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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전략물자, 北 반출 없어… 156건 적발 대부분이 경미한 위반

    한국 전략물자, 北 반출 없어… 156건 적발 대부분이 경미한 위반

    일본 언론이 자국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국 측이 전략물자를 부정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10일 후지TV에 이어 11일 같은 계열사인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도 “생화학무기를 포함해 대량파괴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물자가 한국으로부터 시리아, 이란 등 북한의 우호국에 부정 수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략물자 관리에 대한 업계 조사 결과 일본산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제재 대상국에 유출된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재차 반박에 나섰다. 일본 측이 주로 제기하는 의문 등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따져봤다.①일본산 불화수소 韓 거쳐 北 넘어갔나 美·中 수출 다수… 北 우호국 반출은 미미 그렇지 않다. 산업부가 일본 언론의 보도를 두고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자료가 전략물자의 북한 반출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오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자료는 도리어 우리나라의 전략물자 관리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북으로의 무허가 수출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는 “적발 사례에는 무허가 수출이 실제 이뤄진 것, 미수에 그친 것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 어떤 경우에도 행선지가 ‘북한’으로 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이 실제 위반 사례에 나오는 수입 국가를 확인한 결과 미국과 중국 등 우리의 주요 경제 협력국가들이 주로 등장한다. 일본도 포함돼 있다. ‘북한 우호국가’로 분류할 수 있는 이란과 파키스탄의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 ‘경고’, ‘교육 명령’ 처분에 그칠 정도로 경미한 사안이었다. ②한국 무허가 수출 적발 건수 왜 많나 제도강화 탓… 日은 적발사례 선별 발표 지난 4년간 한국의 전략물자 적발 건수가 156건으로 수치 자체가 높은 건 사실이다. 미국 상무국 산업안보국 자료를 보면 2015~2017년 무허가 수출로 형사처벌을 받은 건수는 94건, 행정처벌 건수는 134건이다. 그러나 각국 제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우리나라의 불법수출 적발 건수가 비교적 많은 건 제도 강화와 연관이 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산업부는 2016년 이후 경찰을 포함해 3000명을 대상으로 전략물자 교육을 실시했고 2017년부터 관세청에도 전문인력을 파견해 현장 검사를 실시 중이다. 전략물자가 무분별하게 유출될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산술적으로 총적발건수를 알 수가 없다. 일부 적발 사례만 선별 발표할 뿐 총적발건수는 공개하지 않는 탓이다.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가 더 문제일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③전략물자 수출, 무기 개발 활용? 교육명령·경고 99건… 독가스 개발 NO 아니다. 전략물자 적발건수 156건에 대한 한국 당국의 조치 현황은 수출제한 조치 48건, 교육명령 78건, 단순경고 21건 등이다. 현행 전략물자 수출 위반자에 대한 행정처분 규정은 법 위반 행위에 고의성이 있거나 수출가액이 10만 달러 이상일 때, 과거에도 행정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을 때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3분의2 이상이 경미한 수준의 위반이라는 뜻이다. 일본 측의 주장처럼 사린가스 등 독가스나 각종 무기 개발에 활용될 정도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수출가액의 총액이 100만 달러 이상일 때 수출 제한 조치가 이뤄지지만 이런 사례는 156건 중 5건에 그친다. 대부분 수만 달러 규모의 경미한 수준이다.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소녀상 침 뱉은 청년 중 1명 “사과 안 한다…벌금 내겠다”

    소녀상 침 뱉은 청년 중 1명 “사과 안 한다…벌금 내겠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 ‘4명 모두 사과하면 선처’ 입장 그대로” 경기 안산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고 조롱한 한국인 청년 4명 중 일부 청년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사과하기를 끝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보호시설인 나눔의 집 관계자는 11일 CBS 노컷뉴스에 “소녀상을 모욕했던 한 청년이 전화를 걸어와 혼자라도 사과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에 4명이 와서 사과를 하라고 했는데 다음날 다시 전화가 와서 1명이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면서 “그 청년은 벌금을 내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은 지금도 청년들이 사과한다면 선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런데도 청년들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은 청년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따라 고소장 제출을 미뤄왔다가 한 청년이 끝까지 사과를 거부하자 지난 10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나눔의 집은 앞으로도 이들이 사과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 할머니 6명의 대리해 모욕 혐의로 입건된 A(31)씨와 B(25)씨 등 남성 4명을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 등은 지난 6일 밤 12시 8분쯤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향해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하는 행위를 했다. 또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이기도 했다. 시비를 벌이면서 이들 중 1명이 일본어로 언쟁을 벌이면서 처음엔 한일 갈등 상황에서 일본인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중에 이들은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산 지역 등에 거주하는 20~30대인 이들은 1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대부분 무직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가 취하되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돼 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사과를 거부하면 4명 모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다음주 이들을 다시 소환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신세경·윤보미 숙소에 몰카 설치한 스태프 집행유예

    신세경·윤보미 숙소에 몰카 설치한 스태프 집행유예

    해외 촬영지 숙소에 몰래 카메라 설치재판부 “촬영팀 지위 이용해 범행…책임 무거워”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의 해외 촬영지에서 여자 연예인 숙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비업체 직원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권영혜 판사는 10일 방실침입,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모(30)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법원은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생활이 가장 존중돼야 할 숙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범행 수단과 방법이 좋지 않다”면서 “특히 피해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해외 촬영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방송 촬영팀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에 이른 만큼 책임이 무겁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수사단계부터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카메라 등이 압수돼 촬영물이 외부로 유포되는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앞으로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취업이 제한되며,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관할 기관에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15년간 보관된다. 앞서 방송 외주장비업체 카메라 장비 담당 직원이던 김씨는 지난해 9월 케이블 방송사 올리브TV의 프로그램 ‘국경 없는 포차’ 해외 촬영 당시 배우 신세경과 가수 에이핑크 윤보미 숙소에 들어가 휴대용 보조배터리로 위장한 촬영 장비를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남겨졌다. 당시 이상한 낌새를 느낀 신세경이 카메라를 직접 발견했으며 방송사 측이 김씨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두 살 아들 앞에서 ‘퍽퍽’… 베트남 엄마에게 집은 지옥이었다

    두 살 아들 앞에서 ‘퍽퍽’… 베트남 엄마에게 집은 지옥이었다

    주먹과 소주병 등으로 때려 갈비뼈 골절 몰래 찍은 폭행 영상 공개돼 사회적 공분 이주 여성 42% “가정폭력 경험” 응답 “심한 욕설 들어” 81%·성행위 강요 28% 남편이 보증 철회 땐 미등록 체류 신세 한국어도 서툴러… 피해 신고 어려워베트남에서 온 이주 여성이 어린 아들 옆에서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현장 상담가들은 “잔혹한 폭행 장면이 충격을 줬지만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은 흔히 벌어진다”고 전했다. 실제 결혼 이주 여성 10명 중 4명꼴로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7일 김모(36)씨에 대해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날 경찰은 지난 4일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A(30)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폭행한 혐의로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폭행 현장에는 두 살배기 아들도 있었다. 공개된 영상은 잦은 폭행을 견디다 못한 A씨가 몰래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이주 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결혼 이주 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절반에 가까운 387명(42.1%)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자 중 81.1%는 심한 욕설 등 언어적 학대를 당했다. 한국식 생활방식을 강요당한 비율은 41.3%, 성행위를 강요당한 비율은 27.9%에 달했다. 국내 결혼 이민자 15만 5457명 중 여성은 13만 227명(83.8%·2017년 기준)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남편만 보고 한국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거나 폭행당해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2015년 여성가족부의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중 언어 문제(34%)와 외로움(33.6%)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베트남 출신 한 이주 여성은 “한국인 남편이 ‘가난한 나라에서 돈만 보고 한국에 왔으면서 시키는 대로 안 한다’고 화를 내고 머리채를 잡았다”며 “처음에는 한국어를 거의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어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남편이 마음먹으면 결혼 이주 여성을 한국에서 몰아낼 수 있는 제도 탓에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보통 결혼 이주 여성은 결혼비자로 입국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국적 취득 때까지 국내에 체류하려면 혼인 관계 등에 대한 한국인 남편의 신원 보증이 필요한데, 남편이 신원 보증을 철회하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남편에게 폭행당했는데 당장 다음주에 신원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면 신고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남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범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여가부, 법무부 등은 지난해 11월 경찰이 가정폭력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접근금지명령을 어기면 최대 징역형까지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내용이 담긴 ‘가정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입법 과정이 남아 있어 현실화는 더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주 52시간 돌려막기는 성공할 것인가/안동환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주 52시간 돌려막기는 성공할 것인가/안동환 체육부장

    “종목별 오전 예선이 끝나면 한국인 심판과 운영 요원들에게 집으로 가라고 할 참입니다. 핵심 운영 인력도 저녁 6시 이후 경기장을 떠나 전화 업무를 하는 방법을 검토 중입니다.” 스포츠 기자들이 편의상 ‘광수대’로 줄여 부르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운영 주체인 조직위원회가 고심하는 ‘주 52시간 근로제’ 우회법이다. 개막일(12일)이 코앞이지만 주 52시간제는 조직위에 ‘미지의 영역’인 듯 보인다. 지난해 7월 1일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핵심 변화인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국제대회이지만 대처에 실기했다.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의 43%가 걸린 이번 대회는 4일 등록 마감 결과 194개국 선수 2639명과 각국 임원·외신 기자단을 포함해 7500여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앞뒤 정황을 따져 보면 조직위의 불찰이 크다. 지난 5월 30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감독관과 소속 노무사는 조직위를 방문해 주 52시간 위반시 조직위원장(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해당 감독관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대회 기간 중 민간 근무자들의 노동시간이 초과될 우려가 커 사전 지도를 위해 방문했지만 조직위가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직위 실무자들이 당일 다급히 조영택 사무총장에게 보고한 정황을 보면 오랜 기간 대회를 준비해 온 광주시와 조직위가 대회 운영과 직결된 중대한 변화를 간과한 게 분명해 보인다. 주 52시간 대상자는 조직위가 직접 채용한 민간 종사자들이다. 민간 고위직인 대변인을 포함한 대회 운영인력(심판 포함), 미디어 방송 요원, 통번역 전문가, 선수촌 관리요원 등의 전문 인력과 한시적으로 고용된 단기 인력까지 대상자가 300명이 넘는다. 선수권은 76개 세부 종목으로 나뉘어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 남부대종합운동장, 염주종합체육관, 조선대축구장, 여수엑스포해양공원 등 5개 경기장에서 매일(주말 포함) 오전 8시 30분(수구 예선)부터 밤 10시 30분(경영 결선)까지 시간대별로 예·결선이 숨 가쁘게 치러진다. 수구 심판의 경우 나흘이면 52시간을 넘고, 대부분 운영인력도 최대치가 닷새다. 돌발 상황에 따른 경기 일정의 순연 가능성을 배제한 계산법이다. 물론 운영 인력을 더 많이 뽑아 근무 시간을 쪼개면 된다. 하지만 조직위 관계자는 “지난 4월 대회 예산이 확정된 이후 사업비가 추가 증액된 시점이 지난달 초여서 주 52시간 변수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예산 편성이 끝나 추가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조직위가 떠올린 해법은 심판 등 경기 운영요원들을 ‘집으로’ 퇴근시켰다가 다시 출근시키고, 인력 부족 시 공무원들이 땜방하는 식의 돌려막기다. 이 해법조차 ‘대기 시간’ 논란이나 통계에 안 잡히는 연장근로의 발생 소지가 있다. 전 세계 20억명에게 7000시간 넘게 중계될 광주 대회의 성공을 기원하지만 실정법을 피해 갈 예외 규정은 마땅치 않다. 현 근로기준법의 ‘특별연장근로 예외’는 지진·산불 등 재해재난 관련 업종만 허용된다. 다양한 직군의 업무와 노동이 집중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소비되는 국제 스포츠대회 같은 업종(業種)은 기존 잣대로 노동시간을 따지기 어렵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이유다. 최근 프로 스포츠 구단과 근로시간 컨설팅을 진행 중인 한 노무법인 대표는 “주 52시간 시행 후 노무사들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노동 현실과 호환되지 못하는 경직된 제도의 허점을 따져 봐야 할 때다. ipsofacto@seoul.co.kr
  • ‘숙명여고 문제유출’ 끝까지 부인한 쌍둥이 딸 불구속 기소

    ‘숙명여고 문제유출’ 끝까지 부인한 쌍둥이 딸 불구속 기소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와 공모해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쌍둥이 딸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두 딸은 문제유출과 관련해 “실력으로 1등한 것이며 모함”이라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김유철 부장검사)는 4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2)씨의 딸 A양과 B양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쌍둥이 딸은 문과와 이과에서 나란히 전교 1등을 차지했으며 오답마저도 똑같아 의혹을 키웠다. 쌍둥이 딸 중 한 명은 2017년 1학기 59등에서 그해 2학기 전교 2등, 지난해 1학기에는 1등을 차지했다. 또다른 한 명은 같은 기간 121등에서 5등, 1등으로 성적이 수직 상승했다. 결정적으로 학교 측 실수로 오답이 정답으로 나간 주관식 문제에도 쌍둥이 딸들만 유일하게 오답까지 맞추면서 혐의에 무게를 실었다.지난해 11월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현씨를 구속기소하는 점 등을 감안해 딸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소년부로 송치했다. 소년부에서는 형사처벌 대신 감호 위탁과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한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 소년3단독 윤미림 판사는 지난달 A·B양 소년보호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냈다. 소년법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이 발견된 경우, 그 동기와 죄질이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검찰로 송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A·B양은 아버지 현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실력으로 1등을 한 것인데 시기 어린 모함을 받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현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딸들과 공모해 범행을 했다는 사정도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쌍둥이 딸의 성적 가운데 국어와 수학이 가지는 과목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학문 특성상 급격한 실력 향상이 이뤄지려면 기본적인 실력이 중요한데 중학교 때부터 오르기 직전까지의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년 전 59점이었던 국어 성적이 1년 만에 100점을 맞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유치원 3법’ 교육위 논의 못 하고 패스트트랙 타고 법사위 자동 회부

    ‘유치원 3법’ 교육위 논의 못 하고 패스트트랙 타고 법사위 자동 회부

    역대 두번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된 법안인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25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24일 교육위에 따르면 교육위는 유치원 3법의 계류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법안 처리에 대한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법안은 법사위로 자동 회부된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 법사위에서 최장 90일간 논의한 뒤 60일 후 본회의에서 자동으로 상정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다. 교육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당·바른미래당 간사 조승래·임재훈 의원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찬열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유치원 3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교육위원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다”면서 “여러 차례 법안 소위를 열었지만 180일 이내에 처리하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러우며 국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재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치원 3법은 민주당과 한국당 안을 절충한 중재안으로, 협치를 위한 법안”이라면서 “유치원 3법이 하루빨리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를 지적했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교비 회계 일원화 여부와 형사처벌 규정 등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평행선을 달렸다.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12월 27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중재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이후 국회 파행이 거듭됐고, 교육위는 단 한 차례도 유치원 3법을 심사하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뉴스 분석] 원론만 되풀이하는 노사…ILO 핵심협약, 비준할 수 있을까

    [뉴스 분석] 원론만 되풀이하는 노사…ILO 핵심협약, 비준할 수 있을까

    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 공회전토론회서 노사는 원론만 되풀이사회적 합의, 국회 통과도 난망“협약에 과열된 기대와 우려 버려야”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원론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협약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평가가 너무 커서 서로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ILO 협약 비준만으로 노동계의 기대나 경영계의 우려 만큼 노사관계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동자를 위한 안전장치…국제사회 압박도 거세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중 3개를 비준하고자 법·제도 개선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는 총 3가지 대안을 가지고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 합의안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노사가 제시한 요구안 ▲국회에서 발의한 노동관계법 개정안 등이다. 전문가 등 각계각층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과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주요 내용으로는 ▲실업자·해고자 노동조합 가입 ▲공무원 노조 가입 직급제한 폐지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정비 등이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보고 있다. 한국이 협약을 서둘러 비준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의 압박도 최근 상당히 거세졌다. ●노사 온도 차만 드러낸 토론회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노사의 시선에는 온도 차가 크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입법적 쟁점 토론회’에서는 지금껏 반복됐던 노사의 입장 차이만 명확하게 드러났다. 일단 경영계는 ILO 협약을 비준하려는 마음이 크지 않다. 노사관계가 노동자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단결권을 지금보다 더 보장하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협약 비준에 직접 나선 것도 불만이 많다. 대통령이 약속한 ‘국정과제’라는 것 이상의 당위가 없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은 “정부가 협약을 바라보는 시선을 짧게 요약하면 ‘국정과제라서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노동계도 엄밀하게는 조직력이나 영향력 등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ILO 핵심협약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정부에게도 ‘의지가 없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노동계는 ILO 협약 비준을 한국이 지금껏 미뤄뒀던, 일종의 ‘숙제’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호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법 시행령 개정이나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 취소 등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면서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서 토론회만 열고 있으니 정부가 의지가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대타협 난망, 국회 통과는 가시밭길 앞서 경사노위는 지난해 7월부터 사회적 대화를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경영계가 끝내 반대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비준에 앞서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단협 유효기간 4년으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다른 요구 사항은 논의로 하더라도 파업 시 사업장 내 대체근로 금지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자의 ‘마지막 협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노사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상황에서 극적인 합의가 나오기는 난망하다. 어찌 됐든 정부가 오는 9월까지 개정안과 비준 동의안을 만들기로 했지만 경영계와 야당의 반대가 심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문턱을 넘으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다. 하지만 ILO 협약을 둘러싼 논의가 너무 난해해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쟁의대상’, ‘필수유지업무제도’ 등 추가적인 설명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로 가득하다. 일반 국민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ILO 협약을 비준하면 손흥민도 군대에 가야 한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전달되면서 공감대는커녕 근거 없는 반감만 쌓이고 있다. ●“ILO 협약에 대한 과열된 기대와 우려 버려야” 노사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ILO 핵심협약이 가져올 효과가 너무 과대평가 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한마디로 노동계는 너무 큰 기대를, 경영계는 너무 큰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가 크기에 노동계는 지금까지의 숙원 과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경영계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지레 겁을 먹어 서로 양보가 어렵다는 얘기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존중국으로서의 선언이지 한국적인 특수성과 노사관계의 지형을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국의 노사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ILO 협약이 아니라) 다른 정부에서도 그랬듯 다른 위원회를 만들어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보기에 ILO 협약 비준은 굉장히 난망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ILO 핵심협약을 비준으로 노사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질 거라고 전제하고 있는 게 합의를 못 하고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라면서 “외국에서도 협약 비준으로 노조 조직률이 급격히 오르거나 적대적인 노사관계로 변하는 등 노동계가 기대하는 것이나 경영계가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ILO 핵심협약은 최소한의 인권”이라면서 “노사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역사적인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혐한 시위 ‘헤이트 스피치’ 日 가와사키시 벌금 추진

    일본 수도권 대도시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가 혐한 시위 등에서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특정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하는 사람에게 1만엔(약 11만원) 이상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0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후쿠다 노리히코 가와사키시장은 전날 시의회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내용의 차별금지 조례안을 올 연말 시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조례안에는 ‘1만엔 이상의 벌금’이라는 벌칙 규정을 넣을 계획이다. 시의회는 조례안에 대해 우호적인 의원들이 많아 무난히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법률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벌칙 부과가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도, 오사카시, 고베시 등이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조례를 두고 있지만 벌칙 규정은 없다. 가와사키시는 지난해 3월 공공시설에서의 헤이트 스피치를 사전에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시위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국가 차원에서도 2016년 헤이트 스피치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헤이트스피치대책법(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 시행됐지만, 위반에 따른 벌칙이 없어 헤이트 스피치 억제 효과에 한계가 많은 상황이다.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는 도쿄신문에 “가와사키시가 추진하는 조례안이 획기적이기는 하지만, 헤이트스피치대책법에 벌칙 규정을 넣는 등 국가적 차원의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독재정권 행태 답습”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독재정권 행태 답습”

    “노동존중 촛불 정부에 배신감민주노총에 전면전 선포라고 생각”“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없어영장 철회되거나 법원에서 기각돼야”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범진보 진영이 “노동존중사회를 약속한 촛불 정부가 독재정권들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영장이 21일 법원에서 발부되면 노정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범진보 시민사회단체는 20일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김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각계 의견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3·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변경하는 개악안과 주68시간에서 52시간으로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무력화하는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연장 시도가 있었다”면서 “민주노총의 투쟁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의 소중한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저항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백 번 양보해 불구속 상태로도 충분히 사건의 책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까지 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법 집행”이라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노동존중사회 공약의 파기이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손과 발을 묶으려는 의도”라고 규정했다.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는 “나름대로 기대한 촛불 정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배신감조차 드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협회 부회장은 “반드시 영장이 철회되거나 적어도 법원에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투쟁에 나섰는지를 생각해보면, 영장을 청구하고 중한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영장청구 이유인 도주나 증거인멸을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사회적 대화에 끼칠 악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당사자인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하나 된 마음을 모아서 투쟁을 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한다고 한다면 과거의 공안논리로 민주노총을 옥좨서는 불가능하다”며 “민주노총은 여기에 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국회 앞 집회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계획하고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남부지법에서 김선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여호와의 증인’ 병역 거부, ‘서든어택’ 접속 기록만으로는 ‘무죄’

    ‘여호와의 증인’ 병역 거부, ‘서든어택’ 접속 기록만으로는 ‘무죄’

    2회 접속해 40분 이용 기록 확인당사자 “친구가 접속한 것” 주장법원 “본인이 했더라도 횟수·시간 적다…신념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 못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과거에 인명을 살상하는 내용이 담긴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에 접속한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적 신념이 진실하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홍창우)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모(22)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2017년 12월 26일까지 신병교육대로 입대하라는 현역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을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체계와 전체 법 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면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 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에서 특히 쟁점이 됐던 것은 박씨의 폭력성 게임 접속 사실이었다. 박씨는 과거 본인 명의의 계정으로 ‘서든어택’ 등 총기를 들고 상대방과 싸우는 1인칭 슈팅(FPS) 게임에 2회 접속해 총 40분가량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해 12월 병역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내세우는 병역 거부 사유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판단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 지침에는 FPS 게임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병역거부자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만큼, 해당 게임을 자주 한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간접적으로 병역거부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게정을 공유하던 친구가 해당 게임을 이용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설령 직접 게임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접속 횟수나 시간에 비춰 보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박씨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한 다른 여호와의 증인 신도 김모(22)씨와 최모(26)씨도 같은 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씨 등이 청소년기부터 성실하게 종교 활동을 해온 점,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나 범죄 전력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생활 태도를 보인 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의 양심이 진실하다고 판단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 가지냐”…서울시 공무원 성희롱 실태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 가지냐”…서울시 공무원 성희롱 실태

    서울시 여성공무원들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공개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실 ‘2018 인권침해 결정례집’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 18건, 인격권 침해가 6건 등 지난해 총 32건의 시정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직장 내 괴롭힘, 종교의 자유침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도 있었다. 여직원들은 기관들이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를 인접한 곳이나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게 해 2차 피해를 겪기도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직원은 직무연수 장소에서 여성 공무원에게 회식 때 “안아 봐도 되냐”고 했고 노래방에서 해당 여직원의 볼에 뽀뽀하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주물렀다. 그는 다른 여성 공무원에게는 “여자 주임 보니까 여교사 강간 사건이 생각난다”라고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시 산하 모 센터 간부들은 여직원들에게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를 가지냐”, “남자친구가 삼각팬티 입냐 사각 팬티 입냐”라고 입에 담을 수 없는 희롱을 했다. 뿐만 아니라 사무소의 한 주무관은 출장에 동행한 여직원을 남근 모양의 장식품이 즐비한 카페에 데려가 “애인이 있냐, 부부관계는 어떠냐”라고 묻고 이 여직원에게 속옷을 사 주기도 했다. 또 다른 상사는 이 직원에게 “나랑 자볼래”, “담당 주임이 발바닥을 핥아달라고 하면 핥아 줄 거냐”라고 발언을 했다. 서울시는 2013년 서울시정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구제하는 시민인권보호관 제도를 전국 최초로 설치·운영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시민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인권 옴부즈퍼슨으로 서울시 관할기관이나 시설 등에서 업무와 관련된 인권침해를 조사한다. 인권침해에 대한 권고, 제도개선 등 시정방안을 시장에게 권고한다. 서울시는 현재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가해자 의무교육·인사조치 ▶공무직 직원 인권교육 ▶동일한 업무공간에 배치하지 않도록 지도·감독 ▶피해자 유급휴가 및 심리치료 제공 ▶피해자 2차 피해 예방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외환거래 신고 대상 하반기부터 자동 통지

    하반기부터 외국환거래 때 신고 대상인지 몰라서 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은 외국환거래법상 신고·보고 의무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금감원은 12개 국내은행과 함께 ‘위규 외국환거래 방지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18일 밝혔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규제 업무를 자동화하는 ‘레그테크’(규제+기술)를 도입한다. 개인과 기업 등은 해외 직접투자나 부동산 취득 등 외국환거래 때 사전에 한국은행 또는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거래 후에도 단계별로 보고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 현지법인에 단 1달러라도 투자할 경우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내거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규가 복잡해 소비자가 잘 모르고 위반하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외국환거래 법규위반 관련 행정제재 부과 건수는 2016년 567건, 2017년 1097건, 지난해 1279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앞으로는 고객 상담 단계부터 외국환거래 신고 대상 여부를 자동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상당수 은행들이 신고 대상 확인 과정을 영업점 직원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고 있지만 거래액과 거래사유 등을 통해 판별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계획이다. 과거 위반 이력을 확인해 가중 처벌받을 수 있는 불이익도 미리 막는다. 고객이 사후 보고를 놓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산시스템도 만든다. 보고기일이 되기 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우편 등 다양한 수단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금품 수수·성범죄 공무원 명예퇴직 시 특별승진 못한다

    금품 수수·성범죄 공무원 명예퇴직 시 특별승진 못한다

    명퇴 공무원 공적 인정 경우만 승진 가능 세종시 치안 업무 수행 세종경찰청 신설 자동차 개소세 인하 조치 연말까지 연장 장애인연금은 ‘장애 정도’ 기준으로 지급앞으로 금품을 받거나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특별승진을 할 수 없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지방경찰청이 신설되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조치가 6개월 연장된다. 다음달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장애인연금 수급 기준도 새롭게 바뀐다. 정부는 1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법률안 2건과 대통령령안 48건, 일반안건 1건 등 총 51건을 심의·의결했다. 지금까지는 명예퇴직 공무원의 특별승진 심사에 별다른 규정이 없었다.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아도 특별승진 심사를 통과하곤 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명예퇴직하는 공무원은 특별한 공적이 인정된 경우에만 승진할 수 있다. 중징계를 받거나 주요 비위로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사혁신처가 규정한 주요 비위는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성범죄, 음주운전 등이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이달 25일 세종경찰청을 신설한다. 기존 충남경찰청이 맡았던 세종특별시 치안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세종에 정부기관 42곳이 입주하는 등 행정기능이 고도화돼 치안 강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세종경찰청은 자치경찰제 조직의 모델 역할도 맡는다. 세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 시범 실시 지역임에도 그간 경찰 관할권이 충남지방경찰청에 있어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에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한시적 인하 조치가 올해 연말까지 한 차례 더 연장된다. 개소세는 보석이나 귀금속, 자동차 가격에 포함된 간접세다. 자동차 개소세율은 5%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한시적으로 3.5%로 낮췄다. 이번 조치로 자동차 개소세율은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인하 조치가 1년 6개월간 이어지게 된다. 출고가가 2000만원인 자동차를 구입한다면 세율 인하 전에는 납부세액(교육세·부가가치세 등 포함)이 143만원이지만 3.5% 세율을 적용하면 세액이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출고가 2500만원, 3000만원 기준으로는 납부세액이 각각 54만원, 65만원 감면된다. 다음달부터 장애인연금은 ‘장애등급’ 대신 ‘장애정도’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등급제가 7월 1일부터 폐지되고 대신 ‘심한 장애인’(종전 1∼3급)과 ‘심하지 아니한 장애인’(종전 4∼6급)으로 구분하는 장애인 등록제가 시행되는 데 따른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새 장애정도 판정기준을 고시하면서 장애유형별 의학적 판정기준에 부합하거나 장애정도를 2개 이상 받은 사람으로서 그 장애정도 중 하나가 심한 경우를 중증장애인으로 규정했다. 이는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기존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앞으로도 동일한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 잠정 해제 논란

    9월 17일까지 90일간 평가기간 적용 “美 장병 한국 문화 체험 돕는 차원” 강력범죄 솜방망이 처벌 전례 우려 주한미군이 17일 민간인 대상 범죄 예방 차원에서 실시하던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3개월간 잠정 해제하기로 하면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9월 17일까지 90일간 장병에 대한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면서 “잠정 조치는 주한미군의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평가하는 기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당시 주한미군은 민간인 대상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그해 12월부터 새벽 1∼5시까지 부대 밖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영내에 머무는 미군은 물론 영외에 거주하는 미군까지 공식적인 업무를 제외하면 모든 인원에게 해당 규정이 적용됐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전 세계에 수많은 미군이 배치돼 있지만 한국에 있는 미군만 통행금지 조치가 있었다”며 “주한미군 장병이 한국의 문화를 많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현재 상권이 침체돼 있는 서울 이태원이나 캠프 험프리스가 위치한 경기 평택 등 지역 상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주한미군의 민간인 대상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의의사록 제22조에는 “대한민국 당국이 재판권을 행사함이 특히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판권을 행사할 제1차적 권리를 포기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주한미군의 살인·강도·폭행 등 강력범죄 불기소율은 81.3%로 강력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 10명 중 8명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란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총장은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해제하기 전에 주한미군에 대한 범죄 예방 대책과 피해자가 피해로부터 쉽게 보상받을 수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주한미군은 통행금지 중단에 따른 민간인 대상 범죄 우려에 대해 “장병은 항상 행동 기준과 한국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장기자랑·음주 강요·개인 업무 전가… 새달부턴 이런 행동도 징계받습니다

    장기자랑·음주 강요·개인 업무 전가… 새달부턴 이런 행동도 징계받습니다

    인격모독·괴롭힘·강요·소문 유포도 해당 상사가 폭행 후 “신고할거면 더 때릴걸” 10인 이상 사업장, 징계 절차 단협 필요 “익명 어렵고 사용자에게만 신고” 한계“회식자리가 있었는데 출장 중이라 동료와 1시간 정도 늦게 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담당임원이 저희 둘에게 ‘후래자삼배’라며 맥줏잔에 소주를 가득 담아 마시라고 강요하더군요. 분위기상 억지로 마셨습니다.” 지난달 한 직장인이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자신이 겪은 일을 제보했다. ‘후래자삼배’(後來者三盃)는 회식에 늦게 온 사람에게 3잔을 연거푸 마시도록 강요하는 행위다. 술자리 악습 정도로 치부했던 음주 강요 행위도 다음달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사상 징계를 당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1∼5월 단체에 제보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50건을 선정해 32개 유형으로 나눠 17일 공개했다. 주요 유형으로는 ▲인격모독(폭행, 폭언, 모욕, 협박, 비하, 무시 등) ▲괴롭힘(따돌림, 소문 유포, 배제 등) ▲강요(사적 지시, 장기자랑·음주·후원 강요 등) ▲노동법 무시(권고사직 처리 거부 등)가 있었다. 접수된 제보를 보면 폭행 등 범죄로 볼만한 사례가 많았다. 개인병원에서 일했던 한 직장인은 근무 중 갑자기 달려온 상사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가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속시원ㅎㅎ’로 바꾸고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았으면 몇 대 더 때릴 걸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결국 퇴사했다. 바뀐 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강요 행위도 여럿 제보됐다. 한 여성 노동자는 지난해 12월 송년회 때 ‘장기자랑’을 강요받았다. 그는 “몇 백명 앞에 서는 것이 무서워 ‘싫다’고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6급 따위가 어디서 눈 동그랗게 뜨고 요구를 해?”라거나 “너희에게 뭘 바라느냐. 고졸이랑 다를 게 없다”는 등 직급과 외모, 연령, 학력, 성별, 비정규직 등을 이유로 인격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상사도 있었다. 이 밖에 사생활 관련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차별적으로 경위서나 반성문을 쓰게 하는 상사, 설거지와 세탁소에서 옷 찾기 등 개인적 용무나 본인 업무를 전가하는 상사도 있었다. 10인 이상 사업장들은 다음달 17일부터 괴롭힘 신고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신고 접수 시 상담·조사 등을 거쳐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면 가해자를 징계해야 한다. 직장갑질119는 “처벌 조항이 없어 법이 시행되더라도 가해자를 곧바로 형사처벌하는 게 아니라 노사 단협을 통해 징계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마저도 배제돼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시행에 맞춰 괴롭힘 금지 업무를 전담할 감독관을 지정하고 내년부터는 지역별로 상담센터 조성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돌봄 대신 풀 뽑고 감자 캐고… 그곳은 이사장 일가의 왕국이었다

    돌봄 대신 풀 뽑고 감자 캐고… 그곳은 이사장 일가의 왕국이었다

    각종 농사일 원예 치료프로그램으로 둔갑 직원들 밭일·청소에 환자·장애인들 방치 돌봄보다 사적 업무 못하면 더 질책 받아 이사장 물러나도 아내·자식들 계속 운영 부당한 대우 알고도 절대 영향력에 침묵 송년회 등 시설 행사땐 ‘기쁨조’ 역할도‘이사장 일가의 소(小)왕국.’ 사회복지사들은 일부 사회복지시설을 이렇게 부른다. 민간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매년 비리가 발생한다. 노인, 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돌볼 목적으로 운영되는 전국 사회복지법인 2만여곳에는 한 해 약 3조 1700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다. 하지만 공적 감시망이 허술한 틈을 타 일부 원장과 이사장이 시설과 직원들을 개인 소유물처럼 다루고 있다. 1996년 3월 문을 연 경기 안성의 A장애인복지시설도 이사장 일가의 왕국이다. A시설은 현재 중증 장애인 126명이 살고 있다. 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등 직원 70여명이 일한다. 원장 이모씨가 명목상 책임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인 이사장인 이씨의 어머니가 시설을 총괄한다. 13일 노동시민단체인 ‘사회복지 119’에 접수된 제보와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곳의 직원들은 장애인을 돌보는 업무보다 마늘밭에서 풀을 뽑거나 감자를 캐고 고추를 따는 등 농사일을 주로 한다. 직원 B씨는 “정작 돌봐야 할 아이들(장애인)은 방치해 놓고 풀을 뽑거나 감자를 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경기도가 관련 문제를 조사해 “생활재활교사는 장애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잠시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농사일은 원예 치료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최근 다시 직원들에게 강요되고 있다. 직원 C씨는 “지금도 감자, 고추, 양파, 마늘, 대파, 깻잎 농사에 동원되고 있다”며 “(이사장 일가는) 이 일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전혀 못한다”고 전했다. 권호현 변호사는 “법인과 사회복지사가 작성한 근로계약의 내용과 무관한 업무를 시켰다면 부당한 사적 지시로 볼 수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시설 내 도를 넘는 갑질은 다음달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은 비록 형사처벌 규정은 없지만,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부당한 대우에도 많은 직원들이 침묵하는 건 이사장 일가의 절대적 영향력 탓이다. 설립자가 자녀에게 원장직을 대물림하면서 20년 넘게 운영해 왔다. 설립 당시 원장인 이모씨는 현재 원장의 아버지다. 그는 2000년 보조금 3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사장직은 이씨의 아내가, 원장직은 아들이 물려받았다. 이사장의 두 딸과 사위도 시설에서 일한다. 이사장은 매일 시설을 둘러보는 이른바 ‘라운딩’을 주재한다. 이사장 이씨는 경기도의 조사에서 매주 시내 문화센터에 갈 때 시설 소유의 법인차량을 주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 아니다. 직원들은 “매년 바자회를 열면서 후원물품이나 10만원이 훌쩍 넘는 바자회 티켓 구매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샴푸나 비누 등 생필품 중 유통기한이 지난 게 상당수일 정도로 관리가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사장 일가의 왕국이 된 시설에서 직원들은 지쳐간다. 올해 초 경기도의 조사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직원들은 노동시민단체인 ‘사회복지 119’ 등에 제보했다. 직원 D씨는 “이사장 가족들이 사는 사택 청소를 직원들이 하기도 한다. 장애인 시설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질책보다 밭에 난 풀을 제대로 뽑지 않았다는 질책을 더 많이 들어야 하는 현실이 코미디 같다”며 “엄청난 불법이 아니더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A시설의 해명을 듣기 위해 원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사장 일가의 작은 왕국으로 전락한 사회복지시설의 현실은 A시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복지 119에 접수된 사례만 살펴봐도 심각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회복지사 E씨가 일하는 종교 재단 노인복지시설에서 직원들은 이사장의 기쁨조다. 행사를 할 때마다 직원들은 장기자랑 준비를 강요당한다. E씨는 “지난해 송년회에서는 복면가왕을 한다며 직원을 차출해 준비시켰다”고 전했다. 이사장은 법인 명의로 구입한 차를 개인 용무에 쓴다. 당연히 자동차세와 기름값도 법인카드로 결제한다. 이곳은 장기요양기관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은 곳이다. 이 밖에도 센터장이 관내에 거주하며 국가 지원금을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종교 행사에 직원들의 참여를 강제하는 곳도 있었다. 또 월급을 받으면 이 가운데 50만원을 다시 시설에 기부할 것을 강요하는 곳, 행사 진행을 목적으로 휴일 근무를 강요하고선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농사일 강요, 물품 강매… 복지시설은 ‘갑질 왕국’

    농사일 강요, 물품 강매… 복지시설은 ‘갑질 왕국’

    직원들 정작 장애인 등 돌봄 신경 못 써 세금 투입되지만 공공 감시망서 비켜나 “정부, 직장 내 괴롭힘 근절 감독 나서야”장애인시설·요양기관 등 일부 사회복지시설에서 이사장 등 운영자 일가의 ‘갑질’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운영자의 횡포에 시달리다 보니 정작 노인, 장애인 등 돌봄 대상에게는 신경 쓰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다음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사회복지시설 내 갑질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한 정부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노동시민단체인 ‘사회복지 119’에 접수된 제보와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최근 경기 안성에 위치한 A장애인시설에 “직원들에게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를 수행토록 강요하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시설은 직원들에게 장애인 서비스 업무 외 농사일 등 부당한 업무를 강요한다는 의혹으로 올해 초 경기도의 조사를 받았다. 또 매년 바자회를 열어 직원들에게 후원물품을 내놓으라고 하거나 바자회 티켓 구매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경기 안성 경찰서는 후원물품 및 수입금 비리 의혹을 내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도가 수사를 의뢰했다”면서 “자료 검토 후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장 일가의 작은 왕국으로 전락한 사회복지시설의 현실은 A시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사회복지시설과 법인 37곳을 조사한 결과 위법·부당행위 76건이 적발됐고 이에 따라 182건의 행정조치가 내려졌다. 사회복지시설이 전국적으로 2만 976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비리와 갑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 사회복지시설의 갑질 행태에 대한 고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은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직장 내 갑질 사례를 제보받아 고발해 온 ‘직장갑질 119’의 박점규 운영위원은 “갑질 사례가 가장 많이 접수되는 곳 중 하나가 사회복지시설”이라면서 “이사장 일가가 시설을 사유화해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거나 종교단체의 갑질과 행사 참석 강요가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은 또 “세금이 투입되지만 오랜 세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갑질과 비리의 온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가업상속공제 기업, 업종 유지의무 10년→7년 단축

    가업상속공제 기업, 업종 유지의무 10년→7년 단축

    내년부터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중견·중소기업의 사후관리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줄고, 업종변경 요건도 완화된다. 대신 혜택을 받은 기업이 탈세나 회계부정을 저지를 경우 제재가 강화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정부 세법 개정안에 반영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자가 물려받는 회사의 사업과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상속세를 감면받는 제도다. 정부는 현재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의 경우 기업을 물려받는 사람의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대신 상속세 감면 조건으로 사후관리기간 10년 동안 기존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 또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고, 고용 인원도 유지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개편이 가업의 안정적 유지와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용불안과 투자 저해 요인을 해소해 중소·중견기업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가업상속공제 개편의 방향은 사후관리기간을 줄이고, 고용과 업종변경, 자산처분 등 의무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후관리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 것은 독일과 일본의 사후관리기간이 각각 7년과 5년인 점을 참고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후관리기간이 준다는 것은 고용, 업종변경, 자산처분 등의 의무 규정 기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라면서 “작지 않은 혜택”이라고 말했다. 고용 요건도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80%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완화된다. 현재는 중견기업은 상속 당시의 120%, 중소기업은 100%를 유지해야 한다. 업종변경도 현재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안에서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중분류까지 허용한다. 이렇게 되면 밀가루를 만드는 기업이 화장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빵집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것은 가능해진다. 또 중분류 범위 밖의 업종이라도 기술적 유사성이 인정되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승인을 조건으로 업종변경을 허용할 계획이다. 현재 20%로 제한된 자산 처분도 신규 설비투자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모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가업 상속 시 상속세 및 증여세를 최대 20년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연부연납 특례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피상속인의 경영·지분 보유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상속인의 상속 전 2년간 가업 종사 요건도 없앤다. 사후관리기간과 요건을 완화해 주는 대신 상속 기업의 탈세 또는 회계부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가업상속공제에서 배제하거나 사후 추징하기로 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기간을 대폭 줄여 주고, 요건도 완화해 줬지만 재계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간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가업 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기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및 사전·사후 관리 요건 대폭 완화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서울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2주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할 시간

    2주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할 시간

    학부모들의 여망을 담아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반대와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지난해 마지막 본회의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서 유치원 3법은 올해 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하지만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100일 넘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비리 사립유치원을 비호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설립허가가 취소된 데 반발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각하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7일 재신청하는 등 여론이 잠잠한 틈을 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유치원 3법은 과연 올해 안에 빛을 볼 수 있을까.●국회 정상화 계속 지연 될 경우 6월 25일 교육위서 법사위로 패스트트랙 지정이 곧 법이 통과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여야 합의로 법안 처리가 어려운 것을 대비해 상임위원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해 일정 기간 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상임위에서 12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을 심사한 뒤 본회의에 부의되어 60일을 거쳐 모두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교육위에 오는 24일까지 머문 뒤 다음날인 25일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이어 9월 22일까지 법사위를 거친 뒤 9월 23일부터 본회의에 부의돼 11월 21일까지 60일을 거친 뒤 11월 2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고 그때 이후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유치원 3법이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시간은 2주가량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상화가 계속 지연되면 유치원 3법은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 및 자구를 심사하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유치원 3법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위 관계자는 9일 “법사위 위원의 유치원 3법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한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발의한 의원·학부모들 “체계적인 논의·수정 필요한데 국회 멈춰” 일부 사립유치원이 교비로 명품가방, 성인용품 등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진 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폭로하면서부터다. 여론이 들끓자 박 의원은 당론으로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지원금 명목으로 각 유치원에 주는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 형식으로 변경하고 보조금을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하지만 사립유치원 원장의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에 박 의원의 유치원 3법은 합의 처리가 어려웠다. 결국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중재안으로 발의한 3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원금을 유지하되 교비를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해 박 의원의 3법보다 수위가 약하다. 또 유치원 3법이 실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문제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원장에 대한 처벌은 약 2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3법에서 처벌규정을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까지 330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이 적용되는 시기는 최소 2020년 11월 21일 이후가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하루빨리 법이 시행되는 것을 바라는 여론과도 배치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형사처벌 강화 여부는 앞서 합의해 임 의원 안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며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사용 등에 좀더 주의하는 등 예방적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유예기간을 1년으로 둔 것은 법의 시행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으니 6개월 정도로 조정하는 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지금 당장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서 공포 기간 축소 등 법안을 다듬어야 할 부분이 꽤 있다”며 “여야가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대화가 전혀 안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처벌 수준이 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비대위 위원장은 “유치원 3법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게 중요한 걸 알지만 지금 올라와 있는 3법은 앙금 없는 찐빵 수준”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으로 변경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그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교비를 다른 목적으로 쓰면 사기죄를 적용하는데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일이 많다”며 “사립유치원 감사를 해봤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법을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치권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동안 한유총은 설립허가 취소로 표면적 행동력만 위축됐을 뿐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국가가 침해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판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한유총 관계자는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을 포함한 167명이 에듀파인의 위법 행정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한유총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소송 취지는 한유총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지난 3월 에듀파인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이 소송을 낸 것은 유치원 3법에 대한 법적 갈등을 만들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여론을 조성해 국회에서 법 통과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유치원 3법이 끝내 오는 24일까지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해도 법안 수정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9~11월이 정기국회 기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가 열리게 되는 만큼 현재의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 수정안을 내서 바꾸는 방법도 있다. 박 의원은 “수정안으로 바꾸게 되면 별도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끝까지 유치원 3법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여야가 논의해 수정안을 만들어서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 총선 전 처리해야 그나마 안심”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하더라도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11월 21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는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지역구 내 힘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의 눈치를 보게 돼 의원들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지게 되면 힘겹게 올라온 유치원 3법이 부결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일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암암리에 알려졌지만 공론화되지 못했고 또 공론화된 이후에도 법안 마련과 심사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사립유치원 원장의 지역 내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대형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20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에 고발당했지만 해당 유치원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실에서 교육청에 연락을 하기도 해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패스트트랙 법안 자체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애초에 한국당 등의 반대가 컸던 법안이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에도 논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장 활동가는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라며 “지난해 말 여론에 이끌려 찬성했던 것과 달리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바꾸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고 또 올해 말 또 다른 주요 법안에 묻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 지역 사립유치원 문제 등을 감사한 내용을 발간한 최순영 전 대표시민감사관(현 경기도민관협치 부위원장) 역시 “현재의 유치원 3법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나마 차선책이기에 통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 전 감사관은 “총선을 앞두고 실제 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고 이탈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여성단체들과 대책 항의 집회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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