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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매주 2000원 매점 화폐 소개하며…‘기본소득 강조’

    이재명, 매주 2000원 매점 화폐 소개하며…‘기본소득 강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충북 판동초등학교의 ‘매점 화폐’ 지급을 소개하면서 “가난한 어린 시절이 생각나 울컥한 마음마저 든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 지사는 25일 오전 자신의 SNS에 올린 <판동초등학교의 ‘기본소득’…뭉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충북 판동초가 ‘기본소득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모든 학생에게 매주 2000원어치의 교내 매점 화폐를 지급해 간식이나 학용품 구매를 할 수 있다고 한다”며 “가정형편 때문에 용돈을 받지 못해 매점 사용조차 언감생심이었던 학생들에게는 큰 힘이 되겠지요. 가난했던 제 어린 시절 생각도 나서 울컥한 마음마저 든다”고 전했다. 이어 “판동초 사례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기본소득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는 점, 기본소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고른 기회를 제공해 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경제정책으로서도 매우 유용하다는 점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이미 확인됐다”고 단언했다. 또 이 지사는 “일각에서는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기본소득을 두고 무리다, 때 이른 실험이다, 퍼주기다 라고 비판하지만 저는 판동초 사례에서 보듯 충분히 의미 있는 정책이고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며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지사는 글을 마치며 “경기도는 이미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농민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도 추진 중”이라며 “코로나19로 기본소득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K방역을 이끈 대한민국이 기본소득으로 다시 한 번 세계 경제의 모범으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정 부담↑, 올해 국가채무 846조9000억원 정부는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않는 현 추세대로 가더라도 확장적 재정지출에 따라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면서 올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GDP 대비 43.9%)으로 증가했다. 기재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가채무는 1070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60조2000억원)보다 5년 새 410조원 넘게 급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나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 논의조차 가로막는 기재부”라며 “정책을 대하는 기재부의 눈높이가 참 아쉽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세계경제는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과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며 “일자리 감소와 노동력 가치 상실, 그로 인한 소비절벽과 경제 막힘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전략이자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버디 8개 뽑아낸 우즈, “나, 타이거 우즈야~”

    버디 8개 뽑아낸 우즈, “나, 타이거 우즈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타이틀 방어에 나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조조챔피언십 둘째 날 6타를 줄이며 순위를 끌어올렸다.우즈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 셔우드 컨트리클럽(파72·7073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잡아내고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1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 출전 77명 중 75위에 머물렀던 우즈는 이로써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 되면서 순위도 공동 66위로 끌어올렸다. PGA 투어에 따르면 이날 우즈의 1, 2라운드 타수 차(10타)는 자신의 역대 라운드 간 최다 타수 차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이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라 샘 스니드(미국)가 보유한 PGA 투어 역대 최다 82승과 동률을 이룬 우즈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해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면 역대 투어 최다승 단독 1위가 된다. 중간합계 14언더파 130타를 때린 선두 저스틴 토머스(미국) 등 상위권과는 여전히 벌어져 있지만 남은 이틀의 기대감을 높이기엔 모자람이 없는 하루였다. 우즈는 전날 53.85%에 불과했던 페어웨이 안착률을 76.92%(10/13)까지 높이고, 그린 적중률도 55.56%에서 77.78%(14/18)로 대폭 끌어 올렸다.우즈는 “어제 스윙이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파5홀에서 까먹은 타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높은 스코어가 됐다”면서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시작부터 어제보다 훨씬 좋았고 이게 계속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우즈는 전날 1라운드 후반 3개의파5홀에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 등으로 4타를 잃어 하위권 추락의 빌미가 됐다. 토머스가 이틀 연속 7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도약한 가운데 랜토 그리핀(미국)과 딜런 프리텔리(남아공)가 1타 뒤진 공동 2위에 자리잡았고, 패트릭 캔틀레이와 스코티 셰플러(이상 미국)가 2타 차 공동 4위에 포진했다. 임성재(22)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였지만 공동 27위(8언더파 136타)로 10계단 밀려났고, 안병훈(29)은 우즈와 같은 공동 66위 2라운드를 마쳤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서민금융주치의, 이원장이 간다](5) 햇살론유스로 다시 꿈꾸는 청년들

    [서민금융주치의, 이원장이 간다](5) 햇살론유스로 다시 꿈꾸는 청년들

    올해 ‘서민금융 스토리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대학생 A씨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미술학도가 되겠다던 그는 입시를 위해서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에 다니고 싶었다.하지만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높은 학원비는 늘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돈’이라는 벽에 막혀 몇 년 동안 해왔던 미술공부를 포기해야만 했다. 품었던 꿈이 사라지자 방황의 시간이 이어졌다. 군 전역 후에는‘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지독한 현실이 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자 학교 성적은 차츰 떨어졌다.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공부를 해서 장학금을 타라”는 말은 가뜩이나 힘든 A씨의 마음을 더욱 타들어가게 했다. 학비 마련과 월세, 통신비 등 돈에 대한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점점 그를 옥죄어 왔다. 빠르고 쉽다는 2금융권과 대부업에서 대출을 받아볼까 고민했지만 금리가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던 중 한 포털 사이트에서‘햇살론유스’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됐고, 바로 서민금융진흥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다운로드 받아 상담을 신청했다. 대출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했지만 고민을 들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상담사 덕분에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었다. 그는 ‘햇살론유스’를 지원받아 생활비 부족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햇살론유스’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꿈을 찾을 기회를 얻게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햇살론유스로 경제적 어려움 겪는 청년들 돕는 서민금융진흥원과 복권기금 A씨처럼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좌절을 겪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7년에 조사한 청년·대학생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1세 청년의 61.3%, 대학생의 51.3%가 생활비·학자금·취업준비자금 등으로 자금이 부족하다고 나타났다. 대출 경험이 있는 청년의 13%는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에서 고금리대출을 이용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려움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취업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합격 후에도 입사가 보류되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들려온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청년 전용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유스’를 지원하고 있다. 복권기금을 재원으로 일반생활자금·학원비·주거비 등이 필요한 만 19세에서 34세 이하 청년, 대학생에게 연 3.6~4.5%의 금리로 1인당 최대 1200만 원까지 빌려준다. 학업과 취업 등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 대출기간도 최대 15년으로 다른 대출상품보다 길다. 올해 연말까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대학생들을 조속히 지원하기 위해 일반생활자금의 반기당 한도를 300만 원에서 500만 원 한도로 늘려 특례보증을 지원중이다. ‘햇살론유스’가 출시된 지난 1월 23일 이후 9월 말까지 금융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약 3만 8000명의 청년들이 1352억 원의 지원금을 이용했다. 오는 30일부터는 비대면 지원 서비스를 시작해 서민금융진흥원앱에서 심사를 받고, 기업은행·신한은행·전북은행 등 ‘햇살론유스’취급은행의 앱을 통해서 보다 쉽게 대출 받을 수 있다. 이용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서민금융진흥원앱을 다운로드 받거나 서민금융콜센터(1397)로 문의하면 된다. 현재 A씨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서민금융진흥원 대학생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햇살론유스’이용수기에 썼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 우디가 자신이 장난감이어서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말한 대사다. “이건 나는 게 아니라 멋지게 떨어지는 거야” 장난감이라 비록 훨훨 날 수 없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던 우디처럼 희망을 갖고 살겠다는 다짐이다. 청년들이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좌절하게 되더라도 긍정의 마음을 갖고 또 다시 일어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햇살론유스’가 힘이 되기를 바란다.
  • 4년간 매일 용돈 주고 잘 곳까지 내준 ‘은인’ 살해한 노숙인

    4년간 매일 용돈 주고 잘 곳까지 내준 ‘은인’ 살해한 노숙인

    노숙인에게 친절을 베풀던 노인이 있었다. 자신도 넉넉지 않은 사정인데도 친인척도 아닌 노숙인에게 매일 용돈을 챙겨줬을 뿐만 아니라 잘 곳까지 종종 내준 터였다. 4년 넘게 이어진 호의를 어느새 권리로 받아들였던 걸까. 지난해 9월, 노숙인은 노인을 폭행하고 살해했다. 그는 “무시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유 없는 살인’에 가깝다고 보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4년간 매일 용돈 주며 잘 곳까지 내준 피해자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0)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피해자 B(사망 당시 68세)씨는 부산의 한 옥탑방에서 거주하며 시장에서 꽃이나 화분을 파는 가난한 노점상이었다. 그는 건물 관리인으로도 일하는 등 성실하게 삶을 꾸려갔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B씨는 자신보다 어려운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었다. A씨도 B씨의 도움을 받는 노숙인 중 1명이었다. B씨는 2015년 겨울부터 A씨에게 매일 용돈 1만원을 줬고, 가끔 그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자신이 생활하는 방을 내주기도 했다. 건물관리 일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앙심 B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베푼 호의는 A씨에게 어느새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졌다. B씨가 다른 노숙인들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것도 탐탁지 않게 느껴졌다. A씨는 B씨가 맡고 있던 건물관리인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B씨가 이를 거절하자 A씨는 분노했다. A씨는 “무시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A씨는 B씨의 옥탑방에 자주 들르던 다른 노숙인에게 “B씨가 형님을 다시는 안 보고 싶다고 한다. 찾아오는 것도 싫다고 하더라”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노숙인은 B씨의 옥탑방에서 짐을 챙겨 떠났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다른 노숙인을 떠나게 할 목적이었다. 잔혹하게 살해…증거 은폐·현장 정리까지 B씨가 돌아오자 A씨는 말다툼을 벌였고 곧 주먹과 발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선풍기 전선으로 목을 졸랐고, 흉기로 손목을 긋는 등 잔혹하게 B씨를 살해했다. B씨가 숨진 뒤에도 A씨는 곧바로 떠나지 않고 현장에서 3~4시간 동안 머물며 증거를 은폐한 뒤 도주했다. 1심, ‘무시당해 앙심 품고 살인’ 징역 15년 선고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양형을 결정하는 데 있어 A씨의 살해 동기를 ‘보통동기’로 봤다. 법원은 살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으로 범행 동기도 살피는데, ▲참작동기 살인은 4~6년(가중시 5~8년) ▲보통동기 살인은 10∼16년(가중시 1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비난동기 살인은 15∼20년(가중시 18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가중시 2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가중시 무기 이상) 등이다. 보통동기 살인에는 ‘피해자로부터 인간적 무시나 멸시를 받았다고 생각하여 앙심을 품고 살인’이 포함된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무시받았다고 생각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보통동기 살인으로 판단했다. 징역 15년은 양형 기준상 권고형 범위 내에서 선고한 것이었다. 2심 “무시당했다? 석연찮다”…징역 18년 선고 그러나 2심의 판단은 1심과 다소 달랐다. 항소심(2심) 재판부 역시 A씨의 범행이 보통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양형에서는 1심보다 엄중하게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이 사건 범행을 ‘보통동기 살인’의 기본영역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면서도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난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음에도 평소 주위 상인들이나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풀어왔고, A씨 역시 B씨로부터 용돈과 잠자리를 제공받는 등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A씨는 억지 요구를 거절한 것이 불만이었다거나,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B씨의 생명을 짓밟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에서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 또는 이에 준하는 경우’를 ‘비난동기 살인’으로 규정해 ‘보통동기 살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는 근거는 피해자가 영문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하는 억울한 결과와 그 유족들이 겪어야 하는 황망한 상황을 초래한 위법성과 책임이 더 크다는 고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A씨의 범행을 ‘비난동기 살인’에 준해 처벌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형량이 너무 과하다’는 A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어린이 책] 엄마도 아빠도 안 믿어… 내 친구인 달만 믿을래

    [어린이 책] 엄마도 아빠도 안 믿어… 내 친구인 달만 믿을래

    아빠는 늘 술에 취해 있고, 엄마는 늦게 들어와 잠을 잔다. 두 사람 다 깨어 있는 날엔 싸움이 이어진다. 아이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빠를 익숙한 듯 부축한다. 자기보다 훨씬 큰 몸을 지탱하는 아이의 몸이 위태롭고, 슬퍼 보인다.그림책 ‘달 밝은 밤’은 2009년 첫 작품을 펴낸 이래 10여년간 우직하게 그늘에 있는 외로운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소환한 전미화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 형편이 어려워 남의 집에 맡겨진 아이, 갑작스런 죽음으로 친구의 기억에서 잊힌 아이 등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자리를 그림책 속에 부지런히 마련해 놓았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어른들 탓에 아이의 얼굴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 밤 아이의 옆을 지킨 것은 둥근 달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멀리서 보내오는 돈으로 아빠를 보살피며 생활을 꾸려 나간다. 이제는 “곧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도, “술을 끊겠다는 아빠”도 더이상 믿지 않는다. “나는 달과 친구가 됐다”며 노란 달과 혼연일체가 된 듯한 삽화(그림)에 이어 등장하는 아이의 선언.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어린아이의 다짐으로는 매우 서글프지만, 그것이 작가가 어른으로서 주변의 어린이들을 향해 보내는 사과와 반성, 진실한 위로의 마음이다. 책은 작가가 지역에서 미술 활동을 하며 직접 만난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말을 담았다. 더욱 굳세게 살아가라는 북돋움과 언제나 달처럼 곁에 있는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이 모두 노란 달빛에 담겼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단독] 자식보다 살갑게 “아버님” “어머님”… ‘쓰레기’ 팔아도 홀려서 산다

    [단독] 자식보다 살갑게 “아버님” “어머님”… ‘쓰레기’ 팔아도 홀려서 산다

    노인에게 웃음과 시간을 줘 마음을 산 뒤 ‘쓰레기’를 내다 파는 곳이 있다. 형편없는 물건을 안기고 폭리를 취하는 홍보관이다. ‘홍보관 사기’는 보이스피싱, 유사수신(인허가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경제적 이익을 약속하고 돈을 모으는 행위)과 함께 국내 노인들을 등치는 대표적 범죄 유형이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홍보관 상술 관련 상담은 4963건이었다. 실제 피해 구제 신청이 들어온 327건 중 82건(25.1%)은 60대 이상 고령자 피해였다. 건강식품과 의료기기 등 노인이 관심을 보일 법한 품목을 미끼로 내건다. 서울신문이 판결문을 통해 홍보관 사기 실태를 보니 노인이 홀리는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한 외관 때문이었다. 그럴싸하게 공간을 꾸며 놓은 뒤 노인을 초청해 노래교실을 열거나 말동무가 돼준다. 고급 안마기계를 가져다 놓기도 한다.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마음을 얻는다. 노인이 의심을 완전히 거뒀다고 판단되면 질 나쁜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등을 들고 나와 원래 가격보다 수십 배 비싸게 판다. “서울대 신경외과에서도 못 고치는 것을 이 적외선 치료기는 고친다”는 허위 사실도 거리낌 없이 던진다. 물건을 아예 안 주는 사례도 있다. 노인들은 자신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일당에 속절없이 당한다. 특히 치매환자로 보이거나 말투가 어눌한 노인들만 범행 대상으로 삼는 사기범들도 있다. 서울에서 의료기기 체험관을 운영하며 노인들에게 사기극을 벌이다가 검거된 일당은 물건을 사간 적 없는 고령자들에게 “녹용과 홍삼을 외상으로 가져가 놓고는 왜 돈을 안 주느냐”고 협박해 갈취하기도 했다. 홍보관 사기는 적발해도 수사가 쉽지 않다. 단순히 ‘비싸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를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미 범죄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피해자들은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수사하는 경찰에게 ‘왜 괴롭히느냐’고 타박하기도 한다. 신동석 서초서 경제범죄수사과장은 “피해자들은 일당들과 1주일에서 한 달씩 같이 생활을 한다. 완벽한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수사 협조를 구하기조차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홍보관 형태의 판매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홍보관에는 아예 안 가는 게 제일 현명하다”면서 “고가 물품을 살 때는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greentea@seoul.co.kr
  • ‘북중 혈맹’ 상징 열사능원 찾은 김정은

    ‘북중 혈맹’ 상징 열사능원 찾은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오쩌둥 중국 주석의 장남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해 ‘북중 혈맹’의 상징이 된 마오안잉의 묘를 찾아 참배했다. 6·25 전쟁 중공군 참전 70주년을 계기로 북중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중국 인민지원군 조선전선 참전 70돌에 즈음해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고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어 열사능원에 안치된 마오안잉의 묘에 헌화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귀한 청춘과 생명을 바쳐 영용하게 싸운 중국인민지원군 장병들의 붉은 피는 우리 조국 땅 곳곳에 스며 있다”며 “곤란한 형편에서도 항미원조 보가위국(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와 가정과 나라를 지킨다)의 기치 밑에 우리를 지지성원한 중국 인민군의 불멸 공적과 영웅적 위훈은 우리 인민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고 했다.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은 6·25 전쟁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부가 있었던 곳으로 중공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묻혀 있다. 마오안잉은 중공군 총사령관 펑더화이의 통역으로 참전했다가 1950년 11월 미군의 폭격에 28세 나이로 사망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참전을 기념해 10월에 중공군 열사능원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과 2018년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과 65주년에 맞춰 7월에 참배했다. 북한이 대북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경제적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중국과의 친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창군 열사능엔 마오쩌둥 주석의 아들인 마오안잉의 묘가 있어 북중 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참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중관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소원하나 항미원조에 있어선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굳건한 연대가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단독]“아버님”, “아머님” 호칭에...‘쓰레기’ 팔아도 홀려서 산다

    [단독]“아버님”, “아머님” 호칭에...‘쓰레기’ 팔아도 홀려서 산다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 <4>금융사기 표적된 노후자금 노인들 지독한 외로움 파고든 홍보관 사기의료기기 무료체험 미끼...25%가 60대 이상말 걸어주자 마음 빼앗겨 사기로 인식 못해실제로 안 샀는데 “외상대금 달라” 협박도노인에게 웃음과 시간을 줘 마음을 산 뒤 ‘쓰레기’를 내다 파는 곳이 있다. 형편없는 물건을 안기고 폭리를 취하는 홍보관이다. ‘홍보관 사기’는 보이스피싱, 유사수신(인허가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경제적 이익을 약속하고 돈을 모으는 행위)과 함께 국내 노인들을 등치는 대표적 범죄 유형이다.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홍보관 상술 관련 상담은 4963건이었다. 실제 피해 구제 신청이 들어온 327건 중 82건(25.1%)은 60대 이상 고령자 피해였다. 건강식품과 의료기기 등 노인이 관심을 보일 법한 품목을 미끼로 내건다. 서울신문이 판결문을 통해 홍보관 사기 실태를 보니 노인이 홀리는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한 외관 때문이었다. 그럴싸하게 공간을 꾸며 놓은 뒤 노인을 초청해 노래교실을 열거나 말동무가 돼준다. 고급 안마기계를 가져다 놓기도 한다.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마음을 얻는다. 노인이 의심을 완전히 거뒀다고 판단되면 질 나쁜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등을 들고 나와 원래 가격보다 수십 배 비싸게 판다. “서울대 신경외과에서도 못 고치는 것을 이 적외선 치료기는 고친다”는 허위 사실도 거리낌 없이 던진다. 물건을 아예 안 주는 사례도 있다. 노인들은 자신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일당에 속절없이 당한다. 특히 치매환자로 보이거나 말투가 어눌한 노인들만 범행 대상으로 삼는 사기범들도 있다. 서울에서 의료기기 체험관을 운영하며 노인들에게 사기극을 벌이다가 검거된 일당은 물건을 사간 적 없는 고령자들에게 “녹용과 홍삼을 외상으로 가져가 놓고는 왜 돈을 안 주느냐”고 협박해 갈취하기도 했다. 홍보관 사기는 적발해도 수사가 쉽지 않다. 단순히 ‘비싸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를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미 범죄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피해자들은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수사하는 경찰에게 ‘왜 괴롭히느냐’고 타박하기도 한다. 신동석 서초서 경제범죄수사과장은 “피해자들은 일당들과 1주일에서 한 달씩 같이 생활을 한다. 완벽한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수사 협조를 구하기조차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홍보관 형태의 판매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홍보관에는 아예 안 가는 게 제일 현명하다”면서 “고가 물품을 살 때는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유사수신 노인 피해액도 증가세 유사수신 업체나 신형 투자 사기 범죄 일당도 노인의 외로움을 파고 들어 돈을 뜯어낸다. 통계를 보면 유사수신 업체에 당해 돈을 잃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수사의뢰한 유사수신 사건 전체 피해액 가운데 60대 이상 피해액 비중은 2018년 42.1%에서 지난해 51.9%로 늘었다. 실제 유사수신 관련 사건들을 살펴보면 범죄자들은 안정적 수익을 보장할 것처럼 노인을 꾀어 투자를 유도했다. 또 ‘매달 수익금을 지급한다’는 약속을 쉽게 했다. 서울신문이 2016~2020년에 나온 노인 대상 유사수신·투자사기 범죄 판결문 26건을 분석해보니 사업 수익의 근거로 가장 많이 제시한 분야는 부동산(23%)이었다. 주식, 비트코인, 카드깡, 양식장, FX마진거래, 온라인게임 등을 사업 수익의 근거로 제시하는 사기꾼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월 3~10%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수익금을 매달 지급한다”, “1년 안에 원금을 돌려준다”, “공공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라는 말은 단골 멘트였다.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는 22일 “1000만원만 넣으면 한 달에 30만원씩 수익으로 돌려준다고 하니 자식들에게 빚지기 싫어서 돈을 넣는 고령층이 많다”면서 “잘 꾸민 사무실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여긴 다른 곳이랑 다르다’, ‘실체가 있다’, ‘유명한 회사다’라고 설명하니 판단을 잘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속아 넘어가기 쉽다”고 설명했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부패·경제범죄연구실장은 “사기범죄 피해자 상당수는 노후자금이 필요하거나 급전을 구하려는 노인들”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greentea@seoul.co.kr 특별취재팀유대근·홍인기·나상현·윤연정 기자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금융사가 고령 고객에게 고금리 등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행위,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은행·증권사 등의 불완전 판매, 보이스피싱·유사수신 등 범죄, 유사투자자문사의 위법한 투자 자문 행위 등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을 기만하는 각종 행위를 경험하셨거나 직간접적으로 목격하셨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배민아의 일상공감] 인생으로 찾아온 가을

    [배민아의 일상공감] 인생으로 찾아온 가을

    덥고 습하던 긴 여름이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어느새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는 가을철이다. 몇 주 만에 가을이 성큼성큼 깊어졌는데 아직도 집안 곳곳에 여름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여전히 옷장 앞자리를 차지한 여름 옷 사이로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걸어 놓은 긴팔 옷들이 질서 없이 엉키기 시작했고, 압축 팩에 담아 어딘가 잘 넣어 둔 두꺼운 이불은 찾지도 않은 채 침대 위에 전기장판 하나 보태놓고 여름 이불 그대로 가을을 나고 있다. 방마다 한 자리씩 차지했던 선풍기들은 한 귀퉁이에 서로 얼굴 맞대고 모여 있고, 신발장에는 계절이 바뀌며 구입한 신발들이 여름 샌들과 슬리퍼의 본래 형태를 찌그러뜨리며 들쑥날쑥 들어차 있다. 마음은 있는데 몸이 빠릿빠릿 따라가지 못하고 차일피일 할 일을 미루는 여자는 지금 갱년기를 지나는 중이다. 여자의 귀차니즘이 빚어낸 집안의 어수선한 꼴에 대해 싫은 내색 하나도 안 하지만 본인이 그 일을 대신 해 주지도 않는 남자 역시 갱년기다. 갑작스런 안면홍조와 발열감 때문에 수시로 부채질을 해대는 여자, 그동안 관심도 없었던 드라마를 다운받아 몇 시간씩 몰아 보는 남자, 스트레스받아 살찌는 여자, 스트레스로 살 빠지는 남자, 짜증을 자주 내고, 흥분도 잘하고, 조금만 무리해도 온몸이 쑤시고 피곤한 여자와 남자, 이 모든 것이 갱년기 증상들이다. 갱년기를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맞닥뜨린 상대방의 변화는 때로 오해와 섭섭함으로 다툼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수차례의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그 원인이 갱년기 감정기복이었음을 알게 된 후로는 인생의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받아들이며 서로에 대한 짠함과 애틋함으로 한숨 참아주는 여유가 생겼다. 갱년기를 흔히 인생의 가을철이라고 하듯 우리의 삶은 철을 따라 변화한다. 끊임없이 움터 올라 활동하는 봄을 지나 뜻을 향해 역동적으로 분출하는 여름, 신중하게 삶을 돌아보며 추수하는 가을과 인생의 참 의미를 찾고 정리하는 시기인 겨울로 인생이 이어진다. 몸과 마음이 함께 나이 들지 못할 때 사고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마냥 청춘이라 생각했던 남자는 최근 셀프 집수리로 몸을 혹사시킨 데다 무리한 산행까지 더해진 후 몇 주째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있고, 며칠 연거푸 밤샘 작업에도 거뜬했던 여자 역시 이제는 편히 놀면서 하루만 날을 새도 눈밑 다크서클이 끝간 데 없이 내려가 좀비가 되기 십상이다. 현재의 나이를 살지 못하고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꼰대라떼’가 되지 않으려면 소싯적의 영광에서 벗어나 인생의 내리막길에 들어선 자신의 모습에 주목하고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늙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갱년기에 겪게 되는 여러 이상 증상들은 나이에 맞게 몸과 마음을 조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철부지라는 말은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형편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우리말이지만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계절(철)의 변화를 알지 못해(부지) 농사를 망치는 사람을 그리 불렀다고 한다. 계절과 기후를 살피며 철에 따라 옷과 음식을 입고 먹듯이 인생의 철을 따르지 못하고 마냥 청춘으로 사는, 철을 모르는 철부지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철의 변화는 한 해 동안 무엇을 하기에 적합한 때를 알려 준다. 그래서 그 철에 할 일을 하지 못하면 제철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차피 겪어야 하는 갱년기라면 제철에 맞는 몸과 마음으로 철을 따라 살다 보면 완숙의 열매도 맺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남아 있는 여름의 흔적들을 이제 하나씩 정리하고 늦게나마 제대로 된 가을맞이를 해야겠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병충해가 만든 색깔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병충해가 만든 색깔

    유럽의 10월은 포도 수확의 계절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살던 아를의 농부들도 바쁘다. 아낙들은 바구니에 포도를 따 모으고, 밭 가운데에는 포도를 운반해 갈 마차가 서 있다. 론강을 따라 아득히 펼쳐진 들판 끝으로 태양이 가라앉고 있다. 붉은색과 노란색의 대비가 강렬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포도나무는 이렇게 붉지 않다. 수확기에도 잎이 녹색이라야 정상이다. 화가가 색을 왜곡했을까? 아니다. 19세기 말 진딧물의 일종인 필록세라가 유럽의 포도밭을 덮쳤다. 20년 가까이 계속된 병충해로 수확량은 심각하게 감소했다. 이 공백을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에서 생산된 포도주가 메웠다. 포도주를 증류한 브랜디도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스카치위스키가 대체재로 떠올랐다. 병충해는 주류 시장의 지형을 변화시켰고 덤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탄생시켰다. 고흐는 900여점의 유화를 그렸는데 살았을 때 팔린 것은 이 그림 단 하나였다. 산 사람은 벨기에 화가 안나 보슈. 안나의 남동생 외젠도 화가였고 고흐와 친구 사이였다. 이 남매는 부유한 사업가 아버지 덕택에 여유 있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890년 고흐는 외젠의 권유로 브뤼셀에서 열린 ‘20인전’에 참가했다. 여기서 안나는 이 그림을 400프랑에 샀다. 일류 화가들 그림이 1만~3만 프랑을 호가한 데 비하면 형편없는 헐값이었지만, 무명인 고흐로서는 잘 받은 것이었다. 안나는 고흐가 동생 친구고 사정이 어려운 걸 잘 알고 있어서 후하게 값을 치렀다. 1895년부터 인상주의 그림값이 치솟았다. 안나는 1906년 파리의 한 화랑에 그림을 내놓았다. 그림은 1만 프랑에 러시아 사업가 시추킨의 손에 들어갔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그의 저택과 수집품은 몰수됐다. 시추킨은 파리에서 우울하게 여생을 마쳤다. 혁명 정부는 시추킨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공개했다. 1948년 스탈린은 건물이 너무 부르주아적이라는 이유로 미술관을 폐쇄하고, 수집품은 모스크바의 푸시킨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슈 미술관으로 분산시켰다. ‘붉은 포도밭’은 푸시킨 미술관으로 이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술평론가
  • 결국 이별… 입양 글 올린 제주 미혼모 아이 보육시설로

    결국 이별… 입양 글 올린 제주 미혼모 아이 보육시설로

    ‘아이 입양’ 게시글 파장을 낳은 미혼모의 아이가 돌봄 보육 시설로 보내졌다. 제주도는 미혼모 A씨가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지난 19일 아이를 지역 보육 시설로 옮겼다고 20일 밝혔다. 미혼모와 아이는 지난 13일 출생한 지 6일 만에 헤어졌다. 미혼모 A씨는 산후조리원을 나와 미혼모를 지원하는 지원센터에 입소했다. 도는 파장이 커지면서 산후조리원에 있는 다른 산모들도 큰 충격을 받는가 하면 사회적 비난도 계속돼 A씨를 미혼모 지원센터로 옮겨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종합 건강진단을 했고 산모에게는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등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돌보고 있다. A씨는 갑작스런 출산 후 아이 아빠와 자신의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본인도 소득이 없어 아이 양육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느껴 친권 포기를 통해 아이를 합법적으로 입양 보내는 절차를 밟아 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의 미혼모들은 주변의 시선으로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하고 제주 미혼모시설에는 타 지역 미혼모들이 와 있는 등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미혼모 보호 제도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한 중고 물품 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20만원의 판매금액과 함께 ‘36주 된 아이 입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이불에 싸인 아이 모습이 담긴 두 장의 사진이 게시됐다. 이 글을 올린 미혼모 A씨는 경찰 면담에서 입양 기관과 상담을 하던 중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려 이런 게시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원희룡 “대표선수로 나가고 싶다” 대선 출사표

    원희룡 “대표선수로 나가고 싶다” 대선 출사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이제는 제가 우리 팀의 대표 선수로 나가고 싶다. 자신 있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원 지사는 15일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서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와 보수가 하나가 되자”며 이렇게 말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가 형편없는 것 같은데 지지율은 왜 요지부동이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국민의힘이 선택 가능한 3가지 길 중 중도를 인정하지 않는 첫 번째와 보수를 인정하지 않는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 길 ‘원희룡 모델’만이 승리로 가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원희룡 정신은 1+1, 즉 ‘원팀 정신’”이라며 보수와 중도가 함께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 도지사 도합 5번 선거에서 당에서 공천만 주면 민주당한테 한 번도 진 적 없다. 이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해 경선 연설을 방불케 했다.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차례로 초청할 예정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원희룡,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 “우리팀 대표선수로 나가고 싶다”

    원희룡,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 “우리팀 대표선수로 나가고 싶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제는 제가 우리팀의 대표선수로 나가고 싶다. 자신 있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소속 원 지사는 15일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마포포럼)에서 야당의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와 보수가 하나 되자”며 이렇게 말했다. 원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외교, 안보, 인사, 국민통합, 도덕성이 형편없는 것 같은데 지지율은 왜 요지부동이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국민의힘이 선택 가능한 3가지 길 중 중도를 인정하지 않는 첫 번째와 보수를 인정하지 않는 두 번째가 아닌 세 번째 길 ‘원희룡 모델’만이 승리로 가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원희룡 정신은 1+1, 즉 ‘원팀 정신’”이라며 보수와 중도가 함께 가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 도지사 도합 5번 선거에서 당에서 공천만 주면 민주당한테 한 번도 진 적 없다. 이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고 말해 경선 연설을 방불케했다. 원 지사는 또 “저는 좋지 않은 프레임에서 자유롭다. 과거사, 도덕성, 막말 등 상대방에 제 샅바를 잡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천용 스토리, 민주화운동 경험 등도 언급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 11일 한 방송에 출연해 본인을 제외한 보수 야권 대선 후보를 묻는 질문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꼽기도 했다. 한편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은 원 지사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 대표를 차례로 초청할 예정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전문]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한 김정은 연설

    [전문]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한 김정은 연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북제재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다음은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연설문 전문. 경사스러운 10월 명절을 맞이한 온 나라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 장병들! 사회안전군 장병들과 로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대원들, 당창건 75돌 경축 대표들과 평양시민 여러분! 영광스러운 10월 명절 열병식에 참가한 열병부대 지휘관, 전투원 동무들! 친애하는 동지들! 영광스러운 우리 당 창건절이 왔습니다. 위대한 영광의 밤을 맞이했습니다. 왜서인지 류례없이 간고했던 이 해에 맞는 당 창건절은 이 영광의 밤이 드디여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도 감격스럽습니다. 위대한 우리 당창건 75돌을 맞으며 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하여 오늘의 10월 명절을 크나큰 영광과 긍지로 빛내인 모든 분들에게 충심으로 되는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전체 우리 인민에게 뜨거운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삼가 드립니다. 동지들! 위대한 명절의 이 밤 수도의 거리들과 여기 영광의 광장은 이렇듯 환희롭고 기쁨과 긍지로 설레이지만 오늘의 이 영광의 순간이 지금 전국 각지의 수많은 당원동지들과 로동계급들, 우리 혁명군대 장병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헌신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의 이 영광의 순간을 안아오고 지키기 위해 올해에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들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도전들을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습니까. 특히 올해에 예상치 않게 맞다든 방역전선과 자연재해복구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들이 발휘한 애국적이고 영웅적인 헌신은 누구든 감사의 눈물 없이는 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조국보위, 인민보위, 혁명보위가 인민군대의 마땅한 본연의 임무라고는 하겠지만 우리 장병들의 고생이 너무도 컸습니다. 너무도 많은 것을 맡아 안고 고생도 많은 우리 장병들입니다. 그래서 너무도 미안하고 이 영광의 밤에 그들 모두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우리 군대 장병들이 영광의 이 김일성광장에 오지 못하고 국가의 안전과 인민의 안녕을 지켜 방역 전초선과 재해복구전선에서 용감히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 군대는 이처럼 적대 세력들의 군사적 위협뿐만 아니라 방역과 자연과의 투쟁과 같은 돌발적인 위협에도 국가방위의 주체로서 자기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가와 인민에 대한 그들의 열렬한 충효심에 최대의 경의를 드리며 전군의 모든 장병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보냅니다. 또한 자기들이 맡은 피해복구건설 임무를 완수하고도 사랑하는 집이 있는 평양행을 택하지 않고 스스로들 또 다른 피해복구지역으로 발걸음들을 옮긴 애국자들, 마땅히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우리의 핵심들, 나의 가장 믿음직한 수도당원사단 전투원들에게도 전투적 고무와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전국의 모든 근로자들에게 전투적 인사와 감사를 보냅니다. 자연의 재난을 털고 새 마을, 새 집들에 보금자리를 편 세대들과 온 나라 가정들에 행복과 기쁨만이 깃들기를 축원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언제나 푸른 꿈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지금 이 시각도 악성비루스에 의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보내며 진심으로 두손 모아 마음속 깊이 모든 사람들의 건강이 제발 지켜지고 행복과 웃음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동지들! 오늘 우리 모두는 일심전력하여 마련한 값진 성과와 로력적 열매들을 안고 10월의 경축광장에 모였습니다. 우리가 여기에 오기까지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간고한 투쟁의 련속이였고 수없이 많은 격난들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지나온 우리 당의 75성상이 다 그러하였지만 특별히 올해는 정초부터 하루하루, 한걸음한걸음이 예상치 않았던 엄청난 도전과 장애로 하여 참으로 간고하고 힘겨웠습니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용감히 이겨내고 자랑스럽고 떳떳한 마음으로 뜻깊은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세인이 경탄할 이 화폭 자체가 우리를 괴롭히고 막아 나섰던 온갖 재앙들이 제압되고 우리가 내세웠던 정의로운 투쟁 목표들이 빛나게 달성되였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동지들! 오늘 우리는 우리 당의 75번째 생일을 성대히 맞이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우리처럼 자기 당의 생일을 전체 인민이 기쁨의 명절로, 대경사의 날로 성대히 경축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온 나라의 마음이 뜨겁게 굽이치는 이처럼 벅차고 환희로운 밤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전체 인민에게 무슨 말씀부터 드렸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당이 걸어온 영광 넘친 75년사를 갈피갈피 돌이켜보는 이 시각 오늘 이 자리에 서면 무슨 말부터 할가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오늘 이렇게 모두가, 우리 인민 모두가 무병 무탈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한명의 악성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세상을 무섭게 휩쓸고 있는 몹쓸 전염병으로부터 이 나라의 모든 이들을 끝끝내 지켜냈다는 이 사실, 우리 당이 응당 마땅히 해야 할 일이였고 응당한 성과라 해야겠지만도 왜서인지 지켜냈다는 이 감격의 기쁨에 눈앞이 흐려지고 모두가 건강하신 모습을 뵈오니 “고맙습니다” 이 말밖에 할 말을 더 찾을 수 없습니다. 세상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의 이 승리는 우리 인민들 스스로가 이루어낸 위대한 승리입니다. 우리 당에 있어서 인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며 전체 인민이 건재하고 건강해야 당도 있고 국가도 있고 이 땅의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계에는 귀중한 우리 인민의 삶을 위협하고 해치려는 불안정한 요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 년초부터 세계적인 보건 위기가 도래하고 주변 상황도 좋지 않아 고민도, 두려움도 컸습니다. 허나 우리 인민은 억척같이 뻗치고 일어나 당과 국가가 취하는 조치들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따라주며 자신들의 운명을 완강히 지켜냈을 뿐 아니라 활기 넘친 모습으로 모진 고난과 시련을 강의하게 이겨냈습니다. 서로서로 걱정해주고 위해주고 감싸 안아주는 아름다운 인민, 이런 인민이 높은 애국심과 고도의 자각성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사회주의가 아니였다면 무서운 재앙을 막아내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우리 인민 모두가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되여 국가와 자기들 스스로를 지키고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섰기에 모든 것이 부족하고 뒤떨어진 나라의 방역 부문이 일떠서게 되였고 남들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방역 안정 형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풍족하게 살지는 못해도 화목한 대가정을 이루고 단 한명의 악성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하니 이것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가가 당하는 어려운 상황을 깊이 리해해주고 자기 집일처럼 떠맡는 고마운 인민도 이 세상에 우리 인민밖에는 없습니다. 지금 이 행성에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 비상 방역도 해야 하고 혹심한 자연피해도 복구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과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입니다. 이 모든 시련은 두말할 것 없이 우리의 매 가정, 매 공민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아픔으로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가사보다 국사를 앞에 놓고 국가가 겪는 곤난을 열 가지든 백 가지든 함께 걸머지며 성실한 땀과 노력으로 이 나라를 굳건히 받드는 고마운 애국자들이 바로 우리 인민입니다. 그래서 우리 당은 나라의 형편을 터놓으면 언제나 산악같이 일떠서는 인민을 믿고 인민에게 의거하여 모든 국난을 타개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늘 우리 인민들은 우리 당에 고마워했지만 정녕 고마움의 인사를 받으셔야 할 주인들은 바로 위대한 우리 인민입니다. 우리 인민은 75성상 일편단심 우리 당을 받들고 성스러운 혁명 위업을 자기의 피와 땀을 아낌없이, 서슴없이 바쳐 지켜주었습니다. 가장 간고하고도 시련에 찬 혁명의 길을 헤쳐온 우리 당이 이 피어린 려정을 승리와 영광으로 수놓아올 수 있은 근본 비결은 다름 아닌 우리 인민이 당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따르며 우리 당의 위업을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현명한 스승이 되여 지혜와 슬기를 주었고, 무한한 힘과 용기를 안겨주었으며 결사적으로 옹위하고 성심으로 받들어주며 당의 구상과 로선을 빛나는 현실로 만들어준 력사의 전능한 창조자인 위대한 우리 인민을 떠나서 어찌 우리 당의 영광 넘친 75년사에 대하여 한순간인들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당에서 대고조를 호소하면 천리마를 타고 호응했고 대건설을 작전하면 속도전으로 화답했으며 당의 결심을 물불을 가림없이 무조건 실천해내고야 마는 위대한 인민이 항상 곁에 있었기에 우리 당은 언제나 든든하였고 어떤 곡경 속에서도 이 땅에 기적의 년륜을 새겨올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진함 없는 충효심과 굴할 줄 모르는 투지, 성실한 노력으로써 세상 풍파를 다 뚫고 넘으며 위대한 10월 명절을 승리의 단상에 떠올린 우리 인민의 모습에서 앞으로 75년이 아니라 750년, 7500년이라도 당을 따르고 지켜줄 하늘 같은 힘을 온몸으로 뿌듯이 받아안게 됩니다. 동지들!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전체 인민의 신임 속에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위업을 받들어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인민들은 언제나 나를 믿고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나의 선택과 결심을 그 무엇이든 지지하고 받들어주고 있습니다. 설사 그것이 더 큰 고생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나와 우리 당에 대한 인민의 믿음은 언제나 무조건적이고 확고부동한 것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강렬하고 진정어린 믿음과 고무 격려는 나에게 있어서 그 어떤 명예와도 바꿀 수 없고 수억만금에도 비길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재부이며 두려움과 불가능을 모르게 하는 무한대한 힘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바랄 수 없는 최상 최대의 신임이 있기에 나는 멸사복무의 사명감과 의지를 가다듬으며 무수한 도전들을 주저 없이 맞받아나갈 수 있었고 전쟁까지 각오해야 하는 결사전에도 나설 수 있었으며 사상 초유의 대재앙에도 강력히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인민을 섬기고 모시고 투쟁하는 것을 무상의 영광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나는 우리 인민의 하늘 같은 믿음을 지키는 길에 설사 온몸이 찢기고 부서진다 해도 그 믿음만은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무조건 지킬 것이고 그 믿음에 끝까지 충실할 것을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엄숙히 확언합니다. 존경하는 온 나라 전체 인민들, 여러분!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의 마음까지 합쳐 온 나라 전체 인민들에게 경건한 마음으로 고마움에 차 넘치는 진정 정중히 삼가 올립니다. 동지들! 우리 인민을 억척으로 지키고 더 높이 떠받들며 부럼 없이 잘살게 하는 것은 나와 우리 당의 제일 사명이고 확고부동한 의지입니다. 우리 당은 이미 우리 인민의 존엄이고 생명인 사회주의를 굳건히 수호하고 우리 인민이 영원히 전쟁을 모르는 땅에서 자자손손 번영할 수 있게 평화수호를 위한 최강의 군력을 비축해놓았습니다. 위풍당당히 정렬한 오늘의 열병 대오는 조선로동당이 자기의 혁명군대를 어떻게 키웠는지, 또한 그 군대의 위력이 얼만큼 강한지 똑바로 알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불과 5년 전 바로 이 장소에서 진행된 당 창건 70돐 경축 열병식과 대비해보면 누구나 잘 알 수 있겠지만 우리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으며 그 발전의 속도를 누구나 쉽게 가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당의 혁명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자기 혁명 리익에 전적으로 복무하는 충실하고 강력한 국방과학기술 대군과 군수로동 계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군사력은 그 누구도 넘보거나 견주지 못할 만큼 발전하고 변했습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거나 맞다들 수 있는 그 어떤 군사적 위협도 충분히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갖추었습니다. 우리의 군사력은 우리 식, 우리의 요구대로, 우리의 시간표대로 그 발전속도와 질과 량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 당은 우리 국가와 인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건드리거나 위협을 줄 수 있는 세력은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제일 확실하고 튼튼한 국가방위력으로 규정했으며 그를 실천할 수 있는 군사력보유에 모든 것을 다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한 갱신목표들을 점령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적대 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증되는 핵 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하여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국가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고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는데 이바지할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람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입니다. 나는 우리의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입니다. 만약 힘이 없다면 주먹을 부르쥐고도 흐르는 눈물과 피만 닦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당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나라의 주권과 우리 령토의 믿음직한 안전을 보장하며 국가와 인민의 영원한 안녕과 평화와 미래를 수호해나갈 것입니다. 동지들! 조선로동당의 혁명사상으로 무장하고 조국과 인민에게 무한히 충효하며 우리 인민의 힘과 넋이 깃든 강위력한 최신무기들로 장비한 혁명무력이 있기에 그 어떤 침략 세력도 절대로 신성한 우리 국가를 넘볼 수 없으며 조선 인민의 앞길을 감히 막지 못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인민이 더는 고생을 모르고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당은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키고 더 많은 혜택을 안겨줄 우월한 정책과 시책들을 변함없이 실시하고 끊임없이 늘여나갈 것이며 인민들이 꿈속에서도 그려보는 부흥번영의 리상 사회를 최대로 앞당겨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당은 혹독한 고난 속에서 인민들과 생사운명을 같이하면서 그리고 우리 인민의 단결된 힘을 체득하는 과정을 통하여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잘 알게 되였습니다.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는 그 실현을 위한 방략과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며 인민의 행복을 마련해나가는 우리 당의 투쟁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로 이행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일떠설수록 온갖 반동 세력들이 더 기승을 부리고 예상치 않았던 난관들도 닥쳐들 수 있지만 이때까지 우리가 겪은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며 우리에게는 그 모든 것을 격파할 힘이 있고 자신심이 있습니다. 장구한 투쟁로정에서 다져진 당과 인민 대중의 일심단결이 있고, 우리 사회주의가 키워내고 마련한 인재력량과 자립의 밑천은 분명 우리의 전진을 추동하고 가속하는 강력한 힘으로 될 것입니다. 남들이 겪어보지 못한 무수한 고난과 시련의 고비들을 넘어오면서 남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모든 것을 다 해낸 우리 당과 인민은 더 큰 용기와 신심, 비상한 열정과 각오를 가지고 새로운 발전과 번영에로의 진군을 시작할 것입니다. 나는 모든 당 조직들과 정부, 정권기관, 무력기관들이 우리 인민을 위하여, 인민들에게 더 좋은 래일을 안겨주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며, 정성을 다해 일하도록 더더욱 엄격한 요구성을 제기하고 투쟁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인민의 리상은 위대하며 그 리상이 실현될 날은 꼭 옵니다. 위대한 그 리상을 실현함에 총력을 다해나감으로써 사회주의 건설의 더 높은 목표를 점령해나가는 길에서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혁신과 발전, 실질적인 변화를 이룩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지들! 우리는 강해졌으며 시련 속에서 더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 편에 있습니다. 모두 다 사회주의의 휘황한 미래를 향하여,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힘차게 전진해나갑시다. 끝으로 다시 한번 전체 인민이 무병 무탈해 주신데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삼가 드립니다. 그리고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어주시는 마음들에 충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위대한 우리 인민 만세!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추미애 “김홍영 검사의 희생, 정의로움으로 되새길 것”

    추미애 “김홍영 검사의 희생, 정의로움으로 되새길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상관의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홍영 검사를 추모하며 “그의 희생이 우리의 참회 속에 ‘정의로움’으로 다시 새겨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10일 오후 페이스북에 “김 검사는 고교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단체여행을 함께 가지 못하는 친구를 생각해 자신의 세뱃돈을 털어 몰래 경비를 댔다”며 “친구를 배려하는 우정을 지니고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웠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김 검사는 검사들의 한일 축구 대항전에서도 활약하는 등 운동도 잘하고 동료도 잘 챙겨줬다고 한다”며 “그러나 2년 차 검사가 됐을 때 소중하게 간직해온 꿈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고 썼다. 전날에는 김 검사의 부모와 함께 그가 생전 근무한 남부지검을 찾아 추모하는 기념수를 심고, 명패와 비석도 설치했다. 김 검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2016년 5월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들 심정이 이렇겠지’ 등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서른셋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후 대검 진상조사에서 김 검사의 상관이었던 김대현(사법연수원 27기) 전 부장검사가 2년 동안 김 전 검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부는 그해 8월 김 전 부장검사를 해임했다. 김 검사 유족 측은 지난달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심의위 현안위원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전통문화와 현대미술 동시에 즐긴다, 확 달라진 인사동문화축제

    전통문화와 현대미술 동시에 즐긴다, 확 달라진 인사동문화축제

    고미술과 공예, 표구 등 전통문화 중심으로 진행돼온 서울 종로구 인사동문화축제가 현대미술 장터인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와 손잡았다. 올해로 33회를 맞이한 ‘2020 인사동문화축제’는 ‘인사동, 안목의 성장’을 주제로 오는 15~22일 문화복합몰 안녕인사동 내 센트럴뮤지엄과 인사동 문화지구 전역에서 열린다. 호텔 객실에서 미술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서울 2020’은 15~18일 인사동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는 2008년 시작해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공동 행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거리 공연 등은 최대한 줄이고 방역수칙의 준수가 가능한 소규모의 분산형, 전시형 축제로 치러진다. 가나아트, 금산갤러리, 박여숙화랑 등 국내 주요 갤러리를 비롯해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미국 등 해외 갤러리까지 총 60여개 갤러리가 참여해 작가 400여명의 작품 4000여점을 선보인다.이우환, 백남준, 김창열, 김태호, 곽덕준, 히노 고레이코 등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을 모은 ‘마스터 피스전’, 안도 다다오, 이시야마 오사무 등 일본 건축가들의 판화 작품과 강민선, 김석환, 문훈 등 국내 건축가들의 드로잉 작품을 볼 수 있는 ‘건축 판화전 및 드로잉전’이 눈길을 끈다. 가수 최백호·조영남,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등이 참여하는 특별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이태호 명지대 교수 등 명사 초청 강연도 마련됐다. 인사동 골목 터줏대감인 전통업소 상인들과 관람객이 직접 만나는 체험 행사도 다양하다. 배접, 액자만들기 등 표구 시연, 전통차·음식 체험, 도장 새기기 등이 진행된다. 인사동 노포와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동시에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축제 현장을 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 플랫폼에도 공개할 계획이다. 사단법인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신소윤 회장은 “코로나19로 대규모 행사가 어려운 형편이지만 인사동 상권을 살리고 시민들의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성공적인 축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여기는 남미] 트럭 사고로 쏟아진 돼지, 길에서 도축한 주민들

    [여기는 남미] 트럭 사고로 쏟아진 돼지, 길에서 도축한 주민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탓일까, 아니면 숨어 있던 야만적 본능인 것일까. 아르헨티나의 한 지방도시에서 주민들이 길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지방도시 필라르의 엘마난티알이라는 동네에서 돼지떼를 운반하던 트럭이 사고를 내면서 최근 일어난 사건이다. 돼지들을 짐칸에 싣고 달리던 트럭은 이 동네에서 커브를 돌다 쓰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급커브 길이었던 데다 가변 한 쪽에 물이 고여 있어 타이어가 빠지면서 기사가 차량을 통제하지 못했다. 트럭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짐칸에 갇혀 있던 돼지들은 얼떨결에 '자유'를 맞았다. 하지만 이건 자유가 아니라 죽음의 시작이었다. 돼지를 운반하던 트럭이 사고를 당해 돼지들이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달려와 필사적으로 돼지잡이에 나서면서다. 한 주민은 "누군가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 사실을 알렸고, 잠시 후 돼지를 잡으려는 주민들이 떼지어 몰려왔다"고 말했다. 밧줄을 던져 돼지를 잡는 사람, 여럿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돼지를 잡는 사람 등 길거리에서 축제처럼 돼지를 사로잡기 위해 뒤쫓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잡은 돼지를 데려가는 데도 다양한 수단이 동원됐다. 한 목격자는 "자가용 트렁크에 산 채로 돼지를 싣기도 하고, 어디에서 났는지 마트에서 쓰는 카트를 가져와 돼지를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끔찍한 길거리 도축은 이 과정에서 벌어진 야만적 행동이다. 일부 주민들은 잡은 돼지를 현장에서 잡았다. 현지 언론은 "망치로 돼지의 머리를 때려 죽은 뒤 그 자리에서 해체하는 끔찍한 일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주민은 "돼지의 머리를 잘라 그 자리에서 해체하는 걸 봤다"면서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경험한 것 같아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대가 출동해 있었다. 야만적 행위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경찰은 지켜만 볼 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 목격자는 "경찰이 먼저 도착했고, 이후 소방대까지 출동했지만 돼지를 훔쳐가는 걸 저지하거나 불법도축을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지 네티즌들 사이에선 "야만적인 행동이 경악스럽다" "우리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라는 등 주민들에 대한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사진=필라르아디아리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40년 넘은 폭력에 남편 살해…함께 한 아들 감쌌다

    40년 넘은 폭력에 남편 살해…함께 한 아들 감쌌다

    父의 어머니 폭행에 둔기로 내리친 아들아들 범행 자신이 안고 가겠다며 남편 살해국민참여재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40년 넘게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어머니. 이를 보다 못해 아버지를 때려눕힌 아들. 아들의 범행을 자신이 안고 가겠다며 어머니는 인내로 버텨왔던 긴 세월을 뒤로 하고 남편의 마지막 숨을 끊었다. 형편이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난 A(65·여)씨는 15살 때부터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 그러다 스무살 무렵이었던 1975년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은 가정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자녀들에게만큼은 불우한 가정 환경을 대물림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A씨는 참고 또 참으면서 살아갔다. 그러다 4년 전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팔이 부러지고, 심지어 손자에게까지 손찌검을 하는 남편을 보고 결국 별거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남편이 사고로 다치고,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자 A씨는 올해 4월 남편과 재결합했다. 남편은 달라지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 A씨 명의로 구입한 땅의 시세가 하락했다며 수시로 욕설을 했고 잠도 자지 못하도록 괴롭혔다. 지난 5월 12일, 울산 자택에서 남편은 술을 마시면서 또 다시 아내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아내 A씨가 요금제 2만 5000원에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한 것까지 나무라면서 화를 냈고, 급기야 목까지 졸랐다. 다툼이 신고돼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경찰관들을 돌려보냈다. 이를 알게 된 아들 B(41)씨가 집으로 왔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내에게 계속 욕설을 했고 심지어 아들이 보는 앞에서 A씨를 때리기까지 했다. 아버지를 위해 재결합한 어머니가 또 다시 눈앞에서 맞자 격분한 아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눕혔다. 이어 베란다에 있던 둔기를 가져와 아버지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이를 본 어머니는 아들의 범행을 안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저지른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A씨는 쓰러진 남편의 입에다가 염산을 부으려고 했지만 입술이 열리지 않아 실패했다. 아들이 깔때기를 만들어 어머니 옆에 놓아줬고, A씨가 이를 이용해 다시 염산을 부으려고 했지만 또 실패했다. 결국 A씨는 아들이 놓아둔 둔기로 남편 몸 여러 곳을 수 차례 내리쳤고, 남편은 사망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모든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범행 과정이 드러났고 A씨와 아들 B씨 두 사람 모두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아들 B씨에게 징역 22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배심원 9명 중 7명은 어머니 A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나머지 2명은 징역 5년의 의견을 냈다. 아들 B씨에 대해서는 4명이 징역 7년으로 다수 의견을 차지했다.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 박주영)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전제하면서도 “A씨가 40여년 동안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순종했고, 자녀와 손자 양육에 헌신한 점, 이웃들이 한결같이 불행한 가정사를 듣고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이 재판 과정 내내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참회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아들 B씨에 대해서는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패륜적인 범죄”라면서 “어머니에 앞서 아버지를 둔기로 때린 것이 이 사건 결과를 일으킨 점, 어머니가 범행하도록 조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불리한 정상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가정폭력으로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보이는 점, 우발적인 범죄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허리케인 탓에 동물농장으로 변한 멕시코 남성의 집

    허리케인 탓에 동물농장으로 변한 멕시코 남성의 집

    멕시코의 한 청년이 동물농장으로 변한 자택을 공개하며 "동물들이 굶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동물보호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리카르도 피멘텔은 허리케인 델타의 상륙을 앞둔 7일(이하 현지시간) "동물들을 대피시켰다"며 자신의 자택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허리케인을 피해 칸쿤에 있는 피멘텔의 자택으로 대피한 동물은 주인 없이 길을 떠돌던, 유기견과 유기묘, 닭, 말, 토끼, 심지어 고슴도치까지 최소한 300마리를 웃돈다. 피멘텔은 "허리케인 델타가 칸쿤에 상륙한다고 하기에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동물들을 발견하는 대로 일단 집으로 대피시켰다"며 "최소한 300마리 이상인데 얼마나 더 있는지, 어떤 동물이 더 있는지는 나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사료도 몇 자루 준비했고, 물탱크도 넉넉하게 채워놨지만 대피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형편"이라며 "동물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피멘텔은 동몰보호단체인 '애니멀 랜드'의 설립자로 칸쿤에선 이름난 동물보호운동가다. 애니멀 랜드는 주로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구조해 보호하다가 입양하는 일을 하고 있다. 허리케인 델타가 칸쿤에 상륙한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피멘텔은 긴급구조활동에 나섰다. 허리케인이 닥치면 사람 못지않게 피해를 보는 게 거리를 떠도는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피멘텔은 주민들에게 SOS를 쳤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300여 마리의 동물을 대피시키는 데 그쳤다"며 "주민 여러분도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발견하면 일단 집으로 대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적지 않은 주민들이 그의 요청에 호응, 유기동물을 대피시켰다. 하지만 걱정은 이제부터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동물들을 돌보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피멘텔은 "전례 없이 많은 동물을 한꺼번에 수용하기엔 애니멀 랜드의 (재정적) 능력에 한계가 있다"며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허리케인 델타는 7일 오전 시속 175km 강풍을 몰고 칸쿤이 위치한 킨타나로오 해안에 상륙했다. 강풍이 몰아지면서 가로수와 신호등이 쓰러지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현지 언론은 "허리케인 델타의 상륙으로 유카탄에서 킨타나로오에 이르기까지 강풍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피멘텔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씨줄날줄] 경기회복모형/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경기회복모형/전경하 논설위원

    경기는 ‘일상생활에서의 경제적 형편’을 뜻한다. 누구나 경기가 좋은 상태로만 있기를 바라지만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의 활동과 예기치 못한 충격 등과 맞물려 호황→후퇴→불황→회복→호황을 반복한다.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정부는 물론 가계와 기업이 계획을 짠다. 그래서 경기에 대한 정확한 전망이 중요하다. 호황일 때보다 불황일 때 경기가 언제 회복되느냐에 관심이 큰데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확산으로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 코로나19 초기에 전문가들은 ‘V자형 경기회복’을 예상했다. V자형은 경기가 빨리 반등해 짧은 시간 내에 회복되는 경우를 뜻한다. 그래서인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이 ‘역대급’,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통화·재정정책을 쏟아냈고 코로나19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5.1%로 급락했으나 그 다음해인 1999년 11.5%로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돼 국경봉쇄가 일어나고 세계적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V자형’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다. 대신 침체가 오래 지속된 뒤 반등할 것이라는 ‘U자형’, 침체 뒤 정책 효과 등으로 회복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를 겪은 뒤 회복되는 ‘W자형’,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L자형’ 등이 거론됐다. ‘L자형’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해당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8월 내년 세계무역이 ‘L자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 회복도 ‘L자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나이키 로고 모양, ‘J자형’ 전망도 있다. J자가 옆으로 길게 누운 듯한 나이키 로고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부문별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19 초기 모두가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이후 부유층과 전문직 등 특정 집단은 빠르게 회복하고 저소득층, 서비스업 종사자 등은 상황이 더 악화되는 ‘K자형’ 회복이다. 재택근무와 자동화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문직은 회복이 빠르지만, 현장근무가 필수인 직종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 또 경기침체는 여전한데 경기부양책으로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증시호황에 부동산가격 급등 등 자산가격 상승이 이뤄진다. 저소득층은 자산이 없어 살림살이가 쪼그라든다. 주요 국제기구가 우려한 코로나19 이전에 심화된 불평등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책이 저소득층, 취약계층에 더욱 집중돼야만 하는 까닭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돼야 정치적 안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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