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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대정원’ 설계한 노먼 포스터는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대정원’ 설계한 노먼 포스터는

    영국박물관의 엘리자베스 2세 대정원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는 193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출생했다. 최신 공법과 재료를 건축 디자인에 결합하는 하이테크 건축의 근거지를 영국이라고 한다면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포스터다. 그는 여기에 ‘지속 가능성’을 추가했다. 환경에 대한 의식을 바탕에 깔고, 첨단 기술과 공학을 이용해 구조적으로 대담하면서도 효율적인 기능을 가진 광대한 스케일의 건축물을 완성한다. “일터든, 집이든, 공공건물이든 간에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의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지역과 환경에 따라 자연과 공생하는 유기체로서 건축을 바라본다. 유리의 투명성과 철, 알루미늄 같은 금속 재료를 사용해 구조미학을 노출하면서 쾌적함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구조와 시스템은 외부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닌 그의 작품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합리적이다. 1967년 포스터앤드파트너스를 설립해 세계 도처에서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을 선보이고 있다. 윌리스 파버 앤드 뒤마 본사(1974)와 홍콩상하이은행 본사건물(1979)을 비롯해 영국 런던 근교의 스탠스테드공항(1991), 스페인 빌바오 지하철(1995),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 타워(1997), 베를린 독일연방의회의사당(1999), 런던시청(2002), 런던 스위스레 빌딩(2003) 등이 있다. 건축과 인간, 환경, 예술과 문화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운 공로로 1990년 기사작위를 받았고 1999년엔 남작 작위와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도 그가 설계를 맡은 대전 대덕의 타이어연구소가 2015년 완공될 예정이다. lotus@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로제타스톤·람세스2세 석상 등 세계최대 800만점 전시품 보유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로제타스톤·람세스2세 석상 등 세계최대 800만점 전시품 보유

    영국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제대로 보려면 며칠을 돌아도 모자란다. 내부 전시품은 크게 이집트, 고대 근동, 고대 그리스, 아시아로 나뉘어 있다. 중앙홀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이집트 전시실이 나오고, 입구 중앙에 그 유명한 로제타스톤이 있다.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중에 나일강 삼각주에 위치한 로제타마을에서 병사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기원전 196년경 프톨레마이오스 왕의 칙령을 담고 있으며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람세스 2세의 석상도 필수 관람 코스다. 프랑스 군인들이 옮겨가려고 오른쪽 어깨에 구멍을 뚫었지만 못 가져가고 1816년 대영제국 시대 영국으로 옮겨왔다. 고대근동관에서는 기원전 8세기경 아시리아 왕 사르곤 2세의 궁전 성문 입구를 지키던 수호동물 ‘라마수’ 석상이 중요하다. 인간의 머리에 독수리 날개를 달고 황소의 몸을 가진 라마수는 앞에서 보면 정지된 모습이지만 옆면은 걷고 있다. 1931년 조지프 듀빈 경의 기부금으로 지어져 듀빈갤러리로 명명된 그리스 전시실에는 파르테논 신전에서 가져온 대리석 부조물이 있다. 19세기 초 터키 대사를 지낸 토머스 브루스 백작(엘긴 경)이 파르테논 신전 건물 외벽에 장식된 부조물을 떼어 가져왔기 때문에 흔히 엘긴마블이라고 부르며 그리스 정부와 소유권 문제로 분쟁 중에 있는 인류사적 유물이다. 북측 건물 3층 67호 전시실은 한국관으로 꾸몄다. 국제교류재단이 주관해 전통 한옥과 도자기, 서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관광객들 외에는 찾는 이가 별로 없지만 가끔 사천왕을 그린 탱화를 베껴 그리는 미술 학도들을 만날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지하 1층에 마련된 삼성디지털체험관의 학습프로그램도 둘러보면 좋다. 연간 5000명의 학생들이 디지털 예술관람 체험을 하는데 삼성전자는 최근 후원 기간을 5년 연장하기로 계약했다. lotus@seoul.co.kr
  • 서울의 건축 공존 무너지고 경쟁만 우뚝 서다

    서울의 건축 공존 무너지고 경쟁만 우뚝 서다

    못된 건축/이경훈 지음/푸른숲/ 376쪽/1만 5000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내릴 때마다 여행의 설렘보다는 왠지 힘들다는 느낌이 강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있기는 하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닌데 짐을 이고, 지고, 끌고서 올라갔다가 내려가서 기차를 타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갔다. 왜 그런 건지 ‘못된 건축’을 보면 납득이 간다. 새 천년과 함께 시작된 고속철도 시대에 기술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이른바 하이테크 경향으로 새로 지은 서울역사를 저자는 못된 건축의 하나로 지목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차여행의 역사가 긴 유럽 대도시의 시발역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기차가 머무는 플랫폼은 도시의 가로와 같은 높이에 있다. 하지만 새 서울역은 기단을 통해 모두를 한층 들어올린 후 다시 3층 출발 대합실로 안내하고 다시 기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두개 층 아래로 내려가서 기다리는 기차에 도달하게 한다. 실제로 5개 층을 이동하는 셈이다. 새 서울역이 복합역사로 개발됐기에 생긴 결과다. 기차역이라는 단일 기능만으로도 벅찬데 버스, 지하철에 쇼핑센터 고객을 위한 주차공간까지 갖춰야 하다 보니 역사는 기단 위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고 주 출입구를 옆구리에 둬야 했다. 저자는 이 기묘한 조합의 결과 “역사가 비대해지면 여행자나 쇼핑하는 사람 모두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이곳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도시는 건축이 모여서 이뤄진다. 저자는 “도시의 건축은 도시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한 ‘도시적’의 중심 개념은 ‘공화’(共和)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 일정한 양보를 하면 공공의 선이 생겨나고, 그 혜택으로 개인은 훨씬 더 큰 행복을 누린다는 개념이다. 도시의 건축은 주변의 맥락과 도시공간, 즉 도시적인 공공 공간을 배려하고 살피는 것으로 시작된다. 책에서 언급된 서울의 건축들은 대부분 도시를 무시하거나 오해한 것이다. 자신만 내세울 뿐 도시를 위해 양보하지 않는다. 숭례문 주변의 고층빌딩들은 못됐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크기, 형태, 색상, 재료, 어느 것 하나 국보 1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 미스코리아처럼 포즈를 잡고 뽐내지만 과거의 역사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도시적인 건축물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밤이 되면 숭례문 기와는 주변 건물의 현란한 전광판 불빛 때문에 견딜 수 없이 현란하다. 저자는 “마치 우리 할아버지를 홍등가에 버려두고 온 듯 께름칙한 기분이 든다”면서 “주변 건축이 스스로를 낮추며 도시적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가 된다”고 지적한다. 새롭고 잘된 건축으로 평가받던 이화여대의 ECC 건물은 거리에 있어야 할 모든 공간을 무미건조한 지하로 구겨 넣어 캠퍼스의 낭만을 삼키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단절시켜 버린 사례다. 도시를 등지고 남쪽으로 돌아앉아 있는 데다 갓과 부채를 빌려와 선비 정신을 표현했다는 예술의전당과 전형적 사찰 배치 형식을 따르고 있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세상과 섞일 수 없는 존재’로 예술을 대하는 1980년대식 정서를 보여 주는 못된 건축으로 꼽혔다. 책에는 못된 건축만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옛 한국일보 자리에 들어선 트윈트리타워가 북에서 바라보면 동십자각을 병풍처럼 둘러싸도록 설계됐으며, 남쪽에서 바라보면 쌍둥이 건물이 만드는 시각통로가 동십자각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착한 건축이라고 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우리나라 건축사상 최대의 논란거리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경우 칭찬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 국민대 교수로 DDP의 자문역으로 설계공모기획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함께했던 저자는 “DDP는 대지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그 장소에 최적화된 조형으로 탄생한 것이며, 불규칙한 대지의 경계를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과감한 구조적 모험까지 시도하면서 도시와 주변 환경에 적극적으로 조응하고 있다. 디지털 건축 방식으로 모든 것을 형태화한 21세기 건축테크놀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서울시민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서울시 신청사가 못된 건축에서 빠진 것은 독자로서 의문을 가질 법하다. 그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일원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개성상인의 ‘홍삼로드’ 개척기

    개성상인의 ‘홍삼로드’ 개척기

    향대기람/공성구 지음 /박동욱 옮김/태학사/188쪽/1만 2000원 1928년 4월 30일 개성삼업조합의 조합장인 개성의 거부 손봉상, 부조합장 공성학과 그의 사촌 공성구 등은 미쓰이사의 직원 아마노 유노스케와 홍삼 판로 시찰을 떠난다. 이들은 6월 10일까지 홍콩과 타이완의 주요 지역을 돌며 동아시아 곳곳에 퍼져 있는 미쓰이 지사를 방문하고 지역의 명승지를 관광한다. 공성구는 42일간의 행로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향대기람’(香臺紀覽)을 남겼다. 예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고려인삼의 명성은 자자했다. 조선시대에 왕실에서 인삼에 관한 이권을 장악했던 이유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전매국이 홍삼과 관련한 권한을 보유하다 1914년 이후 미쓰이물산에 독점 판매권을 줬다. 이 때문에 당시 개성상인들은 홍삼 판매를 위해 미쓰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개성상인들의 동아시아 시찰도 그렇게 이뤄졌다. 개성에서 시작된 여정은 부산과 시모노세키, 대만, 홍콩, 마카오, 상해까지 이른다. 그들은 곳곳에서 격랑의 근대 동아시아 역사와 마주한다. 5월 14일에는 타이베이에서 독립운동가 조명하가 일왕 히로히토의 장인인 육군 대장 구니노미야를 독검으로 찔렀다. 그 기간 중국 산둥성 지난에서는 일본군과 중국 국민당 혁명군이 무력 충돌해 중일전쟁을 촉발한 ‘지난 사건’이 벌어진다. 중국 각지에서 배일감정이 최고조에 달해 엔화를 거부하고 일본인을 공격하는 통에 육지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무덤덤하다. 반면 곳곳에서 열린 미쓰이 지사 초대의 연회는 분위기까지 상세하게 기록하면서도 정치와 역사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서술한다. 심지어 일본과 타이완의 신사에 꼬박꼬박 참배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신문물과 현대 문명에 집중됐다. 시모노세키에서 타이베이 항으로 가는 배에서는 선장에게 특별히 부탁해 배의 내부를 구석구석 시찰하기도 한다. 타이완에서 원시림의 거대한 목재를 운송하는 철도시설이나 운송 수단에 주목하는 등 조선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운송 및 교통수단, 도로, 기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주요 도시의 인구와 주요 산업을 점검하며 홍삼 판매량을 계산하기도 하는 철저한 상인의 모습을 보였다. 번역을 맡은 박동욱 한양대 기초융합교육원 교수는 “개성상인인 그들의 관심사는 정치나 역사보다 경제와 시장이었다”며 “책은 근대 한문학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 일제강점기에 홍콩과 타이완을 여행하면서 일기 형식으로 상세한 묘사를 남긴 기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문헌사·역사적 사료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박 교수는 평가했다. 책은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엮어 이해를 돕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다빈치 ‘최후의 만찬’ 속 숨겨진 비밀

    다빈치 ‘최후의 만찬’ 속 숨겨진 비밀

    다 빈치와 최후의 만찬/로스 킹 지음/황근하 옮김/세미콜론/536쪽/2만 5000원 모든 인류가 어둠 속에 잠들어 있을 때 혼자서 새벽으로 걸어나온 인물이 있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다. 그의 걸작 ‘최후의 만찬’은 50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수차례 파괴와 손상을 겪었다. 1977년부터 22년간의 마지막 복원 작업을 거치며 “복원 화가들이 80%, 다빈치가 20%를 그린 작품”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여전히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탁월한 연대기 작가라는 평을 듣는 로스 킹의 저작 ‘다빈치와 최후의 만찬’은 르네상스를 연 이 작품이 어떻게 완성됐는지를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 생생하게 그려 낸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식당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은 당시에도 “그 전에 있던 모든 것을 쓸어 버리는 홍수와 같이 예술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대를 앞선 양식과 전무후무한 독창성은 ‘기적적 작품’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이 불가능했다. 명성만큼이나 이 그림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저자는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습작과 노트의 메모를 연구하고 방대한 참고 문헌을 샅샅이 뒤져 ‘최후의 만찬’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과 비밀에 대해 신빙성 있는 추론을 내놓는다. 다빈치가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495년 초부터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마흔셋. 밀라노 ‘공작의 화가이자 공학자’라는 직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렇다 할 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생각이 많고, 산만한 작업 방식에 완벽을 추구하는 그는 작품 의뢰를 받아도 제대로 완성을 하지 못한다는 오명마저 안고 있었다. 높이 4.5m, 너비 9m에 달하는 커다란 그림은 한 번도 그려 본 적이 없었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프레스코화에도 전혀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기적을 행하고 싶다”고 수없이 공책에 적었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예술가는 10년간의 연구와 치밀한 준비를 거쳐 작업 시작 3년 만에 작품을 완성한다. 킹은 치밀하게 그림 속으로 파고들어 그림에 숨겨진 비밀들을 풀어 나간다. 우선 예수를 중심으로 양 옆에 앉아 있는 열두 명의 인물이 누구인지,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이 누구였는지를 추적한다.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사도 요한에 대한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댄 브라운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옆자리에 앉은 이가 사도 요한이 아니라 마리아 막달레나였다는 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킹은 다양한 문헌에서 근거를 찾아 이런 그럴듯한 주장이 흥밋거리에 불과한 터무니없는 이야기였음을 밝힌다. 킹은 다빈치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신체적 아름다움은 곱슬머리에 이목구비가 여성적인 청년이나 사춘기 소년, 심지어 사춘기 이전의 소년이었다면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옆자리에 앉은 ‘요한’은 여성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중성적 인물을 신비스럽게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다빈치는 ‘암굴의 성모’에서 오른쪽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천사 우리엘이나 후기 그림에 속하는 ‘세례자 요한’ 속의 인물, 그 유명한 ‘모나리자’에서 보듯이 성별의 차이에 대해 의도적으로 표현을 아꼈다. 다빈치의 천재성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인물의 역동적인 동작과 상황의 묘사력이다. 그림 안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다빈치는 몸짓과 손짓, 미묘한 속임수와 암시를 통해 예루살렘의 어느 방에서 펼쳐진 역사적 사건을 절묘하게 짜맞추었다. 예수는 방금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고 말했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제자들은 놀라고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양하고 독특하며 진정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얼굴을 그리고 싶었던 레오나르도는 수도 없이 많은 스케치를 그리며 고심했다. 심지어 사악한 성품이 드러나는 유다에 적합한 얼굴을 찾기 위해 일년이 넘게 밀라노 외곽의 빈민가 보르게토 마을을 찾았다. 그림 속 유다는 치켜올라간 눈썹에 매부리코, 기다란 턱에 하악골이 각진 노인으로 표현되고 있다. 다빈치는 유다가 빵을 집으려고 왼손을 뻗다가 소금통을 엎지르는 것으로 설정했다. 왼손잡이는 두려움과 의심의 대상이라는 부정적인 문화적 연관성을 함축하고 소금통을 엎는 것은 불길함을 의미했다. 예수의 얼굴은 누구를 모델로 했을까. 그의 공책에는 예수의 모델로 고려했음직한 사람들의 이름이 몇 개 적혀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몽환적이고 여성의 이목구비를 지닌 요한과 필립보의 모델이 다빈치의 양자인 살라이라는 설도 있지만 역시 확인할 수 없다. 다빈치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어떤 사람은 “만찬 속 제자들은 밀라노 궁정의 저명한 대신들과 시민들의 삶을 그린 초상화”라고 적었다. 후대의 우리는 그저 짐작만을 하면서 천재에게 감사할 뿐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다빈치 ‘최후의 만찬’ 속 숨겨진 비밀

    다빈치 ‘최후의 만찬’ 속 숨겨진 비밀

    다빈치와 최후의 만찬/로스 킹 지음/황근하 옮김/세미콜론/536쪽/2만 5000원 모든 인류가 어둠 속에 잠들어 있을 때 혼자서 새벽으로 걸어나온 인물이 있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다. 그의 걸작 ‘최후의 만찬’은 500년이 넘는 세월을 거치며 수차례 파괴와 손상을 겪었다. 1977년부터 22년간의 마지막 복원 작업을 거치며 “복원 화가들이 80%, 다빈치가 20%를 그린 작품”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여전히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탁월한 연대기 작가라는 평을 듣는 로스 킹의 저작 ‘다빈치와 최후의 만찬’은 르네상스를 연 이 작품이 어떻게 완성됐는지를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 생생하게 그려 낸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식당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은 당시에도 “그 전에 있던 모든 것을 쓸어 버리는 홍수와 같이 예술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대를 앞선 양식과 전무후무한 독창성은 ‘기적적 작품’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이 불가능했다. 명성만큼이나 이 그림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저자는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습작과 노트의 메모를 연구하고 방대한 참고 문헌을 샅샅이 뒤져 ‘최후의 만찬’을 둘러싼 수많은 소문과 비밀에 대해 신빙성 있는 추론을 내놓는다. 다빈치가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495년 초부터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마흔셋. 밀라노 ‘공작의 화가이자 공학자’라는 직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렇다 할 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생각이 많고, 산만한 작업 방식에 완벽을 추구하는 그는 작품 의뢰를 받아도 제대로 완성을 하지 못한다는 오명마저 안고 있었다. 높이 4.5m, 너비 9m에 달하는 커다란 그림은 한 번도 그려 본 적이 없었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프레스코화에도 전혀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기적을 행하고 싶다”고 수없이 공책에 적었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예술가는 10년간의 연구와 치밀한 준비를 거쳐 작업 시작 3년 만에 작품을 완성한다. 킹은 치밀하게 그림 속으로 파고들어 그림에 숨겨진 비밀들을 풀어 나간다. 우선 예수를 중심으로 양 옆에 앉아 있는 열두 명의 인물이 누구인지, 실제 모델이 된 인물이 누구였는지를 추적한다.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사도 요한에 대한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댄 브라운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옆자리에 앉은 이가 사도 요한이 아니라 마리아 막달레나였다는 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킹은 다양한 문헌에서 근거를 찾아 이런 그럴듯한 주장이 흥밋거리에 불과한 터무니없는 이야기였음을 밝힌다. 킹은 다빈치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신체적 아름다움은 곱슬머리에 이목구비가 여성적인 청년이나 사춘기 소년, 심지어 사춘기 이전의 소년이었다면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옆자리에 앉은 ‘요한’은 여성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중성적 인물을 신비스럽게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다빈치는 ‘암굴의 성모’에서 오른쪽에 무릎을 꿇고 있는 천사 우리엘이나 후기 그림에 속하는 ‘세례자 요한’ 속의 인물, 그 유명한 ‘모나리자’에서 보듯이 성별의 차이에 대해 의도적으로 표현을 아꼈다. 다빈치의 천재성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인물의 역동적인 동작과 상황의 묘사력이다. 그림 안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다빈치는 몸짓과 손짓, 미묘한 속임수와 암시를 통해 예루살렘의 어느 방에서 펼쳐진 역사적 사건을 절묘하게 짜맞추었다. 예수는 방금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고 말했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제자들은 놀라고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양하고 독특하며 진정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얼굴을 그리고 싶었던 다빈치는 수도 없이 많은 스케치를 그리며 고심했다. 심지어 사악한 성품이 드러나는 유다에 적합한 얼굴을 찾기 위해 일년이 넘게 밀라노 외곽의 빈민가 보르게토 마을을 찾았다. 그림 속 유다는 치켜올라간 눈썹에 매부리코, 기다란 턱에 하악골이 각진 노인으로 표현되고 있다. 다빈치는 유다가 빵을 집으려고 왼손을 뻗다가 소금통을 엎지르는 것으로 설정했다. 왼손잡이는 두려움과 의심의 대상이라는 부정적인 문화적 연관성을 함축하고 소금통을 엎는 것은 불길함을 의미했다. 예수의 얼굴은 누구를 모델로 했을까. 그의 공책에는 예수의 모델로 고려했음직한 사람들의 이름이 몇 개 적혀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몽환적이고 여성의 이목구비를 지닌 요한과 필립보의 모델이 다빈치의 양자인 살라이라는 설도 있지만 역시 확인할 수 없다. 다빈치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어떤 사람은 “만찬 속 제자들은 밀라노 궁정의 저명한 대신들과 시민들의 삶을 그린 초상화”라고 적었다. 후대의 우리는 그저 짐작만을 하면서 천재에게 감사할 뿐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열려라! 얍! 미술영재 상상력의 문

    열려라! 얍! 미술영재 상상력의 문

    유럽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작가들과 한국의 어린이들이 공동협업 전시를 진행한다. 어린이들의 예술재능 계발에 초점을 맞춘 연례기획 ‘얍(YIAP)!’을 5년째 진행하고 있는 갤러리 이마주(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어린이들의 감성과 예술적 재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북유럽 아티스트 4명을 특별 초청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끄집어 내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한국 고유의 기합소리에서 따온 ‘얍’(YIAP)은 ‘Young Imazoo Artist Project’의 줄인 말로 갤러리 이마주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선발해 전시회를 열어 주는 것으로 2010년 이후 매년 열고 있다. 올해 전시는 2개 파트로 나눠 열린다. 1부는 5월 2~22일 ‘노스 라이트’라는 제목으로 열리며 독일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하는 중견화가 노은님과 드로잉 작가 게르하르트 바치, 설치작가 얀 코허만(이상 독일), 게르트 팅글럼(노르웨이)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3일 오후 갤러리가 특별히 선발한 어린 작가 16명과 함께 놀이하듯이 설치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갤러리 측은 “모두 세계 대학과 화단에서 인정받는 현대미술 작가인 동시에 세계 미술 영재들과 전문적이고 다양한 수업과 전시를 해 온 작가들”이라며 “세계적인 작가와 어린이들의 공동 협업전시는 참여 어린이들에게 큰 격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부(5월 24~31일)에서는 공동협업 결과물과 어린이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노은님은 어린아이의 그림과 같은 천진함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자연을 동양적 감성으로 표현해 독일 평단으로부터 ‘동양의 명상과 독일 표현주의의 만남’이라는 극찬을 듣는 작가다.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간 뒤 미술 수업을 받고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30년 가까이 국립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국제 서머 아카데미 ‘펜티멘트’ 학장을 겸임했다. 펜티멘트는 함부르크대학의 국제적인 여름 아카데미로 세계 각국의 지원자들에게 3주간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미술수업 과정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노은님의 남편으로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 예술사 교수를 지낸 바치는 펜티멘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발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겪은 정신적 체험을 유연하고 생명력 있는 선으로 표현한 드로잉을 선보인다. 사진, 설치, 축소 모형으로 익숙한 도시의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가 얀 코허만은 노은님과 바치의 제자이자 함부르크대학 교수이며 현재 서머 국제 아카데미 펜티멘트의 학장을 겸하고 있다. 노르웨이 개념미술을 대표하는 팅글럼은 오슬로 예술 아카데미 교수를 거쳐 현재 바겐조형예술아카데미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술 영재 발굴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왜… 선원들과 국민들의 옳음은 다를까

    왜… 선원들과 국민들의 옳음은 다를까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지음/왕수민 옮김/웅진지식하우스/ 692쪽/ 2만 9000원 “승무원 지시만 따르면 배가 어느 교통수단보다 안전하다.”(2010년 방송사 인터뷰) “물에 뛰어들면 위험할 것 같아 자리를 지키라고 했다.”“내가 직접 운항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수백명의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이준석선장이 늘어놓은 핑계와 변명은 슬픔에 빠진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 그는 선장으로서 기본적인 의무는 물론이고, 인간으로서 도덕적 의무마저 저버렸다.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승객들을 대피시키기는커녕 자기부터 살겠다고 구명보트에 먼저 몸을 실었다. 우리 모두의 도덕적 잣대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저지르고,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궤변을 늘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덕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가 쓴 ‘바른 마음’(원제 The Righteous Mind)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만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저자는 2008년 테드(TED) 강연에서 ‘진보와 보수의 도덕적 뿌리’라는 강의로 주목받았다. TED 강의 내용을 더 확장하고 도덕의 감정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해 2012년 출간한 책은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동안 윤리와 정의를 다룬 책들이 도덕적 딜레마의 상황에 대해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세상에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과 종교적 믿음, 사회적 가치들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른다. 하이트는 이런 즉각적 판단이 가능한 것은 저마다 도덕, 즉 ‘바른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우리가 흔히 개인의 윤리적 문제 혹은 착한 성격으로 좁게 이해하던 도덕이 실제로는 인간의 판단과 집단적 행동을 결정하는 매우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이 시대의 모든 중요한 문제들은 모두 옳음과 옳음의 싸움”이라고 단언한다. 책 제목을 ‘도덕적인 마음’이 아니라 ‘바른 마음’이라고 붙인 것에 대해서 그는 “인간 본성은 본래 도덕적이기도 하지만, 도덕적인 체하면서 주관적으로 옳다는 신념하에 비판과 판단도 잘한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하이트에 따르면 도덕이라고 부르는 내면의 ‘바른 마음’은 철저히 이기적이며 전략적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직관이 먼저 작용한다. 직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 뒤에 추론능력을 동원해 자신의 판단에 대한 논변을 찾아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변명을 일삼는 행위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저자는 지난 500만년 동안 인간의 뇌는 3배나 커졌지만 진실을 밝히거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그것을 사용해 온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고 그 증거를 찾는데 뇌의 힘을 동원한 것은 아닌가 묻는다. 저자는 이런 도덕의 모습을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다음’이라는 원칙으로 정리한다. 또 도덕이란 올바르게 살기 위한 지침이라기보다는 주변의 평판을 살피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즉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 같은 행위라고 정의한다. 하이트는 도덕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게 살지 않기의 차원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도덕은 다양한 인간의 가치, 신념,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이트가 정립한 도덕의 또 다른 원칙은 도덕이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군집 스위치’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이 작동하는 순간 마치 벌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이는 사람들을 눈멀게도 하지만, 단단하게 뭉치게도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후자의 경우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 모든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분개하며 유가족과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데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겠다. 수천 년을 지배해 온 도덕 프레임을 완전히 뒤엎은 하이트의 도덕에 대한 재해석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에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던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무질서한 듯 질서 있는 자연·사회 속 수많은 형태

    무질서한 듯 질서 있는 자연·사회 속 수많은 형태

    형태학 3부작/필립 볼 지음/ 조민웅·김지선·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 심장이 발작을 일으킬 때 내부에서 규칙적으로 이동하던 과녁형 파장은 나선형으로 변환한다. 심장의 나선형 패턴을 조작함으로써 심장이 멈추기 전에 일으키는 경고에 대응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이슬람권 최대 연중행사인 성지순례 ‘하지’ 때면 수백만명의 이슬람교도가 사우디아라비아 성지 메카로 몰린다. 워낙 많은 순례자가 한 번에 밀려들다 보니 사람들이 인파에 밟혀 죽는 사고가 종종 일어났다. 과학자들이 군중의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찍어 군중의 밀도 변화와 개인 움직임의 속도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인파의 흐름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지점을 포착해 그곳에 통행료를 설치하고, 그 시간에 순례자의 이동도 통제했다. 이후 사고는 크게 줄었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부분은 ‘흐름’이었다. 자연 세계에서 미세한 형태들이 반복해 분할하면서 거대한 형태로 성장하듯 인간 사회의 다양한 관계망이 형성된다. 도시의 형성 방식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와 유사하다. 수없이 가지치기를 한 인간관계와 인터넷망은 무한증식할 것 같지만 적절한 지점 몇 군데만 무너지면 순식간에 괴멸된다. 누군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과학저술가 필립 볼은 자연과 사회에서 접하는 수많은 형태들의 탄생, 발전, 확산의 과정을 분석해 ‘모양’(Shapes) ‘흐름’(Flow) ‘가지’(Branches)의 형태학 3부작으로 엮었다. 모든 형태의 기원과 성장을 다루는 형태학의 잣대로 자연과 사회의 관계를 흥미롭게 살펴본 과학 시리즈다. 볼은 옥스퍼드대 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과학 잡지 ‘네이처’에서 20여년간 물리·화학 분야의 편집자와 편집 고문으로 일했다. ‘모양’에서는 개미집, 얼룩말의 줄무늬, 나비 날개 무늬 등 자연 곳곳에서 스스로 발생한 사례와 원리를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식물의 잎차례, 형태는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결과이다. ‘흐름’에서는 생물학, 물리학, 기상학, 유체역학, 천문학, 경제학을 넘나들며 일관성 없는 각각의 현상으로 간주했던 다양한 흐름의 이면에 자리한 근본적 원리를 보여준다. ‘가지’는 다양한 형태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토대로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아인슈타인·정약용 등 동서양 지식인 100명, 한국 지식문화를 바꾸다

    아인슈타인·정약용 등 동서양 지식인 100명, 한국 지식문화를 바꾸다

    우리나라의 인문학적 토양을 풍성하게 해 줄 대중교양서로서의 인문학시리즈를, 우리 학자들의 역량으로 직접 만들어 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가 40권째 책 ‘지식인 마을에 가다’ 출간으로 10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시리즈 기획부터 구성, 진행 상황, 특장점 등을 담아 지식인마을의 가이드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책은 이 시리즈의 총기획자이자 제1권 ‘진화론도 진화한다’의 저자이기도 한 장대익 교수(서울대 자유전공학부)가 썼다. 장 교수는 23일 “우리는 문턱을 넘기 전까지 열심히 공부하지만 대학 입학의 문턱을 넘는 순간 그 학문적 열정과 호기심은 사라지고마는 ‘문턱 증후군’이 있다. 비단 대학생뿐 아니라 전 사회에 퍼진 질병이다. 한국의 지식문화를 바꿔 보자는 의도에서 시리즈는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 사람의 교양인을 키우는 데 동서양의 지식인을 총동원한다는 심정으로 시리즈를 진행했다”면서 “당초 50권을 낼 계획이었지만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고, 이 정도면 기획 의도를 어느 정도 살렸다는 판단에서 40권으로 끝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식인마을’은 인문, 자연, 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국내 소장파 학자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지식네트워크를 구축해 동서양의 위대한 지식인 100명과 대중을 연결해 주고자 기획됐다. 인문·사회·과학·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지식인 100명을 촌장(개척자)과 일꾼(계승자)으로 등장시켜 각 권마다 대립하거나 영향을 끼친 2명의 지식인이 치열한 논쟁과 창조적 계승과정을 통해 독창적 지식의 드라마를 펼쳐나가도록 했다. 지금까지 시리즈에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32명의 젊은 학자들이 참여했고, 입시에 매달리느라 중·고등학교 6년간 교양의 암흑기를 지나온 청년층, 특히 대학 1학년생 수준에 맞춰 집필했다. 2006년 11월 1~15권이 출간된 이후 순차적으로 출간됐다. 공자와 맹자(강신주 지음), 세이건과 호킹(강태길), 케인즈와 하이에크(박종현), 벤야민과 아도르노(신혜경) 등 시리즈로는 보기 드물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도 나왔다. ‘다상담’ 등으로 인문학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철학자 강신주 박사도 이 시리즈를 통해 대중과 처음 만났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금세기 최고 비디오 아티스트 佛 예술 애호가들 마음 훔쳤다

    금세기 최고 비디오 아티스트 佛 예술 애호가들 마음 훔쳤다

    “나는 비디오 아트와 함께 태어났다.” 현대미술의 영상시인이라 불리는 금세기 최고의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63)의 신비롭고 섬세한 영상언어가 프랑스 예술 애호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파리를 대표하는 전시공간 그랑팔레에서 지난달 초부터 열리고 있는 ‘빌 비올라’전이 연일 초만원이다. 이번 전시는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 블록버스터급 거장들의 회화 작품을 주로 전시했던 그랑팔레에서 최초로 열리는 비디오 아트 전시이자,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뉴욕 출신인 빌 비올라에게 헌정한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유럽 예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5일 개막 이래 하루 평균 입장객은 3000명 선으로 모네전(하루 평균 7000명)의 절반 수준이지만, 유럽 언론들은 비디오 아티스트의 전시회로는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리플렉팅 풀’(1977~1979), ‘하늘과 땅’(1992), ‘놀란 사람들의 오중주’(2000), ‘카트린의 방’(2001), ‘4개의 손’(2001), ‘트리스탄의 승천’(2005), ‘꿈꾸는 사람들’(2013)까지 1977년부터 최근까지 30여년간 제작된 비올라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빌 비올라 스튜디오가 소장한 작품뿐 아니라 프랑스의 억만장자 프랑수아 피노 등의 개인 소장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빌 비올라는 백남준에 의해 전자매체에서 예술의 도구로 변화한 비디오를 현대미술의 핵심 미디어이자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로 유명하다. 그의 비디오 작업은 저속 혹은 고속 촬영기법의 이미지 촬영과 재생 속도의 변형에서 출발하지만 기술로 만들어 낸 디지털 이미지들이 기술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숨을 멎게 하는 아름다움을 지닌다. 인간의 시각이 경험할 수 없는 이미지들과 속도의 미세한 순간을 잡아낸 이미지들이 엮어 내는 섬세한 영상언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사유를 경험하게 한다. 대립하는 물과 불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사용하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 인연의 회귀, 의식세계에 대한 탐구를 보여 준다. ‘리프렉팅 풀’은 개인의 시간이 멈춰 서도 세상은 흘러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하늘과 땅’은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과 나이 든 여인의 얼굴이 맞닿도록 두 개의 진공관을 설치한 작품이다. ‘트리스탄의 승천’은 육신의 죽음 이후 영혼이 거센 물줄기를 따라 솟구쳐 올라 빛의 세계와 합류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불의 여인’(2005)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의 장벽 앞에 서 있던 여인이 쓰러지면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불의 경계가 녹아들고 극단적 대립의 세계가 합일을 이룬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파리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한반도의 호랑이 어떻게 사라졌나 일본인의 사냥기

    한반도의 호랑이 어떻게 사라졌나 일본인의 사냥기

    정호기(征虎記)/야마모토 다다사부로 지음 이은옥 옮김/이항·엔도 기미오·이은옥·김동진 해제/에이도스/216쪽/2만원 야생 호랑이가 한반도에서 사라진 주요 이유로 해로운 맹수들을 퇴치해 세상을 편안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일제강점기에 시행된 해수구제(害獸驅除) 정책이 지목된다. 조선총독부의 ‘조선휘보’에 따르면 1915~1924년(1917·1918년 통계 누락) 일제의 해수구제 정책으로 호랑이 89마리, 표범 521마리가 사살됐다. 통계에서 두 해가 누락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 기간에도 일제의 한국호랑이 소탕작전이 강도를 더했으면 더했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정호기’(征虎記)는 1차 세계대전 때 선박업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일본인 사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가 1917년 11월 20일 도쿄를 출발해 부산으로 입국해 한 달간 조선에 머물며 벌인 호랑이 사냥기록이다. 야마모토는 사냥에 동행했거나 후원한 사람들에게 기념선물로 나눠 주기 위해 사냥 기록과 일기를 엮어 비매품 한정판으로 책을 만들었다. 한국 호랑이의 자취를 추적해 온 한국범보전기금이 일본의 인터넷 고서점에서 가까스로 구했다. ‘정호기’에는 사냥기록을 순차적으로 담은 희귀한 사진 97장을 비롯해 사냥지역을 표시한 지도 2장, 사냥과정 기록, 야생동물의 서식 상황, 포획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호랑이 관련 자료가 전무한 국내 상황에서 귀중한 사료다. 야마모토는 강용근, 이윤회, 백운학 등 조선에서 이름을 날리던 포수들을 비롯해 몰이꾼 150여명을 동원했으며 모두 8개 반으로 조를 짜 함경도, 강원도, 금강산, 전라도 등지에서 대대적인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일본과 조선의 언론사 기자들도 특파원 형식으로 초대돼 정호군의 활약을 즉각 알렸고, 사냥이 끝나고 경성의 조선호텔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호랑이 고기 시식회에는 당시의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야마모토가 조선반도에서 호랑이 사냥 이벤트를 벌인 이유에 대해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등은 책 해제에서 “겉으로는 총독부의 해수구제 정책과 같은 맥락이지만 실제로는 대자본가의 개인적 소영웅심의 발로, 부의 과시, 일본군 사기 진작,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 확산 등 복합적 의도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가난한 인쇄공에서 대자본가로 출세해 조선 반도에 호랑이 덫을 놓았던 야마모토는 1차 대전 종전 후 찾아온 세계적 불황으로 몰락해 1927년 4월 5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도쿄 제국호텔에서 시식회를 연 뒤 10년 후의 일이었다. 한편 이 교수 등은 야마모토 사냥팀에 의해 함경도에서 잡힌 뒤 박제된 호랑이를 교토의 도시샤 고등학교 표본관에서 92년 만에 찾아냈다. 야마모토에 관한 인물정보를 수집하던 중 그가 사냥한 호랑이와 표범을 박제해 자기 모교에 기증했다는 내용을 파악하고 해당 고등학교를 방문, 표본을 찾아내 DNA 시료 채취에 성공했다. 현재 이 교수팀은 채취한 DNA 시료로 한반도 호랑이의 계통분류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북한을 모르면 ‘통일 대박’ 없다

    북한을 모르면 ‘통일 대박’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의 ‘통일 대박론’에 이어 지난 3월 28일 드레스덴 선언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남북 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북한의 호응이 전제되어야 하고, 동북아 평화협력의 큰 틀에서이긴 하지만 남북통일이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그런데 걸리는 게 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것이다. 북한 관련 문제가 연일 터지고 남북 관계는 시시각각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언어와 전통을 공유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와 너무도 다른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동아시아 정세의 커다란 지형도 속에서 달라진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북한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출간됐다. 사단법인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김성보·기광서·이신철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풍부한 시각자료와 함께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서술한 북한 통사다. 2004년 출간된 이후 ‘믿을 만한 교과서’ 역할을 하며 18쇄까지 발행했던 책이 10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나왔다. 2004년판이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과 ‘고난의 행군’ 종결로 마무리됐지만 이번에는 2013년 김정은의 집권과 고모부 장성택 처형까지의 내용을 추가했다. 책은 서른세 살의 젊은 항일무장투쟁 지도자가 해방 이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세우고 한 나라를 장악해 가는 과정, 그 아들에 이어 손자가 나라를 물려받기까지 68년간의 사건들을 서술한다. 300장이 넘는 사진과 사료, 신문기사 등 신뢰성이 확보된 자료들을 토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주의 시작부터 전쟁의 참화와 재건, 권력 투쟁, 최근의 디지털화된 북한의 모습까지 훑어나간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 과정은 결코 김일성이라는 독재자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며, 한반도를 둘러싸고 강대국들이 펼치는 정치적 자장 속에서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희생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공동 저자인 기광서 조선대 정외과 교수는 “한반도 정세가 악화될수록 북한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때가 되면 북한은 동포에서 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란 없는 통일과정을 위해서라도 북한을 정확히 바라보려는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기획 출간한 ‘이데올로기의 꽃’(도서출판 경진)은 북한의 문예와 북한체제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문학작품, 연극, 가요, 회화, 시조 등 북한 문예의 여러 작품과 텍스트를 검토해 문화예술이 지배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지탱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방식을 살폈다. 북한 문예가 지배체제의 정당화에 관여하는 관습적인 방식, ‘주체’를 구호로 내세운 북한 문예가 개인의 자유를 배제하고 억압하며 일인 지배 체제의 정당화를 위해 기능하는 방식, 일상의 미시적 수준에서 작동하는 방식, ‘아리랑’ ‘황진이’ 같은 민족 고유의 전통예술 형식이나 콘텐츠가 지배이데올로기의 요구에 변형 또는 변용된 양상을 차례로 다룬다. 도구화된 예술이라는 일반화된 상식을 확인하는 선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그것이 어떻게 지배체제와 지배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학자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 논문식으로 쓴 책이라 다소 딱딱하지만 북한의 이해를 위한 훌륭한 참고서로 손색이 없다. 북한의 문화예술인들은 일정기관에 소속되어 지배체제가 요구하는 창작방향과 지침에 따라 작업하고, 그 결과물은 검열과 통제를 거쳐야 발표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 발표되는 모든 문예작품은 지배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반영하는 선전선동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연구소 김수복 소장은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북한 문예의 여러 양상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작업은 남북한의 문화적 소통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북한 문예를 지배 체제 내지 지배 이데올로기의 연관성 속에서 검토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에 속한다. 이런 작업이 이뤄진 연후에 비로소 남북한 문예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최소한의 접점을 모색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부고]

    ●정기오(전 농협 경북도지회장)씨 별세 도현(대구은행 지산지점 차장)주현(KT CRM전략팀)씨 부친상 강석춘(자영업)류문삼(국방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김진국(중앙일보 대기자)씨 장인상 17일 대구 동산의료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53)250-8141 ●이상익(서울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씨 별세 병희(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선영(충남대 전임연구원)수희(KB인베스트먼트 이사)씨 부친상 탁정미(효성ITX 상무)송수원(대학강사)씨 시부상 황인석(LG화학 상무)씨 장인상 18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 (02)2258-5940 ●김범진(오픈타이드 선임)정현(서초구청)씨 부친상 권선호(사업)황인혁(매일경제신문 경제부 차장)이정훈(LG전자 차장)씨 장인상 이혜리(제일기획 프로)씨 시부상 18일 한양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02)2290-9456 ●한상헌(청주시청 기획예산과 서울사무소장)씨 장모상 18일 청주 참사랑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15분 (043)298-9200 ●이만우(고려대 경영대 교수)씨 모친상 김혜련(서울여대 교수)씨 시모상 18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 (02)923-4442 ●이정훈(전 KBS PD)씨 별세 박혜숙(탤런트)씨 남편상 이세원(부산지검 검사)씨 부친상 17일 건국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02)2030-7901 ●주성규(전 농수산부 차관)씨 별세 1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94
  • “한국여성 전통 굴레 속 자아 포기 안해 감동적”

    “한국여성 전통 굴레 속 자아 포기 안해 감동적”

    한국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한국 여성들은 정말 대단하다. 서양의 여성이 보기엔 어땠을까. 지난 3년간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한국 여성 60여명을 만나 사진을 찍고 인터뷰한 이스라엘 출신의 프랑스 여성 예술가 다나 카펠리앙(52). 사진집 ‘한국의 여성들’(눈빛출판사) 출간을 앞두고 17일 서울 중구의 프랑스문화원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그는 “전통의 굴레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은 서양인의 입장에서는 믿기 어려운 복잡하고 힘든 삶의 이야기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전통적 봉건사회로부터 21세기 현대사회로 단기간에 탈바꿈했다. 내가 만난 한국 여성들의 삶에는 그런 급속한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다”면서 “한국 여성들에게 전통이 무겁기도 하지만 가족 간 결속력을 강화해 주는 등 좋은 면은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회화, 설치작업 및 사진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던 카펠리앙은 2010년 남편이 주한프랑스문화원 영상교류담당관으로 부임하면서 한국으로 이사 왔다. 여성에 관한 주제가 늘 작업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2011년부터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돌며 한국의 여성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의사, 판사, 야쿠르트 판매원, 가사도우미, 전업주부, 노량진 시장의 생선장수, 제주의 해녀, 소리꾼, 매듭장인, 무당 등 여러 직업군의 여성들을 만났다. 80대 후반 노인부터 10대 소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평생 한국에서 봉사하며 살아온 미국인 수녀, 한국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방송인 이다도시, 캐나다에서 태어나 한국의 유명배우와 결혼해 사는 강주은, 이주 여성 등 외국 국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살아가는 여성들도 포함됐다. 그는 “한국 여성들을 통해 한국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여인들을 만나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미래의 꿈에 대해 물었다”고 했다. 카펠리앙은 “전통과 현대의 삶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많은 여성들은 능력을 떠나 가정과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투쟁하듯이 살아가고 있었다. 이혼이 늘고는 있지만 이혼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도 이상했다”면서 “한국 사회가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성들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능력을 발휘하며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공시설, 특히 다양한 보육시설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에게서 강인한 정신력과 함께 정말 많은 ‘정’을 느꼈다”는 그는 “한국 여성들이 전통의 굴레 속에 살면서도 자아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성경 속 예수, 문화 콘텐츠로 부활

    성경 속 예수, 문화 콘텐츠로 부활

    영화관과 뮤지컬 극장이 밀집해 있는 영국 런던의 레스터스퀘어에 있는 오데온극장은 건물 외벽 전체가 물바다를 이뤘다. 극장은 지난 10일 노아의 방주를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 ‘노아’의 개봉에 맞춰 대홍수를 상징하는 푸른색 파도 그림으로 건물을 도배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12일 프랑스 파리의 서점가에는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서의 예수를 그린 화제의 책 ‘젤롯’(Le ZELOTE)이 진열대에 올라 독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란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레자 아슬란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쓴 ‘젤롯’은 25개국에서 번역됐고 국내에서도 최근 와이즈베리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기독교를 소재로 한 내용의 책과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다. 성경 속의 방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글이나 영상으로 풀어내 기독교인은 물론 성경에 익숙지 않은 비종교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추세다. 이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이야기가 부족해지면서 스케일이 크고 극적인 요소가 강한 성경 속 이야기들이 참신하게 다가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종교적 의미만을 부여했던 이전과 달리 역사적 인물 및 사건에 주목하며 국가와 종교를 초월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노아의 방주를 소재로 한 영화 ‘노아’다. 국내에서도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인 노아는 영국을 비롯해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도 화제 속에 개봉되고 있다. 하지만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종교적 논란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성경 속 인물을 허구로 설정하거나 기존에 제시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하며 성경을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성경에는 노아 부부와 세 아들, 세 며느리 등 8명이 살아남는 것으로 기록됐는데 영화에서는 둘째 아들과 어린 셋째 아들의 배우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성경 속 노아는 의롭고 흠이 없는 인물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자신과 가족들 역시 타락한 인간들과 다를 바 없다며 둘째 아들 함의 여자와 손녀까지 죽이려 들고, 살아남기 위해 방주로 달려드는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내치는 냉혹한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책 ‘젤롯’의 경우 교회가 가르치는 예수의 이미지, 즉 ‘사랑과 평화를 가르친 순한 목자’로서의 예수가 아니라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 그려 논쟁을 부르고 있다. 지난 20년간 주요 복음서를 분석하고 수백권의 저작들을 섭렵하며 예수의 진짜 모습을 추적해 그 연구를 바탕으로 집필한 저자는 예수가 민중운동을 일으키다가 로마당국에 의해 처형된 ‘열성(젤럿)적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종교적 편견을 배제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학자적 입장에서 쓴 책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출간과 동시에 2주 만에 1만부 이상 팔리며 판매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10일 국내에 개봉한 영화 ‘선 오브 갓’은 예수의 출생부터 제자들과의 만남, 고행, 죽음과 부활 등의 일대기를 성경에 근거해 충실하게 그려 교계의 호평을 받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영화 내용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모세와 히브리 백성들의 출애굽기를 다룬 성서 블록버스터 ‘엑소더스’도 올 연말 개봉할 예정이어서 기독교와 성경 속 예수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 사진 런던·파리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트랜스 시대의 기업 생존 비법은

    트랜스 시대의 기업 생존 비법은

    트랜스 시대의 트랜스 브랜딩/장동련·장대련 지음/이야기나무/408쪽/1만 8000원 휴대전화와 인터넷, 텔레비전과 쇼핑몰처럼 이종결합이 더는 새롭지 않은 세상이다. 방송·신문·인터넷·모바일 등 미디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맞물리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작금의 시대를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장동련 교수는 ‘트랜스’(Trans)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이어 쌍둥이 형제인 장대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트랜스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제시한다. 장동련 교수는 디자인의 관점에서, 장대련 교수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각각 시대 변화를 읽었다. ‘트랜스’(Trans)는 가로지르고 통과하는 횡단의 의미에서 더 나아가 초월의 의미를 지닌다. 사실 트랜스 현상은 디지털 미디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책은 트랜스의 개념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회화와 건축, 조각 등에서 발견되는 트랜스 현상들을 조명한다. 예컨대 마르셀 뒤샹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는 대상의 변화와 속도, 움직임을 한 화폭에 그려내고자 한 뒤샹의 열망이 담겨 있다. 바람에 움직이는 테오 얀센의 거대한 조각 ‘해변생물’, 가상과 현실 공간이 합쳐진 트랜스 건축으로는 프랑스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이 거론됐다. 저자들은 “오늘날 기업은 사회 경제 정치 등 전방위적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종전의 경영방식에 얽매이면 도태되기 때문에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새로움을 흡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오늘날 브랜드 환경에서 주목해야 할 패러다임을 파괴적 혁신, 기술적 융합, 소비자 중심의 요구, 변화관리의 네 가지로 꼽고 문화 전반에 걸쳐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는 통합적인 브랜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英왕세자비 “‘마당을’ 손자들에 꼭 읽어줄 것”

    英왕세자비 “‘마당을’ 손자들에 꼭 읽어줄 것”

    ‘2014 런던도서전’ 개막 이틀째인 9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의 한국 도서전시관에 영국 찰스 왕세자의 부인인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이 ‘깜짝 방문’했다. 이날 도서전을 찾아 자국 출판인들과 인사를 나눈 카밀라 왕세자비가 경호를 받으며 발길을 옮긴 곳은 한국의 ‘마켓 포커스관’(주빈국관)이다.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선정된 한국은 ‘마음을 여는 책, 미래를 여는 문’이라는 주제로 전시장 내에 마켓 포커스관(516㎡)을 설치해 운영했다. 그 자리에서 한국 문인들을 대표해 왕세자비와 인사한 이는 도서전 조직위원회가 ‘오늘의 작가’로 선정한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씨다. 예고 없이 전격 방문한 왕세자비는 황씨에게 “만나서 반갑다. 몇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느냐”고 물었다. 또 그의 대표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인도네시아·영국·중국판으로 번역된 것을 보고는 “대단하다”며 “꼭 책을 읽은 뒤 손자들에게 직접 읽어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개막한 런던도서전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0일 폐막했다. 런던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黃 “감옥생활 세 번 해서 역사적 상처 많이 알아” 申 “앞 못 보는 사람 얘기나 실패한 사랑 얘기가 차기작”

    黃 “감옥생활 세 번 해서 역사적 상처 많이 알아” 申 “앞 못 보는 사람 얘기나 실패한 사랑 얘기가 차기작”

    “세번이나 감옥에 들락날락해서 누구보다 역사적 상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역사소설을 쓴 것은 작가로서의 책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상황이 되면 마찬가지로 대응하겠지만 돌이켜보면 작가로서는 불운했다고 생각한다.”(황석영) “현대인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산다.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 특히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쓰고 싶었다.”(신경숙) 현대 한국 문학의 대표주자인 소설가 황석영과 신경숙이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열리는 2014년 런던 도서전에서 유럽 독자들과 만났다. 8일(현지시간)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린 두 작가와의 대화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황 작가는 영국의 파키스탄계 소설가 카밀라 샴지와 문학, 역사를 주제로 대담하면서 “오에 겐자부로와 르 클레지오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난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나는 자유가 있는 그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국가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은 사나운 마누라와 함께 사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한국인들의 내면은 쓰레기 더미 위에 핀 들꽃처럼 어둡다. 그렇지만 문화적 의욕은 매우 강하다. 감옥에서 나왔을 때 집도 없고 통장에는 한달치 생활비만 남아 막막했던 나를 살려낸 것은 한국의 독자들이었다. 그런 독자들이 있는 한국에 태어난 게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펜클럽과의 문학살롱에 참석한 신 작가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의 문학담당 에디터인 아리파 아크바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 “집필 기간은 1년 반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쓰인 작품”이라며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밤 기차에서 엄마의 고단한 얼굴을 보고 저 고단한 엄마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 소설의 씨앗”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너무나 빠르게 뭔가가 변화하고 뭔가를 상실하게 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가 끝까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하다 ‘엄마’라는 상징성을 떠올려 주제로 삼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 “이 작품을 통해 엄마도 나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고 또 다른 엄마의 배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울면서 태어났다는 것, 강해 보이지만 상처가 많고 그 자신도 엄마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8년 발표된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해외 31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이 소설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011년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해외 번역본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예컨대 “한국에서 부부간 정을 담아 쓰는 호칭인 ‘당신’이 무미건조하게 ‘you’라고 번역된 부분 등은 아쉬웠다”고 했다. 차기작이 무엇이냐는 독자의 질문에는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볼 수 없게 된 사람 이야기, 네 사람의 실패한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연결되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며 “빨리 정해서 당장 내일부터라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런던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유럽에서 ‘출판·문학 한류’ 가능성 봤다

    유럽에서 ‘출판·문학 한류’ 가능성 봤다

    ‘유럽 도서문화의 본고장에서 출판·문학 한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국이 주빈국인 마켓포커스(Market Focus) 국가로 참가하는 2014 런던도서전이 8일(현지시간) 런던시내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10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마켓포커스관(516㎡)을 설치하고 알에이치코리아, 블루래빗 등 국내 출판사 10곳과 북잼, 북앤북 등 전자출판업체 7곳 등 25개사의 비즈니스장을 마련했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번역문학원과 영국문화원이 공동으로 이문열, 황석영, 신경숙, 황선미, 한강, 김영하 등 작가 10명을 초대해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학행사를 통해 한국문학의 저력을 영미권 출판계에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2012년 베이징국제도서전, 2013년 도쿄국제도서전 주빈국 참가에 이어 올해 런던도서전 마켓포커스 국가로 참가해 아시아를 넘는 영어권 시장으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개막식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고, 직지심체요절과 조선왕조실록 같은 세계기록유산들이 보여주듯 오래전부터 출판문화를 발전시켜 왔다”면서 “이번 도서전 마켓포커스 참가를 통해 한국의 출판물을 소개함으로써 오랜 전통과 문화를 세계인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잭스 토마스 런던도서전 조직위원장은 “한국은 세계 13위의 국가 경제규모에 걸맞게 세계 10위 출판시장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 최강국답게 전자출판계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 런던도서전에 초대된 한국 저자들은 이미 이곳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한 만큼 한국의 융성하는 출판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영수 출협회장은 “유럽 출판시장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런던 도서전에 마켓포커스로 참여함으로써 유럽권 내 한국 출판의 경쟁력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43회를 맞는 런던도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버금가는 대규모 도서전시회로 영미권에서 저작권 교류가 가장 활발한 행사로 꼽힌다. 올해에는 세계 114개국에서 2만 5000여명의 출판전문인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런던도서전에서는 전자출판 분야의 저작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영국의 출판시장이 최근 전자출판 쪽으로 빠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문화원 코르티나 버틀러 문학담당국장은 “2012년 기준으로 영국의 출판시장이 전년 대비 1% 성장한 데 비해 전자출판물 구매액은 34% 포인트 늘어난 2억 1600만 파운드(약 4000억원) 규모로 전자책이 영국 전체 출판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막 전날인 7일 QEⅡ 콘퍼런스 센터에서는 영국출판협회, 아마존, 하퍼콜린스, 펭귄 디지털출판사, 예스24 등 약 20여개의 출판 및 콘텐츠 관련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제6회 디지털 마인드 콘퍼런스가 열렸다. 전자책 시장의 잠재력,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등 디지털 시대의 출판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편 소설가 이정명은 런던도서전을 계기로 한국 문학 불모지인 런던 서점가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가가 윤동주 시인의 삶을 소재로 쓴 팩션 ‘별을 스치는 바람’(The Investigation)은 현지 출간 열흘 만인 지난 7일 대형 서점 워터스톤즈의 소설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금까지 8개국(영국,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대만, 일본) 출판이 확정됐다. 그는 런던도서전 초청작가는 아니지만 지난 7일 런던 세실코트의 유명 서점인 골드스보로에서 사인회를 여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글 사진 런던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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