680명. 지난해 10월 취임한 에른스트 하펜 총장도 생물학과 교수 자격으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하펜 총장은 인터뷰에서 “명문대학으로 남으려면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외국의 유명대학과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우수한 해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목표는. -10∼15년 후 미래 사회는 지금의 사회와 많이 다를 것이다. 훨씬 진보된 지식기반 사회에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엔지니어와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독일의 디 차이트 조사결과 수학, 생물, 화학, 물리 등 과학 분야에서 ETHZ가 (유럽에서)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유럽내에서 이공계 분야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우리가 가장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명문대의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우수한 인적 자원은 명문대학의 기본 조건이다. 좋은 교수가 있는 곳에 좋은 학생이 있고, 좋은 학생이 있어야 좋은 교수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세계 톱수준의 교수진과 연구진,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지원, 인프라 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인재를 원한다. 그들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인적자원의 국제화 비율이 다른 어느 대학보다 높은데. -스위스는 인구 700만명의 작은 나라다. 우수한 외국인들의 도움이 없이는 프랑스나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외국의 우수한 인재들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연구 프로젝트의 국제 교류를 중시하는 이유는. -과학, 교육, 문화, 시장경제 등 모든 것이 글로벌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에서 국제적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대학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학생들은 일찌감치 다른 문화를 접촉하며 국제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경험이다. ▶앞으로 ETHZ의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나. -기술만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사회도 진보한다. 이런 미래 사회에 맞춰 교육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것이 기본 목표다.15년 뒤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2020 프로젝트’가 마련돼 있다. 재정 분야에서 현재 85%나 되는 국가의 지원 비율을 낮추고 지식과 기술의 전환 작업이 쌍방향으로 활발히 이뤄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연구소 창업도 보다 활발히 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제2의 MIT가 되는 것이 아니다. 우수한 대학인 동시에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대학이 되는 것을 원한다.ETHZ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英, 알카에다 동조 8천명 비밀리 조사”

    |파리 함혜리특파원| 영국의 정보기관인 MI5와 경찰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을 찾기 위해 영국에 사는 무슬림들 가운데 알 카에다에 동조하는 8000명을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리치 픽처’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 작전은 영국에서 출생했거나 활동하는 무슬림들 가운데 일부가 폭탄테러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른 것이다. 또 테러리즘에 물들어 가는 잠재적 테러리스트와 테러 자원자들을 찾아내고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을 식별해내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MI5와 경찰은 테러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대학과 이슬람 사원, 인터넷 웹사이트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이슬람 사회 전체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일부 무슬림 사이에서는 부당하게 범죄 집단시한다며 반발의 목소리도 거세다.lotus@seoul.co.kr
  • “손주 만날 권리달라” 佛 소송 급증

    |파리 함혜리특파원|올해 74세인 모니크는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를 상대로 두번째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손주인 벵상과 빅토르를 만날 권리를 찾기 위해서다. 모니크의 아들과 며느리는 최근 이혼한 뒤 두 아이를 1주일씩 번갈아 가면서 돌보고 있다.모니크는 “그렇다면 우리들은 언제 손주들을 만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나는 손주들을 사랑하고 손주들도 조부모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1997년에도 모니크는 소송을 통해 당시 1살,4살이었던 벵상과 빅토르를 1년에 9차례의 수요일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돌볼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여전히 법원의 판결은 유효하다. 모니크는 이번 소송에서 방학이나 연휴 때에도 일정 기간 손주들이 할머니를 방문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혼과 재혼이 빈번한 프랑스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손주나 외손주를 만날 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이 급증,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의회 차원에서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일간 르피가로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가족·복지 문제를 다루는 분과의 발레리 페크레스 의원은 지난 1년간 작업 끝에 ‘어린이가 조부모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법(안)’을 곧 제안할 예정이다. 법안은 어린이에게 직접적인 해악이 없는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역할을 인정해 주도록 하고 있다. 페크레스 의원은 “어린이의 성장과정에서 조부모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부모의 양육 권리는 인정하지만 조부모들의 권리는 무시하는 현행 제도는 사회의 변화에 맞게 손질될 필요가 있다.”면서 “부모나 조부모의 권위를 내세우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며 법적인 갈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나름대로 사회단체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사회단체인 ‘가족도우미 371-4’에 따르면 지난해 조부모들이 제출한 서류는 2600건이다.법정으로 간 건수는 1900건이나 된다. 이 중 37%는 조부모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였으며 41%는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다. 많은 경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손주들이 하룻밤을 자고 가도록 허락하거나 방학 중 1∼2주를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머물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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