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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중국] 숲에 도박장 차린 일당, 드론 동원한 경찰에 덜미

    [여기는 중국] 숲에 도박장 차린 일당, 드론 동원한 경찰에 덜미

    중국 중부 안후이성(省) 경찰이 호젓한 숲 한가운데서 도박판을 벌인 일당을 검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3일 보도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지난달 31일, 퉁링시(市)의 한 숲에서 천막을 치고 테이블을 놓아 간이 도박장을 만들고 도박을 한 일당 21명을 검거했다. 도박단 일당은 경찰의 단속에 걸릴 위험이 높은 도심이나 주택가를 피해 한적하고 고요한 숲에서 도박판을 벌였다. 경찰은 도박단이 숲에서 불법 도박판을 열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훈련받은 탐지견과 드론을 이용해 도박판이 벌어진 숲 한 가운데를 급습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불법 도박에 참여했던 일부 사람들은 숲속에 우거진 덤불이나 나무 뒤로 몸을 숨기려 했지만, 이를 끝까지 쫓은 탐지견과 경찰에게 결국 꼬리를 잡혔다. 불법 도박에 참여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퉁링시 인근에 있는 우후시(市) 거주민이었으며, 경찰은 현장에서 도박에 쓰인 현금과 관련 도구들을 압수했다. 숲속 한가운데에 도박판을 마련한 주동자 중 한 명은 경찰 조사에서 ”경찰의 탐문이나 수색이 어려운 지역을 찾던 중 (도박판을 벌일 장소로) 숲을 떠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제보를 통해 ‘숲속 도박판’의 운영자와 참여자를 확인했으며, 이들은 곧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에서는 법적으로 도박이 금지돼 있지만, 불법 마작 도박장이나 카지노 등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남녀 모두 피해자 되는 국제결혼 국내 혼인 시장에서 소외된 한국 남성과 빈곤에서 탈출하고 싶은 개발도상국 여성. 그리고 혼인 문제를 수요·공급의 원리로만 보고 풀려 했던 정부. 비뚤어진 중개 국제결혼의 이면에는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미투’ 운동 등으로 국내 인권 감수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중개 국제결혼의 왜곡된 관행은 그대로다. ‘매매혼’, ‘상향혼’이라고 낙인찍힌 상황에서 참여 여성과 남성 모두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입장에서 각각 국제결혼을 택할 때 겪게 되는 문제들을 정리했다.“한국에서는 내가 (여자를) 고를 수나 있습니까? 여기(베트남)서는 고를 수 있잖아요.” “베트남 맞선 장소에 가면 여자들 50명, 100명 많습니다. 남자들도 하루 10명, 많으면 20명. 원하는 분 만날 때까지 후보들이 계속.” 2019년 국제결혼 중개 시장에서 자연스레 오가는 ‘막말’이다. 외국 여성 인터뷰, 국제결혼 원정기, 국제결혼 팁 강의 등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공개 게시물로 올라온다. 일부 영상에서는 여성에게 “결혼 후 남편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며 다짐과 포부를 묻고 모델처럼 ‘워킹’까지 시킨다. ‘얼굴이 하얗고 예쁘다’, ‘나이는 좀 많네’라는 등 품평이 익명 댓글로 달렸다. 한국의 결혼 중개업체에서 여성을 이렇게 대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결혼 시장에서 여성들은 홈페이지에 상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외국 여성, 한국행 보장 조건으로 ‘상품화’ 국제결혼은 이를 택하는 한국 남성에겐 ‘합리적 선택’이다. 국내 혼인 시장에서는 직업·소득·집안 등을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제한된 횟수로 소개팅이 이뤄진다. 국제결혼은 다르다. 여성에게 ‘한국행’을 보장해 준다는 암묵적인 대가로 남성은 나이 차가 제법 큰 여성을 ‘제공’받는다. 적지 않은 중개료를 내야 하지만 맞선부터 데이트, 신혼여행, 결혼식까지 해결해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 총각이나 도시 빈민에게 선택을 유도한다.업계에 따르면 업자들은 통상 1000만원대의 중개료를 받는다. 개인 브로커를 통하면 더 싸질 수 있다. 이 돈에는 ‘원정 여행’ 비용이 포함된다. 원정 여행을 떠난 남성은 중개업자가 데려온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 본 뒤 마음에 드는 한 명을 골라 ‘성혼 확인서’를 작성한다. 일종의 결혼 계약서다. 파기하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약이 체결되면 곧장 현지에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합방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호텔에서 합방한 뒤 서로 맞지 않는다며 여성을 교체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과정은 ‘4박 5일’ 또는 ‘5박 6일’에 걸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후 여성은 현지에 남아 한국어능력시험을 치고 한국 문화를 배우며 비자 발급 작업을 마무리한다. 최근 여러 중개업자는 이런 과정을 전담하는 3개월, 6개월 코스의 ‘신부 기숙사’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 비용은 남성이 댄다. 철저히 남성 중심적으로 짜인 중개 방식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나온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남녀가 한국에서 같이 살게 되기까지 모든 권한은 중개업자에게 있다. 피해 남성들의 모임인 국제결혼피해센터 안재성 대표는 “상당수의 브로커는 예쁜 업소 여성 몇몇을 광고용 ‘미끼’로 쓴 후 막상 현장에는 다른 여성을 내보내거나 돈만 받고 중간 과정에서 ‘파투’가 나도록 미리 짜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남성을 현지로 불러 여성에게 돈을 쓰게 한 뒤 서류 작업 전에 결혼이 중단되도록 미리 계획한다는 얘기다. 금전적 이해관계 속에서 돌아가는 혼인 시장을 악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위장결혼한 뒤 가출하거나 한국인 남편을 두고 베트남 남성과 외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 30년 전 국제결혼 유도… 이젠 손 놓아 국제결혼이 왜 이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원인은 국내 혼인 시장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 낳기’를 강조했던 사회에서 출생성비 불균형은 필연이었다. 1990년에는 20~30대 여성 대비 남성이 116.5%로 심각한 비대칭을 보였다. 유리천장을 마주한 고학력 여성의 결혼·출산 포기는 비대칭을 심화시켰다. 당시 국제결혼 주선 업체들은 ‘국제결혼 AS 됩니다’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상품화, 위장결혼 등 국내 결혼이주에서 생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결혼은 정부가 유도하며 판을 깔았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이젠 정부의 손을 떠났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 건수는 1만 6608건이다. 이제 중개 과정은 더이상 ‘사무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브로커가 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연결 방법도 열렸다. 임선영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은 “여성가족부에서 결혼 중개업 온라인 사이트를 심의하지만 요즘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반 사이트가 아닌 싱글(미혼자) 카페, 돌싱(이혼자) 카페 등 친목 커뮤니티에 모집공고를 많이 올린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국제결혼 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1~7월 4515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왕지연 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dynamic@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맞선부터 신혼여행까지 4박 5일“… 브로커만 웃는 중개 국제결혼

    남녀 모두 피해자 되는 국제결혼 국내 혼인 시장에서 소외된 한국 남성과 빈곤에서 탈출하고 싶은 개발도상국 여성. 그리고 혼인 문제를 수요·공급의 원리로만 보고 풀려 했던 정부. 비뚤어진 중개 국제결혼의 이면에는 이런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미투’ 운동 등으로 국내 인권 감수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중개 국제결혼의 왜곡된 관행은 그대로다. ‘매매혼’, ‘상향혼’이라고 낙인찍힌 상황에서 참여 여성과 남성 모두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여성과 남성 입장에서 각각 국제결혼을 택할 때 겪게 되는 문제들을 정리했다.“한국에서는 내가 (여자를) 고를 수나 있습니까? 여기(베트남)서는 고를 수 있잖아요.” “베트남 맞선 장소에 가면 여자들 50명, 100명 많습니다. 남자들도 하루 10명, 많으면 20명. 원하는 분 만날 때까지 후보들이 계속.” 2019년 국제결혼 중개 시장에서 자연스레 오가는 ‘막말’이다. 외국 여성 인터뷰, 국제결혼 원정기, 국제결혼 팁 강의 등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튜브에 공개 게시물로 올라온다. 일부 영상에서는 여성에게 “결혼 후 남편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며 다짐과 포부를 묻고 모델처럼 ‘워킹’까지 시킨다. ‘얼굴이 하얗고 예쁘다’, ‘나이는 좀 많네’라는 등 품평이 익명 댓글로 달렸다. 한국의 결혼 중개업체에서 여성을 이렇게 대했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결혼 시장에서 여성들은 홈페이지에 상품처럼 ‘진열’돼 있었다. #외국 여성, 한국행 보장 조건으로 ‘상품화’ 국제결혼은 이를 택하는 한국 남성에겐 ‘합리적 선택’이다. 국내 혼인 시장에서는 직업·소득·집안 등을 기준으로 매겨진 등급에 따라 제한된 횟수로 소개팅이 이뤄진다. 국제결혼은 다르다. 여성에게 ‘한국행’을 보장해 준다는 암묵적인 대가로 남성은 나이 차가 제법 큰 여성을 ‘제공’받는다. 적지 않은 중개료를 내야 하지만 맞선부터 데이트, 신혼여행, 결혼식까지 해결해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깝지 않은 돈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국제결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결혼을 하지 못한 농촌 총각이나 도시 빈민에게 선택을 유도한다. 업계에 따르면 업자들은 통상 1000만원대의 중개료를 받는다. 개인 브로커를 통하면 더 싸질 수 있다. 이 돈에는 ‘원정 여행’ 비용이 포함된다. 원정 여행을 떠난 남성은 중개업자가 데려온 여러 명의 여성을 만나 본 뒤 마음에 드는 한 명을 골라 ‘성혼 확인서’를 작성한다. 일종의 결혼 계약서다. 파기하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계약이 체결되면 곧장 현지에서 신혼여행을 떠난다. 합방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호텔에서 합방한 뒤 서로 맞지 않는다며 여성을 교체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과정은 ‘4박 5일’ 또는 ‘5박 6일’에 걸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후 여성은 현지에 남아 한국어능력시험을 치고 한국 문화를 배우며 비자 발급 작업을 마무리한다. 최근 여러 중개업자는 이런 과정을 전담하는 3개월, 6개월 코스의 ‘신부 기숙사’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했다. 비용은 남성이 댄다. 철저히 남성 중심적으로 짜인 중개 방식이지만 남성 피해자도 나온다.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남녀가 한국에서 같이 살게 되기까지 모든 권한은 중개업자에게 있다. 피해 남성들의 모임인 국제결혼피해센터 안재성 대표는 “상당수의 브로커는 예쁜 업소 여성 몇몇을 광고용 ‘미끼’로 쓴 후 막상 현장에는 다른 여성을 내보내거나 돈만 받고 중간 과정에서 ‘파투’가 나도록 미리 짜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남성을 현지로 불러 여성에게 돈을 쓰게 한 뒤 서류 작업 전에 결혼이 중단되도록 미리 계획한다는 얘기다. 금전적 이해관계 속에서 돌아가는 혼인 시장을 악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갖기 위해 위장결혼한 뒤 가출하거나 한국인 남편을 두고 베트남 남성과 외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 30년 전 국제결혼 유도… 이젠 손 놓아 국제결혼이 왜 이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일까. 원인은 국내 혼인 시장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 낳기’를 강조했던 사회에서 출생성비 불균형은 필연이었다. 1990년에는 20~30대 여성 대비 남성이 116.5%로 심각한 비대칭을 보였다. 유리천장을 마주한 고학력 여성의 결혼·출산 포기는 비대칭을 심화시켰다. 당시 국제결혼 주선 업체들은 ‘국제결혼 AS 됩니다’라는 광고까지 내걸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상품화, 위장결혼 등 국내 결혼이주에서 생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결혼은 정부가 유도하며 판을 깔았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이젠 정부의 손을 떠났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 건수는 1만 6608건이다. 이제 중개 과정은 더이상 ‘사무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브로커가 되기도 하고, 페이스북·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연결 방법도 열렸다. 임선영 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장은 “여성가족부에서 결혼 중개업 온라인 사이트를 심의하지만 요즘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반 사이트가 아닌 싱글(미혼자) 카페, 돌싱(이혼자) 카페 등 친목 커뮤니티에 모집공고를 많이 올린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국제결혼 업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5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 1~7월 4515개의 영상이 게시됐다. 왕지연 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버닝썬 의혹’ 본격 수사 나선 검찰···경찰청·서울경찰청 압수수색

    ‘버닝썬 의혹’ 본격 수사 나선 검찰···경찰청·서울경찰청 압수수색

    검찰, 버닝썬 의혹 윤모 총경 본격 수사경찰청·서울경찰청 잇따라 압수수색 ‘버닝썬 의혹’을 보강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모(49) 총경과 버닝썬 측 유착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잇따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경찰청 청사 압수수색을 했으나 경찰 측과의 이견이 있었고, 윤 총경의 현재 근무지인 서울경찰청으로 이동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부장 박승대)는 윤 총경의 업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냈다. 검찰은 오전 9시쯤에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압수수색을 했다.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 대상과 범위를 두고 경찰과 이견이 있었고 압수수색은 오후에서야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청에서는 윤 총경이 대기발령 중 근무한 장소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윤 총경은 경찰청 인사담당관으로 일하다가 버닝썬 사건에 연루돼 지난 3일 대기발령 조치됐고 최근 인사에서는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으로 전보됐다. 윤 총경은 승리와 그의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2016년 7월 강남의 주점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을 통해 단속 내용을 확인하고 유 전 대표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지난 6월 경찰은 윤 총경의 단속내용 유출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넘겨받은 식사·골프 의혹도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지난해 유 전 대표와 4차례 골프를 치고 6차례 식사를 했고, 콘서트 티켓도 3회에 걸쳐 제공받았다. 경찰은 청탁금지법상 형사처벌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윤 총경은 경찰의 버닝썬 의혹 수사 과정에서 가수 승리 측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승리 등이 함께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그는 ‘경찰총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 윤 총경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으로 일했고, 검찰 수사가 별도로 진행 중인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과도 주식투자 등으로 연결돼 있다.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 PE가 최대주주인 더블유에프엠(WFM)이 2014년 큐브스에 투자한 적이 있는데, 윤 총경이 과거 큐브스 주식을 수천만원어치 매입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9일 윤 총경과 유 전 대표를 연결해 준 것으로 알려진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의 정모(45) 전 대표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가학적 성폭행으로 여성 숨지게 한 50대, 25년형 중형

    가학적 성폭행으로 여성 숨지게 한 50대, 25년형 중형

    가학적인 성폭행 후 크게 다친 여성을 방치해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제1형사부(부장 곽경평)는 26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정보공개 1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했다. A씨는 지난 4월13일 새벽 전북 남원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학적 성행위로 B(42)씨를 크게 다치게 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A씨와 B씨는 내연 관계로 전해졌다. A씨는 성폭행 과정에서 도구 등으로 B씨의 신체부위를 훼손했다.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행동으로 크게 다친 B씨는 과다출혈로 정신을 잃었다. A씨는 기절한 B씨를 인근 모텔로 옮긴 뒤 “사람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결과 A씨는 B씨가 만나주지 않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A씨가 B씨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던 것도 확인됐다. A씨는 법정에서 “죽을 줄 몰랐다, 유사성행위도 B씨의 동의가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2018년 6월 자신의 사무실 뒤에서 양귀비를 재배하고 보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만남을 회피하는 피해자에게 가학적 유사성행위를 한 뒤 방치, 사망하게 한 피고인의 범행은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 유족들에게 용서받지도 못했고,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계획적으로 살해하려고 한 것은 아닌 점, 벌금형을 초과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씨줄날줄] 10대 자살률과 학폭/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10대 자살률과 학폭/전경하 논설위원

    10대. 어린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인도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입시라는 거대한 압박감에 눌려 신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말 잘 듣고 해맑던 아이가 어느 날 문득 내가 알고 있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아이가 돼 있다가 어느 순간 내가 알고 있던 아이로 돌아와 있는, ‘청소년=외계인’(‘1318 청소년심리’)일 때도 있다. 10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친구가 중요하다. 종종 “내 아이는 안 그래요”라며 믿고 싶겠으나, 집단폭행 가해자가 돼 있기도 한다. 최근 여중생 7명이 여자 초등생 1명을 집단폭행한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확산돼 공분을 샀다. 가해자 7명 모두 비행 청소년 수용 기관인 소년심사분류원으로 보내졌다. 39초 분량의 동영상은 가해자 중 한 명이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단다. 폭행도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통해 남자친구 문제로 말싸움하다 벌어졌다고 한다. 가해자들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라 형벌 대신 보호 처분을 받는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3일 이들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하루 만인 어제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소년법을 개정해 미성년자의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양날의 칼이다.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친해지기도 하지만, 때론 사이버 괴롭힘의 수단이 된다. 단체 대화방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사이버불링), 굴욕 사진이나 저격 글을 올려놓고 단체로 대화방을 나가는(방폭) 폭력이 벌어지곤 한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6만명으로 2년 연속 늘어난 데는 사이버 괴롭힘 증가의 영향도 컸다. 신경과학자 프랜시스 젠슨은 ‘10대의 뇌’라는 책에서 10대의 뇌는 모든 것을 더욱 빠른 속도로 학습하지만 회백질(기억력에 관여하는 물질)을 제거하면서 뉴런(신경세포)들을 없애는 등 상반되는 작용을 한다고 썼다. 배우는 뇌 앞에서 어른들은 어떻게 자극했을까. 자꾸 잊어버리는 10대에게 폭력의 부당함과 도움의 손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어른의 무지와 무관심이 10대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10대 자살률(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은 5.8명으로 전년(4.7명)보다 22.1%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가장 높은 증가율이고, 10대 사망자 10명 가운데 3명(35.7%) 수준이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니 10대 자살률 또한 가장 높다. 이 구조를 깨야만 진정한 선진국이다.
  • [사설] 논의 실종 ‘유치원 3법’, 본회의서 반드시 통과시켜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어제 본회의로 넘어갔다. 패스트트랙 절차상 교육위 180일, 법사위 90일 등 장장 9개월의 논의 기한이 주어졌는데도 여야가 최소한의 법안 심사 노력 없이 허송세월만 보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리 사립유치원 행태를 폭로하면서 국민적 공분에 힘을 얻어 추진됐다. 국가 회계관리 시스템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고, 교비를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케 하는 등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사유재산 보장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내세워 강력히 반대했고, 바른미래당이 마련한 중재안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을 통해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패스트트랙은 여야 간 합의가 어려운 법안 처리가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270일의 숙려 기간에 여야가 충분히 법안을 심사하고, 토론을 거쳐 최선의 법안을 도출하라는 의미다. 그런데 현실은 시간만 허비한 셈이 돼 버렸다. 한국당은 유치원 3법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만 할 뿐 법안을 수정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선 “여야 합의 처리하기로 했던 것인데 민주당이 자기들 안으로만 밀어붙인 것 아니냐”며 이제 와서 남 탓만 한다. 앞으로 유치원 3법은 60일 이내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공조체제를 유지해 부결될 가능성은 적다고 하나 내년 상반기부터 개정된 법규를 적용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여야는 하루속히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기 바란다.
  • 레이 美 FBI국장 방한… 윤석열 검찰총장·민갑룡 경찰청장 예방

    레이 美 FBI국장 방한… 윤석열 검찰총장·민갑룡 경찰청장 예방

    미국 연방수사국(FBI) 크리스토퍼 레이(오른쪽) 국장이 우리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을 잇따라 만나 국제수사 공조와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FBI 국장이 한국 수사당국 수장들을 예방한 것은 1999년 11월 루이 프리 국장(5대) 이후 20년 만이다. 2017년 8월 취임한 레이 국장은 제8대 국장이다. 24일 대검찰청을 찾은 레이 국장은 윤석열(왼쪽) 검찰총장을 만나 한국 검찰과 FBI가 다양한 범죄 수사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서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가상화폐 피싱 사기 사건을 성공적인 공조 사례로 들며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9월 FBI와 공조해 9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가로챈 혐의로 거래소 운영자를 구속기소했다. 앞서 레이 국장은 지난 23일 경찰청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나 양국 간 치안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테러와 사이버 범죄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레이 국장의 방문은 아시아 지역 첫 순방 일정으로 마련됐으며 한국과의 협력 관계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피투성이 되게 때려도 보호처분…‘촉법소년법’ 이대로 놔둘 건가요

    피투성이 되게 때려도 보호처분…‘촉법소년법’ 이대로 놔둘 건가요

    가해자 모두 촉법소년… 형사처벌 면제 경기도교육청, 공동 학폭위 개최 검토 “50년전 처벌 기준… 연령 낮춰야” 지적 “선도 시스템부터 재정비해야” 주장도여중생들이 초등학교 여학생 한 명을 집단 구타하는 이른바 ‘06년생 노래방 폭행 사건’으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내리는 촉법소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가해자 7명이 속한 각 지역 교육 당국과 함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공동으로 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가해자 7명 중 6명은 수원·서울·인천·광주 등 4개 지역에서 서로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이고, 나머지 1명은 사는 곳과 학교가 확인되지 않았다.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은 게시 하루 만인 이날 정부 답변 기준선인 동의 20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사건은 경기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촬영된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지난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온라인에 퍼지며 알려졌다. 지난 21일 촬영된 영상에는 노래방에서 코피를 흘리는 등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괴롭힘을 당하는 A양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폭행 중에도 한 남학생은 노래를 계속 부르기도 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가해자인 여중생 7명을 폭행 혐의로 전원 검거해 소년분류심사원에 신병을 인계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비행 청소년을 위탁받아 수용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다. 가해 여중생 7명은 만 10~13세로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현행 소년법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보고 형벌 대신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만 14~18세의 미성년자는 범죄소년으로 분류돼 원칙적으로 보호처분 대상이지만,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잔인한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 강화론이 제기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14~18세 범죄자는 2016년 7만 6356명에서 2018년 6만 6259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만 10~13세 범죄자는 같은 기간 6576명에서 7364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살인·강도·강간추행·방화 등 강력범은 만 14~18세는 2418명에서 2272명으로 줄어든 반면 만 10~13세는 434명에서 450명으로 늘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0년 전 만들어진 기준인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지난해 12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은 소년 범죄에 대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강신업 변호사는 “학교와 기성세대 등 사회 공동체가 미성년자들을 훈육하고 선도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소년법뿐 아니라 선거 연령 등 관련 사회 제도들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며 “상담 치료와 같은 프로그램들에 대한 사회적 투자 없이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2030년 국민소득 5만弗 목표는 현재 성장률 등으로 볼 때 너무 높게 잡아”

    “2030년 국민소득 5만弗 목표는 현재 성장률 등으로 볼 때 너무 높게 잡아”

    자유한국당이 지난 22일 황교안 대표가 발표한 ‘민부론’(民富論) 알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23일 민부론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착수했다. 한국당은 민부론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꼽히는 경제 부문의 올바른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업과 시장 중심’이라는 정책의 선명성을 내세웠지만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연평균 7% 성장, 10년 뒤 1인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과 판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당은 민부론에 담긴 정책이 실현되면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 ▲가구당 연간소득 1억원 달성 ▲중산층 비율 70% 등 3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빠져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3434달러다. 앞으로 11년 뒤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되기 위해서는 올해 이후 연평균 약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올해 성장률이 2% 안팎에 머물 경우 향후 10년간 4%에 육박하는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기저 효과로 성장률이 급등한 2010년(6.8%)을 제외하고 우리 경제가 최근 10년간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전례가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성장 유형을 보면 국민소득 1만 달러 증가에 대략 11~12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를 높여 잡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민부론이 제시한 수치의 비현실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2020년 연평균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5~2.6%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노동과 자본의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4%대 성장률은 한국 경제가 2000년대 후반에나 가능했던 수치”라면서 “물가와 원화가치 폭등을 전제하지 않고는 4%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한국당의 경제전문가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일축했다. 부적절한 정책도 눈에 띈다. 민부론은 가계의 재산축적 활성화 방안으로 “선진국 수준의 주택융자(구입가격의 90% 이상 융자) 제도를 정립한다”고 제시했다. 3억원짜리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를 적용해 2억 7000만원 이상의 대출을 해 주겠다는 뜻이다. 현재 LTV는 40~70%다. 건설사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덜 하락했던 이유는 LTV 등 대출 규제 때문”이라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국민들의 재산 축적에 도움이 되겠지만 하락 때는 브레이크를 없애 거품이 터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 관련 정책도 친기업을 넘어 반노동적이라는 평가다. ▲노동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삭제 ▲근로기준법의 근로계약법 전환 ▲파업기간 대체근로 허용 등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아예 부정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도 눈에 띈다. 민부론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로 헌법에 못박자고 하면서도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 증가의 대안은 생략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한 채 복지 지출을 늘리려면 증세밖에 답이 없는데도 오히려 법인세 등을 줄이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의 중심을 정부에서 기업과 시장으로 옮긴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시각이 갈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 완화와 감세 등 시장과 기업 친화적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 이미 한계를 내보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친기업 정책을 그대로 내놓은 것”이라고 혹평했다. 재계 관계자는 “의료 및 관광서비스 규제 완화와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산업 경쟁력 혁신 부문은 현 정부가 이미 추진하는 내용”이라면서 “결국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여야가 이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논의 한 번 못한 ‘유치원 3법’ 없던 일 되나

    논의 한 번 못한 ‘유치원 3법’ 없던 일 되나

    한유총 영향력 행사로 통과 장담 못해 “부결 땐 사립유치원 개혁 좌절되는 것”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논의 없이 본회의로 넘어간다. 국회 파행 속에서도 본회의의 표결을 거치게 됐지만,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유치원 3법은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24일 본회의로 부의된다. 60일 이내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을 경우 11월 22일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표결에 부쳐진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 중재안’은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나, 국회가 파행 운영되면서 교육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상임위 심사 기한인 180일이 지나 6월 25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90일이 지나 본회의로 넘어갔다.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의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의 사용을 의무화하고 누리과정 지원금을 국고보조금으로 전환해 교비를 목적 외로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횡령죄를 적용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임 의원의 중재안은 교비 횡령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원안에 비해 처벌규정이 훨씬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처벌조항의 시행을 법 공포 후 1년 유예하도록 했다. 애초 목적에 맞게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지만, 아무런 수정도 이뤄지지 않은 채 본회의로 넘겨졌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이 중재안마저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받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돼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다시 세를 불려 지역구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유치원 3법의 국회 계류에 대비해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개정, 내년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이 통과돼 형사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교육당국의 행정처분에도 힘이 실린다. 김한메 전국 유치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장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지역 내 영향력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본회의에서 부결된다면 1년여 간 추진했던 사립유치원 개혁이 좌절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인도네시아, 가족이 ‘혼전 성관계’ 고발하면 징역형…법 개정 논란

    인도네시아, 가족이 ‘혼전 성관계’ 고발하면 징역형…법 개정 논란

    혼전 성관계 및 동거 사실이 적발될 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법 개정을 두고 인도네시아 내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혼인을 통한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 시 가족이 고발할 경우 최대 징역 1년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법 개정안을 완성했다. 이러한 법은 동성애 커플 및 간통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인도네시아는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동성 커플간 성관계는 곧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의 관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의 경우, 역시 가족이나 마을 촌장 등이 고발할 경우 징역 6개월 또는 최고 1000만 루피아(한화 약 85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 이전까지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의 법을 그대로 차용한 현행 형법을 유지해 왔다. 기존 형법에는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혼외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만 간통죄로 인정해 처벌해 왔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무슬림 단체들이 꾸준히 ‘혼전 성관계’도 형법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했고, 의회는 2014년부터 이러한 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법 개정안에는 혼전 성관계뿐만 아니라 낙태한 여성에게 최대 징역 4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여성단체, 인권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또 ‘불법어업국’ 오명, 원양어선 관리 더 엄격해야

    미국 상무부가 2년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국제어업관리 개선 보고서’에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차기 보고서 제출 기한인 향후 2년 내 우리 정부가 불법어업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내 수산물의 미국 수출 제한 등 무역제재를 가하겠다는 최후 경고다. 한국은 2013년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로부터 예비 불법어업국에 지정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불법어업 처벌을 강화하도록 원양산업발전법을 두 차례 개정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었다. 그런데도 6년 만에 또 다시 불법어업국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처했다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이번 지정은 우리나라 원양어선 ‘서던오션호’와 ‘홍진 701호’가 2017년 12월 어장폐쇄가 통보된 남극 수역에서 조업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해양수산부는 불법조업 사실을 확인한 뒤 어장 철수 명령 조치를 하고, 원양산업발전법 위반 혐의로 해양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두 선박에 대해 무혐의, 기소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원양산업발전법은 불법어업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산물 가액의 5배와 5억~10억원 이하 중 높은 금액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미국 정부가 더 강력한 행정조치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불법어업에 대한 형사처벌 외에 과징금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미국이 지난 3월 우리 정부에 요구한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해수부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21년 이전에라도 미 정부가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을 해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명예를 탈피하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만큼 가급적 연내에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국회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원양업계 스스로 불법조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영세원양업체의 어려움을 이해하더라도 돈벌이에 눈멀어 국격에 먹칠을 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정부도 원양어선의 관리·감독에서 국제사회의 눈높이에 걸맞게 철저하고 엄격해야 한다.
  • 노동계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협약 위반 비준해야” 경영계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대체근로 허용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앞서 노사의 전초전이 시작됐다. 비준을 압박하는 노동계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영계가 지금껏 나왔던 것 외에 어떤 논리로 무장하고 싸움에 나서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정부입법안은 현재 법제처 심사 중에 있다. 이르면 다음달 국회로 넘어가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비준 압박 카드로 일본과의 경제갈등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일제강점기 일본기업이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로 동원한 것은 명백한 ILO 핵심협약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위반이다. 피해자를 구제해야 하는 의무는 일본 정부에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비난하고 해당 기업들은 손해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ILO 회원국은 ILO 헌장 26조에 따라 다른 회원국의 협약 위반에 대해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회원국도 해당 협약을 비준한 상태여야 한다. 한국 정부는 강제노동 제29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기에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에 따른 ILO 핵심협약 위반에 대해서도 일본을 제소할 권리가 없다. 이런 의견을 지난 17일 ILO 전문가위원회에 제출한 양대노총은 “(한국은) 29호 협약은 물론 모든 미비준 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즉각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계와 야당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 및 노동법의 패러다임 전환 대토론회’가 열렸는데 주최자인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은 민주노총 등 강성 귀족노조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투쟁적 노동운동 관행과 결합돼 결국 노사관계를 극단으로 치닫게 해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입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4년까지 확대하고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하며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근로를 허용하면 당장 생산에 미치는 차질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파업이 장기화되고 노사 갈등이 더욱 극심해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단협 유효기간을 4년마다 하게 되는 것은 근로조건 전반에 대한 교섭을 그만큼 미룬다는 것인데 이는 지나치게 큰 변화”라고 비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10개월 몸살 앓은 ‘ILO 협약’… 정부 처방전 국회 문턱 넘을까

    10개월 몸살 앓은 ‘ILO 협약’… 정부 처방전 국회 문턱 넘을까

    노사정 대화 접점 못 찾은 채 ‘허송세월’ 정부안으로 입법예고… 여야 합의 주목 노사, 핵심요구 빠진 ‘정부입법안’ 불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노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노동계를 뜨겁게 달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라서다. 정부의 입법예고는 지난 9일로 마무리됐다. 노동계는 절실하지만, 비준이 달갑지 않은 야당이 쉽사리 통과시켜 주지 않을 모양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제 기준보다 뒤떨어진 국내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LO 협약을 비준하면 강성노조가 판친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노사는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고, 정부가 공익위원안으로 입법안을 만들었지만 불만만 가득하다. 집권 3년차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지금 비준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는 기회가 없을 거란 전망이다. 꺼져 가는 불씨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대화 작년 7월~올해 4월 ‘헛바퀴’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었던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3개 법률 개정안(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에 총 7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비로소 정기국회로 넘어간다.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 카드를 수시로 꺼내 들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등 보수정권이 외면한 문제들이 거론되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노동계는 들떴지만 경영계는 그 반대였다. 평행선을 달리는 노사 대립에서 정부가 찾은 방법은 사회적 대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새롭게 출발한 사회적 대화기구는 기대와 책임을 동시에 떠안았다. 그러나 타협은 쉽지 않았다. 경사노위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 노사정이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됐지만 헛바퀴만 돈 셈이다. 결국 정부는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공익위원안’으로 정부입법안을 만들어 지난 7월 입법예고했다. ●노사 모두 반발하는 정부입법안 노동계가 보기에는 부족하고 경영계가 보기에는 과했다. 각자 보기에 꼭 들어가야 하는 조항도 빠졌다. ILO가 제시하는 핵심협약은 총 8개로 이 중에서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것은 ‘결사의 자유’(제87·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105호) 등 총 4개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105호 협약을 제외하고 나머지 3개 협약 비준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입법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동자의 단결권 강화’다. 실업자·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과 노조 전임자 급여금지 규정 삭제, 사용자가 개별교섭을 동의할 때 노조 차별 금지의무 부여 등은 모두 이에 따르는 조치들이다. 경영계의 입장도 어느 정도 담겼다. 해고자·실업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시키되, 반드시 노조 임원은 재직자만 가입할 수 있다. 노조 전임자의 급여는 반드시 근로시간 면제한도 내에서만 지급한다. 노사가 맺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사용자 측 요구안 가운데 가장 논쟁이 되는 지점은 ‘사업장 점거 금지’다. 노조가 사업장 안에서 생산 시설이나 주요 업무 시설을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파업하는 것은 앞으로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경영계는 당연한 조치라고 보지만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과 전혀 관련이 없고 오히려 파업 행위 자체를 무력화하는 내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직사회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내용도 포함됐다.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에서 퇴직 공무원·교원도 앞으로는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 ‘법외노조’ 처분을 받은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조치다. 법 개정과 ILO 핵심협약 비준이 이뤄진 뒤 전교조가 새로이 등록 절차를 밟으면 비로소 합법적인 노조로 거듭난다. 이 외에도 소방공무원과 대학교원, 5급 이상 공무원에게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使 “노조 쏠림 심화” vs 勞 “구시대적 주장” 경영계는 최근 성명에서 정부입법안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산별노조 체제인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조 중심 체제라는 노사관계 특수성이 존재한다”면서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대립·갈등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입법안대로 노조법을 개정하면) 지금도 힘의 우위를 가진 노조 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계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 신설’ 등 자신들이 주장했던 내용이 법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정부의 비준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현재 전교조에 내려진 법외노조 처분을 정부의 직권으로 취소하고 특수고용노조의 설립 신고를 수리하는 등 정부가 국회의 입법 없이도 바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장 점거 금지 조항 외에도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등 ILO 핵심협약 비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도 끼워 넣으면서 노조법을 ‘개악’하고 있다고 날을 세운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전체 표결로 통과된 ‘특수고용노동자 규제법안’(AB5)을 거론하기도 했다.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노동자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법에 따라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분류하던 각종 배달기사, 우버 등 플랫폼 노동자, 화물기사 등은 앞으로 유급휴직, 최저임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가 된다. 사업주가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두려면 법에서 정한 까다로운 판단 기준을 증명해야만 가능하다. 민주노총은 “노동후진국인 미국에서조차 플랫폼 경제 체제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노동 문제에 대해 의회 등이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면서 특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장기 과제로 미뤘다. 사용자단체의 구시대적인 주장에 귀 기울일 게 아니라 ILO 핵심협약 비준안을 어떻게 통과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면피용 비준 아닌 대통령 의지 보여야” 노사의 반발에도 정부가 비준을 서두르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서 규정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한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갔다. 전문가 패널에서 권고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직접적인 경제 보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관 절차 강화 등 ‘보이지 않는 제재’는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ILO 차원의 제재도 가능하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ILO 역사상 실제로 제재를 받은 국가는 미얀마가 유일하다. 과거 미얀마 정부는 강제노동 철폐를 요구한 ILO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ILO는 2000년 회원국에 “미얀마와의 관계를 재검토해 달라”고 압박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회의에서도 미얀마의 강제노동 문제를 특별 의제로 채택하도록 했다. 이런 ILO의 다각적 외교 공세에 버티지 못한 미얀마는 권고사항을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비준 절차 강행의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또 다른 부담까지 정부가 짊어질 수는 없다는 판단이 짙게 깔려 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정부입법안과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야당을 얼마나 잘 설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노동계가 야당보다 정부의 행보에 더욱 예의 주시하는 이유다. 자칫 이번 기회를 놓치면 ILO 핵심협약은 이대로 영영 표류해 버릴 거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가기 위한 ‘면피용’ 비준 노력이 아닌 더욱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관계가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만회하고 국정 기조였던 노동존중사회를 실현하려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반드시 비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서지현 이어 임은정도 “조국 부인 수사에 검찰 폭주”

    서지현 이어 임은정도 “조국 부인 수사에 검찰 폭주”

    “검찰, 수사권을 공격수단으로 삼아”“보아라 파국이다…바꾸라 정치검찰”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33기)에 이어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45·사법연수원 30기)도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조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기소된 직후에도 “어떤 사건은 1년3개월이 넘도록 뭉개면서, 어떤 고발장에 대해선 정의를 부르짖으며 특수부 화력을 집중해 파헤친다”며 “역시 검찰공화국이다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임 부장검사는 10일 페이스북에 “귀족검사의 범죄가 경징계 사안에 불과하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검찰과, 사립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등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조사 없이 기소한 검찰이 별개인가 싶다”라고 썼다. 임 부장검사는 2015년 부산지검의 한 검사가 고소장 분실 사실을 숨기려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한 뒤 상급자 도장을 찍어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검사는 이듬해 사표를 냈지만, 당시 검찰은 해당 검사에 대해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하지 않았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4월 당시 검찰 수뇌부를 경찰에 고발했다. 임 부장검사는 “상식적으로나, 검사로서의 양형감각상 민간인인 사립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등 사건보다 그 귀족검사의 범죄가 훨씬 중하다”며 “후보자의 부인이라 오해를 사지 않도록 더 독하게 수사했던 것이라면, 검사의 범죄를 덮은 검찰의 조직적 비리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그 부인보다 더 독하게 수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공화국은 수사권을 공격수단으로 삼고,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방어수단으로 삼는 난공불락의 요새인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법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검찰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게 그리 이중 적용한다면 그런 검찰은 검찰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며 “검찰의 폭주를 국민 여러분들이 감시해달라”고 부탁했다.서지현 검사 역시 조국 장관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에 “유례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이 든다”는 글을 올렸었다. 서 검사는 지난 8일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누가 장관이 되든 검찰 개혁은 불가능하지 않나 회의적인 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 검사는 “이 정도 걸어나온 것도 실은 기적같은 일이고 검찰이 두려운 것 역시 사실이라 ‘할말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으로 입다물고 있었다”며 “하지만, 검찰권 남용 피해의 당사자로서 유례 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사를 열심히 하는 것, 그것도 신속히 수사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수사에 속이 후련한 분들도 같은 방법으로 칼끝이 자신을 향한다면 과연 괜찮을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서 검사는 조 후보자의 부인이 불구속 기소된 뒤에도 “유례없는 신속한 수사개시와 기소만으로도 그 뜻은 너무나 명확하다”고 지적하며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변한다.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생각나눔] 성교육이냐 성범죄냐…法심판 기로 선 교권

    [생각나눔] 성교육이냐 성범죄냐…法심판 기로 선 교권

    교육청, 전수조사 후 교사 직위해제 경찰 ‘아동복지법 위반’ 기소하기로 “교육현장 문제” “학습권 침해 성비위”“아이들이 불평등한 성(性) 구조에 얽매이지 않게 하려는 노력뿐이었어요. 근데 교육·수사 당국은 관료주의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더라고요.” 광주 지역의 도덕 과목 교사 배이상헌(56)씨는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다. 경찰은 그가 교실에서 성윤리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아동복지법을 위반했다며 기소 의견으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20년 가까이 학교 안에서 성윤리 교육을 맡아 온 배이 교사로선 엄청난 치욕이자 충격이다. 일부 학생들의 불쾌감이 경찰 판단의 근거가 됐지만, 교육·여성계 일각에서는 “교육 내용을 근거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교육권 침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배이 교사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수업 중 중학교 1~2학년생들에게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보여 주면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전통적 성 역할을 뒤집는 ‘미러링’ 기법을 동원해 성 불평등을 보여 주려는 의도로 제작됐다. 예컨대 여성이 윗옷을 벗고 조깅하면서 유모차를 끄는 남성 곁을 지나가거나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등이 나온다. 배이 교사는 “많은 교사들이 성윤리 수업을 할 때 학습 분위기가 잘 모아지지 않고 심할 때는 웃음거리로 전락한다”면서 “그런 고민 속에서 이 영화가 일상 속 차별을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지난 6월 국민신문고에 “수업 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민원을 넣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 일부 학생들이 비슷한 진술을 했고, 외부 기관의 조언을 구해 ‘다른 학내 성비위 사건 처리 기준에 비춰 볼 때 성비위가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이 교사는 “성윤리 교육 내용을 이유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과도한 교육권 제한”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교육청이 교육적 맥락에 대한 이해나 합리적인 절차 없이 학생 민원만 듣고 경찰에 교사를 넘기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 도덕교사모임도 “교사가 선택한 수업 자료에 대해 학생이 문제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는 교육 현장에서 함께 고민해 토론으로 풀어 갈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여성학자인 권김현영씨는 “학생들의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성평등 교육을 하기에 좋은 자료라면 괜찮다고 본다”면서 “학생들 모두가 강의 내용에 동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교육 자료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찰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역시 “페미니즘 교육 매뉴얼이 전무해 여러 혼란들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향후 이 논란이 체계화된 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청문회 진행되는데 정경심 교수 기소, 검찰이 서두른 이유

    청문회 진행되는데 정경심 교수 기소, 검찰이 서두른 이유

    “지금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후보자(의) 처에 대해서 기소를 금방 할 것 같은 그런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그 기소 여부가 결정될 시점인 12시 이전까지는 회의를 진행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까 후보자께서 부인이 기소가 되면 후보를 사퇴하겠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가정적인 조건으로 대답을 하기는 그렇다라는 그런 답변을 했습니다. 그래서 기소가 되는지 여부를 한 시간 내로 결정이 될 것 같으니까요.”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막바지에 여상규 위원장의 발언이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자리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이 후보자의 배우자를 재판에 넘긴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조 후보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피의사실 유출 의혹과 수사 개입 논란으로 첨예하게 맞서온 청와대와 검찰이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조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6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은 범행의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을 특정할 수 있는 유죄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은 물론 피고발인 조사 한 번 없이 검찰이 기소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범죄의 일시와 장소·방법 등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확보되면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다만 굳이 검찰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정 교수를 기소하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애초 검증 과정에 후보자와 가족의 비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 등에 돌입한 것부터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 섣불리 기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조 후보자와 부인이 완강하게 부인할 뿐만아니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후보자 사퇴의 필요 충분조건으로 주장하는 의혹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결국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선택한 것은 공소시효를 넘길 경우 검찰 수사를 두고 제기될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교수가 사문서인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시점을 2012년 9월 7일로 특정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7년인 사문서위조죄를 물으려면 6일 자정까지는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소시효를 넘겨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더 이상 형사처벌할 수 없게 되면 야당 등 정치권은 물론 관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한 언론의 저항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칫 검찰의 자충수가 될 여지도 있다. 사문서위조죄는 사문서를 위조한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조한 사문서를 행사할 목적이 입증돼야 범죄가 성립하는데,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이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다. 정 교수가 실제 위조 행위를 주도했거나 가담했다는 증거뿐만 아니라 자녀 입시 등에 활용할 목적을 갖고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조 후보자의 딸이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부산대 의전원 외에 서울대 의전원과 환경대학원 입시에서는 활용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사할 목적’을 입증하기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여 위원장의 편파적 진행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지적이 많다. 여 위원장은 조 후보자의 답변을 막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였을 뿐만아니라 여당 의원들의 발언 시간을 줄이려 했다. 여 위원장은 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참여하지 않아 남은 발언 기회를 활용해 조 후보자에게 사퇴하라고 훈계까지 늘어놓았다. 그의 마이크는 발언 시간 7분이 지나도 꺼지지 않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여 위원장은 ‘구속될 수 있다’ 등의 막말을 후보자에게 했다”며 “여 위원장의 편파적 갑질 진행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대마 투약’ SK·현대가 3세 집행유예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말고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라.” 변종 대마를 상습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SK그룹과 현대 등 재벌가 3세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표극창)는 6일 선고 공판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SK그룹 3세 최영근(31)씨와 현대가 3세 정현선(28)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함께 각각 1000여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수차례 반복적으로 대마를 매수하고 흡연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반성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표 부장판사는 최씨의 선고가 끝난 후 “따로 훈계를 좀 해야겠다”면서 “약물로 피고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말고 피고인의 다짐처럼 재능도 살리고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라”고 당부했다. 정씨에게도 “두 번 실패해서는 안 된다”며 “초범이라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다음에는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최씨와 정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1000여 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인 최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마 쿠키와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 대마 81g(2200여만원 상당)을 사들여 상습적으로 흡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씨와 함께 4차례 대마를 함께 흡연했다가 적발된 정씨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자택 등지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와 대마초를 총 26차례 흡연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정종선 고등축구연맹회장 영구제명

    대한축구협회가 정종선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을 축구계에서 퇴출했다. 축구협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공정위원회를 열고 현재 직무정지 중인 정 회장을 성폭력 관련 규정 위반을 이유로 영구제명한다고 밝혔다. 영구제명은 축구 행정가, 지도자, 감독관, 에이전트 등 축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공정위는 “정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제출한 소명서에서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와의 면담, 피해자 국선변호인 출석 진술 등을 바탕으로 징계를 내리는데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성폭력과 승부조작은 5년의 징계시효를 적용하지 않으며, 형사처벌에 필요한 당사자의 적법한 고소 등을 요구하지 않는 등 형사 처벌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징계 처분을 했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고등연맹과 학원축구 발전 방안도 내놨다. 철저한 조사를 통한 재발 방지와 함께, 고등연맹과 비리에 연루된 축구부에 대한 특별 감사를 실시하며, 학원축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대학 진학 부조리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목받았던, 팀성적으로 진학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 성적증명서’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평가 지표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와 별개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8일 “고교축구팀 감독 시절 선수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축구팀 운영비를 횡령하고 일부 학부모를 성폭행한 혐의로 정 회장을 수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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