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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 남자의 다리 맞아?” 연금 때문에 갇혀 지낸 스페인 남자

    “50대 남자의 다리 맞아?” 연금 때문에 갇혀 지낸 스페인 남자

    장장 20년 동안 감금생활을 한 남자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남자는 스스로 걷지 못할만큼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 동물처럼 남자를 가둔 건 다름 아닌 형제들이었다. 스페인 세비야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세비야 경찰은 최근 "잔뜩 술을 마시고 길에서 소란을 피우는 노인이 있다"는 신고전화를 받았다. 출동한 경찰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상태인 76세 노인을 길에서 발견했다. 경찰은 노인을 순찰차에 태워 집까지 안전하게 귀가시켰다. 잔인한 사건의 실체는 이 과정에서 우연히 드러났다. 노인을 자택 안까지 데려다 준 경찰은 집 안쪽에 쇠사슬로 잠근 문을 목격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차린 경찰이 "방에 무엇이 있냐?"고 묻자 노인의 여동생(61)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동생이 있다"고 답했다. "동생의 안전을 위해 방문을 쇠사슬로 잠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런 여동생에게 경찰은 문을 열어보라고 했다. 여동생이 문을 연 방에는 작은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니 3㎡ 정도 되는 작은 다락방이 나왔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동생은 다락방에 놓인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몰골은 형편 없었다. 제대로 먹지를 못해 뼈만 앙상했고, 방엔 마실 물조차 없었다. 화장실도 없는 다락방에서 남자는 페트병에 소변을 보고, 바가지에 대변을 보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나마 제때 치우지 않아 방에선 오물이 썪는 냄새가 진동했다. 동물처럼 갇혀 지낸 남자는 올해 59세로 형제 중 막내였다. 형과 누이는 동생을 이렇게 가둬놓고는 매달 동생 이름으로 나오는 연금 1000유로(약 128만원)를 꼬박꼬박 받아챙겼다. 돈 때문에 동생을 감금한 셈이다. 경찰조사 결과 막내가 마지막으로 병원을 방문한 건 20년 전인 1996년이었다. 이후 줄곧 갇혀 살면서 세상구경을 못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동생을 가두고 연금만 챙겨온 형과 누이는 긴급 연행됐다. 형와 누이는 "동생이 스스로 관리를 못해 먹을 것을 주면서 돈 관리를 해준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학대 혐의로 두 사람을 체포했다. 사진=세비야 경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부가가치세 신고 시즌, 세무신고비용 부담된다면 인터넷 간편장부로

    부가가치세 신고 시즌, 세무신고비용 부담된다면 인터넷 간편장부로

    2016년 새해가 밝아왔다. 극심한 경기 침체 여파로 한껏 몸을 움츠린 소규모 사업자들도 이때 만큼은 새로운 희망을 갖기 마련.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성큼 다가온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을 잊지 않아야 올 한해의 첫 단추를 잘 꿰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부가가치세란 재화(상품)의 거래, 용역(서비스)의 제공에서 얻는 이윤에 대해 부과하는 세를 일컫는데, 흔히 ‘이윤=부가가치’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편리하다. 부가가치세에는 ‘매입세액’과 ‘매출세액’이 존재하며,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금액을 부가가치세로 납부하게 된다. 흔히 사업 형편이 좋지 않다며 부가가치세 납부를 임의로 미루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신고 불성실로 가산세(20%)가 적용될 수 있으니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혹여 과세기간동안 매입, 매출이 전무하다 하더라도 신고 면제의 의무가 없으므로 무실적 신고를 해야 한다. 고용불안의 여파로 창업을 했거나 준비중인 개인사업자들에게 부가가치세 신고는 어렵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비교적 사업 규모가 작고 매출매입 구조가 단순한 이들이라면 홈텍스를 활용한 신고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겠으나, 처음부터 이를 시도하기에는 그리 간단치가 않고 장부가 없어 별도의 장부를 작성해야 하거나 무기장가산세를 내야 한다. 일반 세무사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매월 지불해야 하는 기장료와 각종 세금 신고 시 납부해야하는 조정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에 그동안 개인사업자들에게 번거로웠던 장부 기입은 물론,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원천세, 4대보험 등 모든 세무신고를 사업자 스스로가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 간편 세무장부서비스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정보통신(주)에서 제공하는 ‘이지샵 자동장부’이다. 이지샵은 자동으로 장부가 작성되고 스스로 세무신고를 완성할 수 있는 온라인 장부서비스이다. 특히 초보자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장료, 조정비용이 소모되는 일반 세무사를 활용하는 것보다 세무비용을 연간 10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세무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이지샵 자동장부의 강점. 이지샵 자동장부는 마치 가계부를 적는 것과 같이 날짜, 거래처, 항목, 금액 등만을 넣어도 세무장부로 자동으로 변환되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 사용하는 항목을 골라도 어려운 세무항목으로 자동 변경돼 쉽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신용카드 매출/비용, 전자세금계산서 매출/비용, 현금영수증 매출/비용 등을 자동으로 불러오기 때문에 일일이 거래내역을 입력할 필요도 없다. 덕분에 흔히 놓치기 쉬운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사용 내역을 분석해 사용처에 따라 환급 가능한 거래를 자동으로 분류해 절세를 도와주는 기특한 기능을 수행한다. 사업초보라면 누구나 긴장할 수 있는 부가가치세 신고. 사업장에서 쉽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는 인터넷 자동장부 사용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편, 이지샵 자동장부에 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easyshop.co.kr)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2년째 저금통 나누는 ‘마음 부자’ 세 부자

    12년째 저금통 나누는 ‘마음 부자’ 세 부자

    “이웃을 돕는 나눔 운동이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4동주민센터에서 지난 17일 열린 ‘나눔이 있어 행복한 사랑의 일일찻집’ 행사장에 주민 이남경(51)씨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빨간색 돼지저금통이 들려 있고, 뒤로 그의 아들이 따르고 있었다. 2004년 이후 12년째다. 이씨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릴 적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갖고 싶은 것이 많은 청소년 시절 그는 꾹 참는 법을 배웠다. 자신이 어른이 돼 부자가 되면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25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큰 부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이웃과 사랑을 나눌 정도의 여유는 있다”면서 “형편이 되는 대로 계속 이웃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의 따뜻한 마음은 아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군 복무를 하는 큰아들과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도 아버지의 선행에 함께하고 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자기 용돈을 한푼 두푼 돼지저금통에 넣는 것을 보고, 이웃을 돕자고 시작한 일이 아이들에게 교육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올해 세 부자가 모은 동전은 93만 6820원이다. 매년 이씨의 돼지저금통 기탁을 지켜본 이선형 복지협의체 민간공동위원장은 “주머니에 있는 모든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넣어서인지 항상 10원짜리 잔돈이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근 상도4동장은 “큰돈을 기부하기보다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도움이 꼭 필요한 이웃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생활용품 지원에 집수리·도배까지… 부산시, 소외계층 맞춤형 복지 제공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해 줘 정말 고맙습니다.” 부산시가 연말연시를 맞이해 실시한 맞춤형 소외계층 지원사업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시는 그동안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단순 물품만 지원하던 사업을 올해부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맞춤형 소외계층 지원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지난 27일까지 16개 구·군 지역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등 158가구에 맞춤형 복지를 제공했다. 시는 가구당 100만원 상당의 생활용품, 집 수리재료 등의 물품을 지원했으며 지자체 및 민간 봉사자들이 집수리, 도배 등 재능기부를 했다. 중구 대청동에 사는 김모(71) 할아버지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낡은 무허가 주택을 수리할 형편이 안 돼 부서진 창문과 현관문을 커튼으로 막아 겨울 한파를 견뎌 왔다. 하지만 이번 지원사업으로 현관문과 이중창을 설치하고 도배와 집 청소 지원에, 환자용 침대 매트 등 물품까지 받아 쾌적한 환경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나게 됐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아프리카 난민 35명, 복권 1등 당첨으로 인생역전

    아프리카 난민 35명, 복권 1등 당첨으로 인생역전

    무일푼으로 타향생활을 하던 난민들이 복권 덕분에 활짝 웃게 됐다. 최근 화제가 된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복권 '엘고르도'에서 난민 당첨자가 쏟아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스페인 남부 로케타스데마르에서 복권을 파는 호세 마르틴은 2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보스데알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아프리카 출신 난민 35명이 '엘고르도'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마르틴이 올해 판매한 '엘고르도' 복권은 어림잡아 수만 장에 달한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행운을"이라는 이색적인 원칙에 따라 복수의 1등을 쏟아내는 '엘고르도'는 로케타스데마르에도 수많은 행운아를 낳았다. 마르틴이 판매한 복권 중에서도 1등이 쏟아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게) 복권을 산 사람 중 약 1000여 명이 '엘고르도'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행운을 잡은 1등 당첨자에는 난민도 다수였다. 마르틴은 "내가 기억하는 사례만 꼽아도 난민 약 35명이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마르틴이 기억하는 난민 중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세네갈 출신의 난민 은가메(35)도 포함돼 있다. 은가메는 2007년 모로코에서 보트로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에 정착했다. 당첨 소식을 안 은가메는 복권사본을 갖고 복권판매점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 은가메는 "목숨을 구해주어 복권을 살 기회를 준 스페인에 감사한다."고 울먹였다. 상금을 어디에 쓰려는가 라는 질문에 은가메는 "너무 큰 돈이고, 아직은 당첨 직후라 어디에 돈을 쓸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권판매인 마르틴은 "1등에 당첨된 난민 중에는 당첨금을 받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며 "그런 난민들에겐 은행까지 동행해 당첨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난민들이 복권 당첨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돼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인포르마시옹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文安 인사’ 받는 당신

    ‘文安 인사’ 받는 당신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간의 외부 인재 영입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중량감과 인지도를 겸비한 호남 출신 명망가 또는 ‘일여다야’(一與多野)의 얽힌 실타래를 풀 전략가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독자 신당 창당의 연착륙을 위해 호남에 교두보를 구축해야 하는 안 의원은 물론 광주 지역구 의원들의 대거 탈당으로 물갈이 기회를 얻은 문 대표도 인재 확보가 최우선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25일 “야권 재편과 호남 민심의 향배는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좌우될 텐데, 결국 인재 영입 싸움에서 갈릴 것”이라며 “국민들, 특히 호남에서 감동까지는 못 준다고 해도 깜짝 놀랄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하성… 安 브레인서 文으로? 새정치연합의 영입 대상으로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거론된다. 진보적 경제학자인 장 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핵심 브레인이었으며 안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초대 소장을 맡는 등 멘토 역할을 했다. 여전히 안 의원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데다 광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장 교수는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며 “현실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철희… 文 총선기획단장 발탁설 ‘비주류 엑소더스’의 열쇠를 쥔 김한길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며 방송 진행자로 인지도도 높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총선기획단장 발탁설도 나온다. 총선기획단장으로 낙점됐던 ‘문재인의 복심’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비주류의 퇴진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 대중화를 이끈 진보적 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범죄심리학자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문 대표가 직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비판론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영입도 시도됐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지난 24일 부산으로 이동해 성탄절 연휴 동안 경남 양산 자택에서 머물며 당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한편 인재 영입 구상을 가다듬었다. ●정운찬… 安 외연확장에 최적 카드 안 의원 측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도 개혁 이미지로 안 의원과 지향점이 다르지 않은 데다 충남 공주 출신이어서 신당의 외연 확장에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안 의원으로선 원내교섭단체 구축이 시급한 터라 새정치연합 탈당 의원들에게 진입장벽을 쌓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중량감 있는 새 인물의 수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도로 새정치연합 비주류’일 뿐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점에서 더욱 절실하다. 안 의원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일 없다”고 잘라 말한 것과 달리 정 전 총리는 “아직 생각을 안 해 봤다”며 여지를 남겼다. 안 의원은 27일 새 정치 기조 관련 기자회견 및 새 정치 실현을 위한 집중토론회를 열어 신당의 정체성과 지향점, 인재 영입 방향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김한길… 의원간담회 설득 나서 한편, 새정치연합의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은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의 탈당을 막고자 조기전당대회 중재안을 공론화하기 위해 27일 긴급 의원간담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탈당에 무게를 두고 있는 김 의원 측은 “문 대표의 사퇴 외에는 답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분당 위기가 극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생명의 窓] 겨울밤의 다듬이소리/이재무 시인

    [생명의 窓] 겨울밤의 다듬이소리/이재무 시인

    겨울밤에 울려 퍼지던 다듬이소리가 그립다. (생략) 장단완급의 소리가 키 작은 담장을 넘어 마을의 고샅길을 나선다. 이웃집 아줌마, 윗말 사는 당숙모 다듬이소리도 사립을 빠져나오고 있다. 소리들이 깍지를 끼고 소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소리들이 팔짱을 낀다. (생략) 달빛은 하얗게 눈밭에 그렁그렁 스민다. 컹컹 컹컹 컹컹 짖는 개소리와 부엉부엉 우는 부엉이 울음도 다듬이소리들이 세운 울타리를 넘지 못한다. (졸시 ‘다듬이 소리’ 부분) 어머니를 떠올리면 자연 함께 떠올려지는 다듬이소리. 나는 이 소리를 평생 잊지 못하고 살 것이다. 지금도 그 소리에 묻어 오는 어머니의 숨결과 체온이 손에 잡힐 듯 고스란히 느껴져 온다. 다듬이소리의 발원지는 언제나 윗말이었다. 윗말을 빠져나온 다듬이소리는 득달같이 언덕을 넘어와 아랫마을 다듬이소리를 채근하여 불어내서는 소리의 바통을 넘겨주었고 바통을 이어받은 아랫마을 다듬이소리는 뒷산 허리를 비켜 돌아 이웃 마을 키 작은 담장들을 타 넘고 들어가 또 다른 소리의 주자들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그렇게 해서 이 마을 저 마을에서 들려오는 고저장단의 화음이 밤하늘을 반짝반짝 수놓게 되는 것이었다. 간간이 밤바람 소리와 부엉이 울음소리가, 다듬이소리들이 무명 직물로 짠 스크럼의 틈새를 노려보지만 소리의 결들이 어찌나 밭고 촘촘한지 번번이 실패하고야 만다. 그러나 자정이 지나면서부터는 여름 저녁 무논에서 들끓던 개구리울음 같던 다듬이소리도 시나브로 한풀씩 꺾여져 숨이 끊어져 갔는데 그러다가 완전히 소리의 숨통이 끊겼을 때 찾아오던 그 깊이 모를 정적감은 가히 적막의 심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다듬이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다 보면 그 소리의 마디와 가락에는 소리 임자들의 각기 다른 생의 감정과 사연이 다양한 무늬로 물들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그것을 인지했을 때의 즐거움과 고통이 컸다. 소리의 주체들은 단순히 의식주라는 현실 생활의 방편만을 위해 쾌락과 고통을 연주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들은 다듬이질의 단순 반복의 동작과 리듬 속에 각자의 삶의 세목과 나날의 요철을 담아냈으며, 서로서로 그 두드림의 행위를 통해 각자의 애환과 형편과 곡절 등을 속속들이 동정하고 이해하고 소통하였던 것이다. 요컨대 다듬이소리는 소리 주체들인 어머니들의 유일무이한 음악이었고 사색의 수단이었고 나아가 타자와의 무의식적 교감의 매체였던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내게 다듬이소리는 하이데거식 표현을 빌려 말하면 그날의 ‘존재’(神/어머니)를 거듭 떠올려 다시 살게 하는 ‘존재자’(자연사물/다듬이소리)인 셈이다. 그러나 이제 다듬이소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아득한 과거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기술의 최첨단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다듬이소리란 한낱 옛 향수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나는, 왜, 아직도, 감정의 가뭄을 겪을 때마다 구습을 벗지 못하고 뜬금없이 시대의 지진아처럼 예전의 소리가 물기를 띠며 절절해지는 것일까? 그것은 다듬이소리에는 오늘날 그 어떤 현란하고 고급스러운 음계로도 담을 수 없는 어머니들만의 공동체적인 삶과 아우라,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내 처지로 알아 이해하며 공유하고자 했던 덕성, 인내하는 끈질긴 기다림 등의 덕목들이 소리의 살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다듬이소리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몸에 정서적 충전의 플러그를 꽂는 셈이 되는 것이다.
  • 난민 35명, 복권 1등 당첨으로 인생역전 화제

    난민 35명, 복권 1등 당첨으로 인생역전 화제

    무일푼으로 타향생활을 하던 난민들이 복권 덕분에 활짝 웃게 됐다. 최근 화제가 된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복권 '엘고르도'에서 난민 당첨자가 쏟아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스페인 남부 로케타스데마르에서 복권을 파는 호세 마르틴은 2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보스데알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아프리카 출신 난민 35명이 '엘고르도'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마르틴이 올해 판매한 '엘고르도' 복권은 어림잡아 수만 장에 달한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행운을"이라는 이색적인 원칙에 따라 복수의 1등을 쏟아내는 '엘고르도'는 로케타스데마르에도 수많은 행운아를 낳았다. 마르틴이 판매한 복권 중에서도 1등이 쏟아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게) 복권을 산 사람 중 약 1000여 명이 '엘고르도'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행운을 잡은 1등 당첨자에는 난민도 다수였다. 마르틴은 "내가 기억하는 사례만 꼽아도 난민 약 35명이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마르틴이 기억하는 난민 중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세네갈 출신의 난민 은가메(35)도 포함돼 있다. 은가메는 2007년 모로코에서 보트로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에 정착했다. 당첨 소식을 안 은가메는 복권사본을 갖고 복권판매점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 은가메는 "목숨을 구해주어 복권을 살 기회를 준 스페인에 감사한다."고 울먹였다. 상금을 어디에 쓰려는가 라는 질문에 은가메는 "너무 큰 돈이고, 아직은 당첨 직후라 어디에 돈을 쓸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권판매인 마르틴은 "1등에 당첨된 난민 중에는 당첨금을 받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며 "그런 난민들에겐 은행까지 동행해 당첨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난민들이 복권 당첨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돼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인포르마시옹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난민 35명, 복권 1등 당첨으로 인생역전 화제

    난민 35명, 복권 1등 당첨으로 인생역전 화제

    무일푼으로 타향생활을 하던 난민들이 복권 덕분에 활짝 웃게 됐다. 최근 화제가 된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복권 '엘고르도'에서 난민 당첨자가 쏟아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스페인 남부 로케타스데마르에서 복권을 파는 호세 마르틴은 2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보스데알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아프리카 출신 난민 35명이 '엘고르도'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마르틴이 올해 판매한 '엘고르도' 복권은 어림잡아 수만 장에 달한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행운을"이라는 이색적인 원칙에 따라 복수의 1등을 쏟아내는 '엘고르도'는 로케타스데마르에도 수많은 행운아를 낳았다. 마르틴이 판매한 복권 중에서도 1등이 쏟아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게) 복권을 산 사람 중 약 1000여 명이 '엘고르도'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행운을 잡은 1등 당첨자에는 난민도 다수였다. 마르틴은 "내가 기억하는 사례만 꼽아도 난민 약 35명이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마르틴이 기억하는 난민 중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세네갈 출신의 난민 은가메(35)도 포함돼 있다. 은가메는 2007년 모로코에서 보트로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에 정착했다. 당첨 소식을 안 은가메는 복권사본을 갖고 복권판매점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 은가메는 "목숨을 구해주어 복권을 살 기회를 준 스페인에 감사한다."고 울먹였다. 상금을 어디에 쓰려는가 라는 질문에 은가메는 "너무 큰 돈이고, 아직은 당첨 직후라 어디에 돈을 쓸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권판매인 마르틴은 "1등에 당첨된 난민 중에는 당첨금을 받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며 "그런 난민들에겐 은행까지 동행해 당첨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난민들이 복권 당첨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돼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인포르마시옹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이웃 사랑’ 은근하거나 화끈하거나] ‘몸짱’ 산타

    [‘이웃 사랑’ 은근하거나 화끈하거나] ‘몸짱’ 산타

    화상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달력 모델로 나선 서울시 ‘몸짱 소방관’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산타로 변신했다. 열탕화상(뜨거운 물에 의한 피부 손상)을 입은 두 살배기 이하윤양이 재활치료를 받는 서울 한강성심병원도 찾아갔다. 장인덕(중부소방서), 이우근(구로소방서)씨는 하윤이를 만나 성탄절 선물과 함께 기부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하윤이는 지난 2월 갓 끓인 국에 화상을 입어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2개월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두 차례 피부이식 수술을 했고, 두피 부위 재건 수술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가 시각장애 1급으로 가족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해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사정인 딱한 하윤이 가족은 한림화상재단의 지원 절차를 거쳐 지원금을 받게 됐다. 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달부터 판매한 몸짱 소방관 달력의 수익금 6700만원(1만 3411부)과 GS숍·단우실업 등 기업 후원금 4000만원을 더해 기금 1억 700만원(세전)을 마련했다. 권순경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이날 전달식에서 “하윤양 가족에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형편이 어려운 화상 환자에게 기부하려면 한림화상재단(02-2639-5768)으로 연락하면 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세무대 출신의 첫 서울청장

    세무대 출신의 첫 서울청장

    세무대학 출신이 처음으로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됐다. 국세청은 23일 김재웅(57)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서울지방국세청장에 임명하는 등 고위공무원단 인사를 했다. 중부지방국세청장에는 심달훈(56)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부산지방국세청장에는 최현민(57)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김 청장은 지난해 12월 세무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세청 1급(고위공무원 가급)으로 승진했다. 김 청장은 고교 졸업 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23세에 세무대 1기로 입학해 1983년 8급 특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2005년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추진단 총괄계장 근무 시절 피로 누적으로 치아가 모두 무너져 내려 엉덩이뼈를 깎아 치아를 새로 만드는 수술을 했을 정도로 일중독자다. 그래서 별명이 ‘엉덩이는 가볍고 입은 무거운 사람’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의 ‘희망사다리론’(누구나 열심히 하면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이 다시 한번 관철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청장은 “중부청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치는 줄 알았는데 또 한번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심 청장은 행정고시 31회 출신으로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을 지냈다. 행시 출신이지만 백용호 전 청장 시절 비고시 출신이 주로 가는 감찰담당관에 발탁되면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최 청장은 행정고시 33회 출신으로 종합부동산세과장, 자산과세국장 등 국세청에서 새로운 업무를 주로 맡았다. 2014년 연말정산 재정산, 최근에 선보인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 구축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2급인 대전지방청장에는 최진구(56)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광주지방청장에는 한동연(56) 중부청 성실납세국장, 대구지방청장에는 서진욱(51)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이 각각 임명됐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사랑을 꽉 채운 ‘엄마의 밥상’

    사랑을 꽉 채운 ‘엄마의 밥상’

    겨울에도 전북 전주시의 아침은 항상 훈훈하다. 전주시 어딘가에서는 하루를 ‘엄마의 밥상’으로 열기 때문이다. 전주 시내 172가구 260명의 결식아동에게 매일 따뜻한 아침밥이 배달된다. 방금 지은 하얀 쌀밥에 잘 끓여 낸 맛난 국 그리고 매일 바뀌는 3가지 반찬이다. 맛도, 영양도, 정성도 여느 중산층 가정 못지않은 상차림이다. 눈보라가 몰아치거나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엄마의 밥상’은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에 정확히 배달된다. ‘엄마의 밥상’은 저소득층·소외계층의 결식 아동들에게 아침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7월 1일 취임한 김승수 시장의 첫 결재사업으로 전주시 민선 6기 특수 시책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학교에 가는 결식아동에게 시가 엄마의 구실을 하기로 했다. ‘엄마의 밥상’은 김 시장의 ‘열정’에 관계 공무원들의 ‘사명감’, 급식업체의 ‘봉사정신’, 시민들의 ‘동참’이 함께 이뤄낸 민·관 거버넌스라고 할 만하다. 김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지원해 ‘약자 우선, 사람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는 특수시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임 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모든 과정을 챙겼다. 시 생활복지과는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장애인, 조손가정 가운데 형편이 어려워 아침 식사를 거르고 등교하는 18세 이하 학생과 어린이들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시 직원들이 각 가정을 방문해 사정을 두루 살펴보고 결정했다. 사업을 추진하려 하니 뜻밖에 전문업체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른 시간에 나와 식사를 준비하고 배달까지 할 수 있는 종업원이 없을 뿐 아니라 한 끼에 5000원으로 수익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다수 업체가 기피했다. 다행히 어린 시절 밥을 굶어 본 경험이 있는 전북외식산업 강철(45) 사장이 기꺼이 사업을 맡겠다고 나섰다. 7월에 시동을 걸어 석 달 후인 10월 20일부터 시작된 이유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강 사장과 영양사이자 부인인 이문화(40)씨 등 12명의 직원이 매일 새벽 2시에 출근해 식사를 준비하고 5시부터 배달한다. 이 사업은 민·관이 함께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진화해 파급 효과가 크다. 시에서 결식아동 아침 식사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의 밥상’을 후원하겠다는 시민의 기탁금이 줄을 이었다. 모금액이 2억 9200만원이나 된다. 한 기업은 100년, 익명의 후원인은 앞으로 50년 동안 지원하겠다는 약정도 했다. 시가 주도해 시민이 함께 차려 주는 따뜻한 밥상이 됐다. 시민들의 기탁금은 주 1회 간식, 생일 케이크, 명절 선물, 방학 중 부식 등을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 ‘엄마의 밥상’이 성공한 것은 단지 배고픔만을 해결해 준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채워 준 덕분이다. 매일매일 꾸준히 챙겨 준 아침밥은 아이들이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 실제로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진정성이 가득 담긴 손편지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에서 매일 식단과 배달 여부를 점검하고 불만사항을 조사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이 사업은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상복도 터졌다. 지방공동체가 복지패러다임을 바꾼 성공사례로 지난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자치분권 정책박람회’에서 보편적 복지와 지방자치 분야 우수사례로 발표됐다. 이어 7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지자체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엄마의 밥상’을 지역의 어려움을 지역의 힘으로 해결하는 사례로 평가했다. 10월 29일 세종시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는 우수정책으로 소개됐다. 전국 지자체들이 ‘엄마의 밥상’을 벤치마킹하려고 시를 방문했다. 서울 서대문구·금천구, 충남 아산시 등이 전주시와 급식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이를 쉽사리 도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한다 해도 새벽에 밥을 하고 배달을 해 주는 전문업체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 단위는 배달구역이 너무 넓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김 시장은 “‘엄마의 밥상’은 결식아동에게 시혜를 베푸는 도시락 배달 사업이 아니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 주고 따뜻한 사랑을 전달하는 밥상이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졌고 자신감에 찬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밥 굶는 아이가 없는 날까지 ‘엄마의 밥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구내 32개교 모두 찾는다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이 내년까지 구의 32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방문해 학부모, 교사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갖는 ‘교육대장정’에 나선다. 구는 박 구청장이 지난 17일 오현초교를 시작으로 다음달 26일 우이초교에서 마침표를 찍는 릴레이 학부모 간담회를 이어 간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집무실에 앉아서 교육 지원 방안을 고민하기보다 실제로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교육정책의 방향이 서고 답이 나온다”며 “학부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학생들이 형편에 관계없이 그들의 꿈을 찾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구는 서울시의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돼 정규 학습이 아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주고 있다. 또 구꿈나무키움장학재단,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청소년희망원정대, 책 읽는 구를 만들기 위한 독서문화 진흥사업, 강북구 인터넷 수능방송, 나비 한살이 생태체험학습 등 구만의 특징적인 교육사업을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이어 학부모들로부터 학교 외부공간에 작은 도서관 설치, 학교 인근 공원 정기 순찰활동, 학교 주변 통학로 위험요소 제거 등 여러 건의사항을 들었다. 박 구청장은 교육대장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대해 하나하나 구의 입장을 설명한 뒤 민원 처리 결과를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최원준 “지는 건 죽기보다 싫다…안타든 도루든 뭐든 해낼거다”

    최원준 “지는 건 죽기보다 싫다…안타든 도루든 뭐든 해낼거다”

    영산강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한 소년이 전남 함평군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프로야구 KIA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한참 앳되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축구선수 손흥민을 닮았다고 말을 건네자 “그런 얘기 자주 듣는다”며 배시시 웃고, 4일마다 한 번씩 주어지는 휴일에 무얼 하느냐는 질문에는 “PC방이나 영화관에 간다”고 답했다. 여느 평범한 고등학생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야구 이야기만 꺼내면 눈을 번뜩였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지는 걸 싫어한다. 이종범 선배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답했다. 올해 타율 .470(66타수 31안타)을 기록해 23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리는 ‘2015년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고교야구 최고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는 최원준(18·서울고 3년)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지난 8월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KIA의 지명을 받아 내년 프로야구 무대에 선다. 지난 16일 기아챌린저스필드에서 최원준을 만나 프로 무대에 서는 그의 꿈을 들어 봤다. 그는 아직 ‘프로의 세계’가 신기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있었던 KIA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이야기를 꺼낸 뒤 “TV에서만 보던 선배, 형들과 함께 운동하니 프로에 온 것이 실감 났다”면서 “곁에서 보니 선배들의 노하우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는 오키나와로 훈련을 떠나기 전 모교인 서울고에서 후배들과 함께 2주간 ‘선행학습’을 하기도 했다. 그는 ‘혹시 프로 무대가 긴장돼서 미리 훈련한 거냐’는 짓궂은 질문에 얼굴을 붉힌 채 “그런 것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유달리 수줍음이 많은 그가 어떻게 고교 무대를 평정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 비법이 뭐냐고 묻자 곧바로 “지는 걸 너무 싫어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 6월 경기 시흥 소래고와의 연습경기를 떠올리며 “당시 우리 팀의 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이기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학교 때 투수를 한 경험을 살려 마운드에 올랐는데 무리를 했는지 오른쪽 팔꿈치에서 ‘뚝’ 소리가 나며 인대가 찢어졌다”고 말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지만 3~4달간은 수비에 가담하지 못했다. 투수로 활동하던 중학교 3학년 때도 시합 도중 왼손을 다쳤지만 손이 퉁퉁 부은 채로 마지막 이닝까지 소화했다. 승부욕 때문에 몸을 혹사한 건 아닌가 싶어 ‘당시 부모님이나 감독님에게 혼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질책보다는 좋은 말,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 줬다는 것이다. 그는 “실수했을 때도 감독님들은 항상 나를 믿어 줬다. 그래서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로는 서울고 1~2학년 시절 자신을 지도해 줬던 김병효 감독을 꼽았다. “경기 안양에 있는 중학교를 졸업했는데 김병효 감독님이 불러 주셔서 서울고로 가게 됐어요. 야구하기에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장비와 전지훈련 비용을 도와주셨습니다. 이번에 KIA 입단이 결정된 뒤에도 먼저 연락을 해 인사드렸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고민했던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지난 5월 MLB의 유명 에이전시인 TLA와 계약을 맺으며 미국 진출을 노렸다. 실제 보스턴 레드삭스 등 몇몇 팀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충분한 준비 없이 의욕만 앞세워 도전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님도 같은 생각으로 미국행을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그의 과제는 ‘어떻게 KIA에서 활약할 수 있는가’이다. 특히 KIA는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외부 선수 영입이 전혀 없었다. 지난 정규시즌에서 10개팀 중 7위를 차지한 KIA로서는 올해 입단한 11명의 신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주위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일단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단점으로 꼽는 유연성 부족과 수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코치진으로부터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다. 또 궤적이 너무 큰 타격 폼도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 “KIA의 레전드인 이종범 선배처럼 KIA의 1번 타자가 돼 어떻게든 안타를 만들고 도루를 해내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KIA가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다.” 고교에서 4할대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그가 영산강 겨울바람을 맞으며 훈련한 결과를 어떻게 보여 줄지 내년 프로야구가 기대된다. 글 사진 함평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최원준은 ▲1997년 3월 23일 경기 광명 출생 ▲181㎝·82㎏ ▲연현초-평촌중-서울고 ▲2014년 제6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 ▲2014년 제10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2015년 제6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4강-최다득점·도루상 ▲2015년 제27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15년 KIA 타이거즈 입단(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 ▲2015년 백인천‘BIC 0.412’상 ▲2015년 이영민 타격상
  • [교육 플러스]

    교육 기부 ‘공부합시다’ 시작 서울시교육청 산하 강서교육지원청은 21일부터 내년 7월까지 관내 학원의 교육 기부를 활용한 ‘공부합시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원하는 학원 프로그램 일부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청이 연결해 준다. 30개 보습학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기초수급자·한부모가정·차상위계층 등 교육 소외계층 학생 87명이 혜택을 받는다. 2015 웹어워드코리아 대상 수상 서울디지털대가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호텔에서 열린 ‘2015 웹어워드코리아’에서 교육 부문 사이버대 분야와 모바일웹서비스 부문 교육 분야에서 각각 대상을 받았다. 서울디지털대는 올해 10월 서울디지털대 홈페이지를 전면 개정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기기에 최적화한 사용자 환경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어워드코리아는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가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후원한다. 점자도서 제작용 교재 무료 제공 천재교육이 숙명여대 점역봉사단에 점자도서 제작용 교재 자료 13종을 무료 제공했다. 초등은 ‘셀파 해법국어’, ‘셀파 해법수학’, 중등은 ‘스쿨플러스 영어 교과서 구문독해’, ‘스쿨플러스 영어 교과서 문법’, 고등은 ‘셀파 해법수학 시리즈’ 등이다. 점자도서를 제작하려면 교재 내용을 담은 디지털 파일이 필요하지만 출판사가 저작권이나 자료 유출을 우려해 파일 제공을 꺼려 왔다. 이번 자료 제공은 2010년 이후 두 번째다. ‘스마트 엠베스트’ 서비스 개시 엠베스트는 중학생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이러닝 학습을 지원하고자 개발한 ‘스마트엠베스트’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펜으로 스마트교재 속 아이콘 등을 터치하면 스마트앱과 연동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내용의 강의를 골라 듣고 학습한 내용과 연관된 문제를 쉽게 찾아 풀며 모르는 부분은 즉시 질문할 수 있다. 스마트펜과 스마트교재는 유료지만 스마트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 검찰, 거짓진단서로 개인택시면허 불법 거래 일당 적발

    허위진단서로 개인택시면허를 불법으로 거래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방검찰청 수사과는 개인택시면허 불법 거래를 알선하고 돈을 챙긴 진단서 발급 브로커 이모(47)씨와 중간 알선책 윤모(62)·김모(52)씨 등 3명을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브로커 이씨에게서 돈을 받고 거짓 진단서를 발급해준 부산 대형병원 의사 A(52)씨와 개인택시면허 불법 거래 모집책 10명과 택시기사 3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도박이나 대출채무로 형편이 어려운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접근해 가짜 진단서를 발급받도록 알선해주고 개인택시를 불법거래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개인택시 면허는 발급받은 날부터 5년간 양도할 수 없지만, 면허를 가진 운전기사가 치료기간 1년 이상의 진단서를 제출하면 면허를 양도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모집책이 급전이 필요해 개인택시 면허를 팔려는 기사들을 모아오면 중간알선책인 윤씨와 김씨가 진단서 발급 브로커 이씨에게 이들을 소개했다. 의사 A씨는 이들 개인택시 기사들에게 ‘허리 관련 질환으로 1년 이상 치료받아야 한다’는 거짓진단서를 발급해줬다. 모집책은 중간 알선책으로부터 넘겨받은 거짓 진단서를 관할 구청에 제출, 개인택시 면허 불법 거래를 성사시켰다. 모집책은 불법으로 면허를 넘긴 개인택시 기사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한 건에 700만∼1000만원을 받아 이 중 600만∼800만원을 중간 알선책에게 줬다. 중간 알선책은 진단서 발급 브로커 이씨에게 150만∼300만원을 건넸다. 중간 알선책 윤씨와 김씨, 진단서 브로커 이씨는 불법거래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각각 5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 A씨는 거짓 진단서 32건을 발급해주는 대가로 96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5분 만에 거짓 진단서 1통을 발급해주고 30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서울에서 일하는 노인으로 산다는 건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서울에서 일하는 노인으로 산다는 건

    서울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약 124만명이다. 이 중 3분의1가량인 46만명이 은퇴 후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다들 편안한 노후가 꿈이지만,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서울연구원이 노인 9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인 실태조사에는 외줄을 타듯 불안한 삶을 이어 가는 서울 노인의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월평균 소득 146만 7000원] 조사 결과 서울에서 일하는 노인(자영업자+임금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46만 7000원이었다. 누군가에게 고용돼 일하는 노인은 약 122만원, 자영업자는 159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10명 중 3명(28.3%)은 한 달에 채 100만원을 못 번다. 이 가운데 8.3%의 벌이는 5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남성 노인들의 소득은 월 159만원인 반면, 여성들의 소득은 115만원으로 44만원이 낮았다. 평균 소득이 낮다 보니 노인의 맞벌이 비율도 30%에 달했다. 43.2%가 맞벌이를 하는 젊은 층에 견줄 만하다. 비교적 형편이 낫다고 여기는 노인 자영업자 역시 실제 소득은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시간당 수입이 최저 임금의 기준인 5580원을 넘지 못하는 노인 자영업자가 55.7%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종업원 없이 일하는 1인 자영업자 중 73.4%는 시간당 수입이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말은 사치였다. 남에게 고용돼 일하는 노인 임금근로자의 85.4%는 경비, 미화원, 택배원, 활동보조인, 가사도우미, 운전사 등 ‘단순노무 종사자’였다. ‘사무직’(1.2%), ‘관리직’(0.6%), ‘전문직 종사자’(0.6%) 등 고된 육체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자리는 극소수였다. [노후 준비 충분한 사람 2.1%뿐] 일을 놓지 못하는 것은 당장의 생활비 마련과 부족한 노후준비 탓이다. 서울의 일하는 노인 중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전혀 준비 안 돼 있다 또는 별로 준비 안 돼 있다)는 응답은 64.4%로 ‘노후가 준비됐다’(충분히 준비됐다 또는 어느 정도 준비됐다)는 응답률 35.6%의 거의 2배에 달했다. 특히 ‘충분히 준비됐다’는 응답자는 전체 995명 중 21명(2.1%)에 불과했다.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근로계약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었다. 법에 정해진 권리지만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주고받는 경우는 노인 임금근로자 3명 중 1명꼴(32.7%)에 그쳤다. 서면계약 없이 구두계약만 하는 경우도 30.4%에 달했다. 근로계약을 한 노인도 계약 기간이 ‘1년’인 경우가 10명 중 7명꼴(69.4%)에 달했다. 이어 ‘1년 초과~2년 미만’ 9.7%, ‘6개월 이상~1년 미만’ 9.0% 순이었다. 지금 있는 직장에서의 근무 기간은 평균 5년 남짓(61.8개월)이었다. 평균적으로 볼 때 1년 이하의 근로계약 기간을 5회 이상 반복하면서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21.4% “기초연금 포함해 소득 전무”] 한 달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주거 관련 비용’(34.7%)이었다. 다음으로 ‘보건 의료비’(27.1%), ‘식비’(15.1%), ‘자녀 지원비’(9.8%) 순이었다. 기초연금을 포함해 전혀 소득이 없는 노인도 21.4%로 조사됐다. 개인 근로소득, 연금 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에 대해서는 ‘없다’는 답이 78.1%에 달했다.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이나 생활비 지원을 받는 경우는 10명 중 1명(10.8%)에 그쳤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걸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려워도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는 응답이 63.6%로 가장 많았다. 도움을 원하는 경우는 ‘아들’(17.1%)과 ‘사회·정부’(17.1%)를 선호했다. ‘출가외인’이라는 전통적 관념 탓인지 ‘딸의 도움을 원한다’는 답은 단 1%에 그쳤다. 윤민석 서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인들의 다수가 노후 준비를 못 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은퇴해 이전보다 더 열악한 직종으로 이동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 특별기획팀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30번 퇴짜 맞고 임시 경비로… 그렇게 한달 또 버틴다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30번 퇴짜 맞고 임시 경비로… 그렇게 한달 또 버틴다

    가장 오랫동안 일하지만 가장 가난한 노인들. 한국 노년층의 서글픈 ‘역설의 자화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실질 은퇴 연령은 72.9세로 가장 늦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소득은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3분의1 수준(서울 노인 기준)에 불과하다. 양질의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다 운 좋게 일을 구해도 1년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이재갑(70)씨는 이런 대한민국 빈곤 노인의 초상이라고 할 만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당했지만 낙담할 시간조차 없었다.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이씨와 한달간 함께하며 그의 구직 분투기를 관찰했다. “모레가 이자 내는 날인데, 허 참….” 경비원 모자를 눌러 쓴 노인은 허공에 혼잣말을 뱉었다. 아파트 경비실 벽에 걸린 달력을 올려다 본다. 11월 23일. 취업한 지 고작 20일 만이었다. 이씨는 이틀 전 경비원 채용을 맡고 있는 용역회사 사장에게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왜 잘린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사장한테 그랬어. 무슨 일 때문인지 몰라도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근데 막무가내야. 잘리는 이유라도 말해 달라고 했지. 그랬더니 그냥 이곳과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래.”  힘없는 노인을 일터 밖으로 밀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채용 뒤 2개월은 수습 기간이어서 일방적으로 해고해도 된다는 논리였다. 이씨와의 동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업체 바꾼다고, 나이 많다고… 7번 해고] 해고 통보 다음날, 이씨는 이력서를 인쇄했다. 근로 경험만큼 눈에 띄는 건 여러 줄을 차지하고 있는 해고·퇴직 경력이었다. ‘2013년 12월 관리업체 변경으로 강동 ○○아파트에서 퇴직/ 2014년 6월 연령 초과로 송파 XX아파트에서 해직/ 9월 관리업체 변경으로 경기 △△아파트 퇴직….’ 2013년 처음 경비 일을 시작한 뒤 2년 새 7차례나 옷을 벗었다. “왜 그렇게 많이 잘렸나요.”  젊은 기자의 조심성 없는 질문에 이씨가 답했다. “이유야 만들면 다양하지. 용역회사 바뀌면 잘리고, 쏟아지는 졸음 참으려고 신문 보다가 잘리고, 모친이 아프다고 보고까지 했는데도 출근 안 했다고 잘리고… .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같은 경비원들끼리 음해를 하는 경우도 많아.” 그는 해고 사유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4차례 고용노동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합의금 조로 업주로부터 건당 50만~60만원씩 받았을 뿐 복직하진 못했다. “나나 되니까 싸워서 돈이라도 받았지. 그냥 쫓겨나는 노인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사흘간 소개소 20곳 전화…대답 없어] 일자리를 찾으려고 가장 먼저 펴 든 건 생활정보지다. ‘청소 아주머니 급구’ ‘파출부 환영’ ‘노래방 도우미 모십니다’ ‘25~40세 어선 선원 모집’….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생활정보지조차 70세 노인은 관심 밖이었다. 겨우 ‘경비원 모집’이라는 문구를 발견했지만 밑줄 친 글이 이씨를 낙심하게 만든다. ‘67세 이하, 급여는 상담 후 결정.’ 이튿날부터는 민간 직업소개소에 무작정 전화를 돌렸다. “네, 안녕하세요. ‘이제 옵니다’가 아니라 ‘이제 갑니다’ 해서 이재갑이에요.” 60세 때 구청에서 퇴직한 뒤 일자리를 구하며 수백 번은 했을 법한 능숙한 자기소개였다. “사장님과 통화하니 좋은 일이 생길는지 오던 비도 그치네요. 우리 ○○인력 통해 꼭 취직하고 싶어요. 부탁합니다.” 그렇게 사흘간 직업소개소 20여곳에 전화했고, 그중 네 번은 사무실에 직접 찾아갔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의 바람은 단순했다. 직종 불문하고 월급 140만원을 받는 일. 모아 둔 돈 없이 마이너스 통장 이자와 카드 대금으로 월 50만~60만원씩 내야 하는 형편에 아내와 사는 원룸 월세 50만원이라도 안 밀리려면 사실 이 돈으로도 모자랐다. 치매를 앓는 구순 노모의 요양원 비용도 이씨의 몫이었다. 아들이 있지만 이제 막 취업한 아이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이자·생활비 낼 월140만원이면 되는데”] 이씨도 ‘중산층’일 때가 있었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급여가 끊긴 적은 없었다. 허투루 쓰지 않고 모아 서울 송파의 40평(132.2㎡) 아파트도 샀다. 하지만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게 해 주면 매월 150만원씩 주겠다”는 말에 속아 집을 잡혔다가 수익은커녕 그 아파트마저 날렸다. 60세에 정년퇴직한 뒤로는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1960년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40대 때 정당 중앙연수원에서 ‘교수’라는 직함도 가졌다. 50대에는 서울의 모 구청 연구위원 등으로 근무한 이씨지만 노인 구직자에게 ‘스펙’은 별 무기가 못 됐다. 고분고분한 태도와 한살이라도 젊은 나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먹고살려니까 늘 투잡(2개의 직장)을 뛰었어. 몇 년 전에는 아파트 2곳에서 동시에 경비 일을 했어. 밤새 일하고 다음날엔 다른 아파트에 출근해 근무하고. 새벽에는 4~5시간 쪽잠 잘 수 있으니 괜찮아.” [“65세 넘으면 일자리 없고 급여도 깎여”] 해고 20일째. 노인은 기자의 권유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일자리센터를 찾았다. 일자리 주선 때 첫 월급의 10%를 떼어 가는 민간 직업소개소와 달리 공공 일자리센터는 수수료가 없다. 20대 후반쯤 된 여성 상담사는 경비나 청소 일을 원한다는 말에 사업장 1~2곳을 추천했다. 하지만 매일 9시간씩 주 6일을 일하고 나오는 돈이 110만원이라는 말에 이번에는 이씨 쪽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충 살 만한데 소일거리 찾는 거라면 50만~60만원 벌어도 좋아. 근데 나는 지금 그 돈 벌어서는 방세도 못 내고 밥도 못 먹어. 그래도 올해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140만원짜리 경비 일자리가 있잖아. 나 잠 안 자도 되니까 더 일하고 더 받는 자리 좀 구해 줘.” 상담사는 난감해했다. 그는 “업체들이 60세부터 65세 사이에서만 뽑으려 하고 65세 넘어가면 급여 조건이 확 나빠진다”고 전했다. 30일 동안 이씨는 모두 30여곳의 직업소개소를 돌았다. 하지만 칠순 노인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한 민간 직업소개소가 임시로 아파트 경비직을 주선해 줘 한달은 더 버티며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절망적일 만했지만 이씨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해 준다는데 뭐. 아프지만 않으면 버틸 수 있어. 아프지만 않으면….”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 특별기획팀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1t 트럭 채운 폐지 4만 7000원… 그나마 운수 좋은 날

    [누가 김노인을 죽였나] 1t 트럭 채운 폐지 4만 7000원… 그나마 운수 좋은 날

    [동행1… 끌차 끌며 폐품 줍는 할아버지] “이런 육시럴. 도둑놈 잡아라. 저 노인네가 내 박스 다 훔쳐 간다.”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편의점 앞. 길 건너에서 폐지를 줍던 60대 할머니는 종이 박스를 챙기는 노인을 보고 고함을 치며 단숨에 6차선 도로를 무단으로 가로질렀다. 할머니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편의점 쓰레기를 정리해 주는 대가로 받는 폐지를 매번 누군가가 훔쳐 가는데 오늘 범인을 잡았다며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현행범’으로 지목된 할아버지는 “버려진 걸 주웠을 뿐”이라며 억울한 표정이다. 과자 박스 4개 때문에 시작된 두 노인의 언쟁에 순경 2명이 출동했다. “거리 위 폐지는 소유권이 없어요.” 경찰의 말이 할머니의 화를 더 돋운다. 그렇게 20여분. 결국 박스는 목소리 큰 할머니의 차지가 됐다. “이악스런 여편네 같으니라고. 7년 넘게 폐지를 주웠지만, 나는 남이 모아 놓은 건 절대로 안 건드려. 자네도 며칠간 봤잖아.” 이현복(82·가명) 할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역성을 들지 않은 기자에게 섭섭함을 드러냈다.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3일 전 인근 언덕배기에서다. 정확히 말해 눈에 들어온 건 위태위태 비탈길을 거슬러 오르는 폐품 더미였다. 산더미 같은 폐품 더미 속에 등이 굽은 백발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는 3일간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폐지를 주웠고 이날이 예정했던 마지막 날이었다. 노인은 하루 세 차례 힘겹게 끌차를 당기며 이 언덕을 오른다. 기력이 약해 많이 나를 수 없다 보니 끌차가 차면 4~5시간마다 한 번씩 폐품을 집에 내려놓는다. 주변엔 운동 삼아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고단한 밥벌이를 멈출 수 없다. 폐지 일이라도 안 하면 당장 먹고사는 것이 막막해진다. 부부에게 총 32만원이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약과 병원비를 빼면 딱 2만원 남는다. 3년 전 아내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고 나서 늘어난 고정비용은 끌차처럼 늘 그의 삶을 뒤로 잡아당기기만 한다. “애들이 6남매가 있긴 한데 다들 형편이 그래. 자기들 먹고살기 힘든 걸 뻔히 아는데 부모랍시고 손 벌리기도 그렇잖아.” 폐지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재활용품이 많이 모이는 아파트 단지나 중소형 마트 등은 이미 민간업체와 정기 계약을 맺고 있는 터라 폐지 줍는 노인들은 모두 단독주택가 골목길로 몰린다. 멀쩡하고 깨끗한 박스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뭐 하나라도 건지려면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남의 집 쓰레기 봉투에 팔을 넣어 빈병부터 캔, 페트병, 폐플라스틱 등 돈이 될 만한 것을 하나하나 골라내야 한다. 생각 없이 뱉은 가래침이나 도통 내용을 알 수 없는 구정물이 손에 묻고 몸에 튀는 것쯤은 감수해야 한다. 구역질이 나왔다. 쉬지 않고 다섯 시간을 꼬박 모은 덕인지 오늘은 아침나절에 대형 마대자루 4개를 가득 채웠다. 방금 이사 간 집에서 버리고 간 아이 장난감 등 잡동사니를 다른 노인보다 먼저 발견한 덕이다. “일진이 안 좋다 싶었는데 수지맞았어. 젊은 양반이 도와주니 일도 한결 수월하고.” 기를 쓰고 모은 폐품이 책상 3개를 쌓아 놓은 듯한 부피까지 늘어났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급하다. 재활용품 수거 트럭이 오는 시간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일주일을 꼬박 일해 모은 폐지와 재활용품이 1t 수거트럭 적재함을 가득 채웠지만 업자가 건넨 돈은 4만 7000원이다. 일당으로 치면 6700원. 새벽부터 나와 밤 11시에야 퇴근하는 할아버지의 고단한 노동을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형편없지 뭐. 그나마 몇 해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점점 오르는 물가와는 반대로 재활용품의 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리기만 한다. 4년 전만 하더라도 폐지는 ㎏당 200원 정도를 쳐 줬지만 이젠 60원까지 떨어졌다. 플라스틱류나 페트병, 알루미늄캔 가격도 ㎏당 70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할아버지에게는 최저생계비(2인 가구 102만 7417원, 일당 3만 4250원)를 번다는 것조차 남의 나라 이야기다. 실제 일당 3만 4250원을 벌려면 하루에 박스 570㎏(약 314개)을 주워야 한다. 페트병으로 따지면 하루에 1만 4487개를 모아야 한다. “겨울철엔 길이 얼어서 많이 미끄러워. 손도 곱아서 오랫동안 밖에서 일하기가 어렵고. 몸도 몸이지만 눈이라도 오면 폐지가 다 젖어 버려 낭패야. 업자들이 젖은 폐지는 수거를 안 해 가려고 하거든.” 빈곤층의 겨울은 뼛속까지 시리다. [동행 2… 지하철·버스 택배 할아버지] 김 노인에겐 ‘운수 좋은 날’이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2시간 넘게 대기 중이던 김순우(80·가명) 할아버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을지로입구역 인근 B꽃집이다. 전날 1만 5000원밖에 벌지 못한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첫 주문이다. ‘선릉역에 있는 한 기업에 승진 축하 난을 배달해 달라’는 내용이다. B꽃집으로 가는 사이 바로 옆 C꽃집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이번엔 건당 1만 5000원을 받을 수 있는 경기도권이었다. 꽃배달 업계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가 성수기다. 연말, 연초 인사이동 등으로 난 화분 등 주문이 쏟아진다. 이런 성수기에 할아버지는 한 달 평균 50만원을 번다. 나머지 8개월은 30만원 벌기도 힘드니 벌 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11년 전 그는 구청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 갔다가 지하철 택배의 길에 들어섰다. 젊을 때 대기업에서 일한 이력이 도움이 됐다. 당시만 해도 지하철 택배는 노인 일자리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질 낮은 일자리’의 대명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우후죽순 생긴 업체들이 경쟁하면서 배달비는 11년째 그대로다. 업체에서 일을 받으면 수입의 30%를 수수료로 떼줘야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직접 영업을 뛴다. 두 곳에서 각각 동양란을 받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은 할아버지가 집 다음으로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선릉역으로, 선릉역에서 다시 강남역으로 이동했다.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탄 할아버지는 판교역 인근 배달을 마치고서야 겨우 햄버거로 끼니를 때웠다. 다시 충정로역 인근 D꽃집에서 용산 한강로 2가로 꽃다발 배송 주문이 들어왔다. “빨리 배달해 달라”는 요청에 할아버지는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선택했다. 무료인 지하철과 달리 버스를 이용하면 교통비 1200원을 내야 하지만 거래처와의 관계를 생각해 손해를 감수했다. “역에서 멀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꽃집 주인들이 버스비를 잘 안 줘. 버스비를 달라고 하면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지.” 버스에 오르는 노인의 움직임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지난 3월 그는 버스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승차하는 순간 버스가 급히 출발하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 하지만 2주 만에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 젊은 시절 모았던 재산은 사업하는 사위 보증을 섰다가 모두 날렸다. “늙어서 꽃 배달하는 걸 창피해하는데 난 그렇지 않아. 되레 떳떳하지. 이게 뭐 도둑질도 아닌데….” 활짝 핀 백합과 이를 쥐고 있는 손에 핀 노인의 검버섯이 묘한 대비를 이뤘다. 다시 강남과 강북을 오가며 2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잘못 적힌 콘서트장 화환 리본을 갈아 주고 다시 화분 한 개를 배달하는 일이었다. 오후 8시 40분이 돼서야 모든 일이 끝났다.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저녁까지 사 먹으면 남는 게 없잖아. 자정에 들어가도 무조건 집에서 먹어.” 인천 남동구 구월동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밤 10시 30분. 평소 2~3건에 그치던 주문이 5건이나 들어온 덕에 총 3만 5600원을 벌었다. 하지만 그 돈을 위해 팔순의 노인은 한겨울에 노구를 끌고 11시간 50분 동안 110㎞ 이상을 이동해야 했다. 특별기획팀 tamsa@seoul.co.kr ■ 특별기획팀 유영규 팀장 whoami@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경제적 절친 G2 가짜 호황 키우다

    경제적 절친 G2 가짜 호황 키우다

    G2 불균형/스티븐 로치 지음/이은주 옮김/생각정원/460쪽/1만 8000원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을 놓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 여파는 이미 각국 경제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역시 G2 국가인 중국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미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형성해 온 중국으로선 향후 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 불안은 이미 예고된 사건일 뿐이라면 어떨까. ‘미국과 중국이 서로 의존하며 가짜 호황을 조장해 왔다.’ 이른바 ‘더블 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가 신간 ‘G2 불균형’에서 미국과 중국의 해묵은 경제관계를 폭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편의에 따라 협력적 성장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지금의 세계 경제는 그 비정상의 협력 관계가 불러온 파행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불균형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중의 불균형거래는 중국의 문화대혁명부터 시작됐다.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은 국가 생존전략으로 성장을 택했고 미국도 기존 정치적·경제적 패권을 유지하는 첩경으로 성장을 선택했다. 그 결과 양국은 1970년대 말부터 세계적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의존성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어 세계경제의 ‘가짜 호황’을 부풀려 왔다. 압축해 말하면 중국의 수출품으로 미국이 소비 파티를 벌여 온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수출주도형 생산 모형이 가능하도록 세계 최대의 수요 시장을 만들어 줬고 중국은 경제 사정이 나빠진 미국 소비자에게 값싼 제품을 대량 제공했다. 중국은 자산의 잉여자본을 저축이 부족한 미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해 왔다. 잉여자본이 국내에 유입되면 위안화(인민폐) 가치가 상승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불을 보듯 뻔한 일. 자국 통화가치의 급속한 상승을 막기 위해 중국이 축적된 외환을 달러로 표시된 자산에 재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제 그 불균형 관계의 후유증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미국은 저축과 무역적자, 부채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은 과도한 자원 수요와 소득 불평등, 환경침해와 오염의 문제를 놓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양국의 과도한 의존이 병리적 현상으로 굳어졌고 결국 곪아터진 게 2008년 금융위기다.” 책의 특징은 정치적·군사적 경쟁과 마찰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양국이 그간의 왜곡 관계 청산에 하루빨리 눈떠야 한다고 지적한 점이다. 그리고 그 해법은 균형화를 찾는 것이다. 중국이 소비 성장 모형, 미국이 수출·생산 주도 모형으로 전환해 불균형을 해소한다면 두 나라는 새로운 공생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중국은 수출과 투자 주도형 성장에서 벗어나 내수를 살리는 경제 전략, 즉 세계의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저축을 장려하는 한편 과잉 소비를 근절하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해소하면서 생산자 중심의 경제 전략을 취하라고 주문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양국의 대응 태도를 콕 집어 대비시킨다. 중국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미국의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지속 불가능한 ‘제조업 주도 수출 모형’에서 탈피해 ‘내수 진작과 서비스업 주도의 성장 모형’을 골자로 기초 경제 안정화의 새 전략을 채택했다. 반면 미국은 소비 주도형 성장이라는 케케묵은 카드를 움켜쥔 채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중국이 방향을 전환한 시점에서 미국이 계속 ‘소비 파티’에 의존하다가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신경 써 들어야 할 일갈이다. “미국은 허울뿐이던 수출 산업의 내실을 다지고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도 역시 높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저자는 말미에 미국 정부를 향해 이렇게 한마디를 던진다. “자국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미국 정부의 오랜 습성을 타파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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