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혜리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성공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관광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광고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478
  • 색·소리 감싼 빛, 예술을 빚네

    색·소리 감싼 빛, 예술을 빚네

    일상을 밝히는 ‘빛’에 색, 소리, 움직임과 같은 감각적인 요소들이 결합하면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색다른 자극을 제공하는 매체로 확장된다.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라이트아트(Light Art)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대림문화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서울 한남동 독서당로에 지난 5일 새롭게 문을 연 ‘디뮤지엄’(D MUSEUM)은 개관 특별전으로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라이트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아홉개의 빛, 아홉개의 감성’전을 마련했다. ●최고 8m 기둥없는 전시공간서 연출 대림문화재단은 1996년 국내 처음으로 사진전문 미술관인 한림미술관을 대전에 개관했고, 2002년 서울로 이전해 통의동에 대림미술관을 개관했다. 2012년에는 한남동에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을 열어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개관한 디뮤지엄은 공연, 강연,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다. 총면적 2432㎡에 층고가 4m에서 최고 8m로 기둥이 없는 공간 설계로 이뤄져 기획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번 개관전의 경우 아티스트들이 빛을 소재로 선보이는 설치, 조각, 영상, 사운드, 디자인 등 다양한 작품들로 9개의 독립적인 방을 연출했다. 전시는 순수한 빛의 관찰에서 출발해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 경험으로 서서히 전개돼 빛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英대표작가 에번스 역동적 백색광 연출 가장 먼저 만나는 작가는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리스 윈 에번스. 백색 광이 채워진 공간에서 순수한 빛을 만날 수 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궤적을 네온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복잡하게 얽힌 하얀 빛의 선들을 통해 에너지를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형태로 변형시켰다. 조명디자이너이자 설치작가인 플린 탤벗은 빛과 조각이 결합된 형태를 통해 빛이 분리되고 다시 혼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빛의 삼원색(빨강, 초록, 파랑)의 광원을 삼각뿔 형태의 오브제에 투영시켜 다양한 색과 형태, 빛의 효과를 보여준다. 호주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어윈 레들은 촘촘히 둘러싸인 광섬유로 공간을 구축해 무형의 빛과 유형의 구조 사이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빛이 세운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라이트 아트의 거장 카를로스 크루스디에스는 빛의 삼원색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일어나는 시각적인 혼란을 통해 인공적인 환영을 만들어 낸다. 덴마크의 신예 디자이너 듀오가 설립한 스튜디오 로소는 이어지는 공간에서 거울이 반사하는 빛과 그림자가 마치 빛의 방울처럼 흩어져 내리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러시아를 기반으로 세계 유수의 다원예술 페스티벌에 참여해 온 크리에이티브 그룹 ‘툰드라’(Tundra)의 작품을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수백개의 육각형 타일로 이루어진 아치형 천장에 다양한 패턴을 투사하고 사운드를 결합시켜 마치 고래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바닷속을 여행하는 듯한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 등과의 협업을 통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디자이너 폴 콕세지는 LED 패널을 공중에 설치해 마치 종이가 바람에 하늘로 휘날리는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프랑스 리옹에서 매년 열리는 빛축제에 초대돼 야외에 설치됐던 작품을 공간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접힌 종이를 보고 착안해 만든 작품으로 빛이 선사하는 우아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5월까지 9개 환상적 스펙트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CMYK 램프’를 개발한 독일 출신의 디자이너 데니스 패런은 곡선과 직선이 연결된 형태의 금속조형물에 LED 조명을 설치해 형형색색의 그림자 효과를 실험한 작품을 선보였다. 프랑스의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올리비에 랏시가 만들어낸 공간에서는 선과 기하학적 형태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겹치고 해체되면서 시간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미술관 측은 “9개의 스펙트럼으로 다채롭게 펼쳐지는 빛의 향연을 통해 치유받고, 사색하고, 온몸의 숨겨진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색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시는 내년 5월 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태권도 이대훈 2회 연속 올림픽 출전… 韓, 리우행 티켓 5장 확보

    태권도 이대훈 2회 연속 올림픽 출전… 韓, 리우행 티켓 5장 확보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한국가스공사)이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확정하면서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5명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대훈은 7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살라 데 아르마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세계태권도연맹(WTF)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마지막 날 남자 68㎏급 결승에서 사울 구티에레스(멕시코)를 연장 접전 끝에 8-7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대훈은 랭킹 1위로 올라서며 체급별 상위 6위까지 주어지는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한국에 안겼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남자 58㎏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대훈은 2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됐다. 이대훈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라 올림픽 금메달만 추가하면 태권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남자 80㎏ 초과급 차동민(한국가스공사)은 1회전에서 앙토니 오바메(가봉)에게 연장에서 2-3으로 패해 올림픽랭킹이 5위에서 7위로 떨어졌지만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1, 2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6위로 리우행 막차에 올라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차동민은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한국은 전날 남자 58㎏급 김태훈(동아대), 여자 67㎏급 오혜리(춘천시청)와 49㎏급 김소희(한국체대) 등 세 명이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었다. 한국이 획득한 리우올림픽 출전권은 총 5장으로 이는 역대 최다다. 남녀 4체급씩 8개의 금메달이 걸린 올림픽 태권도는 그동안 한 국가에서 최대 남녀 2체급씩만 출전토록 해 왔지만 리우올림픽부터 랭킹에 따라 한 나라에서 4명 넘게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무대 서려면 스스로 먼저 설득돼야…5년 전보다 원하는 색깔 더 뚜렷해져”

    “무대 서려면 스스로 먼저 설득돼야…5년 전보다 원하는 색깔 더 뚜렷해져”

    베토벤, 브람스, 슈만 등 독일 정통 레퍼토리에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난 피아니스트 김선욱(27)이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독일의 명문 악단 도이치캄머필하모닉과 함께 오는 16일 대전 예술의전당에 이어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사한다. 김선욱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슈만의 협주곡에서 피아노는 독주곡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와 같아서 호흡을 어떻게 맞추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원이 많지 않지만 고밀도의 연주를 구사하는 도이치캄머필과의 첫 리허설에서 호흡을 어떻게 맞춰갈지 긴장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선욱은 2006년 리즈 콩쿠르 우승 이후 베를린과 파리를 중심으로 독주 활동뿐 아니라 런던 심포니와 필하모니아 등 런던과 영국 주요 도시의 악단들을 오가며 높은 순도의 협주곡 연주를 보였다. 그가 한국 관객 앞에서 슈만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은 2010년 아쉬케나지앤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전 악장을 연습하면서 매번 다른 스타일로 연주하고 녹음을 들어본 뒤 답을 찾아간다”는 그는 “슈만을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이 곡에 맞는 소리를 찾느라 힘들었는데 5년 전보다 원하는 색깔이 훨씬 뚜렷해졌기 때문에 완성된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독일 악센투스 레이블을 통해 내놓은 첫 독주 음반에 대해서도 풀어놨다. 지난 6월 독일 베를린의 예수 그리스도 교회에서 녹음한 이 음반에는 베토벤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과 29번 ‘함머 클라비어’가 담겼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가운데 김선욱이 가장 큰 감명을 받은 두 곡이다. 김선욱은 “첫 독주 음반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은 쉽게 나왔다”면서 “이 곡들을 녹음한 수많은 음반을 다 들어보고 그 영향을 받지 않고도 만들어낼 수 있는, 온전히 나만의 색깔을 지닌 음악을 첫 음반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는 호흡과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녹음할 때에도 거의 라이브처럼 전곡을 몇번씩 연주한 뒤 그중에서 최상의 것을 선택했다”면서 “후회하지 않는 연주를 녹음하기 위해 피아노 선택에서부터 녹음 스태프와 장소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피아노는 그동안 연주하면서 만난 피아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피아노를 주인을 직접 만나 도움을 청하고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공수했다. 내년에도 브람스 협주곡과 베토벤 녹음이 예정돼 있고 상반기에는 브람스와 프랑크 음반이 나온다. 7월에는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으로 2년 만에 전국 순회 독주회를 한다. “무대에서 연주하려면 스스로 설득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무대에서 연주하는 중압감을 이기려면 내 연주에 100% 이상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대가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예요. 그 과정에서 겪는 엄청난 고민과 고충은 평생 하는 거고 절대 정답이 없다고 말하죠. 저는 지금 그 시작점에 있습니다. ” 진지한 곡 해석과 시적인 연주로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그는 “연주하고 싶은 작곡가, 연구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현대미술로 풀어낸 ‘이산가족’

    현대미술로 풀어낸 ‘이산가족’

    남북 분단 상황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이산가족 문제를 현대미술 작업으로 풀어낸 전시회가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고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임민욱(47)은 ‘만일(萬一)의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설치미술과 비디오 작업을 통해 남북 분단의 시대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반추한다. 숨 가쁜 도시근대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시간에 의해 마모된 삶과 기억을 퍼포먼스와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독특한 방식의 영상으로 담아온 작가의 중간 회고전 성격의 전시다. 전시장 로비에 해당하는 글래스파빌리온 중앙에 설치된 신작 ‘시민의 문’은 4대의 대형 컨테이너 문을 연결해 제작한 설치조형물이자 사운드작업이다. 전시장 중앙에는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지형을 형상화한 구조물에 남북한 대표 건축물이 한데 뭉쳐서 올라앉아 있는 ‘통일등고선’(오른쪽)이 설치돼 있다. 어느 미지의 땅을 연상시키는 작품은 분단국가로서 한국의 고유한 상황과 그로 인한 모순과 상처에 주목해 온 작가의 오랜 인식을 반영한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만일의 약속’(왼쪽)은 1983년 KBS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의 장면들을 재배치한 몽타주 영상작품이다. 최근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됐을 만큼 한국 현대사의 주요사건으로 기억되는 이 방송에서 1만명이 넘는 6·25 전쟁 이산가족들이 상봉했다. 400시간이 넘는 기록적인 방송분량과 방대한 아카이브에도 불구하고 10만명이 넘는 신청자의 사연은 아쉽게도 역사 속에서 잊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이던 1983년에 진행됐던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은 미디어 작가로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미디어의 제한된 프레임에 모두 담아낼 수 없었고, 찰나로 잊혀졌던 인물들의 모습을 좀 더 긴 시간 초상화처럼 되돌아볼 수 있도록 몽타주 분할화면 기법과 사연판을 실어나르던 카메라의 움직임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2채널 비디오 프로젝션으로 두 화면이 마주하고 있는 이 작품은 화면에 비친 주인공들이 한눈에 한 핏줄임을 알 수 있을 만큼 닮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임민욱은 이화여대 서양화과에서 수학하고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조형예술 학교를 졸업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광주 비엔날레, 이스탄불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으며 2007 에르메스 미술상, 2010 제1회 미디어아트 코리아 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고종은 ‘이미지 세상’ 선구자였다

    고종은 ‘이미지 세상’ 선구자였다

    이미지와 권력/권행가 지음/돌베개/336쪽/2만 3000원 고종(1852~1919)이 통치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는 전통미술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화나 사진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도입되면서 시각문화에 변동이 일어나던 시기였다. 이런 매체를 누구보다 먼저 접할 수 있었던 고종은 전통 양식의 초상화인 어진(御眞)부터 유화, 사진, 삽화, 판화에 이르기까지 역대 왕 중 가장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를 남겼다. 조선왕조 내내 진전에 봉안되어 아무나 볼 수 없었던 왕의 초상이 아무나 볼 수 있는 이미지가 된 것이다. ‘이미지와 권력’에서 저자는 “고종이 통치하던 시기는 일본과 서양 제국주의 압력 속에서 근대 국가 체제를 갖춰 가야 했던 전환기였다”며 “고종은 왕조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궁중 화가가 그린 어진 전통을 활용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대내외에 가시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각매체를 적극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고종은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지 2년 뒤인 1884년 서양인 퍼시벌 로웰의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 시대적 상황에서 외교적, 정치적 행위로 외국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재현하도록 한 것이다. 이때 촬영된 고종의 초상은 1894년 청일전쟁 무렵부터 프랑스의 ‘르 프티 파리지앵’을 비롯한 서구의 대중매체를 통해 본격적으로 유포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화가이자 여행가인 헨리 새비지 랜도어가 1895년 출간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에 왕의 이미지를 소개했고 휴벗 보스, 조세프 드라 네지에르 등에 의해 그림이나 삽화로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이미지는 엽서나 기념품으로도 제작됐다. 고종은 이미지를 통해 서양인들에게 조선의 왕으로서 자신이 갖는 다양한 위엄과 상징의 의미를 전달하려 애썼다. 명성황후 시해 이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을 땐 상복을 입은 모습을 촬영하도록 함으로써 외부에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알리고 국왕의 건재를 알리려 했다. 하지만 당시 서구 열강의 다양한 매체에 반복되어 등장한 조선의 왕은 무능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왕비는 팜 파탈의 이미지로 재현됐으며 이는 조선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이기도 했다. 저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종과 순종뿐 아니라 황실 이미지의 생산과 유포의 주도권이 전적으로 일본인의 손으로 넘어갔다고 말한다. “고종의 초상 만들기는 실패로 끝났다”면서도 “국내의 이미지 활용 역사에서 고종의 초상은 그 기원의 자리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예술의 역할·본질·방향성… 광주비엔날레 주제 포럼

    내년 열리는 제11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 선정을 위한 오픈 포럼이 3일 오후 서교동 홍익대 홍문관에서 열렸다. 전윤철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행사에서는 2016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을 맡은 마리아 린드 총감독이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한데 이어 고은 시인이 ‘예술이 가는 길’, 김우창 문학평론가가 ‘예술과 화평의 이상’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린드 예술총감독은 “세계적으로 예술이 도구화되고 상업화되는 시점에서 예술을 무대의 중앙에 놓고 예술이 지닌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투사와 상상력을 끌어내야 한다”면서 “2016년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에 대한 신뢰 회복’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 ‘매개체로서의 예술’을 주요 키워드로 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와 한국이라는 특수한 지리적·문화적 맥락에서 예술의 다양한 매개자인 작가 및 큐레이터들과 함께 이 논제가 심화되고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을 주제로 열린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주제시 ‘먼지’를 창작했던 고은 시인은 “일회성 성격을 지닌 설치미술의 성행 등 세계 각처의 숱한 비엔날레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예술에 대해 회의를 지니고 있다”며 “예술은 생동성을 지녀야 하며, 이는 심오한 예술적 본능과 사유의 축적이 예술성을 획득해야 하는 것이 예술의 덕망”이라고 예술의 본질에 대해 설명했다. 김우창 평론가는 “예술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그것 자체만으로도 인간의 심성을 순화하고,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 사이의 화평과 평화에 기여한다”면서 ‘화평과 평화를 위한 예술’, ‘예술과 삶의 일체성’, ‘예술의 아름다움과 삶의 조화’ 등을 제언했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오픈 포럼을 통해 도출된 예술의 가치와 역할, 광주비엔날레의 방향성, 국제 미술계를 선도할 수 있는 담론 등을 반영해 내년 초 2016광주비엔날레 전시 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국립현대미술관에 첫 외국인 관장 임명

    국립현대미술관에 첫 외국인 관장 임명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정부 공공기관장에 외국인이 임명된다. 스페인 출신 큐레이터인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49) 전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이 1년 넘게 공석이던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절차를 모두 통과해 오는 14일 임명장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신임 현대미술관장은 현재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으로,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하던 7년 동안 스페인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관람객 수, 입장 수익을 늘리는 등 전시기획과 미술관 운영 등에 대한 경력을 쌓아 왔다”면서 “미술관 법인화 추진을 통해 전문성과 자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폭넓은 개혁을 통해 세계적 기준에 맞게 미술관의 조직과 선진형 운영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기는 2018년까지 3년이다. 앞서 마리 신임 관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500여명의 미술인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국내 미술계의 반발이 컸다.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장 재임 당시 예술과 권력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다룬 작품을 전시하지 않기 위해 큐레이터를 해고한 일이 알려지면서 ‘예술 검열 사건’의 책임자라는 오명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신임 관장은 면접에서 당시 상황을 밝힌 뒤 ‘관장으로서 미술관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외국인 관장 임명에 따른 여러 우려 사항을 해소하고 신임 관장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담 통역사를 배치하고, 작가와 기획자, 평론가 등 미술계 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문체부가 가져간 인사권과 예산권을 회수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며 “세계 수준의 미술관으로 성장시킬 것을 요청받았을 텐데 작품 구입, 기업체의 장기 협찬, 학술연구 기능 강화, 학예사 확보 등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정준모 평론가는 “어차피 외국인 관장을 선임한 이상 구조개편과 인사, 예산, 직제 개편 등 중요한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관료들이 열심히 지원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식으로 하면 국내의 인재는 언제 양성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태권도 리우 티켓 5장 도전

    한국 태권도가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 5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무대는 6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시즌 2015 세계태권도연맹(WTF)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다. 리우 올림픽 자동출전 쿼터를 가져갈 선수가 확정되는 이번 대회에는 지난달 올림픽랭킹을 기준으로 남녀 4체급씩의 상위 8명만이 초청을 받아 총 28개국 64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출전 쿼터를 가져갈 선수의 명단은 멕시코시티 현장에서 발표된다. 한국은 남자 58㎏급 김태훈(2위)과 차태문(6위), 68㎏급 이대훈(2위)과 김훈(8위), 80㎏ 초과급 차동민(5위), 여자 49㎏급 김소희(7위), 67㎏급 오혜리(4위)까지 7명의 태극전사가 지난달 28일 비행기에 올랐다. 김태훈과 이대훈은 각각 3위 선수와 격차가 커 사실상 리우행 출전을 확정 지었다. 차동민과 오혜리도 방심할 수는 없지만 전망은 밝다. 관건은 여자 49㎏급의 김소희다. 김소희는 랭킹 포인트 242.21점으로 7위에 있지만 4위 선수와도 17점 차이밖에 나지 않아 이번 대회 성적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 상승이 가능하다. 또 여자 49㎏급에서는 태국 선수가 6위 안에 두 명이나 들어 있어 김소희는 현 순위만 지켜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올림픽에서 한 체급에는 국가당 한 명만 출전 가능하다. 김소희까지 출전 쿼터를 챙기면 우리나라는 올림픽 사상 최다인 5장의 자동출전권을 얻게 된다. 이 대회가 끝나면 8일부터 이틀간 같은 장소에서 2015 월드컵태권도단체선수권대회가 개최된다. 남자 8개 팀과 여자 7개 팀이 기량을 겨루며 우리나라는 남녀부 모두 참가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미술관에 들어온 스탠리 큐브릭·필리프 가렐

    미술관에 들어온 스탠리 큐브릭·필리프 가렐

    스크린을 통해 만났던 영화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풀어낸 기획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순수 미술뿐 아니라 영화, 건축, 디자인 등 미술 인접 장르를 다루며 현대미술의 확장된 개념을 소개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카드, 독일영화박물관과 함께 ‘스탠리 큐브릭전’을 마련했다. 스탠리 큐브릭(1928~1999)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시계태엽 오렌지’(1971), ‘샤이닝’(1980), ‘아이즈 와이드 샷’(1999 위) 등에서 보듯이 비범한 줄거리 전개와 독특한 위트, 창의적인 촬영기법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영상을 만들어 낸 20세기 최고의 거장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스티븐 스필버그 등 최고의 영화감독들에게 끊임없는 오마주의 대상이 되고 있는 큐브릭 감독의 예술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연출한 19편의 작품과 관련된 소품과 세트모형, 촬영현장을 담은 미공개사진, 자필메모가 담긴 각본 등 1000여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내년 3월 13일까지 서소문 본관.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포스트 누벨바그의 대표적 영화감독 필리프 가렐(67)의 회고전을 서울관에서 열고 있다. 200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은 가렐의 작품은 알 수 없는 공간에 버려진 듯한 인물들의 고독과 슬픔, 공허한 욕망이 점멸하며 가장 고전적인 형태로 이미지의 현대적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관 영화관인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가렐의 작품 16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열리고, 전시실 7과 미디어랩에서는 세 편의 작품이 현대미술의 형태로 재구성돼 소개된다. 회고전에서는 35㎜로 제작돼 디지털 상영본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작품 중 13개 작품을 선정, 디지털로 복원해 상영한다. 상영작은 47년 만에 발견된 작품 ‘혁명의 순간들’(1968)을 포함한 초창기 작품들부터 ‘질투’(2013),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1985 아래)까지 아우른다. 서울관 전시실 7과 미디어랩에선 가렐의 흑백 영화 세 편이 35㎜ 필름 인스톨레이션과 비디오 설치 형식으로 전시된다. 필름 영사기 생산이 중단된 현재까지도 35㎜ 필름으로만 영화제작을 고집하는 그의 작품이 전시장 내에 설치한 35㎜ 영사기를 통해 상영된다. 전시 공간에 영사기와 필름을 감고 돌리는 영사기사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켜 필름 이미지의 물리적 성질을 관람객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시기간 중 가렐이 직접 내한하여 관객을 만나는 ‘필리프 가렐 마스터 클래스’(12월 19일)와 영화 평론가, 가렐의 영화에 직접 참여했던 배우가 함께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 프로그램(12월 23일) 등이 예정돼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예술만 하라, 현실은 우리가 책임진다”

    “예술만 하라, 현실은 우리가 책임진다”

    새로운 환경에서 경제적인 현실을 고민하지 않고 실험적인 작업을 마음껏 해보고, 다양한 나라의 예술가들과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 젊은 예술가들이라면 누구든 꿈꾸는 일이다. 이런 환경을 찾기 위해 유학을 떠나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작가들이 함께 모여 작업하면서 교류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예술교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중심부에 위치한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1870년 윌렘 3세가 네덜란드 현대미술 발전을 위해 세운 왕립학교가 전신인 라익스 아카데미는 1980년대에 이르러 네덜란드와 외국 작가들을 위한 국제 레지던시 형태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50명의 입주 작가들이 작품에 집중하고 세계 정상급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들에게 2년 동안 숙소와 별도로 35~55㎡ 크기의 전용 작업공간을 제공해 서로의 작업과정을 개방하고 작가들 간 협동작업을 통해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다른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차별점은 전문기술지원 시스템이다. 마르틴체 반 슈텐 수석코디네이터는 “회화 외에 사진과 영상, 3D 프린터 등 디지털 미디어 설비, 도자기, 금속과 목공, 판화 등에 이르는 세분화된 공방을 갖추고 기술 전문가들이 상주해 있다”고 설명했다. 라익스 아카데미의 또 다른 장점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유명 작가들과 큐레이터, 비평가들로 이뤄진 어드바이저 그룹이다. 이들은 입주작가 선정에도 긴밀하게 개입하고, 이후에 이들의 작업에 대해 자문도 해준다. 25년째 어드바이저로 활동중인 독일 화가 헤르만 피츠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면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기도 한다. 그 자체가 작가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매년 11월 마지막 주말에는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참여작가들이 자신의 1년간 작업을 점검하는 동시에 현지 및 세계 각국의 미술계에 소개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전통이다. 4년 전부터는 ‘암스테르담 아트’ 행사와 맞물려 오픈스튜디오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저녁 콘스탄테인 왕자의 개막축사와 함께 시작돼 29일까지 열린 스튜디오 오픈행사에서는 46명의 입주작가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맘껏 쏟아냈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네덜란드 거주 작가가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아르헨티나, 중국, 쿠바, 핀란드, 이집트,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등에서 온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한국 측 공동 후원기관으로 협약을 맺고 2005년부터 선발된 한국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주요, 김성환, 함양아, 손광주, 송상희, 임고은, 오민, 진시우, 배고은, 안지산 등 10명의 작가를 배출했으며 현재 김영은(사운드, 퍼포먼스), 김지선(영상, 퍼포먼스), 류노아(회화) 작가가 입주해 있다. 입주 2년차인 김지선은 “생활적인 부분까지 불편이 없도록 지원해 주는 것도 좋지만 특히 체류기간이 2년으로 길어서 작업에 안정적으로 몰두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작가는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앞으로 작가 생활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했고, 유노아 작가는 “유학경험이 없어서 한국에 있을 때 부족함을 많이 느꼈는데 큰 자극을 받고 스스로 변화를 찾게 된다”고 만족해했다. 글 사진 암스테르담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영화를 보는 색다른 방법.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영화계 거장들의 예술세계

    영화를 보는 색다른 방법.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영화계 거장들의 예술세계

     스크린을 통해 만났던 영화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현대미술의 시각으로 풀어낸 기획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순수 미술뿐 아니라 영화, 건축, 디자인 등 미술 인접 장르를 다루며 현대미술의 확장된 개념을 소개해 온 서울시립미술관은 현대카드, 독일영화박물관과 함께 ‘스탠리 큐브릭전’을 마련했다. 스탠리 큐브릭(1928~1999)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시계태엽 오렌지’(1971), ‘샤이닝’(1980), ‘아이즈 와이드 샷’(1999·?사진?) 등에서 보듯이 비범한 줄거리 전개와 독특한 위트, 창의적인 촬영기법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영상을 만들어 낸 20세기 최고의 거장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스티븐 스필버그 등 최고의 영화감독들에게 끊임없는 오마주의 대상이 되고 있는 큐브릭 감독의 예술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연출한 19편의 작품과 관련된 소품과 세트모형, 촬영현장을 담은 미공개사진, 자필메모가 담긴 각본 등 1000여점의 자료가 소개된다. 내년 3월 13일까지 서소문 본관.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자 포스트 누벨바그의 대표적 영화감독 필리프 가렐(67)의 회고전을 서울관에서 열고 있다. 200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받은 가렐의 작품은 알 수 없는 공간에 버려진 듯한 인물들의 고독과 슬픔, 공허한 욕망이 점멸하며 가장 고전적인 형태로 이미지의 현대적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관 영화관인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가렐의 작품 16편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열리고, 전시실 7과 미디어랩에서는 세 편의 작품이 현대미술의 형태로 재구성돼 소개된다. 회고전에서는 35㎜로 제작돼 디지털 상영본이 존재하지 않는 그의 작품 중 13개 작품을 선정, 디지털로 복원해 상영한다. 상영작은 47년 만에 발견된 작품 ‘혁명의 순간들’(1968)을 포함한 초창기 작품들부터 ‘질투’,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사진 아래?)까지 아우른다. 서울관 전시실 7과 미디어랩에선 가렐의 흑백 영화 세 편이 35㎜ 필름 인스톨레이션과 비디오 설치 형식으로 전시된다. 필름 영사기 생산이 중단된 현재까지도 35㎜ 필름으로만 영화제작을 고집하는 그의 작품이 전시장 내에 설치한 35㎜ 영사기를 통해 상영된다. 전시 공간에 영사기와 필름을 감고 돌리는 영사기사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켜 필름 이미지의 물리적 성질을 관람객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시기간 중 가렐이 직접 내한하여 관객을 만나는 ‘필리프 가렐 마스터 클래스’(12월 19일)와 영화 평론가, 가렐의 영화에 직접 참여했던 배우가 함께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 프로그램(12월 23일) 등이 예정돼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지구촌 아티스트 함께 어울리며 스스로 성장시켜”

    “지구촌 아티스트 함께 어울리며 스스로 성장시켜”

    “라익스아카데미는 판에 박은 예술가들을 양성하는 곳이 아닙니다. 다양한 국적과 예술분야, 정치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 배우고 소통하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곳입니다.” 네덜란드 라익스 아카데미의 엘리자베스 판 오데크 원장은 지난달 27일 인터뷰에서 “정해진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이 없고, 작가가 무언가를 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게 한다”면서 “작가들은 스스로를 위해 도전하고 우린 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2년간 진행되는 라익스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50명이 정원이며 절반에 해당하는 25명이 매년 새로 들어온다. 오데크 원장은 “매년 12월 공고를 하고 두 달 동안 모집해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들을 인터뷰한다. 정치, 종교, 문화에 관계없이 미술교육을 마치고 3~5년 이상 독립적으로 활동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데 전 세계에서 1300명 정도가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원 중 25명은 선발이고, 25명은 초대를 한다. 오데크원장은 “우리는 완성도가 높은 작가를 찾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예술적 방향성을 지닌 작가들, 잠재력이 있는 작가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며 이는 결국 다양성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오데트 원장은 “한국에서 문화예술위원회가 레지던시 참여자들을 지원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공적인 조직에서 작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네덜란드와 각국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것을 지향하는데, 국가기관이 연계되면 작가들과 기관 양측이 모두 책임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암스테르담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낯선 동식물 모형들, 신선한 충격

    낯선 동식물 모형들, 신선한 충격

    현대미술은 캔버스가 아닌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람자에게 색다른 감동을 안긴다. 그런 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벨기에 출신의 설치미술가 카르스텐 휠러(54)의 개인전이 25일부터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농업과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식물병리학 연구소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휠러의 작품은 관람객과 공간, 관람객과 작품 간의 상호 소통을 유도하면서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2000년 프라다 재단 전시에서 선보인 ‘거꾸로 선 버섯 방’은 붉은 빛깔의 독버섯들이 거꾸로 매달린 채 관객을 홀리듯이 천천히 회전하는 작품이다. 2006년 런던 테이트모던의 터바인홀에 설치했던 대형 미끄럼틀 ‘테스트 사이트’와 2011년 뉴욕 뉴뮤지엄 개관전에서 선보인 미끄럼틀은 유쾌하고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공간에 대한 관람객의 인식을 뒤흔들며 설치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에서는 거울로 이뤄진 7개의 자동문 설치작업을 통해 주목을 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며 순간적으로 새로운 공간에 고립되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마주함으로써 관람객은 주인공이 된 듯한 흥미로움과, 끊임없이 확장과 축소를 반복하는 공간에 갇히는 두려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휠러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50%’라는 제목으로 휠러의 근작과 신작 등 20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대표 조각작품 시리즈로 꼽히는 ‘자이언트 트리플 버섯’ 시리즈는 대형 버섯모형으로 흰색 점이 있는 새빨간 광대버섯과 다른 종류의 버섯으로 이뤄져 기이한 분위기를 준다. 샤머니즘 역사 속 광대버섯의 향정신성 성분과 주술적 맥락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으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또 다른 문화 존재의 가능성과 문명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것이 거꾸로 보이는 고글 ‘업사이드-다운 고글’과 보라색 ‘문어’, 초록색의 기이한 동물 모형 작품 또한 대상과 장소에 대한 낯선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작업 중인 카르스텐 휠러는 뉴욕 뉴뮤지엄, 밀라노의 프라다 재단, 런던 테이트 모던, 프랑스 디종의 르 콩소르시엄 등 각국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3년,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2010년, 2014년 광주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거리 예술이 흉물 상가를 보물 건물로

    거리 예술이 흉물 상가를 보물 건물로

    경기 평택시 송탄의 K55 미 공군기지 앞 신장쇼핑거리. 송탄국제시장과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 있는 로데오 거리, 영어로 쓰여진 간판, 포장마차,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먹고사는 시장 분위기가 서울의 이태원 골목과 많이 닮아서 평택의 이태원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2010년 평택기지 이전 이후 이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수년 전 화재로 제 기능을 상실한 신장 쇼핑몰(옛 월드프라자) 건물이 흉물처럼 버티고 있어 기대만큼 상권이 활발하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었다. 골칫덩어리 상가건물이 예술을 통해 거리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기도 내 지자체와 협력사업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경기도미술관이 그 네 번째 프로젝트로 평택시와 손잡고 버려진 건물에 공공미술을 입히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평택 메이드-본 어게인’이라는 제목으로 높이 16m, 길이 35m, 폭 10m의 6층짜리 상가건물 전면과 후면에 국내 최대 규모의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를 선보인다. 건물 앞면은 브라질의 알렉스 세나(33)가, 뒷면은 한국의 식스코인(본명 정주영·33)이 각각 맡아 평택 특유의 국제적 이미지와 다문화의 접목을 담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작품 사이즈가 워낙 크다 보니 작품 제작에 사다리차가 동원되고, 제작에 들어가는 페인트와 스프레이도 만만치 않다. 이달 말 완성을 목표로 23일 현재 전체 공정의 70% 정도 진행되면서 작품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세나는 선천적으로 색을 구별할 수 없는 색맹으로 그의 작품 대부분이 검정과 흰색으로 채워지는 게 특징이다. 이번 작품도 백색 바탕에 검은색 선으로 남녀가 정답게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시선으로 보는 흑과 백의 세상은 이분법적인 세상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며 위로하고 희망하는 따뜻한 세상이다. 사다리차를 타고 작업하다가 내려와 인터뷰에 응한 세나는 “지금까지 한 작품 가운데 가장 큰 사이즈여서 나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작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홍보학을 전공하고 광고와 디자인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던 세나는 친구의 제안으로 스트리트 아트를 시작했다. 2013년 마이애미 아트바젤에 스트리트 아트 작가로 초대되기도 했으며 세계 각국에서 4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식스코인’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정주영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리트 아트 작가다. 만화가 지망생에서 그래피티를 거쳐 10년째 스트리트 아트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화려한 색상에 귀여움 가득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대중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강원도 아야진초등학교와 춘천고 변신 프로젝트 등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작가에게도 이번 작품은 가장 큰 사이즈다. 그는 “지금까지 작품에서는 사람들과 장난도 치고, 힙합 음악도 즐기는 친근한 도깨비 캐릭터를 상황과 공간, 콘셉트에 맞게 변화시켜 왔다”면서 “이번 작품은 공간이 이어지지 않고 꺾이거나 나뉘어 있어서 콘셉트를 잡기가 어려웠지만 장갑차를 운전하던 군대의 추억을 위트 있게 변형시켜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고 건물에 생동감을 주는 이미지를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열린 경기도미술관의 국제전 ‘거리의 예술(Art on the street)’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관이 아닌, 사람들이 거니는 거리로 전시가 확장되는 출발점이 됐다는 의미도 있다. 경기도미술관의 최은주 관장은 “이번 평택 송탄관광특구 내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다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스트리트 아트의 조형작업을 접목하고, 한국과 브라질의 유명 아티스트를 초대함으로써 다문화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자 했다”면서 “전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예술작품이 대중의 삶속으로 들어오고, 문화 소외지역으로 퍼져 나감으로써 틀에 갇힌 미술이 아닌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미술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평택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시벨리우스 교향곡 시리즈… 27일 어느덧 마지막 무대

    시벨리우스 교향곡 시리즈… 27일 어느덧 마지막 무대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예술의전당이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연주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가 오는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전 6회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이번 무대에서는 시벨리우스의 대표작인 교향시 ‘핀란디아’와 교향곡 1번이 연주된다. 김대진이 지휘봉을 잡고 수원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다. 베토벤 협주곡 시리즈를 겸해 진행된 연주회로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을 감상할 수 있다. 말러, 부르크너와 더불어 ‘교향곡의 3대 거인’으로 칭송받는 시벨리우스는 1930년대 영국과 유럽 음악계에서 대대적인 붐을 일으켰던 위대한 작곡가다. 탄탄한 형식미와 세련된 구성, 풍성한 아이디어의 유기적인 연결 등이 만들어 낸 시벨리우스 특유의 내면적 분위기와 감성이 특징이다. 당대 누구보다 독창적인 기법을 사용했다는 명성을 가진 시벨리우스는 북유럽의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정취와 서늘한 미학을 작품 속에 담아 냈다. 이번에 연주되는 ‘핀란디아’는 표면적으로는 핀란드의 애국 모임인 언론 연금 기금 마련 행사를 위해 작곡됐지만 당시 러시아 제국의 강화되는 검열과 압제에 대한 은밀한 항의를 담고 있다. 베토벤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피아노 협주곡 제1번(C장조)은 작품 번호로는 피아노 협주곡 제2번보다 앞선 번호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2번 이후에 작곡됐다. 당시 협주곡으로서는 규모가 컸으며 관현악 편성도 당시의 일반적인 협주곡보다 대규모라고 할 수 있다. 협연자 김규연은 2013년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차이콥스키 시리즈’에서도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향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 바 있다. 마지막 여정에서 듣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1번은 1898년부터 1899년에 걸쳐 작곡되어 1899년 헬싱키에서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어 큰 호평을 받았던 곡이다. 차이콥스키와 보로딘 등의 영향을 받은 이 곡은 고전적인 교향곡의 4악장제를 취하고 있으나 환상성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작품으로 교향시적 분위기가 강하다. 2만~5만원. (02)590-1300.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차 한 모금, 지구 한 바퀴

    차 한 모금, 지구 한 바퀴

    차의 지구사/헬렌 세이버리 지음/이지운 옮김/휴머니스트/288쪽/1만 6000원 “차나 한 잔 할까?”라는 말이 상징하듯 차는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다. 세계 어디에서든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실 수 있고 명칭, 맛과 향이 다양하다. 차를 마시는 문화도 나라마다 특색이 있다. 중국인은 자그마한 찻잔으로 차를 홀짝이고, 일본인은 차를 휘저어 거품을 만든다. 티베트인은 우유를 넣어 마시고 러시아인은 레몬을 넣어 마신다. 실크로드 지역에서는 세 잔의 차를 마시는 전통이 있다. 이는 “첫째 잔을 마실때 당신은 낯선 사람, 둘째 잔은 친구가 되며, 세 번째 잔은 가족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차의 지구사’는 이처럼 여러 모습을 지닌 차가 어디에서 탄생해 세계 각지로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만나 어떻게 각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음료로 자리를 잡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중국과 서유럽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미얀마, 티베트,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모로코 등 아시아 지역의 차에 대해 다루면서 차 생산지로 유명한 인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의 차의 역사도 들려준다. 저자의 고향인 영국 차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상세하며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긴 시간을 지낸 저자의 경험 덕분에 우리가 잘 모르는 서남아시아 지역의 차와 문화도 꼼꼼히 다루고 있다. 차는 중국 전설 속 인물인 신농씨가 발견한 이후 차마고도와 티로드를 따라 더 먼 지역으로 여행을 했다. 대형 범선에 올라 대서양을 건너 서양문화를 만나면서 새롭게 변신한 차의 역사가 흥미롭다. 비밀 첩보 단체의 아지트가 된 중국의 어느 찻집, 사무라이의 병을 낫게 한 ‘만병통치약’ 녹차, 영국의 우아한 사교계를 대표한 애프터눈티, 미국 독립을 향한 혁명의 상징이 된 ‘보스턴 차 사건’, 오스트레일리아 아웃백(오지)에서 마시는 깡통차, 기찻길에서 차를 파는 인도의 차이왈라 등 전 세계 각양각색 차 이야기를 읽다 보면 손에는 어느 사이 찻잔이 쥐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비디오 예술가 故 백남준의 ‘흥’ 작품 내용 통해 쉽게 알아보기

    비디오 예술가 故 백남준의 ‘흥’ 작품 내용 통해 쉽게 알아보기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백남준 그루브-흥’전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4월 미술관 재개관 후 선보이는 첫 기획 전시회다. 2016년 1월 29일 백남준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 상설 전시되어 있는 백남준의 2000년 작품 ‘호랑이는 살아 있다-월금, 첼로’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 ‘보이스 복스’(Beuys Vox), 그리고 ‘피버 옵틱’(Phiber Optik) 등이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특히 기존 전시회와 달리 작품의 외형뿐 아니라 작품 속 영상의 내용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작품 관련 각종 인용구와 사진자료, 문장들을 함께 재구성했다. 또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영상자료원(EAI)이 백스튜디오로부터 공식 승인받아 대여한 영상작품과 기록물 8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버튼 해프닝’(1965), ‘존 케이지에게 보내는 헌정’(1973) 등 예술적 영혼이 담긴 영상들이다. 이번 전시는 한 번 구매로 2회까지 입장 가능하다. 내년 1월 29일까지. (02)399-1000.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파리 연쇄 테러] “역마다 의문의 박스·가방에 대피소동… 긴장 속 일상복귀”

    [파리 연쇄 테러] “역마다 의문의 박스·가방에 대피소동… 긴장 속 일상복귀”

    너무 놀라 잠을 설쳤다. ‘13일의 금요일 밤’에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끔찍한 동시다발 테러 때문이다. 파리에 산 지가 벌써 20년이 가까워 오지만 이런 참담한 상황을 겪기는 처음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족들과 “13일의 금요일이었는데 깜박하고 복권을 안 샀네” 하며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그 말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끔찍한 재앙이 파리 곳곳에서 벌어졌다는 뉴스가 텔레비전에서 흘러 나오다니, 믿기지 않았다. 한국에서 오는 안부 전화를 받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입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안절부절못하며 괜스레 집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순식간에 변을 당한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모든 공공기관이 문을 닫았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평범했던 일상이 재앙으로 바뀌었음이 서서히 피부로 다가왔다. 16일 월요일이 돼 마음을 추스르고 오스만대로에 있는 사무실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월요일인데 거리에 사람들과 차량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버스를 타고 보니 평소보다는 승객이 좀 많은 편이다. 아무래도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는 것이었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한결같이 무표정하게 굳어 있었다. 눈동자도 텅 비어 공허해 보였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음이 역력했다. 월요일 오전에 건물 관리 사무실에서 메시지가 왔다. 낮 12시에 1분간 희생자들을 위한 침묵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니 입주자들은 11시 50분에 1층 로비로 모여 달라는 내용이었다. 평소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입주자들도 서로 눈인사만 주고받으며 모였다가 12시를 알리는 동시에 1분간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점심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때웠다. 파리 날씨는 흐렸고 사무실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작은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 유모차를 끄는 주부들과 점심시간에 잠깐 해바라기를 하는 직장인들, 그리고 시민들이 있었던 곳인데 텅 비었다. 프랑스는 한 주가 시작된 월요일에 역마다 정체 모를 박스나 가방들 때문에 이유 없이 경보음이 울리고 대피하는 등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거리에서 순찰 도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했다. 안전한 곳은 아무 데도 없다. 학교도, 직장도, 백화점도, 박물관도 다 열었지만 사람들은 말없이 움직인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사람들은 희생자 가족들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조르주퐁피두병원 등에서 400명 가까운 부상자들을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고생이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버스를 탔다. 오후에 붐비지 않았던 버스인데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 참사를 겪고 테러의 위협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 위로하면서 숨지 말고 용기 내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파리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보니 평소 시간마다 화려한 조명을 밝히던 에펠탑이 파란색, 흰색, 빨간색의 삼색으로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프랑스인이 소중하게 여긴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에펠탑은 세계에 웅변하고 있었다. 정리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응팔’ 시청률 8% 넘어 대박 조짐

    ‘응팔’ 시청률 8% 넘어 대박 조짐

    추억이 가진 힘은 역시 강력했다. 시청자들을 1988년 서울 쌍문동 골목으로 안내한 tvN ‘응답하라 1988’이 방송 4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인 평균 8.7%(유료플랫폼·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3회 ’유전무죄 무전유죄‘ 시청률도 평균 8.4%로 집계됐고 순간 시청률도 11%까지 치솟는 등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이번 시리즈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 문화에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를 통해 멜로 드라마를 엮은 기존의 틀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이번에는 한 지붕 세 가족의 이야기로 가족극의 요소를 강조해 시청자의 폭을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88 서울올림픽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로 1회를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은 그 시절의 노래, 코미디, 패션 등 80년대 대중문화를 한꺼번에 보여주면서 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변진섭의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조정현의 ‘슬픈 바다’ 등 그 시절 인기 가요는 물론 ‘실례송’으로 유명한 부채 도사 개그, 당시 TV에서 화제를 모았던 브라보콘 CF 등으로 시청자들을 추억 여행에 빠지게 했다. 또한 청·청(청재킷·청바지) 패션에 앞머리를 둥글게 마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캡이지’, ‘웬열(웬일)이야~’ 등 당시 유행어를 구사하는 등장인물들은 몰입도를 높였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신원호 감독은 1980년대를 소환하기 위해 배경 음악은 물론 작은 소품까지 일일이 신경 썼다. 제작진은 첫 회에 덕선(이혜리)의 2015년 모습으로 배우 이미연을, 덕선의 남편으로 김주혁을 등장시켜 ‘남편찾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3회부터 극중 인물들의 멜로 라인이 본격화되면서 화제성이 높아지고 있다. 4회에는 라미란·김성균네 둘째아들인 정환(류준열)이 수학 여행을 계기로 왈가닥 소꿉친구 덕선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그가 덕선의 남편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 정환과 정반대로 다정다감한 선우(고경표)도 유력한 덕선의 미래 남편 후보 중 한 명이다. ‘응답하라 1988’은 이제는 40대 중반이 된 시청자들의 유년 시절뿐만 아니라 어느덧 가장이 된 현재의 본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중장년층 남성 시청자들까지 TV 앞으로 모으고 있다. 한 40대 남성 시청자는 “첫 회에 성동일이 뒤늦게 딸 덕선의 생일을 챙겨주면서 ‘아빠도 처음부터 아빠는 아니어서 서툴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4회에서는 어렵게 살던 라미란·김성균 부부가 둘째아들이 산 올림픽 복권에 당첨돼 살림이 펴게 된 이야기와 은행의 만년 대리로 일하는 성동일이 아들 노을이 친구들에게 반지하에 산다고 놀림받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CP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복고는 드라마의 좋은 장치이고 미국에서도 최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40~50대의 추억을 자극하고 젊은층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거대한 컨테이너·금세 사라지는 물글씨 디지털 시대 정보와 인간관계를 빗대다

    거대한 컨테이너·금세 사라지는 물글씨 디지털 시대 정보와 인간관계를 빗대다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가장 높고 큰 박스 공간에 거대한 프레임만 남은 컨테이너 형태의 구조물 4개가 층층이 쌓였다. 4층 건물의 입면도처럼 보이는 10m 높이의 설치물에서 시간차를 두고 단어 형태의 수많은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물글씨’는 뜻을 알아차릴 시간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국제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을 지원하는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전시 작가로 선정된 독일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율리어스 포프(42)가 선보인 작품 ‘비트.폴 펄스’(bit.fall pulse)다. 포프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관계를 정보의 관점에서 보고자 했다”며 “물방울 글씨는 현대의 시대 정신에 해당하는 키워드들이지만 단어 자체보다는 키워드들이 잠깐 보였다가 환경에 의해 사라지는 것을 통해 문화가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작업의 제목인 ‘비트.폴 펄스’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정보 조각(bit)의 떨어짐(fall),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하는 정보의 ‘일시성’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상징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념하는 작품 ‘비트.폴’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포프는 독일 라이프치히 시각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뉴욕현대미술관(2008), 리옹 현대미술관(2008),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미술관(2009), ZKM(2015) 등 해외 유수 기관의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위치한 그의 작품은 정보의 자연적 특성에 주목하고 디지털 시대의 정보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표현한다. ‘비트.폴’은 작가가 고안한 통계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돼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역동적인 기계음과 물을 쏟아낸다. 떨어지는 수많은 물방울들은 짧은 순간 단어를 만들며 떨어진다. 물글씨로 쓰여질 단어들은 인터넷 뉴스피드 게재 단어 중 노출 빈도수에 따라 중요도를 측정해 선택한다. 10여년째 세계 곳곳에서 진행해 온 ‘비트.폴’ 시리즈 중 최대 규모인 이번 신작을 통해 작가는 그동안 지속해 왔던 인간의 정보 소비 방식과 그에 따른 문화의 변화를 한층 더 은유적이고 심화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포프는 “물건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의 프레임은 그 자체로 물류와 정보의 흐름을 나타낸다. 그것을 ‘현대의 바벨탑’처럼 쌓아 필터링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거대한 디지털 통신의 구조를 상징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는 현대미술의 비전을 제시한 작가를 선정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박스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신작을 제작,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서울관 개관과 함께 시작돼 2013년 한국작가 서도호, 2014년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을 전시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