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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이 남긴 화해와 평화… 응답하라, 대한민국

    교황이 남긴 화해와 평화… 응답하라, 대한민국

    “이해하고 용서하라.” 지난 4박 5일간 대한민국을 감동으로 물결치게 했던 ‘가난한 자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 때로는 환하게 웃고 때로는 준엄한 얼굴로 꾸짖었던 그의 으뜸 메시지는 역시 화해와 평화였다. 출국 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의 미사는 그 절정의 울림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공식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교황은 휴가를 반납한 채 아시아의 청년들을 보기 위해 지난 14일 한국에 왔다. 4박 5일간 무려 1000㎞의 거리를 이동하며 치른 행사만도 20여개나 된다. 젊은이들을 위해 깨어 있으라고 격려하고 사제들을 향해서는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는 누구도 주지 못했던 위로를 안겼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온정을 나눠 줬다. 거리로 나가라고 사제들의 등을 떠미는 낮은 사목은 가는 곳마다 실천의 증거로 화제가 됐다. “교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가난한 자를 잊는 경향이 있다”는 일갈은 교회와 사제들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 깨우쳐 줬다. ‘가난한 자를 잊지 말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난한 사목은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과 겸손이었다.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순간부터 줄곧 작은 차를 타고 이동한 것이나 손수 들고 다닌 검은 가방, 그리고 광화문 시복식 때 애써 낮춰 세운 제대도 소탈과 겸손의 방증이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비바 프란치스코’라는 환호가 뒤따랐다. 고통받는 자를 지나치지 않고 손잡아 주는, 묵묵하고도 진한 사랑의 메시지는 한국 천주교 1번지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날 빛을 발했다. “길은 결코 혼자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라는 동행의 아름다움을 종교 지도자들에게 권유했고, 평화와 화해의 실천을 촉구했다. 남북이 갈라졌어도 같은 형제를 거듭 이해하고 용서하라고 말했다. ‘비바 프란치스코’의 울림은 이제 우리 사회와 한국 교회가 떠안아야 할 숙제가 됐다.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일정을 큰 울림으로 마무리한 교황은 단출한 환영식을 끝으로 오후 1시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아디오스! 프란치스코] “형제가 죄 지으면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 남북 화해 메시지

    [아디오스! 프란치스코] “형제가 죄 지으면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 남북 화해 메시지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출국 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는 교황 방한의 마지막 공식 행사이자 교황의 메시지가 결집된 자리였다. 교황 방한 전부터 나라 안팎의 큰 관심이 쏠린 미사였다.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실제로 교황은 미사 강론 중 “저의 방문은 이 미사 집전을 통해 정점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관심이 쏠렸던 주변국 중국, 일본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대신 형제끼리의 용서와 화해를 거듭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별렀던 것처럼 평화와 화해를 또렷이 주문했다. 그 메시지는 반목 대신 대화에 치중됐으며 화해의 지름길은 형제들을 남김 없이 용서하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 줘야 하느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 우리의 형제들을 남김 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시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은총도 우리에게 주신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면서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고, 화해시키는 은총을 여러분의 마음에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당부에 그치지 않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 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미사는 평일 미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소외된 이웃 1000명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700명이 초청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난한 자들을 위한 낮은 사목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7명과 새터민 5명, 납북자 가족 5명, 경남 밀양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 미사를 지켜봤으며 교황이 퇴장할 무렵 다가와 감사 인사를 건네자 화답했다. 교황과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은 특히 큰 관심을 모았다. 종교 지도자들과 만난 뒤 지팡이를 들고 입장하던 교황은 맨 앞줄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을 발견하자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 굽혀 일일이 할머니들의 손을 잡았다. 김복동(89)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날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노랑나비 배지를 교황에게 건넸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흰색 제의에 배지를 단 교황은 미사 내내 배지를 달고 있었다. 교황에게 묵주를 받고 사진과 함께 일왕도 사죄하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전했다는 이용수(87) 할머니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평화적 해결에 나서도록 교황님께서 도와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방한위원회 위원장 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마감 브리핑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종(교황)은 며칠 안 계셨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평화를 간절히 소망하시며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못 박으셨다”며 “우리 사회가 교황의 마음을 본받아 계층 간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연민과 존중의 사회로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시론] 평시의 군사법원은 폐지해야/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평시의 군사법원은 폐지해야/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병영 안팎에서 자주 불리는 ‘진짜 사나이’라는 군가에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라는 가사가 있다. 할 일 많은 젊은이의 조국애 덕에 부모 형제가 편히 생활하고 잠잘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는 부모 형제도 잠 못 들고 군대 간 우리의 아들들도 편치 않은 사건의 연속으로 충격에 휩싸여 있다. 전우가 겨눈 총부리에 아까운 목숨이 사그라져 가고, 동료의 주먹과 험한 말에 온몸과 마음이 멍들고 지쳐 급기야 죽어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병사들도 한둘이 아니다. 병영 참사는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가혹행위와 성추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진실이 밝혀져 처벌받아야 할 자에게 엄한 형벌이 가해지고 책임을 져야 할 지휘관들이 물러나거나 징계를 받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돼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하면 유사한 일들이 또 발생하고 만다. 처벌받고 책임져야 할 자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는 모습을 보는 한 일벌백계의 효과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군대 내에서 폭행·가혹행위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발각되지 않았거나 발각됐어도 처벌되지 않은 경험이 있어서 그렇다.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는 일은 검찰과 법원의 임무다. 군대라고 다르지 않다. 군사법이 그 몫을 해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군사법은 어떠한가. 헌법 제110조에 따라 특별법원으로서 설치된 군사법원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조직상 군사법원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는가. 군사법원의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고 있는가.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군사법원은 헌법 제5장의 법원 편에 속해 있지만 조직상 행정부인 국방부에 설치돼 있다. 군사법원법에 따라 보통군사법원의 재판장(심판관)은 비법률가인 일반 장교가 맡아 재판을 진행한다. 심판관과 군판사(법무관)는 범죄 사건이 발생한 해당 부대 지휘관(관할관)이 임명한다. 그러니 승진과 영전을 바라는 지휘관에게 수사 과정에서부터 사건을 은폐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적으로 부여돼 있는 셈이다. 부대 지휘관인 관할관은 자기 부하인 심판관을 통해 재판에 개입할 수 있어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 관할관은 판결이 나면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 즉 확인조치권도 갖고 있다. 대법원의 양형 기준을 무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다. 이처럼 사건이 발생한 부대의 지휘관인 관할관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부의 구성과 재판 결과의 확인까지 모든 과정의 결재권자이기 때문에 군 사법제도는 전문성과 공정성을 팽개친 제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을 원님 재판’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것이다. 이처럼 군 사법제도는 법치국가의 사법체계라고 부를 수 없는 치명적인 제도적 결함을 안고 있다. 독립성이 보장된 법원과 법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는 전근대적인 사법제도다. 이런 미개한 군 사법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문명국가는 없다. 그럼에도 군은 전쟁 상황을 대비해 일사불란한 사법체계가 필요하다며 군사법원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군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박탈하고 있지만 군 전투력 보존과 군기유지라는 미명하에 현재의 군 사법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군인도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당연히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군사법원에서 관할하고 있는 전체 사건 가운데 군형법범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 85%는 폭행·절도, 성범죄와 같은 일반 형사사건이라니 군사법원이 평시에 특별법원으로서 존재해야 할 이유도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의 대상이었던 군 사법제도가 군의 조직적 저항으로 살아남았지만 이제 군은 반대의 명분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평시의 군사법원 폐지만이 우리 군을 살리고 병영의 젊은이들과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근본적인 혁신방안이다.
  • 교황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 중립 지킬 수 없어” 방한 하이라이트 장면은?

    교황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 중립 지킬 수 없어” 방한 하이라이트 장면은?

    교황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 중립 지킬 수 없어” 방한 하이라이트 장면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세월호 유족에 깊은 관심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 제안에 교황은 그에게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방한 기간 내내 노란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채 미사 등 각종 행사에 나섰고 이날 귀국 길 기자회견에도 세월호 리본은 교황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 AP통신은 교황 방한을 정리하는 기사에서 16일 광화문광장 시복식에 앞서 카퍼레이드하던 교황이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족의 손을 잡고 얘기를 들어준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17일 세월호 희생자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를 만났을 때도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며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여기겠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이분들이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을 당했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할머니들은 이용당했고 노예가 됐다”면서 “이들이 이처럼 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북문제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단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다”면서도 남북한이 같은 언어를 쓰는 ‘한형제’인만큼 희망이 있다는 기대를 표했다. 그리고 남북의 하나 됨을 위해 다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하고 예정에 없던 침묵의 기도를 올렸다. 교황청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중국과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내게 중국에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당연하다. 내일이라도 가겠다’이다”라며 “교황청은 중국 국민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원할 뿐 다른 어떤 조건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방한길에 처음으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인에 대한 축복 메시지를 전했으며 17일에도 중국, 북한 등 아시아 지역의 교황청 미수교 국가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드러냈다. 교황은 자신에게 쏠리는 대중적 관심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섰다. 교황은 “인기라는 것은 기껏해야 2∼3년밖에 가지 않는다”면서 “거만해지지 않고자 내적으로 내 죄와 잘못을 돌이켜 본다”고 말했다. 교황은 “교황청 내에서 일하고 휴식하고 수다도 떨며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며 “주변에서 교황은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나는 ‘나 혼자 타겠으니 당신 일을 하라’라고 말하는데 이게 사실 정상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교황의 방한 결산 기자회견은 한 시간 동안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네티즌들은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 중립 지킬 수 없어, 대단한 마인드네”,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 중립 지킬 수 없어. 멋지다”,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 중립 지킬 수 없어, 낮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황이 남긴 메시지, ’평화와 치유’

    교황이 남긴 메시지, ’평화와 치유’

    짧다면 짧은 4박 5일의 방한 기간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사회에 보여 준 말과 행동이 남긴 반향은 끝이 없다. 지난 14일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방한 내내 평화와 화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평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 준 성품대로 수차례 세월호 유족과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상처받고 소외된 이들을 만나 따뜻한 손길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아기들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환하게 웃으며 입을 맞추고 축복을 빌어줬고, 급속한 성장으로 혼란을 겪는 젊은이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고 북돋워주면서 동시에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경계했다. ◇ “평화는 ‘정의의 결과’” 공식 방한 목적은 사목이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입국 순간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언급하면서 아시아 첫 방문지이자 즉위 후 세 번째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를 분명히 했다. 교황은 방한 첫날 청와대에서 한 연설을 통해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둔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한 면담에서는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도 했다. 교황은 15일 아시아청년대회에서 즉흥 연설을 통해 “한 가족이 둘로 나뉜 건 큰 고통이지만 한국은 하나라는 아름다운 희망이 있다”며 “그중 가장 큰 희망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한 형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남북한이 서로 진심 어린 대화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죄 지은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고 조언했다. 방한 기간 교황의 평화를 향한 메시지는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교황은 방한길에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인에 대해 축복 메시지를 전한 데 이어 17일 아시아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아직 교황청과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설에서 직접 국가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뿐 아니라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교황청과 관계를 맺지 않은 아시아 다른 국가를 포괄하며 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기원한 것이다. ◇ 교황의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 프란치스코 교황은 100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 움직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네 차례에 걸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달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한 첫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나온 세월호 유가족 4명을 소개받고는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러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입장하다 세월호 유가족 30여명이 모인 곳을 지나자 차에서 내린 교황은 울먹이는 이들의 손을 잡아줬으며, 미사 전 제의실 앞에서도 생존학생 2명과 유가족 8명을 만나 이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도보순례단이 전달한 ‘세월호 십자가’는 직접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날 미사 삼종기도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당초 명단에는 없었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의 시복식에 유가족 400여명이 함께 하기도 했다. 교황은 시복식 미사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다 세월호 유가족이 모인 곳에 다다르자 차에서 내려 이들에게 다가갔다. 이 역시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쥔 교황은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씨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씨가 건넨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17일에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 이씨의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다. 교황은 세례식을 마친 뒤 배석한 수원교구 김건태 신부를 통해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해 진도 팽목항에 머무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 편지와 묵주를 전달했다. 교황은 자필로 직접 서명한 한글 편지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10명의 실종자 이름도 한 명씩 모두 열거하고 이들이 부모와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은 세월호 유가족이 ‘노란 리본’을 전달한 순간부터 교황이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벗’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은 방한 기간 내내 모두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낮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소탈한 모습은 사회의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췄다. 첫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맞이한 환영단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상처받은 ‘보통 사람들’로 꾸려진 것을 시작으로 교황의 소탈한 행보는 계속 됐다. 16일 충북 음성군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장애인과 함께하는 50여 분의 시간 내내 의자에 앉지 않았다. 올해 78세로 고령인데다 빡빡한 일정 탓에 지칠 법한데도 전혀 피곤한 기색도 없었다. 대신 인자하고 따뜻한 눈길로 그 자리에 참석한 장애인 한명 한명을 바라봤다. 다소 서툴지만 성심을 다해 율동 공연을 준비한 장애 아동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보이고 품 안에 꼭 껴안아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리는 이들에게는 같이 두 팔로 하트 모양을 그려 화답하기도 했다. 손가락을 빨고 있던 갓난아기의 입에는 한동안 자신의 손가락을 대신 물려 주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교황의 모습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지체됐지만 교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있거나 침대에 누워 있는 장애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일일이 어루만지고 축복을 빌어줬다.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교황은 카퍼레이드 도중 아이들만 보이면 차를 멈추게 한 뒤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거나 이마와 볼에 입을 맞추며 강복했다. 그러다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기도 했다. 교황의 경호원들은 본업인 경호보다 아이들을 발견해 재빨리 교황에게 데려오고 도로 부모에게 데려다 주는 ‘부업’을 하느라 바빴다. 교황은 방한 내내 교황의 상징인 금제 십자가 목걸이 대신 20년간 착용해 온 낡은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낡은 검은색 구두도 그대로였다. 이동 중에는 한손에 직접 자신의 검은색 가방을 들었다. 방탄 차량 대신 국산 소형차 ‘쏘울’을 의전 차량으로 택했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자 지붕이 없는 무개차(오픈카)를 이용했다. ◇ “젊은이여 깨어나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의 주목적이었던 아시아청년대회에 두 차례 참석해 아시아청년들을 만났다. 평소 젊은이에 대한 관심이 많은 교황은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성경 시편 구절을 인용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청년대회 참석자들을 ‘사랑하는 젊은 친구 여러분’으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의 미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들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연설문을 읽던 중 갑자기 말을 멈추고 영어로 “피곤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즉흥 연설을 통해 청년들의 고민에 답을 하기도 했다. 일반 신자와 젊은이들에게는 더없이 인자하고 자상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성직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원칙을 강조하는 엄격함과 근엄함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한국 수도자들과 만나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친다”며 청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도 생활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17일 아시아 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면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교황은 방한 첫날 청와대 연설에서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방한 후 처음으로 집전한 첫 대중미사에서는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문화를 경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황 출국 전세기 안에서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서 중립 지킬 수 없었다”

    교황 출국 전세기 안에서 “세월호 유족 고통 앞에서 중립 지킬 수 없었다”

    ‘교황 출국’ ‘교황 세월호 유족’ ‘교황 전세기’ 교황 출국 전세기 안에서 세월호 유족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세월호 유족에 깊은 관심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방한 기간 내내 노란 세월호 리본을 착용한 채 미사 등 각종 행사에 나섰다. 앞서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직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서 세월호 추모의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을 선물 받았다. 이날 귀국 길 기자회견에도 세월호 리본은 교황의 왼쪽 가슴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 교황은 이번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유가족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보였다. 지난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 나온 세월호 유족 4명의 손을 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도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등 30여 명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자 차에서 내려 이들의 손을 잡아줬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전 제의실 앞에서 이들 중 10명을 만난 교황은 일일이 얘기를 들어주고 미사 삼종기도 때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16일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400여 명이 모여 있는 광화문 광장 끝에 다다르자 차를 멈추게 한 뒤 내려 이들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줬다. 교황은 딸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고, 김씨가 건네는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교황은 방한 나흘째인 17일에는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줬다. 교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적인 고통 앞에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면서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를 생각하면 그 고통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면서 “내 위로의 말이 죽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추기경이었던 때 발생했던 대형 참사를 예로 들면서 “당시 나는 똑같은 생각을 했다”면서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 다가서면 정말 많이 돕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교황의 방한 결산 인터뷰는 한 시간 동안 이탈리아어로 진행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장 블로그] 사람들은 왜 비바 파파를 외쳤을까

    [현장 블로그] 사람들은 왜 비바 파파를 외쳤을까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수십만명이 몰렸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추대하는 시복식을 거행했기 때문입니다. ‘베로니카’라는 세례명의 가톨릭 신자인 저는 취재 기자가 아닌 17만명의 신자 중 한명으로 시복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정해진 인원만 참석할 수 있었기에 주변에서는 부러운 눈길을 보냈지만 사실 야외 시복식은 맨바닥에 앉아 한여름 뙤약볕을 온몸으로 견디며 한나절을 보내야 하는 고생스러운 행사였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먼발치에서라도 교황을 보겠다며 밤새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일반 시민도 광화문과 시청 인근에 모여들었습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교황을 찾아왔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한은 천주교인은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교황이 이례적으로 한국을 직접 방문해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인정하면서 선교사 없이 자생적으로 뿌리내린 우리 천주교의 자부심을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어렵게 터 잡은 한국 천주교는 어두운 근현대사에서 민주주의에 앞장서며 사회 정의를 밝히는 횃불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종교가 일상생활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신자 수가 늘어나는 동시에 냉담자도 조금씩 늘어났지요. 종교가 세속화 논란에 휩싸이고, 종교인이 비리에 연루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종교인들이 잊고 지냈던 ‘종교 본연의 책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말한 교황은 작은 차를 타고 작은 방을 선호하며 노숙인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를 몸소 보여줬습니다. 시복식에 앞서 카퍼레이드 행사 때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꼭 잡는 모습을 보며 많은 신자들은 저절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벌어진 단식 농성이 30일을 넘어가면서 “교황님이 오시는데 어떡하나” 하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교황은 이들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았습니다. 한 유가족은 “처음으로 존중받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복미사 강론에서 “막대한 부요함 속에서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순교자들의 삶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 자매들을 도움으로써 당신을 사랑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에 무관심하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크게 다가옵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하트로 마음 전한 장애아 엄지로 최고 표시한 교황

    하트로 마음 전한 장애아 엄지로 최고 표시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자리 잡은 꽃동네를 방문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격려했다. 꽃동네는 의지할 곳 없는 노인 등 2100여명이 수도자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한국 천주교의 최대 복지시설이다. 교황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시복식을 마친 후 오후 4시 10분쯤 꽃동네에 도착해 가장 먼저 장애 아동 42명, 장애 어른 20명, 노인 환자 8명, 입양이 예정된 아기 8명이 기다리고 있는 희망의 집을 찾았다. 교황은 꽃동네 측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의자에 앉지 않은 채 장애 아동들의 공연을 관람한 뒤 그들의 이마에 입맞춤하며 사랑을 전했다. 공연을 마친 장애 아동이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리자 교황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장애 아동들은 한번은 부모로부터, 또 한번은 장애 아동의 입양을 꺼리는 사회로부터 버려져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이라는 게 천주교 청주교구의 설명이다. 교황은 장애인들에게서 자수 작품과 종이학 등을 선물받은 뒤 희망의 집을 찾은 장애인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그들의 얼굴을 쓰다듬고 입맞춤하며 위로했다. 1994년 꽃동네에 버려져 20년째 식물인간처럼 살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 오리나(23·여)씨는 교황이 다가오자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꽃동네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강행군 탓에 피곤해 보였지만 장애인들을 만나는 동안 교황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희망의 집 밖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황과 장애인들의 만남을 지켜본 신자 3만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눈시울을 적셨다. 청주교구 교황방문준비위원회 홍보부 이현로(59) 신부는 “한국 방문 시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이웃들을 만나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교황의 뜻에 따라 장애 아동들이 생활하는 꽃동네를 추천해 이번 방문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김경숙(51) 베드로수녀는 “그동안 학수고대했던 만남”이라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교황은 이어 팔과 다리가 모두 없는 장애를 극복하고 선교사로 활동 중인 이구원(24)씨를 만나 함께 생명의 기도를 올린 뒤 잇따라 한국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하며 교회 발전에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수도자 4500여명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교황은 “사랑받는 이 나라에서 하느님 나라 건설에 헌신하는 여러분과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여러분의 노력으로 한국 교회의 삶이 놀랍도록 풍요로워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자신만을 위하는 봉헌 생활을 간직하지 말고 사랑받는 곳곳으로 그리스도를 모시고 가 봉헌 생활을 나눠 달라”며 “복음을 선포하고 성덕과 사랑 안에서 하느님을 건설하는 사명에 열정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꽃동네 영성원으로 자리를 옮겨 평신도 지도자 150명을 만난 자리에서도 교황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님을 모셔다 드리는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모두가 품위 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교리 교육과 영성 지도를 통해 알찬 평신도 양성에 나서 달라”면서 “한국 교회의 발전에 여러분의 공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남의 시간이 끝난 뒤 교황이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일부 평신도들은 교황과 기념사진을 찍는 영광을 누렸다. 음성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형제의 피아노… 타악기의 진격… 관악의 선율… 가을밤 물들인다

    형제의 피아노… 타악기의 진격… 관악의 선율… 가을밤 물들인다

    형제의 피아노, 타악기의 진격, 관악기의 하모니 등이 어우러지는 악기들의 축제가 열린다. 오는 10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32회 ‘대한민국국제음악제’에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임동민 형제의 ‘케미’가 축제의 정점을 찍는다. 2005년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쇼팽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를 수상하며 돌풍을 일으킨 두 형제는 당시 수상 기념 음악회 이후 9년 만에 한 무대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당시 심사에서 소수점 아래 두 자리까지 똑같은 점수를 얻은 형제의 공동 수상은 국내외 음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형 임동민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동생 임동혁은 2번을 들려주며 콩쿠르 결선에서의 감동을 재현한다. 당시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강충모 줄리아드음대 교수는 “임동민의 쇼팽 협주곡 1번은 남성적 호쾌함이 서려 있으면서 굵은 선으로 보여주는 믿음이 있고, 임동혁은 명징한 음색과 현란한 기교로 청중을 음악에 가두는 흡인력이 뛰어나다”는 평으로 두 형제의 닮은 듯 다른 연주색을 표현했다. 올 1월부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활약 중인 성시연의 지휘와 형제의 피아노가 이룰 조화도 기대를 모은다. 10월 3일에는 오케스트라의 뒷줄 타악기가 무대 앞으로 진격한다. ‘두드림의 향연, 퍼커션 페스티벌’에서는 타악기가 음악의 주인이 되는 레퍼토리를 한데 모았다. 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온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빈국립오페라극장의 상주 타악기 주자 크리스티안 비저(오스트리아)와 유럽에서 활약 중인 타악기 연주자 정건영(오스트리아 프라이너콘서바토리움 타악기과 교수), 서울타악기앙상블(음악감독 박광서), 한국타악인회오케스트라 등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 두드림을 예술로 승화시킨 연주를 선보인다. 2만~15만원. (02)2655-3060~2. 다음달 12~18일에는 관악의 선율이 가을밤을 물들인다. 광화문광장, 예술의전당, 올림픽공원 등에서 펼쳐지는 제5회 ‘대한민국 국제관악제’다. 세계 최고의 브라스 앙상블로 손꼽히는 저먼브라스를 비롯해 부다페스트색소폰콰르텟, 교향곡 ‘반지의 제왕’ 작곡가 요한 더 메이, 트럼펫 연주자 조 벅스텔러 등의 해외 연주자들이 관악의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를 꾸민다. 9월 18일 올림픽공원에서는 200여명의 군악대연합 및 여대연합, 600여명의 국민 참여 관악단·합창단 등 전문가와 아마추어 음악인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폐막식이 열린다. 2만~8만원. (02)516-1245.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기주의·분열 일으키는 무한경쟁 사조에 맞서라”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면서, 우리는 또한 한국 교회의 어머니이신 그분께 간청합니다.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합니다.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빕니다. 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하여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스림이 곧 섬김인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바로 그 희망의 표징으로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성모님의 은총을 간청합시다.
  • [설렘·간절함·경건함으로… 교황 맞이하는 사람들] 한센인들의 슈바이처… “교황 미사 초청돼 감격”

    [설렘·간절함·경건함으로… 교황 맞이하는 사람들] 한센인들의 슈바이처… “교황 미사 초청돼 감격”

    “나 같은 나약한 죄인이 교황을 뵙다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백발의 노신사는 연신 ‘감격’이라는 말로 벅차오르는 심경을 표현했다.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대된 치과의사 강대건(82)씨는 교황을 만난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강씨는 지난해 교황이 수여하는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았다. 30여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무료 진료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1888년 제정된 십자가 훈장은 각국 주교와 교황 대사가 추천한 평신도와 성직자에게 주어지는데 한국인 평신도가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강씨는 1975년부터 신학생들과 수녀 등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구강치료를 시작했으며 1979년부터 33년간 전국의 한센인 정착촌을 찾아다니며 치료 봉사를 했다. 한 곳의 정착촌을 몇 달간 찾아가 환자가 하나 둘 줄고 진료할 환자가 없으면 또 다른 정착촌을 찾아가는 식이었다. 치과의사가 상주해 있는 소록도를 제외한 전국 100여곳의 정착촌 대부분을 돌아다니며 치료에 전념한 그에게 ‘한센인의 슈바이처’란 별명이 붙었다. 강씨는 자신의 봉사활동이 알려지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봉사는 절대자(하느님)께 자신을 바치는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평생 헌신하고 말없이 사라지는 수녀처럼 되고 싶습니다.” 강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예수를 닮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로마 안에 갇힌 교황이 많았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격려하고 용기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이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국민의 자랑”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한국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교황께서 고통받는 형제들을 어루만지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듣는다] “원격의료는 지역병원 기능 강화… 민영화 아닌 공공성 차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듣는다] “원격의료는 지역병원 기능 강화… 민영화 아닌 공공성 차원”

    취임 반년을 넘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표정에서는 여전히 여유로움보다 초조함이 묻어났다. 보건·복지 분야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던 기초연금 논란이 겨우 수그러들자 의료 영리화 문제가 고개를 들었고, 지난 12일 정부가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부터는 의료계와의 갈등이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의료 영리화로 공공보건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보건의료 투자 활성화 대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이 문 장관 어깨에 지워졌다. 문 장관은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여러 투자 활성화 대책 중 가장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보건의료 사업”이라며 “의료 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이 커진 이상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의료 서비스가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의료 공공성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깨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문제에 대해선 “시스템을 확 바꾸는 개혁은 확신이 섰을 때만 가능하다”며 “지금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면 오히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만 올라갈 수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다음은 문 장관과의 일문일답.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 민영화의 종합판’이란 말도 나오고 있는데. -우리 의료는 해외로 진출하는데, 외국은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것은 이중 잣대다. 외국 병원이 들어와 국내 의료진을 고용하면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 의료비가 오를 수 있다며 걱정하는 분들도 많은데, 예를 들어 맹장수술을 A병원에서 받든, B병원에서 받든 건강보험을 적용받으면 같은 진료비를 내게 돼 있다. 외국 병원이 아닌 이상 어떤 병원도 예외는 없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넓힌다고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대형 병원은 대부분 제약 없이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학교법인이고, 의료법인은 전체 병원의 2%에 불과하다. 의료법인 가운데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병원이 많다. 이들 병원의 수익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 병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의료 접근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원격의료는 왜 서두르는가.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도 지역 거점 병원의 1차 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사실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환자가 병원에 가면 약만 타 온다. 원격진료를 하면 환자가 자신의 고혈압, 혈당 데이터를 놓고 의사와 주기적으로 상담하며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원격의료를 포기한다면 다른 선진국이 선점할 것이다.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의 본질이 의료 민영화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의료의 공공성을 봐야지 상업적 측면만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료 공공성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깨지지 않는다. 공공성 강화와 상업적 질을 도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의료 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이 커진 이상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의료 서비스가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민간보험 가입률이 유난히 높다. 건보료를 인상해 보장성을 대폭 높이면 건강보험료도 내고 민간보험료도 내는 이중고를 덜 수 있지 않은가.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은 ‘저(低)부담 저보장’ 구조다. 보험료가 적은 대신 보장성도 많이 낮다. 사적 실비 보험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면 좋겠지만 문제는 재정이다. 정부가 하지 않으려고 해도 고령화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은 저절로 올라가게 돼 있다. 하지만 보험료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보험료도 대폭 올리고 보장성도 대폭 올리기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렇게 갈 수 있지만, 지금은 신중해야 한다. 출산율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아마 우리 자식 세대는 지금보다 2~3배의 세금 부담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통일 등 증세 요인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증세 논의는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 당분간은 건강보험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2007년부터 미지급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이 6조원이 넘는데.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를 국고에서, 6%를 건강증진부담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합쳐서 20%를 지원해야 하는데 지금은 15%밖에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액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더 노력하겠다. →담뱃값은 얼마나 인상되나. -아직 얼마를 인상해야 하는지 논의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나온 것처럼 담뱃값 문제로 당정 협의를 한 적도 없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금연 효과를 보려면 담뱃값을 600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많이 올려야 그만큼 효과도 크다. 좀 무리가 따를수도 있지만 500원보다는 더 크게 올려야 한다. 그래야 흡연율을 지금보다 10% 포인트 낮출 수 있다. 담뱃값을 물가상승률에 따라 매년 올리자는 물가연동제는 실질적인 금연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담뱃값 인상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에 복지부가 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절대 아니다. 부처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 →술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아직 공식적으로 정책 발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검토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는 술에 너무 관대하다. 범죄를 저질러도 술기운에 그랬다면 관용을 베풀기도 한다. 잘못된 음주 문화를 부추기는 이런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술값이 오르면 역시 서민 생활이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많은 저소득층이 알코올 중독으로 낙오되고 있다.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 알코올 중독 치료 재원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음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건강보험 부과 체계는 언제쯤 개선할 생각인가. -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다들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얼마나 빨리 이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다. 과세 자료가 예전에 비해 많이 확보됐다고 하지만 소득 파악률은 다른 문제다. 지금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소득으로 일원화해 버리면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득이 파악된 사람, 즉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만 올라가게 된다. 이보다는 우선 피부양자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직장가입자는 심지어 형제까지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되는데도 피부양자 자격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피부양자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9월까지 방안을 내겠다고 했는데. -9월에 나오는 것은 복지부의 안이 아니라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기획단의 권고안이다. 기획단이 권고하면 복지부가 이를 검토해 정책 방향을 정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안이 언제 나올지는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기본 입장은 점진적이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부과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부과되는 과다한 보험료를 줄여 나가고, 피부양자에게도 차츰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바꿔야 한다. 시스템을 확 바꾸는 개혁은 확신이 서야 가능하다. →당초 10월 시행을 목표로 했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데. -야당도 전향적으로 동의를 해 쟁점은 없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다른 이슈들 때문에 논의를 안 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사실상 연내 개편이 어려워져 이미 확보된 약 2300억원의 관련 예산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초생활보장법의 뼈대는 생계·주거·교육·의료 등 각 급여마다 다른 지원 기준을 설정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하나의 기준에 따라 일곱 가지 급여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자활 의지를 가진 기초생활수급자가 열심히 일해 빈곤에서 탈출하는 순간 급여가 모두 끊기는 시스템이다. 그렇다 보니 자활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각 급여마다 다른 지원 기준이 설정되기 때문에 소득이 증가해도 의료급여 등 필요한 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된다. 관련 법률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정리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권력공백 중동서 맹주 노리는 이집트

    권력공백 중동서 맹주 노리는 이집트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이집트가 중동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의 가자지구 사태를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하며 국방·경제 분야로 외교 무대를 넓히고 있다.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시시 대통령이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무기 수입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가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은 군사기술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시시 대통령도 “아랍 국가를 제외하고 러시아가 가장 먼저 이집트를 초청해 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러시아 경제지 베데모스티는 러시아가 미사일과 전투기 등 30억 달러어치의 무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맞서 이집트가 농산물과 밀 수출을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이집트에 구 소련권 국가의 경제공동체인 EEU 가입을 타진했고, 시시는 러시아가 수에즈 운하 개발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시시 대통령은 84억 달러를 투자해 수에즈 운하를 대폭 확장하는 경제 부흥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지난 10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압둘라 국왕과 중동 지역 정세를 논의했다. 이집트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 정상은 중동의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배격하기 위해 함께 나아가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이미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와 함께 이집트 경제 회복을 위해 200억 달러를 지원한 이집트의 든든한 우방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사우디가 내년에도 추가 금액을 원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수니파인 이집트와 사우디는 시아파인 이라크와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한다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가자지구 사태는 이집트의 외교력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지난달부터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13일에는 가자지구 봉쇄를 단계적으로 해제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휴전 협상에 성공하면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무슬림형제단 핍박으로 소원해진 다른 중동 국가와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해 8월 이집트 정부의 시위대 유혈 진압은 반인륜 범죄”라고 비난하며 “시시 대통령이 인권 유린 혐의로 조사받아야 한다”고 지적해 그의 앞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을 예고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관심병사 탈영 뒤 교통사고 피해자 하반신 마비 가능성에 가족들 분통 “은퇴 뒤 노년 준비 중인데”

    관심병사 탈영 뒤 교통사고 피해자 하반신 마비 가능성에 가족들 분통 “은퇴 뒤 노년 준비 중인데”

    ‘관심병사 탈영’ 관심병사 탈영 도주 과정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피해자가 하반신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에 피해자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인근 부대 탈영병이 몰던 트럭에 받혀 중태에 빠진 차모(57)씨의 가족은 “은퇴하시고 시골에 집을 지어 노년을 준비하시던 분이었는데 하반신 마비라니…”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중환자실 근처에서 만난 피해자의 남동생(55)은 “사고 소식을 듣고 운영하던 식당 문을 닫고 급히 왔다”며 “형제들 모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병간호에 매달린 상태”라고 전했다. 사고 경위를 들은 가족은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차씨는 척추를 심하게 다쳐 현재 하반신이 마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조카(27)는 “보통 교통사고도 아니고 트럭을 몰고 탈영한 군인이라니 어이가 없어 화도 못 낼 지경”이라며 “도대체 그 병사가 차를 몰고 도로로 나올 때까지 부대에선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분노를 표했다. 또 사고 지역 주변에 군부대도 많고 경찰서도 있었는데 발생 즉시 연락해 서로 협조를 구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처음 군 트럭이 버스와 추돌한 연천군 대광리에서 두 번째 사고가 난 연천군 차탄교 근처 사이에는 연천 경찰서와 파출소가 있다. 탈영한 이 상병이 첫 번째 사고를 내고 10여 분간 차를 몰던 사이 경찰과 공조가 잘됐다면 도로 차단 같은 조치를 통해 두 번째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건을 대하는 군의 태도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조카는 “우리에게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하는 지휘관을 볼 수 없었다”며 “군인들은 병원에 와서 이 상병의 상태만 보다 치료가 끝나니 사라져 버리던데 민간인 피해자는 병원에 옮겨주면 끝인가”라며 군을 질타했다. 그는 “이런 어이없는 사고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와 재발방지 조치를 강력히 주문했다. 군은 사고 군 차량의 보험 상태를 확인하는 한편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국가보상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8시 15분쯤 육군 6포병여단 소속 이모(21) 상병이 5t 군용트럭을 몰고 탈영해 연천군 대광리에서 버스를 추돌하고 차탄교 인근에서 차 씨의 승용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차 씨를 비롯한 민간인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대에서 B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이 상병은 후임병에게 폭언과 욕설을 해 군기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대기 중인 상태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17년 만의 고백, 미안하다 김 일병/이두걸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17년 만의 고백, 미안하다 김 일병/이두걸 경제부 기자

    원래 군대 이야기는 세상 사람 절반이 가장 싫어하는 주제다. 하지만 윤 일병 사건 이후 아들을 둔 어머니들은 군복무 문제에 누구보다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자신의 아들들이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 형제는 열이면 아홉은 단잠을 자기는 다 글렀다고 봐야 한다. 온갖 연줄을 동원해 자식을 ‘꽃보직’에 앉혀도 하룻밤 만에 ‘맞아 죽을’ 수 있는 게 군대다. 군 복무 시절 폭력에 연관되지 않은 전역자는 거의 없다. 그저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변명으로 회피할 뿐이다. 징병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전혀 맞지 않는다. 현재 징병제를 폐지한 나라는 70여개 국에 달한다. 선진국 중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물론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다. 그러나 경제력 세계 2위, 군사력 세계 3위의 중국과 대치 중인 타이완이 지난해부터 징병의 의무를 없앴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여년 전 18만명의 미군은 120만명의 이라크군을 궤멸했다. 요즘은 수십m 아래 벙커도 정밀 폭격하는 세상이다. 일본 자위대가 병력(25만명)으로는 우리의 3분의1 수준이지만 군사력 면에서는 우리보다 월등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110만명 북한군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은 ‘보병이 고지에 깃발 꽂던’ 2차 세계대전 시절 논리인 셈이다. 모병제를 도입하면 경제적으로도 실보다 득이 많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거론됐던 것처럼 모병제를 통해 현재 65만명 병력을 30만명으로 줄이면 한 해 35조원의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높은 수준의 노동력과 소비력을 가진 35만명의 근로자가 새롭게 시장에 가세하는 덕분이다. 현재 GDP가 1300조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4% 내외인 GDP 잠재성장률이 7%대로 뛰어오른다. 최근 대졸 남자 신입사원 평균 나이는 33세가 넘는다. 늦게 직장을 잡으니 결혼도 늦춰지고, 자연스레 출산도 미룰 수밖에 없다. 징병제가 폐지되면 첫 직업 연령도 단축될 여지가 높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찾기 힘들다. 병역비리나 종교적 병역 거부 등 사회적 논란을 종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비 예산 38조 4000억원 중 인건비는 10조원 내외다. 30만명에 대해 올해 3월 기준 근로자 평균 연봉인 3664만원 정도를 지급하면 지금의 1조원만 인건비로 더 쓰면 된다. 공무원 신분의 직업군인 1명이 최저임금의 10분의1도 못 받는 2명의 군인보다 전투력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 GDP가 늘면 예산도 풍족해질 테니 국방비도 더 늘리고, 이를 토대로 ‘자주국방’을 실현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닌가. 천운을 타고 났는지 군 복무 당시에 거의 안 맞았다. 때린 적도 없다. 하지만 옆 내무반의 순한 인상의 후임이 10분의 구타당한 끝에 갈비뼈가 부러지고, 관련자들이 ‘축구하다가 다쳤다’고 거짓말한 데 대해 침묵으로 동조했다. 17년 만에 고백한다. 미안하다, 김 일병. douzirl@seoul.co.kr
  • 짧은 휴전 끝나 가자 또 공방전

    짧은 휴전 끝나 가자 또 공방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3일 휴전’과 추가 휴전을 위한 협상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전투는 다시 시작됐고, 팔레스타인 어린이 1명이 숨졌다. 8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휴전 종료 시점인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가 되자 “휴전 연장은 없다”고 선언했다. 협상에 참여한 하마스 대표는 “이스라엘이 우리의 요구에 대해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상에서 하마스는 자신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주장했다. 휴전이 종료되자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최소 25발의 로켓포를 발사했다. 그러자 이스라엘도 즉각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했다. 이 공격으로 10세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여성 한 명이 크게 다쳤다. 한편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해 쿠데타에 성공한 뒤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몰아내자는 데 합의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네 차례의 중동전쟁에서 맞붙은 앙숙이다. 신문은 이 합의에 따른 가자지구 봉쇄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세속주의자’인 시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무르시의 권력 기반이었던 무슬림형제단을 축출했다. 시시가 무슬림형제단의 한 분파였던 하마스를 싫어하는 건 당연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시시에게 접근해 하마스 축출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시시 대통령은 하마스가 밀수품을 들여와 돈을 만드는 통로였던 이집트·가자지구 접경의 터널을 대부분 폐쇄했다. 하마스는 돈줄이 막혀 공무원 월급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양측은 ‘궁지에 몰린 하마스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미국의 경고를 무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심지어 이집트가 중재한 ‘3일 휴전’ 협상에서도 미국은 배제됐다”고 전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쓰나미 실종 소녀, 10년 만에 부모 품으로…기적

    쓰나미 실종 소녀, 10년 만에 부모 품으로…기적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Tsunami, 지진 해일)에 휩쓸려 실종됐던 4살 소녀가 10년 만에 부모 품으로 무사히 돌아온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영국 판은 4살 때 쓰나미에 휩쓸려 실종됐던 인도네시아 소녀가 14세가 되어 다시 부모와 재회한 놀라운 사연을 7일(현지시각) 소개했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부 아체 특별 구에 살고 있던 4살 소녀 라우드하툴 잔나아에게 이날은 큰 상처로 남아있다. 당시 7살이었던 오빠와 함께 쓰나미에 휩쓸려 부모와 기나긴 이별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잔나아의 모친인 자말리아(42)는 쓰나미가 사라진 후 남편과 함께 한 달이 넘도록 실종된 딸과 아들을 찾아 헤맸다. 어딘가 꼭 살아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을 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소문을 했지만 집도 사라지고 생계도 막막한 상황에서 계속 아이들을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수많은 시신들을 접하던 자말리아는 어느 순간, 아이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접게 됐다. 사랑했던 아이들을 더는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자녀를 가슴에 묻고 10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지난 6월, 자말리아의 남자 형제가 아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블랑피디 마을에서 14세가 된 잔나아를 발견한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딸과 10년 만에 재회한 자말리아는 “하늘이 기적을 이뤄줬다”며 감격했다. 10년 만에 만난 딸은 이목구비가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달라진 점도 있었다. 먼저 피부색이 많이 변해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0년 전 한 어부에게 구조됐던 잔나아는 최근까지 그들을 도와 바닷가에서 조개를 채집해왔는데 이때 햇볕을 자주 쬐면서 자연스럽게 피부가 탔기 때문이다. 또한 본래 잔나아는 쾌활한 성격이었지만 최근 그녀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쓰나미에 휩쓸렸던 공포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이 모녀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DNA 일치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자말리아와 잔나아 모두 서로가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100% 신뢰하고 있다. 잔나아는 함께 쓰나미에 휩쓸렸던 오빠와 함께 나무판자에 의지해 아체 지구에서 약 40㎞ 떨어진 반야크 섬에 표류했었다고 전했다. 그곳에서 잔나아는 어부에게 구조됐지만 오빠와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이제 17세가 되었을 아들 역시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를 찾기 위해 반야크 섬을 찾을 예정이다. 한편,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서부 연안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일어난 대형 쓰나미는 당시 23만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그중 17만명의 희생자가 아체 특별 구에서 나왔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마약 제조 교과서 된 ‘미드’

    마약 제조 교과서 된 ‘미드’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고 마약을 제조·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유명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마약 제조법을 보고 필로폰을 만들어 유통한 쌍둥이 김모(30)씨 형제와 제조책 박모(33)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7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판매책 이모(41)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 제조시설을 갖춰 시가 3억 3000만원 상당의 필로폰 100g을 만들어 판매하고 일부는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형제는 지난해 6월 초등학교 선배인 박씨를 찾아가 “필로폰을 만들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면서 “영어를 잘하는 형이 미국 인터넷 사이트와 미드를 보고 필로폰을 만들면 우리가 팔아주겠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그때부터 마약 제조법을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박씨가 참고한 미드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마약을 만드는 한 화학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미국 현지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박씨는 마약 전과는 물론 전문적인 화학·약학 지식도 없었지만 독학으로 제조법을 터득한 뒤 약국과 인터넷을 통해 재료를 구입해 필로폰 100g(1회 3300명 투약분)을 만들었다. 100g 가운데 50g은 김씨 형제가 일반인에게 팔거나 직접 투약했고, 나머지는 또 다른 판매책 이씨를 통해 유통했다. 경찰은 “미국 드라마를 보고 독학으로 필로폰을 만든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중부지방국세청 양도소득세 168억 미징수

    중부지방국세청과 관할 세무서들이 지난해 기업 대주주들의 양도소득세 납부실태 등을 점검하면서 거둬야 할 168억원의 세금을 거두지 않았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7일 감사원에 따르면 분당세무서는 2011년 A씨 형제가 모 기업 주식 106만주를 양도한 데 대해 소득세 14억 6000만원을 부과하지 않았다. 세무 담당자는 “소득세 납부실태 점검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제대로 몰라 지분율과 시가총액 요건을 둘 다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주주와 그의 친·인척 등이 소유한 주식이 전체 지분의 3% 이상이거나 시가총액이 100억원 이상이면 주식양도로 생긴 소득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A씨 형제의 경우 시가총액 합산액이 103억원이어서 세금 납부 대상이었다. 서울 반포세무서 역시 지난해 기업 주식 11만주를 양도한 B씨를 조사하면서 담당 직원이 국세청이 준 주주명부 등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핑계로 B씨 자녀들에 대한 주식양도 소득세 13억 9000만원을 거두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중부지방국세청은 개인사업자의 현금매출 누락 부분을 제대로 과세하지 않거나 부실 업무로 지역 주민의 양도소득세를 거두지 않는 등 모두 42억원의 세금을 징수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관련 세무서에 징수하지 않은 세금을 거둬들일 것을 요구하고 업무 과실이 뚜렷한 중부지방국세청과 분당·반포 세무서 등 7개 세무서에 대해서는 관련자 7명을 징계할 것을 각각 요구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15세기 황궁, 세계 문화 중심지로 부활… 한국 전시품도 400여점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15세기 황궁, 세계 문화 중심지로 부활… 한국 전시품도 400여점

    박물관섬 마스터플랜과 함께 독일의 수도 베를린 한복판에서는 원대한 문화 프로젝트 ‘베를린성-훔볼트포럼’이 진행 중이다. 2002년 독일연방의회의 결정에 따라 프로이센왕국 시절에 세워진 베를린성(城)을 복원하고, 이곳에 범세계적인 문화·예술·학문의 중심 기능을 수행하는‘훔볼트 포럼’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19세기 초반 대학과 박물관 및 도서관의 통합을 통해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는 예술, 문화, 학문을 위한 자유로운 공간을 설립하고자 했던 훔볼트 형제의 이념을 계승한 것이다. 총예산 5억 5200만 유로가 투입되며 독일국립박물관들을 관장하는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과 베를린 국립박물관, 중앙 및 주립도서관, 훔볼트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물관섬 남쪽 옛 성이 있던 자리에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신축 중인 건물은 2008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탈리아의 건축가 프랑코 스텔라가 설계했다. 스텔라는 바로크 양식으로 베를린성의 상징인 멋진 돔을 복원하고, 북서쪽은 현대적인 디자인의 건물을 배치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을 구상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총면적 5만 5000㎡ 규모의 포럼은 아고라, 학문의 장, 전시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아고라는 연극, 영화, 음악을 위한 다기능성 행사 공간으로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지역의 현대예술 공연을 위한 공간과 학술, 문화, 정치를 위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게 된다. 학문의 장은 최고 수준의 연구를 위한 학문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베를린시립박물관의 유럽 외 지역 수집품에 대한 연구와 훔볼트 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학술 수집품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훔볼트 포럼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인 2만 4000㎡을 차지하는 전시 공간에는 베를린 국립박물관 산하 인류학박물관과 베를린시 외곽에 있는 다렘 아시아박물관(훔볼트 다렘)이 이전하게 된다. 윤종석 베를린한국문화원장은 “특히 아시아문화박물관에는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을 위한 전시 공간이 별도로 설치될 예정으로 한국실 규모는 250㎡ 정도가 될 것”이라며 “한국실 전시품은 현재 다렘 아시아박물관 소장 한국 전시물 100여점과 민속박물관 소장 전통 의상, 장승 등 300여점을 예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원장은 “유서 깊은 박물관섬을 보완해 전 세계 문화, 예술, 학문을 아우르게 될 훔볼트포럼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성은 지난 500년 격동의 독일 역사를 압축해 보여 주는 곳이다. 15세기 중반 프러시아의 왕궁으로 지은 르네상스 스타일의 성은 1700년부터 개축되기 시작해 1716년 쉰켈과 그의 제자 스튈러의 작업으로 멋진 바로크스타일 돔이 완성됐다. 1919년 11월 혁명 이후 바이마르공화국 시절까지 박물관으로 사용되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심하게 손상되자 동독의 공산당은 1950년 이를 완전히 부수고 1976년 동독 공산당사인 ‘공화국의 전당’을 건립했다. 통독 후에 역사적 흉물로 전락한 옛 공산당사는 2008년 ‘석면 등 위험도가 높은 환경물질’을 이유로 철거되고 2009년 7월 베를린성-훔볼트포럼 재단이 설립됐다. 이제 훔볼트 포럼의 탄생과 함께 베를린성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만 남았다.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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