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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블릭IN 블로그] 세입은 줄고 나갈 돈은 많은데… 홍준표 성과 ‘채무제로 경남 ’ 유지해야 하나

    경남도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남지사 시절 업적으로 꼽히는 ‘채무제로’ 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7일 경남도에 따르면 2016년 당시 홍 지사는 도 빚을 모두 갚고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채무제로 선언을 했다. 도는 홍 전 지사가 채무제로 선언을 한 뒤 지금까지 빚 없이 꾸려 가고 있지만 그동안 세입은 줄고 세출은 늘어나 채무제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도 예산담당 관계자는 “경기불황 탓에 재정여건도 갈수록 악화돼 특히 올해는 가용재원이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빚을 내지 않고 예산을 짜느라 애를 먹었다”며 “채무 없는 재정이 한계에 이르러 올해 추경 때는 채무제로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 “세수불균형” 집행부 채무계획에 도의원들 반대 경남도 올해 당초 예산은 7조 279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19억원이 늘어났다. 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취득세 수입이 크게 감소하는 바람에 올해 세입에서 지방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세입은 크게 줄어든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많이 늘고, 도비 지원 국고보조사업도 증가했다. 도에 따르면 세입과 세출 불균형 탓에 도지사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올해 가용예산이 1000억원에 그쳐 예년 5000억~6000억원에 비해 턱없이 적다. 도는 올해 당초 예산을 짜면서 채무제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지역개발기금 1500억원을 차입하기 위해 도의회에 의견을 물었으나 도의회는 반대했다. 경남도의회는 전체 의원 55명 가운데 한국당 소속이 4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더불어민주당 3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이다. 도와 도의회 안팎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이 절박한 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이 홍 대표의 ‘채무제로’ 치적이 가능한 한 연명되게 할 의도에서 지역개발기금 차입을 반대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 “홍 대표 치적 유지로 한국당 공천 노리나” 도는 지역개발기금 차입 무산에 따라 올해 예산 세출을 최대한 구조조정해 초긴축으로 짰다고 강조했다. 도 예산 관계자는 “마른 수건을 짜고 또 짜듯이 예산을 편성했지만 그래도 지출예산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세입·세출안 시기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올해 당초 예산을 겨우 맞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국비 지원 사업에 대한 지방비 부담 예산과 의무경비 예산 등을 9월분까지만 반영하는 등 예산 지출 시기 조정을 통해 빚을 내지 않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도는 올해 세입이 늘어나지 않아 재원 확보를 하지 못하면 추경 때는 지역개발기금을 차입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내년에도 어려우면 채무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내다봤다. 지자체 예산담당 공무원들은 “악성채무를 쌓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 상황에 따라 재정운용을 탄력성 있게 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말라죽은 ‘채무제로 기념나무 ’ 도 골치 홍 전 지사는 경남도 채무 제로를 이룬 기념으로 2016년 6월 1일 경남도청 정문 안 정원 중앙에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도청에 들어서면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이다. 홍 전 지사는 “내 다음 지사가 빚을 내려면 이 사과나무를 뽑아 내야 할 것”이라면서 틈틈이 사과나무를 둘러보며 애착을 보였다. 홍 전 지사의 특별 관심에도 불구하고 사과나무는 석달 보름여 만에 말라죽고 말았다. 홍 전 지사는 죽은 사과나무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을 심었으나 주목마저 얼마 뒤 말라죽어 다시 새 주목을 심었다. 홍 전 지사가 대통령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중도에 그만두고 떠난 뒤 시민단체 등은 채무제로 기념나무를 ‘홍 전 지사의 보여주기식 도정 상징물’이라며 ‘뽑아 없애라’고 요구해 애먼(?) 주목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커버스토리] 송년회·신년회 어땠나요…세종청사 시대 달라진 관가 풍경

    [커버스토리] 송년회·신년회 어땠나요…세종청사 시대 달라진 관가 풍경

    10여년 전만 해도 과천정부청사 일대 유흥가는 11월 하순부터 한 달 동안 예약이 꽉 찼다. 저녁 7시 무렵이면 고깃집, 술집, 노래방에서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관가 송년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말 세종청사 시대가 열리면서 연말연시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송년회와 신년회에서 술·격식·3차가 사라지는 ‘3무(無) 문화’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서울로 퇴근 직원들 많아… 3차 회식은 없다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는 무(無)알코올 또는 저(低)알코올 송년회가 인기다. 경제부처 A 사무관은 “지난 송년회 때 획일화된 ‘삼겹살에 소주’ 공식을 탈피하고자 젊은 직원들이 좋아하는 뷔페 레스토랑에서 술 없는 회식을 했다”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고 의외로 연차가 높은 선배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에는 연극 관람 등 좀더 재미있는 아이템을 가미하기로 동료들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B사무관도 “직원들과 영화감상, 볼링 등을 즐긴 뒤 간단히 술을 마시는 송년회가 대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청사 이전 초창기와 비교해도 송년회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는 게 공무원들의 평가다. 해양수산부 C과장은 “2012년 말만 해도 세종청사 근처에 변변한 식당이 없어 아파트 공사 현장의 함바집에서 삼겹살과 소주 파티가 벌어졌다”면서 “최근에는 청사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하거나 간단히 저녁을 먹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년회 문화가 달라진 것은 과천·서울에 비해 세종청사 주변 유흥가 규모가 작은 탓도 있지만 사생활과 가족을 중시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진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년회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면 서울이나 대전 등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귀가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술을 오래 많이 마시는 송년회가 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 “연말연시 가족과”… 서구식 문화로 변해 기획재정부 D과장은 “과천 주변에는 인덕원, 강남 등 유흥가가 많고 송년회를 하면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지곤 했다”면서 “3차까지는 기본이고 4, 5차를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세종에 온 뒤로는 대부분의 송년회가 밤 9~10시 사이에 끝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E과장은 “평소에도 퇴근 시간 이후에 사무실에 잘 남아 있으려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면서 “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서구식 직장 문화로 옮겨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취기 어린 진한 송년회 문화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부처 F국장은 “술자리를 깊이 가져봐야 본성이 드러나고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면서 “일만큼 가정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 상황 때문에 송년회를 꺼리는 부처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농림축산식품부다. 겨울이면 기승을 부리는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때문에 2000년 후반 이후 제대로 된 송년회가 실종되다시피 했다. 농식품부 G국장은 “가축 전염병이 확산되고 농가들은 가축들을 파묻는 상황에서 담당 부처 공무원들이 ‘부어라, 마셔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부적절하지 않은가”라면서 “AI와 연관된 방역정책국, 축산정책국뿐만 아니라 다른 실ㆍ국도 송년 만찬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제부처들은 경기가 좋지 않거나 북한 리스크(위험)가 있으면 송년회를 취소하거나 최소화했다. 기재부 H과장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김정일 사망 등의 큰 사건이 터질 때에는 예정된 송년회도 모두 취소하고 비상 근무를 했었다”면서 “경기가 나쁘면 국무총리실의 공직기강 감찰 강도도 세져서 과음으로 인한 품위 손상 행위 등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재부의 탈권위… 산하기관장 참석도 없애 새 정부 들어 할 일이 많아진 고용노동부도 송년회 규모를 예년에 비해 축소했다. 고용부 I 사무관은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최저임금 인상, 출퇴근 재해 인정 등 업무가 늘어나면서 회식 자체를 자제하거나 1차로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전 직원이 강당에 모여 장관의 훈화를 듣는 시무식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시무식 행사를 따로 치르지 않고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갈음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기존 관행도 탈피하자는 김 부총리의 의중이 반영됐다. 시무식을 할 때마다 통계청, 조달청 등 외청장과 산하기관장이 참석하는 문화도 사라졌다. 직원들은 권위적인 관료사회 문화가 개선되는 것이라며 반겼다. 뜻깊은 이색 송년·신년회를 치른 부처들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2008년부터 송년회를 연말 소외계층 및 지역사회 기부를 위한 성금 모금 행사로 대체했다. 지난달 29일에도 국토부 직원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고 600여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모금에 앞서 직원들의 재능 기부 공연도 펼쳐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 명절 등에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해 소외이웃에 게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상인도 돕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도 좋은 일거양득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행복 저금통’ 나눔 행사와 충남대와의 ‘청년 산림일자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으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직원들에게 나눠 준 행복저금통은 연말 이웃사랑 나눔 행사에 기증할 계획이다. 법제처는 학구적인 분위기의 송년회를 치렀다. 법제처 J 사무관은 “지난 1년간 매달 외부 교수를 초빙해 법철학 강의를 진행했는데 지난달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교수와 함께 국 송년회를 진행했다”면서 “술을 마시는 자리였지만 강요하지 않고 개개인이 원하는 음료를 마실 수 있어 편안했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서울시의원 신년 좌담] “지방의회 권한 강화 없이 지방정부 권력 남용 못 막는다”

    [서울시의원 신년 좌담] “지방의회 권한 강화 없이 지방정부 권력 남용 못 막는다”

    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 개헌이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지방분권은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인 만큼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20년 넘은 우리 지방자치 수준이 획기적으로 발전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방분권 개헌 논의가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 권한 강화 쪽에만 치우쳐 있고 지방분권의 또 다른 축인 지방의회 개선 방안 논의는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서울신문은 지난 6일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 서울시의회 여야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현진 서울신문 사회2부 차장의 사회로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이날 좌담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문수·박진형 서울시의원과 자유한국당 소속 이성희 서울시의원이 참여했다.▶지방분권이라면 흔히 지방정부 강화로 이해되는데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은 지방분권과 어떻게 연관되는가. -김문수 1995년 지방자치 도입 이래 단체장 쪽에 비해 시의회 권한은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5대 로드맵을 보면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다. 지방정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를 허약한 상태로 내버려 둔 채 지방정부 권한만 강화한다면 지방정부와 단체장의 권력 오남용을 막기 어렵다. -박진형 대통령 권한 분산을 목표로 국회 권한을 늘리는 것처럼 단체장에게 집중된 인사·조직·예산 권한을 지방의회가 충분히 감독·견제할 수 있도록 의회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 -이성희 구의원을 지낸 뒤 시의원을 해 보니 구의회 못지않게 시의회도 집행부 영향력 아래 있다고 느낀다. 구의회를 지원하는 전문위원은 구 사람들이어서 구의원 동향이 모두 구청으로 수집돼 견제받는다. 시의회 수석전문위원은 개방형이어서 그나마 형편이 좀 낫지만 시의회 사무처 인사권을 서울시가 행사하고 있어 의회가 시를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다.▶서울시가 시의회 사무처 인사권 독립을 보장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김 국회는 의장이 의회 공무원을 선발하지만 시의회는 시장이 뽑아서 의회에 파견하는 구조다. 이들이 의회에 와서 검토 보고서를 쓰면서 자신의 임명권자인 서울시를 지적하기 어렵다. -박 조직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지도 권한이 있어야 한다. 시의회 인사권이 서울시에 있는 상태에서 시의회는 인사 지도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 -이 구의회 지원 인력이 모두 구청 쪽 사람들이다 보니 구의원은 구청장이 싫어하는 정책을 발의하기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 그나마 지역 일만 신경쓰면 되는 구의원은 시의원보다 형편이 낫다. 국회·시·구 의원 가운데 시의원은 하는 일에 비해 권한이 너무 없다. ▶지방의회가 현재 상태로 제대로 일하기 어려운 이유는. -김 공무원들이 자료 제공 과정에서 소극적이다. 미리 집행부에 정보를 전달해 맥 빠지게 하는 일도 많다. 국회가 의결한 예산에 대해 대통령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재의 요구권이 없는 데 반해 지방의회 의결 예산에 대해서는 시장이나 구청장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보니 집행부가 원하는 대로 예산이 짜이기 쉽다. -박 전업 시의원으로 의정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후원회도 열고 국회 사무처에서 차량 유지비, 공청회비 등 부대적인 지원이 많은 데 반해 시의원은 전혀 없다. 보고서 하나 만들어 발송하는 데만 수천만원이 들지만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이 서울은 인구 1000만 도시다. 예산만 해도 연 44조원에 육박한다. 서울시민들의 요구 수준도 높다. 106명의 시의원이 보좌관도 없이 각각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구의원과 시의원은 업무량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급여 차이는 얼마 없다. 보좌관을 두도록 인력 지원부터 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김 지방의회는 주민 생활과 직결된 조례를 만드는 곳인 만큼 지방의회 역량과 전문성이 강화되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관련 논의가 없다. -박 행안부 자치분권 5대 로드맵을 만들 때 지방자치단체장 의견만 수렴했고 지방의회 의견은 듣지도 않았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에도 지방의회 권한 강화 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일례로 의회에서 의결한 예산에 대해 시장이 재의를 요구할 경우 현재는 전부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해야 하나 행안부 개정안에 따르면 시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부 사업에 대해서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지방의회 권한을 대단히 축소시키는 것이다. -이 서울시의회가 지방분권 7대 과제로 보좌관 도입,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자치조직권 강화,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의회 예산편성권 제정, 인사청문회 도입, 교섭단체 운영 등을 로드맵에 포함되도록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에 중요한 축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지방의회의 역할을 실감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많은데. -박 1995년 지방의회가 출발할 때 무보수 명예직으로 시작하면서 이른바 지방 토호나 유지 중심으로 참여했던 게 오늘날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 원인으로 보인다. 지금 서울시의회의 경우 대졸 출신이 90% 이상이고, 시의원을 전업으로 삼고 있는 비율도 30% 이상이어서 전문성이나 역량이 과거보다 강화됐다. 당장 무상급식 조례, 생활임금 조례, 지하철역 금연조례 등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조례들이 시의회에서 제정됐다. -김 무보수 명예직일 때와 지금처럼 보수를 줄 때 지방의회 수준을 비교한다면 지금이 훨씬 발전했다고 평가한다. 의정활동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을 보장해 주면 그만큼 역량도 강화된다. -이 국민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시의회 때문에 지역에 못 갔더니 “코빼기도 안 보인다”며 괘씸하게 여기는 여론이 나왔다. 정치를 혐오하는 국민은 혐오스러운 정도의 정치밖에 가질 수 없다고 처칠이 말했다. 지방의회를 따듯한 시선으로 봐 준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방의회에 대한 자치분권 성적을 평가한다면. -김 시민운동 하고 민주화운동 한 분들은 권력 독점을 반대했는데 정작 본인이 단체장이 된 뒤에는 어떤지 돌아봐야 한다. 의회에 권한을 주려고 노력하면 좋겠는데 막상 예산 심사할 때 보면 여러 가지 아쉬움이 느껴진다. -박 박 시장이 그동안 해 왔던 인사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서울시의회 출신의 정무부시장을 영입한 것은 긍정적인 반면 그 밖에 인사에 대해서는 서울시의회와 머리를 맞대거나 숙고한 시간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 서울시의회에서 반대한 인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도 있고, 시민단체 출신을 직제도 없는 자문관이란 이름으로 앉혀 의회 의견보다 훨씬 존중해서 정책에 반영하기도 했다. 책임 없는 사람들이 권한을 휘두르게 했던 행동은 시 공무원들의 동요를 유발했던 만큼 비난받아 마땅하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100평 넘는 홀 주말에도 텅텅, 소주 한 병 5만원 음식값 폭리…제재 비웃듯 “영업은 계속한다”

    100평 넘는 홀 주말에도 텅텅, 소주 한 병 5만원 음식값 폭리…제재 비웃듯 “영업은 계속한다”

    “오늘 공연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네다.” 지난 6일 저녁 찾은 베이징의 북한 식당 옥류관은 썰렁함을 넘어 을씨년스러웠다. 토요일 저녁 외식을 하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인근 중국 식당들과 비교돼 더 초라해 보였다.●적자 메우려는 듯 지나치게 비싸 100평이 넘는 1층 홀의 30여개 테이블 가운데 손님이 앉은 곳은 고작 4개였다. 그중 한 테이블의 손님은 북한 여종업원들을 관리하는 ‘기관원’처럼 보였다. 식당 내부를 찍으려 하자 이 테이블에 앉은 남성이 “사진 그만 찍으라우”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또 다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도 억양으로 볼 때 북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들은 마시다 남은 들쭉술을 챙겨갔다. 지난해 가을에 왔을 때와 달라진 풍경은 종업원 수가 크게 줄었다는 점과 종업원들이 인공기 배지를 더이상 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0여명은 돼 보이던 종업원 숫자가 이젠 10여명에 그쳤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중국이 신규 취업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7시 30분이 되자 공연이 시작됐다.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두 여성이 중국어 노래 두 곡을 불렀다. 이어서 한 종업원이 장구춤을 추며 홀을 한 바퀴 돌았다. 이것으로 이날 공연은 끝이었다. 40여분 동안 다채롭게 진행되던 예전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中 사업자로 명의 변경한 듯 쌓인 적자를 메우려는 듯 음식값은 지나치게 비싸졌다. 단고기 수육 한 접시가 1000위안(약 16만 4000원)이나 됐고, 평양 소주 한 병이 300위안(약 4만 9000원)이었다. 2003년 베이징에 진출해 대표적인 북한 식당으로 자리매김한 옥류관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까지 했다. 음식 가격 상승, 공연 품질 저하, 매출 급감 등으로 오래 버티기 어려워 보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18년 1월 9일 이후 중국에 있는 모든 북한 기업과 식당 등 중·북 합자기업 또는 북한 단독 투자 법인의 영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 조치에 따르면 중·북 합작기업인 옥류관은 10일부터는 영업할 수 없다. 그러나 옥류관 지배인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20일간의 유예 기간에 사업자 명의를 중국인으로 변경한 듯 보였다. ●매출 급감에 줄폐업… 절반이상 뚝 베이징 시내의 다른 북한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해당화와 은반관 등에 10일 이후에도 예약이 가능한지 문의하니, 모두 다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북한이 단독 투자한 음식점인 해당화 측은 ‘9일 이후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있는데 괜찮은가’라고 물으니 “뜬소문”이라고 일축하고 3800위안짜리 룸을 예약해 줬다. 이처럼 북한 식당들이 명의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함에 따라 9일 이후 북한 식당이 일거에 자취를 감추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식당의 퇴출 흐름은 이미 대세가 됐다. 최근의 유엔 제재 결의에 따라 2년 뒤에는 기존 종업원들도 모두 철수해야 한다. 선양시의 고려관 등 동북 3성 지역의 북한 식당들은 이미 줄줄이 폐업했다. 100여개로 알려진 중국 내 북한 식당 가운데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4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4월부터 다주택 양도세 최고 62%…수도권 이외 취학·근무 땐 예외

    다주택자는 오는 4월부터 서울 등 40곳의 조정 대상 지역에서 집을 팔 때 최고 62%의 양도소득세를 물게 되지만,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취학이나 근무상 형편, 질병 요양 때문에 산 집을 팔 경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조정 대상 지역 내에서 분양권을 팔면 50%의 양도세를 물게 되지만, 30세 이상 무주택자면 역시 예외가 된다. 이 같은 양도세 중과 예외 사유를 규정함으로써 4월 이전에 분양권과 지방 주택을 처분하려던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물론 양도세 회피 매물로 인한 지방 부동산 시장의 충격도 덜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이런 내용의 2017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 소득세 최고세율 상향 조정으로 연봉이 6억원인 고소득자는 원천징수 세액이 기존보다 510만원가량 늘어난다. 상장회사 대주주 범위는 크게 확대돼 주식 부자들은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에 대해 최고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기간 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잘 팔리지 않아 현금화가 쉽지 않은 비상장 주식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는 다스(DAS)식 꼼수는 앞으로 사라진다. 비상장 주식 상속세 물납은 다른 상속 재산으로 세금 납부가 불가능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지진 피해 포항시, 종 제작에 30억 혈세 낭비?

    지진 피해 포항시, 종 제작에 30억 혈세 낭비?

    지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경북 포항시가 30억원짜리 큰 종을 만들려고 해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7일 보도했다.신문에 따르면 포항은 지난해 11월 지진으로 546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1440억원의 복구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형편인데도 내년 시 승격 70주년에 맞춰 희망대종(가칭)을 만들려고 이달 중 관계부서 직원들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고 밝혔다. 포항시의원과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된 대종제작 추진위원회도 발족할 계획이다. 총 비용은 종 제작에 15억원, 종을 설치해 두는 종각 제작비 15억원 등 모두 30억원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해맞이축제가 열리는 남구 호미곶에서 “제야에 타종할 종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자 제작을 검토했다. 포항시는 마지막 날 자정에 디지털 화면에 뜨는 대종을 친다. 하지만 지난해 지진으로 포항시립미술관이 두 달 가까이 문을 열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대종 제작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한·미 정상 통화에 화답한 北, 도발도 중단을

    북한이 9일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을 하자는 우리 측 제의를 수용함에 따라 본격적인 남북 대화의 막이 오르게 됐다. 북·미 간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했던 지난해 말까지의 상황을 돌이켜 본다면 실로 반가운 국면 전환이다. 북의 의도가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린 것이든,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낮추려는 것이든 일단 남북이 대화의 끈을 되살린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북한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이면으로 이런저런 교란책들을 궁리하고 있다면 이제라도 접어야 한다. 난마처럼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어떤 경우에도 실오라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가 어렵게 찾은 대화의 실마리를 허튼 미망으로 날려 버려선 안 된다. 북은 먼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눈 4일 밤 전화 통화의 함의를 제대로 읽기 바란다. 이 통화에서 두 정상은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되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고강도 압박을 지속한다는 데 합의했다. 남북 대화의 빠른 속도를 우려하는 워싱턴 정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동맹국과의 연합훈련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부담 속에서도 한·미 훈련 연기를 결정했다. 이는 북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공조의 틀을 흩트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 두 정상이 북의 어떤 교란전술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인 것이다. 백악관이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발표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이어 가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데 합의했다”고 언급한 점을 북은 주목해야 한다. 이를 간과한 채 9일부터 시작될 남북 대화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에 한·미 공조를 흔들 다른 조건을 붙인다면 상황은 대화 이전의 국면으로 회귀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은 우리 정부가 피력한 대로 평창올림픽 참가부터 매듭짓고 이 과정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다음 현안을 논의하는 단계적 접근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카드를 한꺼번에 꺼내 들어 대북 제재의 틀을 깨보려 든다면 이는 아닌 말로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만 해도 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선수단 선정과 규모, 참가 형식, 그리고 무엇보다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참가 비용 지원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가 즐비하다. 다른 조건을 내세워 평창 논의를 지연시킬 형편이 아니다. 북은 나아가 이 시점 이후 그 어떤 도발도 삼가야 한다. 만에 하나 과학위성을 구실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실험에 나선다면 대화는 그날로 종을 치고, 출구엔 파국만이 남을 뿐이다. 호랑이 등에 올랐음을 북은 알아야 한다.
  • [서울광장] 서민 잡는 ‘답정너’ 교육 정책/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서민 잡는 ‘답정너’ 교육 정책/황수정 논설위원

    모르겠다. TV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웃긴 장면이 왜 생각났는지는. 양촌리 마을회관의 고장 난 스피커가 아침저녁 삑삑 파열음을 낸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얼치기 이장은 의욕 하나는 끝내준다. 마을을 살리겠다며 동분서주 원맨쇼다. 그런데 뭔 생각을 하는지 위태위태하다. 아침저녁 터뜨리는 말이 중구난방. 선무당이 사람 잡을라. 밥숟갈 들다 말고 동네 사람들, 밥맛이 똑 떨어진다.이 코믹 시퀀스의 얼치기 이장이 지금 교육부다.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내년부터 금지하겠다고 한다. 예고편도 없이 지난주 불쑥 꺼냈다. 영어 조기 교육을 막겠다는 ‘좋은’ 취지다. 그렇건만 학부모들의 성토는 폭탄급이다. 월 3만원짜리 수업을 막겠다면 비싼 영어학원에 보내라는 말이냐, 제정신이냐 등 원색적 비난이 빗발친다.정책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판단이 흐릴 수 있다. 하지만 오판도 오판 나름이다.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교육부는 이미 초등 1, 2학년 영어 수업을 전면 금지했다. 새 학기부터 초등 방과후 영어 수업이 중단된다. 사실은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문제다. 초등 방과후 수업을 누가 듣나 따져 보자. 학원 보낼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의 자녀들이 열에 아홉이다. 영어학원은 꽉 차서 문이 안 닫히는데, 영어 공부 흉내라도 내겠다는 아이들한테 선행학습 불가라며 정색하는 꼴이다. 이런 퇴행 정책을 소매 걷고 만든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정책 실명제가 이럴 때는 절실하다. 취지만 저 높은 곳에서 홀로 반짝거리는 정책은 민생을 되레 고달프게 한다. 없느니만 못할 수 있다. 교육부 사람들은 초등 3학년 영어 교과서를 보기나 했나 모르겠다. 영어 회화 문장을 3학년이 되면 갑자기 무슨 수로 읽어 내나. 취지를 살리겠다면 교과서부터 바꾸는 실질을 챙겨 줘야 앞뒤가 맞다. 현실감각 없이 독야청청인 교육정책에는 민생이 이런 아이러니를 겪어야 한다. 성난 댓글 하나 퍼왔다. “서민은 못 하는 게 왜 자꾸 많아지나. 사법시험 못 치지, 금수저 전형(학종)이라서 대학 가기 힘들지, 이제는 학교에서 영어까지 못 배우나.” 영어 방과후 수업이 교육의 근간을 흔들 일은 없다. 비판이 계속 부글거리면 내일이라도 교육부는 없던 일로 돌릴 수 있다. 답답한 것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알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선의(善意)의 칼날만 잔뜩 벼리는 진보 교육의 해법이 점점 난감하다. 공교육 살리기와 교육 평등주의는 박수받을 가치다. 그렇다고 불편한 현실은 외면하고 머리만 파묻는다면 그건 타조다. 타조는 날기를 포기해서 자꾸 뇌용량이 작아지는 새 아닌 새다. 지금 정부의 교육정책은 장마당 좌판마냥 어수선하다. 뭣 하나 해결하지 않고 건드려만 놓고 있으니 교육 현장은 그저 처분만 기다린다. 입이 쓰지만, 자사고와 특목고를 죽이는 게 최선이라고 결정했다면 단칼에 해결해 줘야 했다. 비겁하게 말려 죽이기 작전으로 방향을 튼 바람에 똥바가지는 학생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올해 특목·자사고의 막차를 탄 중3들은 모 아니면 도의 마음으로 진학한다. 내년부터 특목·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을 한꺼번에 뽑겠다는 폭탄 정책에 중학교는 혼돈의 도가니다. 특목고 떨어져 정원 미달 일반고가 없으면 고입 재수를 각오해야 한다. 외줄 타기 진학 베팅이다.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 진보 교육 정책을 꼬집는 말이다. 대형 정책들이 공론화 없이 일방통행으로 결정돼 폭탄 터지듯 하니까 그렇다. 지난주에야 출범한 국가교육회의에도 안됐지만 기대가 크지 않다. 특목·자사고 처리, 대입 절대평가 확대 여부 등이 정해진 밑그림대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이 시중의 대세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친(親)전교조 진보 교육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줄 것 같지 않다. 평등주의 교육의 선의가 덮어 놓고 언제나 최선일 수는 없다. 하고 싶은 것만 하지 말고 제발 인터넷 댓글이라도 좀 보라고들 아우성이다. “꽃가마도 싫고 꽃방석도 싫다”는 말이 정작 교육 서민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진짜 문제 아닌가. sjh@seoul.co.kr
  • 남양주의회 前의장 “친박 이우현 요구로 5억 5000만원 전달”

    남양주의회 前의장 “친박 이우현 요구로 5억 5000만원 전달”

    남양주 시의회 전 의장이 친박계 이우현(61)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5억 5000여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순간적으로 미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이 의원 측에 수억원의 ‘공천헌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공모(57)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의원의 직·간접적 요구로 어쩔 수 없었다”며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공 전 의장의 변호인은 ”이 의원에게 5차례에 걸쳐 5억 5000여만원을 건넨 것은 이 의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수사에 협조한 점과 치매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정 형편 등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공 전 의장은 ”순간적으로 미쳐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했다“며 ”지역사회와 가족, 주변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죗값을 치르고 젊을 때 마음으로 가족, 사회를 위해 열심히 살겠다“며 ”부끄럽고 반성,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공 전 의장 측은 의견서에서도 이 의원 측에 돈을 건넨 것은 ‘비자발적’이란 점을 강조했다. 또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모두 동의했다. 재판부는 오는 29일 공 전 의장의 첫 공판을 열고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을 진행한 후 심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공 전 의장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양주시장 후보 공천을 받고자 당시 새누리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이던 이 의원의 보좌관에게 현금 5억원을 상자에 담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후에도 공천을 부탁하기 위해 총 5000만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의원 측에 건넸다. 한편 이 의원은 공 전 의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지역 정치권 인사와 사업가 등으로부터 10억원 넘는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원 가는 데얀… 서울 팬은 ‘쇼크 ’

    수원 가는 데얀… 서울 팬은 ‘쇼크 ’

    우연치곤 기가 막히다. 프로야구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미국)가 kt 구단으로 옮긴 4일, 프로축구 K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골잡이 데얀(사진ㆍ이상 37·몬테네그로)도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1981년생 동갑인 데다 각자 종목에서 역대 최고 외국인으로 평가받는 둘이 선택한 팀이 공교롭게도 모두 경기도 수원을 연고지로 삼고 있다. KBO리그에서 두산과 kt가 라이벌이라 하기엔 무리이지만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수원은 오랜 숙적 관계를 형성해 왔다. 데얀은 두 팀의 ‘슈퍼 매치’에서 가장 많은 일곱 골을 뽑았다. 여덟 시즌이나 붉은색 바탕에 검은색 스트라이프가 새겨진 서울 유니폼을 입었던 데얀이 올봄에는 푸른빛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서울 골문을 공략한다. 요 며칠 데얀이 수원으로 이적한다는 풍문이 이어지자 충격을 받은 서울 서포터들이 적지 않았다. 데얀은 K리그 무대에서 2011년 24골, 2012년 31골, 2013년 19골 등 역대 최초로 3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2007년 인천을 통해 K리그에 입성한 뒤 2008∼13년 서울에서 뛰었고 2014∼16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쑨톈과 베이징 궈안에서 뛰다가 2016년부터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최정상급 선수로 꼽히면서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팀을 옮기는 점도 똑 닮았다. 황선홍 감독이나 서울 구단은 팀을 리빌딩해야 한다며 데얀의 손을 잡지 않았고, 데얀은 서울을 ‘북패’(북쪽 패륜집단)라고 낮잡았던 수원 팬들의 응원을 받기로 쉽지 않은 결심을 했다. 다만 연봉이 절반으로 깎인 니퍼트보다 데얀의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13억 4500만원의 연봉에서 올해는 8억∼9억원 수준일 것으로 알려져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서민 일자리 없는데 성직자만 배불러” 경제난, 이란 反정부 시위 불 당겼다

    “서민 일자리 없는데 성직자만 배불러” 경제난, 이란 反정부 시위 불 당겼다

    이란의 대규모 반(反)정부·반체제 시위가 겉잡을 수 없는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한 시위로 2일 현재 최소 21명이 죽었다. 시위가 격화한 데에는 서방과의 핵합의(JCPOA)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척박한 생활에 대한 좌절감, 그 와중에 부를 독점하는 이슬람 성직자에 대한 불만, 만연한 부정부패, 정부 무능력에 대한 실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AFP통신은 지난 1일 테헤란에서 경찰관 1명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숨졌으며, 이로써 이번 시위로 지금까지 최소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로레스탄주 도루드 시위 참가자 2명이 군·경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이튿날에는 10명이 서부 토이세르칸 등지에서 군 기지와 경찰서를 점거하려다가 사살당하는 등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업률과 물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삭감이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12월 10일 2018년 예산안을 제출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약 3000만명이 현재 받고 있는 정부 보조금이 대폭 삭감된다. FT는 “수치상으로는 이란의 경제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란 시민들은 상황이 악화됐다고 느낀다”면서 “핵합의에 큰 기대를 품었지만, 일상은 여전히 어렵다. 실망만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한 이란인 교사는 “돈이 없어서 20년 넘게 탄 차를 최근 팔았다. 기름값이 오르면 다른 물가도 모조리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FT에 말했다. CNN 역시 “이란인들은 2015년 이란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과 핵합의를 체결한 이후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분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또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인용해 “이란에 일자리가 없다.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은 24%를 훨씬 넘는다.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과 여성 실업률은 더 높다”면서 “석유 산업과 관광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군의 형편은 더 나빠졌다”고 전했다. 미 컨설팅기업 유라시아그룹 클리프 쿱찬 회장은 “이란 정부의 예산안에서 종교 기관과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란인들이 여기에 분노한 것”이라면서 “핵합의로 얻은 과실로 일반 시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FT는 “(새 예산안으로) 한 유명한 강경파 이슬람 사제는 10년 전보다 8배나 많은 돈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마크 두보비츠 회장과 레이 타케이 미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기고에서 “이란의 이슬람 신권정치가 실정과 부패로 국민의 기대에 미달해 정통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두보비츠 회장 등은 “이란 성직자와 혁명수비대 등 국정을 장악한 보수파들은 한정된 국가 자산을 경제를 개선하는 데 쓰는 대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시리아 등 대외 혁명 활동에 투입해 국민 생활을 핍박에 빠트렸다는 비난을 받는다”면서 “기대를 모았던 하산 로하니 정부마저 정치·경제 개혁에 대한 민중의 열망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슬람 정권은 국민을 설득할 정치적 명분도, 요인도 상실했다. 최대의 난국”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경제난뿐만 아니라 정부의 무능함, 부정부패에 분노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11월 대지진 이후 이란 정부는 무능력함을 여실히 보여 줬다. 이란인들은 이란 정부가 이란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12일 발생한 규모 7.3 지진으로 최소 530명이 숨지고 8000명이 다쳤다. CNBC는 “이번 시위는 주도세력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란 정부에 위협적”이라면서 “누구와 무엇을 협상해야 할지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1일 의회 수뇌부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이란의 경제 상황은 어느 나라보다 낫다”면서 “비판과 반대는 옳은 일이지만, 바른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란 국민의 의지와 법에 반하는 구호를 외치고 이슬람혁명의 가치를 훼손하고 공공 기물을 손괴하는 일부 세력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로하니 대통령은 폭력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했다. WSJ는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면 인권침해를 이유로 이란에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익명의 미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월드피플+] 색맹 소년에게 ‘색’(色) 선물한 직장 동료들

    [월드피플+] 색맹 소년에게 ‘색’(色) 선물한 직장 동료들

    선천적 장애로 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한 10대 소년을 위해 직장 동료들이 뜻을 모아 ‘컬러’를 선물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공개됐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달 23일, 미국 아칸소주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콜 윌리엄스(17)는 동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윌리엄스는 동료들이 전한 선물을 조심스럽게 열었고, 그 안에 담긴 안경을 본 뒤 곧바로 눈물을 터뜨렸다. 윌리엄스가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받은 선물은 다름 아닌 색약교정용 안경이었다. 색맹인 윌리엄스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349달러(한화 약 38만원)짜리 교정 안경을 사지 못하고 불편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를 알고 있었던 동료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윌리엄스에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컬러풀한 세상’을 선물한 것이다. 선물의 ‘정체’를 알게 된 뒤 눈물을 왈칵 쏟은 윌리엄스는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해 준 이들을 일일이 껴안았다. 이를 바라본 동료들도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윌리엄스는 “학교에 갈 때 어울리는 컬러의 상하의를 고르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세상의 컬러가 이렇게 밝고 선명한 지 몰랐다”면서 “이 안경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색맹인 나는 특히 초록색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이 세상에서 초록색이 제일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초록색을 훨씬 선명하게 구별할 줄 알게 됐으며, 동시에 가장 좋아하는 색이 됐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한 한 동료는 “그가 생맹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직원들에게 안경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文대통령의 신년인사회 불참은 기업인 홀대 아닌 선택의 문제”

    “文대통령의 신년인사회 불참은 기업인 홀대 아닌 선택의 문제”

    새 정부 들어 재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로 예정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에 대해 “선택의 문제일 뿐, 기업인 홀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듣기 거북하다고 기업인 패싱은 아냐 박 회장은 지난 연말 출입기자단과 미리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역사상으로 보면 신년인사회에 대통령이 안 오신 게 아웅산 테러 사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등 딱 3번뿐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불참이) 기업인들을 홀대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의 ‘기업인 패싱(Passing)설’에 대해서도 “듣기 거북한 얘기가 자꾸 나온다고 해서 무시(패싱)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 (올바른 생각이) 아닌 것 같다”면서 “어느 정부든지 2년차로 접어들면 성적표로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결국은 경제 성적이고, 그 통로는 기업 실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니 “기업을 패싱하거나 가볍게 생각할 수 없고 현 정부도 가장 큰 고민이 기업일 것”이라며 패싱설을 일축했다. ●사회주의 국가보다 규제 많아 완화를 박 회장은 새해 경제에 대해 “글로벌 경제 훈풍이 계속되고 국민소득이 3만 달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긴축 기조, 북핵 문제, 중동 지역 불안 등 대외 리스크도 적지 않다”면서 “특히 저출산, 고령화, 노동환경 변화 등 선진국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병을 치유하고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경제계도 갈 길이 굉장히 바쁘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충돌과 갈등은 상당 부분 계속될 것”이라면서 “노동정책, 조세정책 등에 있어서 어려운 기업들을 고려해 형편에 따른 탄력적 적용이나 사안에 따른 완급 조정 등은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규제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보다 우리가 더 많다”며 완화 필요성을 단호하게 말했다. 박 회장은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면 그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반문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가 선정한 혁신기업 50개 중에 중국은 7개, 미국은 31개가 들어가 있지만 한국은 1개도 없다”고 환기시켰다.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관행적 규제, 이해 관계자들의 대립으로 인한 낡은 규제들은 이제 없앨 때가 됐다”고 박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中企간 소통 역할은 내 임무 지난해 국회를 5차례나 방문해 규제 혁파 등 재계 건의사항을 전달했다는 박 회장은 “그렇게 찾아갔는 데도 법은 점점 더 반대방향으로 가더라”면서 “입법부에 가면 논쟁만 거듭하다 되는 게 없는데 거기서 느끼는 무력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도 유명한 박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가 엇갈려서 첨예하게 대립하면 두 집단이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상의의 역할이자 제 역할”이라면서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구성원들 간에 통용되는 규범이 법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본지 부장들이 짚어 본 국내외 현안·과제] 책의 해에 되새겨야 할 것

    [본지 부장들이 짚어 본 국내외 현안·과제] 책의 해에 되새겨야 할 것

    사는 동네에 번듯한 공공도서관이 생겼다. 예전 구청이 있던 자리에 매끈하게 들어선 도서관을 볼 때마다 새삼 뿌듯하다. 주머니 형편은 늘 매한가지라 생활이 나아졌다는 체감은 별로 없는데 20년 넘게 사는 곳에 공원이나 도서관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지갑이 두둑해진 것 같다.선진국의 생활상을 동경할 때 흔히 거론하는 것 중 하나가 도서관이다. 혹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를 만든 건 그가 다닌 하버드대학이 아니라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에선 대학도서관은 차치하고 중소도시 지역 도서관의 수준도 상당하다. 미국 연수 때 머물던 시골 동네의 2층짜리 도서관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두루 모여 책장 넘기는 장면을 항상 연출했다.우리나라 도서관은 어떤가. 대부분 수험서를 독파하는 공부방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독서보다 학력이나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도서관의 후진적 이용 행태를 초래했다. 그나마 요즘 들어선 도서관에 가면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면서 머리를 맞댄 엄마와 아이의 모습에서 위안을 찾게 된다. 2018년은 ‘책의 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며 문학진흥계획도 선포했다. 공공도서관 확충 구상은 반갑다. 한국의 도서관 1곳당 인구수는 5만 2688명으로, 1만~3만명 수준인 독일, 영국,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체부는 앞으로 공공도서관 1100곳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피 같은 세금이라도 얼마든지 쓰라”는 여론이 뜨겁다. 이런 열화 같은 지지가 국립한국문학관 사업에는 시베리아 칼바람이다. 2년 전 시작된 한국문학관 논의는 시인 출신 장관이 오면서 가속도가 세게 붙었다. 하지만 애초보다 예산도 600억원으로 늘어난 데다 용산 부지를 놓고 서울시와 힘겨루기하는 볼썽사나운 형국이 펼쳐지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다. 한국문학관 기사만 나오면 유독 댓글들이 매섭다. “사람한테 투자하지 왜 매번 죽은 건물에만 돈을 쏟아붓나.” 도서관이 받는 박수를 왜 문학관은 받지 못할까. 공간 쓰임에 대한 체감이 달라서다. 전자는 모두가 나눠 사용하는 곳이지만, 후자는 특정인을 위한 곳이란 인식에서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사립 문학관은 100곳이 넘는다. 지역 문학 진흥의 거점으로 기대됐지만 인적이 드문 ´자료의 무덤´, ´박제된 공간´으로 전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건물만 짓는다고 문학이 살아나고 독서 인구가 늘지 않는다. 게다가 큰돈이 들어가는 국가적 사업이 힘센 문인들이나 권력 주변인들의 잔치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문학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문인은 문학계 지원은 ‘보이지 않는 손’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학을 대접하기보다 투 잡을 뛰지 않고도 글만 쓸 수 있는 창작의 여유, 작가와 독자가 자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활성화, 작은 도서관·독립서점 지원 등이 진정한 문학정신을 키우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얼마 전 본지와 인터뷰를 했던 이윤택 연출가의 한마디는 울림이 크다. “예술가들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 좋다. 국가가 예술을 탄압해서도 안 되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거나 어떤 자리에 앉히기 시작하면 안 된다. 그저 예술가들을 굶겨 죽이지만 마라.” 박상숙 문화부장 okaao@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

    사비는 순서를 기다린다. 복도의 고요함은 일부러 꾸며진 듯하다. 문이 닫히는 소리. 누군가 사비를 지나쳐 간다. 전에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를 향한 적의가 있다. 사비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깜빡 졸았던 걸까. 그의 이름이 들린다. 관료, 학자들. 권위로 데워진 공기가 거북하다. 사비가 의자에 앉고도 그들은, 한참 동안 파일을 뒤적거린다. 넘어갔다가 돌아오고, 다시 구겨지는 문서들. 무작위적인 리듬으로, 자기 역할에 몰입한 자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사비는 그게 잘 안 된다. 침묵을 깨야 한다면, 그만한 무게를 지녀야 한다. 위원이 말한다. “우리는 첫째로 근무자들의 파견지 이탈 건을 조사하기 위해 당신을 불렀어요. 이 문제에 관해 우리는 당신에게 형식상의 협조를 바랄 뿐입니다.”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다른 위원이 말한다. “둘째로 최근 보고된 인간 반출 사건을 조사할 겁니다. 이 경우 당신의 위치는 썩 좋지 못해요.” 기관의 배려를 기대했던가. 그래도 사비는 동요하지 않는다. 마음 작용의 세부사항들을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그는 위원들의 질문에 답한다. 일정한 어조로 이어지는 질문들. 때로는 위원들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탈과 반출. 그것은 사비의 언어가 아니다. 사비와 위원회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한다. 위원회는 사비를 의심하고 있다. 그가 아는 만큼 말하지 않고, 교묘하게 말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비는 그들만큼이나 아는 게 없다. 오히려 그에겐 새로운 질문거리만 가득하다. 심문은 계속될 것인가? 사비는 구금되지 않는다. 위원회에 그럴 권한은 없다. 즉석에서 다음 출석을 예고받는다. 서명하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는다. 그의 뒤로 문이 닫힌다. 이미 어두워진 복도.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간다. 무수히 많은 창문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곳을 지나기가 두려워진다. 그는 골목길을 택한다. 그 길은 비밀스럽다. 불규칙한 계단을 내려가고, 곳곳에서 오래된 그림자들을 본다. 골목이 끝나는 지점은 다른 골목과 맞닿아 있다. 사비는 다른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주변을 살핀다. 담벼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다. 왼편 불 밝힌 상점에, 진열대 사이로 점원이 보인다. 그녀는 웃고 있다. 웃음은 준비된 기호다. 그녀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소는 신비한 제안 같아서, 사비는 다른 생각에 물들지 못한다. 달콤하다. 그냥 지나쳐 갈 수는 없다. 진열대에 술병이 빼곡하다. 사비는 화려한 단어들을 본다. 덧붙은 상징들도. 갖가지 색과 형태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모두 똑같이 중요한 동물들과 도형들. 그는 방향감각을 잃고, 발을 헛디뎌 술병을 모두 깨뜨리게 될 것만 같다. 땀이 맺힌다. 손등으로 땀을 닦는데 불쑥 인사말이 들린다. 사비는 점원의 입을, 눈을 본다. 그리고 미처 감추지 못한 수동성을 엿본다. 그녀의 조화롭지 못한 목소리가 거슬린다. 사비는 짧은 사이 실망을 내비쳤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부러 들릴 듯 말 듯 대꾸한다. 점원은 한발 물러나 웃음으로 돌아간다. 어떻든 그녀는 변함없다. 그녀가 사람이었다면, 사비는 다른 반응을 기대해도 좋았을 것이다. 선택이 한정되어 있고, 외부에서 주입되었더라도 온전히 그녀만의 것으로 머무는 감정들을. 손가락으로 아무 병 하나를 가리킨다. 그녀는 상품을 스캔하고, 가져가 버린다. 사비는 그런 행동이 그녀만큼 시늉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포장이 사비의 손에 들린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상점을 나선다. 사비는 단조로운 풍경을 내다본다. 버스가 이미 지나온 길도 다시 훑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느리고, 목적지에 갈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모로를 만나려면 한참 더 외진 곳으로 가야 한다. 그곳은 도시 외곽도 아니고, 마을이라 부르기에도 어중간하다. 기억이 맞는다면 이쯤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가 떠나자 어두워진다. 멀지 않은 곳에 파도가 친다. 사비는 도로를 벗어나 흙길로 들어선다. 길가를 내려다보니 경사가 가파르다. 풀이 자라지 않은 길을 골라 내려간다. 해안이 있고, 움푹 들어간 형태로 숲을 등진 주거지가 보인다. 집은 몇 채 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비는 알 것 같다. 그 집은 모로의 성향과 닮아 있다. 작고, 뽐내지 않는다. 문을 두드려 본다. 모로. 기척이 없다. 사비는 집 주위를 돈다. 창문에 얼굴을 대지만, 안을 볼 수 없다. 사비는 모래사장을 거닐기로 한다. 불을 밝힌 집이 몇 채 보인다. 이편은 어둠이다. 사비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든다. 파도 소리가 불쾌하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그는 갑작스럽게 고향의 선율을 느낀다. 단조로운 흐름이다. 어떤 이유로 연상되는 것일까. 선율은 감각에 새겨졌고, 때때로 통증처럼 거기에 있다. 흐릿하게. 불빛 속에 남자가 보인다. 그는 작은 고깃배 옆에 앉아 그물을 손보고 있다. 사비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남자는 그물을 놓고 일어선다. “오늘은 너무 늦었는데.” 사비는 그를 살핀다. 심술궂은 눈. 주름들. 그리고 들쭉날쭉한 억양. 하지만 흐릿하게나마 장난기가 비친다. 관리자의 인상이다. 확신할 수는 없다. “그쪽으로 가봤자 아무것도 없을 거야.” 사비는 고개를 돌려 어둠을 본다. 그의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린다. “초입에 있는 작은 집을 찾아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사비는 손가락을 들었지만, 어떤 것도 가리키지 못한다.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실수인 것처럼, 그의 뒤로 현관문이 조금 벌어져 있다. 그가 오랜 시간 홀로 지내왔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자는 그물을 추스른다. “나도 이곳 사람들에 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그는 사비를 훑는다. 사비의 손에는 술병이 있다. “들어오겠나?” 그를 따라 들어간다. 다른 차원에 들어서는 것 같다. 사비는 아직도 그런 경험을 잘 설명해낼 수 없다. 테이블과 낡은 의자들과 벽에 붙은 계획표. 책장 위에 술병을 놓는다. 사비는 그가 의자를 권할 때까지 기다린다. 남자는 부엌의 작은 문을 열고 그물을 던져 넣는다. 책장의 지저분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사비는 대부분의 책 제목을 알아보지 못한다. “거기 앉아.” 남자는 술을 따른다. 그는 두꺼운 책을 고른다. 그의 손은 책을 옭아매는 성긴 보금자리 같다. 사비는 술잔을 들어 입을 적신다. 책을 들고 있는 남자의 손마디를 살펴본다.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노동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짐작과는 다르다. 어쩌면 그는 오랜 세월 학자로서 지내왔을지도 모른다. 무엇에 관한 학자인가. 언어들? 비밀스럽고, 신비 가득한 형태로 눈을 어지럽히며 우리를 넘어서는 의도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바깥 세계의 소란. 막연히 우상화되는 시인들. 남자는 책장을 넘긴다. 미간을 찌푸린 그가 눈을 치켜뜬다. 사비는 어서 그가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자는 다시 책을 읽는다. 한동안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심각한 그의 얼굴이 곧 부서져 버릴 것 같다. “요즘 이곳은 어때?” 사비는 말을 꺼내는 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남자는 책을 내려놓는다. “예전에는 좋았지.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려워.” 흔해 빠진 의견. “여길 떠나는 자들이 늘었지. 그게 뭘 말해주겠나? 전보다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을걸.” 사비는 마지못해 수긍한다. “자네도 누군가를 찾아왔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런 건 핑계에 불과해. 난 많이 봐와서 잘 알지. 결국엔 떠나는 거야.”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그렇다면 잘 선택한 거야. 여긴 매력을 잃었어. 다신 돌아오지 말게.” 남자는 다시 책을 펼쳐 든다. 사비는 침묵 안에서 흔들린다. 마음을 다잡기 어려워진다. 바깥 그리 멀지 않은 물밑 어딘가에서 불분명한 형체가 지상으로 올라온다. 모래사장에 다다랐을 때 그것은 모습을 드러낸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심해의 생명체가 몸을 비틀며 기어온다. 호흡하는 비늘과 가시들을 과시하면서. 성미 급한 놈이다. 거대한 입속으로 겹겹이 덧난 이빨에는 독이 흐른다. 놈은 모래를 파헤쳐서 구덩이를 만들고 그 속으로 숨는다. 구덩이 위를 지나는 자들을 모두 집어삼키려고. 놈의 입과 뱃속에서 희생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모로의 흔적도 그곳에 걸려 있다. 대기는 신음으로 가득해 질식해 버릴 것 같다. 사비는 술잔을 내려놓고, 남자의 구겨진 얼굴을 다시 한번 본다. 그는 가끔 입술을 달싹이는 것 말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비는 자신의 손과 발을 내려다본다. 시간을 체감하는 신체기관이 있다면, 그건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흉물스럽게 늘어졌을 것이다. 확장된 외연으로서 발에 차이고 목을 휘감았을 것이다. 사비는 말한다. “그래도 난 언젠가는 돌아와야 해.” “쉽지 않을 거야.” 사비는 그에게 나약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서 준비해야겠어. 언제 다시 방문하면 될까?” 남자는 손을 내젓는다. 조금 더 기다려 보지만 그뿐이다. 현관을 나선 사비는 바깥 공기에 압도당한다. 사비는 이보다 더 적은 자극을 원한다. 사비의 생각은 몇 차례나 분절된다. 구덩이라니. 잠을 자고 싶다. 잠을 자야만 벌어진 틈을 이어 붙일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정신은 점점 파편화되어, 말라죽은 나무의 껍질처럼 떨어져 나간다. 다른 가능성이 물꼬를 튼다. 모로의 작은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환하다. 아니, 그 집은 모로의 집보다도 좀더 넓고 안락해 보인다. 그럼에도 사비는 그 집이 여전히 모로의 집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비는 정원을 가로질러 간다. 잘 손질된 정원수. 초인종을 누르자 미소 짓는 점원이 나타난다. 사비는 놀라지 않는다. 그는 초대받은 사람처럼 집 안에 들어선다. 집은 거대한 하나의 침실이다. 사비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녀의 유년 시절과 일상, 갈등과 고민에 관한 이야기 속 세부사항을 통해서 그녀가 가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 깊은 상처를 간직한 사람처럼 모든 이야기로부터 달아나 버린다. 그녀는 이미 이 세계의 어떤 이야기에도 관심이 없다. 그녀는 오직 행위의 화신으로, 사비에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녀가 드리운 그림자 아래에서 근심 따위는 느낄 수 없다. 시간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다. 오래도록 평화롭다. 그러나 그녀의 품에서 사비는 결코 잠들지 못한다. 사비는 얌전히 눈을 감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의식이 또렷하다. 그는 속으로 진짜를 흉내 낸 것들을 모조리 비웃고 있다. 사비는 구두를 손에 들고 주거지의 불빛들을 지난다. 움푹한 해안선은 인위적이거나, 자연을 뛰어넘는 힘이 가해진 것처럼 보인다. 사비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의 작용. 가령 겨울이 길어지고, 낮 동안의 빛은 더욱 희미해지는 것. 예측할 수 없던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땅한 이유를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나 사비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고향에서는 더 자주 메시지를 보내왔다. 의구심을 품은 자들은 모두 돌아오라고. 사비는 그래도 아직은 끝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작고 허름한 집이 보인다. 짐승은커녕 곤충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사비는 문틈에 얼굴을 대고 문을 밀어본다. 열릴 듯이 삐걱거린다. 그뿐이다. 절망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다른 감정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기척이 있다. 보드라운 목구멍을 갓 넘어온 따뜻한 숨결이 거기에 있다. 사비는 창문을 들여다본다. 소용없는 짓이다. 물러서서 구두를 던진다. 창문이 깨지고, 깨진 틈으로 모로를 찾는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비는 창문을 넘는다. 유리 조각에 옷자락이 긁힌다. 사비는 벽을 더듬으며 나아간다. 울음소리가 벽을 타고 온다. 한쪽 구석이다. 구석에서 소리가 난다. 사비는 다가가 몸을 기울인다. 그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 아기가 불가능할 것 같은 방식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본다.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 울음을 멈추고, 감춰두었던 예리한 날로 그의 목을 긋는다. 사비는 목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 순간 생동하는 가능성을 모두 외면하기로 하자. 이미 어둠 안에 놓인 눈앞이 캄캄해진다. 사비는 자세를 낮춘다. 바닥에 무릎을 대고 거의 엎드린다. 아기를 섬기려는 것처럼,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댄다. 아기는 울음을 멈춘다. 시큼한 냄새가 난다. 따스하고 보들보들한 감촉이, 놀랍도록 위안을 준다. 손을 떼고 싶지 않다. 파도 소리가 바람에 묻히기도 한다. 사비는 그를 흔드는 손길에 의해 깨어나 돌아본다. 모로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짓누르려는 듯이. 사비도 모로를 본다. “사비. 왜 이렇게 늦었어?”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다. “창문을 깨고 들어오면 어떡해.”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어.” 그러나 아기는 없다. 감정들이 고스란히 흘러 나간다. 그는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일행은?” “혼자야. 모두 흩어졌어.” 모로는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모로, 아기가 실제로 있어?” “있어.” “어디에?” “내 몸에.” 사비는 모로와 아기를 동시에 생각해 본다. 틀림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로가 실수한 거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어쩌려고?” “데려갈 거야.” “그걸 왜?” “왜라니. 기념해야지.” “기념하기 위한 거라면 다른 걸 가져가. 더 적합한 것으로.” 하지만 사비는 더 적합한 것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냥, 인간들을 내버려 두자.” “이제 와서 그럴 순 없지.” 어떤 말을 해도 소모적일 것 같다. 사비는 문을 열고 내다본다. 반드럽게 깔린 살굿빛 사장과 바다 위로 드넓은 하늘의 풍광이 우연처럼 놓인 것 같다. 관리자의 집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고깃배는 보이지 않는다. “모로. 관리자를 만났어? “아니. 그는 통 잠들질 않아.” 그래서 모로는 여태껏 사비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관리자는 찌푸린 눈으로, 어째서 그것이 기념이 되느냐고 묻겠지만.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사비는 그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그와 멀어져야 한다. 그가 현실의 무미건조함에 사로잡혀 있을 때, 사비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수평선까지 배 한 척 보이지 않는다. 관리자는 그 작은 배를 타고 어떻게 플랫폼까지 가는 것일까. 사비는 문을 열어 둔다. “그가 거절할 수도 있어.” “넌 그저 꿈에서 깨어나 배를 기다리면 돼.” “이게 얼마나 대책 없는 짓인지 알고는 있는 거야?” “플랫폼에서 만나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모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비는 동작을 되감는 것처럼 자리로 돌아가 눕는다. 눈을 감고 하늘을 본다. 이해할 수 없는 거짓이다. 인간의 생에 남겨진 일이라고는 끊임없는 불만족뿐이다. 그런 그를 일부러 고통과 마주하게 할 필요는 없는데. 기념이라고? 사비는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게다가, 인간은 우리의 고향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감각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사비는, 모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모로는 사비의 첫 작품이다. 모로는 사비와 같으면서도, 그의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모로는 흉내에 불과한가? 모로를 볼 때면 사비의 심정은 늘 복잡하다. 그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모로는 자유롭다. 그건 사비가 줄 수 없는 매혹적인 개념이다. 고깃배가 가까워진다. 사비는 몸을 일으킨다. 관리자가 배에서 내린다. 그의 허리까지 물에 잠긴다. 배 안에는 손님이 있다. 그는 몸 대부분을 가리고 있다. 생김새는 물론 그의 형태마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먼 곳에서 왔으리라. 손님은 땅에 발을 딛는다. 체구가 크다. 사비는 사구에 올라선다. 그러나 손님은 사비를 의식하지 않고 사구를 돌아나간다. 그는 사비가 그랬던 것처럼, 휴식도 없이 곧바로 어떤 목적을 좇는다. 관리자가 사비에게 손짓한다. 사비는 그를 도와 배를 끌고 올라온다. “인사를 나눴나?” 사비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답하는 대신에 눈으로 먼 곳을 좇는다. “뭐, 상관없겠지.” 관리자가 앞서 배를 끌고 간다. 사비는 고물을 민다. 경사진 모래언덕이 난감하다. 사비는 배를 홀로 떠받들고 있는 것 같다. 닳고 부서지고 덧댄 흔적을 본다. 사비로서는 짐작조차 못 할 물밑의 진실을 견디는, 볼품없는 배다. 사비는 때때로 뒤를 돌아본다. 모래사장에는 깊은 족적이 남는다. 관리자는 모래도 털지 않고 그대로 현관을 넘는다. 그는 부엌의 작은 문을 열고 그물을 던져 넣는다. 먼지 앉은 잔에 술을 따르고, 계획표에 문자들을 휘갈겨 쓴다. 사비는 문틀을 붙잡고 관리자의 집 안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는 계단에 버티고 서서 말한다. “우릴 플랫폼에 데려다줘.” 관리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빨리 떠나는 게 좋겠어.” 그 말은 관리자에게 닿기도 전에 허물어진다. 사비는 문턱을 넘는다. 그와 동시에 부엌의 작은 문이 닫힌다. 하지만 관리자는 부엌을 돌아보지 않는다. 관리자의 널찍한 등은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옆에서 본 그는 매끈한 석상이다. 사비는 그를 찔러보고 싶다. 사비는 부엌으로 다가간다. 작은 문 너머로 속삭이는 소리, 고약한 획책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굴욕감이 드는 순간, 사비는 성급하게 문고리를 돌린다. 방 안에는 그물과 비린내와 모래가 뒤엉겨 있다. 굴욕을 만회할 수는 없다. 관리자는 펜을 놓고 돌아선다. “곧 출발할 수 있겠어.” 관리자는 계획표를 보란 듯이 손바닥으로 친다. 사비로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관리자가 묻는다. “규모는?” “나와 내 동료 모로, 그리고 아기 하나.” 관리자는 술을 한 모금 삼키고 말한다. “인간?” “작은 인간.” “인간은 안 돼.” 가라앉은 관리자의 말투에는 파고들 틈이 없다.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얼마 전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까 배 타고 들어오는 손님 봤지. 방침이 바뀌었어.” 방침.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어디서 온 손님인데?” “무례한 질문이야. 더 나은 질문을 해봐.” 사비는 그가 계속 말을 이어 가도록 내버려 둔다. “이제 단 하나의 인간도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 모두 모아놓고서, 조용히 끝낼 거야.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게 그가 하려는 일이야.” 생각보다 일찍 다가온 절멸 소식이 놀랍다. 그리고 그것이 벅찬 화려함 가운데 섬광처럼 오는 게 아니라 배를 타고 천천히,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당혹스럽다. 사비는 미소 짓는 점원을 떠올려 본다. 인간이 아닌 것들은? 그들은 함께 사라지거나, 새로운 주인이 되겠지. 아마도 이 계획에서 기계들은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들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머물게 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것일까. 그렇더라도 이제는 그것의 모방만이 넘쳐나겠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도 모를 거야.” “인간은 안 돼.” 그 말은 하나의 구호처럼 들린다. 관리자는 거의 즐기고 있다. 짧고 단단한 문장에 부딪혀 박살 나 버리는 다른 빈약한 문장들. 탈취와 도주의 이미지들이 의식에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사비는 이보다 더 큰 말썽에 휘말릴 자신이 없다. 관리자는 벌써 이 일을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책을 고른다. 그가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실제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관리자는 무한히 여유롭다. 그러나 사비는 그렇지 않다. 사비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다. 사비로서는 관리자와의 불균형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 작은 인간의 무게가 그만큼 그를 누른다. 몇 가지 짧은 생각이 든다. 작은 인간이 기계로 변환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은 얼마 없다는 사실. 그리고 손님의 행방. 관리자가 손짓하며 사비의 주의를 끈다. 그는 사비가 마주 앉기를 바란다. 팔걸이가 있고, 등받이가 짧은 의자를 권한다. 그리고 사비에게 술잔을 건넨다. 사비는 한동안 의자에 꺼질 듯이 파묻혀 있다. 그는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알코올 냄새가 올라온다. 어떤 생각을 재촉하려는 듯이. 그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관리자가 말한다. “그런데 네 동료는 지금 어디 있지?” “자기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난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왜냐하면. 사비는 말을 아낀다. 관리자는 사비에게서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비는 부엌의 작은 문을 본다. 아무래도 누군가 더 있는 것 같다. 거기서 감각을 희롱하는 미세한 자극들이 흘러나온다. 관리자는 무릎 위로 책을 펼친다. “이 책을 알아볼 수 있나?” “전혀.” “이건 아주 형편없어. 두서없는 소리로 가득해.” 관리자는 손끝으로 문장을 긋는다. “그런데 여기. 이 대목을 봐.” 처벌에 관한 기록이다. 오래전 일이다. 여기에 선대 관리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지워졌다. 그는 기계에 관한 독특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 무차별. 그것은 경력을 망가뜨리는 불온한 생각이 될 수 있다. 어느 날 해변을 거닐던 선대 관리자는 도망쳐 나온 도시 기계를 맞닥뜨린다. 기계는 인간과 똑 닮아 있으나, 두려움의 표현이 어설프다. 도시 기계는 이보다 더 멀리 도망갈 수 없다. 헤엄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선대 관리 자는 도시 기계를 데려와 별장에 숨겨준다. 그는 거기서 인간처럼 지낸다. 먹고 읽으며, 잠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를 추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피 행각은 발각된다. 선대 관리자는 인간으로부터 원성을 듣는다. 도시 기계의 죄목은? 언급되지 않는다. 고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대 관리자와 인간을 중재한다. 간단하게 합의된 결과로 선대 관리자와 도시 기계가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선대 관리자는 도시 기계로 이식되고, 성공적으로 결합한 그것은 도시로 보내진다. 그것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후 관리자의 관할이 분명해진다. “뭐라고 쓰여 있는데?” “이 글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쓰였다는군.” 관리자는 책을 덮는다. “그럼 지금 읽은 건 뭐야?” “그건 말일 뿐이지.” 너의 꿈속에 있는 것처럼 실체 없는 경험들이지. 눈이 감긴다. 사비는 희미하게, 부엌의 작은 문이 열리는 것을 본다.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이다. 그가 그물을 끌고 사비에게로 다가온다. 사비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것은 가능성인가? 손님은 도심에 다다른다. 한낮의 공터에서, 그가 주목받을 이유는 없다. 그는 쪼그려 앉아 동그란 통을 내려놓는다. 단순하게 생긴 물건이지만,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 그는 잠금을 풀고 뚜껑을 비스듬히 걸쳐 놓는다. 그것은 흐릿한 기운을 방출한다. 화산재가 분화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진다. 바다 한가운데에 어색하게 솟은 지면이 있다. 사비는 생각하지 않고도 그것을 알아본다. 플랫폼이다. 간소하고, 누구도 이용한 적 없는 것처럼 깨끗하다. 사비는 배를 타고 있다. 배는 젓지 않아도 나아간다. 플랫폼 위로 모로와 유모차가 보인다. 모로는 배에 탄 사비가 플랫폼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사비는 아래를 본다. 수면에 비친 얼굴은 분명 자신의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모습은 불안정해서, 곧 다른 얼굴로 바뀌어 버릴 것 같다. 그는 수면을 내려다보지 않기로 하고 발을 디딘다. 플랫폼에 어렵게 올라선다. 그가 타고 온 배는 점점 멀어져 간다. 모로가 말한다. “저걸 타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래.” “재주도 많네.” 사비는 뒤돌아본다. 그것은 배가 아니라 가시 돋은 심해의 생명체다. 어떻게 날카로운 등 위로 올라탈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모로의 얼굴은 테두리가 불분명하다. 잘못 손대는 바람에 윤곽이 번진 것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모로를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모로란, 언제나 모로와 가장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비가 말한다. “이상한 일을 겪었어.” “말해봐.”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을 봤어.” 그런데 사비는 이야기할 의욕을 잃어버린다.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정돈될 수 없다.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더라도 머리와 꼬리와 몸통이 뒤섞일 거란 확신이 든다. 사비가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오직 그런 확신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모로는 이야기를 기다린다. 사비는 모로의 기다림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끝이야?” “그건 아니지만. 이야기할수록 이상해질 거야.” “말해봐. 천천히, 한 마디씩.”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유모차의 바퀴가 앞을 향해 움직인다. 그렇게 가다간 바닷속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 “그는 함정을 팠어.” 플랫폼이 기울면서 경사가 진다. 유모차는 빠르게 굴러간다. “어쩌면 내가 그에게 붙잡혀 있는지도 모르지.” 모로는 지면이 기울어도 휘청거리지 않고 서 있다. 모로는 사비보다 더 큰 목소리로 묻는다. “그가 원하는 게 뭔데?” 유모차가 바다에 빠진다. 사비는 모로를 밀치고 뛰어간다. 물 위로 빈 유모차만이 떠다닌다. 사비는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엎드린다. 아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사비의 얼굴은 더는 수면에 비치지 않는다. 사비는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수영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숨을 참는 것도 서툴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사비는 물속에서 자신의 몸이 거추장스럽다고 느낀다. 부품을 해체하듯, 그의 기관들을 하나씩 벗어던져 버리고 싶다. 유영에 매혹된 그는 모든 의지를 멈추게 하고 싶다. 사비는 바람 없는 골목을 걷는다. 길가에는 부랑자들이 누워 있거나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그들은, 사비의 구두를 본다. 그의 손에 들린 술병을 본다. 그들은 달그락거리며 바닥을 기어온다. 천천히 손을 뻗어서, 닿지도 않는 사비의 외투 자락을 당긴다. 아버지. 그들 가운데에서 들리는 말. 지금 뭐라고 했소? 사비는 그 말을 잡으려고 성큼 다가간다. 부랑자들의 넝마를 걷어차고 깡통을 뒤집는다. 형제여. 누구요? 사비는 그중 한 명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다. 그늘진 얼굴이 드러난다. 그는 사비다. 사비는 그 점을 단번에 알아챈다. 사비와 그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재능, 어떤 노력을 발휘해도 알아낼 수 없다. 그는 구두를 벗어던지고, 넝마를 주워 든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 눕는다.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가린다. 모로가 이곳을 지난다면, 등을 돌리고 눈을 감으리라. 물속으로 거대한 손이 들어와 사비를 건진다. 사비는 플랫폼에 한쪽 어깨를 걸친다. 관리자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제 가야 해.” 물속에서 몸을 완전히 빼내기가 힘들다. 도둑맞은 기분. 사비는 주위를 둘러본다. 플랫폼이 갈라지고, 돌덩어리가 솟아올랐다. 은은한 광택을 내는 검고 길쭉한 돌이, 누런 연기에 가려 희미해진다. 안개인가? 아니, 매캐한 냄새가 난다. 벌써 시작된 걸까. 관리자는 분주하다. 사비는 말한다. “내 동료가 여기 있었어.” 관리자는 사비를 플랫폼 위로 끌어올린다. “아니. 우리 둘뿐이야.” 관리자는 사비를 잡아끌어 그의 몸을 돌덩어리에 밀착시킨다. 돌덩어리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관리자는 긴 벨트로 사비의 몸통을 돌덩어리에 묶는다. 그가 벨트를 잡아당길 때마다 사비의 몸이 들썩인다. 플랫폼의 조각난 지면이 맥없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관리자는 돌덩어리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같은 벨트로 자신을 묶는다. 그가 돌을 두들기며 소리친다. 사비는 알아듣지 못한다. 돌덩어리가 한 뼘 정도 떠오른다. 돌의 회전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사비는 처음 이곳을 둘러본 이래로 자신이 추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점점 수가 느는 모조들의 대열을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 느낌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돌의 깊은 곳으로부터 빛이 새어 나온다. 납빛이다. 그는 순식간에 삼켜지고, 튕겨 나간다. 지면에 부딪힐 때 그는 몸이 조각나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사비는 홀로 엎드려 있다. 얼어붙은 해변이다. 돌덩어리는 보이지 않는다. 몸을 일으키자 이명을 느낀다. 그의 감각들이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놀라지 않는다. 사비는 곧장 걸어간다. 해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걸음걸이에 여유를 가져야 할까. 길가에 자라난 풀들을 본다. 저택을 가리는 담벼락, 교차로에는 행상들이 있다. 사비는 그들의 생기 잃은 표정을 보고 고향에 왔음을 실감한다. 그는 단지 직관만으로 걸어갈 방향을 정한다. 이곳은 그다지 넓지 않아서 금방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훼손된 집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몇몇 구조물을 알아볼 수 있다. 그의 보금자리에는 폐기물이 쌓여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그곳이 한때는 집터였음을 어렵게 알 수 있다. 그는 쓰레기 더미에 기대어 앉는다. 그는 시간의 위력을 실감한다. 잠들길 바라지만. 축축하고, 악취가 올라온다. 빗방울의 점성이 높다. 모로는 없다. 사비는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난다. 그 아기다. 그의 발치로 아기가 기어온다. 어렴풋이 전해지는 작은 인간의 의도. 사비는 자세를 낮춘다. 아기는 귓속말로 그에게 꿈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다. 흠잡을 데 없는 억양이다. 그러잖아도 사비는 위원회의 통보를 각오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돌아왔지 않은가. 사비는 아기를 앞장세워 꿈으로 향한다. 아기의 목덜미에는 번호가 적혀 있다.
  •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18년 1월 1일

    [쥐띠] 36년생 서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48년생 고민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60년생 기다리던 소식이 들린다. 72년생 행동에 주의해야겠다. 84년생 일마다 행운이 따른다. [소띠] 37년생 몸 관리를 철저히 하라. 49년생 자기의 소신을 뚜렷하게 밝혀라. 61년생 업무에 최선을 다하라. 73년생 쉬운 일처럼 여기다 실패한다. 85년생 포기하지 말라. [범띠] 38년생 겸손해야 인정을 받는다. 50년생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 62년생 진실된 마음으로 임하라. 74년생 매듭을 잘 지어라. 86년생 타인의 찬사를 받겠다. [토끼띠] 39년생 적극적으로 처리하라. 51년생 순리에 맞게 행동하면 명예가 있다. 63년생 생각보다 쉽게 성사된다. 75년생 능력을 인정받겠다. 87년생 자기 것은 자기가 챙겨라. [용띠] 40년생 재물과 인기가 함께한다. 52년생 힘들어도 좋은 일이 있다. 64년생 귀인이 와서 도와주니 대길하다. 76년생 기쁜 소식이 있다. 88년생 욕심을 버리면 순조롭다. [뱀띠] 41년생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괜찮다. 53년생 실속이 있으니 좋은 하루구나. 65년생 가정의 화목에 힘써라. 77년생 평안한 하루를 보낸다. 89년생 경솔한 행동을 삼가라. [말띠] 42년생 조금 쉬어라. 54년생 주위에 인정을 베풀어라. 66년생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있다. 78년생 힘을 합쳐 처리하면 길하다. 90년생 진실된 마음으로 일에 임하라. [양띠] 43년생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 55년생 작은 소득이 있겠다. 67년생 과감한 용단이 필요하다. 79년생 사랑운도 좋고 신수도 태평하다. 91년 생 노력한 만큼 얻는다. [원숭이띠] 44년생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56년생 바라던 일이 이뤄진다. 68년생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게 주의하라. 80년생 장기적인 투자는 좋다. 92년생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닭띠] 45년생 큰일을 처리할 기회가 있다. 57년생 서두르지 말라. 명예가 따른다. 69년생 좋은 운이 들어온다. 81년생 차분하게 추진하라. 93년생 주변에서 인정을 받겠다. [개띠] 46년생 매사 뜻대로 잘된다. 58년생 행운이 있는 날이다. 70년생 어려울 때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 82년생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겠다. 94년생 덕을 쌓으면 경사가 있다. [돼지띠] 47년생 좋은 사람 만나 도움을 받는다. 59년생 형편이 풀리겠구나. 71년생 약속을 어기면 낭패 본다. 83년생 축하받을 일이 생긴다. 95년생 친한 사람이 시비를 건다.
  • 아흔 넘어도… 변함없는 제자 사랑

    아흔 넘어도… 변함없는 제자 사랑

    “절약을 통해 아낀 돈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 주시길 바랍니다.”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90대가 1억원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추연규(92)씨가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112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28일 밝혔다. 추씨는 지난 26일 자신이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아들, 대구공동모금회 관계자와 함께 가입식을 했다.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이 고향인 그는 평생 교단에 섰다가 경복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했다. 제자들이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엄한 교육을 해 왔지만 늘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 왔다. 특히 형편이 어려워 집에서도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자기 집에서 공부하도록 했고, 걸인이 오면 밥상을 차려 대접할 정도로 정이 많았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늘 근검절약과 환경보전을 강조해 온 그는 소박한 음식으로 식사하고 한번 쓰기 시작한 물건은 끝까지 사용했다. 10여년 전에는 ‘서백화목장학회’를 만들어 학생들을 돕기도 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끊임없는 나눔을 실천해 왔다. 지금도 영남대 최고령 이사로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추씨는 “저의 나눔이 우리나라의 안녕과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성금이 잘 전달돼 모두 함께 행복한 삶을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함인석 대구공동모금회장은 “이를 계기로 지역의 많은 분들이 나눔의 정신을 이어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사회지도층이 나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개인고액기부자모임이다. 1억원 이상 기부 또는 약정하면 회원이 된다. 현재 전국에서 1680명의 회원이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Life& 대학] “장학금·취업지원 세네”… ‘덕성人’ 돼 볼까

    [Life& 대학] “장학금·취업지원 세네”… ‘덕성人’ 돼 볼까

    경전철 우이신설선의 개통으로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 덕성여자대학교는 다양한 장학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이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성공 취업을 위한 각종 취업·경력개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덕성여대는 2018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들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영한다. 덕성글로벌리더장학금, 덕성인재육성장학금, 차미리사장학금, 남해장학금, 덕성누리장학금, 대학수석장학금, 학과수석장학금, 성적우수장학금, 희망나눔장학금, 덕성봉사장학금, 덕성가족장학금 등이다. 이 가운데 덕성글로벌리더장학금은 계열별 수능 4개 영역 모두 1등급(탐구영역은 2과목 반영)인 합격자를 위한 것으로 입학금과 4년간 등록금 전액 면제, 교환학생 경비 제공, 기숙사 우선 선발 및 기숙사비 면제, 언어교육원 수업 무료 수강, 학기 중 도서구입비 매월 50만원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계열별 수석합격자에게는 남해장학금이 지급된다. 이 장학금은 입학금과 4년간 등록금 전액 면제, 언어교육원 수업 무료 수강, 학기 중 도서구입비 매월 30만원 지원 등을 해준다. 어머니가 동문이거나 자매가 덕성여대에 재학 중인 신입생에게는 덕성가족장학금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희망나눔장학금을 준다. 아울러 덕성여대는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취업·경력개발 프로그램은 진로에 대한 탐색 및 설계에서부터 취업역량 강화, 인턴십, 멘토링 등 학년별로 꼭 필요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덕성인들은 입학과 함께 올바른 직업관을 갖고 21세기 맞춤형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주요 프로그램을 보면 취업진로상담프로그램(커리어 어드바이저, 1대 1 취업클리닉 등), 덕성 멘토링 프로그램, 덕성 인턴십 프로그램, 직업·직무역량 강화교육, 라라아카데미(자격취득과정) 등이 있고 취업교과목으로는 여성의 진로탐색과 설계, 취업기초전략, 성공취업전략 등 총 5가지가 있다. 덕성여대는 지난 9월 서울의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 개통됨에 따라 학생들의 통학이 한층 편리해졌다. 우이신설선 ‘4·19민주묘지(덕성여대)’역은 덕성여대 캠퍼스와 불과 270m, 걸어서 5분 이내 거리로 가깝다. 우이신설선은 평일 혼잡 시간 기준 3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키다리 부부’ 6년째 年 1억 기부…“내 돈 아니라고 생각하며 모아”

    ‘키다리 부부’ 6년째 年 1억 기부…“내 돈 아니라고 생각하며 모아”

    대구공동모금회 찾아 긴 이야기 익명으로 총 8억여원 기부 “주말에 시간 되는교? 잠깐 내 얘기 좀 들어줄랍니까?” 지난 18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대구공동모금회 담당자는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미뤄 매년 성탄절을 즈음해 찾아오는 익명 기부천사 ‘키다리 아저씨’인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지난 23일 저녁 박용훈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처장 등 직원 3명은 수성구의 한 식당에서 키다리 아저씨 부부를 만났다. 해마다 1억원 이상을 기부한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평범한 차림의 60대 부부였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키다리 아저씨는 봉투 하나를 건넸다. 봉투에는 1억 2000여만원의 수표가 들어 있었다. 매월 1000만원씩 적금한 돈에 이자가 붙은 금액이다. 키다리 아저씨 부부는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기부에 대한 사연을 전했다. 키다리 아저씨가 기부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처음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생활습관에도 가끔 쓰고 싶을 때가 있어 ‘내 돈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모았다고 한다. 기부에 가족들도 모두 동의해 나눔을 이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포기한 때를 생각하며 기부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혼자만 하는 나눔으로는 부족하니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방법을 찾아 달라는 부탁도 했다. 2시간 남짓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지만 자신이 더 알려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 했다. 대구공동모금회 직원들은 기부를 계속하기만을 바라는 그의 진심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 대구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전달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실 근처 국밥집에서 1억 2300여만원을 건넸고 이후 해마다 12월이면 인근으로 직원을 불러내 1억원이 넘는 돈을 전달했다. 6년 동안 7차례 기탁한 성금은 모두 8억 4000여만원으로 대구공동모금회 역대 누적 개인 기부액 가운데 가장 많다. 박 사무처장은 “올해도 잊지 않고 거액 성금을 기부한 키다리 아저씨에게 소외된 이웃을 대표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기부자 뜻에 따라 소외된 이웃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반값등록금 6만여명 추가 혜택…공무원부터 ‘2주 여름휴가’

    반값등록금 6만여명 추가 혜택…공무원부터 ‘2주 여름휴가’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 초점을 국민 개개인의 삶에 맞췄다.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보다 많은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에 주안점을 뒀다는 얘기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부터 장학금 지원 대상이 소득 상위 80%까지 확대된다. 공공기관의 직장어린이집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개방된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싼 비급여 진료항목이 급여항목으로 대거 편입된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료가 인하될 전망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 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금리도 낮아진다.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이동통신요금을 월 1만 1000원 할인받게 된다. ‘과로사회’ 해결을 위해 공무원의 2주 여름휴가가 정착되며 근로시간을 줄인 민간기업에는 유인책이 제공된다.내년부터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이 소득 4분위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부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정의 학생만 반값등록금을 지원받았다. 이로써 6만 3000명이 추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산했다. 국가장학금은 학생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번 소득을 일정 부분 뺀 뒤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많이 준다. 정부는 본인소득공제 상한선을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공제액이 늘어나면 소득분위가 내려가는 효과가 생겨 약 2만 6000명이 더 많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로스쿨 기회균형선발 5→7%로 정부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만들고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기회균형선발 인원을 정원 내 5%에서 7%로 확대하기로 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 46명이 25개 로스쿨에 더 입학할 수 있게 된다. 의·치·한의학전문대학원의 기회균형선발 제도도 새로 생긴다. 정원 외 5% 범위에서 학교가 재량껏 정할 수 있다. 9개 학교에 최대 24명이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보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이 개방된다. 정부에 따르면 89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의 정원 충족률은 71.4%이다. 남는 자리를 중기 근로자 자녀에게 개방하면 최대 2900명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고쳐 이를 시행한 공공기관에 좋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은행의 비어 있는 점포 일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어린이집으로 전환된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산업단지 근처 지점을 리모델링해 3곳의 중기 어린이집을 만들고 신한은행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비급여의 급여화’를 뜻하는 ‘문재인 케어’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에서 7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초음파, 로봇수술 등 건보 적용 대상이 아닌 3800개 비급여 진료항목이 단계적으로 급여항목으로 바뀐다. 현재 4인실까지만 건보 적용이 되는 병원 입원료는 2~3인실로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비급여항목의 진료비를 커버하던 실손보험료도 낮아진다. ●유휴 국유지에 1만 가구 공공임대 생애 첫 주택 마련 시 저렴하게 돈을 빌려주는 디딤돌 대출 공급액이 당초보다 2조 2000억원 늘어난 9조 8000억원으로 확대된다. 대출금리도 연소득 4000만원까지 소득에 따라 0.1~0.25% 포인트 인하된다. 비어 있는 유휴 국유지를 개발해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한다. 또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해 추가로 임대주택 1만 가구를 만든다. 정부는 대학가 주변의 집주인 임대주택에 집 수리비 등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임대료를 낮춰 청년 기숙사로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에 200실이 시범 공급된다. ●한·중·일 로밍요금도 인하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기초연금을 받는 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월 1만 1000원의 이동통신비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전 국민의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보편요금제’ 도입이 추진된다. 월 2만원으로 3만원대 통신서비스(음성 210분, 데이터 1.3GB 수준)를 이용할 수 있는 안이 유력하다. 이런 보편요금제 도입을 담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통신요금 전반의 연쇄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이와 함께 한국과 중국, 일본의 로밍 특화 요금제를 출시해 로밍 요금 부담도 낮출 계획이다. 국민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연차 사용이 활성화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63시간을 훨씬 웃돈다. 업무 부담에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도 다 못 쓴다. 부처별 1인당 평균 연가 사용 일수는 10.3일로, 평균 법정연가(20.4일)의 절반에 그친다. 정부는 공무원부터 2주 여름휴가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용하지 않은 연가를 최대 3년까지 이월 저축하는 ‘연가저축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연차 활성화가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업의 총근로시간과 유연근무 실적을 평가해 홍보·포상·재정·근로감독 등의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설날, 추석, 어린이날 등에 시행 중인 대체공휴일 적용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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