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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 가지냐”…서울시 공무원 성희롱 실태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 가지냐”…서울시 공무원 성희롱 실태

    서울시 여성공무원들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공개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실 ‘2018 인권침해 결정례집’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 18건, 인격권 침해가 6건 등 지난해 총 32건의 시정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직장 내 괴롭힘, 종교의 자유침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도 있었다. 여직원들은 기관들이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를 인접한 곳이나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게 해 2차 피해를 겪기도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직원은 직무연수 장소에서 여성 공무원에게 회식 때 “안아 봐도 되냐”고 했고 노래방에서 해당 여직원의 볼에 뽀뽀하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주물렀다. 그는 다른 여성 공무원에게는 “여자 주임 보니까 여교사 강간 사건이 생각난다”라고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시 산하 모 센터 간부들은 여직원들에게 “밤마다 뭐하는데, 아이를 가지냐”, “남자친구가 삼각팬티 입냐 사각 팬티 입냐”라고 입에 담을 수 없는 희롱을 했다. 뿐만 아니라 사무소의 한 주무관은 출장에 동행한 여직원을 남근 모양의 장식품이 즐비한 카페에 데려가 “애인이 있냐, 부부관계는 어떠냐”라고 묻고 이 여직원에게 속옷을 사 주기도 했다. 또 다른 상사는 이 직원에게 “나랑 자볼래”, “담당 주임이 발바닥을 핥아달라고 하면 핥아 줄 거냐”라고 발언을 했다. 서울시는 2013년 서울시정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구제하는 시민인권보호관 제도를 전국 최초로 설치·운영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시민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인권 옴부즈퍼슨으로 서울시 관할기관이나 시설 등에서 업무와 관련된 인권침해를 조사한다. 인권침해에 대한 권고, 제도개선 등 시정방안을 시장에게 권고한다. 서울시는 현재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가해자 의무교육·인사조치 ▶공무직 직원 인권교육 ▶동일한 업무공간에 배치하지 않도록 지도·감독 ▶피해자 유급휴가 및 심리치료 제공 ▶피해자 2차 피해 예방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외환거래 신고 대상 하반기부터 자동 통지

    하반기부터 외국환거래 때 신고 대상인지 몰라서 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은 외국환거래법상 신고·보고 의무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금감원은 12개 국내은행과 함께 ‘위규 외국환거래 방지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18일 밝혔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규제 업무를 자동화하는 ‘레그테크’(규제+기술)를 도입한다. 개인과 기업 등은 해외 직접투자나 부동산 취득 등 외국환거래 때 사전에 한국은행 또는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거래 후에도 단계별로 보고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 현지법인에 단 1달러라도 투자할 경우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내거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규가 복잡해 소비자가 잘 모르고 위반하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외국환거래 법규위반 관련 행정제재 부과 건수는 2016년 567건, 2017년 1097건, 지난해 1279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앞으로는 고객 상담 단계부터 외국환거래 신고 대상 여부를 자동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상당수 은행들이 신고 대상 확인 과정을 영업점 직원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고 있지만 거래액과 거래사유 등을 통해 판별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계획이다. 과거 위반 이력을 확인해 가중 처벌받을 수 있는 불이익도 미리 막는다. 고객이 사후 보고를 놓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전산시스템도 만든다. 보고기일이 되기 전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우편 등 다양한 수단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금품 수수·성범죄 공무원 명예퇴직 시 특별승진 못한다

    금품 수수·성범죄 공무원 명예퇴직 시 특별승진 못한다

    명퇴 공무원 공적 인정 경우만 승진 가능 세종시 치안 업무 수행 세종경찰청 신설 자동차 개소세 인하 조치 연말까지 연장 장애인연금은 ‘장애 정도’ 기준으로 지급앞으로 금품을 받거나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특별승진을 할 수 없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지방경찰청이 신설되고 자동차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조치가 6개월 연장된다. 다음달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장애인연금 수급 기준도 새롭게 바뀐다. 정부는 1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법률안 2건과 대통령령안 48건, 일반안건 1건 등 총 51건을 심의·의결했다. 지금까지는 명예퇴직 공무원의 특별승진 심사에 별다른 규정이 없었다.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아도 특별승진 심사를 통과하곤 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명예퇴직하는 공무원은 특별한 공적이 인정된 경우에만 승진할 수 있다. 중징계를 받거나 주요 비위로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사혁신처가 규정한 주요 비위는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성범죄, 음주운전 등이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이달 25일 세종경찰청을 신설한다. 기존 충남경찰청이 맡았던 세종특별시 치안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세종에 정부기관 42곳이 입주하는 등 행정기능이 고도화돼 치안 강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세종경찰청은 자치경찰제 조직의 모델 역할도 맡는다. 세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 시범 실시 지역임에도 그간 경찰 관할권이 충남지방경찰청에 있어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에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한시적 인하 조치가 올해 연말까지 한 차례 더 연장된다. 개소세는 보석이나 귀금속, 자동차 가격에 포함된 간접세다. 자동차 개소세율은 5%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한시적으로 3.5%로 낮췄다. 이번 조치로 자동차 개소세율은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인하 조치가 1년 6개월간 이어지게 된다. 출고가가 2000만원인 자동차를 구입한다면 세율 인하 전에는 납부세액(교육세·부가가치세 등 포함)이 143만원이지만 3.5% 세율을 적용하면 세액이 100만원으로 줄어든다. 출고가 2500만원, 3000만원 기준으로는 납부세액이 각각 54만원, 65만원 감면된다. 다음달부터 장애인연금은 ‘장애등급’ 대신 ‘장애정도’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등급제가 7월 1일부터 폐지되고 대신 ‘심한 장애인’(종전 1∼3급)과 ‘심하지 아니한 장애인’(종전 4∼6급)으로 구분하는 장애인 등록제가 시행되는 데 따른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새 장애정도 판정기준을 고시하면서 장애유형별 의학적 판정기준에 부합하거나 장애정도를 2개 이상 받은 사람으로서 그 장애정도 중 하나가 심한 경우를 중증장애인으로 규정했다. 이는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기존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앞으로도 동일한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 잠정 해제 논란

    9월 17일까지 90일간 평가기간 적용 “美 장병 한국 문화 체험 돕는 차원” 강력범죄 솜방망이 처벌 전례 우려 주한미군이 17일 민간인 대상 범죄 예방 차원에서 실시하던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3개월간 잠정 해제하기로 하면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9월 17일까지 90일간 장병에 대한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면서 “잠정 조치는 주한미군의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평가하는 기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당시 주한미군은 민간인 대상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그해 12월부터 새벽 1∼5시까지 부대 밖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영내에 머무는 미군은 물론 영외에 거주하는 미군까지 공식적인 업무를 제외하면 모든 인원에게 해당 규정이 적용됐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전 세계에 수많은 미군이 배치돼 있지만 한국에 있는 미군만 통행금지 조치가 있었다”며 “주한미군 장병이 한국의 문화를 많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현재 상권이 침체돼 있는 서울 이태원이나 캠프 험프리스가 위치한 경기 평택 등 지역 상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주한미군의 민간인 대상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의의사록 제22조에는 “대한민국 당국이 재판권을 행사함이 특히 중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판권을 행사할 제1차적 권리를 포기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주한미군의 살인·강도·폭행 등 강력범죄 불기소율은 81.3%로 강력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 10명 중 8명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란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총장은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해제하기 전에 주한미군에 대한 범죄 예방 대책과 피해자가 피해로부터 쉽게 보상받을 수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주한미군은 통행금지 중단에 따른 민간인 대상 범죄 우려에 대해 “장병은 항상 행동 기준과 한국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장기자랑·음주 강요·개인 업무 전가… 새달부턴 이런 행동도 징계받습니다

    장기자랑·음주 강요·개인 업무 전가… 새달부턴 이런 행동도 징계받습니다

    인격모독·괴롭힘·강요·소문 유포도 해당 상사가 폭행 후 “신고할거면 더 때릴걸” 10인 이상 사업장, 징계 절차 단협 필요 “익명 어렵고 사용자에게만 신고” 한계“회식자리가 있었는데 출장 중이라 동료와 1시간 정도 늦게 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담당임원이 저희 둘에게 ‘후래자삼배’라며 맥줏잔에 소주를 가득 담아 마시라고 강요하더군요. 분위기상 억지로 마셨습니다.” 지난달 한 직장인이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자신이 겪은 일을 제보했다. ‘후래자삼배’(後來者三盃)는 회식에 늦게 온 사람에게 3잔을 연거푸 마시도록 강요하는 행위다. 술자리 악습 정도로 치부했던 음주 강요 행위도 다음달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사상 징계를 당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1∼5월 단체에 제보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50건을 선정해 32개 유형으로 나눠 17일 공개했다. 주요 유형으로는 ▲인격모독(폭행, 폭언, 모욕, 협박, 비하, 무시 등) ▲괴롭힘(따돌림, 소문 유포, 배제 등) ▲강요(사적 지시, 장기자랑·음주·후원 강요 등) ▲노동법 무시(권고사직 처리 거부 등)가 있었다. 접수된 제보를 보면 폭행 등 범죄로 볼만한 사례가 많았다. 개인병원에서 일했던 한 직장인은 근무 중 갑자기 달려온 상사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가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속시원ㅎㅎ’로 바꾸고 “경찰에 신고할 줄 알았으면 몇 대 더 때릴 걸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결국 퇴사했다. 바뀐 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강요 행위도 여럿 제보됐다. 한 여성 노동자는 지난해 12월 송년회 때 ‘장기자랑’을 강요받았다. 그는 “몇 백명 앞에 서는 것이 무서워 ‘싫다’고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6급 따위가 어디서 눈 동그랗게 뜨고 요구를 해?”라거나 “너희에게 뭘 바라느냐. 고졸이랑 다를 게 없다”는 등 직급과 외모, 연령, 학력, 성별, 비정규직 등을 이유로 인격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상사도 있었다. 이 밖에 사생활 관련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차별적으로 경위서나 반성문을 쓰게 하는 상사, 설거지와 세탁소에서 옷 찾기 등 개인적 용무나 본인 업무를 전가하는 상사도 있었다. 10인 이상 사업장들은 다음달 17일부터 괴롭힘 신고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신고 접수 시 상담·조사 등을 거쳐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면 가해자를 징계해야 한다. 직장갑질119는 “처벌 조항이 없어 법이 시행되더라도 가해자를 곧바로 형사처벌하는 게 아니라 노사 단협을 통해 징계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마저도 배제돼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시행에 맞춰 괴롭힘 금지 업무를 전담할 감독관을 지정하고 내년부터는 지역별로 상담센터 조성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돌봄 대신 풀 뽑고 감자 캐고… 그곳은 이사장 일가의 왕국이었다

    돌봄 대신 풀 뽑고 감자 캐고… 그곳은 이사장 일가의 왕국이었다

    각종 농사일 원예 치료프로그램으로 둔갑 직원들 밭일·청소에 환자·장애인들 방치 돌봄보다 사적 업무 못하면 더 질책 받아 이사장 물러나도 아내·자식들 계속 운영 부당한 대우 알고도 절대 영향력에 침묵 송년회 등 시설 행사땐 ‘기쁨조’ 역할도‘이사장 일가의 소(小)왕국.’ 사회복지사들은 일부 사회복지시설을 이렇게 부른다. 민간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는 매년 비리가 발생한다. 노인, 장애인 등 사회 약자를 돌볼 목적으로 운영되는 전국 사회복지법인 2만여곳에는 한 해 약 3조 1700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다. 하지만 공적 감시망이 허술한 틈을 타 일부 원장과 이사장이 시설과 직원들을 개인 소유물처럼 다루고 있다. 1996년 3월 문을 연 경기 안성의 A장애인복지시설도 이사장 일가의 왕국이다. A시설은 현재 중증 장애인 126명이 살고 있다. 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 등 직원 70여명이 일한다. 원장 이모씨가 명목상 책임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인 이사장인 이씨의 어머니가 시설을 총괄한다. 13일 노동시민단체인 ‘사회복지 119’에 접수된 제보와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곳의 직원들은 장애인을 돌보는 업무보다 마늘밭에서 풀을 뽑거나 감자를 캐고 고추를 따는 등 농사일을 주로 한다. 직원 B씨는 “정작 돌봐야 할 아이들(장애인)은 방치해 놓고 풀을 뽑거나 감자를 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경기도가 관련 문제를 조사해 “생활재활교사는 장애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잠시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농사일은 원예 치료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최근 다시 직원들에게 강요되고 있다. 직원 C씨는 “지금도 감자, 고추, 양파, 마늘, 대파, 깻잎 농사에 동원되고 있다”며 “(이사장 일가는) 이 일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전혀 못한다”고 전했다. 권호현 변호사는 “법인과 사회복지사가 작성한 근로계약의 내용과 무관한 업무를 시켰다면 부당한 사적 지시로 볼 수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시설 내 도를 넘는 갑질은 다음달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은 비록 형사처벌 규정은 없지만,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부당한 대우에도 많은 직원들이 침묵하는 건 이사장 일가의 절대적 영향력 탓이다. 설립자가 자녀에게 원장직을 대물림하면서 20년 넘게 운영해 왔다. 설립 당시 원장인 이모씨는 현재 원장의 아버지다. 그는 2000년 보조금 3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사장직은 이씨의 아내가, 원장직은 아들이 물려받았다. 이사장의 두 딸과 사위도 시설에서 일한다. 이사장은 매일 시설을 둘러보는 이른바 ‘라운딩’을 주재한다. 이사장 이씨는 경기도의 조사에서 매주 시내 문화센터에 갈 때 시설 소유의 법인차량을 주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 아니다. 직원들은 “매년 바자회를 열면서 후원물품이나 10만원이 훌쩍 넘는 바자회 티켓 구매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샴푸나 비누 등 생필품 중 유통기한이 지난 게 상당수일 정도로 관리가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사장 일가의 왕국이 된 시설에서 직원들은 지쳐간다. 올해 초 경기도의 조사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직원들은 노동시민단체인 ‘사회복지 119’ 등에 제보했다. 직원 D씨는 “이사장 가족들이 사는 사택 청소를 직원들이 하기도 한다. 장애인 시설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질책보다 밭에 난 풀을 제대로 뽑지 않았다는 질책을 더 많이 들어야 하는 현실이 코미디 같다”며 “엄청난 불법이 아니더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A시설의 해명을 듣기 위해 원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사장 일가의 작은 왕국으로 전락한 사회복지시설의 현실은 A시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복지 119에 접수된 사례만 살펴봐도 심각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회복지사 E씨가 일하는 종교 재단 노인복지시설에서 직원들은 이사장의 기쁨조다. 행사를 할 때마다 직원들은 장기자랑 준비를 강요당한다. E씨는 “지난해 송년회에서는 복면가왕을 한다며 직원을 차출해 준비시켰다”고 전했다. 이사장은 법인 명의로 구입한 차를 개인 용무에 쓴다. 당연히 자동차세와 기름값도 법인카드로 결제한다. 이곳은 장기요양기관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은 곳이다. 이 밖에도 센터장이 관내에 거주하며 국가 지원금을 자신의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종교 행사에 직원들의 참여를 강제하는 곳도 있었다. 또 월급을 받으면 이 가운데 50만원을 다시 시설에 기부할 것을 강요하는 곳, 행사 진행을 목적으로 휴일 근무를 강요하고선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농사일 강요, 물품 강매… 복지시설은 ‘갑질 왕국’

    농사일 강요, 물품 강매… 복지시설은 ‘갑질 왕국’

    직원들 정작 장애인 등 돌봄 신경 못 써 세금 투입되지만 공공 감시망서 비켜나 “정부, 직장 내 괴롭힘 근절 감독 나서야”장애인시설·요양기관 등 일부 사회복지시설에서 이사장 등 운영자 일가의 ‘갑질’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운영자의 횡포에 시달리다 보니 정작 노인, 장애인 등 돌봄 대상에게는 신경 쓰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다음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사회복지시설 내 갑질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한 정부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노동시민단체인 ‘사회복지 119’에 접수된 제보와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최근 경기 안성에 위치한 A장애인시설에 “직원들에게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를 수행토록 강요하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시설은 직원들에게 장애인 서비스 업무 외 농사일 등 부당한 업무를 강요한다는 의혹으로 올해 초 경기도의 조사를 받았다. 또 매년 바자회를 열어 직원들에게 후원물품을 내놓으라고 하거나 바자회 티켓 구매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경기 안성 경찰서는 후원물품 및 수입금 비리 의혹을 내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도가 수사를 의뢰했다”면서 “자료 검토 후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장 일가의 작은 왕국으로 전락한 사회복지시설의 현실은 A시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사회복지시설과 법인 37곳을 조사한 결과 위법·부당행위 76건이 적발됐고 이에 따라 182건의 행정조치가 내려졌다. 사회복지시설이 전국적으로 2만 976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비리와 갑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 사회복지시설의 갑질 행태에 대한 고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은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직장 내 갑질 사례를 제보받아 고발해 온 ‘직장갑질 119’의 박점규 운영위원은 “갑질 사례가 가장 많이 접수되는 곳 중 하나가 사회복지시설”이라면서 “이사장 일가가 시설을 사유화해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거나 종교단체의 갑질과 행사 참석 강요가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은 또 “세금이 투입되지만 오랜 세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갑질과 비리의 온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가업상속공제 기업, 업종 유지의무 10년→7년 단축

    가업상속공제 기업, 업종 유지의무 10년→7년 단축

    내년부터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중견·중소기업의 사후관리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줄고, 업종변경 요건도 완화된다. 대신 혜택을 받은 기업이 탈세나 회계부정을 저지를 경우 제재가 강화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정부 세법 개정안에 반영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자가 물려받는 회사의 사업과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상속세를 감면받는 제도다. 정부는 현재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의 경우 기업을 물려받는 사람의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대신 상속세 감면 조건으로 사후관리기간 10년 동안 기존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 또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고, 고용 인원도 유지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개편이 가업의 안정적 유지와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용불안과 투자 저해 요인을 해소해 중소·중견기업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가업상속공제 개편의 방향은 사후관리기간을 줄이고, 고용과 업종변경, 자산처분 등 의무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후관리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 것은 독일과 일본의 사후관리기간이 각각 7년과 5년인 점을 참고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후관리기간이 준다는 것은 고용, 업종변경, 자산처분 등의 의무 규정 기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라면서 “작지 않은 혜택”이라고 말했다. 고용 요건도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80%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완화된다. 현재는 중견기업은 상속 당시의 120%, 중소기업은 100%를 유지해야 한다. 업종변경도 현재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안에서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중분류까지 허용한다. 이렇게 되면 밀가루를 만드는 기업이 화장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빵집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것은 가능해진다. 또 중분류 범위 밖의 업종이라도 기술적 유사성이 인정되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승인을 조건으로 업종변경을 허용할 계획이다. 현재 20%로 제한된 자산 처분도 신규 설비투자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모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가업 상속 시 상속세 및 증여세를 최대 20년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연부연납 특례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피상속인의 경영·지분 보유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상속인의 상속 전 2년간 가업 종사 요건도 없앤다. 사후관리기간과 요건을 완화해 주는 대신 상속 기업의 탈세 또는 회계부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가업상속공제에서 배제하거나 사후 추징하기로 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기간을 대폭 줄여 주고, 요건도 완화해 줬지만 재계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간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가업 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규제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기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및 사전·사후 관리 요건 대폭 완화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서울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2주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할 시간

    2주 남았다 유치원 3법 논의할 시간

    학부모들의 여망을 담아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반대와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지난해 마지막 본회의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서 유치원 3법은 올해 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하지만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100일 넘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비리 사립유치원을 비호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설립허가가 취소된 데 반발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각하했다. 하지만 한유총은 7일 재신청하는 등 여론이 잠잠한 틈을 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유치원 3법은 과연 올해 안에 빛을 볼 수 있을까.●국회 정상화 계속 지연 될 경우 6월 25일 교육위서 법사위로 패스트트랙 지정이 곧 법이 통과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여야 합의로 법안 처리가 어려운 것을 대비해 상임위원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해 일정 기간 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상임위에서 12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을 심사한 뒤 본회의에 부의되어 60일을 거쳐 모두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교육위에 오는 24일까지 머문 뒤 다음날인 25일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이어 9월 22일까지 법사위를 거친 뒤 9월 23일부터 본회의에 부의돼 11월 21일까지 60일을 거친 뒤 11월 2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고 그때 이후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유치원 3법이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시간은 2주가량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가장 큰 원인은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상화가 계속 지연되면 유치원 3법은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법사위로 넘어가게 된다.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 및 자구를 심사하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유치원 3법을 체계적으로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위 관계자는 9일 “법사위 위원의 유치원 3법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열리지 않는 한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발의한 의원·학부모들 “체계적인 논의·수정 필요한데 국회 멈춰” 일부 사립유치원이 교비로 명품가방, 성인용품 등을 구매한 사실이 알려진 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폭로하면서부터다. 여론이 들끓자 박 의원은 당론으로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지원금 명목으로 각 유치원에 주는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 형식으로 변경하고 보조금을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하지만 사립유치원 원장의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에 박 의원의 유치원 3법은 합의 처리가 어려웠다. 결국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중재안으로 발의한 3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원금을 유지하되 교비를 교육 목적 외에 쓰면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처벌 수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해 박 의원의 3법보다 수위가 약하다. 또 유치원 3법이 실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문제를 저지른 사립유치원 원장에 대한 처벌은 약 2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 3법에서 처벌규정을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까지 330일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법이 적용되는 시기는 최소 2020년 11월 21일 이후가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이 하루빨리 법이 시행되는 것을 바라는 여론과도 배치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형사처벌 강화 여부는 앞서 합의해 임 의원 안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며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사용 등에 좀더 주의하는 등 예방적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유예기간을 1년으로 둔 것은 법의 시행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으니 6개월 정도로 조정하는 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지금 당장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서 공포 기간 축소 등 법안을 다듬어야 할 부분이 꽤 있다”며 “여야가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대화가 전혀 안 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처벌 수준이 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비대위 위원장은 “유치원 3법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게 중요한 걸 알지만 지금 올라와 있는 3법은 앙금 없는 찐빵 수준”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으로 변경해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그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교비를 다른 목적으로 쓰면 사기죄를 적용하는데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일이 많다”며 “사립유치원 감사를 해봤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법을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치권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동안 한유총은 설립허가 취소로 표면적 행동력만 위축됐을 뿐 “사립유치원의 자율성을 국가가 침해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에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판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한유총 관계자는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을 포함한 167명이 에듀파인의 위법 행정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한유총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소송 취지는 한유총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지난 3월 에듀파인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이 소송을 낸 것은 유치원 3법에 대한 법적 갈등을 만들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여론을 조성해 국회에서 법 통과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유치원 3법이 끝내 오는 24일까지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해도 법안 수정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9~11월이 정기국회 기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회가 열리게 되는 만큼 현재의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 수정안을 내서 바꾸는 방법도 있다. 박 의원은 “수정안으로 바꾸게 되면 별도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끝까지 유치원 3법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여야가 논의해 수정안을 만들어서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 총선 전 처리해야 그나마 안심” 유치원 3법이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하더라도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11월 21일 이후 열리는 본회의는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지역구 내 힘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의 눈치를 보게 돼 의원들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지게 되면 힘겹게 올라온 유치원 3법이 부결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일부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가 암암리에 알려졌지만 공론화되지 못했고 또 공론화된 이후에도 법안 마련과 심사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사립유치원 원장의 지역 내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경기도에 있는 한 대형 사립유치원에서 교비 20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에 고발당했지만 해당 유치원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실에서 교육청에 연락을 하기도 해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활동가는 “패스트트랙 법안 자체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애초에 한국당 등의 반대가 컸던 법안이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에도 논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장 활동가는 “가장 우려스러운 건 실제 통과 여부”라며 “지난해 말 여론에 이끌려 찬성했던 것과 달리 총선을 앞두고 입장을 바꾸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고 또 올해 말 또 다른 주요 법안에 묻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 지역 사립유치원 문제 등을 감사한 내용을 발간한 최순영 전 대표시민감사관(현 경기도민관협치 부위원장) 역시 “현재의 유치원 3법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나마 차선책이기에 통과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 전 감사관은 “총선을 앞두고 실제 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고 이탈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여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여성단체들과 대책 항의 집회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지역 상권 보호하는 착한 임대문화 조성

    전북 전주시가 안정적인 지역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착한 임대 문화’ 조성에 나섰다. 전주시는 ‘사회적 부동산’을 지정해 투명한 중개문화를 정착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한옥마을과 객리단길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의 상가 임대료가 크게 올라 원주민과 기존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따라 시는 관내 1660곳의 부동산중개사무소 가운데 50곳을 사회적 부동산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사회적 부동산은 해당지역 적정 임대료 산정을 이끄는 건전하고 투명한 중개문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공동체가 상생 발전하도록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착한 임대료가 산정되도록 공감대를 형성한다. 임대가격 폭등 문제의 심각성을 공인중개사들이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협력적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지정 대상은 부동산중개사무소를 3년 이상 운영하고 최근 5년 이내에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이 없는 중개사무소 가운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추천을 받은 곳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역량있는 공인중개사를 사회적 부동산으로 지정하면 건전한 중개문화를 정착시키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기적인 교육과 간담회를 통해 이들이 활발하게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회] ‘지연된 정의’ 되짚는 재판도 지연?… ‘재판 속도’ 샅바싸움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회] ‘지연된 정의’ 되짚는 재판도 지연?… ‘재판 속도’ 샅바싸움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금요일 두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생생 중계합니다. 속도를 붙잡고 당기기 시작한 검찰과 변호인의 샅바싸움조차 속도를 내지 못하고 더뎠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세 번째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검찰과 변호인의 밀려있던 설전이 시작됐다. 지난 5일 예정됐던 재판이 한 차례 취소된 뒤 검찰은 부쩍 서두르는 모양새였다. 이미 피고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넉 달이 다 되어갔고, 세 사람 중 유일하게 구속 상태인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기간(6개월)이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아직 증인들을 언제 법정에 부를지조차 정하지 못했으니 거듭 답답함이 터져 나왔다. 지난 5일 예정됐던 재판은 박병대 전 대법관의 눈 수술 등 건강상의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검찰은 “건강상태로 인한 공판 출석 어려움 그 자체를 문제삼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기일변경 과정이나 절차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고 생각되거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며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수술은 이미 예정돼 있었을 텐데 공판기일(5일) 바로 직전인 전날 오후 4시에야 기일변경 신청서를 접수해 그 과정에서 검찰은 어떠한 의견도 제출할 기회가 없었고, 구체적인 사유도 알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또 “갑작스런 기일변경과 공전으로 사실상 오늘까지 마치기로 돼있던 서증조사를 제 때 마칠 수 없게 됐고 아직 증인 채택 및 신문 일정조차 결정되지 않아 증인신문이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검찰은 구속 피고인인 양 전 대법원장과 나머지 두 전 대법관의 재판을 분리해서 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 피고인들 ‘재판 지연’ 비판… “양승태 분리 심리해 달라” ‘재판 지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재판이 시작되고부터 검찰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자리잡았다. 지난해 11월 이 사건으로 가장 먼저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벌써 여러 선례를 남긴 이유에서다. 변호인 11명의 전원 사임으로 2명의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는 과정까지 거쳐 첫 공판이 3월 11일에야 열렸다. 재판이 시작되서도 USB의 증거능력을 두고 다투느라 한참 입씨름을 벌였고 가까스로 증인신문이 시작됐지만 초반에 나오기로 했던 핵심 증인인 현직 법관들은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일정을 미뤘다. 그리고 지난 2일 오후 임 전 차장은 돌연 재판부가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을 정해놓고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이번주로 예정됐던 재판은 물론 다음주 재판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석 달 가까이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다뤄진 사안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 관련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각종 재판개입 의혹 등으로 앞으로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지연된 정의’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재판마저 한없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경계가 검찰에 깔려있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에게 속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공판준비절차에서 일주일에 며칠씩 재판을 열 것인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면 재판이 시작된 뒤에는 하루 중 몇시까지 재판을 할 것인지를 매번 다툰다.이날도 검찰이 “지난 5일 하지 못한 서증조사를 위해 당초 예정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재판 외에도 다른 날을 하루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변호인들이 즉각 반발했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공판 진행은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지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조건 욱여서 넣을 게 아니다”라면서 “이 사건이 이렇게 번잡스럽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증거가 너무 많아서 그러다. 증거가 10개, 20개, 100개면 끝날 것을 20만 페이지가 넘는데 이걸 저희가 증거법칙대로 꼼꼼히 보려고 하니까 그렇게 된(늦어진) 것이지 서증조사를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 이런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두 번도 재판부 사정을 감안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는데, 이 이상으로 하는 것은 너무 무리다. (피고인들이) 하루종일 뒤에 가만히 앉아있지만 스트레스와 신경쓰는 것을 보면 건강이 앞으로 버틸 수 있을지 많이 걱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협조하겠지만 건강상태를 봐달라”고도 덧붙였다. 정해진 증거조사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이날 재판을 오후 7시 30분쯤 끝낼 계획이라고 재판장이 말하자 이번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지난 재판에 이어 ‘식사시간’을 또 언급했다. “오후 5~7시 사이에만 식사 제공을 받을 수 있어 재판이 오후 7시 반이 넘어 끝나면 식사가 불가능해진다”며 재판을 너무 늦게까지 진행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다음 기일을 온종일 꽉 채워 하더라도 저녁까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다. 형사재판을 받는 구속 피고인들은 식중독이나 음독 등의 위험성 때문에 외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돼있다. 그러나 검찰과 변호인단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다 보면 해는 금방 저물고, 그러면 구치소에서 마련한 식사를 정해진 시간에 하지 못하면 그날 끼니를 거르거나 다 식은 밥을 삼켜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매주 3회 재판을 받던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도 재판부에 자주 식사시간을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한 전직 국정원 간부의 가족은 법정 밖에서 “사람을 잡아 넣었으면 밥은 먹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는 원망을 종종 쏟아냈다. 임 전 차장은 재판이 열리는 날이면 거의 저녁을 먹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정작 피고인들은 “원칙대로, 천천히”…양승태 변호인 “저녁식사 거르지 않게 해달라” 누군가는 자주 거르는 것일 수도,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소하느라 몇 번쯤은 빠뜨리게 될 수도 있는 것도 저녁밥 한 끼이고 또 누군가는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시간 속에서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챙겨야 하는 것도 저녁 한 끼일 수 있다. ‘밥은 먹게 해달라’는 요청에 재판장은 다시 확인을 했다. “(오후 7시반에 재판이 끝난다고 해서) 아예 못 드시는 건 아니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식사시간에 대해 답해줄 교도관을 다급하게 찾았다. “교도관들께서 확인을 해주실 텐데…”하며 눈을 돌리고는 “지금 여기에 안 계신가 봅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방청석 앞 쪽에 앉아있던 교도관 두 명이 각자 턱을 괴고 조느라 그 눈빛을 보지는 못했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저도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고 싶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속도론에 힘을 더하면서도 “증인신문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그 전에 증거조사를 통해 정리했으면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증거와 관련한 새로운 의견도 내놨다. “검찰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압수한 문건은 위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며 또다른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공판까지, 그리고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사건의 재판에서 잇따라 흘러나오는 돌림노래와 같은 ‘임종헌 USB’와 비슷한 맥락이면서 다른 이야기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검찰은 김앤장을 압수수색할 때 변호사의 업무상 비밀과 관련된 문건에 대해 압수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라면서 “검찰이 김앤장으로부터 압수해 제출한 문건은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비밀누설죄 처벌 가능성이 있어 김앤장 변호사 등 증인들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앤장은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이 됐고 압수대상에게 적법하게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된 형사소송법을 지켰다”면서 “변호사 다수가 참여해서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거부권은 행사되지 않았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특히 “전범기업 소송 대리인들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변호인의 의견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해당 증인이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할지 말지는 증인의 권한이고 증언을 거부하는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인데 피고인 측이 증언을 거부할 권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형사처벌 운운하면서 증언을 거부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양승태 측, ‘김앤장 압수문건’ 문제삼아…유명환 전 장관 증인 채택 지난달 31일 재판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임종헌 USB에서 출력한 문건과 심의관들이 작성한 문건의 동일성을 문제삼으며 증거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날도 “임종헌 USB는 증거물로서만 동의하고 압수 절차가 위법하다는 점은 계속 주장하겠다”고 말했다.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이어 새로운 증거능력 문제가 제기된 만큼 해당되는 증거의 압수수색 절차에 대해 검찰이 의견서를 내고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면 추후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앤장에서 압수된 문건의 작성자인 김앤장 소속 최모 변호사와 김앤장 고문을 지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5년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피고 측 소송대리인인 김앤장 한상호 변호사와 수시로 접촉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판부는 이들을 포함해 13명의 증인을 더 채택했다. 신광렬·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유해용·김현석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심의관을 지낸 법관들이 양 전 대법원장과 법정에서 대면하게 된다. 검찰은 당장 14일부터, 그게 어렵다면 19일부터 증인신문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오는 21일부터 이 법정에 증인들을 불러 신문을 하기로 했다. 첫 번째 증인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그는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도 가장 먼저 증인석에 앉았다. 정 부장판사에 이어 시진국·박상언·김민수 부장판사의 순서로 법정에 나올 예정이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오전 재판은 이렇게 미뤄진 서증조사는 하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열린세상] 사법입원제를 설계하려면/양중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열린세상] 사법입원제를 설계하려면/양중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검사는 죄를 지은 사람은 처벌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억울함은 풀어 주는 직업이다. 그래서 검사들이 주로 다루는 법률은 형법과 형사소송법이다. 여기에 형사처벌 조항을 가진 각종 특별법이 검사들의 주된 활동 분야다. 그런데 검사의 역할이 꼭 여기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2017년 7월 한 지방도시에서 다섯 살 소년이 실명해 안구를 적출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엄마의 내연남이 3개월 동안이나 아이를 학대해 벌어진 일이었다. 엄마는 내연남과 함께 학대에 가담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로 등록됐던 사람은 사실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었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엄마와 공부상의 아빠가 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엄마와 내연남을 기소하면서 엄마와 공부상 아빠의 친권을 상실시켜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아울러 아동보호시설장을 아이에 대한 후견인으로 선임해 달라는 청구도 함께 했다. 2015년 10월 또 다른 지방의 어느 검사실에 아동 매매 사건이 송치됐다. 없던 아이가 갑자기 생긴 것을 이상하게 여긴 요양보호사가 신고한 사건이다. 경찰은 혐의가 없다는 의견으로 수사를 마쳤지만, 검사는 미혼인 피의자의 주민등록에 아이가 등재돼 있음을 발견하고 재수사를 지휘했다. 그 결과 피의자가 인터넷을 통해 네 명의 아이를 사들인 사실이 밝혀졌다. 검사는 고민에 빠졌다. 아이를 건네준 친엄마도 건네받은 피의자도 아이를 키울 의사와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사는 법원에 엄마들의 친권을 상실시켜 달라고 청구했다. 가정법원은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친권을 상실시키거나 일시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다(민법 제924조 제1항). 부모가 아이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 부모로서의 역할을 박탈하는 제도다. 부모가 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친권의 대상이 된 자녀나 자녀의 친족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추가된다. 바로 검사다. 가족의 일에 검사가 끼어든 이유는 뭘까.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라는 점 때문이다. 자녀 본인이나 친족이 친권 상실이나 정지를 청구할 능력이 없는 경우 검사로 하여금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이 외에도 민법의 여러 규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학대받는 양자를 대신해 파양을 청구하는 경우(제908조의 5), 미성년자나 성년자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제909조의 2, 제936조)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던 정신질환자들이 잇달아 강력 사건을 저질렀다. 치료에 불만을 품고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이웃 주민들과 다툼 끝에 아파트에 불을 지른 다음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이런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입원 체계가 너무 성글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정신질환자들을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강제로 입원시킬 방법은 행정입원이 유일하다. 행정입원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지방자치단체장이 강제로 입원시키는 제도다. 그런데 자치단체장이 행정입원을 시키기란 쉽지 않다.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도, 당사자나 가족들의 항의나 소송 세례를 감당해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법입원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4촌 이내 친족이나 동거인 등의 청구에 의해 법원에서 입원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검사가 정신질환자의 입원에 개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경우로 한정된다. 범죄자에 대해 치료감호나 치료명령을 청구하고,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중 강제적인 입원이 가능한 것은 범죄가 매우 중한 경우로 한정되는 치료감호뿐이다. 그런데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범죄는 경미하지만,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왕 사법입원제를 도입한다면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를 청구권자 중 한 명으로 넣으면 어떨까. 제도를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이 정신질환자의 치료에도, 국민의 안전에도 더 유익하지 않을까.
  • [사설] 조세정의 짓밟는 고액·상습 체납자 뿌리 뽑아야

    정부가 재산을 숨긴 채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제재와 추적 조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어제 확정된 방안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고액의 국세를 상습 체납하는 경우 법원 결정으로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명령제도가 도입된다. 출국금지 대상인 체납자가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 비발급자에 대해서도 출국금지를 할 수 있고, 5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는 체납자의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조회가 허용된다. 악성 체납자는 본인뿐 아니라 조력자까지 처벌하고, 은닉재산이 발견된 체납자가 복지급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하면 지자체가 체납자의 운전면허 정지를 경찰에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양심불량 세금 체납자가 빠져나갈 구멍을 단단히 틀어막고,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국세청은 해마다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일부 체납자에 대해 민사소송과 형사고발 조치 등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해 국감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의 체납액은 총 102조 6022억원인데, 징수 실적은 1조 1500억원으로 징수율이 겨우 1%에 불과하다. 부도나 폐업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체납한 사례도 있겠으나 상당수는 버티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으로 나 몰라라 하는 철면피 체납자들이다. 국세청이 올해 고액 체납자 325명을 집중 추적하다가 부엌 싱크대에서 5억원가량의 금괴를 발견한 사례도 있다. 성실히 세금을 내는 대다수 국민을 좌절시키는 비양심적이고 반사회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고액·상습 체납자가 사회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해 조세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 ‘호화생활’ 1억 이상 체납자 ‘유치장’ 가둔다…최대 30일

    ‘호화생활’ 1억 이상 체납자 ‘유치장’ 가둔다…최대 30일

    세금을 낼 능력이 있으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고액의 국세를 내지 않고 버티는 악성 체납자는 앞으로 최대 30일간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둘 수 있게 된다. 체납자의 재산 조회 범위는 본인에서 친인척으로 확대한다. 또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한 운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에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5일 이낙연 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호화생활을 하면서 고액의 국세를 내지 않고 버티는 악성 체납자를 최대 30일까지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는 ‘감치명령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질서위반행위규제법, 민사집행법, 가사소송법, 법원조직법 등에서 감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국세징수법과 지방세징수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체납자에 대해서도 감치제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검사에게 악성 체납자에 대한 감치를 신청하면 검사가 법원에 감치를 청구하고 법원이 감치 여부를 결정한다. 감치가 결정된 체납자는 유치장이나 교도소, 구치소에 유치된다. 국세청은 국세를 3회 이상 체납했고 체납 발생일부터 각각 1년이 지났고 체납 국세의 합계가 1억원 이상인 체납자를 대상으로 감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하고 있고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감치 필요성이 인정될 때 감치된다. 감치 전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고 동일한 체납사실로 인해 2번 이상 감치되지 않게 하는 등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출국금지 대상인 체납자가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 미발급자에 대해서도 출국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즉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국세청이 원활하게 자료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도 구축한다. 5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체납자의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조회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체납자 본인의 금융거래정보 조회만 허용하고 있어 과세당국이 체납자 재산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다. 체납자들이 건강보험이나 복지급여 등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국세청과 논의해 은닉재산이 발견된 체납자가 복지급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 등 벌칙을 주는 방안을 마련한다. 아울러 체납자가 정부포상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포상 후보자 추천기관은 후보자의 체납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포상을 추진하도록 정부포상 업무지침이 개정된다.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한 운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에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자동차세 10회 이상 체납자는 11만 5000명으로, 자동차세 납세자 1613만 8000명의 0.71%에 해당한다. 다만 납세자보호관이 참여하는 ‘지방세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게 하는 방식으로 생계형 체납자는 보호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숙명여고 쌍둥이, 소년재판 아닌 형사재판 받을 수 있다

    숙명여고 쌍둥이, 소년재판 아닌 형사재판 받을 수 있다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와 공모해 시험문제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쌍둥이 자매가 소년재판이 아닌 정식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소년3단독 윤미림 판사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쌍둥이 자매를 대상으로 진행된 심리에서 해당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소년범이어도 범행동기나 죄질을 따져볼 때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검찰로 돌려보낼 수 있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해 형사재판에 회부하거나 불기소처분을 내린다. 이들은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그대로 적었다. 이로 인해 1학년 1학기 성적은 전체 459명 중 121등과 59등이었던 데 비해 2학년 1학기 성적은 중간·기말고사를 합쳐 각각 문과 1등과 이과 1등으로 올랐다. 아버지는 지난달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아버지에 이어 두 딸까지 기소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보고 소년부로 송치했다. 가정법원 소년재판부는 조사를 거쳐 보호 처분을 내리는데 이는 교육·교화가 목적이다. 형사처벌과는 구별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버지가 받은 형량과 쌍둥이 딸들의 죄질을 고려할 때 보호 처분을 받기보다는 형사사건으로 유·무죄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무부장 현씨의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쌍둥이 자매는 법정에서 “시험 답안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혐의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당시 쌍둥이 중 언니 A양은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나 학생에게 모함을 받는 거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벨튀’는 장난? 처벌받는다…10대 무더기 형사입건 [영상]

    ‘벨튀’는 장난? 처벌받는다…10대 무더기 형사입건 [영상]

    서울 성북지역 ‘벨튀’ 번져주민들 불안감 탓 112신고주거침입·폭처법 등을 처벌아파트에서 ‘벨튀’ (벨을 누르고 도망가기(튀기)를 줄인말)를 한 청소년들이 무더기로 형사입건 됐다. 일부 10대들은 아파트 보안출입문을 파손하고 무단침입하거나 현관문으로 사람이 나오려 하면 문을 밀어 입주민을 넘어뜨리는 등 도가 넘는 행위를 했다. 경찰은 “벨튀는 장난이 아닌 형사처벌 받을 수 있는 범죄”라고 경고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4일 이 지역 청소년 사이 장난처럼 번지고 있는 ‘벨튀’ 탓에 지역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모(16)군 등 9명은 지난 3월 5일부터 사흘 간 총 3회에 걸쳐 아파트 보안 출입문을 부수고 무단침입해 벨을 누른 뒤 도망가다가 형사입건됐다. 이들에게는 폭력행위처벌법(폭처법) 위반, 공동 재물손괴, 공동 주거침입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또 한모(15)군 등 2명은 지난 4월 아파트 출입문을 도구로 망가뜨린 뒤 벨을 누르고 도망갔다가 폭처법과 공동 재물손괴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성북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민들의 신고로 모두 11명의 청소년이 형사입건됐다. 성북서는 이 2건에 대해 선도심사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청소년들에 대해 즉결심판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무리 지어 벨튀를 할 경우 폭처법으로 가중처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현관문이 열릴 때 큰소리로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밀어 넘어뜨리면 상해나 폭행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여러번 벨을 누르고 현관문을 잡아 당기는 것 역시 불안감 조성행위로 보고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 ‘벨튀’는 장난이나 무용담쯤으로 여겨진다. 유튜브에는 실제 벨튀 인증영상을 찍어 무용담처럼 자랑하거나 벨튀 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 주는 등 1000여건 이상의 게시물이 우후죽순 올라와 있다. 이에 성북서는 ‘벨튀’의 심각성을 적극 알리고 예방하기 위해 학교와 기관 등에 배포하고 아파트 각 세대에 안내방송을 실시했다. 또 이벤트성으로 ‘추억의 벨튀’란 행사를 진행하는 한국민속촌에도 벨튀는 범죄임을 명시하는 홍보물 설치 등 협조를 요구했다. 성북서 관계자는 “청소년 시기에 법에 대한 인식 부족과 방심으로 비행청소년이란 낙인이 찍히거나 전과자가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과거사위, 수사권고 없어 매우 실망”

    용산참사 진상규명위 “과거사위, 수사권고 없어 매우 실망”

    檢과거사위 조사결과에 양쪽다 반발용산참사규명위 “특검 재조사해야”당시 수사팀 “의심을 사실처럼 발표”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31일 용산참사와 관련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수사 권고가 내려지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날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펼쳤는지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고 편파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총장의 사과와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검찰총장 사과와 제도 개선만 권고하고, 수사 권고가 내려지지 않은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검찰 조사단은 수사검사 외압 논란으로 지난 1월 말에 새로 구성됐다”면서 “강제 수사 권한도 없고 조사 기간도 짧아 애초부터 충분히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국회와 정부가 나설 때”라면서 “철저한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검을 비롯한 수사·기소의 권한이 있는 특별조사기구를 통해 제대로 된 재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당시 검찰 수사팀은 “과거사위가 법원 확정판결을 부정한 채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의심을 객관적 사실처럼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팀은 입장문을 내고 “기소된 농성자 16명은 화재원인과 형사책임을 모두 인정하고 불복하지 않았으며 상고한 9명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면서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과거사위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경찰 진압의 많은 문제점을 밝혀내고 경찰로부터 잘못까지 시인받았으나 객관적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형사처벌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수사팀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앞서 검찰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31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사건 관련 철거민들과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검찰에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화재 가능성 등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압작전을 강행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지휘부는 철거민들이 소지한 염산과 화염병 등 위험물질을 파악하고 있었고, 극단적인 돌출 행동도 우려되는 상황임을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특공대원들은 농성장에 다량의 시너 등 인화물질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고, 소방차도 단 2대만 출동하는 등 화재 발생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게 이뤄졌다. 과거사위는 “당시 무리한 직업 작전을 결정·변경한 경찰지휘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했음에도, 검찰은 최종 결재권자인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주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서울청장에 대해 서면 조사만을 한 뒤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무리한 진압 작전의 이유와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대상에서도 김 전 청장의 개인 휴대전화는 누락됐다. 검찰 수사에 청와대 등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용산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 차단을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철거용역업체 직원의 불법행위 및 경찰과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이 소극적 수사를 펼쳤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과거사위는 “용역업체 직원의 살수(撒水) 및 방화 행위에 대해 묵인·방조한 경찰의 위법행위(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을 유가족 동의 없이 긴급부검하도록 구두 지휘한 부분,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 등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대책위 관계자들의 재판에서 변호인들의 수시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부분 등도 사건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시켰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거리로 내쫓긴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정의로움’을 충족하기엔 부족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유족들에게 사전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과 수시기록 열람·등사 거부 등에 대해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수사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교육 및 제도 개선, 긴급부검 지휘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 마련, 검사의 구두 지휘에 대한 서면 기록 의무화 등도 권고됐다. 과거사위는 이날 심의를 끝으로 약 1년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19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던 중 경찰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이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법서라] 정보경찰 각각 수사하는 검경…동시에 출동한 까닭은

    [법서라] 정보경찰 각각 수사하는 검경…동시에 출동한 까닭은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국정농단부터 사법농단까지 지난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계속한 검찰의 현재 과제는 정보경찰 수사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위법하게 정보수집을 했고, 이 과정에서 불법사찰이나 정치관여 의혹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정보경찰 의혹은 국정원이나 국군 기무사령부의 정치관여 혐의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정보수집을 하는 국가 기관이 권한을 남용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경찰이 정보경찰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로 송치했는데, 검찰이 다시 수사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현재 수사권 체계에서는 경찰의 수사를 검찰이 지휘하게 돼 있으니까요. 정보경찰 수사가 여느 수사와 다른 점은 같은 사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각각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예를 들면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검찰과 경찰 모두 출동한 겁니다. 그리고는 살인 사건 피의자와 목격자를 각각 검찰과 경찰에 불러서 조사한 거죠. 똑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적용한 법조문도 살인과 상해치사로 다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경찰청장 책임 크다는 검찰, 청와대 탓이라는 경찰  정보경찰 수사는 지난해 3월 영포빌딩에서 시작합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청계재단이 있는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했는데, 지하실에 문건이 있었던 겁니다. 청와대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게 3000여건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정보경찰 문건도 있었습니다. 검찰로서는 ‘노다지’를 발견한 거죠. 검찰은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정보경찰 수사를 시작했고, 경찰은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자체 수사를 벌였습니다.  검찰과 경찰에 수사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둘 다 상대방의 수사 내용을 모른다고 답합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수사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으로 구속기소됐지만 유독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경찰 내부 저항이 컸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이 현직 고위 간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정보경찰 피를 말릴 것처럼 수사하니 경찰 조직원들의 충격과 불만이 상당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위법 의혹에 대해 검찰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법원은 강 전 청장만 구속하고 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 당시 정보국장이나 청와대 치안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전직 정보심의관과 청와대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본건 가담경위 내지 정도 등에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달았습니다. 쉽게 말해 ‘경찰청장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 거죠.  경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보고 기자들이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검찰 수사에서는 구속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번 사태를 청와대 책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송치 대상자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현기환·조윤선 전 정무수석, 이철성 전 경찰청장·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박화진 경찰청 외사국장(당시 청와대 사회안전·치안비서관)입니다. 사건 당시 경찰청에 있던 인물은 전혀 없고 청와대 근무자만 있습니다.    ◆檢“고위직 책임져야”vs警“관행인데 억울”  수사권 조정을 두고 투닥투닥 싸우는 검경인데, 이번 정보경찰 수사 반려를 두고는 양쪽 모두 일언반구 없습니다. 수사권 조정 갈등으로 비칠까 의식한 탓인지 서로 아무런 이유도,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취재 결과 법리 적용을 이유로 반려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확인됐습니다. 유사한 범죄사실을 두고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을, 경찰은 직권남용만 적용했거든요. 결국 남은 것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 미진’입니다. 검찰이 ‘직권남용을 지시한 경찰청장 등 고위직에 대한 수사를 보완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간 검찰은 적폐청산 수사를 하면서 최고위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직권남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무원에게 대가는 곧 자리입니다. 관행적으로 하던 일이라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거죠.”  고위직에 있었고, 과거 정권에서 잘 나갔다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라는 겁니다. 검찰은 이 논리를 과거 정권의 권력기관에 적용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원세훈·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직 국정원장 4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이들의 주요 혐의에는 직권남용이 빠지지 않습니다.  경찰이 같은 직권남용을 두고 최고위직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자칫 ‘제식구 감싸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청 정보국장을 지낸 전직 경찰 간부의 말입니다.  “정보경찰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정책·치안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런데 정당한 업무와 위법한 업무 사이 경계에 있는 일이 많아요. 세월호 유족 집회 대응 정보는 당연히 정당한 업무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사찰이 될 수 있죠. 지금 정부의 정보경찰도 과거와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어요. 지금 청와대도 그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정보가 있어야 정책을 펴고, 정책에 대한 반응을 알아야 되거든요. 청와대 지시를 따른 것뿐인데 죄가 된다고 하면 참 씁쓸합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기다려봐야죠.”  정보경찰에 대한 검·경의 시각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경찰은 다소 위법한 정보수집은 관행이고, 설령 불법이라 하더라도 청와대 지시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현직 경찰 간부는 강 전 청장이 구속된 날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불리하니까 경찰 망신주기를 하려고 강 전 청장을 보란듯 구속했다”며 “과거 정보경찰 업무가 잘못된 것이라면 이제부터 하지 말자고 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범정 폐지한 검찰, 정보경찰은 어떻게 통제할까  검찰은 문무일 검찰총장 취임 후 범죄정보과를 폐지하고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했습니다. 수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보 기능만 남겨뒀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정보경찰 개혁은 수사권 조정 논의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열린 경찰개혁 당·정·청 회의에서 정보경찰의 통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법령에 ‘정치관여시 형사처벌’ 규정을 넣고, 정보 활동범위를 명시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종료 후 브리핑에서 “현재 경찰은 준법지원팀을 신설해 모든 정보활동의 적법성 여부를 상시 확인·감독하고 있으며,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정보수집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실효성 없는 개혁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보경찰의 정보는 ‘풀뿌리 정보‘라고도 불립니다. 밑에서부터 촘촘히 끌어올린 ‘밑바닥 정보’라는 뜻입니다. 과거 검찰에 범죄정보 기능이 있을 때도 정보 수집만큼은 검찰이 경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정보경찰은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도 맡고 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양복 상의를 벗어흔든 문 총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보경찰 관련 문제는 수사권 조정과 직접적 관련은 있지 않다. 수사권 조정으로 독점적 권능들이 결합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경찰이라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라는 간섭 없이 수사권을 오롯이 갖게 되면 위험하다는 겁니다.  사실 정보경찰은 수사권 조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반면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이를 위해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수사권 조정의 선결 과제가 정보경찰 개혁은 아니지만,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수사권 조정과 관계 없이 이번 기회에 정보경찰 개혁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수년이 흐른 뒤에 경찰청장, 정보국장, 정보경찰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게 되는 비극은 없어야 하니까요.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한순간 음주 운전, 恨뿐인 은퇴 인생

    한순간 음주 운전, 恨뿐인 은퇴 인생

    박, 술 마신 다음날 차 몰다 접촉 사고 삼성 구단에 자진 신고… 불명예 퇴진 은퇴식·33번 영구 결번도 물 건너가 임의탈퇴 등 가중 처벌 분위기 한몫 최근 징계 11명 중 5명만 계속 현역최고령 현역 타자 ‘삼성 라이온즈맨’ 박한이(40)의 전격 은퇴 선언은 음주운전에 대한 프로 스포츠계의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박한이가 벼락같은 은퇴를 선택한 것도 올 들어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사회 여론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제재 기조 때문이며, 이런 분위기가 현실로 드러난 사실상 첫 사례라는 점에서다. KBO 관계자는 28일 “KBO와 구단 모두 이제는 강력한 처벌로 대응한다는 분위기가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한이의 야구 인생은 급전직하했다. 지난 26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 9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대타로 짜릿한 4-3 역전승 안타를 친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오점을 남긴 은퇴 선수로 박수마저 받지 못하게 됐다. 키움전 승리 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27일 오전 접촉사고를 낸 박한이는 경찰 음주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65%로 면허정지 수준으로 판정됐다. 그는 구단에 자진신고했고 당일 오후 은퇴 의사를 밝힌 후 저녁에 은퇴를 공표했다. 박한이는 2001년 KBO리그 데뷔 후 이승엽(2156안타)보다 많은 통산 2174안타를 쳤고 16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 때린 유일한 선수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7번 우승에 헌신했던 삼성밖에 모르던 박한이로서는 허망하고 충격적인 은퇴였다. 그를 기념할 명예로운 은퇴식과 영구결번(33번) 영예도 사그라졌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박한이가 은퇴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음주운전은 KBO 규약이 금지하는 유해 행위로 상벌위는 개최된다”고 밝혔다. KBO 규약에 따르면 음주운전 접촉사고 경우 출장정지 90경기와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의 중징계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사실 확인이 이뤄졌고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며 “박한이가 스스로 유니폼을 벗겠다고 한 만큼 임의탈퇴 공시도 없다”고 말했다. 음주사고에 따른 전격 은퇴는 2014년 8월 삼성 정형식 사례가 가장 유사하다. 혈중알코올농도 0.109%의 음주운전 상태에서 건물을 들이받은 정형식은 KBO로부터 제재금 500만원 및 봉사활동 120시간 징계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임의탈퇴해 은퇴했다.한편 최근 5년 동안 음주운전 관련 제재를 받은 전체 11명 선수 가운데 4명(MLB 진출 외국인 1명 포함)이 국내 KBO 리그에서 퇴출(은퇴)됐지만 5명은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이 KBO 사무국에 확인한 결과 지난 5년간 음주운전 제재 선수는 모두 11명이었다. 지난 2월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106%)으로 경찰에 적발된 윤대영(LG)과 지난 4월 음주운전(0.089%) 접촉사고를 낸 강승호(SK)는 KBO 제재뿐 아니라 구단으로부터 모두 임의탈퇴됐다. 두 선수를 제외하고 음주운전 제재 이후 현역에서 은퇴한 선수는 정형식(삼성), 오정복(KT), 손영민(KIA)과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테임즈(NC) 등 4명이다. 은퇴·임의탈퇴 선수 6명을 뺀 5명은 현재도 현역 선수(코치 포함)로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형사처벌 결과를 구단이나 KBO에 보고하지 않은 채 현역 활동을 했다. 올 들어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 징계도 출장정지와 제재금, 봉사활동 등 기존 제재뿐 아니라 구단의 임의탈퇴 공시로 가중처벌되는 추세다. 소속 팀에 신분은 묶여 있지만 최소 1년 이상 경기와 훈련에서 배제되는 임의탈퇴가 KBO의 공식 제재에 더해 강력한 처벌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해외 금융계좌 5억원 넘으면 새달 신고해야

    지난해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의 잔액 합계가 매달 말일 기준으로 한 번이라도 5억원이 넘는다면 다음달 세무서에 계좌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은 27일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접수를 6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받는다고 밝혔다. 해외 금융계좌는 해외 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로, 이 계좌에 있는 현금, 주식, 채권, 집합투자증권, 보험상품 등 모든 자산이 신고 대상이다. 특히 올해는 기준금액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아져 주의가 필요하다. 신고 대상은 지난해 해외 금융계좌 잔액의 합계액이 5억원을 넘긴 적이 있는 사람 중 국내 주소지가 있거나 183일 이상 거주한 개인이다. 법인은 본점 및 주사무소, 사업의 실질적 관리 장소가 국내에 있으면 신고해야 한다. 차명계좌의 경우 명의자와 실소유자 모두 신고해야 하고, 공동명의 계좌도 공동명의자 모두 신고 의무가 있다. 해외사업장이나 지점이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도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거나 금액을 축소한 경우 해당 금액의 최대 20%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한 금액이 50억원을 넘는 경우 벌금은 물론 형사처벌과 인적 사항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까지 38명을 형사고발하고 6명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해외 금융계좌 미신고자 관련 제보자에게는 최고 20억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된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기준 스위스와 싱가포르 등 79개국과 금융정보 자동교환을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홍콩 등 103개국으로 대상 국가를 확대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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