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형사처벌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이명박 정부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142
  • 검찰, ‘사법농단’ 임종헌 전 차장 자택 압수수색…강제수사 돌입

    검찰, ‘사법농단’ 임종헌 전 차장 자택 압수수색…강제수사 돌입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수뇌부 인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1일 법관 사찰·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시작하며 수사에 들어간 지 한달 만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임종헌 전 차장의 서초동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비롯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의혹 문건 작성에 관여한 법원행정처 간부 및 심의관들의 PC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대법원 청사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임종헌 전 차장 등이 재직 시절 쓰던 PC 하드디스크에서 의혹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하드디스크에서 추가로 발견된 의혹 문건들의 원본 제출을 대부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법원이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기초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강제수사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으나 대부분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헌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각종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뒷조사하거나 이들에게 불리한 인사 조치를 주도록 하는 문건 등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임종헌 전 차장이 지난해 법원을 떠나면서 재직 시절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건들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헌 전 차장은 이날 검찰에 문건들을 반출한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5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판단에 따라 최근 문건들이 담긴 하드디스크와 업무수첩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헌 전 차장은 MBC ‘PD수첩’ 제작진이 찾아와 ‘사법 농단’ 의혹에 대해 묻자 전력 질주를 하며 제작진을 따돌리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직장 괴롭힘·폭력’ 형사처벌·산재 인정 추진

    ‘직장 괴롭힘·폭력’ 형사처벌·산재 인정 추진

    신고·조사·처벌 근로기준법 등에 명시 이 총리 “수직적·단세포적 의식이 원인” 신고 창구 단일화·소송·심리상담 지원 2차피해 없게 사용자 책임도 대폭 확대 10월까지 가이드라인·취업규칙 마련앞으로 직장에서 폭력이나 괴롭힘이 발생하면 국가기관이 직권조사해 형사처벌을 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확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3%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했고, 12%는 거의 날마다 괴롭힘을 당한다고 한다”며 “직장에서의 괴롭힘에도 수직적, 단세포적 의식이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체 취업자의 78.1%(2114만명)가 직장 내 괴롭힘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판단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생활 적폐로 규정했다. 우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개념조차 없어 신고·조사·처벌이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법과 가이드라인에 개념을 명시하기로 했다. 또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대상·방법·절차 등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피해자 본인 외 직장동료 등 사업장 내 누구든지 할 수 있도록 한다. 다음달부터 구축되는 범정부 갑질신고센터와 분야별 신고 홈페이지를 연계하는 등 신고창구도 일원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용자에게는 예방교육과 괴롭힘 발생 시 조사·조치 의무가 부여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내 문제 혹은 동료나 선후배 간의 사적인 문제로 치부돼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의 조사뿐 아니라 고용노동부도 신고를 접수하면 해당 사업장을 직권조사할 수 있게 된다. 법에 괴롭힘 금지의무 규정이 만들어지면 수사를 통해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 신고 이후 2차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정부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할 계획이다. 예방교육 의무 미이행 시에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밖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방안,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법률 상담, 소송지원, 심리상담 지원 등 피해자 지원 대책도 마련된다.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 문화와 대학원생을 노예처럼 부리는 교수 등 분야별 맞춤대책도 마련한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은 면허를 정지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고 국가연구개발과제 수행 중 대학원생을 괴롭혀 징계를 받은 교수에 대해서는 연구과제 수행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의료법·고등교육법·예술인복지법 등 5개 법률과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취업규칙 표준안 등을 개정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특별법 제정을 검토한다. 법률 제·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오는 10월까지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 유형, 사례, 판단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표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뉴스를부탁해]통학차량 질식사고 막을 수 없을까

    [뉴스를부탁해]통학차량 질식사고 막을 수 없을까

    운전자·동승교사 하차 확인 의무도로교통법 어기면 범칙금 13만원솜방망이 처벌이 안전불감증 키워“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해달라”모든 차량 의무화시 약 270억 필요찜통 더위에 통학차량에 갇힌 어린이가 목숨을 잃은 사고가 또 일어났습니다. 어째서 매년 끔찍한 일이 되풀이되는 걸까요.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에서 4살 A양이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9인승 스타렉스 차량 뒷좌석이었습니다. 운전기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A양이 차에서 내렸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 펄펄 끓는 차안에 7시간 방치된 A양은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린이 통학차량 갇힘사고는 매년 되풀이됩니다. 지난 5월 23일 전북 군산의 한 유치원에서는 통학차량에 4살 B양이 2시간 가량 방치됐다가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버스 안에 운전기사와 안전지도교사가 타고 있었지만 B양이 차 안에 남겨진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주차된 버스 옆을 지나던 시민이, 울며 소리치는 B양을 발견한 뒤에야 유치원 측은 사태를 파악했습니다.지난 2016년 7월에는 4살 C군이 광주광역시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에 7시간 넘게 갇히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인솔교사가 동승했지만 뒷자리까지 확인하지 않은 채 차량 문을 닫았습니다. 이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도, 땡볕에 노출된 차량 내부는 70도에 육박했습니다. 발견 당시 체온이 42도가 넘었던 C군은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었습니다. 2년째 의식불명입니다.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와 동승교사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남겨진 어린이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53조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 4항은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하였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지난 2016년 12월 신설된 조항입니다. 이런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요? 고작 범칙금 13만원, 벌점 30점입니다. 그나마도 처벌 규정이 없다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습니다. 동두천 A양 사망사건의 경우 운전자 등 유치원 관계자가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겠지만, 2시간 만에 구조된 B양 사건의 경우 경미한 범칙금과 벌점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C군이 다녔던 유치원은 교육청의 폐쇄명령을 받았으나 처분이 너무 과도하다며 ‘폐쇄명령 무효 가처분 소송’을 냈고 이겼습니다. 지금도 유치원을 운영합니다. 사고 버스를 운전한 기사는 금고 6개월, 인솔교사는 금고 8개월의 형을 받은 뒤 유치원에서 해임됐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어린이를 차량에 방치할 경우 사안에 따라 살인에 준하는 강력범죄로 다룬다고 합니다. 어린이의 보호받을 권리를 지키고 보호자들의 안전불감증을 불식하기 위해섭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1월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기준을 명시한 이른바 ‘세림이법’을 시행했습니다. 2013년 청주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김세림양(당시 3살) 사건을 계기로 만들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 만 13세 미만 어린이들이 타는 통학차량(9인승 이상 버스·승합차)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운전자 외에 성인 동승자를 탑승하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아이들이 방치되는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화살은 정부를 향합니다.동두천 A양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처럼 어린이 통학차량 제일 뒷좌석에 경보음이 울리는 버튼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이 청원에는 18일 오후 6시 기준 3만 7000여명이 동참했습니다. 실제 미국은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관리 기준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조항을 넣어 운전자가 시동을 끄기 전, 차문을 닫기 전 아이들이 방치되기 쉬운 뒷좌석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으면 비상경고음이 울리도록 제도를 운영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어린이가 혼자 통학차량에 남겨지는 사고를 막기 위한 기술적 장치들이 개발·보급되고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의 ‘어린이 통학버스 위치알림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2016년 처음 개발된 이 서비스는 어린이가 통학차량을 타고 내릴 때 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줍니다. 아이들에게 동전 크기만한 휴대용 단말기를 각각 지급하고, 버스에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설치하면 교통안전공단에서 정보를 받아 자동으로 분석한 뒤 차량의 현재 위치, 속도, 승하차 정보를 알려주는 개념입니다. 교육부는 올해 2학기부터 이 서비스를 전국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등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통학버스 약 500대에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설치와 운영에 드는 돈은 차량 한대당 40만원, 어린이당 1만원 정도인데 특별교부금 8억 50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입니다.이 정책은 비용 부담이 있고, 어린이가 단말기를 휴대하지 않을 경우 승하차 정보를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민간업계도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기사와 동승교사의 스마트폰으로 어린이 갇힘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일단 차량 내부 뒷좌석과 차량 외부 앞과 뒤 등 총 3개의 NFC 태그장치를 설치합니다. 운전기사가 차량 운행이 끝난 후 5분 안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3곳에 태그하지 않으면 경고음이 계속 울리도록 설계했습니다. 태그 설치에 5만원, 차량 1대당 월 이용료가 1만원 정도로 책정될 예정입니다. 이 업체는 국비 1억원을 들여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용인시는 지난해 12월 1억원을 들여 해당 프로그램을 관내 65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시범 적용했습니다. 용인시에 등록된 어린이 통학차량의 20% 수준인 200대가 이 장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결국 돈입니다. 이런 장치를 전국에서 운행 중인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에 적용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4년 전국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학원, 어린이집 및 체육시설 등 5만 161개 기관을 전수 조사한 결과 9인승 이상 어린이 통학차량은 모두 6만 7363대였습니다. 1대당 비용을 5만원으로 잡으면 약 34억원, 40만원으로 잡으면 약 270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매달 발생하는 관리비용은 별도입니다. 주무부처가 제각각인 점도 걸림돌입니다.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장합니다. 도로교통법은 경찰청, 자동차관리법은 국토교통부 소관입니다. 각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전 정부 차원의 문제인 겁니다. 갇힘사고 예방을 위해 신규 차량 뒷좌석에 경보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시동이 꺼진 차량의 문을 닫을 때 어린이나 돌봄이 필요한 승객이 차에 남아 있으면 이를 알려주는 경보장치를 설치해 자동차를 판매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경보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차량의 종류 등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도록 했습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 경우 대당 설치 비용이 1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신차 구매비용을 생각하면 큰 부담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법안은 무관심 속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정부도 보육기관도 믿을 수 없는 부모들은 불안함에 자구책을 강구합니다. 어린 자녀들에게 통학차량에 혼자 갇혔을 때의 행동요령을 직접 가르치는 겁니다. 인천의 유치원에 6살, 4살 남매를 보내는 김모(38)씨는 “아이들에게 버스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아무도 없다면 당황하지 말고 운전석으로 가서 핸들 가운데 나팔이 그려진 부분을 힘껏 누르라고 단단히 일렀다”면서 “아이들이 힘이 약해 경적이 울리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럴 땐 핸들에 엉덩이로 주저 앉으라고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 안전연구센터장은 “당장 모든 차에 슬리핑 차일드 체킹 기능을 의무화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이다. 새로 출고되는 차량부터 이런 기능을 탑재하게 하고, 현재 운행 중인 어린이 통학차량은 국고 지원을 통해 설치를 장려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언제까지 어이 없는 사고로 어린 생명이 고통받아야 하나요. 관계부처가 빨리 해결책을 마련해주길 기대합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면허 빌려 개업한 의료인 형사처벌…소비자생협 의료기관 개설 못 한다

    면허 빌려 개업한 의료인 형사처벌…소비자생협 의료기관 개설 못 한다

    의료법인의 임원 지위 매매 금지 명문화 의료생협 253곳 중 203곳 ‘사무장 병원’ 복지부 관리 의료사회적협동조합 전환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근거 마련키로정부가 지난 9년간 1조 8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은 ‘사무장 병원’에 칼을 빼들었다. 사무장 병원은 불법으로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개설한 의료기관을 말한다. 앞으로는 사무장 병원 적발 비율이 높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의료인 면허를 빌리다 적발되면 최고 징역형으로 엄벌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이런 내용의 ‘사무장 병원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책의 핵심은 의료기관 설립 요건을 강화해 사무장 병원을 진입 단계부터 차단하는 것이다.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법인의 임원 지위를 매매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기로 했다. 비영리법인이라는 특수성 탓에 기업이 자금 대여 조건으로 의료법인 임원 추천권을 갖거나 직접 대표이사직을 사고 파는 등의 행위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어서다. 복지부는 의료법상 법인 설립 기준을 구체화하고 현재 지방자치단체 지침으로 운영 중인 설립 기준을 조례로 만들어 운영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게 개설권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소속 의료기관 253곳을 단속한 결과 203곳(80%)이 사무장 병원으로 드러나는 등 제도에 허점이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다만 기존 의료생협은 복지부 관리를 받는 ‘의료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밖에 의료기관 개설 신고 때 개설자의 실정을 잘 아는 지역 의사회나 병원협회의 지원을 받아 사전 검토하는 방안도 시행할 계획이다. 사무장 병원 불법 개설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된다.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면허를 대여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처벌 규정을 신설한다. 현재는 면허를 빌려준 의료인만 면허 취소, 정지 등의 처벌이 가능하다. 사무장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형기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건보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모든 유형의 사무장병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근거를 만든다. 지급보류 시기도 현행 수사결과 통보 시점에서 수사개시 시점으로 앞당기고, 환수 결정 후 바로 체납처분을 할 수 있게 했다. 단속과 자진 신고 제도도 정비했다. 복지부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줘 상시 전담 단속체계를 구축하고,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해준 의사가 자진 신고하면 면허 취소 처분을 면제한다. 자신 신고 뒤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감면해주는 제도도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한다. 복지부 특사경은 검찰 등의 지원을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규모로 꾸린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대상 범죄에 사무장 병원을 추가해 사무장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몰수·추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간판 바꾸기’ 등의 처벌 회피수단도 막는다. 사무장 병원에 대한 폐쇄 명령 등 행정처분 개시 전후 의료기관을 양도하면 행정 처분을 양수인이 승계하도록 해 고의로 처분을 피하지 못하게 막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또… 형사처벌 피한 ‘관악산 폭행’… ‘만 13세 처벌’ 법 개정 속도낸다

    형사 처벌이 면제되는 미성년자 연령이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법안 개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청소년 폭력 사건이 집단·잔혹화되면서 사회문제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소년 집단 폭행사건 관련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해 “청소년 범죄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형법, 소년법 등 관련 법령 개정에 대해 관계부처가 국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청소년 집단 폭력사건은 노래방, 원룸, 인적이 드문 곳 등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휴대전화 유심칩을 빼앗아 신고를 차단하는 등 성인 범죄를 모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기존 청소년 폭력 사건과 다른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형사 미성년자와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소년법 개정이 연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한 여중생이 10대 청소년 6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비슷한 시기 서울 관악산에서도 10대 10명이 여고생을 관악산과 노래방 등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과 성추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경찰은 이들 중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머지 2명은 단순 가담자, 다른 1명은 만 14세 미만이라 영장 신청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하는 내용으로 소년법 및 형법을 개정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현재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만 50여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하반기 원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해 올해 안에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회의에 함께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자극적인 폭력 등 유해 영상물 심의 제도를 내실화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8월 24일 예정된 차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중3들의 호소…“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중3들의 호소…“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기독교 개종’ 이란 소년 구명 운동강제 출국시 종교 박해·차별 우려난민 지위 불인정…소송냈지만 패소학생들 국민청원 운동…피켓시위 계획교사들도 소송비용 모금 나서“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라는 대한민국이 제 친구 하나 품어줄 수 없는 건가요? 석 달 뒤면 대한민국에서 쫓겨나야 하는 제 친구를 제발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절절한 호소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으로 시작하는 이 청원은 한국에 사는 이란 소년 A군(15)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3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난 A군은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해 아버지 B씨(52)와 함께 살았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던 아버지를 따라 A군도 2010년 7월 한국에 입국했다. B씨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지만 얼마 안 돼 헤어졌고 2014년부터 부자는 고시원에서 단둘이 살았다. 이란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을 따른다. 무슬림 아버지에게 태어난 자녀는 무슬림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일찍 한국에 이주한 A군은 이슬람 성서인 쿠란을 읽은 적이 없다. 이슬람 교인의 신앙 의무인 하루 5차례 기도, 라마단도 지키지 않았다. B씨는 1979년 이란 팔레비 왕조가 몰락하고 이슬람 혁명 이후 엄격한 신정국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이슬람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라마단 기간에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태형을 받자 B씨는 좋아서 선택한 종교가 아닌데도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은 이슬람교에 반감이 커졌다. 그는 아들만은 스스로 원하는 종교를 갖기를 바랐다.A군은 초등학교 2학년, 친한 친구의 권유로 집 근처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B씨는 말리지 않았다. A군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월까지 이 교회 주일학교에서 성경 공부를 하고 매년 두 차례 수련회와 각종 교육 모임에 참석했다. 2015년에는 교회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을 만큼 신앙 활동을 즐겼다. A군은 2015년에는 아버지인 B씨도 전도해 기독교 신앙으로 개종시켰다. A군 부자는 고시원 이웃의 줄기찬 권유로 성당에 다니게 됐다. 교회처럼 열정적이지 않지만 차분하고 경건한 가톨릭 분위기가 좋았다. 7개월의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고 지난해 11월 세례를 받았다. A군은 ‘안토니오’라는 세례명을 얻었다. A군은 기독교로 개종한 무슬림이 이란에서 박해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2015년 무렵에야 알게 됐다. 이란은 법적으로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란 헌법은 무슬림 시민의 개종 또는 (이슬람) 신앙의 공식적 포기 권리를 명시하지 않았다.이슬람교도가 99%인 이란은 특히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을 변절자로 취급한다. 2015년 영국 의회가 낸 ‘이란에서 기독교인 박해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기독교인은 신념과 관련한 활동 때문에 구금돼 신체적 심리적 고문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종교로 개종한 사람을 정부기관과 고용주가 해고할 수도 있다. 이란 대학은 기독교 개종자에게 교육 기회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A군이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기독교 개종사실을 이유로 체포 구금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기독교 신앙생활을 할 수 없고 대학 진학 및 진로 선택에도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된다. 더구나 A군은 2011~2012년 무렵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을 이란에 사는 고모에게 전화로 알렸다. 이후 고모를 비롯한 친가에서는 A군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A군은 이란의 친척들이 정부 당국에 자신과 아버지의 개종 사실을 알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종자는 가족에 의해 ‘명예살인’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A군과 B씨 부자는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난 2016년 대한민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A군이 만 13살로 아직 종교적 가치관이 분명히 정립됐다고 보기 어렵고 ▲국내 체류 중 교회를 다녔다는 사정만으로는 귀국시 곧바로 체포돼 종교적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이유였다. A군은 서울행정법원에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A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군이 이란으로 귀국하면 이란 당국에 의해 기독교 개종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A군은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가 정한 난민에 해당하므로 난민 불인정결정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박해를 받을 만한 우려가 없다고 본 것이다.재판부는 “기독교로 개종했더라도 적극적인 전도자가 아니고 다른 사유로 당국의 적대적인 주목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귀국해도 실제적인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면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취업, 대학진학에 부당한 차별을 당할 수 있고, 이를 피하려 스스로 종교를 숨기는 게 부당한 사회적 제약은 될 수 있지만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 즉 난민 신청인에 대한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박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A군이 교회에 다니다 성당으로 옮긴 점, 나이가 14살에 불과해 확고한 신념으로 종교를 선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군의 변호인 측은 “기독교는 개신교와 가톨릭을 아우르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종교를 포괄한다”면서 “교회를 다니든 성당을 다니든 기독교인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A군이 어려서 종교적 신념이 확고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종교를 선택할 때 나이는 전혀 고려요소가 될 수 없으며 미성년도 종교를 선택할 자유와 권리, 능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심리조차 열리지 못하고 기각됐다.2학년 때부터 2년 연속 학급 회장(반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이 있고 쾌활한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신임이 두터운 A군은 급속도로 의기소침해졌다. 외국인등록증을 빼앗기고 여권에는 10월까지 출국하라는 스탬프가 찍혔다. A군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나는 한국이 내 나라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란 국적이지만 이란어를 조금 말할 줄 알 뿐 읽거나 쓰지 못한다. 한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A군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나섰다. A군과 같은 반으로 국민청원을 올린 여학생은 “아이들이 모두 분개했다. 풀이 죽어 있는 친구를 보며 가슴이 아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처지가 너무 암울했다”면서 “친구가 왜 쫓겨나야 하는가. 본격적으로 난민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문제는 법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관과 판사님들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이어 “선생님은 ‘품 안에 들어온 생명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다. 하물며 그냥 생명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고, 우리와 중학교 시절을 같이 한 친구”라면서 “인권 변호사셨던 대통령님께서 난민 심사를 개선할 생각이 없으신지 묻고 싶다”고 했다. 청원인은 “친구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저희 반 27명, 우리 학교 600명 학생에겐 말로 못한 큰 상처가 될 것”이라면서 “정의가 있다면, 우리 국민 마음속에 정의가 남아 있다면 제 친구를 굽어 살펴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글을 맺었다. A군과 B씨 부자는 오는 9월 난민지위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3년간의 소송으로 1000만원의 빚을 떠안은 상황에서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학교 교사들은 소송비용을 모으려고 자발적인 모금에 나섰다.학생들은 학교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 국민청원 동참자를 늘리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한 달 동안 20만명 이상 참여한 청원에 공식 답변을 한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단체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학생회 선도부장인 최현준군은 “A군이 있는 반 학생 27명 가운데 23명이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3학년을 중심으로 각반에서 2~3명 정도 참여 신청을 받아 30~40명이 시위를 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시위 일정은 다음 주 초 확정된다”고 말했다. A군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구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30번씩 고맙다고 말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중대성 감지 못한 국방부… ‘기무사 월권’ 판단하고도 덮었다

    중대성 감지 못한 국방부… ‘기무사 월권’ 판단하고도 덮었다

    3월 말에 문건 보고 받은 송영무 수사 대상 검토하고도 감찰 가닥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및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독립적으로 수사할 특별수사단을 운영토록 지시하면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은 지난 3월 말부터 최근까지 약 100일간 공개 또는 수사 지시를 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은 11일 “지난 3월에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대해 수사 대상이 될지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고위 장성들을 대거 수사하는 것보다는 전반적인 상황 파악을 위해 수사단보다 감찰 쪽이 먼저 가동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도 “당시 계엄령 문건은 현재와 같이 병력 이동 계획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심할 경우 내란 예비 음모가 적용될 수도 있는 무거운 사안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군 장성들을 수사하기보다 문건 작성 경위나 회합 모의 여부를 먼저 조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즉 형사처벌 단계로 가기 전에 구체적인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전반적인 조사가 먼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는 기무사의 ‘월권행위’라고 판단해 놓고도 문건을 공개하거나 본격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무사 개혁을 위한 판단 근거로 삼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건을 공개할 경우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국방부는 해당 문건을 인지하고 법적 검토도 했지만, 수사 지시 대신 기무사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현직 국방부 고위급들이 대거 연루되는 상황을 경계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방부가 5월부터 운영한 기무사 개혁위원회에는 세월호 유족을 사찰하는 데 관여한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이 포함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청와대, 宋국방에 ‘옐로카드’ 관측도 이는 문 대통령이 독립적으로 특별수사단을 운영하라고 지시한 이유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국방부 주도의 수사에 불신을 드러냈으며 송 장관에 대해 ‘옐로카드’를 내민 셈이다. 군 소식통은 “기무사가 보안사 시절부터 군 쿠데타 등을 감시하는 ‘대전복부대’의 성격이 있지만, 병력 이동 계획은 합참의장의 권한이기 때문에 월권으로 보인다”며 “기무의 기능은 외려 군의 병력 이동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는 전날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발표하면서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고 국방부의 대처를 질책하면서도, 송 장관에 대한 ‘레드카드’에는 유보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송 장관의 잇단 ‘설화’와 지지부진한 국방개혁과 맞물려 개각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군 검찰을 통한 수사를 요구했으나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를 요청한 사실도 없고 당연히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가 해당 문건을 보고받은 시점에 대해서는 “‘칼로 두부 자르듯’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면이 있다”면서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군 수뇌부 오늘 계엄 문건 대책 논의 한편 국방부는 12일 송 장관과 정경두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와 민간 자문위원들이 참석하는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군 장성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 등에 관한 대책을 논의한다. 국방부 당국자는 “정례적인 회의인데 이번에 민간 자문위원들의 요청으로 긴급히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전익수 특별수사단장 프로필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규명할 전익수(48·법무 13기) 특별수사단장은 올해 2월부터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임명장을 받은 뒤 언론에 “공정하고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주 동암고 ▲한양대 법대 학사·석사 ▲공군 군법무관 임관(법무 20기)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 법무실장 ▲공군 교육사령부 법무실장 ▲공군 고등검찰부장 ▲공군 법무과장 ▲공군 군사법원장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송무팀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 [생각나눔] 대체복무 도입 때까지 입영 연기… “가짜 양심 걸러지겠나”

    병무청 “일반인 연기 기간 비슷” 주변인 3명 이상 진술서 제출“절차 엉성… 위조 악용 가능성” 병무청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하는 이들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입영일자를 대체복무제 도입 시점까지 연기해 주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을 헌법 불합치로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병무청 관계자는 5일 “지난 4일부터 ‘입영 및 집총 거부자’(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제 도입 시점까지 입영일자를 늦출 수 있도록 했고, 첫날에 7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연기가 가능한 대상은 헌재 결정일인 지난달 28일 이후 징집 대상자다. 병무청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이행일 연기신청서, 본인 진술서 등을 지방병무청에 보내서 심사를 받게 된다. 종교적 신념인 경우는 종교단체 증명서를, 개인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부모 확인서와 직장 동료, 교수 등 주변인 3인 이상의 진술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병무청은 이런 과정을 통해 대부분 ‘가짜’가 걸러진다는 입장이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입영일자 연기 기간이 최대 1년 6개월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 결정에 따르면 국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5명 중에 한 명꼴로 20~21세에 군대에 가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대학 재학생의 입영연기 기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그간 입대를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법에 따라 형사고발을 했지만,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법적인 후속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짜로 개인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연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순한 의도로 연기를 신청하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엉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변인 3인 이상의 진술서를 위조하는 등 ‘비양심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감사원 “MB 지시, 직권남용 등 위법성 판단 못해”

    감사 협조 거부했지만 고발 안해 당시 국토·환경장관도 징계 못해 시민단체 “MB 조사해 처벌해야” 감사원은 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을 포함한 위법행위를 했는지를 판단하지 못했다. 관련자들의 사법 처리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궁기정 감사원 국토·해양감사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사업 지시를 했는데, 지시가 위법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에겐 각 장관과 부처 행위에 대해 지휘·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직권남용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남궁 국장은 “협조 거부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규정이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발 조치를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제점이 드러난 당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도 징계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통보하는 데 그쳤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는 “앞선 세 차례의 감사 결과에서 보듯 감사원 또한 4대강 사업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감사원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4대강 사업의 책임은 이 전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그를 즉각 조사하고 당시 직무를 유기하거나 방조한 공무원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두 달 남았는데… 5·18 진상 조사위는 제자리걸음

    두 달 남았는데… 5·18 진상 조사위는 제자리걸음

    국회 원 구성 난항·정당 무관심 재단 측 “조속히 위원 구성하라” 최초 발포명령자·암매장 등 풀지 못한 핵심 의문들 과제‘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진상규명법) 시행일(9월 14일)이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으나 위원회 구성 등 준비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5·18기념재단과 유족회 등은 3일 “최근 국회와 여야 정당에 위원 추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문에서 “국회가 추천하는 9명의 위원이 확정되지 않아 조사위 활동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여야 정당은 5·18 진상규명의 마지막 기회인 시대적 여망에 즉각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위원회는 국회의장 추천 1명과 여야 추천 4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가해자·참고인·제보자 등을 강제 소환할 수 있는 동행명령장 발부 등 준사법권을 갖는다. 50~100명의 조사관과 사무처 직원을 둔다. 그러나 현재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난항과 국회의장 공석 장기화, 각 정당의 무관심 등으로 위원 위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송선태 국방부 진상규명특별법시행 전담팀(TF) 자문위원은 “위원 인사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만 따져도 1개월이 넘는다”고 했다. 이 법안은 5·18 당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유린·폭력·학살·암매장 사건 등을 조사해 은폐된 진실을 규명하는 게 목적이다. 일부 극우단체가 주도하는 왜곡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광주시는 조사위 출범을 앞두고 각종 제보를 접수하고 총괄하는 5·18진상규명통합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준비에 나섰다.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5·18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반복되는 것은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탓이다. 1988년 국회 5·18청문회(광주특위)와 1995년 검찰수사,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 지난해 국방부의 헬기사격 관련 조사특위 등 4차례 이상 진행됐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 등 핵심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법은 당시 신군부 실권자였던 전두환씨 등 주요 책임자를 소추할 길을 열어 놨다. 전씨는 1997년 대법원의 ‘5·18 내란사건’ 판결로 내란수괴·뇌란목적살인죄 등으로 형사처벌됐다. 전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에 국한됐다. 이 때문에 5월 21~26일 사이 광주시민에 대한 집단 발포에 전씨가 개입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해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행불자의 암매장 논란도 숙제로 꼽힌다. 현재 공식 5·18 행불자 82명 가운데 6명만 확인됐다. 양민학살 진상 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1980년 5월 23일 11공수여단은 광주 동구 지원동 녹동마을 앞길에서 시민군이 탑승한 미니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박모(당시 18세)양 등 10여명이 사망했다. 부상당한 남자 2명은 인근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려가 즉결 총살됐다. 그러나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 밖에 광주 진압작전 시 특전사 위주로 운영된 군 지휘계통의 이원화, 무고한 시민에 대한 고문, 여성 성폭행, 북한군 개입설, 헬기사격 명령자, 시민군 무장 시점 조작 여부 등도 조사한다. 1985년 안기부 주도의 ‘80위원회’, 1988년 국방부의 ‘511연구위원회’ 등이 저지른 5·18에 대한 왜곡과 증거물 훼손·조작 관련자 등도 찾아 책임을 묻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줄어든 임금만큼 인력 채용 늘까…金고용 “탄력근로 실태조사 후 개선”

    줄어든 임금만큼 인력 채용 늘까…金고용 “탄력근로 실태조사 후 개선”

    “전반적 확대 땐 노동시간 단축 무의미 6개월 계도기간 위법 사안 강력 감독”‘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상징되는 과로 문화가 다음주부터 대변화를 맞는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이틀 앞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때도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제도를 잘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며 “전체 300인 이상 사업장 3627곳을 조사했더니 59%는 이미 주 52시간 이내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연장 근로(평일·휴일 12시간)을 포함해 일주일에 최대 52시간을 넘겨서 일할 수 없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와 달리 신규 채용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노동자의 임금 감소 문제가 산업 현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아울러 재계가 요구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현행 3개월)을 확대하는 것과 장시간 노동을 이끄는 임금 체계인 ‘포괄 임금제’에 대한 규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와 관련,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업종) 전반적으로 6개월로 늘리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당장은 기업들이 제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며 “하반기에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활용 현황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에는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를 포함해 유연 근로시간제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는 “사무직에 남용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며 “포괄임금이 필요한 직종이나 산업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장 6개월의 처벌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김 장관은 “6개월의 계도 기간은 위법을 눈감겠다는 게 아니다. 다음달부터 법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제보 접수를 비롯한 위반 사안이 인지되면 강력한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올 상반기 근로감독관 200명을 뽑았고, 하반기에도 600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병역 거부 ‘정당한 사유’ 인정…대법원 연내 무죄 확정 가능성

    병역 거부 ‘정당한 사유’ 인정…대법원 연내 무죄 확정 가능성

    대체복무 포함 병역법 개정되면 처벌 근거 달리 해석될 여지 생겨 ‘처벌 합헌’ 재심 청구 근거 막되 4명 “위헌”…사실상 무죄로 인정 하급심 유·무죄 판단 유보할 듯28일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함에 따라 현재 심리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재판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합헌이라고는 판단했지만,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병역법 5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처벌의 근거가 달리 해석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하급심들이 유·무죄 판단을 유보하고 대법원이 올해 안에 무죄 판례를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조항인 병역법 88조 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무죄로 선고된 판결을 제외하면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부족한 것으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한 병역법 5조가 헌법에 맞지 않다고 헌재가 내린 결론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병역을 기피한 정당한 사유로 해석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처벌 조항에 대해 합헌 의견을 낸 강일원·서기석 재판관도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처벌 조항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부와 법원의 후속 조처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규정이 위헌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어서 병역법 위반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거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근거는 없다. 다만 이날 헌재 결정이 전반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읽혀,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찬희 서울변호사협회장은 “처벌 조항을 위헌이라고 본 재판관 4명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하면 되므로 굳이 위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본 재판관 2명의 의견까지 포함하면 헌재는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면서 “헌재 결정의 의미를 검토해 대법원 및 각급 법원에서 조속히 무죄 선고를 내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재판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오는 8월 30일 입영을 거부하는 ‘정당한 사유’에 개인의 신념이나 종교적 사유가 포함되는지를 두고 공개 변론을 연다. 올 연말까지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지난 5월 31일까지 총 2756명이 입영 및 집총 거부자로 고발됐다. 이 가운데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2739명이고 나머지는 기타 신념에 의한 거부자였다. 고발된 사람들 중 1776명(64%)이 징역형을 받았고 966명(35%)의 재판이 계류 중이다. 최근에도 해마다 500명 안팎씩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위헌” 재판관 2명→4명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주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입영 기피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병역법 제88조 1항의 합헌을 유지했다. 재판관 9명 중 합헌 4명, 위헌 4명, 각하 1명이었다. 위헌 정족수인 6명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004년 결정과 2011년 결정에선 위헌 의견이 각각 두 명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병역법 제88조 1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은 소수 의견에서 사실상 주류 의견으로 저변을 넓힌 셈이다. 이날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88조 1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부 위헌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으로만 구분해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놓지 않은 같은 법 제5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을 88조 1항에 대한 위헌 의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네 명의 재판관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목적을 처벌 조항과 같은 정도로 달성할 수 있다”며 “처벌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해 볼 때 형사처벌이 예방 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기 때문에 처벌 조항이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도 크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형사처벌을 했을 때 뒤따르는 불이익은 매우 커서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중 안창호 재판관은 별도의 보충 의견을 언급하며 위헌 의견 재판관들과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공동체가 처벌 이외의 법적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길 열렸다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길 열렸다

    국내 첫 병역거부 17년만에 결론 대체복무제 내년 말까지 도입해야종교와 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준 것이다. 1949년 대한민국 국군이 징병제를 택한 이후 69년 만, 2001년 국내 첫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 선언이 있은 지 17년 만이다. 28일 헌재는 병역법 5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6대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헌재는 현행법상 병역 종류가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고 있고, 대체복무제는 규정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또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병역회피자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대체복무제 도입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한 이 조항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선 재판관 4(합헌)대4(위헌)대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병역법 88조 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사회적 논란을 피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준 것으로 분석된다. 88조 1항에 대한 합헌으로 병역의무 회피에 대한 처벌의 정당성은 유지하면서도, 5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국민들이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함께 지킬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전망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하급심에서 법리적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헌재가 처벌은 정당하지만 대체복무가 빠진 징병제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상황이라 대체입법이 마련되는 시한인 2019년까지는 판사 대부분이 판결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입법을 제시했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결에 주목한다. 대법원은 오는 8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다. 만약 대법원이 전향적인 판결을 한다면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단 유지…내용은 달랐다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단 유지…내용은 달랐다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위헌이라는 의견은 지난 재판에 비교해 늘었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앞서 헌재는 2004년 두 차례 결정, 2011년 결정 모두 두 명씩 위헌 의견을 냈다. 이번 재판에서는 이진성·김이수·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부 위헌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 재판관은 헌재가 병역법 제5조(이하 병역종류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위헌 근거로 삼았다. 병역법 5조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 다섯 가지로만 구분하고,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어 “대체복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병역 자원을 확보하고 병역 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목적을 처벌 조항과 같은 정도로 달성할 수 있다”며 현재 처벌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한정해 볼 때 형사처벌이 예방 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처벌 조항이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공익 달성에 기여하는 정도도 크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을 했을 때 뒤따르는 불이익이 커거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합헌 의견을 낸 안창호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충을 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별도의 보충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공동체가 처벌 이외의 법적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기본권 제한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검찰 개혁, 수사권 조정보다 국민에게서 답을 찾자/김가헌 변호사

    [In&Out] 검찰 개혁, 수사권 조정보다 국민에게서 답을 찾자/김가헌 변호사

    대통령의 선의만으로는 검찰 권력이 통제될 수 없음을 보았던 문재인 정부는 검찰 권력을 특별기구 또는 경찰에 분산시켜 검찰을 제도적 차원에서 개혁하고자 한다. 위로부터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아래로부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그것이다. 일주일 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됐다. 그러나 대통령이 행정권의 수반으로 검찰과 경찰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현행 통치구조에서 검찰과 경찰 간 형식적 권한 분점에 따른 견제와 균형만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고 국민의 인권이 더 보호될 수 있을까?과문한 탓으로 검찰 개혁의 유구한 역사적 논의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법률가 입장에서 수사 권한의 형식적 분리로 인해 뿔을 고치려다가 소를 죽이는 일이 생길까 걱정한다. ‘수사’란 그 자체로 완결적인 권력 작용이 아니다. 수사는 ‘기소’와 ‘공판’이라는 일련의 형사사법 절차의 첫 단추로, 단순히 범죄의 사실관계를 정서하는 차원을 넘어 차후 진행될 기소와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릴 ‘증거’를 창출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처음부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체 형사사법 절차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 결국 처벌받아야 하는 자는 처벌받지 않게 되고, 처벌받지 않아야 하는 자는 처벌받게 되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사법경찰이 수사를 통해 적정한 기소, 올바른 재판으로 이어지는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었는지는 의문이다. 당장 급한 것은 자치경찰제 도입이 아니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로 인한 문제는 멀리 있는 반면 수사 및 기소 작용의 차질은 목전직하에 있다. 사법경찰 내부에 수사 전문가, 법률 전문가를 충원해 수사 및 법률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 못지않게 피해자의 권리 보호도 중요하고, 형사사법 정의 실현 역시 국가의 존속과 발전에 필수적인 공익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추가로 합의문에서는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주면서 검찰에 ‘보완수사 요구권’을 부여했는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과 기존 수사지휘권의 실질적 차이를 모르겠다. 현재 수사실무에서 송치 전 수사지휘 사례는 거의 없다. 나아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의 구체적 입법 내용에 따라 중복수사 방지를 통한 인권 보호라는 취지마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는 중복수사를 죄악시하는 관점의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형사처벌’이라는 가장 큰 인권 침해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중복수사를 해서라도 신중하게 돌다리를 두드려 보는 것이 인권 보호 측면에서 오히려 더 바람직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단순히 수사 권한의 분리를 통해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게 하자는 형식적 권력 분립의 낡은 방식으로는 검찰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지난 전철을 돌이켜 볼 때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이미 있었다고 하여 과거 대통령의 악의를 검찰 또는 경찰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국민에게서 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은 국민 주권이 가장 적게 실현되고 있는 곳이 사법부라고 생각한다. 검찰 개혁의 논의가 시작된 차제에 국민이 형사사법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보자. ‘사인소추제’, ‘기소대배심제’, ‘지방검찰제’, ‘검사장 직선제’ 등 각국의 입법례를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때다.
  • 대체복무 언급했던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할까

    지난 14년간 1심 무죄 80건 인권 중시 분위기 반영 가능성 “병역 인식은 그대로” 분석도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세 번째 판단을 내린다.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 복무를 허용하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법조계에선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고, 일선 법원 하급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진 점 등을 봤을 때 7년 만에 헌재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8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처벌 근거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진행한다. 2015년 7월 공개변론 후 3년 만, 2011년 8월 합헌 결정 후 7년 만이다. 2002년 첫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시작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형사처벌에 대한 위헌 여부는 이미 두 차례 합헌 결론이 내려졌다. 2004년 8월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양심의 자유가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긴 하지만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을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대체복무제)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이를 공존시킬 방안이 있는지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2011년에도 헌재는 7(합헌)대2(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헌재가 이전과 다른 결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헌재 재판관들의 구성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진성 헌재소장과 김이수 재판관은 공개적으로 대체복무의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라면서 “다른 재판관들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형사처벌만 하는 것에 대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계속하고 있는 점도 한 이유다. 2004년 이후 법원 1심 판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대략 80여건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2016년 촛불시위 이후 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과 달리 헌재는 사회적 변화를 법이 잘 따라가고 있는지에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재가 여전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병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고,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나 헌재는 보수적인 판결을 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면서 “병역 대상자들의 반발을 고려했을 때 헌법불합치나 위헌 결정 가능성이 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립학교는 징계 권고받아도 무시… 허위사실 유포하면 고소한대요”

    ‘폭로’ 20개 학교 중 17개가 사립 학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2016년 12월 서울 S여중의 성희롱 공론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했던 김명희(16·가명)양은 2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징계 권고밖에 할 수 없었고, 학교 이사회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다”고 말했다. 사건이 공론화하자 학교 측은 교내 방송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고소하겠다”며 오히려 김양 등을 협박했다. 애초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2월 S여중 교장에게 중징계인 3개월 정직, 교감과 교사 1명에게 감봉, 교사 2명에게 견책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S여중 이사회는 교감에겐 견책, 교장과 교사 3명에겐 경고 처분을 하는 선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사립학교법상 징계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22일 서울신문 취재결과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언론 등을 통해 ‘스쿨 미투’ 폭로가 나온 20개 학교 중 17개는 사립 중·고교였다. 학교 이사회에서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릴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S여중처럼 교육청의 징계 권고를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졸업생들까지 나서며 학교와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교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광주 A고등학교 졸업생 신나리(32·가명)씨는 “15년 전에도 학교 선생님들이 유사하게 신체 접촉 등의 성희롱을 했었다”면서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낀 졸업생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A학교 이사회는 이달 초 교장을 직위해제하고 이사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모임의 홍진희 공동대표는 “사립학교법을 바꿔서 교육청에서 내린 지시나 권고안을 이사회가 무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사립학교가 학내 성폭력 문제를 은폐했을 때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학교 지원금에도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사설] ‘주 52시간’ 위반 처벌 유예, 부작용 바로잡는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다음달 1일 실시되는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장 52시간)과 관련해 처벌이 유예되는 계도 기간을 올 연말까지 6개월간 갖기로 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 연착륙을 위해 행정지도 감독은 처벌보다 계도 중심으로 하고 올해 말까지 계도 기간·처벌유예 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처벌 유예는 그제 한국경영자총협회 건의를 당·정·청이 수용한 것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불과 열흘 남짓 남기고 나온 대책이지만 제도를 위반한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유예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업계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대혼란에 빠져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지키지 않은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기 때문이다. 충분한 계도기간을 두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사용자들이 자칫 범법자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다음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기업 3700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인력을 충원한 기업은 150곳(4.05%),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600곳(16.21%)에 불과했다. 근로시간 단축 대상 기업 5곳 중 4곳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11일에 내놓은 고용부의 ‘가이드라인’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상황을 정부 지침으로 정리할 수 없으니 노사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한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까지 있는데 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일관했던 점을 감안할 때 연착륙 계도기간을 두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52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07시간)을 크게 웃돈다. 이런 차원에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는 시대적 흐름이다. 잘만 정착되면 노동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생산성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6개월간의 유예 기간 동안 사업장의 목소리를 담아 세부지침, 현실적인 지원책 등을 마련해 시장에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소·중견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건설업 등 업종별 특징을 반영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법 적용이 힘든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살피길 바란다. 기업들 역시 단순한 생산성 강화 등 노동자 쥐어짜기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기업 작을수록 타격… 유연 근로시간제 확대 등 연착륙 방안 필요”

    정부 지원책 근본 해결 안 돼 일부 직종 자발적 초과근로 형사처벌 대상 제외 검토를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6개월간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할 정도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오래 일하는 현재의 일터 문화를 바꾸는 제도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0년 1월부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까지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정책 시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 규모가 작은 곳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일부 직종이나 규모에 한해서는 자발적인 초과근로를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예외를 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업종, 직종 특성상 일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긴 사업장,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사업장 등 주 52시간 근무의 영향을 받는 곳을 가려내는 게 우선”이라며 “모든 기업들이 제도 시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인력 사용 허가나 유연 근로시간제 확대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업종은 많지만 별다른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대안으로 빈번하게 언급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정보통신(IT)과 같은 신산업에서도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완충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은 주 52시간제가 안착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유연 근로시간제나 퇴근 뒤 업무지시 금지법과 같은 방안은 노사정이 모여 논의해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위해 신규 채용 인건비와 재직자 임금 감소분을 지원한다. 법정 시행일보다 6개월 이상 먼저 노동시간을 줄인 300인 미만 사업장이 신규 채용을 하면 월 80만~100만원을 최대 3년간 지원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산 제품의 부가가치가 높아져 수익구조가 개선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한시적인 인건비 지원만으로는 채용 확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