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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명동굴 ‘라스코벽화전’에 오지·불우이웃청소년 초청한다

    광명동굴 ‘라스코벽화전’에 오지·불우이웃청소년 초청한다

    오지 산간과 섬지역에 사는 문화 소외 청소년들이 라스코동굴벽화 광명동굴전에 초청된다. 경기 광명시는 20일 이를 위해 라스코동굴벽화전 조직위원회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명시사회복지협의회 등 3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초청사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개인이나 기업 기부와는 별도로 동문회와 향우회 등을 상대로 기금 모금을 권장할 방침이다. 광명시는 초청한 청소년들에게 라스코벽화전뿐 아니라 광명동굴과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오리서원, 충현박물관도 보여줄 예정이다. 초청사업에는 한국계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과 김규리 영화배우가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후원은 전화가 060-700-0006(1통 3000원)이며, 은행은 농협 301-0102-6051-71, 우리은행 1005-102-959992으로 예금주는 경기공동모금회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교과서에 나오는 세계적인 라스코동굴벽화 광명동굴전을 보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가정 형편상 도서벽지 학생들은 보러 오기 힘든 형편이다”며 “많은 분들이 기금 모으기에 참여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서울시의회 “공공분수 10곳 중 7곳은 수질정화시설 없어”

    서울시의회 “공공분수 10곳 중 7곳은 수질정화시설 없어”

    본격적인 가동시기를 앞두고 있는 서울시내 공공분수 수질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남창진 의원(송파2, 새누리당)은 “본 의원이 관련 부서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한 결과, 공공분수 448개소 중 수질정화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132곳(29.4%)에 불과하다”며, “메르스 사태 1년이 지났지만 감염병 등에 대한 선제적 대책 마련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특히 시민이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접촉형’ 209개소의 경우에도 80개소에만 설치되어 있다”며, “본격적인 가동시기인 4~10월 사이에는 시민의 이용이 잦아지는만큼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전수관리가 안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 청계천 등 20여 개 소의 분수시설을 직접 돌아본 결과, 수질검사결과나 조치결과에 대해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게시하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었고,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된 게시대 하나 갖춰져 있지 않았다”며, “환경부의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수질관리 지침’ 제7조에 따르면 시설관리자가 수질검사결과를 시설 이용자들이 알 수 있도록 안내판 등에 게시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관리 주체인 공공기관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환경부의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수질관리 지침’에 따르면,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관리자는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에 의뢰하여 검사하여야 하며, 그 결과 및 조치결과를 시설 이용자들이 알 수 있도록 안내판 등에 게시하여야 한다. 한편 바닥분수와 인공폭포 등의 증가에 따라 환경부가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및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여 물놀이를 하도록 개방된 수경시설의 신고 의무 부여 및 정기적 수질검사 이행 등을 강제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2017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남 의원은 “아무리 수질관리를 잘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해도 시민들이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면 신뢰할 수 없다”며, “새로운 법 개정안의 시행에 맞춰 관리를 강화하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수경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 제‧개정을 추진하고, 감염병 등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보다 면밀히 시정 곳곳을 확인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대 의원님들, 만능통장 가입하셨습니까/안미현 금융부장

    [데스크 시각] 20대 의원님들, 만능통장 가입하셨습니까/안미현 금융부장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열기가 시들하다. ‘가입 절벽’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ISA는 ‘꼭’ 성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100세 시대는 현실이고 노후 안전판은 부실하기 때문이다. ISA는 당장 목돈을 불려 주는 수단은 아니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 묻어 놨다가 은퇴 세대는 노후 생활자금으로, 청장년 세대는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종잣돈으로 쓰라는 성격이 짙다.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찾아 쓰지 못하게 강제로 잠금 장치를 둔 것도, 나라에서 이 계좌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그래서다. ISA 하나로 빈약한 노후 인프라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국가가 이런 상품에 관심을 돌렸다는 것은 박수쳐 줄 일이다. ISA는 1년에 2000만원씩 5년 동안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예금이 됐든 펀드가 됐든 어떤 상품에 돈을 넣어 굴릴지는 가입자의 자유다. A은행장은 전액 저축은행 예·적금으로만 ISA를 구성했다. B증권사 사장은 전액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꾸렸다. 은행원과 증권맨의 특성이 묻어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마침 만기가 된 적금을 찾아 증권사의 ‘중위험’ ISA에 넣었다. 금융 논리대로라면 자신의 마이너스통장부터 막아야 했지만 흥행을 위해 기꺼이 바람잡이 역할을 자처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녹록치 않은 형편임에도 목돈을 ISA에 넣었다. 두 금융당국 수장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C증권사 사장은 아직 ISA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딱히 마음 가는 상품이 없는 데다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서”라고 했다. ISA 현주소를 투영하는 대답이다. ‘안 들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 은행원이나 증권맨들이 강권하지 않아도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너도나도 하나씩은 가입하려 들 것이다. 그런데도 유인 동력이 약하다 보니 “그거 들어야 돼?”라고 묻는 사람들이 주위에 더 많다. ISA 탄생 과정을 생각하면 첫술에 욕심일 수도 있다. 금융위가 ISA를 처음 들고나왔을 때 기획재정부는 냉랭했다. 펑크 날 세수 걱정에 한사코 “가입 자격에 소득 제한을 두자”는 둥 어깃장을 놨다. 국회도 “부자 감세”라며 뜨악해했다. 재정을 전공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등의 ‘지원 사격’이 없었으면 더 초라하게 변형됐을 것이라는 게 임 위원장의 전언이다. 그렇더라도 ‘5년 200만원 수익’ 비과세는 너무했다. 소득세율이 15.4%이니 30만원 남짓이다. 이 돈을 아끼자고 5년간 돈이 묶이는 고통을 누가 선뜻 감내하겠는가. 국가에는 국민 노후를 일정 정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나랏돈으로 다 책임질 수 없으니 국민 개개인에게 혜택을 줘 가며 노후를 대비하라고 독려하는 것이다. 그러니 ISA 혜택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전 국민의 40%가 가입했다는 영국은 비과세 기한과 금액 제한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주부, 학생, 은퇴자는 가입 못하게 한 문턱도 없애야 한다. 우리보다 2년 먼저 ISA를 도입한 일본은 아예 주니어용 ISA까지 만들었다.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ISA 정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 볼 일이다. 그렇더라도 1차적으로는 세제 권한을 갖고 있는 기재부가 결단해야 한다. 유일호 장관은 재정을 전공한 경제학자다. 최상목 차관은 직전까지 청와대에서 ISA를 챙겼다. 전임 ‘최경환-주형환’ 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최종적으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 ISA 취지를 이해한다면 국회가 오히려 앞장서 정부에 보완을 주문해야 한다. 아무리 봐도 한국판 ISA는 너무 짜다. hyun@seoul.co.kr
  • [법률정보]‘무죄’ 자신있어도 초기부터 변호사 조력 받아야 안심

    [법률정보]‘무죄’ 자신있어도 초기부터 변호사 조력 받아야 안심

    #최근 강간미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피의자 A씨.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막무가내로 자신을 고소하자 덜컥 겁부터 났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너무나도 당당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억울하지만 자신이 무죄라고 단순히 주장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A씨는 변호사를 선임했고, 변호사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 측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부분을 포착해 강조했다. 결국 A씨 사건을 진행한 검찰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는 실제 형사법 전문 이승우(법무법인 법승·사법연수원 37기) 변호사가 최근 담당한 사건으로, 이 변호사는 A씨처럼 형사사건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되었을 땐 죄가 있든 없든 사건 초기부터 혼자 대응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형사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었을 때 법률문제에 있어서 비전문가인 피의자 혼자서 전문가인 검사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와 함께 해야 하는 이유는 수사기관 조사과정을 통해 사안 자체를 확대시킬 수도, 확대시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들은 내용을 받아 적은 수사관의 조서에도 수사관의 주관적인 의사가 개입되기 마련”이라면서 “스스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경우 수사기관에 이실직고하면 처벌을 줄여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불필요한 진술과 표현으로 처벌을 더 받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를 대동해서 출석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피의자에게 보장하는 법적 권리일 뿐만 아니라 형사 사건의 수사절차와 법률에 있어 문외한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절차 진행과 판단에 이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또 심리적으로도 법률 조력인인 변호사가 함께 있다는 안정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호인이 사건의 조사과정에 있어서 사건에 대한 수사 방향을 인지하고 그 방향이 적절한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진술이 핵심 증거로 대두되는 성범죄 사건의 경우에 특히 변호사는 피해자 진술의 진술 내용을 탄핵하고 피의자의 주장을 강화하며 피해자의 진술에 반하는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또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불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해줄 수 있으며,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의뢰인의 주장을 법률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재판부에 전달하여 재판부를 설득하고, 이에 기하여 피고인의 권익을 보호해준다. 따라서 이미 형사소송이나 재판까지 홀로 가 불리한 상황일지라도 변호인을 뒤늦게라도 선임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유리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그 밖의 사유로 개인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에 따라 법원에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와 같은 형사 사건에서 국가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에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준다. 이 때문에 피해자와의 접촉 자체가 차단되어 있는 피의자는 불리한 조건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게다가 피의자는 사건 초반부터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전략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며, 전반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최소한 기소유예를 받아내는 것이 필요하기에 개인적인 변호사 선임이 필수적이다. 이 변호사는 “무죄의 증거가 아무리 많고 죄가 없어 억울하더라도, 그 증거와 진술을 합리적으로 일치시킬 수 있는 변호사의 조사 참여와 조력 등을 통하여 유리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43] “종합영양제가 정답입니까?”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43] “종합영양제가 정답입니까?”

    아마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종합영양제일 겁니다. 특정 질환이 없어도 먹는 약, 특정 질환이 있으면 더 매달리게 되는 약이 바로 종합영양제이니까요.  그럴만 합니다. 건강에 관한 모든 걱정과 염려는 결국 영양에서 출발해 영양으로 맺음하니까요. 영양 상태가 좋다는 건 건강하다는 뜻이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질병에 노출되었거나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뜻합니다. 그러니 건강하든, 그렇지 않든 영양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또 영양제에 관심을 갖거나, 실제로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나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물론, 돈을 들이는만큼 효과가 있느냐는 별개로 치더라도 영양제를 사용해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을 것임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영양제를 둘러싼 시비가 없지는 않습니다. 요즘 같이 일상적으로 먹는 것만으로 영양 공급이 충분한 세상에 영양제를, 그것도 모든 영양소를 망라했다고 여기기 쉬운 종합영양제를 사용한다는 게 과연 필요하며,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따져 보자는 비판적 모색에서 비롯된 시비입니다. 한번 짚어볼까요.  ●영양소를 종합한 상업적 아이디어 ‘종합영양제’. 모든 영양소를 ‘종합’해 만들었다는 뜻으로 들리는 이 명칭만큼 소비자들을 포괄적이고, 완벽하게 기만하는 약 이름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체내에서의 효과가 엄격하게 검증되지 않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어떤 약제에도 ‘종합’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명칭의 함정은 마치 약의 쓴 맛을 감추기 위해 설탕으로 피복을 한 당의정처럼 ‘종합’이라는 용어의 이면에 감춰진 ‘종합적이지 않은 효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사람들을 ‘종합적으로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게 하는 기만성에 있습니다. 제과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종합선물세트’에는 그 회사의 대표 상품이 종류별로 망라돼 있습니다. 종합이라는 용어의 사전적 의미인 ‘여러 가지를 모아서’ 만든 ‘종합적인 과자 상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애, 어른 할 것 없이 종합선물세트를 반깁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취향에 어울리는 상품이 적어도 하나쯤은 들어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커다란 상자 안에 낱개로 포장돼 들어있는 과자와 여러가지 성분을 버무려 고작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만 한 캡슐이나 태블릿(정제·錠劑)으로 만들어낸 영양제는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합니다. 거의 모든 약리학자들이 공감하는 사실은, 그것이 자연에서 취한 성분이든, 화학적 공정을 거쳐 합성한 것이든 수많은 비타민과 무기질, 미량 원소 등이 한 알로 버무려 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효능의 변화와 이상반응을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단순한 함량 이상의 상승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비타민과 달리 캡슐이나 태블릿 형태로 복용하는 비타민은 성분 대부분이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런 화학물질은 특히 비타민을 지용성, 수용성으로 안전하게 구분해야 하는 것은 물론 효과지속성, 민감성, 보존성과 성분 변질 가능성 등을 엄격하게 따져서 가를 것은 가르고, 구분할 것은 구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지요. 생산 공정이나 유통상의 편의 때문에 많은 영양제를 한 알로 버무린 것은 ‘종합’을 가장한 제약회사의 편의적 방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한 알에 뭉뚱그려 ‘종합’으로 이름 붙여 놓고, 이거 한 알이면 건강은 ‘OK’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그래서 효과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효과가 없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상황이면 또 그런대로 난감한 일입니다.  ●치료제와 다른 영양제 영양제는 일반적인 치료제와 달리 이름 그대로 우리 몸에서 부족한 영양 성분을 인위적으로 공급해주는 약제를 말합니다. 따라서 치료제와 영양제는 당연히 약전도 다르고, 기대치도 다릅니다. 치료제는 특정 질병을 완화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대상인만큼 일정 부분의 부작용은 사전에 알고 감수하는 약이 바로 치료제입니다. 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는 암환자들이 구토와 현기증, 전신의 털이 빠지고, 심지어는 손발톱까지 다 뭉게지는 부작용을 좋아서 선택할 리는 만무하지 않습니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약을 사용해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으면 된다’는 인식을 저변에 깔고 있는 게 바로 치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양제는 다릅니다. 영양제는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보다 신체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거나 현재 진행 중인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치료제와 달리 사용자가 부작용을 감수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치료제는 임상시험을 통해 예측이 가능한 부작용을 대부분 미리 파악해 이를 수용하겠다는 환자에게만 처방하지만, 영양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불특정 다수가 특별한 복약지도도 받지 않고 먹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알고 사용하는 치료제의 부작용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직면하게 되는 영양제의 부작용이 주는 피해나 충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여기서 말하는 영양제의 부작용에는 ‘효과 없음’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확실히 현대인은 잘 먹고, 잘 살지만 영양 불균형의 수렁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대인들이 ‘잘 먹고, 잘 산다’는 향유의 이면에는 ‘좋아하는 것만 먹고, 풍요롭게 산다’는 뜻이 배어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행동 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필요한 것을 먹고, 절제하며 산다’는 가치와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알약 하나로 자신의 신체적 특성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식습관에서 오는 영양 불균형을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다거나 당장 몸에서 느껴지는 이상 징후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한다면, 심각한 착란 유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합영양제’가 아닌 ‘광범위영양제’ 그래서 필자는 종합영양제가 아무리 몸에 좋아도, 그래서 사람들의 건강이나 영양상태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준다 하더라도 종합이라는 용어가 갖는 폭넓은 완결성과 건강에 ‘종합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확대한다는 관점에서 이 명칭이 갖는 기만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람직하기로는 각각의 영양소를 모두 나눠 단일 성분, 단일 제제로 공급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특정 성분의 필요성 때문에 또다른 특정 성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이상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니까요. 제약사들은 복약의 편의성을 들어 ‘엉뚱한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세상은 이미 주먹구구식으로 얼렁뚱땅 얼버무릴 수 있을만큼 쉬운 공간이 아닙니다. 또,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종합’이라는 용어에 현혹되어서 그 약을 먹으면 ‘종합적으로 건강하게 되고, 종합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옛날식으로 ‘종합영양제’라고 부르고, 그런 약전으로 제조하는 약보다는 개개인의 영양상태를 큰 틀에서 몇 개의 타입으로 유형화해 A타입은 수용성 비타민 보강용, B타입은 칼슘 보강용, C타입은 철분 보강용, D타입은 게르마늄 보강용 등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훨씬 아이디얼하지 않습니까. 명칭도 ‘종합’ 대신 ‘광범위영양제’나 ‘타깃영양제’라고 하는 게 훨씬 현실적일 것 같고요. 사실, 건강에 관한 이런 포괄적인 방식의 접근이 옛날에는 확실히 통했습니다. 못 먹고 살던 시절에야 체내에 부족하지 않은 영양소가 거의 없었을테니 그런 사람에게 선별적으로 특정 영양소를 공급한다는 게 별 의미가 없었고, 그래서 종합적으로 영양을 공급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요즘과 달라서 그 때는 학교 검진에서도 ‘영양실조’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차고 넘쳐서 문제인 세상입니다. 대표적 만성 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콩팥병과 비만 문제가 상당 부분 ‘과잉’에서 비롯된 것임은 이미 입증된 사실입니다. 한방에서 말하는 보약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안 좋아 확실히 보약이 필요했고, 개개인의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였으니 보약 한 제만 먹어도 금방 신색이 변한 게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새는 보약의 선호도가 바닥이라고 한의계가 울상입니다. 다들 잘 먹고 사는 마당에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영양을 ‘종합적으로 공급해주는’ 보약을 찾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보약도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특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신에게 어울리는 영양제를 찾아야 ‘단일 성분, 단일 제제’의 이점은 확실히 큽니다. 먼저, 각 영양소를 성분별로 나눠 단일제제로 만들면 ‘종합’에 현혹돼 마구잡이로 약을 먹어대는 풍토가 상당 부분 바뀔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우리 국민들 약 좋은 줄만 알아 시쳇말로 ‘약으로 끼니를 삼는데’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의료인들이 심각하게 걱정하는 수준이거든요.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는 구호를 다들 기억하실 테지요. 사실, 주변에는 영양 섭취가 충분해 건강한 사람들이 마치 밥 먹고, 물 마시듯 영양제 한, 두 가지쯤 먹는 사례가 흔합니다. 한마디로, 몸에 별 필요가 없는 약을 먹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보다는 정확한 검사와 진료를 통해 몸의 영양 및 건강 상태를 파악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성분을 골라 보충적으로 먹는다면 영양제를 먹느라 제약사에 갖다 바치는 천문학적인 ‘눈 먼 돈’을 절감할 수도 있고, 개개인의 영양 상태 개선에도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습니까. 또 그렇게만 된다면 특정 영양 성분이 체내에 너무 많아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요. 물론 제약사나 약국에는 별로 맘에 안 드는 제안이라는 걸 알지만, 저도 ‘그 쪽 안 좋은 것이 국민들의 건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일’임을 알고 하는 말이니, 못 마땅할지언정 타박은 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 형편이 궁핍해 변변한 영양제 하나 못 먹고 산다고 자괴하는 분들께는 “좋다는 것 다 챙겨 먹는 그딴 짓 백날 해봐야 허당”이라거나 “종합영양제 안 먹고 살아도 종합적으로 별 문제 없다”는 현실적인 위로를 줄 수도 있으니, 생각해보면 일거양득일 수 있는 일이겠지요. 그러는 넌 영양제 안 먹느냐고요? 아, 저도 먹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종합영양제를 먹기도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비타민C 제제만 복용합니다. 천성이 게으른 탓에 그것도 가끔 생각날 때 먹을 뿐입니다. 역시 자주 까먹지만, 오메가-3 제제도 먹고 있습니다. 의학적 근거가 얼마나 있는 지는 모르지만, 비타민C 제제가 인체의 생리체계를 활성화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항산화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오메가-3는 나쁜 콜레스테롤에 나름 대처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기 위해서 먹습니다. 물론, 의사가 권유할 정도로 필요성이 인정되면 종합영양제도 먹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제 몸 어디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느끼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 해서입니다. 이제 영양제를 고를 때도 ‘종합’이라는 기만적인 명칭에 휘둘리지 않아야 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종합영양제가 종합적으로 당신의 건강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영양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필요한 영양소를 보조적으로 보충하는 방식의 영양제를 골라 복용해야 하며, 이런 경우라도 영양제에 의존하기보다 당연히 건강한 식생활이 우선이다.’ jesh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외환위기 공포 덮친 베네수엘라, 국제전화 금지

    [여기는 남미] 외환위기 공포 덮친 베네수엘라, 국제전화 금지

    남미 베네수엘라의 양대 이동통신회사가 국제전화를 제한했다.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릴 정도의 외환 부족 탓이다. 바닥을 내보이는 외환보유고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궁여지책이다. 이동통신회사 모비스타와 디지텔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원거리 국제전화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남미 인접국으론 핸드폰으로 국제전화가 가능하지만 미국 등지으로의 국제전화 발신은 전면적으로 차단됐다. 모비스타는 "국제전화 중단은 한시적 조치"라면서도 언제 서비스가 재개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사용자가 요금 폭탄(?)을 불사하고 핸드폰으로 국제전화를 건다면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할 이동통신회사들이 서비스를 제한한 건 다름 아닌 환전제한 때문이다. 전례 없는 외환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환전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동통신회사 관계자는 "국제전화로 발생한 비용 수백 만 달러를 해외 거래업체에 지불해야 하지만 환전승인이 나지 않아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국제전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업는 형편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턱없이 낮은 요금도 회사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연간 200%를 넘어갔지만 정부는 통신요금 인상을 불허하고 있다. 물가는 껑충껑충 뛰고 있지만 통신요금은 발이 묶여 그야말로 '껌값'으로 전락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 홍콩으로 핸드폰으로 국제전화를 걸 경우 4시간 통화를 해도 요금은 미화 50센트, 우리돈으로 600원 남짓에 불과하다. 모비스타 관계자는 "환전 불가능에 비현실적인 요금체계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국제전화를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열린세상] 구조개혁:미래가 보낸 시그널/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미 특임파견관

    [열린세상] 구조개혁:미래가 보낸 시그널/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미 특임파견관

    자연현상의 인과관계는 시간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미래(결과)가 시간을 거슬러 현재(원인)를 바꿀 순 없다. 뉴턴 물리학의 요체다. 인과관계를 뒤집으면 드라마가 된다. 최근 종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시그널’. 과거와 현재의 두 주인공이 무전기로 소통한다. 미래가 보낸 시그널을 단초로 현재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 미래가 현재를 바꾸는 건 드라마 소재로 그치지 않는다. 경제 행위도 마찬가지다. 경제주체가 선택한 ‘현재’ 의사 결정은 ‘미래’ 상황을 염두에 둔 결과다. 기업투자, 가계소비가 그렇다. 앞으로 소득이 늘어난다는 기대가 있어야 지금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된다. 미래는 원인이고 현재가 결과인 셈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을 헤매고 있다. 회복 전망도 요원하다. 글로벌 수요 위축의 거센 파도를 한국도 피해 가기 어렵다. 여전히 수출이 성장 엔진인 우리 경제에 더 큰 도전이다. 지난 1~3월 중 수출은 13.1% 감소했다. 수출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도 2011년 202.7%에서 2015년 15.4%로 급감했다. 우리 물건을 사줄 상대국의 경제 사정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수출상품 경쟁력 강화만으로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어 보인다. 수출이 제 몫을 못하면 빈자리를 기업 투자, 민간 소비 등 내수가 채워 줘야 한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투자 비중(29.1%)이 39년 만에 최저다. 민간 소비 비중은 27년 만에 가장 낮다. 청년실업률(12.5%)도 사상 최고치다.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가계는 지갑을 닫은 결과다. 금리라도 더 내려 내수경기 촉진에 나서라는 주문이 드세다. 그런데 통화정책만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유동성 사정은 지금도 충분히 완화적이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실질금리 수준에 달려 있다.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뺀 것이 실질금리다. 최근 명목 기준금리가 1.5%, 인플레이션 기대는 2% 정도다. 실질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영역에 있다. 2008년 이후 기업투자가 내리막이다. 장기간 지속 중인 하락세를 몇 번의 금리 인하로 반전시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위험한 투자 프로젝트를 부추겨 부실을 더 키우게 된다. 퇴출당해야 마땅한 한계기업에 연명할 기회만 줄 뿐이다. 내수 경기 부진의 두꺼운 벽은 미래를 바꿔야 뚫린다. 구조 개혁이 수단이다. 개혁으로 변화될 경제가 밝아 보이면 지금 소비하고 투자하게 된다. 방치된 돌부리를 치우고 팬 곳은 메워 평형한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게 첫 번째 과제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구조조정이 갈 길이다. 어려운 과제다. 마구잡이식은 안 된다. 옥석을 구분하고 고용보험 등 안전망을 가동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공정하고 투명한 규칙을 세우는 거다. 그래야 선수들이 자유롭게 뛸 수 있다. 제도와 규제의 개혁이다. 10년, 20년을 바라보는 구조개혁이 당장 시급한 내수 경기 살리기에 도움이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제약회사 주가는 신제품 개발 성공 뉴스에 곧바로 급등한다. 완제품이 출시 전인데도 먼저 반응하는 거다. 시그널(구조개혁의 내용)이 믿음을 주면 즉시 화답하는 곳이 시장이다. 현재 경제 상황을 두고 위기, 위기 하는데 위기는 항상 기회다. 때마침 유럽·일본 등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난다. 국내 기업들도 거액을 내부 유보 중이다. 기업소득환류세까지 논의될 정도다. 기업이 이익을 투자·배당으로 안 쓰면 과세하겠다는 압박이다. 해외 투자자와 국내 기업들이 큰돈을 끼고 앉아 망설이는 중이다. 공감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면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220조엔(약 2250조원) 풀고도 성장이 정체된 일본,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간신히 지탱한 ‘3년 반짝 회복’이다. 구조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성장은 ‘거기까지’라는 점이 교훈이다. 일본을 비아냥거릴 처지가 못 된다. 우리도 개혁 시도가 번번이 벽에 부딪히는 형편이다. 모처럼의 노사정 대타협(2015년 9월 15일 합의)이 좌절에 직면해 있다. 노동·교육·금융·공공부문 4대 개혁과제 중 피부에 와 닿는 성공 사례가 몇 개나 되나. 미래가 보내는 시그널은 구조 개혁이다. 20대 국회에도 크게 들렸으면 한다.
  • 이승래 前부경대 교수 유족 부의금 기부

    이승래 前부경대 교수 유족 부의금 기부

    부경대는 최근 지병으로 숨진 이승래 전 부경대 교수 유족들이 장학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고 14일 밝혔다. 유족들은 지난 13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해 달라며 기부했다. 이 돈은 부의금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72세를 일기로 작고한 이 전 교수는 1981년 3월부터 30년간 부경대에 재직하다 2010년 2월 퇴임한 후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해 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주인의식 부재로 사고 발생… 몸에 밴 재난대응 체계 절실”

    “주인의식 부재로 사고 발생… 몸에 밴 재난대응 체계 절실”

    “어느 부처보다 더욱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야 하는 게 국민안전처입니다. 세월호 사고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말이죠. 취임하자마자 모든 문서나 회의에서 국민 안전불감증이란 단어를 싹 지우라고 지시했습니다. 공직자들부터 잘해야죠.”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세월호 참사 2주년을 이틀 앞둔 14일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상하동욕’(上下同欲)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승리하는 쪽을 미리 알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승리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목적·목표·행동에 얼마나 일치된 의견을 보이느냐에 달렸다는 뜻이다. 박 장관은 이를 주인의식과 연결시켰다. 또 “세월호 사고나 최근에 터진 정부서울청사 침입 사건도 모두 주인의식 부재로 인해 빚어졌다”며 그는 혀를 찼다. 이어 “법, 제도, 관행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의식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취임한 이래 첫손에 꼽을 모범정책으로 ‘안전신문고’를 들었다. 국민들이 직접 한 안전사고 우려 신고는 10만 5403건이나 된다. 1년 남짓한 기간에 꽤 쌓였다. 박 장관은 “1건의 대형 사고 앞엔 작은 사고 29건과 사소한 징후 300건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대입하면 재난 347건을 예방한 효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초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도입했다. 지금껏 앱을 설치한 사람은 90만 8427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 오는 8월부터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폰에 안전신문고 앱을 탑재한다고 밝혔다. LG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알려 왔다고 한다. 아울러 앞으로 학생들이 안전신문고를 활용해 안전신고를 하면 봉사점수를 인정해 주는 등 인센티브 부여로 관심을 높이기로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늑장 출동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노후 소방헬기를 교체하기 위해선 1000억원을 쏟아붓는다. 내년 강원·제주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10대를 단계적으로 바꾼다. 박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특수수요에 대해 소방안전교부세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령 개정안에 기준을 구체적으로 담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안전 분야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데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현재 630억원쯤으로 부처를 따지면 중·하위에 속한다는 얘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근 3년치 보통세 평균의 1%를 축적하는 재난관리기금을 인천시(44.9%)처럼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곳엔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 불이익을 줘 따르도록 만들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경남도(81.4%), 대전시(91.6%)도 해당한다. 박 장관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성행하는 불법어업을 겨냥해서는 “인천 옹진군 대청도와 연평도에 경비함정과 특공대 1개 팀(6명), 방탄 고속보트를 전진 배치했다”며 “최성어기인 5월에는 소청도 남쪽에 해경함정을 1척 더 배치하고 대청도에 특공대 1개 팀과 고속보트를 추가로 배치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서해 NLL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민감한 해역이라 해경의 단속 작전에 큰 제약을 받기 때문에 해군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불법조업을 예방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에 계류된 ‘국민안전교육진흥법’도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 초반에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낙 서둘러야겠기에 빨리 시행할 수 있도록 의원입법을 요청해 관철했는데 낮잠을 자는 형편이라 안타깝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교육엔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법률 미비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덧붙였다. 정책을 제대로 펴려면 예산은 물론 기관끼리 협조 등 제반 사항이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다. 박 장관은 또 “각종 재난엔 머리로 생각할 게 아니라 몸부터 먼저 따라가야 해 안전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성숙한 안전의식을 위해서는 60년쯤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지켜본다는 것이다. 그는 “1만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상하동욕’ 정신으로 온 힘을 다할 터이니 국민 여러분도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안전을 꼭 실천하고 안전처 정책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문제는 경제, 완승은 없다, 黨보다 사람… 국민은 또 옳았다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가져온 이번 4·13 총선 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작아진 여당’에 대해서는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변화한 모습을, ‘커진 야당’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생산적인 자세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변호사 이상윤(30)씨는 14일 “새누리당의 과반 수성이 어렵다고 생각은 했지만 제1당 위치까지 잃을 줄은 몰랐다”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공천 과정의 내분과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원인”이라며 “새누리당은 절치부심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공무원 이모(45)씨는 “누구도 완승했다고 말하기 힘든 구도를 만든 민심의 현명함이 무서울 정도”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승리했지만 시민들은 이마저 견제하려고 국민의당을 호남 중심의 제3당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이 청년 문제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환경미화원 조모(57·여·인천 남동구)씨는 “아들딸에게 잔소리 듣기 싫어 사실은 1번을 찍었는데, 2번에 투표했다고 둘러댔다”며 “청년들은 높은 실업률에 결혼도 기피해서 ‘7포 세대’라는 말까지 있는데 이런 부분들에서 여당이 점수를 까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택시기사 김모(64)씨는 “새누리당이 사분오열하는 모습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며 “그 탓에 공약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니 30~40대의 반발심도 커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층과 중년층은 이번에 기대 이상의 많은 의석을 차지한 야당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서나빈(32)씨는 “더민주의 승리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의 패배라고 보는 편이 맞다”며 “경제난이 정치에 무관심한 나 같은 사람들까지 투표장으로 불렀다는 점에서 야당이 이제는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사업을 하는 홍석우(30)씨는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전략투표를 하긴 했지만 현 야당을 100% 지지하는 건 아니다”라며 “야당도 인상적인 행보 없이 분열할 경우 민심은 빠르게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현상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상생’을 당부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71)씨는 “남북 대치상황을 볼 때 국가 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청년실업 해결도 시급한 만큼 3개의 당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43·경기 부천)씨는 “여소야대로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중요 현안에서 여야가 반목만 거듭할 경우 중요한 정책들이 추진력을 잃게 된다”며 “더민주가 앞으로 잘하지 못하면 2년 후 대통령 선거에는 다시 새누리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사장 이모(53)씨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말로만 떠들었지, 가계형편은 나아지는 게 없고 전셋값은 치솟았다”며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곳곳에서 지역색을 탈피한 선거결과가 나타난 데 대해서는 “정당보다는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대구 수성구의 회사원 장모(32)씨는 “보릿자루만 꽂아도 된다는 식으로 단지 고향이 대구라는 이유만으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공천한 순간부터 김부겸 후보의 승리는 정해져 있던 것”이라며 “정당보다 사람으로 뽑힌 만큼 국회에서 서민을 위한 진짜 법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신모(41)씨는 “진영 더민주 후보가 당을 바꾸었지만 유권자들이 사람을 보고 뽑으니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당 당선자가 나온 것”이라며 “정권 투쟁보다 시민을 위한 정치를 이어가 달라”고 주문했다. 정치에 대해 선거 때만 반짝하고 마는 일회성 관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학생 김모(28)씨는 “선거 때 읍소하던 국회의원들이 당선되면 얼굴색을 바꾸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책임”이라며 “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을 잃지 않고 채찍질과 칭찬을 해주는 성숙함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팀 종합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합리적 중도가 뭉쳐서 극단을 물리쳐야/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사장

    [열린세상] 합리적 중도가 뭉쳐서 극단을 물리쳐야/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사장

    ‘2차 대전 후 140여개 신생 독립국 중 근대화를 완벽하게 성취한 유일한 성공 국가, 그 근대화의 도착성으로 파국적 전환기에 이른 나라.’ 3월 19일 거버넌스리더스 조찬 포럼에서 거버넌스센터 고문인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이 압축 설명한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근대화를 넘어 글로벌화·선진화·인간화를 목표로 성숙한 다원적 문명 국가로의 새로운 도약을 꾀해야 하건만 거대한 걸림돌들에 가로막혀 좀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깊습니다. 그 걸림돌 중의 걸림돌은 파당 중심의 권력 정치가 비전과 정책 중심의 시민생활 정치를 압도하는 현실입니다. 이 걸림돌을 받치는 굄돌 중의 굄돌이 이념 대결과 진영 논리를 빙자해 패거리 이익을 추구하는 사악한 극단들이 날뛰는 반합리한 행동들입니다. 그로 인해 21세기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열어 갈 비전과 그를 구현하기 위한 현실 정책을 둘러싼 합리적인 대화·토론·논쟁이 실종되고 질서 있는 선택과 상식적인 행동에 대한 기대는 무너지고 미래가 안 보이는 현실이 이 땅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적대적 공존 관계에 터 잡은 죽임의 정치를 질타합니다. 이 즈음에 합리적인 진보·보수를 자임하는 그룹은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먼저 두 가지 관점을 제안합니다. 첫째, 사회 세력 혁신을 위한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합리적 중간의 경쟁 동맹 전략, 전략적 경쟁 동맹으로 극단을 주변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가지 인식을 내포합니다. 우선 이념이건 가치이건 좌파와 우파 간에 하나 되는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고, 국민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도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선택의 권리, 최선을 고르는 즐거움이 보장돼야 합니다. 필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경쟁, 더 치열해 더 생산적인 경쟁입니다. 경쟁을 하되 반합리한 극단의 저열한 야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의 관점과 입장, 나아가 행동을 확고히 하는 것, 즉 전략적 경쟁 동맹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민주사회에서 아무리 형편없는 이념 주장과 세력이라 하더라도 그 배제 또는 척결은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인식입니다. 미국 대선판의 트럼프가 산 증거입니다. 둘째,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손가락질과 욕질, 냉소질이 아니라 실제 압도적 역량으로 극단을 주변화해야 합니다. 주장이라는 점에서만 본다면 현실에서 극단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낡은 패러다임, 배제의 패러다임입니다. 극단을 극복하는 기본은 극단적 주장을 비난하는 데 있지 않고, 그 불구(不具)의 주장을 무력화하는, 나아가 그들 스스로 민망해할 만큼 무의미하게 만드는, 한 차원 상승한 진보·보수의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이념, 새로운 가치, 비전, 정책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창안하고 제시하는 것입니다. 20세기를 훌쩍 지나 21세기입니다. 진영 대결이 최고, 최선의 고려 사항이던 냉전시대가 가고 너나없이 포스트 자본주의의 절절한 도전, 한 예에 불과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충격을 넘어 머지않은 후인류 시대를 예견하는 새로운 지구촌과 새로운 문명을 향한 치열한 모색을 피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1970년대, 1980년대 반독재 무용담과 관성으로 버티고 심지어 한때 운동해서 평생 먹고사는 사람들이 조자룡 헌 칼 쓰듯 진보를 움켜쥐고 있다는 냉소가 흘러서야 되겠습니까. 1960년대, 1970년대 참전의 기억, 안보 궐기대회 때 받은 분기로 평생 탱천하는 ‘어버이’급들이 녹슨 훈장 닦고 또 닦듯이 보수를 쥐고 흔든다는 장탄식이 나와서야 되겠습니까. 스스로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라 한다면 이익에 예민하고 싸움에 관한 한 몇 배 고수인 정치 사회의 반합리한 극단에 능동적으로 맞서 한편 목적 의식적인 전략적 동맹과 한편 치열한 생산적 경쟁을 통해 합리적 그룹 전체의 역량을 높여야 합니다. 더딜 것 같지만 그렇게 세련된 방식으로 속이 타고 마음 둘 데 없는 국민 대중의 지지를 받아 마침내 온전한 민주적 상식이 주류를 형성함으로써 극단을 주변화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들마저도 향상의 길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것이 현대 민주사회에서 진실로 국민을 위한 정치, 민중을 위한 사회운동의 기본자세와 도리입니다.
  • [수요 에세이] 서당과 반값등록금/김신복 가천대 이사장·前 교육부 차관

    [수요 에세이] 서당과 반값등록금/김신복 가천대 이사장·前 교육부 차관

    조선시대 기초 교육기관은 서당이었다. 이 서당의 뿌리는 고구려 때 경당으로 이것이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서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은 조선시대 후기다. 마을 단위로, 아니면 가문 중심으로 서당 시스템을 갖췄고, 운영비는 공동체에서 추렴을 하거나 유력 집안이 후원자가 되기도 했다. 서당이 사설 교육기관인 만큼 이때도 학비는 문제였다. 추렴을 할 때 참여하지 못한 구성원도 있었다. 모셔 온 훈장의 비용을 못 내 농사를 지어 수확물로 대신하기도 하고, 훈장에 따라서는 감면이나 면제를 해 준 경우도 있었다. 근세에도 소를 팔아서까지 대학을 보낸다고 해서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비는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 가운데 하나였다. 최근 많은 대학생이 등록금 고지서를 받고 등록금 액수가 낮아진 사실을 실감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학생이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실제 납부액만 표시된 고지서를 받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정부가 장학금 신청 시기를 앞당기면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반값등록금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은 이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공약 내용의 첫째는 총등록금의 절반을 장학금으로 지원하되 국가장학금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2013년부터 매년 국가장학금을 약 1조원씩 확대해 2015년에는 3조 9000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대학들의 자체 지원을 합하면 장학금 총액이 약 7조원에 달해 정부 공약대로 2011학년도 기준등록금 총액의 반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경기 침체로 정부의 재정 형편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는 고등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확대하고 교육복지를 확충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 중 그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반값등록금의 실현이 가능했던 데에는 국가장학금 외에 각 대학의 교내 장학금 확대와 등록금 동결 내지 인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6년 1학기에도 272개 4년제 대학 중 99%가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기로 했으며 인상하기로 한 대학은 세 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거의 5년 동안 물가는 오르는데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한 것은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뒷받침하면서 경제적 곤란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에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공약 내용의 둘째는 장학금을 가계소득과 연계해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일부 정당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반값등록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해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정부는 가계소득이 낮을수록 많이 지원하는 등급별 차등 방식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저소득층은 등록금을 전액 지원받는 등 많이 지원받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고소득층은 적게 지원받게 됐다. 모든 학생들의 명목등록금을 반으로 낮출 경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줄어들어 그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소득연계 차등지원 방식은 경제적 부담 능력의 차이를 반영해 형평을 실현하고자 한 방식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등록금 고지서에 나타난 명목등록금을 반으로 낮추기 위해 정부가 국가장학금 재원을 직접 대학에 지원하라는 일부 인사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입장에서는 재정 지원에 따른 행정 당국의 규제 강화와 헌법에 보장된 대학 운영의 자율성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 현행 국가장학금 재원을 더욱 확대하면서 소득연계형 차등지원 방식을 유지하되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사립대학들의 재정난이 한계에 달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대학 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행·재정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사회인야구 ‘먹튀 리그’ 주의보

    사회인야구 ‘먹튀 리그’ 주의보

    수천만원 참가비만 챙기고 잠적 일방적 대회 축소 등 잇단 피해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43여만명의 동호인이 참여하는 사회인 야구 시즌도 시작됐다. 전체 367개 리그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이용한 사기 행각이 심심찮게 일어나 기대에 부푼 동호인들을 울상 짓게 하고 있다. 헐값에 빌린 운동장을 비싸게 재임대하거나 참가팀들의 운영비만 받아 잠적해 버리는 이른바 ‘먹튀’ 수법들이 대표적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서 사회인 야구 리그를 운영하던 차모(44)씨 등 2명이 강남구청장을 사칭해 관내 A중학교 야구장을 빌린 혐의(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로 재판을 받고 있다. 차씨 등은 2013년 강남구야구연합회 임원직을 사퇴한 뒤 팀당 연 250만~300만원을 받고 사설 리그를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남구에서 야구장을 빌리기가 힘들어지자 “강남구청장기 사회인 야구 리그를 개최한다”며 A중학교에 ‘강남구 사회인 야구 기획·예산안’이라는 허위 서류를 보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 A중학교 측에 의해 문서 위조 사실이 드러나자 잠적했다가 검거됐다. 이 때문에 차씨 등이 B고등학교에서 운영하던 다른 리그도 중단됐다. 총 26개팀은 280만원씩 총 7000만원이 넘는 운영비를 차씨 등에게 냈지만, 팀당 예정된 12경기 중에 두세 경기밖에 하지 못했다. 사회인 야구 참여자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오르면서 급증했다. 10년 넘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이제는 리그에 가입하지 않으면 경기장도 잡을 수 없는 형편이다. 국내 최대 생활야구인 포털 사이트 ‘게임원’에 등록된 사회인 야구팀은 2만 3500여개, 등록 인원은 43만 6000여명에 이른다. 사회인 야구팀 최모(36) 감독은 “서울시내 경기장이나 수도권의 시설 좋은 경기장을 보유한 리그의 경우 가입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전했다. 사회인 야구 리그의 불법 운영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실제 2014년 경기 수원 지역의 18개 사회인 야구팀은 ‘경기 기록 작성 및 경기장 대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리그 운영진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2010년 경기 양주의 개발제한구역에 불법으로 야구장 3곳을 만든 뒤 200여개의 사회인 야구팀으로부터 각각 280만~310만원을 받아 챙긴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문제는 사회인 야구 리그를 개설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나 규정이 없고 등록이나 허가도 필요 없다는 점이다. 관리 주체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게임원 관계자는 “200만원이 넘는 큰돈이 지출되는 만큼 경기장 외에 운영진의 리그 운영 경력, 참가팀들의 평가 등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69세 프로테니스 선수 “두 경기나 치러냈어요”

    69세 프로테니스 선수 “두 경기나 치러냈어요”

    올해 69세의 할머니 프로테니스 선수가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주최하는 국제대회에 출전해 거뜬히 두 경기를 소화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앨라배마주 펠햄에서 열리고 있는 ITF 프로서킷 예선에 출전한 게일 폴켄버그.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녀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대회 2회전에서 무려 50세나 어린 톱시드 테일러 타운센드에게 세트 스코어 0-2(0-6 0-6)로 져 3회전 진출이 좌절됐다. 타운센드는 한때 세계주니어 랭킹 1위였으며 이제 막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유망주. 폴켄버그는 12포인트만 따냈을 뿐이다. 폴켄버그는 “테일러, 그녀는 미친 것처럼 딱딱 쳐내더군요.난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테니스를 이기려면 열심히 해야 하는 뭔가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1998년에 마지막 프로 승리를 거뒀던 그녀는 전날 대회 1라운드에서 로잘린 스몰(22)을 세트 스코어 2-0(6-0 6-1)으로 격파하고 2회전에 올라왔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취미로 테니스를 했던 그녀는 38세 때 프로 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88년 호주오픈테니스 본선 진출권을 손에 쥐기도 했으며 다른 대회에서 당시 13세의 제니퍼 캐프리아티에게 패배한 경험도 있다고 저널에 털어놓았다. 형편이 좋지 않아 1990년댄에는 센트럴플로리다 대학의 남녀 테니스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손주뻘 상대와 겨루는 게 즐겁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믿거나말거나 더 나이든 축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지는 게 더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은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난 70세에도 경기를 뛰고 싶고 이기고 싶다”면서 “그 때까지 반년도 남지 않았다”고 기염을 토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섬세한 그래서 더 따뜻한… 금천구 천사식당들의 나눔

    섬세한 그래서 더 따뜻한… 금천구 천사식당들의 나눔

    11일 오전 11시 금천구 독산동 메이퀸 컨벤션센터에서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그런데 장학금을 받아야 할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다. 모습을 보인 사람은 차성수 금천구청장과 한국외식업중앙회 금천구지회 회장과 회원들뿐이었다. 장학금을 받을 학생들이 왜 나타나지 않는지 물어보니 곽종오 회장은 “자존심이 센 10대 아이들을 끌어내 장학금 전달식을 하는 모양이 좋지 않아 그냥 구청장에게 전달하게 됐다”고 조용히 말했다. 이날 한국외식업중앙회 금천구지회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 고등학생 4명에게 50만원씩 총 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증서는 구청장이 받았고, 돈은 계좌이체로 학생들에게 들어갔다. 이 장학금은 가산동 벚꽃으로 상우회를 비롯한 음식점 200여곳에서 ‘1%의 행복 나눔기부 사업’을 통해 마련한 것이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식당을 하는 주민들이 지역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장학금으로 만들었다”면서 “지난해는 1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200만원으로 금액을 더 늘렸다”고 설명했다. 장학금을 내놓은 식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식당 13곳은 지난해 1700만원어치의 무료식사를 독거노인과 장애인·아동·노인복지관 등에 제공하고, 저소득가정 자녀의 무료 돌잔치도 지원했다. 지난해부터 지역 음식점과 하이트진로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랑의 병뚜껑 모으기’ 사업도 계속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비록 적은 금액이더라도 작은 정성들이 모이고 이어져 올해에도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금천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설레인大 꽃피었大

    설레인大 꽃피었大

    싱그러운 젊음의 봄이 대학 캠퍼스에 찾아왔다. 먼 곳으로 꽃놀이를 떠날 형편이 안된다면, 꽃놀이를 하려다 사람구경만 할까 걱정된다면 가까운 학교 캠퍼스에서 ‘봄의 향연’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울시내 16개 대학교 교직원들에게 물어봤다. “현재 계시는 학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어디를 추천하시겠습니까?” 사건팀 종합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역사 고려대 애기능의 전설과 미친 목련… 한국 근대 건축사의 이정표 경희대 석조전 고려대(성북구) 교직원들은 4월의 붉은 철쭉이 장관인 ‘애기능’을 첫머리에 꼽았다. 과학도서관과 제2공학관 사이에 있다. 이곳은 정조의 후궁이었던 원빈 홍씨의 묘소인 인명원(仁明園) 터다. 어린 나이에 요절한 홍씨를 기려 애기능이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한 가운데, 1970년 대학 건물 공사 중 부근에서 조선 왕실의 탯줄 항아리인 ‘분청사기 인화국화문 태항아리’가 발견돼서 애기능이 됐다는 설도 있다. 태항아리는 1974년 국보 177호로 지정됐고 현재 대학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문과대 서관 모퉁이에 있는 ‘미친 목련①’도 빼놓을 수 없다. 4월 중순에 꽃이 피는 다른 목련과 달리 홀로 3월 말에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나무 아래 설치돼 있는 보일러실 배기관의 열기가 목련을 따스하게 감싸줘 개화를 앞당긴다. 지난달 25일 미친 목련은 이미 꽃을 피웠다. 경희대(동대문구)의 명소는 본관 ‘석조전 앞②’이다. 석조전은 1953년 우리나라의 기술로만 지었다는 점에서 한국 근대 건축사에서 의미 있는 장소다. 완공하고 보니 뒤에 서 있는 고황산의 기개에 눌려 건물이 왜소해 보여 그 앞에 분수대를 파냈다고 한다. 교직원은 “그 덕에 덕수궁 석조전보다 웅장하다는 입소문이 나서 당시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다”며 “지금도 봄이면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 관광객이 더 사랑하는 이화여대 ECC동산… 조인성과 손예진처럼 달려볼까 연세대 연희관 앞 이화여대(서대문구) 캠퍼스는 꽃이 피면 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려온다. 교직원들은 ‘ECC동산③’의 봄 전경을 최고로 꼽았다. 봄이면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들과 ‘셀카’를 즐기는 학생들로 붐빈다. 낮에도 알록달록한 꽃으로 수놓인 풍경이 아름답지만, 해가 진 뒤에는 웅장한 ECC 건물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지면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연세대(서대문구) ‘연희관 앞④’은 시트콤 ‘논스톱’부터 ‘엽기적인 그녀’, ‘응답하라 1994’에 이르기까지 TV 드라마 및 영화 속 배경으로 사랑받았다. 영화 ‘클래식’에서 배우 조인성과 손예진이 비오는 날 옷을 함께 쓰고 달리는 장면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학교 관계자는 “봄이면 건물 외벽을 따라 자란 담쟁이덩굴 덕분에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며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선배들이 ‘연희관 앞 언더우드상의 왼손과 오른손 중 어느 쪽이 더 높은지 아느냐’고 짓궂게 물어보는 관례가 있다”고 전했다. ■호수 서울대의 봄은 자하연으로부터… 서울시립대 노천광장의 여유… 끝이 안 보이는 건국대 일감호 서울대(관악구)의 봄은 ‘자하연⑤’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다. 봄에는 연못에 떨어진 꽃잎들이 분홍빛 물결을 일으킨다. 연못 옆 돌계단을 내려가면 녹음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작은 정원처럼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벤치가 있다. 이 벤치에서 보는 풍경이 이 학교 교직원들이 꼽는 최고의 봄 정경이다. 국악과 최민지(26·여)씨는 “물고기 구경도 하고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날아간다”며 “근처 매점에서 아이스커피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넣어주는 일종의 한국식 아포가토가 별미”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동대문구)의 인문학관 뒤편에 자리한 ‘하늘못’은 배봉산 앞에 있다고 해서 ‘배봉탕’이라고 불린다. 연못 뒤 ‘노천 광장⑥’에서 맞는 봄이 여유롭다. 올 여름에는 야외음악당 준공을 앞두고 있다. 건국대(광진구)는 ‘일감호⑦’ 주변의 벚꽃이 장관이다. 면적이 5만 5661㎡로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공호수다. 일감호를 둘러싼 벤치들은 비어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1년 중 단 3일, 매년 5월 열리는 학교 축제 때 이 호수에서 보트를 탈 수 있다. ■키스그 남자 그 여자 손잡고 중앙대 키스로드 걷더니… 짝사랑 선배와 함께하면 금방 올라 아쉬운 한양대 158계단 연인과 함께라면 중앙대(동작구)의 ‘키스로드⑧’의 벚꽃을 추천한다. 중앙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에 이어진 길목에 있는데 연인들이 많이 찾으면서 10여년 전 이 이름이 붙었다. 꽃나무를 따라 놓인 벤치는 봄이면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아지트’다. 한양대(성동구)에는 인문관과 자연관 건물을 잇는 ‘158계단⑨’이 있다. 연인의 손을 잡고 주변에 꽃이 만발한 158계단을 걷고, 인문관 옥상에서 야경을 즐기는 데이트 코스다. 15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험난한 코스지만 그만큼 오가는 사람들이 적어 한적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천예슬(29·여)씨는 “혼자 오르면 버거운 계단인데 좋아하는 선배와 함께할 때는 짧게만 느껴지곤 했다”고 전했다. 158계단 중턱에는 박목월 시인의 시비가 있다. ■전망 옥상 위 호사 동국대 하늘마루… 세모하늘 서울여대 삼각숲… 가가멜 없겠지 덕성여대 스머프 동산… 성공회대 구두인 하우스로 시간여행 동국대(중구)는 캠퍼스 건물 14곳의 옥상에 조성된 옥상공원 ‘하늘마루⑩’가 일품이다. 남산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꽃이 핀 남산을 바라보며 홀로 책은 읽는 학생이나 지역 주민들이 많다. 서울여대(노원구)의 봄 명소 ‘삼각숲⑪’은 제1과학관 앞 잔디밭에 붙여진 이름이다. 학교 관계자는 “잔디밭에 누워 있으면 나뭇가지 사이로 삼각형 모양의 하늘이 보인다고 해 삼각숲이라고 부른다”며 “청명한 봄날의 야외수업 장소도 되는데 운이 좋으면 청설모나 다람쥐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덕성여대(도봉구)의 봄은 인문사회과학관과 도서관 사이에 위치한 ‘스머프 동산⑫’에서 최고가 된다. 유난히 넓게 벌어진 벚나무 가지가 만화 속 ‘스머프 마을’을 연상케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봄바람에 눈발처럼 흩날리는 벚꽃 잎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성공회대(구로구)는 정문과 담장이 없다. 덕분에 서울 구로구가 선정한 올레길 코스에 포함돼 있다. 특히 학교 입구에는 1963년 유일한 박사의 사저로 만든 ‘구두인 하우스⑬’가 있고 건물 앞에는 큰 목련나무가 있어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꽃길 서강대 정문~본관 벚꽃비 맞고… 성균관대 금잔디 광장~경영관 은은한 향기에 취하고… 숙명여대 만남의 광장 매화에 반했네 거창한 풍경은 아니어도 캠퍼스의 봄은 싱그럽다. 서강대(마포구) 정문에서 본관 쪽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은 봄이면 ‘벚꽃터널⑭’로 변한다. 성균관대(종로구) 금잔디 광장에서 경영관에 이르는 언덕길도 봄이면 온통 ‘꽃길⑮’이 된다. 가파른 언덕에 차오른 숨도 은은한 향기에 어느새 가라앉는다. 숙명여대(용산구) 학생회관 건물 옆 벤치는 학생들이 사랑하는 ‘만남의 광장⑯’이다. 배롱나무와 매화나무, 작은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 동작구, 2년 연속 서울시 체납징수 최우수구 수상

    동작구, 2년 연속 서울시 체납징수 최우수구 수상

    서울시 동작구(구청장 이창우·사진)는 시에서 지난 1일 발표한 ‘2015년 하반기 체납시세 징수 실적 평가’에서 25개 자치구 중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구의 지난해 하반기 체납징수실적은 총 체납건수 18,184건 중 15,400건으로 2위인 동대문구보다 2천5백건 이상 앞섰다.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구는 서울시로부터 기관표창과 함께 인센티브 사업비(재정보전금) 1억원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는 2015년 상반기에 이어 연속 두 번째 수상이다. ◇ 2회 연속 체납징수 최우수구 수상 뒤에 숨은 노력 돋보여 상·하반기 연이은 “체납징수 최우수구” 선정은 세무부서 전 직원의 단합된 노력과 적극적인 현장중심의 징수활동 결과라 할 수 있다. 구는 2014년 민선 6기 출범과 동시에 팀장 중심으로 ‘체납징수 전담반’을 꾸려 본격적으로 체납징수활동을 전개했다. 납부의사는 있으나 형편이 어려운 체납자에게는 개별상담을 통해 분납을 유도하고, 납부여력이 있는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매출채권 압류, 토지수용보상금 압류 등 강력한 행정제재로 끝까지 추적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1천만원 이상 체납자 60여명에 대해서는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체납자 본인은 물론 가족은닉 재산까지 찾아 채권압류를 하는 등 강도 높은 징수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5년 상·하반기 체납시세 평가에서 2억원, 2014년 시 세입분야 평가에서 2억원 등 민선6기 들어 5억원 이상의 인센티브 사업비를 수상하여 어려운 구 재정에 크게 기여했다. ◇ 25시 민원실, 고령자를 위한 ARS 지방세 자동납부 창구 운영 구는 구민의 납세편의를 위해 25시 민원실을 운영, 야간과 공휴일에도 구민에게 영치된 번호판을 교부하고 각종 세무민원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납부에 어려움이 있는 고령납세자를 위하여 ARS 지방세 자동납부 창구를 운영하여 납세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백금희 징수과장은 “납부능력이 있어도 납세를 기피하는 비양심 체납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체납 징수 활동을 전개하고, 대다수 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모범납세자 표창 등 인센티브를 확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상생의 동양문명이 세계평화 이끈다…그 중심은 한반도”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상생의 동양문명이 세계평화 이끈다…그 중심은 한반도”

    검은 갓, 흰 도포에 꼬장꼬장한 말과 몸짓…. 종교지도자 모임이나 국경일 행사 기념 촬영 때면 나란히 선 인사들 속에 독특한 외모의 한 노인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지난 31년간 줄곧 국내 민족종교를 이끌어 온 한양원(93)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말고도 그가 가진 직함은 아흔을 넘긴 노인에겐 과하다 싶을 만큼 수두룩하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회장,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 갱정유도 도정(대표), 한국서당문화진흥회 이사장…. 그중에서도 민족정기와 겨레얼 살리기는 평생을 바쳐 천착한 으뜸의 숙제다. 서울 답십리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한 회장은 자타 공인의 ‘민족종교 대부’답게 대면부터 민족정기와 겨레얼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민족종교협의회를 31년간 이끌어 왔다. 민족종교협의회는 어떻게 시작됐나. -1983년 염보현씨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무렵이었다. 당시 민족지도자인 안호상 박사에게 사직공원에 단군궁을 건립하는 데 2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개천절, 삼일절, 광복절 행사를 함께 치르며 민족정기를 고취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거의 성사를 앞두고 일부 개신교 측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내가 갱정유도 총무를 맡고 있었는데 문제가 많다 싶었다. 그래서 당시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민족종교친목회를 확대해 1985년 지금의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탄생시켰다. 당시 34개 민족종교 교단이 참여했다. →지금 민족종교계의 형편은 어떤가. -흔히 알려진 대로 일제강점기 애국애족 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선 게 민족종교였다. 3·1운동을 시작한 게 천도교였다면 임시정부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대종교였다. 독립군 양성을 위해 북만주에 무려 11개의 학교를 세운 것도 모두 민족종교였다. 조선총독부의 미움을 샀던 민족종교는 일제가 물러간 후에도 잔재가 남은 탓에 사이비 종교 취급받기 일쑤였다. 이런저런 탄압을 받거나 운영난으로 교세가 위축된 민족종교들이 적지 않게 도태됐다. 지금은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 갱정유도 등 12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민족종교들은 교리와 운영 면에서 모두 잘 유지하고 있다. →한 회장이 대표로 있는 갱정유도는 일반인에겐 좀 생소하다. 어떤 종교이며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선(仙)·불(佛)에 바탕하면서 인륜의 도리를 유도로써 밝혀 나가는 유불선 삶의 병행이 핵심이다. 기미년 독립만세운동 당시 태극기 300장을 직접 만들어 순창시장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도조 강대성이 해방 3년 전 전남 순창 회문산에 갱정유도회 본부를 만든 게 시작이다. 강 도조는 일본에 대적해 독립운동을 제대로 하자는 뜻을 세웠었다. 나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입도했다. 내 인생의 좌표를 정한 시기였다. 좌우익 혼란기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회문산의 갱정유도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평생을 겨레얼 살리기에 천착해 살아오셨다. 왜 그렇게 겨레얼 살리기를 중시하는가. -일제강점기엔 우리말과 글을 못 쓰고 배우지 못하게 했다. 한마디로 우리 문화 죽이기다. 일본이 패망해 쫓겨 간 뒤엔 미국과 소련이 주둔한 채 민족이 반 동강 났다. 지금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말과 글을 두고도 남녀 노소가 모두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다. 외래 문화가 판치고 그것을 우리 것으로 알고 가르친다. 건국 이념과 우리 문화, 역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현재 외국에 17개 지부를 두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보다 외국의 동포들이 더 겨레얼 살리기 운동에 적극적이다. 웃지 못할 현상 아닌가. →민족종교가 그 일을 주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건강한 우리의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물질문명을 병행시키자는 것이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했는데도 정신문화는 반대로 추락한다. 정신이 퇴폐해진 가운데 경제만 성장하면 싸움과 다툼이 만연하고 안정된 평화를 찾을 수 없다. 과거 서당, 서원만 있던 시절에도 성현군자와 영웅호걸이 나와 세상을 밝혀 나갔다. 지금은 어떤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다양한 교육시설과 기관이 있는데도 정신문화는 날로 쇠락해만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족종교계를 이끌어 오면서 다른 종교인들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유명한데. -갱정유도 총무로 일하면서 많은 이들과 만나 조언을 듣고 함께 일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 초대 성균관대 총장을 지낸 유교의 심산 김창숙 선생 비서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작고한 통일교 문선명 총재와는 주역 공부를 놓고 가까워진 적이 있었다. 불교의 경봉·효봉·청담 스님, 개신교의 강신명·한경직 목사와도 허물없이 자주 만났다. 그 때문인지 지난해 금강산에서 남북 종교인 만남 때 북측 대표로 나온 강지영씨가 7대 종교 지도자 중 아는 사람이 나뿐이라며 분위기를 좀 풀어 달라고 주문했었다.(웃음) →요즘 종교의 가치 전도가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종교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종교가 본질을 벗어난 채 자꾸 외도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자나 예수, 석가가 하신 말씀 그대로를 모르는 사람에게 전해서 하늘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진리를 알게 하도록 하는 게 종교 아닌가. 황금에 매여 진리와 복음을 제대로 못 전해 사회가 어두워진 탓이 크다. 정치 사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도자들이 먼저 부패해졌으니 자기가 썩은 줄 모르고 국민이 썩은 줄만 알고 있다. 일반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옛날 배고프고 어렵던 시절에도 나와 내 가정보다 사회와 나라 걱정을 먼저 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생각에서 물러나 이웃도 나와 같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길을 솔선해 살펴야 한다.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보나. -우리 민족은 본디 피와 언어, 사상, 건국이념이 모두 하나였다. 지금 남북 관계가 유례가 없을 만큼의 경색국면이라고들 한다. 우리 본래의 민족정신을 빨리 되찾느냐 못 찾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겨레얼을 먼저 살리자는 것이다. 통일은 미국, 중국, 러시아의 것이 아니다. 남이 해 주기를 바라서야 되겠나. 남과 북 모두 외세 주도를 벗어나 하루속히 우리끼리 손잡고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한참 전에 냉전이 끝났는데도 남북한만 갈라져 있다. 강대국들이 제 이해관계를 따져 통일 후 한반도에도 간섭하려 든다면 또다시 식민지가 되고 말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당선 점괘를 봐 주는 등 주역에도 통달한 종교인으로 유명하다. 통일 전망을 한다면. -그동안 서양이 상극의 전쟁·물질 문명에 편승해 세계를 좌지우지하며 동양까지 끌고 다녔다. 이제 동양으로 운이 넘어왔다. 지금까지는 도적질 잘하는 사람(서양)이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상생과 평화, 그리고 도덕을 우선시하는 동양문명이 세계 평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그리고 세계 중심국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우리의 건국이념이 바로 온 인류가 함께 유익하게 살자는 ‘홍익인간’ 아닌가. 세계에서 1000여회의 외세 침략을 받으면서도 단 한 번 남을 침략해 본 적이 없는 나라다. 마지막까지 남북한이 시험을 겪는 중이다. 다시 말하면 임신부가 세계를 이끌어 갈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의 순간으로 보면 된다. 내가 보기엔 통일의 기운이 10년 전후에 들었다. 과학문명의 발달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통일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 →여생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넘어 온 나라가 외래 문화에 휩쓸린 지 100년이 넘었다. 우리 것을 살려 낼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그래서 수도권에 민족문화대학을 하나 세우는 게 꿈이다. 반만년 역사의 우리 문화와 정신을 제대로 알고 국민에게 오롯이 전달할 인재를 무료로 교육하는 구심체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예절 교육의 터전인 서당문화마을을 호남권에 꼭 하나 만들고 싶다. 전통서당문화진흥회와 갱정유도가 매년 한 차례씩 전북 남원에서 열고 있는 대한민국 서당문화한마당은 그 모태가 될 것이다. 이달 초 15회 서당문화한마당 행사엔 외국인을 포함해 1500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한양원 회장은 ▲1923년 전북 남원 출생 ▲1933년 광의보통학교 졸업 ▲1937년 순천서당 및 용담서숙 수학 ▲1943년 지리산 입산 수도 ▲1946년 민족종교 갱정유도 입도 ▲1976년 갱정유도 총무·도무원장 및 도정(대표·현) ▲1985년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창립회장(현) ▲1991년 사단법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현) ▲1997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현) ▲1999년 민족정기선양협의회 공동대표(현) ▲2001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현) ▲2002~2003년 개천절민족공동행사 공동위원장(남측대표) ▲2003년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창립대표 ▲2005년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현)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6〕말기 암 老스님의 5억 기부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6〕말기 암 老스님의 5억 기부

     “비록 생전엔 나누고 살지 못해도 사후에라도 남에게 준다면 아름다운 죽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평생 장기기증 운동을 하면서 살아온 노 목회자로부터 얼마 전 들은 말이다. “지금 사람들은 남의 어려움에 너무 몰인정한 것 같다.”는 목사의 일갈에 고개를 끄떡였었다. 그 공감의 전언에 딱 맞춘 것처럼 나눔의 선덕(善德)을 베푼 80대 노 스님의 미담이 화제다. 췌장암으로 입원 투병 중인 전 부산 정주사 주지 지인 스님이 평생 모은 5억원 전액을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동국대에 기부했다는 그 이야기다.  ‘스님이 뭔 돈이 그리 많아?’ 세간 대중들의 의문이 쏠리는 대목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사연을 알아보니 절절하다. 17세에 머리를 깎고 출가한 스님은 30년 넘게 교도소며 군 병영에서 봉사활동을 펼쳐 온 납자(衲子·입다가 버린 낡은 헝겊으로 기워 만든 옷을 입은 수행승)다.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휴지 한 장도 말려 쓸 만큼 청빈한 생활로 유명한 출가승이다. 암 세포가 간까지 전이돼 거동이 힘든 형편인데도 직접 은행을 찾아 예금통장을 해지해 동국대 기부금 계좌로 돈을 모두 이체했다는 후담이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스님에겐 마지막일지도 모를 ‘속 깊은 기부’가 제대로 쓰여지길 바란다.  지인 스님의 덕행에 얹어 불교계에선 자주 회자되는 고사 하나를 떠올려본다. 명대 선승 운서 주굉의 ‘죽창수필’에 등장하는 유명한 이야기다. 군인이 죽어서 좋은 세상으로 가라며 천도재를 지냈는데, 정성이 모자란 탓인 지 음계(陰界)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의 꿈에 나타나 모처에 가 염불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정성들여 해줄 것이란 말을 전했다. 적은 돈을 갖고 그곳에 갔더니 돈 상관 없이 정성껏 염불을 해주었고 그날 밤 꿈에 죽은 남편이 나타나 음계를 벗어났다며 고마워했다는 이야기다. 불교 세계에 맞춰진 이야기지만 죽은 사람조차 배려와 나눔이 긴요하다는 교훈 쯤으로 들린다.  ‘요즘처럼 나 먹고 살기도 버거운 시절에 남 도울 여력이 어디 있나’ 거개의 대중들이 갖는 생각일 것이다. 하물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다는 경제 논리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무한 경쟁의 세상에서 내 것을 모두 줘 남을 돕는다고?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쳤던 세기의 바둑 대결 때 자주 등장했던 그 ‘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殺他)’가 더 설득력을 갖는 세상 아닌가. 그래서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나누는 덕행은 동서고금을 통해 고귀한 덕목으로 여겨져왔다.  특히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종교에서 그 나눔과 배려는 종파와 교리의 구별 없이 우선시되는 공동 선(善)의 으뜸 가치로 꼽힌다.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복음 10:8)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잠언 3:27)…. 불교에서 생사의 고해를 건너 열반의 피안에 이르기 위해 닦아야 할 여섯가지 실천덕목이라는 ‘육바라밀’속 보시(布施)도 그 성경 경구와 맞닿아 있다. 재(財)보시, 법(法)보시, 무외(無畏)시의 세 보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집착없이 온전한 자비심으로 무조건 베푼다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는 최고의 경지로 존중된다.  나에게 이롭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각박한 세상이다. 그래도 분분한 설이 있긴 하지만 인간 심성의 바탕엔 분명히 착한 마음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선한 심성은 기부와 기증이라는 배려의 나눔으로 도처에서 뻗치고 있다. 비록 노 스님의 5억원 기부처럼 많진 않더라도, 남을 위해 내 것을 다 내주진 못하더라도 조금 씩의 배려는 세상을 훨씬 더 좋게 만들어 놓지 않을까.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논밭두렁 태우다 산불 나면… “처벌” vs “계도”

    “공무원들 법대로 처분 나서야” “형편 힘든 노인 인식 개선 먼저” 산과 인접한 곳에서 논·밭두렁 등을 태우다 불이 번져 막대한 산림을 훼손하는 일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과태료 부과는 잠을 자고 있다. 적발된 사람들 대부분이 나이 많고 사정이 딱한 노인들이다 보니 단속 공무원들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5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 전국에서 258건의 산불이 발생해 184㏊를 태웠다. 이 가운데 124건의 112㏊가 산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1일 발생한 단양 소백산 산불도 단양읍 천동리의 한 밭에서 농민이 불을 놓다 발생했다. 이 불은 소백산 4㏊를 태우고 이틀 만에 진화됐다. 논·밭두렁 등을 태우다 산으로 번진 불을 혼자 끄다가 목숨을 잃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잇따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산과 100m 이내에서 불을 놓다 적발되면 3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산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실제 부과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충북 지역의 경우 11개 시·군에서 최근 2년간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진천에서의 1건이 유일하다. 이는 공무원들이 적발해도 계도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단양군에서는 지난해 5건을 적발했지만 모두 계도했다. 진천군 역시 지난해 적발된 10건을 모두 계도했다. 산불로 확산만 되지 않으면 산과 가까운 논·밭두렁에서 불을 놔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제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계도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공무원 온정주의가 농민들의 불 놓기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고 결국 큰 산불을 초래한다”며 “계도해도 유사한 사례가 되풀이되는 만큼 이제는 법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천군 관계자는 “농촌에 사시는 분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에 생활까지 어려워 현실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어렵다”며 “농민들의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어 당분간 계도 활동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지자체들의 이런 고민 때문에 산불 위험 최고조 기간인 3월 20일부터 한 달간은 직접 기동단속반을 운영해 적발 시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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