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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무관 노상추/함혜리 논설위원

    경자년(정조 4년·1780년) 4월1일 맑음. “아침 일찍 악공을 불러 가묘에서 제사를 지냈다.허서방네 논을 빌려 연회석을 마련했다. 아침밥이 끝나기도 전에 누가 정자나무 아래 와 앉으며 호신(呼新·막 급제한 사람을 부르는 예)하니 정좌랑이었다.…밤늦게 연회가 끝나고 선산부사는 돌아갔지만 다른 손님들은 모두 머물렀다. 내외 손님들로 온 방이 가득차 나는 잘 곳이 없었다. 오늘 다녀간 사람이 오,륙천에 이르는 듯하다.” 안강노씨 경암공파 12대 손인 조선 후기의 무관 노상추(尙樞·1746∼1829년)가 쓴 일기의 한 부분이다. 노상추의 집안은 월파공 노이익이 영남 유학파를 대표해서 서인들의 횡포를 비난하는 상소문을 올렸다가 노론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의 노여움을 사 옥사한 이후 문과 응시가 봉쇄된 상황이었다. 증조부인 노계정이 병조판서까지 지냈지만 이후 급제한 후손이 없던 차에 그가 무과시험에 합격했으니 가문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10년 도전 끝이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노상추는 무과 급제 후 변방의 진장(鎭將)을 거쳐 국왕 경호대인 금군, 궁궐 수비 책임자인 오위장 등 오랜 무관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삭주부사 등 지방관을 거쳐 66세이던 1811년 가덕첨사까지 역임했다. 노상추는 긴 일기를 남겼다. 장남이 일찍 세상을 떠난 데 충격을 받은 아버지가 차남 노상추에게 집안의 일기를 작성하도록 한 것은 1762년이다. 그의 나이 18세였다. 이후 82세까지 쓴 일기에는 자신과 가족의 하루 일과부터 30년 넘게 봉직한 군생활의 나날들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조상 제사를 잘 모시지 않는 종손 종옥에 대한 섭섭함, 첫 부임지인 갑산에서 알게 된 관기 석벽(惜壁)에 대한 애틋한 심정도 담았다. 2005년 영인본 출간으로 관심을 모았던 그의 일기를 소재로 ‘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문숙자 저·너머북스 펴냄)가 출간됐다. 노상추는 남인 계열로 서인들의 극심한 견제를 받아 큰 벼슬에 오르지 못했고 역사에 남을만한 공을 세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조선 무반가의 일상을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남긴 일기 덕분이다. 어찌보면 그게 더 큰 업적일지 모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워킹 푸어/함혜리 논설위원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운이 억세게 좋아서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사람들이 재산을 불리는 방법은 같다. 능력에 따라 소득을 올리고, 소비를 하고 남은 돈은 저축을 해서 그 저축에 붙는 이자로 재산을 불려나간다.그러나 아무리 악착같이 일을 해도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잔고가 바닥인 ‘제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워킹 푸어(근로 빈곤층)’다. 일자리가 있지만 고용이 불안하고 저축이 없어 실직하거나 병이 나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워킹 푸어는 미국에서 1990년대 중반 등장한 용어다. 미국은 1973년에서 1995년 사이에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0%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런 성장이 계층별로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늘어난 대부분의 소득이 상위 20%의 노동력에 돌아갔으며 이들을 제외한 일반 직장인들의 소득은 오히려 14% 줄어들었다. 정보화·세계화·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지식근로자나 숙련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저학력자·미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결과다. 이런 현상은 전세계 공통으로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근로인구의 5.3%, 유럽에서는 6%가 근로 빈곤층이다. 다양한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워킹푸어 인구가 2006년 1000만명을 넘어선 일본에서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프리+아르바이트)’족,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PC방을 전전하는 ‘넷카페 난민’이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바쁘게 일하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켜 충망쭈(窮忙族)라고 한다. 유럽에선 ‘1000유로 세대’가 최근 ‘700유로 세대’로 대체됐다. 워킹푸어의 확산은 한국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이어지면서 급격히 늘어나 약 300만명이 워킹푸어의 삶을 살고 있다. 워킹푸어 문제는 단순히 소득이 적은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번 워킹푸어로 전락하면 구조적으로 그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경제가 출렁일 때 첫번째 희생자가 되는 것도 이들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엊그제 “워킹푸어들이 중산층으로 올라서게 도울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모두가 함께 풀어 나가야 할 숙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단기 출가/함혜리 논설위원

    전화 저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하루 6시간 정도 좌선합니다. 머무시는 동안 묵언입니다. 오후엔 불식(不食)입니다. 그래도 참여하시겠습니까?” 순간 온갖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얼마나 힘이 들까. 몸에 무리가 오면 어떻게 하지.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왕에 가기로 마음 먹은 일. 걱정들을 떨쳐 버리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네. 갑니다.” 여름 휴가 동안 땅끝마을 해남의 미황사에서 하는 7박8일간의 단기출가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에 참여했다. 결정하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절에 도착한 순간부터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새벽부터 밤까지 오롯이 ‘나’에 집중하도록 짜여진 수행 프로그램도 좋았지만 나를 사로잡은 것은 미황사를 감싸고 있는 멋진 자연이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달마산의 장엄한 풍광, 맑은 공기와 산새 소리, 세속의 먼지를 날려버릴 듯한 바람…. 그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생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었다. 아!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해양플랜트/함혜리 논설위원

    2003년 이후 장기 호황을 누리던 조선산업은 지난해부터 발주량이 40% 이상 급감하는 등 불황국면에 진입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해운경기가 급락하고 선박 교체수요도 대부분 마무리된 탓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결코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양플랜트가 있기 때문이다. 해저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시추와 생산에 필요한 해양플랜트 설비는 그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해양플랜트가 조선산업의 장기호황을 이끌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육상의 유전이 대부분 시추가 완료된 상황에서 해상의 유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그동안 채산성이 맞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던 한계유전 및 가스전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까닭이다. 해양플랜트는 기능에 따라 자원의 매장유무를 탐사하는 시추설비, 탐사를 마친 유전과 가스전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해양설비, 시추와 생산기능이 복합된 고정식 해양플랫폼으로 구분된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주로 부유식 대형 시추설비인 드릴십과 생산설비인 FPSO에 주력하는데 경쟁력은 단연 세계 최강이다. 이런 경쟁력의 원천은 막강한 기술인력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틈새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해 왔다.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LNG-FPSO가 대표적이다. 천연가스의 생산, 액화, 저장, 하역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신개념 해양플랜트다. 기존의 해저 천연가스 생산방식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1억t이하의 중소형 가스전 개발을 가능하게 해준 획기적인 발상에 세계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중공업이 세계적 오일메이저인 로열더치셸로부터 15년간 최대 10척, 50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LNG-FPSO를 수주할 수 있는 독점적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조선·해양 역사상 최대규모 수주액이다. 해양플랜트가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과연 바다는 넓고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탐사보도-중고차 대해부] 행정처분 12.3% 불과…처벌도 솜방망이

    [탐사보도-중고차 대해부] 행정처분 12.3% 불과…처벌도 솜방망이

    서울의 빅3 중고차매매단지를 관할하는 강남, 강서, 성동구청을 상대로 200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중고차 매매업소 행정처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307개의 등록업체 중 23.4%인 72곳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현행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체가 위법행위로 적발됐을 경우 위반내용과 적발 횟수에 따라 최소 사업정지 10일에서 등록취소 결정 처분이 내려진다. 과징금은 최대 2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구청이 공개한 처분내역을 보면 과징금 최대 80만원, 사업정지 10일 등 가벼운 수준의 처벌에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4건, 2008년 30건, 올해 6월 말 현재 1건 등 최근 2년6개월 동안 35건의 행정처분을 한 강남구의 경우 과징금 부과가 행정처분의 전부였으며 구체적인 위반 내용과 과징금 부과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112개의 매매업소가 모여 있는 강서구도 이 기간 동안 행정처분 내역은 35건으로 강남구와 같았다.이 중 2008년에 상품용지 법정서식 불이행으로 과징금 80만원을 부과하는 등 34건을 처리했지만 2007년에는 처분 내역이 단 한 건도 없었다.‘장한평 중고차 시장’이 있는 성동구는 2007년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미발급 업소에 과징금 20만원, 올해 차량 이전등록신청 대행의무를 태만한 업소에 사업정지 10일을 내렸다. 매출 축소 신고 등은 한 건도 없었다. 한 담당 공무원은 “중고차 피해 민원은 끊임없이 들어오지만 판매자의 위법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혜리 YMCA 시민중계실 간사는 “중고차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적이 없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단속의지 실종과 솜방망이 처벌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씨줄날줄] 차이메리카/함혜리 논설위원

    요즘 유행의 주기는 예전에 비해 무척 짧아졌다. 국제사회의 흐름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초강대국 미국이 전 세계의 경제와 외교를 좌지우지하는 ‘팍스 아메리카나’가 대세였지만 이라크전과 지난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차이메리카’(Chimerica·중미국)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힘을 키운 신흥강대국 중국과 기존 강대국인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양분할 것이라는 예고다. 경제사학자인 미국 하버드대학의 닐 퍼거슨 교수와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모리츠 슐라리크 교수는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공생관계를 표현했다. 전 세계 육지면적의 13%, 인구의 4분의1,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두 나라가 생산과 소비를 각각 나눠 담당하며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량구매 덕분에 높은 성장을 이룩하고, 미국은 중국이 미국채에 투자한 덕분에 저리로 돈을 빌려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두 나라의 관계가 전적으로 원만한 것은 아니다. 무역 불균형 문제,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 수출 및 군사지원, 티베트와 위구르 등의 인권문제 등 미·중 관계를 긴장 속으로 몰고 갈 문제들은 많다. 경제력이나 군사력, 외교력 등에서 중국은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 GDP는 미국의 5분의1, 1인당 GDP는 13분의1, 국방예산은 미국의 7.51%, 첨단 영역에서 미국보다 10∼20년 뒤처져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중국을 국제사회의 중요한 파트너로 끌어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구매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힘과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본격적인 미·중 양강시대, 즉 G2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회의가 27일과 28일 이틀간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두 나라 고위관료들은 세계 금융위기, 지구온난화, 북핵문제까지 폭넓은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 독수리와 용이 힘겨루기를 하는 미·중 양강시대에 한국은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것인지.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찬란한 유산’ 최고시청률 1위…“혜리 이민갔어”

    ‘찬란한 유산’ 최고시청률 1위…“혜리 이민갔어”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연출 진혁·극본 소현경) 속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장면 베스트 5가 공개됐다. 25일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찬란한 유산’ 속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1분은 지난 12일 방송된 장면으로 나타났다. 12일 전파를 탄 ‘찬란한 유산’ 24회에서 승미 엄마(김미숙 분)가 은성 아빠에게 은성의 친구 혜리가 이민 갔다고 거짓말하는 장면은 무려 47.0%의 분당 시청률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위는 잃어버린 동생 은우가 있는 가게에 은성(한효주 분)이 설렁탕 직원들과 함께 놀러 간 장면으로 44.6%의 분당 시청률을 보였다. 이외에도 선우환(이승기 분)이 은성의 자전거를 돌려주는 장면, 병원에서 은성과 승미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환이 은성의 식성을 챙기는 장면 등이 최고의 시청률 베스트 5 안에 들었다. 한편 40%가 넘는 시청률로 ‘찬란한’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은 오는 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찬란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 SBS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씨줄날줄]역경지수/함혜리 논설위원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는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폴 스톨츠가 1997년 발표한 개념으로 역경에 굴하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스톨츠는 자신의 저서 ‘역경지수,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시켜라’에서 AQ가 높은 사람이 IQ(지성지수) 나 EQ(감성지수)가 높은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스톨츠는 AQ의 정도를 퀴터(quitter), 캠퍼(camper), 클라이머(clibmer)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퀴터는 역경지수가 낮은 이들로 힘든 일이나 역경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거나 도망가 버리는 사람이다. 캠퍼는 장애물을 극복하기보다 적당히 안주하는 스타일이다. 보통 조직의 80% 정도가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클라이머는 가장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역경이나 장애물을 극복한다. 뿐만 아니라 역경을 극복함으로써 더욱 발전한다.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탓하거나 남을 비난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을 뿐이다.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역경지수가 높은 인물로 곧잘 인용된다. 그는 역경을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 생각하며 자신을 발전시키는 동기로 삼았다. 집이 무척 가난해서 어릴 때부터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 갖은 고생을 해야 했는데 이를 통해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또 태어날 때부터 몸이 허약해서 항상 운동에 힘쓴 결과 건강을 유지했다. 초등학교를 못 다녔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스승으로 여기고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8125m)를 등정하고 내려오다 추락사한 여성 산악인 고미영(코오롱스포츠챌린지팀)씨는 누구보다도 역경지수가 높은 진정한 클라이머였다. 역경에 대한 도전과 극복을 반복하며 꿈을 이뤄온 그는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에도 “나의 역경지수를 믿는다.”고 말했다.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을 노트에 적어 지니고 다녔다는 고인. 그 말대로 마지막 순간에도 행복했기를 바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감옥서 온 편지/함혜리 논설위원

    얼마 전 후배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단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좋은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자.”고 다짐을 했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독자’로부터 온 편지였다. 가끔 이곳저곳에서 보고 난 신문을 모아서 보는데 얼마전 내가 ‘길섶에서’난에 쓴 ‘상팔자’를 읽고는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되살아나 적어 보낸 것이라고 했다. 글에 대한 반박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자신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 속을 썩여도 좋으니 자식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신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몸이 약해 아이를 가질 수 없었는데 세월이 가면서 자식 하나 없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송구스러웠다. 어차피 없는 자식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쓴 글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게 현명하다. 그런 뜻은 전달되지 않고 아픈 데만 건드린 셈이 됐으니. 글 솜씨를 좀더 키워야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난향/함혜리 논설위원

    화초를 유달리 좋아하고 잘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한 친구는 귀가해서 가족들보다 베란다의 화초에게 먼저 가서 인사를 한다고 한다. 마당의 화초와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는 친구도 있다.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보살핀 화초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아름다운 꽃과 풍성한 잎사귀로 보답한다는 게 그들의 지론이다. 애정과 관심이 모자라서인지, 게으름 때문인지 화초를 잘 키우지 못한다. 잎이 파릇파릇하고 풍성했던 난도 우리 집에만 오면 시들시들하다 말라 죽기 일쑤다. 베란다에 있는 세 개의 난 화분도 거의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그래도 살아 있는 동안은 목마르지 말라고 꾸준히 물을 주고 있다. 하루는 집에 들어갔는데 그윽한 향이 가득했다. 향을 따라가 보니 시들어 버린 줄 알았던 난 하나에 꽃이 피어 있는 것이다. 코를 들이대고 맡아 보니 향기가 기가 막혔다. 조그만 정성에도 이렇게 향기로운 꽃으로 보답해준 난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런 재미 때문에 사람들은 화초 가꾸기에 빠져드나 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근혜공주와 추다르크/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근혜공주와 추다르크/함혜리 논설위원

    같은 여자로서 참 보기 민망했다. 중책을 맡았으면서 왜 저렇게밖에 못 할까.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추 의원은 “노동계의 합의가 없는 유예안은 상정할 수 없다.”며 사용기한 2년의 현행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보하는 내용의 한나라당 개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한나라당 환노위 간사가 현행법 시행을 1년 6개월 유예하는 법안을 긴급상정했지만 즉각 원인무효를 선언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 여당과 기업, 언론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막말까지 해 가면서. 추 의원은 부드러운 외모와는 달리 원칙과 소신이 뚜렷하고, 할 말은 하는 강직한 성품을 지닌 정치인으로 각인돼 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추다르크’다. 추 의원은 이번에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지고지선한 추다르크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고, 덕분에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그러나 초강경의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바람에 협상의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국 ‘추미애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해 원망과 비난 속에 ‘한국판 여자 돈키호테’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좀 잘했더라면 두고두고 평가를 받았을 테지만 결국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됐다. 득보다 실이 훨씬 큰 한판이었다. 차기 대권후보를 꿈꾸는 추 의원이 비정규직 논란에 휩싸여 있을 때 또 다른 여성 대권후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닷새동안 한·몽 의원친선협회 초청으로 몽골을 방문했다. 몽골 국회의장과 인사들을 만나 자원외교를 펼쳤다. 공주처럼 화사한 의상과 우아한 미소로 몽고인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면서 국내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근혜 총리론’에 대해서도 “수없이 나온 얘기”라며 일축했다. 사실상의 ‘제1야당’이라는 여당내 야당의 수장으로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내공은 인정한다. 깨끗한 이미지와 신뢰감을 주는 정제된 언어는 큰 장점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자기 희생이 없다. 이대로라면 ‘근혜공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그건 그들 생각일 뿐이다. 박근혜 역할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당분간 침묵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다가는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옥중 인터뷰를 통해 우려했듯이 앉아서 당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회 분위기는 여성 대통령을 배출할 만큼 성숙했다고 믿는다.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이는 그 자체로 혁명이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장벽을 일거에 제거하고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런데 차기 대권후보로 유력시되는 여성 정치인들이 왜 하나같이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추 의원과 박 전 대표가 서로를 벤치마킹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각자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추 의원은 물러설 줄 아는 유연함이, 박 전 대표는 전투적 기질이 부족하다. 누가 됐든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길 원한다면 변해야 한다. 자기를 버리라는 게 아니다. 능숙하게 변화함으로써 원래 그대로의 자신을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 바로 능변여상(能變如常)의 지혜다. 현실과 타협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같은 여자로서 답답한 마음에 한번 해 본 얘기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도로 주저앉고 뱃길·하늘길도 끊겨

    도로 주저앉고 뱃길·하늘길도 끊겨

    서울 등 중부지방은 시간당 50㎜ 안팎의 물폭탄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팔당댐 등 한강수계 댐들은 일제히 수문을 열고 수위조절에 나섰다. 9일 오후 2시30분쯤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 오봉마을 인근 70번 국가지원지방도가 300m가량 물에 잠겨 이 구간 차량통행이 통제됐다. 이날 오후 1시31분쯤에는 철원군 갈말읍 문혜리 목련공원 인근 도로에서 군인 6명이 타고 있던 무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져 1명이 사망하는 등 빗길교통사고로 이날 모두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낮 12시30분쯤 인천시 원창동의 한진중공업 제1야적창고 일부가 물에 잠겼다. 강풍으로 인천 강화군 초지대교 인근 2층 상가건물의 샌드위치패널로 된 지붕 일부가 날아가고, 계양구 아라비안나이트클럽 앞을 비롯해 모두 4곳에서 가로수가 쓰러졌다. 인천 앞바다 연안여객선도 12개 항로 가운데 9개 항로의 운항이 통제됐다. 서해 중부 먼바다에 초속 12~18m의 강풍이 불고 파고도 2~4m로 높게 일어 외포~주문, 하리~서검, 인천~제주를 제외한 9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다. 또 오전 8시25분쯤 충북 청주시 남주동 모충대교 밑 하상도로에서 아반떼 승용차가 물에 잠겨 시동이 꺼지면서 운전자 고모(39)씨가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오전 5시쯤 충북 영동군 상촌면 둔전리 도마령 고개에서 나무와 돌이 빗물에 휩쓸려 왕복 2차선 도로 위로 쏟아지면서 한 개 차선이 막혀 밤 늦게까지 복구작업이 진행됐다. 또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터널 인근 계곡에서 산나물을 채취하던 남녀 3명이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돼 119구조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한강수계 댐들도 홍수조절을 위해 일제히 수문을 열었다. 팔당댐은 이날 오후 9시30분 현재 초당 9822t, 청평댐은 6229t, 의암댐 1301t을 방류하고 있다. 항공편 회항·결항도 속출했다. 국내선의 경우 김포공항으로 오는 7편 등 15편이 뜨지 못했다. 기상청은 “이번 장맛비는 오늘 밤까지 20~60㎜, 많은 곳은 60㎜ 이상 더 내리겠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28분쯤 제주시 건입동 산지천 북선교 아래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제주시 모 중학교 2학년 김모(14)군이 수영이 미숙한 친구를 구한 뒤 탈진,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황경근 김학준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씨줄날줄] 위구르족/함혜리 논설위원

    위구르인의 조상은 몽골에서 시베리아까지 넓은 지역에 산재해 있던 고대 튀르크계 유목민이다. 중국인들은 이들을 가오처(高車)라 불렀다. 천막을 옮기기 위해 소가 끄는 수레에서 유래했다. 철 수레를 만들어 사용했을 정도로 금속문화가 발달했던 이들의 역사는 744년 바스밀, 카를룩 등의 부족과 함께 후돌궐 제국을 멸망시키고 위구르 제국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몽고와 중앙아시아의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며 유목문화를 버리고 점차 정착 농경사회로 탈바꿈했으나 840년 다른 튀르크계 민족인 키르기스에 의해 멸망한다. 위구르의 난민들은 중앙아시아 각지로 흩어졌다. 위구르 제국의 동쪽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세운 간수 왕국은 870년부터 1036년까지 지속됐다. 이들의 후손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거주하는 위구르인이다. 실크로드의 요충지인 우루무치, 고대 무역의 중심지인 카슈가르 등을 중심으로 무역과 목축업, 농업이 발달했으며 중국과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신장지역은 1760년 청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피의 역사가 시작된다. 위구르족은 42차례나 반란을 일으킨 끝에 1864년 동투르키스탄이라는 독립 왕국을 세웠지만 청나라는 1884년 ‘새로운 영토’라는 뜻의 신장성을 설치했다. 1944년 재봉기해 동투르키스탄을 세웠지만 중국은 1949년 공산당 정권 수립 후 이곳을 다시 병합했다. 1955년 10월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됐지만 분리독립 요구는 옛 소련 붕괴 이후 한층 거세졌다. 위구르 문화는 튀르크 문화와 한문화, 아리아계 문화가 혼합된 형태로 문학과 예술, 특히 음악 분야에서 분명한 역사적 정체성을 자랑하고 있다. 우루무치를 둘러싼 신장의 면적은 164만 7000㎢. 중국 전체 면적의 6분의1, 한국의 16배나 되는 광활한 지역에는 엄청난 석유,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그러나 위구르인들은 한족의 이주와 중국 정부의 지배로 전통 문화가 사라지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신장 위구르의 전체인구 1900만명 가운데 위구르족은 800만명에 이른다. 뿌리 깊은 종족 갈등이 다시 유혈사태로 번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행한 역사가 언제쯤 끝날지 걱정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인생 2막/함혜리 논설위원

    몇해 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이 내게 “아직도 신문사에 다니고 있군요.”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으니 “플라워아트를 배워서 꽃집을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라고 한다. 맞다. 입버릇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그런 장래 계획을 늘어놓았던 적이 있었다. 아무 실천 계획도 없으면서. 치과의사 출신으로 정계에 몸담았던 그분은 5년 전 본업으로 돌아가 병원 디자이너로 인생 2막을 펼쳐가고 있다. ‘상상력이 경쟁력’이라는 게 그분의 믿음이다. 한옥을 개조한 치과병원, 정원이 있는 치과, 덴탈 카페 등 독특한 컨셉트의 병원들이 모두 그분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경기도 안산에 로프트병원도 조만간 오픈한다. 이젠 정말로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할 나이가 됐다. 그런데 무엇을 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이것저것 공부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 나이에 배워서 뭐할 건데?”라고 물으면 대략난감하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노후를 즐길 팔자도, 성격도 아니고. 말이 씨가 된다는데 꽃집을 할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상팔자/함혜리 논설위원

    부모가 되면 걱정은 끝이 없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행여 잘못될까 걱정인데 태어나면 더 골치가 아파진다. “그래도 뱃속에 있을 때가 편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좀더 자라면 혹시 밖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남들처럼 키우자니 양육비, 사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행복은 잠깐이고 자식이 ‘웬수’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 고생해서 키워도 고마운 줄을 모른다. 그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고들 한다. 얼마전 알게 된 한 분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상팔자클럽 회장’도 맡고 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사유로 자식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취미생활도 하고 여행도 하며 짬이 나면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 봉사도 한단다. 자녀를 키우는 데 쏟을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정성을 자신과 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무척 근사해 보였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적극적인 삶의 자세인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거늘. 이제부터 나도 ‘상팔자’를 열심히 즐길 참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장마/함혜리 논설위원

    주말부터 전국이 장마권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장마는 예전 같지 않다. 아침 출근 길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비가 쏟아지더니 몇 시간만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쨍하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면 장마를 실감할 수 없지만 짜증이 자주 나는 걸 보니 장마철이 맞는 것 같다. 요즘 부쩍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는 빈도가 잦아졌다. 돌아서는 순간 바로 후회를 하면서도 컨트롤이 잘 안 된다. 아무래도 마음 공부가 모자란 탓이다. 공자는 수제자인 안회(顔回)의 성품을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라며 칭찬했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으며, 하나의 잘못을 두번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화를 낼 수도 있고, 잘못을 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화남과 성남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인격자의 모습이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안회의 인간됨됨에 미칠 수야 없겠지만 ‘불천노 불이과’를 올여름의 좌우명으로 삼아 볼 셈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먹물/함혜리 논설위원

    붓글씨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달 가까이 가로, 세로 줄긋기를 하며 붓 다루는 연습을 하다가 이제 겨우 글 몇자 쓰는 수준이다.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한다기에 집에도 나름대로 서실 구색을 갖췄다. 그런데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다. 종이만 펼쳐진 채로 몇날 며칠 세월을 보내다 어느날 밤 문득 글씨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필’이 꽂힌 거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교자상 앞에 앉아 벼루에 먹물을 따랐다. 마음에 드는 글씨가 나오지 않았다. 몇글자 반복해서 쓰다 보니 어느새 벼루의 먹물이 다 없어졌다. 좀 더 잘 써보겠다는 생각에 먹물을 다시 따랐다. 하지만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 졸립기도 하고 어깨도 아팠다. 그만 쓸까 하다가 먹물을 남기면 죽어서 그걸 다 마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시커먼 먹물을 마시느니 조금 참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먹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글씨를 쓰긴 했는데 며칠 동안 담이 결려서 고생했다. 하룻밤 사이에 서예의 경지에 오를 리도 없거늘 먹물은 왜 부어가지고. 언제나 그놈의 욕심이 문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광장 딜레마/함혜리 논설위원

    광장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다. 아고라는 현대 그리스에서 ‘시장’이라는 단순한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고대에는 시민들이 만나 자유롭게 토론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남자들이 장을 보러 다녔는데 그들은 아침 일찍 아고라에 나와 필요한 물건도 사고 잡담을 나누거나 정치를 논하고 웅변가의 연설을 듣기도 했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경제활동과 문학·예술·정치 활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광장문화가 생긴 것은 시청앞 서울광장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시청앞에서 펼쳐진 거리 응원전을 계기로 시청앞 광장을 서울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광장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시장 당선 뒤 공약을 이행했다. 서울시는 2004년 5월 서울광장을 개장하면서 조례에서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일단 광장이 열리자 서울광장에는 각종 정치구호가 난무하고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의 문화·휴식공간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가 됐다. 이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서울광장으로 모여든다. 민주주의가 꽃피는 개방과 소통의 공간으로서 광장의 기능이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 입장에서는 전혀 달갑지 않다. 지난해 촛불시위로 큰 곤욕을 치른 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서울광장을 폐쇄했던 것도 과격시위에 대한 우려에서 였다. 광장은 열려있어야 하지만 열어 놓자니 혼란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막아놓으려니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행위를 저지르는 셈이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광장 딜레마에 빠졌다. 415억원이나 되는 혈세가 투입된 광화문 광장이 다음달 문을 연다. 완공을 앞두고 서울시가 사용허가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례를 발표했다. 조례만으로 대규모 집회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시민단체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성숙한 광장문화가 아쉽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복면시위/함혜리 논설위원

    대한민국 헌법은 2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질서 유지와 집회·시위에 대한 자유보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어려운 탓에 이 법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집시법을 둘러싼 최근 논란의 핵심은 복면금지 규정이다. 한나라당 의원 5명이 국회에 제출해 놓은 집시법 개정안은 ‘신분 확인이 어렵도록 하는 행위 또는 신분확인을 방해하는 기물을 소지하여 참가하거나 참가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집시법 개정안에 ‘복면 착용 금지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폭력을 휘두르는 일부 시위꾼을 사회질서 파괴자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는 의지다. 시위를 하려면 비겁하게 복면을 쓰고 하지 말고 맨 얼굴로 당당하게 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집시법 개정안을 ‘마스크 처벌법’이라고 이름짓고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마스크는 침묵 시위에서 얼굴을 가리는 데 종종 사용되긴 하지만 원래는 병균이나 먼지를 막기 위한 보호장구이다.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처벌한다면 그야말로 난센스일 것이다. 민주당의 ‘마스크 처벌법’은 집시법 개정안이 터무니없는 과잉입법이란 이미지를 은연 중에 강조하고 있다. 복면시위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프랑스 정부가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복면이나 두건을 착용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앞으로 복면을 쓰고 시위하다 적발되면 1500유로(약 265만원) 이상의 벌금을 물게 된다. 1년 안에 두 번 이상 적발되면 벌금도 두 배로 늘어난다. 프랑스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사회·경제적 약자의 의사표현 수단으로 신성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유가 정도를 벗어나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폭력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범죄와 폭력배에 대해선 좌고우면하지 않고 ‘톨레랑스 제로(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행복 염색체/함혜리 논설위원

    지난 주말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에 다녀왔다. 헤이리는 듣던 대로 근사했다. 그 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갤러리를 운영하며 멋진 인생 2막을 펼치고 계신 회사 선배가 자상하게 안내해 주셨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선배의 ‘리앤박 갤러리’를 찾았다. ‘예술과 공예 사이’라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유리공예 작품들이었는데 한 작가의 작품에 유독 눈길이 갔다. 다양한 색상의 색유리를 염기서열 배열하듯이 녹여 만든 편종필 작가의 접시들이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니 작품컨셉트가 금방 이해가 갔다. 작가의 10살난 아들이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데 49번부터 54번까지의 염색체가 없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아빠는 작품으로 부족한 염색체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이왕이면 모두 행복한 버전으로. 그렇게해서 ‘차분한 49번 염색체 접시’ ‘활발한 50번 염색체 접시’ 같은 작품들이 탄생했다. 아들이 비록 병을 앓고 있지만 행복하고 활달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게다.애틋한 부정(父情)이 절절이 다가왔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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