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혜리
    2026-02-18
    검색기록 지우기
  • 좌석
    2026-02-18
    검색기록 지우기
  • 특사
    2026-02-18
    검색기록 지우기
  • 명품
    2026-02-18
    검색기록 지우기
  • 일수
    2026-02-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483
  • [서울광장] 착한 국민, 몹쓸 정부/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착한 국민, 몹쓸 정부/함혜리 논설위원

    최근 잇따라 드러난 공직자들의 비리사건은 이 정권의 도덕성이 논할 가치조차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한몸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고, 그들의 녹봉을 대주느라 마른 수건 쥐어짜듯 허리띠를 졸라매 가며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된 도리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세금을 가져다 쓰는 정부가 그 도리를 다했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불행은 여기서 출발한다. 정부는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무서운 줄도 모르고 쓰다가 나라 살림을 거덜내고 있다. 정말 몹쓸 정부다. 적자를 메우는 것은 착한 국민의 몫이다.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돌려받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조건 정부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지 말라고 하면 섭섭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웬만한 선진국보다 높다.2004년 기준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5%로 미국(18.8%), 일본(16.5%)을 앞질렀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21.2%까지 높아졌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장 기여금까지 감안한 국민부담률도 크게 늘어났다. 국민부담률은 지난 2000년 23.6%에서 2006년 26.8%로 최근 6년동안 3.2% 포인트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승세다. 세금·연금 등 가계의 비소비성 지출이 크게 늘어난 탓에 소득이 늘어도 효과는 거의 없다.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생활이 전보다 빡빡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국민들 5명 중 1명은 상대적 빈곤에 빠져 있다. 조세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세금과 연금 부담액만 높아진 게 아니다. 무섭게 오른 물가와 사교육비 부담까지 겹쳐 허리가 휠 지경이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민들은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정부가 유류세를 낮춰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딴청만 부린다. 유류세를 10%만 낮춰도 2조 3000억원 이상 세수에 차질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소득세, 양도세 등 개인의 세 부담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 정도는 못 되더라도 세금 쓸 일을 줄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거꾸로 갔다. 지난 5년간 이런저런 이유로 공무원 6만여명을 증원했다. 이로 인해 인건비만 1년에 1조원이 늘었다.‘일 잘하는 정부’의 환상에 빠져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 공자는 추읍이라는 지방의 현령을 지내고 있는 제자 자멸(子蔑)에게 이런 가르침을 전했다.“관리로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백성의 어려움이다. 수리를 잘 정비하고, 세 부담을 경감하며 백성들이 풍성하게 수확해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은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세금을 더 거둘 방도를 짜내기보다는 국민들의 고통을 보듬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세금낸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할지를 고민하면 된다. 첫출발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세금 쓸 일도 줄어들고, 쓸데없는 규제도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 복지를 위해 쓸 여력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진정 행복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사르코지의 미국찬가/함혜리 논설위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6일과 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2003년 봄 이라크전을 둘러싼 갈등으로 금이 간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 복원이었다. 후보시절부터 미국과의 관계회복을 공언해 온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틀간의 공식 일정 내내 ‘미국 찬가’를 반복하며 구애작전을 펼쳤다. 그는 우선 방미 첫날 백악관 만찬에서 건배사를 통해 방문 목적을 직설적으로 밝혔다.“내가 워싱턴에 온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프랑스 국민의 이름으로 말하건대 나는 미국의 마음을 정복하고자 한다. 미국과 프랑스는 친구이자 동맹국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음날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그는 “2차 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프랑스를 해방시켜주고, 마셜플랜으로 전후 재건을 도와준 미국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제적 현안에 대해서는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미국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친미적인 행보에 대해 일부 프랑스 언론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의 뒤를 이어 부시 대통령의 ‘푸들’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유럽의 맹주인 프랑스가 미국에 가서 납작 엎드린 것은 수치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목적했던 대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나는 평화를 함께 사수할 동지를 가졌다.”며 사르코지를 치켜세웠다. 미 의원들은 사르코지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어떤 여성 의원은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허드슨연구소 케네스 바인슈타인 소장은 “사르코지 대통령은 진정으로 미국인을 감동시켰다.”고 했다. 스콧 매클렐런 전 백악관 대변인은 “앞으로 프랑스가 무조건 미국을 지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나라가 합심해 여러가지 도전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누구도 프랑스를 비굴하다고 폄하하지 않았다. 최고의 외교 기술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할 말을 분명히 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사르코지가 이번 공식방문 중 쏟아 놓은 ‘미국 찬가’는 그런 점에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北수재민돕기 콘서트 14일 서울서 막올라

    北수재민돕기 콘서트 14일 서울서 막올라

    북한 수재민을 돕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회인 ‘M4none 갈라콘서트’가 14일 오후 8시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막을 연다. 남북정상회담의 평화적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한국을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미국 5개 도시와 독일, 영국으로 이어진다. 공연 수익금 전액은 북한 수재민 돕기 성금으로 전달된다. 한국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임미정, 비올리스트 최은식, 플루티스트 윤혜리, 소프라노 오미선, 테너 류정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뭉쳐 음악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임미정 한세대 교수 등이 연주하는 슈만, 윤이상의 ‘가락’, 베르디 등이 연주된다. 특별히 북한 곡인 이면상의 ‘산으로 바다로 가자’와 김제선의 ‘소방울소리’도 공연된다. 이 콘서트는 이번 북한 수재민 돕기 외에 전쟁·기아·어린이 등 세계 평화와 관련된 국제 이슈를 선정, 매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평화음악회로 확대될 계획이다.2만∼10만원.(02)725-3342.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석유 없는 사회를 향해-스웨덴 2] 산림자원 에너지화…석유의존도 30년새 절반 ‘뚝’

    [석유 없는 사회를 향해-스웨덴 2] 산림자원 에너지화…석유의존도 30년새 절반 ‘뚝’

    |웁살라(스웨덴) 함혜리 특파원| 고유가 시대에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1차 석유위기를 겪은 이후 지난 30여년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2005년 기준 스웨덴의 총에너지 공급량 630TWh(테라와트시) 가운데 석유 의존도는 31%이다.1970년대만 해도 석유 의존도는 70%였지만 30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였다. 수력과 원자력 외에 물, 바람, 파도는 물론 나무 부스러기부터 가축의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까지 에너지원으로 개발해 산업화한 결과다.2006년 말 현재 스웨덴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전체 에너지 공급의 29%에 이른다. 연간 에너지 생산량은 4765㎿.2003년(4049㎿)에 비해 716㎿ 늘어난 것이다. ●바이오매스, 저장 가능·환경피해 적어 스웨덴의 에너지 보고는 2400만㏊에 이르는 방대한 산림지역이다. 나무가 주된 에너지원이던 19세기까지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에너지원이었던 바이오매스는 대체에너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스웨덴의 ‘그린골드’로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매스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직접 연소시켜 그 열을 사용하는 것. 벌채할 때나 목재를 가공할 때 나오는 나무 찌꺼기를 이용해 목재 펠릿(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압축가공한 것)이나 목재 칩을 만들어 직접 연소시키는 방법이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개량 포플러, 개량 버드나무, 유칼립투스같이 성장이 빠른 나무나 샐릭스 같은 다년생 초본을 재배해 연료로 사용한다. 스웨덴 웁살라농대의 바이오에너지 연구팀장 헬렌 룬두키비스트 교수는 “바이오매스는 저장이 가능하며, 환경 피해가 적어 스웨덴의 환경에 가장 적합한 대체 에너지원”이라며 “생명공학(BT)을 접목시켜 유용한 세균 등을 이용해 바이오매스의 열효율을 높이는 연구,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숙성이 빠른 특성화 작물을 재배하는 연구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주택용 난방은 30년 전 90% 이상이 석유를 연료로 사용했으나 현재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지역난방 시스템으로 대부분 전환한 상태다. 구형 석유 보일러를 목재 펠릿을 사용하는 보일러로 바꾸기를 원하는 가정에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세계 최고 바이오가스 생산기술 바이오매스를 생화학적으로 가공해 얻어지는 바이오가스는 수송용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음식물 찌꺼기, 가축 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로 만들어져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설비 지원과 함께 바이오가스, 에탄올가스 차량에 대해서는 ‘친환경 자동차’로 특별관리하며 대체에너지 사용을 권장한다. 친환경 자동차는 에너지세 감면을 비롯해 주차료, 도심 진입료 면제 등의 혜택을 누린다. 웁살라에 본사를 둔 바이오가스 생산시스템 개발회사 스칸디나비안GTS의 한스 셰트스트롬 사장은 “바이오가스는 국내에서 재료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고, 찌꺼기는 유기질 비료로 쓰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했다. 셰트스트롬 사장은 “현재는 바이오가스를 액화해 차량 연료로 사용하는 단계”라면서 “곧 냉각 바이오가스 생산기술이 상용화되면 장거리 운반이 가능해져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선박, 화물차, 냉동차의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스칸디나비안 바이오가스사는 180억원을 투자해 울산시 용연하수처리장에 바이오가스 생산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셰트스트롬 사장은 “음식물 쓰레기, 축산 폐수는 물론 동해안의 적조까지도 바이오가스의 원료가 되기 때문에 한국의 환경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10년부터 파도에서 에너지 생산 조수와 파도 역시 기술만 개발하면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웁살라대학 옹스트롬연구소에서 조력·파력에너지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우르반 룬딘 박사는 “대부분의 대체 에너지가 태양으로부터 오는 것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조력발전은 달로부터 전달되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룬딘 박사는 “조력 발전은 바다 경관을 해치지 않고, 소음이나 생태계 파괴도 없이 무한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조수의 흐름이 불규칙한 문제가 있다.”며 “에너지를 적절하게 분산시켜 안정적으로 전기를 얻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 서쪽 해안에서 현재 2㎿급 터빈의 실험을 진행 중이며 10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안드레아스 칼그렌 환경부 장관 |에스킬스투나(스웨덴) 함혜리 논설위원| 안드레아스 칼그렌 환경부 장관은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환경과 기후문제, 그리고 미래의 석유자원 고갈을 생각할 때 대체에너지 외에는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며 “국가별 상황에 맞는 감축 노력을 전개하는 것 외에 국제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2020년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분야별로 많게는 0%까지 줄여 석유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온실 가스의 주범인 화석에너지는 영원히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아니다. 또 국제 유가는 치솟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기술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석유독립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탄소세·질소세 등 에너지세를 올리기로 한 배경은.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스웨덴 전체 배출량의 30%를 차지한다. 지난 1991년 탄소세를 도입한 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여전히 연평균 10%씩 높아지는 상황이다. 질소산화물은 매년 6000t씩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질소세를 높인 것은 배출감축을 위한 장비 지원 및 기술개발에 활용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런 조치로 매년 3000∼5000t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에너지세 인상은 정치적 불만요인이 될 수 있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환경을 보존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국민들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에너지세 인상을 통한 세수는 어디에 사용되나. -세율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은 30억크로네(약 72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를 위한 10억크로네(1400억원)’를 조성할 계획이다. lotus@seoul.co.kr
  • [新에너지 시대] 에너지 자족도시 스웨덴 말뫼를 가다

    [新에너지 시대] 에너지 자족도시 스웨덴 말뫼를 가다

    |말뫼(스웨덴) 함혜리특파원|스웨덴 말뫼시는 지난 2002년 조선업의 쇠락으로 쓸모없게 된 선박건조용 크레인을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았다. 당시 현지 언론은 ‘말뫼가 울었다’는 제목으로 이 사실을 보도하며 조선대국의 자존심도 떠났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른바 ‘말뫼의 눈물’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말뫼는 산업도시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미래형 첨단도시로 변신했다. ●조선업 접고 IT·BT 산업도시로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이어지는 연륙교가 2000년 완성된 것을 계기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컨벤션 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골리앗 크레인이 서 있던 자리에는 미래형 첨단빌딩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들어섰다. 조선소가 위치했던 서쪽 해안지역의 베스트라 함넨은 미래형 생태도시로 거듭났다. 인구 27만의 말뫼는 스웨덴 제3의 도시다. 베스트라 함넨은 시내에서 서남쪽 해안방향으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베스트라 함넨의 핵심은 ‘Bo01’지구. 바닷가 쪽으로 6∼7층 높이의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고 좁다란 골목으로 들어가면 공동주택들이 들어서 있다.2001년 이곳에서 열린 유럽주택전시회에 출품했던 건축가 22명의 작품들이다. 디자인, 색상, 건물의 높낮이가 다양해 장난감 마을 같지만 에너지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도록 설계됐다. ●풍력·폐열·태양광… 빗물받아 사용 전기는 인근 바닷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에서 나온다. 난방용 에너지는 지역난방용 가스관을 통해 전달되는 폐열을 사용한다. 건물은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받아들이도록 설계됐고 건축 자재는 단열재를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다. 모든 가로등은 태양전지로 작동된다. 아파트에는 햇빛을 한껏 받을 수 있도록 통 유리창이 설치됐고 지붕에는 집열장치를 갖춘 태양광 발전기가 갖춰졌다. 생활 쓰레기는 지역난방을 위한 쓰레기소각장으로, 음식 쓰레기는 분쇄기에서 별도의 파이프를 통해 바이오가스 공장으로 보내진다. 건물 지붕과 담을 따라 빗물을 받을 수 있도록 홈통을 설치했다. 빗물은 한차례 정수과정을 거쳐 녹지 공간의 조경수로 사용된다. 에코빌리지는 거주자들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리도록 친환경 교통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거주지 내부에 자동차 길을 없애고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 지상의 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은 마을 외곽에 설치해 자동차의 통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마을 주민 안드레아스는 “도심에서 그다지 멀지 않으면서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깨끗한 환경과 쾌적함을 누릴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산업지역이 쾌적한 생태도시로 베스트라함넨은 10여년 전만 해도 스웨덴의 대표적 중공업 단지였다. 매립지로 개발된 이곳은 1990년 초까지 조선산업의 중심지였다. 조선산업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코컴스사의 조선소가 1986년 폐쇄되고 이어 사브-스카니아사의 상용차 공장이 들어섰지만 이 역시 산업구조조정으로 1990년 문을 닫았다. 말뫼시는 이 지역을 주거와 교육, 비즈니스, 여가생활이 가능한 환경친화적인 미래형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중앙 정부로부터 2억 5000만크로네(약350억원)의 환경전환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공장부지를 매입해 2002년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총면적 160㏊에 이르는 베스트라함넨 친환경도시 프로젝트는 민관합동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다.Bo01 지구를 중심으로 지금도 확장하고, 정비하는 중이다. 주거용 건물이 600개 가까이 건설됐고, 말뫼대학도 단계별로 이전 중이다. 말뫼 시 관계자는 “최고의 통신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스웨덴의 IT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시점에는 1만가구가 들어서고 유동인구는 3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버핏 효과/함혜리 논설위원

    제 1원칙-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 제 2원칙-제 1원칙을 잊지 않는다.‘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77)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투자원칙이다. 세상에 돈을 잃기 위해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웬만큼 내공이 쌓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버핏은 기업의 내재 가치(펀더멘털)에 주목하며 시장에서 저평가됐을 때 매수한 뒤 장기보유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원칙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실천하는 것은 일정한 경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어렵다. 그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버핏의 판단을 100% 신뢰하고 따라하기를 주저않는다. 그의 말 한마디에 수천억달러가 왔다갔다 한다. 이른바 ‘버핏 효과’다. 버핏 효과는 비단 증권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자선단체들은 버핏 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다. 버핏은 지난해 6월 자기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440억달러(약 41조원)를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버핏의 자녀들도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엄청난 재산을 우리에게 물려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신나간 행동일 것”이라며 아버지의 계획을 지지했다. 미국인들이 버핏을 ‘오마하의 현인(賢人)’이라고 부르며 존경심을 표하는 것은 단지 돈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돈을 잘 벌기도 하지만 잘 쓰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버핏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의 부호들 사이에서도 기부 붐이 일었다. 일반 시민들도 저마다 저금통을 털어가며 자선기금을 냈다. 그 결과 지난 한해동안 미국인이 기부한 자선기금 총액은 사상최대인 2950억달러(약 273조원)를 기록했다. 지난 주 버핏 회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그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고작 6시간뿐이었지만 영향력은 엄청났다.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전망과 저평가 발언 등으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호전됐다.25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3.39포인트나 상승했고 이튿날인 26일에도 51.31포인트 상승으로 이어져 2000선을 가뿐하게 회복했다. 버핏 효과가 증시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면 욕심일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말 한마디/함혜리 논설위원

    파리에서 함께 특파원 생활을 하던 타사 후배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모두들 파리에서 지낼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첫 인사가 한결같이 “얼굴 좋아졌다.”였다. 프랑스 생활이 남들에겐 굉장히 멋져 보이지만 특파원 임무를 탈없이 수행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여간 고달픈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특파원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누군가 던졌다. 전화선으로 들려오는 말 한마디, 메신저로 들어오는 말 한마디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고들 했다.“잘 좀 해라.”“그것밖에 못하나?”이런 말들이다. 멀리서 있으니 분위기를 알 수도 없고, 항변을 할 수도 없다. 혼자 듣고 혼자 끙끙 앓는 수밖에 없다. 이런 말 한마디들이 쌓여서 막판에는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됐다고 했다. 그런데 귀국해서 보니 그런 말들을 너무 쉽게 하고들 있더란다. 나의 말 한마디가 혹시 다른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멀리 있는 사람일수록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 줘야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발레리나의 누드/ 함혜리 논설위원

    현대무용에서 여성 무용수들이 상반신을 드러낸 채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은 더 이상 파격이 아니다. 무용수 자신들은 물론 관객들도 예술적 표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 클래식 발레는 현대 무용과 달리 여전히 전통적인 안무와 의상, 무대장치를 고수한다. 아름다운 여성이 잠자리 날개 같은 발레복을 입고, 토슈즈에 몸을 실어 날렵하게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우아하다. 클래식 발레가 시공을 초월해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런 고전적 가치를 지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전발레에서 전통적 가치를 깨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로 여겨졌다.19세기엔 발레리나가 발목을 보였다고 문제가 됐다. 20세기 초에는 과감한 표현이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유명 무용수들이 자신의 몸을 공개하는 일조차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사회분위기는 바뀌었다.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전 수석무용수 알렉산드라 페리가 전신 누드를 공개한 적이 있다. 세계적 안무가 지리 킬리안은 발레리나에게 빨간 스커트만 입혀 멋진 예술작품을 연출했는데 이 작품은 2001년 파리오페라발레에 초청된 데 이어 2002년 모나코 댄스포럼 개막작으로 초대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3년전 르몽드 주말매거진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발레리나 실비 길렘의 전신 누드 사진을 실었다. 길렘은 “발레리나의 몸은 정직하다. 근육 하나하나 땀과 연습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예술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나의 몸을 사랑한다.”고 했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주원(30)씨가 25일 열린 국립발레단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패션잡지 ‘보그’ 한국판 10월호에 실린 김씨의 상반신 누드 사진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발레리나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립발레단 징계위원회는 “발레단 소관이외의 활동을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음으로써 계약위반 혹은 지시명령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말대로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보면 그만인 것을 왜 이리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표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언제나 오려는지 모르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부고]

    ●최석원(전 공주대 총장)씨 모친상 21일 충남 공주장례식장, 발인 24일 오전 9시30분 (041)854-9669●이성호(건국대 명예교수)씨 상배 22일 건국대병원, 발인 24일 오전 9시 (02)2030-7906●허성도(전 국제약품 부회장)씨 모친상 22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4일 오전 10시 (02)921-1099●손창일(한국지역난방공사 재무처장)창현(수원교구 원천동 천주교성당 주임신부)창길(삼화콘덴서 과장)씨 모친상 장창섭(자영업)황주연(세진테크 대표)씨 빙모상 22일 경기 수원시 원천동 천주교성당, 발인 24일 오전 10시 (031)216-4766●하준철(농업)여철(부산지법 서기관)삼철(LG전자 DA연구소장)근철(한국은행 외환조사팀 차장)씨 모친상 22일 부산 침례병원, 발인 24일 오전 7시 (051)583-8906●백춘선(한국전력기술 홍보실장)씨 상배 2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4일 오전 8시 (02)3410-6901●정종수(GS EPS 사장)종효(미국 거주·사업)종원(캐나다 거주·사업)씨 부친상 2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7시 (02)3410-6917●유영렬(동양종합금융증권 청담지점장)씨 모친상 22일 충남 공주장례식장, 발인 24일 오전 8시 (041)854-9339●이정규(화일약품 대표)씨 모친상 2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4일 오전 9시 (02)3410-6902●채성철(경북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상철(삼성어진내과 원장)씨 부친상 정혜리(대구가톨릭대 소아과 교수)이현옥(어진치과병원 원장)씨 시부상 21일 경북대병원, 발인 23일 오전 8시 (053)420-6145●김병기(전 삼충물산 회장)씨 별세 규상(삼충물산 대표)정(트라이콤 〃)규륜(통일연구원 박사)씨 부친상 박종철(전 경희대 교수)씨 빙부상 2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3일 오전 8시 (02)3410-6919●김세광(전 SK가스 사장)진광(사업)씨 부친상 김현기(미국 거주)엄규동(〃)씨 빙부상 2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5일 오전 9시30분 (02)3010-2231●정연수(파라다이스 전무이사)씨 모친상 2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4일 오전 8시 (02)3010-2292●박상윤(주 파푸아뉴기니 대사)씨 모친상 21일 대전 을지대학병원, 발인 24일 오전 9시 (042)471-1660●김유정(솔찬 대표)씨 별세 2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4일 오전 5시30분 (02)3010-2251●신명식(동현폴리켐 사장)재식(동서울관광호텔 〃)씨 모친상 2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5일 오전 6시 (02)3010-2293
  • [씨줄날줄] 대통령의 이혼/ 함혜리 논설위원

    니콜라 사르코지(52) 프랑스 대통령은 여러 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전후 세대인 그는 프랑스 역대 대통령 중 나이가 가장 젊다. 헝가리 이민 2세다. 지난 5월6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서 프랑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를 확보했다. 최근 또 한가지 기록이 추가됐다. 지난 15일 부인 세실리아(50)와 합의 이혼함으로써 프랑스에 대통령제가 도입된 1848년 이래 처음으로 현직에서 이혼한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그는 부인을 잃고 홀아비 신세였던 르네 코티 대통령(1954∼1958) 이후 첫 독신 대통령이 됐다. 어쨌든 현직 대통령 부부의 이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실리아는 엘리제궁 대변인이 대통령 부부의 이혼을 공식발표한 다음날 일간 ‘레스트 레퓌블리캥’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조용한 삶을 좋아한다. 퍼스트레이디라는 공적인 자리는 그런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풍부한 정치경험과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했던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라 프랑스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사르코지 대통령이다. 정치적 뜻은 이뤘지만 세실리아의 마음만은 천하의 사르코지도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인 7월14일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내 유일한 걱정거리는 바로 세실리아”라고 말했었다. 결혼식 주례를 서다 첫눈에 반해 12년간 구애 끝에 11년전 두 사람은 결혼했다.2005년 한때 이혼 위기까지 갔지만 그녀는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떠났다. 세실리아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법한데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의외로 쿨(cool)하다. 대통령 부부의 이혼에 대해 프랑스 국민들은 그다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19일자 일간 르파리지앵에 실린 CSA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르코지와 세실리아의 이혼에 대해 응답자의 79%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50%는 세실리아가 대통령의 이미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28%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부정적이었다는 반응은 16%에 불과했다. 역시 우리와는 정서가 많이 다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탈석유의 꿈은 계속된다-스웨덴1] 정권 바뀌어도 ‘탈석유’ 에너지정책은 불변

    [탈석유의 꿈은 계속된다-스웨덴1] 정권 바뀌어도 ‘탈석유’ 에너지정책은 불변

    바람과 태양, 파도, 생물자원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되는 데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1970년대 1차 석유위기를 겪은 이후 근 40년 대체에너지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스웨덴과 덴마크, 독일 그리고 일본 등 신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의 사례를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으로 현지 취재를 통해 집중 분석해 봤다. |스톡홀름 에스킬스투나(스웨덴) 함혜리특파원| 스웨덴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이다. 그런데도 지난 2005년 “2020년부터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석유독립’을 선언했다. 예란 페르손 당시 총리를 위원장으로 총리 직속의 ‘석유독립위원회’도 출범했다. 지난해 가을 좌파에서 중도우파연합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이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현지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 학자,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스웨덴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파정부는 지난달 19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자들이 부담하는 탄소세 등 환경관련 세금을 인상하고,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 계정의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스웨덴이 ‘2020 석유독립’계획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화석연료에서 완전 탈피하는 것만이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 ‘2020 석유독립´ 선언 2020 석유독립 계획을 계기로 만들어진 석유독립위원회는 지난해 6월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방안을 담아 ‘스웨덴, 석유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정권이 교체되면서 후속 논의도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항간에서는 정권교체로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기자와 만난 안드레아스 칼그렌 환경장관은 이에 대해 “현 정부는 이전 좌파정부가 수립해 발표한 2020년 석유독립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다른 방식이 되겠지만 석유의존도를 낮춰 나간다는 기본적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그 의지가 확고하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프레데릭 라인펠트 총리는 지난달 19일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후손들에게 남겨줄 책임이 있다.”며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인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라인펠트 총리는 “내년부터 탄소세와 질소세 등 에너지세를 인상하고 기후변화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후문제를 위한 10억(climate billion)’을 별도계정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지난 1991년 탄소세와 유황세,1992년 질소세를 각각 도입해 환경개선을 돕고 여기에서 발생한 세수를 활용해 소득세의 한계세율을 인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을 환경친화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스웨덴 정부는 탄소세를 내년 1월부터 이산화탄소 1㎏당 0.06크로네(8.5원) 인상할 방침이다.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1㎏당 40크로네인 질소세는 내년부터 50크로네로 오른다. 질소세를 올리는 것은 도입 이후 처음이다. ●기후문제 해결에 3년간 1400억원 투입 ‘기후문제를 위한 10억’은 2008년 2억 4500만크로네,2009년 4억 1500만크로네,2010년 3억 4000만크로네 등 총 10억크로네(약 1400억원)를 기후문제 해결하는 데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이 예산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 기후변화 연구,2세대 바이오연료 파일럿프로젝트 개발, 풍력발전 네트워크 조성 등 단기적 처방을 하는 데 사용된다. 구체적인 사용계획은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장기적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기후문제에 관한 과학위원회’도 구성할 방침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기후문제에 관한 과학위원회’는 이전 좌파정부의 ‘석유독립위원회’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에서 제1야당이 된 사민당의 기후변화위원회 소속 베리트 훼그만 의원은 “‘기후문제에 관한 과학위원회’는 좌·우파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의 기후위원회 및 지속발전위원회 멤버들로 구성될 예정”이라며 “2020 석유독립위원회는 정권교체로 해산된 상태지만 새 위원회에서 그 후속계획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훼그만 의원은 “지구 전체가 처한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당 차원에서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율 2005년 29%로 올라 스웨덴이 석유독립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40년 가까이 계속된 탈석유정책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1970년대 중반 1차 석유파동 이후 스웨덴 정부는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에너지 정책의 최대 목표로 설정했다.1991년 에너지세를 도입한 데 이어 1997년엔 재생에너지 사용이 확산되도록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방안을 채택했다. 이런 정책을 추진한 결과 1970년 77%에 이르렀던 석유의존도를 2006년 30%선까지 줄일 수 있었다. 석유는 나지 않지만 수력자원이 풍부하고 원자력 비율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대체에너지 개발로 에너지원을 다양화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킨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웨덴의 전체 에너지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은 1994년 22%에서 2005년 29%로 높아졌다. 토마스 코르스펠트 에너지청장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의지만 있다면 석유에서 완전히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의 성과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친환경 에너지시스템 구축 목표” |스톡홀름 에스킬스투나(스웨덴) 함혜리특파원| 토마스 코르스펠트 에너지청장은 “스웨덴은 석유 대신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2020 석유독립 계획이 무리한 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구온난화에 적극 대처하고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재생에너지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이용을 확산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에너지부 산하의 에너지청은 에너지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정부기구다. ▶이전 정부가 발표한 의욕적인 ‘2020 석유독립 계획’은 정권교체 이후 어떤 상황인지.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에너지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 조만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난해 석유독립위원회가 제시한 2020년 석유독립 실천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30년 만에 급격히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스웨덴은 자연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수력 발전과 원자력 에너지를 기반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풍부한 임업자원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의 사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현재 지역난방의 3분의2가량을 바이오매스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집적화해 저에너지 사용체제로 전환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늘리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도입한 정책은. -전기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인증제’를 2003년부터 도입했다. 약정한 쿼터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산업체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 개발을 위한 R&D를 적극 지원한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자들에게는 다양한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 ▶스웨덴은 1980년 3월 국민투표를 거쳐 원자력 발전소 신규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원자력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전 사민당 정부는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원자력을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원 개발에 주력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 원자력 회귀를 포함해 여러 가지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 중도우파 정부를 구성하는 4개 정당별로도 입장차가 크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는 결정을 유보하기로 한 상황이다.
  • [新에너지 시대] (1) 스웨덴의 석유독립 꿈

    |스톡홀름 웁살라(스웨덴) 함혜리 특파원|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열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웁살라. 지난달 말 취재차 웁살라 공과대학을 방문한 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 식당을 찾았다. 카페테리아식 식당은 출구 쪽에 3개의 쓰레기통을 비치하고 있었다. 이 학교 룬드민 연구원은 “음식물 찌꺼기는 버스 등 차량을 움직이는 바이오 가스를 만드는 재료”라면서 “웁살라의 모든 학교와 공공기관, 가정은 음식물 쓰레기를 철저하게 분리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연구끝 차량용 연료 개발 바이오 가스는 음식물 찌꺼기, 축산분뇨, 하수 슬러지 등 유기성 폐기물을 1차 살균처리한 뒤 혐기 상태(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상태)의 소화조에서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로, 메탄이 주성분이다. 우리나라는 메탄가스를 건물 난방에 사용하는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지난 10년간 꾸준히 기술개발을 시도한 스웨덴은 정제와 압축으로 차량용 고순도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스웨덴 대부분의 도시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 10대 중 6∼7대는 바이오 가스로 움직인다. ●신에너지 차량 20% 육박 수송 분야의 탈(脫)석유화는 스웨덴이 지난 1997년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공급 정책방향을 정한 이후 가장 공들여 추진해 온 과제다. 이같은 정책 덕분에 대체에너지 차량 보급률은 2005년 5.2%에서 올 상반기 19.5%로 급격히 늘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29%(2005년 기준)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도 수송분야의 탈석유화에 집중한 결과다. 악센본 기획조정관은 “지난해 석유독립위원회는 2020년까지 수송분야의 석유 의존도를 현재의 40∼50%로 낮출 것을 제안했는데 현 추세라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북유럽의 행복한 나라 만들기/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북유럽의 행복한 나라 만들기/함혜리 논설위원

    최근 북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복지수준이 높고 부유한 나라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복지국가를 그들이 어떻게 일구어 가는지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했다. 이들 국가가 ‘행복한 나라’가 된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닐 테지만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경제력을 꼽을 수 있다.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국민의 교육과 건강, 의료, 복지 등을 보살필 여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2006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덴마크는 4만 8000달러, 스웨덴은 3만 9600달러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것만 가지고는 이 나라 국민들이 행복한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제력 다음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꼽을 수 있다. 북유럽 국가의 청정한 환경은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니 부러운 마음이 절로 솟았다. 푸른 빛이 감돌 정도로 투명한 공기는 코끝이 아리고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에 산책 나온 가족, 유모차를 끌고 산보하는 젊은 엄마들, 다정하게 손잡고 공원을 거니는 노부부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처럼 평온했다. 맑고 깨끗한 환경은 환경보존과 경제성장의 조화를 고려한 정책과 국민 스스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기후변화 문제를 어느 나라보다 앞서서 고민하기 시작한 국가들이다.10년전부터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추진, 스웨덴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9%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덴마크의 경우 북해 유전에 많은 석유를 보유하고 있지만 풍력 자원 이용률이 전체 전기 생산 가운데 20%가 넘는다. 스웨덴이든, 덴마크든 길거리에는 자동차보다 자전거 숫자가 더 많다. 자동차 유지비가 비싼 탓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환경오염을 걱정해서라고 한다. 경제력과 환경, 그 다음으로 찾아낸 것은 ‘신뢰’였다. 신뢰가 행복지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에서 행복한 선진국 국민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국가,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순진할 정도로 굳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믿고 따르라”고 할 때 국민들이 실제로 국가를 믿고 따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들이 국가의 정책 목표를 따를 수 있는 것은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국민들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봉사한다는 믿음을 심어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높은 세금에 대해서도 그만큼 국가로부터 혜택으로 돌려받는다는 믿음이 있으니 불만이 없다. 경제학자들은 신뢰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해서 선진국의 척도로 삼는다. 믿음이 있는 인간관계는 경제적 성과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일상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이 눈부신 성취를 보였지만 행복지수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경제와 환경의 조화를 찾으면서 경제개발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정부가 정책과 행정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들이 믿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북유럽 국가들을 돌아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놈현스럽다/함혜리 논설위원

    지난 2003년 네티즌 사이에 유행하던 ‘놈현스럽다’라는 표현이 새삼 화제다.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라는 책자에 이 단어를 수록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책자는 ‘놈현스럽다-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로 소개했다. 이밖에도 ‘노짱-노 대통령을 속되게 이르는 말’‘노비어천가-노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말’ 등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용어들을 실었다. ‘놈현스럽다’는 노 대통령이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하자 그를 지지하던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2003년 4월6일자에 송태경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이 인터넷매체 ‘진보누리’에 실은 ‘놈현스럽다’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 국장은 ‘상식과 원칙을 말하고 실천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친다.’는 뜻 외에 여러가지 확장된 용법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를 적으로 간주해 보수든 진보든 모두 나쁘고 틀렸다고 우긴다거나, 즉흥적인 판단오류도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옳다고 우긴다는 식이다. 입장이 다르면 말이나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도 있다. 이 표현은 ‘얼짱’‘다모 폐인’‘귀차니즘’ 등과 함께 2003년을 풍미한 인터넷 신조어로 꼽힌다. 신조어는 그 시대의 문화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가 된다. 언어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은 이런 취지에서 올 한글날을 맞아 2002년부터 5년간 새롭게 생겨난 3500개 단어를 정리했다. 취지는 좋았는데 노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가 발끈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청와대의 항의를 받고 한때 회수여부를 검토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인 끝에 국립국어원이 배포를 중단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사과문을 싣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국립국어원은 “앞으로 특정인의 인격권이나 명예를 침해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조사와 검토 절차를 마련해 이번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발끈한 청와대나, 청와대의 항의에 화들짝 놀라 백배사죄하는 사과문을 실은 국립국어원이나 놈현스럽긴 매한가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종갓집 며느리/함혜리 논설위원

    경북 봉화 유곡리의 풍수는 예부터 영남의 대표적 길지(吉地)로 꼽힌다.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어서 ‘닭실마을’이라고 불린다. 조선 중종 때 충재(忠齋) 권벌이 자리를 잡은 이래 안동 권씨 집성촌을 이룬다. 이 마을 안쪽에 500년 세월을 고고히 지켜낸 권씨 종택이 있다. 마당 한쪽엔 조선시대 정자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기품이 있다고 평가받는 청암정이 있다. 거북 모양의 바위를 그대로 살려 주춧돌과 기둥의 높이를 조절해 가며 지었다. 자연미와 인공미를 조화시킨 충재 선생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지난 주말 안동 지역에 내려갔다가 닭실마을에 들렀다. 평소 굳게 닫혀 있던 고택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들여다 보니 대청에 광목 포장이 쳐져 있고 마당에는 조화가 늘어서 있다. 마을 사람에게 들으니 이날 종손의 발인이 있었다고 했다. 상여가 나간 빈집을 며느리들 대여섯이 지키고 있었다. 부인들은 운구행렬을 따르지 못하는 전통 때문이다. 종가 며느리, 듣기엔 좋지만 당사자들에겐 커다란 희생이 따르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산사 음악회/함혜리 논설위원

    번잡한 도시 생활에 지칠 때면 생각나는 곳이 경북 봉화의 청량사(淸凉寺)다. 바람과 구름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고 산새 소리와 물 소리, 풍경 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이 없는 지상의 ‘샹그릴라’ 같은 곳이다. 지난 주말 아는 분이 미국서 온 친척과 청량사에 간다기에 동행했다. 마침 그날 저녁 청량사에서 산사 음악회가 열린다고 했다. 음악회 시작 두시간 전에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본 순간 기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셔틀버스 4대가 사찰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까지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어 줄은 줄어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산 기슭에 지어진 절이라 공간도 마땅치 않은데 도대체 어쩌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절에 올라가 보니 음악회가 아니라 아수라장이었다. 모두들 큰 기대를 품고 애써 찾아 왔을 텐데 정말 아쉬웠다. 이날 청량사를 찾은 사람이 7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음악회를 즐기는 것은 아예 꿈도 꿀 수 없었고 갈길도 멀어 도중에 산을 내려왔다. 쏟아질듯 많은 별을 본 것이 그나마 큰 위안이 됐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한글날과 영어 광풍/함혜리 논설위원

    오늘은 한글 반포 561돌이 되는 한글날이다.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訓民正音)을 1443년 창제해 1446년 공포했다. 한글의 모음은 우주를 이루는 세가지 요소인 하늘과 땅, 사람이 어우러진 형태이며 자음은 입모양을 관찰한 음성학적 연구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쉽고 간결하며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한글 덕분에 우리는 말과 글이 일치된 문명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해마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 말과 글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해가 갈수록 한글 파괴는 도를 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터넷과 방송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까지 출처 불명의 ‘외계어’가 범람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영어소통 능력이 바로 국제화 시대의 경쟁력인 것처럼 온 나라가 영어광풍에 휩싸이고 있다는 것이다. 토플시험 한국 응시생이 세계 전체 응시생의 20%에 육박하고, 그 응시생 중 초·중·고생의 비율이 과반수를 넘는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이 한해 3조원이 채 안 되는데 영어관련 사교육비는 14조원 이상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가 2001년 7944명에서 지난해 2만 9511명으로 크게 늘었다. 영어를 배울 수만 있다면 지구 끝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영어 발음을 미국식으로 하기 위해 아이의 혓바닥 수술까지 마다않는 부모가 있다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대학에서는 영어졸업인증제를 실시해 토익시험에서 일정 점수를 넘기지 못하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다. 영어강의 비중도 점점 높아져서 이대로 가다간 국문학이나 국사 강의도 영어로 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가 필수라고 하지만, 그리고 취업시험에서 영어능력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 언어란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겨 있는 무형의 그릇이다. 고유 언어와 글을 잃은 민족은 더이상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영어 한마디 잘 하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우리 말과 글을 계승, 발전시키되 세계화의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외국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국제시민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김정일과 와인/함혜리 논설위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상당한 와인 애호가라는 것은 지난 2000년 6월16일 평양의 백화원 초대소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오찬장에서 확인됐다. 세련된 와인 매너도 눈길을 끌었지만 이날 제공된 와인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됐다. 보르도산 특급와인 샤토 라투르 93년산이었다. 샤토 라투르는 보르도 5대 샤토 가운데 하나로 강렬한 여운이 특징이어서 ‘제왕의 와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날 이후 샤토 라투르에는 ‘김정일 와인’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붙었다. 한병에 프랑스 현지 가격이 보통 60만∼70만원(2000년산은 250만원)이나 한다. 김 위원장의 ‘와인 이벤트’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재연될지가 관심사였다.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이 앉은 테이블에는 모두 9병의 와인이 올랐는데 김 위원장은 건배주로 부르고뉴 와인을 선택했다. 라벨이 두 정상을 향하고 있어 정확하게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가장 오른쪽 것은 코트 드 뉘 빌라주(생산자 미셸 피카르)였다. 한 와인전문가는 “코트 드 뉘 빌라주는 좋은 부르고뉴 와인이지만 최상품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무리 좋은 빈티지(생산연도)라도 샤토 라투르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7년전에 비해 와인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 것은 여러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의 격을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낮게 봤다는 뜻일 수 있다. 와인의 수준을 통해 주인이 손님을 어느 정도 예우하는지를 가늠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외교관들이나 조총련을 통해 와인을 공급받아 한때 와인 창고에 고급 와인이 1만병이나 가득차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는데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이제 바닥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주메뉴인 오리고기와 가장 매칭이 잘 된다는 이유로 부르고뉴 와인을 내 놓았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오찬 테이블에 프랑스산 와인이 오른 것은 그다지 보기 좋은 장면이 아니다. 북한에서 기아가 횡행하고, 국고(國庫)는 바닥을 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김 위원장의 광적인 식도락을 보는 것 같아서다. 차라리 강계 포도주나 들쭉술이 올랐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백두산 소나무/함혜리 논설위원

    한국인의 문화를 소나무의 문화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기가 태어나면 치는 금줄에 솔가지를 꼽는 것을 시작으로,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다가, 소나무로 만든 관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우리 조상들의 삶이었다. 마을 어귀의 장승부터 건축, 가구, 기구를 만드는 데 소나무를 사용했고, 송홧가루로는 떡을 만들었으며, 솔잎이나 솔방울로는 술도 담근다. 지조를 얘기할 때에도 소나무에 비유하고, 시문학이나 회화에도 소나무는 빠지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 민족정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소나무다.‘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애국가 구절에서도 보듯이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민요 ‘성주풀이’의 원래 이야기인 성주신화는 천상에서 살던 성주가 땅으로 쫓겨와서 안동에 거처를 정한 뒤 제비에게 소나무씨를 전국에 퍼뜨리게 했다고 전한다. 그 때문인지 소나무는 제주에서 울릉도,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없는 곳이 없다.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줄기가 붉은 적송이다. 줄기가 흑갈색을 띤 검은 흑송은 바닷가에 많다. 좋은 소나무가 나는 곳으로 경북 봉화, 강원 평창, 안면도 바닷가, 설악산 한계령을 꼽는다. 북한에도 좋은 소나무들이 많은데 특히 백두산의 이도백하(二道白河) 부근에 자생하는 미인송(美人松)이 유명하다. 미인송은 표피가 황색으로 약 40∼50m씩 수직으로 자라기 때문에 최양질의 재목으로 꼽힌다. 이런 질 좋은 소나무는 ‘황장목’이라고 해서 조선시대 왕궁의 건축에 주로 사용했다. 소나무숲에 ‘황장금표’라는 표시를 해 놓고 국가에서 특별 관리할 정도로 귀하게 여겼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특별 수행원으로 참가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3일 평양 인민궁전에서 열린 문화·예술·학계 간담회에서 백두산 소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어 압록강에서 서해까지 가져와 광화문 기둥으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북측도 좋은 생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의 소나무가 광화문 기둥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한 일이다.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큰 욕심은 아니길 바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푸틴의 야망/ 함혜리 논설위원

    1991년 옛소련이 붕괴한 뒤 1998년 지불유예(모라토리엄)까지 이르렀던 러시아 경제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2000년 권좌에 오르면서 급반전했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러시아 경제회생의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정치안정과 함께 때맞춰 찾아온 고유가를 활용해 푸틴은 러시아 경제를 성장궤도에 올려 놓았다. 러시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6.7%를 기록했으며 세계 9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동안 자금부족으로 인해 진척이 더디었던 군비 강화 계획이 석유 및 천연가스로 벌어들인 수입이 급증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푸틴은 향상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공세적 외교를 펴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SCO)의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펼치고, 장거리 전략핵 폭격기의 정기훈련을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에 군사력을 과시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둘러싸인 러시아 영토 칼리니그라드에 미사일을 배치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위협하고 있다. 북극해 심해 3000m에 국기를 꽂고 북극해에 관한 영유권을 주장했다. 우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강한 러시아의 부활’이다. 그 추진력은 민족주의와 실용주의가 결합된 푸틴의 리더십이다. 서방의 정치평론가들은 러시아가 급속히 독재국가로 변모하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대다수 러시아 국민들은 개의치 않는다. 두번째 임기만료 6개월을 앞두고도 푸틴의 인기가 70%대에 이른다는 것이 그 증거다. 현행 헌법이 정한 3선 연임금지 조항에 따라 푸틴은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출마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55세로 한창 나이인 푸틴은 여기서 멈출 태세가 아니다. 상반신을 드러낸 채 사냥과 승마를 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직도 정력적으로 러시아를 통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푸틴이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8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오는 12월2일 실시되는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한 뒤 실세 총리로 정권을 유지하며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가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푸틴의 야망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지켜볼 일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