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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노동당 전원회의 주재...‘국제정세 대응 방향’ 논의 예고

    김정은, 노동당 전원회의 주재...‘국제정세 대응 방향’ 논의 예고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전원회의를 열어 식량 문제를 논의하고, 국제 정세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6월 15일에 열렸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 총비서는 식량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반사회주의 극복 등을 언급했다. 김 총비서는 “현재 우리 앞에 가로놓인 여러 가지 애로와 난관으로 인해 국가 계획과 정책적 과업들을 수행하는 과정에 일련의 편향들도 산생됐다”며 특히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사를 잘 짓는 것은 현시기 인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다그치기 위해 우리 당과 국가가 최중대시하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전투적 과업”이라며 “전당적, 전 국가적 힘을 농사에 총집중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적극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지난해 북한은 홍수와 태풍으로 식량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식량 부족분이 최대 130만t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총비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는 “인민들의 식의주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의 장기화”라며 “경제지도기관들이 비상 방역이라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 그에 맞게 경제사업을 치밀하게 조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대미·대남정책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전원회의 안건으로 “현 국제정세에 대한 분석과 우리 당의 대응 방향에 관한 문제”를 언급해 이어지는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 주요 국가정책들의 상반년도 집행 정형 총화와 대책 ▲ 올해 농사에 힘을 총 집중할 데 대한 문제 ▲ 비상방역상황의 장기성에 철저히 대비할 데 대한 문제 ▲ 인민 생활을 안정 향상시키며 당의 육아 정책을 개선 강화할 데 대한 문제 ▲ 조직 문제가 주요 의정으로 상정됐다. 통신은 “2021년도 당과 국가의 주요 정책집행 정형을 중간 총화하고 경제사업과 인민 생활에 절실한 현안들에 대한 해결대책을 수립하며 조성된 정세에 맞게 국가적인 중대 사업들을 강력하고 정확히 추진하는 문제를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 이번 전원회의를 소집했다”고 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술주정 아빠 방임에 축구 영재 B군은 어찌됐나

    술주정 아빠 방임에 축구 영재 B군은 어찌됐나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무기력한 엄마, 야간 근무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아빠와 함께 살던 A남매는 방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집안엔 쓰레기가 가득했다. 남매는 어린이집도 다니지 못해 발달 상황 전반이 지체됐다. #B군은 축구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엄마와 이혼한 아빠는 매일 술을 마시느라 자식들을 돌보지 않았다. B군은 영양 결핍이 심했고, 다른 형제들은 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할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아동복지 사각지대를 없애 모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출발한 서울 노원구의 ‘드림스타트’ 사업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드림스타트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가족에게 건강, 교육, 문화, 복지 등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방임이나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계층 아동에 대해 예방·밀착형 통합 사례 관리를 통해 모든 아동이 공평한 출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이 사업 취지다. 구는 지난 10년 간 드림스타트 사업으로 아동 1800여명에게 통합 사례관리를 제공했으며,맞춤형 통합 서비스도 3000여건 제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에는 아동 통합 사례관리 380명 등 5개 필수 서비스와 18개 맞춤 서비스를 통해 3006명을 지원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양육환경이 더 열악해지기 쉬운 취약계층 아동 보호를 위해 코로나 이전보다 사례관리 방문 횟수를 오히려 늘리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A남매의 경우,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사 6명이 투입돼, 어린이집 등하원 지도, 영양과 건강 관리, 병원 진료, 부모 교육과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부모 방임이 계속돼 남매는 부모 동의 하에 안전한 시설로 옮겨졌다. 구는 남매의 건강과 발달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앞으로 남매가 부모와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구는 시설을 통해 소통과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드림스타트는 B군이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체육 전문학교 진학과 기숙사 입학을 도왔다. 구는 지역 내 여러 기관과 협업해 축구선수의 꿈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 6월 중계동 한 아파트단지 내 가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드림스타트는 2017년 노원아동복지관이 건립되며 지금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사업은 그 뒤 지금까지 구 아동복지 사업의 핵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올해구는 드림스타트에 지난해보다 6800만원 증가한 4억 7600만원 예산을 투입해 아동발달 영역별 필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초학습교실, 드림멘토링 등 13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드림스타트 사업은 2013년 보건복지 행정 대상 수상 뒤 2014년, 2015년, 2018년, 2020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구는 드림스타트 10년 간의 성과를 담은 보고회를 오는 18일 오후 2시 구청 소강당에서 연다. 보고회에선 드림스타트를 통해 지역 지원을 받아 피아노 영재로서 꿈을 이룬 학생의 연주 영상이 축하 공연 대신 상영될 예정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드림스타트의 지난 10년은 지역사회가 함께 일군 값진 성과”라며 “앞으로도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나 프로그램 운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아동과 그 가정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여기는 중국] 아내 품에 안고 아파트서 투신한 30대 남편…자녀 남기고 왜?

    [여기는 중국] 아내 품에 안고 아파트서 투신한 30대 남편…자녀 남기고 왜?

    아내의 도박 빚에 고통을 호소하던 남편이 결국 고층 아파트서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투신 당시 남편의 품에는 도박장을 전전했던 아내가 안긴 상태였다. 쓰촨성 이빈시에 거주했던 남편 류 모 씨(32)와 아내 주 모 씨(30)는 사건이 있었던 지난 10일 밤 9시, 아파트 16층에서 투신 후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부부는 원래 전통 시장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30대 부부였다. 굴착기 운전기능사였던 남편 류 씨는 아내의 분식점이 번창하자 본업을 그만두고 가게 운영에 뛰어들었다. 부부에게는 두 자녀가 있는 상태였는데, 아이들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 부부는 가게 규모를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2년 전 시작된 아내의 불법 도박이 모든 악몽의 시작이었다. 남편 류 씨가 굴삭기 운전기능사 일을 그만 두고 아내와 공동으로 분식업에 뛰어든 직후 아내 주 씨의 도박은 본격화됐다. 류 씨가 가게를 운영하는 사이 아내는 불법 도박꾼들과 함께 며칠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은 채 도박을 이어가곤 했던 것. 평소 취미로 마작을 해왔던 주 씨를 이해했던 남편은 아내의 노름이 취미 생활 수준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남편이 분식점을 전담해 운영했던 지난 2년 사이, 아내는 불법 도박꾼들에 의해 수 십만 위안 상당의 도박 빚을 진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도박꾼들은 팀을 이뤄 주 씨에게 접근, 첫 판돈으로 5위안(약 8500원)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판돈의 규모는 커져서 한 번에 2만 위안(약 340만 원) 상당의 돈이 오가면서 결국 주 씨의 도박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올해 들어 주 씨는 3박 4일 동안 외박을 하는 등 불법 도박꾼들과 동행해 가출하는 일도 잦았다. 그 사이 류 씨는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휴대폰을 끈 채 수 차례 이동하며 도박을 하는 탓에 찾을 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류 씨는 지인들에게 “아내가 도박으로 집을 자주 나간다”면서 “밤 늦은 시간에 집 밖에서 택시가 서는 소리만 들어도 아내가 돌아온 것인가 해서 집 밖으로 뛰어나갈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없는 시간에 굶는 일이 잦다”고 고민을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투신 직전 류 씨는 지인들에게 “2년 동안 수 차례 아내에게 각서를 써서 받아내기도 했고, 도박을 끊으려고 폭력도 행사해봤다”면서 “하지만 오랫동안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가정 형편도 크게 어려워졌다. 더 이상 도박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편 류 씨는 수 십 차례에 걸쳐 아내의 도박 빚을 갚아줬지만 결국 도박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 이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열린세상] 열폭 변기/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열린세상] 열폭 변기/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내겐 두 개의 페이스북 계정이 있다. 하나는 실명의 계정이고, 다른 하나는 ‘케이트’(Kate)라는 이름의 가계정이다. 케이트는 순전히 화병 때문에 탄생했다. 하루빨리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떠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던 때, 하지만 그 어떤 용기도 힘도 없던 궁핍했던 때, 매일같이 쌓이는 불평과 불만을 감당할 수 없어 그녀를 인질 삼았다. 케이트는 상시 격앙돼 있었다. 아첨에 능하나 직무엔 무능한 상사와 함께 일하는 고통이 주된 이유였다. 형편없는 상사와 함께 머릴 맞대고 밥벌이를 한다는 사실은 그녀를 매일같이 자괴감과 모욕감에 빠뜨렸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페이스북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말할 곳이, 배설할 곳이 필요했다. 능력 없고 비리를 일삼는 그녀의 상사는 그야말로 그녀의 불상사였다. 그녀는 그를 ‘불상사’라 칭하며 은밀하게 조롱했다. 어느 날은 그의 권력비리적 행동에 분노해 한 자 한 자 칼을 휘둘렀다. 때로는 그의 외모를 비웃고 사생활에 대한 썰을 일삼았다. 그를 조리돌림할 때마다 변비가 해소되는 것같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사람들은 그녀의 스트레스에 뾰족하게 공감했고 격하게 동조했다. 그를 씹고 또 씹을수록 흥분은 부풀었고 악의는 거세졌다. 때문에 그녀의 담벼락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다. 그녀는 하루도 씹거나 까지 않으면 안 되는 ‘키보드 워리어’가 돼 가고 있었다. 실로 그녀의 불상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계정을 오가며 이중생활에 열중하고 있던 때 방전된 핸드폰 액정 위로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중천의 여름볕이 화살처럼 내리꽂혔다. 얼음을 가득 채운 냉수를 한 잔 마셨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간의 분노는 어느새 분뇨가 돼 있었다. 봉변을 당한 건 바로 그녀, 아니 나였다. 변기통에 앉아 케이트의 글과 사진을 하나하나 지워 나가며 돌이켜봤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기에 가짜 이름 뒤에 숨어 한 사람에 대한 농락을 놀이로 삼았을까. 정작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는데 말이다. 비겁한 처사임을 인정하고 사직서를 써 내려갔다. 해당 상사가 보였던 불공정, 불합리, 무능력 등에 대한 의견을 빠짐 없이 전하고 퇴사를 했다. 퇴사하는 날 나는 과연 최선을 다했나 떠올려 봤다. 아니. 무능을 자처하는 상사와 보수적인 조직에 굴복하기 일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적 없었다. 반대 의견을 끝까지 점철시켜 본 적 없었다. 뜻이 통하도록 능동적으로 소통하거나 밀어붙이지 않았다. 늘 적당히 말하고 적당히 행동했다. 안전한 정도의 데시벨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스스로를 세절하고 묵살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그렇게 지질하고 지난한 과정을 통해 케이트와 이별했다. 그리고 일기장에 이런 다짐을 써 내려갔다. 의견이 있으면 독한 논리로 엄격하게 처리하고, 수용되지 않는다 하여도 상대에게 돌을 던지지 않고 비하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약자가 돼 고통과 괴로움을 자처하지 않을 거라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서 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좋아요’, ‘Like’, 리트윗, 구독 등의 관심으로 이어지며 운이 좋으면 이로 직간접적인 수익 창출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사람은 드물다. 비교적 내 얘기보다 남 얘기가 입에 올리기 쉽다. 낯선 사람과 빨리 친해지는 데 남 흉보기 만한 것도 없지 않은가? 넓게는 연예인·유명인. 좁게는 직장상사와 동료 등 공통 지인이 손쉬운 가십거리가 된다. 그러곤 남 얘기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신속하게 무균실에 들어가 앉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SNS 시대에는 그 자체가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수익 모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곳에 자신은 없고, 사리분별 못 하는 극단적인 주장과 고루한 프레이밍으로 손쉽게 하는 타인 공격만 있을 뿐이다. 제 얼굴에 똥칠을 하며 관심을 얻는 격이랄까. 남을 희생해서 얻은 트래픽은 결국 자신을 희생시킨다. 내가 던진 부메랑은 언젠가 화살이 돼 돌아온다. 남을 희생할 시간에 거울을 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냉수를 마시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분간이 가능한 건강한 성인이라면 똥은 반드시 변기에 눠야 한다. 봉변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 ‘밀국’과 뻘낙지의 야들야들한 ‘밀당’

    ‘밀국’과 뻘낙지의 야들야들한 ‘밀당’

    13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앙리 앞 갯벌에서는 삽으로 뻘을 파내는 주민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뻘에서 손으로 낙지를 연방 꺼내 바구니에 넣었다. 산란기인 4~5월 금어기가 끝나고 이달부터 잡기 시작한 낙지는 광활한 가로림만 갯벌에 지천이다. 낙지를 잡던 한 주민은 “아직 날이 덜 뜨겁고 새끼여서 한두 삽이면 낙지가 나온다”면서 “땡볕이 내리쬐고 몸집이 엄청나게 커지면 1m까지 파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을에는 짝짓기나 영역 싸움하느라 한 구멍에 큰 낙지 두 마리가 있을 때도 있다.중앙2리 이장 김성곤(67)씨는 “올해는 비가 자주 와서인지 지난해보다 더 많이 나온다”면서 “갯벌이 훤히 드러나는 썰물 4시간 동안 낮에 많이 잡는 사람은 하루 100마리 이상, 보통은 70~80마리를 족히 잡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부터 7월까지 잡히는 낙지가 최고로 맛이 있을 때”라고 말했다. 가로림만 주변 마을 주민들은 요즘 잡히는 새끼 낙지를 ‘밀국낙지’라고 부른다. 전라도 해안이나 남해안 등에서 ‘세발낙지’라고 하는, 발이 가는 어린 낙지다. 길이가 10~15㎝ 안팎에 불과하다. 칼국수나 수제비를 일컫는 밀국에 넣어 먹는 낙지라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낙지에 음식명을 붙인 것을 보면 서산·태안을 낀 가로림만에 독특한 낙지탕이 발달했음을 보여 준다. 김씨는 “내가 어릴 때 매년 6월 밀이나 보리를 수확하면 맷돌에 갈아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면서 새끼 낙지를 넣었지만 자주 있지는 않았는데 20년 전쯤인가부터 그게 유행이 됐다”며 “형편이 나아지면서 좀더 맛있고 특별한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늘어서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살이 무척 연하고 한 입에 쏙 들어가 거부감이 없기 때문인 거 같다”고 말했다.가로림만 낙지를 더 쳐 주는 것은 이른바 ‘뻘낙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로림만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힐 정도로 넓고 우수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청정한 갯벌에서 각종 영양분을 흡수해 감칠맛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전라도나 남해안도 갯벌에서 잡기는 하지만 주로 그물이나 통발, 주낙(긴 줄에 낚시를 연속 매달아 잡는 어구)으로 잡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갯벌 낙지가 더 탱탱하고 식감이 훨씬 좋다”면서 “특히 오래 삶아도 전혀 질기지가 않다. 그물로 잡은 낙지는 질기다”고 했다. 어민들은 “가로림만 어린 낙지는 세발낙지와 비교해 다리가 짧지만 더 굵고, 머리도 더 크다”며 “워낙 뻘이 좋아 능쟁이와 바지락 등 먹잇감이 널려 있기 때문에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어 그런 게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서산 16개, 태안 8개 등 가로림만 주변 24개 어촌계 중 중앙리, 도성리 등 낙지를 잡는 곳이 절반을 넘는다. 중앙2리 100가구 가운데 60가구가 낙지잡이 하는 것으로 미뤄 가로림만 전역에서 600가구 이상이 잡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어선을 가진 주민도 초봄에 주꾸미와 꽃게를 잡다가 이맘때면 낙지잡이로 바꿀 정도로 밀국낙지 집산지”라고 말했다. 이렇게 잡은 낙지는 서산에서 오는 중간 상인들에게 판매하거나 마을 횟집과 음식점에 요즘 마리당 2000원씩 받고 넘긴다.밀국낙지 요리는 다양하다. 중앙리 왕산포횟집 2대째 주인 이용환(39)씨는 “손님들이 어린 밀국낙지를 날것으로 먹다가 물리면 샤부샤부로 해먹은 뒤 그 국물에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먹는다”면서 “어린 낙지는 젊은이와 아이들이 좋아하고 큰 낙지는 주로 어르신들이 즐겨 먹는다”고 했다. 날낙지는 머리에 마늘을 집어넣고 초고추장에 찍거나 소금을 섞은 참기름장에 찍어 통째로 한입에 넣어 씹는다. 이씨는 마을 주민 10명과 전속 계약하고 낙지를 사들여 손님상에 내놓는다. 이곳 낙지탕의 특색 있는 재료는 박속이다. 옛날에 바가지를 만들던 ‘박’의 하얀 속살을 넣는 것이다. 당시 농어촌 초가지붕에는 연두색 박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이맘때 누렇게 익어 갔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박속낙지탕’ , ‘밀국낙지탕’, ‘박속밀국낙지탕’ 등 낙지탕 이름이 여럿이다. 담백한 낙지 맛에 박속이 더해지면 국물이 훨씬 시원해 미식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원래 낙향한 선비들이 즐겨 먹었던 것이라고 전해지는 걸 보면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을 것으로 보인다. 서산시 팔봉면 구도항에 있는 구도횟집 주인 서경자(52)씨는 “가난했던 옛날 쌀이 귀하고 무도 나오지 않는 이맘때 막 수확한 밀과 박을 재료로 쓴 토속 음식이 명물이 된 것”이라며 “요즘은 플라스틱 바가지를 써 농가에서 박을 심지 않지만 박속낙지탕 음식점은 ‘식용박’을 직접 기르고, 박박 긁어낸 박속을 1년 내내 냉장고에 보관하며 재료로 쓴다”고 말했다. 밀국낙지탕은 박속과 마늘, 파 등을 넣고 끓인 물에 통째로 낙지를 살짝 데쳐 먹은 뒤 국물에 칼국수와 간장 등 각종 양념을 추가해 더 끓여 먹는다. 서씨는 “예전에는 낙지가 중심이었는데 요즘은 낙지가 귀해져서 칼국수에 넣어 먹는 보조 재료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고령화로 낙지잡이 주민이 줄어든 탓이다. 중앙2리 마을은 밀국낙지 등을 놓고 매년 5월 여덟 번이나 벌여 온 ‘갯마을 축제’를 코로나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지 못했지만 밀국낙지의 인기는 요즘 금요일 저녁부터 식당이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식지 않고 있다. 김씨는 “밀국낙지탕은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면서 “어린 낙지를 이처럼 잡아들여도 비브리오패혈증이 한번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품이 넓은 가로림만은 각종 어패류 산란장이어서 다른 곳에서 낙지가 끊임없이 유입되기 때문에 몸집이 커진 가을낙지도 넉넉하다”고 말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3>고문당해 ‘도둑질’ 거짓자백하자 강제 수용…‘부랑아’ 낙인 계속됐다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3>고문당해 ‘도둑질’ 거짓자백하자 강제 수용…‘부랑아’ 낙인 계속됐다

    12년간 수용인원 총 3만 8000여명, 공식 사망자 513명. 1970~1980년대 국가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사태는 1987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34년이 지난 지금,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생존자 13명은 지난달 2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법원에 낼 진술서를 쓰는 과정 또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반드시 쓰여져야 할 글이었다. 서울신문은 매주 1명씩 이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긴다. 해운대서 놀던 꼬마 잡아간 경찰, 허위자백 받아내 형제원으로박상현(47·가명)씨는 37년 전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놀고 있던 그를 붙잡아 간 경찰들은 “배달하다 돈을 훔쳐 도망나온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매질과 물고문을 당한 박씨는 결국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고, 이튿날 형제복지원으로 보내졌다. 박씨는 1987년 형제복지원이 폐쇄될 때까지 3년 동안 아동소대와 청소년소대에 머물렀다. 흙벽돌을 만들고 흙마대를 나르는 작업에 강제로 동원됐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기합을 받았다. 소대 안에서 폭력은 일상이었고 밤마다 소대장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13살 때 형제복지원을 나온 박씨는 시설을 전전했다. 부산소년의집에서 서울소년의집으로, 다시 부산소년의집으로 옮겨다니며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시설은 형제복지원보다는 나았지만, 구타는 여전했다. 박씨는 스무살이 되어서야 수소문 끝에 가족을 찾았다. ‘형제복지원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가족들의 시선조차 곱지 않았다. 한때 취업을 하기도, 직업군인이 된 적도 했지만 그의 유년기를 알게 된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결국 박씨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일용직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을 떠나 연고가 없는 한 도시에 자리잡은 그는 지금도 제 과거를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까봐 하루하루가 두렵다. 아래는 박씨의 진술서 전문. ※원문에서 일부 표현만 다듬어 그대로 옮겼습니다. [진 술 서] 제목: 형제복지원 피해자 진술서 성명: 박상현 진술 내용: 1. 형제복지원 입소경위와 피해사실 1984년 4월 10일 오후에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놀고 있었는데 사복 입은 형사 2명이 저를 잡더니 다짜고짜 집이 어디냐고 묻지도 않고 “어디서 배달하다가 도망 나온 거냐?” “뭐 훔치고 도망 다니는 거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했지만, 바로 해운대파출소로 데리고 갔습니다. “훔친 적 없다”고 그렇게 말을 했지만 제가 행색이 초라해서인지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중국집에서 배달하다가 돈 훔쳐서 도망 나온 거냐?”고 묻길래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제 말은 듣지도 않고 바른 대로 말하라고 하면서 무릎을 꿇게 하더니 수건 같은 것을 허벅지에 올리고 경찰봉으로 허벅지를 때렸습니다. 그래도 아니라고 하니 수갑을 뒤로 채우고 경찰봉을 무릎 뒤로 끼우더니 책상 양쪽에 걸고 매달았습니다. 그리고 수건을 얼굴에 씌우고 주전자의 물을 얼굴에 붓는 고문을 했습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형사들이 말하는 대로 배달도 했고, 주인의 시계와 돈을 훔쳐서 도망 나온 것이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원하는 대답을 들은 후에야 풀어주면서 유치장은 아니고 의자 구석에 수갑을 채운 채로 자라고 했습니다. 너무 아프고 졸려서 잠을 청했습니다. 한참을 자다가 깨워서 일어나니 “내일이면 집에 갈수 있다. 저 차를 타고 가면 저 아저씨들이 내일 집에 보내 준다”는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그 차를 탔습니다. 흙벽돌 만들고 흙마대 나르고, 매일 구타에 성폭행까지 당해 한참을 달려 내린 곳이 형제복지원이었습니다. 새벽에서야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 마자 몽둥이로 때리면서 어느 건물로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줄을 세워놓고 옷을 다 벗게 했습니다. 소방호스로 찬물을 한참을 뿌리고 이상한 하얀 가루를 머리부터 뿌리고 체육복 같은 것을 입히더니 자게 했습니다. 물론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기에 도망갈 엄두도 못 냈습니다. 단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밤을 지새웠을 뿐입니다. 잠깐 잠을 자고 나니 새벽에 기상을 시켰고 밥을 선착순으로 먹게 했습니다. 그후에 아동소대인 24소대에 배치돼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24소대에는 저보다 어린애들도 있었고 저보다 나이 많은 조장들도 있었습니다.그날부터는 매일이 지옥 같은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하루라도 안 맞은 날은 정말이지 행복해 할 정도였습니다. 매일매일 맞았고, 형편 없는 식사조차 항상 선착순이였습니다. 밤에는 소대장이라는 사람한테 성폭행도 당했었습니다. 저녁 점호가 끝나면 어김없이 철창문과 철문이 이중으로 잠겼으며, 그 철문이 잠기고 나면 또다른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차라리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소대원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소대장이 따로 불러 성폭행을 했습니다. 거부할 경우에는 조장들이 따로 불러 폭행과 얼차려를 했습니다. 조장들한테는 기본적으로 매일 몽둥이로 맞고 ‘얼차려’는 일상이였습니다. 낮에는 학교를 다녔지만 수업이 끝나면 작업장에 불려나가서 흙벽돌을 만드는 데 동원됐습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역시 얼차려를 받거나 맞아야 했습니다. 할당량을 채웠다고 하면 기껏 앙꼬(앙금) 없는 빵 한 조각과 콩물이 전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교회 뒤쪽에 공사를 할 때도 흙마대를 지고 날라야 했으며, 시에서나 어디서든 손님이라도 오게 되면 평소엔 나오지도 않은 보여주기식의 음식이 조금 나왔습니다. (손님이 온다고) 나눠줬던 옷들도 다시 수거해 반납을 하게 했습니다. 운동장 스탠드 밑에는 소를 가져다놓고 보여주기식으로 도축도 하는 그런 실정이였습니다. 먹는 것은 항상 부실했고, 썩은 냄새 진동하는 정어리 젓갈은 항상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년 가량 형제복지원에서 지낸 생활은 정말이지 뼛속 깊이 상처가 되어 지금, 아니 이후로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고통이 될 것입니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터진 후 소년의집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형제복지원 안에서 개금분교를 다니고 있었기에 (부산)소년의집으로 이동한 후 면담을 했고, 초등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서울소년의집으로 다시 이동했습니다. 소년의집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졸업생들은 부산소년의집으로 다시 옮겨 왔습니다. 부산에서 소년의집 안에 있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수녀님과 신부님의 도움으로 학업은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그 곳 역시 보호시설이었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구타를 당했습니다. 구타당한 사실을 알리면 또다시 보복을 당했기 때문에 알릴 수가 없었습니다. 소년의집에서 생활을 하면서 형제복지원보다는 나아졌지만 역시나 구타와 괴롭힘은 있었으며, 저의 어린 시절은 제가 원하지 않는 단체 생활과 폭력과 폭언, 구타와 괴롭힘의 생활이 항상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 ‘형제복지원 출신’ 낙인에 가족도 직장동료도 떠났다 2. 형제복지원과 소년의집 퇴원 후의 생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소년의집에서 호적을 만들어주셔서 취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다니던 초등학교와 포항 북부 경찰서 등을 찾아 가출 신고를 한 흔적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찾아서 가게 됐고, 거기서 어머님의 친구 분 소식을 접하고 제가 어머님을 찾으러 왔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 어머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을 만나고 나니 제 이름과 생일 모든 것이 제 기억과는 달랐고 집을 찾았기에 소년의집에서 만들어주신 호적과 제 본래 호적이 2개가 되어 호적 정정 신청을 해 소년의집 호적은 말소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과의 오랜 단절이 있었고 제가 지낸 곳이 형제복지원과 소년의집이라는 걸 알게 된 가족과 친지들은 저를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거의 부정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그 후에 가족들과의 거리는 여전했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제가 형제복지원과 소년의집에서 자란 것을 알게 돼 대인관계를 형성하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직장도 그만두게 됐고, 가족들과도 멀어지게 되면서 저는 도피처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도피처로 군대를 선택했고 직업군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직업군인 생활조차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편견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내온 어린 시절을 인정해주지 않고 오히려 선입견을 가지고 저를 피하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제대를 결심하게 되었고, 제대 후에도 직장생활은 제게 사치였습니다. 저의 사정을 알게 된 사람들의 날선 시선과 선입견 속에 지내는 게 너무 힘들다보니 직장생활도 힘들었고 저는 택배일과 퀵 서비스 같은 일용직 일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만난 지 2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왕래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 역시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은 힘들어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저를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항상 싸우고 있습니다. 자연히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어린 시절의 그 고통과 아직도 마주하고 있습니다. 생활고는 당연한 것이며, 주위에 아는 지인조차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어린 시절의 제가 겪었던 일들을 두서없이 적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지난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저희는 지금까지 버티고 버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의 지난 고통과 아픔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습니다. 뼛속까지 사무쳐 있습니다. 이 억울하고 슬펐던 지난 날들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치유가 될 수 있도록 저희의 마음을 헤아려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 어디까지 왔나 형제복지원을 운영한 고(故) 박인근 원장은 1989년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무죄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고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에 제기한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차 소송에 참여한 13명은 모두 입·퇴소 증빙자료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러한 증거가 없어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비용 부담 때문에 소송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문 닫는 전통시장 청년몰이 늘고 있다

    한때 전통시장에 신바람을 불어넣는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았던 청년몰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11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통시장 청년몰은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침체된 시장에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주요 시장마다 앞다퉈 들어섰던 청년물이 최근들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전주시 태평동 신중앙시장에는 지난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에 선정돼 청년 상인들이 음식점 등 10곳의 점포를 열었다. 하지만 3년여 만에 모두 폐업해버로 모두 비어있는 상태다. 같은 공모를 통해 4년 전 문을 연 서부시장 청년몰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점포 17곳 가운데 1곳만 남았다가 최근 배달 중심으로 바꾸면서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전주 남부시장을 비롯해 군산과 완주지역 청년몰도 폐점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같이 전통시장 청년몰 인기사 식은 것은 업종이 먹거리에 치우치는 등 다양하지 못할뿐 아니라 코로나19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청년몰 조성 뒤 자치단체의 부실한 사후 관리도 주요인이다. 백대훈 전국청년상인네트워크 대표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일정하게 지원이 가능한데 지자체는 지원하는 방향이 다르다 보니까 형평성이 안 맞는 부분이 있고 일관성이 없어 청년몰이 살아나지 못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손정민 친구 측 “나흘 만에 선처요청 메일 800통…유튜버 2명도 사과”

    손정민 친구 측 “나흘 만에 선처요청 메일 800통…유튜버 2명도 사과”

    “유튜버 2명 중 1명은 진심으로 반성해합의금 없이 합의해주기로 했다”친구 의혹 유포·개인정보 공개 고소 진행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신 뒤 실종,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와 유일하게 현장에 같이 있었던 친구 A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이 A씨 측에 대한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기로 하자 나흘 만에 800건이 넘는 ‘선처 요청’ 메일이 쇄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유튜버 2명도 선처를 요청하며 사과했으며 1명은 진심으로 반성하는 게 느껴져 합의금 없이 합의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처 요청 메일 800통, 계속 오는 중”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대표변호사는 8일 “오후 2시 15분쯤 기준으로 선처를 요청하는 메일 800통이 도착했고,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제 개인 메일과 법무법인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한 선처 요청도 5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유튜브 운영자 2명도 선처를 호소하는 메일을 보냈다”면서 “2명 중 1명은 (영상) 게시 시간이 짧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점이 느껴져 합의금 없이 합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 유튜버는 원앤파트너스가 이미 고소한 ‘종이의 TV’, ‘직끔TV’, 고소를 예고한 ‘신의 한 수’, ‘김웅 기자’는 아니다. 앞서 정 변호사는 지난 4일 자체 채증과 제보로 수집한 수만건의 자료를 바탕으로 A씨에 대한 미확인 내용을 유포하거나 개인정보를 공개한 유튜브 운영자와 블로거·카페·커뮤니티 운영자, 게시글 작성자, 악플러 등을 고소한다고 밝혔다.“고소 안 당하려면 문제 게시물 삭제 뒤 법무법인에 이메일 보내라” 다만 선처를 바라거나 고소당하지 않기를 희망하면 문제의 게시물 등을 삭제한 뒤 법무법인에 이메일을 보내 달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선처는 무조건적인 용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요청 메일 내용과 문제 게시물의 실제 삭제 여부 등 여러 사정과 형편을 고려해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 측을 대리하는 원앤파트너스는 지난 1일 정 변호사가 SBS 기자와 친형제여서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A씨 측에게 우호적인 내용을 방송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유튜버 ‘직끔TV’를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어 7일에는 손씨의 사망 원인 제공자를 A씨로 특정하며 의혹을 제기한 ‘종이의 TV’를 상대로도 고소장을 냈다.친구 휴대전화서 혈흔 검출 안돼‘단순 사고사’ 종결 가능성 커 손정민씨 사망 사건은 정민씨의 친구 A씨의 휴대전화에서 혈흔 반응이 검출되지 않으면서 ‘사고사’로 종결될 가능성에 높은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지난달 30일 발견된 A씨 휴대전화에서 혈흔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유전자 등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앞서 A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지만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일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휴대전화에서 손씨와의 불화나 범행 동기, 사인 등과 관련된 특이한 내용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포렌식 결과 A씨의 휴대전화는 사건 당일인 4월 25일 오전 7시 2분쯤 전원이 꺼진 뒤 다시 켜지지 않았고, A씨가 당일 오전 3시 37분쯤 부모와 통화한 뒤에는 전화기가 사용되거나 이동된 흔적이 없었다. 아울러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움직이면 작동하는 ‘건강’ 앱에도 오전 3시 36분쯤 이후에는 활동이 기록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휴대전화는 환경미화원 B씨가 한강공원에서 휴대전화를 습득한 뒤 한동안 사무실의 개인 사물함에 넣어뒀다가 지난달 30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휴대전화에서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사건은 단순 사고사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경찰, 손정민씨 신발 찾는데 수사력 집중 이날까지도 손씨의 신발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밝혀줄 마지막 단서인 손씨의 신발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손씨는 실종 닷새 만인 지난 4월 30일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한강 수중에서 양말만 신은 채 발견됐다. 손씨 양말에 묻은 흙은 한강 둔치에서 약 10m 떨어진 강바닥의 흙 성분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강변이나 둔치에서 5m 떨어진 강바닥 지점의 토양 성분과는 다르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손씨가 강으로 걸어 들어가다가 신발이 벗겨졌고 이후 익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 제기됐다. 만약 신발이 둔치로부터 10m 주변에서 발견된다면 손씨가 신발을 신은 채 강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도중에 신발이 벗겨졌다는 추론에 힘이 실리는 셈이다. 신발이 어떤 형태로 파묻혀 있는지가 사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13살 딸로 위장해 학교에 간 30살 엄마 체포돼

    13살 딸로 위장해 학교에 간 30살 엄마 체포돼

    미국 텍사스의 한 어머니가 중학생 딸로 위장해 학교에서 하루를 보내는 유튜브 동영상이 화제다. 텍사스 엘 파소에 사는 케이시 가르시아(30)는 지난 4일 13살인 딸로 위장해 학교에 갔다가 이 사실을 유튜브에 올린 다음 체포됐다. 가르시아는 딸로 위장해 모자가 달린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학교에 갔다. 딸이 알려준 학생 신분증 번호로 학교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고, 7교시까지 마쳤다.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까지 유튜브로 찍어서 올렸다. 이후 가르시아는 자신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털어놓았다.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무분별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이와 같은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가르시아는 “7교시까지 마쳤고 점심 시간에는 마스크를 벗은채 형편없는 맛의 피자까지 먹었지만, 아무도 내가 딸 줄리가 아니란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며 “마지막 7교시에 한 여교사가 내가 줄리가 아니란 것을 알고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길래 사회적 실험중이라고 대답했다”고 털어놓았다.그녀는 학교에서 딸로 위장해 하루를 보내는 내내 무척 떨리고 두려워 했지만, 자신의 실험이 성공으로 끝나자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들어 미국에서는 225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학교 보안 강화에 미국인들이 내는 세금이 더 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구도 진짜 학생 줄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자신이 들었던 말은 “전화기를 내려놓으라”는 것뿐이었다고 강조했다. 가르시아의 분노는 잠에서 깨어난 아기를 돌보느라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딸이 다니는 학교 교장 선생님이 훌륭한 교사라며, 자신의 실험으로 불편을 끼치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가르시가아 체포된 이유는 불법침입과 정부 기록 조작 때문으로 딸 신분으로 학교에 간 것이 문제가 됐다. 체포 과정도 가르시아는 모두 기록해 유튜브에 올렸는데, 경찰은 처음 그녀에게 교통 관련 영장이 발부됐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여기는 중국] “엘리베이터 타려면 돈 먼저 내!” 1회 요금은?

    [여기는 중국] “엘리베이터 타려면 돈 먼저 내!” 1회 요금은?

    완공된 지 25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놓고 주민과 시공사 측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엘리베이터 시공을 담당했던 업체 측이 승강기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주민들에게 이용 요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구의 아파트 단지에 버스나 지하철처럼 탑승 시 요금을 징수하는 ‘공공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3년 완공된 6층 규모의 공동주택단지로 주로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던 탓에 주민들은 계단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승강기 설치 업체가 단독으로 해당 아파트 단지에 총 75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뒤 주민들에게 설치 비용을 요구했다. 비용은 1대당 약 30만 위안(약 5천 100만 원)에 달했다. 주민의 약 30%가 60대 이상의 은퇴자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목돈을 지급을 포기한 세대가 상당했다. 급기야 승강기 설치 업체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승강기 1회 이용 시마다 요금을 징수하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업체 측은 1회 이용 시 1위안(약 170원)의 요금을 징수, 단 같은 세대의 가족들이 함께 동승할 경우 1회 이용 요금만 지불해도 좋다는 할인 혜택도 공개했다. 단, 가족관계라고 해도 다른 층에 거주하거나 다른 호수의 주택에 거주할 경우에는 각각 1위안씩 따로 요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업체 계산에 따르면, 1가구 2인 거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회 이용 시 1년에 단 1400위안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엘리베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요금은 주택 관리 비용 지급과 연동된 계좌에서 세대별로 이용한 요금만큼 차감되는 방식으로 징수된다.또, 승강기 운영과 관련한 유지, 보수 비용은 전액 승강기 업체 측이 부담키로 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유료 엘리베이터’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자 현지 누리꾼들은 이용 요금이 지나치게 고액이라는 의견이다. 한 누리꾼은 “우리 부모님이 사는 집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노후화된 아파트”라면서 “평소 전화 비용도 아끼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1회 이용 시 1위안은 너무 큰 돈이다. 엘리베이터가 없을 정도로 낡은 아파트가 있는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형편은 그만큼 넉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가격이 비싸서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해도 이를 이용하려는 주민들은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인데, 업체가 더 영리하게 처신해서 요금을 지금보다 최소 절반 이상으로 내리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고 지적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노숙에 몰린 홈리스 청소년 지원하려면

    노숙에 몰린 홈리스 청소년 지원하려면

    가정 밖 홈리스 청소년 4명 가운데 1명은 가출 이후 노숙 경험이 있고, 가정내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생존형 가출 청소년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와 방임 등 불가피한 사유로 귀가하기 어려운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해 주거 및 자립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허민숙 입법조사관의 ‘홈리스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과제: 가정복귀 프레임을 넘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은 11만 5700여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에 13~15세 연령에 가출한 청소년이 55.5%로 가장 많았다. 16~18세는 31.2%, 13세 미만은 10.1%다. 가출 사유로는 ‘부모님과의 문제’가 61.0%를 차지했고, 아동학대 피해자 가운데 청소년이 절반을 넘었다. 2019년 아동학대 피해자 2만2649명 가운데 60.2%인 1만 3634명이 10세~17세의 10대 청소년이었다. 보고서는 “청소년쉼터 이용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정내 폭력 및 학대로부터 탈출한 ‘생존형 가출’이 주요 가출사유로 나타났다”면서 “청소년 쉼터의 청소년 중 절반 가량은 귀가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가정 폭력으로 집에 가기 두렵다거나 갈 집이 없다고 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소년 쉼터나 귀가 말고는 주거 대안이 없다보니 노숙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보고서는 미국과 영국 등의 사례를 들어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주거와 자립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서는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법적 개념을 갖추고 있으며 청소년 주거권에 대한 법률 근거도 마련돼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우에는 ‘가출 및 홈리스 청소년법’을 근거로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홈리스 감소법’에서 홈리스 청소년 예방 및 구제에 관한 의무를 정부에 부과하고 있다. 허 조사관은 “미국과 영국의 홈리스 청소년 지원은 ‘원가정 복귀’를 유일한 정책적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가출청소년에 대한 21일의 단기 보호 이후에는 자립지원으로 전환한다. 영국은 만18세 성인연령 직전의 16~17세 홈리스 청소년을 ‘주거 우선지원’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만 16세 미만이라도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면 정부에 반드시 도움을 요청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관련 법률이 미비하고 지원제도도 열악한 형편이다. 우선 청소년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의 지원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쉼터에서 퇴소한 청소년에 대해서는 공공주거 신청 자격이 제한적으로 부여되고, 자립 정착금의 수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자립지원 수당 혜택도 받기 힘들다. 때문에 허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집에 돌아가기 어려운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해서는 귀가를 종용하기 보다 자립지원 정책 대상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정 밖 청소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정책 과제로 우선 청소년복지 지원법 개정을 통해 쉼터에서 퇴소한 청소년에게도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법률에 홈리스 청소년 개입을 도입해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시·단기·중장기 쉼터 등 거주 기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재의 쉼터 기능을 일시보호, 자립지원으로 개편하고 가정내 학대 피해 청소년의 쉼터 입소시 청소년 당사자에게 입소 동의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부모의 거소지정권을 사유로 청소년이 반복적인 학대 위험에 노출되거나 거리생활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벤투 감독 “비난 여론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승점 3에만 집중하고 있다”

    벤투 감독 “비난 여론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승점 3에만 집중하고 있다”

    남자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이 부정적 여론을 뒤로하고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 모든 신경을 쏟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벤투 감독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둔 4일 대한축구협회가 화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에 대한 여론과 분위기에 여러 의견이 있다. 맞든 틀리든 존중하지만 일단 내일 경기에서 이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조별리그 H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4차전을 시작으로 9일 스리랑카, 13일 레바논과 3연전을 펼친다. 한국은 현재 조1위(승점 7·골 득실+10)에 올라 있지만, 레바논(승점 7·골 득실+4)과 투르크메니스탄(승점 6)이 뒤를 바짝 쫓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올해 3월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참패해 국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터라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려야 한다. 벤투 감독은 “일단 내일 경기에서 승리하고 승점 3을 딸 생각만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를 공략할 여러 계획을 준비해왔다. 기본적인 우리의 경기 철학과 틀 안에서 선수들의 특징을 잘 살려 상대의 밀집 수비를 공략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차 예선 3경기를 어떻게 준비했나. 각오는. -준비한 대로 항상 해왔던 것처럼 세 경기를 잘 치를 것이다.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팀을 잘 준비시키고, 상대를 존중하며 원하는 목표인 승리를 기록하도록 준비하겠다. ▲올림픽 대표팀의 선수들(송민규·원두재·이동경)을 차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세 명의 선수도 여기 있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고려하고 필요에 의해 출전을 결정할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된 계획은 없다.▲해외파 선수들의 몸 상태는. -유럽에서 온 선수들은 각자 리그별로 시즌이 종료된 시기가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하고, 선수별 출전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인 맞춤형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한다. 훈련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전반적으로 좋은 컨디션으로 합류했다. ▲새로 발탁한 정상빈, 이기제의 활용 가능성은. -최대한 팀적으로 잘 준비해서 경기 치르는 게 중요하다. 이 선수들이 컨디션이 괜찮고 경기별로 계획, 전략을 세웠을 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용을 고려할 것이다. 대표팀에 처음 왔다는 사실이나 나이는 상관없다. ▲상대 밀집수비가 예상된다. 플랜B도 마련했나.  -항상 어떤 경기든 여러 대처 방안을 준비하고 있고, 하나의 플랜이 아닌 상대를 공략할 여러 계획을 준비해왔다. 기본적인 우리의 경기 철학과 틀 안에서 선수들의 특징을 잘 살려 밀집 수비를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랜만에 ‘완전체’를 소집했다. 그간 특별히 체크하고 싶었던 선수는. -특별히 더 체크할 선수는 없다. 함께 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선수들의 경기력은 꾸준히 확인했다. 오랜만에 완전체로 소집을 했기 때문에 팀적으로 훈련하고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번 소집 때 함께 하면서 경기 내·외적으로 더 체크하겠다.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건 빌드업 축구를 의미하나. -상대가 어떤 전략을 쓰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상대가 내려서서 우리를 상대할 경우에는 우리의 빌드업 방식이나 지점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철학, 우리가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부분 등은 큰 틀에서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월 한일전 패배로 여론이 좋지 않다. 이번 예선이 반전의 계기가 될까.  -일단 내일 경기에 승리하고 승점 3을 딸 생각만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선수들에게도 좋은 정보를 주려고 노력한다. 다른 부분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나 분위기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맞든 틀리든 존중하지만 일단 내일 경기에서 이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포르투갈 언론에서 김민재의 유벤투스(이탈리아) 이적설이 나왔다. 빅리그에서 김민재의 가능성은. -선수들의 미래나 소속팀 활동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이는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와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만 언급할 수 있다. 다만 김민재가 좋은 선수, 능력 있는 선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아마존 직원 부상, 경쟁사의 2배” WP, 자사 소유주 베이조스 저격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사기업인 아마존은 또 다른 분야에서도 독보적이다. 물류창고 직원들이 얼마나 많이 다치는지 분야에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직원의 부상 빈도가 경쟁업체 직원들보다 약 두 배에 달한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가 1일(현지시간) 기사 내용뿐 아니라 다른 이유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보도한 매체가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2013년 인수한 워싱턴포스트(WP)이기 때문이다. WP가 자사 소유주를 신랄하게 저격한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WP의 아마존 비판 기사를 소개하면서 “흥미로운 기사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WP가 아마존의 악명 높은 물류창고에서 벌어지는 형편없는 직원 부상 문제를 다뤘다”고 평가했다. WP는 이번 기사에서 아마존의 직원 부상 비율을 상세히 전했다. WP가 직업안전보건청(OSHA)의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아마존 직원 100명당 중상을 입은 건수는 5.9건이었다.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미국 최대 사기업인 월마트의 100명당 중상 건수는 2.5건이었다. 아마존 경쟁사들의 평균은 3.1건이었다. WP는 기사에 수치뿐 아니라 아마존 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함께 실었다.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다 2018년 다친 사피요 모하메드는 WP에 “(다쳐도) 그냥 계속 일하게 했다. 내가 다치든 말든 상관없이 (아마존은) 내가 목표를 달성하기만 원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WP의 보도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집값 폭등의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집값 폭등의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이기철 산업부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국토교통부 실무 공무원이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 소신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로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와 여당을 합쳐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행정부처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면서 집값이 폭등할 때 제동을 걸지 못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지난 4년간 수십 차례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 발표에도 집값, 특히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4억 1043만원에서 지난달 9억 1160만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은 45%, 수도권은 54% 각각 뛰었다. 전세 역시 전국 25%, 수도권 27%, 서울 28% 각각 상승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더욱 참담하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는 52%, 수도권은 67% 올랐다. 서울은 2017년 5월 6억 708만원 하던 아파트가 무려 83%가 올라 11억 1123만원으로 올랐다. 전셋값은 전국 28%, 수도권 36%, 서울 43% 폭등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무슨 힘이 있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족이 등장한 상황에서 이는 무소신의 변명에 불과하다. 실무자들은 그동안 김현미 전 장관과 청와대 등에 정책을 보고하면서 예상되는 문제점도 함께 알렸지만 면박당했다는 사실을 내부 문건에 남겨 두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던 정부는 기조를 바꿔 3기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며 토지보상금을 풀고 있다. 2006년 2기 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풀린 보상금 60조원 등이 아파트 가격 20%를 올렸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내년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45조원이 풀릴 예정이다. 주택 공급이라는 명목으로 ‘엉뚱한 곳’에 만드는 신도시의 토지보상금이 다시 집값 불안을 일으키는 아이러니도 소신 있는 공무원이라면 보고했을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아파트 가격 안정화 실패의 공범이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은 아파트값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은커녕 임대 시장의 불안에 불을 질렀다. 서민은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 양질의 주택, ‘지하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를 공급하라고 아우성이지만 나오는 대책은 ‘구두 신고 발바닥 긁는 격’이다. 임대등록사업자의 다주택을 매물로 유도하겠다는 민주당의 대책이 대표적이다. 임대 주택자가 가진 주택 대다수는 3~4인 가족이 살 만한 공간이 아닌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같은 것이다. 직장이나 학업 등의 문제로 단기간 사는 곳이 대부분이다. 임대 주택 80%가 60㎡ 이하로, 무주택 실수요자가 바라는 아파트도 아니다. 이런 임대 주택을 말소하면 주거 취약 계층의 고통만 가중된다. 또 민주당이 내놓은 44만호의 주택당 평균 재산세 18만원을 경감하는 것이 폭등하는 집값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될까. 차라리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형편이 어려운 가구에 지원금을 나눠 준다고 포장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재산세 경감은 내년 두 개의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지 집값 안정화 대책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소신파 공무원이 할 일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공무원이 아니라면 재산세 상승의 시발점인 공시가 산정을 공개하거나 지자체를 참여시키는 것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낫겠다. 관료의 독선도 경계할 일이지만 소신 없이 정치인에게 부화뇌동하는 공무원의 죄도 결코 가볍지 않다. chuli@seoul.co.kr
  • [자치광장] 주거, 인간다운 삶의 기본/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

    [자치광장] 주거, 인간다운 삶의 기본/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

    사람이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권리다. 동작구는 민선6기부터 자치구 단위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시도하는 ‘동작구형 공공주택’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주거안정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전체 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공공주택 재고율이 있는데, 동작구의 재고율은 2020년 12월 말 기준 8.2%이며, 2025년까지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정부에서 발표한 주거복지 종합대책인 주거복지로드맵 2.0에 수록된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목표와도 일치한다. 동작구는 주택의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주택공급을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비롯해 한부모 가정, 홀몸어르신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한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2015년 상도동 지역에 모자안심주택 26가구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383가구를 공급했으며, 252가구의 추가물량을 확보했다. 동작의 대표적인 주택 공급모델로는 LH 또는 SH공사가 주택을 매입하면 구에서 지역수요에 맞는 입주자를 자체 선정해 운영하는 ‘맞춤형 매입임대주택’, 노후 공공시설 등을 새롭게 신축하며 공공주택과 결합한 ‘복합화 시설’을 들 수 있다. 올해 하반기 대방동 지역에는 어르신자립형 공공주택과 구립어린이집을 함께 조성한 복합건물이 완공되는데, 전국 최초로 기초자치단체에서 자체 건설하는 공공주택이라 의미가 있다. 또 공공주택과 주민체육시설 등이 결합한 ‘상도동 생활SOC?행복주택 복합시설’은 2024년 완공을 목표하고 있으며 공공주택, 구립경로당, 공영주차장, 수영장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공공주택 공급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인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으로 오랫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했던 주택공급 문제를 지방정부에서 주도했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차별받지 않는 공정한 도시를 실현하고자 한다. 누구나 형편에 맞는 주거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고민할 것이다.
  • [금요칼럼] 스승이 말릴 수 없었던, 이재 황윤석의 호기심/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스승이 말릴 수 없었던, 이재 황윤석의 호기심/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충청도 전의 현감 황윤석이 백성을 잘 다스리지 못한 죄로 벼슬에서 쫓겨났다. 그는 업무에 미숙해 고을 아전과 좌수에게 휘둘렸다. 가난한 백성에게 환곡을 배정하는 일도 틀렸고, 심지어는 관노가 죄수에게 곤장을 칠 때 뇌물을 받아먹었으나 알지 못했다. 한마디로 행정 실무에 꽝이었다. 암행어사 심환지의 보고에 따라 정조는 황윤석을 파면했다(실록, 정조 11년 4월 8일). 아직 정조가 세손이었던 시절, 황윤석은 시강원 익찬(정6품)으로 세손을 보좌했다. 그때를 회상하면서, 훗날 정조는 황윤석의 학문을 칭찬했다. “옛일을 자세히 살피는 데 있어 내가 (황윤석에게) 도움받은 점이 많았다.”(정조 22년 2월 6일) 그런 맥락에서 왕은 말하기를, 전라감사가 왜란 때 조헌과 의병의 의로운 죽음을 제아무리 철저히 조사해도 황윤석이 나라에 보고한 것보다 충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연 황윤석의 저술은 후세에 호평을 받았다. 북학파의 후예로 개화파의 스승이기도 했던 박규수 역시 황윤석을 존중했다. 고종 12년(1875) 선비 윤사연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환재집’ 제9권). 그 집안이 화재를 입었으나 “이당(황윤석)의 글씨와 저술이 무사하다니 기쁩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소장한 황윤석의 ‘이재난고’(?齋亂藁)와 장차 비교 검토할 뜻을 보였다. ‘이재난고’는 황윤석 필생의 저작이었다. 10세 때부터 별세하기 이틀 전까지 54년 동안에 쓴 방대한 기록이었다. 날씨와 농사 형편, 날마다 책을 읽고 토론한 내용, 주고받은 편지며 여행 기록이 빼곡하다. 사실적이고 총체적인 기록이라 18세기의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알려 주는 자료다. 아직껏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못한 사실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황윤석은 진취적인 학자여서 18세기 조선에 전해진 서양의 천문학과 수학에도 해박했다. 그런데 그는 서양 학문의 원류를 중국 고전 문명에서 찾았다. 이러한 지적 흐름은 이미 17세기 중국 명나라의 황종희에서 비롯했다. 황윤석의 선배인 서명응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는 북학파의 비조요, ‘임원경제지’의 저자 서유구의 할아버지였다. 황윤석은 신지식에 심취해 과학백과사전에 해당하는 ‘이수신편’을 저술했다. 그 책에서는 사칙산법과 삼각측량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이 사칙인데 수준이 다양했다. 삼각측량법은 두 점의 거리를 재보지 않고도 알아내는 방법으로, 정말 새로운 지식이었다. 신학문을 추구한 때문에 황윤석은 스승 미호 김원행과 노선 갈등을 빚었다.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였던 김원행은 편지를 보내 황윤석의 학문적 취향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미호집’(제9권)에 보면 보수적인 스승과 진취적인 제자의 심적 갈등이 피부에 와닿는다. 스승은 책을 읽더라도 성리학적 의리, 즉 도덕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면서 제자를 나무랐다. “널리 읽고, 지나치게 많이 읽는 것을 추구하지 말게.” 또 “이제부터는 지난날의 널리 잡다한 지식을 추구하던 습관을 버리게.” 오직 성리학적 도덕의 연구와 실천에 힘을 쏟으라는 명령이었다. 스승 김원행의 눈에는 제자 황윤석이 세상사에 관심을 갖는 것도 걱정스러운 점이었다(‘미호집’ 제9권). “자네가 수년간 옛 성인의 책을 읽었는데도, 아직 이점을 환히 알지 못하는가.” 스승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황윤석은 신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헌것에서 새것이 나온다. 견해와 시각 차이로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지만 피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선각자라고 해서 일상에 만능이 되지도 못한다. 잘잘못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고, 완벽하지 못한 것이 사람의 일이다. 세사를 볼 때마다 나는 너그러움을 그리워한다.
  • ‘48년 진료봉사’ 의사-월세 살며 ‘전재산 기부’ 80대, LG의인상 수상

    ‘48년 진료봉사’ 의사-월세 살며 ‘전재산 기부’ 80대, LG의인상 수상

    LG복지재단은 48년간 무료 진료 봉사를 한 고영초(68) 건국대 신경외과 교수와 가사도우미 등을 하며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한 노판순(81)씨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고 27일 밝혔다. 고 교수는 의대 본과 재학 중이던 1973년 가톨릭학생회에 가입해 매주 서울 변두리 쪽방촌 등 의료 취약지역을 찾아 형편이 어려워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1977년부터는 진료와 수술 시간을 쪼개 서울 소재 무료 진료소를 매주 2회 이상 번갈아 방문했다. 주로 뇌하수체종양 진단·수술과 같이 어려운 이웃들이 치료받기 쉽지 않은 중증 질환을 치료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48년간 1만 5000명 이상을 무료 진료했다. 고 교수는 “어떤 날은 병원에서 몇 시간 힘들게 수술하고 한 시간 넘게 운전해 의료 봉사 현장에 가면 파김치가 되기도 하지만 막상 도착해 봉사자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환자들과 만나면 피곤함이 씻은 듯 사라진다”고 말했다.전북 군산에 거주하는 노씨는 2019년과 지난해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해 군산대 발전지원재단에 3억 3000만원을, 지난 4월에는 군산시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쾌척했다. 그는 지금도 군산의 작은 단칸방에서 월세로 살고 있음에도 가사도우미, 식당일, 목욕탕 운영 등을 통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내놓은 것이다. 노씨는 “평생 외롭고 힘들게 살아서 어려운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픈데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어 기쁘다”며 “나는 몸을 뉠 방 한 칸만 있으면 되니 여생 동안 이들을 더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와이키키 신문 가판대, 코로나 이후 노숙자가 점령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와이키키 신문 가판대, 코로나 이후 노숙자가 점령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조성된 무가지 신문 가판대가 노숙자들의 캠핑터로 변했다.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 시 와이키키 해변 인근에는 약 149여 개의 무가지 신문 정리 판넬이 설치돼 있지만 이 구역을 무단 점령한 노숙인들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발발 사태 이전 이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관광지 안내문과 지도, 인근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각종 할인 행사 안내문이 배치됐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뒤 신문 가판대에는 기존 무료 신문과 현지 잡지 대신 반갑지 않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바로 이 일대에서 노숙하는 이들이 캠핑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과거 신문이 가득 찼던 가판대 안에는 매일 밤마다 도심을 떠돌았던 노숙인들이 몰려 숙식을 해결하는 장소로 변질됐다. 신문 가판대를 차지한 노숙인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장기 거처로 이용, 한 낮에는 가판대를 비우고 도심을 떠돌다 저녁이 되면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하는 양상이다. 때문에 이들이 자리를 비운 한낮에도 쓰고 남은 침낭과 옷가지, 기저귀, 속옷, 슈퍼마켓에서 무단으로 가져와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카트가 뒤섞여 온갖 악취가 나는 상황이다. 특히 늦은 밤에는 신문 가판대를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노숙인들로 인해 각종 사건 사고가 이 일대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가판대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 중 상당수가 마약에 취한 정신 이상자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와이키키 해변 일대로 조성된 신문 가판대를 피해 이동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 정부에 소속된 청소 근로자들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와이키키 해변 가판대를 주로 관리해오고 있는 사울 델라로사 는 “매일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주일 동안 7일 내내 근무 중”이라면서 “이 지역 담당자는 총 6명인데, 우리들은 모두 가판대를 청소하고 나면 또 다시 각종 오물이 뒤섞여 있어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닦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숙인들의 상당수는 늦은 밤 여기 일대에서 잠을 청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마약 등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해변 인근의 콘도에서 장기 투숙 중인 여행자 한 모 씨(41) 역시 근처 신문 가판대 노숙인들의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냈다. 한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해변 인근 야자수 나무 아래나 잔디밭에 설치된 대형 의자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을 보는 정도였다”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뒤에는 가판대에 몸을 억지로 쑤셔 넣고 잠을 자거나, 장기 투숙자들처럼 밥을 먹고 각종 오물을 그대로 방치하는 노숙인들 탓에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이 일대 치안도 이전보다 크게 악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최근 시 정부는 이 일대 신문 가판대를 모두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정부는 가판대 운영 업체와 무가지 신문 제작 업체 등과 협의해 이달 초 가판대 149여 개를철수토록 하는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 정부 관계자는 무가지 신문 가판대 철수에도 법규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순서대로 진행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 정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든 공공 기물 철수에는 법규에 따른 정식 절차가 있다”면서 “의도와 목적에 맞는 법규에 따라서 단 하나의 공공 시설물을 제거하는 것에도 적절한 청문회와 관련 업체와의 상의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15일 만에 종이로 만든 람보르기니, 1200만원 낙찰…“주행도 가능”

    15일 만에 종이로 만든 람보르기니, 1200만원 낙찰…“주행도 가능”

    수퍼카 람보르기니를 본떠 만들어진 종이 람보르기니가 경매에서 1200만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5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뉴질랜드의 유명 유튜버 데이비드 존스(22)는 최근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그는 람보르기니 아반타도르를 보고 한눈에 반했으나 해당 차를 살 형편이 안 됐다. 이에 종이를 이용해 직접 만들어낸 것. 존스가 카드 보드지(판지)와 람보르기니를 합쳐 ‘카드보르기니’로 이름 지은 이 종이 수퍼카를 제작하는데는 총 15일이 걸렸다. 판지로 몸체를 제작하고 차량 골격은 나무 막대기로 구성했다. 마침내 완성된 카드보르기니는 실제 짧은 거리 운행도 가능했다.존스는 이 차를 경매 사이트에 올렸다. 처음에는 약 5만원 내외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132건의 입찰 끝에 총 1164만원에 낙찰됐다. 존스는 이 차를 판 수익금 전액을 한 어린이 병원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병원은 그가 14세 때 암 투병 당시 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그는 “병원 의료진은 정말 멋진 사람들이었고, 나를 정말 잘 돌봐줬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교정 참여 인사-자비상] 허둘남 통영구치소 교정위원

    [교정 참여 인사-자비상] 허둘남 통영구치소 교정위원

    2004년부터 불교 집회 156회를 실시하는 등 수용자 교화와 처우 개선에 앞장섰다. 수용자 6571명을 대상으로 1141만원 상당을 지원하고 불교 서적 150권과 교화기자재 80만원 상당을 기증했다. 2007년부터는 부처님오신날과 명절에 수용자들에게 총 22회, 2468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지원했다. 자살우려자 및 자매결연 수형자에 대해 상담을 실시하고 불우수형자에게 보관금을 지원하는 등 안정적인 수용생활을 도왔다. 이 외에도 2003년 지역사회의 불우가정 학생 4명에게 장학금 2900만원을 지원했고 2019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매년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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