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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인문학의 꽃은 저술과 번역이다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인문학의 꽃은 저술과 번역이다

    대학의 변화와 몰락, 정원 감축,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의가 분분하다. 이즈음 대학 사회는 코로나19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고를 맞이해 그 어느 시기보다도 근원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국립대학을 포함한 거의 모든 대학이 취업률과 입학 경쟁률을 기준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언제 대학 문을 닫을지 모르는 위기의식 앞에 학문의 다양성과 균형 감각, 인문학의 고유한 가치를 논하는 담론은 한가한 소리로 여겨질지 모른다. 이 글은 단지 인문학을 보호하자는 식의 주장과는 결을 달리한다. 불과 50년 사이에 출생 인구가 4분의1로 줄어드는 상황,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시점에서 보건대 대학의 혁신적인 변화는 필연적이다. 대학의 변화와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담론은 무성하지만, 정작 현실적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한 사안마저 묵인과 방조 속에서 속으로 곪아 가기도 한다. 가령 인문학 분야의 연구 업적 평가에서 저술이나 번역이 경시되는 점이 그렇다. 장기적인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저술과 번역서가 논문 한두 편에 부여되는 점수와 비슷하니 굳이 이 분야에 매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로 자연과학 분야의 평가 기준인 논문이 언젠가부터 인문학 분야마저 획일적으로 지배하면서 대학에 소속된 인문학자나 학문 후속 세대는 장기적인 차원의 저술이나 번역보다는 논문 편수 늘리기에 몰두한다.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학 연구 지원에서도 저술에 대한 지원은 극히 미미하다. 전체 지원액으로 따지면 논문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외국 대학의 인문학 분야 정년 보장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저술의 질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은 대체로 논문 편수가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저술과 꼭 필요한 번역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읽을 만한 저술과 번역이 주로 대학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일면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이 대목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존재 이유 중의 하나는 민간기업이나 연구소, 출판사에서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장기적이며 창의적 연구, 저술, 번역을 대학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그게 국민 세금이 대학에 투입되는 이유다. 대학에서 수행되는 인문학 연구가 사회와 유리된 채 단지 논문 편수 늘리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대학의 위기와 구조조정 과정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길이 마냥 호의적일 수는 없다. 일본의 학계에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아 마땅하다고 평가받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석범의 산문과 소설 중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저작이 많다. 그의 작품 세계를 면밀하게 이해하고 탐구하려면 꼭 번역돼야 할 책들이다. 한국 사회(문화)의 분석과 해석에 커다란 도움이 될 세계 문화의 고전 중에서 시간과 경제적 이유로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은 얼마나 많은가. 가령 20세기 전반의 탁월한 비평가인 발터 베냐민의 편지 전집도 아직 거의 번역되지 않았다. 논문 편수에 대한 압박 탓에 의욕적으로 쓰고 싶었던 책과 꼭 필요한 번역서를 미루는 동료 학자를 몇 번이나 목격했다. 인문학의 꽃은 저술과 번역이다. 설사 대학이 커다란 변화를 통과하더라도 의욕적인 학자에게 기꺼이 좋은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간직하게 만드는 대학의 양식, 도서관에서 양서를 읽는 게 미래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존재하는 대학의 품격은 포기할 수 없는 윤리다. 이런 희망이 없다면 저 대학의 위기와 구조조정에 대한 숱한 진단과 기사는 과연 무슨 소용일까. 앞으로 대학의 인문학은 책과 번역으로 상징되는 창의적인 사유와 지성을 온전히 품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과 고민이 누락된 대학의 구조조정과 획일적인 변화는 새로운 야만의 얼굴을 띠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 “집단면역 목표 앞당길 것… K방역 정당한 평가받아야”

    “집단면역 목표 앞당길 것… K방역 정당한 평가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19 백신 수급 논란과 관련, “아쉬움”을 피력하면서도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1월 집단면역 달성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좀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신 수급 논란에 대한 사실상 첫 유감 표현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하지만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先)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것이 우리의 형편”이라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리의 방역 상황에 맞춰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접종 속도 논란에 대한 해명을 이어 갔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집단면역으로 다가가고 있다. 집단면역이 코로나를 종식시키지 못할지라도 덜 위험한 질병으로 만들 것이고,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주요 의제로 급부상한 ‘백신 주권’에 대한 목표도 거듭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국산 백신 개발을 총력 지원하겠다”면서 “동시에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가 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3차 접종 가능성과 변이 바이러스 대비, 미성년자와 어린이 등 접종 대상의 확대, 내년에 필요한 물량까지 고려해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문 대통령 “코로나19 백신 접종, 좀 더 빨랐더라면 아쉬움”

    문 대통령 “코로나19 백신 접종, 좀 더 빨랐더라면 아쉬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백신 접종 일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기존에는 백신 도입 및 접종이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국산 백신 개발을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나라는 방역 당국의 관리 범위 안에서 통제되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백신 접종과 국산 항체 치료제가 치명률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가장 중요한 치명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면서 “정부는 선제 검사와 철저한 역학조사, 신속한 치료 등방역의 원칙과 기본을 흔들림 없이 지켜왔고, 국민들께서 경제적 피해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적극 협조해 주신 덕분에 K-방역이 지금까지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으로 일상회복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면서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백신 접종에 앞서가는 나라들과 비교도 하게 된다. 하지만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의 형편에,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리의 방역 상황에 맞추어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딘 백신 접종에 대한 불만 여론을 달래면서도 우리나락 처한 현실적인 한계를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도입과 접종은 당초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과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백신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기업들까지 힘을 보탠 전방위적 노력으로 우리 국민 두 배 분량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3차 접종의 가능성과 변이바이러스 대비, 미성년자와 어린이 등 접종대상의 확대, 내년에 필요한 물량까지 고려하여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1월 집단면역 달성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반도체 대란·철광석값 급등… 차·조선·건설업계 ‘시름의 5월’

    반도체 대란·철광석값 급등… 차·조선·건설업계 ‘시름의 5월’

    길고 긴 코로나19를 탈출한 산업계가 때아닌 보릿고개를 맞았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이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광석 값이 급등하면서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황 끝에 호황이 찾아왔는데도 급증하는 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자잿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대란에 빠진 자동차 업계는 불안한 생산을 잇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코나·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과 그랜저·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멈춘 데 이어 지난 6~7일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품귀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원격 주차, 후방 충돌 방지 등 일부 첨단 기능을 뺀 ‘마이너스 옵션’ 차량까지 내놨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장기화하고 있어 5월에도 4월 그 이상의 생산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설계 업체 ‘텔레칩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MCU’를 시범 생산했다. 3~6개월 제품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서 고객사를 확보하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선박, 철근, 가전제품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마저 크게 올라 차·조선·건설·가전 업계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일 t당 201.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50달러대에서 2개월 만에 33.3% 급등했다. 철광석이 t당 20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자연히 철강 제품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차·가전 소재인 열연강판 값은 지난 1월 말 t당 88만원에서 4월 말 110만원으로 올랐다. 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인 후판도 t당 110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후판이 100만원대를 돌파한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철근 가격도 연초 t당 70만원에서 이달 93만원까지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 정책을 펴고 있어 건설업계의 ‘철근 품귀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는 ‘수주 풍년’을 맞았음에도 철강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와의 철강 공급가 협상에선 t당 10만원 이상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성과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철강 가격 상승은 즉각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건조 수주가 쇄도해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제조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자동차 값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영준·한재희 기자 the@seoul.co.kr
  • 반도체 대란에 철광석 값 급등… ‘5월의 보릿고개’ 닥친 산업계

    반도체 대란에 철광석 값 급등… ‘5월의 보릿고개’ 닥친 산업계

    길고 긴 코로나19를 탈출한 산업계가 때아닌 보릿고개를 맞았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이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광석 값이 급등하면서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황 끝에 호황이 찾아왔는데도 급증하는 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자잿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대란에 빠진 자동차 업계는 불안한 생산을 잇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코나·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과 그랜저·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멈춘 데 이어 지난 6~7일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품귀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원격 주차, 후방 충돌 방지 등 일부 첨단 기능을 뺀 ‘마이너스 옵션’ 차량까지 내놨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장기화하고 있어 5월에도 4월 그 이상의 생산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설계 업체 ‘텔레칩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MCU’를 시범 생산했다. 3~6개월 제품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서 고객사를 확보하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선박, 철근, 가전제품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마저 크게 올라 차·조선·건설·가전 업계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일 t당 201.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50달러대에서 2개월 만에 33.3% 급등했다. 철광석이 t당 20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자연히 철강 제품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차·가전 소재인 열연강판 값은 지난 1월 말 t당 88만원에서 4월 말 110만원으로 올랐다. 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인 후판도 t당 110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후판이 100만원대를 돌파한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철근 가격도 연초 t당 70만원에서 이달 93만원까지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 정책을 펴고 있어 건설업계의 ‘철근 품귀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는 ‘수주 풍년’을 맞았음에도 철강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와의 철강 공급가 협상에선 t당 10만원 이상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성과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철강 가격 상승은 즉각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건조 수주가 쇄도해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제조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자동차 값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딸을 마지막으로 안은 것이 일년 반 전” 인도인 어버이들의 통곡

    “딸을 마지막으로 안은 것이 일년 반 전” 인도인 어버이들의 통곡

    오늘은 한국의 어버이날인데 부모 품에 안겨 웃고 있는 이 소녀는 부모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2019년 11월이다. 아버지 딜린은 7일(현지시간) 호주 상원 청문회에 나와 “막내딸의 가슴에 슬픔이 깃든 것이 보인다. 그녀는 진짜로 우리가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딸 조핸나는 다섯 살이다. 인도의 조부모 곁에서 지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호주로 귀국하지 못해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173명의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조핸나의 부모도 호주 정부가 마련해 시드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딸을 태우려 백방의 노력을 했지만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혼자서 태우는 일은 안된다고 했다. 콴타스 항공 역시 보호자가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여행을 허용하지 않았다. 부부의 유일한 선택은 전세기를 얻거나 에어인디아를 이용하는 방법 뿐이었는데 조핸나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것이 늘 걸림돌이었다. 드리샤와 딜린 부부는 인도로 돌아가 딸과 함께 지내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항공편이 형편없이 적어 모험을 감수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 호주로 돌아오지 못한 인도계 호주인이 9000명에 이르는데 딸이 포함될까봐 부부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그러다 뱅갈루루에서 시드니로 떠나는 전세기에 딸의 좌석 하나를 구했다. 개인 항공사라 미성년자가 혼자 타도 괜찮다고 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지난 6일 막내딸이 시드니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호주 정부가 인도발 모든 여객기 운항을 막아버리겠다고 발표했다. 딜린은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모든 옵션이 소진된 상태였다. 우리는 글자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희망의 빛이 뻗친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부는 상원 청문회에서도 조핸나가 타려고 했던 전세기에 7명의 다른 어린이들이 혼자 탈 예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게중에는 조핸나보다 어린 아이도 있었다. 딜린은 같은 처지의 부모들과 소셜미디어로 소통한다며 “부모들 모두를 대신해 간청하는데 동반자가 없어도 미성년 자국민들을 데려올 수 있도록 귀국 항공편이든 개인 전세기든 옵션을 고려해달라”고 청문위원들에게 말했다. 호주 외교통상부(DFAT) 고위 관리인 리넷트 우드는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 항공편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정부는 가족들과 협력해 아이들을 귀국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주재 호주 총영사인 배리 오패럴은 지난해 12월 이후 20명의 미성년자들이 동반자 없이 귀국하도록 도왔다고 청문위원들에게 말했다. 원래 조핸나 가족은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었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조부모 집에 조핸나를 데려다놓고 부부만 말레이시아로 귀국해 몇달 뒤 시드니로 이사할 준비를 할 요량이었다. 팬데믹이 덮쳐 조핸나의 말레이시아 귀국편은 취소됐다. 계속해 다른 항공편을 예약했지만 줄줄이 취소됐다. 조핸나는 아주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귀국편 자리에서 늘 다음으로 밀렸다. 조핸나의 말레이시아 비자가 만료됐다. 어쩔 수 없이 부모는 딸 없이 시드니로 이사해야 했다. 딜린은 상원 청문회에 “딸을 다시 만나면 엄청 커버렸을 것이다. 우리는 그 시간을 잃어버린 셈이며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부모로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아이의 어린 시절이다. 거의 일년 반이 돼가는데 우리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드리샤는 밤새 우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막내딸이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딸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고 좋아하는 책을 사서 선물하지만 지금 그애가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난 상상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애의 심경을 생각해보면 부모들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막막함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생후 2개월 딸 탁자에 던져”...20대 父, 과거 학대 정황도 드러나

    “생후 2개월 딸 탁자에 던져”...20대 父, 과거 학대 정황도 드러나

    檢, ‘학대 정황’ 20대 父 구속 기소생후 2개월 딸 잡고 흔들어 나무 탁자에 던져지난 3월 말~4월 초에도 학대 정황 확인母 “자꾸 울어 화가 나서 던졌다” 자백상태 호전된 딸, 최근 의식 되찾아 인천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딸을 탁자에 던져 뇌출혈을 일으킨 20대 아버지가 과거에도 딸을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7일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희경 부장검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상해 혐의로 A(27)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11시 30분쯤 인천시 부평구의 한 모텔 객실에서 생후 2개월 된 딸 B양을 학대해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B양을 잡고 강하게 흔든 다음 나무 탁자에 집어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의 보강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에도 B양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모텔 객실 내 나무 탁자에 떨어뜨린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B양의 머리 앞부분과 측면에 광범위하게 경막하 출혈이 발생했는데도 며칠 후인 지난달 12일 재차 B양을 나무 탁자에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일 심정지 상태였던 B양의 팔과 다리에는 피부가 푸른색을 띠는 청색증이, 코안에서는 출혈이 발견됐다. 모텔 객실에 없었던 A씨의 아내(22)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다가 사건 발생 엿새 전 경찰에 체포돼 구속된 상태였으며 최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긴급체포 직후 학대 혐의를 부인한 A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구속된 이후 혼자 모텔에서 두 아이를 돌보는데) 자꾸 울어 화가 나서 딸 아이를 탁자에 던졌다”고 자백했다. 다만 A씨는 아이를 아주 강하게 던지지는 않았지만, 아이 머리가 나무 탁자에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부평구 일대 모텔 여러 곳을 전전한 A씨 부부는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고, 올해 2월 한 모텔에서 B양을 출산했다. 인천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B양은 최근 의식을 되찾았으며 스스로 호흡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아졌다. 사건 발생 후 혼자 남게 된 B양의 생후 19개월 오빠는 인천 한 보육시설로 옮겨졌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길섶에서] 하피첩/서동철 논설위원

    국립민속박물관이 상설전시관을 개편하면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하피첩’(霞?帖)을 내놓았다. 강진 유배 10년째를 맞은 다산이 부인 홍씨의 헌 치마를 자른 천에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주는 당부를 적어 보낸 글묶음이다. ‘하피첩’에 적힌 가르침 중 ‘서울을 떠나지 말라’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중국은 궁벽한 시골에서도 성인이나 현인이 되는 데 장애가 없지만, 우리는 도성에서 수십리만 떨어져도 인간의 법도에 눈뜨지 못한 동네’라고 했다. 그러니 벼슬이 끊어질수록 서울에 살며 세련된 문화적 안목을 떨어뜨리지 말라고 했다. 다산은 ‘지금은 너희를 물러나 살게 하고 있지만, 훗날 계획은 도성 십리 안에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산은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지금의 남양주 마재에서 살았고,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귀양살이하는 형편에 서울에 집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두 아들이 20대 중반을 넘어선 마당에 이미 때는 늦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혼자 피식 웃었다. 오늘날 강남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것도 자식들에게 ‘세련된 문화적 안목’을 길러 주려면 이 동네에 사는 것이 첩경이라는 나에게는 없는 깨달음 때문은 아닐까 반성도 했다. 다산의 ‘깊은 뜻’은 각자 해석할밖에….
  • 코로나에 빼앗긴 ‘최소한의 일상’… 아이들에겐 돌봄이 진짜 봄

    코로나에 빼앗긴 ‘최소한의 일상’… 아이들에겐 돌봄이 진짜 봄

    코로나 이전보다 ‘나홀로 집’ 아동 늘어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 긴급돌봄 지원공백 사각지대 최소화 가이드라인 배포 아동학대·디지털성범죄 예방정보 제공대전·경기 지자체도 지역아동 안전 온힘지난해 1월 시작된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끼치는 충격은 누구 하나 예외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자라나는 새싹들, 아동에게 특히나 가혹하기만 하다. 아동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어린이집, 학교, 돌봄기관 운영이 멈추거나 제한되면서 아동들은 1년 넘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 기회 자체를 잃어버렸다. ‘아동권리의 달’인 5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3일 아동권리보장원이 0~18세 아동 7만 5096명과 보호자 8만 48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집에서 보호자 없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아동학대 사건 증가 가능성도 높아졌다. 공동체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준비 없이 활짝 열린 디지털 세상은 아동을 은밀한 범죄의 희생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은 관리하는 이들에게는 편리한 학습도구일지 몰라도 당사자들에게는 주도적인 학습과 교감을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나 학습 과정을 보조하고 관리해 줄 보호자가 있는 아동과 그렇지 못한 아동은 학습격차가 확연히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립감 증가로 인해 신체활동이 줄었고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비용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커다란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도전이 역설적으로 아동돌봄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갑작스럽게 학교와 어린이집 등 아이들이 일상을 보내는 곳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은 특히 맞벌이 가정에 공황 상태를 가져와 사회 전체가 함께 방법을 고민하게 됐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한다는 원칙 아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간 상황에서도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등 돌봄기관에서 긴급돌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조치해 아동들이 최소한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최대 90일의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유에 ‘재난 상황’을 포함시켰다. 또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를 확대하는 등 맞벌이 가정도 자녀를 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 시간 확대, 초등생 긴급돌봄 지원 인력을 확대 등 지원도 강화됐다. 아동과 관련된 종합적 복지서비스와 정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도 돌봄 지원이 절실한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2018년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던 아동복지사업 지원 기관을 통합한 공공기관으로 2019년 출범했다. 긴급하게 전개되는 코로나 확산 현황을 모니터링해 관련 아동복지시설에 정부의 방역 지침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으며 가정 내 아동학대예방법, 디지털성범죄예방법 등 코로나19 시대 아동 돌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 가정의 보호가 어려운 아동에게 긴급 돌봄을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 등에 물품 후원 등을 연계하고, 아동 복지 현장 종사자 및 감염병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지난 1월 재난상황에서의 아동보호 사각지대 발생 최소화를 위한 업무 가이드라인을 각 아동복지 시설·센터에 배포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역사회 아동 안전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대전시는 지난 4월 ‘아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목표로 한 ‘1차 아이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맞벌이 가정의 아동을 위해 저녁 시간과 주말에도 문을 여는 돌봄센터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지역사회 내 아동 돌봄 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동과 가정을 위해 학습과 급식 및 사례관리 등을 제공하고 있는 드림스타트,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들도 긴급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선숙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장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동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돌봄과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서 “아동보호 체계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어준 귀한 줄 알자”…TBS, 文정권 출범 후 광고 급증[이슈픽]

    “김어준 귀한 줄 알자”…TBS, 文정권 출범 후 광고 급증[이슈픽]

    TBS, 2017년 이후 광고 급증정청래 “김어준은 에이스 투수”“손흥민 연봉이 왜 감독보다 높나” 문재인 정권 출범 후 TBS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거둔 광고액이 급증했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3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7년 6월 1일부터 2021년 3월 말까지 부처‧지자체가 TBS에 라디오 광고를 한 광고액은 해마다 늘어났다. 文정권 출범 후 정부 광고 급증한 TBS 2017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TBS가 수주한 부처‧지자체 광고액은 6억 2600만원이었다. 2018년에는 18억 500만원을 수주했고, 2019년에는 다시 24억 1100만원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31억 8100만원이었으며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광고 수주액은 6억 7600만원이다. TBS는 “광고주 명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조 의원실은 각 부처에 자료를 요구해 취합한 결과 해당 기간 일부 부처의 광고 집행액이 지나치게 TBS에 쏠려있었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해당 기간 라디오 광고액은 총 3억 900만원이었는데, 이 중 73.2%인 2억 2600만원을 TBS에 집행했다. 법제처는 42%, 국민권익위원회 37%, 보건복지부 21% 순이었다.정청래 “김어준이 TBS 먹여살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BS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의 고액 출연료 논란에 대해 “뉴스공장이 교통방송(TBS)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김어준 쫓아내기 방법을 가르쳐주마’라는 글을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씨의 출연료를 개그맨 유재석의 출연료,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의 연봉과 비교하며 “김어준에 대한 공격이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까 결국 추접스럽게 출연료를 갖고 물고 늘어진다. 처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에 대해 “KBS도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로 운영된다. KBS 출연료도 능력에 따라 출연료를 결정한다”며 “국가 공무원도 월급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김어준의 출연료가 TBS 사장이나 다른 진행자보다 높다는 주장에 대해 “‘손흥민 연봉이 왜 감독보다 높냐’, ‘똑같은 진행자인데 왜 유재석은 누구의 10배를 받고 있냐’는 것과 같다”며 “수요와 공급의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부정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김어준이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은 라디오 청취율 부동의 압도적 1위이고 당연히 이로 인해 광고수입의 톡톡한 효자가 됐다”며 “야구로 치면 김어준은 라디오 업계의 국내 MVP 투수다. 김어준의 출연료가 안 높으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했다.이어 “뉴스공장이 교통방송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김어준은 프로다. 에이스 투수고 에이스 골게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마무리 그가 미워도 방송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그를 내쫓을 방법이 없다. 방송법상 그렇고 독립 재단의 규정상 그렇다”며 “김어준을 쫓아낼 묘수는 있다. 그가 방송사고를 일으키거나 그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거나 청취율이 폭망해서 청취율 대비 출연료 가성비가 형편없이 떨어지면 그도 어쩔 수 없이 퇴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그의 퇴출을 원한다면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과 함께 뉴스공장 청취율 떨어뜨리기 캠페인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막을 방법은 없다.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맞게 그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현명한 대응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김어준 귀한 줄 알자. 김어준 계속해”라며 “이건 언론탄압”이라고 글을 마쳤다.한편 TBS의 출연료 지급 등에 관한 의혹이 불거지자 감사권을 가진 서울시 감사위원장은 TBS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윤재 감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출석해 “언론보도나 시의회에서 의원들의 지적, 공익 제보 등이 있으면 감사위원회가 (산하기관 등에 대한) 특정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감사원에서 이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자칫 중복감사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지켜봐 가면서 필요성이 있다면 (TBS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메갈리아 손모양에 ‘허버허버’ 자막…1박2일 남성혐오 논란

    메갈리아 손모양에 ‘허버허버’ 자막…1박2일 남성혐오 논란

    지난 2일 방송된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남성혐오 논란에 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1박2일’의 제작진이 붙이는 자막에 페미니즘 사이트 메갈리아의 손 모양과 남성혐오 단어로 여겨지는 ‘허버허버’가 등장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메갈리아는 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 돌려준다는 ‘미러링’을 운동 전략으로 사용해 주목받았는데 극우 사이트 ‘일베’처럼 특정한 손가락 모양으로 이용자들끼리 인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박2일’의 자막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손가락 모양이 메갈리아의 로고에 등장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 손모양은 편의점 GS25의 광고포스터와 경찰의 홍보물에도 등장했다는 논란을 낳았다.GS25 측은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남성 소비자들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경찰청도 취지와 다른 오해를 낳았다며 해당 포스터를 수정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1박2일’ 자막에 등장한 ‘허버허버’란 단어에 대해서는 남성 혐오적이냐 아니냐를 두고 여러 논란이 있다. 단어의 유래는 전라도 사투리인 ‘허벌나게’를 변형해서 급하게 먹는 소리나 허둥지둥 급하게 무엇인가를 하는 행위를 표현한 인터넷 신조어로 여겨진다. ‘1박2일’에서는 출연진들이 야외 바닷가에서 음식을 먹으려 하는데 갈매기가 날아들자 김종민씨가 갈매기를 급하게 쫓으며 음식을 먹으려는 상황을 묘사하는데 ‘허버허버’가 사용됐다.지난 4월 7일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20대 여성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인 이후 젠더 갈등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안티 페미니즘 논쟁을 벌이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나보고 남성 페미니스트라 그러는데, 솔직히 페미니즘이 뭔지 잘 모르고 페미니스트란 명칭을 사양한다”면서 “내가 페미니스트의 편을 든다면, 그것은 그저 페미니스트와 안티페미니스트의 얘기를 각각 들어봤을 때 논리적으로 페미니즘 쪽의 주장이 합당하고, 안티페미니즘의 주장들은 형편없다는 판단에서 취하는 태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민주당의 보궐선거 패배 이유를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하다 나온 결과”라고 진단했는데,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질 나쁜 포퓰리즘이자 안티 페미니즘이라고 비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이재명 “해외박사가 초보적 오류” vs 윤희숙 “포퓰리스트 정치가”

    이재명 “해외박사가 초보적 오류” vs 윤희숙 “포퓰리스트 정치가”

    ‘차등벌금’을 놓고 설전을 벌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기본소득을 놓고도 논쟁을 벌였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재산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재산비례 차등 벌금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를 놓고 윤희숙 의원은 이를 시행 중인 일부 국가들은 재산이 아닌 소득에 따라 벌금을 매긴다며 이재명 지사가 의도적으로 벌금 기준을 소득에서 재산으로 언급한 것은 아닌지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재산과 소득과 관계없이 국가 차원에서 일정액을 지급하자고(기본소득) 해놓고, 왜 벌금은 차등이냐. 하려면 재산이 아니라 소득에 따라 벌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따졌다. 이재명 지사는 “공정벌금이라고 하자”며 이쯤에서 논쟁을 멈추자고 했지만, 윤희숙 의원은 “선별복지는 절대 반대하면서 선별벌금은 왜 공정하다고 하느냐”며 또다시 공세에 나섰다. 그러자 이재명 지사는 지난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공정벌금’을 두고 연일 비판을 이어가더니 급기야 실질적 공정을 위한 ‘공정벌금’의 차등적 특성을 기본소득의 보편성과 비교하며 ‘기본소득이 공정하지 않음을 고백했다’는 ‘삭족적리’(발을 깎아 신발에 맞추다)식 해석을 내놨다”고 맞받아쳤다. 또 “해외유학 경력에 박사학위까지 지닌 뛰어난 역량의 경제전문가가 있는 국민의힘에서는 왜 이런 초보적 오류를 범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인 윤희숙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실력 없이 상대의 실수·실패를 기다리며 요행만 바라는 ‘손님실수정치’는 그만할 때도 됐다”고 했다. 이에 윤희숙 의원은 1일 “‘벌금액을 개인 형편에 따라 달리해야 공정’이라면서 현금지원에서는 왜 ‘형편을 무시하고 동일액수를 지원해야 공정’한지 설명해야지 답을 피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지사에 반론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재명 지사의 실수를 기다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해외유학에 박사학위’를 불필요하게 언급하시는 건 ‘전문가에 대한 반감을 조장해 연명하는 포퓰리스트 정치가’라는 의심을 스스로 증명할 뿐이며 이는 싸구려 정치”라고 맹비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장충동 족발 맛의 원조… ‘뚱뚱이 할머니’ 전숙열씨 별세

    장충동 족발 맛의 원조… ‘뚱뚱이 할머니’ 전숙열씨 별세

    서울 중구 장충동 족발골목에서 가장 먼저 족발을 판매한 가게 ‘뚱뚱이할머니집’ 창업자인 전숙열씨가 지난달 12일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29일 뒤늦게 알려졌다. 평안북도 남서쪽 해안에 있는 곽산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제강점기인 1943년 서울에 와서 14년 뒤인 1957년 장충동에서 식당 ‘평안도’를 차려 녹두빈대떡을 주로 팔았다. 이후 술안주를 찾는 손님들의 요구에 맞춰 돼지족발을 개발했다고 한다. 가업을 이은 손녀 김문주·송현씨 자매는 “할머니가 이북에 계실 때 할머니의 어머니가 된장으로 해 주던 요리가 생각나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고인이 만든 돼지족발은 입소문을 탔고, 이후 장충동에 족발집들이 줄줄이 들어서며 1970년대부터 족발골목을 형성했다. 서울시는 2013년 족발집들이 밀집한 장충동 거리를 보존 필요성이 있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고인이 ‘뚱뚱이할머니집’이라는 상호명을 쓰기 시작한 때는 1968년이다. 1990년 12월 며느리가 2대 사장이 돼 30년째 운영해 왔고, 현재는 손녀들이 운영해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가게를 ‘백년가게’로 지정하기도 했다. 고인은 단골손님들이 붙여 준 별명인 ‘뚱뚱이’처럼 인심도 후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코끼리 숨 끊어질 때까지 탕 탕 탕 탕! NRA 수장의 잔인한 사냥

    코끼리 숨 끊어질 때까지 탕 탕 탕 탕! NRA 수장의 잔인한 사냥

    초원을 거닐던 아프리카코끼리 한 마리가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 남성이 첫 번째 총을 발사했다. 코끼리가 쓰러진 채 숨이 끊기지 않자 이 남자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코끼리에게 가까이 다가가 두 번째 방아쇠를 당겼다. 그래도 코끼리가 죽지 않자 이번에는 가이드가 코끼리 귀를 들어주며 여기를 쏘라고 알려줬다. 남자는 두 차례 더 방아쇠를 당겼는데 가이드가 일러준 곳을 맞히지 못했다. 형편없는 그의 사격 솜씨 때문에 코끼리의 숨이 끊어지지 않자 결국 가이드가 총을 발사해 이 잔인한 사냥은 끝났다. 2013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웃픈’ 것은 남자의 사격 실력이 형편 없어 코끼리가 숨을 거둘 때까지 더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는 웨인 라피에르 미국총기협회(NRA)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였다. 그 일년 전 샌디후크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26명이 숨졌을 때 나중에 유명해진 말을 남겼다. “나쁜 녀석이 총을 못 갖게 하려면 좋은 녀석이 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국 국민들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츠와나로 건너가 엉터리 사격 실력 때문에 애꿎은 코끼리만 괴롭혔던 것이다. 며칠 뒤에는 그의 부인 수전도 같은 가이드와 함께 총으로 다른 코끼리를 사냥했다. 그녀는 가이드가 세워둔 삼각대 위에 소총을 올려놓고 발사해 두 번 만에 끝냈다. 가이드가 일러준 곳을 정확히 맞혔다. 남편보다 실력이 낫다는 말을 들을 만했다. 수전은 가이드의 조언대로 죽은 코끼리의 꼬리를 잘라낸 뒤 허공에 들어올리며 외친다. “빅토리!”원래 이 동영상은 NRA를 홍보하기 위해 전문 프로덕션까지 데려가 만들었으나 여론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 8년 동안 숨겨왔다. 라피에르의 형편없는 사격 실력이 들통나는 것이 창피했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주간 뉴요커, 잡지와 파트너십을 맺고 총기 문제를 추적하는 매체 트레이스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하는 바람에 미국 여론을 들쑤셔 놓았다. 그렇잖아도 미국에선 최근 반복된 총격 사건으로 인명 피해가 늘면서 총기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던 차라 비난이 집중됐다. 시민단체 ‘휴먼 소사이어티’는 성명을 내고 “라피에르의 코끼리 살육은 역겨운 일”이라며 “당시는 코끼리 밀렵 우려가 높아지고, 밀렵 산업의 잔혹성이 문제가 되던 때였다”고 비판했다고 ABC 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닳고 닳은 NRA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버텼다. 홍보 담당자는 “당시 사냥은 전면 허가된 것이며, 모든 규정과 규칙을 따랐다”면서 “이런 사냥은 보츠와나 주민에게 도움이 되며, 경제와 문화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제의 영상은 사냥 경험을 불완전하게 묘사했으며, 이런 활동이 현지 공동체와 주민에게 여러 측면에서 보탬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참 뻔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라피에르가 사냥한 시점에 보츠와나는 코끼리 사냥을 허용해 당시 이들이 벌인 짓이 불법은 아니었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당시에는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나 연초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에 포함됐다. 보츠와나는 지금도 13만 마리의 코끼리가 살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한다. 2014년 코끼리 사냥을 금지했다가 2019년 5월 다시 풀었지만 지난해 다시 정부는 사냥 허가증을 입찰시키는 쪽으로 제한을 가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장충동 ‘뚱뚱이 족발’ 전숙열 할머니 93세에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장충동 ‘뚱뚱이 족발’ 전숙열 할머니 93세에

    서울 중구 장충동 족발골목의 1세대 ‘뚱뚱이할머니집’의 창업자 전숙열 할머니가 지난달 12일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연합뉴스가 29일 전했다. 2010년 9월 한겨레 21이 당시만 해도 오전 10시에 나와 오후 5시까지 가게 카운터를 지켰던 할머니와 인터뷰한 내용을 버무려 전한다.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평안북도 곽산 출신으로, 만주로 넘어갔다가 어머니와 함께 1943년 서울에 왔다. 어머니는 1948년 북으로 돌아간 뒤 영영 소식이 끊겼다. 전 할머니는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가 옷 장사를 하며 처음 돈을 만졌다. 모은 돈으로 ‘함경도’란 옥호의 이북 음식점을 장충동에 열었다. 어떻게 경찰 일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정도로 착하기만 한 남편 대신이었다. 평북 출신인 할머니가 왜 이런 옥호를 붙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당시 장충동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적산가옥이 많이 비어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자리 잡았다. 지금도 장충동 일대엔 평양냉면 등 이북 음식을 파는 가게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약수동까지 넓혀졌음은 물론이다. 전씨는 1957년 ‘함경도’를 개업했는데 지금의 신세계건설 빌딩 자리인 꽃밭에 ‘하꼬방’ 건물이었다. 처음에는 빈대떡을 주로 팔다가 술안주를 찾는 손님들의 성화에 돼지족발을 개발했다고 한다. 가업을 이은 손녀 김문주·송현씨 자매는 “할머니가 이북에 계실 때 할머니의 어머니가 된장으로 해주던 요리가 생각나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다”며 “당시 돼지 다리가 저렴해 할머니 나름대로 된장이 아닌 간장으로 간을 해서 족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간장으로 간을 한 것은 물만 붓고 삶으니 심심해서였고 졸일수록 감칠 맛이 생겨서였다. 이북 돼지족발 맛을 되살려 내놓은 안주는 입소문을 탔다. 그 뒤 족발집들이 줄줄이 들어서며 ‘장충동 족발골목’을 형성했다. 가장 많을 때는 열다섯 집 정도였단다. 1963년 장충체육관이 문을 연 뒤 레슬링·복싱·농구 등 당시 인기 스포츠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이 골목을 찾으며 더욱 유명해졌다.‘함경도집’은 같은 평안도 출신에게 넘기고 전 할머니는 새로 건물을 얻어 단골손님들이 붙여준 별명을 따 ‘뚱뚱이 아줌마집’을 열었다. 가게 위치는 여러 번 바뀌다가 1983년 장충동에 정착했다. 연합뉴스는 현재의 상호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68년이라고 했지만, 한겨레 21은 할머니가 환갑을 넘긴 무렵이라고 다르게 전했다. 1990년 12월 두 며느리가 2대 사장이 돼 30년째 운영해왔고 현재는 손녀들이 이어받았다. 할머니는 ‘논다 대학’을 나온 아들들 대신 며느리들에게 가게를 물려줬다고 했다. 할머니는 마흔 살에 착한 남편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낸 뒤 세 아들과 두 딸을 키워냈다. TV의 음식 프로그램에도 자주 소개됐다. 방송에서는 가게의 자랑인 수십 년 된 육수를 새롭게 창업을 희망하는 출연자에게 공짜로 나눠줬다. 그는 “오래된 국물을 써야 지금과 같은 색과 맛이 나온다”며 천연재료만으로 족발을 삶고 국물이 부족해지면 물과 간장을 넣어 다시 졸이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손녀 김문주씨는 “방송 이후에도 여러 사람이 육수를 나눠달라고 찾아와 할머니가 다 나눠드렸다”며 “하지만 맛을 유지하는 곳이 없어 어느 순간부터는 중단했다”고 말했다. 전 할머니는 인심도 후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도 했다고 한다. 명절에도 꼭 가게를 연 이유도 “나처럼 고향 없는 사람도 명절에 밥 먹을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소신에서였다고 김씨는 전했다.장충동 골목은 서울시에 의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뚱뚱이할머니집은 지난 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하는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중기부는 가게 특징을 “족발은 물론이고 상차림에 나가는 된장까지 직접 메주를 띄워 제조하는 등 전통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북도민작가 이동현씨에 따르면 장충동에 맨처음 문을 연 족발 가게는 ‘장충동 할머니집’이다. ‘뚱뚱이할머니집’ 바로 옆자리다. 전박숙 할머니가 1991년 작고한 뒤 아들 임철웅씨가 ‘가업(家業)’을 이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美·EU, 중러産 백신 접종자 입국 규제… 백신도 ‘블록화’하나

    美·EU, 중러産 백신 접종자 입국 규제… 백신도 ‘블록화’하나

    중국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호주인 해나는 며칠 뒤 상하이 외국인 접종소에서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 그런데 호주 정부가 백신여권(감염병 백신을 맞은 이들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하는 증명서)을 위해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미국)와 아스트라제네카(영국)뿐이다. 중국과 최악의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시노백 제품을 인정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는 “중국산 백신을 접종해도 다른 나라로 가려면 2주 격리를 피할 수 없다. 의사와 상의해 외국산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각국이 백신여권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백신을 인정하지 않아 ‘블록화’ 조짐이 생겨나고 있다. ‘어느 나라가 만든 백신을 맞았느냐’에 따라 격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국가가 갈리는 것이다. 전 세계가 ‘미국·유럽연합(EU) 진영’과 ‘중국·러시아 진영’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정부가 감염병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스푸트니크V(러시아) 도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25일 기준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환자는 1430만명, 사망자는 40만명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브라질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는 러시아 백신을 포기한 것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다. 올해 1월 미 보건복지부(HHS)는 연례보고서에서 “브라질에 ‘러시아 백신 도입을 거부하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백신외교’를 명분 삼아 활개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스푸트니크V 측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브라질에 우리 제품 구매를 포기하라고 강요했다. 이는 지극히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25일 NYT 인터뷰에서 “EU가 승인한 백신을 접종한 이들은 조만간 격리 없이 역내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인정한 백신에 중국·러시아 백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자국 백신을 무시하는 미국·유럽에 문을 열어 줄 리 만무하다. 문제는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백신을 골라서 맞을 형편이 못 된다는 데 있다. 미국·유럽산 백신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보니 개도국에서는 중국·러시아산 백신이 유일한 대안이다. 시노백이나 스푸트니크V를 맞은 이들이 유럽으로 가려면 ‘2주간 격리’라는 차별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미중 신냉전이 사실상 백신 선택권이 없는 전 세계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니컬러스 토머스 홍콩시립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백신 채택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분열은 의학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미중 갈등에서 기인한) 민족주의 때문”이라며 “이러한 차별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연장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중·러 백신 맞으면 미국·유럽 못 들어가나’…전 세계 백신 블록화 우려

    ‘중·러 백신 맞으면 미국·유럽 못 들어가나’…전 세계 백신 블록화 우려

    중국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호주인 해나는 며칠 뒤 상하이 외국인 접종소에서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 그런데 호주 정부가 백신여권(감염병 백신을 맞은 이들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하는 증명서)을 위해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미국)와 아스트라제네카(영국)뿐이다. 중국과 최악의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시노백 제품을 인정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는 “중국산 백신을 접종해도 다른 나라로 가려면 2주 격리를 피할 수 없다. 의사와 상의해 외국산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각국이 백신여권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백신을 인정하지 않아 ‘블록화’ 조짐이 생겨나고 있다. ‘어느 나라가 만든 백신을 맞았느냐’에 따라 격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국가가 갈리는 것이다. 전 세계가 ‘미국·유럽연합(EU) 진영’과 ‘중국·러시아 진영’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정부가 감염병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스푸트니크V(러시아) 도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25일 기준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환자는 1430만명, 사망자는 40만명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브라질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는 러시아 백신을 포기한 것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다. 올해 1월 미 보건복지부(HHS)는 연례보고서에서 “브라질에 ‘러시아 백신 도입을 거부하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백신외교’를 명분 삼아 활개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스푸트니크V 측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브라질에 우리 제품 구매를 포기하라고 강요했다. 이는 지극히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25일 NYT 인터뷰에서 “EU가 승인한 백신을 접종한 이들은 조만간 격리 없이 역내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인정한 백신에 중국·러시아 백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자국 백신을 무시하는 미국·유럽에 문을 열어 줄 리 만무하다. 문제는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백신을 골라서 맞을 형편이 못 된다는 데 있다. 미국·유럽산 백신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보니 개도국에서는 중국·러시아산 백신이 유일한 대안이다. 시노백이나 스푸트니크V를 맞은 이들이 유럽으로 가려면 ‘2주간 격리’라는 차별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미중 신냉전이 사실상 백신 선택권이 없는 전 세계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니컬러스 토머스 홍콩시립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백신 채택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분열은 의학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미중 갈등에서 기인한) 민족주의 때문”이라며 “이러한 차별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연장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서울광장] 삼류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삼류 지도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프랑스 정치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은 머리도 좋고 정직하기까지 한 좌파는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무능 좌파’라는 오래된 유럽발 언표가 우리 현실에도 자꾸 들러붙는 느낌이다. 재보궐선거로 잠시 돌아가 보자. 여당 수뇌부는 “샤이 진보가 움직이고 있으니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외쳤다. 진보라 말하기 부끄러워 지지자들이 숨었다는데 그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들이 창피한 줄 모르고 “샤이 진보”라 큰소리쳤다. 제 입으로 자기부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그들은 몰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내로남불, 무능, 위선이라는 단어를 쓰면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므로 선거법 위반이라 했다. 그 단어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것이라고 선관위가 대놓고 유권해석했던 셈이다. 든든해하는 민주당 반응은 블랙코미디의 소재가 됨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한몫을 했다. 세간 평가가 그렇다. 주민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거나, 신영복의 책을 오브제로 올린 책상에 엎드려서 쪽잠 자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파란색에 투표하라는 고릿적 색깔론 소동도 일으켰다. 의정 홍보에 무슨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든 개인 자유다. 문제는 최소한의 품격 정치 면모는 갖추려 노력해 줘야 한다는 대목이다. 그것은 정치 연습생을 세비까지 두둑히 챙겨 주면서 지켜봐야 하는 유권자에 대한 기본 예의다. 청와대 대변인 때는 “재정을 곳간에 쌓아 두면 썩는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 있다. 그때 쏟아졌던 질책이 “어떤 경제이론에 그런 재정 사용법이 나오느냐. 제발 공부하라”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억울할지 몰라도 그렇게 비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맥락 없는 감성과 이미지에 기대는 정치 기법부터 배우지 말았으면 한다. 실력 없음을 굴절시켜 되레 더 형편없이 밑천을 들킬 수 있다. 여당에는 고 의원 같은 초선 의원이 무려 81명이다. 따지자면 그들 처지는 딱하다. 정치의 품질과 기량을 보고 배울 준거집단이 주변에 없다. 재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을 자성하자고 바른말 꺼낸 초선들은 초장에 박살이 났다. 강성 친문의 비이성적 공격을 막아 주는 바람막이 ‘선배’가 하나 없다. 대권 잡겠다는 이들마저 문파 심기를 건드릴까 쩔쩔맨다. ‘상왕’ 이해찬 전 대표는 어떤가. 정계 은퇴 이후 친정권 방송인의 유튜브에 나와 여당에 훈수를 두는 언어들은 칠순 원로의 것으로 믿기 힘들 때가 많다. 정책 능력의 담지자는 안 보이고 정치 기술자만 득세하고 있다. 판단 빠른 초선일수록 강성 지지자들과 교감하는 기술 습득에만 매달린다. 존재감을 시시각각 외부에서 찾아야 하니 자기 공부를 축적할 틈도 그럴 이유도 없다. 명예훼손 피고인인 의원(최강욱)이 명예 관련 범죄는 친고죄만 적용되도록 제 손으로 법안을 만들면, 지향이 비슷한 초선들(김남국 황운하 김의겸 등)이 공동 발의자가 돼 준다. 대표 발의자가 달라질 뿐 법안에 품앗이로 이름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위성정당 금배지를 가까스로 단 김의겸 의원은 언론개혁부터 외친다. 기자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하루아침에 직행했던 자신의 동선에 뒷말이 여전한데, 놀라운 일이다. 검찰개혁, 언론개혁이라는 상징자본만 과시하면 고정 지지층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이들은 간파하고 있다. 고민 없는 정치 행태가 의회 정치의 수준을 크게 훼손하는 중이다.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는 “어떤 대중운동이 개인 이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몰리는 단계에 이르면 그것은 운동이 아니라 ‘사업’이 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권의 586 운동권 권력이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그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민주유공자 예우법을 셀프 발의했다가 철회했다. 호퍼의 정의대로라면 민주화운동은 ‘비즈니스’가 되고 말았다. 이런 단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히틀러조차 경고의 말을 남겼다. “지난날 함께했던 투사들이 그것이 예전의 그 운동이 맞는지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이 됐을 때. 그 운동의 사명은 끝난 것”이라고.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함께 지켰던 시민들을 좌절시켰다. 그러고도 누구 한 사람 변명도 해명도 없다. 진보 철학자인 최진석 명예교수가 여당 초선들 강연에서 “생각이 과거에 갇혀 정신승리에 빠졌다”고 586 권력을 작심 비판했다. 거기에도 누구 한 사람 강변하지 못한다. 책임윤리도 논리도 철학도 역대급으로 빈약한 정치 집단이 됐는지 의구심이 든다. 초선들이 어디서 자극을 받고 무엇을 배울 수 있겠나. sjh@seoul.co.kr
  • ‘5전 6기’ 끝에 간호사 된 이주여성… “육아 도맡은 남편 응원 덕분”

    ‘5전 6기’ 끝에 간호사 된 이주여성… “육아 도맡은 남편 응원 덕분”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이 없었으면 결코 꿈을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여성이 5전 6기 끝에 간호사 시험에 합격, 남원의료원 정규직으로 채용돼 27일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탁현진(오른쪽·36·전북 남원)씨. 탁씨는 2006년 5월 남원시 환경미화원 유영현(왼쪽·57)씨와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에 먼저 온 친척 언니가 유씨에게 사진을 보여 주고 소개한 게 인연이 됐다. “처음에는 한국어가 서툰 데다 음식과 기후 등 모든 게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오직 남편 한 사람만 믿고 의지해야 했지요.” 탁씨는 우선 남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부지런한 천성 덕에 곧바로 한국생활에 적응한 탁씨는 1남 1녀를 낳았다.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남편이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포기했던 공부를 뒤늦게라도 계속할 것을 권유했다. 베트남에서 중학교만 졸업한 탁씨는 만학도로 2012년 오수미래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해 전주비전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친동생이 어릴 때부터 천식과 감기로 고생해 의학과 간호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남편이 아이들의 양육을 도맡아하며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했다. 탁씨가 대학 기숙사에 머물렀기에 어린 자식들 키우는 게 오롯이 남편 몫이었지만 불평 한마디 없었다. 탁씨의 낙방 요인이 실력이 아닌 언어장벽 때문이라는 것을 안 대학 동기와 마을 주민들도 한글을 가르쳐 주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탁씨는 지난해 2월 여섯 번째 도전한 끝에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지난달 남원의료원 간호사(보건직 8급)로 채용돼 코로나 병동에서 일한다. 결혼 이주여성이 간호사가 된 것은 전북에서 처음이고 전국에서는 두 번째로 알려졌다. 어느덧 한국 생활 16년차인 탁씨는 “한국말에 어려움을 겪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통역에도 힘쓰는 친절한 간호사가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원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이정인 서울시의원 “사회복지법인·산하시설에 대한 종합적 관리·감독 필요”

    이정인 서울시의원 “사회복지법인·산하시설에 대한 종합적 관리·감독 필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정인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파5)은 지난 23일 제300회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지정책실 업무보고에서 장애인 관련 사회복지법인과 산하시설에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불법운영과 인권유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안일한 행정처분 ▲비정기적이고 전문성 부족한 관리·감독체계 ▲자치구를 총괄하는 일관성 있는 관리·감독 시스템 부재를 지적하고, 서울시에 개선을 요구했다. 최근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제출한 행정처분 자료에 따르면, A 법인과 산하시설은 직원을 허위 채용해 급여를 지급하거나 보조금으로 시설장 배우자의 여행경비를 지급하고, 비지정 후원금을 법인의 부채상환금으로 지급하는 등 수년 동안 불법적인 시설운영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B 법인과 산하시설은 판매가 금지된 후원물품을 팔아 법인 수익금으로 유용하고, 비지정 후원금을 목적 외 사용하는 등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보조금 반납 및 추징금액이 수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서울시는 이들 법인에 대해 개선명령을 하고도 몇 년이 지나도록 A 법인 1억 8천여만 원과 B 법인 8천만 원에 대해 환수조차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심지어 C 법인의 산하시설은 반년동안 지방계약법을 위반한 39건의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기타 탈법적 경영으로 30여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도 법인의 책임 있는 자세는 고사하고 서울시의 강력한 제재조차 없는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법인의 허술한 운영 속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인권침해 문제가 매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인권위원회 합동 조사 결과 심각한 학대 행위가 드러난 ‘루디아의 집’이 작년에 시설폐쇄 조치된 바 있다. 올해에도 B 법인 산하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피해장애인을 25회 발로 찬 짐볼을 몸에 맞춰 가격하고, 30분 이상 기립기에 결박하거나 피해장애인의 목을 잡고 강제로 물을 먹이며 머리를 폭행하는 등 충격적인 학대 사건이 발생해 현재 경찰 수사 중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어 세간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 의원은 구속력 약한 행정처분이 법인과 시설에서 비리와 인권침해가 만성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담당자는 잦은 인사교체로 사회복지현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법인과 시설을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의원은 “일부 법인들의 잘못된 행태를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아닌 사전에 지도·감독하기 위한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서울시에서 조직과 시스템 개편을 포함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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