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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소득층엔 반값등록금 넘어 전액장학금”

    “저소득층엔 반값등록금 넘어 전액장학금”

    “반값등록금 체감 안 된다” 논란… 교육부 “소득연계 몰라 생긴 오해”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최모(25)씨는 가구 소득 125만원 이하로 국내 최하위 10%(1분위)에 해당한다. 2011년 입학했을 때는 교내장학금을 받았지만 이듬해부터는 등록금과 하숙비, 생활비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학원에서 주 40시간을 일하면서 거의 매일 자정에 귀가했다. 이런 사정은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을 받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최씨는 “국가장학금 논란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소득에 따라 지원을 달리하는 지금의 국가장학금 정책 방향은 옳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국가장학금을 통해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현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장학금 수혜를 저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된 학생들이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장학금의 수혜가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 심화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교육부의 올해 지원 방안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총예산은 지난해보다 545억원 증가한 3조 6545억원이다. 늘어난 재원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많이 받는 ‘국가장학금Ⅰ’의 비중 확대에 집중됐다. 올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득 1분위 및 2분위(하위 10~20%)의 저소득층 자녀가 받는 최대 금액은 지난해 480만원에서 올해 520만원으로 40만원이 늘었다. 3분위는 30만원, 4분위는 22만원이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5~8분위 학생이 받는 금액은 지난해와 같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일고 있는 반값등록금 논란은 국가장학금이 ‘소득 연계형’이라는 점이 간과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저소득층에는 반값등록금을 넘어 ‘전액등록금’ 지원이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공립 대학 재학생 중 기초수급자는 466만원, 1분위는 439만원을 국가장학금으로 받았다. 국공립 대학 등록금이 평균 409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등록금을 내고도 생활비 자금이 남았다는 얘기가 된다. 사립 대학의 경우 평균 등록금 733만원에 기초수급자가 749만원, 1분위가 688만원을 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반값등록금의 취지는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장학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배움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해 학생들의 경제적 형편에 맞게 차등 지원한다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은 ‘유능한 행정가’다. 박 구청장의 신산한 삶의 역정은 해리 포터의 작가인 조앤 롤링의 한국판에 가깝고, 사법고시 합격으로 인생 역전을 했다는 점에서는 ‘여성 노무현’이라 할 만하다. ‘고생을 즐겨라, 포기하지 말자, 최선을 다하라’를 3대 좌우명으로 삼고 제2의 르네상스를 준비하는 송파구의 구석구석을 누비는 박 구청장을 만났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박 구청장은 어려서 웅변을 배워 여학생회장과 학생회 임원을 도맡았다. 주위 어른들은 커서 여성으로서는 가장 많은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고 박순천 의원처럼 되리라고 기대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국립대인 부산대 의류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으나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이혼 뒤 아이들을 데리고 상경해 홍익대 앞에서 분식집을 차리고 떡볶이를 팔았다. 고된 일상 속에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이 마음의 짐이었던 그는 결국 남매를 시집으로 돌려보냈다. 공허함에 몇 날 며칠을 눈물로 보내다 38살에 사법고시 도전을 결심했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시작한 눈물의 도전은 10년 만에 열매를 맺었다. 2002년 48살에 최고령 합격자가 된 것이다. 사법연수원에서도 박 구청장의 여장부 기질은 이어졌다. 사법연수원 최초의 여성 자치회장을 맡았다. 이때 그는 당시 아름다운 재단 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특강의 주인공으로 초청했다. 박 시장의 고향은 박 구청장의 이웃인 경남 창녕이다. 박 시장이 ‘고향 오빠’뻘 되느냐고 하자 박 구청장은 웃음을 터뜨리며 “법조계의 한참 선배이긴 하지만 박 시장이 두 살 어리니 고향 동생쯤 되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1954년생, 박 시장은 1956년생이다. 서울시 구청장 25명 가운데 박 구청장은 유일한 변호사다. 그는 박 시장과 일명 ‘박원순법’을 놓고 법적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박원순법은 이름은 법이지만 실제로는 서울시 공직사회 혁신 대책으로 마련된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이다. 박원순법은 공무원이 1000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송파구의 도시관리국장은 박원순법의 첫 사례로 지난해 7월 해임됐다. 50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국장은 소송을 냈고, 송파구는 상품권의 직무 관련성이 없고 재량권 남용이란 이유로 1심에서 패소했다. 검사의 항소하지 말라는 지휘에도 서울시의 요구에 항소할 수밖에 없었던 송파구는 2심에서마저 패해 결국 넉 달 만에 원래 자리로 국장을 복귀시켰다. 이 복귀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박 시장의 청렴 의지가 퇴색됐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법원 판결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의 판단과 다를 수 있다 해도 서울시 직원 모두가 공직 윤리를 엄정하게 지켜 가야 한다. 의회를 통해 새로운 입법 요구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도시관리국장의 복귀는 법원의 명령을 따른 것일 뿐”이라며 “‘박원순법’은 법이 아닌 만큼 박 시장의 의견은 개인적인 고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청소년과를 신설하는 등 청소년 정책에 관심이 높다. 잠실종합운동장 부근인 잠실본동 194-7에 ‘청소년 문화의 집’을 2018년 개관할 계획이다. 서울시 투자심사를 통과한 청소년 문화의 집은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로 진로직업 체험 공간, 동아리 활동을 위한 다목적홀, 스튜디오, 북카페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송파구에는 이미 22곳의 청소년 문화 공간 ‘또래울’이 있다. 또래울은 학교가 끝난 뒤 청소년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곳으로 동주민센터, 복지관 등의 유휴 공간을 활용했다. 청소년들은 또래울에서 자유롭게 공부, 취미 활동, 직업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 프랑스에 다녀왔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아동 친화 도시’가 가장 많은 프랑스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지방정부를 ‘아동 친화 도시’로 키우는 기초자치단체장들과 함께 파리를 방문해 프랑스가 68혁명 이후 전국에 1000여개를 만든 청년 지원 공간인 청년정보기록센터를 눈으로 확인했다. 유네스코의 아동 친화 도시는 0~18세가 대상으로 송파구가 목표로 하는 ‘아동·청소년이 행복한 송파’와 맞아떨어진다. 송파구는 2012년부터 ‘책 읽는 송파’ 사업을 벌여 독서문화 대표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주민들이 어디서나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독서 인프라를 조성하고, 생활 속 책 읽기 운동을 벌였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8년에는 책 박물관도 문을 연다. 송파 책 박물관은 책 전문 박물관으로 책이 인간에게 주는 가치를 조명해 자연스럽게 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전국 최초의 책 전문 공립박물관이다. 도서관이 아니라 책 박물관인 이유는 박물관은 특정 분야의 책으로만 공간을 채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책과 관련한 시대별 유물, 사진, 신문기사, 영상매체 등을 활용해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의 탄생 배경, 사회적 파급력 등 책을 둘러싼 문화사를 조명해 책의 가치를 보여 줄 예정이다. 책 박물관은 또 시민 참여 기획전을 열어 시민들의 책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울 계획이다. 개관전으로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국난 극복사’를 주제로 한 전시를 준비한다. 근현대 책의 흐름과 책의 미래상, 종이·활자·디자인 등 책의 구성 요소에 대한 예술적 접근도 전시를 통해 시도하게 된다. 박 구청장은 “책 박물관은 ‘책 읽는 송파’ 사업의 대단원의 막이면서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송파구는 강남, 서초구와 함께 ‘강남 3구’로, 구청장들의 이름이 ‘희’로 끝나 ‘희 자매’로 불린다. 박춘희 송파구청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모두 희 자 돌림이다. 같은 여성에 새누리당 기초자치단체장이란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두 달에 한 번 정도 지역을 돌아가며 식사 자리를 갖는다. 여성에 소속 정당이 같은 신계용 경기 과천시장도 같이한다고 한다. 한전 부지를 산 현대자동차가 낼 공공기여금 배분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과 협의를 반복하는 강남구청장은 은근히 박 구청장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강남구청장은 현대차의 공공기여금 1조 7000억원을 모두 강남구 발전을 위해 사용해도 모자란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수도권 남부 여성 기초단체장 모임에서 “나는 ‘악악’대서 겨우 돈을 받는데 송파구는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니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송파구는 공공기여금 가운데 송파구로 올 것으로 예상하는 2000억원을 잠실운동장 리모델링과 탄천변 일대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매년 100억원 이상이 유지와 보수에 드는 잠실종합운동장은 시설 개선을 통해 한류문화 확산 거점이자 스포츠 메카로 재단장한다. 2017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조성 계획이 완료되면 2023년 잠실종합운동장은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로 재탄생된다. ‘늙은’ 서울시에서 송파구는 123층 롯데월드타워 건설과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위례·문정지구 등 활발하게 개발이 진행되는 역동적인 지역이다. 석촌호수 물 빠짐과 같은 안전 문제를 비롯해 개발에 따른 각종 문제도 만만치 않다. 박 구청장은 모든 문제의 매듭을 찬찬히 풀어내고 있다. 안전, 복지, 경제, 문화·관광, 청소년, 도시·교통 등 6개의 큰 분야별로 모두 합해 65개에 이르는 공약사업도 분기별로 추진 상황 보고서를 펴낼 정도로 꼼꼼하게 실천하고 있다. “송파구는 전체 면적의 3분의1에서 대규모 개발이 진행될 정도로 낡은 서울시에 산소 역할을 하는 지역”이라며 박 구청장은 거대한 지각변동 끝에 더 행복하고 성장한 송파구가 얼굴을 내밀 것이라고 장담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탈북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중) 탈북자 감쌀 수 없나

    [탈북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중) 탈북자 감쌀 수 없나

    말투·문화 차이로 ‘왕따’ 많아 발육 늦고 사회적 인맥도 부족 “차이 인정하고 어울리게 해야” “탈북 청소년이 다니는 대안학교에서 2년 동안 공부하고, 지난해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어요. 다음달 부산의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가요. 고교 생활이 많이 기대되긴 하지만, 북한 말투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도 되는 건 사실이에요.” 1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신사동 우리들학교에서 만난 김민수(16·가명)군은 “부모님이 탈북할 때 중국에서 태어났고, 2013년 7월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때만 해도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며 “언어 소동이 전혀 안 될까봐 우선 대안학교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에서는 탈북 청소년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개학식이 열렸다. 곧 학교를 떠나게 될 김군은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을 보기 위해 나왔다. 2011년 11월 문을 연 우리들학교는 탈북 과정에서 학업 기회를 놓친 청소년들에게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대안학교다. 초·중·고교 전 과정을 학생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 맞춤형으로 가르친다. 우리들학교의 정원은 36명. 초등학교 과정 2명, 중학교 과정 10명, 고등학교 과정 24명이다.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다 보니 이날 개학식에는 전체 학생의 40% 정도가 불참했다. 윤동주 우리들학교 교장은 “한국에 들어온 탈북 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부딪치는 장벽은 언어”라면서 “특히 한국어에는 북한말과 달리 외래어가 많아 무척 생소해한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 이용희(14·가명)군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간판들을 읽을 수가 없었다”며 “탈북 과정에서 2~3년간 중국에서 거주하다 보면 어린 나이에 한국말을 잊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선생님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진도를 못 따라가는 게 당연하죠.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시면 좋겠지만, 저 말고 다른 학생들도 가르쳐야 하니까 그게 잘 안 되죠.” 박성숙(18·가명)양은 탈북자라는 낙인이 학교생활을 적응하는 데 가장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박양은 중학교 2학년 때 부모가 준 휴대전화를 갖고 학교에 갔다가 문자를 보내는 법을 모른다고 반 아이들에게 면박을 당했다. 이를 계기로 탈북자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아이들의 놀림감에 되면서 3개월 만에 대안학교로 옮겼다. 부모가 돈 벌기에 바빠 사실상 방치되는 탈북 청소년도 많다. 윤 교장은 “다양한 이유로 탈북 청소년들은 한부모 가정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아무래도 양부모 가정보다는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의 201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의 한부모 가정 비율은 46.1%에 이른다. 신체 발육도 늦다. 중학교 남학생의 경우 탈북 청소년의 평균 신장은 158.5㎝로 남한 출생 학생(163.9㎝)보다 5.4㎝ 작았다. 몸무게는 49.4㎏으로 남한 출생 학생보다 57.4㎏보다 8㎏ 모자랐다. 문제는 탈북청소년이 부모의 가난을 물려받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학생 아들을 둔 탈북자 이호식(40·가명)씨는 “아이는 똑똑한데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못 시키고 있다”며 “가정 배경과 사회적 인맥도 없는데 대학마저 제대로 못 가면 신분 상승의 탈출구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정옥 인천 장수초등학교 탈북코디네이터는 “한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탈북 청소년은 대개 다른 학교로 옮기더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탈북 청소년과 급우 모두 ‘차이’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어울릴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In&Out] 은퇴자 복지 등 체육인 자긍심 높이는 체육행정을 꿈꾸며/장미란 장미란재단 이사장

    [In&Out] 은퇴자 복지 등 체육인 자긍심 높이는 체육행정을 꿈꾸며/장미란 장미란재단 이사장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열리는 ‘올림픽의 해’를 맞아 지난 선수 시절을 되새겨 본다. 새로운 기록을 목표로 대회를 준비하며 새해를 맞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선수 생활을 은퇴한 지 벌써 햇수로 4년이 흘렀다. 지난 시간 동안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등 정부와 체육계 활동을 하며 체육행정에 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활동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육행정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역도 선배인 김병찬 선수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홀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사건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대단한 선수였다는 이야기를 선배들로부터 종종 듣곤 했기 때문에 고인의 쓸쓸한 죽음을 믿기 어려웠다. 많은 분들이 나에게 물었다. 그래도 체육연금을 받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데 생활이 그렇게 어려웠냐고 말이다. 고인은 국위를 선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매월 52만 5000원의 체육연금을 받았다. 어려운 형편과 영구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체육연금이 최저생계비 지급 기준(49만 9288원 이하)을 넘는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체육인을 대표해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에리사 의원은 2012년부터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법안을 냈지만 아직까지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고인의 죽음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체육인들을 위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했지만 더이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체육 공로자들이 불행에 처했을 때 도와줄 마땅한 지원 대책이 없는 것이다. 만일 3년 전에 이 법안이 통과되고 실행됐다면 김병찬 선수와 같은 안타깝고 슬픈 일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메달만 따면 된다는 목표 의식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체육인 양성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쉬움과 문제점이 있는 체육행정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문체부에서는 올해부터 체육연금 수령자 중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생활비보조제도를 시행한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체육인들 중 연금 수령자는 0.02%에 불과한 만큼 체육인들이 은퇴 후에 전문성을 살리며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진로교육과 직업알선 등 최소한의 지원을 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필자는 청소년들의 체육 활동을 도우면서 은퇴 체육인들의 복지를 위해 선수 시절 설립한 장미란재단을 통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찾아가는 멘토링’을 통해 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과 체육을 하는 후배들을 만나 시간을 함께 나눈다. 또한 현역 국가대표 및 은퇴 선수들이 참여하는 ‘장미운동회’를 통해 체육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체육의 장점은 신체 활동을 하면서 보다 쉽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응원하게 되는 관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려와 협동을 배운다. 체육은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주는 큰 역할을 함에도 늘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필자를 비롯해 장미란재단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들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큰 보람을 느낀다. 이런 활동이 단순히 민간 단체만이 아닌 국가적인 노력과 더 많은 체육인의 참여로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체육행정이 체육인의 자긍심과 전문성 강화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차원에서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은 그 때문이다.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5) 로봇 ④ 드론 열전(列傳)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5) 로봇 ④ 드론 열전(列傳)

     백수에서 백만장자로, 3DR의 호르디 무뇨스 “저의 모국어는 영어가 아니라 서툴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저는 닌텐도 게임기의 부품으로 무선 헬리콥터 자동 조정기를 만들었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멕시코 출신의 20살 청년이 창고에서 만든 장난감 같은 물건을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한 글이다. 항공 엔지니어가 꿈이었던 청년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국립 폴리테크닉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두 번이나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부모님도 더는 도와줄 형편이 되지 않자 티후아나로 돌아와 생선 타코 가게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만류로 타코 가게를 정리하고 엔세나다에 있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였다. 한 학기를 다니던 중 훗날 그의 아내가 된 여자친구가 임신하였다. 둘은 아이를 미국에서 키우고 싶었다. 다행히 여자친구가 미국 국적이 있어 함께 미국행을 결심한다. 두 학기를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로 이주해 영주권을 신청하였다. 영주권이 나오기까지는 취직을 할 수도 없었고 학교에 다닐 수도 없어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창고에서 인터넷을 뒤지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게임기 컨트롤러를 분해해 무선 조정 헬리콥터와 연결해보았다. 문득 이렇게 하면 누구나 쉽게 모형 헬리콥터를 조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다”던 그는 자동 헬기 조정 시스템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와 40대를 만들었는데 1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팔렸다. 그는 이 물건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로봇 헬리콥터’라고 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상업용 ‘드론’(Drone)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9년, 그는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과 함께 ‘3D 로보틱스’를 설립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멕시코 이민자에서 세계 3대 상업용 드론 회사 CEO로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을 한 ‘호르디 무뇨스’(Jordi Munoz)의 이야기다. 이어 2015년에는 멕시코 대통령이 수여하는 ‘젊은 기업가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의 인생에서 크리스 앤더슨과의 만남을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상위 20%보다 하위 80%의 긴 꼬리가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롱테일(Long Tail) 경제학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 앤더슨은 한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앤더슨은 와이어드지 편집장 시절에 드론의 시대를 예감하고 드론 커뮤니티인 ‘DIY드론스’를 만들어 공유의 장을 열었다. 어느 날 이 사이트에 어눌한 영어로 한 멕시코 청년이 글을 올렸고 회원들은 그가 만든 자동 조정 헬리콥터에 찬사를 보냈다. 앤더슨 자신도 그때 감동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그 뒤 무뇨스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일하게 되었고, 그렇게 이어진 인연으로 최초의 상업용 드론이 탄생하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 ‘메이커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재능의 롱테일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졸업장이나 자격증과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다” 2012년 앤더슨은 12년간 몸담았던 와이어드를 떠나 3D 로봇틱스에서 무뇨스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 DJI의 왕타오 미국의 경제지 포천은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0세 이하의 비즈니스계 톱스타 40인을 선정해 발표해 왔다. 2015년에는 할리우드 스타이자 친환경 육아용품 업체 ‘어니스트 컴퍼니’ 설립자인 ‘제시카 알바’, 스마트밴드로 억만장자가 된 ‘핏빗’의 CEO ‘제임스 박’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 드론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DJI의 CEO 프랭크 왕(왕타오)의 얼굴도 보였다. DJI는 창업 10년 만에 전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10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상장을 하게 되면 지분의 4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랭크 왕의 재산은 45억 달러로 한국의 부자 톱 5에 들 정도가 된다. DJI가 내놓은 드론 ‘팬텀’은 미국 타임지의 ‘2014년 10대 과학기술 제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로봇’, 뉴욕타임스의 ‘2014 우수 첨단기술 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35살의 나이에 프랭크 왕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을까.   왕타오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동향인 저장성 항저우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유별나게 모형 헬리콥터와 로봇을 좋아했던 그는 다른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상하이에 있는 화동사범대학의 심리학과에 진학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3학년을 다니다 자퇴를 하였다. 미국 유학을 꿈꾸며 스탠퍼드와 MIT에 원서를 내보았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홍콩과기대에 입학을 하게 되는데 졸업 과제로 자동 헬리콥터 조정기를 만들면서 왕타오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매일 밤을 새우며 오직 무인 헬리콥터에만 매달리던 그는 2006년에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제조업의 메카인 선전에서 창업하였다. 이런 왕타오의 열정과 노력을 지켜보던 지도교수 리져샹 교수는 기꺼이 그의 멘토로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리 교수는 당시 적지 않은 액수인 200만 위안을 지원해 DJI의 첫 번째 투자자가 되었다. 현재 리 교수는 DJI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어 10억 달러의 부호가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창업 후에도 그는 일주일에 80시간을 일에 빠져 살았다. “남들은 새 모델을 출시하는 데 몇 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몇 개월이면 충분하다”라며 앞만 보고 달렸다. DJI는 지난 9년간 11개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 2013년 누구나 쉽게 조정할 수 있는 드론 ‘팬텀1’을 출시하면서 드론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이어서 1400만 화소의 독자 카메라를 장착한 ‘팬텀2’, 2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팬텀3’로 라인업을 갖추면서 드론계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2010년 100만 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이 2014년에는 5억 달러에 육박했고, 2015년에는 10억 달러가 예상되어 5년 만에 무려 1000배가 늘어난 셈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것일까. 회사는 성장하는데 창업 멤버는 모두 회사를 떠났다. 북미 시장을 개척하고 지금의 팬텀이 있기까지 많은 기여를 했던 콜린 귄은 소송까지 벌이면서 DJI를 떠나 3D 로보틱스로 가버렸다. 왕타오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롤모델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라며 자신을 ‘까칠한 완벽주위자’(abrasive perfectionist)라고 했다. 그의 사무실 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고 한다. “머리만 가지고 올 것, 감정은 두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왕타오도 힘들었겠지만 이런 보스와 함께한 직원들도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몇 년 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소개된 ‘불완전한 리더를 찬양하라’라는 보고서는 독선적 리더십을 경고하며 완벽한 리더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잡스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린다면 새로운 시대의 리더로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도전하는 다이아몬드 수저, Parrot의 앙리 세이두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수저 계급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자녀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세태를 꼬집는 말이다. ‘계급’의 종류도 흙수저부터 금, 은, 동,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수저까지 다양하다. 이 분류에 따르면 앞에 소개한 호르디 뮤노스나 왕타오는 흙수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주인공은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을까? 프랑스의 떠오르는 IT기업 패롯(Parrot)의 CEO인 앙리 세이두는 도무지 전쟁터와 같은 IT 업계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인물이다. 우선 집안의 배경이 일반 수저들과 다르다. 할아버지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서비스 그룹 슐룸버거의 창업주인 마르셀 슐룸버거다. 아버지는 프랑스 최고 미디어 기업인 파테의 제롬 세이두 회장이고 삼촌들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사 고몽의 회장 니콜라 세이두, 프로축구 클럽 릴 OSC의 소유주 미셀 세이두이다. 본인은 패롯의 CEO이자 프랑스 명품 수제화 크리스티앙 루브탱의 공동 창업자로 개인 재산만 1억 달러가 넘는 자산가이기도 하다. 최근 루이뷔통의 새로운 모델로 발탁된 그의 딸은 ‘미션임파서블’과 ‘007 스펙터’에서 시크한 연기로 인기를 끈 배우 레아 세이두이다. 이런 배경을 가진 앙리 세이두는 1994년 패롯을 설립하면서 IT와 인연을 맺게 된다. 초기에는 음성인식 기기와 차량용 무선 핸즈프리 제품을 생산하였는데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였다. 이후 2012년 스위스의 드론 회사 센스플라이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드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감각으로 3년 만에 패롯을 세계 3대 드론 기업으로 키웠다. 지면 관계상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 회에 살펴보도록 하자.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독자의 소리] 희망의 징검다리 국가장학금제도/정순자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십수년 전 외환위기 여파로 저희 가정의 어려움은 시작됐습니다. 최근까지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아 학원도 보낼 수 없어서 아이는 혼자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의 노력으로 대학에 합격했지만, 등록금 마련이 걱정됐습니다. 빠듯한 형편과 빚이 쌓여 있던 상황에서 첫 등록금은 겨우 마련했지만, 다음 학기부터가 걱정됐습니다. 아이가 아르바이트로 용돈과 등록금을 모두 부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장학금이 없었더라면 이제 한 학기만 남겨 두고 있는 아이의 졸업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2학기에도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을 합해 350만원가량의 등록금 대부분을 지원받았습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는 반값등록금의 체감도가 미진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예전에 비해 대학과 한국장학재단의 장학금 지원이 늘어나 저희처럼 어려운 사람들은 반값등록금, 아니 거의 전액등록금의 감사함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 우리 아이가 다니는 대학의 경우에는 주변에 중산층 학생들도 적잖은 장학금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국가장학금제도가 형편이 어려워 재능을 펼칠 수 없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징검다리로 지속되기를 학부모 입장에서 진심으로 바랍니다. 중산층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수혜가 주어지도록 힘써 주신다면, 교육의 기회 확산에 도움이 돼 반값등록금 효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정순자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 [길섶에서] 명절 스트레스/손성진 논설실장

    시골 종갓집을 지키며 사는 종손이나 종부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제사, 시제, 성묘, 명절, 손님 치르기 등 종갓집 대소사는 사흘이 멀다 하고 닥친다. 서울에 살며 근근이 봉사(奉祀)만 하는 나로선 종손이란 이름조차 부끄럽다. 시제에 가 보면 젊은 후손들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성묘도 일흔이 넘은 어른들이 노구를 이끌고 이어 나가는 형편이다. 젊은 세대의 유교 문화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긴 흩어져 있는 선조들의 묘 위치를 여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 이제 곧 설이다. 연휴에 쉬지도 못하고 음식 장만하느라 녹초가 되는 명절이 젊은 며느리들에게 반가울 리 없다. 벌써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게다. 제사나 명절을 둘러싼 갈등이 없는 집안은 없다. 제사 지내기 싫어 기독교로 개종하는 며느리도 있다고 하나 욕하기도 어렵다. 명절이나 제사를 집안 파티로 생각하면 어떨까. 자주 보지 못하는 일가친척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다고 하면 마음이 좀 가벼울 것 같다. 그러자면 아들이든 딸이든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야 한다. 손성진 논설실장 sonsj@seoul.co.kr
  • [스타뷰] ‘응답하라 1988’ 혜리 “덕선이보다 보라 닮은 똑순이죠”

    [스타뷰] ‘응답하라 1988’ 혜리 “덕선이보다 보라 닮은 똑순이죠”

    진짜사나이 모습은 진짜…걸그룹 화장 지우고 변신 “지금은 덕선이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요. 열심히도 했지만 덕선이는 워낙 사랑스럽고 예쁜 친구잖아요. 그래서 더 아쉽고 덕선이를 좀 더 간직하고 싶어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끝나고 포상 휴가까지 다녀왔지만 혜리(22)는 아직 덕선을 다 비워 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서울 성수동의 한 호텔에서 마주 앉은 그에게 덕선을 떠나보냈느냐고 묻자 내내 밝았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하지만 이내 명랑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속 ‘긍정 소녀’ 덕선처럼. 신원호 감독이 성덕선 역에 초짜 배우인 혜리를 과감하게 캐스팅한 가장 큰 이유도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 줬던 혜리의 밝고 털털한 모습 때문이었다. “감독님과 미팅 때 처음에는 조용히 있다가 그냥 원래 제 말투, 성격 그대로 했더니 감독님이 ‘진짜 사나이’ 때 모습이 진짜구나라고 하시더라구요. 이후 두세 달 동안 감독님과 일대일 리딩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찾아갔어요. 그동안 나름대로 제가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관찰 예능을 보니까 어리버리하고 덤벙대고 때론 바보 같은 표정을 지을 때도 있더라구요. 제게 남 눈치를 보거나 해맑은 면이 있는지도 예전엔 몰랐어요. 그런 모습에서 차차 덕선의 캐릭터를 잡아 갔죠.” 신 감독은 혜리에게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연기를 주문했고 연기 수업을 받는 것도 원치 않았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였다. 이후 그는 걸그룹 ‘걸스데이’의 화려한 메이크업을 벗고 칼군무 대신 막춤을 추는 촌스러운 쌍문동의 왈가닥 성덕선으로 변신했다. “노래할 때는 날아갈 것 같은 긴 속눈썹과 진한 화장을 포기하면 무대에서 빛이 덜 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고등학생인 덕선은 진한 화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납득하고 많이 내려놨어요. 뒤뚱거리는 팔자걸음도 화면에서 귀엽게 찍어 주시더라구요. 확신이 생긴 뒤에 더 확실하게 망가졌죠.” 혜리의 콤플렉스는 얼굴에 비해 큰 코다. 클로즈업을 할 때마다 코가 더욱 부각돼 부담스러웠지만 자신감이 붙으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데뷔 전에 코 (수술) 한번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가수 할 때는 메이크업으로 큰 코를 가리기에 바빴지만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콤플렉스를 드러내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니까 그것마저도 저로 봐 주시는 것 같았죠.” 쌍문동 5인방 중 유일하게 연기를 전공하지 않고 나이도 가장 어렸지만 절대 주눅은 들지 않았다. 신 감독도 그에게 “다들 연기 잘하는 사람들인데 네가 절대 굴하지 않을 것 같아서 뽑았다. 쫄지 마라”고 격려했다. 동룡 역의 이동휘도 “네가 최고의 여배우”라며 힘을 보탰다. 혜리가 시청자들에게 딱 성동일네 둘째 딸 덕선으로 보이게 된 계기는 자신의 생일날 언니의 케이크로 ‘돌려막기’를 하자 둘째의 설움을 폭발시키는 장면이었다. 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리딩 때는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촬영 때 케이크 위의 망가진 촛불을 보자마자 실제인지 연기인지 모를 정도로 몰입이 됐고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극중에서는 공부 잘하는 언니 보라에게 늘 치이는 둘째지만 실제로는 두살 터울 여동생을 둔 언니다. “제가 동생에 대한 애정이 크고 동생 말이라면 뭐든지 하는 스타일이에요. 언니가 연예인이라서 내 동생도 혹시 덕선이처럼 피해 의식을 느낄까 봐 늘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동생이 드라마를 보더니 제 말투나 행동이 성보라랑 똑같대요.(웃음) 싸우는 자매는 절대 아닌데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다 보니 동생이 그렇게 느끼나 봐요.” 만년 어리광만 부리는 철없는 막내딸일 것 같지만 집에서는 책임감이 강한 맏딸이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일 년에 한 번씩은 쫓겨나듯 이사를 해야 했고 경기도 광주 시내에서도 한참 더 들어간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태어나지도 않은 1988년도의 쌍문동 골목이 더 낯설지 않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딸들 교육을 시키겠다며 서울로 온 뒤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던 것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현재 28개의 CF 모델로 발탁돼 약 1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그는 직접 수입을 관리할 정도로 ‘똑순이’다. 마지막까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덕선의 ‘남편 찾기’였다. 전 국민이 추리 게임에 빠졌고 인터넷에서는 택과 정환의 지지파들이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정작 덕선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아 혜리는 속으로 애만 태웠다. 그가 덕선의 남편이 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6화에서 덕선이 택과 영화를 보기로 한 약속이 깨진 뒤 덕선이 “되는 일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장면에서였다. “갑자기 덕선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서 감독님께 물어봤더니 남편이 택이라서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저도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 갈지에만 집중했어요. 좀 더 일찍 알려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좀 섭섭하긴 했죠. 덕선이가 이 사람 저 사람과 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이라는 말에 많이 속상했는데 두번째라서, 애정에 대한 결핍이 큰 아이여서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약했던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혜리는 “택이가 밥은 먹고 대국은 하는지, 춥지는 않은지, 잠은 잘 자는지 그 친구의 하나하나가 신경 쓰일 정도로 덕선에게 택은 처음부터 신경 쓰이게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키스신은 베이징의 호텔에서 택과 덕선이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저희 둘 다 키스신은 처음이었는데 (보검) 오빠가 리드를 잘한 것 같아요. 리허설 때는 어떻게 하면 예쁘게 나올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사실 꿈속 키스신도 부끄러웠는데 연기라고 막상하니까 또 되더라구요.(웃음)” 그가 경험한 1988년은 낯설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곤로, 쌀통, 짤순이 등은 난생 처음 보는 물건이었고 마이마이에 카세트 테이프를 넣는 방법을 몰라 스태프들에게 구박도 받았다. 감독은 그 당시 개그 유행어를 참고용으로 보내 줬다. 혜리는 “오디션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이 유행어를 잘 따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유머 코드가 이렇게 통할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웃었다. 새벽 4시에 너무 추운 나머지 부끄러울 틈조차 없었던 정환(류준열)과의 ‘벽드신’, 5일 밤을 새우고 나서 동일에게 전달할 감사패를 읽다가 깨뜨려서 붙이고 다시 촬영한 일 등 에피소드도 많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혜리가 ‘진짜 사나이’에서 애교 한 방으로 떴을 때 “이제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줬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있었지만 걸그룹으로서 힘든 시절을 잘 버틴 그는 신인 연기자로서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아직 연기에 여유가 없고 능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판단이 들면 하기 힘들 것 같아요. 딱 이번처럼 마음에 맞는 분들과 제가 아니면 안 되는 역할에 조금씩 도전해 보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시론] 사회 위기의 해답, 공동체 복원에 있다/김병권 사회혁신공간 데어 상임이사

    [시론] 사회 위기의 해답, 공동체 복원에 있다/김병권 사회혁신공간 데어 상임이사

    사망한 지 무려 두 달 만에 창원의 한 고시텔에서 발견된 40대 남성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비단 그가 롯데백화점 창원점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이었다가 해고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동조합활동을 할 만큼 활동적이었던 중년 노동자가 해고 뒤 환경미화원과 일용직을 전전하던 기간이 4년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가족을 포함해서 모든 인간관계가 단절된 채 죽음에 이르기까지 혼자 방치돼 있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미 5년 전에 일본 국영방송 NHK는 일본 노인을 중심으로 고독사가 급격히 증가하는 사례를 생생하게 파헤치면서 이를 ‘무연사회’라고 불렀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가 25%에 이른 우리나라도 일본을 따라 무연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일까. 1인 가구는 사실 노인뿐 아니라 청년을 포함해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어 확산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앞으로 사회적 관계가 점차 단절되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의 미래일까.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희구가 커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1인 가구 현상을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사회학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저서 ‘고잉솔로, 싱글턴이 온다’에서 1인 가구 현상을 여성의 지위 상승, 통신 혁명, 대도시의 형성 그리고 혁명적 수명 연장이라는 발전과 사회적 변화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존의 의무적 관계나 조직의 틀에 구속되지 않고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개인화 추세를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개인화나 1인 가구의 증가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여기에 맞게 생활환경과 관계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혼자 사는 생활은 기존의 가족 단위 생활에 비해서 엄청난 변화를 수반한다. 주거 공간이 중대형 아파트일 필요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식생활과 문화생활의 변화 그리고 사회 안전망에 연결되는 방식의 변화도 동반한다. 당연히 이에 맞는 대인관계에 대한 필요와 욕구도 변화한다. 혼자 사는 사회를 가능하게 해준 온라인 네트워크로 다른 사람과 연결되지만 온라인 관계만으로는 인간관계를 만족할 수 없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쉽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점이 온 것이다. 2012년부터 서울시를 필두로 펼치는 마을 공동체 만들기 운동은 정확히 이 시점에 부응한 적절한 시도다. 오랜 기간 풀뿌리에서 숙성되어온 마을 만들기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지원을 지렛대 삼아 탄력을 받고 붐을 이루고 있다. 이런 취지로 보면 마을 만들기 운동의 핵심은 단순히 과거의 관계를 복원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개인화 시대의 새로운 ‘친밀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 주축이 됐던 서울시조차 극히 적은 시민만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주민들의 공동체 복원 움직임은 의미가 크다. 실상 아파트는 개인화와 고립화의 상징이 아니던가? 올해 초 이웃과 공동체라는 틀에서 함께 살아가려는 시도가 개인주택 지역을 넘어서 아파트 공간까지 확장되고 있는 사례가 있었다. 일산 호수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6학년 학생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은 아주 좋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글로 경비원 감축 계획을 막았다. 입주자회의에서 경비원 인원을 줄이기로 했지만 이런 주민들의 마음의 모이면서 결국 경비원들과 공생하게 됐다. 성남의 한 아파트에서도 주민 부담을 조금씩 늘리면서까지 “경비·미화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고 휴게 시간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춘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강남에서도 아파트 경비 노동자를 직접 고용으로 바꾸고 정년을 70살까지 연장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더욱이 지금은 수년째 경기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아파트 주민들도 경제적 형편이 나빠지는 상황이 아닌가? 어려울수록 더 타인과의 관계를 원하고 그리워하게 된다. 따뜻한 공동체라는 의지처는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 “거짓된 약속의 땅”… 獨 떠나는 난민들

    난민지위 얻는데에만 수개월 이상 걸려 정식 거주지·일자리 못 가져 노숙자 전락 올들어 매주 100여명 고국으로 돌아가 “저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독일에 왔습니다. 그러나 거짓된 약속의 땅에서는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4개월 전 천신만고 끝에 독일 땅을 밟았던 이라크 출신 난민 레이트 크데이르 압바스는 27일(현지시간) 독일 정착을 포기하고 고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이같이 말했다. 로이터는 이날 압바스의 사례를 소개하며 독일의 지난한 난민 등록 절차와 임시 난민 보호소의 열악한 상황에 좌절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라크 난민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난민지위 획득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이라크 출신 난민은 지난해 8월까지 매달 평균 10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9월 들어 61명으로 치솟았으며, 12월에는 200명을 넘어섰다. 주독일 이라크대사관이 고국행을 원하는 자국 난민에게 발급한 임시 비자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150건이었으나 11월부터 3개월간 1400건으로 약 10배 급증했다. 이라크항공의 독일 주재 예약 담당자인 하미드 마헤드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50명가량의 난민이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면서 “올해 1월 들어서는 그 수가 2배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작년에만 11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에서는 난민 수용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더불어 국민적 반감 확대로 관련 정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역시 고국행을 택한 무함마드 모센은 독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난민 등록 절차가 너무 느리다”며 “5개월 전에 난민지위를 신청했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지위가 없으니 정식으로 거주할 수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생계를 위해 일할 수도 없었다”고 분개했다. 난민지위를 얻지 못하면 임시 보호소에 머물러야 하는데 열악한 시설 탓에 좌절감만 깊어진다. 압바스는 “4000달러(약 483만원)를 들여 겨우 독일에 왔는데 4개월 동안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형편없는 음식이 나오는 보호소에서만 지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난민지위를 획득해 독일에 정착하는 것이 요원해지고, 수중에 당장 가진 돈은 없어 노숙자와 같은 생활에 처하게 되자 이라크 난민들이 고국행을 택하게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패퇴시키면서 치안이 다소 안정된 것도 이들의 귀향을 자극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 난민인 하산은 “유럽은 나에게 거주 허가도, 정착금도 주지 않았다”면서 “나는 이라크로 돌아가 쿠르드족 민병대에 가입해 IS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귀향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280~320달러(약 33만~38만원) 정도 하는 비행기값조차 낼 수 없는 이들은 난민지위가 나올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라크로 떠나는 압바스를 배웅하러 나온 고향 친구 압달라 알알라기는 “난민 신청이 독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유럽 국가로 떠날 것”이라며 애써 희망을 찾으려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게이’ 묘사된 도널드 트럼프 동성애 소설 아마존서 인기

    ‘게이’ 묘사된 도널드 트럼프 동성애 소설 아마존서 인기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소재로 한 동성애 소설이 최근 아마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LA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설의 제목은 ‘트럼프의 유혹:억만장자와 벨보이’(Trump Temptations:The Billionaire and the Bellboy)로 현재 아마존 ‘유머 에로티카’와 ‘성 소수자 에로티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소설은 트럼프가 홍콩에서 만난 호텔 벨보이와 벌인 격렬한 정사를 노골적으로 그렸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는 엘리야 대니얼이 술을 마신 채 4시간 만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전 트위터에 “난 오늘 밤 만취한 상태에서 트럼프가 나오는 동성애 소설을 쓸 예정이고 내일 아마존에 올릴 것”이라며 트럼프와 사랑을 나누는 소설 주인공을 누구로 했으면 좋을지를 투표에 부쳤다. 대니얼은 저자 소개란에 “나는 코미디언으로 형편없는 작가다. 이 책은 끔찍한 쓰레기 같은 소설로 여러분은 읽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니얼은 “나는 이 책에서 트럼프의 가슴을 부드럽다고 썼는데, 이는 지금까지 쓴 글 중 가장 역겨운 것으로 민망스럽기 그지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천연두로 인디언들 멸족’ 英 전쟁영웅 대학서 퇴출

    영국의 ‘전쟁 영웅’인 제프리 애머스트(1717~1797) 장군이 생전 아메리카 원주민을 천연두 균을 이용해 멸절시키려던 비윤리적 행위가 드러나 대학의 상징에서 퇴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애머스트대학 이사회는 26일(현지시간) “미국 식민시대 영국 총독인 제프리 애머스트 경을 더이상 캠퍼스의 상징으로 떠받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사회 측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애머스트의 이름을 따서 지은 대학의 명칭만은 바꾸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애머스트는 1755~1763년 북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 영토를 둘러싸고 벌인 영국과 프랑스의 ‘7년 전쟁’(프렌치 인디언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명장이다. 영국령 북아메리카의 총독이 된 뒤에는 소신대로 미국 독립전쟁 참전을 거부해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애머스트는 영국령 북아메리카의 초대 총독을 지내면서 현지 원주민인 인디언과 반목하며 폰티악 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강압적 통치에 반발한 원주민 반란군은 영국군을 위협했고, 이에 총사령관인 애머스트는 천연두 균을 활용해 북아메리카 역사상 최초의 생화학전을 벌일 것을 부하인 헨리 부켓 대령에게 서신으로 지시했다. 그는 편지에서 “천연두에 오염된 담요를 원주민에게 선물해 감염시킨 뒤 멸족시키라”며 “이 형편없는 종족을 쓸어버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방법도 동원하라”고 서술했다. 250년 전의 생화학전 시도가 성공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일부 요새에서 실제로 실행에 옮겨진 기록이 남아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생각나눔] 남이 쓴 내 이야기… 자고나니 ‘대국민 거짓말쟁이’ 됐다

    [생각나눔] 남이 쓴 내 이야기… 자고나니 ‘대국민 거짓말쟁이’ 됐다

    수십 년 만에 폭설과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25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홈플러스 사거리. 건널목 앞 교통섬에 자리잡은 빨간색 붕어빵 포장마차 앞에 예닐곱 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영하의 찬바람에도 손님들은 잠자코 차례를 기다렸다. 퇴근길 시민들도 신기한 눈빛으로 이 장면을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지난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었다. 얇은 비닐 포장 너머로 제법 능숙하게 붕어빵을 굽는 여학생이 보였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했다. 지난 23일 저녁부터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전주 붕어빵 여중생’이라고 짐작했다. 먼발치에서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몇 장 찍었더니, 그 여학생이 촬영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전언이 돌아왔다. 줄 선 손님에게 “인터넷에 올라온 그 붕어빵 여중생이 맞느냐”고 물었다. 30대 후반 회사원은 “맞다. D카페에 실린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여학생을 돕고자 눈길을 달려왔다”고 대답했다. 차례가 왔다. 붕어빵을 주문하고 기자 신분을 밝혔다.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며 자그만 키에 얼굴을 온통 가린 여학생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는 “오늘 취재진만 20여명이 다녀갔는데 모두 거절했다. 인터넷에 유포된 글은 모두 거짓말”이라면서 불쾌하다는 몸짓을 했다. 지난 23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붕어빵 여중생’의 사연은 이러했다. ‘간암에 걸린 어머니와 정신 지체 오빠의 생계를 위해 붕어빵을 굽는 중2 여학생이 전주 인후동 거리에 있으니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그 포장마차에 가 붕어빵을 사 먹자’는 내용이었다. 이 게시물은 영하 19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30도라는 지난 주말, 손발을 호호 불며 풀빵을 구울 그 애달픈 여중생을 상상하며 더 열심히 공유된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확산했다. 붕어빵 포장마차를 찾는 손님들이 추위에 발을 구르면서도 줄을 서 기다렸던 이유다. ‘붕어빵 여중생’은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우울증과 간염 등 건강이 나쁜 건 사실이지만 간암에 걸린 것은 아니고, 중학교 여학생은 남학생으로 밝혀졌다. 정신 지체 오빠는 간혹 붕어빵을 얻어먹는 동네의 지적 장애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이 ‘붕어빵 포장마차’는 전주의 한 교회에서 한 부모 가정을 경제적으로 돕고자 7대를 마련해 제공한 것이다. 대학생 누나와 함께 교회에서 마련해 준 붕어빵 포차 2개를 맡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생활수급 가정들의 자녀였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걷잡을 수 없게 유포된 사연은 이후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우선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소년과 누나는 어머니와 얼싸안고 눈물바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 형편이 왜곡돼 알려지자 학교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도 두려워졌다. 현실을 왜곡한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고발도 잇따랐다. 게다가 지난 25일에는 덕진구가 붕어빵 포장마차를 모두 철거하는 행정조치를 했다. 구청 공무원들은 붕어빵을 굽는 어린 학생들에게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도로 무단 점용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전달했다. 붕어빵 장사를 계속하면 소득이 잡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수급비가 깎인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교회는 곧바로 붕어빵 포장마차를 모두 철거했다.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려고 엄마의 붕어빵 장사를 돕던 학생들은 더는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가난과 맞서 싸웠던 어린 학생들의 용기마저 짓밟아버린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모든 사람들에게 ‘1인 1미디어’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공유하기’와 ‘좋아요’ 등으로 전파되는 속도와 파급력 또한 막강하다. 문제는 콘텐츠의 진실성이다. 사실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퍼 나르기에 몰두하다가 엉뚱하게 피해를 주게 된다. ‘전주 붕어빵 여중생’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유포되는 소셜미디어의 전형적인 폐해로 볼 수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붕어빵 여중생 사연이 페이스북에 뜨자마자 생계대책을 고심했다. 김 시장은 27일 “구청이 붕어빵 포장마차를 철거시킨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됐다”면서 “조만간 학생들의 생계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신현택 덕진구청장도 이날 구청의 과도한 조치에 대해 긴급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대 학생들은 이미 크게 상처를 입은 뒤였다. 이들을 돕던 ‘초록우산’은 “애꿎은 가정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걱정했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아무리 나쁜 결과로 끝난 일이라고 해도 애초에 그 일을 시작한 동기는 선의였다’고 통찰했다. ‘전주 붕어빵 여중생’은 소셜미디어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드러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선의의 공유도 의도와 다르게 나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어야 10대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일하는 모습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응팔’ 김선영 “난 아줌마 체질…선우 엄마와 싱크로율 70%”

    ‘응팔’ 김선영 “난 아줌마 체질…선우 엄마와 싱크로율 70%”

    저 멀리서 ‘아이고, 성님’ 하면서 반갑게 달려와 어깨를 툭 칠 것 같은 배우 김선영(40). 뽀글 머리 가발을 벗고 곱게 단장을 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특유의 친화력과 입담은 딱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선우 엄마였다. “이전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박이 났지만 3탄인 ‘응답하라 1988’은 정말 망할 줄 알았어요.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도 이번엔 소소한 가족 이야기가 중심인데 설마 3탄까지 잘되겠느냐고 했고요. 그런데 작품이 잘되고 제 이름까지 알려지니 웬 떡인가 싶네요.(웃음)” ●중3 때 처음 해 본 연극이 인생 바꿔 작품 속 김선영은 이름뿐만 아니라 그녀와 삶 자체가 닮아 있다. 심지어 그녀의 딸과 극중 딸인 진주의 나이가 여섯 살인 것도 같다. 때론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렸다는 그녀는 “싱크로율이 70%는 되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경북 영덕군 강구항 출신으로 고3 때까지 고향에서 지낸 덕에 경상도 사투리도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학교 3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연극 하나를 만들고 졸업해야 한다고 한 것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처음에 연극 연출가를 꿈꿨던 그는 1995년부터 연극배우의 길을 걷게 됐고 영화 ‘잠복근무’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영화 ‘모순’을 찍으면서 지금의 남편인 독립영화 감독 이승원을 만났다. TV에 출연한 것은 불과 2년 전 ‘호텔킹’부터. 하지만 맡은 역할은 아줌마, 구멍가게 주인 등 소시민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전 아줌마가 좋아요. 몸뻬 바지도 즐겨 입고 지나가다가 남에게 훈수 두는 것도 좋아하고요. 제가 잘 울고 잘 웃고 수다 떨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선우 엄마가 딱 그랬어요. 저도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애를 키우려면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야 했죠. 극중 선영이 사랑받은 건 형편이 어려워도 늘 긍정적이고 씩씩했기 때문 아닐까요?” 5화에서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 친정 엄마가 남기고 간 돈 봉투와 편지를 읽고 오열하는 장면은 그녀의 연기력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실감나는 연기로 많은 이의 눈물샘을 자극했지만 촬영 당시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극 중반 택이 아빠 무성과의 중년 로맨스도 화제였다. 선영이 날치기를 당한 뒤 무성이 골목길에 마중 나와 둘이 말없이 골목길을 올라가는 장면은 그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아픔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연기의 힘” 한림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 온 그는 지금도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삶의 희로애락을 더 깊이 있게 표현하는 비결은 그 지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위로보다 아프다고 함께 말할 수 있고 공감하는 게 연기의 힘이죠. 그건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꾸민다고 되는 게 아니죠. 진짜가 아니면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이 더 잘 알거든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아랍 S다이어리]사우디~저유가를 부탁해!

    [아랍 S다이어리]사우디~저유가를 부탁해!

    기름 나는 나라. 그래서 기름값이 싼 나라. 사우디아라비아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 와 살게 되면서 좋았던 점도 여기에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 달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 리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기름값이 쌌다.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는 26일 현재 리터당 0.23달러를 받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기름값이 싸다. 리터당 0.02달러인 베네수엘라의 기름값이 ‘똥 값’이라면 사우디의 기름값은 ‘껌 값’. 그러나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수출에서 얻는 사우디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국고수입 부족분 보전을 위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을 50% 올렸다. 한국은 소폭 하락해 현재 리터당 1.14달러로 책정돼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달 28일 자정을 기점으로 휘발유 리터당 가격(옥탄가95 기준)을 60할랄라(0.6 리얄·약 198원)에서 90할랄라(0.9 리얄·약 297원)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높지만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그래도 싸다’는 인식이 여전히 크다. 리야드에 3년 째 거주중인 최태석(31)씨는 “한국에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채웠는데 사우디는 기름값이 워낙 싸기 때문에 올려봤자 신경도 안 쓰인다“고 말했다.사우디의 기름값이 싼 이유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원유 생산에서 휘발유 유통·판매까지 맡아 수익이 그대로 국고에 쌓이므로 연료에 세금이 붙지 않는 덕분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유류세와 수입부과금, 관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따라붙는다. 지난 주말 리야드의 한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 약 47리터가 들어갔고 가격은 43리얄이었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만3700원 정도다. 저유가로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200원대로 낮아졌다지만 우리나라에선 6~7만원이 든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셈이다. 물론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전이었다면 27리얄 그러니까 9천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다니지만 가격 인상 이전엔 주유소 한 번 방문에 9000원 이상 소비한 적이 없었다. 지역매체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일부 택시 기사들은 택시비를 50% 올려 받기 시작했고, 주요 상업도시인 제다의 스쿨버스 회사들이 운임요금을 100% 인상하는 등 이곳 시민들은 높아진 기름값을 체감할 터였다. 현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국내 경기침체, 특히 유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터부시 되는 분위기였다. 현지에서 만난 야세르 알 아마르(35)는 “휘발유 가격 인상 등 왕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정책에 불만은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왕정체제인 사우디는 오일머니로 자국민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국제 유가 하락에 지난해 건국 83년 역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사우디는 결국 보조금을 삭감하고야 말았다. 재무부가 예고한대로 이달 11일부턴 인상된 전기·수도요금이 적용됐으며, 부가가치세(VAT)를 3년 안에 도입하기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합의했다.이러한 긴축재정에도 올해 사우디의 곳간 형편은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재제가 풀린 이란에 이어 미국까지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서 산유국들의 가격경쟁으로 유가는 현재 배럴 당 20달러선에서 10달러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국제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에 익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사우디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람코 회장 칼리드 알-팔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산유량을 줄여 다른 산유국들에게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줄였다”고 언급했는데 사우디가 산유량을 줄인다고 해서 유가가 정상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생각은 외무부장관 압델 알-주베이르 장관이 ‘유가를 떨어뜨려 이란이 이득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시장을 조작할 수 없다”며 “시장이 적정 가격을 결정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CNN에서 밝힌 것과 다르지 않다.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두 번째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 사우디는 이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감산불가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요샛말로 기름부심(기름+자부심)이라고나 할까. 글·사진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법은 목욕탕… 약자에게 따뜻해야”

    “법은 목욕탕… 약자에게 따뜻해야”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26일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도 잘 치러야 하는 만큼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혁신을 주제로 행정자치부와 법무부 등 5개 부처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고 “깨진 유리창 이론이 말해 주듯이 작은 빈틈이라도 방치하면 탈법·편법 비리가 크게 확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 가동,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신설, 9월로 예정된 청탁금지법 시행 등을 언급하면서 “아무리 시스템을 잘 갖춰 놓아도 시행하려는 의지가 약하고 국민 호응이 부족하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는 가정폭력과 취약자 대상 강력범죄를 척결하고 구석구석까지 법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엄격한 법과 원칙의 적용을 강조하면서도 “지난해 법무부에서 개최한 ‘29초 영화제’에서 ‘법은 보호자’, ‘법은 엄마품’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수상했다더라. 어린이들의 글짓기에서도 ‘법은 목욕탕’이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소개하면서 “법이 범법자들에게는 엄정하고 추상같아야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형편의 국민에게는 적극적인 보호자와 따뜻한 안내자가 돼야 한다. ‘법은 목욕탕’처럼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국민에게 다가서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양천 104인의 봉사왕

    1975년부터 양천구에 살아온 이의봉(82)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봉사왕으로 통한다. 40년간 살며 1만 5356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서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에 어려운 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를 위해 동장에게 무료 결혼식을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309쌍의 무료 결혼식을 도왔다. 결혼식에 그치지 않고 무료 장례식도 제안해 200여명의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배웅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는 이 할아버지의 봉사 인생은 이게 시작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이후 리포맥스 마사지 봉사단의 단장을 맡아 복지센터에서 노인들에게 지압과 건강체조를 가르치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처음 지압 봉사를 할 때는 나보다 다들 형님이었는데, 지금은 동생뻘이 더 많다”면서 “누구면 어떠냐. 내가 좋고 기쁘고 건강한데”라며 밝게 웃었다. 양천구에는 봉사 천사들이 이 할아버지 외에도 104명이나 된다. 구는 27일 오후 2시 양천구자원봉사센터에서 1만 시간 이상 봉사자 16명과 2007년 이후 봉사왕으로 선정된 88명의 얼굴을 동판에 새긴 ‘양천을 빛낸 사람들’ 제막식을 한다고 26일 밝혔다. 제막식에선 역대 봉사왕에 대한 공적이 소개되고 차기 봉사왕을 노리는 후배 봉사자들이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이번 기념사업을 통해 우리 지역에 봉사문화가 더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北 ‘메뚜기 단속’에 주민들 불만 폭주…무슨 일?

    北 ‘메뚜기 단속’에 주민들 불만 폭주…무슨 일?

    북한이 ‘골목장(노점상)’을 없애는 정책을 펼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7일 보도했다. RFA는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외국 관광객이 보면 망신스러우니 골목장을 없애라”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 당국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일명 ‘메뚜기’라고 불리는 골목장사꾼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들은 북한에서 제일 취약한 계층으로 하루벌이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장마당의 자리를 구할 수 없고 장세를 낼 형편도 되지 않는다”면서 “생계를 이어갈 한 가닥 줄마저 잃게 된 하층 주민들이 강력히 저항했다”고 전했다.지난해 6월 함경북도 무산군 장마당에서는 단속을 하던 인민보안원과 장사꾼 간의 집단난투극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소식통들은 또 “새해 들어 메뚜기 장사꾼들을 없애기 위한 대책으로 당국이 농촌 지역까지 장마당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청진시만 해도 각 구역마다 새로운 장마당들이 생겼다. 전체 규모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통시장·공무원 설 맞이 준비] 상차림 비용 부담 덜고 情 넘치고

    강서구는 설 대목을 앞두고 까치산·화곡중앙골목·송화골목 등 3개 전통시장에서 풍성한 행사를 지원한다고 25일 밝혔다. 질 좋은 제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다양한 경품행사와 전통놀이 체험을 하면서 명절 상차림 비용에 대한 주민들의 부담을 덜고 지역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했다. 가장 먼저 행사를 시작하는 곳은 까치산시장이다. 오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전 점포가 15% 할인행사에 참여하고, 구매금액별로 쿠폰(10만원 이상 1만원, 20만원 이상 2만원)을 증정한다. 28~29일에는 떡썰기, 만두빚기 등 명절 체험행사를 연다. 29일에는 화곡중앙골목시장에서 대형윷놀이와 경품 획득 룰렛게임을 진행한다. 시장상인회를 주축으로 형편이 어려운 틈새 가구를 찾아 김, 쌀 등 생필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송화골목시장에서는 다음달 2일 ‘대감님을 잡아라’ 이벤트를 펼친다. 시장 곳곳을 활보하는 대감을 찾아 매장을 방문하면 10~30%의 특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떡메치기와 인절미 만들기, 엿치기 등 추억 돋는 전통놀이 체험도 진행한다. 한편 구는 설 대목 기간 중 전통시장 이용률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전 직원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장보기’도 추진한다. 다음달 1일부터 하루씩 지역 6개 전통시장을 찾아 물품을 구입하고, 직원소통 간담회 등을 갖는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朴대통령 “법은 목욕탕

    朴대통령 “법은 목욕탕" 무슨 말인가 했더니?

    朴대통령 “법은 목욕탕“ 무슨 말인가 했더니? 朴대통령 법은 목욕탕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법은 목욕탕’, ‘도돌이표 민원’ 등의 비유적 표현을 써가며 국민체감형 국가혁신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가혁신을 주제로 올해 마지막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엄격한 법과 원칙의 적용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법과 제도가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국민에게 다가서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법무부에서 ‘29초 영화제’를 개최했는데 ‘법은 보호자’, ‘법은 엄마품’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수상했다고 들었다”면서 “지난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도 어린이들이 글짓기를 했는데, 나중에 감상을 적는데 ‘법은 따뜻한…아, 뭐죠?”라고 물었다. 이에 황교안 국무총리는 ’법은 목욕탕‘이라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법은 목욕탕이다‘라고 어린이가 이야기를 했데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목욕탕에 들어가면 따뜻하고 기분 좋잖아요‘(라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법은 어떤 약자들한테 엄마의 품 같은 그런 게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법이 범법자들에게는 엄정하고 추상같아야 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형편의 국민에게는 적극적인 보호자와 따뜻한 안내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정부 혁신의 목표가 국민을 위한 행정관행 정착”이라는 점에서 민원처리에 대해서도 특별히 당부하고 싶다“면서 ”민원인이 여러 부서로 헤매다가 결국 원부서로 돌아오는 소위 ’도돌이표 민원'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후진적 관행은 반드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독거노인,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은 민원이 있어도 제대로 제기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따라서 직접 찾아가서 먼저 챙기는 선제적 민원관리에도 힘을 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그런데 (법질서와 사회청렴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을 볼 때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겠느냐, 참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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